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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체에서의 묘사

유튜브를 뒤지다 보니, 세상에.. 대한뉴스 제1999호(1994년 3월자)에서는 지리산 어디 두메산골에서 멧돼지를 방목하는 농부 얘기가 소개되었다.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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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북실북실한 멧돼지와, 살색 피부의 집돼지가 한데 어우러져 있는 게 귀엽기 그지없다. ^^
게다가 소득 보소.. 지금도 연봉 8천은 절대로 작은 액수가 아니며, 그보다 못 버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그런데 30여 년 전에 연 소득 8천만 원이었으면 지금으로 치면 2억에 가까운 고소득일 것이다.

저때는 멧돼지가 지금 같은 유해조수 취급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저런 방목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동영상의 댓글들을 보면 도대체 이런 걸 왜 소개하느냐는둥, 옛날에 저런 짓을 했으니 지금 멧돼지 천지가 된 거라는둥.. 좋은 말이 별로 없다. >_<

그리고 이건 수 년 전의 비교적 최근 영상이다.. (☞ 링크)
역시 지리산 기슭의 어느 절에서 멧돼지들 먹으라고 주기적으로 짬밥을 부어 주고, 멧돼지 가족이 어슬렁어슬렁 찾아와서 그걸 먹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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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범 없는 골에 토끼..가 아니라 멧돼지가 왕이 된 지경이다. 멧돼지가 호랑이만치 힘 세고 포악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좁은 땅에서 워낙 번식력이 좋다 보니, 종종 인간과도 부딪히고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기는 한다.
허나, 멧돼지가 굶주리다가 한두 마리 도심에 좀 나타난 거 갖고.. 매스컴에서 무슨 '제보당의 괴수' 마냥, 당장이라도 사람을 해치지 못해 안달 난 괴물처럼 묘사하고 있는 건 개인적으로 좀 슬프게 생각한다. ㅠㅠㅠㅠㅠ

차라리 멧돼지가 애써 가꿔 놓은 밭을 파헤치고 망가뜨리고 있고 그것 때문에 시골 농촌에서 멧돼지를 엽총 쏴서 잡는다면야.. 그건 나도 차마 실드를 치지 않겠다.
하지만 도시에서야 쟤들도 힘없는 짐승일 뿐이지.. 사람을 해치기 전에 쟤들이 먼저 차에 치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지 않겠나.

사람이 먼저 꺅 놀라서 자극하고 도발하지 않으면 멧돼지도 어지간해서는 그냥 가만히 있는다.
내가 무슨 식당이나 가게에 들어가 있는데 멧돼지가 문을 쓰윽 열고 들어오면.. 내가 먹던 음식이라도 좀 쥐어 주고 먹여주고 쓰다듬어 주고 싶다. 불쌍한 것~~ ^^;;;

내가 평생에 온갖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보고도 "어 귀엽네" 그걸로 끝이었고 무덤덤이었는데.. 집채만 한 멧돼지를 보면서 일말의 동물 사랑/보호 정신이 생겼다니.. 사람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2. 동화책

그래서 본인은 요 얼마 전에는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에 들러서 지금까지 말로만 들었던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동화책 실물을 입수했다. 오오~
본인이 뭔가 동화책을 열람하러 저기 간 건.. 옛날 반공 동화 “용감한 탈출” 이후로 5년 만의 일이다. 공교롭게도 두 동화 모두 등급이 초등학교 저학년(1~2학년)용이며, 종이 크기와 분량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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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이야기에서 팥죽을 호박죽으로, 호랑이를 멧돼지로 바꿔서 요즘 감각에 맞게 재각색을 한 게 흥미로웠다.;;
그런데 멧돼지는 사람을 들이받아서 죽거나 다치게 할 수는 있겠지만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한다..?? 이건 좀 비현실적이며 멧돼지를 필요 이상으로 나쁘게 묘사한 것 같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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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죽 먹는 멧돼지의 모습이 참 귀엽다~
“지리산 아래에서 호박죽을 제일 잘 끓인다는 호박죽 할멈” 이거 뭐 지리산이 현실과 창작물에서 공통으로 멧돼지 서식지의 거의 클리셰처럼 된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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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멧돼지가 묘사되는 건 저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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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부에서는 뭔가 판타지스러운 연출이 나타난다. 밭에 있던 늙은 호박이 엄청나게 커져서 무슨 '날으는 양탄자'처럼 사람을 위에다 태우고 날아간다. 원작 동화의 묘사를 그대로 반영해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도 될 것 같다.
아 그러고 보니 신데렐라에서는 늙은 호박으로 마차 객차를 만들어 내기도 했군.;;
그리고 돼지(동물)와 호박(식물)은 모두 외모와 관련해서 그다지 긍정적인 심상이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도 생각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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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가 쿵쿵 달려올 때 아이들도 덩달아 쿵쿵 달려가고, 호박이 둥둥 날아갈 때 아이들도 둥둥 날아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가분은 내가 좋아하는 야생 전원적인 소재만으로 재미있는 동화를 (재)창조해낸 것 같다.

3. 돼지 박물관

본인은 이걸로도 모자라서 지난 추석 귀경길엔 이천에 들러 “돼지 보러 오면 돼지 돼지 박물관”을 구경했다.

소재지가 이천 동남부의 외곽 시골이며 본인도 영남 쪽에서 올라온 관계로, 고속도로 출구로는 평택제천 고속도로(40) 서충주 IC를 이용했다. 예전에 동락 초등학교 김 재옥 교사 기념관을 방문할 때 진출했던 나들목과 동일하다.
단, 저 학교는 고속도로 나들목 바로 근처에 있는 반면, 저 박물관은 이천 쪽으로 한참을 더 가야 나온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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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름 돼지의 품종개량 연구에 일가견이 있는 부부 개인이 사비를 들여서 설립한 거라고 한다.
온갖 희한한 테마 박물관들이 즐비한 제주도에 있을 것 같은 시설인데, 그래도 경기도이니 찾아가기가 좀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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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돼지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저금통의 모델로 즐겨 쓰이며, 특히 머리는 고사를 지낼 때 즐겨 쓰인다.
  • 강원도 양구 해안면은 바닷가와는 전혀 관계 없고, 돼지를 풀어서 뱀을 퇴치했다는 믿기 힘든 고사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 돼지의 장기 구조가 인간의 그것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건 나도 어디선가 주워 들은 바 있다.

실내 전시는 돼지에 대한 설명이랑 각종 돼지 형상의 기념품들 위주이고, 바깥 마당이 무슨 농장 내지 동물원처럼 꾸며져 있다.

아무래도 국공립 박물관 같은 저렴한 입장료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좋은 일 하는 개인이 운영하는 박물관인 데다, 살아 있는 동물을 구경하는 비용인데 이게 마냥 바가지라고 볼 수는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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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생각보다 지능이 좋아서 사람이 들어오면 바싹 울타리 곁으로 뛰쳐나와서 사도행전 3:5 기동을 즉시 취한다. ㅋㅋㅋㅋ 먹이를 줘도 줘도 끝도 없이 먹어댄다.
생각 같아서는 순서대로 줄을 세워서 주고 싶다만, 저렇게 먹이 하나 떨어질 때마다 아귀다툼을 벌이게 만들면 쟤들도 스트레스 많이 받지 않을까.;;
난 집안이 개판인 것보다는 돼지우리인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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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야 코로나19 때문에 지금도 난리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여기는 구제역도 아니고 무슨 아프리카돼지 열병 때문에 타격을 좀 입었다고 한다.
원래는 돼지를 더 많이 키우고 있었는데 저것 때문에 살처분을 좀 한 듯.. 그래서 구석 한켠에 돼지 위령비(?)도 세워져 있었고, 지금은 오리, 거위, 토끼, 왜골계 같은 다른 동물들도 많이 갖다 놓은 상태였다.

집돼지 말고 귀여운 멧돼지에 대한 더 자세한 소개가 전혀 없는 것도 좀 아쉬운 점이었다.;; “서로 종간 호환되고 교배 가능하다. 애초에 멧돼지를 품종개량 시킨 게 집돼지일 뿐이다” 설명이 전부였다.
돼지만 해도 외국산 살색 요크셔 계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토종 흑돼지 등 다양한 품종이 존재한다. 멧돼지도 내가 보기엔 어금니가 튀어나온 놈과 그렇지 않은 놈, 그저 시꺼먼 놈과 잿빛/갈색인 놈 등 다양한 품종이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도 생각보다 구하기 어렵다. 멧돼지가 다 같은 멧돼지들이 아닐 텐데..

뭐 그래도 구경을 잘 하고 돌아왔다. 돼지는 좋은 동물이다~ ^^

Posted by 사무엘

2021/10/03 08:36 2021/10/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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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초가을 근황 PART 1/4 -- 호박

요즘 날씨가 참 좋다.
일교차가 커서 심야와 아침에는 쌀쌀하지만, 한낮에는 여전히 덥고 반팔 차림이 유효하다. 그래도 9월 말이 아니랄까 봐, 이제 낮기온이 30도를 넘어가지는 않고 밤 기온은 확실하게 20도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올해 여름은 심한 기복이 없이 무난히 잘 지난 것 같다.
덥긴 했지만 2018년 폭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초여름 장마가 너무 메롱이었던 게 아쉽지만, 그래도 잊을 법하면 비가 종종 내려 줘서 도저히 못 견딜 가뭄을 겪은 것도 아니었다.

또한, 장마건 태풍이건 작년 같은 정신나간 물난리도 전무했다. 이 정도면 올해는 날씨 하나는 확실하게 무난한 평타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올해는 신이 인간에게 전염병 재해와 날씨 재해를 동시에 한꺼번에 내리지는 않으신 것 같다.

