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 흥행 성적 외

1. 흥행 성공한 철도

- 서울 지하철 9호선: 본인은 9호선에 대해서 대박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렇게 올림픽대로를 따라 서울을 동서로 횡단하면서 김포 공항, 노량진 역, 고속버스 터미널, 강남을 잇는 지하철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한강을 끼고 다닌다는 특성상, 대부분의 기존 지하철들은 한강 횡단을 앞두고 지상으로 올라와 있기 때문에 9호선과의 환승 거리가 길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거라는 것까지 예측하였으며, 이는 모두 적중했다.

나만 9호선의 성공을 예측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IMF 때문에 서울 3기 지하철 계획이 줄줄이 퇴짜를 맞는 와중에서도 9호선만은 유일하게 살아남아 끝까지 공사가 추진되었다. 지금 9호선의 성공은 여러분이 보시는 것 그대로. 그 황금 노선이 왜 달랑 4량 1편성으로 소심하기 그지없게 운행되나 싶다. 특히 급행은 절찬리에 운행되고 있어서 조만간 전동차가 전량 급행으로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 KTX 울산 역: 울산 시내에서 상당히 멀다는 핸디캡, 그리고 인근의 신경주 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 역은 개통 초기부터 예상치의 1.7배에 가까운 승객이 이용하면서 '만들길 잘한 역' 인증을 받았다. 반대로 울산 공항은 점차 승객 감소. (참고로 울산에서 공항과 KTX 역은 서로 극과 극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메이저 경부선과 경부 고속도로에서 소외됨으로 인해 지금까지 울산 시민들이 겪은 교통 불편 고충이 그만큼 컸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이런 추세가 되풀이되면 KTX가 신경주 역의 정차보다 울산 역의 정차가 더 늘지도 모른다.

- 경춘선: 무궁화호 시절에 비해 승객이 폭증하였으며 내가 알기로 경의선이나 경원선 같은 다른 어떤 광역전철보다도 이용객이 많다. 통근, 통학뿐만이 아니라 관광 수요 때문에 말이다. (물론 지나치게 많은 무임 승객도 문제이긴 하지만) 하루빨리 '웟더헬 가축수송' 사태를 해결해 달라고 다들 아우성이다.

- 대전 지하철: 사람 대신 물통을 집어넣어서 알파?베타테스트를 했던 그 지하철. 개통 초기에는 대전 시민조차도 '저거 얼마나 타겠나' 회의적이었고 돈지랄에 비해서 수익 못 낸다고 언론에서 까대기도 했으나... 시내버스들이 지하철 연계 위주로 조직적으로 잘 재개편되고 2차 구간까지 개통한 뒤 이용객 수는 굉장히 늘었다. 가끔 대전에 가서 지하철 타 보면, 요즘은 앉아 가기 힘들다.
이용객이 증가한 덕분에 배차간격도 처음에 10분에 가깝던 게 지금은 출퇴근 시간엔 5분 이내까지로 단축되었다.

2. 흥행 실패(로 보이는 철도)

아래의 두 철도는 개통 시기도 2006~2007년대로 비슷한데, 철덕들 사이에서 '공기 수송'이라는 비아냥이 되었던 대상이다. 가루를 공기로 수송하는 게 아니라, 빈 공기'를' 수송.. -_-;;;

- 공항 철도: 초창기에 공항 철도는 운행 구간부터가 김포-인천의 양 공항 셔틀에 불과했던지라, 지방 승객과 서울 승객 모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고 너무 열악했다. 짐 별로 없고 철덕 기질이 있는 서울 거주 개인 승객에게나 매력이 있었던 듯. 시ㅋ망ㅋ은 어느 정도 예고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1월, 폭설 때문에 도로 교통이 떡실신하자 공항 철도의 가능성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하였으며, 이제 2차 구간이 개통하고 서울 역에 아예 강북 도심 터미널까지 설치되면서 공항 철도는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서야 당연히 승객 수도 제법 늘었다. 내륙 구간(영종도 말고 본토)이 대중 교통 환승 할인 대상으로 인정된다면, 강북-공항 익스프레스 내지 인천 북부의 광역 철도 명분으로 이용객은 더욱 늘 것이다. 거기에다 공항 철도는 용유도 관광 연계 교통수단으로도 단장 중이다. (용유 역)

- 광명 셔틀: 용산-광명 10량 전동차가 다니던 시절을 생각하노라면 그저 안구에 습기만 찰 뿐.. -_- 전동차 좌석에 앉는 정도가 아니라, 롱시트 하나 전체를 차지하여 누워서 천장을 보고 갈 수 있다. ㅠㅠㅠ 그래도 이제 천안아산 역마저도 전철 연계가 되는 마당에 엄연히 경기도 수도권의 고속철 역이 전철 연계가 안 되는 건 말이 안 되니 운행 안 할 수는 없고.
지금은 4량 1편성이 되어 승용차로 치면 티코 같은 꼬마 경차가 생각난다. 차라리 인천이나 수원 방면에서 광명 역 연계 셔틀을 만드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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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과는 관계가 없으나 문득 든 생각이다.
건물이나 교통수단에서 남녀 공용 화장실은 철도로 치면 단선이요, 남녀 분리 화장실은 복선과 위상이 무척 비슷한 것 같다.
화장실은 무조건 남녀 분리로 만들지 않으면 절대 안 되는 건 아니다. 비행기처럼 공간이 부족한 곳의 화장실은 남녀 공용이다. 하지만 분리로 만드는 게 더 위생적이고 불상사가 생길 가능성이 적다.
철도 역시 복선으로 건설하는 게 사고 위험이 줄어들고 단선일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열차를 처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단선 병렬은 남녀 공용 화장실이 두 개 있는 격이구나. ^^;;;

Posted by 사무엘

2011/02/06 19:12 2011/02/0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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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의 폐선, 폐역, 임시 승강장 개념

철도는 궤도를 따라 앞 아니면 뒤로만 다닐 수 있는 1차원 교통수단이라는 특성상, 다른 교통수단에는 없는 재미있는 특성을 몇 가지 지닌다.
조향이 필요하지 않은 덕분에 비행기 다음으로 빠르게 주행할 수 있지만, 길 위에 차 한 대가 뻗어 버리면 그로 인한 타격을 가장 크게 받는 교통수단도 철도이다.

또한 철도는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노선 설정의 제약이 무척 크다.
다른 교통수단들은 '폐선'이라고 하면 그냥 운영자 마음대로 교통수단을 그 노선대로 굴리지 않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교통수단이 평소에 다니던 그 주변 환경이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러나 철도 노선이 하나 폐선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프로 치면 정류장이라는 vertex뿐만이 아니라 선로라는 edge까지 이제 관리를 포기하고 선로를 걷어내고 부지를 매각하는 일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철도는 edge 차원에서의 변화는 쉽지 않다. 21세기 들어서 장항선, 경춘선, 전라선 등이 일제 강점기 시절의 구닥다리 티를 벗고 복선 전철 + 고가 직선(선형 개량) + 장대 레일화 등으로 변신 중이지만, 이제 이렇게 한번 집중적인 투자를 받고 변화를 겪은 철도는 또 앞으로 100년 이상은 변화 없이 그대로 갈지도 모른다. ^^;;;

그러나 철도에 vertex 차원의 변화는 이따금씩 있어 왔다.
지금 사라지고 있는 수많은 간이역들은--교행 내지 신호장 말고 순수하게 여객용--, 옛날에 철도가 구불구불 느리고 개인 교통수단이라고는 없던 시절의 유물이다.
그나마 인구가 워낙 많은 대도시 주변에 있는 작은 역들은 전철역으로 탈바꿈이라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역들은 전적으로 자가용이나 버스에 승객을 빼앗기고 폐역크리를 먹었다.

신호나 교행, 기관차 교체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임시역은 선로가 아예 복선화하거나, 기관차 교체 이유가 사라지거나(전철화 구간 확장, 스위치백 이설 등...), 입체 교차로가 신설되는 등 철도 시설이 더 좋아지면서 존재 목적을 상실하여 없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번거로운 관행은 오늘날은 다 없어지는 추세이다. 열차를 중간에 번거로운 조치 없이,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달리게 해야 도로에 비해 경쟁력을 얻을 테니까 말이다. 요즘은 중련 편성 열차의 중간 합체· 분리도 다 없어졌다.

선형 개량으로 인해 역 자체가 이설되는 경우가 있다. 이 역이 원래부터 수요가 있었다면 '이설'로 명맥을 유지하겠지만, 그렇잖아도 퇴출 0순위 역이었는데 어차피 선로 이설로 인해서 옮겨질 운명이라면 새 선로에다 옛 역의 자취를 남겨 놓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들 말고, 철도 내부 사정이 아닌 외부적인 특수한 이유로 인해 정규 여객역 외의 임시 승강장이 만들어졌다가, 그 이유가 없어진 후에 없어지기도 한 사례가 있다. 그런 요인으로는 첫째 대규모 행사가 있을 수 있고, 둘째로 유명 장소가 있을 수 있다.

경부선에는 1968년 9월 9일부터 10월 20일까지, 40일 남짓한 기간 동안 '박람회'라는 역이 있었다.
이건 지금의 가산디지털단지 역 근처에 있었는데(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음), 당시 구로공단에서 개최된 '제 1회 한국 무역 박람회'의 참관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임시로 만들었다고 한다. 참고로 거기 근처에 경부선 철길을 타넘는 자동차 다리의 이름은 무려 ‘수출의 다리’! 딱 저 시절에 박정희스러운 이름으로 만들어진 다리이다. ㄲㄲ

1968년이면 한국 철도사의 관점에서는 가히 상상도 못 할 까마득한 옛날임을 알아야 한다. 서울에 아직 지하철이 없으며 경부선 영등포-시흥(현 금천구청) 사이에 역이 하나도 없던 시절이었다! 선로도 2복선이 아닌 그냥 복선. 승객들은 시끄러운 디젤 기관차나 털털거리는 디젤 동차를 타고 박람회 역을 이용했을 것이다.

