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광야에서 백성들의 고기 불평

민수기 11장 말이다.
고기 투정 자체야 인간적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이해가 된다. 제아무리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전투식량이 배급되었다 해도, 군대에서 1년 내내 C 레이숀만 마르고 닳도록 먹으면 그 누구라도 질리지 않겠는가? 하나님 역시 정상적인 정당한 간구에는 응당 응답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저 장면에서는 백성들이 말하는 싸가지가 심각하게 문제였다. 차라리 이집트 노예 시절이 더 나았다느니, 지금이라도 도로 이집트로 빠꾸하자느니 등등.
이건 철없는 애새끼가 부모한테 “나 왜 낳았어? 날 왜 이런 집구석에서 태어나게 한 거야?” 거의 이렇게 대든 거나 마찬가지이다.
(나 같으면 친자식이어도 저러면 귀싸대기를 날렸을 텐데.. 저런 상황에서 오 은영 같은 사람은 어떤 대처 매뉴얼을 갖고 있을지 궁금하다. -_-)

저 때 하나님의 대응은..
“오냐, 그렇다면 그놈의 고기는 니가 신물이 나도록 쳐먹여 주마. (나중에는) 어이구 준다고 또 진짜로 넙죽 쳐먹냐? (역병크리)”
정도 됐다. 범죄도시 2에서 “하이고 얄밉게도 쳐먹네” 부분을 떠올리면 되겠다. ㄲㄲㄲㄲㄲㄲ

쟤들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거의 8, 90cm 높이로(2큐빗) 잔뜩 쌓인 메추리들을 보고는 기겁을 해서 “헉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우리가 감히 이걸 먹어도 되겠습니까? 우리가 주께 죄를 지었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이런 립서비스라도 한 마디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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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문득 “아 불고기!!”가 떠오른다. ㄲㄲㄲㄲㄲㄲ

2. 호통판사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중에 하나님이 “이놈의 자슥들 다 홀로코스트 해 버리고 모세 너한테서 민족을 리셋하겠다” 이 정도로 빡쳐서 모세가 “오 노노 그러시면 안 됩니다. 이전 약속을 기억해 주십쇼 ㅠㅠㅠ” 데꿀멍 했던 때는 두 번이었다.
출애굽기 32장 금송아지 사건이랑 민수기 14장 가나안 정탐 사건.

금송아지는 “이집트로 돌아가자” 이런 드립은 없었고, 뭔가 영역이 다른 별개의 반역이었다.
그 반면, 가나안 정탐 사건은 그야말로 출애굽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해 버린 반역이었다.
이건 그 벌로 사람만 좀 죽은 정도가 아니라, 광야의 뺑이 생활 자체가 40년으로 연장돼 버렸다. 당대의 성인들은 광야에서 몽땅 늙어 죽어 버리고 다음 세대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됐다.

백성들이 혼쭐이 난 뒤에야 뒤늦게 정신 차리고 “이제라도 가나안 땅으로 전쟁하러 들어가겠습니다!” 으쌰으쌰 거렸지만 이미 결정된 사항은 번복되지 않았다.
“안 돼. 안 바꿔 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이게 성경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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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거절할 수 없는 제안

민수기 22~25장 발람과 발락 얘기는..
뭔가 대놓고 불평 반역은 아닌데 하나님이 정말 싫어하고 최고 혐오하시는 방향으로 잔머리가 잘 굴러갔던 양다리, 간보기 잔머리의 달인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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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할 수 없는 제안".. 이게 무슨 미국 마피아 영화에 나오는 대사인데
저건 성경 판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에피소드이다. 돈 돈 돈 돈~~ 사람도 기쁘게 하고 싶고 하나님으로부터 벌도 안 받고 싶고..
내가 이 본문을 배경으로 설교를 한다면 제목을 저렇게 정했을 것이다.
발람이 왜 신약에서 발람의 오류, 발람의 교리, 발람의 길이라고 두고두고 까이고 하나님이 이를 갈며 싫어하셨는지를 묵상할 수 있다.