추석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어 가니, 앞으로는 몇 차례에 걸쳐 소소한 근황과 관심사 얘기, 그리고 추석 때 다녀온 곳 얘기를 늘어놓도록 하겠다. 호박이랑 돼지 얘기, 텐트 얘기 등이 나올 것이다. 특히 취미로 알음알음 시작한 호박 농사가 생각보다 재미있고 쏠쏠해서 이 얘기부터 먼저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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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로폼 상자에서 외로이 자라던 호박 덩굴을 모처의 텃밭에다 옮겨 심고, 물 주고 거름 주고 친구들도 더 붙여 줬다.
그랬더니 언제부턴가 잎과 줄기만 생기는 게 아니라 꽃이 쓱 피었다. 밤에는 펜촉 같은 꽃대가 삐죽 솟더니만 그게 아침엔 활짝 피는 게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아침마다 꿀벌도 날아와서 꽃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 뒤 암꽃이 진 자리에 호박 열매도 하나 둘 맺히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두 달 동안 따서 요리를 만들어 먹은 것만 10여 개가 넘으며, 낙과는 그보다 더 많았다.
심지어 좀 서글픈 일이지만 서리· 절도로 잃은 것도 최소 대여섯 개는 된다. 이건 그래도 자연재해 내지 병충해로 식물 자체가 통째로 소실되거나 죽은 것보다는 나은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냥 동그란 양파, 사과, 배 크기를 넘어 진짜 둥글동글하고 윗부분이 살짝 패인 호박 특유의 형태가 만들어지는 게 신기하기 그지없다. 저 줄기는 무슨 전자 기기의 케이블도 아닌데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면서 열매가 부풀어오르고 커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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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길이가 14cm 남짓하던 놈이 1kg을 좀 넘더니, 18cm 정도인 얘들은 2kg을 훌쩍 넘어서 2400g쯤 한다.
근래에는 최대 길이가 27cm에 달하고 무게가 4.7kg이나 되는 대박 월척을 뒤늦게 발견하기도 했다.
잘 자라 줘서 고맙다~! ^^ 호박이 채소 호박이 아니라 보석 호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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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본인이 딴 호박들의 길이(cm)-무게(g) 상관관계를 그래프로 그려 본 것이다.
그러고 보니 호박은 유전자 조작.. 없이도 지구상의 식물들 중 가장 거대한 열매가 맺히는 게 가능한 식물이기도 하다. 수백 kg에 달하는 슈퍼호박도 있으니까..

식물은 그저 물과 비료와 햇볕만 필요한 게 아니라, 누군가가 꽃가루도 묻혀 줘야 열매가 맺힌다는(충매화) 너무 당연한 원리를 비교적 가까이에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꽃가루를 묻혀 주는 작업의 효율 면에서 곤충을 능가하는 존재는 이 지구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호박꽃에 암꽃과 수꽃이 차이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가 이제야 알게 됐다. 그리고 그냥 암수가 아니라, 뿌리가 다른 덩굴/그루 출신의 암꽃과 수꽃이 수정돼야 열매가 맺힌다는 것도..

9월이 되니 식물들이 날씨가 추워지고 자기 명이 얼마 남지 않음을 느끼고 더 열심히 열매를 맺어서 씨를 남기려는 것 같다. 한여름일 때보다 호박이 훨씬 더 많이 맺힌다.
단, 여름엔 좀체 볼 일이 없던 흰가루병 같은 병충해도 더 늘어난 것 같다. 밤에 날씨가 쌀쌀해져서 그런지, 잎들이 수명이 다하고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평범한 누런색이 아니라 이상한 색깔과 형태로 말라죽는 잎이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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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수박은 시뻘건 내부 중심 위주로 먹고, 껍질은 전혀 먹을 수 없어서 버리는 물건이다.
그러나 호박은 반대로 씨가 들어있는 중심은 못 먹고, 껍질을 포함한 가장자리 위주로 먹는다는 차이가 있다.

부모님이 요리를 하시는 걸 보니, 호박은 상태에 따라 요리해 먹는 형태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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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단호박은 노란 가장자리를 쪄서 고구마 먹듯이 먹는다.
  • 1kg 후반대 정도의 덩치는 돼야 중심부까지 살이 좀 차고, 썰어서 국이나 전처럼 초록색 과육이 보이는 형태로 요리 가능한가 보다.
  • 그러다가 누런 늙은 호박은 단맛이 나서 그런지, 그 이름도 유명한 호박죽이라는 노랗고 걸쭉한 즙을 만드는 데 즐겨 활용된다.

이런 바리에이션들이 전부 같은 품종인 채소의 상태 차이로부터 유래된다는 게 솔직히 지금까지 별로 실감이 안 갔었다. 그러고 보니 동그란 전통 호박도 있고, 가지처럼 생긴 길쭉한 서양 호박도 있는데 걔들은 식품으로서 어떤 차이가 있는 거지..??
뭐, 늙은 호박은 누런 주황색으로 바뀌니 색깔이 얼추 '호박색'과 비슷해진다고 볼 수도 있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1/09/28 08:35 2021/09/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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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 참교육, 유튜브 등의 생각

1.
요 몇 달 전엔 네이버 웹툰 참교육을 재미있고 봤다.
주인공인 나 화진은 <아저씨>의 차 태식하고 묘하게 비슷한 점이 많다.
특수부대 출신으로 인간흉기 급의 무공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서 조폭 영화 좀 본 듯이 늘 검정색으로 빼입고 다니고.. 머리도 장발.
그리고 아내를 모종의 이유로 인해 잃은 상태임.

"전당포 털 거면 번지수 잘못 찾았어. / 틀렸어. 넌 지금 그 애들한테 사과를 했어야 해."랑
"이제야 번지수 제대로 찾았군. 사죄란 너를 패는 사람이 아니라 네가 팬 사람에게 하는 거다!"
이 대사도 묘하게 닮은 쌍이다.
오.. 전자의 말 두 마디는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인데, 그래도 둘 다 동일 인물에게 한 말임! (종석)

나중에는 주인공의 후임으로 임 한림이라는 여군 후배까지 등장하는데, 얘는 현실의 은하캠핑이나 깡레이더 같은 캐릭터이려나;;;
그래도 교권보호국 정도면.. 일본처럼 아예 배틀로얄-_-을 만든 것보다는 그나마 더 현실적인 설정인 것 같다. (가까운 미래, 공교육이 완전 개판이 되고 학폭 때문에 순직하는 교사가 속출할 지경)

2.
테이큰과 아저씨의 제일 결정적인 차이는?

패트리스: It doesn't matter what we call you... what does matter is what you're doing here.
브라이언: The last girl.. I'm her father.
패트리스 상클레어: Oh my..
브라이언: Give her to me.
패트리스 상클레어: I wish I could, honestly. I'm a father myself... but let me tell you Mr. Whoever-you-are...
(* 친아빠라잖아.. 갑분싸해지고 납득이 됨)

만석: 왔냐...? 너 정체가 뭐냐? 그 꼬마가 뭐라고 여기까지 온 거야?
태식: 옆집 아저씨.
만석: (풉..) 옆집 아저씨..? 너 도라이 정신병자지? .. 종석이 어딨어?
(* 전혀 납득되지 않음.. ㅡ,.ㅡ;; )

트로포야라는 도시는 영화 테이큰이 아니었으면 알바니아에 살지 않는 외국인들이 접할 일이 전혀 없을 듣보잡 지역일 텐데.. 재미있게도 지난 2020년 1월엔 I love Tropoja라는 영화가 만들어져 나왔는가 보다.
그냥 알바니아 자국 영화이며, 우리나라에서는 개봉하지 않았고 알려지지도 않았다.

3.
개인적으로 구글로 웹툰 ‘참교육’을 검색해서 보고 나서는 “아 맞다, 편의점 샛별이 드라마에서도 김유정이 일진들 신나게 줘패는 장면이 있었지? 그것도 다시 보고 싶네..” 생각을 했다.
그랬는데 유튜브를 들어갔더니 첫 화면에.. 편의점 샛별이에서 김 유정이 일진들 줘패는 장면 모음이 AI 추천으로 곧바로 나왔다. 내가 검색을 하지도 않았는데.. ㄷㄷㄷㄷ

물론 내가 이전에 편의점 샛별이 주요 장면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본 적은 있었다.
배경에 등장하는 어느 전철역이 경인선 도원 역이라는 것도 알아냈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오래된 일이기 때문에 요즘은 내 계정 기준으로 유튜브 첫 화면 첫 페이지에 편의점 샛별이가 바로 뜨지는 않고 있었다. 그랬는데 갑자기 결과가 잠깐 바뀌었다.

4.
그리고 올해 초에 본인은 모 SNS에서.. 우파 진영에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 좀 반성하고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요지로 댓글을 달았다.
도대체 누가 무슨 근거로 교황이 체포됐네, 트럼프와 펜스가 합작해서 바이든을 몰아내고 부정선거를 폭로할 거라네 하는 소리를 퍼뜨려 왔나 모르겠다. 수 년 전엔 뭉괴뢰의 법적 임기는 레카의 잔여 임기까지가 전부라는 말을 대놓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악성 문슬람 대깨문이나 광우뻥 네월호 선동꾼만치 악하고 해로운 사람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희망사항 자기 신념이랑 현실은 좀 구분합시당..)
그래서 나는.. 저런 거 퍼뜨리는 사람은 정체가 무엇이고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고 저러는지.. 마치 “외국에서 페북으로 군인 사칭하면서 페친 신청하고 메시지 보내는 사기꾼”만큼이나 정체가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말이다..

유튜브에 접속했더니 “sns에서 메시지를 보내는 외국인들 왜 그러는 걸까?”(진 용진)라는 동영상이 첫 화면에 갑툭튀해 있는 게 아닌가~!

5.
그 뿐만이 아니다.
하루는 특이한 저예산 옛날 영화가 문득 떠올라서 devil 2010이라고만 검색을 한번 했었는데..
그 다음에 유튜브 첫 화면에 "화씨 247"의 평론 동영상이 딱 자동 추천되기까지 했다.

devil은 엘리베이터에 사람들이 갇히는 내용이고, 화씨 247은 섭씨 120도짜리 사우나 안에 사람들이 갇히는 내용이다.
자매품으로 관짝 안에 산 채로 갇히는 베리드, 뚜껑 닫힌 수영장 안에 갇히는 12피트.. 이런 영화도 있으며, 수 년 전엔 이 블로그에서도 이런 영화들만 소개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국산 영화 "악마를 보았다"도 2010년작이고 영어 제목이 I saw the devil이다.
그러니 잔머리 좀 굴리는 검색엔진이라면 차라리 저걸 더 관련성 높은 검색결과로 제안했을 것이다.
그런데 유튜브는 그걸 제치고, 유사한 감금 장르 영화를 끄집어내는 지능을 발휘하여 내 취향을 더 정확하게 저격한 것이다.

처음이면 그냥 우연인데 이런 일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정말..
구글이고 유튜브고 페북이고 뭐고 네티즌들이 무료 서비스를 통해 검색으로 입력한 것, 글쓴 것들을 몽~~~땅~~ 수집하고 데이터화하고 수치로 모델링해서 내 마음과 행동 패턴을.. 무슨 마법이 아니라 수식 계산만으로 얼추 읽어내고 있는 게 틀림없다.

자기 검색 서비스를 몽땅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전세계에서 무료로 수집된 천문학적인 양의 검색어들을 갖고 뭔가 수치화할 수 있는 의미, 트렌드 같은 건 뼛속 골수까지 다 끄집어낸 셈이다. 꼭 반도체나 자동차 엔진 만드는 회사만 지하실에서 외계인을 고문하는 게 아니다.;;

1980년대에 컴맹들이 컴퓨터에 대해 가졌던 공포와 우려는..
구글과 유튜브가 무슨 금수저들이 매달 500$씩 내고 이용하는 독점 점유물이 되고 사람들 이마빡에다가 666 반도체 칩을 새겨 넣는 게 아니라, 바로 저렇게 훨씬 더 친근하고 편리하고 상업적인 형태로 더 교묘하게 실현되지 싶다.