저렇게 행사를 목적으로 만든 임시역 중에 유명한 예는 역시 '엑스포' 역이다. 이건 맨땅에 승강장을 설치한 건 아니고, 여객 열차를 취급하지 않으면서 엑스포 장소와 가까이 있던 대전조차장 역 내부에다 여객 시설을 임시로 설치하여 역을 만들었다. 1993년 8월 7일부터 11월 8월까지 살아있던 역이었다. ^^;;

지금은 서울과 수도권에 워낙 도로 교통편과 전철망이 발달한 덕분에 특정 행사를 위해서 임시 철도역이 생길 일은 거의 없어졌지만, 우리나라에 간선 철도망이 강남으로도 잘 발달해 있었다면 '올림픽' 역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었을 것이다. 올림픽이 개최되던 당시에 서울 지하철 9호선 전구간 같은 간선 철도나 지하철이 있었다면, 공항, 고속버스 터미널, 종합운동장이 철도로 한데 연결되어서 가히 금상첨화였을 텐데!

박람회와 엑스포(어 그러고 보니 둘이 어차피 비슷한 의미이다.-_-)가 일시적인 행사를 위해 만든 역이라면,
인근 장소로의 접근성을 위해 철도 당국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임시역을 만들어 준 경우가 있다.
본인이 당장 생각나는 예로는 충북선의 청주공항 역, 그리고 경전선의 진주수목원 역.
이런 역은 존재 가치가 일회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해당 시설이 안 없어지고 이용객을 많이 이끌어 준다면 정규역으로 승격되기도 한다. 뭔가 철도역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 -_-;;

즉, 이 글의 결론은.. 비록 철도가 선로를 따라 원천적으로 무척 경직된 영업을 할 수밖에 없지만, 그 선로 위에서 어떤 역을 살리거나 죽이는 일은 생각보다 나름 유동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차량 기지 내부에 시종착역 명의로 작은 역을 만드는 테크닉은 이미 2기 지하철 무렵부터 일종의 트렌드가 되어서 7호선 장암, 분당선 보정뿐만 아니라 9호선 개화와 심지어 공항 철도 용유까지 물려받아 있으나, 중간에 이런 임시역이 생기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라 하겠다.

그나저나 가산디지털단지(구 가리봉) 역은 서울 지하철 1호선, 즉 경부선 서울-수원 구간이 2복선으로 확장되기 전에 생긴 역이라는데 어째 양 승강장 사이로 선로 네 가닥이 있는지 궁금하다. 승강장 시설 자체가 대대적으로 확장된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04 21:17 2011/02/0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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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번씩 언급은 했을 아이템들이나, 이렇게 한번 쭉 재정리해 보는 것도 맛이다. 철도는 써도 써도 글 쓸 게 계속 생각난다. ㅋㅋㅋ

서울 1기 지하철은 광역전철과의 직결이 비교적 잘 되어 있다.
1호선은 어차피 노선의 내부분이 광역전철이니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지하철까지 좌측통행으로 건설되었다.
2호선은 1호선과는 정반대로 100% 지하철 순환선이어서 광역전철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국내에서 최초로 건설된 우측통행 복선 철도이기도 하다.
3호선은 북쪽이 일산선으로, 4호선은 남쪽이 과천선과 안산선으로 이어진다. 뭐, 북쪽도 창동 역에서 환승하면 경원선을 탈 수 있긴 하다.

그런데 3호선은 한때 남쪽이 분당선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분당선은 선릉· 왕십리 방면의 별도의 노선으로 계획이 잡히고 3호선도 오금 방면으로 연장되면서 서로 확실하게 별개의 노선이 됐다. 사실 운영 구간부터가 완전히 다르기도 했고.. 3호선은 나중에 건설된 일산선이 지하철을 따라 직류+우측통행으로 맞춰 건설되었다.

그 반면 4호선은 광역전철과 지하철의 스펙이 서로 제대로 충돌을 일으키고 말았다. 남태령-선바위의 꽈배기굴 교차는 아주 유명하며, 선견지명 없는 건설이라고 까이는 레퍼토리이다.

2기 지하철은 비록 직결 운행하는 광역전철 노선은 없으며 비용 문제상 건설 당시부터 광역전철 직결을 고려하지 않고 건설되었다. 그러나 말단 구간에서 환승이 가능한 노선이 있다.
7호선의 양 끝이 경인선(온수)과 경원선(도봉산)으로 연결되어 있다.
6호선의 양 끝은 흥미롭게도 최근에 경의선(DMC)과 연결되었고, 다른 쪽 끝은 경춘선(신내.. 앞으로 개통 예정)과 연결될 것이다.
좀 특이한 위상으로 설계된 8호선은 논외로 하더라도, 서울의 동서를 관통하는 횡축 간선인 5호선이 동서로 김포나 하남으로 이어지는 철도가 없는 건 의외이고 좀 아쉬운 감이 있다.

9호선은 그 이름도 유명한 공항 철도와 애초부터 짝이 지어진 채 건설되어 있다.
그런데 직결 운행이 실현된다면 영락없이 4호선 꼴이 날 게 우려되나, 어차피 복잡한 입체 교차는 김포공항 역의 평면 환승 구현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기 때문에 그 여파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듯하다.
1기 지하철 시절 이래로 교· 직류 겸용 차량이 최초로, 아주 오랜만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대구· 대전 시내 구간에도 KTX 전용 선로가 건설되고 나면 경부 고속선은 기존 경부선과 완전히 분리되며, 경부선은 선로 용량이 꽤 남게 된다. 이걸 이용해서 기존선을 중심으로 부산· 대구· 대전에도 광역전철이 잘 운행되어야 할 텐데 말이다. 그러면 경부선도 마치 일본의 도카이도 기존선과 도카이도 신칸센의 관계처럼 위상이 바뀌게 될 것이다.

다음은 관련 추가 정보들.

1. 차량 기지 내부에 있는 2기 지하철 종착역의 위상

2기 지하철은 1기 지하철과는 달리, 차량 기지 내부나 근처에 추가로 만들어지거나 만들어질 종착역들이 유난히도 눈에 띈다.
노선 차원에서 광역전철과 직결된 게 없어서 시· 종점이 분명한 것도 한 가지 원인으로 작용했지 싶다.

5호선 강일(예정): 근처에 택지가 개발되면서 역이 신설된다. 9호선 개화라든가 분당선 보정과 비슷한 위상이다. 설마 단선은 아니겠지.
6호선 신내(예정): 주민들로부터 역 개설 요구가 없었지만, 오로지 타 노선 환승을 위해서 건설되었다는 점에서 인천 지하철 1호선 계양이라든가 7호선 온수와 비슷한 위상이다.
7호선 장암: 차량 기지 공간을 내 주는 대신 역도 만들어 달라는 의정부시의 요구로 꽤 억지로 만든 티가 줄줄 흐르는 역이다. 분당선 보정이나 경원선 소요산과 비슷한 위상. 단, 소요산은 단선 구간이긴 하지만 차량 기지 내부에 만들어진 역은 아니다.

그 반면 방화(5)나 모란(8)은 차량 기지까지 거리가 꽤 있는 종착역임에도 불구하고 차량 기지 쪽으로 노선이 연장될 가능성이 당분간 없다.

2. 용어 정리

헷갈리지 말자.

꽈배기굴: 나란히 달리던 두 종류의 선로가 잠시 X자 모양으로 입체 교차하여 좌우 배치가 바뀌는 걸 말한다. 4호선 남태령-선바위 사이의 지하 구간에 존재하고, 또 경부선도 노량진-대방 사이에도 일반열차 선로와 전동차 선로가 이렇게 위치가 뒤바뀐다.

똬리굴: 한 선로가 O내지 Q자 모양으로 한 바퀴 빙 돌면서 경사를 오르는 걸 말한다. 빗면을 떠올리면 된다. 철도는 일반 자동차보다 등판능력이 무척 취약하기 때문에 이런 게 존재한다. 한국에는 중앙선에 두 곳 존재하며, 지금 영동선의 명물인 스위치백도 앞으로 똬리굴로 바뀔 예정이다. 스위치백은 열차를 완전히 세워서 전진· 후진을 하고, 매번 선로 분기기도 조작하면서 불편하고 번거로우니까..

교통수단의 등판능력은? 비행기(멍..!) > 자동차(뛰어남) > 철도(아주 취약) > 선박(0! 해수면 고도를 절대로 벗어날 수 없음 ㅋㅋㅋ)의 순.

3. 시간이 정지해 있는 부산 지하철?

서울·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 최초로 개통한 지하철은 부산 지하철 1호선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이 순환선으로 전구간 개통한 지 얼마 안 된 1985년에 첫선을 보였는데, 지금은 1호선과 2호선 모두 굉장히 길고 아름다운 노선으로 발전해 있다. 부산은 산을 피해서 지리적으로 길쭉한 형태가 되다 보니, 지하철을 건설할 만한 선형이 딱 정해져 있으며 그 선형을 따라 건설된 부산 지하철은 승객도 꽤 많고 장사 잘 된다고 들었다.

