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도로교통법을 종합해 보면, 크기, 무게, 폭, 속도를 감안했을 때 차와 보행자가 법적으로 다음과 같은 4등급으로 나뉘는 듯하다.

1. 보행자

말 그대로 뚜벅이부터 시작해서 유모차, 리어카, 휠체어(전동도 포함), 체인과 브레이크가 없는 느린 세발자전거는 보행자에 속한다. 인도로 다닌다.
요구르트 아줌마가 타고 다니는 전동 리어카도 약간 크긴 하지만 전동 휠체어에 준하는 보행자로 볼 수 있겠다.

2. 차

고속 주행 가능한 무동력 자전거, 전동 킥보드, 페달 보조 기능만 하는 일정 출력 이하의 전동 자전거 정도가 해당된다.
이런 것들은 자동차는 아니지만 법적으로 '차'이다. 사람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속도가 슬슬 빨라지며 부딪치면 다칠 위험도 커지는 관계로.. 원래는 도로에서 차도로만 다녀야 한다. 하지만 얘들은 자동차보다는 여전히 훨씬 느리기 때문에 차도에만 다니기에는 좀 애로사항이 있다.

그 대신 이 등급에 속하는 교통수단들은 한강 공원의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 주행 가능하다.
평범한 스케이트보드나 킥보도는 잘 모르겠지만, 인라인 스케이트는 잘 타는 사람은 평지에서 정말 자전거에 준할 정도로 빨리 나아가기도 한다. 그러니 2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차도를 통행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다.
인력거는 속도를 생각하면 1에 속하겠지만 크기와 무게를 생각하면 2에 속할 듯하다.

이륜차가 인도로 주행하거나 운전자가 탑승한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일단은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인도나 횡단보도에 별도의 이륜차 주행선이 그어진 경우는 예외) 하지만 이와 반대로 차도를 다녀서는 안 되는 느린 보행자가 차도로 다니는 경우도 있다.

  • 눈이 많이 왔을 때: 길 상태가 차도가 인도보다 더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도는 눈이 쌓였거나 빙판이 됐지만 차도는 그렇지 않음)
  • 전동 휠체어: 안 그래도 바퀴도 작은데 평평한 차도가 인도보다 당장 다니기 더 쉬워 보이기 때문이다.
  • 짐을 잔뜩 실은 리어카: 혼잡한 인도를 다니기에는 리어카가 차지하는 폭이 너무 커서 행인들에게 끼치는 민폐도 크기 때문이다. 주로 폐품 수집하는 노인분들이 이러시는 것 같다.

3. 준자동차

페달질을 하지 않아도 가속 가능한 전동· 엔진 자전거, 오토바이, 사륜 오토바이(일명 ATV), 소형 전기차, 고속 주행을 할 수 없는 중장비(굴삭기· 지게차), 농기계(경운기, 트랙터..)
여기서부터는 운전자는 면허가, 차량은 등록과 보험이 필요해진다. 인도 주행은 진짜로 절대 금지이며, 자전거 전용 도로에 진입할 수도 없다. 오토바이는 같은 이륜차인 자전거와 달리, 맨 구석 차선에서 차들의 틈새로 다니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옛날에 있었던 삼륜차는 엔진 성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3일 것이고,
말의 경우는 단독으로 말 타고 달리는 건 속도 때문에, 마차를 끄는 건 크기 때문에 역시 3에 속할 것이다.

4. 자동차

이제 최종 단계이다. 고속도로 같은 자동차 전용 도로에도 진입하여 고속 주행이 가능한 사륜 이상의 차량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렇게 분류를 해 보니 교통수단은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하며 1과 2, 2와 3, 그리고 3과 4 사이에 어중간하게 낀 처지인 물건들도 많음을 알 수 있다. 무동력으로 인간의 이동을 보조해 주는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 같은 건 무기로 치면 냉병기이고, 항공기에다 비유하면 기구· 비행선이나 글라이더 정도 된다.

자전거는 (1) 둥근 fender에 매끄러운 바퀴가 달렸고 여성분들이 탈 만한 제일 평범한 모델이 있는가 하면 (2) 바퀴 표면이 울퉁불퉁하여 산악용 자전거 비스무리하게 생긴 일명 '유사 MTB'도 있다. 그리고 (3) 바퀴가 아주 가늘고 핸들이 뭔가 산양의 뿔처럼 생긴 경주용 자전거도 있는데, 이것들은 용도와 역할이 제각기 다르다. 똑같이 성인용 자전거라 해서 다 같은 자전거가 아니라는 뜻이다.

유아· 어린이용 자전거는 세벌뿐만 아니라 이륜이지만 보조 바퀴 달렸고 여전히 느린 것도 있다.