종말론자들이 설레발 오지랖 부린 것도 있었지만, 큰 그림은 그렇게 심하게 틀리지 않았다는 것..;;
지구를 지켜라 영화에서 그 사장이 진짜 외계인이 맞긴 했던 것처럼 말이다.. ㄷㄷㄷㄷ 으잉?? (정말 시대를 앞서갔던 창의적인 문제작이었음)

Posted by 사무엘

2021/09/17 19:35 2021/09/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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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회중 찬양 인도 회고

* 본인은 다니는 교회에서 10년 넘게 예배 전의 회중 찬송 인도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우한 폐렴 때문에 무기한 중단된 지 1년이 넘었지만, 그래도 청년부 특송의 선곡과 지도도 6년 가까이 해 왔다.

1. 현충일 주일

올해는 2010년 이후로 11년 만에 현충일이 일요일(주일)과 겹치게 됐다. (그 전에는 2016년이 윤년이어서 토요일 다음에 일요일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월요일로 이동함.. ㄲㄲㄲ)
그래서 난 이 날은 준비찬송 곡에다가도 조기를 달았다. 바로.. 곡을 몽땅 단조로만 편성했다.

찬송가라는 업계에서 단조는 굉장히 드물다. 이름부터가 괜히 ‘마이너’가 아니다..

  • 중세 엄근진 스타일: “우리 주(여호와) 하나님”이 이 카테고리에서 거의 유일 독점에 가까운 인지도를 자랑한다.
  • 단조이지만 좀 경쾌한 느낌이 드는 CCM: “온 땅이여 주를 찬양” 같은 거..
  • 히브리 민요 스타일: “사막에 샘이 넘쳐 흐르리라”

내가 의도한 건 물론 중세 엄근진이다. 분투와 승리가 아니면 고난, 십자가 장르가 이런 날 어울릴 것이다.
(1) “우리 주 하나님” 다음으로 (2) “온 인류의 구주께서”(behold the savior of mankind)라는 신곡을 발견해서 넣었다. 악보를 읽어보니 “우리 주 하나님”과 거의 같은 중세 엄근진 스타일에 가사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3) “어느 민족 누구게나” 이건 뭐.. 분투와 승리 장르에 있는 절대지존의 단조곡이기 때문에 현충일 주일에 0순위로 광속으로 선택됐다.

끝으로, (4) “밝은 빛을 따라서”는 이스라엘 국가 Hatikvah(희망)와 같은 멜로디이다.
예전에 악보를 처음으로 읽어 보니, 첫 시작이 동요 “썰매” (모두 모두 달려라 달려라)하고 조가 같고 첫 마디가 완벽하게  일치하는 걸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레미파솔 라 라 / 시b …).
그래서 얘도 그 동요처럼 굉장히 경쾌하고 빠른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공식 연주 음원을 들어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훨~씬 느리고 진지한 분위기(?)의 곡이었다.

저런 것들로 곡이 편성됐다.
다만, 세상 음악은 단조라고 해서 마냥 장송곡 스타일만 있는 게 아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기는 좀 그렇지만 댄스곡들도 단조가 많으며, 또 요즘 애들이 단조 음악을 제일 많이 접하는 경로는 누가 뭐래도 게임 BGM이지 싶다. 게임 BGM이 장조이면 분위기가 너무 명랑 발랄하고 안정적으로 바뀌어서 몰입감과 긴장감이 떨어질 것이다.

  • 단조로 시작했다가 중간에 장조로 전환되는 곡으로는 “6 25 노래”(아아 잊으랴), 그리고 송 명희/최 덕신 “동참”(너 고통 당할 때) 정도가 기억 난다.
  • 기독교에는 “부활과 영생”이란 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 예배는 분명히 누군가의 죽으심을 기림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세상 현충일 기념식과 같지는 않다. “무슨 장례식 온 듯이 깜장으로 조폭처럼 쫙 빼 입고” 마냥 옛날 순교자들을 꺼이꺼이 추모하고 성역화하고 묵념만 하는 게 아니다.
  • 과거에 주일이 9월 18일 철도의 날과 겹쳤을 때는 난 “구원 열차”(나는 구원 열차 올라타고서 ...) 내지 “다함께 천국행 기차를 탑시다”를 넣기도 했다. 이 얼마나 적절한 선곡인가! ^___^

2. 무반주 생목소리

요즘이야 울 교회가 인원이 늘어서 어지간한 집회(주일 예배, 여름 수련회 집회 등) 때 참석자 중에 피아노 반주가 가능한 사람이 전혀 없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옛날에는 집회를 앞두고 준비 찬송을 불러야 하는데 반주자가 전혀 없을 때가 아주 가끔 있었다.
그럴 때는 부득이하게 인도자인 내가 그냥 무반주 생목소리로 찬송을 부르곤 했다.

그렇게 생목소리로 찬송을 부르는 중에 반주자가 뒤늦게 도착하기도 하는데..
반주자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멀뚱멀뚱 기다리다가 다음 곡부터 반주를 하는 게 아니다.
지금 불러지고 있는 부분으로 바로 들어와서 반주를 시작한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내가 무반주 생목소리로도 반주가 있을 때와 아무 차이 없이, 언제나 악보와 동일한 음높이로 찬송가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주자가 악보대로 코드 넣고 반주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다.
반주자가 직접 형제님하고는 아무 때나 이렇게 같이 호흡 맞출 수 있고 반주하기가 편하다고 얘기하는 걸 듣고서야.. 이 기질이 반주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난 예나 지금이나 조가 반음이라도 올라가거나 내려간 곡은 다른 곡으로 인식한다. 뭔가 음식이 쉬어서 맛이 변한 것 같은 차이가 느껴진다.
음반에서 G장조로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곡을 Ab 같은 다른 조로 바꿔서 부르게 되면.. 음반을 들으면서 경험했던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색소폰 같은 이조악기를 배울 때도 굉장히 애먹었다.

3. 마구니

한번은 "이 세상의 모든 죄를"이라는 찬송가 3절을 부르던 중..
"아버지를 멀리 떠나 바른 길을 저버리고 여러가지 죄악으로 주홍같이 되었으니
물 같은 것 가지고는 씻을 수가 아주 없네, 주님 귀한 보배피로 날 정결케 하셨도다"

글자가 순간 "물 같은 것 끼얹어선"이라고 눈에 들어와서 피식 뿜을 뻔했다. 진짜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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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는 방송 타고 퍼지고 있는데.. >_<
순간 아찔했다. 다행히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 해서 겉으로 드러나는 방송사고는 나지 않았다.
어떤 목사가 바둑에 빠져 버려서 기도 마무리를 아멘 대신 '아다리'라고 했네 그게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찬양인도자도 가끔은 마구니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기름이나 화학약품 화재는 물을 부어서 끌 수 없으며, 인간의 죄는 물 같은 걸로 씻을 수 없다.

4. 추억의 특송 편성

예전에도 몇 번 자랑한 적이 있었지만..
본인이 기획했던 역대 교회 청년부 특송 중에서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공들였고 가장 창의적이고 훌륭했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2017년 4월작이었다.

“맑고 밝은 날 / 변찮는 주님의 귀한 약속 / 사랑해요 목소리 높여”
19세기 찬송가의 앞뒤로 짤막한 1970년대 CCM을 넣은 3곡 메들리이다. (☞ 듣기)

이건 특정 테마 없이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1100여 곡이 수록된 찬송가 책을 거의 2시간 가까이 뒤진 끝에.. 세 곡 조합을 자체적으로 발굴한 것이었다.
박자와 조가 동일하고(E장조 4/4박자), 멜로디와 가사가 모두 연달아 부르기 적합한 곡들 조합 말이다.

세 곡 모두 우리 교회에서 한 번도 불린 적 없었고 나도 모르던 신곡이었다. 처음 보는 곡의 악보를 머릿속으로 읽기만 하면서 “이 곡이 이렇게 끝나니, 다음엔 얘를 부르면 되겠다” 이렇게 시뮬레이션을 하며 곡을 골랐었다.
전주와 간주, 반복 같은 바리에이션도 다 내가 직접 구상했다.
내가 없는 멜로디를 새로 만들어 낼 능력은 없지만, 그래도 이미 있는 곡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스킬은 이때 그럭저럭 발휘됐다.

  • “맑고 밝은 날”은 어린이 찬송 스타일의 분위기 띄우는 짤막하고 명랑 발랄한 첫곡.
  • “변찮는 주님의 귀한 약속”은 예수님이 우리의 본보기 예제이다, 우리는 그분을 따르겠다는 가사의 중간 주제곡. <예수 나를 오라 하네>와 후렴 가사가 거의 같다.
    • Where he leads I’ll follow, follow all the way (저거)
    • Where he leads me I’ll follow, I’ll go with him all the way (예수 나를 오라 하네)
  • “사랑해요 목소리 높여”는 워십쏭 스타일의 조용하고 우아한 마무리 곡. 특히 조를 올려서 한번 더 반복한다.

지금 다시 보니.. 첫 곡의 마지막 소절 가사 “매일 주님 사랑 따라 말씀대로 살리라”의 원래 영어 가사는 Living each day by the PROMISES in God’s WORD 이다.
그런데 다음 곡 “변찮는 주님의 귀한 약속”은 1절 가사가 Sweet are the PROMISES, kind is the WORD이다.
우와~~! 대박인데? 영어로 불렀으면 똑같이 약속과 말씀이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시너지 효과가 더욱 커졌겠다. 이어서 부르기 더욱 적절한 조합이었다.

교회에서 특송이 계속됐으면 나도 이런 것들 연구를 계속하고 더 많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만..
이게 중단된 지가 벌써 어언 1년 반이 돼 가니 아쉽고 안타깝다.
나야 이 타이밍에 맞춰 청년부 졸업 준비를 하니 그나마 타격이 덜하지만, 20대 시절, 대학 시절의 추억이 집콕과 마스크에 가려져 삭제된 세대는 좀 안습한 처지가 됐다.

Posted by 사무엘

2021/06/15 08:35 2021/06/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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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자연사 박물관

본인은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서울· 수도권에 있는 각종 역사 박물관(서울시, 대한민국, 한양도성..), 박 정희 대통령 기념관, 철도 박물관, 수도 박물관 등을 가 봤지만, 이들과 성격이 사뭇 다른 이색적인 박물관은 비교적 최근에야 가 보게 됐다. 바로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이다.

