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역의 흑역사

1905년, 경부선이 개통한 당시부터 영업을 시작한 수원 역은 가히 경기도 남부의 교통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지금은 새마을호 이하 모든 열차가 정차하며 백화점이 인근에 있는 민자 역사이다. 구로와 수원은 애경 백화점(AK 플라자)이, 영등포, 안양, 청량리는 롯데 백화점이 접수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덧붙이자면 서울 역은 갤러리아 백화점이다.

수원 역은 한때는 수인선과 수려선이 만나서 수직인 경부선뿐만 아니라 수평의 철도까지 교차하는 지점으로, 즉 경부 고속도로로 치면 신갈 분기점 같은 환승역이기도 했다. 비록 지금은 그 철도는 없어졌지만 걱정 마시라. 분당선이 다시 수원으로 연장되는 중이고, 수인선은 복선 전철로 재건될 예정이기 때문에 옛날의 영광은 다시 찾아올 것이다.

수원은 대전과 마찬가지로 경부선 덕분에 급성장한 도시이다. 비록 인천만치 터져 나가지는 않지만 인구도 100만 명을 돌파하고 광역시급 덩치가 됐다. 단순 철도뿐만 아니라 1974년에 수도권 전철이 개통한 것이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한 선로 위의 동일한 역에서 과금 체계가 다른 두 종류의 열차를 취급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예 선로별 복복선인 서울 시내 구간은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영등포, 용산, 서울, 청량리 같은 역은 여기에 속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하 모든 그림에서 파란 선은 일반열차를, 빨간 선은 전동차를 의미함)

하지만 방향별 복복선 구간에서 열차를 정차 내지 대피시킬 공간마저 충분하지 않은 역은 일반열차 승객과 전철 승객을 분리시키기 위해 머리를 좀 써야 한다. 지금의 수원과 평택 같은 역을 생각해 보면 된다. 수원 같은 경우, 전철 승객은 지하도를 통해 지하로 나가고, 일반열차 승객은 계단을 통해 윗층으로 나가고 있다. 광명 역은 이런 시설이 없기 때문에, 셔틀 전동차 이용객은 개집표기를 통과하지 않고 반대편 승강장으로 갈 수없다.

이에 덧붙여, 드물지만 바로 역의 앞뒤로 전철 승강장과 일반열차 승강장을 분리하는 경우도 있다. 좌우 공간이 충분하지 못한 역이 쓰는 방식인데 경부선 안양과 중앙선 덕소 역이 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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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전철 개통 당시 수원 역의 배선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열악했다. 사실 1호선의 또 다른 종점인 인천 역도 아직까지 인상 선로조차 없는 열악한 역이긴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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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서 운행을 마친 전동차는, 부산까지 가는 경부선 일반열차보다 먼저 방향을 바꾸고 반대편 방향으로 ‘회차’를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원 역은 중앙에 전동차 승강장이 섬식으로 있고 양 끝에 일반열차 승강장이 존재하는 형태였다. 위의 그림에서 아래쪽이 부산 방면이요, 위쪽은 서울 방면이다.

그림을 보노라면, 당시 수원 역의 배선 구조는 문제가 많았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전동차를 증차하기 위해 경부선 수원 이북 구간은 이미 1980년대 초에 2복선으로 확장되었다. 그래서 전동차는 새로 생긴 외선으로, 일반열차는 기존 내선으로 방향별 복복선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원 역에서는 전동차가 회차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열차--정확하게 말하면 수원에서 정차하는 열차--가 외선으로, 그리고 전동차가 내선으로 자리를 바꿨다. 철도에서 만악의 근원인 평면교차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것 말고도 진정한 재앙은 따로 있었다. 그렇게 내선과 외선을 바꿔치기한 후에, 수원 역의 전동차 승강장의 선로는 그럼 전동차만의 전용 공간이기라도 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외선은 일반열차 중에서 수원 역에 정차하는 열차만이 이용했고 무정차 통과하는 열차는 여전히 그대로 내선을 통과했다. 전동차 승강장을 스쳐 지나가면서 말이다. 그렇다. 그 선로는 경부 본선이었다. 흠좀무.

이 때문에 전동차는 화서에서 수원으로 진입하기 전에(X자형 교차 지점) 늘 일반열차 눈치를 봐야 했고, 심지어 회차선에서 전동차 승강장으로 진입할 때도 일반열차 눈치를 봐야 했다. 마음 편하게 지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경부선 선로를 2복선으로 확장한 뒤에도 이것 때문에 전동차를 도무지 충분히 증차할 수 없었다.

이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새마을호였다. 이때 새마을호는 오늘날의 KTX의 위상을 능가하는 호화 귀족 열차였고, 모 사이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트로트 가사에 정확하게 맞춰 신나게 질주하던 괴물이었다. 수원 역 플랫폼쯤은 최고 시속 140km로 통과해 버렸다. 전철을 타는 승강장이니 완전히 막아 버릴 수도 없고.. “전동차 승강장으로 열차가 통과할 예정이오니 부디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경부선 수도권 전철 구간이 여전히 복선이던 1970년대에나 들을 수 있을 법한 희귀한 경고 방송이 세 번째 반복되는 순간, 쌩....! 했다.