21세기 이래로는 못 봤지만, 본인 어렸을 때만 해도 검고 커다란 일명 '쌀집 자전거'에다 초소형 가솔린 엔진을 얹어서 반쯤 스쿠터 내지 오토바이로 개조한 자전거가 가끔 보였다. 글쎄,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자그마한 엔진 출력으로 쇠로 된 무거운 자전거의 큰 바퀴를 굴리려면 변속기도 신경 써야 할 텐데 싶다. 옛날에는 영운기 트럭도 뚝딱 개조했는데 자전거를 저 정도 개조쯤이야 못 할 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오토바이 중에는 '스쿠터'라는 물건도 있다. 얘는 여느 오토바이와는 달리 바퀴가 작고 엔진 소리가 유난히 앵앵거리는 편이며, 이륜차이지만 아래에 운전자의 두 발을 한데 모을 공간이 있다는 외형상의 큰 차이가 존재한다.
오토바이나 말의 뒷자리를 일컫는 영어 단어가 pillion이라고 따로 있는 게 흥미롭다. 전투기 후방석도 그렇게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여담 1: 간단한 자동차의 역사

(1) 옛날에는 나름 2000~3000cc급의 준대형 승용차로 여겨진 그랜저조차 초기 모델은 타이어의 휠너트가 4개였다. 그러다가 1992년에 나온 뉴 그랜저부터 곧장 5개로 올라갔다.
그랜저보다 더 작은 차종인 쏘나타는 한동안 4개이다가 2004년의 NF 쏘나타부터 5개가 됐다.
그보다 더 작은 준중형급 아반떼는 2006년에 나온 HD 모델부터 5개가 됐다. 그래서 이제 현대차 중에는 액센트 같은 소형차만이 4개가 유지되고 있다.

자동차의 휠너트가 4개에서 5개로 는 동안.. 대형 버스도 나는 타이어의 휠너트가 당연히 8톤 트럭에 준하는 8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10개짜리도 있는 게 케바케인 것 같다.

(2) 옛날, 1980년대 초까지는 겨우 2000cc짜리 차도 6기통으로 만들기도 했다(그라나다). 비록 휘발유 엔진이 실린더 당 최대 배기량이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겨우 그 배기량에 그런 엔진 설계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기통수가 많아서 부드러운 것보다 저출력으로 인한 저연비와 환경 오염 문제가 더 컸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은 차를 그런 식으로 만들지 않게 됐다.

(3) 또 무슨 예가 더 있을까? 어지간한 승용차에는 앞바퀴와 뒷바퀴에 모두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착하는 게 유행이 되면서, 옛날처럼 자동차 타이어 휠이 가장자리에만 구멍이 숭숭 난 은색 쟁반 같은 모양을 하지 않게 됐다. 그 대신 최소한(보통 휠너트 개수만큼)의 굵직한 스포크(spoke)만 있으며, 안쪽의 반들반들한 디스크 원반이 드러나 보이는 형태가 됐다. 이런 것들이 다 알게 모르게 변한 점이다.

(4) 옛날 자동차들은 자동차의 방향 지시등이 정말 곧이곧대로 주황색(amber; 호박색)이었다. 하지만 요즘 자동차들은 켜져 있지 않은 동안은 깜빡이도 전조등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의 흰색인 것이 유행이다. 황색은 잘 드러나 있지 않다.
또한 미국 자동차의 경우, 후방은 깜빡이도 브레이크등과 동일하게 빨간색이고 그 대신 방향 애니메이션 같은 걸로 방향 지시를 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차이점이다.

(5) 옛날 자동차는 바깥 백미러가 지금처럼 운전석 앞 A 필러 근처가 아니라, 아예 엔진룸 앞의 최전방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늦어도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이런 디자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운전을 오래 한 어르신들 중에는 백미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시야 확보 측면에서 좋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 그리고 현대와 미쓰비시가 제휴해서 만들었던 그랜저/데보네어 같은 차종도 일본판은 백미러가 그렇게 배치되어 출시되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백미러가 어디에 있건, 운전석 자리에서 곧장 각도 조절을 할 수 없다면 참 불편할 것 같다. 특히 조수석 것까지 말이다. 우회전 내지 오른쪽으로 차로를 변경할 때 우측 바깥 백미러의 중요성은 더 말이 필요하지 않으니 말이다.

제일 불편한 건 무식하게 창문이나 문을 열고 유리를 손바닥으로 직접 만져야 하는 타입이고, 조금 발전하면 차 안에서 별도의 레버로 각도 조작이 가능하다.
제일 편리해진 건 운전석의 버튼만으로 조수석의 백미러까지 각도 조절이 가능한 전동형이다. ABS야 경차에도 다 달려 나오는 필수가 됐지만, 전동 백미러는 단순 편의 기능이다 보니 여전히 쏘나타급 중형차 이상에서나 볼 수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렌트를 해서 몰아 봤던 아반떼에도 그런 기능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담 2: 크고 아름다운 자동차

대형 버스는 여느 승용차와는 특성이 다른 게 생각보다 많다.

