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썼던 글에 내용을 보충하고, 본인의 실제 답사기를 추가했다.)

오늘날 중앙선과 동해선(구 동해남부선)의 환승역인 경주 역은 무려 3· 1 운동 직전인 1918년 가을에 생겼다.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과는 약 20년의 격차가 있지만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역사가 굉장히 길다고 할 수 있다. 철도 덕후라면, 모름지기 1920년대, 30년대, 40년대 이렇게 연도만 입력하면 그 당시에 개통해 있던 철도 노선도가 머리에 쫙 떠올라야 한다.

그때 경주 역은 동해남부선 경주-포항 구간과 함께 개통한 역이었다. 중앙선은 1939년 전구간 개통이니까 그로부터 또 20년 뒤의 일이다. 다만, 동해남부선과 비슷한 시기에 경주-영천 구간도 중앙선이 아니라 경동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주로 가는 다른 철도가 있긴 했다. 지금 대구선의 전신뻘 된다.

중앙선이 완전 개통하기 얼마 전이던 1935년 12월, 동해남부선은 남쪽 구간이 마저 개통하여 포항-경주-울산-부산이 한데 연결되었다. 일제는 포항 이북으로도 쭉 철도를 놓으려고 하였으나 전쟁으로 인해 이 계획은 무산되었고, 그 상태 그대로 패망하게 되었다. 동해선이 그냥 동해 '남부'선으로 남게 된 게 이 때문이며, 이 철도가 일제가 한반도에 부설하던 마지막 철도였다.

본인이 전에도 글로 썼지만, 일제 강점기가 장기화됐다면 한반도의 교통 인프라도 일본의 그것과 굉장히 비슷해졌을 것이다. 자동차 도로는 좌측통행을 할 것이고 일제 강점기 때 그랬던 것처럼 한반도에도 지역별로 개성 넘치는 여러 사철이 등장했을 것이다. 동해남부선도, 경춘선도 시작은 다 사철이었다.

대륙 진출(진출이라고 적고 침략이라고 읽는다)을 염두에 두고 애초부터 표준궤로 건설되었던 경부선과는 달리, 동해남부선은 무려 762mm 협궤였다. 바로 과거의 수인선과 동일한 협궤였던 것이다. 그러나 조선 총독부가 이를 인수한 후 이내 표준궤로 개궤했다.
이렇게 완성된 경주 역 주변의 동해남부선과 중앙선의 선형은 아래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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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쪽의 충효동 방면을 호남선 목포 방면이라고 보고,
경주 역이 있는 동남쪽 울산 방면을 경부선 대구 방면이라고 보고,
나원 역이 있는 북쪽의 포항 방면을 경부선 서울 방면이라고 보면
이는 대전 역의 위상과 정확히 같다.

이들 철도가 처음 생긴 시절에는 초록색 선이 없었다.
그리고 경부선과 호남선이 만나는 지점도 사정이 정확하게 이와 같았다. 호남선에서 경부선 상행 방면으로 바로 가는 선로가 없었다. (곡물을 일본으로 반출하려면 부산으로만 가면 됐으니..)

그래서 목포에서 부산이 아닌 서울로 가려면 대전 역에서 기관차의 방향을 바꿔야 했으며,
영천에서 울산이 아닌 포항으로 가려면 경주 역에서 기관차의 방향을 바꿔야 했다.

이 때문에 서울을 오가는 호남· 전라선 열차들이 대전에서는 기관차의 방향을 전환하느라 정차 시간이 길었으며 대전 역이 대기 시간 동안 짬을 내어 사먹는 우동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런 불편을 덜기 위해 호남선은 1978년 복선화 과정에서 서울 방면으로 직통하는 삼각선이 추가되었다.

한편, 다시 중앙선 얘기로 돌아오면, 중앙선의 건설로 인해 경주에는 시내를 정면 관통하여 경주 역을 잇는 분홍색 선로가 생겼다.
그렇잖아도 중앙선 역시 남쪽에서 올라오는데, 기왕이면 금관총· 대릉원이 있는 좀더 남쪽으로 선로를 만들지 왜 저렇게 부자연스러운 급커브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원래 경주 역은 중앙선이 아니라 동해남부선의 선형에 맞춰진 형태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저것도 나름 서울-신촌 사이와 비슷한 급커브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은 초딩 시절에 흥무 초등학교를 다닌 적이 있는데,
빨강-파랑 초기 도색을 한 새마을호가 수시로 드나들던 걸 본 기억이 선하다. 벌써 20년 가까이 전의 이야기이다.
철도는 확실히 지역을 분단시키는 효과가 있긴 했다.

이 선로는 경주 시내를 정면으로, 그것도 여러 건널목을 만들면서(평면 교차) 관통한지라 문제가 많았다. 딱 큰길만 따라간 것도 아니고, 이쪽 일대의 위성 사진 지도를 보면 정확하게 수평· 수직선이 아니라 분홍색 비스듬한 선을 따라 건물들의 배치가 왜곡돼 있는 걸 알 수 있다. 그게 옛 철길의 잔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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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경주 인근에서 (1) 동해선 상행으로 분기의 어려움과 (2) 경주 시내 관통으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1980~90년대에 일련의 조치가 취해졌다.
먼저, (1) 1985년엔 중앙선과 동해선 상행을 연결하는 초록색 선이 새로 생겼다. 그리고 초록색 선과 분홍색 선이 분기되는 충효 제2터널 지점에 '서경주'라는 이름의 작은 신호소가 생겼다.

그 뒤.. (2) 기존의 분홍색 선로를 철거해 버리고 영천에서 경주 시내에서는 초록색과 보라색 선만으로, 즉 황성동 쪽까지 엄청난 우회를 해서 다니게 선로를 바꿨다. 분홍색 선 대신, 북쪽의 '금장터널'이 있는 곳에 아주 작은 삼각선을 만들어서 중앙선 영천 방면과 동해선 울산 방면을 왕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아래 그림에서 before과 after의 차이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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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워낙 문화 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도시이다. 그러니 이런 시내 관통 선로 철거의 배후에는 유네스코의 권고가 있기도 했다고 한다. 철도와는 다른 분야로 최근엔 태릉 선수촌이 지방으로 완전히 이전했는데, 이 역시 인근에 있는 태릉과 강릉을 보존하고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정식 등재하기 위해서 취해진 조치였다. (뭐, 선수촌의 부지 크기와 확장 문제도 작용했지만 말이다.)
시대가 바뀌니 일제가 졸속으로 동해남부선 철길을 막 놓으면서 경주 시내를 땅따먹기 하던 시절과는 정반대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셈이다.

선로가 이렇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경주 쪽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포항-대구를 왕래하는 열차들은 어차피 경주는 들렀다 가는 관행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이 때문에 이 노선에는 전진과 후진이 비교적 자유로운 전후 대칭 동차형 열차가 다니곤 했다.