수원 역에서는 전동차 기관사의 고충도 더 컸다. 수원에서 하행 전동차가 운행을 마치면 회차선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상행 방면 선로로 진입한 뒤부터 승객이 타야 되는데, 수원에서 상행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차에 빨리 타서 앉아 가겠다는 심보로, 이제 종착해서 회차선으로 들어갈 예정인 전동차에도 무자비하게 타 댔다(섬식인 덕분에 상하행 승객이 동일 플랫폼 사용!). 용산에서 종착한 급행 전동차도 지금까지 비슷한 이유로 인해 골치를 썩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회차선에 들어가 있는 동안 직원이 차량을 청소도 하고 특히 기관사와 차장은 200m에 가까운(10량 편성 기준) 거리를 걸어 반대쪽으로 위치 교대도 해야 한다. 그런데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승객이 많이 타 버리면 이들은 부득이 차 밖으로 내려서 옆 선로로 걸어가야 했다. 바로 경부 본선으로 말이다! 그런데 거기로 새마을호가 통과해 버리면? 이건 그야말로 기관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짓이나 다름없었다.

이렇듯, 수원 역은 위상에 걸맞지 않게 열악한 회차 구조 때문에 문제가 많았고 실제로 2002년엔가 03년에는 선로 작업 차량이 대기 중이던 지하철 전동차를 추돌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이 모든 일들은 이제 옛날의 추억이 되어 있다. 회차 시설은 입체 교차 시설이 잘 갖춰진 병점 역으로 옮겨지고 이제 수원 역은 종착역이 아닌 단순 통과역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2005년에 수도권 전철이 천안까지 연장 개통하기에 앞서, 2년 전에 중간 지점인 평택도 아니고 병점까지만 서둘러 연장 개통한 것은 그만큼 수원 역의 평면교차 문제 해소가 시급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20 18:28 2010/02/2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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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3호선 수서-오금 연장

작년 여름에 드디어 서울 지하철 9호선이 개통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 3기 지하철의 윤곽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오늘은 만년 떡밥이던 3호선 수서-오금 연장 구간이 드디어 개통하여 아침 11시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사실, 3호선이 처음 갓 만들어진 당시에는 남쪽은 무려 양재에서 끝이었다.
그러다가 2기 지하철 계획이 수립되고 나서 4호선이 당고개 역이 건설된 것과 같은 시기(1993)에 3호선도 그 이남으로 수서까지 연장되었다.
그 일이 있은 후 17년이 지나서야 3호선의 남쪽 끝이 더욱 연장된 것이다.

가락시장(8호선 환승) - 경찰병원 - 오금(5호선 마천 지선).
아주 짧은 거리에 비해서 어마어마한 네트워크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에 애시당초 경제 타당성 평가도 높게 나왔으며, 3기 지하철 계획에 응당 포함되었다.
거리도 얼마 안 긴데 9호선보다도 먼저 진작에 개통했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7호선 연장이야 부천시의 재정 악화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 쳐도 말이다. (사실 부천은 경마 공원이 있는 과천과 더불어 서울 위성도시 중에는 재정 자립도가 높은 곳이라고 들었다. 인구가 워낙 많아서 세금도 많이 걷히기 때문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수서-오금 사이는 그렇잖아도 원래 비밀 선로가 있었고 5, 8호선 전동차의 반입 경로로 쓰이기도 했다. 왜 진작에 거기까지 노선을 만들 생각을 안 했는지도 의문이다.

언론에서는 마천에서 수서까지 이제 요금도 1100원에서 900원으로 200원이나 싸졌다고 홍보하는데, 이건 별 영양가 없는 탁상공론이다. 지금까지 마천에서 수서까지 지하철을 이용해서 가는 바보가 어디 있었겠냐 말이다. -_-;; 마천 쪽은 지하철 배차 간격도 살인적으로 길지 않은가.

이로써 8호선은 천호, 잠실, 가락시장, 복정 이렇게 3정거장 간격으로 환승역이 규칙적으로 등장하는 노선이 되었다.
그리고 가락시장은 잠실, 모란과 마찬가지로 환승 통로가 모란(하행) 방면 맨 끝에 존재한다. 그러니 이쪽 객차의 혼잡은 여전히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2기 지하철은 3기 지하철과의 환승도 대비하고 가능한 한 역을 교차로에 골고루 퍼지도록 건설했다고 하는데 가락시장 역만큼은 문정 역과의 거리를 감안해서 그런지 골고루 안 만들고 여전히 한쪽에 치우치게 만들어졌다.

그런데 앞으로 9호선이 동쪽으로 더욱 연장되면 8호선과 5호선 마천 지선은 환승역이 또 하나 생기게 된다. 이쯤 되면 5호선 지선은 이용객이 더욱 늘 텐데 배차 간격을 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방화-상일동 열차를 상시 운행하고 차라리 강동-마천만 다니는 지선도 본선과 동일한 배차 간격으로 운행시키는 건 어떨까?

끝으로 하나 첨언하자면, 3호선 신규 역사들은 보아하니 너무 9호선틱하게 디자인됐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리 요즘 디자인 패턴이 바뀌었다고 해도 3호선 역이라면 좀 기존 3호선 역과 일관된 인테리어를 갖춰야지 역명판의 색깔과 글씨체, 배경색까지 똑같으니 정말 분간이 안 된다. 1, 2기 지하철 인테리어가 채택하고 있는 초롱테크 지하철 서체와 노선 색깔띠가 그립다.

