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운영체제용 한국어 키보드 드라이버에는 type 3이라는 방식이 있다. 이게 왜 있는지 내력을 좀 설명하자면 이렇다.

한국에서 쓰이는 PC 키보드에는 한글/영문 입력 모드 전환을 위해 한영 키가 있고, 한자 변환을 위해 별도의 한자 키가 있다. 하지만 도스 시절에 이 키를 하드웨어적으로 인식하기란 쉽지 않았고, 당시 많은 자체한글 프로그램들이 실제로는 Shift+Space로 한영 전환을 하곤 했다. 그리고 한자 변환은 아래아한글의 관행인 F9가 대세였다.

한영 전환 글쇠에 대한 호불호는 사람마다 편차가 큰 것 같다. 한영 키가 직관적으로 그렇게 누르기 편한 위치에 있지도 않은 건 사실이다. 그 때문에, 이걸 굉장히 싫어하고 오로지 Shift+Space만 쓰는 사람도 있다. 오로지 한영 전환 글쇠 때문에 MS IME를 버리고 새나루나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쓸 정도이니까.

그러나 반대로 Shift를 이용한 뒤에 진짜로 공백을 누르고 싶은데 실수로 글쇠 전환이 되어 버려서 그게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본인은 후자에 가까운 타입이어서 그냥 한영 키를 쓰는 것을 선호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제품에서 원래 ‘정석대로’ 한영/한자 키만을 지원하였다. 그러나 도스 시절의 저 관행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해 Shift+Space를 한영 키로, Ctrl+Space를 한자 키로 드라이버 차원에서 인식하는 키보드 드라이버도 별도로 제공했는데, 이것이 바로 type 3이다.

이 드라이버는 반대로 기존 한영/한자 키는 Ctrl/Alt로 인식한다. 그래서 드라이버를 쓰면 Shift뿐만 아니라 Ctrl/Alt도 좌우를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Shift+Space와 Ctrl+Space를 원래 자체적인 용도로 쓰는 엑셀 같은 프로그램(행 또는 열 전체 선택)에서는 해당 글쇠를 사용할 수 없어지는 문제도 존재한다.

type 3 키보드를 사용하려면 제어판에 들어가서 키보드 드라이버를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수 단계에 걸친 마법사 질문들을 전부 일관적으로, 운영체제가 권장하지 않는(non-typical) 예외 옵션만 골라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키보드 드라이버가 있기 때문에 본인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도록 만들어야 할지 모르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일단 이 프로그램은 한영 전환과 한자 전환 글쇠를 마음대로 사용자 지정 가능하기 때문에, 드라이버 차원에서 글쇠를 변조해 주는 type 3 같은 드라이버는 사용하지 않길 권한다. 기존 type 1에서도 얼마든지 Shift+Space로 한영 전환이 가능하고 그게 기본값이다.

일단, 이 프로그램은 type 3에 대한 보정을 한다. 사용자가 Shift+Space를 누른 것을 드라이버가 한영이라고 fake로 알려 주더라도, 키의 스캔코드는 여전히 space이기 때문에 한영이 아닌 Shift+Space에 해당하는 단축글쇠를 참고한다. type 3은 Ctrl과 Alt의 좌우 구분은 가능하지만 한영과 한자 키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모드가 되는 것이다.

한자 키는 지금까지는 보정을 했는데 다음 버전부터는 보정하지 않을 것이다. 보정을 하기 때문에 Ctrl+Space는 말 그대로 한자가 아닌 Ctrl+Space로 type 3에서도 그대로 인식되며, 이 때문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설치 직후 기본 설정으로는 type 3 키보드로 한자 변환을 할 수 없었다. 보정을 하지 않게 되면 이 키는 Ctrl+한자 키로 인식된다.

그리고 다음 버전부터는 ‘한자’ 키뿐만이 아니라 ‘Ctrl+한자’도 한자 후보 변환으로 인식하는 값을 단축글쇠 테이블의 기본값으로 추가할 것이다. 이로써 동일한 기본 설정만으로 type 1과 type 3 모두 각각의 한자 키로 한자 변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요컨대 한영 전환인 Shift+Space는 보정을 하지만, 한자 변환인 Ctrl+Space는 보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영 전환 글쇠와는 달리 한자 변환 글쇠는 매우 드물게 쓰이고 사용자별 편차도 거의 없으니, 그냥 이렇게 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겠다. 어차피 MS IME는 그냥 한자를 누르든 Shift+한자를 누르든, Ctrl+한자를 누르든 똑같이 동작하더라.