그래서 1992년 11월 1일, 북쪽에 새로 생긴 선로 분기 지점의 근처에 '금장'이라는 이름의 역이 생겼다. 개업 당시에는 일개 듣보잡 신호장에 불과하였으나, 메이저인 경주 역이 위치가 저렇게 어정쩡하던 것에 대한 반사 이익을 제대로 받아서 급성장했다.

인근에 아파트촌과 동국대 경주 캠퍼스가 있어서 위치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새마을호가 정차하는 역으로까지 발전했다. 2005년부터는 코레일이 포항 승객의 편의와 열차 속도 향상을 위해 경주 역을 무정차 통과시키고 대신 이 역에 열차를 꾸준히 늘렸다.
참고로 2005년에는 대구선이 외곽으로 이설되면서 금장과 이름도 비슷한 금강 역이 생겼으나, 이 역은 이렇다 할 인기를 얻지 못하고 이내 여객 취급 중지 처분을 받았다. 이와도 아주 대조적이지 않은지?

또한, 금장 역의 개통으로 인해 기존의 서경주 신호소는 존재의 목적을 완전히 상실하고 폐쇄됐다. 건물 자체는 철거되지 않고 경주시 부엉길 9-34라고 도로명 주소까지 할당받아 있지만, 전혀 쓰이지 않고 방치되어 있다.
이에 본인은 이번 설에 고향을 방문한 기념으로 옛 중앙선 선로의 분기 지점 주변을 답사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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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의 경주 시내 관통 구선로 중에는 형산강을 건너는 교량이 있었다. 선로가 철거된 뒤에는 교각만 10년 가까이 덩그러니 방치돼 있다가 2002년경에 '장군교'라는 이름의 인도교로 리모델링 됐다. 김 유신 장군 묘가 근처에 있다고 다리 이름도 저렇게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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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앙선의 흔적은 교량뿐만 아니라 송화산 언덕 아래를 지나는 터널로도 남아 있다. 한때 열차가 다니던 이 터널은 이제 끝이 막힌 채 누군가의 창고로 쓰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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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면, 오늘날 새로 만들어서 쓰이고 있는 철길과 터널의 모습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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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굴다리는 아주 짧고 작지만, 굴다리를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 다리 아래에서는 목소리가 마치 마이크를 튼 것처럼 굉장히 잘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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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있는 송화산 등산로를 약간 올랐다. 그래서 현재 쓰이는 금장 방면 중앙선 우회 선로(왼쪽)와 장군교(오른쪽)를 모두 볼 수 있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마 본인이 지금 서 있는 곳의 아래에 아까 그 폐터널이 지나지 싶다.

송화산은 동국대 경주 캠퍼스를 감싸는 그냥 듣보잡 동네 뒷산처럼 생겼지만, 나름 국립공원이더라. 그래서 서울 북한산에서나 보던 방문객 집계 게이트도 있었다. 이 산은 경치나 문화재 같은 무슨 메리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교량과 폐터널을 둘러보고 언덕도 올라 봤는데, 그럼 서경주 신호장은 어디에 있을까?
폐터널도, 언덕도 아닌 다른 민가의 뒤쪽으로 가서 철길 근처에 접근해야 했다.
주변은 시골 마을이다 보니 개를 키우는 집이 많았는데, 이 개들이 온통 시끄럽게 짖어 대면서 외부인인 본인을 반겼다.

무슨 강력 미제 사건을 보면 "범행이 벌어지던 당시에 현장에 있던 사나운 개가 웬일로 짖지 않았다. 개를 미리 어떻게 처리했거나, 아니면 범인은 면식범이다." 이런 식으로 설명된 게 있다. (예: 2008년 대구 초등생 납치 살해 사건)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어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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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잡초로 뒤덮힌 이 폐건물을 보라. 이것이 민가나 다른 건물이 아니라 구 서경주 신호장이다. 창문이나 출입문 같은 건 일부러 다 틀어막은 듯하다. 문자로 된 그 어떤 간판이나 표지판도 존재하지 않는다.

수풀 덤불을 헤치고 현장에 도달하니, 마치 서부 전선 DMZ 안에 내팽겨쳐져 있다는 파주 장단면 사무소 폐건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비슷하게 DMZ 근처에 나뒹굴고 있던 녹슨 증기 기관차 정도야 인양해서 복원 후 임진각에다 전시도 해 놨다. 하지만 건물은.. 철원 노동당사처럼 해당 지역 자체를 수복하지 않은 이상, 딴 데로 옮기기가 곤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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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건물은 애초에 이 구간을 지나는 열차 안에서 차창 밖으로도 잠깐이나마 어렵지 않게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금장 역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시설을 자가용을 몰고 찾아가서 이런 시간이 정지한 듯한 오지에서 대면하게 되니 참 뿌듯함이 느껴졌다. 옛 서경주 신호소를 아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철도 역사에 대한 내공이 꽤 갖춰진 철덕이라고 불리기에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 추가 설명

1. 신호소와 신호장

신호소와 신호장은 모두 뭔가 철도 정거장처럼 생겼고 철도라는 그래프에서 vertex 역할을 한다. 하지만 승강장이 없고 여객 취급을 하지는 않는다.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신호장은 단선에서 열차의 교행을 대비한다는 용도가 더 강하고, 신호소는 선로의 분기와 합류를 취급한다는 성격이 더 강하다.

철도 시설의 기술 발달과(특히 CTC화) 자동화로 인해 신호소는 더 만들지 않는 게 추세이지만, 전국에 신호소는 다섯 군데 정도 더 있다고 한다(미전, 북송정, 북영주, 용강, 신대).

2. 경주 역과 인근 역들의 미래 운명

한때는 경주 역에서 합체· 분리를 하는 포항· 울산 행 새마을호 복합 열차가 다녔고 서울-부전 새마을호까지 경주 역을 경유하였으나, 2010년에 KTX 신경주 역이 개통한 뒤엔 다 이제 옛날 추억이 됐다. 지금은 경주에서 서울로 바로 가는 열차는 레어템인 중앙선 열차(밤차 또는 낮의 완행)뿐이다. 그러니 서울로 가려면 동대구 역에서 열차를 갈아타든가 아니면 신경주 역으로 가야 된다.
신경주 역에서 서울로 가는 KTX가 평균 4~50분 간격으로 신경주 역에 정차해 주고 있으니, 이 구닥다리 역에 장거리 열차를 남겨 둘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포항은 한때는 KTX 비수혜 지역으로 여겨져서 서울-포항 새마을호가 하루 2차례 다니긴 했다(경주 대신 서경주에 정차). 그러나 이 역시 2015년에 동해선 KTX가 개통하면서 폐지됐다.
앞으로 몇 년 안 가 지금 경주 시내의 재래선 철길들은 다 없어질 예정이다. 기존 중앙선과 동해남부선조차도 신경주 중심으로 복선 전철화· 선형 개량을 거듭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 신경주 뿐만 아니라 현곡 초등학교 근처에도 지금의 서경주와 나원 역을 대체하는 역이 생길 예정이니 이는 반가운 일이다. 다만, 난립하고 있는 여러 역명들의 교통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경주 역은 역사적 상징성을 인정받아, 철길이 없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건물 자체는 영구 보존하기로 지난 2013년경에 결정되었다. 그럼 이웃의 다른 지역은 상황이 어떨까?

