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드웨이 다음으로 "남자들의 야마토"(2005) 영화를 보니 뭔가 참 짠하다.
야마토 급 전함은 태평양 전쟁 당시에 일본군이 운용했던 초대형 군함으로, 항공모함이 아니라 함포만 쏘는 전함 중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배였다. 거의 타이타닉의 군함 버전과 비슷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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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미드웨이 시절엔 일본군도 항공모함들을 운용하면서 비행기 날리고 미군을 굉장히 악랄하게 괴롭혔었다. 그러나 미드웨이, 과달카날, 레이테 만 등의 전투에서 연달아 패하면서 그들은 그 병력을 다 날려먹었다.

1945년 4월, 야마토는 아군을 지원하러 오키나와로 가던 중, 아군 비행기 한 대 없이 기관총과 함포나 찍찍 갈기면서 100여 기나 되는 미군 날파리 비행기들을 힘겹게 상대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다가 어뢰와 폭탄을 잔뜩 맞고 장렬하게 박살나 버림으로써 인류의 전쟁사 전체를 통틀어 불멸의 안습한 이름을 남겼다.

미드웨이 시절에는 미국 어뢰가 불발 불량이 많았었던 반면.. 야마토 때는 그렇지 않고 펑펑 잘도 터졌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어떤 문제가 있으면 바로 시정하고 수학· 과학을 동원해서 시스템을 개선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저력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은 물자 생산량이 늘고 공장 근로자와 병력의 숙련도가 올라갔다. 그 반면, 일본은 국가 인프라가 망가지고 사람과 물건의 질이 떨어지고, 전쟁을 더 지속할 수 없는 막장 상황으로 치달았다.

2.
사실, 야마토의 마지막 임무는 애초에 아무 승산 없고 꿈도 희망도 없는 개죽음 임무였다.
하지만 천황 폐하께서 "그럼 이제 군함은 더 없는 건가?"라고 물으시니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는 개뿔, 야마토도 남김없이 옥쇄시켜야 해군 수뇌부들의 가오가 선다. 그래서 "오키나와에 가서 뼈를 묻으라" 명목으로 출격한 것이었다.

미군의 정찰기와 잠수함들은 야마토가 움직이는 걸 곧장 다 파악해 버렸다. 야마토 운전실에서조차 "이제 뭐 경로를 훼이크 칠 필요도 없겠군. 오키나와로 직선 거리로 가도록 한다. 변침 실시~" (정찰기한테 발포한 뒤) 이렇게 대응했다.

그 뒤 전투 과정에서 기적 같은 건 없었다. 야마토는 목적지에는 당연히 못 가고 격침됐다.
야마토에서 3천여 명(전체 승조원의 90% 이상), 호위하던 아군 구축함과 경순양함의 승조원까지 포함해서 4200명에 달하는 자국 군인들이 전사했다.
그 동안 야마토가 총포 쏴서 필사적으로 떨군 미군 비행기는 딱 13대요, 미군의 전사· 실종도 딱 13명이었대나 어쨌대나.. 우금치 전투를 조선 동학뿐만 아니라 일본 해군도 치른 거나 마찬가지였다.

3.
이 야마토는 타이타닉보다 더 큰 덩치에(약간만 더 큼) 당시 일본 국가 예산의 무려 2%를 소모해서 만든 미친 물건이었다.
(참고로 1960년대에 미국이 인간을 어떻게든 쏘비에트보다 먼저 달에 보내려고 NASA에다가 매년 꼬라박았던 돈지랄이 자기네 정부 예산의 1~3% 그랬었음)

야마토는 자국의 최고 과학 기술에, 돈지랄에, 자존심이 몽땅 동원된 최고의 기함이었다. 일반 촌뜨기들이 보기엔 가히 SF 급의 기계가 아니었을지? 승조원은 무려 3천 명을 넘었으며, 때문에 이 승조원들에 대한 복리후생도 단연 최고였다.
1940년대엔 자국 국민들이 배급이 부족해서 쪼들리고, 동남아로 간 육군 땅개들이 쫄쫄 굶으면서 개고생 하고 괴물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야마토에서는 그 와중에도 마지막 순간까지도 쌀밥에 고기 통조림과 과일이 배급됐다.

