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보회 한킹
말씀 보존 학회는 우리나라에서 바른 본문에서 번역된 성경이라는 걸 최초로, 가장 먼저 개척했다. 그래서 그런지 한킹이라는 성경도 면류관, 천국, 예수님 대신 예수, 길 대신 도(사도행전) 등 옛날 성경 용어가 남아 있어 좀 정겨운(?) 느낌이 든다.
얘들은 한킹을 다른 교회· 교단들에다가 전파하는 것보다는 독자적인 교회· 교단을 개척하려는 성향이 더 강했다.
모바일 생태계에다 비유하자면 애플의 맥이나 아이폰이 완전히 자기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일체형인 걸 생각해 보시라. 이 송오 목사는..
- 성경침례교라는 아이폰을 만들었고,
- 그 하드웨어에서 돌릴 한킹이라는 iOS의 개발을 주도했다.
- 그 뒤 그는 말씀 보존 학회라는 앱스토어를 만들었고,
- 이를 토대로 세대적 진리, 럭크만 주석서 같은 다양한 앱을 출시했다.
- 이런 조직과 교회, 성경, 서적을 통해 '성경대로 믿는 사람들'이라는 여러 앱등이들을 양성했다.
이런 식이다.
스티브 잡스는 사업가로서는 혁신적이었지만 사석에서나 직장 상사로서는 X나 X랄맞은 인성과 싸가지를 자랑했다고 한다. 이 송오 목사도 이런 쪽으로 아주 악명높았었다.
쟤들은 자기 조직, 자기 교리 노선, 성경, 교회를 완전히 통합 일체형으로 본다. 사고방식이랄까 포교 전략이 저렇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저렇게도 독단적으로 구는 거다.
그래서 심지어 30여 년 전엔 자기들(만)이 대한민국 최초의 진정한 성경적인 신약 교회라는 드립을 쳤던 건 유명한 일화이고, 반대급부로 자기 교회에 있다가 나간 사람을 배교자라고 그렇게도 욕을 해댔다.
진짜로 순수하게 진리를 전하다가 부당한 박해와 배척 받는 거랑 그냥 혈기 깽판 부리다가 간증 잃고 욕 쳐먹는 걸 구분을 못 하고.. 심지어 탈퇴자한테는 자기네 성경을 쓰지 말라는 어이 안드로메다 급의 미친 소리까지 했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게 진짜 중요한 사항인데..
한킹은 킹 제임스라는 영어 성경을 중역했기 때문에 '킹'이라는 명칭이 붙은 게 아니다.
400년 전 잉글랜드 사람들이 킹 제임스 성경을 번역할 때 쓰였던 그 바른 원어 원문(TR 공인 본문, 정통 맛소라)을 갖고,
마치 영킹을 만들듯이 우리말 성경을 만들었다..!! 도착어만 다르지 출발 원문이 영킹의 그것과 같다는 뜻에서 '한킹'인 것이다. ㄲㄲㄲㄲㄲㄲ
어, 써 놓고 보니 약간 진화론 얘기 같네..??
현대 진화론에서는 인간(한킹)이 원숭이(영킹)로부터 진화(번역)한 게 아니라..
인간과 원숭이가 같은 공통조상(히브리 헬라 원어)으로부터 진화했다고 말하니까 말이다! 딱 그 모양새이다!!!
한킹은 신약은 TR 원어 원문 기반(시민권)에다가 영킹 용어(이스터, 순교자 등)를 참고해서 만들어졌고,
오히려 구약이 영킹 중역(로뎀나무가 아니라 향나무)에다가 맛소라 히브리어 본문 용어(음부, 아세라)를 참고해서 만들어졌다.
후대의 그 어떤 성경도 채택하지 않은 특이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_=;;
일각에서 모함하는 것처럼 "한킹은 킹 제임스 성경이 아예 아니다"는 당연히 아니다. 단지, 성서 초등학교 애들을 도롱뇽 소년이 아니라 개구리 소년이라고 불러도 문제 없는 거, 구치소 얘기이지만 교도소 일기라고 웹툰 제목을 붙인 거,
그리고 복음 전할 때 예수 안 믿으면 불못이 아니라 지옥 간다고 말하는 거(정작 영원히 있게 되는 곳은 불못인데)..
