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ows에서 응용 프로그램의 창을 최대화하면 그 창은 화면에 말 그대로 꽉 차서 자신 주변의 테두리는 보이지 않게 된다.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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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머언 옛날, Windows 95에서는 일부 프로그램이 그렇게 일반적인 형태로 최대화가 되지 않았다. 테두리가 화면의 밖으로 밀려난 게 아니라 화면에 “포함된” 형태로 최대화되곤 했다. 그림판, 그리고 Internet Explorer 2가 대표적인 예였다. 너무 옛날 운영체제와 옛날 프로그램이어서 기억이나 실감을 못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실제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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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프로그램들은 왜 이렇게 동작했던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런 동작을 구현할 수 있을까?

Windows에는 창의 크기 내지 최대화 상태와 관련된 동작을 제어하는 WM_GETMINMAXINFO라는 요긴한 메시지가 있다. 이 메시지를 통해 이 창의 최소 및 최대 크기를 지정할 수 있으며, 창이 최대화되었을 때에 화면을 차지할 영역 범위도 지정할 수 있다.

크기 조절이 가능한 대화상자를 만들었는데 특정 한계 이하로는 가로나 세로 크기가 더 줄어들지 않게 하고 싶을 때, 그리고 가로로만 키울 수 있고 세로로는 더 키울 수 없게 하고 싶을 때 이 메시지를 처리하면 된다.

요즘은 좀 드물어졌지만 옛날에 Visual Basic 4라든가 델파이 같은 RAD 툴은 프로그램의 메인 윈도우 자체는 메뉴와 도구상자, 컴포넌트 팔레트 같은 것만 있었다. 폼 디자이너나 코딩 에디터는 메인 윈도우와 대등한 위상인 별도의 창으로 존재했다. 이 메인 윈도우는 가로로만 크기 조절이 되지 세로로는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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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과거의 ‘매체 재생기’ 역시 동영상은 별도의 창으로 출력됐지 메인 윈도우에는 메뉴와 위치 슬라이더, 재생 버튼 같은 것만 있었기 때문에 크기 조절은 가로로만 가능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최대화가 가능하지 않거나, 최대화를 하더라도 가로로만 최대화가 됐다. 이런 동작을 위해서 WM_GETMINMAXINFO에다 크기 한계치를 지정해 주면 된다.

또한 이 메시지는 한계를 지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계를 초월하는 창 크기를 지정할 때도 쓰인다. ‘전체 화면’ 기능을 구현하는 게 대표적인 예이다.

위와 같은 활용을 하기 위해서는 메시지와 함께 전달된 MINMAXINFO 구조체에서 ptMaxSize, ptMinTrackSize, ptMaxTrackSize의 값을 고치면 된다. 다만 이들은 개념적으로 POINT(x, y)가 아니라 SIZE(cx, cy)에 해당하는 값인데 왜 구조체를 POINT로 지정했는지는 개인적으로 모르겠다. 시각과 시간을 헷갈린 것과 비슷한 격이다.

자, 그럼 크기 조절이 아니라 처음 주제인 최대화 이야기로 돌아온다. Windows 95의 그림판이나 IE2와 같은 동작을 하려면 ptMaxPosition이라는 멤버의 값을 고치면 된다. 창이 최대화됐을 때 이 창이 있을 곳을 지정하는 정보이므로 얘는 SIZE가 아닌 POINT의 정의에 부합하며, 디폴트로는 테두리를 가리기 위해서 화면을 살짝 벗어난 음수값이 설정되어 있다. 이것을 (0, 0)으로 설정하면 테두리가 화면에 보이게 된다.

MINMAXINFO *lpMMI = reinterpret_cast<MINMAXINFO *>(lParam);
lpMMI->ptMaxSize.x += lpMMI->ptMaxPosition.x*2;
lpMMI->ptMaxSize.y += lpMMI->ptMaxPosition.y*2;
lpMMI->ptMaxTrackSize=lpMMI->ptMaxSize;
lpMMI->ptMaxPosition.x=lpMMI->ptMaxPosition.y=0;

그런데 놀랍게도 여기에는 반전이 있다.
95 이후 오늘날의 Windows에서는 ptMaxPosition의 x, y 값을 모두 0으로 지정하면 값이 인식되지 않는다. 테두리가 밖으로 가려지는 디폴트 방식으로 창이 최대화된다. (0, 0)일 때만 의도적으로 보정을 한다는 것은 (0, 1), (1, 0) 이나 (-1, -1) 같은 비슷한 값을 줘 보면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오로지 Windows 95만이 (0, 0)을 주면 창의 최상단 좌측 꼭지점이 말 그대로 (0, 0)으로 잡힌다. 이것은 본인이 프로그램을 직접 작성해서 돌려 보면서 확인한 사항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Windows 98(그 이후도 물론 포함)의 그림판은 95와 외형과 기능의 차이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화했을 때 95처럼 테두리가 보이는 형태로 커지지 않는다.
쉽게 말해 저건 오로지 95에서만 볼 수 있었던 추억의 특이한 동작인 것이다. NT4는 사정이 어떠했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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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_GETMINMAXINFO는 DefWindowProc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참고하도록 하자.
우리가 이 메시지를 받은 순간부터 lParam이 가리키는 MINMAXINFO 구조체에는 디폴트 값들이 이미 들어있으며, 우리는 필요한 경우 이 값들을 고치기만 하면 된다.
DefWindowProc가 구조체에다 디폴트 값을 넣어 준다거나 하는 건 없기 때문에 이 메시지는 그리로 전달을 하건 말건 동작이 달라지지 않는다.

훗날 Windows XP에서는 응답이 없이 죽어 버린 프로그램 창에 대해서 최소한의 반응성을 보장하기 위해 ghost 윈도우라는 걸 도입했다. 그런데 최대화된 상태에서 고스트가 됐다가 다시 살아난 윈도우는 최대화 이전 상태의 크기 정보가 사라져서 딱 저 95처럼 화면에 테두리가 보이는 최대 크기로 바뀌는 버그가 있었다. 물론 sp1 무렵에 곧바로 고쳐지긴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5/12/28 19:37 2015/12/2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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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파일러의 경고 외

군대 유머, 관제탑 유머가 있는 것처럼 변호사를 소재로 한 블랙코미디 시리즈가 있다.
돈만 주면 자기 양심과 혼까지 팔아서 온갖 미사여구와 궤변(?)으로 범죄자의 형량을 감소시키고 심지어 무죄로 조작한다는.. 변호사에 대한 좀 과장되고 왜곡된 이미지가 들어가 있다.

천당과 지옥(혹은 천사와 악마)이 법정에서 소송이 붙으면 천당/천사 진영은 아마 승산이 없을 거라는 개드립조차 있다. 왜냐하면 유능한(=타락한-_-) 변호사들은 몽땅 지옥에 가 있어서 다 악마 편이기 때문에. -_-;; 물론 영적 법정에서 실제로 하나님이 어떤 편인지를 안다면, 그리고 성경에서 judgment라든가 judge라는 단어의 용례만 쭉 뽑아 보면 개드립은 그냥 개드립일 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변호사가 굉장히 바보 같은 질문을 할 때가 있(었)는가 보다. 예를 들어..

  • 그림을 도둑맞던 당시에 선생님/고객님은 현장에 계셨습니까?
  • 그 일을 혼자 하셨나요? 아니면 단독 범행?
  • 충돌 당시에 두 차가 얼마나 떨어져 있었죠?
  • 그 스무 살 먹었다는 막내아들이 나이가 어떻게 된댔죠?
  • 전쟁에서 죽었다는 사람이 당신이었습니까, 아니면 당신 동생이었습니까?
  • 건망증을 앓고 계셨다면, 그럼 그 동안 잊어버린 것들의 예를 좀 들어 주시죠.

도대체 저 변호사 양반이 왕년에 그 무시무시한 사법 시험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아니면 악착같은 공부 기계 괴수들이 몰리는 로스쿨을 어떻게 들어가서 졸업했고 어떻게 변호사 시험을 합격했는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바보같은 질문은 그 변호사가 너무 격무에 시달린 나머지 (1) 정말로 뇌에 나사가 좀 풀려서 감을 잃었거나, (2) 정신 없어서 의뢰인을 완전 성의없게 대해서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3) 일부러 바보 같은 질문을 던져서 일종의 심문을 하려는 의도도 있다. 같은 내용을 비비 꼰 바보 같은 질문에 낚여서 진지하게 대답하다 보면, 일관성 없는 진술이 들통날 수 있기 때문이다.

뭐, 여기서 내가 법조인들의 심리나 심문 기법 같은 걸 얘기하려는 건 아니고.
중요한 건, 자연 언어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코드도 사람이 작성하는 것이다 보니 저런 바보 같은 문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컴파일러가 그걸 지적해 주는 것을 우리는 '경고'라고 부른다.

간단한 예로는 선언만 해 놓고 사용하지 않은 변수, 초기화하지 않고 곧장 참조하는 변수, 한쪽에서는 class로 선언했는데 나중에 몸체를 정의할 때는 동일 명칭을 struct로 규정한 것이 있다. 딱히 에러까지는 아니고 코드 생성이 가능하지만, "혹시 다른 걸 의도한 게 아니었는지" 의심할 만한 부분이다.

더 똑똑한 컴파일러는 세미콜론이나 =/==사용이 아리까리해 보이는 것도 경고로 찍으며, 이런 것도 지적해 준다.
unsigned long p; (...) if(p<0) { }

unsigned 타입의 변수를 보고 "너 혹시 0보다 작니?"라고 묻는 건 그야말로 변호사가 "당신과 당신 동생 중 전쟁에서 죽은 사람이 누구라고 했죠?"라고 묻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저 if 안에 있는 코드는 unreachable이라고 지적해 주는 건 적절한 조치이다.

사실, 사람이라 해도 처음부터 대놓고 저렇게 바보 같은 문장을 작성하는 경우는 드물다. 작성한 지 오래 된 코드를 나중에 리팩터링이나 다른 수정을 하게 됐는데, 같이 고쳐져야 하는 문장이 일부만 고쳐져서 일관성이 깨지는 경우가 더 많다. 남이 int를 기준으로 작성해 놓은 코드를 나중에 후임이 UINT로 고치면서 저 if문의 존재를 잊어버린다거나(알고 보니 이 값에 음수가 들어오거나 쓰일 일은 절대 없더라). 버그도 이런 식으로 생기곤 한다.

비주얼 C++에서 경고는 총 4단계가 있다. 1단계는 정말로 말이 안 되어 보이는 것만 출력하고, 4단계까지 가면 정말 미주알고주알 별걸 다 의심스럽다고 지적한다. 경고들을 그렇게 여러 단계로 분류한 기준은 딱히 표준이 있지는 않고 그냥 컴파일러 제조사의 임의 재량인 것으로 보인다.

