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환승과 막장 환승

지하철 노선에는 잘 알다시피 여타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역이 있다.
그러나 환승역이라고 해서 다 같은 환승역이 아니다.
비교적 적은 거리만 움직이면 금방 환승이 가능한 '개념' 환승역이 있는가 하면, 가히 욕 나오는 수준의 '막장' 환승역도 있다.

같은 시기에 동시에 건설된 지하철 노선들은 가능한 한 상호 환승이 편리하게 되도록 건설된다. 애초부터 환승역으로 계획됐으니 말이다. 청구(5, 6), 천호(5, 8), 충무로(3, 4) 같은 역이 좋은 예이다. 군자(5, 7)는 앞의 역들보다는 환승 거리가 길지만, 환승객들을 수용할 공간을 내기 위해서 일부러 환승 통로를 길게 만든 것에 가깝다.

그 반면, 서로 다른 시기에 선견지명 없이 건설된 지하철과의 환승은 막장으로 치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도 다음과 같이 여러 유형이 있다. 기계적으로 무슨무슨 역이 막장 환승이라는 식으로 무식하게 암기하기보다는, 막장 환승역의 형성 경위에 대해서 본질적인 맥을 짚어 보기로 하자. (서울 지하철 기준)

첫째, 1기 지하철하고 2기 지하철 사이에 악명 높은 막장 환승역이 많이 생겼다.
그 이름도 찬란한 종로3가(1, 5), 노원(4, 7), 신당(2, 6), 잠실(2, 8), 신길(1, 5) 등. 환승 노선이 생길 거라고 꿈에도 생각 안 하다가, 나중에 억지로 환승 통로를 내다 보니 저렇게 됐다. 2호선 신당은 역간 거리 유지를 위해, 4호선 노원은 창동 기지 입출고선 때문에 교차로에 정확하게 닿는 형태로 역이 지어지지도 못했으며, 이로 인해 환승 거리가 더욱 길어졌다.

둘째, 2기 지하철은 5~8호선이 모두 동시에 건설된 것에 가까운 반면, 1기 지하철은 1호선과 2호선이 서로 별개이고 또 3-4호선이 1· 2호선하고는 서로 별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끼리도 환승 거리가 꽤 긴 경우가 있다는 점을 유의하자.
그래서 1호선은 전반적으로 다른 지하철과의 환승 거리가 좀 긴 편이다. 시청(1, 2), 서울역(1, 4), 신설동(1, 2) 등.

셋째, 3기 지하철인 9호선은 한강을 따라 서울의 동서를 지하로 관통하는 반면, 인근 환승역들은 대체로 종축(남북) 노선이며 강을 건너기 위해 역시 지상에 나와 있다. 따라서 이들은 환승 거리가 필연적으로 무척 길어진다. 동작(4, 9)이 아주 좋은 예이고 당산(2, 9)도 마찬가지. 노량진(1, 9)은 아예 아직 환승 통로 자체가 없다. 같은 지하역이지만 고속터미널도 7호선과 9호선 환승은 막장이다.

넷째, 막장 환승의 결정타를 찍은 것은 최근에 개통한 공항 철도 서울 도심 구간이다. 일단 이 노선 자체가 서울 시내의 어느 지하철보다도, 심지어 경의선보다도 밑으로 지나기 때문에 미치도록 깊다. 홍대입구의 2호선-공철 환승은 충정로보다 더 나쁘면 나쁘지 더 좋지 않다. 계획 환승역인 김포공항을 제외하면 나머지 역과의 환승은 과연...;;

현재 막장 환승의 최고봉은 노원도 아니고 서울역이다. 경의선, 공철, 1호선, 4호선이 각각 서울 역의 네 꼭지점을 차지하고 있는데, 공철에서 4호선 환승은 그렇잖아도 막장 환승의 극치이던 경의선과의 환승조차도 버로우 타게 만든다..;;
지하 7층인 공철 승강장에서 지상 2층(지하 2층이 아니다!)까지 올라간 후, 그 큰 서울 역 건물을 동서로 횡단한다. 그 후 다시 지하로 내려간 후 1-4호선 환승 통로를 지나고, 또 계단을 내려가면 4호선 승강장..;; 10분 족히 넘게 걸어야 한다. ㅎㄷㄷㄷ;;

다음은 본인의 관련 코멘트들.

1. 어떤 지하철 역과 수직인 노선이 나중에 건설될 때는 T나 L자 모양으로 역이 지어지는 게 보통이다. +(십자형)자 모양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미 영업 중인 기존 지하철 역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역을 건설하려고 해서 그런가 보다.

2. 이런 막장 환승역들을 거울삼아, 서울시에서는 2기 지하철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나름 선견지명을 발휘했다. 훗날 추가로 건설될 3기 지하철과 환승역이 될 걸로 예상되는 역들은, 지름길 환승 통로를 쉽게 건설할 수 있게 공간을 확보하고 준비를 해 놓은 것이다. 5호선 여의도, 6호선 녹사평, 7호선 논현, 8호선 몽촌토성 같은 역들이 그 대상이었으나 오늘날은 5호선 여의도 역만이 9호선과 연결되어 나름 개념 환승을 실현해 냈다.

3. 서울 말고 다른 광역시들은 여러 지하철 노선이 동시에 건설되는 일 자체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 지하철은 환승역들이 전반적으로 개념 환승에 가깝게 편리하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막장 환승이 있다면 응당 개념 환승도 있다. 발전 양상은 다음과 같다.

4위 회기(1호선, 중앙선): 각 노선별로 섬식 승강장이 평행하게 둘 놓여 있다. 타 노선으로 갈아타려면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된다.
덧붙이자면 계양(인천1· 공철)도 회기와 완전히 동일한 위상의 환승역이다.

3위 복정(8호선, 분당선): 각 노선별로 섬식 승강장이 복층으로 평행하게 둘 놓여 있다. 환승하려면 계단을 한 번만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된다. 이 정도만 돼도 무척 편하다. 천호 역도 이 정도로 편리한데, 이 역은 두 노선 모두 상대식 승강장이고 평행형이 아니라 수직형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2위 금정(1호선, 4호선): 섬식 승강장이 평행하게 둘 놓였다는 점에서는 회기와 비슷하지만, 입체 교차 시설까지 동원하면서 머리를 좀 썼다. 두 노선이 수직이 아닌 예각으로 만난다는 특성상, 1호선 상행(서울 방면)과 4호선 상행(당고개 방면)이 한 승강장을 공유하고, 1호선 하행(천안 방면)과 4호선 하행(오이도 방면)이 한 승강장을 공유한다.

그래서 안산에서 구로 쪽으로 가는 사람, 과천에서 수원으로 가는 사람은 계단을 전혀 오르내릴 필요 없이 동일 승강장의 반대편 열차를 타면 된다. 일명 평면 환승이다. 마치 경인선에서 완행과 급행을 갈아타듯이 말이다.
물론, 안산에서 수원 쪽으로 가는 사람이라면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가야 하나, 안산에서 금정까지 찍었다가 수원으로 가는 건 굉장한 우회이기 때문에 이용 승객이 적다.

1위 김포공항(9호선, 공항 철도): 계단을 한 번만 이용하면 되는 복정과, 같은 방향이 한 승강장을 공유하는 금정의 장점만 취합한 국내 최초의 환승역이다. 개념 환승의 최종 완전체이다.

이 글 전체 내용을 요약하자면, 늦게 생긴 9호선과 공항 철도는 계획 환승역은 극단적으로 환승이 편한 반면, 그렇지 않은 역과는 극단적으로 환승이 불편해져 있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18 18:42 2011/04/18 18:42
, , , ,
Response
No Trackback , 11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98

경부선 급행 전동차

우리나라의 수도권 전철에서 가장 먼저 운행된 급행은 바로 경부선의 서울-수원 급행이다.
이 급행은 전철의 급행 운행이 무척 소극적이고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우리나라에서 의외로 꽤 오래 전부터 운행되어 왔다.
2복선화 공사와 함께 거의 2000년대가 돼서야 등장한 경인선 급행보다도 시기적으로 더 앞섰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운행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1990년대에 이 급행의 존재감은 매우 미미했다.
운행을 하루에 출퇴근 시간 겨우 3회밖에 안 하는 극 레어템인 데다 이런 운행 계통이 있다는 게 제대로 홍보도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열차는, 동일 선로 + 대피선/본선을 활영하면서 지능적으로 완급 결합 운행에 참여하기보다는, 그냥 일반열차 선로만 쭉 주행하는 예외적인 전동차에 더 가까웠다. 서울 역에서 출발은 한다지만 타는곳도 지하철 승강장이 아니라 별도의 특이한 지상 승강장에 있었다.

본인은 이 열차를 상행과 하행 모두 일부러 시간 맞춰 찾아가서 타 봤다.
전동차가 일반열차 선로를 달리면서 노량진-대방 사이의 지하 꽈배기굴을 지나고, 일반열차들이 죄다 정차하는 영등포 역을 포함해 서울 시내 역들을 거의 다 무정차 통과하고, 심지어 구로에서도 교각을 안 타고 일반열차 선로로 커브를 돌다니!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은가? ㄲㄲㄲ
이 이색적인 기분은 타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급행은 하행은 영등포 역에 서지 않고, 상행만 선다.
물론 하행보다야 상행이 서울 시내에서 정차를 더 하는 게 더 합리적인 정책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된 더 큰 이유는 승강장 때문이다. 일반열차 승강장에서 전동차 승객을 주고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영등포 역 내부의 일반열차 선로에서 비교적 가깝게 전동차 플랫폼의 한쪽 면에 닿을 수 있는 곳은 상행 방면이기 때문에--선로별 복복선 배선 형태와 좌측 통행의 특성상-- 상행만 영등포 역에서 정차한다. 거기가 바로 5번 승강장으로, 평소에는 광명 셔틀 전동차가 대기하는 곳이다. ^^;;

완행과 급행이 같이 다니는 전철역의 경우 승강장과 선로가 상하행*완급행 = 4개 있는 게 보통이지만,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중요한 역이라든가 시종착· 기지 입출고 역할을 하는 전철역은 여분의 선로를 더 갖고 있는 경우가 보통이다. 용산은 중앙선 전동차 때문에 승강장이 하나 더 있다가 그것도 방향별로 승강장이 분리되어 총 6개가 되었으며, 구로는 상하행*완급행*경인/경부 = 8개의 승강장에다가도 당역 시종착 승강장이 하나 더 있어서 총 9개이다.