다만,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다음 버전에서는 후보 변환 기능이 세분화되어 Shift+한자는 제2 후보 변환으로 기본 설정이 바뀔 예정이다. 이것을 type 3 키보드는 제대로 인식을 못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사용할 때는 글쇠를 임의로 변조하는 type 3 대신 글쇠를 있는 그대로 돌려 주는 기본 type 1을 쓸 것을 권한다.

여담이다만, 윈도우 운영체제의 한글 키보드는 한영 전환과 한자 변환 말고 전/반자 모드 전환이라는 또 다른 명령이 존재한다. 이건 완전히 듣보잡화한 상태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_-;; 키보드에 독립된 글쇠가 있지도 않고, 그 글쇠가 Alt+=로 정의되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2/03/09 08:58 2012/03/0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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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라크넹 2012/03/09 13:37 # M/D Reply Permalink

    그래서 이런 식으로 모르는 사이에 눌려 있는 경우도 많지요....

    1. 백성 2012/03/09 15:15 # M/D Permalink

      오오, 되네요...ㅋ
      개인적으로 전각도 멋있다고 생각함

  2. 사무엘 2012/03/09 20:35 # M/D Reply Permalink

    뭐, 전각은 일본 문자 코드와 호환 맞추느라 도입된 옛날 2바이트 문자 시절의 잔재일 뿐이니, 오늘날의 한국 문화권에서는 필요도, 쓸 일도 거의 없지요. 그냥 잉여입니다. 정사각형 + 세로쓰기 + 죄다 붙여쓰기 여건하에서 숫자와 알파벳도 한자와 어울려 보이게 하려고 만든 것이니까요.

    그리고 좀 더 생각해 보니, type 3은 굳이 도스에 익숙한 한국인뿐만이 아니라, 한영/한자 키가 아예 없는 외국산 키보드의 사용자도 한영 전환과 한자 변환을 할 수 있게 배려한 것도 있겠습니다.

  3. 하악 2012/03/10 22:11 # M/D Reply Permalink

    아... 저는 한자·한영키가 없는 키보드를 쓰는데 오른쪽 컨트롤 키를 자주 쓰다 보니까 정말 이 점이 딜레마였습니다.

    수정해주신다면야 저는 고마울 따름입죠 ㅜ

    그리고 타입1은 alt가 한·영, ctrl이 한자인데
    타입2는 ctrl이 한·영, alt가 한자키더라구요 ㅋ
    타입3은 shift+space가 한·영
    103·106키는 오로지 한·영키가 한·영전환....

    1. 사무엘 2012/03/11 08:40 # M/D Permalink

      아하, 이 글 내용에 실제로 공감할 만한 상황에 있으신 분이군요. 반갑습니다. ^^

    2. 하악 2012/03/14 22:40 # M/D Permalink

      네... 세벌식 쓰면서 리니어 기계식 키보드 쓰니까 진짜 완전 신세계입니다. ※, ·같은 기호도 마음에 들구요. 하지만 % & [ ]같은 건 좀 짜증나는게 사실임다..

  4. likesam 2012/03/24 14:38 # M/D Reply Permalink

    그런 고민도 있으시겠네요. 습관적으로 Type 3로 바꿔왔었는데, 이제는 type 1으로 놓아두고, 적절한 app을 올려서 쓰는 것이 좋겠네요. 저도 Shift-space 애호가입니다. ^^

    1. 사무엘 2012/03/25 02:19 # M/D Permalink

      네, 그렇습니다.
      음, 제가 몰래 올렸는데 <날개셋> 한글 입력기 6.51을 지난 24일에 공개했습니다. 대대적인 홍보를 할 정도로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고, 윗글에서 언급된 사항이 반영되었으므로 필요하신 분은 업그레이드해서 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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