오늘은 너무 오랫동안 글이 없어서 먼지 쌓이고 파리 날리던 천문· 우주 분야에 오랜만에 글을 남긴다.
1. 우주 정거장
철도에 역이 있고 바닷가에 항구가 있으며,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공항이 있는 것처럼 우주에도 station이 있다. 이름하여 우주 정거장.
우주 정거장은 쉽게 말해서 커다란 유인 인공위성과 같은 물건이다.
땅에 뿌리를 박고 건축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structure/building보다는 unit에 가깝지만, 엄연히 여러 사람이 들어가서 우주에서 수 주에서 최고 수 년까지 체류가 가능한 공간이다. 자체 추진 수단이나 착륙 설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통수단이나 비행체에도 속하지 않는다.
우주 정거장이라고 해 봤자 지구에서 의외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고도가 해발 기준 400km가 채 되지 않는 저궤도이다. 쉽게 말해 서울-부산 거리만치만 위로 올라가도 검은 우주와 둥글고 푸른 지구가 곁들어진 우주 정거장에 다다를 수 있다는 뜻. 그러나 사람이 체류하는 데 쓰는 수십~100수십 톤급의 거대한 구조물을 그 높이까지라도 쏘아올리는 게 쉬운 일일 리가 없다. (조립은 우주 공간에서 했음)
아음속 여객기의 순항 고도가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 그리고 초음속 여객기의 순항 고도가 성층권이라면, 우주 정거장이 있는 곳은 열권이다. 인공위성은 태양열 발전을 위한 큼직한 집전판이 필수.
이런 우주 정거장이 하나쯤 있으면, 지구에서 인위로 세트를 만들거나, 아니면 아예 동력이 있는 우주선을 쓰는 것보다 인간이 우주 공간에서 더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체류하면서 주변을 관찰하거나 무중력· 진공 관련 실험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미국과 소련이 이념 경쟁을 하던 시절에는 소련이 살류트 시리즈, 미국이 스카이랩 시리즈 같은 여러 우주 정거장을 띄웠다. 하늘 실험실이라니... 스카이랩 이름 한번 참 잘 지었다.
장비가 노후화하고 공기 저항 때문에 슬슬 추진력 약발이 다한 나머지 지구 대기권으로까지 도로 내려와 버린 우주 정거장은, 여느 인공위성이 그러하듯 태평양이나 대서양 어딘가에 추락함으로써 최후를 마친다. 폐기를 잘못하는 바람에 파편과 잔해라는 우주 쓰레기를 잔뜩 남긴다면, 민폐라고 국제적으로 까임권을 얻게 된다.
비교적 최근엔 구소련이 쏘아 올린 마지막 우주 정거장인 '미르'가 지난 2001년에 임무를 마치고 장렬히 산화하였다.
오늘날은 구소련이 붕괴하고 냉전도 끝나고 나라들이 서로 협력하는 구도이다 보니, 1998년에 미국, 러시아, 일본, 유럽 등 7개 국가가 협력하여 국제 우주 정거장(ISS)을 띄워서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옛날에 <생명 그 영원한 신비> 다큐 기억하시는가? 일본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의 우주인인 모리 마모루 박사가 1992년에 우주로 나가서 수행한 임무 중 하나가 이 ISS의 건설을 위한 여러 준비 실험이었다. 뭐, 그 사람만 연구에 참여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한동안 지구상에 우주 정거장은 저 ISS밖에 없었고, 요즘 돈 처발라서 우주로 나갔다가 온다는 사람들이 실제로 갔다 오는 곳이 바로 저기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설적인 프로그래머였던 찰스 시모니, id 소프트웨어의 존 카맥, 그리고 울티마의 개발자 리처드 개리엇(오늘날은 우주먹튀 개발자라는 비아냥-_-) 등... 억만장자 천재 프로그래머들이 다 저기 가려고 안달인 듯하고 실제로 갔다 온 케이스도 있다.
지난 2011년 9월에는 중국이 톈궁(天?) 1호라는 우주 정거장을 쏘아 올려 미국, 러시아에 이은 제3의 우주 정거장 발사국의 대열에 올랐다.
2. 우주 왕복선
지구의 어마어마한 중력을 뚫고 대기권을 벗어나 최하 수백 km 이상 고도의 우주로 나가려면, 잘 알다시피 어마어마한 추진력과 이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줄 엄청난 양의 연료가 필요하다. 그 정교한 메커니즘이 하나라도 수틀리면 수백, 수천억의 비용을 들여 만든 로켓은 궤도 진입에 실패한 채, 그저 하늘 폭죽으로 전락해 버린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핵을 유도하고 있던 고스트가 중간에 죽어 버리면 핵은 어떻게 되던가..?
3천억짜리 간이역은 그래도 나중에라도 번화한 역이 될 수 있지만 3천억짜리 폭죽은 대체 뭐냐..;;
그 크고 아름답던 로켓도 발사된 후에는 연료 다 쓰고, 이것 떼어내고 저것 떼어내고 바다에 버리고... 재돌입· 귀환 후 남는 건 진짜 허무하기 그지없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부품 재활용을 잘 하도록, 그리고 무조건 뜨기만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떠서 궤도 진입 후에는 궤도 '비행'에도 더 용이하게 써먹을 수 있는 우주선이 미국에서 개발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우주 왕복선이다.
우주를 왕복한다고 해서 지구와 달을 몇 번씩 왔다갔다 한다는 건 아니고, 그냥 우주 정거장 정도의 저궤도 왕복이다. 임무에 따라서는 우주 정거장과 도킹을 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왕복이라는 의미를 강조하여 영어로는 '(스페이스) 셔틀'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이게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빵셔틀, 칠판셔틀 등 굉장히 이상한 비하의 의미가 들어가 버렸는데, 원래 뜻은 그런 게 아니다. -_-;;
항공· 우주에 관심이 있는 친구라면, 이 '셔틀' 부분이 보잉 747 위에다 얹힌 채 공장으로부터 발사대로 공중 수송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
대형 로켓은 분해 후 육로, 특히 열차를 이용해서 나르느라 주요 부품들까지 궤간 폭을 초과하지 않는 크기로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는 일화까지 전해진다. 그 반면 우주 왕복선은 저 정도 크기는 아예 통째로 쿨하게 비행기로 나른 모양이다.
사실, 로켓 부품의 수송 경로를 추적하는 것도 마치 지하철 전동차의 반입 경로를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울 것 같다. 이런 게 바로 교통수단간의 융합. ㅋㅋ
글이 길어지니 우주 왕복선에 대해서는 다음에 계속 다루도록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