수 년 전에 학교 뒷산인 ‘안산’(무악산) 등산을 하면서 이정표를 통해 이런 게 있다는 걸 우연히 접했었다.
서울에 있는 25개의 구 중에서 서대문구는 강서구와 더불어 구청이 지하철역 연계가 제일 안 되는 외진 곳에 있다. (‘서’짜가 붙은 구만 왜 이러는지 원.. ㄲㄲㄲ) 그리고 그 서대문 구청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연사 박물관이 있다.

얘는 ‘서대문’이라는 명칭에서 유추할 수 있듯, 국립이 아니라 시립이다. 이런 주제의 박물관은 국내에 매우 드물다.
본인은 중고딩 시절 이후로 수십 년 동안 맥이 완전히 끊어졌던 지구과학 시간, 그리고 1995~96년 사이에 매우 재미있게 봤던 “생명 영원한 신비” 다큐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작년 말, 중공 폐렴이 3차 대유행을 일으키기 직전에 각종 공공장소들이 잠시 숨통을 트고 제한적이나마 개관을 했던 시절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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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 보니 공룡만 있는 게 아니더라. 더 흥미로웠다.
박물관은 3층에서 우주와 지구의 역사를 다루고, 2층에서 생물의 역사, 1층에서 자연과 환경을 다루는 구조이다. 1층에는 카페, 도서관, 독서실도 덤으로 갖추고 있었다.
이 블로그에서는 박물관의 모든 전시물을 일일이 소개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인상 깊게 봤고 코멘트 할 만한 아이템만 선별적으로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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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 말고도 큐리오시티(화성), 매리너 10호(금성과 수성), 마젤란(금성), 국제 우주 정거장(지구..;;), 아폴로 11호 LM(달~!)도 이런 식으로 소개돼 있어서 흥미로웠다.

전쟁은 스타크래프트가 아니고, 우주 여행도 스타크래프트 레이쓰나 배틀크루저처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혼자서 비행선과 비행기와 로켓 역할을 다 하는 비행체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의 우주선들은 전혀 항공역학적이지 않은 모양으로 생겼다는 것이 핵심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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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기원에 대해서 현재 정설로 통용되고 있는 대폭발설과 우주 배경 복사가 그림과 동영상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무슨 원동력으로 끊임없이 팽창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주가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어야만 사방의 무수히 많은 별들로부터 날아오는 빛 중에 지구에 절대 도달하지 못하는 빛의 구분이 생기고, 덩달아 지구에 낮과 밤 구분도 실제로 존재 가능해진다.

본인은 우주의 나이 138억 년, 지구의 나이 45억 년이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 세상 인류의 연대기는 아담 이래로 6천여 년이라고 생각하고, 이전 세상과 현 세상의 간극을 믿는다.
그리고 대폭발설은 동의하지만, 폭발의 결과로 지구 같은 정교한 행성과 생명체가 아무 지적 설계 없이 우연히 만들어졌다고는 물론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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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행성이 소개돼 있다. 외행성 중에 천왕성과 해왕성이야 보이저 2호 이래로 업데이트의 여지가 없지만, 명왕성은.. 아직도 상상도가 뭐냐? 뉴 호라이즌스가 명왕성을 다녀간 지가 벌써 5년 전 일인데.. 업데이트가 너무 안 된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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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층, 절리, 부정합 같은 단어는 기억에 남아 있지만 '습곡'은 정말 몇십 년 만에 다시 듣는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지층 그림을 보면서 샌드위치 생각이 유난히 많이 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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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들이 참 예쁘다. 중학교 때 이런 거 실물이라도 볼 기회가 좀 있었으면 돌 이름들 암기하는 재미가 더 났을 텐데 말이다.
성경에 나오는 벽옥이니 자수정이니 하는 보석 이름들도 직접 보면 이해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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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미네랄은 자수정에서 모티브를 딴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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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암, 변성암, 퇴적암 삼총사이다.
퇴적암 지층은 요즘 셰일 가스라는 명목으로 석유의 산지로 재조명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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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생물편이다. 트리케라톱스의 거대한 머리뼈가 먼저 날 반겨 주었다.
이 공룡은 Kung Fury 영화 덕분에 내게도 친숙했다. 거기서는 트리케라톱스가 아니라 트리케(세)라캅스가 나오니까~~ ㅋㅋㅋ
트리케라톱스는 초식 공룡 중에 제일 험악하고 호전적으로 생긴 놈으로, 영락없이 코뿔소의 공룡 버전이라 하겠다. 아 뭐, 뿔 자체가 콧등에 달린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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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고 보니 삼엽충과 암모나이트가 은근히 구분이 되지 않았었다.
대멸종이 공룡을 멸종시킨 중생대 말기의 그 멸종 말고도, 선캄브리아기인가 고생대 말인가 그때도 한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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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생명 영원한 신비” 화면을 거의 그대로 재구성한 것 같다. 아노말로카리스를 실물 그림으로 구경하게 되다니~!
“생명 영원한 신비”는 生命이라는 한자가 꽝~ 박히는 오프닝 CG가 참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서 만들었으니 한자가 나오지, 미국· 유럽 제작이라면 저런 화면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오프닝 주제곡좀 개량해서 찬송가 가사 같은 거 붙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오래 전부터 해 왔다. “어찌하여야”--후렴에 “하나님께 영광”이 반복해서 나오고 박 종호 같은 성악가가 부르면 딱이겠다 싶은 그 곡.. Andrae Crouch의 My Tribute--와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표절이란 게 아니라 분위기/풍이 비슷하다고 말이다. 두 곡을 모두 아는 분이라면 한번 생각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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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고사우루스는 덩치가 산만 하고 등에 저런 조각들이 많이 달려 있는 한편으로 머리는 엄청나게 작다.;;
여기서 별도로 소개하지는 않지만, 두개골이 아주 두껍고 단단해서 박치기를 즐기는 공룡도 있으며, 이족 보행을 하는 공룡도 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앞발이 너무 작아 보이는데 실생활에서 무슨 쓸모가 있었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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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이 창조이건 진화이건 무관하게, 공룡이라는 동물이 과거에 존재했다는 것 자체는 팩트이다.
신이 옛날에 공룡을 잔뜩 만들어서 인간의 역사 기간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굴리고 화석으로도 남겨 놓으신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린애들 동심을 자극하기 위해서임이 틀림없다. 꼬마들 중에 공룡 안 좋아하는 애를 내가 지금까지 별로 못 봤다. 나부터도 초딩 시절에 공룡에 환장했던 시절이 있었다. -_-;;

밤 하늘에 겨우 1픽셀짜리 도트 하나 차지하라고 지구보다 훨씬 더 큰 수소 핵융합 가스 덩어리를 셀 수 없이 많이, 그것도 엄청난 옛날부터 까마득히 먼 거리에 배치해 놓지도 않았는가? 하나님의 스케일이라면 공룡도 그런 목적을 위해 이런 식으로 창조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못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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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진술에 따르면, 고래는 이전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았고 현 세상에서 새로 창조된 놈이다(창 1:21). 즉, 이전 세상에서도 있었다가 현 세상에서 다시 창조된 실러캔스하고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고래 중에서 대왕고래(흰긴수염)는 지질 시대 전체를 통틀어서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동물이면서 어류가 아닌 포유류이다. 또한 고래는 지능이 매우 높고 종 차원에서 사람과도 이례적으로 친숙한 등의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고래도 진화 계보가 있다는 것은 다른 여느 동물의 내력과 달리 내게는 더 큰 의미를 지닌다. 고생대· 중생대 같은 까마득히 먼 옛날이 아니라 비교적 가까운 신생대가 성경의 진술과 충돌할 여지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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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다음으로 인간도 말이다. 이건 아무래도 신의 인간 창조를 믿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입장 차이가 가장 클 수밖에 없는 분야이다.
내 견해는.. 그냥 똑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전 세상에 살았던 인간 비스무리한.. 그러나 현행 인간과 유전적으로도, 영적으로도 아무 관계 없는(특히 구원 계획) 휴머노이드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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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님께서 이르시되, 물들은 생명이 있어 움직이는 창조물과 땅 위 하늘의 열린 궁창에서 나는 날짐승을 풍성히 내라, 하시고.." (창 1:20)
  • "하나님께서 이르시되, 땅은 살아 있는 창조물을 그것의 종류대로 내되 가축과 기는 것과 땅의 짐승을 그것의 종류대로 내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창 1:24)

그래서 common designer이냐, common ancestor이냐의 논쟁은 오늘도 끝이 나지 않는다..;;
사실, 생명이 무에서 저절로 생기는 것하고, 생물이 계속해서 분화하고 종이 바뀌는 것은 서로 별개로 살펴봐야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생명이 탄생한 것하고 그 전에 지구가 이렇게 절묘한 환경을 갖춘 살아 있는 행성으로 짠 만들어진 것도 역시 별개로 살펴봐야 하는 문제이다.
박물관 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자 한다. 자연에는 신비로운 것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1/01/15 08:35 2021/01/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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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옛날 수필

1. 비는 반드시 옵니다 (주 기운) (☞ 전문)

요즘은 전반적으로 장마나 태풍의 위력이 예전 같지 않고.. 기계에다 비유하자면 비구름들의 출력(?)이 좀 시원찮은 것 같다. 비는 대부분 일기예보보다 늦게 적게 내리고 금방 그치는 편이다.

지난 6월, 이례적인 이상 고온이 계속됐을 때 본인은 중학교 시절에 접했던 이 수필이 문득 생각났다.
‘사후약방문’, 그리고 ‘패연히’라는 단어가 인상적이어서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비가 패연히 내리는 건 ‘태연히’가 아니라 콸콸 세차게 내린다는 뜻이다.

글쓴이인 주 기운(1928~2007. 3. 16.)에 대해서는 검색해 보니 광주/호남 지방의 유명 문인이었던가 보다.
기일을 보니 내가 곧바로 떠오르는 건.. “아, 이분은 공항철도 1차 구간 개통 딱 1주일 전에 돌아가셨구나.”이다. 철도님이 계시해 주셨다.

그런데 정작 저 글이 언제 쓰여졌는지, 우리나라에 언제 저런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들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1970년대에 신문에 기고된 글이라는데.. 저게 교과서에 소개되어 실린 건 1994년부터라고 한다.
“은전 한 닢”이라든가 “방망이 깎던 노인” 같은 유명 수필도 글이 발표되고 공개된 때는 거의 1970년대이고, 그 글이 다루는 배경은 1930년대인 걸로 난 알고 있다.

2. 아버지의 손 (오 천석) (☞ 전문)

올해 초에는 어느 현직 의사가 “내과 박원장”이라는 자전적인(?) 웹툰을 연재해서 의료인뿐만 아니라 의대 지망생 내지 일반인들에게도 큰 호응과 인기를 얻었다. 그림이며 스토리며 모두 전문 웹툰 작가 뺨치는 퀄티리였다. IT업계에만 월화수목 금금금이 있는 게 아니었군..

