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2 : 3 : 4 : 5 : 6 : ... 11 : Next »

뮤지컬 이야기

본인은 작년 2024년 초부터 현재까지 뮤지컬이라는 걸 총 7편 관람했다.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정식 공연 관람이 아니라 리허설을 참관한 것에 가까웠다.
얘는 나중에 본 딴 뮤지컬들에 비해 무대 규모가 작고 BGM 연주 악단도 다 노출돼 보이고, 같은 인물에다 역할 중첩 배당이 엄청 많은 게 특징이었다. 그래서 배역 명칭도 호스트 A, 호스트 B .. 이렇게 붙었다.
뮤지컬이라는 게 이런 세계이다~ 입문용으로 적절했던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2. Come from away

비행기 타고 여행 가는 기분에다 스토리도 휴먼 드라마 장르이고, 늘 유쾌한 노래가 끊이질 않고.. 무난하게 잘 봤다. 씬이 바뀔 때 배경 세트들이 실시간으로 바뀌고 배우들도 잽싸게 무대 소품들을 옮기는 게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맨 첫 남바인 Welcome to the rock, 그리고 같은 배우가 제복 모자를 쓰고 기장을 연기하다가 마이크 잡고 기자 연기도 하던 게 기억에 남아 있다.

3. 파과

동명의 국산 소설을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스토리는 뒷세계 암살자가 어떻고 하면서 약간 어두운 분위기.. 내가 다니는 교회의 성도 중에 저기에 출연하는 배우께서 계셔서 특별히 보러 갔다.
뱅글뱅글 회전하면서 3층인가 4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 세트가 인상적이었다. 거기에다 현란한 액션은 연습하기가 엄청 힘들었을 텐데.. 실제로 그 배우님께서 회고하시기를 연습 중에 부상자가 속출했었다고 한다.

여기에 소개된 뮤지컬들은 거의 다 아내 덕분에 본 것이다. 아내와 주요 배우 사이에 인맥이 있다.
그러나 '파과'는 유일한 예외였다. 아내가 아닌 본인 쪽에 배우 연줄이 있었고 티켓도 내가 장만했다.

4. 영웅

우리나라에서 역대급으로 제일 오랫동안(무려 2009년부터이니!) 많이 재연됐던 뮤지컬이다. 그 인기에 힘입어 2022년에 영화가 나왔고 근래에는 아예 뮤지컬 실황 영화까지 만들어지기도 했다.
얘는 내 개인적으로도 스토리 관련 배경을 사전에 제일 많이 아는 상태에서 제일 편하게 봤다. 남바들 중 무려 세 곡이 그냥 잊혀진 게 아니라 내 장기기억에 등록됐다(게이샤, 출정식, 누가 죄인인가).
그나저나 실황 공연 무대에서 철도역과 열차를 짠 만들어 내다니.. 이 정도면 세트 전환이 어지간한 스테이지 마술 급인 것 같았다.

5. Evil dead

배우들이 특정 이벤트 때는 무대 아래 관객석으로도 내려오고 심지어 앞쪽 관객들에게 피 뿌리는 서비스까지 해 줘서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핏물 맞고 싶은 관객은 비닐봉지 뒤집어쓰고 옷도 더럽혀져도 되는 것으로 미리 준비를 해서..)
haunted mansion에 들어갔던 일행이 하나 둘씩 좀비로 바뀐다는 전형적인 서양식 공포물을 표방하고 있다. 외국 작품인데 대사들이 꽤 의역 초월번역이 잘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식 조크와 유행어 개드립이 가득해서 말이지;; ㅋ

위의 다섯 뮤지컬은 작년 1월부터 7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봤었다. 그 뒤 8월부터 11월까지는 동거와 결혼 준비 때문에 뮤지컬 관람이 없었다. 여친이 약혼자로 바뀌면서 데이트 자체를 안 하게 되고, 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외식을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아내가 차려 주는 집밥을 먹고.. 여친 집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둘이 같이 살기 시작했으니 이 정도면 큰 변화이지 않은가? ㄲㄲㄲㄲㄲ

6. 아이참

작년 말,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꽤 오랜만에 관람한 작품이다.
1930년대 일제 시대에 한국인 최초로 쌍꺼풀 수술을 받았고 영화 배우에다 최초로 서양식 미용사에 미용실 사장까지 한 신여성 '오 엽주'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라는데.. 그러니 저 시대를 다루지만 뭐 항일 독립운동 이런 얘기는 없다.
소재는 참신하지만 그걸 뮤지컬로 표현한 방식이 좀 아쉬웠다. 어디까지가 팩트이고 어디부터가 허구인지가 분명치 않고 그래서 어찌 됐다는 건지 결말이 허무하고 찝찝했다.

7. 스윙데이스: 코드명 A

유한양행의 설립자가 기업가이기만 한 게 아니라 젊은 시절 태평양 전쟁 말기에 미군에 협력해서 일본 본토에 침투하는 첩보 공작원에 지원하기도 했다는 사실에서 모티브를 딴 창작 뮤지컬이다. 물론 일제가 일찍 항복하고 패망했기 때문에 그 공작원 부대가 실제로 투입되지는 않았다. 이거 뭐 실미도 공작원도 아니고. ㅠㅠㅠ

유 일한은 굳이 항일 독립운동 안 했어도, 현대· 삼성 이전 세대의 “기업인”으로서 조선인들에게 정말 위대한 본을 보인 위인이다. 정말 미친 생활력 생존력 적응력 사회성에다 지능과 노력이 겸비돼서 그 시절에 미국 사회에서 성공한 인물이다.
설령 1940년대 전쟁 시국에 걍 일제에 삥 뜯기고 어쩔 수 없이 상납금 좀 바쳤다 하더라도 흑역사나 허물이 될 게 하나도 없었을 사람이었다. 그 시절에 그 정도 협력도 안 했으면 일제 시대에 조선 땅에서 기업 경영을 도대체 어찌 했겠나 말이다.

저 작품에서 유 일형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가상의 여성 총잡이 독립운동가(?) 베로니카는..
아일랜드의 실존 여기자 ‘베로니카 게린’에서 모티브를 따서 이름을 저렇게 붙인 건가 싶었다. 저 시절에 무슨 1920년대 스타일의 총잡이 독립운동가가 실제로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만 말이다.;;
그냥 배경이랑 큰 사건, 인물 설정만 따 왔고 그 뒤의 스토리는 죄다 창작 허구라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다. 결정적으로 일제 시대 조선 총독 중에 저렇게 유 일형에게 칼빵 맞고 최후를 맞이한 사람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고~ ㅎㅎㅎ

사실성 따지지 말고 뮤지컬로서의 스토리 전개, 음악과 무대 세팅,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는 정말 훌륭했다!!
영웅에서 안 중근 역이었던 배우가 저기서 유 일형을 맡았다. 잘나가는 주연 배우이신 듯.

하긴, '영웅'에서는 이토 히로부미가 무슨 대동아공영권을 외치질 않나, 생체실험 부대를 창설하겠다고 말하질 않나.. 시대를 너무 앞서가서는 미래 예언을 하기도 했다. 뭐, 나중에 30여 년 뒤에 731 부대가 하얼빈에서 창설됐으니, 이토가 시찰하러 갔다가 뒈진 장소와 개연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만 말이다. =_=;; 각본 작가는 이토 히로부미와 도조 히데키, 이시이 시로를 한데 합쳐 놓은 개새끼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뭐 그렇다.
"할리우드(영화)랑 브로드웨이(연극, 뮤지컬)는 영역이 다르고 지리적인 위치도 완전히 다르구나!!" =_=;; 이걸 깨닫고는 현타를 경험했던 게 엊그제 같다. 맘마미아, 시카고, 명성황후.. 이것들도 다 뮤지컬 포스터였구나.
대학 시절에는 노 영해 교수라고 교양 수업을 개설해서 뮤지컬을 가르쳤던 전문가도 계셨는데.. 그땐 난 저런 분야는 정말 까맣게 몰랐다. -_-;;

이 어마어마한 대사와 춤과 노래, 그리고 실시간으로 잽싸게 옷 갈아입고 소품들 바꿔치는 거 도대체 얼마나 연습한 걸까? ㄷㄷㄷㄷㄷ
이 바닥은 영화보다 저변이 더 좁으니 소수의 연뮤덕 매니아 고인물들이 업계를 먹여살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같은 작품이라도 매번 공연할 때마다 100% ctrl+C, V 동일한 공연이 나오지를 않으니..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사람도 있댄다.

그럼 뮤지컬이나 연기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들을 더 늘어놓으며 글을 맺도록 하겠다.

1.
영화관이 주유소라면 뮤지컬 극장은 LPG 충전소인 것 같다. 일반 기름 주유소는 전부 무인화 셀프화가 된 반면, LPG 충전소는 액체보다 더 위험한 기체를 다루는 관계로 법적으로 무인화를 못 한다. 가스 안전 교육을 이수한 직원만이 가스 충전기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처럼 영화관이야 요즘은 입장 게이트를 지키는 검표 요원까지 차차 생략할 정도로 온통 무인화 자동화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뮤지컬은 그 특성상 여전히 직원들이 “1막이 끝났습니다. 20분 휴식 후 X시 Y분까지 극장 안으로 들어와 주세요~ 사전 승락되지 않은 촬영은 금지입니다” 등등으로 일일이 직접 통제를 한다. 지연 입장 조건도 훨씬 더 까다롭다.
그래도 뮤지컬은 영화처럼 광고만 지겹도록 10분씩 나오는 게 전혀 없고 칼같이 정시에 본 공연이 시작된다. 그거 하나는 참 좋다.. ^^


2.
대중가요는 댄스곡이 늘어나면서 립싱크 입질 관행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춤이나 뮤직비디오 같은 비주얼은 보조 요소이지, 명색이 가수라는 사람이 현장에서 노래를 직접 부르지 않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뮤지컬은 말할 것도 없다. 얘들은 배우의 연기뿐만 아니라 BGM도 다 근처의 악단이 실황 연주를 하는 게 원칙이다. 무대 아래에 숨어 있던 음악 감독이 잠깐 나와서 인사를 하고 지휘를 시작하는 걸로 공연이 시작된다.

무대나 극단이 상황이 너무 열악하고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에나 BGM을 사전 녹음된 MR로 때운댄다. 이게 개념적으로 대중가요의 립싱크처럼 느껴진다.

한편, 저런 거 말고 클래식 성악은..?? 얘들은 애초에 마이크가 없다.;;; 마이크라는 게 발명되기 전부터 시작되고 발달한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걸출한 중년 남자 성악가들이 다들 엄청난 뱃살을 자랑하는 뚱보인 건 몸 관리 안 한 비만 때문이 절대 아니다. 저게 다 폭발적인 성량을 뿜어내는 근육이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씨름 선수가 뚱보인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3.
연기를 하다 보면 가끔 전문적인 동작이 필요한 게 있다.
액션이나 스턴트는 말할 것도 없고... 너무 과격 위험한 건 대역의 도움을 받겠지만 그래도 이것도 일종의 립싱크나 마찬가지인데 가능하면 본 배우가 직접 다 소화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영화에서 수학 문제를 쓱쓱 푸는 거,
영화 "탈주"에서 북한군 장교 현상이 어려운 피아노를 치는 거..
은행원 연기를 하는 배우는 하다못해 돈을 능숙하게 세는 걸 코치받고 배운다고 한다.
본인이 봤던 뮤지컬 중에도 각종 외국어라든가 액션을 해당 배우가 꽤 힘들게 외우고 공부해서 연기했다고 한다. 뮤지컬은 대역을 쓸 수도 없으니 말이다.

4.
마지막으로.. 작품이 끝날 때 말이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디트가 흘러나올 때는 핵심 주연 배우의 이름부터 제일 먼저 단독으로 큰 글자로 화면에 뜬다. 그러고 나서 조연, 단역이 다음에 뒤따르는 게 국룰이다.

그러나 오페라, 연극, 뮤지컬 같은 실황 공연이 끝나고 커튼 콜을 할 때는 순서가 정반대이다. 앙상블, 단역부터 여러 명이 한꺼번에 나와서 인사하고 나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로 올라간다.