한킹과 표킹만이 발람을 '발라암'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모음이 aa 장모음이어서 그런 듯.
근데 발람을 발라암이라고 표기할 거면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도 '이사악'이라고 표기해야 일관성이 있을 것 같다.
그건 희한하게도 우리말 성경 중에서는 천주교 공동번역만이 유일하게 '이사악'이라고 표기했다.

4. 신명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

  •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마라.
  • ... 이렇게 이렇게 해서(주로 해당 죄인을 돌로 쳐 죽여서) 이스라엘 땅에서 악을 제거할지니라.
  • 주야로 이 율법을 묵상하고 골수에 새겨라
  • 주 네 하나님을 사랑하라

신명기는 그야말로 거짓 선지자나 살인자, 심지어 부모 말 안 듣는 불효 패륜 망나니까지도 무자비하게 돌로 쳐 죽이라는 명령과 동시에..
응가 한 걸 땅에 고이 잘 파묻어라, 새신랑은 군대에 징집하지 마라, 이삭을 일부 떨어뜨려서 과부나 외국인이 주워갈 수 있게 해라.. 이런 배려 명령이 동시에 나오는.. 극과 극의 책이다.

5. 여호수아기는..

- 성경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허용하고--부녀자고 애들이고 싹 다 학살 몰살 멸절-- 이 땅에서 어딘가 진출하고 정복하는 걸 긍정적으로 묘사한 책이다.
- 지도 없이는 보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후반부.. 하긴, 민수기도 출애굽 경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별도의 지도가 필요하긴 하다.
- "성경을 주야로 묵상하라. 강하고 담대하라 성공하리라. 우리로 말하건대 우리는 주를 섬기리라" 같은 여호수아기 특유의 문구를 볼 수 있다.

개독안티들이 성경에 대해서 단골로, 정말 마르고 닳도록 트집 잡고 욕하는 사항 중 하나가 뭐냐 하면, 저 가나안 민족 학살이 잔인하다느니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천부당만부당한 단견이다.
이건 하나님의 경륜 내지 척결 대상 민족의 끔찍한 노답 죄악이 동시에 맞물렸던 덕분에, 그 당시에만 예외적으로 내려졌던 조치이다.

정작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걸 다 제대로 이행하지도 않아서 일부 이방 민족들과 조공이나 받으며 공존하게 됐고, 그게 그들에게 결국 화근이 됐다.
마치 우리나라가 6· 25 때 북괴를 완전히 몰아내지 못한 덕분에 결국 통일이 물 건너가고 영구 분단이 고착화된 것과 비슷하게 말이다.

그리고 "큰 능력에는 큰 책임이 따릅니다".. 이거는 정복 당사자인 이스라엘 민족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쟤들도 하나님 잊어버리고 타락하고 죄 지었을 때는 가나안 백성들에게 적용됐던 그 심판의 잣대가 진짜 똑같이 적용됐다.
쟤들도 말기에 가서는 서로 자식을 잡아먹기, 임산부의 배 가르기 등 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꼴을 당하면서 나라가 타 민족에게 멸망 당했다. 오히려 처음부터 하나님의 특별 관리를 받지 않았던 타 민족이라면 같은 죄를 지어도 이 정도까지 벌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쉽게 말해 하나님이 잔인한 게 아니라 죄의 결과가 이 정도로 끔찍 처참 참혹한 것이다.
다음 사사기는 얘기가 좀 길어진 관계로, 다음 글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ㄲㄲㄲㄲㄲ

※ 나머지

- 창세기 8장에서 노아가 방주 주변을 정찰하러 까마귀아 비둘기를 날려보낸 걸 보니.. 요즘으로 치면 드론이 떠오른다. 노아가 리모콘으로 카메라 달린 드론을 띄워 보낸다면.. 흐음~~ ㄲㄲㄲㄲㄲㄲㄲ

- 이집트 재앙 중 일부는 저그 디파일러와 정말 비슷한 느낌이 든다. 다크 스웜(파리 떼)이라든가 플레이그 역병, 물이 피로 변하기. =_=;;;
-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기적은 아무래도 원래는 살아 있던 사람이 병이 걸린 것을 고치거나, 죽어 버린 환자를 살리는 것 위주이다.
그 반면, 출애굽기의 기적은 생물과 아예 처음부터 무생물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것 위주이다. 지팡이가 뱀으로 바뀌었다거나, 티끌이 머릿니로 바뀌는 식.