비주얼 C++이 프로젝트를 만들 때 지정하는 디폴트는 3단계이다. 3단계를 기준으로 깔끔하게 컴파일되게 작성하던 코드를 4단계로 바꿔서 빌드해 보면 이름 없는 구조체를 포함해서 사용되지 않은 '함수 인자'들까지 온통 경고로 뜨기 때문에 output란이 꽤 지저분해진다. 물론, 특정 경고를 그냥 꺼 버리는 #pragma warning 지시문도 있지만, 그 자체가 소스 코드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고.

그러니 어지간하면 3단계만으로 충분하지만, 4단계 경고 중에도 컴파일러가 잡아 주면 도움이 되겠다 싶은 일관성 미스 같은 것들이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코드의 모든 구조를 알지 못하는 공동 작업을 하는 경우.. (직감보다 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짐) 그리고 팀원/팀장 중에 좀 결벽증 강박관념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경우, 4단계를 기준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커밋하는 코드는 반드시 경고와 에러가 하나도 없어야 한다고 못을 박곤 한다. 심지어 경고도 에러와 동등하게 간주시켜서 빌드를 더 진행되지 않게 하는 컴파일 옵션을 사용하기도 한다.

변호사 유머를 보니까 컴파일러의 경고가 생각이 나서 글을 썼다.
내 생각엔 a=a++처럼 이식성 문제가 있고 컴파일러 구현체마다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코드에 대해서나 경고가 좀 나와 줬으면 좋겠다. 저것도 초기화되지 않은 변수만큼이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주얼 C++의 경고 level 4 옵션으로도 저건 그냥 넘어가는 듯하다.

예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듯, 법은 사람을 제어하는 일종의 선언/논리형 프로그래밍 언어로서 컴퓨터 사고방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물건이다. 또한, 프로그램의 버전을 얼마나 올릴지 결정하는 게 형벌의 양형 기준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잡다한 기능들을 많이 추가한 것, 짧고 굵직한 기능을 구현한 것, 비록 작업량은 별로 많지 않지만 현실에서의 상징성과 의미가 굉장히 큰 것, 아니면 그냥 적당히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숫자를 팍 올리는 것.

형벌이라는 것도 사람을 n명 죽인 것에 비례해서 징역이 올라가는 그런 관계는 당연히 아닐 테니, 상당히 많은 변수들이 감안된다.
이런 것들을 다 감안해서 다음 버전의 숫자를 결정하는데 이거 굉장히 복잡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5/12/10 08:33 2015/12/1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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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넷 아시아 서버에 들어가 보면 무려 2015년 말인 지금까지도 스타크래프트 1을 하는 사람이 제법 보인다. 방을 만들어 놓으면 새로운 사람이 의외로 금방 들어와서 1:1이고 2:2이고가 된다.
이들은 도대체 어디서 뭘 하는 사람들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스타에 자신의 10대와 20대 시절의 추억을 남긴 건 확실한 분들일 것이다.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아직 활동 중인 건 일면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이 사람들이 만만한 스타 초짜일 거라는 생각은 접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2015년, Windows 10이 나온 이 시점에서 640*480 256색 펜티엄 + 윈도 95급 컴용 초 구닥다리 스타 1을 찾아서 하고 있는 사람들이 갓 입문한 뉴비 하수일 리가 있겠나..;; 방 이름을 "초보만요"라고 아무리 붙여도 실제로 초보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얼마 전엔 오랜만에 고딩 동창을 만나서 PC방에서 몇 판 땡겨 봤다.
스마트폰 덕분에 단순 인터넷 서핑용으로 PC방을 이용할 일은 전혀에 가깝게 없어졌고 게임마저도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지만..
자그마한 스마트폰이 헤비 게임 매니아들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PC방이 아무리 코너에 몰린 산업이라고 해도 당장 몽땅 싸그리 폐업할 지경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확실하게 느낀 건 스타를 하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수준이 옛날과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무한/유즈맵이나 찾아 하는 초딩 따위는 없으며, 아저씨들 실력은 다들 왕창 상향평준화했다고 봐야 한다. 하긴, 아직도 리니지 1이나 퀘이크 아레나를 하는 사람도 있다니까 뭐..

본인의 대학 학부 시절엔 나보다도 못하는 사람, 황당무계한 플레이를 하는 애들도 종종 보였다. 팀플도 이만치 하면 나 같은 하수가 꼽사리로 껴도 승리도 종종 하곤 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_=;; 만나는 상대방마다 단위 시간당 모으는 자원, 뽑아내는 유닛이 장난이 아니다.

저글링이나 질럿 같은 밀리 유닛은 뭉치는 컨트롤도 꽤 잘한다. 그냥 어설프게 어택 땅만 했다가는 대등한 유닛 수로도 몰살 당한다는 교훈을 뒤늦게 얻었다. -_-;; 에휴...
스타를 잘하려면 크게 다음과 같은 네 분야에 충실해야 할 것 같다. 운전으로 치면 집중, 방향 감각, 비상 대처 요령처럼 제각기 서로 다른 분야이다. 허나, 말은 쉬워도 실제로 지키기는 어렵다.

  • 제일 기본적인 구도는: 일꾼을 꾸준히 많이 뽑아서 자원 왕창 모으고, 그 자원으로 물량 왕창 뽑아서 힘싸움을 한다.
  • 그러기 위해: 자원이 너무 남거나 모자라지 않게 하고, 서플라이 병목이 발생하지 않게 관리한다.
  • 장기적인 전략: 수시로 적진 정찰해서 무슨 테크나 전략으로 대응할지도 판단 잘한다. 그리고 말라죽지 않으려면 멀티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 마이크로 컨트롤: 전투 중일 땐 세세한 유닛들 컨트롤도 잘해 주고..;; 전장에서의 컨트롤과 본진에서의 컨트롤을 멀티태스킹으로 해야 한다. (전투 중에도 계속 유닛 뽑는 것 잊지 말 것)

스타(1998)는 실시간 전략 시뮬 분야에서, 퀘이크 3 아레나(99~2000)는 FPS 분야에서 세기말을 장식한 정말 불멸의 명작이었다. 너무 완성도가 높게 잘 만들어졌고, 후속 작품까지 팀킬할 정도로 너무 장수했다.

특히 아직까지 퀘이크 투기장을 어슬렁거리는 애들은.. 정말 인간이길 포기한 괴수들이라고 그 악명을 익히 들었다.
초짜가 한 명 들어왔다가는 그냥 눈 깜짝할 사이에 죽는다. 레일건 같은 즉발 무기는 당연히 초정밀 원샷 원킬이며, 로켓 런처나 심지어 수류탄 같은 비선형 무기까지 남이 움직이는 궤적까지 예측하면서 다 맞힌다. 거기에다 이동 속도는 그냥 축지법 쓰는 수준. 아무리 death cam 기능이 있어도 누가 날 죽였는지 확인조차 어렵다.

그러니 초짜는 질려서 다 떨어져나가고, 고수들만 남아서 평균 실력은 더욱 상향평준화하니 난이도는 더욱 헬인 매니아 게임이 돼 간다고.
스타도 장수한 만큼 그런 경지에 도달한 지 오래다. 오늘은 스타를 하면서 오랜만에 든 생각을 더 끄적여 보겠다.

.1.
스타크래프트에서 각 종족별로 건물을 짓는 걸 보면 잘 알다시피...
프로토스는 프로브가 워프 게이트만 만들어서 건물이 알아서 소환되게 하며, 테란은 SCV가 손수 건물을 짓는다. 그리고 저그는 드론이 자기 몸을 직접 건물로 변이시킨다.
지구상의 동물 중에도 비버처럼 재료를 물고 와서 SCV 스타일로 건축을 하는 동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저그에서 반영이 되지 않았다. 덕분에 morph 이런 말을 난 언어학에서 접하기 전에 스타에서 먼저 접했다.

스타 3종족의 빌드 형태를 프로그래밍에다 비유하면.. 프로토스는 작업이 비동기적이다. 함수를 호출해서 작업을 요청하면 그 작업은 별도의 스레드에서 백그라운드로 돌며, 그 상태로 함수 실행이 즉시 끝나고 되돌아온다.
Windows에서는 CreateProcess, TerminateProcess 같은 프로세스 관련 요청들이 대체로 비동기적이며, Windows RT 환경에서는 상당수의 작업들이 동작 형태가 비동기적으로 바뀌었다. 동기화를 위해서는 특수한 언어 문법을 동원해야 할 정도가 됐고.

테란이야, 함수를 호출하면 그 작업이 다 끝난 뒤에 함수 실행이 끝나고 제어가 되돌아오는 가장 일반적(순차적, 동기적)인 형태이고..
저그는 마치 Windows에서 배치 파일을 이용해 실행 중인 자기 파일을 제거하는 것처럼.. 작업 요청을 외부에다 해 놓은 뒤 자기 자신을 신속히 종료해야 다음 작업이 진행되는 형태이다.
성경에도 유언은 유언을 남긴 사람이 죽은 뒤에야 효력을 발휘한다는 말이 있는데(히 9:16), 그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2.
그나저나 이것도 종족별 컨셉인지는 모르겠는데, 프로토스는 건물이 완성되어도 어떤 형태로든 알림이 원래 전혀 없었구나. 지금까지 이걸 한 번도 따져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테란이야 미니맵으로도 위치가 하이라이트되고 SCV가 "Job finished!"라고 맵 전역에서 우렁차게 복창을 하기 때문에, 화면 어디를 보고 있건 건물 완성 이벤트를 모를 수가 없다.
저그는 맵 전역에서 들리는 소리는 없지만 그래도 미니맵으로 위치 하이라이트는 해 준다. 프로토스만 완전 나몰라라이다. 건물이 소환되고 있는 곳을 눈여겨보고 있어야 한다.

3.
프로토스는 건물과 유닛을 현장에서 생산하는 게 아니라 워프 게이트를 열어서 고향 행성으로부터 소환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심지어 지상 유닛들은 죽는 것도 죽는 게 아니라 치명상을 입을 뿐이고, 그 즉시 고향 행성으로 소환돼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질럿과 템플러는 죽더라도 테란· 저그의 지상 유닛과는 달리 피를 흘리는 시체가 남지 않는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단지 사라질 뿐"이라는 맥아더 장군의 연설처럼 되는 설정인 셈이다. (단, 드라군의 최후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자..;;)

그리고 프로토스도 모든 유닛이 소환은 아니다. 생명체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몇몇 '로봇 유닛'은 현장에서 생산한다. 넥서스에서 생산하는 일꾼 프로브, 그리고 로보틱스 퍼실리티의 유닛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얘들은 프로토스라 해도 생산 중일 때 opening warp gate가 아니라 buliding이라는 말이 뜨며, 프로브와 리버는 죽을 때 그냥 폭발하며 터지지 연기처럼 사라지는 효과는 없다. 또한 퀸의 브루들링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4.
스타에서 모든 종족의 건물들은 파괴되고 나면 잔해가 지면에 한동안 남아 있는다. 테란의 건물들도 공중에 뜬 상태에서 공격을 받아 터진 게 아니라면 잔해가 남아 있다.
그러나 프로토스는 건물 중에 파일런과 '실드 배터리'는 예외적으로 잔해가 남지 않고 그냥 펑~ 터져 없어진다. 파일런이야 성격이 좀 특이한 건물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왜 실드 배터리도 잔해가 남지 않는 걸까?