특히 몸집 크고 나이 많고 동기들에 비해 어리버리하지만.. 성격은 정말 순진하고 착하던 소대광이라는 의사를 소개한 에피소드는 정말 대박이었다. (☞ 보기)
물론 저건 의사로서 최악에 최악의 상황만 골라서 발생한 예외에 가까운 사례이겠지만.. 실화와 각색의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하다. 이 정도면 단편영화 한 편 찍어도 될 것 같다.

요즘은 버스 기사를 폭행하는 것도 가중 처벌되고, 심지어 신호 대기 중이라도 운전 중과 동급으로 취급되도록 법이 바뀌었다. 하물며 밤에 고생하는 의료진을 술 쳐먹은 인간쓰레기들로부터 더 강력하게 보호할 수 없나 안타깝다. 삼청교육대 같은 거 만들어서 삼청의 삼짜만 나와도 무서워서 술이 확 깨는 지경 정도는 돼야 할 텐데.. 뭐 그건 그렇고.

소대광은 처자식을 먹여 살리려고 개원 후에 지나치게 과로하다가 돌연사하고 말았다.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쓰라린 흉통이 느껴질 때 약을 먹으려고 했는데.. 좁쌀만 한 알약을 실수로 책상과 벽 사이의 좁은 틈새로 톡 떨어뜨려 버렸다. 그걸 큰 손으로 미처 건져내지 못하고 그만..

내과 박원장을 읽으면서 졸피뎀이라는 약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니트로글리세린이 폭약일 뿐만 아니라 협심증에 대처 가능한 의약품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됐다.;; 뭐, 의사 약사 지망생들에게는 기본 상식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비슷한 스토리가 나오는 옛날 수필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아버지의 손”.

저 글에서는 글쓴이의 선친이 똑같은 협심증 지병 때문에 똑같은 니트로글리세린 약을 처방 받았다.
그러나 선친은 문맹이었던지라, 위급한 상황이 됐을 때 약병을 개봉하지를 못했다. 그래서 병을 돌로 쳐서 깰 생각까지 했지만 미처 그러지 못하고 통증을 호소하다가 최후를 맞이했다. ㅠㅠㅠㅠ

“어린이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안전 뚜껑. 눌러서 돌리면 열립니다”를 읽지 못해서.
게다가 저 글에서도 아버지는 힘 세고 손이 크고.. 영락없이 소대광 같은 캐릭터였다고 묘사된다.

다만, 니트로글리세린은 혈관 문제나 심장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해 주는 약은 아니다. 글에서도 “그 약만 먹었으면 아버지는 도움을 청할 때까지 버틸 수 있어 안 돌아가셨을 것”이라고 쓰여 있다.
저 약은 환자가 의료진에게 도착할 때까지 생존할 수 있도록 잠시 시간을 벌어 주는 역할만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매우 유용하며 사람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마치 심폐소생술처럼 말이다.

저것도 완전히 낯설지는 않게 느껴지는 글인데.. 학교에서 접한 적이 있었나 모르겠다. 교과서 아니면 문학 시험지 지문으로..?? 잘 모르겠다.
참고로 저 글은 초판이 1977년에 나온 책에 소개되었고, 저자의 생몰년도가 1901-1987년이다. 그러니 저 글 역시 다루는 시점은 1930~40년대 정도이지 싶다. 문맹률이 아직 굉장히 높던 시절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7/01 08:35 2020/07/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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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이, 현금, 베리칩

옛날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 덕분에 사무 자동화(OA)라는 말이 등장하고 재택 근무, 그리고 종이 없는 사무실이 대세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2020년대가 된 지금 생각해 보면, 기업의 분위기가 그 정도로 파격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또한 많은 서류와 문건들이 전산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와 별개로 종이는 여전히 건재하며, 소모가 오히려 더 늘었다고 한다.

다만, 그런 종이 말고 현금은 옛날에 비해 확실히 보기 힘들어진 것 같다. 카드로도 모자라서 스마트폰으로 금전 거래가 곧장 되니 평소에 아예 지갑조차 갖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런 신분증과 카드 따위가 궁극적으로는 신체 내부에 통째로 이식될 것이고, 그것이 짐승의 수 666에 이마의 표 베리칩이 될 것이고 어쩌구...는 이미 1980년대 정보화 시대 운운할 때부터 일각에서 많이 떠들던 사항이었다. 바코드 음모론하고 같이 덩달아서 말이다.

글쎄, 저것들이 정말로 신체에까지 들어갈까? 난 단정적으로 예측하지는 못하겠지만 좀 회의적이다.
물론 난 과거에 "블로그가 있는데 굳이 SNS가 필요할까? 디지털 카메라를 쓰면 되지 왜 휴대전화에다가 어설프게 카메라를 달아?" 이랬을 정도로 극도로 고지식한 사람이기 때문에 미래를 보는 안목은 별로 없다. 그러니 내 예측이 딱히 믿을 건 못 되겠지만, 난 겨우 저런 게 성경이 말하는 짐승의 표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게 실제로 등장할 가능성도 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2. 삐삐와 팩스

난 지금은 주류에서 밀려난 1990년대의 과도기적 문명의 이기(?)들 중에 삐삐와 팩시밀리는 제대로 접한 적이 없다.
삐삐는 그 당시에도 좀 노는 애들(?)은 10대 나이에도 썼던 것 같은데 본인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물건이었다.

팩스는 그 시절에 직장 생활을 안 했으면 더욱 접할 일이 없고.. 요즘은 스캐너, 프린터, 복사기 복합기가 많지만 그 시절에 사무용 복합기에는 프린터와 팩스 복합기도 응당 포함돼 있었다. 아래아한글 도스용에는 문서를 팩스 발송용으로 인쇄하는 기능이 전화번호부 기능과 연계하여 존재했었다.

일본에서는 가정에도 팩스가 많이 보급돼 있었다고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아서 어디로 팩스를 보내려면 동사무소 같은 데라도 가야 했다. 요즘이야 이메일로 pdf를 보내면 끝이지만.. 전화선 기반의 올드 아날로그 레거시인 팩스도 마치 모스 부호 전신· 전보만큼이나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고 있다.

3. 과거의 문명의 이기

(1) 요즘은 군대 내무반에서조차 에어컨이 설치된다고 하지만, 본인은 학교 교실과 기숙사 수준에서 딱히 에어컨 구경을 못 하고 학창 시절을 마쳤다. 교실 천장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던 천장 설치형 선풍기의 기억이 지금도 선하다.
다만, 혼자서 대중교통을 활발히 이용한 것은 21세기의 대학교 입학 이후이다. 버스와 열차, 지하철 따위에는 모두 에어컨이 장착되어 있었다.

(2) 대학교 기숙사의 경우, 내가 딱 졸업하고 난 뒤 이듬해부터 조금씩 에어컨이 설치됐다고 들었다. 그리고 10Mbps이던 네트워크 속도가 연구실부터 100으로 증속됐는데, 이 역시 기숙사에는 본인이 졸업한 뒤부터 소급 적용되었다.

(3) 본인은 컬러 레이저 프린터라는 걸 가정에서 실물로 보는 날이 올 거라고 감히 생각하지 않았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레이저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기계들이 얼마나 비쌌던가? 레이저 프린터, CD writer 따위.. 그랬는데 2000년대 이후부터 이것들이 경이로울 정도로 가격이 내려가고 흔한 물건이 됐다.

4.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공간의 확장

21세기에 들어서면서..

  • 유니코드 문자 영역은 16비트 공간이 부족해져서 대략 21비트 남짓한 크기의 확장 평면이 등장했다. 확장 평면 영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문자는 한자와 이모지이다.
  • 컴퓨터 메모리는 4GB라는 32비트 공간이 부족해졌고 64비트 CPU로 물갈이됐다.
  • 인터넷 주소는 역시 IPv4라는 약 40억 개에 달하는 32비트 공간이 부족해져서 이를 대체하는 128비트짜리 IPv6가 등장했다. 하지만 IPv6는 등장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PC에서는 보급이 더디며(그냥 공유기로 기존 주소를 유동적으로 쪼개서 쓰는 편법..), 모바일에서나 주로 쓰이는 중이다.

IPv6의 도입은 마치 유니코드의 도입만큼이나 매우 fundamental한 변화이며, 15년쯤 전의 x64 CPU와 비슷한 물건처럼 느껴진다. IPv6의 지원을 위해 재래식 소켓 API에서 각종 구조체나 함수가 바뀐 부분들은 마치 64비트 지원을 위해 PE 실행 파일 포맷의 각종 필드가 확장된 것, Windows API가 일부 확장된 것을 보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님하의 브라우저는 HTML5를 모두 지원합니까?" 테스트 사이트가 있는 것처럼 "님하의 컴퓨터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IPv6을 지원합니까?" 테스트 사이트도 있다.

IPv4 시절엔 주소를 구성하는 숫자를 무조건 10진법으로 적었던 반면, IPv6에서는 그런 것 없고 16진법으로 적는다.;; 그런데 원래 포트 번호를 구분할 때 쓰던 콜론을 왜 주소 번호의 구분자에다가 도입해서 괜히 사람 헷갈리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약간 분야가 다르긴 하지만 사람이 직접 취급하는 번호인 자동차 번호나 휴대전화 번호도 공간이 부족해서 난리이다. 자동차 번호의 경우, 자가용 승용차에 지역 표기가 생략되면서 공간이 더욱 부족해졌는데, 결국 앞자리 번호가 3자리로 확장되기에 이르렀다.
휴대전화 번호는 일명 국번이라고 불렸던 앞자리 번호가 진작부터 4자리였지만, 접두사가 010으로 몽땅 통합되면서 공간이 더욱 부족해져 있다.

5. 인터넷 속도와 동영상의 화질 향상

오늘날은 컴퓨터의 속도가 1990년대만치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지는 않지만.. 인터넷은 무선화 후에도 무슨 약을 빨고 이렇게 속도가 사기적으로 빨라져 왔는지 경악할 지경이다. 물론 이런 속도는 로컬 말단에 있는 컴퓨터의 CPU, 램, 디스크의 속도도 받쳐 준 덕분에 실현 가능해진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 덕분에 요즘 노트북들은 광학 드라이브를 기본 장착하지 않고 있는데, 심지어 유선 이더넷 단자조차 생략하는 추세이다. 그냥 무선 와이파이만으로 충분하다고.. 요즘 승용차들이 스페어 타이어를 생략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 같다.