제일 중요한 핵심 주연 배우는 맨 나중에.. 이미 등장해서 서 있는 출연진들의 환호까지 받으면서 성대하게 나와서 인사한다.
무슨 장려상, 동상, 은상 금상 다음으로 영예의 대상이 호명되는 시상식 같은 느낌마저 든다. 신기하지 않은가?

영화는 아무래도 녹화된 영상 필름일 뿐인 거, 배우 실물이 아니라 이름만 뜬다는 거, 그리고 관객이 크레디트를 일일이 다 보지 않고 먼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특성이 있다.

그 반면, 실황 공연의 커튼 콜은 해당 배우가 엔딩 때 다시 몸소 나타난다는 거, 관객이 커튼 콜까지 끝까지 다 보고 열렬히 박수를 치는 게 관행이라는 거. 이런 점이 저렇게 정렬 순서의 차이를 만든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5/02/06 08:35 2025/02/06 08:35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362

작년 추억 정리: 고양이와 호박

2025년이 시작된 지 벌써 세 주 가까이 지났다.
본인은 와이프 덕분에 어느 때보다도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블로그가 글이 끊기고 얼어붙어 버렸지만.. 그래도 여기 주인장은 잘 살아 있다. 한글 입력기 관련 문의와 연락은 여전히 들어오고 있고, 후원도 틈틈이 들어오는 중이다.

세벌식 자판에 관심을 갖고 내 프로그램을 사용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블로그를 구독하시는 분들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란다.

올해엔 입력기와 타자연습이 새 버전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 특히 2021년 이후로 버전업이 끊긴 타자연습은 프로그램 안정성과 관련된 심각한 버그가 발견된 게 있다. 꼭 업데이트를 해야 하게 됐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막간을 이용해서 작년 말의 덕질 추억을 전하도록 하겠다. 못해도 한두 달 전에는 올렸어야 할 글인데.. =_=;;

1. 고양이

작년 8월 중순쯤부터 거의 100일 가까이 우리 부부와 친하게 지냈던 그 검은 턱시도 꼬냉이 말이다. 우리는 그 아이에게 '앨리'라는 이름을 붙였었다. alley cat 할 때의 그 alley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앨리는 우리가 신혼여행을 가느라 집을 1주일째 비웠을 때도 우리집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3주 정도 지난 작년 12월 초,
본인이 새 직장 출근을 앞두고 부부끼리 2박 3일 정도 또 짤막한 여행을 갔던 어느 날..
새벽 3시쯤에 집을 나가는 것을 마지막으로 영원히 자취를 감췄다.

뿅 감쪽같이 사라졌고 그 뒤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제 발로 다른 나와바리로 떠났는지, 아니면 누구 다른 집사의 손에 거둬져 들어갔는지, 아니면 최악의 경우 어디선가 병이나 사고로 객사했는지.. 알 길이 없다. 설마 굶어 죽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ㅠㅠㅠㅠ

이제 막 정이 들려고 했는데 이렇게 사라져 버리니 아쉽고 안타까웠다.
와이프의 작업실 주변에는 얘 말고도 다른 길고양이들이 많다. 특히 저런 검은 고양이, 턱시도 고양이가 많다. 다들 사촌 이내의 혈연관계이기라도 한 건 아닌가 모르겠다만..
하지만 턱시도에 이어서 턱수염까지 있는 고양이, 그리고 이건 후천적인 요인이겠지만 꼬리가 없는 고양이는 앨리가 유일했다.

더 결정적으로는..
그 많은 고양이들 중에서 앨리처럼 사람에게 친근하게 굴고 애교 부리고.. 우리집 안에 기를 쓰고 들어오려고 애쓰는 고양이는 없었다. 앨리가 전무후무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의 집에 대뜸 들어와서 소파 위에 저렇게 벌렁 드러눕는 기백 한번 보소..!!
이불 위에서는 지금까지 말로만 듣던 꾹꾹이질도 하더라. =_=;;

지금까지 정말 이런 꼬냉이가 없었다. 쟤는 여느 길고양이는 아니고, 어디선가 집고양이 경력이 있는 녀석인 듯했다.
다른 길고양이들은 우리 같은 닝겐이 가까이 접근하기만 해도 필사적으로 잽싸기 달아나기만 하는데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앨리는 박스도 어찌나 좋아하던지... =_=;;;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얘가 없어지기 1주일쯤 전, 11월 말쯤부터는
얘를 집안에 데리고 와서 머리를 쓰담쓰담 하는데.. 눈 지그시 감고 그르르르릉 '골골송'을 예전처럼 즐겨 하지를 않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보통은 머리만 쓰다듬으면 거의 반사적으로 골골송이 나왔는데 그때는 얘가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글쎄, 앨리가 우리 부부를 마냥 편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기라도 했나 모르겠다. 청소기 소리에 트라우마라도 생겼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비슷한 시기인 지난 11월 27일, 서울 시내에 정말 뜬금없이 폭설이 쏟아졌을 때 말이다.
본인은 현장에 없었고 우리 와이프는 볼일 때문에 작업실을 비우고 나가려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때 우리집 주변에 있던 앨리가 와이프를 알아보고는.. 불쑥 튀어나와서 정말 주변에 다 들리도록 울부짖었다고 한다. 냐옹냐옹 수준이 아니고 꺄아아아 발악하듯이. =_=

고양이는 차갑고 축축한 눈 밟는 걸 정말 싫어해서 이런 날은 어디 제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한다는데..
그런데 와이프 역시 그때는 얘를 집안에 혼자 들여놓는다거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게 없었고, 부득이하게 얘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뭐 그날 당장 앨리에게 큰일이 생긴 건 아니었지만.. 그로부터 1주일 남짓 뒤에 얘는 사라졌다.
그런 일이 있었다. ㅠㅠㅠㅠ 아무리 생각해도 앨리 같은 꼬냉이는 태어나서 정말 처음이었다.

2. 호박

지난 2021년부터 2024년은 내 인생에 호박이 큰 존재감을 차지했던 기간이었다. 호박이 있어서 그동안 행복했다.
글쎄, 결혼을 한 올해부터는 기껏해야 집 베란다에서 스티로폼 화분으로 조그맣게 키우는 거나 가능하지, 예전처럼 강가 무단경작까지는 못 할 것이다. 붙박이 텃밭에서 제대로 키우는 건 20여 년 뒤에 은퇴해서 시골에 간 뒤에나 가능할 테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집에 있던 호박들을 차례로 도축하고 죽을 쑤어서 잘 먹었다.
좌측 하단에 있는 저 아이를 혹시 기억하시는 분?
작년에 8월 말에 집 옥상에서 땄던 제일 튼실한 성공작 호박이다. 그래서 얘는 제일 늦게까지 놔 뒀다가 거의 4개월 만에 도축했다.

얘는 크기 대비 무게가 묵직하고, 외형도 쭈글쭈글하고, 주름 쪽에 흰 가루 같은 것도 맺히고..
도축해 보니 적당히 축축하면서 향긋한 냄새에.. 정말 교과서적인 완벽한 호박이었다.

옆의 두 호박은 선물 받은 것이고 옥상 호박보다도 더 오래된 아이였다. 그런데 정말 아무리 오래 놔 둬도 외형이나 상태가 변하지를 않아서 진짜 호박이 맞기는 한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얘들 역시 도축해 보니 속이 좀 마르기는 했지만 품질이 아주 양호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년 11월 말, 교회 부근에서 이렇게 호박탑을 쌓아 놓고 채소를 파는 분이 있었다. 본인은 커다란 초록색 호박을 샀다. 쟤도 겉은 초록색이어도 속은 주황색으로 잘 익어 있지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12월 초까지만 해도 대형 마트에서 이렇게 늙은 호박들이 진열된 걸 볼 수 있었는데.. 1월에는 이런 풍경이 거의 사라진 것 같다.
본인은 이런 호박이 참 좋다. 내 방에 네댓 개가 놓여 있다.

그런데 늙은 호박이란 게 저렇게 4개월~6개월을 거뜬히 버티는 아이가 있는 반면, 어느날 순식간에 흐물거리면서 물러지고 상하고, 심하면 검게 썩는 아이도 생긴다. 이게 참 케바케이기 때문에 호박들 상태 점검을 수시로 꼼꼼히 해야 한다.

본인 역시 구매한 호박을 다 먹지 못하고 이렇게 버린 게 있다.
그래도 호박은 먹을 때뿐만 아니라 관상용으로 놔 두는 동안에도 제 값을 하고 있으니.. 그렇게 버린 게 막 심하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본인은 호박이라는 채소를 좋아한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아이들이 있던 시절이 그립다~~~!!

Posted by 사무엘

2025/01/21 08:35 2025/01/21 08:35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359

1.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

백화점· 쇼핑몰 정도가 아니라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라면.. 상승· 하강 어느 방향이건 걸어서 좀 급하게 이동하려는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 한줄(오른쪽)로만 서고 한쪽(왼쪽) 줄을 비워 두는 게 당연한 매너이다. 요즘은 두 줄로 에스컬레이터를 꽉꽉 채운 채 서 있으라는 오지랖 홍보 캠페인은 그만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물론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도의적으로 무릎에 힘 좀 주면서 발을 살살 디뎌야 한다. 특히 내려갈 때 말이다.. 붙박이 콘크리트 계단을 뛰어 내려갈 때처럼 쿵쿵거리지 말지어다.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나면 막대한 수리 비용이 깨지며, 수리하는 동안 에스컬레이터를 아예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민폐 인간들 때문에 에스컬레이터에서 오르내리지 말라는 소리가 또 나오게 된다!!

자, 이렇게 가만히 서 있는 사람과 걸어가는 사람의 구분이 생기고 나면 말이다.
사람들이 엄청 몰리는 출퇴근 시간엔 말이다. 서 있는 사람 구획(오른쪽)은 줄이 엄청 길다. 그러나 걸어가는 사람 구획(왼쪽)은 빨리빨리 빠져나가기 때문에 줄이 짧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 움직이기 귀찮으니까 세월아 네월아 오래 기다렸다가 천천히 갈지,
아니면 빠릿빠릿 걸어서 몸 쓰는 대신, 덜 기다리고 빨리 이동할지..
승객이 자기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둘 중 하나를 공평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줄 서는 건 싫어서 걷는 구획에 갔다가, 에스컬레이터에 도달한 뒤에는 더 안 가고 서서 걷는 구획에 정체를 유발하는 거는 엄청난 민폐 행위이다. 무단횡단에 준하는 범칙금을 먹여서 처벌해야 된다.

개인적으로는.. 애초에 에스컬레이터들의 주행 속도를 지금보다 두세 배쯤 더 올려 주면 어지간해서는 사람들이 답답해서 걸을 생각을 안 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전기료라든가 안전사고 문제도 있어서 현실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_-;;;

2. 승강장에서 줄 설 때

출퇴근 시간에 열차를 타려는 승객이 엄청 많고 승강장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을 때 말이다.
앞에 선 사람들은 제발 제발 맨앞 코앞까지 바싹 붙어 서라! 내가 고함을 지르면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 맨 뒤 사람들은 줄 설 공간이 없어서 난리인 거 안 보이나?

지금은 역마다 스크린도어가 다 깔려 있다. 선로 쪽으로 바싹 붙어 서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 뒤에서 누가 날 떠밀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 없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열차 안에 빨리 빨리 타서 자리가 있는지 1초 만에 스캔해야 하지 않나? 왜 이렇게 시간관념이 없고 느긋한지 모르겠다.

마치 버스나 택시에서 승객이 내릴 때 개문사고를 예방하려면 차를 길가에 빈틈 없이 바싹 붙여서 세워야 하듯, 지하철 승객도 스크린도어 앞에 바싹 붙어 서는 게 공중도덕으로 정착해야 한다.
이래도 띄엄띄엄 서 있으면.. 그 공간으로 아무나 새치기 해 들어올 수 있게 법으로 허용해야 된다. 법과 질서는 자기 권리를 스스로 부인하고 포기하는 사람까지 밥 떠먹여 주면서 보호하지는 않아도 된다.