그리고 노량진 역도 마찬가지. 현재 일반열차 승강장만 잉여인 게 아니라 사실 전동차 승강장도 남아도는 게 하나 있어서 개수가 총 5개이다. 노량진은 차량 기지가 있지도 않고 딱히 시종착역도 아니지만, 한강을 건넌 직후 처음으로 등장하는 역이기 때문에, 상전인 서울이나 용산 역이 사정이 있거나 선로 용량이 부족할 때 급행 전동차의 시종착역 역할을 잠깐 한 적이 있다.

따지고 보면 노량진 역도 일반열차 선로에서 전동차 승강장에 닿을 수가 있기 때문에 서울-수원 급행의 정차가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 얘는 영등포와는 반대로 하행이 닿기가 좋다. 일반열차의 배선이 아까 언급했듯이 노량진-대방 사이에서 꽈배기굴을 통해 뒤바뀌기 때문이다.

서울-수원 급행 하니까 전철역의 승강장 및 선로 배치 얘기가 안 나올 수가 없어서 잠깐 다뤘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급행 얘기를 하자면...

급행이라고는 서울-수원 급행이 유일하던 우리나라 수도권 전철에 본격적으로 급행의 대중화(?)를 이끈 것은 경인선이다. 경인선이 2복선화가 끝나면서(서울 시내는 아예 3복선) 용산에서부터 부평, 주안, 동인천의 순으로 급행이 상시 운행되기 시작했다. 그때는 급행열차를 직통열차라고 불렀다. 하지만 경인선에 운영 주체나 건설사가 찢어진 구간이 있기라도 한 것도 아닌데 직통은 그리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전동차가 종점과 종점만 찍는 서울-인천 셔틀인 건 더욱 아니고... 그러니 그냥 급행일 뿐이다.

얘도 완전히 별개의 급행 선로를 새로 까는 것이기 때문에 동일 선로에서의 대피· 추월 같은 개념은 없었다. 완행이나 급행이나 그냥 서로 제 갈 길 가면 끝이었다. 사실, 급행열차의 운행 목적 자체도 딱히 경인선의 표정 속도 증가보다는 수송력 분담과 증가에 비중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일반열차에 쫓겨 운행해야 하고 고상홈· 저상홈 문제까지 존재하는 경부선 급행과는 달리, 경인선 급행은 애시당초 일반열차가 없이 전동차 천국인 경인선에서 정차역을 더욱 많이 설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서울 시내 구간에 급행 전동차만 다니는 별도의 선로가 생기고, 경부선도 무려 천안까지 2복선화 및 수도권 전철화가 끝나면서 뭔가 경인선 급행스러운 느낌이 나는 새로운 등급의 급행 전동차가 경부선에 추가로 도입되었다. 그게 바로 용산-천안 급행이다. 기존하던 서울-수원도 구간이 수원-천안으로 그대로 확장되었다. 이제야 동일 선로에서의 추월+대피가 일어나는 급행이 등장했다.

용산-천안이 서울-천안과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은, 서울 시내에서는 급행 전동차 선로를 다니면서 구로까지 각역 정차한다는 것이다. 이 두 급행을 구분하기 위해 코레일 내부에서는 용산-천안을 A급행(빨간선), 서울-천안을 B급행(초록선)으로 부른다.

용산-천안 급행은 1시간에 1대꼴밖에 안 다니니 배차가 경인선 급행에 비하면 안습한 수준이지만, 과거에 경부선 급행은 아예 하루 3회였으니 그것보다는 낫다고 해야겠다. 경부선은 일반열차가 수시로 지나다니기 때문에 급행 전동차가 저 정도로밖에 못 다닌다. 또한 사용하는 선로의 문제 때문에(대피선 부재 포함ㅋ) 안양-수원 사이는 정차역을 넣고 싶어도 못 넣는다. 환승역인 금정 역에도 못 서고 그냥 통과.

현재는 전철이 천안도 모자라서 장항선 신창까지 남하했지만, 경부선 급행 전동차의 노선은 천안보다 더 남쪽으로 가지는 않고 있다. 만약 갔다면 장항선 수도권 전철 구간은 복선+대피선만으로 일반열차+급행+완행 전동차가 모두 다니는 초유의 구간이 됐을 텐데 말이다.
그 대신 잘 알다시피 '누리로'라는 새로운 전동차가 등장해서 서울(용산이 아니라)에서 신창(천안이 아니라)까지 1호선을 쫙 찍어 주고 있다. 얘는 무척 신기한 열차인게, 기술적으로는 전동차이지만 운영상으로는 무궁화호 수준의 완전한 일반열차이다.

그런데 서울 역에서 누리로를 타는곳은 예전의 서울-수원(천안) 급행을 타는 그 잉여 승강장이다. 결국 이 승강장은 서울 지하철 집표 구간 내부에서도 접근할 수 있으면서 일반열차 서울 역 내부에서도 접근할 수 있게 구조가 고쳐졌다.

누리로는 고상홈과 저상홈에 모두 정차 가능하며, 버튼 조작 하나로 모든 좌석들의 방향도 한번에 바꿀 수 있다. 게다가 조용하고 성능 좋아서 아주 실속 있는 열차이다. 2009년 이래로 야금야금 굉장히 증차되어 왔고 충북선처럼 수도권 전철 이외 구간에도 이미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운임 체계의 차이 때문에, 예상과는 달리 누리로가 경부선 B급행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았으며, B급행은 지금도 건재하다.

참고로 B급행은 토요일에도 정상 운행을 하므로, 한번 시승하고 싶으신 분은 주말에 나가서 타도 된다. 단지 빨간 날에 쉴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16 19:19 2011/04/16 19:19
, , , , , , ,
Response
No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97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되는 지하철역

지하철을 타다가 졸기라도 해서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쳐 버렸다면, 반대 방향 열차로 갈아타서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때, 지나쳐서 내린 역이 섬식 승강장이라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역이라면 반대 방향 승강장으로 갈 때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계단을 올라가 보면 개집표기가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역이 간혹 있다. 이럴 때는 역무원에게 양해를 구한 후, 급기야는 집표기나 울타리를 타넘어서 반대 방향 승강장으로 가야 한다.
반대 방향 열차를 섬식 승강장처럼 손쉽게 갈아타기 어려운 것부터도 큰 불편인데, 집표기를 뛰어넘기까지 해야 하는 역은 왜 이렇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런 불편한 역이 생기기 위한 필요조건은, 섬식 승강장이 아니면서(주로 상대식) 환승역도 아닌 얕은 지하역이다.
지하철역 내부에서 출구들을 연결하는 중간 통로는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도 횡단보도 대용으로 많이 이용하며, 특히 지상 도로의 교차로에 건설된 역은 이런 수요가 더 많다. 그 통로에 대한 이동 수요가 충분히 많다면, 집표기가 설치된 층을 또 만들지 않는 이상 결국 승강장 사이의 이동 통로를 집표기로 막을 수밖에 없다.

2기 지하철들은 대체로 깊어서 중간 통로와 집표 구역을 층을 따로 둔 경우가 많다. 그 반면 1기 지하철들은 터널의 깊이가 얕기 때문에 층을 또 만들기가 어렵다.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 ... 는 아니고, 하지만 환승역이 되면 어떨까?
환승역은 환승 통로를 이용해서 집표기를 통과하지 않고도 100% 반대편 승강장으로 갈 수 있다. 2호선 선릉 역은 분당선이 개통되면서 반대편 승강장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2호선 잠실 역도 비슷한 사례이긴 하나, 환승 통로가 워낙 막장으로 길기 때문에 8호선은 몰라도 2호선은 사실상 여전히 집표기 타넘기가 필요하다.

2호선 용답 역은 지하가 아닌 지상역으로서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된다. 그렇잖아도 2층에서 바로 지하철을 탈 수 있을 정도로 높이가 낮은 데다, 지하철 비이용객이 역무실에 접근할 수 있게 하려고 통로 양 옆에다 개집표기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7호선 고속터미널 역은 원래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됐는데 한 2006~2007년쯤에 개집표기 위치를 더 위로 일찌감치 옮기면서 가능해졌다.

얕은 상대식 승강장 비환승역이라고 해서 모든 역이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개집표기를 지하철의 진행 방향과 평행으로 양 옆에 설치하는 게 아니라, 수직으로 앞뒤로 설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떠오르는 예는 분당선 야탑 역, 경인선 송내 역 등.

자, 그럼 2011년 현재 서울 지하철에서 반대편 횡단이 안 되는 역을 본인이 아는 한도 내에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호선은 놀랍게도 없다(지하철 구간만). 아마 원래는 안 되는 역도 있었는데 나중에 개선되었지 싶다.
2호선은 좀 많다. 을지로입구, 한양대, 뚝섬, 구의, 신천, 종합운동장, 역삼, 신촌을 조심하자. 지선 중에서도 용답과 신정네거리는 횡단이 안 된다.