링크로 소개하는 이 동영상은 프로토스가 테란을 상대로 매너 파일런으로도 모자라서 적진에다가 실드 배터리까지 박은 플레이 영상이다. 그래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온 질럿이 아군 기지가 아니라 적진 한복판에서 실드를 보충까지 하면서 SCV와 마린을 때려잡는다. -_-;;;

물론 파일런과 실드 배터리는 곧 파괴된다. 그런데 이들은 아무 잔해를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사라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비슷한 방어 건물인 포톤 캐논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신기한 일이다.

5.
건물에 "나 생산/업그레이드 중이요!" 상태를 거짓말 전혀 못 하고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종족은 테란이다. 모든 생산· 연구 건물들은 동작 중일 때 불빛이 반짝거리고 기계가 돌아가는 게 보인다.
저그는 알을 부화하고 있는 것이야 다 보이지만, 업그레이드 건물들은 연구 중인 게 티가 잘 안 나는 편이다. 단, 스파이어는 업그레이드 중일 때 꼭대기의 지붕 부분이 뭔가 돌아가는 것 같던데.

프로토스는 일단 생산 건물인 게이트웨이(지상 유닛)와 로보틱스 퍼실리티는 생산 중인 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 생산 건물이 이렇게 조용한 경우는 세 종족 중 프로토스가 유일하다. 단, 프로토스도 넥서스(일꾼)와 스타게이트(공중 유닛)는 생산 중일 때 불빛이 반짝거린다. 연구 건물의 경우, 일반 업그레이드를 담당하는 포지와 사이버네틱스 코어는 상태가 보이지만 나머지 건물들은 조용한 듯(시타델 오브 아둔, 템플러 아카이브, 플릿 비콘 등).

6.
골리앗은 카론 부스터(대공 사거리 증가) 업그레이드를 하고 나면 사거리만 느는 게 아니라 미사일의 비주얼 이펙트 자체가 바뀌는구나!
우와, 지금까지 꿈에도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정말 놀랍다.
어떤 형태로든 사거리 업그레이드가 있는 유닛은 각 종족마다 하나씩 마린, 히드라, 드래군 정도가 있고 골리앗은 브루드워에서 좀 특이한 형태의 업그레이드가 추가된 경우이다. 대공에 한해 사거리가 +1 정도가 아니라 무려 +3으로 크게 늘어나는 것이니 비주얼이 같이 바뀔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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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옛날에는 드론이라고 하면 6드론/9드론 저글링 이런 게 먼저 떠올랐는데, 세월이 흘러 요즘은 드론이 소형 무인기를 뜻하는 용도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5/11/22 08:31 2015/11/2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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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의 공용 컨트롤 열전.
날짜/시간 컨트롤에 이어 오늘은 툴바(toolbar)라고 불리는 '도구상자/도구모음줄' 컨트롤에 대해서 좀 얘기를 해 보겠다.

메모장 같은 급의 초간단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표준 GUI 기반인 대다수의 프로그램들은 상단에 클릭 가능한 그림 버튼들이 가로로 쭉 늘어서 있다. 도구모음줄은 바로 그 그림 버튼들의 표시를 책임진다. 각 그림 내지 아이콘은 그 프로그램에서 자주 쓰이는 명령들을 나타내며, 이를 클릭하면 일일이 메뉴를 열어서 글자 형태로 된 명령문을 읽고 선택하는 것보다 명령을 더 빠르게 내릴 수 있다.
자주 쓰이는 명령에 대해서 키보드에 단축키가 있다면 마우스에는 도구모음줄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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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도구모음줄은 컴퓨터의 성능 관점에서는 그렇게 효율적인 도구가 아닐지도 모른다. 요즘이야 제약이 덜해지긴 했지만, 과거에 화면 해상도가 충분하지 못하던 시절에는 텍스트나 그림 같은 문서 컨텐츠를 한 줄 표시할 공간이 아까운데 도구모음줄을 늘어놓는 건 화면 낭비였다. 수십 종류에 달하는 명령 아이콘들도 다 메모리를 수십 KB 이상씩 잡아먹는다는 건 역시 두 말할 나위가 없고.

하지만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했더니 그냥 빈 화면에 cursor만 달랑 깜빡이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컬러풀한 아이콘들이 가득한 도구모음줄 하나라도 좀 놓여 있는 게 사용자에게 친근하다. 이것이 마우스 사용자에게는 뭔가 클릭할 거리를 제공함으로써 프로그램을 더 편리하게 사용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1990년대 초, Windows 3.x 시절에도 MS Word나 Excel의 까마득한 옛날 버전을 보면 파일, 편집, 보기 같은 자주 쓰인 명령이 등재된 도구모음줄이 있었다. 도구모음줄이라는 개념은 그때 처음으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 시절에는 도구모음줄은 자체 구현이었고 MFC조차도 그걸 자체 구현해 줬었는데, Windows 95로 넘어오면서 운영체제의 공용 컨트롤로 형태가 바뀌었다. MFC의 ToolBar 클래스도 4.0 32비트 버전부터는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놈을 쓰는 걸로 형태가 바뀌었다.

그리고 1990년대 말, MS Office 97부터는 버튼의 모양이 마우스로 가리키고 있는 놈만 얇은 입체 테두리가 나타나는 flat 스타일로 바뀌었으며, 메뉴도 도구모음줄 버튼이 있는 명령은 왼쪽에 그 도구모음줄 아이콘이 같이 뜨게 되었다. 이건 당시로서는 나름 굉장히 참신한 디자인이었다.
Office야 운영체제의 표준 GUI를 안 쓰는 걸로 악명(?)이 높았으니, flat 스타일은 Windows 98 타이밍 때 공용 컨트롤에도 도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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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 차원에서 공용 컨트롤이 등장했으니 Visual C++과 MFC가 독자적으로 하는 일은 이제 없어졌느냐 하면 여전히 그렇지 않다. MFC가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1) 먼저, 도구모음줄의 컨테이너격인 Control bar를 제공한다. 도구모음줄의 폭을 자유롭게 지정하고 위치도 자유롭게 옮기고 심지어 부모 윈도우의 상하좌우 등 어디든 자유롭게 붙이거나 떼는 것은 운영체제가 알아서 해 주는 일이 아니다. MFC의 도움 없이 직접 구현하는 건 머리에 쥐가 나는 노가다이다. 심지어 드래그하기 편하게 왼쪽에 그려 주는 gripper 세로줄 공간도 MFC가 그려 준 결과물이다.

개발하는 프로그램이 덩치가 MS 오피스 내지 포토샵 같은 상업용 프로그램 급으로 커지면 도구모음줄이 2개 이상 존재하게 된다. 보기 메뉴의 '도구모음줄' 항목은 체크 하나만 달랑 있는 게 아니라 '표준, 서식, 그리기' 등 도구모음줄의 종류를 가리키는 부메뉴를 갖게 된다.
도구모음줄이 하나밖에 없을 때는 겨우 그것만 이리저리 옮기고 붙였다 떼는 기능이 좀 잉여스럽게 느껴지겠지만, 그게 여러 개가 존재하게 되면 이들의 위치를 관리하는 기능은 필수가 된다. MFC는 그런 필수 기능을 구현해 준다.

도구모음줄이 한두 개도 아니고 무려 10~20개씩 달려 있는 방대한 프로그램은 도구모음줄의 버튼들을 사용자 정의(customize)하는 기능도 전문적으로 갖추고 있다. 공용 컨트롤이 기본으로 제공하는 customize 기능도 있지만, 그건 전체 아이콘들 집합에서 자기 도구모음줄에다가 추가할 버튼을 선택하고 순서를 바꾸는 것 정도가 전부이다. 그 반면 MS Office의 경우, 2007 이전 버전은 메뉴의 텍스트, 도구모음줄의 버튼 그림까지 전부 사용자가 바꿀 수 있어서 가히 개발자의 근성을 짐작케 하는 엄청난 customize 기능을 제공했다. 나중에는 MS Office는 리본 UI 기반으로 바뀌고 Visual Studio도 WPF 기반으로 UI가 싹 바뀌면서 이런 기능은 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런 컨테이너 기능 말고도 또 Visual C++가 MFC와 연계하여 제공하는 기능은 바로 (2) IDE가 제공하는 리소스 편집기이다.
MFC로 응용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우리는 리소스 편집기를 이용해서 리소스에다가 Toolbar를 추가하고 도구 버튼과 아이콘, 연계 명령들을 넣곤 한다. 그런데 이 Toolbar라는 리소스 카테고리는 Windows가 제공하는 표준 리소스 포맷이 아니다. 비트맵, 아이콘, 메뉴, 문자열과는 달리 표준 포맷이 아니며, MFC가 자체적으로 정의해서 사용하는 포맷이다. 여기에 지정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구모음줄을 초기화하는 것은 응당 MFC의 몫이다. LoadIcon, LoadMenu, LoadString 따위와는 달리, LoadToolBar는 MFC 클래스의 멤버 함수로나 존재하지 Windows API에는 없다.

게다가 이 toolbar 리소스는 단독으로 있는 것도 아니다. 얘가 정의하는 것은 한 도구모음줄에 몇 개의 버튼이 있고 각 버튼이 의미하는 명령 ID는 무엇인지, 혹은 이것이 구분자인지 같은 정보가 전부이다. 그 도구모음줄이 참조하는 비트맵은 같은 ID의 Bitmap 리소스에 있다.
하지만 Visual C++ IDE는 도구모음줄과 연계하는 비트맵은 비록 비트맵이라 할지라도 표준 비트맵 리소스에서 따로 표시를 하지 않으며, 그 비트맵은 도구모음줄 리소스를 편집하는 곳에서 버튼 구조와 함께 편집하게 돼 있다. 프로그램이 내부적으로 이런 보정 처리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MFC는 한 프로그램 윈도우에 대해서 한 리소스 ID를 부여하여 이걸로 문자열(프로그램 제목), 아이콘, 액셀러레이터 단축키, 표준 도구모음줄(비트맵 포함)까지 한데 관리를 하기까지 한다. 이것이 바로 CFrameWnd::LoadFrame 함수가 하는 일이다. 참 대단한 발상이다.

