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잡설 컬렉션

※ 마곡과 마곡나루 역

1996년 3월에 서울 지하철 5호선이 개통한 지 무려 12년 만인 2008년 6월에, 미개통 무정차 통과역으로 줄곧 남아 있던 마곡 역이 문을 열었다. 이건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본인은 병특 중이던 시절, 아직 개통 전이던 마곡 역의 버려진 모습과 심지어 불 꺼진 어두컴컴한 승강장의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아 위대한 기록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ㄲㄲㄲㄲㄲ
하지만 마곡 역 일대가 워낙 허허벌판인지라 이 역은 개통하고도 승객 이용 실적이 굉장히 저조한 역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거기에다 지금은, 동일하게 강서구를 지나는 9호선의 마곡나루 역이 과거 마곡 역의 안습한 지위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중. 미래를 기약하고서 역을 건설은 했지만 당분간 미개통 무정차 통과인 역이다. 마곡 역은 그래도 공항로라는 대로변에라도 있지, 마곡나루는 그것도 아니다. 훗날 마곡 지구가 개발되고 공항 철도와의 환승역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역이라고는 하나, 환승은 계단 없이 3초 환승이 되는 김포공항 역에서 하면 되지 굳이 마곡나루를 이용할 이유가 있겠는가?

이로써 서울 지하철에서 '나루'로 끝나는 역은 광나루(5), 여의나루(2), 최근에 개명된 잠실나루(2. 구 성내)에 이어 마곡나루가 추가되었다.
과거에 경인선 철길 일대가 전부 허허벌판이었다고 누가 말하더라도, 그 시대를 살아 보지 않은 사람은 그걸 결코 실감할 수가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마곡 역 일대는 2010년 현재까지도 '서울 시내'에서 논밭과 허허벌판을 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지대이다. 여기까지 마치 서울 강남처럼 빽빽한 건물로 뒤덮인다면?

일산선(대표적으로 원당-삼송)이나 안산선 일대도 그렇고 서울-성남 외곽(8호선 복정-산성 같은)도 몇 년 뒤면 다 개발되고 지금과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 준비된 환승역

준비된 바로타 환승: 금정이 최고의 환승역이다가 이제 김포공항 역까지 추가된다. 단, 9호선과 공항 철도끼리만 그렇고, 5호선은 아님.

준비된 십자형 환승: 두 노선이 같은 기간에 동시에 건설된 충무로, 군자, 천호 같은 역이 좋은 예이지만, 한 노선이 미래를 염두에 두고 나중 노선과의 환승을 염두에 두고 건설된 여의도도 최고의 대인배이다.
2기 지하철이 건설되던 당시에는 미래의 3기 지하철과의 환승을 고려하여 여의도(5), 녹사평(6), 논현(7), 몽촌토성(8) 같은 역이 환승 대비를 하고 건설되었지만 여의도를 제외한 나머지 역에 대한 예측은 빗나갔다. 몽촌토성 역의 경우, 미지의 노선이 개통하면 바로 꽂으라고 노선 색깔띠를 꽂을 공간까지 미리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

억지로 만든 티가 노골적으로 나는 막장 환승: 노원, 신길, 신당 같은 역이 그 예이다. 가히 '환승이 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라' 수준.

※ 프로젝션 광고와 스크린도어

본인은 서울 도시철도 공사에서 개발한 참신한 사업 아이템이랍시고 지하철 승강장에다 광고 프로젝션이 장착되는 걸 목격하면서 병특을 시작했으며, 3년 남짓 뒤엔 그게 도로 철거되고 스크린도어가 대신 설치되는 걸 목격하면서 병특을 끝냈다. 참 재미있는 시기였다.

왜 철거되었냐 하면 광고 동영상이 선로 쪽 벽 내지 기둥으로 프로젝션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쪽을 문으로 딱 가리는 스크린도어가 등장하면서 완전히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이것도 어찌 보면 과거 코레일의 무인 개집표기 설치 -> 철거만큼이나 SMRT의 병크 아니면 최소한 흑역사인지도 모르겠다.

