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은 지구를 돌다가, 여느 우주선처럼 지구 대기권 마찰로 인해 발생하는 2천 도에 달하는 열을 견디면서 재돌입 후, 여객기마냥 케네디 우주 센터 내부의 활주로에 곱게 착륙까지 한다. 괜히 여객기 모양에 날개까지 달려 있는 게 아니다.

과거에 달에 갔다 온 우주선 승무원들이 낙하산 들고 바다에 첨벙 떨어지던 것에 비하면 메커니즘이 무척 발전한 셈이다. (단, 우주 왕복선이 하강할 때는 동력이 없는 관계로 여객기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하강하고 큰 힘을 받은 상태로 착륙한다.. 이때는 비행기보다는 글라이더에 더 가까운 셈. 착륙 전용으로 쓰이는 활주로는 무척 튼튼해야겠다.)

이 우주 왕복선이 처음으로 등장한 건 1981년이다. 한 대만 있는 게 아니라 외관상 거의 똑같게 생긴 여러 기체가 존재하는데, 처음으로 발사된 건 컬럼비아 호이고 이것 말고도 챌린저, 디스커버리, 애틀란티스, 인데버, 엔터프라이즈 같은 이름이 붙은 놈이 있다.

영국의 여객선 타이타닉 호도 상· 하행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동일한 규격의 자매선이 사실은 최소한 두 척 더 있었는데(올림픽 호, 브리타닉 호), 이와 같은 맥락이다. 우주 왕복선 역시 여러 대를 만들어서 하나를 띄운 뒤 번갈아가면서 유지 보수를 한다. 재사용 가능한 우주 왕복선 컨셉이니 진짜로 운영도 왕복선처럼 하는 셈이다. 다만, 생긴 건 거의 똑같아도 내부적으로는 나중에 만들어진 기체가 더 가볍고 성능이 조금이나마 더 최적화되어 있다.

여기서 본인은 흥미로운 차이를 아주 오래 전부터 주목하고 있었다.
1981년에 처음으로 발사된 컬럼비아 호의 발사 장면을 보면, 셔틀과 로켓이 모두 예쁜 흰색이었다.
그러나 그 뒤에 발사된 우주 왕복선들의 사진을 보면, 로켓의 외부 연료 탱크가 마치 녹이라도 슨 것처럼 붉은 갈색이다. 왜 그런지 굉장히 궁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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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왕복선을 처음 발사할 때는 로켓 전체를 하얗게 도색을 했다. 외관상 예쁘기-_-도 하고, 또 흰색의 빛 반사 같은 다른 효과를 노린 게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굳이 거길 도색할 필요는 없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되면서 안 하게 됐다. 셔틀이야 나중에 재돌입할 때 열을 무지하게 받으니, 열 좀 덜 받으라고 흰색을 칠할 수 있지만 연료 탱크는 어차피 일찌감치 갖다 버리는 게 아니던가. (발사 후 111km무렵의 고도에서 셔틀 본체와 분리되어 자유 낙하하다가 불타 없어짐)

게다가 그 도색의 무게만 무려 300kg에 달했다고 한다. 페인트는 몸을 무겁게 할 뿐이야. 그러니 여러 정황상 도색을 안 하게 됐다. 연료 탱크의 붉은 갈색은 녹-_-은 당연히 아니고, 단열재의 원래 색깔이라고 한다.

우주 왕복선들 중 디스커버리 호가 1984년 이래 지금까지 25년이 넘게 비행을 하여 최강의 짬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듣기로는 현업에서 뛰고 있는 우주 왕복선들이 예상 이상으로 고장이나 오동작률이 높아지고 있어서, 안전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다시 재래식 1회용 로켓으로 회귀해야 하나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말은 어디선가 들었다. 정확한 출처는 기억 안 남. 지금 우주 왕복선의 추가 생산이나 도입 계획이 없는 것도, 우주 왕복선 컨셉이 많이 시들시들해졌음을 의미한다.