얘는 배 크기에 걸맞게 함포도 거대했다. 1.5톤짜리 포탄을 쏜 주포의 사정거리가 무려 40km에 달했다. 포의 구경이랑 장갑의 두께가 다 비슷하게 400mm대였다는 게 흥미롭다. 참고로 나치 독일의 구스타프 열차포는 구경이 800mm..;; 비슷하게 정신나간 괴물이었다.

허나, 야마토는 배를 너무 크게 만든 게 계륵이 돼 버렸다.;; 한창 싸워야 할 때는 전투력 보존 차원에서 야마토 호텔짓을 너무 오래 하다가.. 나중에 지원 유닛을 다 잃은 뒤에야 너무 늦게 투입되었다.
그리고 승조원들 복지는 최고였지만, 급탄이나 조준 등 전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설비는 미국 군함 대비 많이 낙후하고 기술이 딸렸던 듯하다.

야마토는 건조되던 당시부터 전함으로 만들지 항공모함으로 만들지가 해군 수뇌부의 고민거리였다고 한다. 이때도 실용적인 이유보다는 높으신 분들의 간지 체면 명분이 개입해서 전함이 선택됐던 듯하다. 그 시절에 전함이냐 항모냐 하는 고민은 IT 업계에서 웹이냐 모바일이냐, 무슨 플랫폼이 뜨냐 하는 고민의 20세기 초중반 군대 버전이었지 싶다.

4.
타이타닉 호가 동형함/자매함으로 브리타닉과 올림픽이 있었듯, 야마토도 1호인 야마토 이후로 '시나노'와 '무사시'라는 이름의 자매함이 있었다.

나중에 건조된 '무사시'는 1944년 가을의 레이테 만 해전에서 직싸게 얻어터지고 원조 '야마토'보다 먼저 격침 당해 없어졌다. 그래도 이 배는 물이 새면서 곱게(?) 침몰했으며, 승무원들도 전투 후에 모두 갑판 위에 모인 채로 곱게(?) 퇴함하고 구조될 수 있었다. 비록 전투 중에는 주변이 생지옥이었더라도 말이다.

그 반면, 야마토는 끝까지 남겨져 있다가 더 외롭고 더 처참하게 부서졌다. 침수 때문에 곱게 침몰한 게 아니라 배가 옆으로 완전히 자빠졌으며, 이때의 충격 때문인지 탄약고까지 유폭해 버렸다.
그야말로 천지가 다 울리는 굉음과 불기둥이 발생하면서 야마토는 무슨 타이타닉처럼 둘로 쪼개져서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상당수의 승조원들은 자기 위치에서 퇴함 명령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채 몰살 당했다. 오죽했으면 그 대폭발 후폭풍에 휘말려서 삐끗거리고 추락한 미군 함재기도 있었을 정도이니.. 마지막 순간까지 적과 동귀어진을 하긴 했다. -_-;;

참고로, 야마토 급 전함 중에서 딱 하나 '시나노'는 전함으로 만들던 중에 유일하게 항공모함으로 설계가 변경되었다. 하지만 1944년 11월, 취역한 지 겨우 9일 뒤에 구레 기지로 이동하던 중에 미군 잠수함 겨우 한 척으로부터 어뢰 4발을 맞고 격침당해 버렸다. 수많은 함재기들로부터 다구리 당한 것도 아닌데, 제대로 비행기 하나 못 띄워 보고 생을 마감했다.