아무튼 철도가 더 개통했다는 건 기쁘며 축하할 일이다. 20년 가까이 통용되어 온 수서-대화가 오금-대화로 바뀌려니 어색할 것 같다. 하긴, 이런 느낌은 아예 30년 가까이 통용되어 온 수원-청량리가 병점 내지 천안으로 바뀌었을 때도 경험했을 것이다. ^^

Posted by 사무엘

2010/02/18 13:19 2010/02/1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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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기 지하철 이야기

1974년에 서울 지하철 1호선이 첫 개통한 이래로, 2~4호선도 서울 올림픽과 비슷한 타이밍인 1980년대 중반에 서울 시내 구간이 모두 개통함으로써 서울 1기 지하철 프로젝트가 끝났다.

하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교통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1990년대 초에 지하철 5~8호선의 추가 건설이 논의되었으니, 이른바 2기 지하철이다. 시기적으로는 인천 공항 내지 고속철 사업과 비슷하게 시작한 셈이다.
1기 지하철을 서울 메트로(구 서울 지하철 공사)가 관할한다면 2기 지하철은 서울 도시 철도 공사--SMRT가 관할하게 되었다.

2기 지하철에는 기존 1기 지하철의 연장 계획도 포함되어 있었다. 시작과 끝이 모두 국철 광역전철인 1호선이야 더 발전의 여지가 없고 2호선도 순환선이다 보니 지선 건설 외에는 더 생각할 게 없지만, 3호선은 남쪽으로 양재-수서 구간이 추가 건설되었으며 4호선 역시 북쪽으로 당고개 역이 이 때 신설되었다.

이때 건설된 2호선 신정 지선은 딱히 지하철 연장 건설은 아니지만 2호선용 차량 기지의 추가 건설과 5호선의 차량 반입 수단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다만, 과천선 내지 일산선도 비슷한 시기에 3, 4호선에 붙어서 개통은 하였으나, 이는 철도청 광역전철이기 때문에 2기 지하철의 일환으로 건설된 것은 아니었다.

2기 지하철은 1기 지하철의 건설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설 당시부터 설계라든가 기술 등 여러 면모가 향상되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쵸퍼/저항보다 더 효율적인 VVVF 전동차가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 롤지/플랩식 대신 LED 방식 전광판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 자갈 대신 유지 보수가 용이한 콘크리트 노반이 본격적으로 등장했으며, 3· 4호선과 마찬가지로 ATS보다 더 발달한 ATC 신호가 쓰였다.
- 전동차는 1인 승무와 자동 운전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 또한 1기 지하철과의 긴 환승을 교훈 삼아 역을 가능한 한 교차로에 건설하고, 앞으로 추가로 건설될 3기 지하철과의 환승도 건설 당시부터 염두에 뒀다. 그 덕을 제대로 본 환승역이 바로 여의도 역이다.
- 종착역에서 회차 용량을 늘려 주는 2폼 3섬식 승강장도 서울 2기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다만, 서울 2기 지하철은 비용 절약을 위해, 1기 지하철과는 달리 교직류 겸용 운행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2기 지하철은 기존 철도가 거의 지나지 않는 곳을 위주로 건설되었기 때문에 차량 반입도 어려운 편이었다(특히 5, 8호선).

서울 2기 지하철과 비슷한 시기에 건설되어 비슷한 수준의 기술이 도입된 지방 지하철로는 인천 1호선, 대구 1호선, 부산 2호선 정도가 있다. 서울 1기 지하철과 시기가 비슷한 것은 부산 1호선이 유일하다.

서울 2기 지하철은 그 시기적인 특성상 차량 구동음이 가장 다채롭고 개성 넘친다. 또한 지금 7호선 부천 쪽 연장을 제외하면 딱히 노선 연장이라든가 차량 추가 도입 같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그렇잖아도 개통한 지 15년 남짓밖에 안 됐는데 차량 내구연한도 25년에서 40년으로 연장).

그때에 비해 오늘날의 지하철이 바뀐 것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기계로 좌석이 모두 불연재로 교체된 것, 초창기(1996년) 5, 7, 8호선 개통 구간에도 꼬마 열차 전광판이 설치된 것(2006년에), 그리고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것(2008~09년)을 들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03 20:33 2010/02/0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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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호선의 환승 특징

1호선은 놀라울 정도로 압도 다수의 역들이 남쪽, 즉 하행 방면 끝으로 환승 통로나 출구가 쏠려 있습니다. 알고 있으면 무척 유리합니다.
석계, 신설동, 동묘앞, 동대문, 시청, 서울역, 신길, 신도림, 구로, 가산디지털단지

그러므로 1호선은 하행(인천, 천안 방면)을 탄다면 진행 방향 기준 맨 앞,
상행(의정부 방면)을 탄다면 진행 방향 기준 뒷칸으로 가면 환승이 편하다는 뜻입니다.

단, 창동, 종로3가, 회기, 금정은 환승이 평행형 환승이거나 정확하게 중앙 십자형 교차이기 때문에, 중앙에 가까운 칸에 타는 게 유리합니다.

그리고 위의 예가 적용되지 않는 정반대 예외는 남영, 도봉산, 노량진 정도가 고작입니다.
남영 역은 상행 방면 맨 끝에 타야 빨리 나갈 수 있으며, 도봉산 역시 환승 통로가 북쪽에 존재합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26 16:44 2010/01/2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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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차량 가속음 트렌드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철도 동력차가 움직일 때 나는 음향은, 동력원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1. 기름으로 달리냐 전기로 달리냐

요즘은 철도는 다 전철로 바뀌는 추세이기 때문에 기름(디젤 엔진)으로 달리는 차는 아래의 딱 세 계보밖에 없다.
디젤 기관차(정확히 말하면 디젤 전기 기관차), 새마을호 PP 동차, 통근형 디젤 동차 내지 이를 개조한 무궁화호
내구연한이 경과하면 이런 차들은 대부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제일 마지막에 남는 건 비전철 구간을 달리고 화물 수송도 가능한(다목적) 기관차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전기로 달리는 차는 굉장히 다양한 계보가 존재한다.