  • 자동문 기반인 문 여는 방법부터가 다르다. 승객은 운전사가 열어 놓은 문을 통과하기만 하면 되지만 차에 제일 먼저 타는 운전사는 그렇지 않다.
  • 조향륜인 앞바퀴가 운전석의 앞이 아니라 뒤쪽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차(수직, 평행)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 엔진 위치의 특성상 핸들이 뉘인 각도가 승용차의 그것보다 훨씬 더 낮다. 그리고 같은 각도로 회전하려면 소형 승용차보다 핸들을 두 배쯤 더 많이 돌려야 한다.

변속

  • 이 바닥은 여전히 수동 변속기가 주류이다. 평지에서는 1단이 아니라 그냥 2단에서 출발한다.
  • 소수의 자동 변속기 모델도 P가 따로 없다. 변속기의 구동축 고정 기능만으로는 그 무거운 차 바퀴를 붙잡아 둘 수 없고 오히려 자기가 파손되기 쉽기 때문이다.
  • 대형 디젤 차량의 일상적인 엔진 회전수는 승용차의 그것보다 훨씬 더 낮다.

제동

  • 브레이크액이 아니라 압축 공기로 제동력을 전한다. 일단 제동력 하나는 정말 강한 덕분에 대형차 용도로 적합하다. 매개체가 처음부터 기체이니, 브레이크액이 열받아서 기화하는 vapor lock 현상 걱정도 전무하다.
  • 주차 브레이크도 압축 공기를 사용해서 건다. 얘는 제동을 걸고 있는 동안 공기가 소모되지는 않지만, 제동을 걸었다가 풀 때는 공기가 빠져나가는 푹~ 취익 소리가 난다. 역시 압축 공기로 평소에 문이 열리지 않게 꽉 붙잡고 있는 버스나 지하철의 자동문을 생각하면 된다.
  • 또한, 이런 차들은 엔진 브레이크에 대한 개념도 승용차와는 좀 다르다. 디젤 엔진은 워낙 고토크+저회전이기 때문에 승용차처럼 무작정 저단으로만 바꾼다고 엔진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엔진 rpm도 바퀴를 따라 같이 높아져서 탈이 나기 쉽다. 이런 차들은 배기구를 틀어막는다거나 리타더/제이크 같은 다른 형태의 엔진 브레이크가 쓰인다.

예전에 브레이크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에어 브레이크는 브레이크를 사용할 때마다 공기가 조금씩 소모되고 압력이 감소한다. 이 때문에 엔진 힘으로 상시 압축기를 가동해서 무슨 에어컨 냉매도 아닌 공기를 압축해서 탱크에다 비축해 둬야 한다. 압축 공기의 비축량은 냉각수 온도나 배터리 전하량만큼이나 매우 중요하다. 아주 긴 내리막이 계속돼서 엔진 rpm은 올라갈 일이 없는데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일만 계속해서 생기면 차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물론, 브레이크액 기반인 승용차도 제동력의 '증대'를 위해 엔진 힘을 일부 사용하긴 한다.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무슨 자전거 브레이크 같은 단순한 물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얘들은 '공기압 배력'이 아니라 반대로 '진공 배력' 방식이며, 별도의 게이지나 공기 탱크 같은 물건까지 필요한 구조는 아니다.

버스의 특성은 대형 트럭과 동일한 것도 일부 있다. 그리고 1종 보통 면허로도 사람이 아니라 짐을 많이 싣는 트럭은 대형 버스만치 긴 무려 11.5톤까지 몰 수 있으며, 그 정도면 트럭은 차축이 하나 더 달려 있다. (국내에 버스가 차축이 2개보다 더 많은 건 2층, 굴절, 에버랜드 셔틀 같은 것밖에 없다.)

뭐, 트럭은 자동문이나 자동 변속기 같은 건 없을 것이고 운전대가 버스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다. 대형 트럭의 운전석에 올라타는 건 반쯤 등산 수준이지 않던가.
대형 버스는 와이퍼가 좌우+수직 형태로 2개인 반면, 대형 트럭은 와이퍼가 승용차와 동일한 수평 형태이지만 2개가 아니라 3개가 달려 있다.
버스는 운전대가 더 낮고 앞유리가 세로로 더 넓기 때문에 와이퍼가 저렇게 비치된 것 같다.

만약에 내가 뭘 잘못해서(...) 운전 면허가 취소돼 버리고 다시 따야 되는 상황이 생긴다면, 난 그때는 꼭 대형으로 딸 것이다.
6000, 8000cc짜리 초호화 승용차나 스포츠카를 몰면서 시속 200으로 밟는 거.. 참 좋긴 한데,
8000, 10000cc짜리 엔진이 달린 대형 버스도 만만찮게 몰아 보고 싶다.
그리고 대형 트럭이나 트레일러 몰다가 밤에 운전석 뒷좌석에서 자는 건 생각만 해도 꿀잼이어 보인다.

크고 아름다운 기계를 굴리는 건 남자의 로망이다.
그런데 이렇게 버스, 트럭, 비행기, 열차, 선박까지 교통수단들을 조금씩 다 몰아 보려면.. 특전사나 공작원 같은 군인이 되는 것밖에 방법이 없으려나..?

Posted by 사무엘

2018/06/01 08:31 2018/06/0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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