가로 해상도가 1000을 넘어가는 고화질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보는 날이 올 줄 감히 상상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요즘은 해상도만 올라간 게 아니라 초당 프레임 수까지 모니터의 주사율에 근접하는 60hz에 달하는 동영상도 올라오고 있는데.. 화면이 아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게 곧바로 티가 난다. 심리적으로 좋은 인상을 준다.

사운드에다 비유하면 해상도가 올라가는 건 단위 시간당 sampling rate가 올라가는 것이고, 프레임 수가 올라가는 건 샘플링의 정밀도 자체가 겨우 8비트이던 것이 16비트나 그 이상으로 올라간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옛날에 아날로그 필름 기반의 영화는 100여 년 전에 정해졌던 초당 24프레임을 벗어난 적이 있었다는 얘기를 난 들어 본 적이 없다.

6. 켈빈의 빗나간 추측들

오늘날 '켈빈 경(남작?)'이라고 불리는 윌리엄 톰슨(1824-1907)은 전기와 열역학 쪽으로 많은 업적을 남긴 영국의 수리물리학자이다. 절대온도의 단위인 켈빈(K)이 바로 이 사람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본명이 아닌 작위의 이름이 단위 이름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훗날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오류 내지 단견으로 판명된 비관적인(?) 어록을 유난히 많이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마 제일 유명한 건 "공기보다 무거우면서 하늘을 나는 기계라는 건 절대로 존재 불가능하다"이지 싶은데, 알고 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다.

왕년에 맬서스라는 사람이 인류가 앞으로 식량 부족에 허덕일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켈빈 경은 아예 인류가 산소 부족으로 인해 멸망할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리고 물리학이라는 학문은 이제 나올 게 다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실험 측정값의 소수점 아래를 다듬는 보정밖에 할 일이 없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산소 부족은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 어록들은 딱 20세기 초에 비행기가 발명되고 양자역학이란 게 태동하면서 전부 버로우 타게 됐다. 마치 생물학이 분자생물학이란 게 등장하면서.. 예전처럼 생물들 생태를 관찰하고 종류 분류나 하던 시절하고는 완전히 딴판의 학문으로 변모했듯이 말이다.

나중에 비행기나 텔레비전이나 컴퓨터에 대해서도 발전 전망과 활용 가능성에 대해 굉장한 단견(..)을 남긴 유명인사들이 등장했지만 켈빈은 그런 것까지 보지는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니 그런 것 관련 어록은 없다.
아, 비행기의 경우, 아까 같은 존재 가능성 말고.. 그 다음으로 "그게 군사용으로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냐" 같은 거 말이다.

그렇게 단견을 남긴 사람들도 그 시절에는 다 왕창 똑똑하고 자기 분야에서는 전문가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켈빈은 여느 과학자 이상으로 유난히도 "내가 나루토를 보고 있는데 느낀 게...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스러운 포스가 느껴진다.;; =_=;;

7. 창작물

지금까지는 인류가 이룩한 무시무시한 기술 문명에 대한 회고와 찬사 위주로 글을 썼는데, 그럼 다음으로 그 기술을 기반으로 인류가 만들어 낸 각종 문화 컨텐츠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겠다. 영화, 게임, 음반 같은 것 말이다.
과학 기술에 대해 이제 나올 거 다 나왔다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돌았던 것만큼이나, 일각에서는 문화 컨텐츠에 대해서도 그 이상으로 이제 나올 것 다 나왔다는 회의론을 제기한다.

본인은 그 관점에 어느 정도 조심스럽게 동의한다.
1990년대, 그리고 길어야 2000년대까지가 뭔가 중흥기였고, 그때 이후로는 분야 불문하고 이렇다 할 명작이란 게 나오지 않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냥 기존 명작 히트작의 리메이크만 할 뿐이다.

게임은 딱 세기말에 나왔던 스타(RTS), 둠과 퀘이크(FPS)를 능가할 작품은 나올 것 같지 않고 이젠 나올 수도 없어 보인다. 그 장르 자체가 많이 쇠락했으며, 고인물 썩은물이 됐다.

SEGA, id, 블리자드 등 어느 개발사들을 살펴봐도 8-90년대를 풍미했던 왕년의 스타 개발자가 2010년대 이후까지 계속해서 스타인 경우는 없다. 특히 요즘 블리자드가 이렇게도 많이 망가지고 몰락할 줄은 몰랐고 개인적으로 놀랐다.
이 업계는 그만큼 기술의 상향 평준화 속도와 컨텐츠의 소모 속도가 너무 빨라서 가히 개발자의 무덤이 된 것 같다. 이 교착 상태를 어찌 돌파할지 게임 개발사의 경영자들의 고민이 클 것 같다.

앞으로 타이타닉, 라이온 킹,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급의 명작 영화가 또 나올 가능성이 있을까? 여명의 눈동자, 태조 왕 건 같은 명작 드라마가 또 나올 수 있을까?
특별히 우리나라는 2000년대가 국산 영화의 중흥기였다고 일컬어진다. 그리고 일반 음반은 잘 모르겠지만 CCM 분야는 딱 90년대가 중흥기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1990년대가 완전 리즈 시절이었고(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이런 거 저런 거 다 따져 보면, 1800년대 말~1900년대 초에 유럽이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 덕분에 빅토리아 시대니, 벨 에포크, 스팀펑크 세계관이 하는 말이 나돌았는데.. 그로부터 100년 뒤인 1900년대 말~2000년대 초에 대해서도 비슷한 향수와 회상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약간 옛날인 1980년대에 대한 회상은 이미 ‘쿵 퓨리’가 너무 병맛스럽게 해 놓았고 말이다.

8. 미래에 대한 불가지론

난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직접 겪었던 사건들 중 가장 임팩트 있었던 것,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생활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아서 never be the same again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것은 다음 셋이라고 본다.

  • IMF(1997~98): 정리해고, 구조조정, 노숙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9· 11 테러(2001): 온통 장밋빛 꿈으로 가득하던 21세기가 이렇게 시작될 줄 누가 예상했겠나? 그 뒤 이라크 전쟁,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강화된 항공 보안..
  • 코로나바이러스(2020): 올림픽 연기, 오프라인 예배 반토막.. 가히 전무후무하다.

저 셋보다는 임팩트가 덜하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느꼈던 사건들은 2010년대에 있었다.

  • 일본 천황과 로마 교황의 이례적인 생전 퇴위 선언: 20세기 히로히토(쇼와)의 존재감을 능가하는 천황이라든가, 요한 바오로 2세의 임팩트를 능가하는 교황은 앞으로 글쎄.. 가까운 미래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 시기를 거의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바꿔 버린 대통령 탄핵 소추 파면 사건
  • 2차 세계 대전 이후 거의 처음으로 강대국들의 군사력을 한데 단결시켰던 ISIL 집단. 그래도 얘들은 허세 부리던 것과 달리 다행히 다 소탕· 토벌된 모양이다.

“인간이 달에 갔다가 돌아오는 건 소설 속에서나 가능할 뿐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같은 말은 반박되었다. 그러나 “21세기쯤에 인류는 달이나 화성에 우주 식민지를 건설해 있을 것이다”는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거야말로 소설에서나 가능한 요원한 일이다.
그것처럼 세상일은 정말 알 수 없고 인간은 한 치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것 같다. 198, 90년대에 2020년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소설을 썼던 사람들, 세기말에 온갖 종말 음모론을 주장했던 정치 진영 종교 진영들이 이런 상황을 과연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앞으로 또 무슨 기막힌 과학 연구 성과가 나오고 무슨 발명품이 등장할지,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세가 궁극적으로 어찌 될지, 북한 김 정은이 언제 죽을지, 도쿄 올림픽이 내년에라도 개최 가능할지 아니면 질질 끌다가 결국 제일 안습하게 취소로 귀착될지, 그것도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세상에는 신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인간이 알 수 없다는 견해를 골자로 하는 '불가지론'이라는 종교관이 있다.
뭐, 본인이야 성경을 믿기 때문에 유신론이냐 무신론이냐를 두고 고민하지는 않는다. 단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래에 일어날 일이야말로 확실하게 불가지론이 성립하는 영역인 듯하다.

그러니 세상 소식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말세다 말세"라든가 "요즘 젊은것들은 말야" 같은 말을 함부로 내뱉지 말고(저런 말은 무려 몇천 년 전부터 나돌았던 드립!) 그 대신,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아 맞아,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땐 정말 그랬어. 세상이 다 끝나는 줄로만 알았어~!" 같은 영원의 관점에서 큰 그림을 떠올리며 사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성경적인 기독교 세계관은 그런 관점의 형성에 도움을 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5/31 08:33 2020/05/3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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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멀쩡한 사람을 모함하고 누명 씌워서 제거하는 방법이 정치 분야의 역적, 아니면 종교 분야의 이단/이교도(특히 서양에서) 만들기 정도가 있었다.
오늘날은 그때보다 사회 구조가 복잡해졌다 보니, 사람을 유죄 추정의 원칙에 근거하여 매장하는 방법이 분야별로 더 다양해져 있다.
  • 이 반도 땅 한정으로 친일파 내지 빨갱이: 그런데 '진짜 빨갱이'는 멀쩡히 판치면서 돈과 권력을 쥐고 나라를 마음껏 말아먹고 허물어뜨리고 있는 반면, 당장 외환죄 급으로 나라 존립을 위협하는 친일파 따위는 실체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 성추행범: 판단 잣대가 그야말로 옛날의 막걸리 반공법 뺨칠 정도로 엿장수 마음대로이다. 그 반면, 무고죄 저지른 허언증년에 대한 응징은 솜방망이급에 불과하다. 신분증 위조해서 술 산 애새끼는 아무 일 없는데 가게만 벌받는 것처럼 말이다.

  • 탈세범: 나랏님 마음에 안 드는 기업인 경제인을 조지는 특효약이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 내지 혼자 잘나가는 프리랜서가 제일 만만한 호구이다. 법의 허점을 완벽하게 피해 가는 게 사실상 불가능이기 때문이다.

위증 무고죄 허언증 거짓말이야말로 한번 입 잘못 놀렸다가는 저 정도로 매장되고 X되고 훅 간다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할 텐데.. 천조국처럼 말이다.

하지만 남을 거짓말쟁이라고 누명 씌우고 매도한다거나, 반대로 그런 누명을 썼을 때 당사자가 빨갱이· 친일파 이상으로 엄청나게 화내고 기분 나빠하고 결투 신청이나 심지어 자결(?)로라도 명예를 회복하려는 관행은 이 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나라는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짓말에 너무 관대한 것이 사회악 망국병 수준인 게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이 있는 것과는 별개로, 실제 성추행범과 탈세범, 종북 빨갱이는 지금도 당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들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은 나쁜놈들인 건 변함없다. 소수의 예외적인 사례 때문에 문제의 본질을 놓치지는 말아야 한다.

요 근래에 본인의 멘탈에 굉장히 큰 상처를 입힌 바깥 소식은 세 가지이다.