2. 일반열차 타입이냐 전동차 타입이냐

전자에 속하는 건 전기 기관차, KTX, 누리로이다. 사실 누리로는 엄밀히 따지면 전동차에 속할 수도 있지만, 현재 코레일 일선에서 일반열차 체계로 분류되어 있으니 전자에 넣었다.
이제 다음부터 등장하는 건 전부 소위 지하철 전동차들이다.

3. VVVF냐 아니냐

전동차는 VVVF 방식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음색이 크게 차이가 난다.
VVVF란 ‘가변 전압 가변 주파수의 약자’인데, 쉽게 말해서 이게 더 기술적으로 더 발달한 좋은 방식인 반면, 변속할 때 위이잉~ 신시사이저 같은 소리가 크게 들린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음향이다.
VVVF 이전에는 전동차의 동력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저항 내지 쵸퍼 방식이 있었다. 2010년 현재 전국에서 VVVF 차량을 전혀 볼 수 없는 지하철은 부산 1호선이 유일하다. (시 재정도 부족하고, 그나마 차량 내구연한도 40년으로 늘렸으니 더욱 오래 볼 듯. ㅋㅋ)
이제는 구형 차량의 최후의 보루라 여겨지던 서울 지하철 1~3호선에도 신형 차량이 놀라울 정도로 많이 들어와서 구형 차량을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4. 초기 VVVF (90년대) 혹은 후기 VVVF (21세기 이후)

우리나라에 VVVF 전동차 시대가 개막된 것은 1990년대 초, 지하철로 치면 서울 2기 지하철(5~8호선), 그리고 수도권 광역전철로 치면 과천선 내지 분당선 정도의 시기로 보면 정확하다.
이때는 정말 춘추 시대처럼 전동차를 도입한 회사마다 유럽제, 일제 등 제각각의 인버터를 도입하여 노선마다 차량의 구동음이 제일 다채로웠다. 그래서 서울 지하철 5~8호선(1996~2000)은 노선별로 음악 소리 같은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개통한 부산 2호선(1999), 인천(1999), 대구 1호선(1997) 전동차도 서로 구동음이 제각기 다르고 서울 지하철 차량하고도 다르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서는 구동음의 변화가 멈추고, 뭔가 획일화 추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본인은 이것을 ‘후기 VVVF’ 시기라고 분류한다. 이 시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먼저 코레일 전동차도 2002년인가 2005년도 도입분부터는 더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지하철은 2005년부터 도입된 2호선 신형 전동차 구동음이 대세가 되었다.
2호선 신차, 그리고 2009년부터 도입된 3호선 신차와 9호선 전동차는 구동음이 모두 동일하다. 구동음의 첫음이 C#이다.

그런데, 부산 3호선(2005), 대구 2호선(2005), 그리고 공항 철도 전동차(2007)는 동일한 인버터 구동음인데 첫음의 높이만 다르다. 직접 타 보고 녹음한 음향과 대조해 본 끝에 동일함을 확인했다. ^^ 구동음의 첫음이 E인데, 앞의 것보다 약간 더 높다.
대전(2006)도 동일한 계보이며 첫음만 G로 차이가 있다. (앞의 것보다 낮은 옥타브)
광주 지하철(2004)은 직접 확인은 못 했지만 대전과 같은 구동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런 트렌드를 한데 뭉뚱그려서 21세기부터 시작된 ‘후기 VVVF’로 묶을 수 있는 것이다.

  그가 또 철도 차량에 관하여 말하되 디젤 기관차로부터 대도시를 다니는 지하철에 이르기까지 하고 그가 또 저항과 쵸퍼와 VVVF 전동차에 관하여 말하였으므로 (묵왕상 4:33) ㅋㅋㅋㅋㅋㅋㅋㅋ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 구동음이 너무 멋있다고 느껴서 5호선과 6호선만 골라 가며 타던 시절이 무려 2003년이다. 그로부터 5~6년 뒤, 본인은 철도 차량 음향은 다 마스터를 해 버렸다.
여기가 무슨 일본 같은 철도 왕국도 아니고, 땅도 좁고.. 얼마 되지도 않는 단순한 차량 계보인데 딱히 힘든 게 없다.

우리나라는 겨우 2004년에 고속철로 프랑스 떼제베 차량이 도입된 단일 계보인 반면, 일본은 이미 1964년부터 자체 기술로 개발된 신칸센이 다니기 시작했고, 고속철 차량 계보만 해도 0계부터 시작해서 열몇 종 가까이 되니, 그 복잡도가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일본은 도쿄에 지하철도 이미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말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첨단 철도 기술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지하철과 고속철 모두 한국보다 반세기 가까이 앞선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2 09:41 2010/01/1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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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식 승강장은 반대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승강장 반대편'에서 쉽게 탈 수 있지만,
상대식 승강장은 '반대편 승강장'으로 가야 탈 수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설동 지선을 타고 성수 역에 도착하면 시청· 을지로 방면 열차는 바로 '(동일) 승강장 반대편' 열차를 타고 손쉽게 갈 수 있지만, 잠실· 강남 방면으로 가려면 계단을 이용해 '반대편 승강장' 열차를 타야 한다.