이 우주 왕복선은 두 차례 큰 사고가 난 적이 있다. 1986년에 잘 알다시피 챌린저 호가 발사 후 2분을 채 못 넘기고 폭발하여 향후 2년간 우주 왕복선의 발목을 묶어 놓았다. 그리고 2003년에는 최초의 우주 왕복선인 컬럼비아 호가 임무를 마치고 재돌입하던 도중에 공중분해되었다..;; 그동안 수백 회 이상 우주 왕복선을 굴린 횟수와 이게 재래식 로켓에 비해 절약해 준 비용을 감안하면, 우주 왕복선은 1981년 이래로 30년간 잘 운영되어 온 게 사실이나, 사람들은 강렬하게 부정적이었던 사건만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3. 맺음말

우주 왕복선은 개발된 이래로 지구 저궤도만 뱅글뱅글 돌다가 귀환하곤 했으며, 오히려 그 용도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위험한 대기권 재돌입이 필요하고 충분히 어려운 일이다. 오늘날도 마음만 먹으면 새턴 로켓 같은 크고 아름다운 로켓을 다시 만들어서 우주선을 쏘아올려서 달에 다시 갔다 올 수는 있지만... 경제성에 비해 잉여력이 너무 강해서 문제이다. -_-;;

본인은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 구간의 개통 내지 수인선 복선 전철 개통만큼이나, 뉴 호라이즌 호가 명왕성을 언제쯤 탐사하며 인간이 언제쯤 달에 다시 가게 될지 같은 것에도 관심이 많다. 아폴로 18~20호가 취소된 게, IMF 때문에 서울 3기 지하철 계획이 취소된 것만큼이나 애석하다. 비록 본인은 개인적으로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지구를 떠나서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지는 않지만 말이다.

왜 하필 태양계의 둘째 행성 금성만 저런 불지옥이 돼 버렸는지가 참 안타까우며, 그게 마치 창세기 1장에서 둘째 날에만 '보기 좋았더라'라는 말이 왜 없는지만큼이나 애착이 간다. 이 정도면 철덕을 넘어 우주덕? -_-;;

Posted by 사무엘

2012/01/30 11:35 2012/01/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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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너무 오랫동안 글이 없어서 먼지 쌓이고 파리 날리던 천문· 우주 분야에 오랜만에 글을 남긴다.

1. 우주 정거장

철도에 역이 있고 바닷가에 항구가 있으며,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공항이 있는 것처럼 우주에도 station이 있다. 이름하여 우주 정거장.
우주 정거장은 쉽게 말해서 커다란 유인 인공위성과 같은 물건이다.

땅에 뿌리를 박고 건축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structure/building보다는 unit에 가깝지만, 엄연히 여러 사람이 들어가서 우주에서 수 주에서 최고 수 년까지 체류가 가능한 공간이다. 자체 추진 수단이나 착륙 설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통수단이나 비행체에도 속하지 않는다.

우주 정거장이라고 해 봤자 지구에서 의외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고도가 해발 기준 400km가 채 되지 않는 저궤도이다. 쉽게 말해 서울-부산 거리만치만 위로 올라가도 검은 우주와 둥글고 푸른 지구가 곁들어진 우주 정거장에 다다를 수 있다는 뜻. 그러나 사람이 체류하는 데 쓰는 수십~100수십 톤급의 거대한 구조물을 그 높이까지라도 쏘아올리는 게 쉬운 일일 리가 없다. (조립은 우주 공간에서 했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음속 여객기의 순항 고도가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 그리고 초음속 여객기의 순항 고도가 성층권이라면, 우주 정거장이 있는 곳은 열권이다. 인공위성은 태양열 발전을 위한 큼직한 집전판이 필수.

이런 우주 정거장이 하나쯤 있으면, 지구에서 인위로 세트를 만들거나, 아니면 아예 동력이 있는 우주선을 쓰는 것보다 인간이 우주 공간에서 더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체류하면서 주변을 관찰하거나 무중력· 진공 관련 실험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미국과 소련이 이념 경쟁을 하던 시절에는 소련이 살류트 시리즈, 미국이 스카이랩 시리즈 같은 여러 우주 정거장을 띄웠다. 하늘 실험실이라니... 스카이랩 이름 한번 참 잘 지었다.
장비가 노후화하고 공기 저항 때문에 슬슬 추진력 약발이 다한 나머지 지구 대기권으로까지 도로 내려와 버린 우주 정거장은, 여느 인공위성이 그러하듯 태평양이나 대서양 어딘가에 추락함으로써 최후를 마친다. 폐기를 잘못하는 바람에 파편과 잔해라는 우주 쓰레기를 잔뜩 남긴다면, 민폐라고 국제적으로 까임권을 얻게 된다.