그런데, 서울 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은 25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노반도 자갈에서 콘크리트로 다 바뀌고, 레일도 장대 레일로 바뀌고 전동차도 신형으로 교체되고, 무엇보다도 스크린도어까지 모든 역에 죄다 설치된 반면, 부산 지하철은 가히 시간이 정지해 있다.

아직까지 선로에 자갈이 깔려 있고 특히 부산 지하철 1호선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VVVF 차량이 전무한 지하철 노선이다. 일단 3도어 차량 스펙 자체가 전국 유일의 특이한 놈이기도 하고, 지금 있는 차량도 교체할 여력이 없어서 법정 내구연한을 25년에서 40년으로 그대로 늘려 잡은 실정이다. 서울은 그래도 1990년대 이후에 도입된 2기 지하철 차량의 내구연한이 40년이지, 구형 저항/쵸퍼 차량을 그렇게 오래 굴리고 있지는 않다. ^^

부산은 1호선 북쪽 종점인 노포동에 차량 기지 겸 버스 터미널이 들어서 있다. 남쪽은 철도가, 북쪽은 버스가 수송을 담당하는 듯. 2호선은 일부 경부선과 선형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경부선 쪽으로 가지 않고 양산으로 연장되어 일종의 광역전철 역할까지 겸하는 중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17 18:43 2011/01/1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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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서울 지하철 609 편성

서울 지하철 6호선 하면 2기 지하철 중에서 전구간이 가장 늦게, 21세기가 돼서야 개통한 지하철인 동시에 전대미문의 튀는 전동차 구동음으로 유명한 노선이다. 2000년대 초· 중반에 서울 지하철 5, 6호선의 신비로운 구동음은 내 삶의 낙이었다. 5, 6호선 모두 현대 정공이 차량을 제작했는데 어째 인버터 부품은 서로 다른 회사 것이다(5: 스웨덴 ABB, 6호선: 일본 미쓰비시). 그래서 구동음도 제각각임.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철도 차량의 핵심 기술은 일본, 유럽 등 외제 기술의 각축장이었다. 현대는 일본과 거래하고 대우는 유럽과 거래하는 식으로.. 차체 정도야 우리나라 기술로 만들기 시작했지만, 차량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전동기라든가 동력비 조절 인버터는 여전히 외제. 마치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의 차이처럼 말이다.

그런 와중에 전동차의 인버터를 국산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시범적으로 탑재된 차량이 바로 서울 지하철 6호선의 609 편성이었다. 제작사는 현대 정공(로템 법인 출범 전). 이 연구는 한국형 고속철 개발과도 관련이 있을 텐데 뭔가 협동 연구가 이뤄지지는 않았나 모르겠다.

국산 VVVF-GTO 소자를 탑재한 이 609 편성은 6호선 초기 전동차 중 하나로 바로 도입되어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승객 수가 적고 배차가 길어서 만만했는지 6호선이 시범적으로 선택된 듯하다. (6호선은 역당 승차 인원으로 치면 그 짧은 8호선보다도 이용객 수가 적다.)

그러나 609 편성은 이내 흑역사가 되고 말았다. 기술 미숙 때문이었는지 인버터의 회생 제동 효율이 시원찮고 고장도 잦았다.
그래서 현업에서의 운행 빈도는 차츰 낮아졌으며, 결국 2005년에는 완전히 퇴역하고 인버터가 다시 다른 6호선 전동차와 동일한 외제 VVVF-IGBT로 교체되어 버렸다.

그 당시에 선구자적인 철도 동호인이 레어템인 609 편성 전동차의 구동음을 녹음해 놓은 덕분에 그 자료가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온다.
철도 음향 분석의 전문가인 사무엘 님은 자체 감정을 한 결과, 이 609 편성의 구동음과 가장 유사한 구동음을 내는 지하철은 대전 지하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도 구동음의 음높이가 둘이 굉장히 비슷하다. F#~G 사이인데 G에 더 가깝다.

http://blog.naver.com/sj10913/50072280911
http://blog.naver.com/sj10913/50014134335

이 블로그 운영자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음향 연구에 관심이 있는 분 같다. 위의 음향에서는 두 전동차 구동음의 음높이가 좀 차이가 있어서 609의 음높이가 살짝 더 높지만, 본인이 다른 경로로 입수한 609 구동음 중에는 음높이가 대전 지하철의 그것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도 있다.
둘의 음향은 굉장히 비슷하게 들리지만 둘은 기술적인 디테일도 다르고 제작사도 서로 다르다. 그래서 더욱 신기하다.

이런 609 편성의 흑역사를 간직하고 있어서였을까?
서울 도시철도 공사(SMRT)는 서울에서는 제일 어리고 파릇파릇한 지하철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회사와는 달리 전동차 부품의 국산화와 심지어 전동차 자체 개발에 남다른 관심과 의욕을 보여 왔다.

한때는 여러 병크들 때문에 도철의 음 사장님이 굉장히 많이 까였으나, 병크가 해소되고 또 스크린도어 기술의 국산화를 잘 이끌어 내면서 나름 능력도 인정받았다.
작년 12월 말에는 SMRT에서 드디어 코드명 SR-001이라는 자체 전동차 시제품을 선보이기까지 했는데(한국형 고속철의 코드명이 HSR-350이었던 것처럼), 사장이 직접 나서서 열정적으로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http://blog.naver.com/ianhan/120121006513

마침 서울 지하철 7호선의 연장을 앞두고 전동차가 더 필요해지기도 한지라, 양산형 차량은 7호선 3차 도입분 차량으로 곧바로 투입될 것이다.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는 6호선이 아닌 7호선이 혜택을 입을 예정.

역사가 워낙 짧아서 21세기 이래로 단 한 번도 신형 차량이 들어온 적이 없었고 전동차의 내구연한 연장으로 인해 더욱 그럴 가능성이 낮아진 서울 2기 지하철에, 새로운 바람이 예상된다. 사실 큼직한 통유리에 조용한 VVVF-IGBT 소자라는 오늘날 신형 전동차의 큰 트렌드는 서울 지하철 7·8호선 2차 도입분 전동차에서야 드디어 정착한 셈이다.

아니나다를까 저 행사가 열렸던 장암 차량 기지 한켠에는 SR-001과 나란히 과거의 609 편성 전동차도 함께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로 보인다.

경부 고속철의 경우, 2차 개통을 계기로 일단 KTX가 예전보다 워낙 증편되다 보니 신형 차량인 KTX 산천도 더욱 많이 투입되었다. 산천은 잘 알다시피 프랑스 떼제베가 아닌 국산화 차량인데, 시설은 좋은 반면 아직도 이따금씩 고장을 심심찮게 일으킨다고 들었다.
기술이 살 길이다. 과거 나로 호의 실패도 그렇고 첫술에 배부를 수가 없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한국 철도 기술도 점차 성숙해 갈 것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이 나라에 이공계 엔지니어가 더욱 대접받는 풍토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_-;;

Posted by 사무엘

2011/01/15 19:28 2011/01/1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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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안내 UI 잡설

1. 일반열차: 열차별로 제각기 달라져 있는 안내 방송

최근의 믿을 만한 답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코레일이 운행하는 무궁화호, 누리로, 새마을호, KTX 열차의 정차역 안내 방송의 음원은 모두 제각각 다르다.

KTX야 개통 초기부터 일반열차와는 완전히 다른 독자적인 안내 방송 체계를 써 왔다. 그리고 한 2007~8년부터는 KTX 아니면 일반열차(새마을· 무궁화 공통) 이 구도로 인터페이스가 딱 둘로 갈리는 추세인 것 같았다. 열차 운행을 마친 후 Let it be 가야금 연주와 Dreamers가 흘러나오는 것도 똑같고.

그런데 2010년쯤에 새로운 안내 방송이 만들어져 무궁화호에 적용되었다. 그렇다. 일렉 기타로 사가 Oh Glory Korail의 한 소절이 흘러나오는 새로운 방송 말이다. ㅋㅋㅋ 들으니까 엄청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성우 목소리도 조금 바뀌었다.

그 반면, 새마을호는 2008년경에 제작된 조용한 피리 소리 + 기존 무궁화호 성우 기반인 안내 방송을 지금까지 그대로 쓰고 있는 듯하다. 명이 얼마 안 남은 열차여서 그런지 대략 투자 중단. -_-;;;

거기에다 누리로가 추가되었다. 누리로는 무궁화호와 동일한 최신 방송 음원이 그대로 적용될 줄 알았는데, 그 예상을 깨고 마치 TTS로 기계가 읽은 듯한 여자 목소리로 녹음된 고유 방송을 그것도 영어는 없이 한국어로만 한다. 타 보고서 굉장히 놀랐다. 위상도 무궁화호와 동일하고 앞으로 무궁화호를 대체할 열차가 말이다.

지금은 오히려 지하철들이 정차도 굉장히 잦은 주제에 번거롭게 주요 역에서 중국어와 일본어까지 가미된 4개 국어 방송을 해 주고 있다. 서울 메트로가 제일 먼저 시작한 트렌드를 나중에 코레일과 도철(SMRT)까지 뒤를 이었다.

철도만치 친절한 녹음 안내 방송 멘트를 지닌 교통수단은 없을 것이다. 비행기만 해도 출발 직후 안전 수칙 안내를 빼고 나머지 방송은 전부 조종사 내지 승무원의 육성이다.

