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에 서울 지하철 1호선이 첫 개통한 이래로, 2~4호선도 서울 올림픽과 비슷한 타이밍인 1980년대 중반에 서울 시내 구간이 모두 개통함으로써 서울 1기 지하철 프로젝트가 끝났다.
하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교통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1990년대 초에 지하철 5~8호선의 추가 건설이 논의되었으니, 이른바 2기 지하철이다. 시기적으로는 인천 공항 내지 고속철 사업과 비슷하게 시작한 셈이다.
1기 지하철을 서울 메트로(구 서울 지하철 공사)가 관할한다면 2기 지하철은 서울 도시 철도 공사--SMRT가 관할하게 되었다.
2기 지하철에는 기존 1기 지하철의 연장 계획도 포함되어 있었다. 시작과 끝이 모두 국철 광역전철인 1호선이야 더 발전의 여지가 없고 2호선도 순환선이다 보니 지선 건설 외에는 더 생각할 게 없지만, 3호선은 남쪽으로 양재-수서 구간이 추가 건설되었으며 4호선 역시 북쪽으로 당고개 역이 이 때 신설되었다.
이때 건설된 2호선 신정 지선은 딱히 지하철 연장 건설은 아니지만 2호선용 차량 기지의 추가 건설과 5호선의 차량 반입 수단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다만, 과천선 내지 일산선도 비슷한 시기에 3, 4호선에 붙어서 개통은 하였으나, 이는 철도청 광역전철이기 때문에 2기 지하철의 일환으로 건설된 것은 아니었다.
2기 지하철은 1기 지하철의 건설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설 당시부터 설계라든가 기술 등 여러 면모가 향상되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쵸퍼/저항보다 더 효율적인 VVVF 전동차가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 롤지/플랩식 대신 LED 방식 전광판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 자갈 대신 유지 보수가 용이한 콘크리트 노반이 본격적으로 등장했으며, 3· 4호선과 마찬가지로 ATS보다 더 발달한 ATC 신호가 쓰였다.
- 전동차는 1인 승무와 자동 운전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 또한 1기 지하철과의 긴 환승을 교훈 삼아 역을 가능한 한 교차로에 건설하고, 앞으로 추가로 건설될 3기 지하철과의 환승도 건설 당시부터 염두에 뒀다. 그 덕을 제대로 본 환승역이 바로 여의도 역이다.
- 종착역에서 회차 용량을 늘려 주는 2폼 3섬식 승강장도 서울 2기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다만, 서울 2기 지하철은 비용 절약을 위해, 1기 지하철과는 달리 교직류 겸용 운행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2기 지하철은 기존 철도가 거의 지나지 않는 곳을 위주로 건설되었기 때문에 차량 반입도 어려운 편이었다(특히 5, 8호선).
서울 2기 지하철과 비슷한 시기에 건설되어 비슷한 수준의 기술이 도입된 지방 지하철로는 인천 1호선, 대구 1호선, 부산 2호선 정도가 있다. 서울 1기 지하철과 시기가 비슷한 것은 부산 1호선이 유일하다.
서울 2기 지하철은 그 시기적인 특성상 차량 구동음이 가장 다채롭고 개성 넘친다. 또한 지금 7호선 부천 쪽 연장을 제외하면 딱히 노선 연장이라든가 차량 추가 도입 같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그렇잖아도 개통한 지 15년 남짓밖에 안 됐는데 차량 내구연한도 25년에서 40년으로 연장).
그때에 비해 오늘날의 지하철이 바뀐 것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기계로 좌석이 모두 불연재로 교체된 것, 초창기(1996년) 5, 7, 8호선 개통 구간에도 꼬마 열차 전광판이 설치된 것(2006년에), 그리고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것(2008~09년)을 들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