  • 영천: 역시 경주와 비슷한 시기에 생겼고 중앙선과 대구선의 환승역이지만, 고속철의 영향을 받은 것이 전혀 없고 주변의 지역이 바뀌는 것도 없다 보니.. 지금의 위상이 계속 유지된다. 그냥 근처의 동대구 역에 빌붙는 게 더 편하니까.
  • 포항: 원래 있던 역은 보다시피 싹 없어지고 사라졌다.
  • 울산: 고속선과 기존 동해남부선이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덕분에 고속철 울산 역과 기존 태화강 역이 공존하게 된 경우라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8/03/16 08:30 2018/03/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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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앙선 6· 8량 혼합 편성

요 근래엔 수도권 전철 중앙선에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광경이 펼쳐졌다.
지난달 말부터 수도권 전철에서 보기 드물게 전동차의 6· 8량 편성 혼합 운행이 시작된 것이다. 전광판에는 다음에 오는 열차의 행선지와 더불어 편성 규모까지 같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옛날엔 부산 지하철 1호선이 혼합 운행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모든 전동차가 8량으로 바뀐 지 이미 오래이지만 말이다.

원래 수도권 전철 중앙선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국철은 수도권 전철 1호선과 대등한 위상으로 간주되어, 이와 동일한 10량 편성이었다. 비록 일반열차 트래픽 + 건널목 + 합류 지점에서의 선로 용량 같은 여러 제약 때문에 배차는 뜸했지만 말이다.
그러던 것이 중앙선으로 독립하고 얼마 안 되어 8량 1편성으로 규모가 줄었다. 그러면서 보상 조치라고 코레일에서는 열차의 배차 간격을 눈꼽만치 약간 줄여 줬다.

8량까지는 그나마 봐 줄 만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중앙선이 잉여력이 너무 충만하다고 생각되는 구간이나 시간대도 없지는 않다.
그런데 이젠 8량으로도 모자라 아예 6량으로 줄어 버렸다. 이것은 누가 봐도 명확한 병크였다. 차가 그렇게 자주 다니지도 않는 노선이 예전보다 반토막에 가깝게 수송력이 줄어든 건 우리나라의 전철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렵다. 표면적인 이유는 수인선 전철 개통을 앞두고 전동차가 부족해서라고 한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은 1974년에 6량으로 개통했다가 8량을 거쳐 이미 1980년대부터 10량으로 증결되었는데, 중앙선은 시계가 거꾸로 갔다.
이 전철 중앙선은 앞으로 경의선과도 직결될 예정인데, 경의선도 8량이다. 중앙선에서 추가로 뻗어 나가는 형태인 경춘선도 8량이다. 그런데 이들을 이으면서 비록 번화가만 아닐 뿐 한강을 따라 서울 시내를 깊숙히 지나는 중앙선이 겨우 6량이라는 게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중앙선은 경춘선과도 연계되면서 특히 주말 오후엔 극심한 혼잡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직접 타 보면 알 수 있다. 전철은 사람들로 콩나물 시루처럼 터져 나가는데, 아래의 동부 간선 도로는 별로 안 막히고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 걸 보노라면 전철을 탄 게 후회가 될 정도였다.

결국 코레일은 6· 8량 혼합이라는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하지만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은 중앙선은 헷갈릴 것 없이 다시 전량 8편성으로 어서 되돌아와야 한다. 중앙선과 직결· 접속하는 광역전철들이 전부 8량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분당선까지 왕십리 역까지 올라와서 왕십리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앙선은 앞으로 더욱 터져나가게 된다. 분당선도 지금은 전량 6편성이지만 조만간 중앙선과 만날 예정이고 또 수원까지 내려가서 수인선과도 만나게 되면, 8량 증결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면 중앙선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참고로 분당선 초기 구간은 아예 10량 길이를 염두에 두고 역이 만들어졌었다!)

올여름에 개통하는 수인선은 당장은 6량으로 운행을 시작한다. 수인선은 일부 구간을 4호선 안산선과 공유하나, 들리는 말에 따르면, 안산선 전동차가 수인선 구간까지 연장되거나 수인선 전동차가 안산선 구간을 운행할 계획은 없는 듯하다. 전철 운행이라는 건 가능한 한 직결 운행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수립해야 할 텐데 이건 그리 좋은 생각이라 보기 어렵다. 수인선의 개통 구간이 길어지면 운행 거리도 길어지고 전동차도 더욱 증결될 것이다.

2. 여타 서울 지하철

하긴, 옛날에 1호선 신도림 역은 승강장이 승객들로 터져 나갈 때 승강장을 열차 길이보다 훨씬 더 길쭉하게 만들어서 열차를 번갈아가며 하나는 앞쪽 끝에, 다른 하나는 뒤쪽 끝에 세워서 승객을 분산시키려 시도한 적이 있었다. 신도림 역이 유난히도 긴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나가야 하는 곳이 정해져 있는데 이는 조삼모사 미봉책에 불과했었다. 1호선이 결국 건너편에 상행 승강장을 하나 더 만들었듯이 2호선 신도림 역도 평소에는 잘 쓰이지 않는 입· 출고 열차용 승강장을 활용하여 승강장의 혼잡을 낮추려 노력 중이다.

지하철 9호선은 내가 탈 일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정말 장사가 잘 되고 있는 걸로 안다. 특히 급행은 완전 대박이어서 차량을 추가 도입하고 배차를 더 줄인 적도 있다. 얘도 슬슬 6량 증결을 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 지하철 7호선은 잘 알다시피 서울 2기 지하철인 도철 5~8호선 중에서 서울 바깥으로 꽤 이례적인 장거리 연장을 하게 되는 노선이다. 코레일 광역전철과의 직결도 아니면서 말이다.
물론 8호선은 성남 시가지 쪽으로 가지만 노선 자체가 단거리이고 선형이 구부정하기 때문에 7호선과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코레일이나 서울 메트로의 관할 노선은 서울 지하철 정기권이 칼같이 서울 내부까지만 적용된다.
그러나 도철의 관할 노선은 지역에 관계없이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있다. 지금 7호선은 광명 시내를 살짝 경유하며 8호선은 성남 시내를 지나지만, 거기서도 서울 정기권이 통용된다. 그래서 같은 역임에도 불구하고 분당선 모란 역에서는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없지만 8호선 모란 역에서는 쓸 수 있는 미묘한 차이까지 있다.

그렇다면 7호선의 부천-인천 연장 구간에서까지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있게 될까? 이것은 도철의 관할 구간이 길어지고 광역화하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될 것이다.
현 시설에서 열차 편성을 증결하거나 급행을 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이렇게 노선이 길어지고 차내 혼잡도가 늘면 배차간격이라도 더 줄여야 할 것이고 말이다.

