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반응

가스레인지를 켜서 라면, 국, 찌개 따위를 끓이다가 잠깐 한눈 팔다 보면... 펄펄 끓는 국물이 넘쳐서 아래의 가스 불꽃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그 국물 성분이 ‘치익~’ 소리와 함께 타면서 불꽃의 비주얼도 잠시 변하게 된다.
그런데.. 그때도 나트륨의 불꽃 반응이 나타났었구나. 그래서 노란 불꽃이 잠깐 이는 것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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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맨날 말로만 듣던 나트륨등하고 본질적으로 같은 색이었던 거다. 염화나트륨도 불꽃 반응은 나트륨과 동일하구나.. 지금까지 정말 꿈에도 생각을 안 했다.;;
그 반면, 소금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보리차물을 주전자로 끓이다가 물이 넘쳐 들어가면 그때는 가스레인지 불이 노랗게 변하지 않았던 듯하다.

이게 불꽃 반응이라고 내가 인지를 못 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런 것 같다.

1. 나트륨의 호박색 불꽃은 자기 고유색이라기보다는 그냥 온도가 낮거나 산소 부족 불완전 연소해서 발생하는 호박색 불꽃과 아주 흡사하다. 연기와 일산화탄소와 그을음을 동반하는 그 더티한 불꽃 말이다. 그래서 그냥 그런 걸로 오인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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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트륨 말고 불꽃 반응에서 분홍색, 파란색, 보라색 등 각종 예쁜 색깔의 예시로 등장하는 원소들은 리튬, 스트론튬, 바륨 등.. 과학 실험 아니면 끝말 잇기 종-_-결용으로나 등장한다. 사람이 식품으로서 냄비에 넣어서 끓이고 입에 가져가지는 않는다.
그러니 불꽃 반응 실험은 그냥 과학 실험에서나 보는 별개의 세계이지, 그게 주방 가스레인지에서 구경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하게 되더라. 뭐, 불꽃 자체가 없이 열만 내는 전기레인지(인덕션)에서는 국물이 넘친다고 해서 노란 불꽃을 볼 일 자체가 아예 없겠지만 말이다.

금속 원소의 불꽃 반응색은 온도에 따라 빛의 색깔(파장)이 달라지는 흑체복사와는 다른 별개의 개념인 게 더 신기하다.
불이라는 건 열과 빛을 내는 그 무언가인데.. 기체도 액체도 아니고 그림자도 없고, 플라즈마..?? 도대체 어떤 존재인 걸까? 옛날에 태양이나 불을 숭배하는 종교가 있었던 배경이 일면 이해가 된다.

※ 불꽃 관련 여담들

(1) 스타에서도 테란은 건물이 손상되면 그냥 누런 불이 붙지만, 고매하신 프로토스는 포톤이나 넥서스 등, 건물에 붙은 불의 색깔도 가스레인지 불꽃마냥 시퍼렇다. 무슨 원소 기반인지는 잘 모르겠다.

(2) 오래된 생각이긴 하다만.. 불과 관련해서 발화점과 인화점이라는 건 고전역학에서 정지 마찰과 운동 마찰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이 피어오르는 걸 물체가 운동하는 것에다 비유한다면 말이다.
경사로에서 자동차가 미끄러져 내려가는 걸 예방하려면 주차 브레이크 잘 채우고 바퀴에다 굄목을 놓아야 하듯.. 주방에서 화재를 예방하려면 덕지덕지 묻은 기름때를 잘 닦아 주는 게 좋다. 뭔가 샤워실에서 비누 거품을 다 잘 씻어내야 위생에 좋은 것과도 비슷하다.

(3) 전기레인지가 아닌 가스레인지도 처음에 불을 피우는 건 도시가스 이외의 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콘센트든 건전지든.. 전기를 사용한다. 자동차 시동 거는 것과 비슷하다.
뭐, 가정용 가스레인지 정도의 사용 빈도로는 전력 소모가 어지간한 시계나 디지털 도어락 이상으로 적다. 그렇기 때문에 건전지 방식이라도 교환 주기는 수 개월이나 심지어 연 단위로 매우 길다고 한다.
다만, 식당에서 사용하는 단순한 형태의 대형(?) 가스레인지 중에는 그냥 외부 딱딱이나 심지어 성냥으로 불을 켜는 놈도 있는 것 같다.