얼마나 돈 많이 쓰고 고생해서 그 큰 배를 만들었을 텐데, 최후가 다들 이랬다. 그나마 '무사시'가 제일 평범한 최후인 것 같고 '시나노'는 너무 황당하고 허무하다. 제일 마지막에 제일 처절하게 죽은 '야마토'가 제일 주목받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어 보인다.
(여담이지만, 타이타닉과 야마토는 해저 탐사를 통해 잔해가 발견된 시기도 1985년 7~9월대로 비슷하다. ㄲㄲㄲㄲㄲㄲ)

5.
이런 사연이 있으니, 일본에서는 영원한 자기들 국뽕인 러일 전쟁 쓰시마 해전 영화뿐만 아니라 반대로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얻어터진 해전 영화도 만들었구나 싶다. 그것도 2005년, 종전 60주년 기념 명목으로 말이다. 오늘날은 그런 큰 전함을 만들 일 자체가 없어졌으니 더욱 추억 돋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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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현 구레 시에 있는 해사 역사 과학관에는 야마토 전함의 1/10 크기 모형이 전시돼 있다.)

야마토~! 왕년에 자기들이 만들었던 왕창 큰 전함을 잊을 수가 없다.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만도 하다.
그래서 쟤들은 창작물에 은하철도 999만 있는 게 아니라 우주전함 야마토도 있다. 전쟁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였던 우리 민족으로서는 정서적으로 도저히 상상이 안 될 것이다.

쉽게 말해 일본인에게 야마토는 한국인에게 거북선과도 같은 존재이다. ㅡ,.ㅡ;; 옛날에 우리나라에서도 "우주전함 야마토"를 따라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1979)이라는 애니를 만들다는 걸 생각해 보자. 서로 자기 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군함인 것이다.;;

또한, 일본 해군은 육군과 달리, 조선인 강제 징용이라든가 현지 민간인 학살 같은 전쟁 범죄와 접점이 (거의) 없다. 바다에서 미군 함재기들을 상대한 일본 해군 수병 중에 조선인이 있었다거나 한 적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울나라의 손 원일이니 심지어 신 성모니.. 하는 사람들도 다 그냥 상선사관 출신이지, 일본 해군 출신.. 이딴 커리어 전혀 없다. 아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야마토를 그리워하는 것 자체를 뭐 군국주의 전쟁 범죄 미화 급으로 불편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래 봤자, 나라 등골을 짜내서 만든 배가 저렇게 하루아침에 허무하게 사라졌구만.. 그거 만들고 운영할 돈으로 차라리 다른 경제 발전이나 도로· 철도 건설, 자국민들 복지를 하는 게 결과적으로 더 나았을 것이다.. -_-;;;
쓸데없이 남의 나라 침략하고, 그걸 저지하는 강대국들한테 개기느라 더 손해 보고 쪽박 찼다.

영화는 나름 고증 훌륭하고 그 시절 재현을 객관적으로 잘한 것 같다. 심지어 정신주입봉으로 후임들 줘 패는 씬도 들어가 있다. 적인 미군 쪽은 그저 비행기로 야마토를 때리기만 할 뿐, 딱히 사람 출연이나 대사가 없는 것 같다.

※ 관련 무기 발전사 여담

(1) 해군
전근대 시절엔 해군· 수군이라는 건 아주 위험한 보직으로 여겨지고 엄청난 기피 대상이었다. 군인과 뱃사람의 믹스인데 일이 얼마나 고달프겠는가? 땅도 아니고 바다에서 죽어서 가라앉으면 시체도 못 찾는다. 그러니 험악하고 질 낮은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해군만 그 정도로 독보적으로 열악한 건 아니다. 열악하고 시체 못 찾는다는 독보적인 특징은 일반 배가 아니라 잠수함 정도로 넘어간 듯하다.
어느 나라건 해군은 육군과 다른 흰색 아니면 남색(네이비색)의 뽀대 나는 전투복을 입고, 문화와 관습이 뭔가 다른 게 있다. 일단 육지 야전에 맞춰진 위장을 전혀 할 필요 없으니, 전투복 색깔이 완전히 다르긴 하겠다. ㄲㄲㄲㄲ