도철 지하철은 코레일 광역전철과의 환승에 인색한 편이었다. 그런데 7호선 상봉(경춘/중앙)이 환승역이 되고 7호선 강남구청(분당선)과 6호선도 경춘선과의 환승역이 생길 예정이니 이것도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6/30 08:28 2012/06/3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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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철 경원선(중앙선)의 모든 것

서울 강북에는 예전부터 '국철'이라고 불리는 이상한 전철 노선이 있었다.
경인선이나 경부선과는 달리, 이 전철은 나름 서울 중심부 구간에서 한강을 따라 미려한 경치를 선사하면서 지상으로 달렸다. 딱히 이름도 없이 그냥 국철이었고, 배차 간격이 12~15분대로 다른 지하철보다 꽤 길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 국철의 명목상 노선색은 군청색으로, 마치 1호선의 지선처럼 취급되었다. 그런데 지선은 본선에서 뻗어나가서 제 갈 길을 가는 형태가 보통인 반면, 얘는 용산에서 분기하여 한남, 옥수 따위를 지난 뒤에 다시 청량리에서 합류하여 일종의 고리를 형성했다. 여러 모로 특이한 노선이 아닐 수 없었다. 정식 명칭도 없는 이 국철의 정체에 대해 본인은 어릴 때부터 굉장한 호기심을 품어 왔다.

이것은 오늘날 '수도권 전철 중앙선'이라고 불리는 코레일 광역전철 노선의 옛날 모습이었다.
물론 용산-한남-옥수-청량리 구간 자체는 원래 경원선이라고 하여 일제 강점기 초창기인 무려 1911년부터 있던 철도이다. 그 경원선이 청량리와 성북과 그 이북으로 올라가서 신탄리까지 가고 북한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남북이 분단되면서 경원선은 경의선과 더불어 반쪽짜리 노선이 되었다.

수도권 전철이 개통하기 전에 경인선과 경부선(수원 이북)이 그랬던 것처럼, 경원선에는 용산에서 신탄리까지 디젤 동차가 다녔다(아마 비둘기호급?). 1974년의 광복절에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하고 경부선· 경인선과 심지어 경원선의 일부 구간이(성북까지) 1호선에 편입되어 전동차가 직결 운행하기 시작했지만, 그때 경원선에는 아직 변화가 없었다. 다시 말해 회기-성북은 1호선 전동차와 기존 경원선 디젤 동차가 선로를 공용했다.

오히려 경원선은 철거당할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1969년, 박통 시절에 서울의 유명한 자동차 도로인 강변북로가 건설되었는데, 경원선을 그냥 철거해 버리고 그 부지를 이용해 도로를 손쉽게 건설하자는 제안이 채택될 뻔했던 것이다. 그렇잖아도 경원선 서울 시내 구간은 도시 개발에 방해가 되고 잉여력만 펄펄 넘쳐 보였으니 말이다. 그 당시엔 용산과 청량리 사이에 어차피 역도 거의 없다시피했다.

그러나 이때 사명감 있는 철도 관계자들은 경원선을 절대로 철거해서는 안 된다고 그 의견에 필사적으로 반대했다. 우리나라 철도 건설사의 산 증인인 정 진우 박사의 저서 <평생 인연 철도 건설>을 보면 그 일화에 대해 잘 소개돼 있다. 저분은 경원선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경부 고속철 건설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쓰고 우리나라에 고속철의 필요성을 적극 역설한 고속철 전도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 책은 철덕들에게 강추인 아주 유익하고 귀한 문헌이니, 일독을 권한다.

저런 분들 덕분에 경원선은 철거와는 반대의 운명을 갔으며, 1978년 12월, 서울 지하철 1호선에 이어 별도의 복선 전철 노선으로 거듭났다.
비록 1974년 8월만치 유명한 날짜는 아니지만 철덕이라면 저 날짜도 잊지 말자. 이를 계기로 성북 역은 지하철 1호선과 국철의 동시 종점이 되었으며, 그 이남은 두 노선이 공히 디젤 동차가 완전히 퇴출되었다. 그리고 강변북로는 철길을 건드리지 않고 강변과 더 가까이로 건설되었다.

경원선 용산-이촌 사이에는 절연 구간(사구간; dead section)이 있다. 직류· 교류가 바뀐다거나 변전소가 바뀌어서 그런 건 아니다. 철길 위로 지나는 어느 노후한 교량의 높이가 너무 낮아서 전차선을 설치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잠시 전력 공급이 중단된다. 그런데 거기는 그렇잖아도 급커브 때문에 열차가 굉장히 천천히 달려야 하는데, 관성으로 무동력 운행까지 해야 하니 좀 불안하다.

서빙고 역 근처에는 아예 평면교차 건널목이 있고 열차가 지나가기 전에 차단기가 내려온다. 덜덜~ 전동차가 지나는 길목에 건널목이라니. 1호선도 북쪽 어느 구간에 딱 하나 아직 입체화가 되지 않은 건널목이 있다. 건널목 있지, 일반열차도 가끔씩 취급하지, 1호선과 공용하는 선로가 있지... 이런 여러 이유 때문에 국철 경원선은 지하철 수준의 증차가 곤란하다.

게다가 경원선 국철은 옛날엔 사람과의 평면교차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용산 이남으로는 어차피 운행을 안 하니까 별 문제될 게 없는 반면, 청량리-회기에서는 1호선과 합류해서 같이 성북으로까지 가야 하는데 여기에도 평면교차가 존재했다. 용산에서 출발한 경원선 전동차가 1호선의 상행(=원래 경원선인) 선로로 합류하기 위해서는 1호선 하행의 선로를 필연적으로 침범해야 했다.

예전에 성북, 의정부 방면으로 가는 1호선 상행 전동차들이 청량리-회기 구간에서 심심하면 정체· 서행을 반복했던 주된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 말이다.
과거엔 1호선의 남쪽 끝인 수원 역에도 전동차가 아예 일반열차 선로를 침범하여 회차하느라 평면교차 장애가 있기도 했으니... 1호선은 이렇듯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병목 지점들이 존재했다. 덧붙이자면, 인천 역은 평면교차 지장은 없지만 인상선도 없는 열악한 두단식 승강장이어서 회차 성능이 영 안습이었고.

그러다 국철 경원선에 봄이 찾아온 것은 2005년, 덕소 역까지 수도권 전철 중앙선이 개통하고부터이다. 이 국철은 운행 계통상 경원선이 아닌 중앙선으로 편입되었고, 청량리-성북 구간에 더부살이를 하지 않는 별개의 노선으로 독립해 나갔다. 평면교차 장애가 없어진 것은 보너스. 과거에 안산선이 수도권 전철 1호선의 경부선 지선처럼 운행되기도 하다가 결국은 4호선으로 운행 계통이 완전히 분리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중앙선은 고유 노선색(옥색)까지 부여받았다! 더는 이름 없는 국철이 아니다.
옛날에는 이 노선에 이름도 없어서 안내방송조차 “옥수· 청량리 행 열차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였는데 이제는 다 지나간 얘기. 이미 수 년 전부터 '중앙선'이라는 당당한 이름이 생겼다.