다음으로, 도구모음줄에 대해서 프로그래머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기술적인 사항이 하나 있다.
도구모음줄의 버튼 그림은 작고 아담한 게 아이콘을 닮았지만, 실제로 이건 아이콘이나 마우스 포인터와는 달리 그냥 비트맵이다.
'아이콘'은 이미지 비트맵과 마스크 비트맵으로 구성되어서 태생적으로 래스터 오퍼레이션을 통해 투명 배경이나 반전 같은 걸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지 비트맵 한 장만 갖고는 그런 걸 표현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도구모음줄 버튼은 어떤 방식으로 투명색을 표현하는 걸까?

이 방식은 생각보다 굉장히 원시적이고 단순무식하다. TB_ADDBITMAP 메시지라는 재래식 방식을 쓰는 경우, 도구모음줄은 이미지 비트맵 한 장만 달랑 받아들이고 투명 처리 같은 걸 해 주지 않는다. 비트맵을 생으로 있는 그대로 출력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MFC의 도구모음줄 클래스는 자신의 리소스 비트맵 이미지에 대해서 보정을 한다. 비트맵에 RGB(192,192,192)에 속하는 은색/회색 픽셀이 있으면 그걸 현재 운영체제의 COLOR_BTNFACE 시스템 컬러로 바꾸고, 은색 말고도 짙은 회색이나 검정, 하양은 그에 상응하는 시스템 컬러로 바꾼다. 그렇게 보정된 비트맵을 도구모음줄로 보내서 은색이 편의상 투명 배경색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보정을 안 하면 바로 이런 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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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색상이 바뀌어서 WM_SYSCOLORCHANGE 메시지가 오면? 당연히 도구모음줄 비트맵도 매번 다시 만들어서 지정한다.
MFC를 뒤져 보면 이 일을 하는 AfxLoadSysColorBitmap라는 함수가 bartool.cpp에 있다. 아니, 이렇게 색깔 치환을 한 비트맵을 생성하는 함수가 Windows 95 시절부터 comctl32.dll에 CreateMappedBitmap이라고 있어 왔다. 도구모음줄 전용이기 때문에 user32도, gdi32도 아닌 comctl32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색깔 보정이 마냥 삽질인 것만은 아닌 것이..
시스템 색상이 고대비 검정 같은 걸로 바뀌었을 때는 검은색을 흰색으로 바꾸는 작업도 어차피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구모음줄의 비트맵은 반쯤은 이런 유동적인 환경 변화에도 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도구모음줄용 비트맵으로 원시적인 생 비트맵뿐만 아니라 image list를 지정하는 TB_SETIMAGELIST 메시지는 Internet Explorer 4는 아니고 3과 함께 약간 나중에 추가됐다.
image list는 자체적으로 마스크 정보도 포함할 수 있으니 예전보다는 상황이 좀 낫다. 또한 ImageList_LoadImage 함수는 은색이 아닌 임의의 색깔을 투명색으로 지정할 수 있고, 아예 default로 (0,0) 화면 최상단 좌측 픽셀을 투명색으로 지정하게 할 수도 있다.
평소에는 흑백 이미지이다가 마우스 포인터가 가리키고 있는 버튼만 컬러 이미지로 출력하는 일명 hot image를 지정하는 것은 이렇게 image list 형태로만 지정 가능하다.

이렇게 특정 한 색깔을 투명색으로 끌어다 쓰는 건 아무래도 16색/256색 시절의 그래픽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한 발상이다. MFC feature pack을 이용해서 트루컬러 아이콘이 들어간 도구모음줄을 만들면 당장은 보기 좋지만 시스템 색상을 고대비 검정으로 바꿔 보면 경계가 완전 뭉개지고 보기 좋지 않은 걸 알 수 있다. 어느 배경색에도 경계가 부드럽게 나오려면 근본적으로 알파채널이 쓰여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오늘날 도구모음줄은 아이콘들이 그런 것처럼 트루컬러와 알파 채널에 대비가 돼 있어야 하고, 그러면서 고대비 모드도 지원해야 하며, 더 욕심을 부리자면 고해상도 DPI에서는 약간 큰 비트맵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 MS Office의 리본 UI는 고대비 모드에서는 그냥 16컬러로 간략화한 비트맵을 대신 출력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날개셋> 편집기는 겨우 그 덩치의 프로그램에서 저런 것까지 일일이 대비하는 건 너무 낭비라 여겨지기 때문에 도구모음줄의 아이콘은 그냥 16*16 크기의 16색에 머물러 있다.. ^^

그나저나,

  • 공용 컨트롤을 쓰지 않고 자체 구현된 도구모음줄은 대화상자를 띄우는 명령을 클릭한 경우, 대화상자가 떠 있는 동안에 버튼이 여전히 눌러져 있기도 했던 것 같다. MS Office 2007 이전의 옛 버전과 Visual C++ 6 등이 그 예다.
  • 전무후무하게 도구모음줄 배경에 solid color가 아니라 무늬가 있었던 IE 3의 도구모음줄은 어떻게 구현되었는지가 새삼 궁금해진다. 얘는 표준 공용 컨트롤 기반인데, 아마 얘 때문에 image list 기능이 도입되었지 싶다. 이쯤 되면 버튼 비트맵에 자체적으로 마스크 정보가 있어야만 도구모음줄 배경과도 합성이 가능하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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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5/11/16 08:36 2015/11/1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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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는 자체적으로 달력과 시계 기능이 포함되어 있으며, 운영체제에는 그걸 설정하는 기능이 있다.
대략 197, 80년대 엄청 미개하던 시절에는 개인용 컴퓨터의 시계에 배터리가 없었다. 그래서 컴퓨터가 꺼지면 현재의 날짜· 시각 정보가 사라졌으며, 매번 부팅 때마다 사용자가 그걸 다시 지정해 줘야 했다. 옛날에 도스가 autoexec.bat가 없으면 디폴트로 하던 일이 바로 date, time 명령을 실행하여 날짜· 시각을 입력받는 것일 정도였다.

그 반면 지금은 컴퓨터가 자체적으로 날짜· 시각을 관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Windows의 경우 XP부터는 인터넷 서버로부터 시각을 자동으로 동기화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그러니 긴 시간이 흐른 뒤에 시계가 오차가 쌓여서 부정확해질 일이 없어졌다. 기지국으로부터 받은 시각을 표시하는 휴대전화처럼 말이다. 다만, 휴대전화는 자체 시계는 없는지, 기지국과의 통신이 끊어지면 컴퓨터와는 달리 시각을 아예 표시를 못 하는 것 같다.

XP를 넘어 Windows Vista부터는 날짜· 시각을 사용자가 변경하는 건 관리자 권한이 필요한 일로 바뀌었다. 보안과 권한 개념이 발달해 있는 유닉스 계열 컴퓨터에서는 진작부터 그랬다.
거기에다 자동 동기화 기능까지 있으니 일반인이 컴퓨터에서 날짜· 시각을 손수 건드릴 일은 거의 없어졌으며, 소프트웨어의 사용 기한 같은 걸 속이려고 컴퓨터의 날짜를 조작하는 일도 예전보다는 쉽지 않게 됐다.

Vista 이전의 과거엔 Windows에서 작업 표시줄의 시계를 더블 클릭하면 곧장 날짜· 시각을 입력받는 제어판 대화상자가 떴다. 그러나 지금은 간단하게 달력과 아날로그 시계만 뜬 뒤, 날짜· 시각을 바꾸는 대화상자는 추가로 버튼을 클릭해야만 나오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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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창은 정식 대화상자가 아니며, 마우스로 이동을 시킬 수가 없고 바깥을 툭 건드리기만 하면 바로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UI가 좀 불편해진 면모도 있다. 하지만 read-only 형태의 달력· 시계 UI만 먼저 제공하고 수동 변경 기능을 뒤에 숨겨 놓는 것 자체는 디자인상 필요했으며 바람직한 조치이다. 또한 변경 기능의 접근성을 떨어뜨린 대신, 시차를 고려해 최대 2개의 custom 시계를 추가로 표시할 수 있게 한 건 예전 버전에는 없었던 편리한 기능이다.

아무튼, 어떤 형태로든 사용자로부터 날짜와 시각을 입력받는 UI가 필요하니, 태초에 Windows 95의 날짜· 시각 제어판 애플릿은 이런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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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Windows 95 시절부터 제어판의 날짜· 시각 대화상자에는 커스텀 컨트롤이 은근히 많았다는 점이다.
이 대화상자는 IE 4 내지 공용 컨트롤 4.7이 등장하기 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저 달력은 SysMonthCal32 공용 컨트롤이 아니다. 공용 컨트롤은 컨트롤 자체에 달력뿐만이 아니라 년과 월을 선택하는 기능이 존재하는 반면, 저 커스텀 컨트롤은 년 월 선택은 위의 콤보 박스에서 따로 하고 있다.
아날로그 시계는 두 말할 나위도 없고, 그 아래의 시간 선택 컨트롤도.. 에디트 컨트롤 몇 개를 내부적으로 갖다 붙인 커스텀 컨트롤이지 SysDateTimePick32가 아니다.

Windows Vista부터는 제어판의 날짜· 시각 대화상자가 구닥다리 자체 구현 달력이 아니라 공용 컨트롤을 사용하는 것으로 구조가 바뀌었다. 하지만 시각을 입력받는 에디트 컨트롤은 공용 컨트롤이 아니라 여전히 재래식 방식이다.
또한, 일부 Windows 버전에는 시간대를 선택하는 UI에 세계 지도 그림이 곁들어진 것이 있는데, 이것도 커스텀 컨트롤로 구현되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계 지도는 내력이 좀 복잡하다. Windows 95에 있었다가 98/ME에서는 잠시 빠졌다. NT 계열인 2000/XP에서는 줄곧 있었지만 Vista부터는 도로 제외된 채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Windows 95가 처음 개발되던 당시에는 콤보 상자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지도의 지역을 클릭하면 그 지역의 시간대가 자동으로 선택되는 기능까지 있었다. UN에서 발행한 지도 자료를 토대로 국가 영역을 다 입력해 넣었으나..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모 국가들로부터 국경 인식을 왜 그 따위로 하느냐는 항의 메일이 빗발쳤다고 한다. 그 나라에서 제시하는 경계를 다른 쪽 나라에서는 당연히 인정하지 않았고.. 이 기능이 그대로 들어갈 경우 국가적으로 Windows 95를 보이콧 하겠다고 서로 난리도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확장완성형 논란은 이에 비하면 약과로 보일 정도로 자세가 강경했다.