난 이런 광경을 보면 진짜로 새치기를 할 생각이다. 누가 저지하면 "아, 줄 서신 거 아닌 줄 알았네요"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물러날 거고. excuse me나 sorry 같은 말은 절대로 안 한다는 게 핵심이다. -_-;;

그리고 하나 더.
줄 길이를 줄이기 위해서 지하철 회사에서는 출입문의 각 방향별로 일렬이 아니라 '2열 종대'를 권장하곤 한다. 아까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일렬이고, 승강장의 양쪽 끝에는 2열인 것이다.
이거는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이 옆에 2열로 채워 줄 서는 게 자연스럽게 이뤄지기는 어렵다. 그러니 발자국 표식을 그린다거나 시스템적인 장치를 설치해서 이 관행을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은 뒤에 계속 추가되는 사람들이 설 공간도 좀 생각하면서 움직여야 한다.

3. 열차에서 내릴 때

모든 교통수단이 그렇듯이 하차자들이 몽땅 다 내린 뒤에 승차자가 타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하철의 하차자들은 일렬이 아니라 2열 종대로.. 출입문 공간을 꽉 채워서 내리도록 신경을 좀 써야 한다.

절대로... 한 출입문에서 어느 쪽은 일렬로 쭈루룩 줄 서서 타고, 어느 쪽은 일렬로 동시에 쭈루룩 내리지 않게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타는 줄의 반대 방향에서 줄 서 있던 승차자들의 승차가 늦어진다. 자리에 앉을 기회를 불공평하게 빼앗긴다. 이건 정의롭지 못하고 불공평한 처사이다. 선진국 문명 사회에서는 이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도록 계몽하고 캠페인을 해야 한다!!!!

진짜 과장 좀 보태면.. 내리는 사람이 자기 양팔을 옆으로 쫙 뻗으면서 내리기라도 해서 승차와 하차가 동시에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이상이다.
지하철 얘기만 하려 했는데.. 생각난 김에 시내버스의 승하차와 관련된 이야기도 딱 둘만 늘어놓고 글을 맺도록 하겠다.

1.
앞문으로 탔으면 제발 좀 차 안으로 빠릿빠릿 들어가라.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데 뒷문 승차를 강제하는 상황을 만들지 마라.
이러다 보면 원래 규칙대로 앞문으로 탄 사람들은 못 앉았는데 뒷문으로 슬금슬금 탄 사람이 뒷부분의 자리에 앉는 일도 벌어진다. 이건 부조리 병폐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2.
요즘은 좌석버스가 아닌 시내버스에도 좌석이 창측· 내측 2개가 장착된 경우가 있다.
근데 일부러 창측이 아니라 내측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면 개인적으로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개인적인 바람은 앞으로 두 정거장 안으로 내리는 사람이 아니면 혼자 내측 좌석에 못 앉게 했으면 좋겠다.
나는 그럴 때는 그 사람의 무릎을 좀 세게 끌고 접촉하면서 창측 자리에 앉는다. 남 배려 좀 하라고 경고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10/17 08:35 2024/10/17 08:35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354

1. 운전하면서 개인적으로 제일 열받았던 순간

하루는 본인은 시속 90~100으로는 밟아도 될 정도로 곧게 뻗은 4차로 도로의 1차로를 주행하고 있었다.

이 도로는 중간에 교차로나 횡단보도 없고, 보행자 튀어나올 일 없고, 근처에 초등학교 따위는 더욱 없고, 시야가 가려지는 것도 없고.. 지형적으로는 시화 방조제 같은 도로다. 위험 요소라고는 단 1도 없다.
그런데 여기는 4km 남짓 전 구간에 정말 빌어 쳐먹을 60 구간 단속이 걸려 있어서 운전할 때마다 열이 뻗치고 분노가 치민다.

그렇게도 과속이 싫으면 한두 군데 ‘지점’에만 80 이하 정도 단속만 걸어도 충분하다.
도대체 여기를 왜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병적으로 변태적으로 차를 못 달리게 하는 걸까?

이건 진짜 모든 대한민국 운전자를 잠재적 교통사고 유발자 범죄자로, 아니면 초등학생이나 유치원뻘 지능으로 취급하는 무식하고 우악스러운 규제 만능주의의 산물이다. 이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게 아니고 그냥 놀이공원 범퍼카 운전이다.
운전자들이 다 자기가 정당하게 달릴 권리를 빼앗기고 10분 만에 갈 거리를 20분 넘게 가느라 시간을 빼앗기고, 자기 인생을 부당하게 빼앗긴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말 같지도 않은 "안전을 위해.." 가스라이팅에 세뇌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차를 천천히 부드럽게 운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로지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서이다. 기름값 걱정 없이 오로지 안전만이 목적이면 지금보다 훨씬 더 과격하고 운전하고 세게 밟아도 된다!!

이렇듯, 저기는 안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도로인데.. 그 날은 내 앞의 1차로와 2차로에 차 두 대가 비슷한 간격으로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심지어 그 느린 60으로 달리는 것도 아니고 더 느리다.
당장 추월하고 싶은데 1차로 차는 2차로로 비킬 생각을 안 하고(옆에 뻔히 공간 있음!!) 내 옆의 2차로 차는 속도를 줄일 생각을 안 한다.

나 정말 분노가 치밀었다. 이거 정말 어디서 배워 쳐먹은 운전 매너냐?
내가 면허 딴 이래로 이 정도로 앞차에다가 빵빵대고 상향등 오래 켠 적이 없었다.
결국은 2차로 차가 속도를 줄여서 추월 자리를 만들어 주는 듯했으나.. 1차로 그 운전자는 정말 끝까지 꿋꿋하게 자기 자리를 비키질 않았다. 야 정말 제발..

* 도로는 뒷차 운전자로부터 빌려 쓰는 공간이다.
* 나의 뻘짓 병신짓 때문에 뒷차가 안 걸릴 신호에 더 걸려서 2~3분을 날릴 수 있다.
* 난폭운전 칼치기가 좋은 습관은 아니지만.. 칼치기를 유발한 진상 운전자 잘못도 아마 6~70%는 있을 거다.


이걸 좀 명심하라고.
천천히 가고 싶으면 그냥 n차로 맨 가에서 찌그러져 있고 수시로 뒷차한테 비켜 주기만 하면 정말 아무도 뭐라 안 한다. 도로 평화가 유지되고 난폭이니 보복운전이니 그런 거 생길 일 없다.
이런 마인드로 운전을 해도 시원찮을 텐데. 하여튼 우리나라는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담으로, 기억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지난 2019년 여름엔 시화 방조제에서 시속 무려 200을 넘게 밟으며 질주하던 어느 오토바이가..
저 앞에서 2차로로 쓰윽 변경을 하던 승용차와 부딪히는 바람에 운전자가 즉사하는 끔찍한 사고가 났었다.
그런데 그 사고 이후에 정말 엉뚱하게도 시화 방조제 도로에 시속 60 구간단속이 생겼었다고 한다.

미친 거 아냐..?? 도대체 오토바이 혼자 날뛰다가 뒤진 거랑.. 오토바이도 아니고 애꿎은 자동차들을 강제로 포복 단체기합 주는 게 무슨 상관인데..?? 나라의 교통행정이 이 따위로 멍청하고 저능하고 미개한 거다.
그리고 그 구간단속은 지역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도로 철거됐다. 차들이 빠릿빠릿 못 빠져나가서 정체가 너무 심해진다고 말이다.

그거 카메라 설치했다가 철거할 돈 있으면 그냥 나한테나 주지 제기랄..
난 구간 단속이랑 24시간 상시 어린이 보호구역 시속 30 단속이 너무 혐오스럽다. 내가 운전하던 시간대엔 전국의 모든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13세 이하 어린이가 거기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걸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2. 신호대기

세상에서 제일 무의미하고 쓸데없이 허무하게 낭비되는 시간은 바로 교통수단의 신호대기이다. 시간 낭비, 기름 낭비.
근데 인간이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 생명체이다 보니 이걸 원천적으로 없앨 수는 없다. 없앨 수 없다면 그 시간을 누구든 그나마 최대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신호대기 중이라면 시내버스들이 중간 승하차를 조건부로 좀 허용해 줬으면 좋겠다. (짐 없고, 잽싸게 빨리 타고 내릴 수 있는 소수 인원 한정.. 하다못해 몇백 원 추가 운임을 받아서라도)
그 대신, 그때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100% 전적으로 승객 책임. 기사에게 절대 책임 묻지 않는다는 걸 법으로 명시하고 말이다.
정류장에서 얼마 떨어지지도 않았구만 뻔히 승객을 태울 수 있는데 기사가 법 운운하면서 생까는 걸 보면.. 참 열받고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빌어먹을 신호대기 중이라면 운전기사가 간단히 개인 폰 카톡을 확인하거나 통화하는 것도 허용했으면 좋겠다.
그 대신 파란불 됐는데도 2초 안에 제때 출발 안 하거나 딴짓을 티가 나게 하는 게 적발되면 당연히 쎄게 징계.
나는 큰 자유, 큰 책임 신봉자다.

이런 게 잘 정착되려면 빨간불 남은 시간 초수를 신호등에 좀 표시해 주고, 신호등은 교차로 건너편에 설치했으면 좋겠다.
운전자가 아닌 보행자 입장에서도 차량 신호등은 건너편에 있는 게 "훨~씬" 낫다.
그래야 보행자도 차량들 신호를 파악하면서 내 횡단보도가 언제쯤 파란불이 될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 횡단보도에다가 빨간불 남은 시간 표시를 해 주는 게 더 좋겠지만.

차들이 정지선 약간 좀 넘어와도 좋으니 나로서는 저런 정보가 더 필요하다.
도 넘게 침범한 차가 있으면 횡단보도 건너면서 차 툭툭 치고 쌍욕 좀 퍼부어 주고 건너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스트레스 해소 된다. 아니면 점잖게 신고해서 금융치료 때리던가. (차라리 욕만 먹고 뒤끝 없이 넘어가는 게 더 나을 거다! ㅋ)

좌회전 유도차로도 공간을 아주 효율적으로 쓰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인데.. 왜 없애고 난리인지 모르겠어..
자꾸 시동을 껏다 켜면 엔진에 무리가 가는지 아닌지 모르겠다만, 난 ISG 같은 장치도 찬성 지지 소신이다. 쓸데없는 신호대기 때 소모되는 기름은 단 100cc라도 아깝다.
나 좀 강박관념이 심한 건가~~??^^

3. 유령 정체는 사회적 낭비이자 사회악

고속도로에는 악명 높은 상습 정체 구간이 있다.
교통량 대비 차로가 부족하고 길이 좁다던가, 전방에 차량들의 대규모 분기· 합류가 발생한다면 뭐 어쩔 수 없다.
공사나 사고· 고장 차량 때문에 차로가 줄어들어서 막히는 거면.. 그것도 뭐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막힐 이유가 전혀 없는데.. 갑자기 차들이 속도를 줄이면서 지체· 서행· 정체되는 구간이 있다. 터널을 앞두고 꼭 그런 경향이 있더라.

아무 이유 없이 막히다가 터널만 통과하고 나면 거짓말같이 소통이 다시 원활해지는 거.. 특히 오르막 터널 말이다.
천안-논산 고속도로 차령 터널. (남풍세-정안 사이)
중앙 고속도로 다부 터널 부근.

이건 착각이나 기분 탓이 아니며, 교통공학적으로 원인이 다 규명돼 있다.
터널 앞에서 유령 정체가 제발 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 도로공사에서 2차 사고 방지를 위한 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을 하던데.. 그것보다도 유령 정체를 없애고, 색출하거나 예방하는 방법을 스마트하게 좀 찾아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요즘은 그렇잖아도 고속도로에 터널과 교량이 많이 그것도 길게 만들어지는 추세이다.
그 긴 구간들을 쓸데없이 실선으로 만들지 말고, 차로 변경과 추월을 좀 자유롭게 허용했으면 좋겠다.
아니면 진짜로 1차로에서 천천히 가는 인간들 단속도 하면서 저것도 같이 단속해야 형평성이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환경이 후손으로부터 빌려 쓰는 공간이라면, 도로는 뒷차 운전자로부터 빌려 쓰는 공간이다. 내가 쓸데없이 밟는 브레이크가 뒷차에게 큰 민폐와 도로 정체를 야기할 수 있다. 마치 연쇄적인 내리갈굼처럼 말이다. 이에 대한 경각심이 전국적으로 좀 형성돼야 한다.