3호선은 도심에 워낙 섬식 승강장 역이 많다 보니 의외로 적다. 일산선 구간에 삼송, 그리고 남쪽의 압구정, 대청, 일원밖에 없다.
4호선은 강북 구간에 그런 역이 좀 많아서 당고개, 쌍문, 수유, 미아, 미아삼거리, 혜화, 숙대입구, 신용산. 그리고 과천선과 그 이남으로 선바위, 범계, 산본이 있다.

5호선은 김포공항, 발산, 우장산, 오목교로 서쪽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가 사실 얕기도 하니까. 그런데 그 이후에 딱 하나 답십리 역만 예외적으로 반대편 횡단이 안 된다.
7호선은 먹골, 상봉, 어린이대공원과 더불어 학동, 장승배기, 신대방삼거리, 철산이 해당하여 강북과 강남 구간의 비율이 그럭저럭 맞는 것 같다.

6호선과 8호선은 반대편 횡단이 불가능한 역이 “없다.” 단선 구간은 당연히 논외로 하고.
9호선은 신방화 역만이 안 되며,
분당선은 2004년에 신설된 이매 역만 유일하게 안 된다. 분당선은 전속 지하철 회사 관할도 아닌 것이 국내 최초의 지하 쌍섬식 승강장(오리), 국내 최초로 지하 구간에 신설역 개통(이매) 같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부산 지하철 1호선은 유난히도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역이 많은 형태로 건설되었으며, 횡단 가능 여부가 지하철 노선도에 표기되어 있을 정도였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마천 역은 서울 지하철에서 시종착역 중에 반대편 횡단이 안 되는 매우 드문 역이었다. 초기에는 횡단이 가능했으나 2번 출구의 공사로 인해 매표소 위치를 옮긴 관계로 불가능해졌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다시 가능해졌음.

아울러, 광명 역(광명 셔틀 전철)도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시종착역이므로 주의하자. 여느 지선 셔틀과는 달리 열차가 들어오는 곳과 출발하는 상강장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으며, 양 승강장은 꽤 멀리 떨어져 있고(KTX가 다니는 고속선을 수직으로 횡단해야 하므로) 이동 통로는 개집표기로 막혀 있다.

반대편 횡단이 안 되는 역이 있는 것만큼이나, 모든 출입구가 free area로 사통팔달 연결되어 있지는 않은 역도 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이나 종로3가 역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런 역이 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14 18:56 2011/04/14 18:56
, ,
Response
No Trackback , 5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96

지하철 승강장 형태의 종류

복선으로 건설되는 지하철 승강장은, 기본적으로 상대식 아니면 섬식이라는 두 형태는 일단 먹고 시작한다.
우측통행 기준으로 오른쪽 문이 열리는 역은 상대식이요, 왼쪽 문이 열리고 반대 방향 열차로 쉽게 갈아탈 수 있는 역은 섬식이다.

지하철 건설자의 관점에서는 상대식이 제일 베이직하고 무난하다. 건설할 때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상대식 승강장 역이 수도 제일 많다. 1980년대에 우리나라의 지하철 역들(서울 1· 2호선, 부산 1호선) 트렌드는 지하 1층에 대합실 겸 게이트(반대편 승강장 횡단 불가), 지하 2층에 상대식 승강장이었다. 지하철이 아직 그렇게 깊지도 않던 시절이니까.
상대식은 선로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 밖에 승강장만 만들면 된다는 특성상, 전철 개통 후에 기존 선로상에 추가로 생기는 역들은 당연히 상대식이 된다. (1호선 동묘앞, 2호선 용두, 분당선 이매, 4호선 수리산 등)

그 반면 섬식 승강장은 다음과 같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 주박역: 승강장 앞뒤의 여분 공간에다 주박 열차를 세워 두기 위해서이다. 상대식 승강장 일색인 구간에 가끔씩 가뭄에 콩 나듯이 존재하는 섬식 승강장의 목적은 대체로 이것 때문이다. 1호선 서울역, 2호선 삼성과 홍대입구, 5호선 화곡, 7호선 보라매 등.

- 지상의 도로가 좁을 때: 3· 4호선의 경우 좁은 종축을 따라 건설되었기 때문에 횡축 대로를 지나는 1· 2호선에 비해서 시내에 섬식 승강장 구간이 많다. 아무래도 섬식이 승강장을 하나만 만들면 되니까 공간 효율이 상대식보다는 더 좋을 것이다. 3호선 종로3가 역은 굉장히 좁은 섬식 승강장인데, 지상의 도로를 살펴보면 왜 이렇게 건설되었는지 수긍이 갈 것이다.

- 애초에 선로가 단선 쌍굴일 때: 심도가 매우 높거나 기존 건축물 아래로 지나는 지하철은, 지표면에서부터 땅을 파헤치는 개착식이 아니라 터널식으로 건설되며, 이때 비용이나 지형상의 이유로 인해 복선 터널 하나가 아니라 단선 터널 둘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특히 하저 터널). 두 터널이 간격이 좀 있으면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섬식 승강장을 만들 수 있다. 5호선 서울 시내 구간은 이런 이유로 인해, 지상의 도로 폭도 넓고 주박역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섬식 승강장으로 만들어진 역이 많다. 대구 지하철 2호선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덧붙여, 드물지만 선로가 둘이 아니라 세 개 있는 역이 있는데, 그 형태는 1상대 1섬식(폼||폼|), 아니면 2폼 3선식(|폼|폼|)으로 나뉜다. 철도에서 잉여 선로의 용도는 뻔하다. 추월· 대피가 아니면 열차 주박· 입출고용인데, 서울 지하철은 일반적으로 급행 운행을 하지 않으므로 그 용도는 후자밖에 남지 않는다.

1상대 1섬식은 3호선 수서, 5호선 강동, 6호선 새절, 7호선 광명사거리에만 존재하는 레어템이다. 강동은 상일동-마천 분기역이다 보니, 양방향에서 오는 열차를 수월하게 처리하기 위해 예외적인 이유로 1상대 1섬식으로 건설되었다. 나머지 역들은 위치부터가 해당 노선의 차량 기지와 아주 가까우며 보조 선로는 차량 기지 입출고선 역할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새절 역은 6호선의 선형이 응암 순환 형태로 결정되면서 보조 선로가 완전히 잉여로 전락한 케이스. 지금은 이따금씩 주박 열차를 세워 두는 역할만 하는 듯하다. 노량진 역에 존재하는 잉여 선로를 보는 느낌이다.

분당선 오리 역은 지하에 드물게 무려 쌍섬식 승강장(선로가 4가닥!)으로 만들어진 역으로, 이런 형태는 본격적인 완급 결합 운행을 염두에 둔 서울 지하철 9호선이 개통하기 전까지는 전국에서 유일했다.
이 역도 보조 선로의 역할은 동일하다. 그러나 이제 오리 역은 시종착역 지위를 보정과 죽전에다 내어 줬기 때문에, 이 선로들은 차라리 추월· 대피용으로 써야 할 것이다. 1상대 1섬식도 아닌 무려 쌍섬식으로 넉넉하게 만들었는데 말이다.

끝으로 주목할 만한 것은 2폼 3선 승강장이다. 이런 형태의 승강장은 서울 2기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시도되었는데, 단순히 주박뿐만이 아니라 중간 종착 내지 회차가 매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슨 말인지 다시 풀어서 설명하겠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상행의 경우, 청량리까지만 갔다가 하행으로 빠지는 열차가 있는가 하면 의정부, 소요산 방면으로 더 가는 열차도 있다. 그러면 청량리 종착 열차는 1, 2, 3 세 선로 중 센터인 2번 선로로 진입해서 왼쪽 문을 열어서 승객을 내려 준 뒤, 그 문을 닫고 오른쪽 문을 열어서 오른쪽 플랫폼으로부터 하행 승객을 받는다. 열차는 그대로 있는 채로 말이다... 그리고 출발하면 된다.
인상 선로로 들어갔다가 상행과 하행 차선을 바꿔서 다시 들어올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더 멀리까지 가는 열차는 양 끝의 승강장을 이용하여 계속 진행하면 될 것이고.

2폼 3선식은 늦게 등장한 방식인지라 5호선 방화· 상일동, 6호선 상월곡· 봉화산, 7호선 온수· 청담· 수락산에만 존재한다. 하지만 이게 시종착 열차를 취급하는 데 아주 좋은 구조라는 게 입증되면서 지방 지하철들도 시종착역에 앞다퉈 이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3/05 18:55 2011/03/05 18:55
, ,
Response
No Trackback , 5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75

공항 철도 2차 개통

※ 공항 철도, 드디어 완전체가 드러나다

지난해 12월 말에 잘 알다시피 경춘선 복선 전철이 개통하고, 그로부터 1주일 남짓 뒤엔 공항 철도가 서울 강북의 2차 구간이 마저 개통함으로써 전구간이 개통했다. 1차 구간인 김포-인천 공항 사이가 개통한 지 거의 3년 반 만의 일이다.
이로써 공항 철도는 반쪽짜리 공기 수송이라는 오명을 씻고, 서울 도심에서 김포와 인천 공항을 연계하는 제대로 된 공항 철도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철도가 개통했으니 사무엘 님이 또 심층분석 리뷰를 써 줘야겠지? ㄲㄲㄲ

김포든 인천이든, 서울 서쪽에 있는 메이저 공항에 가려면 서울 강남에서는 9호선을 타면 되고, 강북에서는 서울 역에서 공항 철도를 쭉 이용하면 된다. 이제 홍대입구에서 15분 남짓한 시간 만에 김포 공항에 갈 수 있다니, 이건 승용차로도 엄두를 못 낼 교통 혁명이 아닐 수 없다.