- 구약의 '아간'과, 신약의 아나니야· 삽비라가 참 비슷해 보인다.
- 엘리야는 모세와도 비슷하고 침례인 요한과도 비슷한 심상이 있다. 승천했다는 점에서 에녹과 비슷하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 성경에는 밥/빵(민 14:9)도 나오고, 똥/배설물(빌 3:8)도 나온다.
- "그 은혜가 네게 족하다"는 신약에도 나오고(고후 12:9; 병 고침 간구 거절) 구약에도 나온다. (신 3:26; 가나안 땅 들어가려는 요청 거절)
- "신발을 벗으라"는 모세 버전도 있고(출 3:5) 여호수아 버전도 있다(수 5:15).

- 사무엘상 초반부를 보노라면, 그때 다곤 신전에 CCTV라도 좀 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곤 상이 자빠지고 박살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녹화되게 말이다.

- 교회가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는 교회의 정당성을 초자연적으로 입증하는 사도들의 표적이 있었다. 그것처럼 이스라엘에 처음으로 왕정이 시작됐을 때는.. 사울 왕의 정당성을 하나님 차원에서 입증하는 표적이 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사울이 무슨 방언(?)이라도 터진 듯이 막 예언을 한다. 이런 장면들도 생각보다 사도행전을 닮아 있다.

- 성경에는 '아사헬'이라고 달리기를 잘해서 전쟁터에서 적을 추격은 엄청 잘했지만, 기습을 당해서 푹찍악 당한 군인이 있다. 뭔가 길 잃은 바이킹 게임에서 날쌘돌이 캐릭터가 생각난다.
삼하 2:14에서 무술인지 전투인지 모를 이 대련 장면은 고려 시대 수박 대회가 연상되기도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7/08 08:36 2024/07/0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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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근황: 호박 농사, 연애 등

2024년이 하반기로 들어섰다. 오늘은 오랜만에 내 근황 소식을 분야별로 전하고자 한다.
원래 이맘때쯤이면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다음 버전 개발 근황이 올라오고 신규 개발 아이템만으로 글이 한 편 완성되곤 했는데.. 지금은 딱히 그 방면으로 글을 쓸 게 별로 없다. ㅠㅠㅠㅠㅠㅠ

프로그램 개발 근황 대신, 호박 농사 근황과 딴 얘기가 준비돼 있다.
그리고 개발 근황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받았던 문의 메일들에 대해 총괄적인 소감과 답변을 전하도록 하겠다.

1. 날개셋 한글 입력기 관련

(1) 내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지만, 별 희한한 온갖 오동작 의심 증상에 대한 문의가 종종 온다. 그래도 나를 믿고 문의를 하는 건데 더 도움이 되게 스마트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버그 신고를 하기 전에 날개셋뿐만 아니라 기존 마소 한글 IME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는 건지를 살펴봐 주시면 좋겠다. 내가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게 된다.

(2) '한글 조합 중에 space 키의 처리 방식' 이거는 정말 이것만을 위해서 응용 프로그램별 전용 보정 옵션을 추가해야겠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이것 관련 문의가 지금까지 한두 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떤 오동작이 마소 IME 기준으로 두벌식이나 세벌식(390/최종은 불문.. 어느 것이건 무관) 중 한 자판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99.9% 이것과 관계가 있다. 하나에 맞춰서 동작하게 해 놓으면 다른 방식으로는 오동작이 발생하게 된다. 원래는 오동작이 발생해서는 안 되지만 내 프로그램이 보정을 해서 동작하는 수밖에 없다.

(3) 후원을 해 주신 분들께 늘 감사드린다. 프로그램의 '감사의 글'란에 후원자들을 가나다 순으로 등재하고 있다.