단, 요즘은 해군이 배 타고 있는 중에는 저녁에 쉴 때도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다는 점이 육· 공군 대비 큰 단점이 돼서 병 복무를 기피할 지경이 됐다고 한다. 우와 이건 정말 꿈에도 생각을 못 했네..;;

(2) 거함거포주의
야마토 전함은 '거함거포주의'에 종지부를 찍은 예시라고 역덕 밀덕들한테 잘 알려져 있다.
20세기 초까지는 해전이란 게 배끼리 총포 주고받는 게 전부였다(러일 전쟁이나 1차 대전). 그러니 배를 크게 만들어서 멀리 항해하고, 포도 강하고 사정거리 길게 하는 게 장땡이었다.

그러나 포를 아득히 능가하는 병기인 비행기와 미사일이 발명되면서 배는 민간 상선과 군함을 불문하고 예전보다 작아지게 됐다. 타이타닉 같은 대형 장거리 여객선이 없어졌고, 군사에서도 대형 전함이 퇴출된 것이다. 이건 마치 PC통신이 인터넷에 밀려 없어진 것만큼이나, 재래식 갑옷이 총 앞에서 퇴출된 것만큼이나, 재래식 공성전이 퇴출된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배가 비행기를 직접 품든지. 떠 다니는 공항인 항공모함만이 왕창 거대하다. 그리고 얘는 잠수함이나 상륙함처럼 군 전용이다.
일본은 항공모함이고 레이더고간에.. 처음엔 자기들이 먼저 도입해 놓고는 그걸 제대로 끝까지 활용을 못 했다.

(3) 공작함
옛날 2차 세계 대전 시절에는 공작함이라는 게 있어서 전투 중 손상을 입은 군함을 현지에서 즉석 수리를 했다. 의무병의 선박 버전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일본이 태평양 전쟁 당시에 딱 한 대 운용했던 아카시 공작함은 배에다가 간이 제철소 조선소를 얹은 수준이었다. 얘는 멀리 나가 있던 자기네 군함들을 현지에서 수리함으로써 전투력 유지에 큰 도움을 줬다.

그러나 오늘날은 미사일 한 방 제대로 맞기만 하면 그대로 수리 불가 격침이다. 그렇잖아도 배가 예전처럼 크지도 않으니..
이 때문에 공작함이라는 것도 유행이 지나고 퇴출됐다. 기존 군수지원함에다가 아주 경미한 파손이나 수선하고 부품을 교체하는 정도이지, 제철소 조선소 마이너 버전 급의 전용 공작함을 운용하는 건 의미가 없어졌다.

전근대 시절엔 무기가 화력이 약했기 때문에 바다에서도 사람끼리만 총질 칼질이지, 배는 그냥 나포했었는데 말이다. 참 격세지감이다. 배에 불이 나면 아군뿐만 아니라 적군까지도 나서서 불 끄는 걸 거들었다. 나포해야 할 적선이 통째로 사라지면 자기들도 손해니까..

아까 얘기했던 저 아카시 공작함은 미군의 입장에서도 골치 아픈 제거 대상이었다. 1944년 3월에 진작에 격침 당했으며, 얘가 없어진 뒤부터 일본 해군의 전투력은 실제로 유의미하게 하락했다.