(4) “진짜 제일 뜨거운 불꽃은 노랑도 파랑도 아닌 검정색이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지옥이 뜨거우면서도 어두운 장소라고 묘사돼 있다” 이런 말이 있는가 보다. 하지만 이건 과학적으로 그다지 옳은 진술이 아니라고 한다.
하긴, 태양의 흑점도 우주에서 맨눈으로 볼 때 시꺼멓고 어두운 색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체의 정맥 피가 파란색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오류이다.. ㅎㅎ

(5) 그리고 끝으로.. '작은 불꽃이여'라는 송 명희 시인의 찬송시..라기보다는 축복송이 있다. 주찬양 1집 A면 마지막 곡.
"작은 불꽃이여, 작은 불꽃이여, 그대의 빛을 밝히어라 ..."

얘는 뭔가 마 5:14-16 "세상의 빛"을 모티브로 쓰여진 시 같다.
마태복음은 '너희'가 세상의 빛이라고 말하지만 요한복음은 그에 앞서 예수님이 세상의 빛이라고 말한다는(요 8:12) 관점의 차이가 있다. ㅎㅎ 종합하면 당연히 예수님이 세상의 빛인 것처럼 예수의 제자인 너희들도 세상의 빛과 소금이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다음으로 2절 가사인 "작은 향기"는 아무래도 고후 2:15를 모티브로 삼았을 것이다. 둘을 절묘하게 잘 결합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24 08:35 2022/04/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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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이야기

물리학이 작용 반작용이 어떻고 하다가 전자기력, 핵력 따위를 다룬다면, 화학은 산과 염기가 어떻고 극성과 무극성(수용성 지용성..), 유기물과 무기물이 어떻고를 논하는 꽤 오묘한 과학 분야이다.
다만, 화학과하고 화학공학과는 일반 음대와 실용음악, 물리학과와 기계/전자공학, 심지어 언어학과 문예창작(!!)이 다른 것 이상으로 공부하는 것과 지향하는 바가 매우 다르다.;;;

20세기 이래로 인류가 누리는 복 중 하나인 합성섬유와 플라스틱, 냉장 냉동 시설의 냉매, 휴대용 전자기기에서 쓰이는 고성능 배터리, 이것 말고도 각종 저렴한 인조 물질들을 존재 가능하게 한 것이 화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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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다이어그램에서 파랑이 아닌 주황색 화살표는 아무래도 물리보다는 화학의 비중이 더 큰 영역이라 생각된다.
그림에서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열을 효율적으로 내기 위해서 연료를 잘 정제하는 것도 응당 화학의 몫일 테고.. 그러니 화학 회사는 전지 쪽이든 석유 쪽이든 '에너지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좀 있다.

비전공 화알못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화학에서 굉장히 의미심장 대단한 변화/발견이라고 생각하는 건 다음과 같다.

1. 산과 염기 정의의 확장

전자기학에서 + -라는 양극을 다루는 것과 비슷하게 화학에서는 산과 염기라는 상극 개념이 있다. 그런데 그걸 엄밀하게 정의하는 게 은근히 난감했다.
처음에는 물에 용해됐을 때 H+ 이온을 내놓는 물질이라고 비교적 단순하게 정의됐는데(19세기 아레니우스의 정의).. 나중에는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예: 수용액이 아닌 곳에서는?).

그래서 화학에서도 산· 염기의 특성을 더 미시적으로 규정한 새로운 정의가 등장하게 되었다. 비전공자로서 본인이 기억하는 건 루이스의 정의 정도가 전부이다.
이런 게 물리로 치면 미터와 초의 정의가 더 엄밀하게 바뀌는 것과 비슷하고, 수학에서 음수의 거듭제곱이나 로그, 팩토리얼, 제타 함수 따위를 대수적으로 확장하여 정의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스타에서 디바우러가 뱉어내는 독성 물질이 설정상으로는 산성의 독액이다.;;
글쎄, 황산 염산에 비해 강염기가 금속을 녹인다는 말은 딱히 못 들어 본 것 같다. 하지만 생체 단백질을 녹이는 성능은 염기도 산보다 더하면 덜하지 결코 못하지는 않다.