2. 지하철: 서양 클래식 대신 국악 & 회사 CM송으로

언제부턴가 서울 지하철의 환승역 도착과 시· 종착역에서 들을 수 있는 음향에서 클래식 곡은 놀라운 속도로 자취를 감췄다. 시종착 음향은 회사 CM송으로 바뀌고 특히 코레일과 서울 메트로는 이례적으로 퓨전 국악을 환승역 음향으로 채택했다. (김 백찬 씨의 <얼씨구야>)
CM송은 이런 것들이다.. ㅋㅋ

“달려라 코레일~ 에코 레일 푸른 내일”
“국민의 철도 코레일”
“5 6 7 8 서울 도시철도 (‘앗-싸 좋구나!’는 아니고 ㅋㅋㅋㅋㅋ)”
“행복을 나르는 우리 친구 서울 메트로”

이제 클래식은 SMRT의 환승역 음악인 비발디 <조화의 영감>밖에 안 남았다. 이것도 내가 보기엔 몇 년 안으로 교체될 것 같다. 21세기 이래로 환승역 음향을 교체한 적이 없는 회사는 SMRT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 메트로가 <얼씨구야>를 채택하기 훨씬 전부터.. 그러니까 무려 2005~6년경부터 KTX는 정차역과 종착역 도착 음향으로 국악을 써 왔다. 국악이 요즘 트렌드인가..?

3. 철도와 우리말

믿거나 말거나, 과거의 철도청과 지금 코레일은 우리말 순화에 꽤 옹호적인 것 같다. 2000년경에 조직적으로 순화 운동을 벌여서 그때 대합실을 몽땅 맞이방으로 바꾸고 승강장을 타는곳으로 바꿨다. 1호선 신길 역의 전광판에는 종착역, 행선지도 아니고 '길머리'...;;;라고 적혀 있다!
이런 일련의 노력 덕분인지, 철도청은 민간 우리말 연구 단체에서 주는 무슨 표창도 받았지 싶다. 본인은 우리말 순화 연구가인 이 오덕 선생님의 글을 새마을호 기내지 레일로드에서도 접한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 개정된 안내 방송을 들어 봐도 종착역이라고 안 하고 마지막 역이라고 한다. 우리말 연구가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도착하겠습니다” 대신에 “도착합니다”라는 표현을 썼다. ‘-겠-’이 미래 시제뿐만이 아니라 추측의 의미도 강하기 때문에 어감상 안 좋다나? 그래서 ‘알겠다’(I see. OK) 대신에 ‘알았다’가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코레일 내부에 뭔가 이런 쪽으로 감각이 있는 직원이 근무하기라도 하는 것 같다.

대전 역은 우동이 전통적으로 유명했다.
과거에 호남선은 호남 지방의 곡물을 일본으로 수탈하기 위해 만들어진 철도인지라, 선로가 부산 방면으로 이어졌지 서울 방면 선로는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서 목포로 가는 열차는 호남선 분기 지점인 대전 역에서 기관차를 뒤쪽으로 바꿔 달아야 했다. 지금 대전과 서대전 역을 잇는 ‘대전선’이 호남선의 일부였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호남선 열차는 대전 역에서의 정차 시간이 무척 길었으며, 승객들도 이때 내려서 식사를 했고 덕분에 우동이 인기가 많았다.

그랬는데... 철도청 시절에 본인이 대전 역을 이용하던 당시에도 간판에 우동이라고는 절대 적혀 있지 않았다.
‘가락국수’ ^___________^
영어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지엽적인 일본어? 일본식 한자어의 순화에 대해서는 본인도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데, 오히려 철도 당국이 저런 면을 더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 근성으로 차라리 스크린도어나 ‘안전문’으로 좀 순화해서 잘 퍼뜨리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음은 추가 정보들.

4. 스티브 바라캇의 Dreamers는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도입된 이래로 아직까지도 코레일 열차 운행 종료 후 현역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음악 중 하나이다. 그 반면 Let it be 가야금 버전은 2008년부터 도입되었음.

5. KTX의 TV 스크린에 뜨는 정차역 안내 자막은 6년 전이나 지금이나 헤드라인체인데, 과거 새마을호가 쓰던 견고딕에 비해 별로 멋있다는 느낌이 안 든다. 견고딕이나 아니면 서울남산 같은 최신 서체를 썼으면 좋겠다.

6. Oh! Glory Korail 뮤직비디오의 2011년도 개정판이 나왔다. 신경주 역 같은 KTX 2차 개통 구간과, 공항 철도 2차 개통 구간이 영상에 추가되었으며, 2절 '고객과의 만남을' 대목에서는 서비스 정신-_-을 더욱 부각시킨 영상이 들어간 게 인상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14 08:08 2011/01/1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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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전철 백과 사전

우리나라 수도권에 지하철 말고 코레일이 운영하는 광역전철 노선은 아래와 같은 10개가 있다.
광역전철은 색깔별 노선이 뚜렷한 지하철에 비해서 존재감이 그렇게 크게 부각되어 오지 못한 것 같다. (유아독존이던 분당선은 예외)

1. 경인선
- 성격: 클래식. 이미 있던 철도를 복선전철화해서 광역전철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구로-인천 1974)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바다 앞에서 끝나는 짧은 노선이기 때문에 전철이 일반열차를 전구간 완전히 대체했다. 일부 부정기 무궁화호가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2복선을 일단 전동차가 완급 결합 운행으로 제각기 따로 사용한다. (전국 유일)
- 운행 계통: 서울역-청량리를 운행하는 서울 지하철 1호선의 남쪽과 직결하여, 수도권 전철 1호선에 완전히 편입했다. 행선지는 인천/동인천(급행) 단일.
- 비고: 출퇴근 시간이면 2복선으로도 수송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난리인 혼잡 노선.

2. 경부선
- 성격: 클래식. (구로-수원 1974, 병점 2003, 천안 2005, 신창 2008)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예. 부산까지의 거리가 400km를 넘고 호남· 전라· 장항선이 경부선에서 분기하기 때문에, 전구간이 광역전철로 바뀔 수도 없고 일반열차도 없어지 않는다. 일반열차와 전동차가 2복선 선로를 하나씩 사용한다.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1호선의 남쪽과 직결한다. 워낙 거리가 길다 보니 행선지는 병점, 천안, 신창, 광명 등 여러 계통이 존재한다. 병점보다 더 남쪽에서 출발하는 경부선 열차는 청량리 이북 경원선 구간을 운행하지 않는다.
- 비고: 일반열차도 워낙 미치도록 많이 지나는 곳이다 보니 전철 공급이 부족하다. 경인선과 더불어 상시 급행이 다니고는 있으나 선로 용량 부족으로 인해 고작 1시간에 1대 꼴이다.

3. 중앙선
- 성격: 클래식. (회기-덕소 2005, 용문 2009)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예. 경부선과 마찬가지로 굉장한 장거리이기 때문에 간선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겨우 복선이기 때문에 전동차와 일반열차가 많이 다닐 수 없다.
- 운행 계통: 덕소 행과 용문 행이 번갈아가며 다닌다. 앞으로 경의선과의 직결이 점쳐지고 있다. 요즘 전철 노선도를 보면 중앙-경의-경춘선이 동일한 옥색으로 표기되어 있다.
- 비고: 중앙선은 경부선이 한 3~40년에 겪었던 발전을 이제야 겪으면서 봄이 찾아오고 있다. 물론 중앙선의 중요도가 대도시만 골라서 지나는 경부선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최소한 전구간 복선 전철화는 좀 돼야지?

4. 경원선
- 성격: 클래식. (청량리-성북 1974, 의정부 1986, 소요산 2006)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남북 분단 때문에 노선 길이가 길지 않으며 거의 모든 구간에 전동차만 다닌다. 그런데 북쪽 말단의 소수 구간은 또 CDC 같은 특수한 통근형 일반열차가 다니고 있어서 매우 독특하며, 이 점에서는 아래의 경의선도 마찬가지이다.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1호선의 북쪽과 직결한다. 성북, 의정부, 동두천, 소요산 행이 존재한다. 경원선에서 출발한 전동차는 수원이 아닌 인천 방면으로만 간다.

5. 경의선
- 성격: 클래식. (서울-DMC-문산 2009)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경원선과 마찬가지로 남북 분단의 영향을 받았다. 평양, 서울, 부산이 한데 연결되었다면 경의선은 2복선으로도 모자랄 국가 간선 철도가 됐을 텐데.
- 운행 계통: 경원선과는 달리 경의선은 운행을 마친 일반열차들의 기지 입출고 트래픽 때문에 수십 년 동안이나 광역전철화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금도 대부분의 전동차는 DMC까지만 운행하고, 서울까지 깊숙이 들어오는 열차는 한 시간에 한 대만 다니는 기묘한 운행 계통을 물려받았다. 경원선이 먼저 수도권 전철 1호선과 손을 잡아 버렸기 때문에, 경의선은 앞으로 경유지를 용산으로 옮겨서 중앙선 쪽으로 직결이 시도되고 있다.

※ 서울 역은 지하철 1· 4호선을 타는 곳뿐만이 아니라 경의선 전철을 타는 곳, 그리고 서울-천안 급행을 타는 곳이 다 제각기 다른 승강장이다. 흥미롭다. 결국 서울 역 플랫폼의 최동단 아니면 최서단 위치이다.