이런 관계일 뿐이다. 별개가 아니고 어차피 그게 그것인 관계이기 때문에 좀 더 인지도 높고 대중적인 명칭을 썼을 뿐이다. 차이라고 해 봐야 영킹이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을 묘사했다면, 한킹은 그게 결국 이런 뜻이라는 식으로 표현한 정도가 대부분이다. (자유-생활방식 → 시민권, 긴장하다 → 거르다, 작은숲 → 아세라)
1980년대에 이 송오 목사가 TR을 기반으로 코리언 성경 번역을 시작했다는 건 그 당시 미국의 KJV 옹호 진영에서도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피터 럭크만 같은 강성 영킹 유일주의자도 그에 대해서 "당신 왜 영킹에서 성경을 번역하지 않아?" 같은 문제 제기는 하지 않았다.
말보회 교회를 직접 다니는 사람들조차도 자기 교회 조직이나 성경책에 대해서 이렇게 애플에, 진화론에, 개구리 소년 비유까지 동원하면서 진지하게 깊이 고찰해 본 적은 아마 없을 것이다. -_-;;;;;
2. 표준역
표준역은 2020년대에 정말 젊은(나보다도 어린..!) 신학도가 과감한 영킹 중역을 표방하면서 편찬한 성경 역본이다.
우선 칭찬부터 하고 시작하자. 몇몇 일부 단어나 표현은 참신한 시도이거나 잘 번역한 것 있다.
- (가령, seek와 find를 찾다/발견하다 라고 구분해 준 것, win을 쟁취라고 시도한 것,
행 5:30을 단순히 "나무에 매달아 죽인"이 아니라 "죽여서 나무에 매단"이라고 옮긴 것.. 이런 건 잘한 거다.)
기존 타킹 쓰는 진영에서는 표킹의 이런 면모까지 다 무시하면서 밟아버리려는 듯이 감정적으로 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 영킹 직역이라지만 일부 표현은 말보회 한킹의 번역을 따른 게 있다. grave, walk 등.. 단지 원어를 참조한 게 아니라 영어에도 그런 뜻 있다고 웹스터 사전을 들이댈 뿐.
- 그러나 몇몇 접속사나 관사 복수형을 일일이 다 살려서 넣은 건 무리수이다. 영어의 모든 관사가 정확하게 수효를 한정짓는 용도로 쓰이는 게 아니다. 그냥 다음에 오는 단어가 형용사나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라는 것만 명시하는 용도로 습관적으로 붙는 것도 있으며, 그런 건 한국어로 옮길 때 굳이 번역하지 않는 게 정상적인 번역이다!
저런 번역 스타일만으로도 논란이 되는데 하물며 그렇게 하지 않은 타 역본을 변개 삭제라고 까는 거는.. 무리수를 넘어 누워서 침 뱉는 자충수이다.
- 같은 뜻인데 단순히 영문학상 패러프레이징 하느라 유의어를 동원한 것을 굳이 우리말로 무리해서 다 다르게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가령 행10의 kill '잡아먹다'과 11의 slay '도살하여 먹다')
- '비둘기 그녀, 지혜 그녀'는 좀 다시 생각했으면..? 영킹은 솔로몬의 재판에 나오는 아기도 it이라고 가리키는 부분이 있다. 표킹도 아기를 '그것'이라고 옮기지는 않았더구만? 영어 대명사랑 우리말 직역이 어차피 대응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 마케팅 방식이 적절치 못했다. 그렇게도 영킹 직역 성경을 내고 싶었으면 차이점만 나열하고 자기 것이 뭐가 좋은지만 얘기를 하면 됐는데 무슨 타킹들이 변개하고 삭제했다는 소리는 그 뒤로 욕을 십자포화로 얻어먹어도 실드를 칠 수 없다.