공항 철도가 완전히 개통하면서 서울 역에는 도심 공항 터미널이 생겼다. 그리고 소위 직통열차라고 불리는 급행은 김포 공항마저도 무정차 통과하고 오로지 서울 역-인천 공항 셔틀이 되었다. 각 열차의 이용 승객의 분리도 더욱 엄격하게 이뤄질 예정이다. (완행열차 승차권을 사 놓고는 직통열차를 탄다거나 하는 것)

김포공항 역이 공항 철도의 시종착역이던 과거엔, 두 층에 9호선과 나란히 걸쳐 있는 승강장 중 윗층은 완행열차 타는 곳, 아랫층은 직통열차 타는 곳이었다. 그러던 게 지금은 윗층이 서울 역· 신논현 방면이고, 아랫층은 인천 공항· 개화 방면으로 바뀌었다. 물론 완행만 탈 수 있다.

2차 구간이 개통한 뒤부터 공항 철도의 열차 배차간격은 더욱 짧아졌고, 내륙인 검암까지만 가는 열차와 영종도의 공항까지 다 가는 열차가 번갈아가면서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은 공항 철도도 수도권 통합 요금에 편입되어 환승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굳이 비행기 타러 가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공항 철도가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여러 모로 더욱 가깝게 다가오게 된 것이다.

환승할 때 별도의 게이트를 통과해야 하지만 추가 요금이 붙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공항 철도의 위상은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얼추 비슷해졌다.
그러나 지하철처럼 생긴 게 지하철 회사가 아닌 별도의 철도 회사가 운영한다는 점에서는 그 위상이 분당선과 비슷하다. 그렇잖아도 공항 철도는 운영 기관이 코레일의 자회사로 인수되어 회사명이 ‘코레일 공항철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하철의 통념을 깨고 직류 전기+좌측통행을 한다는 점까지도 분당선스러운 면모이다.

※ 공항 철도 서울 시내 구간의 구조

공항 철도는 마치 일산선만큼이나 고도가 지상-지하 짬뽕이다. 서울 역부터 김포 공항까지 서울 시내 구간은 모두 굉장히 깊은 지하이다. 그러나 한강을 건너는 곳 주변에서는 지상으로 잠깐 나오기도 한다.
서쪽으로 공항 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면서 영종도로 가는 곳은 모두 지상이다가 다시 공항 근처에서는 지하로 들어간다.

그리고 공항 철도는 서울 시내 구간의 상당수가 경의선과 겹치는 구도로 만들어져 있다. 이 점에서는 4호선 안산선 한대앞-오이도와 노선을 공유하는 구도로 건설될, 수인선 일부 구간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수인선과 안산선의 경우 노선뿐만이 아니라 아예 동일한 복선 선로를 같이 공유하는 반면, 경의선과 공항 철도는 복층의 별도 선로에서 운행된다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공항 철도가 더 깊다. 그 복잡한 서울 시내에 언제 또 이런 지하철 터널을 뚫었는지 모르겠다. 거기는 이제 지표면을 파헤칠 수도 없고 개착식이 아닌 터널식으로 지하철을 건설하느라 공사가 더욱 힘들기도 했을 텐데 말이다.

경의선은 지하화한 용산선 구간을 이용해 용산 역을 출발하고, 공항 철도는 서울 역을 출발하여 서울 지하철 6호선과 비슷한 선형으로 효창공원앞-공덕 구간부터 둘이 나란히 달리기 시작한다. 그 후 이들은 6호선 노선을 벗어나 홍대입구 역으로 가고, 거길 지나서 DMC 역까지 간다. DMC 일대가 나라에서 서울 부도심으로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곳이어서 말이다. 상봉 역이 7호선에다가 중앙선, 경춘선의 환승역이 되었듯, DMC 역은 6호선에다가 경의선과 공항 철도의 3개 노선 환승역이 되었다.

그 이후부터 경의선과 공항 철도는 따로따로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한다.
경의선이 공항 철도와 결부지어 이렇게 바뀔 예정인데, 이 와중에 제일 처지가 '난감'하게 된 건 두말 할 나위도 없이 연세대· 이화여대 사이에 있는 지상 신촌 역이다. 1시간에 1대밖에 열차가 안 다니는 주제에 역이 민자역사로 너무 화려하게 바뀌어 있다. -_-;; 이것 때문에, 제아무리 경의선 노선이 용산으로 옮겨 가고 경의-경원-중앙선 직통 열차가 다닌다 하더라도, 지금 같은 서울-신촌 경유 경의선 열차를 그리 쉽게 없애지는 못할 것 같다.

※ 공항 철도 환승역

1990년대 중반에 개통한 서울 지하철 5호선은 3개 노선 환승역 시대를 열었다. 종로3가, 왕십리, 동대문역사문화공원.
그러나 공항 철도는 그것도 모자라 경의선 콤보 덕분에 무려 4개 노선 환승역을 만들어 냈다. =_=;; 서울 역(1, 4, 경의, 공철). 아직은 미개통이지만 공덕 역도 4개 노선 환승역으로 바뀐다(5, 6, 경의, 공철).

(첨언하자면, 비록 공항 철도와는 관계가 없지만 왕십리 역도 분당선이 완공되고 나면 4개로 확장될 예정.
아울러 서울 지하철 9호선은 고속터미널 역을 3개 노선 환승역으로 만들었는데, 코레일 냄새가 전혀 없이 순수하게 1, 2, 3기 지하철만으로 하나씩 구성된 환승역이 되었다는 점에서 아주 큰 의의를 지닌다.)

단, 환승 편의에 대해서는 딱히 기대를 하지 말자. -_-;;
홍대입구에서 2호선-공철 사이의 환승은 수평· 수직 이동량이 충정로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는 않다. 다른 역들도 마찬가지이다.

강북에 이렇게 공항 철도가 깊숙이 들어왔으니 강남 쪽에서 꺼내드는 카드는 바로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공항 철도의 열차 직통 운행이다. ㄷㄷㄷ;;; 이미 지금 김포 공항에서의 환승도 3초 평면환승으로 되어 있지만 직통 열차가 다니면 환승 자체가 필요 없어진다.

이 경우 1기 지하철 이래로 거의 20년 만에 직· 교류 겸용 전동차가 다시 도입될 것이다. 금방 실현되기는 어렵겠지만, 요금까지 통합되고 있는 마당에 언젠가 결국은 되겠지.
이것도 모자라서 지금은 경의선과 공항 철도를 직결하는 연결선의 건설도 검토되고 있다.

※ 공항 연계를 위한 추가 노선의 필요성

이렇게 서울은 9호선과 공항 철도라는 양 축이 갖춰졌다. 그러나 지도만 보면 금세 알 수 있듯, 서울 역에서 공항으로 가는 건 지방 사람에게는 그리 효율적인 동선이 못 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고속철은 서해안 고속도로가 보일 정도로 서쪽으로 갔다가 다시 동쪽으로 한참을 틀어서 서울 역으로 향한다. 그런데 공항이 있는 곳은 서쪽 극단.

그 비효율을 감수하고도 부산에서 KTX+공철(직통열차 기준)로 인천 공항 가는 게 공항 리무진 버스만 타는 것보다 빠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잖아도 KTX와 공철의 운임은 굉장히 비싼데, 거기엔 안 내도 될 돈의 낭비가 너무 심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서울 서남부에 자리잡은 광명 역에서 인천 대교(영종 대교 말고)를 경유하여 공항으로 가는 철도가 있어야 한다. 지방에서는 그게 제일 효율적인 동선이기 때문이다. 영등포 셔틀에 이어 공항 셔틀까지... 이거야말로 광명 역을 기사회생시키는 방법일 것이다.

아울러, 서울과 비슷한 위도인 강원도나 경기도 일대는, 서울 역에서 출발하는 지금의 공항 철도 노선을 이용하여 공항으로 가는 게 승산이 있다. 비록 그 방면의 철도 노선은 서울이 아닌 청량리 역이 이미 담당하고 있긴 하지만, 공항 철도와의 효율적인 연계를 위해서는 더 융통성 있는 직통 열차의 운행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KTX가 서울-부산만 죽도록 왔다갔다 해서는 안 되고 다양한 노선이 갖춰져야 하듯, 공항 철도도 마찬가지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3/04 08:47 2011/03/04 08:47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74

회송 차량 이야기 외

지하철을 타면서 이따금씩 '회송 행(?) 열차'라고 하여 불이 꺼진 채 승객을 태우지 않고 휙 지나가는 열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영어로는 forwarding이라고 쓰는 이 단어는 반송, 환송과 거의 같은 뜻이며, '차량 기지로 되돌아가는' 정도의 의미가 된다. 회송 사유로는 그 날 운행 스케줄을 모두 마쳐서, 혹은 고장이 나서, 아니면 굳이 고장이 안 났더라도 정기적인 점검을 받기 위해 등 몇 가지가 존재한다.

'회송'은 프로그래밍 언어로 치면 일종의 reserved word와 같은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 명칭(identifier)으로 쓰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신형 전동차를 들여 와서 정규 노선대로 테스트를 할 때는 전동차가 아예 '시운전'이라는 표시를 하고 다니기도 했던 것 같다. 물론 승강장의 전광판에는 여전히 '회송 행'. 이런 광경을 승객이 볼 일은 대단히 드물기는 하다.

지금이야 분당선 열차들이 죽전 아니면 보정 행으로 나뉘어 다니지만, 죽전 역이 개통하고도 한동안은 열차가 오리 아니면 보정 행으로 나뉘어 다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죽전 역 이용객들은, 보정에서 출발한 멀쩡한 빈 전동차가 '회송'이라는 명목으로 죽전 역을 생까고(?) 오리 역 쪽으로 가는 걸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이 때문에 민원이 빗발치자 2009년부터 오리 행 열차들은 모두 죽전으로 행선지가 연장되었다.

