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반응

가스레인지를 켜서 라면, 국, 찌개 따위를 끓이다가 잠깐 한눈 팔다 보면... 펄펄 끓는 국물이 넘쳐서 아래의 가스 불꽃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그 국물 성분이 ‘치익~’ 소리와 함께 타면서 불꽃의 비주얼도 잠시 변하게 된다.
그런데.. 그때도 나트륨의 불꽃 반응이 나타났었구나. 그래서 노란 불꽃이 잠깐 이는 것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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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맨날 말로만 듣던 나트륨등하고 본질적으로 같은 색이었던 거다. 염화나트륨도 불꽃 반응은 나트륨과 동일하구나.. 지금까지 정말 꿈에도 생각을 안 했다.;;
그 반면, 소금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보리차물을 주전자로 끓이다가 물이 넘쳐 들어가면 그때는 가스레인지 불이 노랗게 변하지 않았던 듯하다.

이게 불꽃 반응이라고 내가 인지를 못 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런 것 같다.

1. 나트륨의 호박색 불꽃은 자기 고유색이라기보다는 그냥 온도가 낮거나 산소 부족 불완전 연소해서 발생하는 호박색 불꽃과 아주 흡사하다. 연기와 일산화탄소와 그을음을 동반하는 그 더티한 불꽃 말이다. 그래서 그냥 그런 걸로 오인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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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트륨 말고 불꽃 반응에서 분홍색, 파란색, 보라색 등 각종 예쁜 색깔의 예시로 등장하는 원소들은 리튬, 스트론튬, 바륨 등.. 과학 실험 아니면 끝말 잇기 종-_-결용으로나 등장한다. 사람이 식품으로서 냄비에 넣어서 끓이고 입에 가져가지는 않는다.
그러니 불꽃 반응 실험은 그냥 과학 실험에서나 보는 별개의 세계이지, 그게 주방 가스레인지에서 구경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안 하게 되더라. 뭐, 불꽃 자체가 없이 열만 내는 전기레인지(인덕션)에서는 국물이 넘친다고 해서 노란 불꽃을 볼 일 자체가 아예 없겠지만 말이다.

금속 원소의 불꽃 반응색은 온도에 따라 빛의 색깔(파장)이 달라지는 흑체복사와는 다른 별개의 개념인 게 더 신기하다.
불이라는 건 열과 빛을 내는 그 무언가인데.. 기체도 액체도 아니고 그림자도 없고, 플라즈마..?? 도대체 어떤 존재인 걸까? 옛날에 태양이나 불을 숭배하는 종교가 있었던 배경이 일면 이해가 된다.

※ 불꽃 관련 여담들

(1) 스타에서도 테란은 건물이 손상되면 그냥 누런 불이 붙지만, 고매하신 프로토스는 포톤이나 넥서스 등, 건물에 붙은 불의 색깔도 가스레인지 불꽃마냥 시퍼렇다. 무슨 원소 기반인지는 잘 모르겠다.

(2) 오래된 생각이긴 하다만.. 불과 관련해서 발화점과 인화점이라는 건 고전역학에서 정지 마찰과 운동 마찰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이 피어오르는 걸 물체가 운동하는 것에다 비유한다면 말이다.
경사로에서 자동차가 미끄러져 내려가는 걸 예방하려면 주차 브레이크 잘 채우고 바퀴에다 굄목을 놓아야 하듯.. 주방에서 화재를 예방하려면 덕지덕지 묻은 기름때를 잘 닦아 주는 게 좋다. 뭔가 샤워실에서 비누 거품을 다 잘 씻어내야 위생에 좋은 것과도 비슷하다.

(3) 전기레인지가 아닌 가스레인지도 처음에 불을 피우는 건 도시가스 이외의 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콘센트든 건전지든.. 전기를 사용한다. 자동차 시동 거는 것과 비슷하다.
뭐, 가정용 가스레인지 정도의 사용 빈도로는 전력 소모가 어지간한 시계나 디지털 도어락 이상으로 적다. 그렇기 때문에 건전지 방식이라도 교환 주기는 수 개월이나 심지어 연 단위로 매우 길다고 한다.
다만, 식당에서 사용하는 단순한 형태의 대형(?) 가스레인지 중에는 그냥 외부 딱딱이나 심지어 성냥으로 불을 켜는 놈도 있는 것 같다.

(4) “진짜 제일 뜨거운 불꽃은 노랑도 파랑도 아닌 검정색이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지옥이 뜨거우면서도 어두운 장소라고 묘사돼 있다” 이런 말이 있는가 보다. 하지만 이건 과학적으로 그다지 옳은 진술이 아니라고 한다.
하긴, 태양의 흑점도 우주에서 맨눈으로 볼 때 시꺼멓고 어두운 색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체의 정맥 피가 파란색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오류이다.. ㅎㅎ

(5) 그리고 끝으로.. '작은 불꽃이여'라는 송 명희 시인의 찬송시..라기보다는 축복송이 있다. 주찬양 1집 A면 마지막 곡.
"작은 불꽃이여, 작은 불꽃이여, 그대의 빛을 밝히어라 ..."

얘는 뭔가 마 5:14-16 "세상의 빛"을 모티브로 쓰여진 시 같다.
마태복음은 '너희'가 세상의 빛이라고 말하지만 요한복음은 그에 앞서 예수님이 세상의 빛이라고 말한다는(요 8:12) 관점의 차이가 있다. ㅎㅎ 종합하면 당연히 예수님이 세상의 빛인 것처럼 예수의 제자인 너희들도 세상의 빛과 소금이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다음으로 2절 가사인 "작은 향기"는 아무래도 고후 2:15를 모티브로 삼았을 것이다. 둘을 절묘하게 잘 결합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24 08:35 2022/04/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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