역시 세상에서 무서운 건 정치이다. 고민 끝에 마소에서는 결국 이 기능 자체를 빼 버리고 오로지 콤보 박스로만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이 일화는 오래 전에 the Old New Thing 블로그에서 운영자가 증언한 내용이다. 세계구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관여한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니 참 흥미롭다.

* 여담: 과거 Windows의 동작 방식

믿어지지 않는 사실인데..
과거 Windows 95/98은 제어판의 '날짜/시간'에 들어가서(저 설정 대화상자를 연 뒤) 달력 컨트롤에서 임의의 날짜를 찍거나 연도· 월을 변경하면..
그것만으로도 시스템의 날짜가 즉시 그 날짜로 바뀌었다고 한다! 본인이 가상 머신으로 테스트 해 보니 진짜로 그렇다.

사용자들은 시스템의 날짜를 변경할 의도가 없이, 지금으로부터 가까운 과거나 미래의 달력을 잠시 조회만 할 목적으로 그 대화상자를 종종 꺼내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업 표시줄의 우측 하단에 있는 시계만 클릭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력 컨트롤의 날짜를 클릭하는 것만으로 시스템의 날짜까지 덩달아 바뀌었다니..

물론 대화상자를 ESC/'취소'를 눌러서 닫으면 변경 전의 원래 날짜로 원상복구 되긴 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날짜가 과거나 미래로 바뀐 동안에는 시스템 날짜에 의존해서 동작하는(업데이트 체크, 알람 등..) 프로그램이 심각한 오동작을 일으킬 위험이 다분히 있었다.

내 경험상, 애플 macOS 진영은 저장이나 인쇄 같은 동작이 수반되는 기능 말고, 단순 설정 기능들은 '취소 cancel/undo'가 딱히 갖춰져 있지 않고 모든 설정들이 변경 즉시 바로 적용되는 편이다.
그러나 마소는 소프트웨어의 UI 디자인 원칙 차원에서 원상복귀/"빠꾸"에 무한 관대할 것을 요구한다. 사용자가 OK라고 최종 승인을 하지 않는 한 말이다.

Windows에서 설정을 변경하는 것만으로 변화를 즉시 경험할 수 있는(preview) 기능은 스피커의 볼륨, 키보드와 마우스의 반응 속도처럼 사용자와 직접 소통하는 컴퓨터의 입출력 장치와 관련이 있는 옵션 정도밖에 못 봤다. 그리고 이마저도 당연히 '취소' 가능하다. 하지만 시스템 날짜도 그렇게 직접 실시간으로 바뀌었다는 건.. 음~ UI를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게 된다.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날짜'(date)만 그렇게 즉시 반응했다는 것이다. '시각'(time)은 사용자가 새로운 시· 분· 초 값을 입력해도 즉시 바뀌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개인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이런 동작 방식은 Windows 2000/ME에 와서야 개선되어서 달력을 막 건드리더라도 '확인'이나 '적용'을 누르기 전에는 날짜가 절대로 바뀌지 않게 되었다. 날짜· 시각 변경은 DPI 변경과 더불어 20여 년 사이에 Windows에서 위상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기능에 속한다.

* 여담 하나 더: 컴퓨터 내부에서 날짜와 시각을 표현하는 방식

일상생활에서는 날짜와 시각이 모두 쓰이거나 둘 중 하나만 사용될 때가 있다.

  • 날짜와 시각 모두: 특정 날짜와 시각에 발생하는 알람이나 일회성 약속을 나타낼 때
  • 날짜만: 구체적인 시각이 중요하지 않은 역사 사건을 나타낼 때 (1994년 9월 1일, 분당선 개통)
  • 시각만: 부산 오전 8시 정각, 대전 10시 38분, 서울 12시 10분처럼 날짜가 중요하지 않은 정규 스케줄을 나타낼 때

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이들을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저장하고 표현만 필요에 따라 다르게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1이 하루를 나타내는 날짜 전용 수 체계와 1이 1초를 나타내는 시간 전용 수 체계를 따로 운용하는 게 아니라, 둘 다 동일한 수 체계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기준 연도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경과했는지가 기준이며, 수 체계는 과거에는 32비트 정수가 주로 쓰였지만 요즘은 응당 범위가 훨씬 더 넓은 64비트가 대세이다.

Windows에는 FILETIME이라는 유명한 자료형이 있다. 이것은 1601년 1월 1일 자정으로부터 경과한 시간을 나타내며, 1은 100나노초, 즉 0.1 마이크로초 단위이다. 왜 하필 1601년을 선택했는지는 본인은 모르겠다.
그 반면 Java 언어는 내부적으로 시각을 유닉스 원년인 1970년 1월 1일 자정으로부터 경과한 시간으로 나타내며, 1은 마이크로초를 나타낸다. C 언어에 있는 time() 함수는 기준이 1970년 1월 1일이긴 한데 그냥 초 단위라는 차이가 있다. 이렇듯 시간을 나타내는 방식도 언어와 플랫폼 사이에 미세하게 차이가 있다.

유닉스 원년은 지질학 원년인 1950년과는 딱 20년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흥미롭다. 쉽게 말해, 지질학에서 뭐 "지금으로부터 6500만 년 전에 공룡 멸망", "몇억 몇천만 년 전쯤에 중생대" 이러는 것은 1950년보다 그만치 전이라는 뜻이다. 지질학에서는 방사성 원소 연대 측정법이 본격적으로 쓰인 때를 원년으로 삼았고, 컴퓨터 업계에서는 유닉스 운영체제와 C 언어가 막 개발된 그 시기를 원년으로 삼은 듯하다.

한편, 이런 날짜· 시각과는 달리, 전화번호는 숫자처럼 보이지만 그 형태 그대로 문자열로 저장된다는 점에서 날짜· 시각과는 성격이 다르다. 얘는 아무래도 대소 비교를 하거나 차이를 계산하는 대상은 아니니 말이다. 이런 건 데이터베이스나 엑셀 같은 프로그램으로 주소록 같은 것만 만들어 봐도 바로 공감할 기본적인 내용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11/13 19:34 2015/11/1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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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일생상활에서 취급하는 정보 중에는 일반적인 숫자나 문자열만치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날짜· 시각도 있다. 얘들은 컴퓨터 내부에서는 커다란 정수 하나로만 달랑 표현되겠지만 사람에게 보일 때는 일정한 형식을 갖춘 부분숫자의 나열로 표현된다. 또한, 그걸 표현하는 형식 내지 부분숫자들(년월일, 시분초)을 나열하는 순서는 언어나 문화에 따라 대동소이한 차이가 있다.

날짜 문자열은 마치 프로그래밍 언어 문법처럼 형식이 있으며, 문법과 의미 차원에서 정오(맞고 틀림)가 존재한다. 가령, 2015*5#20은 구분자 문자열이 잘못 지정되어서 문법에 어긋나며, 2015/5/100은 문법엔 맞지만 5월 100일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잘못됐다.

날짜· 시각은 그냥 이런 문자열로 입력받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달력 같은 걸 내려서 사용자가 전체 날짜를 보면서 내가 원하는 날짜를 마우스로 콕 찍을 수도 있게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 날짜가 무슨 요일인지,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과거나 미래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달력을 통해 시각적으로 확인 가능하다면 날짜를 정확하게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되니까 말이다.

그러니 날짜· 시각을 입력받는 GUI 컨트롤은 에디트와 리스트를 겸하여 뭔가 콤보 박스 같은 형태로 만드는 게 좋다.
흔히 date picker라고 불리는데, 이런 컨트롤은 당장 웹사이트에서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무슨 예약· 예매 기능이 있는 사이트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대충 만든 사이트라면 년월일을 그냥 각각 콤보 박스에다가 집어넣어 놓곤 한다. 뭐, 생년월일이나 신용카드 유효 기간처럼 수 년 이후의 미래나 수십 년 이전의 과거를 입력받는 거라면 달력을 일일이 스크롤하는 게 번거로우며 단도직입적으로 날짜를 고르는 방식이 나쁘지 않다. 게다가 이런 날짜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답정너 형태로 존재하는 날짜들이다.
그 반면, 현재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날짜에 있을 스케줄을 '내 자유의지'에 따라 잡는 상황에서는 달력이 있는 게 좋을 것이다.

자바스크립트로 만들어진 웹 컴포넌트 말고, Windows의 로컬 프로그램에서 사용 가능한 공용 컨트롤은 95때부터 바로 있었던 게 아니다. 나중에 Internet Explorer 4와 함께 도입되었다(공용 컨트롤 버전 4.7). 바로, 날짜/시각 선택 컨트롤과 달력 컨트롤이며, 클래스 이름은 각각 SysDateTimePick32와 SysMonthCal3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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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시각 선택 컨트롤은 스타일을 뭘로 주느냐에 따라서 날짜와 시각 중 하나를 입력받게 할 수 있다. 시각 모드일 때는 컨트롤의 오른쪽에 up/down 버튼이 붙지만, 날짜 모드일 때는 오른쪽에 콤보 버튼이 붙는다. 각 숫자들은 숫자 키로 직접 입력하거나 상하 화살표로 증가· 감소를 시킬 수 있다.

날짜 모드일 때 콤보 버튼을 누르거나 F4 키를 누르면 달력이 나타나서 달력의 날짜를 클릭하는 방식으로 날짜를 지정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달력 컨트롤은 날짜 선택 컨트롤이 일시적으로 표시해 주는 그 달력을 상시 표시해 놓는다.
하긴, 본인 역시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서 낱자 선택 콤보 박스를 이런 식으로 만들곤 했다. F4를 눌렀을 때 나타나는 셀 리스트는 drop list일 뿐만 아니라 그걸 단독으로 list box 형태로 쓸 수도 있게 말이다.

그런데 달력 컨트롤은 공용 컨트롤 6.0 것을 쓸 때와 그렇지 않은 재래식 버전을 쓸 때 동작이 살짝 다르다. 재래식은 년과 월을 클릭하면 그냥 년 또는 월을 선택하는 단순한 콤보 박스가 나타나는 반면, 새것은 그걸 클릭하면 달력 자체가 일(day) 대신 월, 1년, 10년 단위로 스케일이 커진다. 마치 지도를 확대/축소하듯이 말이다. 이 새로운 동작 방식은 Windows Vista에서 처음으로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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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 파일의 호환성 옵션으로 들어가서 시각 테마를 끄더라도 공용 컨트롤 6.0의 달력 컨트롤은 그렇게 동작한다. 즉, 이것은 외형의 차이가 아닌 코드 로직의 차이이다.