아주 짤막한 광역전철 구간만 쓱 다니고는 운행을 마치는 이상한 열차가 있다. 오이도-안산이라든가 대화-삼송도 있고, 심지어 용산-구로. 특히 용산-구로는 급행 선로를 다니면서 전혀 급행이 아니기 때문에, '구로 급행'이 아닌 '구라 급행'이라고도 불린다. ㅋㅋㅋ

얘네들은 정비를 목적으로 그 시간대에 이 기지에서 저 기지로 이동하는 것만이 목적인 차량이다. 이것 자체도 정규 운행 스케줄이다. 그냥 회송으로 때려박아도 이상할 게 없지만, 그 짧은 구간만이라도 승객을 수송하는 게 나을 테니까 배려 차원에서 그렇게 운행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열차가 걸리더라도 운행 구간이 짧다고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는 마시길.
청량리까지 가야 하는데 하필 동묘앞까지만 가는 열차가 왔을 때의 허탈감에 대해서도 본인 역시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말이다. ^^;;

회송 내지 out of service 차량이라는 개념은 열차뿐만이 아니라 시내버스, 그리고 심지어 택시에도 존재한다.
택시는 승차 거부가 사회적으로 많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긴 하나, 승차 거부가 가능한 몇 가지 정당한 사유가 규정되어 있다. 병자 및 만취자의 단독 탑승, 신변이 심하게 불결한 자처럼 여느 운송 약관에서도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사항도 있거니와, 택시에만 고유하게 적용되는 사항도 존재한다. “경기도 택시는 이런 여건하에서는 서울 행 승객을 거부할 수 있다” 같은 것.

그리고 또 뭐가 있냐 하면, 차고로 돌아가는 시간대에 차고와 다른 방향으로 가는 목적지를 요구하는 승객의 승차 거부가 가능하다.

자유롭게 운행 가능한 개인 택시 말고, 회사 소속 택시는 영업을 마치고 운행 교대 및 차량 정비를 위해 차고로 돌아가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새벽 몇 시부터 몇 시 사이이다. 이때 택시는 애초에 '빈 차'가 아니라 '회송' 비슷한 상태로 status를 표시해야 한다. 승객을 모두 생까고 차고로 돌아갈 수도 있고, 차고와 방향이 비슷한 승객은 잠깐 태우고 갈 수도 있다. 이것은 기사 재량이다. 마치 오이도-안산, 용산-구로 열차와 비슷한 맥락인 것이다.

승차 거부를 근절하려면, 승객부터가, 창문으로 행선지를 먼저 말하고 '허락'을 받고 택시를 타는 노예 근성을 버리고, 일단 탑승부터 하고 행선지를 말해야 된다고 그러더라.
물론 단거리 승객은 애초에 장시간 대기 중인 택시를 피하고, 돌아다니는 빈 택시를 세워서 타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심야에는 할증되는 것도 있고 할인되는 것도 있다. 전기라든가 각종 하드웨어적인 인프라 시설을 이용하는 건 대체로 심야에 할인되지만, 교통수단처럼 인간의 서비스가 필요한 건 응당 할증이다. 택시도 그렇고 고속버스도 그렇고.

덧붙이자면, 밤에 여자 혼자 택시를 탈 때는 카드 결제가 되는 택시를 타서 탑승 순간에 애초에 카드를 찍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한다. 자신의 탑승 기록이 카드 회사에 기록으로 고스란히 남으니까 말이다.
커플이 택시를 탔는데 기사 왈, “차에 좀 문제가 생겨서요. 남자분은 차 좀 밀어 주시겠어요?” 했다. 남자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는 전속력으로 떠나 버리고, 그 후 여친 되는 사람은 변사체로 발견...;; 버스 괴담만큼이나 이런 택시 괴담도 전해진다. -_-;;;

이상, 회송 얘기 끗. 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1/02/22 08:37 2011/02/22 08:37
, , , ,
Response
No Trackback , 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69

지하철 잡설 컬렉션 2

1. 녹사평 역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 역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명품역이다. 도철(SMRT)이 CF를 찍을 때 도봉산(7호선)과 더불어 간판 주자로 늘 내세우는 역이다. (도봉산은 삼각형 글라스 인테리어가 독특하니까.)

녹사평 역은 승강장 바로 위층에 크고 아름다운 공터가 있는 한편으로, 지상까지 층이 없이 뻥 뚫린 공간이 있고 자연 채광이 아래로 그대로 들어온다. 꼭대기에서 아래층을 한데 내려다볼 수 있는 이런 구조는 지하철역보다는 차라리 백화점을 떠올리게 한다. 환승역도 아니고 이용객이 바글바글한 역도 아닌데(인근에는 아예 미군 부대가 있다!) 공간이 언뜻 보기에 낭비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역은 원래 서울 3기 지하철(아마 11호선)과의 환승역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만약 환승역이 지어지면 위의 뻥 뚫린 공간/공터에 곧장 승강장과 선로가 또 만들어졌을 것이다.
또한 그 당시에는 녹사평 역 인근의 미군 기지는 조만간 이사를 가고, 서울 시청 신청사가 이 자리에 지어진다는 계획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 기대감으로 역이 아주 호화롭게 만들어졌으나, 이들 계획이 모두 흑역사로 돌아갔으니 그저 안습.
이래서 선견지명이 제대로 발휘되기란 쉽지 않다. 2기 지하철이 건설되던 당시에만 해도 IMF 같은 걸 상상조차 할 수 있었겠는가?
5호선 마곡 역만 해도 마곡 지구의 개발에다 심지어 월드컵 경기장이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설레발 속에서 만들어졌지만 현실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한다”급이 되지 않았던가. 그 대신 월드컵 경기장 특수는 6호선에게 돌아가게 된다.

일개 지하철 역에도 이런 내력과 우여곡절이 다 있다.
한때 도철에서는, 이 공간을 활용하고 지하철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해 한동안 녹사평 역 구내를 각종 행사나 영화 촬영, 심지어 예식 공간으로 무료로 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 이런 대인배적인 제도는 없어졌다.
그 대신 지금 이 역은 '발명 테마역'(부역명까지 붙었다!)으로 변모하여, 잉여 공간에는 온갖 중소기업들의 신제품 전시 부스가 들어서 있다.

2. 신도림-강변, 대림-건대입구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신도림-강변, 그리고 대림-건대입구는 아주 재미있는 대조를 이룬다.
일단 이 두 쌍의 역들은 순환선인 2호선에서 북극과 남극만큼이나 서로 완전 극과 극인 위치에 있는데,
신도림-강변은 테크노마트가 나란히 들어서 있고, 대림-건대입구는 각각 신도림과 강변에서 아주 가까이 있으면서 7호선과의 환승역이다. 전자는 영등포 역 근처여서 철도가 유리하며, 후자는 동서울터미널 근처여서 버스가 유리하다는 것도 좋은 대조 사항이다.

환승역들을 살펴보면, 공교롭게도 2호선 역은 강변입구와 대림 모두 지상 고가이고 7호선은 모두 지하이기 때문에, 환승할 때 수직 이동 거리가 긴 편이다.
또한 두 역 모두 L자형 환승역이며, 7호선은 2호선으로 빨리 갈아타는 방향이 온수(하행) 방면 맨 앞이다.
단, 2호선은 고리의 위치상의 차이 때문에 건대입구는 내선순환 방면 맨 앞이, 그리고 대림은 외선순환 방면 맨 앞이 7호선 방면으로 가장 빨리 갈아타는 방향이다.

3. 보라매 역

서울 지하철 7호선 보라매 역과 그 주변 지역은, 서울 남서부 중에서도 내 기억에 무척 독특하게 남아 있다.
일단 보라매 역은 온통 상대식 승강장 일색인 7호선 강남 구간에서 유일한 섬식 승강장이다. (청담과 온수는 2폼 3선) 이 점에서는, 5호선 서쪽 구간으로 치면 화곡 역과 비슷한 위상이라 하겠다. 주박역이며 아침엔 아주 드물게 보라매 시종착 열차를 본 적도 있는 것 같다. 도봉산· 장암도 아닌 수락산 시종착 열차만큼이나 레어템인 셈.

보라매 역 인근에는 기상청 본부가 있고 농심 본사도 있다. 또 과거 공군 사관학교의 부지에 조성된 보라매 공원이 있으며, 서울 지방 병무청도 있어서 남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장소이다. (서울 지방 병무청임. 병무청 본부는 대전 정부 청사에 있으며, 심지어 대전· 충남 지방 병무청은 대전 안에서도 서대전네거리 일대에 또 따로 있다.)
영등포· 동작 일대는 다른 부촌-_-들에 '비해서'는 집값이 싸고, 2, 7호선과 9호선이 연계되고 철도, 고속버스 터미널, 공항 등과도 가까워서 교통이 무척 편리한 게 좋아 보인다. 서울대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금상첨화.

다만 그쪽 지역이 남쪽이 산으로 막혔다는 특성상, 종축 이동은 전철로 기대하기 힘들고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게 아쉬운 점이다. 아니면 최소한 노량진 역까지는 다른 교통수단으로 알아서 이동해야 할 것이다.
7호선은 북쪽의 1, 9호선 및 남쪽의 2호선과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 편이지만, 유독 장승배기 역과 노량진 역은 1km 남짓으로 서로 약간 인접했다는 특징이 있다.