6. 경춘선
- 성격: 클래식 (상봉-춘천 2010)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경춘선 전철은 통근형 디젤 동차가 아니라 기관차형 무궁화호를 완전히 대체했다는 점에서 다른 클래식 광역전철과는 사뭇 다른 내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일반열차나 마찬가지인 좌석형 특급 열차가 투입될 것이기 때문에 답변은 X라기보다는 세모에 더 가깝다.
- 운행 계통: 기존 중앙선 광역전철에서 분기하여 독립 운행한다. 평면 교차 지장과 선로 용량 부족으로 인해, 경춘선 열차가 중앙선과 직결하지 못하고 서울 시내로부터 더욱 외곽에서 착발하게 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 시설의 특이점: 경인선처럼 짧지도 않고, 경부· 중앙선처럼 길지도 않고, 경의· 경원선 같은 특색도 없고 신설 전철도 아니던 독특한 철도가 드디어 가장 늦게 광역전철로 거듭났다.

7. 분당선
- 성격: 지하 신설 (수서-오리 1994, 수서-선릉 2003, 오리-보정 2004 등...)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선릉-죽전/보정 독립 운행. 분당선은 클래식한 철도가 전혀 없는 서울 동남부에 홀로 건설된 광역전철이다 보니 위상이 굉장히 특이하다. 직결 운행하는 지하철 노선이 없고 직결 운행하는 광역전철도 아직 없으며, 죽전 이남을 제외하면 전구간 지하이고 번호가 아닌 별도의 노선명에다가 노란색이라는 분명한 색깔까지 갖고 있다 보니 광역전철이라기보다는 별도의 지하철 노선 같은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다.
- 시설의 특이점: 굳이 힘들게 지하화할 필요 없이 안산선처럼 지상으로 건설할 수도 있었지만, 인근의 서울 공항의 보안을 위해 지하로 건설되었다는 소문이 전해진다. 승강장이 10량 기준으로 건설되었으나 10량 편성 열차가 운행되지는 않을 것 같다.
- 비고: 분당선은 남북으로 끊임없이 연장되고 있다. 앞으로 북쪽 서울로는 왕십리와 만나고, 남쪽으로는 수원과 만나서 분당선이라고만 부르기에는 아까운 거대한 수도권 순환선이 될 것이다.
그러니 일반열차를 안 굴리기엔 아까운 노선이 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분당선의 네트워크 효과가 커지다 보면 지금과 같은 분당선만의 고립성과 노란 개성은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8. 과천선
- 성격: 지하 신설 (사당-금정 1993)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4호선 남쪽과 직결한다. 사당 행보다 열차가 뜸하다.
- 시설의 특이점: 분당선하고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VVVF 전동차, 콘크리트 노반이 첫 도입되고 지하 구간의 교류 전기 시설이 첫 시도되던 때였다. 이때가 기술 발전의 과도기였기 때문에 열차의 구동음도 크고 주행 소음도 커서 전철이 시끄럽다고 욕 많이 얻어먹던 시절이었다. 과천선과 4호선의 연결을 위해 절연 구간도 모자라서 아예 통행 방향까지 바뀌는 남태령-선바위 꽈배기굴까지 생긴 사례는 유명하다.

9. 안산선
- 성격: 지상 신설. 안산 신도시가 개발됨에 따라 원래 경부선의 지선 성격으로 계획되었다. (금정-안산 1988, 안산-오이도 2000)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4호선 남쪽의 과천선과 직결한다. 안산 행과 오이도 행이 나뉘어 다닌다.
- 시설의 특이점: 도시 개발과 동시에 전철을 굳이 비싼 지하가 아닌 지상 고가 형태로 잘 건설한 사례이다. 안산선과 과천선이 연결되면서 4호선은 서로 다른 시기에 건설된 광역전철 둘을 연달아 직결하는 유일한 노선이 되었다. 한대앞 역부터는 수인선과 노선을 공유한다.

10. 일산선
- 성격: 지하 신설 (지축-대화 1996)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3호선의 북쪽과 직결한다. 전동차는 대화까지 일산선을 다니는 열차와 그렇지 않은 열차 반반이 다닌다.
- 시설의 특이점: 서울 지하철과 동일한 직류· 우측통행을 따르는 유일한 광역전철이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은 지하철까지 광역전철을 따라 좌측통행인 반면(그래도 전기는 직류), 3호선은 반대로 광역전철이, 먼저 건설된 지하철의 스펙을 따라 주고 있다는 뜻이다. 남태령-선바위 병크를 경험한 정부 당국이 일산선을 건설하던 당시에 미리 시정을 명령한 덕분에, 꽈배기굴 같은 참사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 비고: 일산선은 중간 구간에 지상-지하 짬뽕이 많다는 게 인상적이다. 경의선과 비슷한 선형을 갖추고 있으나, 원당-삼송 쪽 굴곡 때문에 경쟁력이 뒤떨어진다.
일산선은 서울 2기 지하철 계획과는 관계없이 건설되었다. 오히려 2기 지하철들과 같은 타이밍 때 연장된 구간은 분당선과의 연장을 위해 건설된 양재-수서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03 08:36 2011/01/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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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 전철 시승기

1. 들어가는 말

대학원에서의 첫 학기가 끝났다.
수련의 결과가 어떤 그레이드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_-, 어쨌든 리포트까지 다 제출하고 드디어 방학이 시작됐다.
그리고 종강과 성탄 연휴 기념으로, 올해도 작년과 동일한 지인하고 같이 철도 여행을 떠났다.
첫 코스는 경춘선. 수도권 전철로 개통한 경춘선이 첫 주말을 맞이한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에 앞서
경춘선에 대한 미주알고주알 역사적 배경 설명을 다 늘어놓아야만 직성이 풀리겠다. (그래서 여행 카테고리로 넣으려던 글이 결국 철도 분석글이 되어 버렸다. ㄲㄲㄲ)

경부선 개통 1905년 -> 수도권 전철화(당시는 수원까지만) 1974년.
경춘선 개통 1939년 -> 수도권 전철화 2010년.
우연의 일치일까? 둘 사이에는 거의 똑같이 70년간의 간격이 있었다.
서울-춘천은 85~90km대로, 서울에서 평택 내지 천안까지의 거리와 얼추 비슷하다.

경춘선의 수도권 전철화가 갖는 큰 의미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서울을 경유하는 “기존” 국철들 중에서 가장 늦게 수도권 전철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2005년의 중앙선을 시작으로 회송 열차 트래픽 때문에 금기의 벽에 머물러 있던 경의선이 2009년에 수도권 전철로 바뀐 지 1년 반 만의 일이다.

둘째, 경춘선은 일반열차가 여전히 다닐 필요가 있는 장거리 간선인 경부선이나 중앙선 같은 노선이 아니다. 또한 안보상의 이유 때문에 최북단에 여전히 비전철 구간을 남겨 놓아야 하는 경의선이나 경원선 같은 노선도 아니다. 전구간이 수도권 전철로 바뀌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경인선과 비슷한데, 통근형 디젤 동차가 아니라 번듯한 무궁화호급 열차를 완전히 대체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경춘선의 변신은 특이하다.

셋째, 수도권 전철이 충청남도(경부· 장항선으로 가는 1호선 천안· 신창 노선)뿐만이 아니라 드디어 강원도에까지 손길을 뻗치게 됐다는 점!
무려 천안과 춘천까지 전철이 개통했다면, 중앙선도 좀 더 욕심을 내서 양평에 이어 원주까지 전철이 다니게 되면 어떨까 싶다.
이런 특성들에 대해서는 조만간 일명 ‘광역전철 총정리’라고 체계적으로 글을 다시 쓸 작정이다.

2. 경춘선의 역사

경춘선은 통근형 열차를 투입하기에는 좀 운행 시간이 길고--그렇잖아도 선형이 안 좋고 열차 주행 속도도 느린데!--, 그렇다고 해서 본격적인 장거리 주행형 열차를 투입하기에는 아까운 규모였다. 새마을호가 운행되는 최단거리 노선이 장항선이라면, 무궁화호가 운행되는 최단거리 노선은 경춘선.

그래서 2000년대 초까지 경춘선에는 통일호와 무궁화호가 섞여서 운행되었다. 편도 배차 간격은 40분~1시간꼴로, 단선에서는 이게 거의 한계에 가까운 배차였고 이런 열악한 사정은 역시 단선이던 장항선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에는 10분 이상씩 지연은 예사였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은 본인이 2004년 초에 마지막으로 경춘선 통일호를 타면서 남긴 사진이다. 통일호는 인테리어가 이렇게 생긴 열차였다. 좌석을 더 기울일 수 없고, 문도 자동문이 아니고, 화장실 오물은 정화조에 담기는 게 아니라 바로 밖으로 배출되었으며, 아마 차륜에다 체인을 감아서 발전기를 돌렸을 희대의 노후화 객차.1)
그래도 미치도록 싼 운임이 메리트였다. 경춘선에서 그 당시의 통일호 운임과 지금의 전철 운임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텐데 말이다.

2004년, KTX가 개통하면서 동시에 구형 통일호 객차는 모두 퇴역하였으며, 경춘선의 모든 열차는 무궁화호로 승격되었다. 이는 당장 경춘선 이용객의 금전적 부담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에 당시엔 반발이 거세었다.
경춘선뿐만이 아니라 다른 간선에서도 간간히 운행하던 통일호 역시 모두 폐지되었고, 여기에는 그 유명한 청량리-부전 완행 통일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후 2004년 12월, 철도청의 공사화를 앞두고 웬일로 경춘선 신남 역이 김유정 역으로 개명. 공항 이름에도 인명이 붙은 사례가 없는 대한민국에서,2) 철도역에 사상 처음으로 인명이 등재되었다.3) 본인, 그 당시는 전철역 노선도를 암기하다가 상록수(안산선!)를 다시 읽던 터라, 철도가 나의 문학적 감수성까지 더욱 키워 주는 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던 중이었다.

