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문득 든 아주 기초 수학 생각이다.
아래 그림은 포물선 2개 x^2+2*x (x=-2..0), -x^2+2*x (x=0..2)와, sin(x*PI/2) (x=-2..2)를 한데 포개 놓은 것이다.
원래 sin, cos 부류의 삼각함수는 주기가 2*PI인데, 이를 4로 좁혀 놓았다.
이렇게 보니까 포물선도 싸인파 곡선과 형태가 생각보다 꽤 비슷해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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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부터 2까지 구간의 넓이를 정적분으로 구해 보면 이차함수인 포물선의 면적은 4/3인 반면, 진짜 싸인파의 면적은 4/PI이다. 즉, 포물선에 속하는 면적이 약간 더 크다.

그러나 이 두 곡선은 비슷하게 생겨도 그 본질은 굉장히 다르다. 미분을 해 보면 안다. 이들의 도함수를 그래프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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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파는 도함수도 기준 위치와 진폭만 다를 뿐, 여전히 전구간이 미분 가능한 매끄러운 싸인파이다.
그러나 두 포물선을 인위적으로 연결한 함수는 도함수가 직선으로 바뀌었고, x=0 지점은 연속이긴 하지만 기울기의 좌극한과 우극한의 값이 서로 달라서 미분이 불가능한 점이 되었다. 마치 절대값이 들어있는 일차함수처럼 된 셈이다.

이걸 또 미분하면 어떻게 될까?
싸인파는 역시 또 싸인파이지만 저 직선은 아예 양수 아니면 음수의 상수함수로 바뀌고, x=0 지점은 이제 연속이지도 않게 된다. 마치 인간이 만든 아무리 매끄럽고 뾰족한 바늘도 확대하고 또 확대해서 보면 울퉁불퉁한 표면이 드러나듯이 말이다.

우리가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체의 운동 양상은 관성에 의한 등속 직선, 아니면 힘을 한 쪽으로 균일하게 받는 포물선 형태가 있다. 하지만 출렁이는 물결이나 음파 같은 진동은 삼각함수에 속하는 싸인파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오히려, 포물선 두 개를 갖다붙인 것에 불과해서 미분하면 딱딱한 절대값 직선으로 바뀌어 버리는 곡선이야말로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형태인 것이다.

왜 싸인파가 자연스러운 움직임일까?
삼각함수는 무한소나 무한대로 발산하지 않고 주기를 갖고 -1에서 1 사이를 한없이 진동만 한다.
그러면서도 전구간이 단절 없이 연속이고 미분 가능하다. 미분을 해도 심지어 도함수조차 형태를 바꾸면서 주기적으로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내가 수학적인 통찰력이 부족해서 그 원리를 다 '이해'와 '실감'은 못 하겠지만, 적어도 이런 함수는 돼야 정말 매끄러움의 본질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하는 막연한 추측까지는 한다.

해석학적으로 볼 때 x^n의 x에 관한 미분은 n*x^(n-1)로 떨어진다. 지수함수 exp는 알다시피 (1/ n!)*x^n의 무한합으로 정의되어, x에 대해 미분하더라도 예전항이 바로 다음항의 미분 결과와 같은 꼴이 되는 형태이다.

그런데, 삼각함수인 sin과 cos는 exp를 홀수승 항과 짝수승 항으로 분할함과 동시에 각 항의 부호를 또 +, -로 교대로 오고 가게 바꾼 형태이다. 그래서 함수가 무한대나 무한소로 발산하지 않고 진동하게 된다. 신기하기 그지없다.

미적분학을 공부하면 삼각함수와 더불어 쌍곡선함수라는 물건도 배우게 된다.
얘는 sin과 cos에다가 h를 붙여서 sinh, cosh처럼 쓰는데, 지수함수를 이루는 무한급수에서 각각 홀수승항과 짝수승항만 쪼개서 취한 함수이다. 삼각함수와의 차이는 부호 스위칭이 없다는 점이 전부다.

그래서 쌍곡선함수는 비록 그래프의 모양은 삼각함수와 완전히 다르지만 삼각함수와 굉장히 비슷한 특성을 갖게 된다. sinh와 cosh는 미분하면 부호 스위칭이 없이 서로 상대편으로만 탈바꿈하며, 삼각함수의 덧셈정리와 비슷한 특성도 가진다. 삼각함수가 cos(x)^2 + sin(x)^2 = 1이듯이 cosh(x)^2 - sinh(x)^2 = 1이다. 전자가 원스럽다면 후자는 정말 쌍곡선스러운 형태이지 않은가?

