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체에서의 묘사

유튜브를 뒤지다 보니, 세상에.. 대한뉴스 제1999호(1994년 3월자)에서는 지리산 어디 두메산골에서 멧돼지를 방목하는 농부 얘기가 소개되었다.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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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북실북실한 멧돼지와, 살색 피부의 집돼지가 한데 어우러져 있는 게 귀엽기 그지없다. ^^
게다가 소득 보소.. 지금도 연봉 8천은 절대로 작은 액수가 아니며, 그보다 못 버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그런데 30여 년 전에 연 소득 8천만 원이었으면 지금으로 치면 2억에 가까운 고소득일 것이다.

저때는 멧돼지가 지금 같은 유해조수 취급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저런 방목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동영상의 댓글들을 보면 도대체 이런 걸 왜 소개하느냐는둥, 옛날에 저런 짓을 했으니 지금 멧돼지 천지가 된 거라는둥.. 좋은 말이 별로 없다. >_<

그리고 이건 수 년 전의 비교적 최근 영상이다.. (☞ 링크)
역시 지리산 기슭의 어느 절에서 멧돼지들 먹으라고 주기적으로 짬밥을 부어 주고, 멧돼지 가족이 어슬렁어슬렁 찾아와서 그걸 먹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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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범 없는 골에 토끼..가 아니라 멧돼지가 왕이 된 지경이다. 멧돼지가 호랑이만치 힘 세고 포악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좁은 땅에서 워낙 번식력이 좋다 보니, 종종 인간과도 부딪히고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기는 한다.
허나, 멧돼지가 굶주리다가 한두 마리 도심에 좀 나타난 거 갖고.. 매스컴에서 무슨 '제보당의 괴수' 마냥, 당장이라도 사람을 해치지 못해 안달 난 괴물처럼 묘사하고 있는 건 개인적으로 좀 슬프게 생각한다. ㅠㅠㅠㅠㅠ

차라리 멧돼지가 애써 가꿔 놓은 밭을 파헤치고 망가뜨리고 있고 그것 때문에 시골 농촌에서 멧돼지를 엽총 쏴서 잡는다면야.. 그건 나도 차마 실드를 치지 않겠다.
하지만 도시에서야 쟤들도 힘없는 짐승일 뿐이지.. 사람을 해치기 전에 쟤들이 먼저 차에 치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지 않겠나.

사람이 먼저 꺅 놀라서 자극하고 도발하지 않으면 멧돼지도 어지간해서는 그냥 가만히 있는다.
내가 무슨 식당이나 가게에 들어가 있는데 멧돼지가 문을 쓰윽 열고 들어오면.. 내가 먹던 음식이라도 좀 쥐어 주고 먹여주고 쓰다듬어 주고 싶다. 불쌍한 것~~ ^^;;;

내가 평생에 온갖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보고도 "어 귀엽네" 그걸로 끝이었고 무덤덤이었는데.. 집채만 한 멧돼지를 보면서 일말의 동물 사랑/보호 정신이 생겼다니.. 사람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2. 동화책

그래서 본인은 요 얼마 전에는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에 들러서 지금까지 말로만 들었던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 동화책 실물을 입수했다. 오오~
본인이 뭔가 동화책을 열람하러 저기 간 건.. 옛날 반공 동화 “용감한 탈출” 이후로 5년 만의 일이다. 공교롭게도 두 동화 모두 등급이 초등학교 저학년(1~2학년)용이며, 종이 크기와 분량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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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이야기에서 팥죽을 호박죽으로, 호랑이를 멧돼지로 바꿔서 요즘 감각에 맞게 재각색을 한 게 흥미로웠다.;;
그런데 멧돼지는 사람을 들이받아서 죽거나 다치게 할 수는 있겠지만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한다..?? 이건 좀 비현실적이며 멧돼지를 필요 이상으로 나쁘게 묘사한 것 같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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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죽 먹는 멧돼지의 모습이 참 귀엽다~
“지리산 아래에서 호박죽을 제일 잘 끓인다는 호박죽 할멈” 이거 뭐 지리산이 현실과 창작물에서 공통으로 멧돼지 서식지의 거의 클리셰처럼 된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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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멧돼지가 묘사되는 건 저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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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부에서는 뭔가 판타지스러운 연출이 나타난다. 밭에 있던 늙은 호박이 엄청나게 커져서 무슨 '날으는 양탄자'처럼 사람을 위에다 태우고 날아간다. 원작 동화의 묘사를 그대로 반영해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도 될 것 같다.
아 그러고 보니 신데렐라에서는 늙은 호박으로 마차 객차를 만들어 내기도 했군.;;
그리고 돼지(동물)와 호박(식물)은 모두 외모와 관련해서 그다지 긍정적인 심상이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도 생각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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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가 쿵쿵 달려올 때 아이들도 덩달아 쿵쿵 달려가고, 호박이 둥둥 날아갈 때 아이들도 둥둥 날아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가분은 내가 좋아하는 야생 전원적인 소재만으로 재미있는 동화를 (재)창조해낸 것 같다.