2005년 10월, 경춘선 복선 전철 공사 때문에 춘천 역이 완전히 폐쇄되고 경춘선은 약 5년간 종착역이 남춘천 역이 되었다. 그런데 춘천 역 자체가 시내와의 접근성이 꽤 떨어지고 인근에 군부대까지 있어서, 폐쇄의 여파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2010년 12월이 돼서야 경춘선은 복선 전철로 우리에게 다시 찾아왔다. 이로써 성북 역은 과거에 용산-덕소 중앙선 전철이 개통하면서 경원선 경유 용산 행 전동차 노선을 빼앗겼고, 경춘선 전철이 개통하면서 경춘선 무궁화호 노선도 빼앗겼다. 그래서 순수하게 수도권 전철 1호선만 취급하는 역으로 역할이 줄어들게 됐다.
육군 사관학교와 가장 가까운 역인 경춘선 화랑대 역도 역사 속으로 빠이빠이. 하지만 역 건물 자체는 철거하지 않고 보존한다고 함.

3. 리모델링된 경춘선의 특징

경춘선 전철의 운행 계통은 상봉-춘천으로, 중앙선 상봉 역에서 출발하여 인근의 망우 역에서부터 분기한다. 예전에도 몇 차례 언급했지만, 상봉-망우의 위상은 마치 경의선 DMC-수색의 그것과 아주 비슷하다. 노선의 실질적인 시작 지점은 후자이지만, 기존 서울 지하철과의 환승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더 가까운 전자에 역을 또 만든 것이다. DMC는 6호선, 상봉은 7호선.

편리한 기존 청량리나 성북 역에서 경춘선을 이용하지 못하고 중랑구의 듣보잡 역까지 가야 하는 게 불편해진 점이긴 하나, 강남으로 통하는 7호선이 중앙과 경춘이라는 무려 두 개의 국철 노선과 환승역으로 연결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하겠다. 아울러, 마치 7호선이 경인선과 만나러 천왕을 넘어 온수까지 연장되었던 것처럼, 6호선도 질세라 경춘선을 만나러 봉화산을 넘어 더욱 연장되는 수순을 밟는 중이다.

한 승강장에서 중앙선과 경춘선을 모두 타는 건 없다. 이미 상봉에서부터 중앙선과 경춘선 승강장은 갈라져 있고 둘은 별도의 선로에서 따로 다닌다. 망우 역은 부지가 대단히 넓은데, 두 노선 승강장 사이의 거리는 망우에서는 더욱 벌어진다. 입체교차 설비가 없고 만들 공간도 없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편리한 환승 구조라든가 용산-경춘선 직결 운행이 “지금은 곤란하다.” 수준이다. 금정과 구로, 천안 역 주변의 매우 크고 아름다운 입체교차 고가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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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 역에서 인근의 망우 역을 훤히 볼 수 있다. 중앙선과 경춘선은 애초에 상봉에서 부터 이미 별개의 선로로 운행을 시작한다.

경춘선의 노선은 중앙선에서 뻗어가는 선형인 만큼 경의· 중앙선과 동일한 옥색으로 지정되어 있다. 같은 색의 두 노선이 Y자로 분기하여 오른쪽으로 분기하는 형태이다 보니, 바로 아래에 자주색으로 동일한 토폴로지로 그려져 있는 서울 지하철 5호선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나중에 경의선과 경원선이 연결되어 직결 운행을 시작하고 경춘선까지 직결이 시행되고 거기에다 분당선이 왕십리 역까지 올라온다면...?? 이렇게 연결된 광역전철의 네트워크 효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런데, 경의· 중앙선을 다니는 여타 코레일 전동차들이 그냥 은색 깡통에 자석(red & blue) 모양의 띠 도색인 반면, 경춘선 전동차는 웬일로 독창적인 흰 바탕에 파란 띠 도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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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경춘선이 이렇게 변했다는 게 믿어지는가?

경춘선은 이래뵈어도 서울-평택, 서울-천안에 비견될 정도로 길며, 용문까지 연장된 중앙선의 수도권 전철 구간보다도 더 길다. 그래서 주말에도 상· 하행 공히 상시 급행이 운행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좌석형 특급 열차의 투입도 계획되어 있다. 출퇴근 시간대에 상행만 제한적으로 급행을 운행하는 여타 신흥(?) 노선들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2복선 선로에서 10분 간격으로 급행을 운행해 주는 '미친' 경인선에 비할 바는 못 된다는 뜻이다. ^^;;
또한 경춘선은 그 길이에 '비해서'는 아직 역 수가 적은 편이고 완행도 역간 주행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는 것도 알아 두자.

경춘선 전동차의 배차 간격은 중앙선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길어서 N/H 기준 15~20분에 한 대꼴이다. 급행은 1시간에 한 대이므로 경부선 천안 급행과 비슷한 위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주말에 평일보다 열차 운행이 뜸해지는 여타 전철과는 달리, 경춘선만은 일반열차들처럼 주말에 예외적으로 집중 증차를 해야 할 것이다. 본인의 일행이 간 토요일 낮에는 미칠 듯한 인파 때문에 고생 제대로 했으며, 춘천에서는 먼 거리를 반드시 앉아서 가려고 자리 쟁탈전이 벌어졌다. 중간역에서는 승하차 인원이 미미했으며 거의 다 남춘천 아니면 춘천에서 내렸다. 이것이 개통 첫 주만의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아닌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가감속력 좋은 전동차가 꼬불꼬불한 단선이 아니라 매끈한 복선으로 달리니, 예전보다 정차를 더 하고도 시간은 훨씬 더 단축되는 건 당연한 이치. 덜컹거림이 없는 장대 레일의 승차감도 정말 좋았고, 게다가 운임이 더 싸진 건 덤이다. 전철은 여러 모로 남양주와 춘천 사는 사람들에게 호재임이 틀림없다.
경의· 중앙선 전동차는 LCD 모니터가 출입문 쪽에 붙어 있는 반면, 경춘선 전동차는 모니터가 마치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처럼 천장에 달려 있다. 경춘선도 8량인 건 동일하나, 승강장은 10량 기준으로 건설됐던 걸로 기억한다.

4. 역 이모저모

강 따라 평지를 꼬불꼬불 다니기만 하던 경춘선도 이제 고가와 터널이 굉장히 많아졌다.
역은 기존역 근처에 전철 승강장(=고상홈)이 새로 건설된 것도 있고, 다른 곳으로 이설된 것도 있다. 예전에는 없는 부역명이 뭐가 이리도 덕지덕지 붙은 역이 많다. 우리가 달리는 고가 밑으로 가끔씩 구 경춘선이 꼬불꼬불 지나가는 걸 보기도 했다. 마치 KTX로 대구-대전 구간을 타면서 밑으로 구 경부선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평내호평: 경춘선이 이렇게 전철로 정식 개통하기 한참 전인 무려 2006년부터 신선 구간 중에는 가장 먼저 개통해서 무궁화호로 영업을 미리 시작했다. 이때가 장항선도 한창 리모델링되던 시절이었는데, 아직 복선 전철화는 안 하고 복선 노반만 만들어 둔 모양이다.

강촌: 경춘선에서 가장 상징성이 큰 역으로 가평과 더불어 젊은 시절 MT 코스의 추억이 깃든 곳이나.. 이 역은 완전히 다른 곳으로 이설되었다. 그런데 이설된 곳은 산과 언덕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곳. 그래서 강촌이 아니라 산촌이 됐다.

김유정: 역명판이 코레일체가 아닌 궁서체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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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드디어 유리궁전으로 변신. 그런데 역 주변은 닭갈비집 몇 곳 말고는 정말로 황량하고 갈 데가 없다. 차라리 시내로 가려면 남춘천 역이 더 나을 듯. 역 주변엔 전철 개통 기념으로 세워진 듯한 이런 조형물이 있었다. 아 그리고 강원도 홍보 테마 누리로 열차가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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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과거에 정선선 비둘기호 열차를 보면, 편성이 기관차+객차 각각 하나씩인데, 발전차가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_- 당연히 이런 자체 발전은 전력 생산량이 크게 부족하며 냉방기 같은 건 돌리지도 못한다.

2) 그 반면 외국은 드골 공항, 케네디 공항 등..;;

3) 참고로 진해선의 신창원 역은 인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____________^

Posted by 사무엘

2010/12/26 14:12 2010/12/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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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잡설 컬렉션

※ 마곡과 마곡나루 역

1996년 3월에 서울 지하철 5호선이 개통한 지 무려 12년 만인 2008년 6월에, 미개통 무정차 통과역으로 줄곧 남아 있던 마곡 역이 문을 열었다. 이건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본인은 병특 중이던 시절, 아직 개통 전이던 마곡 역의 버려진 모습과 심지어 불 꺼진 어두컴컴한 승강장의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아 위대한 기록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ㄲㄲㄲㄲㄲ
하지만 마곡 역 일대가 워낙 허허벌판인지라 이 역은 개통하고도 승객 이용 실적이 굉장히 저조한 역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거기에다 지금은, 동일하게 강서구를 지나는 9호선의 마곡나루 역이 과거 마곡 역의 안습한 지위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중. 미래를 기약하고서 역을 건설은 했지만 당분간 미개통 무정차 통과인 역이다. 마곡 역은 그래도 공항로라는 대로변에라도 있지, 마곡나루는 그것도 아니다. 훗날 마곡 지구가 개발되고 공항 철도와의 환승역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역이라고는 하나, 환승은 계단 없이 3초 환승이 되는 김포공항 역에서 하면 되지 굳이 마곡나루를 이용할 이유가 있겠는가?