2006년이 절정이었다. 회사에서 퇴근한 후 맨날 7호선 강남 구간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본 CF로는 K-swiss, 그리고 그때 한전에서 이미지 광고로 히트 쳤던 <빛으로 만드는 세상>... 진짜 지겹도록 봤다. 그런데 이런 광고만 한 게 아니라 소주와 경마와 로또 광고도 어찌나 지독하게 많이 해 댔는지, 이거 공기업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뭐, 선로 쪽 벽이 아니어도 광고를 붙일 곳은 많다. 지금은 스크린도어에다가도 대문짝 만하게 광고를 붙이고, 또 열차 도착 안내 전광판 자체가 LED(청색을 표현할 수 없는)에서 올컬러 LCD 모니터로 교체되어 거기에다가도 쉴 새 없이 광고 동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2006년이면 2기 지하철 중 20세기에 개통한 5, 7(건대입구 이북), 8호선의 전광판에도 도착 열차 꼬마열차가 추가된 시기이기도 했다. 이것도 역사적인 사건이다.

※ 신도림-까치산 지선도 SMRT 관할?

까치산 역은 5호선(SMRT)과 2호선(서울 메트로) 지선과의 환승역이지만 100% SMRT 관할 구간이다. 마치 신도림 역이 인근의 영등포나 구로와는 달리 코레일 관할이 없고 100% SMRT 관할인 것과 비슷한 이치.
그래서 까치산 역은 2호선 열차를 타는 승강장도 2호선이 아닌 5호선 SMRT 스타일의 열차 도착 안내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2호선 열차가 진입하고 있는데 “항상 5678 서울 도시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멘트까지 덧붙이는 건 좀 심하지 않나? ㄲㄲㄲㄲ
그래도 5호선은 전동차 구동음이 우렁차고 아름다우니 용서된다.

※ 지하철 역 중에서 서로 연결된 곳

서로 다른 노선의 환승역이 아니라 동일 노선의 인접역이 순수하게 지하 통로(=상가들)로 연결된 곳은 어디가 있을까?
1호선 종각-종로3가가 대표적인 예이고, 2호선 을지로입구-을지로3가도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지하 상가가 원체 발달해 있는 7호선 고속터미널-반포 사이도 그렇잖아도 역간거리도 짧은데 연결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1호선 동대문-동묘앞도 연결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이 더 있으면(수도권 말고 지방 광역시 지하철도 포함) 알려 주기 바란다. 아, 대전 지하철도 대전역-중앙로는 거의 한 블록 거리인데 지하로 연결되어 있다.

※ 경춘선과 서울 2기 지하철

이제 곧 있으면 경춘선 복선 전철이 개통한다. 벌써부터 지하철 노선도에는 경춘선 노선이 표기되고 있다.
2004년 고속철 개통과 함께 통일호가 사라지고, 2005년 본인의 병특 시절에 춘천 역이 폐쇄된 후...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서야 경춘선은 전철이 다니는 깔끔한 철도로 거듭나고 춘천 역도 다시 생긴다.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경춘선의 영향을 받아서 기존 지하철도 구간이 연장되거나 비환승역이 환승역으로 바뀌는 게 있는데, 재미있게도 이게 다 6~8호선이어서 SMRT 관할이다.
서울 2기 지하철은 1기 지하철에 비해 역사가 짧고, 전구간 개통 이후 지금까지 새로운 역이 생긴 사례가 없었으나, 2010년 이후가 돼서야 뭔가 의미심장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6호선 신내: 경춘선과의 환승을 위해, 차량 기지와 더욱 가까운 곳에 신설되는 역이다. 역의 지리적 위상은 5호선 강일(아직 완공되지는 않음)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7호선 상봉: 중앙선과 경춘선을 모두 탈 수 있는 국철과의 환승역으로 바뀐다. 하지만 주변의 망우 역과 너무 가까워서 중앙선 전철의 표정 속도를 떨어뜨리는 게 개인적으로 우려된다.
8호선 별내: 6, 7호선보다는 아직 훨씬 더 먼 미래의 일이긴 하다. 8호선이 드디어 암사보다 더 북쪽으로 뻗어서 강을 건너고 중앙선과 경춘선을 수직으로 연결까지 하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

※ 일본 지하철엔 스크린도어가 없다

2002년에 우리나라의 이 수현 씨가 일본에서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한 뒤 자신은 목숨을 잃었는데, 그로부터 8년도 더 뒤인 지난 11월엔 또 한국인 유학생 이 준 씨가 도쿄 지하철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했다. 덕분에 도쿄 소방서로부터 감사패 득템.