그나저나 염기하고 '알칼리'의 차이는 뭐지..?? 단순 별칭인가?
원래는 동일한 개념인데 지질학인가 특정 분야에서는 둘을 약간 다른 용도로 구분해서 쓰지 싶다.

2. 유기물의 합성

인류는 연금술을 이용해서 구리에서 금을 '저렴하게' 인위로 만들어 내는 건 성공하지 못했다.
(오늘날은 뭐.. 입자 가속기 돌려서 원자 단위의 조작을 가해서 금을 이론적으로 만들어 낼 수는 있다..;; 하지만 실패 확률이 매우 높고 초극미량밖에 안 생기는데 비해 가속기 돌리는 비용은 가히 살인적.. 그냥 금은방에서 금 현물을 구입하는 게 더 쌀 정도로 가성비가 안 맞을 뿐이다. 물질을 원자 수준에서 본성을 유지시키는 원초적인 힘은 매우 매우 어마어마하게 강하기 때문에 현대의 과학 기술로도 제어하고 조작하기가 몹시 어렵다.)

그 반면, 인간이 금 생성 대신 다른 영역에서 성공한 것이 있는데.. 바로 요소라는 유기물을 실험실에서 자체적으로 합성해 낸 것이다.
그 전에는 고온에 노출됐을 때 곱게 녹고 달궈지고 증발하기만 하는 물질과(비등점), 불이 붙어서 에너지를 내며 활활 타고 재가 되는 물질(발화점).. 동식물 생명체로부터 유래된 물질은 근본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그 통념이 깨지게 됐다. (플라스틱만 해도 열가소성 수지와 열경화성 수지로 나뉘는 걸 생각해 보자~!)

금을 인위로 만드는 것과 동급으로 불가능이라고 여겨졌던 유기물의 인위 합성(무기 화합물로부터)은.. 프리드리히 뵐러라는 독일 화학자가 1828년에 최초로 성공했다. 수학으로 치면 초월수임이 최초로 증명된 수, NP 완전 문제임이 자가증명된 최초의 문제와 비슷한 지위라 할 수 있겠다.

이것은 연소와 관련하여 플로지스톤설이 부정되고, 생명의 자연발생설이 부정되고,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는 것이 알려진 것과 비슷한 급의 혁신이었다. 19세기에 물리학에서 전자기학이 새로 태동한 것처럼, 화학에서는 복잡한 탄소 화합물의 분자 구조를 다루는 유기화학이라는 난해한 분야가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요소 말고 다른 유기물들도 실험실에서의 합성 성공 사례가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나왔다.

3. 암모니아, 아세톤의 합성

역시 독일의 화학자인 프리츠 하버는 1909년, 공기 중의 질소로부터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공법을 개발했다. 이 덕분에 질소 비료를 원하는 만치 인위로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고 콩이나 휴경 같은 자연 요법 없이도 지력을 유지하며 농사를 계속해서 지을 수 있게 됐다.

이건 정말 '공기로부터 빵을 만드는 기적'을 행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식량 생산이 인구 증가를 못 따라간다는 맬서스 트랩이 이 업적 덕분에 불식되었다.
그래도 이 사람도 구리로 금을 만들지는 못했기 때문에 조국 독일의 1차 대전 패전 배상금을 갚기 위해서 바닷물을 대량으로 증발시켜서 거기 녹아 있던 금을 추출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건 가성비가 안 맞아서 곧 포기..

비슷한 시기에 '하임 바이츠만'이라는 영국계 유대인 화학자는 또 다른 유기물인 아세톤을 인위로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해서 화약의 대량 생산과 1차 대전 연합국의 승전에 큰 기여를 했다.
그는 그거 보답으로 유대인들이 들어갈 팔레스타인 땅을 요구했고, 훗날 이스라엘의 초대 대통령까지 됐다. 프리츠 하버와 하임 바이츠만의 비교는 수 년 전에 이미 한 적이 있으니 여기서는 그냥 링크로 대체하겠다. (☞ 링크)

20세기 전반은 정말 화학 강세였던 시절 같다. 정확하게는 화학공학..