그러니 날짜/시각 선택 컨트롤과 달력 컨트롤은 ComboBox와 ComboLBox의 관계와 같으며, 리스트 컨트롤과 헤더 컨트롤의 관계와도 얼추 비슷하다.
얘는 공용 컨트롤 중에서도 조금 나중에 도입된 놈이기 때문에 InitCommonControls만 호출해 준다고 해서 초기화가 되지 않는다. 반드시 Ex 버전을 써서 이렇게 초기화해야 한다.

INITCOMMONCONTROLSEX ics;
ics.dwSize=sizeof(ics); ics.dwICC=ICC_DATE_CLASSES;
::InitCommonControlsEx(&ics);

물론, 공용 컨트롤 6.0 매니페스트가 지정된 프로그램들은 저 함수를 호출하지 않아도 모든 공용 컨트롤들을 곧장 사용할 수 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운영체제의 날짜· 시각 설정 UI를 이 컨트롤과 연계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 여담: 언어적인 이슈

number가 '수'도 되고 '번호'도 되는 것만큼이나, time은 시각도 되고 시간도 돼서 개념이 언어적으로 무척 혼란스럽다. 두 시각의 차가 시간이니 날짜에 대응하는 current time은 '현재 시각'이 돼야 맞다.
'째'(얼추 nth)와 '번째'(nth time)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쓰임이 무척 혼동스럽다. 한국어에서 '째'는 서열이나 순위 개념이고 '번째'는 횟수 정도에 대응한다.
x시 y분에 A역을 발차해서 z시 w분에 B역을 도착한다는 식으로 열차의 운행 스케줄을 적어 놓은 도표도 시간표가 아니라 시각표라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5/11/11 08:33 2015/11/1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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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Windows XP 시절부터 눈치 챈 분이 계시려나 모르겠다.
XP에서부터 아시다시피 대화상자 컨트롤들에 테마가 적용되어서 얘들의 비주얼이 알록달록 한결 예뻐졌다. 단, 모든 프로그램에 테마가 자동 적용되는 건 아니며 공용 컨트롤 6.0을 사용한다는 표식이 존재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테마가 적용된다. 이것은 Windows 프로그래머라면 추가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콤보 박스의 경우 공용 컨트롤 6.0 것을 사용하면 동작이 약간 달라졌다. ▼ 버튼을 눌러서 drop list를 꺼내면 drop list의 크기가 예전보다 훨씬 더 길쭉해져 있다. 프로그램이 리소스 차원에서 지정해 준 것보다 훨씬 더 길어졌다.
이것은 테마의 적용 여부와는 무관하게 공용 컨트롤 6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나타나는 변화였다.

다음은 <날개셋> 편집기의 문자표 대화상자를 Windows 2000에서 구동한 것과 XP(및 그 이후 모두 포함)에서 구동한 것의 차이를 나타낸 스크린샷이다. 테마나 글꼴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XP에서도 고전 테마를 사용했고, 글꼴 역시 Tahoma로 통일시켰다.
문자표뿐만이 아니라 “보기-편집화면 설정”에서 이미 30개가 넘는 글꼴이 존재하는 한글 글꼴 콤보 박스를 내려 봐도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이것은 비단 내 프로그램에서만 발생하는 차이가 아니다. 다음은 Windows 2000과 XP의 워드패드에서 글꼴 콤보를 내린 모습이다. 워드패드는 Windows 7에서 크게 바뀌었지 2000과 XP는 외형의 차이가 거의 없으니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콤보 박스에서 drop list의 크기는 원래 콤보 박스가 생성될 때 CREATESTRUCT에 지정되어 있던 크기로 결정되어 왔다. 그 크기는 따로 저장된 뒤, 지금 당장 콤보 박스는 아이템을 1줄만 표시 가능한 정도로 세로 크기가 자동으로 조정되었다.

하지만 공용 컨트롤 6에 있는 콤보 박스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이런 전통적인 동작이 바뀌었다. 원래 지정되었던 세로 크기는 무시되고 drop list는 아이템을 최대 30개까지 표시하는 크기로 지정된다. 그래서 XP에서부터 공용 컨트롤 6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콤보 박스의 drop list가 굉장히 커진 것이다.
그 대신 이 개수를 얻어 오고 바꾸는 메시지가 새로 추가되었다. CB_(GET/SET)MINVISIBLE이 그것이다. 이 메시지는 공용 컨트롤 6 기반의 콤보 박스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개수의 기본 초기값이 30인데, 이것은 이례적으로 상당히 큰 값이다.

단, 공용 컨트롤 6이라 해도 CBS_NOINTEGRALHEIGHT 스타일이 지정된 콤보 박스에는 이런 새로운 정책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이전의 콤보 박스와 동일한 크기로 drop list가 튀어나온다. 이 스타일은 크기 보정을 전혀 하지 않고 마지막 줄에 아이템의 일부가 잘려 나오는 것도 감수한다는 옵션인데.. 개인적으로 이런 옵션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 이걸 사용하는 콤보 박스는 난 지금까지 전혀 못 봤다. 마치 extended UI만큼이나 실용적인 의미가 거의 없음.

여러모로 Windows GUI에서 콤보 박스의 동작과 메시지 API가 왜 이렇게 설계되었는지 본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1) 공용 컨트롤 6이 됐다고 해서 저런 동작이 함부로 바뀌어서는 안 되며, (2) 콤보 박스의 drop list 크기는 자신의 원래 크기를 기반으로 동작해야 한다. 그리고 (3) drop list의 크기를 알아 오거나 바꾸는 메시지는 진작부터 있어야 했다.
XP에서부터 콤보 박스의 drop list 크기가 갑자기 커졌다는 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왜 그런지는 10년 가까이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이유를 알게 됐다고 해서 그 이유를 수긍하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이것 말고도, Windows XP 첫 버전의 공용 컨트롤 6에서는 owner draw 방식이어서 문자열이 필요하지 않은 콤보 박스에다가도 아이템을 추가할 때 그냥 NULL을 주면 프로그램이 뻗는 어이없는 버그가 있었다. 원래는 그렇게 안 해도 돼야 되는데. 그래서 꼭 0-length 문자열 ""이라도 집어넣어 줘야 했다. 테마 내지 공용 컨트롤 6 기반이 아닌 기존 컨트롤에서는 문제가 없었으니 명백한 운영체제의 버그였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최초로 XP 테마를 도입한 버전이 2.3이었는데, 바로 이 버그 때문에 엄청 곤혹을 치렀었다. 이 버그는 XP sp1에서 바로 고쳐지긴 했지만, 비주얼 말고 도대체 뭘 고쳤길래 같은 콤보 박스에 이런 동작이 차이가 났는지 본인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요컨대 공용 컨트롤 6의 컨트롤들은 설령 다른 테마 없이 고전 테마로 표시된다 하더라도 근간이 기존 컨트롤과는 근본 출신이 다르다.

Posted by 사무엘

2015/11/02 08:33 2015/11/0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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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리 단편화

컴퓨터에서 무작위 읽기/쓰기가 가능한 모든 기억장치.. 즉 RAM, 파일 시스템, 데이터베이스 따위에는 모두 구조적으로 단편화라는 문제가 존재한다.
메모리를 10바이트씩 찔끔찔끔 요청했는데 최소 할당 단위 제약 때문에 실제로는 수백 바이트 단위로 성큼성큼 용량이 짤려 나간다거나(내부 단편화),
전체 남은 용량은 1000바이트인데 한 600바이트 정도 연속된 구간이 없어서 메모리 할당이 실패하는 외부 단편화가 모두 존재한다.

메모리라는 게 1차원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이건 뭐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컨텐츠가 실제로 차지하는 용량보다 전체 소모 용량이 더 커지게 되고, 이런 걸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나 유틸리티에는 조각 모음(defrag), shrink, compact 같은 동작을 강제로 수행하는 기능이 있다. (뭐, 디스크 중에서 SSD는 예외적으로 조각 모음이 필요하지 않은 구조라고는 하지만.)

디스크는 애초부터 파일 시스템의 지배 하에 있으며 그 시스템이 제공하는 방식대로 디렉터리와 파일 이름을 통해서만 내용에 접근 가능하다. 일반적인 응용 프로그램이 디스크를 무슨 실린더 번호 x, 트랙 y, 섹터 z 같은 형태로 무식하게 접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방식은 오늘날의 운영체제에서는 더욱 금기시되고 있다.

그렇게 파일명이라는 고수준 추상 계층이 있는 덕분에 디스크는 내부적으로 막 조각 모음을 해도 딱히 파일을 못 찾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저수준 처리는 운영체제의 파일 시스템이 알아서 다 처리해 준다. 또한 디스크 정도면 물리적으로 액세스를 하는 데서 발생하는 병목이 소프트웨어적인 추상화 계층을 거치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길기도 하고 말이다. 사용자에게는 외부 단편화보다는 클러스터 최소 단위로 인한 내부 단편화가 현실적으로 더 와 닿는다.

그런데 RAM은 디스크와는 사정이 다르다. 단편화를 예방한답시고 함부로 컨텐츠들을 재배치하면 memcpy 오버헤드는 둘째치고라도 그 메모리 주소를 직접 가리키고 있던 수많은 포인터들이 작살이 나 버린다.
메모리 자원이 극도로 가난하고 열악하던 16비트 Windows 시절에는 운영체제의 global/local heap으로부터 메모리를 할당받고 나면 곧바로 포인터가 돌아오는 게 아니라 핸들 하나만이 돌아왔다. 이 핸들이 가리키는 메모리는 운영체제의 사정에 따라 수시로 재배치될 수 있는데, 메모리를 실제로 사용할 때만 lock을 걸어서 위치를 고정시킨 뒤, 포인터를 얻어와서 메모리를 참조하곤 했다. 사용이 끝나면 다시 unlock을 해 줘야 한다.

이것이 바로 GlobalAlloc - GlobalLock - GlobalUnlock - GlobalFree 사이클이다. 재배치를 하는 이유는 당연히 메모리 단편화를 극복하고, 연속된 긴 메모리 공간을 언제나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16비트 시절에 메모리 블록이나 리소스 같은 데에 discardable, resident, non-resident 같은 속성이 달려 있던 이유는, 수시로 재배치 내지 재로딩 같은 빡센 메모리 관리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운영체제가 자동으로 무슨 garbage collect를 해 주는 것도 아니고, 저런 일을 해야만 했다는 게 참 안습하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점은, 32비트 정도 되는 주소 공간에서 가상 메모리가 제공되는 게 프로그래머의 관점에서 얼마나 축복이냐 하는 것이다. 4기가바이트 정도 넉넉한 공간이 있으면, 단편화 문제는 주소빨로 어느 정도, 상당 부분 극복이 가능해진다. 어지간히 단편화가 심한 상태라 해도, 또 대용량 메모리 요청이 들어오면 걍 다음 주소를 끌어다가 물리 메모리에다 대응시켜 쓰면 되기 때문이다.

