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코딩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설적인 인물을 좀 소개하고자 한다.
이 예쁘장하게 생긴 아가씨는 무려 아폴로 11호 우주선을 총괄 제어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한... 열혈 공순이 되시겠다. 이름은 마가렛 해밀턴(1936~). (마가렛 대처..는 영국의 정치인 이름이고.)
지금은 이미 80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되었지만 저 사진은 1968~1969년경에 촬영되었으니, 지금 내 나이 때 저런 일을 해낸 것이다.
IBM PC도,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도, C/파스칼도 없던 시절에 프로그래밍을 도대체 어떻게 했다는 건지 실감이 안 감. 기껏해야 어셈블리어, 포트란, 코볼 정도나 있었을 텐데.
우주선이나 전투기에는 Ada 언어가 많이 쓰인(쓰였)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거의 1980년대는 돼서야 등장한 언어이다.
저기 옆에 있는 서류더미는..;; 프린트된 전체 소스 코드 리스트라고 한다.
그녀는 노가다 코딩만 한 게 아니라 수학자· 과학자· 공학자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을 가능하게 했으며, 그 까마득한 옛날에 사실상 소프트웨어 공학이라는 학문 영역을 새로 개척했다고 한다. 이런 사람의 숨결을 받아서인지 NASA가 예로부터 컴퓨터 프로그램 최적화의 종결자 소리를 듣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한 마디로 여군 장성인 그레이스 호퍼의 뒤를 이은 미국의 천재 여성 프로그래머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그녀는 나중엔 자기 이름을 따서 Hamilton Technologies라는 회사도 차렸다.
주요 솔루션이 Universal Systems Language이라고 하는데.. 말만 들어서는 PL과 SE 분야의 융합 같기도 하고 도대체 핵심 기술이 무엇인지가 봐도 모르겠다. 너무 추상적이어서 그런지...
저 때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절이니, 그 당시에 딱 현업에서 종사하고 있었던 저분은 그 영화를 보는 눈이 남달랐을것이다. 아니 아예 영화 제작 과정에서 기술 자문도 해 주지 않았을까.
이 사람과 대등한 레벨의 괴수를 우리나라에서 찾자면 아무래도 성 기수 박사를 꼽을 수 있겠다.
일단 1934년생으로 연령도 비슷하고, 하버드 최단기 박사 졸업에다 우리나라 컴퓨터 역사의 산 증인인 분이기 때문이다.
우주선 시스템은 아니지만 88 서울 올림픽의 전산 운영 시스템을 총괄 개발했다. 게다가 이분 역시 원래 전공은 항공 우주로 NASA 입사를 지망하기까지 했으며, 1960년대의 컴퓨터와 프로그래밍 환경을 접했던 분이기 때문에 일치하는 면모가 많다.
저런 천재들을 보면 난 지금까지 도대체 뭘 하고 살았나 싶은 자괴감이 든다.
그리고 여담.
- 저 사진에 있는 마가렛 해밀턴의 옷차림처럼, 무릎까지 올라오는 미니스커트(!)가 세상에 첫 등장한 것도 1960년대 후반의 일이다. 그러니 저 복장은 그 당시로서는 최신 패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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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호퍼(Grace Hopper)'는 grasshopper(메뚜기)와 단어 발음이 참 묘하게 비슷하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