Posted by 사무엘

2021/06/07 08:33 2021/06/0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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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힘(= 질량을 가진 물체의 속도를 달라지게 만드는 그 무언가)이라는 것은 그 근원 내지 본질이 (1) 중력, (2) 전자기력, (3) 약한 핵력, (4) 강한 핵력이라는 넷 중 하나로 귀착된다.

1. 중력

솔직히 중력 하나를 발견하고 개념과 공식을 정립한 것만으로도 인류는 정말 위대한, 엄청난 발상의 전환을 경험했다. "사람이 땅으로 떨어진다"가 "지구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아니 지구와 사람이 서로 끌어당기기는 하는데, 그 힘의 차이가 한쪽이 너무 넘사벽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것처럼 보일 뿐이다."로 바뀐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인류는 질량과 무게라는 걸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지구가 둥글다면 지구의 아래쪽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데?" 같은 걸 궁금해할 필요가 없게 됐다. 우주는 이차곡선, 일명 원뿔곡선 궤적 운동이 만연한 공간이라는 것이 수학적으로 깔끔하게 규명됐다. 천동설이 완전히 확인사살 당한 건 덤..

그리고 물체의 운동을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기술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떡밥 수준으로나 나돌고 학자마다 표기 방법도 제각각이던 '미적분학'이라는 것이 학문으로서 체계적으로 정립됐다. 여러 물체 중 진자의 운동은 정확하게 움직이는 괘종시계를 만드는 것과 관계가 있었다는 게 흥미롭다.

뉴턴으로 대표되는 이 고전역학은 부력이나 양력을 다루는 유체역학으로 이어지며, 공학으로 넘어가서는 기계공학을 정립시켰다. 중등 수준의 시험 문제에서는 "단, 공기의 저항은 무시한다, 마찰은 무시한다" 같은 단서가 붙지만, 현실의 문제를 풀 때는 그런 것까지 다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열역학은 보이는 힘과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변환 관계를 열과 결부지어서 꽤 심오하게 다루는 분야라 하겠다. 이론 자체는 새로운 게 나올 게 거의 없이 다 완성됐기 때문에 이것도 동력 기관이나 에어컨처럼 기계공학과의 응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오죽했으면 100여 년 전에 이 분야의 대가이던 켈빈 경이 "이제 물리학은 나올 거 다 나왔고 측정값의 소수점을 바로잡는 일밖에 안 남았다"라고 내뱉었을 정도였다.;; 양자역학의 출현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뭐, 이 사람은 비행기도 존재 불가능하다고 예견했었지만, 다행히 비행기가 실제로 발명되는 건 간발의 차이로 보지 못하고 19세기 말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끝으로, 기계공학과의 접점이 없이 고전역학이 물 만난 고기 역할을 하는 분야로는 천문학을 빼놓을 수 없다. 애초에 뉴턴, 케플러, 갈릴레이도 다 천체의 운동 연구에 일가견이 있던 사람이었다(진자가 아니라;;). 중력이란 건 앞으로 다룰 전자기력이나 원자력하고는 0의 개수가 수십 개씩 차이가 날 정도로 약하며, 천체 급으로 거대하고 거시적인 계로 나가야만 그 효과를 제대로 관찰할 수 있다.

물론, 천문학에서도

  • 우주 전체가 그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면 궁극적으로는 모든 천체들이 서로 끌어당기다가 다시 한데 도로 붙어 버리지 않겠는가? 어떻게 유지 가능한가?
  • 우주의 모든 공간 아무 방향으로나 무한히 많은 별들이 놓여 있으면.. 지구도 그 별빛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어디서나 낮과 밤 구분이 없이 24시간 내내 밝아지지 않겠는가?