이분은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 안전 전문가일 뿐이라고 강조했고, 실제로 공부도 교통 안전 분야로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었다고 한다. 그 분야로 일본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점, 선로에 떨어졌을 때의 대피 요령과 전동차의 운행 특성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아마 은둔 철덕-_-이지 않겠나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는데, 만약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철덕이 평소에 숙지한 FM대로 잘 행동한 덕분에 해외에서까지 국위를 선양했으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인 역시 수 년 전엔 한 치의 막힘 없이 지하철 안에서 어느 중년의 캐나다 사람에게 서울 지하철의 우수성을 자랑스럽게 소개해 주기도 했다. ^^;;

철도 선진국인 일본도 지하철에 우리나라처럼 지하철 전역에 스크린도어가 완비되어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 위정자들이 갑자기 뭔 바람이 들어서 그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스크린도어 설치 지시를 내렸는지는 모르겠다. 승객 안전보다도 당장 투신 자살 노이로제와 트라우마에 걸릴 것 같은 기관사들을 배려한 조치일지도 모른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20 08:53 2010/12/2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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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 역에서 느껴지는 애환

* 카테고리를 뭘로 잡아야 할지 난감한 글이다. 철도 얘기, 성경 얘기, 별별 얘기가 다 들어가서... -_-

※ 철도 얘기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서쪽 종점은 잘 알다시피 방화 역이다. 그러나 서쪽 종점이라고 해서 이 역이 5호선 역 전체를 통틀어 서울 최서단에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5호선 최서단 역은 김포공항 역이며, 그 후로 5호선은 선형이 다시 살짝 동쪽으로 바뀐다. 김포 공항을 경유하기 위해 굴곡을 일부러 만든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6호선의 최서단 역은 월드컵경기장 역이다. 서울 2기 지하철이 건설되던 당시에는 월드컵 경기장을 강서구 마곡 지구에 만들지, 은평구 상암동에 만들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결국 후자로 결정되면서 6호선의 노선에도 그쪽으로 급히 굴곡이 추가된 것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자들이 고생을 좀 했다고 들었다. (덧붙이자면, 당시 조 순 서울 시장의 지시로 마곡 지구의 개발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5호선 마곡 역도 10년이 넘게 미개통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방화 역은 시의 거의 끝자락에 자리잡은 종착역답게, 그 인근은 좁은 4차선 도로이고 한가한 베드타운이다. 동쪽 종점인 상일동이나 마천도 비슷한 분위기이다. 본인은 2008년 6월 말, 마곡 역이 거의 12년만에 정식 개통하기로 한 바로 전날, 방화 행 막차를 타고 거기까지 간 후, 근처 PC방에서 외박을 했다. 그리고 새벽 5시 반에 하행 첫 차를 타고 5시 38분경, 갓 개통한 마곡 역의 승강장에 지하철 회사 관계자가 아닌 사람 중에서는 최초로 발을 디뎠다!

이건 완전, 달에 최초로 도착한 아폴로 11호 조종사 같았고, 또 주의 첫 날에 아침 일찍 예수님의 무덤에 찾아가는 심정이었다(막 16:1). 본인은 예수님의 부활은 눈으로 못 봤지만 마곡 역의 부활을 맨 먼저 목격한 증인이다. 본인처럼 마곡 역 답사하러 인천에서 미리 찾아와 기다렸다는 어느 철도 덕후도 있었다. 그리고 사실은 그 날, 본인도 어차피 혼자 간 게 아니었고, 같은 철도 동호인 후배 친구와 함께 밤을 지새웠다.