쌍곡선함수는 사실상 수학 해석학적인 의미 때문에나 배우지, 삼각함수에 비해 실생활에서 유용한 구석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얘도 자연에서 의외로 중요한 곳에서 자주 볼 수 있다. cosh가 바로 현수선의 방정식을 나타내는 함수이기 때문이다.

현수선이란 밀도가 균일한 줄이 자기 길이보다 짧은 간격으로 양 끝이 어떤 중력장 안에 매달렸을 때, 자신의 무게로 인해 중력의 방향(아래)으로 축 늘어짐으로써 형성되는 선을 말한다.
이것도 포물선과 비슷해 보여서 혼동되기 쉽지만, 포물선하고는 수학적인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 현수선은 증가의 폭이 이차함수가 아니라 지수함수와 같은 스케일이다.

알고 보면 아치도 포물선이 아니라 현수선을 뒤집은 모양이다. 현수선 모양으로 구조물을 건설하는 게 모양이 역학적으로 가장 안정적으로 형성된다고 한다.
왜 현수선이 cosh 함수의 형태로 형성되는지 수학적으로 증명하려면 물리학, 미적분학 등 여러 방면의 이론이 동원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현수선은 일부만 잘라 내도 그 모양이 그대로 유지된다. 다시 말해 U자 모양으로 된 현수선의 양 끝의 일부를 잘라내서 u부분만 잡고 있더라도 기존 부위가 받는 힘은 변함없으며, 그 구간의 선 모양이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다.

삼각함수와 쌍곡선함수가 각자 자기 분야에서 포물선과는 다른 매끄러움, 출렁거림 등을 표현하고 있다는 게 경이롭다.
자연 현상으로부터 얻은 물리량이라는 게 태생적으로 연속적인 데이터의 형태이다 보니, 물리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수학, 특히 미적분학의 발전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했다는 게 느껴진다.

Posted by 사무엘

2013/10/05 08:27 2013/10/0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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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곡선(원뿔 곡선) 이야기

수학에서 함수라는 것은 y=f(x)와 같은 형태로, x에다가 임의의 수를 대입하면 그에 대응하는 y 값이 계산을 통해 딱 하나로 산출되어 나오는 관계를 말한다.

하지만 f(x, y)=0라고 함수를 정의할 수도 있다.
이 식을 만족하는 x, y가 곧 정의역과 치역임이 규정된다.
이런 형태의 함수를 수학 용어로는 음함수(implicit function)라고 일컫는다.
딱 명시적인 함수 형태는 아니지만 함수를 암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뜻인데, ‘음’이라고 하면 negative가 먼저 떠올라서 한국어로는 뜻이 잘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음함수가 표현력이 더욱 풍부하다. 그도 그럴 것이 y=sqrt(1-x^2)라고만 하면 사분원반원 하나밖에 표현을 못 하지만, x^2+y^2=1이라고 하면 원 전체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컴퓨터 상으로 음함수를 처리하는 것도 더욱 까다롭다. x뿐만 아니라 x와 y를 2차원적으로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2차원만으로 모자라서 z축도 동원하여 3차원까지 가면 흠..;;;

고등학교 시절에는 이런 음함수 중에서 x, y의 계수가 최대 2차까지 갈 수 있는 녀석을 배운다. 일반화하면 아래와 같은 꼴.

a*x^2+ b*x*y+ c*y^2+ d*x+ e*y+ f = 0

2차식인 a, b, c중 적어도 하나가 0이 아니라면 이 음함수는 아래의 형태 중 하나가 된다.

1. x, y가 실수 범위에서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빈 그래프. (x^2+y^2=-1 같은 경우)
2. 두 직선 (x^2-y^2=0 같은 경우. 또한, xy=0 이라고 하면 x축과 y축^^)
3. 타원 (x^2+y^2=1)
4. 쌍곡선 (x^2-y^2=1)

원이나 포물선은 굉장한 레어 케이스에서나 존재 가능하다.
또한, a, b, c 계수의 관계에 따라 곡선의 모양이 어떻게 될지 알려주는 판별식도 있다.