4. 광명 공항

2004년, KTX 1차 개통과 함께 영업을 시작한 광명 역은 무진장 크고 아름답기만 할 뿐 연계 교통도, 이용객도 없이 안습함 그 자체였다. 사실, 이 역이 시종착역 지위를 상실했을 때부터 비극은 예고돼 있었다. 허허벌판에 지어진 “n천억 원짜리 간이역”이라고 숱하게 까였다.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야 분위기가 많이 살아나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철덕들 사이에서 애정어린 떡밥이 나돌았다. 이름하여 “광명 공항”. 그런데 이거 은근히 잘 어울린다!
그렇잖아도 광명 역은 공항처럼 으리으리한 규모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허허벌판 교외라는 입지 조건도 공항을 떠올리게 한다. 역 주변의 연계 버스를 보면 영락없이 공항 리무진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어떤 공항이 생각나냐 하면, 인천이나 김포, 제주 같은 공항이 아니라 파리만 날리는 양양 공항 같은 공항.. ㅠㅠㅠㅠㅠㅠ
게다가 광명 셔틀 전철과 공항 철도는 비슷하게 2006년 말과 2007년 봄에 차례로 개통했는데, 이들조차 역사에 길이 남을 공기 수송을 자랑하고 있었던지라 더욱 동질감을 자아낸다.

그래서 백괴사전 같은 곳에서는 이를 비꼰 '광명 공항' 같은 표제어가 진작부터 등록되어서 온갖 괴담을 퍼뜨리고 있었는데...
실제로 흠좀무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MBC가 2010년 11월에 방영한 모 드라마에서 공항 씬을 광명 역에서 촬영하고, 각종 안내 표지판과 비행기 드나드는 모습을 CG로 처리해 넣었다나? =_=;; 이제 진짜로 광명 공항 인증이다! ㄲㄲㄲㄲ

당시 G20 정상 회의 때문에 인천 공항의 보안이 급격히 강화된 관계로, 거기서 촬영을 못 하고 광명 역을 대신 이용한 거라고 한다.
하긴, 타이밍이 좋아야지. 영화 <튜브>(백 운학 감독)를 찍을 때는, 마침 김포 공항이 인천 공항의 개항에 맞춰 청사 하나를 용도 변경 리모델링하던 중이었던 덕분에... 오히려 공항 청사 전체를 빌려서 총격전도 찍을 수 있었는데 말이다. 2002년 5월경의 일. 이런 절호의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20 08:23 2011/02/20 08:23
, , , , ,
Response
No Trackback , 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68

철도의 상행과 하행

교통수단에는 상행과 하행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것은 철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두 방향 중 어디를 상행으로 볼 것인지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순환선에서는 상하행이라는 개념 구분이 없으니 ‘시계 방향’이라고 모든 논란을 종식시키는 좋은 기준이 있긴 하나, 순환이 아닌 노선에서는 어느 방향을 ‘상행’이라고 하는 게 좋을까?

이 주제에 대해, 우리나라 철도 덕후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한 우진 님께서 개념을 명확하게 잘 정리해 놓은 글을 쓴 적이 있다.
철도역이든 지하철 역이든 역마다 다 번호가 붙어 있는데, 철도 노선에서 역 번호가 감소하는 방향이 상행이다. 그리고 열차 운행 번호도 하행은 홀수, 상행은 짝수로 매긴다. 최소한 우리나라 업계는 그렇다.

일단 모든 길은 서울로 통하고, 한국 철도는 그 텃새가 더욱 심하다.
해발 수백 m에 달하는 강원도 고산 지대에서 출발한다 하더라도(z축),
또 우리나라 최북단에서 출발한다 하더라도(y축 -_-)
서울로 가는 건 무조건 ‘올라간다’고 표현하지 않던가? 그래서 가장 큰 원칙으로는, 서울로 가까이 가는 방향이 상행이 된다. 심지어 경의선이나 경원선은 서울 방면이 지리적으로 남쪽이지만 그 방향이 상행이다.

그럼, 경전선이나 충북선처럼 시종점 어느 것도 서울과 연결되지 않은 노선은 어디가 상행이 될까?
그리고 아예 서울 안만 돌아다니는 서울 시내의 지하철은? (그리고 여타 광역시의 지하철들도?)

일단 나름대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간선 철도의 경우, 더 가중치가 높은 간선과 이어지는 종점 방면이 상행이다. 더 큰 도시가 가중치가 높고, 경부선이 다른 철도보다 더 가중치가 높다. 그래서 경전선은 목포가 아닌 부산 방면이 상행이 되고, 충북선은 제천이 아닌 대전 방면이 상행이다.
양 끝의 노선 직결이 없는 지선이라면 당연히 간선으로부터 멀어지는 게 하행이고, 간선과의 합류 지점과 가까워지는 게 상행이다. 정선선의 경우 민둥산 역 방면이 상행이고 아우라지 방면이 하행.

지하철처럼 저런 식의 가중치 지정이 무의미한 노선에서는 단순히 지리적으로 북쪽이나 서쪽으로 가는 게 상행이다. 서울 지하철 3호선과 4호선은 남북이 우선적으로 감안되어 대화나 당고개 행이 상행이다. 이 정도면 쉽다? 8호선 역시 북쪽 암사 행이 상행.
5호선은 동서가 감안되어 서쪽의 방화 행이 상행이요, 6호선 역시 서쪽의 응암 쪽이 상행이고 9호선도 개화 방면이 상행이다.

문제는 일종의 ┘자 모양으로 동서와 남북 방향을 모두 골고루-_- 갖춘 7호선.
남북 방향인 강북 구간이 훨씬 더 먼저 개통했다는 점으로 인해 북쪽이 상행이 되었다. 그래서 9호선과 5호선의 서쪽 종점인 개화와 방화는 901, 510 같은 작은 번호인 반면, 7호선의 서쪽 종점인 온수는 750이라는 큰 번호가 부여되어 있다. 어차피 7호선은 더 서쪽으로 부천까지 연장되고 있기도 하고..;;

대구, 대전 같은 어지간한 지방 광역시 지하철들도 이런 원칙을 지키고는 있으나, 정반대의 예외를 고집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부산이다.
부산 지하철 1호선은 앞서 언급한 것 같은 보편적인 통념을 깨고, 남쪽의 신평 방면이 상행이다. 2호선도 마찬가지이며, 심지어 횡축인 3호선마저도 동쪽으로 가는 게 상행이다!
부산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동남쪽에 있는 도시이고, 부산 최남단에 자리잡은 부산 역에 가까운 방향, 바다 때문에 막혀서 더 확장할 여지가 없는 방향을 상행으로 본 게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가 철도와는 달리 고속도로는, 통일을 염두에 두고 서울이 아닌 부산을 시점으로 설정했듯이 말이다.

철도의 상행, 하행만 갖고도 이렇게 얘깃거리가 많다.
한때 서울 지하철은 승강장에 상행 방면 열차가 들어올 때는 '때르르르릉' 경보음이 나오고, 하행 방면 열차가 들어올 때는 '땡땡땡땡...' 경보음이 나왔다. 그게 관례였다.
다만, 순환선인 2호선은 시청 역의 번호가 201이고 을지로입구가 202. 다시 말해 시계 방향으로 도는 내선 순환이 하행이요 반시계 방향의 외선 순환이 상행처럼 된 셈이나, 경보음은 반대로 내선 순환이 땡땡땡땡, 외선 순환이 때르르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은 경보음은 다 없애는 추세인 듯하다. 도철(SMRT)이 최초로 안내 방송을 교체하면서 경보음을 없앴다. “지금 XX, XX 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항상 5 6 7 8 서울 도시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그뿐만이 아니라 2호선도 경보음을 없앤 대신, 멘트가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뿐이던 게, “XX 방향으로 가는 내/외선 순환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로 바뀌었다.
하긴, 스크린도어가 생겼으니 한 걸음 물러서 달라는 멘트뿐만이 아니라 경보음(alarm) 자체도 필요가 없어지긴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18 09:01 2011/02/18 09:01
, , ,
Response
No Trackback , 11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67

고속철 관련 여러 잡설

1. 떼제베가 도입되기까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고속철인 KTX에 대해서 적지 않은 양의 글을 썼지만,
차량으로 하필 프랑스 떼제베(TGV)가 선정된 경위에 대해서는 딱히 다룬 적이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고속철을 만들기로 결정을 내린 때는 무려 1989년 5월. 노 태우 정권 시절이며 아래아한글 1.0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던 시절이다.
고속철 건설에 대한 타당성 조사는 이미 1983년에 했다. 경부선의 선로 용량 포화는 이미 그때부터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92년 6월 30일, 시험선 구간에 속하던 천안아산 역 건설 예정 부지에서 고속철 기공식이 거행되었다. 참고로 1992년이면 서해안 고속도로와 인천 공항도 갓 건설을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이 고속도로와 공항은 완전 개통과 개항이 2001년이었으므로, 고속철도 질질 끌지 않고 2001년에만 잘 개통했다면 21세기가 처음 시작된 2001년은 그야말로 고속도로에, 고속철에, 공항, 게다가 서울 2기 지하철(5~8호선)까지 한국 교통 혁명의 원년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인천 공항과 더불어 단군 이래 최대의 건축 사업이었던 고속철이 순조롭게 추진되기에는 역경도 너무 많았고 정치· 경제적 악재도 너무 많았다.
그나마 서울시 교통 혁명 원년이라 일컬어지는 2004년에 1단계 구간이라도 개통한 게 다행.
다른 건 몰라도 버스 개편의 결과물인 초록-파랑 버스는 이제 여타 지방에서도 유행처럼 다 따라하고 있으며, 오히려 서울 버스와 다른 형태로 정체성을 유지해야 하는 경기도 버스만이 독자적인 도색을 여전히 쓰고 있다.