같은 논리 궤변이나 역설이 이미 몇백 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어떤 건 그 시절의 과학 지식과 관측 기술만으로는 정확한 답을 구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뉴턴조차도 "좋은 질문인데, 거기까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신이 알아서 인위로 조절하시지 않을까?"라고 넘겼을 정도였다.

오늘날 우주 생성의 유력 시나리오로 여겨지는 대폭발설은 저런 역설들을 말끔하게 해결해 준다.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천체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으니 한데 도로 붙을 일도 없고, 별빛도 지구에 영원히 도달하지 못하는 게 있다. 우주가 그렇게 되고 있다는 게 관측을 통해 확인도 됐다.

그런데 그럼 우주가 팽창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태양계 전체조차도 우리 은하의 중심부를 초속 수백 km로 공전한다는데 그럼 그 공전을 가능하게 하는 중심의 거대한 중력은 정체가 무엇인지.. 난 천체물리학을 딱히 전공하지도 않았으니 그런 건 잘 모르겠다.

2. 전자기력

중력 얘기가 좀 길어졌다만.. 자연에는 중력과는 완전히 다르고 중력보다 더 강한 다른 힘의 원천도 있다.
중력이 아니고 원자력도 아니면서 자연에서 발견되는 다른 힘들은 근원이 몽땅 전자기력으로 귀착된다. 이 역시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전자기력은 서로 관계가 전혀 없어 보이는 힘까지도 한데 연결하고 있는 것이 많다.

제일 간단하게는 자석이 철을 끌어당기는 것.. 왜 이런 일이 가능한지 중력만으로는 알 길이 없다. 더구나 자석에는 당기는 것뿐만 아니라 미는 힘도 있다.
더 나아가 찌릿찌릿 정전기와 마찰 전기를 포함한 전기 현상, 전자석과 교류 발전기, 전동 모터.
그리고 생물의 근육이 힘을 내는 원천도 전자기력이다. 생체는 전기로 움직이는 각종 금속 기계와 전혀 다른 단백질 덩어리일 뿐인데.. 그래도 생각해 보니 생물 중에도 아예 전기 뱀장어나 전기 가오리 같은 동물도 있긴 하다.;;

소금쟁이가 물에 뜨고, 물이 컵의 용량보다 미묘하게 많이 담겨도 곧바로 넘치지 않게 하는 표면장력도 전자기력으로 가능한 일이다.
더 나아가 마찰력, 팽팽한 줄이나 스프링의 장력, 원자 레벨의 각종 화학 반응.. 이를테면 폭발(내연기관, 총기)도 배후에는 모두 전자기력이 있다! 원자조차 방사선을 내뿜으면서 더 작은 구성요소 입자 단위로 붕괴되고 엄청난 에너지를 내는 정도는 돼야, 그건 전자기력을 넘어서는 다른 힘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그러니 전자기력부터는 화학하고도 어느 정도 관련이 생긴다. 그리고 이놈의 전자기력만 정복하면 자연의 이치를 어지간한 건 다 깨달았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물론 그걸 미주알고주알 제일 저수준에서 통합적으로 기술하는 공식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복잡하고 어렵다.. -_-;; 맥스웰 방정식이라고 이름은 들어 보셨는가? 그리고 전기도 직류가 아닌 교류로 가면 얼마나 살인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워지는지~!

수학에서 미분과 적분은 서로 다른 목적과 방법론으로 출발했다가 합쳐져서 미적분학이 됐다. 하긴 지수와 로그도 서로 따로 출발했다가 한데 만났다고 하던데..
어쨌든 이건 물리학에서 전기와 자기가 합쳐져서 전자기학이 된 것과도 비슷해 보인다.

고전 물리학은 중력 위주의 고전역학에다가 이 전자기학 정도까지가 포함된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에 비해 패러데이, 맥스웰 같은 사람은 인지도가 지나치게 낮은 감이 있다.
고전역학의 곁가지로 열역학, 유체역학 등이 있는 것처럼, 전자기학의 곁가지 범주에 드는 게 전자기파의 특성을 좀 다른 관점에서 세밀하게 연구하는 광학이다. 각종 렌즈라든가 그 이름도 유명한 레이저가 이 바닥을 연구하면서 개발된 물건이다. 광학은 고전 물리학의 영역에서 연구되는 것도 있고, 양자역학 수준의 현대 물리학의 관점에서 연구되는 것도 있다.