(4) Windows on ARM은 정말 내 주변에서 기기를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쓰는 분이 계신지 궁금하다. 나로서는 개발 장비가 없어서 지원을 못 한다. ARM용으로 컴파일 바이너리라도 올려서 관심 있는 사용자가 비공식 배포본이라도 만들 수 있게 할까~ 정도가 고민거리이다.
자, 공적인 얘기, 업무 얘기는 여기까지. 딱히 새로운 얘기가 없기 때문에 그냥 근황 글의 챕터 하나에다 다 때려박아 넣었다. -_-;; 그 다음으로는..

2. 여친과 함께 바다 여행

이 블로그에다가는 처음으로 소식을 전하는데 말이다.
본인은 올해 초엔 평생을 함께할 사랑스러운 여친.. 아니 약혼자, 배우자(진)를 만났다. 연애가 아주 잘 진행 중이고, 올해 하반기쯤에 결혼할 예정이다.
이제 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상견례는 어떡하고 새 신혼집에다 세간은 뭘 더 갖다놓을지, 신혼집에서 통근은 어떡하나 같은 얘기도 나누고 있다.

지금까지 여친과 함께 여러 곳을 같이 돌아다녔지만, 이 글에서는 바다 풍경만 약간 소개하도록 하겠다.
지난 현충일 연휴 때는 동해 강릉을 다녀왔다. 그 이름도 유명한 경포 해수욕장.. 바닷물이 정말 맑고 시원하고 경치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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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작년에도 동해를 다녀오기는 했지만.. 그때는 강릉보다 더 북쪽 위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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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의 소나무숲은 돗자리 깔고 바람 쐬면서 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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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충일 연휴가 끝나고 찾아온 토요일 주말에는 서울에서 가까운 영종도 을왕리 해수욕장도 다녀와 봤다.
사진을 찍은 시간대가 다르긴 하지만(강릉은 아침, 저기는 저녁) 그래도 여기는 동해보다 물이 훨씬 더 얕고 탁하다는 게 절실히 느껴졌다.

게다가 이때는 간조가 오후 4~5시 무렵, 만조가 10~11시 사이였다 그래서 본인이 물놀이를 했을 때는 아직 썰물이었다.
안 그래도 엄청 멀리까지 나가야 물이 깊고 시원해지는데, 진흙 뻘밭도 있어서 땅과 물 사이를 왕래하기가 더 어려웠다. ^^
정작 밤이 되고 철수하고 귀가할 때가 되니까 물이 서서히 차 오르고 파도도 쳤다. 물놀이를 이때쯤 하면 더 좋았을 텐데.. 이게 동해에서는 거의 발견할 수 없는 황해의 특징이다.

3.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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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호박 농사 근황이다.
본인은 지난 5월 말에는 무성해진 호박 덩굴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꽃과 열매가 맺혔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딧물 피해가 좀 없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남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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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원은 곧 이뤄졌다. 6월 초쯤부터 잎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펜촉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매일 노란 꽃들이 어김없이 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싹 난 지 거의 50~60일 만의 일이다. 꽃이 피니 꿀벌도 이른 아침부터 어김없이 날아들기 시작한 건 덤이다.

또한, 진딧물도 말이다. 한때는 보다못해 세제 탄 물을 일일이 잎에다 발라 주기도 했는데..
6월쯤부터는 도대체 어디서 찾아왔는지 새빨간 무당벌레도 여러 마리 붙어서 진딧물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오오~~
꿀벌과 무당벌레라니. 호박 키우는 재미가 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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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싹이 너무 많이 나서 하천 둑에다 몰래 옮겨 심어 놓은 애들이다. 위에 애들이 두 주 만에 아래처럼 바뀌었다.
얘들은 옮겨 심기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굉장히 오랫동안 난쟁이 신세였지만.. 새로 뿌리를 내리면서 적응에 성공했다. 그래서 한 달쯤 전부터 드디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본가의 화분 호박과도 덩치가 대등해졌고, 주변의 잡초들조차 역관광 태울 만한 세력을 형성했다~!!! 우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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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도 원래 화분 상자에서 싹을 틔웠지만, 공간 부족으로 인해 저 둑보다는 흙이 열악한 곳에 옮겨 심은 애들이다.
물과 영양의 부족으로 인해 영구적인 난쟁이가 됐지만 얘들도 저 상태로 꾸준히 예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저 상태로 암꽃까지는 무리이겠지만 말이다.