4. 우회전 사망 사고

정말 잊을 법하면 맨날 우회전 중에 차와 보행자가 부딪혀서 보행자가 죽었다는 소식이 보도되곤 한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우회전 사망 사고에서 대형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36%라고 하는데.. 엥, 겨우 36%밖에 안 돼? 레알?

그런 멍청한 사고는 그냥 십중팔구, 90% 이상은, 사실상 몽땅 대형 트럭이나 버스만 내는 거 아님? (트럭 기준 4.5톤 이상, 에어 브레이크가 장착되는 정도의 크기)
내가 지난 6개월 동안 뉴스로 봤던 우회전 사망 사고 뉴스 보도는 전부 대형차였는데?
승용차 레벨에서는 우회전 사고를 내는 게 더 어려울 거 같은데. 안 믿어진다.;;

난 솔직히 말해서.. 우회전 직후에(직진 말고) 나오는 파란불 횡단보도에서.. 주변에 건너는 사람이라고는 코빼기도 없는데도 파란불 끝날 때까지 멀뚱멀뚱 멍청하게 서 있는 앞차 때문에 짜증난 적이 더 많았는걸 말이다.
그런 횡단보도 앞에서는 일시정지 했다가.. 주변에 보행자가 없으면 그냥 가면 된다!

언론에서 대한민국 운전자들이 우회전을 비보호로 안전하게 할 능력조차 없는 저능아 멍청이 빙신 쪼다로 몽땅 매도해서 저기까지 일일이 다 적록 신호등 설치하는 쪽으로 몰아가고 있으니 내가 숨이 다 막힌다.

5. 나머지

(1) 고속도로를 처음에 4차로로 만드냐 6~8차로로 만드느냐 하는 게 전철 운행을 4량으로 하냐 6~8량으로 하냐 하는 것과 아주 비슷하게 느껴진다.
분당선이 처음에 10량 기준으로 건설됐다가 지금은 끽해야 8량(역 시설) 내지 6량(현재 전동차 편성)만 쓰는 건 컴터에서 80비트 부동소수점이 현실적으로 쓰이지 않고 최대 64비트만 쓰이게 된 것과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2) 고기집에서 손님이 직접 고기 뒤집고 굽는 건 수동 변속-_-이고, 그걸 직원이 다 알아서 해 주는 건 자동 변속기 차량 같다. 후자는 인건비가 추가되어서 고기값이 더 비싸다. =_=;;;

(3) 2000년대부터 운전 중에 DMB 보다가, 혹은 휴대폰 통화하다가 부주의로 사고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건 좀 냉정하게 보면 음주운전 사고와 비슷하다.
요즘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건.. 고속도로에서 크루즈만 믿고 정신줄 놓고 있다가 정체 구간에서 앞차를 들이받는 거다. 이건 그냥 졸음운전 사고와 하나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4) 운행 중인 교통수단을 실행 중인 컴퓨터 프로그램 프로세스에다가 비유하자면..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건 디버그 정보를 추가해서 빌드· 실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고가 나는 건 일종의 예외 상황이라 하겠다. 급발진은 SUAException 같은..

(5) 난 대한민국 땅에서 남자로 태어나서 토익 900과, 시속 200을 못 넘어 본 게 한이다...;;; 둘 다 비슷하게 근접만 해 봤을 뿐 저 리미트를 넘어 보지는 못했다.
영어는 듣기가 도저히 안 되니 지금보다 점수를 더 올리지는 못할 것이고, 스피드도 안전이나 차 성능 문제가 아니라 이놈의 과잉 단속 때문에 도저히 제대로 밟기 어렵다.

Posted by 사무엘

2024/09/21 08:35 2024/09/21 08:35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344

1. 자원 낭비

나는 어떤 리소스가 아무 하는 일 없이 쓸데없이 새어 나가고 낭비되는 걸 아주 싫어한다.
수도꼭지를 꽉 잠갔는데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거, 씻거나 설거지 하는 중에 틀어 놓은 수돗물이 잠시라도 그냥 무의미하게 하수구로 흘러가는 거,
냉장고 문이 필요 이상으로 오래 열린 거, 자동차 엔진의 장시간 공회전 같은 것 말이다. 이런 쪽으로 좀 구두쇠 기질이 있다.

냉장고는 비어 있는 걸 추구한다. 특히 음식을 냉장고에 놔 두고는 잊어버리는 바람에 상해서 버리는 것은 극혐이다.
회사에서 퇴근하기 전에 내 컴터는 당연히 절전이나 최대 절전으로 해 놓는다. 주말· 공휴일 전날에 퇴근할 때는 완전히 끈다.

가게가 영업 중이라는 건 내부 조명과 간판 불빛으로 표시하면 되지, 감히 문을 열어 놓은 채로 에어컨을 튼다니.. 그건 열역학적으로 정말 개뻘짓이다.
운전하다가 횡단보도 신호 대기 정도 걸리면(30~40초) 기어를 N으로 바꾼다. 교차로 파란불 신호가 이제 막 끝나 버려서 2~3분쯤 기다려야 될 것 같으면 시동을 꺼 버린다. 그러니 나는 ISG 같은 장치도 엔진에 크게 무리 주는 게 아니면 선호한다.

이건 마치 엔진 실린더나 총기의 총열에 구멍이 뚫려서 연료나 화약의 폭발력이 밖으로 줄줄 새는 것과 같다. 아니면 농사를 짓는데 잡초들이 잔뜩 자라서 물과 비료를 잔뜩 줘도 그게 농작물이 아니라 잡초 쪽으로 줄줄 새는 것과 같다. 이런 건 난 눈 뜨고 못 봐 준다.

이런 기질이 있으니 자원이 아니라 세금이 줄줄 새는 것도 눈 뜨고 못 봐 준다.
살 뒤룩뒤룩 찐 거대한 정부나 보편적 복지 같은 것도 경계하게 된다. 내돈내산이 아니라 눈먼 남의 돈을 또 어중이떠중이 남에게 분배하는 일에 공무원들이 영혼을 담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공산주의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 성깔은 개인적인 코딩 스타일에도 반영돼 들어간다.
쓸데없이 동적 메모리 할당 좀 안 했으면 좋겠는데? 조금이라도 CPU 사이클 줄이거나 지역변수 하나라도 없앨 수 없나..??
좋게 말하면 최적화 덕후이지만, 삐딱하게 보면 별 도움도 안 되는 어설픈 최적화나 잔뜩 하느라 작업 시간 더 잡아먹고, 코드를 더 알아보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솔직히 개인이나 한두 프로그램만의 문제를 떠나서 요즘 개인용 범용 컴터들은.. 운영체제의 덩치가 너무 비대해지고 쓸데없이 깔리는 프로그램이 너무 많고 너무 비효율적인 것 같다. 아무리 메모리가 많아지고 싸졌더라도 말이다. 똑같은 일을 하는 데 낭비되는 컴퓨팅 파워가 이루 말도 못 할 지경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듦.. ㅡ,.ㅡ;;

다만, 세상 기계들은 갈수록 똑똑해지고 효율이 좋아진다. 그래서 인간이 저런 쪼잔한 강박관념을 조금은 덜 가져도 되는 쪽으로 바뀌어 가는 것 역시 사실이다.
가령, 요즘 보일러라든가 인버터 방식 에어컨은 어설프게 껐다 켜기를 반복할 바에야, 작은 출력으로 계속 켜 놓는 게 차라리 더 낫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이건 마치..

  • 빨래나 설거지, 청소를 그때 그때 소량을 수시로 하는 게 낫냐.. 아니면 날 잡아서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게 더 낫냐..?
  • 자전거로 평지를 계속 달릴 때 작은 힘으로 페달을 계속 돌려 주는 거랑, 아예 페달에서 발을 떼고 쉬다가 일정 간격으로 힘 줘서 재가속을 하는 것 중 어느 게 덜 힘드냐?

와 비슷한 문제인데.. 기계들은 전자에 더 최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자동차들은 심한 기복 없이 D에서 악셀을 같은 강도로 '살포시' 꾸준히 누르고 있을 때 정말 최적의 성능과 연비가 나오도록 연료와 공기 분배 알고리즘이 맞춰져 있다. D+브레이크 정지쯤은 당연히 N과 동급으로 알아서 접수하고..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운전할 필요가 있다.

기계 장치라기보다 화학 장치에 가까운 배터리조차도 완충 완방 패러다임은 끝난 지 오래다. 찔끔찔끔 바로 충전하는 게 더 낫다.
정렬 알고리즘도 현실에서는 거의 정렬된 데이터를 다시 정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데이터의 상태에 민감한 알고리즘이 실용성이 더 높다. 그래서 퀵 정렬이 병합이나 힙 정렬보다 더 우위이며, 삽입 정렬도 O(n^2) 복잡도인 것치고는 실용성이 더 높다고 취급된다.;; 아이고 별 얘기가 다 나오네.

2. 인종 차별..??

아직 엄마하고 같이 여탕까지 들어갈 수 있는 영유아 꼬맹이라 해도 남자애는 머리 긴 예쁜 여자 알아볼 줄은 안다. 그건 본능이다.
그리고 어디 영어유치원에서는 시커먼 흑형이 싼타 분장 하고 들어오니까 무섭다고 겁내고 울더라. 이것도 본능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유아들이 어디서 그런 외모지상주의(?)를 배웠겠는가 말이다.
인간의 본능을 차별이라고 프레임 씌우고 억지로 강제로 개조해 봐라, 그게 얼마나 갈 수 있을지.. ㄲㄲㄲㄲ

19세기 말엔 흑인은 진화가 덜 돼서 짐승과 인간의 중간쯤인 생물이라고 취급하더니만,
21세기 초엔 인어공주를 흑인 버전으로 만들겠다고 난리이고.. -_-;;;
인간들이 왜 이렇게 한쪽 극단으로만 치우치는 걸 좋아하나 모르겠다.
정치범들까지 누명 씌워서 사형 때리거나, 아니면 아예 피해자가 용서 안 하는 범죄자를 솜방망이 처벌해서 인권 유린하거나. 둘 중 하나인 것과 비슷하다.

3. 바보짓

  • 페북 등 SNS에서 활동 내역 없는 예쁜 여자 사칭 사진 유령 계정의 낚시질에 홀딱 넘어가서 보이스피싱인지 몸캠인지 당하고 코가 꿰인 사람
  • 대형 버스나 트럭을 몰고 신월 지하차도에 들어갔다가 천장에 차가 끼이는 대형 사고 친 사람

정상적인 분별력과 사고방식으로는 저런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존재 가능한지 모르는데, 저런 사례가 잊을 법하면 생기는 것 같다. =_=;;;;

고속도로에서 낮에 앞이 훤히 보이는데도 졸다가 공사· 사고 현장을 들이받는 거는.. 어처구니없지만 일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신월 지하차도에서 차가 끼이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경고문 표지판들을 무시해야 할까? -_-;;;;
이건 뭐 음주· 졸음운전도 아니고, 초행길에 "내비가 저리로 안내해서"라는 가능성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 내비는 안내 대상인 차량의 차종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는 모르고 동작하는 건가 싶다.

그리고 광우뻥으로도 모자라서 싸드 괴담, 또 뭐지? 끊임없이 선동에 낚여 주는 사람도. 한 번은 실수이지만 두 번은 바보, 세 번은 공범이지 싶다.

4. 그 밖에

몇몇은 내 블로그 대문에 걸려 있기도 했었다.

  • 난방이란 씻을 물을 데우라고 있는 시설이다. 공기나 방바닥을 데우는 용도가 절대 아니다.
  • 그런즉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을진대,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다.
  • 철도를 명절에만 생각나는 여러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중 하나로만 생각하는 것과 같다.

역사· 종교 분야의 내 개똥철학은 이미 여러 번 글을 통해 밝힌 바 있었을 것이다.

  • 우리나라가 깨끗한 독립운동가 기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시대 부역자 군경 간부를 재활용했던 것은 옛날에 Windows 95가 분명 32비트 운영체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16비트 코드를 재활용했던 것과 상황이 비슷하다.
  • 예수 믿어서 한번 받은 구원, 한번 바뀐 신분이 영원한 것은 한번 남한 들어온 탈북자가 이제 어떤 짓을 해도 북으로 재북송은 절대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죄 지어도 남한 교도소에 갇히고 남한 사형장에 갈 뿐이다. 그게 정상이다.