이거 용어가 좀 확실하게 통일되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쉽게 말해 평면 환승은 '승강장 반대편'입니다. 이 말만 하면 선로를 가리키는 개념이 됩니다. 한 승강장을 공유하는 맞은편 열차라는 뜻이고요,
계단을 이용한 환승은 승강장 자체를 이동하므로 '반대편 승강장'입니다. 선로가 아니라 다른 승강장을 가리키며, 선로는 그 승강장에 붙어 있는 좌우 어느 것이든 될 수 있습니다.

마치 C++에서 new operator와 operator new 같은 개념 차이가 되겠군요.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58 2010/01/1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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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에서 남영까지

수도권 전철 1호선은 서울 지하철 1호선에다가 수도권 전철 경부· 경인· 경원선을 모두 합친 방대한 노선으로, 운영하는 회사도 하나가 아닌 둘이다 보니 운행 계통이 매우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그 중에서 구로-용산은 경부와 경인선 열차가 공용하는 전국 유일의 3복선 구간이고 급행도 다니는 데다, KTX를 포함한 일반열차까지 볼 수 있어서 전국에서 열차가 가장 많이 다니는 뻑뻑한 구간이다.

이 구간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 된 철도 구간이기 하기 때문에 역별로 개업 시기도 천차만별로 다양하다. 게다가 각 역들의 개성도 은근히 넘치는 덕분에 일일이 분석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구로: 경부선과 경인선의 분기역으로서 1973년에 이미 신호장 역할을 하는 역사가 미리 세워졌다가 1974년, 수도권 전철이 개통하면서 여객 영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에서 전동차 선로가 가장 많은 복잡한 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상하*완급*경부/경인 이렇게 2*2*2 에다가 입출고선을 하나 포함하여 선로가 무려 9개. 인근에 전동차 차량 기지도 있다.

신도림: 1984년, 서울 지하철 2호선이 개통하면서 환승역으로 같이 개통했다. 하지만 중간에 이렇게 역이 생기고도 신도림과 다음 역인 영등포 사이의 거리는 1.6km에 달해 여전히 긴 편이다.
엄청난 환승객 수에 ‘비해서’ 승하차 승객은 적은 편이며, 출입구도 2개뿐이다. 코레일이 영업을 하지 않고 오로지 서울 메트로만이 운영하는 역으로, 지하로 들어가는 출입구만 있지 지상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영등포: 1899년, 경인선과 함께 개업한 역사 깊은 역이다. 긴 역사에 걸맞게 역 부지가 넓고 KTX를 제외한 모든 일반열차들이 정차한다. 전동차 승강장에서는 지하도로 내려가는 계단도 있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도 있는 게 인상적이다.

신길: 서울 지하철 5호선이 1996년에 개통한 후, 5호선과의 환승을 위해 1997년에 지금의 신도림처럼 1호선 플랫폼만 세워졌다가 1998년 1월에 1호선 역사까지 완공됐다. 두 노선 모두 곡선역이며 특히 5호선은 원래 1호선 쪽으로 가지도 않는 노선이었는데 애써 환승역을 만들려고 노력한 티가 농후하다.
신길 역은 여러 가지로 나름의 특색이 있다. 환승 거리가 굉장히 길다는 것, 2003년경에 이 역만 유독 스크린도어가 만들어졌다는 것, 1호선 역사는 마치 동대구 역처럼 언덕 위에 세워진 구조라는 점이다. 출구는 3개뿐이고 5호선 방면인 3번 출구는 큰길이 아닌 주택가 쪽이어서 찾기 어렵다. 그나마 1호선 역사마저도 없던 1997년엔 출구가 거기 하나뿐이었을 테니 신길 역을 이용하기가 더욱 어려웠을 것 같다.

대방: 1974년, 서울 지하철 개통과 함께 영업을 시작했다. 신도림처럼 지하철과의 환승역도 아닌데 지상 역사가 없이 지하도를 통해 들어간다는 점이 매우 특이하다. 개통 당시부터 이런 형태였을 것 같지는 않고 아마 경부선 3복선 공사 때 역 구조가 큰 변화를 겪었을 거라 추측한다. 마치 경인선 구일 역이 2복선 공사 때문에 출입구부터 시작해 구조가 크게 바뀐 것처럼 말이다.
인근의 다른 역들에 비해 이용객이 적은 편이다. 대방-노량진 사이 구간에서 일반열차 선로가 아래로 꽈배기굴을 틀고 전동차 선로의 반대편으로 들어간다.

노량진: 영등포와 더불어 1899년에 개통한 한국 철도의 시발점이다. 한강 철교가 세워지기 전까지는 이곳이 경인선의 종점이었다. 역사가 깊은 덕분에 일반열차용 승강장도 있어서 한때는 장항선 완행 무궁화호가 정차하기도 했지만, 철도청이 공사화할 무렵이던 2005년에 일반열차 취급은 인근의 영등포 역에게 완전히 넘겨줬다.
전동차 플랫폼이 4(상하*완급)개 말고도 하나 더 있어서 5개인데, 이는 과거에 경인선 2복선 공사 과정에서 노량진 종착 열차가 존재하던 시절에 쓰였다. 지금은 영등포 역이 광명 셔틀 전동차 때문에 비슷한 이유로 플랫폼이 5개가 되어 있다.