2차 곡선인 이들 원, 타원, 포물선, 그리고 쌍곡선은 모습도 인간 세계에서 수학적인 의미를 두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모래시계처럼 ▶◀ 형태로 놓인 원뿔의 단면을 잘랐을 때 나오는 곡선이라고 해서 원뿔곡선(conic section)이라고도 불린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짤방은.. 초점이 동일한 어느 타원과 쌍곡선의 모습을 자작 프로그램으로 그린 것. 나름 안티 앨리어싱까지 되어 보기에 더욱 아름답다. ㅋ

타원은 “한 초점에서의 거리 + 다른 초점에서의 거리”가 일정한 점들의 집합이다. 두 초점에다가 실을 묶고 팽팽하게 연필을 그으면 비교적 쉽게 그릴 수 있다.
원은 두 초점의 위치가 일치하는 특수한 경우라 하겠다. 타원 모양으로 된 당구대 안에서 그 타원의 한 초점에서 공을 굴리면, 그 공은 다른 초점을 반드시 지나게 될 것이다.

쌍곡선은 “한 초점에서의 거리 - 다른 초점에서의 거리”의 절대값(=차이)이 일정한 점들의 집합이다. 절대값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곡선이 둘 존재한다. 초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y=1/x 반비례 그래프가 알고 보니 이 쌍곡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포물선이야 중학교 시절에 제곱근과 2차식이라는 개념 자체를 처음으로 접할 때 배운다. 그런데 포물선은 단순한 2차식을 넘어서 “한 초점과 한 기준선이 주어졌을 때 초점에서의 거리와 준선까지의 수직 최단 거리가 일치하는 점들의 집합”으로 다른 관점에서 정의가 이루어진다. 사실, 타원과 쌍곡선도 한쪽 초점이 한없이 멀어지면 포물선 모양으로 수렴하게 된다.

포물선은 중력이 존재하는 지구상에서 물건을 던지기만 해도 매우 쉽게 볼 수 있다(단, 공기 저항이 없어야). 포물면은 반사하는 모든 빛을 초점으로 한데 모을 수 있다. 다만, 만들기가 구면보다는 어렵다.

2차 곡선은 이렇듯 세상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실용적이다. 거리와의 제곱에 비례해서 감소하는 만유인력과도 관계가 있다. 제곱의 의미는 2차원, 즉 면적이다.
인공위성은 흔히 지구를 향해 한없이 추락하는 물체라고들 한다. 공중에서 충분한 추진력으로 위성을 가속하지 못하면 그 발사체는 지구로 떨어져 버린다. 그러나 속력이 어느 정도 빨라진 순간부터는 이제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원 궤도를 그리게 된다.

더 빨라지면 위태위태 타원 궤도를 그리게 되고, 어느 정도 도를 넘어서면 포물선, 그 이후부터는 쌍곡선 궤도를 그리면서 그 발사체는 지구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된다. 옛날에 이런 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장난감 삼아 짜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

그 반면에 음함수의 식이 3차까지 가면, 모양만 변태적으로 복잡하지 쓸모가 없다. 변수의 값이 어떻냐에 따라서 쌍곡선 같은 그런 곡선이 3쌍둥이가 생기기도 하고, -⌒- 이런 모양이나 아니면, 그런 모양에 U자 모양 곡선이 합쳐진 놈 등... 자연에서 볼 일도 없고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음함수를 처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언급했는데, 실제로 그렇다.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윤곽선 폰트를 래스터라이즈하는 일과 비슷한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식하게 x*y개의 함수값을 일일이 다 구해 보지 않고도 함수값을 구성하는 영역만 매끄러운 경계선을 추출하고 거기에다 안티 앨리어싱까지 하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래아한글이나 포스트스크립트 같은 다른 폰트 시스템은 잘 모르겠지만, 윈도우 운영체제가 사용하는 트루타입 폰트 래스터라이저는 매 도트에 대해서 윤곽선 안에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해서 글자를 찍어 낸다. 그래서 힌팅 정보가 없으면 작은 글씨에서 가는 획이 아예 화면에서 사라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본인은 옛날에 너무나 깔끔하게 잘 출력되는 영문 폰트들을 보고서 트루타입 폰트 래스터라이저가 굉장히 똑똑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 아주 정교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힌팅 정보 덕분이었다. 힌팅은 획의 굵기를 일관성 있게 보정할 뿐만 아니라 윤곽점을 래스터라이저가 글립 존재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위치로 강제로 옮겨서 획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한다.
흠, 글 주제가 수학에서 폰트 얘기로 급반전.. 어쨌든 음함수의 렌더링도 그만치 쉬운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

Posted by 사무엘

2010/10/01 20:23 2010/10/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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