관심분야 별로 내가 꽂힌 이유

  • 한글: 그 모양. 창제 동기와 시기. 한글도 알파벳과 같은 수준의 기계화 가능하고 빠르게 잘 칠 수 있다. 오덕질 가능하다. 한글 입력 오토마타를 단순히 오버헤드 부담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
  • 컴퓨터: 디지털이다. 입출력되는 모든 정보를 최소한의 0 1  단위로 기계가 다 파악하고 있다. 이걸로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고 나만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
  • 철도: Looking for you 음악 때문에. 우리나라 역사 지리
  • 호박: 잎과 덩굴과 열매가 너무 예쁘고 경이로워서. 청각이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 멧돼지: 역시 크고 시커먼 게 귀여워서

Posted by 사무엘

2024/05/09 08:35 2024/05/09 08:35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295

그땐 그랬지

1. 볼링 기계

이 사진은 1910년 4월경에 뉴욕 모처의 한 볼링장의 내부 모습이다. 제법 유명한 장면이기 때문에 조금만 검색하면 금세 잔뜩 나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긴, 울나라가 일제 식민지가 되던 타이밍 때 볼링장이란 게 있었던 나라도 흔치 않기는 하다. 그런데 그땐 볼링장에서 핀을 다시 세워 놓는 걸.. 알바생들이 했다.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와 진짜 쌈박하다 ㄷㄷㄷㄷㄷ 시내버스 안내양은 저리 가라이군..
이 알바생들은 볼보이도, 비보이도 아니고 핀 보이라고 불렸다. 딱 봐도 얼굴이 앳돼 보이네 ㅠㅠㅠㅠㅠ

공 회수와 핀 세팅을 다 자동으로 해 주는 첨단 기계는 1950년대가 돼서야 발명됐다고 한다.
요즘 기계처럼 넘어진 핀 개수를 세고 점수 계산까지 다 해 주는 장치는 아마 더 나중에 발명된 게 아닐까 생각된다.

음악계에서 넘순이 넘돌이(page turner)와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 악보 넘겨 주는 사람.
그런데 이건 아무나 할 수 있지 않고.. 악보를 어느 정도 읽으면서 언제쯤 페이지를 넘겨야 할지 알아야 할 수 있다. 그러니 넘돌(순)이들도 음악 전공자에 심지어 연주자의 후배, 부사수, 심지어 제자인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전자 악보의 등장 덕분에 넘돌(순)이의 필요가 많이 없어졌다.

2. 2020년대에도 현역인 현대 올드카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2021년 설 때 고향에서, 그리고 2022년 10월경에 서울 시내에서 목격한 포니 2 픽업트럭이다.
포니는 후륜구동에, 카뷰레터 밥통에다 초크 밸브까지 달려 있는 완전 옛날 석기 시대 차량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22년 4월에 서울 시내에서 목격한 엑셀 1세대 GLSi (뉴 엑셀이 아니라~!! ㄷㄷㄷ)
그런데 이런 올드카에 어떻게 초보운전 딱지가 붙어 있을 수 있는지 더욱 의문이다. 자녀가 부모 차량을 물려받는 상황 정도는 돼야 가능한 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시 2022년 10월 초에 강변북로에서 목격한 각그랜저 V6 3000cc.. 차주가 나름 애착을 갖고 차를 잘 관리했는가 보다.
5~6년쯤 전이었나? SBS 모닝와이드 블랙박스로 본 세상이었는지.. 각그랜저가 교차로에서 다른 차와 충돌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각그랜저는 잘못 없고 피해자로 말이다.

이제는 수리 받기도 극도로 힘든 희귀한 올드카가 됐을 텐데 각그랜저 차주가 당시에 굉장히 억울했을 것 같다.
그라나다를 아직 끌고 다니는 차주도 있다고 TV에 나왔었는데.. 그 사람은 각그랜저보다도 더한 고인물이다.

지금이야 평범한 공돌이 직장인인 내가 끌고 다니는 국산 양산차가..
1990년대 금수저의 상징이었을 각그랜저 V6 순정보다 엔진 출력 더 강하고, 더 효율 좋고, 더 친환경적이고, 편의 시설이 더 많다.

그 시절에야 그랜저에다 창작하던 모토롤라 카폰이 완전 부자용 돈지랄 사치품 그 자체였겠지만.. 그래 봤자 한낱 카폰이 갤럭시 S2x니 아이폰 1x보다 더 뛰어난 물건이겠는가?
어찌 보면 지금 서민들이 옛날에 문자적으로 금수저를 갖고 놀았던 솔로몬 왕도 못 가졌던 것들을 당연하게 갖고 누리는 셈이다.

3. 페르시아, 이집트

1990년대 초(1990~92)엔 매체에서 ‘고대 페르시아’가 떴었다. (혹은 그에 준하는 아랍/이슬람 문화권)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 그리고 월트 디즈니 알라딘.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저 게임과 만화영화 말고 술탄이나 쟈파 같은 이름을 접한 곳이 없었다. 전자에서는 쟈파를 Jaffar이라고 표기했는데, 후자에서는 F가 하나 생략돼서 Jafar가 됐을 뿐.

알라딘은 아라비안 나이트에 있는 얘기이긴 하지만 원래 의외로 중국이 배경이다!! 그렇게도 국뽕에 쩔어서 뭐든지 중국산으로 둔갑시키질 좋아하는 그 나라에서 알라딘에 대해서는 뭐라 할 생각을 안 했나 모르겠다.
디즈니의 제작자들은 알라딘을 만들면서 세계관을 쿨하게 통째로 아랍권으로 바꿨다.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 영향을 받아서 그랬던 건지 궁금해진다.

그 다음으로 1990년대 말(98~2000), 세기말엔 매체에서 ‘고대 이집트’ 코드가 이례적으로 떴었다.
툼 레이더 4 게임, 영화 미이라 시리즈, 만화영화 이집트의 왕자, 심지어 국내 가수 중에서도 이 정현 2집 ‘너’
내가 그 당시 학창 시절에 이런 트렌드를 느꼈을 정도였다. 흥미롭지 않은가?

물론 이건 이슬람이라는 게 없던 시절, 한참 옛날 이집트이다. 바빌론에다가 비유하자면 이집트는 고대 바빌론이고, 페르시아는 후기 바빌론 정도에 대응할 것이다.
성경에서 페르시아는 유대인들의 바빌론 포로기 때 에스라, 에스더, 느헤미야, 다니엘.. 이런 책에서나 언급된다.
그러나 이집트는 그야말로 창세기부터 계시록에 이르기까지 두루 언급된다. 출애굽기는 뭐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예수님의 아기 시절 피신 장소도 이집트이다.

아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저것들보다 훨씬 전.. 무려 1953~54년경에 ‘페르샤 왕자’라는 트로트 노래가 있었다~!!! ㄷㄷㄷㄷㄷ “별을 보고 점을 치는 페르샤 왕자 ... 아라비아 공주는 꿈속의 공주” =_=;;; 시대를 얼마를 앞선 거냐..
저 동네를 배경으로 저런 로맨스가 완전 생소한 개념은 아니었던 것 같다.

4. 마이클 잭슨 음반

나 중딩 시절.. Windows 3.1에서 95로 넘어가고 컴퓨터에 씨디롬이라는 게 장착되어서 2배속 4배속 이러던 시절 말이다.
그때 컴퓨터의 씨디롬 드라이브라는 건 컴퓨터와 완전 별개로 돌아가는 CD player의 상위 호환이었다.

드라이브에는 eject뿐만 아니라 play 버튼도 있었다. 오디오 씨디를 넣고 재생 버튼을 누르면.. 지금 컴퓨터의 CPU나 I/O와는 완전히 별개로 오디오 씨디가 재생되어 흘러나왔다.
그 시절엔 CD 한 장에다가 프로그램은 거의 70~100MB 용량만 넣고, 나머지 40분 남짓한 공간에다가는 오디오 CD 트랙을 넣은 하이브리드 매체도 있었다. 게임이라면 자기네 게임 BGM을 그렇게 넣곤 했다.

참 재미있던 나날이었는데..
그때 내가 선물을 받았는지 누가 언제 어디서 득템했는지는 알 수는 없다만.. 집에 웬 마이클 잭슨 best of best 컬렉션 음반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거기 있던 노래들이 1980년대에 세계를 뒤흔들었던 그렇게도 명곡들이었구만. 그때 들었던 곡을 거의 25년 만에 다시 들어 봤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 thriller는 마이클 잭슨 판 "오페라의 유령"인 거 같고.. ㅋㅋㅋㅋㅋ
  • the girl is mine은.. 맨날 '똥꼬 똥꼬' 하던 게 doggone이었구나. 우리말 '씨X'에 가까운 어감으로 그닥 품위 있는 어휘는 아니다. -_-;; bullshit이나 goddamn은 영화에서 많이 봤지만 doggone은 저 노래 이외에서는 한 번도 접한 적 없다.
  • beat it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얼추 let it go에 필적하는 어감의 떠나라, 때려쳐라, 잊어버려라 이런 뜻인 거 같다.
  • 중간에 "if they say why? why?"가 반복되던 이상한 노래는 제목이 human nature이었다.

내가 we are the world라고 생각하고 있던 노래는 heal the world이었구나.
여러 가수들이 한꺼번에 출현해서 인류화합 건전가요 풍의 노래를 한 소절씩 부르는 게 we are the world가 원조였다고 한다. 부라보콘 쌍팔년도 CF 중에도 딱 저 컨셉인 게 있었다~!!

그런 리즈 시절이 지나고.. 마이클 잭슨은 무리해서 얼굴 피부색을 허옇게 바꾸느라 후유증을 겪은 거 같기도 하고, 막 좋은 소식이 들리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2009년 6월경,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용인 고속도로와 서울 지하철 9호선이 뚫리던 시절에 그는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내가 대중음악 쪽은 거의 알못인 관계로 저 사람이 록커였는지.. 문워크는 무슨 퍼포먼스인지, 저 사람이 개척한 장르가 정확하게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2020년대의 관점에서 생각해 봐도 저 사람은 말년에 자기 관리 못 해서 몰락한 사람이 아니라 위대한 사람, 좋은 사람이었다고 평가되는 것 같다.

딱 1980년대에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마이콜'이 저 아저씨를 모티브로 딴 캐릭터였을 테고, 둘리한테 호이 호이 초능력 설정이 들어간 건 딱 그 시절 유행하던 '유리 겔라' 아저씨 영향을 받은 걸 테고.. 1980년대 감성 돋는다.. ^^

Posted by 사무엘

2024/02/01 08:35 2024/02/01 08:35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259

쌍팔년도 시절 회상

1. 노래

옛날에 들었던 노래 중에 어린이와 어른이 같이 듀엣을 하면서 "뚜비뚜바~~ 쑥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죠" 이런 가사가 있는 게 있었다. (보통은 저 상황에서 쑥떡이 아니라 개떡이라고 말하지..?? ㅋㅋㅋㅋㅋㅋ)

아하.. 이 정도면 가사 검색만 해도 무슨 노래인지 당연히 바로 알 수 있다.
이걸 불렀던 가수(김 국환)가 더 옛날에 뭔 "접시를 깨자, 접시 깬다고 세상이 깨지나"...;; 도 불렀었구나..
같은 가수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아울러, "자 남편들도 빨래를 하자"는 저 노래의 2절 가사가 아니라..
유 인촌 나오는 옛날 대우 전자 세탁기 광고에 등장하는 패러디 가사였다. 저 노래를 개사해서.. 아놔 ㅍㅎㅎㅎㅎㅎㅎㅎ

이거 다음으로,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 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는 타타타(1991)라는 노래의 가사인데, 이것도 저 가수가 불렀다.;;

왕년에 "이것이 미국 영어다" 책을 썼던 재미 교포 작가 조 화유 씨가 이 가사를 아주 좋아했던 것 같다.
자기 책에서도 언급했고, 나중에는 Life is worth living. Isn't that a good deal? Naked you come, clothed you go. 라고 영작 관용구를 만들어 공개하기까지 했다.