  • 멀쩡한 월성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난도질과 해체 (고리도 아니고 월성이더군!)
  • 멀쩡한 탈북자를 범죄자 딱지와 함께 북송 (여기에 대해 침묵할 거면 지금까지 인권팔이 하던 자식들 당장 다 닥버 자폭해라)
  • 그 미친놈을 그나마 법무부 장관 자리에서는 끌어내렸지만.. 수십억대의 갑부 주제에 뭐? 구속되면 가족 생계가 막막하다고 변명을 해..?
    (지금은 신 정아 시즌 2를 찍으면서 국제적으로까지 망신살이 잘 하고 있더라. 그러고 있으면서 정 유라의 과제 대리수행 욕을 같이 늘어놓는 건.. 거의 다중인격 정신분열 중증 말기가 아닌가 싶다.)

저 X끼가 운동권 주사파 출신 법조인이 아니라 그냥 대기업 재벌 2세 3세였어 봐라, 여론이 어찌 됐을까? 우와..
이 세 가지는 정말 자다가도 썅 소리와 함께 벌떡 일어나서 개XX 소XX 쌍욕을 퍼붓고 멱살 잡고 뒤집어엎고 다 때려부수고 쳐죽여 버리고 싶은 사항이다.

킹 제임스 성경이 원어· 원문(originals)보다 더 나은 이유 중의 하나로 "후자는 아예 실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 이런 논리가 있다.
본인은 이와 정확히 동급으로 "종북이 친일보다 더 나쁜 이유"도 "후자는 아예 실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 일본이 핵무기·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온갖 비열한 도발로 한국 군인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을 뿐더러, 그걸 옹호하거나 일본에게 평화 운운하면서 막 퍼주자고 주장하는 미친놈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거 분별할 능력도 없는 애새끼들한테 투표권 줘서 뭐 어쩌겠다고?
투표권은 자동차 운전까지 가능하고 납세와 병역이라는 의무를 이행하는 시늉이라도 한 사람에게만 줘도 충분하다.
지금은 사법 책임을 질 수 있는 최소 연령, 목욕탕의 이성탕에 입장 가능한 최대 연령 같은 거나 더 낮춰야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1/07 08:35 2020/01/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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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억의 복원

(1) 옛날에.. A장조에 가사가 아무 내용 없고 애들이 '아에이오우'만 반복하는 좀 이상한?? 노래를 들은 적이 있었다. 모음 삼각도에 입각한 발음 연습용 동요인지? 저건 공교롭게도 라틴 알파벳의 모음 5개에 순서대로 대응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 정도쯤이야 검색만 하면 출처가 곧바로 나온다. 예민(김 태업)이라는 싱어송라이터의 첫 데뷔작이자 대표작이더라. 발표 시기도 1990년으로 생각보다 오래됐다. 뭔가 '파란 나라'나 '어른들은 몰라요' 같은 느낌의 동요 같다. 들어 보면 알겠지만 주선율에 온통 당김음· 엇박자가 이어지는 게 특징이다.

저렇게.. 사람이 부르는 가사가 있긴 하나 언어적인 의미가 없는 글자 나열에 불과한 노래가 드물게나마 있다. 과거에 MBC 베스트극장 주제가인 "바라밥 바라밥 빠라 바라바라밥.."처럼 말이다.

아카펠라야 든든든 두두두 팝팝 팅팅~ 유후 같은 말소리로 악기 비트를 흉내 내는 게 일종의 테크닉인데.. 악기 반주가 따로 있으면서 가사도 의성어인 건? 바라바라밥 말고 나나나 라라라도 있고.. 이것도 몇 가지 패턴이 있는 것 같다. 아~ '담다디 담다디 담다디 담'도 있었다! ㅋㅋㅋ 사람들이 이런 데서도 참신함을 느끼기 때문에 옛날에 뚫훍쏭 같은 외국곡도 인기를 끌었던 것이지 싶다..

예민 저분은 아에이오우 이후에도 자연이 어떻고 하면서 성인용 동요 풍의 노래를 계속해서 작곡하며 지내 온 듯하다.

(2) 그리고 또 옛날에.. C장조 3박자 계열이고 어떤 남자가 꽤 느끼한 목소리로 "oh my love... for/fall" 이런 가사 정도를 부른 영화 주제가 같은 노래가 있었다.
오디오 CD라든가 비디오 테이프에서 깔끔한 음질을 홍보할 때 샘플로 이 노래가 꼭 나왔던 것 같다.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가사가 매우 소수여서 찾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었으나.. 우리의 구글신은 그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읽어냈다. 무슨 '우아한 형제들'도 아니고 '의로운 형제들' Righteous brothers라는 그룹에서 부른 Unchained melody였다..;; 이건 1965년작으로 내 생각보다도 굉장히 오래됐다..

(3) Dolly Parton의 Nine to Five.
나 초딩 시절 진~~짜 왕창 옛날에 '모나리자'라고 웬 화장지 상표가 있었다.
티슈형 화장지 CF에서 배경음악으로 들었던 게 기억으로 남고 나서 그 뒤로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접할 일이 없었는데... 최근에 우연히 곡의 정확한 출처를 알게 됐다.

1980년대 어느 미드의 주제곡이었던 듯??
"빰빰빰빰 빰빰빰빰" 이렇게 시작하는 리듬이 강렬해서 장기 기억에 금방 각인된 것 같다.

리스닝이 전혀 안 되다 보니 가사 내용은 알 길이 없었는데..
그냥 전형적인 커리어우먼 직딩의 일상을 노래한 가사이구나.
Gb (또는 F#) 장조에 속하는 곡이 하나 더 추가됐다.

옛날에 "곰을 잡으러 갑시다 좋아 좋아서 / 땡큐" 이건 모나리자 상표의 두루마리 화장지 CF였다.;;
"찾아보자 스모프, 숲 속으로 들판으로, 날아보자 스모프, 맛있는 양념통닭"이랑 비슷한 타이밍이 아니었나 싶다.

2. 노래로 듣는 아프리카 언어

라이온 킹 맨 처음 시작할 때 나오는.. "나~주평야! 발발이 치와와..."라고 무슨 판소리 같은 도입부 말이다.
이건 무의미한 음향효과 성대모사가 아니라, 인간의 언어였구나.. 2019년에 "처음"으로 알게 됐다. 아이고~~ ㅋㅋㅋㅋㅋㅋ

아프리카어의 양대 산맥인 스와힐리어 다음으로.. '줄루' 어라고 한다.
저 노래에서는 "잉오야마 ..." 어쩌구 저쩌구가 굉장히 자주 반복되는데.. '잉오야마' 이게.. 사자라는 뜻이랜다.
주인공의 이름인 '심바'는 스와힐리어로 '사자'이니.. 라이온 킹은 두 언어를 골고루 사용한 셈이다.

Nants ingonyama bagithi Baba
"아빠, 여기 사자가 와요~" Here comes a lion, Father
Sithi uhm ingonyama
"ㅇㅇ 그래 사자 맞네" Oh yes, it's a lion


아빠라고 말하는 부분 부근이 '치와와'처럼 들렸구나. -_-;;
진짜.. 별것 아닌 내용이고 "새가 날아든다, 왠갖 잡새가 날아든다" 새타령 대신 아프리카 버전으로 사자타령이나 마찬가지인데
모르고 들을 때와 25년 만에 알고 들을 때의 느낌 차이가 장난이 아니다...!! ㅋㅋㅋ

(1) 옛날에 최 덕신의 CCM 앨범 <갈망>(1998)의 1번 트랙 "오 놀라워라"가... 라이온 킹 같은 시도를 했는지.. 시작과 끝에 "니아자부 사나~~ 뭄부 무움바~~" 하이튼 뜻은 기억 안 나는 스와힐리어 챈트를 넣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느낌이 좀 어설펐다.

(2) 1997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렸던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에서는 첫째 날 3번 문제가.. 독충 '이숑고로로'의 움직임을 소재로 집어넣은 내용이었는데.. 저것도 줄루 어로 노래기 벌레라는 뜻이라고 한다. 사자나 독충이나 다 i 모음으로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네.. 진짜 그런 뜻인지는 모르겠다.

(3) 한편, 이집트의 왕자 When you believe 중간에 나오던 어린애들 코러스는.. 히브리어였다. "아쉬라 알 아도나이 어쩌구" (주께 노래하리라) 이런다. 이집트에서 이제 막 해방되어 빠져나가는 장면이지만 가사 모티브는 홍해까지 건넌 뒤에 부른 노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얘들이 사자음어를 눈으로만 보고, 읽기는 다 그냥 '주'라고 읽었다는 걸 알 수 있다.

3. 큰 악기

집도 큰 거, 차도 큰 거, 총도 큰 것... 같은 논리로 악기도 큰 것에 갑자기 마음이 끌린다.
채로 켜는 현악기 중에서 제일 큰놈은 더블베이스 또는 콘트라베이스라고 불리는 물건이다. 바이올린처럼 들고 목에 얹을 수 없으며 그냥 아래에다 받쳐 놓고 켜야 한다. 그 크기와 이름에 걸맞게 음역은 매우 낮다.

한편, 금관악기 중에서 제일 큰놈은 튜바의 파생형인 '수자폰'이다. 관이 무슨 나팔꽃처럼 연주자의 몸통을 둥글게 감싸 올라가며 나팔 부위가 머리 위로 커다랗게 돌출돼 있다. 간지가 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자폰은 선 채로, 심지어 실외에서 걸으면서도 불기 편한 형태로 고안되었기 때문에 아주 군대 친화적이다. 이 악기를 발명한 존 필립 수자는 미군에서 오늘날까지 불리는 행진곡들의 상당수를 태반을 작곡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자폰은 군악대에서 엄청 많이 볼 수 있으며, 반대로 연주자에게 의자가 다 구비돼 있는 실내 오케스트라에서는 볼 일이 없다.

공교롭게도 이렇게 큼직한 두 악기만 갖고 공연을 하는 2인조 악사가 외국에 있다. 검색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됐다. 위의 사진도 거기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이다. (☞ 링크)

4. 찬양곡 중에 비슷한 곡들

"하나님 아버지 주신 책은"과 "달고 오묘한 그 말씀"은 가사의 주제(성경)와 멜로디 구성(6/8박자 G장조), 분위기가 굉장히 비슷하다. 이어서 부르기 좋기 때문에 우리 교회에서 청년부 특송 때 말씀 찬송 메들리로 써먹기도 했다.
아니나다를까 이 두 곡은 Philip P. Bliss이라는 동일 인물이 1870년대의 비슷한 시기에 작사· 작곡한 찬송가이다.