빛도 전자기파의 일종이긴 한데 이놈은 도대체 파동(전자기파)일까 입자(광자..??)일까 하는 고민이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거 뭐 예수님이 하나님인 동시에 완전한 인간인 것처럼 빛도 이중성을 지닌 것이다.

빛의 속도가 무한이 아니라 유한하다는 것, 그리고 매질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는 사실 역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에 필적하는 엄청난 발견이며 인류에게 발상의 전환을 선사했지 싶다. 실제로 진공에서의 빛의 속력은 매우 중요한 물리 상수이며, 오죽했으면 오늘날 1m라는 길이의 단위가 광속에 근거하여 정의돼 있기도 하다.

전자기파는 파동인 주제에 음파와 달리 매질이 없어도 퍼져나갈 수 있으며, 덕분에 열을 '복사'라는 방법으로 전할 수도 있다.
전기로 빛을 내기도 하고 반대로 빛으로부터 전기를 얻을 수도 있다. 전기로 동력을 얻을 수도 있고, 전파 형태로 바꿔서 정보를 주고 받을 수도 있다. 이걸로도 얼마나 할 게 많으면, 공학과 접목한 분야가 전기공학과 전자공학으로 나뉜다.

아울러,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물리학에는 광학 말고 음파나 물결, 지진파처럼 전자기파가 아닌 다른 일반적인 파동, 진동을 연구하는 분야도 있다. 도플러 효과니 뭐니 하면서.. 얘들은 관찰되는 현상의 규모가 전자기만치 미시적이지는 않으니 고전 역학과도 접점이 있는 분야일 듯하다. 지금까지 수학 시간에만 접하던 삼각함수 그래프를 현실에서 보게 된다.

3. 원자력

고전 물리학을 통해 인간은 우주 만물이 돌아가는 현상을 차원이 다르게 정확하고 세밀· 엄밀하게 기술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로부터 엄청난 양의 기술을 개발하고 수많은 문명의 이기들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런데 20세기부터는 유럽의 천재 물리학자들에 의해 '양자 역학'과 '상대성 이론'이라는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분야가 새로 개척되었다.

돌턴의 생각과 달리, 원자는 더 쪼개지지 않는 물질의 최종 근원· 본질이 아니었다. 이것도 양성자니 중성자니 전자니 하면서 더 쪼개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더 미세한 입자들은 일반적으로는 중력이나 전자기력보다도 더 강한 힘으로 굳게 붙들려 있어서 마치 한데 뭉친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특이한 원소는 이런 상태를 비교적(?) 쉽게 바꿀 수 있으며 원자력이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얻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원소에서는 방사선이라는 아주 위험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이 분야도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 아인슈타인 외에 다른 양자 역학 선구자들은 해당 분야 전공자가 아니면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막스 플랑크, 조세프 톰슨, 어니스트 러더퍼드, 닐스 보어 이런 사람들 말이다.
그나마 뢴트겐은 X선을 발견했고 세계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니 그럭저럭 인지도가 있는 듯하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살아 있는 사람의 뼈를 해부하지 않고 라이브로 촬영할 수 있게 됐다니,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 이건 의료에도 영상 의학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 냈다.

비슷한 시기에 러더퍼드는 우라늄의 방사선을 연구하면서 방사선 중에 알파 선과 베타 선을 최초로 구분해 냈다. 그리고 원자핵 내부의 양성자들이 전자기력의 반발을 이겨내고 안정적으로 핵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강한 힘이 필요하다고 추론함으로써 강한 핵력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에 비해 약한 핵력은.. 원자력 중에서 전자기력보다는 약한 힘인데, 이게 있어서 탄소 동위원소 붕괴라는 게 발생하며 연대기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 정도까지만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

다음으로 보어는.. 우리가 지금 당연히 알고 있는 원자 구조 모형--원자핵 주변에 전자들이 마치 태양계에서 행성들이 태양을 도는 것처럼 도는 형태--을 최초로 제안했다. 이것은 선배 러더퍼드가 제안했던 모형을 더 개선한 형태였다.
여담이지만 보어는 full name의 앞부분이 '닐스 헨리크'라는 단어로 시작하는데, 이것은 5차 방정식을 연구했던 노르웨이의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의 앞부분과 완전히 일치한다.;; 신기한 노릇이다. 보어는 덴마크 사람이었다.