본인에게 방화 역은 이런 오덕스러운 추억이 있다. 그런데 방화 역 인근에는 주거 구역만 있는 게 아니다. 국어학에 관심이 많고 동시에 KJV 빌리버이기도 한 본인에게 꽤 큰 의미를 지니는 기관이 두 곳이나 이 지역에 입주해 있다.
하나는 국립 국어원이고, 또 하나는 말씀 보존 학회(이하 말보회)이다. ㅎㅎ

※ 철도 말고 나머지 얘기

다만, 관심 분야가 유사할 뿐이지, 두 곳 모두 본인이 직접적인 인연을 맺은 적은 없는 곳이므로 오해 없기 바란다. 가령, 한글 학회와 국립 국어원은 민간 단체와 정부 기관이라는 차이도 있거니와 정체성도 완전히 다르고, 서로 원수지간까지는 아니어도 그렇게 친하지는 않다. 그 이유를 근본적으로 파헤치자면 서울대 이 희승 라인과 연세대 최 현배 라인까지 길고 긴 흑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이 글에서 다 다루지는 않겠다. 뭐, 요즘은 어차피 옛날 같은 그런 파벌 싸움 자체가 별로 무의미해지긴 했지만 말이다.

인터넷 게시판을 돌아다니다 보면, 국립 국어원에서 제정한 한글 맞춤법이나 외래어 표기법에 대한 비판을 한글 학회에다가 하는 사람의 글을 예전에 좀 보곤 했다. 이건 지하철로 비유하자면, 코레일 관할 역 내지 코레일 소속 전동차에서 생긴 불만 사항 민원을 서울 메트로에다가 넣는 것과 같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말글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문화 체육 관광부 소속 정부 기관이 방화동에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이다.

그리고 또 말보회도 아주 유명하다. 있는 위치가 하도 상징성이 크다 보니, 우리 진영에서 설교 같은 공식 석상에서 가끔 말보회를 완곡하게 언급할 때 ‘방화동 교회’라고 표현할 정도이다.
킹 제임스 성경에 대해서 제대로 잘 아는 게 아니라 어설프게 들어 본 사람의 머리에는 “KJV = 말보회 = 이 송오 = 피터 럭크만 = 이단”이라는 다중 거부 장치가 겹겹이 설치되어 있다. 이걸 두고 어느 한 쪽만 일방적으로 탓할 수는 없다. 바른 성경에 대한 관념이 없고 성경의 보존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삐뚤어진 신앙도 잘못됐지만, 바른 성경과 바른 교리를 알면서도 진리를 사랑으로 전하지 않고 무례하게 깽판 부리면서 간증을 다 망친 진영도 잘못한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남 탓할 자격이 없는 게... KJV를 처음부터 말보회 진영을 통해서 받아들였다면, 난 과격 면에서는 아마 이 송오 목사의 후계자(?)로 지목될 정도의 전투종족이 되지 않았을지? ㅋㅋㅋㅋ 럭크만 정도의 성경 실력은 없는 주제에 그 사람의 성깔만 Ctrl+C, Ctrl+V가 돼서.. 성경을 무기로 삼아 <성경대로 믿는 사람들>에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이단들 욕하고 까는 글 기고하면서 말이다.
그 사람들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오버하느라 기성 교회 사람들 마음을 아주 닫아 버리게 만든 건 분명 잘못이다. 오죽했으면 “말썽 보존 학회”로 전락을.. -_-

“처음에 한국에 변개되지 않은 바른 성경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왔더라.”(1절) “And 한국 교회는 교리의 혼돈과 공허로 가득한데, 정작 KJV 교계는 여러 파벌들로 갈라져 있으며 기성 교회들로부터 이단으로 찍혔더라.”(2절)
이게 한국 KJV 교회 역사의 간극 이론이 아닌가 싶다. 그 간극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2절을 1절 이후의 시간 순으로 해석하면 간극 이론이고, 2절을 1절이 일어나던 당시의 배경 상황 내지 부연 설명으로 풀이하면 간극을 배제한 해석이 되는 셈이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기발하다 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0/09/02 09:10 2010/09/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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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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