이렇게 선로부터 먼저 공사를 시작한 뒤, 도입할 차량은 1993~94년에 결정되었다. 한국이 고속철을 만들겠다고 하자 차량 납품 경쟁에 뛰어든 고속철은 잘 알다시피 일본의 신칸센 300계, 프랑스의 떼제베(TGV)-R, 그리고 독일의 이체(ICE) 이렇게 3종이었다. 이때 워낙 경쟁이 치열했고 저마다 솔루션들의 성능이 호각이었기 때문에, 어쩌다가 하필 떼제베가 선택되었는지는 협상에 관여했던 우리나라 고위 관리가 아니면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을 것이다.

일본이 가장 먼저 탈락했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아주 가까워서 기술 지원 받기도 쉽고 이미 자국 내에서 고속철을 수십 년째 무사고로 잘 굴리고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탈락한 이유로는,
한국이 요구하는 것만치 기술 이전에 소극적이어서, 수출 경험이 없어서, 원래 차량 폭이 우리나라의 철도역 규격보다 커서, 아직 시속 300을 못 내는 차종이어서... 같은 것들이 나돌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심지어 반일 감정 루머까지도.. -_-

일본은 기존선에는 작은 협궤 열차가 다니지만 표준궤로 건설된 신칸센은 폭이 오히려 한국의 표준궤 열차보다 더 크다. 또한 당시 신칸센 300계의 영업 표준 속도는 시속 300에 약간 못 미치는 270 남짓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정도 규격상의 차이나 한계는 신칸센을 한국형으로 로컬라이즈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극복 가능할 정도로 사소한 것이기 때문에, 기술의 한계가 일본 탈락의 본질적인 원인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가 구입한 떼제베 차량은 프랑스 내부에서도 신형은 아니고 몇 년 굴린 적이 있는 기종이었다. 그러나 무사고로 안정성이 입증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거기에다 프랑스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문화재 반환 떡밥까지 내세우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외교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기술력은 세 나라가 모두 비슷하니 로비가 승부를 가른 듯하다.

그래서 아마 1998년이었지 싶다. 김 대중 정권 때 드디어 KTX 시제차인 1, 2편성이 국내로 반입되었으며, 그렇게 12편성까지는 떼제베 제작사인 알스톰 사에서 만든 차량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러다 13부터 46편성까지는 우리나라의 현대 로템이 면허를 받아 차량을 조립 생산했다. 과거에 방산 업체인 대우 정밀에서 미국의 M16 소총을 면허 생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에 도입된 떼제베 차량은 지금까지 한국 철도에서 등장한 적이 없는 무려 20량 1편성에 맞춰져서 전동기의 출력도 더욱 증가되었다. 열차 속도만 톱클래스가 아니라 수송력도 톱클래스. 1편성의 탑승 인원수는 935명인데, 이 역시 수요 예측에 의해 산출된 크기이다. 지금의 KTX 이용객 수를 감안한다면 넉넉하게 잘 잡았다.
200x년, 고속철이 정식 개통하기 전에 이 차량은 경부선에서 간간이 시운전을 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참고로 이 차량 한 편성 전체의 가격은 거의 600억 원이 넘는다. -_-;;

46편성을 편도인 절반으로 나누면 23편성, 그리고 열차가 종점에서 종점까지 넉넉잡아 3시간이 걸린다고 잡으면, 그 회전율을 감안했을 때 열차를 대략 8분 간격으로 쉴 새 없이 투입할 수 있다. 1시간에 대략 7편성의 열차를 내보낼 수 있다는 뜻인데(경부, 호남 모두 합쳐서), 하루에 18시간 동안 이런 식으로 승객을 꽉 채워서 열차를 굴리면 이론적으로 하루에 수송 가능한 승객수는 11만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에 고속철을 도입한 위정자들은 저런 식의 계산을 한 끝에, 도입 편성수와 1편성 승객수를 지금처럼 결정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 당시 이미 새마을호에도 있던 콘센트가 고속철 객차 안에 없던 이유는 당연히... 지금처럼 전자 기기의 수요가 많지도 않았고, 서울-부산을 1시간 58분 만에 주파할 걸로 예상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편의 시설의 필요를 고려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콘센트뿐만 아니라 식당칸까지도 과감히 생략하였으나, KTX 산천에서는 다시 생겼다.

2. 가축 수송

KTX가 개통하기 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마을호 이미지 때문에, 빠른 열차일수록 호화로운 소수정예 귀족 열차를 떠올리곤 했다. 그러나 철도 선진국들의 철도 운영 방식은 전혀 그렇지 않다. 빠른 열차를 더욱 가축 수송으로 만들어 주류 교통수단으로 굴린다. 오죽했으면 2층 객차까지 만들 정도. 새마을호가 아니라 지하철처럼 운행한다.

일본의 신칸센은 아예 지하철과 동일한 동력 분산식 열차에다가 승강장까지 고상홈이다. 지정석보다는 자유석 위주의 영업을 한다. 일본의 경부고속선이라 할 수 있는 도카이도 신칸센에는 8분 정도가 아니라 아예 5분 간격으로 시속 200이 넘는 괴물이 수시로 굴러다니며, 한 편성당 900명도 아니요 1300명에 달하는 승객을 태우고서 도쿄, 나고야, 오사카를 횡단한다. 이 정도의 승객수와 배차 간격이면, 좌석 지정이 아니라 열차 지정도 무의미하지 않을까? 진짜 속도만 빨라진 지하철이나 마찬가지이다.

집값 살인적으로 비싸고 자가용 몰기 버거운 건 세계 어느 대도시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본은 더욱 그렇다. 도저히 도쿄 근처에서 있을 수가 없어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지만 매일 도쿄로 출퇴근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신칸센 말고는 답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신칸센이 박리다매 덕분에 운임이 싸기라도 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고 오히려 동일 노선의 일본 국내선 비행기보다도 더 비싸다는데... 그래도 신칸센은 절찬리에 운행 중이라고 한다. 정기권 같은 할인 제도는 있지 않을까 싶다.

몇 년 뒤에 새마을호 디젤 동차가 완전히 퇴출되고 나면 우리나라의 철도 문화도 일본과 비슷하게 차츰 바뀔 것이다.

3. 독일 고속철의 대형 사고

독일은 잘 알다시피 장인 정신으로 기계를 잘 만드는 나라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U보트, 자동차 포르쉐, 폭스바겐, 벤츠 등 유명한 작품이 많으며 독일은 또 전기 철도의 메카이기도 하다. 독일의 ICE는 앞서 언급했듯이 프랑스 TGV와 끝까지 경합하던 한국 고속철 입찰 후보 중 하나였다.
그러나 1998년 6월에 ICE는 세계의 고속철 역사상 최악의 사고를 내서 기술 강국 독일의 명성에 큰 오점을 남긴 바 있다. ‘에세데 사고’라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시길.

우리나라에서는 KTX가 처음 개통하던 당시, 시속 300으로 달리면서도 물컵에서 물이 쏟아지지 않을 정도로 승차감이 좋다고, 경부 고속선의 장대 레일과 KTX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홍보했다.
그런데 ICE 초창기 차량은 주행 중 소음과 진동이 매우 심했던가 보다. 승객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차량 제작 업체에서는 임시방편으로 차량의 바퀴를 교체하고 바퀴에다 외피를 씌우고 여차여차 형태를 바꿈으로써 당장은 소음과 진동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패치’가 불량하여 열차의 고속 주행 중에 대형 참사를 일으켰다. 바퀴에다 씌웠던 외피가 금속 피로도를 이기지 못하고 끊어지고, 객차와 선로에다 큰 충격을 주어 이들을 파손했다. 이 여파로 객차들은 줄줄이 탈선하였고, 옆에 있던 다리와 차례로 꼬라박은-_- 후 쌓였다. 육중한 열차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다리는 붕괴.

열차는 박살이 났으며, 400여 명의 승객 중 무려 101명 사망, 88명이 중상을 입었다.
“금속 피로도의 증가로 인한 사고”라는 점에서는 1985년 8월의 JAL123기 추락 사고와 동질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열차의 탈선과 완파, 건축물과의 충돌, 100명이 넘는 사망자”라는 점에서는 일본 철도 역사의 악몽으로 기록된 2005년 4월의 JR 후쿠치야마 선 탈선 사고와 비슷한 것 같다.
하긴,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저 사고도 철도 왕국 일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안긴 참사였다. 가혹할 정도로 정시성을 강요하는 업무 강도에 적응 못 하던 어느 젊은 초짜 기관사가, 열차 지연을 만회하려고 급커브를 과속으로 돌다가 사고를 냈고 기관사 자신도 그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기관사는 각종 사고 희생자 추모식에서도 추모 대상에서 제ㅋ외ㅋ되었다는 후문.

그래도 일본의 경우는 통근형 전동차일 뿐이고 신칸센이 사고를 일으킨 적은 없기 때문에, 고속철 사고는 독일의 저 사고가 최악의 기록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사고를 일으킨 차종은 1세대 ICE였고 독일이 한국에 제안한 차종은 아직 알파테스트 중이던 2세대 ICE였다. 만약 우리나라가 ICE를 도입해 있던 와중에 저런 사고가 났다면, 한국의 고속철 개통에도 먹구름이 끼고 애로사항이 활짝 꽃피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가 괜히 짬 많이 먹고 안정성이 검증된 차량을 선택한 게 아니다.

물론, 이건 다 지나간 일이고 지금 독일 고속철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고속철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한 항공도 198, 90년대엔 하도 사고가 많이 나서 미국에서 공무원들에게 “한국 출장 때 대한 항공을 이용하지 마세요” 권고를 할 정도였으나... 이 역시 옛날 이야기이고 지금은 대외 이미지가 많이 개선되지 않았던가.