(4) 항공모함
핵무기와 미사일, 제트기가 2차 세계 대전 말미에 첫 등장했다면, 항공모함이라는 건 1차 대전 말미에 첫 등장해서 전간기 때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복엽기가 배 위에서 뜨고 내리는 광경이 극히 드물게나마 있긴 했다는 뜻이다.
그때는 이 분야가 최초로 개척되고 있었으니 반은 전함 포탑이고 반은 활주로인 '항공전함'이라는 것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할이 어중간한 짬뽕이니 그런 건 폐기되고 역할이 세분화 전문화됐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잠수함에다가 항공모함의 기능을 얹을 생각을 했었다. 허나, 인류의 과학 기술로는 그런 건 영 무리.. 이제 잠수함은 비행기가 아니라 미사일이나 쏘면 된다.
그리고 앞으로 작은 드론, 무인기 정도 날리는 항공모함은 잠수함 버전이 있을 수도 있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3/10/25 08:35 2023/10/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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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먼 옛날.. 특히 성경 시대

(1) 처음엔 병거라는 게 운용되다가 나중에 군인이 직접 말에 타는 걸로 바뀌었다.
모세 일행을 추격하러 나섰던 이집트 군대, 엘리야의 승천 장면.. 그러다가 요한계시록의 말 탄 자들
안장과 등자가 발명되고 말이 품종 개량되어 덩치와 체력이 커진 덕분이다.

(2) 옛날의 공성전의 후신이 오늘날로 치면 참호전 정도 되겠다.

(3) 그러고 보니 성경에는 수많은 전투 장면이 나오지만, 딱히 해전이 기록돼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나마 요나서와 사도행전이 바다 냄새 풍기는 스토리가 많기는 하지만.. 그건 그냥 평범한 항해와 난파 얘기이니까..

1. 육군, 총기

(1) 주 무장이 냉병기에서 화약 총포로 바뀌면서, 군인과 무인은 영역이 달라지고 차이가 더욱 커졌다. 무인과 가깝고 개인의 피지컬이 크게 부각되는 병과는 특수부대나 저격수, 공작원 같은 쪽으로 세분화되고, 장교보다는 부사관의 성격이 강해졌다. 큼직한 방패나 금속 갑옷이 없어지고, 방어구는 방탄모나 방탄조끼 정도만 남았다.

(2) 1700년대까지만 해도 군인들이 빨강 파랑 등 화려한 군복을 입고 직접 전장에서 싸웠지만(나폴레옹, 미국 독립전쟁 등).. 지금은 그렇지 않고 그냥 활동하기 편하고 위장 잘 되는 칙칙한 색상으로 전투복이 싹 바뀌었다. 이젠 계급장이 눈에 너무 잘 띄는 것조차도 실전에서는 위험한 지경이니까.. 무연화약이 발명되고 개인 각개전투가 가능해진 덕분이다.
화려한 군복은 사관생도 예복으로나 남아 있다. 제식이나 총검술 같은 그냥 옛날 군대 legacy이다.

(3) 총이 발명되기는 했지만,
옛날에는 화약 가격이 그렇게도 비싸서 천하의 영국군 레드코트조차도 실탄 쏘는 훈련을 평소에 좀체 못 할 정도였다고 한다.
훗날 1차 세계 대전 때는 유대인 과학자 ‘하임 바이츠만’이.. 화약 만들 때 필요한 아세톤을 쉽고 저렴하게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해서 나라를 구하고 영국의 승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4) 공용화기인 기관총 말고, 개인화기가 방아쇠를 누르고만 있으면 두두두두 갈겨지는 ‘자동’ 모드까지 지원하기 시작한 지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물론 이런 총은 전문적인 기관총이 아니기 때문에 방열 능력에 한계가 있는지라, 정말 1시간 동안 계속 갈기고 있을 수는 없다.

19세기 사람들은 기관총만 갖고도 너무 놀라서 이제 사람들이 무기의 위력이 너무 무서워서 전쟁을 선뜻 못 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실제로는 기관총만으로는 충분치 않았고, 나중에 핵무기까지 발명된 뒤에야 진짜 현타가 찾아오게 됐다.

권총은 작아서 불순한 용도로 은닉하기 쉽기 때문에, 군용 소총은 사정거리 길고 위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규제가 심하다. 민간인이 수렵이나 호신 용도로 그나마 가장 쉽게 구경하고 보유할 수 있는 총은 위의 두 속성과는 거리가 먼 산탄총이다.
권총은 경찰에게 적합하다. 군대에서는 빈약한 보조 무장에 지나지 않지만, 경찰에게는 그게 삼단봉이나 테이저 건 다음으로 최후에 등장하는 최강의 무력이다.

