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왓, 정말 정말 오랜만에 '철덕의 세계' 카테고리에 새 글이다~!!)
1. 공간 감각
지하철을 많이 타고 다니다 보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이용하기 위해 이것저것 잔머리를 굴리게 된다. 조금이라도 덜 걷고, 구간과 시간대별로 앉아서 갈 확률을 더 높이기 위해서다. 이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방향 감각과 공간 감각이 생긴다.
- 내가 타는 역과 내리는 역은 어떤 구조인가?
- 어느 출구로 빨리 나가려면, 환승 통로로 빨리 나가려면.. 상· 하행 기준으로 어느 쪽에 타야 하는가?
- 내가 도착역까지 가는 동안 양쪽 문이 열리는 빈도와 비율은 어찌 되는가? (오랫동안 열리지 않는 문에는 오랫동안 근처에 좀 기대어 있어도 괜찮으므로)
예를 들어, 김포공항 역은 한 승강장에서 9호선과 공항철도가 같은 방향별로 나란히 정차하는데.. 마침 공항철도는 좌측통행을 하고 9호선은 우측통행을 한다. 두 노선 다 자기 기준으로는 섬식 승강장역과 동일한 방향의 문이 열린다. 9호선은 왼쪽, 공항철도는 오른쪽.
이런 걸 기억에만 의지해서 계획을 수립하려면 결국 머릿속에서 3차원 공간을 시뮬레이션 하게 된다.
다음으로, 화제를 바꾸어 사무실을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양면 인쇄나 복사를 수동으로 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공간 감각을 단련시킨다고 생각한다.
종이를 이렇게 아래에다 넣으면.. 아래를 향하고 있던 면에 인쇄가 돼서 위쪽으로 나오므로, 종이의 위쪽을 프린터 쪽으로 향하게 그대로 넣으면.. 좌우로 넘길 수 있는 형태로 양면 인쇄가 된다..
이것도 생각보다 복잡한 3차원 공간 시뮬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쇄를 할 때, 종이를 아끼기 위해 2페이지 분량을 앞뒤로 양면 인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교회 찬양대 같은 데서 쓰이는 2페이지짜리 악보는 피스나 파일에다 펼쳐 놓고 보게끔 단면 인쇄가 돼야 한다. 안 그러면 단원들이 노래 부를 때 매번 페이지를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악보는 지난주 곡의 마지막 페이지가 인쇄됐던 종이 뒷면에다가 이번곡의 첫 페이지를 인쇄하고.. 이번곡의 마지막 페이지의 뒷면에다가 다음주 곡의 첫 페이지를 미리 인쇄하게 된다.
곡과 종이의 대응이 엇갈리는 게 마치.. 철도에서 관절대차를 보는 것 같다~!! 싱크로율이 매우 높아 보인다.

2. 비행기와 기관차의 등록번호
우리나라에서 운행되는 철도 차량들 중, 기관차를 보면 앞에 4자리 등록번호가 붙어 있다.
그 번호에서 제일 앞자리의 숫자로는 사실상 4, 7, 8만 볼 수 있다. 이건 각각 중형 디젤 기관차, (특)대형 디젤 기관차, 전기 기관차를 의미한다.
오늘날 중형 기관차는 거의 입환용으로밖에 쓰이지 않지만.. 요 근래에 교외선 열차의 운행용으로 요 체급의 작은 기관차가 투입되어서 유명해졌다.
![]() | ![]() |
한편, 비행기 많이 타 본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비행기에도 4자리 등록번호가 붙어 있다.
일반인들이 많이 타는 여객기의 경우, 제일 앞자리는 사실상 7 아니면 8뿐이라고 보면 된다. 이건 무인기 시험기 등이 아니고 왕복엔진 프로펠러기도 아니고 '제트기'임을 의미한다.
9도 있긴 한데, 이건 헬리콥터.. 그 중에서도 가스 터빈(터보샤프트) 엔진이 장착된 물건을 뜻한다. 그러니 일반인들이 공항에서 보거나 탈 일은 전혀 없다.
그리고 비행기의 등록번호에는 앞에 국가 코드도 붙어서 HL7xxx, HL8xxx 이러는 편이다.
글쎄, 저 HL은 라디오에서 "KBS 제1라디오입니다. HLQL" 이러는 그 HL하고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것 같다만.. 일단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뜻한다.
인간이 띄우는 모든 비행체는 통제되고 예측과 식별 가능하고, UFO(미확인..)로 취급되는 일이 절대 없게 만반의 준비를 해 놓는다.
레일 위에서도 HL8250 전기기관차~ 이러면 간지와 뽀대가 더 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제열차가 운행되는 지역이 아니니 그런 관행은 요원할 듯하다.

KTX나 SRT 같은 고속열차도 앞의 주둥이 쪽을 보면 차체 번호를 3자리 정도 적어 놓은 게 있다. 하지만 이건 기관차의 번호 정도로 뽀대가 나지는 않아 보인다.;;
비행기 엔진 소리와 전동차 VVVF 구동음의 차이는?
기관차의 등록번호와 비행기의 등록번호 체계의 차이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 나오는 가속도를 자동차로 구현하려면 악셀을 얼마나 밟아야 하나?
비행기의 엔진 스로틀 레버와 전동차의 마스콘 레버의 조작 방식 차이는?
난 이런 게 궁금하고 흥미롭게 느껴지고 관심이 간다. ㅋㅋㅋ
3. 복선화와 전철화
우리나라 형법에 규정된 여러 범법행위들은 (1) 단독이 아니라 2인 이상 다수 인원을 동원해서 저지르거나, (2) 맨손이 아니라 흉기 도구를 동원했을 경우, '특수'라는 속성이 붙어서 가중처벌 되는 것들이 많다.
절도, 강도, 협박, 주거침입, 상해, 치사, 폭행, 방화, 그리고 특별법이 적용되는 강간까지.. 다 그렇다.
쪽수와 도구가 중요하니 액션물에서는 "뭐여? 꼴랑 혼자인겨?" 내지 "무기를 든 순간부터 이건 개싸움이 아니라 전투다" 같은 대사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철도에도 이와 비슷한 속성이 있다. (1)은 복선화에 대응하고, (2)는 전철화에 대응한다고 보면 될 듯. 이러면 단선 비전철일 때보다 수송력이 크게 강화되어 특수철도가 되는 건가 싶다.
물론 요즘은 철도가 도로 교통과 경쟁해야 하니 철도를 안 놓으면 안 놓지, 일단 만든다면 복선 전철은 거의 필수가 돼 있다. 단선 비전철은 도로로 치면 그냥 비포장 도로에 맞먹는 열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옛날 철도가 대단히 매력적이었던 게 뭐냐 하면.. 옆 좌우 차창 밖으로 이 차량이나 선로와 관련된 시설/흔적이 일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내가 옆의 산과 강 위를 떠서 달리기라도 하는 것 같고 아주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비행기라면 하다못해 날개라도 보이고, 자동차는 당연히 맞은편 차로와 중앙분리대, 가드레일 난간 같은 게 훤히 보인다.
철도도 터널이나 고가 위라면 당연히 콘크리트 노반이 보일 것이고 전철이라면 치렁치렁 전신주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옛날 레거시 단선 비전철은 그런 식으로 눈에 띄는 게 없었고 자연 풍경뿐이었다. 심지어 교량을 지날 때도 말이다.
허나, 철도가 재래식 그냥철도에서 특수철도(?)로 바뀌어 가면서 저렇게 텅빈 광경은 거의 볼 수 없어졌다.
Posted by 사무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