2000년도에 서울시에서 기존 지하철과 직통 운행을 하는 국철들은 다 지하철 호선 번호로 노선명을 통합했다. 그런데 용산-성북 국철은 지하철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면서 1호선에 또 붙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분당선만치 독립적인 노선도 아니다 보니, 꽤 오랫동안 낙동강 오리알 신세였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중앙선부터 시작해 경의선, 경춘선 등 워낙 국철들이 많이 개통하다 보니 국철이라는 말은 조용히 사라지고 각 노선명을 따로따로 부르는 게 대세가 되어 있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2009년에 드디어 수도권 전철로 탈바꿈한 경의선도 옥색 노선색을 쓰고 있고,
경의선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수도권 전철로 탈바꿈한 경춘선은 마치 중앙선에서 분기하는 지선 같은 위상으로 동일한 옥색을 쓰고 있다.
옛날에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선은 빨강, 국철들은 다 회색을 쓰던 노선 배색이, 회색이 옥색으로만 탈바꿈하여 되돌아온 게 아닌가 모르겠다.

다만, 경의선과 경원선은 궁극적으로 상호 직통 운행을 하여 파주에서 양평까지 한큐에 가게 하겠다는 계획이 잡혀 있으니, 지금부터 동일한 노선색을 쓰는 게 합리적인 정책이긴 하다. 오오~ 40년 전에 철거 위기까지 맞았던 경원선이 이 정도면 가히 장족의 발전을 한 게 아닌지?

이들에 이어 다른 국철인 분당선은 왕십리까지 올라가고 수원까지 내려가서 수인선하고까지 직결이 계획되어 있다! 노랑 국철과 옥색 국철의 거대한 발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경의선과 경원선이 만날 때쯤엔 건널목도 입체화하고, 특히 용산-이촌 사이의 절연 구간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경원선상에 있는 용산과 회기 역이 6, 7년 전에 비해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변했는지가 아직까지 기억에 선하다. 특히 용산은 KTX 정차역으로까지 지정되었으니, 비록 광장은 서울 역보다 좁지만 건물 덩치는 서울 역보다 더 커졌다.
왕십리와 청량리 역은 크고 아름다운 민자역사로 바뀌었고 청량리의 경우 역시나 거의 30년 만에 지하철과 국철역 사이의 환승 통로도 드디어 생겼다.

왕십리 역은 민자역사가 생기기 전에는 마치 신도림 역처럼 코레일 관할의 역사 자체가 없어서 이것도 2호선과 동시 개통한 최신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그렇지는 않다. 경원선의 이 지점에 역 자체는 이미 일제 강점기 때부터 있었기 때문에 역사가 아주 길다.
저런 메이저 역들과는 달리 응봉, 한남 같은 역은 서울 도심의 시골 간이역 같은 정취가 여전히 물씬 풍긴다. 직접 가 보면 안다. 응봉과 옥수 역은 굉장한 곡선 승강장역으로도 유명하다.

성북 역은, 경원선 국철이 없어지고 최근엔 경춘선 무궁화호도 없어지면서, 역의 규모에 비해 이제 1호선 전철만 탈 수 있는 평범한 역이 되어 버렸다. 경원선이 북한으로까지 뻗어나갔으면 가히 강북의 영등포 같은 역이 됐을 텐데 아쉬울 뿐. 그래도 국철과 경춘선으로 인해 야기되던 고질적인 평면교차는 완전히 사라졌으니 앞으로는 1호선 하나만이라도 쌩쌩 운행 잘 해 주길 기대하겠다.

중앙선이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 동안 1호선이 접수하고 있는 경원선 북쪽 구간도 전철의 세력이 커져서 지금은 무려 소요산까지 가 있다. 디젤 동차인 CDC가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짤막한 단선 비전철 구간을 생각하면 그저 안습뿐. 거기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1시간에 한 대꼴 열차보다는 차라리 20분에 한 대꼴 셔틀버스를 굴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경원선을 접수하고 있는 용산 역하고, 우리나라 킹왕짱 역인 서울 역과의 관계를 얘기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서울 역은 지금의 민자역사 말고 옛날 건물 시절부터 거의 공항 수준으로 크고 아름다웠고, 이름에 걸맞게 경부· 호남· 전라· 장항선에 심지어 경의선과 교외선까지 혼자 다 취급하던 역이었다.
그랬는데 고속철이 개통하면서 뭔가 서남쪽으로 가는 호남· 전라· 장항선 노선은 용산 역으로 이사를 갔다. 이것 때문에 지역 차별이라고 굉장히 불만을 품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행선지별로 역이 이원화하는 것은 결코 나쁜 현상이 아니다. 청량리 역이 중앙· 경춘· 영동· 태백선 열차를 취급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강원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아무 불만 없었는데. -_-
역을 이원화하는 주 이유는 두말 할 나위도 없이 회차 용량과 취급 가능한 열차수를 늘리기 위해서이다. 거의 10분 간격으로 운행 가능한 그 많은 KTX 열차들을 서울 역 부지에다가만 세워 두기엔 공간이 부족하잖아? -_-;;

더구나 용산 역은 앞으로 경의선까지 뺏어 와서 경의· 경원· 중앙선 횡축에다 1호선 종축의 연계 전철망까지 구축하게 된다. 서울 역에서 출발하는 경의선은 회송 열차 트래픽도 있고, 또 신촌 같은 역도 있다 보니 아주 없애지는 못하지만 여객 전철은 여전히 1시간에 1대꼴로 아주 뜸하게 운행된다. 경의선이 비주류인 대신 서울 역은 잘 알다시피 공항 철도를 확보해 있다.
이렇듯, 서로 일장일단이 있으니
서울· 용산 구분이 무슨 지역 차별이라는 식의 말은 없었으면 한다. 용산구도 의심의 여지 없이 서울의 중심부이다.

생각해 볼 문제:
국철을 탈 때와 지하철 1호선을 탈 때 용산-회기까지 소요 시간의 차이는 어느 정도 날까?
비슷한 문제로 공덕-청구(5, 6), 영등포구청-왕십리(2, 5), 도봉산-온수(1, 7)의 경우도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6/03 08:43 2011/06/0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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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전철 백과 사전

우리나라 수도권에 지하철 말고 코레일이 운영하는 광역전철 노선은 아래와 같은 10개가 있다.
광역전철은 색깔별 노선이 뚜렷한 지하철에 비해서 존재감이 그렇게 크게 부각되어 오지 못한 것 같다. (유아독존이던 분당선은 예외)

1. 경인선
- 성격: 클래식. 이미 있던 철도를 복선전철화해서 광역전철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구로-인천 1974)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바다 앞에서 끝나는 짧은 노선이기 때문에 전철이 일반열차를 전구간 완전히 대체했다. 일부 부정기 무궁화호가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2복선을 일단 전동차가 완급 결합 운행으로 제각기 따로 사용한다. (전국 유일)
- 운행 계통: 서울역-청량리를 운행하는 서울 지하철 1호선의 남쪽과 직결하여, 수도권 전철 1호선에 완전히 편입했다. 행선지는 인천/동인천(급행) 단일.
- 비고: 출퇴근 시간이면 2복선으로도 수송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난리인 혼잡 노선.