2. 해군

(1) 목재 범선 시절에는 배수량 겨우 몇백 톤짜리 작은 배에 수십 명의 선원이 타고 대양을 건너고 이걸로 심지어 전투도 벌였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그 시절 화력으로는 배를 통째로 다 파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적선에다 다리 놓고 쳐들어가서 배에서 백병전 벌여서 승무원들만 제압하고, 배는 노획하거나 심지어 빼앗겼던 배를 도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공성전이나 시가전이 건축물 대신 배에서 벌어지는 거나 마찬가지.. 요즘 같으면 적군이 아니라 그냥 테러리스트나 해적과 싸우는 것하고 비슷한 양상이다. -_- 배를 통째로 격침시켜서는 안 되고 인질도 보호해야 하는 그런 상황 말이다. 하긴, 옛날에는 해군과 해적의 구분도 지금만치 분명하지 않았고, 국가 공인 해적인 사략선 같은 조직도 있었다.

(2) 옛날 범선 시절엔 대포들이 배 옆구리에 일렬로 쭈욱 늘어서 있었으며, 그 구조상 위로 발포는 불가능했다.
이런 배를 전열함이라고 불렀는데, 배의 재질이 철로 바뀌고 동력원이 돛 대신 엔진으로 바뀌면서 현대적인 의미의 전함이 등장했다. 20세기가 돼서야 함포가 밖으로 돌출돼 나오고 구경이 더 커지고, 나름 고각으로 대공 발포도 가능해졌다.

(3)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해전에서는 포의 사정거리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했다. 바다야말로 아무 지형 장애물이 없으니, 우리는 안 맞고 적은 맞을 수 있는 사정거리에서 포 쏴서 맞히면 장땡이었기 때문이다. 포의 사정거리를 올리려면 배가 커져야 했다.
물론, 적선이 아예 보이지도 않고 지구의 둥근 곡률을 실감할 정도로 수십~수백 km 이상 아득히 먼 곳에서 쏘는 수준은 아니었다.

(4) 러일 전쟁 시절엔 전투기 폭격기라는 게 사실상 없다 보니, 러시아 발트 함대가 인도양 건너 무려 7개월을 항해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왔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난 삽질인 것 같은데..??
러일 전쟁은 육군의 203 고지전과 해군의 쓰시마 해전이 같이 존재하는 것도 그렇고.. 양상이 굉장히 특이했다. 40여 년 뒤에 소련군이 일본 관동군을 박살내는 방식은 그때와는 또 완전히 달라졌다.

오늘날은 핵무기가 너무 위력이 강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더는 이걸 갖고 경쟁을 하지 말자고 나라들이 조약을 맺게 난리이다.
그러나 옛날에는 너도 나도 대형 전함을 개발하는 게 요즘으로 치면 핵 개발을 하는 것과 비슷한 군사 위협이었다. 그래서 강대국들은 우리 다같이 일정 배수량을 넘게 전함을 만들지는 말자는 조약을 서로 체결할 정도였다. 참 격세지감이다.

(5) 그러나 요즘 군함은 2차 대전 시절의 전함보다 오히려 다시 작아졌다. 엄청나게 거대한 배는 항공모함뿐이다. 그건 배가 직접 싸우는 게 아니라 함재기가 싸우는 거고..
항공모함을 표방하는 프로토스 캐리어와, 태평양 전쟁 시절 대형 전함을 표방하는 테란 배틀크루저의 관계가 더 잘 와 닿을 것이다. 후자는 심지어 포 이름조차도 ‘야마토’이다!!!
대형 전함은 대형 대륙 횡단 여객선과 동급으로 유행이 끝나서 퇴역했다. 하지만 해병대의 입장에서는 재래식 전함이 있어서 나쁠 게 없다. 상륙 작전 때 뒤에서 사정거리 수십 km에 달하는 함포를 펑펑 쏘면서 아군을 지원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엄호 사격이 아닌 엄호 포격..!!