타타타도 있고 차차차도 있구나.. 그것도 공교롭게도 1990~91인가 비슷한 시기에. ㄲㄲㄲㄲ "근심을 털어놓고 다 함께 차차차..." 는 설운도의 노래이다.
그리고 "아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_=라는 팩트폭격성 노래도 있었는데.. 이건 다른 가수의 작품이다.

"아빠와 뚜비뚜바"뿐만 아니라 피노키오, 아빠의 크레파스, 파란 나라, 아에이오우, 담다디, 어른들은 몰라요..;;
특이한 의성· 의태어라든가, 어른과 애가 같이 부르는 노래, 성인용 동요..
이런 것들을 보면 요즘은 찾기 힘든 쌍팔년도 감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시절이야.. 신토불이니, 민족주의, 순우리말 살려 쓰기 이런 성향도 더 강했다.
농산물이고 영화고 시장 개방했다가는 다 망할 것 같던 시절이었고 한국어는 수십 년 이내의 소멸 위기 언어이고, 한국은 물 부족 국가라고 여겨지던 시절이었으니까. -_-;;

대학교에 아직 한총련이란 게 있고 반외세 NL 데모 운동권이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_-;;
오죽했으면 그때 아래아한글 1.5x에는 백 기완 지은 장산곶 매 이야기.. 이런 게 예제 문서로 실려 있었다~!
개발자들이 그런 거 영향을 많이 받고 감명깊었으니까 예제로도 실은 게 아니겠나..? 공 병우 박사한테서 세벌식 영향만 받은 게 아니었다.

그거 보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백 기완이라는 사람이 1992년 대선에도 출마했으니.. 개인적으로, 초딩 꼬마 시절에도 굉장히 충격적으로 느껴졌었다.

2. 과학 낭설들

(1) 바이오 리듬
신체 감성 지성이던가..?? 아날로그 시계 그리기와 더불어 삼각함수를 사용하는 굉장히 괜찮은 프로그래밍 주제였다. 지금이 태어난 지 총 며칠이 경과한지를 계산해야 하니 달력 같은 날짜 계산도 필요하고.. 한때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심심풀이 땅콩 액세서리 차원에서 제공해 주곤 했다. 계산기, 달력이나 테트리스/지뢰찾기 게임처럼 말이다.
지금이야 유행 지나고 약발이 다했으니 잊혀지고 사라졌을 뿐.. 이게 진짜 유의미하고 유용한 정보라면 스마트폰 앱으로도 당연히 인기폭발로 현역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2) MBTI
매사 즉흥적으로 사는가, 계획적으로 사는가.. 이런 거 답한 대로 당신은 문과 성향이다 이과 성향이다, 감성파다 이성파다, 권장되는 직업 업종은 무엇이라고 알려주는 건데.. 뭐가 그리도 대단하고 절대적인 건지 잘 모르겠다.
전 인구의 1%, 2~3%만이 이 성향이라는 말도 액면만치 대단한 얘기는 아닌 게.. 100%라는 비율을 전체 판정 개수인 16으로 균등하게 나누기만 해도 이미 6%대로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난 30년쯤 전에.. 완성형도 아닌 조합형 한글 코드 기반으로 텍스트 모드에서 동작하는 도스용 MBTI 판정 프로그램을 써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얘는 어째 2020년대 오늘날까지도 현역이네??? 구직 이력서에다가 자기 MBTI 판정을 쓰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이고.. 그동안 이쪽 알고리즘이 더 개선된 게 있는지 모르겠다. =_=;;

(3) 혀의 부위별 미각 영역 구분
수많은 아동용 과학 서적에서 다뤄졌던 내용이지만 이제는 폐기됐다. 이 학설을 최초로 발견하고 퍼뜨린 사람은 누구였을까..?
힘을 오래 썼을 때 발생하는 근육통의 원인도 굉장히 오랫동안 젖산이라고 알려졌다가 21세기가 돼서야 폐기..

(4) 혈액형별 성격 구분
뜨앗..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ㄲㄲㄲㄲㄲㄲㄲ

3. 화장실

우리나라는 쌍팔년도 시절에는 각종 사회 인프라가 열악하고 공중 도덕이나 국민 의식 수준도 정말 미개했다.
그 당시 TV 뉴스를 보면 '카메라 출동' 같은 시사 고발 코너가 있었는데, 이런 것만 쭉 보면 우리나라는 이거 뭐 꿈도 희망도 답도 없고 그냥 망할 것만 같았다.

사회 어디를 들춰도 법과 원칙이 안 통하고 편법과 부정부패가 넘쳐나고, '안 되는 건' 인맥과 연줄을 이용하거나 뇌물을 찔러 넣으면 얼마든지 되게 만들 수 있고.. 지방 양아치 조폭과 인신매매단이 횡행하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갖고 장난하는 색기들이 곳곳에 넘쳐나고 학교에는 촌지 안 바치면 애들한테 비열하게 해코지 하는 쓰레기 선생들이 우글거리고.. 시화호나 태화강은 다 오염돼서 시커멓게 썩어 가고..

참고로 이건 정치적으로 민주화됐는지, 일제 식민지 군사 문화를 청산했는지의 여부하고는 거의 무관한 관행이었다.
그러던 게 그로부터 수십 년 동안 정말 많이 시정되고 개선되었다. 우리나라는 그때에 비해서는 아주 살기 좋아졌다.

사회 인프라도 좋아지고, 전반적인 국민성과 준법의식, 국제 매너도 개선되었다. 중국을 보고는 쌍팔년도 시절의 우리나라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할 자격 정도는 갖춰졌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들을 이 글에서 일일이 다 나열할 수는 없으니 여기서는 공중 화장실 하나만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2000년대쯤부터는 우리나라도 전국 어디의 터미널, 철도역 등을 가도 화장실이 무료인 주제에 워낙 깨끗해서 외국인들이 감탄하고 칭찬할 정도이다. 하지만 이게 처음부터 그랬던 게 절대 아니었다.
쌍팔년도 시절엔 공중 화장실 대부분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악취 진동 쓰레기 천지에 엉망진창이고 화장지도 없고.. 정말 개판오분전이었다. 우리나라가 이런 적이 있었던 거 기억나시는가?

이런 시국에 칼을 빼든 사람은.. 바로 1995년부터 2002년 거의 월드컵 직전까지 수원 시장을 역임했던(22~23대) '심 재덕'이라는 분이었다.
이 사람은 아예 외국에서도 Mr. Toilet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그야말로 화장실 덕후였다. 자기 관할인 수원시는 말할 것도 없고 월드컵을 앞두고 서울 등 전국의 공중 변소들을 자기가 총대 메고 깨끗한 곳으로 환골탈태시켰다. 아예 한국/세계 화장실 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하긴, 구한말 때는 개화파 등 일부 선각자들이 한양 시내를 굴러다니는 똥들을 어서 치우고 상하수도 인프라를 시급히 구축해야 된다고 한탄했는데.. 거의 100년 뒤에는 저렇게 공중 위생 분야의 선각자가 나타난 셈이다.
그는 임종을 앞두고는 자기 땅의 자기 집을 허물고 거기에다가 변기 모양의 건물을 대신 올려서 '화장실 박물관..', 아니, 수원 화장실 문화 전시관을 만들었다.

이분은 화장실 말고도 재임 기간 동안에 수원 화성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적극적으로 등재시켰고, 삼성 후원빨을 얹어서 수원 월드컵 경기장도 건설했다.
서울 근처 광명에서는 '양 기대'라는 시장이 한때 광명 동굴을 개척하고 코스트코와 이케아를 광명에다 유치하는 큰일을 해냈는데.. 만만찮게 훌륭한 시장이 수원에도 있었던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12 08:35 2023/12/12 08:35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240

소리, 음악 관련 생각과 일화들

1. 음높이

차들마다 빵빵 경적 소리가 도~시 중 정확하게 어떤 음인지에 대해서는 딱히 산업 표준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니 제조사 마음대로이긴 하지만.. 내 경험상 대체로 A 내지 Ab인 것 같다.
이건 생각보다 굉장히 유명한 음이다. 퀴즈 프로에서 "땡~~! 틀렸습니다", 전국 노래자랑 프로에서 "땡~ 탈락입니다"

그리고 옛날에 컴퓨터에서 에러를 나타내던 비프음들도 이 음이었다. 특히 옛날 BIOS 시절에 컴터가 부팅조차 하기 전에 하드웨어 차원의 이상이 있었을 때 말이다.
도미솔 딩동댕이 긍정적인 청각 피드백의 상징이라면, '라'음으로 띵~ 이거는 부정적인 청각 피드백의 상징으로 알게 모르게 정착해 있다. 그게 자동차 크락숀에도 반영된 셈이다.

옛날엔 시내버스의 하차벨 소리도 낮은 옥타브의 A인 편이었다. 근데 이건 딱히 부정적인 느낌이어야 할 필요가 없고, 요즘 버스들 하차벨은 '딩동~' 등 다른 소리로 바뀌는 추세이다.

2. 리듬

"교회 클래식 찬송가나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 군대 군가 같은 곡"들하고.. 1990년대 이후 CCM들이나 유행가의 큰 차이는.. 박자이지 싶다.
전자는 그냥 "강 약 중강 약"에 충실한 반면, 후자는 음의 강약과 장단이 정말 제멋대로이다. 그런데 그게 듣는 사람을 더 긴장· 흥분시키고 짜릿하게 한다.

처음 보는 생소한 곡의 악보가 점8과 16분 음표 사이에 온통 '타이'가 붙은 당김음투성이이면.. 읽기가 정말 정말 어렵고 힘들다. =_=;; 어떤 곡인지 악보만 보고 파악할 수가 없더라.;;

이는 컴퓨터에다 비유하면.. word 단위 align되어 있지 않은 메모리를 읽고 쓰는 게 몇 배로 더 힘든 것과 비슷해 보인다. (필요하지 않은 주변 메모리를 다 읽어야 되고, 클럭 사이클도 몇 배로 더 필요)
이마저도 메모리 절약 정신이 몸에 밴 x86 동네에서나 관대하게 처리해 주지, 다른 가볍고 간결한 형태의 CPU였으면 아예 접근을 포기하고 에러를 날려 버리기도 한다.

이런 멜로디는 악보를 읽기도 힘들고, 채보도 지독하게 힘들다.
내 개인적으로 채보하기가 제일 어려웠고 제일 애먹었던 리듬은.. 주토피아 OST Try everything에 나오는 "오 오 오 오오~"였다.

3. B장조의 유명한 곡

하루는 서로 다른 버스에서 실내 BGM으로 뭔가 익숙한 음악/노래를 들었다.
파(빰빰빰빰)~ 솔(빰빰빰빰)~ 라(빰빰빰빰)~ 시(빰빰빰빰)~
미(빰빰빰빰)~ 파(빰빰빰빰)~ 솔(빰빰빰빰)~ 라(빰빰빰빰)~

주선율은 바이올린으로 나오고 뒷배경 빰빰빰은 피아노로 나오는 요거..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는데..?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얘는 ‘마지막 황제’ OST인 Rain이라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이거 작곡자가 아마 일본인이지 싶다.
Summer도 일본 사람 곡이고 Rain도 일본인 곡이고..

1987년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35년 전의 옛날이다만, 로보캅, 풀 메탈 자켓, 히든, 그리고 마지막 황제까지.. 나름 명작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 나온 것 같다.
피아노 레슨을 하는 본인의 지인에게 물어 보니 Rain 참 멋진 곡이고 자기도 좋아한댄다. 그리고 저걸 피아노로 치려고 배우러 오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거 말고 또..
“따따따따 따다 딴딴” 이러면서 여자 가수 솔로가 나오는 경쾌한 외국 노래를 듣게 됐는데.. 이건 내가 지금까지 정체를 정확히 몰랐었다.

가사가 있는 곡은 가사를 알면 거의 곧바로 곡을 알 수 있게 된다.
내가 영어 리스닝은 젬병이고, 특히 노래 가사는 알아듣기가 더욱 어렵지만.. 이 곡은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서 필살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가사를 들어 봤다.
아아.. If you wanna be my lover였구나. 스파이스 걸스의 노래라는 걸 알게 됐다.
Rain과 If you wanna be my lover는 주선율이 둘 다 B장조로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흔한 C장조보다 약~간 낮다는 뜻이다.