그 연속된 가상 메모리 주소를 실제로는 여기저기 흩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지저분한 물리 메모리로 대응시키는 건 운영체제와 CPU의 몫이다. 물리 메모리가 부족하면 하드디스크 스와핑까지 알아서 해 준다. 가상 메모리 덕분에 프로세스간에 보안이 더 향상된 것도 덤이고 말이다.

이것이 RAM과 디스크의 차이이다. 디스크에 파일명이 있다면 RAM에는 가상 메모리 메커니즘이 있다. 한 주소 공간 안에서 스레드가 여러 개 있는 경우 가상 메모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가상 메모리는 메모리를 관리하기 위한 추가적인 메모리도 적지 않게 소요하는 테크닉인 걸 알아야 한다. 물리적인 메모리뿐만이 아니라 가상 메모리 주소 영역 자체도 떼먹는다.
오늘날 64비트 운영체제라 해도 어마어마하게 방대한 공간인 64비트 전체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40비트대 정도만 사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옛날 이야기

옛날의 프로그래밍 언어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살펴보면, 메모리와 관련하여 오늘날 당연한 기본 필수라고 여겨지는 요소가 대놓고 빠진 것들이 적지 않아 놀라게 된다.

(1) 예를 들어 옛날에 포트란 언어는 함수 호출은 가능하지만 초기에는 동일 함수에 대한 중첩/재귀 호출이 가능하지 않았다. 세상에 뭐 이런 언어가 다 있나 싶다..;; 함수 안에서 지역 변수의 사용이 스택 기반으로 되어 있지 않고 늘 고정된 주소로만 접근하게 돼 있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오늘날의 프로그래밍 언어에서야 지역 변수는 스택의 기준 주소로부터 상대적인 위치를 건드리게.. 일종의 position independent code 형태로 접근된다. 재귀 호출 지원뿐만 아니라 코드 실행 주체가 증가하는 멀티스레드 환경에서는 각 스레드가 또 독립된 스택을 갖고 있으니 절대 고정 주소가 더욱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멀티스레드는 thread-local이라는 일종의 새로운 scope까지 만들었다.

(2) 한편, 프로그래밍 언어 쪽은 아니지만, Win32의 구현체 중에 제일 허접하고 불안정하고 열악하던 Win32s는..
멀티스레드도 없고 각 프로세스마다 독립된 주소 공간이 없는 건 그렇다 치는데... DLL은 자신이 붙는 각 프로세스별로 자기만의 독립된 데이터 공간마저도 보장받지 못했다. 16비트 DLL과 다를 바가 없다는 뜻.

옛날에 아래아한글 3.0b는 윈도 95나 NT 말고 3.1 + Win32s에서 돌아갈 때는 무슨 자기네 고유한 메모리 서버 프로그램을 먼저 실행한 뒤에야 실행 가능했다.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메모리 서버가 하는 일이 바로 DLL별로 고유한 기억장소를 할당하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았나 싶다. 아래아한글의 소스를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개인적으로 하는 추측이다.

아시다시피 16비트 Windows는 가상 메모리 같은 게 없다 보니, 콜백 함수의 실행 context를 레지스터에다 써 주는 것조차 소프트웨어가 수동으로 해야 할 정도로 진짜 가관이 따로 없었다.

※ 쓰레기(다 쓴 메모리) 수집

끝으로 garbage collector 얘기다.
heap으로부터 할당하는 메모리는 너무 dynamic한지라 언제 얼마만치 할당해서 언제 해제되는지에 대한 기약이 없다. 그걸 소스 코드만 들여다보고서 정적 분석으로 완벽하게 예측하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해진 scope이 없는 동적 메모리를 잘못 건드려서 발생하는 소프트웨어 버그는 마치 자동차의 교통사고처럼 업계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이다.
memory leak은 당장 뻑이 나지는 않지만 프레임 단위 리얼타임으로, 혹은 수 개월~수 년간 지속적으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에서는 치명적이다. 또한 다른 메모리/포인터 버그도 단순히 혼자만 뻑나는 걸로 끝나면 차라리 다행이지, 아예 악성 코드를 실행시키는 보안 문제로까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 동적 메모리 관리를 사람에게 수동으로 맡겨서는 안전하지 못하니, 메모리 자원 회수를 프로그래밍 언어 런타임 차원에서 자동으로 보장되게 하는 기법이 연구되어 왔다.
고전적인 reference counting 테크닉은 C++의 생성자/소멸자 패러다임과 맞물려서 일찍부터 연구되어 왔으며 smart pointer 같은 구현체도 있다.

이건 원리가 아주 간단하며, 언어 차원에서 포인터의 scope가 벗어나는 족족 메모리가 칼같이 회수되는 게 컴파일 시점에서 보장된다. 그래서 깔끔한 것 하나는 좋다.
허나 이 기법은 생각보다 비효율과 단점도 많다. 대표적인 논리적 결함인 순환 참조는.. 서로 다른 두 객체가 상대방을 서로 참조하여 똑같이 참조 횟수가 1보다 커지고, 따라서 둘이 메모리가 결코 해제되지 않아서 leak으로 남는 문제이다.

즉, 레퍼런스 카운팅이 잘 동작하려면, 참조를 받은 피참조자는 자신을 참조하는 놈을 역참조하지 말아야 한다. 이걸 어기면 객체간의 레퍼런스 카운트가 꼬여 버린다.
문제는 이걸 일일이 조심하면서 코드를 작성하는 게 상황에 따라서는 차라리 걍 메모리 자체를 수동으로 관리하는 게 나을 정도로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리가 어디 A-B, B-A 사이에만 생기겠는가? A-B, B-C, C-A 같은 식으로 더 골치 아프게 생길 수도 있다. 참조 관계는 정말로 cycle이 없이 tree 형태로만 가야 한다.

그러니 이 문제는 예상 외로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다. 멀티스레드에서의 '데드락'하고 다를 바가 없다! 서로 뭔가 꼬여서 끝이 안 난다는 점, 잡아 내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성능을 더 희생하고라도 메모리 leak 문제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전용 garbage collector가 괜히 등장한 게 아니었겠다 싶다.

가비지 컬렉터라고 해서 무슨 용 빼는 재주가 있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당장 접근 가능한 메모리로부터 출발해서 그 메모리로부터 추가로 접근 가능한 메모리 블록을 줄줄이 순회하여 표시를 한 뒤, 표시가 없는 메모리를 죄다 해제한다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동작한다. 동적으로 할당받은 메모리 내부에 또 동적 할당 메모리의 포인터가 있고, 그게 또 이상하게 얽히고 배배 꼬인 걸 어떻게 일일이 다 추적하는지 더 구체적인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어찌 보면 단순무식하다. 주인 없이 주차장에 장기간 방치되어 있는 폐자전거들을 일괄 처분하기 위해 모든 자전거에 리본을 달아 놓은 뒤, 일정 날짜가 지나도록 리본이 제거되지 않은 자전거를 갖다 버리는 것과 개념적으로 비슷하다! 혹은 기숙사의 공용 냉장고에서 주인에게로 접근(?)이 안 되는 장기 방치 식품을 주기적으로 제거하는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단지 좀 더 성능을 올리기 위해, 메모리 블록들을 생존 주기별로 분류를 해서 짬이 덜 찬 메모리가 금방 또 해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거기부터 살펴보는 식의 관리만 하는 정도이다. 자바, .NET의 가상 머신들도 이런 정책을 사용한다.

이건 즉각 즉각 자원이 회수되는 게 아니며, 리얼타임 시스템에서는 적용을 재고해야 할 정도로 시공간 오버헤드도 크다. 그러나 한번 수집이 벌어질 때 랙이 있다는 말이지, 매 대입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카운터 값을 변화시키고 그때 스레드 동기화까지 해야 하는 레퍼런스 카운팅도 성능면의 약점은 상황에 따라 피장파장일 수 있다.

언어 차원에서 이런 가비지 컬렉터가 제공되어서 delete 연산자와 소멸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언어가 요즘 추세이다. 자바나 C#처럼. 하지만 메모리는 그렇게 자동으로 수집되지만, 파일이나 다른 리소스 핸들은 여전히 수동으로 해제를 해야 할 텐데 무작정 소멸자가 없어도 괜찮은지는 잘 모르겠다. 본인은 그런 언어로 대규모 프로그램을 작성한 경험이 없다. C++ 이외의 언어에서는 RAII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건지?

Posted by 사무엘

2015/09/20 08:28 2015/09/2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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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 XP에서부터 내가 생성하는 exe 바이너리의 내부에 xml 문서 리소스 형태의 메타데이터를 집어넣는 게 필수 관행이 됐다.
가장 대표적인 용도는 (1) 내가 사용하는 시스템 DLL의 버전을 지정해서 로딩 방식을 시스템 디렉터리 말고 딴 곳으로 강제로 바꾸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1-1) 공용 컨트롤을 6.0 버전을 사용한다고 명시해야 각종 컨트롤에 XP의 새끈한 테마가 적용되어 나왔다. 테마 기능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comctl32.dll이 XP 이전과 XP 이후 것은 하위 호환성이 없이 서로 단절됐기 때문이라 한다.
내 프로그램의 비주얼이 시대에 뒤떨어진 구닥다리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면 이거 지정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이다.

XP 이후로 지금까지 comctl32.dll이 7.0으로 올라간다든가 해서 또 breaking changing을 겪지는 않았다.
Windows 8부터는 명목상 고전 테마와 표준 테마의 구분이 없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공용 컨트롤 6.0 지정을 안 해도 되는 건 아니다. 구닥다리 비주얼 자체가 호환성 때문에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기 때문이다.

뭐 comctl32가 가장 대표적이긴 하지만 이 외에 (1-2) GDI+ (gdiplus.dll)와 비주얼 C++의 CRT DLL, 그리고 MFC DLL이 지난 200x년도에 이 방식을 사용해 로딩된 적이 있다.
Windows XP 시절엔 WinSxS 디렉터리에 파일이 몇 개 없었지만 Vista 이후부터는 도대체 뭐가 들어갔는지 여기에 디렉터리 수가 무려 수천~만수천 개에 달할 정도로 많아졌다. 199x년대에 한번 DLL hell을 겪은 뒤, 너무 난장판이 돼 가는 시스템 디렉터리를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하려 했던 모양이다. 같은 DLL이라도 버전별로 쫙 따로 분류를...