용산: 1900년, 한강 철교가 건설된 후 곧장 개업한 역이다. 한때는 인근의 전자 상가하고만 연결돼 있던 정말 허름한 간이역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호남/장항/전라선 일반열차에다가 중앙선· 경의선(앞으로) 전동차가 만나는 최고의 교통 요지가 되어 있다. 중앙선 단선 플랫폼까지 합쳐서 원래는 플랫폼이 5개였지만 지금은 중앙선 플랫폼이 복선화하여 6개로 늘었다. 즉, 중앙선 열차를 타는 곳과 내리는 곳이 서로 분리됐다는 뜻.

남영: 1974년, 서울 지하철과 함께 개통한 역으로, 급행 전동차가 전혀 없이 복선 섬식 승강장으로 아담하고 조촐하게 만든 티가 딱 느껴진다. 사실 수도권 전철 중에 고가 섬식 승강장 형태는 매우 드물며, 3호선 지축 역 정도가 고작이다. 승강장에 바로 화장실이 연결돼 있는 게 특징이다.

8개역의 내력을 정리하자면
경인선과 함께 있었던 제일 나이 많은 역은 영등포, 노량진, (용산).
서울 지하철 1호선과 함께 개통한 역은 구로, 대방, 남영.
그보다도 나중에 환승역으로 개통한 역은 신도림(2), 신길(5)이 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38 2010/01/1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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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전동차의 반입 경로

지하철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상식으로 알겠지만,
갓 개통한 지하철 노선에다가 수십 편성이나 되는 열차를, 그것도 버스보다도 더 거대한 놈들을 안전하게 운반하여 집어넣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나마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등장한 도시 철도들은 다 같은 표준궤를 쓰기 때문에 기존 철도 위에서 그대로 굴릴 수라도 있지, 경전철은 얄짤없이 별도로 실어서 운반해야 할 것이다. 차량 반입은 마치 "컴퓨터가 발명되던 당시에 최초로 고급 언어 컴파일러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같은 아주 원천적인 질문에 속하는 셈이다.

철도 차량은 응당 공장에서 생산되며, 생산된 차량은 경부선 같은 기존 철도에서 분기하여 공장으로 통하는 레일 위에 놓인다. 배로 치면 이게 진수식뻘 되겠다. ^^;; 공장에서 수도권까지는 디젤 기관차가 이런 지하철 차량을 끌고 가 준다.

우리나라는 로지스라 하여, 현재 지나고 있고 앞으로 운행할 예정인 모든 열차의 열차 편성과 운행 기록을 실시간으로 조회하는 서비스가 있다. 철도매니아에게 주옥 같은 정보가 아닐 수 없다. 전동차를 반입하는 화물 열차도 물론 여기에 잡히기 때문에, 이걸 보고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사진을 찍는 열성분자도 많다. 대전 지하철 반입, 서울 9호선 전동차 반입, 공항 철도 전동차 반입 등.

1호선이야 태생부터가 기존 철도와 지하철과의 직결 운행 연결이므로 차량 반입에 아무 어려움이 없다. 그럼 그 이후 지하철들은 어떻게 될까?

2호선은 1호선 신설동 역이 그 비결이다.
지하철 역에 승객이 다니는 환승 통로가 있듯이, 일부 역에는 레일상으로 인근의 노선을 연결하는 길이 있다. 이 역에서 1호선은 2호선 신설동 역 방면으로 몰래 진입하여 인근의 군자 차량 기지로 들어갈 수 있고, 성수 지선을 거쳐 2호선 본선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 2호선은 원래 신설동에서 강남 종합운동장 역 사이가 가장 먼저 개통했다는 사실을 알면 더욱 쉽게 수긍이 갈 것이다.

1호선에는 가끔 신설동 직전의 동묘앞 역에서 운행을 마치는 서울 메트로 차량이 있는데, 이놈이 바로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신설동 역 지하 3층 유령 승강장을 거쳐 차량 기지로 들어간다.
(사실 1~4호선에 속하는 1기 지하철도 둘로 나누면 1~2호선과 3~4호선으로 나뉜다. 1~2호선만이 ATS 신호를 사용하고 있고 일부 구간에서는 자갈 노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지하철은 모두 ATC로 바뀌고 콘크리트 바닥으로 모두 바뀌었다.)

3호선은 딱히 기존 철도와의 인연이 없으며 연결점이라고는 충무로 역이 유일하다. 이 역은 승객만 3, 4호선을 상호 환승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열차도 상호 노선을 바꿀 수 있다. 4호선은 금정과 창동 역에서 기존 국철 경부선 및 경원선과 만나기 때문에, 3호선 차량도 4호선을 통해 들어와서 충무로까지 가는 엄청난 우회를 한 끝에 3호선 기지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5~8호선의 2기 지하철로 가면 사정이 좀 복잡해진다.
그 근본 이유는 지하철이 불연속적인 구간 순으로 개통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가령 A, B, C로 이루어진 한 노선이 A, C 구간부터 개통하고 나중에 중앙의 B 구간이 최종 개통함으로써 단일 노선이 완공되는 식이다.