4. 악어~~

그러고 보니 옛날에 '악어'가 나오는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가 둘 있었다.
하나는 이 요섭 작사· 작곡인 동요 "정글숲" (정글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 악어떼가 나온다~ 악어떼!)..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다름아닌.. 정 광태의 개인 앨범에 수록됐던 "악어 사냥"이다.
“악어야 나와라~ 우리는 악어 사냥꾼~~ (..) 악어야 울지마” 이러는 노래였다. ㄲㄲㄲㄲ 이거 무려 1980년대 초중반 “독도는 우리땅” 노래가 처음으로 소개된 그 앨범에 있던 곡이다.

두 곡 다 단조이고 박자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까놓고 말해 "악어떼가 나온다~ 악어떼~!" 다음에 곧바로 "악어야 나와라~!"를 이어도 될 정도로.. 우리나라가 딱히 정서적으로 악어가 친근한 동네는 아닌데, 공룡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니고 악어를 소재로 한 익살스러운 노래가 있다는 게 흥미롭다.

곡이 만들어진 시기는 아마 정글숲 동요가 더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이 곡을 만든 이 요섭 선생은 2019년에 국내에 생존해 있다는 블로그는 하나 나오지만, 이것 말고 생년이나 학력, 프로필 등 대외적으로 알려진 게 몹시 드물다.

이분은 "산중 호걸이라 하는 호랑님의 생일" 이거도 작사· 작곡했으니 동물을 참 좋아하신 것 같다. 그리고 심지어 독실한 신자로서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금과 은 나 없으나"와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 성" 같은 복음성가까지 작사· 작곡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굴러다니는 거의 모든 악보들에서는 그냥 작사· 작곡자 미상이라고만 기재돼 있다!! 그 정도로 자기 정체를 일부러 감추시는 것 같다.

5. 그린그린~~

휴먼버그 대학교 만화 세계관에는 야쿠자 조직이 있는데, 거기 건달 중에는 '코바야시 유키사다'라고, 머리를 연보라색으로 물들인 미치광이 살인귀 파이터가 있다. 단검으로 상대방을 사정없이 찌르고 쑤시고 돌리는 게 주특기이기 때문에 별명이 '나이프의 코바야시'라고 한다.
이 아저씨가 전투 전에 말하는 스타일은~~ "그린그린~~ 푸른 하늘에는.." 이러면서 해맑게 웃으면서

"오늘은 당신의 제삿날입니다~! 해피 데쓰 데이!!"
"당신 내장을 스무디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오늘의 양자택일 퀴즈!! 당신들이 전부 인생 하직하기까지 1분이 걸릴까요, 2분이 걸릴까요? 그린그린~~ 정답은 1분입니DIE!!"
뭐 이런다...;;


도대체 말 끝마다 그린그린 그러길래.. 그린이 뭔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일본에서 유명한 무슨 포크쏭 풍의 동요인가 보다. グリ―ングリ―ン (☞ 듣기)

진짜 원전은 미국의 1960년대 노래인데,
일본에서는 그걸 들여와서 같은 멜로디에다, 가사는 'green green' 추임새 부분만 남기고 다른 아기자기한 말로 바꿨다. 뭔 말인지는 나도 모름..
'그린 그린' 이러는 후렴 부분 말고, 도입부라고 해야 하나 그쪽 멜로디는 코드 진행이 복음성가 "노래할 이유 있네"(하늘문이 열리면 노래할 이유 있네 ... 월요일~매일 노래할 이유 있네)의 앞부분과 굉장히 비슷하다~!!

저렇게 피아노 연주에 맞춰서 애들 동요 부르는 게 옛날 한전 CF "빛이 있어 세상은 밝고 따뜻해" 같은 정겹게 느껴져서 좋은데..
야쿠자 건달이 나이프 들고 저런 발랄한 노래에 맞춰서 "그린그린~~ 오늘이 당신 제삿날입니다" 이랬던 거였냐? 개 싸이코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오 브레넬리"도 같은 멜로디에다가 원전과 완전히 다른 일본어 가사가 붙은 노래가 있었지 싶은데.. 일본이 그런 식으로 서양 노래 개조도 많이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오 브레넬리" 같은 멜로디도 아주 좋아한다. 화사하고 예뻐서~~

6. 또 다른 비슷한 곡

(1) 오징어 게임 OST의 맨 첫 곡 “way back then” (전철역 승강장에서 딱지치기 게임이 시작되고 성기훈이 계속 따귀 쳐맞을 때 같이 나오는 그 병맛스러운 피리.. 아니 리코더 연주. 시시시~ 시시시~ 시라솔라 솔미미)
킬 빌의 “twisted nerve” (엘 드라이버가 간호사로 변장해서 병원에 잠입할 때 나오는 그 휘파람 연주. 이건 새로 창작된 곡이 아니라 그냥 기존 명곡이기 때문에 OST는 아님. 시~라~ 시시라~ 라~솔 라라솔~)

둘이 뭔가 심상이 비슷하게 느껴져서 서로 간섭을 일으킨다. 하나를 생각하면 다른 하나를 같이 떠올리기가 어렵더라;;
영화 초반에 뭔가 특이한 음색으로 주선율이 연주되고, 뜬금없고 병맛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2) 주님 말씀하시면 내가 나아가리다 / 내 입술의 말과 나의 마음의 묵상이 (시편 19)
이 둘도 느낌이 꽤 비슷한 것 같다.
‘도레 미…’로 시작하는 첫 시작 부분뿐만 아니라 중간에 “뜻하신 그곳에 나 있기 원합니다” / “내 반석 나의 구원자” 이 부분도 말이다.
물론 멜로디의 느낌이 비슷하다는 거지, 가사 내용은 서로 크게 관련이 없는… 게 아니군. “주의 종 되기 원해” / “이끄시는 대로 순종하며 살리니”는 좀 비슷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3/10/22 08:35 2023/10/22 08:35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222

올여름 호박 농사

본인은 올해는 지난 4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약 3개월 동안 호박을 두 곳에서 키웠다.
한 곳은 집 옥상의 화분, 그리고 다른 한 곳은 집 근처 강변의 아지트. 후자는 일종의 무단경작이다.

옥상 화분은 뿌리 내릴 공간이 부족해서 그런지, 아니면 작년부터 지금까지 연작을 해서 지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퇴비와 비료, 영양제를 막 넣어 줘도 애들이 자라는 게 영 시원스럽지 않고 작년보다 못한 것 같았다. 잎이 잘 시들어 떨어지고, 씨방이 생기던 것도 암꽃이 피지 못하고 떨어졌다. 다음에 농사 지을 때는 흙을 전면 교체해야 할 것 같다.

얘들보다는 강변의 진짜 땅에서 키우는 호박이 관리를 덜 해 줘도 훨씬 더 크게 잘 자랐다. 그러니 무단경작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상한 쓰레기 전혀 없고 농약 안 쓰고, 주변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키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말 아름답고 탐스럽지 않은가? (마지막 사진은 새벽 5시 반쯤에 찍은 것이어서 좀 어둡다 ㄲㄲㄲㄲ)
내 기억이 맞다면 얘들은 6월 초쯤부터 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그 무렵부터 이제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덩굴을 길게 뻗기 시작했다. 줄기가 길어지고 굵어지고 거의 괴물처럼 덩치가 커지기 시작했다. 잎 한 장 길이가 30~40cm에 육박하기 시작했다. 싹이 난 지 거의 45~50일 만에 영양 생장에 완전 재미를 붙인 듯하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안 했는데 호박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상상을 초월하게 커졌다. 너무 비좁아져서 내가 지나가지도 못할 정도가 됐다. 아이고, 안 그래도 하천변에 불법 무단경작인데, 꼬리가 너무 길어지면 밟히는걸?? 호박이 너무 잘 자라도 걱정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호박이 덩치가 워낙 커졌으니 잎을 10여 장 정도 따도 티가 안 날 정도였다. 지난 6~7월 동안 본인은 호박잎을 거의 150~200장 가까이 따서 먹었다. 고기나 젓갈과 함께 쌈 싸서 먹기도 하고, 라면이나 매운탕에다가 넣어서 먹기도 했다. 교회 사람들에게도 두 차례에 걸쳐 40~50장 정도 나눠 주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꽃이 수십 송이 핀 뒤, 지난 6월 중순쯤에 한 덩굴에서 드디어 첫 암꽃이 폈다. 수분해 준 것은 성공해서 부풀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탐스러운 단호박이었다.
암꽃 열매가 4~5개 정도 맺힌 뒤, 7월 초순까지는 암꽃이 좀체 피지 않고 수꽃만 계속 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작고 색깔 짙은 아이(A, 왼쪽 위)가 바로 내가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가 꽃가루를 직접 묻혀 주고 수분 성공까지 확인한 최초의 단호박 열매이다.
그 반면, 다른 하나(B, 오른쪽 위)는 꿀벌이 수분해 줬다. 저 구석탱이에 쳐박혀서 지금까지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발견했다.
덩굴 줄기를 밟는 걸 감수하고라도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서 보물찾기 하듯 덩굴을 수색하다가 발견하게 됐다.

단자의 모양을 보아하니 다들 일반호박이 아니고 어여쁜 단호박이었다.
하지만 둘 다... 땅에 닿은 바닥 부위가 물러지고 상하고 있어서 결국 못 먹고 버리게 됐다. ㅠㅠㅠ
어쩐지 A는 표면 색깔이 저렇게 짙어지고 줄무늬까지 선명하게 생긴 와중에 크기가 너무 커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낙과하는 조짐도 전혀 없고, 윗부분은 눌러 봐도 아무 이상이 없어서 그냥 놔 두고 있었는데..
들어올려서 밑바닥 부위를 보고는 기겁했다. 벌레까지 꼬이면서 난장판이 돼 있었다.

B는 표면을 함 보소~ 단호박도 아니고 일반호박도 아니고 참 특이하게 생겼으나~ 발견 자체가 너무 늦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역시 바닥 부위는 난장판.
최대 길이가 12cm에 달할 정도로 잘 자랐고 안에 씨도 형성돼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물렁물렁한 게 식용 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수분 성공한 뒤에도, 식물 본체로부터 낙과 당하지 않더라도 열매가 의외의 방식으로 낙오할 수가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ㅠㅠㅠ
난 이렇게 유산된 아이는 여느 쓰레기로 취급하여 버리지 않는다. 특별히 해로운 병충해를 당한 게 아니면, 원래 자라던 텃밭에다 도로 묻어 주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다른 열매 하나는 정말 믿어지지 않지만 도난 당하기도 했다. 누군가가 잎을 뜯어 가면서 얘까지 건드렸는지, 어느 샌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제대로 자란 커다란 열매도 아니고 이런 걸 누가 따 가나 모르겠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아래의 C 하나만이 남았다. 일단 모든 부위에 이상이 없는 걸 확인했고, 얘는 바닥 부위가 썩지 말라고 흙에 닿지 않게 비닐 씌우고 바닥에 다른 깨끗한 받침대까지 깔았다.

그랬는데....
이 호박밭은 지난 7월 14일, 물의 넘침으로 말미암아 멸망했다. ㅠㅠㅠ (벧후 3:6)

서울 시내에 딱 한 번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서 주요 하천들에 둑이 범람했을 때..
한 6~7시간 정도 흙탕물 속에 잠겼더니 호박이 그걸 못 버티고 싸그리 전멸해 버렸다. 줄기가 다 쓰러졌고 다시 소생하지 못했다. 새순이 돋지 않고, 잎과 줄기는 물렁물렁해지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드가 됐다.