누가 정말 순수한 의도로 정당하게 성경 번역 새로 해도 기득권들로부터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욕 먹고 비방 당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저거는 부당한 욕이 아니라 욕먹어도 싼 짓을 해서 욕먹는 거다.
- 영어 본문을 갖고 검증되지 않은 이상한 썰을 풀면서 어그로 끌었던 것도 이 바닥의 금도의 도를 어긴 거다. 일부 목사님들로부터 미운털 단단히 박힌 꼴이 됐다.
그러니 표킹에 대한 내 생각을 세 줄로 요약하면
- 일부 영킹대로 잘 캐치하고 잘 번역한 표현
- 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번역 스타일
- 적절하지 못했던 마케팅
정도다.
참조용으로 고려할 만은 하다. 나도 처음엔 '다시 채우라'와 '하나님이 자신을 어린양으로', '예언'이 모두 살아 있고 it came to pass를 다 번역했다고 해서 아주 긍정적으로 봤으나.. 밝은 면뿐만 아니라 어두운 면도 아직은 무시 못 할 지경인 것 같다. 일부 장점이 아니라 성경의 전반적인 번역 퀄리티나 저 진영의 인성의 퀄리티가 아직 검증이 덜 된 것 같다. 더 지켜봐야지.
"이제야 우리 민족에게 참다운 하나님의 말씀이 주어졌다 앗싸!" 이렇게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을지는.. 글쎄? 표킹 쓰고 싶거들랑, 한참 더 교열 보고 다듬는 일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 사람만 그 진영으로 가는 게 좋을 거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성경으로 예배드리고 싶거들랑 혼자 조용히 교회 옮기면 된다. 기존 교회 목사를 비방하고 딴 초신자들 꼬드겨서 우르르 나가고 분탕질 치지는 마시라. 그건 무식하고 덕이 되지 않는 짓일 것이다.
3. 흠정역 (+ 근본역)
그리고 그 이름도 유명한 '흠정역'은 한킹의 뒤를 이은 2인자로 시작했지만.. 말보회의 삽질 뻘짓으로 인한 반사 이익을 받으면서 지난 20년 동안 점유율을 꾸준히 올려 왔다. 안티오크 권위역의 용어와 번역 이념을 많이 계승한 한편으로, 영킹의 표현을 말보회 한킹보다 더 많이 반영했다.
말보회가 애플이면 흠정역은 기기의 제조사가 다양한 안드로이드 진영이기라도 한 걸까? 흠정역 진영은 성향도 더 개방적이었다. 교리 노선이 번역자와 다른 기성 개신교회나 독립 교회들에게 자기 성경을 널리 보급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그 대신 흠정역 쓰는 교회들은 영어와 원어 사이의 관념부터 시작해서 세부 교리의 파편화가 말보회 계열보다 더 큰 편이다.
그래서 흠정역 진영이 한킹 진영을 완전히 대체했느냐 하면.. 안타깝게도 그리 되지 못했다. 이쪽도 단점과 한계가 있고, 공과 과가 모두 생겼다.
세월이 흐르고 세력이 커지면서 성경 번역자 개인이 분별력이 흐려지고 흑화하는 건 이쪽이나 저쪽이나 방식만 다를 뿐 절대값은 별 차이 없었다. 허나, 말보회 쪽은 교리 노선이 확고하고 탄탄해서 성경과 성경 번역자를 완벽하게 분리해서 판단할 수 있는 반면, 흠정역 쪽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흠정역은 번역자의 독특 내지 이상한 신념이 들어가서 성경에 예언이라는 단어가 전혀 없다. 그리고 창조과학회 영향을 받아서 세대적 진리에서 간극 재창조는 별 이상한 근거를 들면서 거부하는 등 교리 노선이 예전부터 많이 삐그덕거렸다.
10년 전에는 "원어로 너스레 떠는 목사 격퇴하기" 하면서 영킹을 강조하다가 지금은 원어 의존도가 훨씬 늘었다.
10년 전에는 "바른 성경을 믿어서 이단 소리 들으니 얼마나 영광입니까?" 하다가 지금은 "우리는 이단 아니다. 성경 선택권을 보장하라"...;;;
차라리 한 교리 노선에 일관되게 단호박이면서 탈퇴자 뒷담화만 거하게 하던 원래 동네가 더 나아 보일 지경이다.