전자기학만 해도 돌아 버리겠는데 하물며 양자 역학부터는 관찰하고 다루고 계산하는 것들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으니 어지간한 기계· 전자 공대생들도 접점이 없어지는 듯하다. 그냥 학부 1학년의 기초필수 과목 수준에서 잠깐 다루고 넘어가 버린다.
사실, 원자력이라는 건 물질 자체를 원자 차원에서 존재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힘이 적용되는 범위는 상상을 초월하게 짧지만, 반대로 그 어떤 힘보다도 압도적으로 강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 물질이 다른 물질로 호락호락 바뀌지 않으며, 물리적 변화와 화학적 변화에는 분명한 경계가 존재한다. 과거의 연금술은 몽땅 실패했다. 어떤 금속이 물리적(?)으로 엄청난 열이나 충격을 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원자 차원에서 물질이 붕괴해서 다른 금속으로 바뀌었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전기 분해만 해도 꽤 힘들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 과정인데, 하물며 극도로 불안정한 방사성 원소를 합성하는 입자 가속기는 가동에 드는 동력 비용이 억소리 난다. 오죽했으면 원소의 무게당 생성 비용이 금보다 훨씬 더 비싸질 정도이다.
마치 생물에도 종과 종 사이의 경계가 존재하며 종간 잡종은 자연적으로 더 번식을 할 수 없듯이, 원소 간에도 뭔가 이런 경계가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생물학도 20세기에 분자 생물학이 태동하고 DNA라는 물건의 내부 구조가 밝혀지면서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급격한 발전을 하게 됐다. 그 전 19세기까지만 해도 생물학은 파브르 곤충기, 맨델의 초파리 유전 이러면서 그냥 이미 있는 생물을 잔뜩 관찰하거나 해부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러더퍼드가 "물리 이외의 다른 과학은 그냥 우표 수집과 별반 다르지 않음"이라고 괜히 말했던 게 아니다.

양자 역학이 등장하면서 물리학은 화학하고 굉장히 가까워졌다. 심지어 저 러더퍼드는 톰슨, 보어, 아인슈타인 등과는 달리,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하긴, 저 때는 원소 주기율표라는 게 완성된 지도 얼마 안 됐던 시절이었다.
이런 지식들이 차근차근 쌓이고 공학과도 손을 잡으면서 결국은 원자 폭탄을 만들고 원자력 발전을 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인류는 태양에서 유래되지 않은 폭발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상대성 이론은 그 자체가 양성자 중성자가 어떻고 전자가 어떻고 하는 양자 역학과 관계가 있지는 않고, 뭔가 다른 관점에서 기존 고전 물리학(역학+전자기학)의 한계를 보완했다. 미세 세계가 아니라 오히려 광속을 논하는 천체 운동에서 기존 물리 법칙으로 설명되지 않는 오차 문제도 여럿 해결했기 때문이다.

e=mc^2이라든가 "물체의 속도가 광속에 가까워질수록 시계가 더 느리게 가게 된다"는 문과 출신 일반인이라도 알 법한 너무 유명한 공식인데.. 저걸 어떻게 관찰과 증명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뉴턴과 갈릴레이 시절에는 정확한 진자 운동을 기술하는 게 목표였는데, 그로부터 300여 년 뒤엔 국제선 열차와 비행기가 등장하면서 세계 각국의 시계를 정확하게 똑같이 동기화시키는 게 매우 중요한 임무가 됐다. 상대성 이론은 이런 데서 오차를 줄이는 데에도 기여했다.