내가 그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강 코앞에서 텐트 치고 지켜보다가 호박들의 마지막 순간을 최대한 근처에서 지켜보고 함께하는 것이 전부였다.
농경지 침수 피해를 입은 농민 심정을 약간이나마 알 것 같았다.
옥상 화분에서 키우는 거 말고, 강변에서 무단경작 하고 있던 아이들과는 이렇게 이별하게 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무성하던 호박 덩굴은 모조리 죽어 없어졌는데.. 거기서 호박과 경쟁하며 같이 자라던 잡초들은 불과 며칠 만에 시퍼런 잎을 또 내면서 자라고 있더라. 똑같이 물에 잠겼는데도! 아~~ 이래서 과육 위주로 자라는 식물이랑, 단순히 성장과 번식만 하는 잡초는 서로 차원이 다르구나 싶었다.
환삼덩굴. 얘는 가시박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강변을 접수하고 있는 생태계 교란 식물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침수됐던 강변 호박 잔해를 뒤져서 그나마 아까 그 열매 C만을 건져 와서 쪄서 먹었다. 지름 13cm 남짓한 튼실한 단호박이었다. 혹시 이것 말고 다른 열매가 몰래 맺힌 게 없는지 잔해를 최대한 샅샅이 뒤져 봤지만 일단은 없었다.
잔해 수색을 마치고 복귀하기 전엔 호박밭에다 거수경례를 했다. 지난 3개월간 너희 덕분에 내가 행복했다. ^^

시장에서 파는 단호박은 표면에 아무 냄새도 안 나던데.. 이렇게 직접 키워서 딴 호박은 표면에서 호박 내부 특유의 비누 냄새가 진동을 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니 비누 냄새는 향내가 아니라 뭔가 고약한 지린내에 더 가까워졌다.
이건 도저히 오래 놔 둘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 하루만 놔 뒀다가 바로 먹게 됐다. 두 끼 정도 분량이 나왔다. 물에 잠겨서 보존성이 더 나빠진 건지는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생존자가 전혀 없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딱 한 군데.. 그나마 물에서 상대적으로 먼 곳에 심겼던 줄기 한 곳에서 싱싱한 새순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거라도 애지중지 잘 키워야겠다.

얘는 도대체 어느 덩굴 출신인지 출신을 추적하기가 참 난감했다. 그걸 찾아내야 이 더운 날에 물을 제대로 줄 수 있는데..
뿌리로 추정되는 부위를 발견하긴 했다. 하지만 거기 일대는 이미 다 물러지고 연해져 있던걸? 거기를 통해서 본체에 물과 영양이 공급된다고는 영 믿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얘는 놀랍게도 줄기 한두 군데에서 뿌리가 새로 내려가서 땅 속에 박혀 있었다.
줄기를 딴 방향으로 옮겨서 정리하려고 들어 봤는데 뭔가에 걸려서 반응이 없었다. 이게 단순히 다른 장애물 때문이 아니라 새 뿌리 때문이었다.

스타크에다 비유하자면 본진이 바뀐 거나 마찬가지이다. 원래 심겨졌던 뿌리 부위가 빗물에 몇 시간째 잠겨 질식사했기 때문에 호박이 살려고 저런 몸부림까지 쳤던 듯하다. 이런 광경은 개인적으로 처음 봤다.

이상이다.
직접 키운 호박을 더 구경할 수 없어서 몹시 아쉽지만, 그래도 이제 벌써 8월이다. 앞으로 3~4주쯤 뒤면 갓 수확된 늙은 호박을 돈 주고 살 수라도 있을 테니 기대된다.
동네 반찬· 채소 가게에서도 구경하려면 9~10월은 돼야겠지만, 인터넷이나 도매상 레벨에서는 이미 올라올 테니 말이다.

옛날에 남궁 억 선생이 무궁화 심기 운동을 벌였다고 하는데.. 난 호박 심기 운동을 벌이고 싶다. 전국 방방곡곡의 노는 땅에 호박 덩굴이 가득하기를..
외부인의 침입 걱정 없고 침수 걱정 없는 시골에서 내 손으로 5kg짜리 누런 늙은호박을 직접 키워서 따고 싶은데 말이다.. ^^ 죽어서도 호박밭에 묻히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23/08/05 08:36 2023/08/05 08:36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91

1. 에디션

세상에는 개인용-기업용, 내수용-수출용, 소매점용-업소용 이렇게 판매 대상에 따라서 살짝 다른 방식으로 팔리는 물건이 있다.

  • 소프트웨어의 개인용-기업용 에디션: 기본적인 기능은 같지만, 후자에는 다수 공동 작업과 관련된 기능이 더 들어간다거나 지원하는 작업 규모가 더 크다거나 하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후자가 차이점 대비 훨씬 더 비싸다.
  • 자동차: 내수용이 수출용보다 훨씬 더 저렴하고 부실하게 만들어진다며 의혹이 많은데.. 제조사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서로 일부러 다르게 만드는 게 더 번거롭고 어렵다면서 말이다. (생산 라인을 하나 더 추가~)
  • 석유: 농기계나 어선을 가동하는 용도로는 세금이 덜 들어간 매우 싼 기름을 넣을 수 있다. 이런 기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건 당연히 탈세이고 심각한 범죄이다.
  • 식품: 콜라나 술에 소매점용/업소용 구분이 있긴 하지만 맛과 성분에는 당연히 아무 차이가 없다. 단지, 업소에서는 이런 것들을 워낙 대규모로 구매하기 때문에 제조사에서도 약간 싸게 판매를 할 뿐이다. 소매점에서 업소용 식품을 사서 되파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안 되지만 이를 일일이 단속할 방법이나 이에 대한 법적 제재는 없다고 한다.

2. 원가

식당에서 밥 한 그릇을 먹으면 밥값에서 재료값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나 1/3 정도로 여겨진다. 아무리 인심 후한 식당이라도 재료값만 절반이나 과반을 차지한다면 그건 수지 맞는 장사가 못 된다. 서비스 인건비, 임대료, 이윤 등을 생각했을 때 말이다.

그런데 식당이야 애초부터 이윤을 따지는 장사니까 그렇다 치는데..
굿네이버스인지 뭔지.. 국내외의 각종 불우이웃, 아프리카 난민을 도와 달라고 호소하는 곳들 말이다. 거기에다가 돈을 내면 그 중 얼마가 실제로 그 사람들에게 전해질까?

그 비율은 아주 처참하다고 들었다.
글쎄, 평소에 후원이 아주 많이 들어와서 돈이 남아돌 지경이라면 모를까, 고정 지출인 자기네 직원 월급, 홍보비 마케팅비, 유명 모델을 광고에 출연시켰으면 그거 개런티..ㅜㅜ
식당 밥 한 그릇 원가의 재료비 내지, 그 안습하다는 열기관의 열효율만치도 실제 환자나 실제 어려운 난민, 불우이웃에게 가지는 않는다고 한다. >_<

뭐, 그렇다고 저런 자선 단체들이 고의로 성금을 떼먹는 악덕 집단은 아닐 것이다.
악의적이지 않은 곳만 해도 저러한테 하물며 북괴 도와준다고 퍼준 돈 중에서 북한 주민 복지를 위해 실제로 쓰인 액수는..?? 이거 생각하면 뭐.. 지금까지 북괴랑 대화 이러던 정치인놈들은 전부 다 쳐죽이고 무덤을 부숴 버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건 뭐 법적 의무는 아니겠지만, 유명 배우가 진짜로 그런 광고의 취지에 동의한다면.. 자기부터 자기 몸값 대비 아주 저렴한 개런티 내지 심지어 무료로 출연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불쌍한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이런 멘트 날리기 위해 뭐 어려운 연기가 필요한 것도 아닌걸..??

아 그래도 옛날에 아이유가 애들과 함께 ‘뭉게구름’ 노래 하나 불렀더니 후원액수가 갑자기 100배로 불어난 기적..!! 본인도 기억하고 있다. 이럴 때는 유명인사를 그 돈 주고라도 초청할 가치가 있긴 하다. ㄲㄲㄲㄲㄲ

3. 대도시 도심 한복판에서 저렴하게 주차하기

  • 영화관에 영혼만 보내기: 예전엔 <자전차왕 엄복동> 영화의 티켓을 하나 구매해서 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차를 3시간 세워 놓을 수 있다면.. 영화를 보지 않고 주차비만 생각해도 이익이라고 분석을 한 사람이 있었다.

  • 은행에다 차를 담보로 맡기고 대출: 이를 소재로 한 외국 유머가 있기도 했다. ㄲㄲㄲㄲ 이러면 2~3시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외국 출장 같은 장기 주차가 가능하다.

이거 무슨 동전을 액면가 그대로 쓰지 않고 녹여서 금속 성분을 팔면 더 이익이라는 얘기와 비슷하게 들린다. 물론 녹이는 데 드는 비용도 추가로 생각해야겠지만..

4. 집, 채무

세상 나라들 중에 막대한 빚이 없는 나라가 없고, 기업이나 정부 기관들도 무리해서 돈을 뽑아 쓰느라 빚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다. 개인도 어지간한 흙수저 평민들은 평민 빚 없이는 집 장만하고 결혼하는 게 불가능하다.

인터넷 돌아댕기다가 "부모새가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어서 어디서든 알을 못 깐다" 이런 말을 봤는데.. 비유가 대박인 것 같다. >_<
아 글쎄, 난 무작정 사회 탓 세상 탓만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요즘 젊은것들이 근성이 없어 갖고.. 지방 내려가면 일자리 없는 중소기업들이 썩어나는데~"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식새끼한테는 절대 권하지 않을 무책임하고 위선적인 의지드립을 남에게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일단 사람들이 인지하는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도대체 전부 다 빚이 있으면 세계 최상위 궁극의 채권자는 누굴까..?? 하긴, 채권-채무 유향 그래프는 깔끔한 트리 구조가 아니라 사이클이 존재하고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걸지도 모르겠다. 이건 마치 꽉꽉 막히고 있는 도로의 맨 앞의 차는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하는 것과 비슷하다.

5. 익명 처리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위해서는.. 실존하는 것을 사칭할 위험이 없으면서 충분히 현실감도 내는 대체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간단하게는 촬영 소품용 위조지폐(돈다발 씬..)부터 시작해서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스튜어디스 유니폼, 현재 쓰이지 않는 군복과 부대 마크, 현존하지 않는 가상의 전화번호, 차량번호 같은 것 말이다.

하긴, 요즘은 기업명 제품명 같은 건 아예 간접 광고 명목으로 익명 처리조차 없이 노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면 영상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광고비 받으면서 익명 처리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겠다.;;.

6. 보험계리사

보험업계에서 보험설계사야 그냥 차팔이 대신 발품팔이 보험팔이인 영업사원일 것이다. 그 반면, 보험계리사는 실제 보험 상품을 만들고 수익률을 계산하는 사람이니 그야말로 경제학? 금융수학? 확률 통계의 달인이다. 과학· 공학이 아니라 순수하게 수학 전공자가 유리한 얼마 안 되는 분야이지 싶다.

금리나 화폐 유통 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브레인과는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 철도에서 열차 시각표를 짜거나 수정하는 소수의 부서, 게임에서 각종 아이템들의 가격 밸런스를 조정하는 것과 비슷한지도??
이래서 수학이 모든 학문의 꽃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숫자로 표현되는 모든 시스템들의 질서를 합리적으로 조율하는 위력이 있으니까,

과학이나 공학과의 접목 없이 수학 하나만으로 먹고 살려면..? 제일 흔하고 무난한 방법은 애들 교육-_-일 것이다.
무슨 필즈 상· 아벨 상을 받을 정도의 괴수 천재이거나, 그 정도는 아니어도 이 바닥에 완전 뼈를 묻어서 대학 교수까지 할 정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 게 아니면서 수학 혼자서 실용적인 가치가 높고 업계와의 접목이 용이한 건 아무래도 (1) 암호학· 보안 쪽의 응용수학, 아니면 (2) 확률· 통계를 접목한 경제· 금융 이렇게 둘임이 틀림없다.

7. 나머지

  • 같은 집의 매매와 전세 가격을 보면.. 숫자의 차이 비율이 뭔가 휘발유 값과 경유 값의 관계와 비슷해 보인다.
  • 우리나라 최고령 아파트이던 충정 아파트가 철거가 결정됐고, 대치동 은마 아파트도 철거와 재건축이 결정됐다니 참 감개무량하다. 붕괴 위험이 높던 낡은 시범 아파트 정도가 철거된 것보다 임팩트가 더 큰 사건이다.

  • 딸기와 초밥은 식품 중에서 헐값 떨이 판매를 하는 경향이 유난히 큰 부류인 것 같다. 딸기는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을 때 그러지만 초밥은 아예 판매 당일에 영업 마감이 임박하면 떨이를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3/03/22 08:35 2023/03/22 08:35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39

« Previous : 1 : 2 : 3 : 4 : 5 : 6 : ... 11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6/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3940025
Today:
693
Yesterday: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