2. 경부선
- 성격: 클래식. (구로-수원 1974, 병점 2003, 천안 2005, 신창 2008)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예. 부산까지의 거리가 400km를 넘고 호남· 전라· 장항선이 경부선에서 분기하기 때문에, 전구간이 광역전철로 바뀔 수도 없고 일반열차도 없어지 않는다. 일반열차와 전동차가 2복선 선로를 하나씩 사용한다.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1호선의 남쪽과 직결한다. 워낙 거리가 길다 보니 행선지는 병점, 천안, 신창, 광명 등 여러 계통이 존재한다. 병점보다 더 남쪽에서 출발하는 경부선 열차는 청량리 이북 경원선 구간을 운행하지 않는다.
- 비고: 일반열차도 워낙 미치도록 많이 지나는 곳이다 보니 전철 공급이 부족하다. 경인선과 더불어 상시 급행이 다니고는 있으나 선로 용량 부족으로 인해 고작 1시간에 1대 꼴이다.

3. 중앙선
- 성격: 클래식. (회기-덕소 2005, 용문 2009)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예. 경부선과 마찬가지로 굉장한 장거리이기 때문에 간선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겨우 복선이기 때문에 전동차와 일반열차가 많이 다닐 수 없다.
- 운행 계통: 덕소 행과 용문 행이 번갈아가며 다닌다. 앞으로 경의선과의 직결이 점쳐지고 있다. 요즘 전철 노선도를 보면 중앙-경의-경춘선이 동일한 옥색으로 표기되어 있다.
- 비고: 중앙선은 경부선이 한 3~40년에 겪었던 발전을 이제야 겪으면서 봄이 찾아오고 있다. 물론 중앙선의 중요도가 대도시만 골라서 지나는 경부선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최소한 전구간 복선 전철화는 좀 돼야지?

4. 경원선
- 성격: 클래식. (청량리-성북 1974, 의정부 1986, 소요산 2006)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남북 분단 때문에 노선 길이가 길지 않으며 거의 모든 구간에 전동차만 다닌다. 그런데 북쪽 말단의 소수 구간은 또 CDC 같은 특수한 통근형 일반열차가 다니고 있어서 매우 독특하며, 이 점에서는 아래의 경의선도 마찬가지이다.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1호선의 북쪽과 직결한다. 성북, 의정부, 동두천, 소요산 행이 존재한다. 경원선에서 출발한 전동차는 수원이 아닌 인천 방면으로만 간다.

5. 경의선
- 성격: 클래식. (서울-DMC-문산 2009)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경원선과 마찬가지로 남북 분단의 영향을 받았다. 평양, 서울, 부산이 한데 연결되었다면 경의선은 2복선으로도 모자랄 국가 간선 철도가 됐을 텐데.
- 운행 계통: 경원선과는 달리 경의선은 운행을 마친 일반열차들의 기지 입출고 트래픽 때문에 수십 년 동안이나 광역전철화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금도 대부분의 전동차는 DMC까지만 운행하고, 서울까지 깊숙이 들어오는 열차는 한 시간에 한 대만 다니는 기묘한 운행 계통을 물려받았다. 경원선이 먼저 수도권 전철 1호선과 손을 잡아 버렸기 때문에, 경의선은 앞으로 경유지를 용산으로 옮겨서 중앙선 쪽으로 직결이 시도되고 있다.

※ 서울 역은 지하철 1· 4호선을 타는 곳뿐만이 아니라 경의선 전철을 타는 곳, 그리고 서울-천안 급행을 타는 곳이 다 제각기 다른 승강장이다. 흥미롭다. 결국 서울 역 플랫폼의 최동단 아니면 최서단 위치이다.

6. 경춘선
- 성격: 클래식 (상봉-춘천 2010)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경춘선 전철은 통근형 디젤 동차가 아니라 기관차형 무궁화호를 완전히 대체했다는 점에서 다른 클래식 광역전철과는 사뭇 다른 내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일반열차나 마찬가지인 좌석형 특급 열차가 투입될 것이기 때문에 답변은 X라기보다는 세모에 더 가깝다.
- 운행 계통: 기존 중앙선 광역전철에서 분기하여 독립 운행한다. 평면 교차 지장과 선로 용량 부족으로 인해, 경춘선 열차가 중앙선과 직결하지 못하고 서울 시내로부터 더욱 외곽에서 착발하게 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 시설의 특이점: 경인선처럼 짧지도 않고, 경부· 중앙선처럼 길지도 않고, 경의· 경원선 같은 특색도 없고 신설 전철도 아니던 독특한 철도가 드디어 가장 늦게 광역전철로 거듭났다.

7. 분당선
- 성격: 지하 신설 (수서-오리 1994, 수서-선릉 2003, 오리-보정 2004 등...)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선릉-죽전/보정 독립 운행. 분당선은 클래식한 철도가 전혀 없는 서울 동남부에 홀로 건설된 광역전철이다 보니 위상이 굉장히 특이하다. 직결 운행하는 지하철 노선이 없고 직결 운행하는 광역전철도 아직 없으며, 죽전 이남을 제외하면 전구간 지하이고 번호가 아닌 별도의 노선명에다가 노란색이라는 분명한 색깔까지 갖고 있다 보니 광역전철이라기보다는 별도의 지하철 노선 같은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다.
- 시설의 특이점: 굳이 힘들게 지하화할 필요 없이 안산선처럼 지상으로 건설할 수도 있었지만, 인근의 서울 공항의 보안을 위해 지하로 건설되었다는 소문이 전해진다. 승강장이 10량 기준으로 건설되었으나 10량 편성 열차가 운행되지는 않을 것 같다.
- 비고: 분당선은 남북으로 끊임없이 연장되고 있다. 앞으로 북쪽 서울로는 왕십리와 만나고, 남쪽으로는 수원과 만나서 분당선이라고만 부르기에는 아까운 거대한 수도권 순환선이 될 것이다.
그러니 일반열차를 안 굴리기엔 아까운 노선이 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분당선의 네트워크 효과가 커지다 보면 지금과 같은 분당선만의 고립성과 노란 개성은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8. 과천선
- 성격: 지하 신설 (사당-금정 1993)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4호선 남쪽과 직결한다. 사당 행보다 열차가 뜸하다.
- 시설의 특이점: 분당선하고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VVVF 전동차, 콘크리트 노반이 첫 도입되고 지하 구간의 교류 전기 시설이 첫 시도되던 때였다. 이때가 기술 발전의 과도기였기 때문에 열차의 구동음도 크고 주행 소음도 커서 전철이 시끄럽다고 욕 많이 얻어먹던 시절이었다. 과천선과 4호선의 연결을 위해 절연 구간도 모자라서 아예 통행 방향까지 바뀌는 남태령-선바위 꽈배기굴까지 생긴 사례는 유명하다.