여담이지만, 군함뿐만 아니라 도로도 비슷하게 스케일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오늘날은 대도시라도 시내 도로를 예전처럼 너무 큰 10차로, 12차로 급으로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량 통행을 억제하고 보행자와 대중교통을 우대하는 쪽으로 도시를 설계한다.
시내 도로는 뭔가 전함 같고, 보행자가 아예 없는 자동차 전용 도로나 고속도로는 항공모함에 대응하는 것 같다. 차라리 후자는 전자보다 더 커질 여지가 있다.

(7) 그나저나 잠수함은.. 여느 수상함과는 성격이 좀 다르고, 육군 저격수 같은 특수 병과의 해군 버전 같은 느낌이 든다. 저격수의 바다 버전이랄까? 하긴, 저격수는 전투복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길리슈트를 입고 잠복한다.;;

3. 공군

(1) 2차 대전까지만 해도 전투기가 고작 왕복엔진 프로펠러기였다는 것, 원자폭탄을 미사일로 날린 게 아니라 유인 폭격기가 직접 투하했다는 것..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제트 엔진이라는 게 아직 제대로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 태평양 한복판에서 항공모함 함재기끼리 싸운 전투만 해도 가히 그 시절로서는 SF급의 첨단 전투였겠지만,
적선 근처까지 직접 저공 비행해서 폭탄이나 어뢰를 떨궜던 급강하폭격기와 뇌격기는.. 뭔가 심하게 위험하고 삽질스러워 보인다. 저렇게밖에 할 수 없었나..??
이것도 다 미사일이란 게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로켓 엔진은 제트 엔진의 파생형이다.

(3) 적성국가에서 누가 적기나 적선을 몰고 귀순해 와서 그걸 갖다바치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보상이 주어지며 그 사람은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이런 캐이득 귀순을 적극 유도하고 장려하기 위해서이다.
그나마 배는 느리고 승무원이 많기라도 하기 때문에 돌발행동이 극히 어려운 반면, 전투기 같은 건 한두 명밖에 안 타는데 기동성은 넘사벽이다. 그러니 조종사가 나쁜 마음 품으면 그 비싼 국가 자산을 갖고 돌발행동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세계 각국에서는 수송기도 아니고 전투기 조종 정도면 간부인 건 너무 당연한 일이고, 부사관도 아니라 장교에게 맡긴다. 수백 kill을 자랑하는 인간흉기 최정예 저격수나 특전사 대원은 부사관이지만, 전투기 조종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허나, 구 일본군은 이런 어마어마한 전투기를 운용한 군인의 계급이 꼴랑 ‘병’이었던 유일한 군대이지 싶다. 다시 말하지만 전투기를 정비하는 군인이 아니라, 조종하고 그걸로 목표물을 공격하던 군인 말이다. 인류 역사상 유일하다.

(4) 해병대가 육군과 해군 사이에서 좀 짬뽕 같다면(병의 복무 기간은 육군과 동일하지만, 그래도 간부는 장교는 육사가 아닌 해사 출신).. 항공모함 함재기는 공군과 해군 사이에서 좀 짬뽕 같다. ㄲㄲㄲ
육군과 해군이 운용하던 항공대가 독립해 나가서 공군이 됐는데.. 미국은 아직 상징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이제 공군에서 우주군이라는 걸 따로 독립시키려는가 보다.

4. 여담: 총알과 포탄과 미사일

오늘날 바다에서 군함들이 서로 보이는 곳에서 총포를 주고받는 건.. 그냥 옛날 백병전이나 전열보병과 다름없는 짓으로 취급된다.
아니면 저건 우리나라 제2 연평해전 때 그랬던 것처럼.. 확전을 억제하려고 우리 쪽에서 비정상적으로 불리하게 봐 주고 먼저 얻어터져 줬을 때에나 벌어지는 일이다.