이로써 서울 지하철에서 '나루'로 끝나는 역은 광나루(5), 여의나루(2), 최근에 개명된 잠실나루(2. 구 성내)에 이어 마곡나루가 추가되었다.
과거에 경인선 철길 일대가 전부 허허벌판이었다고 누가 말하더라도, 그 시대를 살아 보지 않은 사람은 그걸 결코 실감할 수가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마곡 역 일대는 2010년 현재까지도 '서울 시내'에서 논밭과 허허벌판을 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지대이다. 여기까지 마치 서울 강남처럼 빽빽한 건물로 뒤덮인다면?

일산선(대표적으로 원당-삼송)이나 안산선 일대도 그렇고 서울-성남 외곽(8호선 복정-산성 같은)도 몇 년 뒤면 다 개발되고 지금과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 준비된 환승역

준비된 바로타 환승: 금정이 최고의 환승역이다가 이제 김포공항 역까지 추가된다. 단, 9호선과 공항 철도끼리만 그렇고, 5호선은 아님.

준비된 십자형 환승: 두 노선이 같은 기간에 동시에 건설된 충무로, 군자, 천호 같은 역이 좋은 예이지만, 한 노선이 미래를 염두에 두고 나중 노선과의 환승을 염두에 두고 건설된 여의도도 최고의 대인배이다.
2기 지하철이 건설되던 당시에는 미래의 3기 지하철과의 환승을 고려하여 여의도(5), 녹사평(6), 논현(7), 몽촌토성(8) 같은 역이 환승 대비를 하고 건설되었지만 여의도를 제외한 나머지 역에 대한 예측은 빗나갔다. 몽촌토성 역의 경우, 미지의 노선이 개통하면 바로 꽂으라고 노선 색깔띠를 꽂을 공간까지 미리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

억지로 만든 티가 노골적으로 나는 막장 환승: 노원, 신길, 신당 같은 역이 그 예이다. 가히 '환승이 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라' 수준.

※ 프로젝션 광고와 스크린도어

본인은 서울 도시철도 공사에서 개발한 참신한 사업 아이템이랍시고 지하철 승강장에다 광고 프로젝션이 장착되는 걸 목격하면서 병특을 시작했으며, 3년 남짓 뒤엔 그게 도로 철거되고 스크린도어가 대신 설치되는 걸 목격하면서 병특을 끝냈다. 참 재미있는 시기였다.

왜 철거되었냐 하면 광고 동영상이 선로 쪽 벽 내지 기둥으로 프로젝션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쪽을 문으로 딱 가리는 스크린도어가 등장하면서 완전히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이것도 어찌 보면 과거 코레일의 무인 개집표기 설치 -> 철거만큼이나 SMRT의 병크 아니면 최소한 흑역사인지도 모르겠다.

2006년이 절정이었다. 회사에서 퇴근한 후 맨날 7호선 강남 구간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본 CF로는 K-swiss, 그리고 그때 한전에서 이미지 광고로 히트 쳤던 <빛으로 만드는 세상>... 진짜 지겹도록 봤다. 그런데 이런 광고만 한 게 아니라 소주와 경마와 로또 광고도 어찌나 지독하게 많이 해 댔는지, 이거 공기업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뭐, 선로 쪽 벽이 아니어도 광고를 붙일 곳은 많다. 지금은 스크린도어에다가도 대문짝 만하게 광고를 붙이고, 또 열차 도착 안내 전광판 자체가 LED(청색을 표현할 수 없는)에서 올컬러 LCD 모니터로 교체되어 거기에다가도 쉴 새 없이 광고 동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2006년이면 2기 지하철 중 20세기에 개통한 5, 7(건대입구 이북), 8호선의 전광판에도 도착 열차 꼬마열차가 추가된 시기이기도 했다. 이것도 역사적인 사건이다.

※ 신도림-까치산 지선도 SMRT 관할?

까치산 역은 5호선(SMRT)과 2호선(서울 메트로) 지선과의 환승역이지만 100% SMRT 관할 구간이다. 마치 신도림 역이 인근의 영등포나 구로와는 달리 코레일 관할이 없고 100% SMRT 관할인 것과 비슷한 이치.
그래서 까치산 역은 2호선 열차를 타는 승강장도 2호선이 아닌 5호선 SMRT 스타일의 열차 도착 안내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2호선 열차가 진입하고 있는데 “항상 5678 서울 도시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멘트까지 덧붙이는 건 좀 심하지 않나? ㄲㄲㄲㄲ
그래도 5호선은 전동차 구동음이 우렁차고 아름다우니 용서된다.

※ 지하철 역 중에서 서로 연결된 곳

서로 다른 노선의 환승역이 아니라 동일 노선의 인접역이 순수하게 지하 통로(=상가들)로 연결된 곳은 어디가 있을까?
1호선 종각-종로3가가 대표적인 예이고, 2호선 을지로입구-을지로3가도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지하 상가가 원체 발달해 있는 7호선 고속터미널-반포 사이도 그렇잖아도 역간거리도 짧은데 연결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1호선 동대문-동묘앞도 연결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이 더 있으면(수도권 말고 지방 광역시 지하철도 포함) 알려 주기 바란다. 아, 대전 지하철도 대전역-중앙로는 거의 한 블록 거리인데 지하로 연결되어 있다.

※ 경춘선과 서울 2기 지하철

이제 곧 있으면 경춘선 복선 전철이 개통한다. 벌써부터 지하철 노선도에는 경춘선 노선이 표기되고 있다.
2004년 고속철 개통과 함께 통일호가 사라지고, 2005년 본인의 병특 시절에 춘천 역이 폐쇄된 후...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서야 경춘선은 전철이 다니는 깔끔한 철도로 거듭나고 춘천 역도 다시 생긴다.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경춘선의 영향을 받아서 기존 지하철도 구간이 연장되거나 비환승역이 환승역으로 바뀌는 게 있는데, 재미있게도 이게 다 6~8호선이어서 SMRT 관할이다.
서울 2기 지하철은 1기 지하철에 비해 역사가 짧고, 전구간 개통 이후 지금까지 새로운 역이 생긴 사례가 없었으나, 2010년 이후가 돼서야 뭔가 의미심장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6호선 신내: 경춘선과의 환승을 위해, 차량 기지와 더욱 가까운 곳에 신설되는 역이다. 역의 지리적 위상은 5호선 강일(아직 완공되지는 않음)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7호선 상봉: 중앙선과 경춘선을 모두 탈 수 있는 국철과의 환승역으로 바뀐다. 하지만 주변의 망우 역과 너무 가까워서 중앙선 전철의 표정 속도를 떨어뜨리는 게 개인적으로 우려된다.
8호선 별내: 6, 7호선보다는 아직 훨씬 더 먼 미래의 일이긴 하다. 8호선이 드디어 암사보다 더 북쪽으로 뻗어서 강을 건너고 중앙선과 경춘선을 수직으로 연결까지 하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

※ 일본 지하철엔 스크린도어가 없다

2002년에 우리나라의 이 수현 씨가 일본에서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한 뒤 자신은 목숨을 잃었는데, 그로부터 8년도 더 뒤인 지난 11월엔 또 한국인 유학생 이 준 씨가 도쿄 지하철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했다. 덕분에 도쿄 소방서로부터 감사패 득템.

이분은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 안전 전문가일 뿐이라고 강조했고, 실제로 공부도 교통 안전 분야로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었다고 한다. 그 분야로 일본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점, 선로에 떨어졌을 때의 대피 요령과 전동차의 운행 특성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아마 은둔 철덕-_-이지 않겠나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는데, 만약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철덕이 평소에 숙지한 FM대로 잘 행동한 덕분에 해외에서까지 국위를 선양했으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인 역시 수 년 전엔 한 치의 막힘 없이 지하철 안에서 어느 중년의 캐나다 사람에게 서울 지하철의 우수성을 자랑스럽게 소개해 주기도 했다. ^^;;

철도 선진국인 일본도 지하철에 우리나라처럼 지하철 전역에 스크린도어가 완비되어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 위정자들이 갑자기 뭔 바람이 들어서 그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스크린도어 설치 지시를 내렸는지는 모르겠다. 승객 안전보다도 당장 투신 자살 노이로제와 트라우마에 걸릴 것 같은 기관사들을 배려한 조치일지도 모른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20 08:53 2010/12/2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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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

1.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하는 OX 퀴즈 말이다. 이거 완전 퀵 정렬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지?
퀴즈는 PIVOT값이다. 정말 알쏭달쏭해서 사람들이 O와 X로 반반씩 갈려야 좋은 문제이고,
너무 쉽거나 해서 사람들이 한데 쏠리면 그건 난감하다. 퀵 정렬도 완전 똑같다. ㅋㅋ

2.
수업 시간에 각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돌리거나 과제물을 나눠 준다. 내게도 서류 뭉치가 왔는데, 이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고 내가 살펴본 뒤에 다음으로 이걸 어느 방향에다가 넘겨줘야 할지 잘 모를 때가 있다.
이건 C++로 치면 iterator이다. 서류 뭉치는 모든 학생들을 한 번씩 순회하는데, ++itor; 명령이 수행되려면 지금의 순회 위치로부터 다음 순회 위치를 알 수 있어야 한다. 트리 구조를 순회한다면, 각 노드마다 부모 노드 포인터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뜻.