그리고 어떤 불연속 구간은 기존 철도와는 완전히 단절되어 있기도 하다. 사실, 2기 지하철의 목표는 아예 기존 광역전철과의 직결 운행을 염두에 두지도 않을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노선을 창조해 내는 것이었다. 더구나 비밀 선로라는 건 같은 기간에 건설된 노선끼리나 존재하지, 1기 지하철과 2기 지하철 사이를 연결하는 비밀 선로 같은 건 없다. 그러니 그런 단절 구간에 차량을 넣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왜 순서대로 개통을 안 하고 그런 식이 될 수밖에 없었을까?
중앙은 대체로 서울 중심부이며, 2기 지하철이 1기 지하철보다 아래로 지나느라 통상 굉장히 깊고 공사하기가 힘들어지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하철은 어느 쪽이든 필연적으로 차량 기지가 있는 구간부터 개통을 할 수밖에 없으니 양쪽 외곽부터 개통하고 나서 중앙은 나중에 개통하는 것이다.

2기 지하철 시대를 개막한 5호선은 역 수가 50개에 달하는 상당한 장거리 간선인데, 개통도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했다. 가장 먼저 개통한 구간은 고덕 차량 기지를 경유하는 왕십리-상일동이다. 기존 철도가 전혀 닿지 않는 단절 구간에다가 그 당시 차량을 어떻게 집어넣었는지 한번 생각해 보라.

정말 입이 벌어질 정도로 삽질을 했다. 경부선을 거쳐서 서울의 중심부인 충무로 역까지 간다. 그 후 3호선으로 갈아타서 서울 동남부의 수서까지 간다. 거기서 크레인으로 열차를 들어올린 뒤, 인근의 8호선 가락시장 역 지점까지 1.6km 거리는 트레일러로 운반했다. 그 시기엔 8호선도 건설되고 있었으므로 거기에다가 차량을 집어넣고, 1.3km 정도 떨어진 가락시장과 오금(마천 지선은 당시 아직 공사 중) 역 사이의 비밀 선로를 통해 5호선으로 집어넣었다고 한다. 1995년의 일이다.

쉽게 말해 지금 한창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인 3호선 수서-오금 경로를 그대로 따랐다는 뜻이다.
지금도 8호선 가락시장과 5호선 오금 사이에는 비밀 선로 자체는 있지만, 복선일 리는 없을 테고 어차피 역을 만들려면 선로를 또 만들어야 하니 공사가 진행 중이다. 얼마 안 있으면 개통하지 싶다.
(참고로 수서 역은 3호선과 분당선의 연결 선로는 존재한다. 분당선 전동차는 이 경로로 반입되었다.)

5호선은 동쪽 구간이 먼저 개통한 후, 다음으로는 방화 차량 기지가 있는 서쪽이 까치산 역까지 개통했다. 여기는 조금만 센스가 있는 분이라면 짐작할 것이다. 바로 2호선 신도림-까치산 지선이 5호선 차량의 반입 경로였다(신설동 역을 거쳐서 2호선으로 수월하게 들어옴). 원래 양천구청까지밖에 안 가고 서울 메트로 신정 차량 기지로 통하던 그 지선이 까치산 역까지 연장된 것은, 전적으로 5호선 때문이었다! ^^

그 후 5호선은 여의도 구간이 개통하고 가장 마지막으로 을지로, 종로 구간이 개통함으로써 전구간 개통한다. 5호선과 비슷한 시기에 개통한 8호선도 차량이 두 차례에 걸쳐 도입되었는데, 처음엔 수서-가락시장 삽질을 하다가 나중에는 까치산을 거치는 식으로 거의 같은 방법으로 들어왔다. 서울 동쪽을 달리는 노선이 서쪽 끝까지 가면서 엄청난 삽질을 한 것이다. (서울 동남부에는 국철이 없음 -_-)

7호선은 1호선 환승으로 시작해서 1호선 환승으로 끝나는 노선이다 보니 5, 8호선 정도의 삽질은 없었다. 북쪽 장암 구간은 경원선 도봉산 역에서 아주 쉽게 반입이 가능했고(장암-건대입구), 남쪽만 북쪽과 단절되어 있던 시절에(온수-신풍) 약간 고생을 했다. 경인선 오류동 역에서 인근의 천왕 차량 기지까지는 도로 위에다 임시 선로를 깔아서 전동차를 굴려 넣었던 것이다. 그때 7호선 전동차는 마치 노면 전차처럼 차량 기지로 이동할 수 있었다. ^^;; 그 후 건대입구-신풍 구간이 2000년에 연결됨으로써 7호선은 전구간 개통했다.

2기 지하철 중 가장 늦게 개통한 6호선은 차량 기지가 봉화산 쪽에 하나밖에 없는 관계로 근본적으로 분산 개통을 할 수가 없었다. 반입 경로는 다 7호선의 경로를 빌렸는데, 처음엔 도봉산 역을 거쳐서 태릉입구의 연결 선로를 이용했고, 나중에 7호선이 남쪽까지 다 개통한 뒤에는 천왕 기지를 따라 쭉 올라가다 먹골 역에 있는 연결 선로를 타고 들어갔다고 한다.

그럼 9호선은 어떨까?
9호선 역시 차량 기지는 서쪽 끝의 개화 하나만 존재한다. 그리고 기존 지하철이나 국철을 연결하는 비밀 선로는 없다. 9호선 전동차는 경의선 행신 역까지 갔다가 트레일러를 통해 개화 차량 기지까지 수송되었다고 한다. 공항 철도는 경인선으로 인천 끝까지 간 후, 영종도에 있는 기지에 가기 위해 아예 배의 도움까지 받았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국철 포함 1호선은 2호선(신설동), 4호선(금정, 창동), 7호선(도봉산)과 연결돼 있다.
2호선은 5호선(까치산)과 연결돼 있다.
3호선은 4호선(충무로)과 연결돼 있다.
5호선은 8호선(가락시장)과 연결돼 있다.
6호선은 7호선(태릉입구, 먹골?)과 연결돼 있다.
9호선과 공항 철도는 딱히 다른 철도와의 연결이 없이 단절돼 있다.