4. 맺는 말

이상이다.
지금까지 정말 맛만 보는 수준으로 간략하게 늘어놓은 바와 같이, 고전 물리학이 고전 역학과 전자기학으로 구성된다면, 현대 물리학은 양자 역학과 상대성 이론이 뼈대를 구성한다고 보면 되겠다. 고전에서 현대로 갈수록 관찰하는 스케일은 말도 안 되게 작아진다. 천문학적인 거대한 우주만 있는 게 아니라 각 물질의 입자 내부에도 작은 우주가 펼쳐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쿼크니 글루온이니 하면서 도대체 얼마나 더 쪼개야 이제는 진짜로 원천적인 물질의 본질이 도출될지, 아직 존재가 확인되지 않은 가상의 힘의 근원은 실존하는 건지, 4대 상호 작용을 더 근본적인 힘으로 통합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뉴턴 역학에서 시작했던 물리가 어째 이 정도로 추상적인 수준까지 갔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교통수단 내지 군대의 작전 장소를 육해공으로 나누는 것만큼이나, 자연 과학을 물리-화학-생물로 나누는 것은 상당히 그럴싸한 구분법이다. 화생방은 이 개념이 그대로 담긴 명칭이며, 사람이 다치는 방법도 물리적인 외상, 화학적 독극물, 아니면 생물학적 질병이라는 세 양상으로 정확히 나뉘는 편이기 때문이다. (지구 과학/천문은 잠시 논외로 하고..)

요즘은 자연 과학이 아닌 학문에다가도 개나 소나 과학이라는 말을 붙이는 편이다(예: 사회 과학). 하지만 물리는 다른 어떤 과학보다도 수학이 도구로 동원되는 비중이 높고, 뭔가 아주 fundamental하다는 느낌이 난다.
그래서 요즘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물리 전공자들은 자기 학문에 대한 부심이 있는 편이고 화학 같은 다른 과학이나 심지어 공학 쪽은 순수하지 못하다고(!!) 까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뭐, 아까 저 러더퍼드의 어록도.. 화학이나 생물은 우표 수집하듯이 그저 실험 결과 데이터 수집하면서 끙끙대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반면, 물리는 뭔가 깔끔한 이론과 법칙이 나와 있어서 더 근본적으로 우월하다는 요지로 한 말이었다.
그렇다고 화학이 완전히 물리의 하위 호환 시다바리로 전락한 것도 아니고 그쪽은 또 그쪽만의 관심사와 방법론, 연구 분야가 있다. 화학하고 화학 공학은 또 보기보다 굉장히 다르다. 아울러, 화학-화학 공학, 생물-생명 공학은 있지만 물리에 대응하는 공학은 기계, 전자, 항공우주, 원자력 등으로 굉장히 세분화돼 있다는 것도 생각할 점이다.

이렇게 인류의 과학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으며, 우리는 자연 만물의 내부 구조를 과거에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정도로 미시적인 수준까지 관찰하고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과학의 힘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은 마치 석유가 아직 고갈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파도 파도 계속 나오고 있으며, 본질적인 한계는 여전히 넘지 못할 것 같다는 게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마치 생명의 기원, 언어의 기원 자체를 설명하지는 못하듯이 "그럼 질량이라는 건 도대체 무슨 존재이길래 그렇게 뜬금없이 끌어당기는 힘을 내는 걸까?" 같은 의문을 떠올릴 수 있는데, 그런 것까지 따지자면 무슨 종교 논쟁처럼 답이 안 나오게 된다.

수혈이 전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피를 똑같이 인공적으로 만들지는 못하고 있고, 식물을 대신해서 광합성을 하는 기계를 직접 만들지는 못할 것 같다. 아무리 양자 역학이 발달해도 구리로 금을 값싸게 인위로 합성하지는 못할 것이고, 인간이 저렴한 가격으로 비행기 타듯이 지구를 떠나 아예 다른 행성으로 건너가는 세상이 올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성경이 말하는 몸, 혼, 영의 위상이 물리학으로 치면 각각 중력, 전자기력, 핵력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그냥 내 감과 뇌피셜이다. ^^

Posted by 사무엘

2021/03/02 08:36 2021/03/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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