그것처럼 전투기에서 기총사격..?? 이건 뭐 육군으로 치면 대검이나 권총 딱총 정도의 초라한 무장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런 무장도 가끔은 필요할 때가 있고, 또 미사일 만능주의만 외치기에는 미사일은 너무 비싼 무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총포 같은 재래식 무장이 육해공을 막론하고 완전히 퇴출된 건 아니다.

  • 한번 동력을 얻어서 날아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엔진이 달려서 추진을 하면 그건 로켓이나 어뢰 같은 물건이 된다.
  • 날아가서 박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폭발해서 파편도 날리면 그건 단순 총알 탄환을 넘어서 수류탄이나 포탄, 폭탄이 된다.
  • 거기에다가 그냥 날아가는 게 아니라 목표물을 향해서 방향 전환까지 하면 그건 유도탄이나 미사일이라고 불린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20 08:36 2023/07/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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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대내의 박물관 관람 → (2) 천안함 잔해 구경 → (3) 초청자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군함 구경 → (4) 초청자의 관사에서 식사 대접 받으며 교제 순의 코스였다. 옆에 같이 간 사람들은 모두 교회 사람들. 단순 안보 관광인 (1), (2)를 넘어 (3), (4)는 군 관계자 인맥이 없으면 경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 나의 “천하의 개쌍놈 북한” 관념이 이 견학을 계기로 더욱 투철해졌다. 정정당당한 교전으로는 남한을 이길 수 없어지니 치밀하게 비열한 복수극을 계획한 나쁜 놈들. 늘 민족 동족 운운하면서 뒤로는 일본 이상으로 나쁜짓을 해 온 녀석들이다.

- 제2 연평해전 당시에 교전 수칙 때문에 대통령이 많이 까였었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내가 더 이해를 할 수 없는 건 당시 제1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끈 지휘관인 박 정선 제독을 나라에서는 (사실상) 좌천 발령시키고 이내 전역시켜버렸다는 사실. 100번 까여야 마땅하다. 어디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이건 북한의 요구대로 한 게 정말 사실인가?

- 제2 연평해전 전사자 영결식이던가 그때 대통령이 안 온 것에 대해서, 기지 견학을 시켜 준 해군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꽤 유감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 제주 해군 기지 건설에도 배후에 그렇게 깊은 뜻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 육군은 닥치고 쪽수이고, 공군은 1인 1비행기인 전투기 파일럿만 빼면 대부분이 비전투 병과인 반면, 해군은 배가 생활 공간 겸 그대로 전장이다 보니 그 중간에 속하는 군대 문화를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은 수출에 목숨 걸어야 하고 바다 없이는 못 사는 나라인 주제에, 해군에 대한 지원이 너무 열악하다고 한다.

- 군함에는 내연기관과 제트엔진이 모두 달려 있다고 한다. 이것도 자동차와 비행기의 중간인 셈인데, 제트엔진을 가동하면 무척 빨리 움직일 수 있지만 극심한 소음과 연료 소모를 감수해야 한다고. 그런데 둘은 사용하는 연료부터가 서로 다르지 않나? (중유 vs 등유)

- 평택 시내의 경부 고속선 고가를 달리는 KTX를 보니 정말 감격스러웠다.

- 우리나라 철도를 공부하면서 단련된 나의 우리나라 역사, 지리, 안보 지식은 군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면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철도님, 사랑합니다.

- 이런 곳에 신실한 KJV 빌리버 크리스천이 계셔서 성경 교제와 안보 관광을 동시에 하고 올 줄이야. 친절하게 군 시설을 안내하고 융숭한 대접을 해 주신 해군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

Posted by 사무엘

2012/09/01 19:34 2012/09/0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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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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