4. 화물 수송

빠른 교통수단이 등장하면 그 전부터 있던 느린(?) 교통수단은 화물 위주로 개편된다.
항공의 경우, 미국은 아음속기인 보잉 747 점보 여객기를 개발하면서, 미래에 초음속기가 여객기의 주류로 등극한다면 보잉 747은 대형 화물기로 개조할 계획도 세워 놓고 있었다.

철도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고속철이 그것도 별도의 고속선에서 영업을 시작하고 나면, 기존선은 단거리 통근 열차나 화물 열차 세상으로 바뀌곤 했다.
땅이 워낙 넓어서 자동차나 비행기가 발달해 있는 미국에서 철도의 주 수요는 역시 화물 수송이다. 길이가 1km가 넘고 다 지나가는 데 3분 가까이 걸리는 화물 열차들을 심심찮게 본다. -_-;;

철도에서 화물 열차는 통과 우선순위가 최하이다. 그러니 특히 단선에서는 속도가 가히 극악일 수밖에 없다. 컴퓨터 용어를 쓰자면, 정규 여객 열차 스케줄을 피해서 남은 선로 용량만으로 다니는 idle time(잉여 시간-_-) processing이다.

서버가 아닌 클라이언트 컴퓨터라면 아무래도 사용자가 내리는 반응에 즉각 반응하는 게 최고로 중요하다. 철도로 치면 여객 열차의 속도와 우선순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윈도우 운영체제의 경우, 탐색기 explorer와 작업 관리자 taskman은 최상급(real time priority)까지는 아니어도 스레드 우선순위가 상급(high)으로 설정되어 있다. 사용자의 동작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쉘이다 보니, explorer의 반응성이 곧 시스템 전체의 반응성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또한, 컴퓨터 상태가 아무리 막장이더라도 Ctrl+ESC를 눌렀을 때 시작 메뉴는 떠야 하고, 먹통이 된 프로세스를 작업 관리자로 죽일 수 있으려면 작업 관리자 자체도 우선순위가 여느 프로세스들보다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선순위가 높다고 해서 언제나 이들 프로세스가 CPU 시간을 늘 잡아먹기만 하고 지내는 건 아니다.
서버용 운영체제는 그렇게 쉘보다는 background 프로세스나 서비스에 CPU가 더 우선적으로 배당될 것이다. 철도로 치면 여객 영업을 하지 않는 화물 전용 철도와 비슷한 위상인 걸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16 08:28 2011/02/16 08:28
, , , , , ,
Response
No Trackback , 8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66

칠레처럼 아주 길쭉한 국가가 있다고 치자. 이 국가에는 지형을 따라 거대한 간선 철도가 놓여 있고 n개의 역이 있으며, n개의 역에 모두 정차하는 완행 열차가 일정 간격으로 다닌다.

이 설정을 좀 극단적으로 확장하여 역 수가 수백, 수천, 수만-_-개에 달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급행 열차를 운행할 필요가 응당 생긴다. 2000개역쯤 떨어진 지역에 가려고 하는데 전역정차 열차를 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게 여행 거리가 길어지면, 급행 열차가 서는 곳까지 가서 환승하는 불편 정도는 급행의 빠른 속도가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게 된다.

자, 이를 일반화하면.. 급행도 등급이 필요해서 특급, 쾌특 등 n차원의 급행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서는 역 수가 무척 적어서 타기 힘든 대신에 일단 타기만 하면 엄청난 이동성이 보장된다. 급행과 완행은 배차 간격은 모두 동일하다고 치자.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각 등급의 급행 열차들은 정차역 수를 얼마로 설정하는 게 좋을까?
또한, 철도역 수 n에 대해서, 최대 몇 등급의 급행이 존재하는 게 적당할까?

n개의 역이 모두 똑같이 중요하고 이용객 수가 균일하다고 가정할 때,
어떻게 급행을 운영하는 게 승객의 평균 표정속도를 최대화하고 반대로 평균 환승 대기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선로 수는 충분하기 때문에, 완급 결합으로 인한 대피 대기 오버헤드라든가 선로 용량 걱정은 할 필요 없다고 가정하겠다. ^^

역 수가 10개 남짓이라면 급행이 있을 필요가 없겠지만, 역 수가 100개쯤 된다면 3~4개역을 건너뛰는 1차 급행에 이어서 한 10~12개쯤 역을 쉬엄쉬엄 건너뛰는 2차 급행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전산학을 전공한 친구라면, 이런 부류의 문제를 생각하면서 비슷한 형태의 아주 유명한 알고리즘을 하나 떠올리게 될 것이다.
바로 '쉘 정렬'이다!

쉘 정렬은 삽입 정렬을 원소별로 띄엄띄엄 적용하되 나중에 그 간격을 촘촘히 좁히는 방식이다.
삽입 정렬은 시간 복잡도가 O(n^2)이지만, n의 크기가 작아서 띄엄띄엄일 때는 오버헤드가 크지 않으며, 또 편차가 커서 리스트가 상당수 정렬되어 있을 때는 매우 빠르게 수행되기 때문에 그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쉘 정렬은 알고리즘의 특성상 실제로 코딩해 보면 루프가 3중, 4중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무거울 것 같지만 돌려 보면 성능이 매우 좋다. 프로그래밍 언어라고는 아직 어셈블리밖에 없던 1950년대에 고안된 알고리즘이다.

여타 정렬 알고리즘들이 O(n^2), O(n log n) 아니면 심지어 O(n) 같은 식으로 시간 복잡도가 딱 파악되는 반면, 이 쉘 정렬은 비록 O(n^2)보다야 훨씬 빠르긴 하지만 시간 복잡도가 제대로 분석되어 있지 않다.
삽입 간격을 설정해서 좁히는 방식을 어떻게 설정하냐에 따라서 성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완행 다음으로 급행을 겨우 1역 균일 통과, 특급을 2역 균일 통과처럼 정말 무식하기 짝이 없게 운행하지는 않는다. 급행 등급이 하나 올라갈 때마다 급행은 최소한 기하급수적으로 통과역 수가 늘어야 이치에 맞다.
쉘 정렬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23, 10, 4, 1 같은 급으로 큼직하게 수가 바뀌고, 이 수들이 가능한 한 서로소가 되게 하는 게 정렬 효율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16, 8, 4, 2, 1처럼 정확하게 컴퓨터스럽게 배수· 약수 관계로 포개지는 간격은 매우 비효율적이며, 그런 나쁜 수열을 쓰면 쉘 정렬의 시간 복잡도가 최악의 경우 도로 O(n^2)로 치솟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급행 전철이 정차역 수가 여전히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이것은 환승을 싫어하는 국민 정서 내지 환승이 불편한 구조, 급행도 어차피 최대 속도는 동일하고 완행보다 그렇게 많이 빠르지 않은 것, 역마다 weight가 현실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 급행의 소극적인 운행(긴 배차 간격) 같은 다른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그런 것이다. (현실에서는 환승역이냐 그렇지 않느냐의 여부 하나만으로도 역별 weight가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상, 철도와 전산학을 융합한 뻘글이었다.
쉘 정렬의 수열 설정 방식이 철도 운영에서도 이론상 효율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 (급행은 4역씩 건너뛰고 특급은 10개역, 쾌특은 23개역.. ㄲㄲ)
참고로 쉘 정렬은 수열을 제일 잘 설정했을 때 시간 복잡도가 O(n (log n)^2) 까지는 떨어진다고 한다.


* 덧붙이는 말:
어제는 KTX 열차가 개통 사상 처음으로 탈선 사고를 일으켰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철도 덕후 사무엘 님의 공식 입장을 말하자면, 이건 두말 할 나위도 없이 선로 시설 문제이지 차량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차량이 떼제베가 아닌 산천이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늘 말썽을 일으켜 온 것처럼 차량이 고장을 일으킨 거라면, 그대로 차가 멈춰서는 걸로 끝나지 지가 무슨 능력으로 탈선까지 하겠는가?

더구나 이 차는 보기 드문 광명 시종착 KTX였다. 광명이 단순 경유역이 아닌 종착역이기 때문에 여타 열차와는 다른 선로로 건너가야만 했다. 그래서 선로 분기기가 열차를 새 선로로 유도하고 있었는데, 열차가 다 건너기 전에 선로 분기기가 전산 착오 내지 추위로 인해 오작동한 것 같다. 그래서 뒷부분 객차의 진로를 막았고, 이것 때문에 찌이이이익 소음+타는 냄새+탈선이 야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열차가 고속으로 쌩쌩 달리다가 교량이 붕괴했다거나 차량이 자폭이라도 한 것과는 전혀 다른 부류의 사고이다. 오히려 열차는 종착역 진입을 앞두고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서 아주 천천히 달리면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고도 그런 특수한 상황에서나 발생한 사고이다. 이 사고가 KTX 차량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풍조로 이어지기는 않기를 본인은 바란다.

이 사고로 인해 이 열차를 바로 뒤따라오던 상행 KTX는 평택쯤에서 다시 천안아산-_- 역으로 역주행하여 돌아가야만 했고, 대전-서울 구간의 고속선이 폐쇄되는 바람에 다른 KTX들은 아예 경부선 기존선으로 우회해서 다녀야 했다. 주말 임시 열차는 아예 선로 용량 부족으로 인해 운행 중단. 코레일의 입장에서는 손해가 그야말로 막심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수원-천안 구간에서 KTX 산천이 보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12 17:49 2011/02/12 17:49
, , , , ,
Response
No Trackback , 5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64

« Previous : 1 : 2 : 3 : 4 : 5 : 6 : 7 : 8 : 9 : ... 10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2633037
Today:
1589
Yesterday:
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