"그를 향하여 우리의 가진 바"와 "사람을 보며 세상을 볼 땐 만족함이 없었네"는 왠지 좀 비슷하게 흥겨운 느낌이 나고 동일 한국인의 곡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 감이 맞다.
작곡자는 지금도 김천에 개원해 있는 정신과 의사 겸 교회 장로이다(최 영택).

최근에는 "하나님이시여 나의 모든 죄를"(시 51)이라는 곡을 접해서 처음으로 들어 봤는데..
한 박 쉬고 시작하는 것, 전반적인 박자라든가 뒷부분에 조옮김이 일어나는 구성이 "나의 영혼이 잠잠히"와 비슷하게 들렸다.
둘 다 이 유정 작곡이다. 좋은 씨앗이라는 CCM 밴드를 만들어서 음반을 냈고 지금은 목사까지 된 분이다. "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을.." 그 찬양을 작곡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 여러 곡을 작곡하다 보면 결국은 비슷한 스타일이 묻어 나기는 하는 것 같다. 난 그 정도로 작곡을 한 경험도, 그럴 능력도 없어서 잘 모르겠다만..

Posted by 사무엘

2019/10/12 08:35 2019/10/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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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박물관 입구에서 본관까지 쫙 펼쳐진 풍경이다. 본관으로 가는 중간 길목에서 "물과 환경 전시관"에 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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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에 전시된 것은 애들 눈높이에 맞춰서 그냥 물의 소중함, 숲과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 같은 것들이어서 따로 사진을 소개하지 않겠다. 상수도 시설보다는 더 포괄적인 주제이다. 그렇다고 "물은 답을 알고 있다" 급의 황당한 낭설이 버젓이 소개된 건 아니었다. ㅎㅎ

"비가 오랫동안 오지 않을 때도 계곡에 어떻게 물이 흐를 수 있을까?"는 성인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만한 의문인 것 같다. 짐작하다시피 숲에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식물이 광합성을 해서 산소를 만들어 내는데, 이 산소의 출처조차도 물 분자를 구성하던 산소 원자라는 것을 이과 출신이라면 익히 잘 알 것이다.

다만, 한국이 물 부족 국가라는 얘기는 1990년대에 어디선가 UN 통계를 인용하면서 언론에서 한창 떠들어댔었던 이슈인데, 지금은 그게 상당수 근거 없는 루머일 뿐이라는 반박도 나와 있다.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난리였었는데 말이다. 특히 폭염과 가뭄을 몇 번 겪고 나서는 도시에서도 제한급수 운운했었으며, 공중 목욕탕에서는 물이 훨씬 더 빨리 끊기고 매번 수동 재조작을 해야 물이 나오는 불편한 "절수기"가 장착된 샤워기를 의무적으로 운용해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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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도 정수장 내부에 위치한 수도 박물관답게.. 서울 아리수를 직접 시음해 보라고 음수대가 실외에 비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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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이 수도 박물관 본관이다.
하수도 과학관은 시설들을 지하화해서 확보한 지상 부지에다가 최신 스타일로 지은 새 건물인 반면, 수도 박물관 본관은 문화재급의 옛날 건물이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저건 구한말에 우리나라 서울? 한양에 처음으로 상수도 시설이 구축될 때 지어졌던 바로 그 건물 원판이며, 실제로 서울특별시 유형 문화재 중 하나이기도 하다.

1899년 9월이 한국의 철도 원년이라면 1908년 9월은 한국의 상수도 원년이다. 그리고 여기가 한반도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상수도 정수장이었으며, 박물관이 개관한 2008년은 상수도 개통 100주년이었던 셈이다.
'송수실'이라는 단어 자체가 친근하고 자주 쓰이는 게 아니다 보니, 구글에서는 이 단어로만 검색해도 곧장 수도 박물관 본관이 바로 검색되고 사진이 쭈루룩 걸려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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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본관에서는 드디어 우리나라 수도 시설의 역사에 대한 자료를 많이 열람할 수 있었다. 수도꼭지를 돌리면 언제 어디서나 맑은 물이 콸콸 흘러 나오는 게 그냥 된 일이 절대 아니다.

옛날에는 '물장수'라고 신문이나 우유, 연탄을 배달하듯이 마시는 물과 씻는 물을 배달하는 사람이 있었다. 한가한 시골 마을이 아니라 서울처럼 인구가 많은 곳은 겨우 우물 몇 곳만으로는 물 수요가 감당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 시절엔 가뭄이나 환경 오염이 없어도 맹물조차도 얼마나 단가가 높고 귀했을지 상상이 된다. 지금은 그나마 저런 물장수와 제일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은 정수기 위쪽에다 꽂는 그 물탱크에 담긴 생수를 나르는 인부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처럼 합성 세제나 공장 폐수에 의한 물 오염만이 없을 뿐이지, 당장 인간의 배설물이나 기생충에 의한 오염과 수인성 전염병(콜레라 같은..)은 오히려 더 만연해 있었다. 무식하게 친환경 친자연만 추구한다고 인체 건강에 좋은 게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학창 시절에 문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수업을 겸사겸사 들어 놓은 게 평생 교양(?)의 밑천으로 쓰이는 것 같다. 서울 지리 쥐뿔도 모르던 시절에 접했던 <성북동 비둘기>만큼이나.. <북청 물장수>라는 시도 있다.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솨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드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굉장히 고된 직업 내지 알바를 굉장히 시원하고 낭만적인 느낌으로 묘사했지만.. 물장수에게서 물을 사야 하는 세상이라면 정말 갑갑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사람이 등 양쪽으로 물동이를 이고 낑낑대는 게.. 영화에서는 <킬 빌>에서 키도 누님이 파이 메이 밑에서 수련 받을 때...
그리고 아예 엄 복동에서도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기 전에 물장수 일을 하는 장면 정도가 기억에 남아 있다. 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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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림을 시작으로 수도 박물관 본관 내부는 구획 구분 없이 커다란 방 하나에 이런 게 전시되어 있는 게 전부였다.
자동차가 발명되면서 기존 마차 사업자들이 반발했듯이, 상수도가 개통하면서 물장수들도 많이 반발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1908년부터 전국 방방곡곡에서 동시에 수돗물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아니고, 물장수라는 직업 자체가 신속하게 없어진 것 역시 아니다. 그러니 <북청 물장수> 같은 시가 무려 1924년에 발표될 수 있었던 것이지 싶다.

지금은 한강에서 수돗물 공급을 위한 취수는 저 멀리 팔당댐부터 시작해서 잠실대교(정확히는 잠실 수중보) 이북까지의 상류 구간 몇 군데에서 한다. 하지만 정수장은 이런 뚝도를 포함해 하류에도 존재하며, 지금의 선유도 공원도 과거에는 수돗물 정수장이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아래의 그림은 2000년대 중반의 옛날 보도 자료이긴 하지만, 취수장과 정수장의 관계를 보여준다. 수도 박물관이 있는 곳이 바로 '뚝도 정수장'이다.
취수장이건 정수장이건 상수도와 관련된 시설은 군부대 내지 발전소에 준하는 보안 시설로 간주되어 민간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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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한강에 상수도가 처음으로 건설됐던 시절에는 취수 시설도 지금만치 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박물관 내부의 설명을 보면 "취수정은 송수실로부터 166m(고작!!) 떨어진 한강 중류 2.4m 수심 강바닥을 3m 정도 판 후 ..... 이런 크기의 콘크리트 정수정을 설치하고, 바닥에서 높이 30cm 되는 곳에 개구부를 설치하였다"라고 돼 있다.
쉽게 말해, 지금처럼 저 멀리 상류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그냥 정수장 근처에서 적당히 물을 끌어다 썼던 것이다.

수돗물은 "취수 → 침전 → 여과(필터링..) → 정수"의 순으로 세균과 불순물을 걸러낸 뒤, 수도관을 타고 최종 수요지에 도달했다. 후대 절차로 갈수록 걸러내는 불순물의 규모가 더 작아진다. 흔히 알려져 있는 염소 소독은 정수 단계에 속한다.
상수도 정수장에서는 그럭저럭 깨끗하거나 약간 더러운 물을 음용 가능할 정도의 깨끗한 물로 바꾸는 반면(90점을 97점 정도?), 하수 처리 시설에서는 최악의 더러운 물을 그래도 적당히 더럽고 자연 회복 가능할 정도의 수질로 바꾼다는 차이가 있다(0~10점을 4, 50점대로?).

아무튼, 물이 이렇게 만들어지고 나면 옛날에는 펌프를 돌려서 여기서 3km 남짓 떨어진 중랑천 건너편의 '대현산'이라는 언덕 꼭대기의 배수지로 끌어올렸다고 한다. 지금은 꼭대기까지 온통 건물이 지어져서 별 존재감이 없는.. 신금호-행당 일대의 그 해발 80m짜리 언덕 말이다. 거기까지 올라간 물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사대문 안과 용산까지 공급됐다. 오오...

지금도 거기에 송수· 배수 관련 시설이 있긴 하다. 하지만 다 지하화됐기 때문에 기존 시설과 부지는 '응봉 공원'이라는 공원으로 바뀌어 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신금호 역 2번 출구와도 아주 가깝기 때문에 찾아가기 쉽다. 여담이지만, 아차산-광나루 사이에도 '아차산 배수지'가 있다.

이렇듯, 서울 상수도의 원리와 역사를 소개해 놓은 본관이 제일 흥미로웠다. 옆의 별관은 기획 전시용인 모양이었으나, 본인이 방문하던 당시에는 컨텐츠가 없었다.
근처에는 과거에 수돗물을 지금에 비해서 느리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여과하던 거대한 지하실(?)이 개방되어 있었다. 일명 '완속여과지'이다. 여기서 지는 池, basi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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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완속 여과'라고 해서 물을 깨끗한 모래에다 투과시켜서 불순물을 걸러냈다고 한다. 모래 자체도 주기적으로 청소하거나(주 1회) 교체(연 1회 이상)하고 말이다.
여과 진행 속도는 하루에 4m에 불과할 정도로 느리기 때문에 '완속'이다. 다만, 지금은 그렇게 여과하기에는 공급해야 할 물이 너무 많고, 또 취수한 원수의 수질도 예전보다 좋지 않기 때문에 화학 약품을 동원한 급속 여과 방식이 쓰인다. 급속 여과가 완속 여과보다 30배 이상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진행 속도가 120~150m/일)

완속 여과지가 현역이던 시절에는 이 모래 위로 물이 출렁출렁 넘쳐 흘렀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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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뒷쪽은 휴식 공간 위주였다. 현대식 상수도가 등장하기 전에 쓰였던 물레방아, 공동 수도, 우물, 펌프가 전시되어 있었고, 테이블과 평상도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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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인공 폭포도 구경하면서.. 여기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

Posted by 사무엘

2019/10/01 08:33 2019/10/0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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