이 와중에 최신 마제스티판은 딤전 6:5 '이익이 경건'을 이상하게 고쳐서 이전 판보다 개악되었고, 이것 때문에 학을 떼는 사람과 이것도 별 상관없다고 실드 치는 사람이 갈라져서 싸우는 촌극이 벌어졌다.
말보회에서는 지금도 흠정역이 짝퉁 가짜 성서라면서 비방 험담하느라 여념이 없다. 근데 쟤들은 상대방의 동태에 대해 공부를 하긴 할까? 욕할 거면 진짜로 물어뜯기 좋은 이런 아이템을 갖고 물고 늘어져야지, 책 제목 같은 별 쓰잘데기없는 걸 갖고 참 수준 낮게 트집 잡고 제 얼굴에 침 뱉더라.
그 와중에.. 2020년대에 근본역이라는 게 성서 침례교회 진영에서 만들어져 나왔다. 이건 예언 같은 몇몇 단어만 빼면 흠정역과 아주 비슷하다.
다만 판이 올라갈 때마다 정오표를 만들어서 수정 내역을 정직하게 공개해 주고(!!!!), 개인이 아니라 위원회 명목으로 판권 없이 오픈소스 정신을 반영해서 출간하고.. 딱 3판까지만 만들고 영원히 관두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번역보다는 번역 방식 면에서 참신한 시도를 한 것 같다.
이상이다.
이 2020년대 대한민국 땅의 킹 제임스 성경 진영은.. 왕짜가 들어간 성경을 쓴다면서 정작 왕이 없는 판관기(사사기) 말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어느 한 진영이 다른 진영을 완전히 압도하고 대체· 흡수하지 못하고 전부 찢어져서 각자도생 중이다. 다양한 번역본들이 서로 장점을 합쳐서 하나로 수렴을 못 하고 혼란만 더 커지고 있다.
생각 같아서는 각 진영의 번역자들을 골방에다 몇 달 가둬 놓고 한킹의 교리 체계에다가 흠정역 정도의 문장 구성, 거기에다 표준역의 일부 잘 캐치한 표현들을 집어넣어서 단일 역본을 좀 만들었으면 좋겠다만.. 그런 기적적인 통합이 성사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다. -_-;; 애초에 정교분리 세속 국가에 제임스 왕 같은 중재자도 있을 리 없으니까.
어느 거 하나도 선뜻 못 고르겠으니 "역시 영킹을 직접 보는 수밖에 없군.." 이것도 정답이 될 수 없다. 아주 짧고 단순한 구절이야 영어가 임팩트 있을 수 있겠지만, 당신은 엄청 길고 복잡하고 꼬인 영킹 구절도 술술 읽고 암기할 수 있겠는가? =_=;;
이 와중에 "이거는 이 번역이 맞고, 저거는 저 번역이 맞는 거 같다" 식으로 이렇게 하나님 말씀을 입맛대로 판단하는 교만이나 지적사기는 정말 위험한 짓이다. 내가 저런 짓을 하기 싫어서 킹 진영으로 왔는데, 한국어 한정으로는 그 진영 안에서도 똑같은 짓을 하게 됐구나. -_-;;
본인은 오랫동안 흠정역을 쓰는 교회를 다니다가 모종의 이유로 인해 교회를 옮길 일이 생겼다. 이 참에 예언이 있고 "하나님 자신을 어린양으로"(창 22:8)가 있는 성경을 쓰고 싶어서 진영을 옮겨 봤다. 유의미한 단점이란 게 "영어가 아닌 TR 번역이다"밖에 없다면.. 그게 뭐 어때서? 영어와 TR의 차이점에 대해서 판단을 보류하고 공부 중이다.
이래저래 우리나라는 대한 성서공회만이 성경 번역을 독점하는 동네가 결코 아니게 됐다. 지금으로부터 20년, 30년 뒤엔 3rd-party 성경의 점유율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참 궁금해진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