3. 돼지 박물관

본인은 이걸로도 모자라서 지난 추석 귀경길엔 이천에 들러 “돼지 보러 오면 돼지 돼지 박물관”을 구경했다.

소재지가 이천 동남부의 외곽 시골이며 본인도 영남 쪽에서 올라온 관계로, 고속도로 출구로는 평택제천 고속도로(40) 서충주 IC를 이용했다. 예전에 동락 초등학교 김 재옥 교사 기념관을 방문할 때 진출했던 나들목과 동일하다.
단, 저 학교는 고속도로 나들목 바로 근처에 있는 반면, 저 박물관은 이천 쪽으로 한참을 더 가야 나온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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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름 돼지의 품종개량 연구에 일가견이 있는 부부 개인이 사비를 들여서 설립한 거라고 한다.
온갖 희한한 테마 박물관들이 즐비한 제주도에 있을 것 같은 시설인데, 그래도 경기도이니 찾아가기가 좀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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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돼지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저금통의 모델로 즐겨 쓰이며, 특히 머리는 고사를 지낼 때 즐겨 쓰인다.
  • 강원도 양구 해안면은 바닷가와는 전혀 관계 없고, 돼지를 풀어서 뱀을 퇴치했다는 믿기 힘든 고사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 돼지의 장기 구조가 인간의 그것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건 나도 어디선가 주워 들은 바 있다.

실내 전시는 돼지에 대한 설명이랑 각종 돼지 형상의 기념품들 위주이고, 바깥 마당이 무슨 농장 내지 동물원처럼 꾸며져 있다.

아무래도 국공립 박물관 같은 저렴한 입장료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좋은 일 하는 개인이 운영하는 박물관인 데다, 살아 있는 동물을 구경하는 비용인데 이게 마냥 바가지라고 볼 수는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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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생각보다 지능이 좋아서 사람이 들어오면 바싹 울타리 곁으로 뛰쳐나와서 사도행전 3:5 기동을 즉시 취한다. ㅋㅋㅋㅋ 먹이를 줘도 줘도 끝도 없이 먹어댄다.
생각 같아서는 순서대로 줄을 세워서 주고 싶다만, 저렇게 먹이 하나 떨어질 때마다 아귀다툼을 벌이게 만들면 쟤들도 스트레스 많이 받지 않을까.;;
난 집안이 개판인 것보다는 돼지우리인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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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야 코로나19 때문에 지금도 난리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여기는 구제역도 아니고 무슨 아프리카돼지 열병 때문에 타격을 좀 입었다고 한다.
원래는 돼지를 더 많이 키우고 있었는데 저것 때문에 살처분을 좀 한 듯.. 그래서 구석 한켠에 돼지 위령비(?)도 세워져 있었고, 지금은 오리, 거위, 토끼, 왜골계 같은 다른 동물들도 많이 갖다 놓은 상태였다.

집돼지 말고 귀여운 멧돼지에 대한 더 자세한 소개가 전혀 없는 것도 좀 아쉬운 점이었다.;; “서로 종간 호환되고 교배 가능하다. 애초에 멧돼지를 품종개량 시킨 게 집돼지일 뿐이다” 설명이 전부였다.
돼지만 해도 외국산 살색 요크셔 계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토종 흑돼지 등 다양한 품종이 존재한다. 멧돼지도 내가 보기엔 어금니가 튀어나온 놈과 그렇지 않은 놈, 그저 시꺼먼 놈과 잿빛/갈색인 놈 등 다양한 품종이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도 생각보다 구하기 어렵다. 멧돼지가 다 같은 멧돼지들이 아닐 텐데..

뭐 그래도 구경을 잘 하고 돌아왔다. 돼지는 좋은 동물이다~ ^^

Posted by 사무엘

2021/10/03 08:36 2021/10/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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