종이를 꺼내서 한번 그래프를 그려 보시라. ^^;;
국철에서 1, 4, 7호선이 뻗어나가고
1-2-5-8,
4-3
7-6 이렇게 연결된 구도임을 알 수 있다.

지하철 노선의 개통을 위해서는 먼저 초대형 대량 화물인 전동차의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수송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34 2010/01/1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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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의 굴곡 포인트

※ 1호선: 서울로 들어가는 경로 자체가 영등포 쪽으로 우회입니다. 물론 광역전철 말고 지하철 구간은 종로라는 큰 길을 따라 건설되어서 곧은 편이지만, 시청-종각만이 거의 90도로 꺾는 급커브입니다. 동아일보 사옥 아래를 피하느라 그렇게 됐다고 합니다.

※ 2호선: 순환선이기 때문에 생기는 커브를 제외하면 직선 구간은 그런대로 곧게 잘 만든 것 같습니다.

※ 3호선: 교대-고속터미널을 경유하느라 ㄷ자 모양의 괴이한 커브가 생겨 버렸죠. 일산선 구간도 삼송-원당 쪽을 경유하느라 오리지널 경의선에 비해 굴곡이 너무 심합니다.

※ 4호선: 과천선 구간의 경마공원-대공원 경유가 굴곡을 만들고 있고, 용산-서울역 1호선과의 중복 구간도 일종의 굴곡 우회 경로입니다. 남산 아래를 뚫고 도심으로 바로 직행하는 전철 노선이 아쉽습니다.

※ 5호선: 2호선과 겹치는 강북 도심 구간은 매우 심한 굴곡 커브가 이어집니다. 신금호까지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광화문까지 북쪽으로 올라가죠.
오로지 1호선과의 환승을 위해 건설된 신길 역도 긴 환승 통로에 상당한 굴곡이 진 곡선역이 됐습니다.
끝으로, 김포공항도 예외가 아니어서 인근역과 거의 예각을 이룰 정도로 큰 굴곡입니다.

※ 6호선: 마포구에서 지하철이 왼쪽으로 살짝 꺾게 만든 장본인은 상암동의 월드컵 경기장입니다. 6호선 건설 당시, 월드컵 경기장의 건설 예정지가 뒤늦게 그렇게 확정되자 황급히 노선을 바꾸느라 꽤 곤혹을 치렀다고 합니다. 그 대신 택지 개발 계획도 취소되고 월드컵 경기장 후보지에서도 탈락한 5호선 마곡 역은 미개통 노는 역이 되고 말았지요.

※ 7호선: 강남 구간에 고속터미널-상도가 국립묘지를 피해 가는 우회 구간입니다. 직선 구간은 9호선이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보입니다.

※ 8호선: 분당선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남쪽에 남한산성을 경유하는 괴상한 굴곡 노선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0 23:11 2010/01/10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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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신설동 지선

성수: 대합실(매표소, 개집표기가 있는 층)까지도 계단으로 오르고, 거기서 또 계단으로 승강장에 올라가서 타는 고가역입니다.

용답: 대합실은 지상이고, 계단으로 승강장까지 한 층만 올라가서 탑니다. 높이가 낮아졌죠.

신답: 대합실과 승강장이 모두 같은 층 지상입니다. 신설동 방면은 계단 이용할 필요도 없이 승강장에 바로 갈 수 있습니다. 성수 방면 승강장만 육교로 건너갑니다.

용두: 드디어 지하이지만, 대합실과 승강장이 같은 지하 1층에 있고 얕습니다. 반대편 승강장으로 가는 통로는 지하도로 있습니다.

신설동: 대합실 지하 1층, 1호선 승강장 및 환승 통로가 지하 2층이고 2호선은 지하 3층에 있어서 더욱 깊어졌습니다. 더 깊은 곳에 유령 승강장도 있죠?

※ 신도림-까치산 지선은 어떤지 잘 모르겠네요.
신도림은 지하 2층으로 일단 얕습니다.

중간에 양천구청처럼 자연 채광역도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5호선과 같은 층인 까치산 역이 무지막지 깊다는 거겠죠?
물론 그건 다른 이유는 없고 주변이 언덕 때문에 높아서 깊어진 거라고 합니다.
5호선 서쪽은 원래 환승역도 없고 얕은 편이거든요?

※ 지하철을 건설할 때, 건물 아래나 강 아래를 지나는 것도 문제이지만 단순 도로가 아닌 고가 차도의 아래를 지날 때도 무척 난감해집니다.
제일 돈 적게 드는 개착식 공법(간단하게 위에서부터 땅을 파헤치는)을 쓸 수가 없죠.

2호선 아현 역이 그런 경우라고 하더군요. 중앙을 파헤치지 못하고 양 옆으로 공사를 하느라 터널도 단선 쌍굴이 되고, 무엇보다도 8호선 산성 역처럼 상· 하행 승강장이 단선으로 완전히 분리되게 됐습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0 23:05 2010/01/1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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