9. 안산선
- 성격: 지상 신설. 안산 신도시가 개발됨에 따라 원래 경부선의 지선 성격으로 계획되었다. (금정-안산 1988, 안산-오이도 2000)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4호선 남쪽의 과천선과 직결한다. 안산 행과 오이도 행이 나뉘어 다닌다.
- 시설의 특이점: 도시 개발과 동시에 전철을 굳이 비싼 지하가 아닌 지상 고가 형태로 잘 건설한 사례이다. 안산선과 과천선이 연결되면서 4호선은 서로 다른 시기에 건설된 광역전철 둘을 연달아 직결하는 유일한 노선이 되었다. 한대앞 역부터는 수인선과 노선을 공유한다.

10. 일산선
- 성격: 지하 신설 (지축-대화 1996)
- 일반열차와 병행 운행? 아니요
- 운행 계통: 수도권 전철 3호선의 북쪽과 직결한다. 전동차는 대화까지 일산선을 다니는 열차와 그렇지 않은 열차 반반이 다닌다.
- 시설의 특이점: 서울 지하철과 동일한 직류· 우측통행을 따르는 유일한 광역전철이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은 지하철까지 광역전철을 따라 좌측통행인 반면(그래도 전기는 직류), 3호선은 반대로 광역전철이, 먼저 건설된 지하철의 스펙을 따라 주고 있다는 뜻이다. 남태령-선바위 병크를 경험한 정부 당국이 일산선을 건설하던 당시에 미리 시정을 명령한 덕분에, 꽈배기굴 같은 참사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 비고: 일산선은 중간 구간에 지상-지하 짬뽕이 많다는 게 인상적이다. 경의선과 비슷한 선형을 갖추고 있으나, 원당-삼송 쪽 굴곡 때문에 경쟁력이 뒤떨어진다.
일산선은 서울 2기 지하철 계획과는 관계없이 건설되었다. 오히려 2기 지하철들과 같은 타이밍 때 연장된 구간은 분당선과의 연장을 위해 건설된 양재-수서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03 08:36 2011/01/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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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역 관련 잡설

1. 왕십리와 청량리 역

지금은 수도권 전철 ‘중앙선’의 운행 계통에 편입되었지만 명목상 ‘경원선’에 속하는 국철 구간에는, ‘리’자로 끝나는 걸출한 역이 둘 존재한다. (리 리 리 자로 끝나는 말은?? ㅋㅋ)
하나는 전철 환승의 본좌급인 왕십리 역이요, 다른 하나는 경부선과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일반열차 노선의 본좌급인 청량리 역이다.

하지만 한때 이 두 역은 그 중요성에 비해 외형이 그렇게 근사하지 못했다. 특히 본인이 무척 궁금한 건, 왕십리 역은 신도림처럼 지하철 2호선과 함께 추가 개통한 역도 아니면서 왜 코레일 관할 역무실과 출입구가 없느냐였다. 듣자하니 1983년에 서울 지하철 2호선이 개통하면서 역무 시설을 일부러 지하로 완전히 옮겼다고 한다.
왕십리 역을 영등포처럼 민자역사로 리모델링하는 계획은 이미 1990년대부터 논의되었지만 IMF 때문에 한번 철퇴를 맞았고, 어마어마한 세월이 흐른 뒤인 무려 2008년 하반기가 돼서야 영업을 시작했다.

청량리 역도 거의 4, 5년은 족히 되는 시간 동안 ‘공사중’이었다. 2004년 초, 그러니까 청계천 고가의 철거 공사가 한창이고 서울 역이 KTX 개통을 염두에 두고 이제 막 민자역사로 탈바꿈한 그 시절에는 청량리 역은 열차에서 내린 후 전통적인 ‘지하도’를 거쳐 서쪽 출구로 나갔으며, 역으로 들어갈 때는 동쪽의 입구 계단을 이용했다. 그러다가 얼마 되지 않아 서쪽의 지하도가 폐쇄되었고 그 넓던 광장도 다 공사를 이유로 상당수가 없어졌다.

한 2008~9년부터는 승강장에 LED보다 해상도가 높고 청색까지 표현되는 올컬러 LCD 방식 전광판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2010년 3월, 아직 완전 정식 영업을 시작한 건 아니지만 드디어 넓디넓은 청량리 민자역사가 개방되었으며, 본인은 완전히 환골탈태한 청량리 역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에서는 이 역에서 거의 최후까지 남아 있던 구형 플랩 식 출발 안내기도 드디어 자취를 감췄다.

마치 경부선에서 일반열차 운행의 상징적인 의미는 서울 역이 더 강하지만 전동차가 더 다양하게 다니는 곳은 용산인 것처럼, 청량리와 왕십리 사이의 관계도 그런 구도가 될 것 같다.
다만 경춘선 복선 전철의 시발역은 선로 용량상 왕십리도, 청량리도 아닌 더 외곽의 상봉 같은 역이 될 것으로 보이니 이건 아쉽다. 그렇다면 서울 역이 경부선만 취급하는 것처럼 청량리는 오로지 중앙선과 영동· 태백선만의 역이 되려나? 그 대신 노량진 민자역사와 함께 지하철 9호선 환승 통로가 건설되는 것처럼 청량리도 민자역사 건설과 동시에 지하철 1호선 청량리 역과의 환승 통로가 건설될 예정이라 하니 이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2. 2010년 4월 시각표 개정

아울러 올해 4월부터는 중앙선 쪽의 열차 시각표도 살짝 고쳐졌다. 청량리-안동의 운행 시간이 좀 단축되었다. 그리고 본인이 이용한 이래로 거의 7년째 변함없던 청량리-부전 밤차도 출발 시각이 9:00에서 9:10으로 늦춰졌으며, 상행의 경주 출발 시각도 20분 가까이 늦어졌다. 운행 시간이 단축된 대신에 출발 시각도 살짝 늦춘 것이다.

과거 2006년엔가 이 중앙선 밤차의 운행 시간은 굉장히 파격적으로 단축되었으며, 청량리 도착 시각이 난생 처음으로 아침 6시 이전이 된 적이 있었다. 안 그래도 중앙선 수도권 전철 공사 구간도 있는데 시각표가 너무 비현실적이었는지 곧 다시 늘어나긴 했지만, 그때 이래로 시간이 제일 큰 규모로 단축된 것 같다. 지금은 출발을 늦춰서 거의 6시 정각에 가깝게 종착역에 도착하지만, 경주-청량리 소요 시간은 5시간 35분대로 줄어들어 있다. 과거에는 거의 6시간 반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큰 변화이다. ^^

2007~8년 무렵에부터, 청량리 시종착 열차를 중심으로 새마을호가 없어진 대신 무궁화호 특실이 다시 부활했으며 이 덕분에 중앙선 밤차에 잠시 특실이 운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용객이 없어서 그런지 밤차에는 특실이 도로 없어져서 아쉽다.