하지만 DLL을 배포하기가 너무 불편하다는 원성이 빗발치면서 VC++ 201x부터는 CRT와 MFC DLL 로딩 방식이 다시 재래식 시스템 디렉터리 기반으로 복귀했다.
또한 GDI+도 오늘날은 기존 GDI만큼이나 재래식 유물로 전락했고... 요즘은 딱히 이 WinSxS 기반 DLL 로딩이 활발히 쓰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DLL 버전 설명이 좀 길어졌는데, 이것 말고도 xml에 들어가는 정보로는
(2) 내 프로그램이 고해상도+가변 DPI를 인식한다는 플래그
(3) 반드시 관리자 권한이 필요하다는 식의 권한 플래그

가 Vista에서 추가되었다. 시스템 차원에서의 고해상도 DPI 설정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Windows 8.1부터는(8도 아님) 실행 중에 on-the-fly로 모니터 단위 DPI 설정이 변경되는 것에도 추가로 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런 표식이 없으면 그냥 그래픽 카드의 힘으로 프로그램 화면이 그대로 기계적으로 확대 축소된다.

먼 옛날, Windows NT 3.x 내지 95 시절엔 화면 해상도를 재부팅 없이 on-the-fly로 바꾸는 것만 해도 굉장한 혁신이었는데 참 격세지감이다. 시스템 DPI도 예전에는 재부팅이 필수였지만 그래도 Windows Vista쯤부터는 그냥 재로그인만 하면 되게 규제가 완화됐다.

그리고 Vista부터인지 7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4) 이 프로그램이 인식하는 운영체제 목록도 xml에다 명시하게 되었다. PE 실행 파일 포맷에 명시된 OS 버전의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하게 됐다.
Windows 8.1부터는 GetVersionEx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봉인되어서, 프로그램이 인식하는 걸로 등록되지 않은 최신 운영체제의 버전은 Windows 8 이상으로는 알려주지 않게 바뀌었다. 도대체 이런 만행을 왜 무슨 이유 때문에 저질렀는지 난 모르겠지만.. 도대체 버전을 숨겨서 뭐 하게?

그리고 Windows 7도.. 자기 버전이 명시되지 않은 EXE 프로그램이 이름이 setup이라거나 하면, 실행 후에 "이 프로그램은 혹시 설치 프로그램인가요? 뭔가가 제대로 설치/제거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이런 꼬장을 부린다. 무슨 호환성과 관련된 조치인 듯하다.

결국 처음에는 공용 컨트롤 때문에 사용하기 시작한 xml인데 이제는 무슨 실행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려면 메타데이터 xml을 집어넣는 건 거의 필수가 되었다. 이 프로그램이 미래에 운영체제에서 새로 도입되는 시스템이나 기능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서 역할을 하다 보니, 들어가는 내용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저 네 가지 아이템 말고 내가 또 빠뜨린 게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PE 헤더에 운영체제 버전과 서브시스템 버전은 왜 따로 존재하고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본인은 궁금하다.

* 추가 설명

사실, 메모장이나 워드패드처럼 Windows에 포함되어 있는 기본 프로그램들은 내부의 매니페스트 XML을 열어 보면 공용 컨트롤, 고해상도 DPI, 실행 권한 같은 설정은 있지만 굳이 운영체제 정보가 들어있지는 않다. 특정 버전의 운영체제에 포함되어 있는 프로그램들이 또 그 운영체제 GUID가 내장되어 있다거나 하지는 않다.

이때는 PE 헤더 차원에서 명시된 운영체제 버전이 활용된다. 이 버전이 Windows 8.1에 달할 정도로 높은 값이 들어있으면 GetVersionEx 함수도 Windows 8.1의 버전도 정확하게 되돌려 준다. 다만 이 경우, 그 실행 파일은 Windows 8.1 미만의 운영체제에서는 전혀 실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심지어 7에서도 실행이 거부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5/09/03 08:30 2015/09/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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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C++ 이야기

1. 람다 함수와 내부 클래스 사이의 관계

본인은 몇 년 전엔 Visual C++ 2010으로 갈아탄 기념으로,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소스 코드 내부에서도 한 함수 안에 임시로 사용되던 잡다한 매크로 함수들을 대부분 람다나 템플릿 함수로 바꿨다. 이건 무식한 #define의 사용을 최소화한다는 코딩 컨벤션과 부합하는 리팩터링이었다. #define은 조건부 컴파일이나 ##처럼 정말로 컴파일러의 영역을 초월하여 전처리기의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서나 제한적으로 사용할 것이다.

그 당시엔 매크로가 함수 안의 지역변수들을 건드리는 건 대부분 캡처로 기계적으로 치환해서 집어넣었다. 허나 무분별한 캡처 난발도 지금 보니 무척 지저분하게 보인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케일만 한 함수 안으로 좁아졌을 뿐, 그 안에서 또 온갖 전역변수들을 덕지덕지 참고하여 결합도가 개판이 된 함수를 보는 듯한 느낌이어서 말이다. 소프트웨어공학 용어로는 common coupling에 해당한다.

여러 람다 함수가 비슷한 지역 변수들을 참조하는 경우, 그건 데이터와 함수를 몽땅 묶어서 함수 내부에 있는 local 클래스 형태로 떼어 내 버렸다. 어차피 람다의 캡처가 내부적으로는 그렇게 가상의 클래스 멤버 형태로 구현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클래스의 멤버 함수 내부에 있는 람다 함수가 지역 변수들도 참조하고 this 포인터까지 참조하는 경우.. 이건 좀 소속을 어디에다 둘지 좀 난감하긴 했다.

Visual C++ 2012부터는 드디어 캡처가 없는 람다에 한해 일반 함수 포인터로 typecast도 가능해졌다.

2. 템플릿 인자의 성격 분류

다음으로 C++ 템플릿 얘기를 하겠다.
지금까지 템플릿을 매크로 함수의 대체 용도로 사용했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을 공용체의 대체품으로도 잘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클립보드의 내용을 type-safe하게 액세스 해 주는 클래스를 이런 식으로 사용한다.

CClipboard<WCHAR> cb(CF_UNICODETEXT);
CClipboard<DROPFILES> cb(CF_DROP);

예전에는 CClipboard라는 한 클래스 안에
union { PCWSTR pszText; DROPFILES *hDropFiles; };

라고 union을 쓰던 것을 typename T *pData 요렇게 바꾼 것이다.
어차피 한 클립보드 포맷 하에서 다양한 타입을 섞어서 쓸 일은 없으므로, 꼭 공용체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템플릿 인자의 명칭을 용도별로 통일하고 있다. 크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가 있더라.

(1) 저것처럼 일반적인 임의의 type은 T이다.
(2) 참조 타입은 R이다. 이건 T 자체는 아니지만 call by value로도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T의 값을 온전히 나타낼 수 있는 key이다. T의 생성자에 단독 인자로 들어오는 게 가능하다.
가령, T가 String이라면 R은 const char*가 될 수 있다. 혹은 그냥 복사 생성자 격인 const T&도 상관없고.
R은 컨테이너 클래스다 추가하거나 검색하는 값을 지정할 때 쓰일 수 있다.

(3) 그리고 정수 인자는 N. 클래스에 소속된 static 배열의 원소 개수나 enum 값을 정의할 때 쓰인다.
(4) 끝으로, 람다든 functor든 함수 포인터든.. 어쨌든 실행 코드가 들어가는 부분은 O이다. F를 쓸까 하다가 기분 탓에 O가 됐다.

template<typename T, size_t N> class CStaticArray { T m_dat[N]; };
template<typename T, typename R=const T&> class CLinkedList { };
template<typename O> void EnumData(O func);

같은 식이다. 이것 말고 템플릿 인자의 용도는 또 뭐가 있을지 궁금하다.

다만, C++이 언어 문법 차원에서 템플릿 인자를 명백히 구분하는 건 정수형(N) 아니면 typename(T, R, O) 이렇게 둘뿐이다. 그러니 완전히 귀에 걸면 귀걸이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이다. 템플릿 코드 자체만으로는 컴파일러가 문법 오류를 잡을 수 없으며, 그 템플릿에다 실제로 인자를 줘서 타입을 인스턴스화한 뒤에야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이것보다는 쓰임이 제한적이더라도, 좀 덜 와일드하고 통제 가능하고 쓰임을 예측 가능한 템플릿을 만들 수는 없나 싶은데 아직까지는 갈 길이 요원해 보인다.

아, 그나저나 템플릿 선언은 오로지 global scope 안에서만 가능하다. 한 함수 안에 있는 지역 클래스는 템플릿 형태로 선언될 수 없으며 일부 멤버 함수만이 템플릿 형태로 선언되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
람다 함수도 템플릿 형태로 선언될 수 없다. 미래의 C++ 문법에서는 이 정도 한계는 없어질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3. 전처리기에서 sizeof 연산자 떡밥

전처리기의 #if 조건식에서는 어지간한 정수 연산이 가능한 반면, 잘 알다시피 sizeof 연산자는 사용할 수 없다. sizeof의 값에 따라 곧장 조건부 컴파일이 가능하면 참 좋겠지만 그건 순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컴파일러에게 넘겨 줄 코드를 전처리 하는 중인데, 임의의 구조체의 크기처럼 소스 코드를 컴파일해야만 값을 구할 수 있는 연산자를 전처리기에다가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C++에서 컴파일러와 링커 사이의 순리를 거스르는 시도를 하다 템플릿 export 흑역사가 발생했듯, sizeof도 전처리기와 컴파일러 사이에서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싸움이 될 수 있다.
전처리기를 이용한 조건부 컴파일러는 소스 코드의 이식성에 도움이 되는 기능인데, 정작 기계 종속적인 이식성 관련 정보를 무작정 표준 매크로 심벌로 집어넣을 수는 없다니 이거 참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int나 void*의 크기 정도야 전처리기에다가 곧장 박아 넣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전처리기는 코드의 의미나 타겟 플랫폼 따위는 전혀 모른 채 시종일관 lexical한 치환만 하면서 완전 동일하게 동작하는 물건이며, 포인터 같은 기계 종속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완전히 아오안이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포인터의 크기나 비트 endian-ness 같은 타겟 플랫폼 정보는 있으면 유용할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표준 predefined 매크로로 제공되지 않는다. 조건부 컴파일을 위해 그런 정보가 필요하다면 필요한 사람이 해당 매크로 심벌을 별도의 헤더나 컴파일러 옵션을 통해 지정해 놔야 한다. 전처리기가 월권 행위를 저지르지 않아도 되게 해 주기 위해서이다.

다만, 전처리기가 아닌 컴파일러의 입장에서는 sizeof는 컴파일 타임 때 값이 결정되는 아주 static하고 깔끔한 연산자이다. sizeof의 피연산자로는 타입 이름과 값이 모두 올 수 있는데, 값은 '직접 실행이 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sizeof( *((int *)NULL) )을 해도 뻑이 안 난다는 뜻.
그렇기 때문에 sizeof의 값은 static 배열의 크기를 결정하는 데 쓰일 수 있고, 또 case 문이나 템플릿의 정수값 인자에도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5/08/31 08:39 2015/08/3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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