비교적 최근엔 구소련이 쏘아 올린 마지막 우주 정거장인 '미르'가 지난 2001년에 임무를 마치고 장렬히 산화하였다.
오늘날은 구소련이 붕괴하고 냉전도 끝나고 나라들이 서로 협력하는 구도이다 보니, 1998년에 미국, 러시아, 일본, 유럽 등 7개 국가가 협력하여 국제 우주 정거장(ISS)을 띄워서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옛날에 <생명 그 영원한 신비> 다큐 기억하시는가? 일본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의 우주인인 모리 마모루 박사가 1992년에 우주로 나가서 수행한 임무 중 하나가 이 ISS의 건설을 위한 여러 준비 실험이었다. 뭐, 그 사람만 연구에 참여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한동안 지구상에 우주 정거장은 저 ISS밖에 없었고, 요즘 돈 처발라서 우주로 나갔다가 온다는 사람들이 실제로 갔다 오는 곳이 바로 저기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설적인 프로그래머였던 찰스 시모니, id 소프트웨어의 존 카맥, 그리고 울티마의 개발자 리처드 개리엇(오늘날은 우주먹튀 개발자라는 비아냥-_-) 등... 억만장자 천재 프로그래머들이 다 저기 가려고 안달인 듯하고 실제로 갔다 온 케이스도 있다.

지난 2011년 9월에는 중국이 톈궁(天?) 1호라는 우주 정거장을 쏘아 올려 미국, 러시아에 이은 제3의 우주 정거장 발사국의 대열에 올랐다.

2. 우주 왕복선

지구의 어마어마한 중력을 뚫고 대기권을 벗어나 최하 수백 km 이상 고도의 우주로 나가려면, 잘 알다시피 어마어마한 추진력과 이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줄 엄청난 양의 연료가 필요하다. 그 정교한 메커니즘이 하나라도 수틀리면 수백, 수천억의 비용을 들여 만든 로켓은 궤도 진입에 실패한 채, 그저 하늘 폭죽으로 전락해 버린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핵을 유도하고 있던 고스트가 중간에 죽어 버리면 핵은 어떻게 되던가..?
3천억짜리 간이역은 그래도 나중에라도 번화한 역이 될 수 있지만 3천억짜리 폭죽은 대체 뭐냐..;;

그 크고 아름답던 로켓도 발사된 후에는 연료 다 쓰고, 이것 떼어내고 저것 떼어내고 바다에 버리고... 재돌입· 귀환 후 남는 건 진짜 허무하기 그지없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부품 재활용을 잘 하도록, 그리고 무조건 뜨기만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떠서 궤도 진입 후에는 궤도 '비행'에도 더 용이하게 써먹을 수 있는 우주선이 미국에서 개발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우주 왕복선이다.

우주를 왕복한다고 해서 지구와 달을 몇 번씩 왔다갔다 한다는 건 아니고, 그냥 우주 정거장 정도의 저궤도 왕복이다. 임무에 따라서는 우주 정거장과 도킹을 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왕복이라는 의미를 강조하여 영어로는 '(스페이스) 셔틀'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이게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빵셔틀, 칠판셔틀 등 굉장히 이상한 비하의 의미가 들어가 버렸는데, 원래 뜻은 그런 게 아니다. -_-;;

항공· 우주에 관심이 있는 친구라면, 이 '셔틀' 부분이 보잉 747 위에다 얹힌 채 공장으로부터 발사대로 공중 수송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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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로켓은 분해 후 육로, 특히 열차를 이용해서 나르느라 주요 부품들까지 궤간 폭을 초과하지 않는 크기로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는 일화까지 전해진다. 그 반면 우주 왕복선은 저 정도 크기는 아예 통째로 쿨하게 비행기로 나른 모양이다.
사실, 로켓 부품의 수송 경로를 추적하는 것도 마치 지하철 전동차의 반입 경로를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울 것 같다. 이런 게 바로 교통수단간의 융합. ㅋㅋ

글이 길어지니 우주 왕복선에 대해서는 다음에 계속 다루도록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2/01/28 08:36 2012/01/2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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