아울러 경주에는 이 청량리 밤차와 아주 비슷한 시각에 서울 발 부전 행 무궁화호가 지나가곤 했다. 전통적으로 경주에서는 서울까지 가는 직통 열차는 새마을호만 있으며 무궁화호는 하루에 단 한 번 이 열차밖에 안 지났는데, 이 열차가 없어졌다. 그렇잖아도 승객이 적은 야간 열차를 비슷한 시간대에 두 번이나 그쪽으로 내려보낼 필요를 느끼지 못해 없앤 것 같다. KTX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있을 것 같던 열차가 드디어 시각표가 바뀌거나 없어지다니 무척 놀랐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01 07:42 2010/04/0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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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밤차의 추억

서울과 부산을 잇는 철도 노선으로 경부선(경부 고속선 포함)만을 떠올리기 쉬우나, 사실은 중앙선과 동해남부선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에 청량리 역이 있다면 부산에는 부전 역이 그 역할을 한다. 경부선 이외의 다른 마이너 노선을 주로 취급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경부선은 선형도 좋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주요 대도시를 경유하는 매우 중요한 노선으로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일찌감치 복선화가 되었고, 1970년대에 이미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수도권 광역전철이 개통하기도 했다. 물론 서울과 부산을 직선으로만 잇는다면 용인, 상주를 경유하여 지금의 중부내륙 고속도로와 비슷한 노선이 거리가 더 짧으나, 험준한 지형을 피하기 위해 대전과 수원을 경유하는 노선이 결정된 것이다. (사실, 경부선 덕분에 가장 극적으로 급발전한 도시는 단연 대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부선과는 달리 중앙선은 경부선과 비슷한 위상의 장거리 간선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정지해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낙후해 있다. 건설부터가 경부선보다 35년 가까이 늦었고, 경부선은 이미 복선화 작업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물자가 열악하던 2차 세계 대전에 그것도 경부선보다 훨씬 더 험준한 오지를 경유하여, 애초에 여객보다 화물에 더 비중을 두고 졸속으로 만든 노선이니 경부선보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부선은 지금은 시속 140까지 달리는 구간도 있는 반면, 중앙선은 여전히 6~70대에 머물러 있다.

중앙선은 광역전철 개통도 덩달아 경부선보다 시기적으로 30년이 늦다. 복선 선로+대피선으로 전동차와 일반열차가 다니는 지금의 중앙선은 정확하게 1970년대 경부선의 모습이다. 경부선은 시도 때도 없이 서울-부산 열차가 드나들고 고속철까지 건설된 반면, 중앙선은 전구간을 다니는 열차조차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하며, 아직 전구간이 복선이나 전철화되지도 않아 있다. 청량리-부전 전역 정차 통일호가 2004년 KTX 개통에 맞춰서 폐지된 뒤에는 중앙선을 전구간 직통 운행하는 열차는 하루 단 한 번, 밤차밖에 없었다. (2008년부터는 낮에도 한 차례 전구간 직통 열차가 생기긴 했지만) 중부내륙과 중앙 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중앙선은 더욱 몰락의 길을 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경부선과 중앙선의 차이와 더불어, 그 중앙선 밤차의 추억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2003년 말, 서울에서 볼일을 본 후 새마을호를 타고 경주에 가려고 했는데 그 열차를 놓치고 못 타는 바람에 대신 우연히 발견하여 타게 된 열차가 바로 중앙선 밤차였다. 세상에 이런 열차가 있나 싶었다. 그 당시는 서울-경주가 무려 6시간 반이나 걸렸다. 비록 느리지만 수원, 천안, 구미, 대구처럼 늘 식상한 역명이 아니라 원주, 제천, 안동 같은 색다른 지역을 지나면서 철도 여행의 운치를 더욱 북돋워 주었다.

그 후 본인은 이 열차를 상행과 하행 할 것 없이 기회가 될 때마다 애용했다. 경부선 열차를 이용할 수 없는 시간대에 존재하는 매우 훌륭한 우회 경로였기 때문이다. 고속철이 개통한 이래로 열차 시각표가 무수히 많이 개정되었지만 중앙선 밤차만은 없어지지 않고 6년 전이나 지금이나 청량리 21:00 하행, 그리고 경주 0:06 상행은 바뀌지 않았다. 경주-서울 6시간 36분이던 소요 시간이 2005년 하반기에는 이 5시간 40분대로 좁혀지기도 했는데, 다이아가 비현실적이었는지 지금은 다시 6시간 10분 정도로 조정되어 있다.

서울 역을 출발하여 대구 역에서 대구선-동해남부선으로 빠지는 열차가 새마을호 중에는 여럿 있다. 하지만 무궁화호 중에도 밤 10시~10시 반 시간대에 서울을 출발하여 부전으로 가는 차가 하루 단 한 번 있다. 그래서 경주 역에 새벽에 도착하는 열차는 중앙선 밤차와 더불어 이 열차까지 합해 총 2회가 존재한다. 이 구도도 2003년 이래로 지금까지 전혀 바뀌지 않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사실 밤차라는 것은 엄청 장거리 내지 소요 시간이 긴 노선에 적합한 것이고 요즘은 없어지는 추세이다. 선로의 관리 측면에서 볼편하기 때문이다. 침대차만 해도 오래 전에 사라지지 않았던가. 밤에 청량리 역을 출발하여 다음 날 아침에 강릉에 도착하는 그런 노선에나 어울린다. 하지만 중앙선은 앞으로 획기적으로 열차 주행 속도가 빨라지지 않는 한, 이런 특별한 환경에 따른 수요를 충당하는 밤차가 당분간은 사라질 것 같지 않다. KTX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간선 노선! 그래서 본인 역시 이 열차에 애착을 갖고 앞으로도 더욱 자주 이용하고자 한다.

기타 잡설

1. 심야에는 중앙· 태백· 영동선과는 달리 경부선과 호남선은 전차선을 가동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인해 경부선 쪽 밤차는 언제나 디젤 기관차가 다닌다.

2. 고속철 개통 전에는 주말에만 운행하던 경주-대전 경유-광주 무궁화호가 있었다. 대전-서대전 구간을 지나가는 아주 독특한 열차였다. 본인은 고향이 경주이고 그 당시 학교는 대전이었다. 그러니 일요일 17:20에 경주를 출발하여 20:30쯤에 대전에 도착하던 이 열차는 학교로 돌아갈 때 이보다 더 적격일 수 없던 열차였다.
경주에 사는 덕분에 청량리 밤차를 비롯해 여러 독특한 열차를 이용할 기회가 있었다.

3. 경부선은 서울-대전 평지, 대전-대구 산악, 대구-부산 강과 들판이라는 세 가지 양상으로 나뉜다.
중앙선도 대략 그런 구도가 있다. 어디까지는 들판, 어디까지는 산, 안동 이남부터는 평지.. 여기에 대한 연구도 좀 해야 하는데, 맨날 밤차만 타니까 그렇게도 절경이라는 중앙선 바깥 경치를 잘 구경할 수가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0/02/16 07:32 2010/02/1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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