3.
요즘 존재하는 수많은 웹사이트들 중, html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것들은 로컬 환경으로 치면 기계어로 짠 네이티브 프로그램이고, 블로그 엔진 기반은 닷넷처럼 일종의 상부 계층 위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에다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 사용자가 나모 같은 에디터로 홈페이지를 만들 일이 없어졌다는 건, 윈도우 환경에서 어셈블러 수작업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일이 없어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Win32 API 같은 네이티브 계층 자체가 완전히 없어지는 날은 과연 올까?

4.
외솔관에 있는 대학원생 독서실에 있다가 위당관으로 수업을 들으러 간다. 두 건물의 뒤쪽엔 높은 언덕이 있기 때문에 3층과 4층이 뒷문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경로를 이용하면 건물 사이를 왕래할 때 번거롭게 1층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갈 필요가 없다.
바깥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두운 건물 복도를 걸으면서 지하철 터널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다가 잠시 밖으로 나가면, 지하철이 강을 건너거나 서울 지하철 8호선의 복정-산성 구간 같은 곳을 지나느라 잠시 지상으로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5.
교회에서 성가대 연습을 한다. 노래를 부르는데 반주자가 악보를 넘기느라 잠시 피아노 반주가 중단되었다. 그래도 노래는 박자나 음정의 어긋남이 없이 계속 잘 이어진다.
이것은 절연 구간을 지나느라 전동차에 전원 공급이 잠시 중단되더라도 차가 관성으로 계속 달리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아울러, 바닷물과 민물을 넘나드는 연어는 교류-직류 겸용 전동차의 예표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철도 패턴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6.
대학 학부까지만 학업을 마치고 취업을 한 건, 지금 생각해 보니 학업이라는 지하철이 서울 시계까지만 건설된 뒤 노선이 끊어졌던 듯한 느낌이다. 학부를 졸업한 지 5년이 지나서야 대학원에 들어가니, 그 선로를 이어서 장거리 광역전철을 건설하는 것 같다.

7.
<날개셋> 한글 입력기 5.65를 공개한 후, 소스를 대대적으로 뒤집어엎었다.
null-terminate 스트링의 write 버퍼를 받는 모든 함수에는 버퍼의 크기에 대한 정보를 추가하고, sprintf 같은 함수 호출도 버퍼 오버런을 일으키지 않게 다 손질했다.
파일을 읽고 쓰는 과정에서 에러 처리를 더욱 강화하고, 범용적인 dll 모듈은 thread-safe하도록 고쳤다.
좀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하게 만들어져 있던 라이브러리 API를 뜯어고쳤다.

그래서 다음 버전으로 잠정 계획 중인 <날개셋> 한글 입력기 5.8은 5.5 시절부터 비교적 잘 유지되어 왔던 API 하위 호환성이 모두 깨질 예정이다.
타자연습도 덩달아 버전업된다. 입력기에 적용된 프로그래밍 테크닉이 그대로 적용되고, 그리고 연습글을 좀 정리할 생각이다.

6만 줄에 달하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 소스 코드를 들여다보노라면 정말 나만의 세계, 나만의 건축물, 나만의 철도 노선에 들어온 느낌이다. 의존도라고는 Win32 API와 몇몇 Ansi C 함수밖에 없으며, 나머지 코드들은 100% 자체 제작이다. 다른 프레임워크나 오픈소스 작품 같은 거 쓴 것이 전혀 없다.

누구에게 돈이나 시간 면에서 단 한 치도 얽매인 게 없이, 전적으로 개인 취미 생활로 개발하는 것이다 보니,
단순히 기능만 되게 하는 게 아니라 소스 코드의 질에도 굉장히 신경을 쓴다.
비록 한 줄에 100칼럼을 꽉꽉 채우느라 겉보기로는 코드가 좀 지저분해 보여도, 구조는 의외로 깔끔한 편. ㅋㅋㅋㅋ

코드에 무슨 공통된 패턴이 반복되는 게 발견되면 함수로 따로 떼낸다거나, 모듈 간의 공통된 기능을 한 기반 클래스로 빼낸다거나.. 이런 식으로 "리팩터링"을 수시로 진행한다는 뜻이다.
이런 거 공사 하나 잘 해서 추상적인 클래스가 하나 탄생하고 상속 계층이 한 단계 올라간다거나 하면,
어려운 버그를 잡은 것만큼이나 기쁘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17 18:08 2010/10/1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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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잡설

1.
중앙선 상봉 역은 경춘선 분기를 의식해서인지 복선 선로가 따로 갈라져 나가는 쌍섬식 승강장으로 건설 중인 걸 봤다. 서울 지하철 7호선까지 포함하면 나름 3개 노선의 환승역이 되는데, 다만 상봉-망우는 현재 경의선 디엠시-수색만큼이나 너무 가까운 역이 될 것 같아 우려된다. 두 역 사이엔 딱히 커브나 구배도 없기 때문에, 한 역에서 다른 역 승강장이 보일 정도이다.
DMC는 서울 지하철 6호선과 경의선에 이어 앞으로 공항 철도와의 환승역이 된다는 말이 있던데 과연?

참고로 지금 DMC역은 원래 지하철 6호선의 수색 역이 개명된 것이다. 경의선 수색 역과는 수백 m 떨어져 있어서 환승역으로 연결하기엔 너무 멀고, 별개의 역으로 취급하기엔 마치 동대문-동묘앞만큼이나 가까운 처지가 된 것 같다. 화랑대나 신촌처럼, 지상 철도와 지하철의 역이 비슷하지만 살짝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예에 속한다.

2.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서울 지하철 6호선과 경의선과 공항 철도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좀 복잡하다.
지금 경의선은 서울 시내 구간을 지하화하고 서울 역이 아닌 용산 역으로 가도록 재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지금의 중앙선 전철과 직결 노선을 만들고 이 기회에 용산선은 폐선했다. 기존 경의선을 대신하여 서울 역까지 들어가는 것은 잘 알다시피 공항 철도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지금의 경의선 기존 지상 고가 구간은 어떻게 되는지? 가좌 역은 임시역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민자역사까지 새로 만든 신촌 역은 경의선 전철 개통 후 어떻게 되는지?
경의선과 경원선이 연결되어 문산에서 용문까지 거대한 광역전철이 구축되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통일을 염두에 두고 경부선의 종점과 경의선이 한데 만나야 한다는 점에서는 경의선의 종점이 서울에서 용산으로 바뀌는 건 아쉬운 일인 것 같다.

3.
전철의 표정 속도를 알고 싶으면 그 선로에 가뭄에 콩 나듯이 지나가는 '통과 열차'가 어느 속도로 달리는지를 보면 된다.
통과 열차를 비교적 자주 볼 수 있는 곳은 1호선 경부· 경인선으로 치면 급행 선로이다.
성북-회기 구간에서 전동차 선로로 달리는 경춘선 무궁화호 역시 좋은 예이다.
여기뿐만 아니라 경원· 중앙선이나 안산선에도 아주 가끔 화물 열차라든가 기관차 단독 주행을 볼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지하철에서는 통과 열차를 보기가 물론 쉽지 않다. 아주 늦은 시간대나 출근 시간대 직후에 운 좋을 때에나 '회송'이라고 써 놓고 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열차를 볼 수 있을 정도.

이런 열차들은 절대로 승강장을 '쌩~' 하고 전속력으로 통과하지 않는다.
오히려 건장한 사람이 전속력으로 달리면 따라잡을 수 있을 느린 속도로 슬금슬금 통과한다. 시속 한 30km대? (사람은 전속력으로 늘 그렇게 달릴 수는 없는 게 한계일 뿐이지)
이것은 단순히 안전 때문에 천천히 달리는 게 아니다. 스크린도어가 있더라도 어차피 통과 열차는 그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없다.

그렇다. 그게 바로 전철의 표정 속도이다.
무정차 열차의 앞뒤로는 전속력으로 찔끔 달리다가 금방 섰다가.. 또 달리기를 반복하는 일상적인 전동차가 다니고 있다.
그러므로 무정차 열차 역시 앞 열차를 추돌하지도, 뒤 열차에 추돌 당하지도 않을 평균 속도로 달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늘 이용하는 전철이 빨리 달릴 때는 막힘 없이 시속 7~80km대까지 가니까 빠른 것 같지만, 정차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겨우 저런 회송 열차 같은 속도밖에 안 나오는 셈.
전철이 아무리 교통 정체가 없어 빠르다고 해도, 정차가 잦은 관계로 의외로 느리다.
물론 시내 도로의 표정 주행 속도는 더 느리지만 말이다. ^^;;

4.
식당에 가서 뜨끈뜨끈한 국 같은 음식을 시키면, 처음에는 정말 펄펄 끓어서 거품이 보글보글하고 그대로 입에 가져갔다가는 혀를 델 것 같은 뜨거운 상태로 음식이 나온다. 우리는 그걸 후후 불어서 식혀서 먹는다.
철도 전기에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어거지 비유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식당에서 음식을 최대한 뜨거운 상태로 제공하는 이유는 시간이 흐르더라도 음식을 갓 조리된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류 전기는 수만 V에 달하는 굉장한 고압이다. 장거리 송전에 따른 전력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전동차가 자체적으로 이를 저전압 직류로 변압해서 사용하는 것은 뜨거운 국물을 불어서 떠먹는 것에 해당하겠다.

물론 애초부터 직류 전기를 내보내는 단거리 지하철은, 장거리 유통이 필요하지 않고 나온 즉시 바로 떠먹는 간편한 음식에다 비유할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14 08:59 2010/10/1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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