다들 이례적인 초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 6월 한 달 동안 잘 자라 줬다. 물론 내가 방치만 한 건 아니고.. 꾸준히 물과 비료를 주기도 했다.

강가에 심긴 호박들은 물을 좀 안 줘도 괜찮았던 반면, 건물 옥상의 갑갑한 화분에 심긴 호박은 바로 전날 물을 줬는데도 걸핏하면 목 말라서 기공을 닫고 잎이 축 쳐져 있곤 했다.
식물이 기공을 닫고 있다는 건 광합성을 못 한다는 거고 양분을 만들지도 못한다는 뜻이니 절대 좋지 않은 상태이다.

이렇게 호박들이 길어지고 굵어지고 잎이 정말 파릇파릇해지고 꽃도 피우기 시작했는데.. 암꽃은 여전히 너무 안 피는 것 같았다.
그나마 암꽃 씨방이 수십 개는 생겼지만 거의 다 암꽃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혼자 누렇게 시들고 떨어지곤 했다.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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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에 폈던 암꽃이 수분 성공하면서 새 생명 1호가 저렇게 잉태되었다. ^^ 아~ 얼마 만에 호박 인공수분을 다시 해 보고 열매를 다시 보는지..??
수분이 성공하면 거의 하루나 이틀만 지나도 씨방이 부푸는 게 눈에 띄더라. 사흘 정도면 100% 성공/실패 여부가 결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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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2호와 3호도 맺혔다. 1호, 2호는 이제 어지간한 과일보다 더 커졌고, 동글동글한 형태를 벗어나서 더 납작 쭈글쭈글해졌다.
3호는 모양은 둥글고 예쁜데 더 커지지는 않는 것 같아서 의아하다.
지금 저 호박들을 따면 애호박이고, 그대로 40~50일 정도 두면 색깔이 누렇게 바뀌면서 늙은 호박이 될 것이다.

호박을 한두 포기 심은 게 아닌데, 다음 호박 근황글에서는 열매 소식이 더 전해졌으면 좋겠다. 부디 암꽃이 더 피길.. ^^
저렇게 줄기와 잎이 파릇파릇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일부 잎은 수명이 다해서 갑자기 누렇게 말라 비틀어지면서 시들고, 한 줄기가 통째로 힘 빠져서 죽기도 하더라. 그러면서 또 새 줄기와 잎이 딴 곳에서 나고.. 참 신기한 현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7/05 08:35 2024/07/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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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켓

비행기에서 쓰이는 제트 엔진 내지 터빈은 자동차에서 쓰이는 4행정 왕복 엔진보다 연료 소모가 더 많다. 하지만 로켓 엔진은 이 비행기용 제트 엔진보다도 연료 소모가 훨씬 더 극심하다. 오죽했으면 엔진 가동 시간을 그냥 '분' 단위로만 매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많은 연료를 몽땅 다 태워 없애기 때문이다.

로켓이란 게 다른 건 몽땅 단점밖에 없다. 하지만 지구의 어마어마한 중력을 이기고 payload를(연료 자체의 무게까지 포함) 지상 100km 이상의 고도까지 띄우고, 거기서 궤도 공전이 가능한 시속 수만 km 이상의 속도로 가속시키는 현실적인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쓰인다. 대포를 쏴서 우주로 가겠는가, 아니면 우주까지 무슨 엘리베이터를 만들겠는가? 다른 대안이 없다.

현재 인류의 과학 기술을 아득히 초월하는 광속 이동이나 순간이동 워프 같은 게 개발되지 않는 한, 인간이 그렇게 쉽게 우주로 나가는 건 SF에서나 가능한 요원한 일일 것이다.;; 여기서 병목이 걸리는 바람에 197~80년대에 유행했던 우주 관련 SF물들이 아직까지도 실현되지 못하고 SF에만 머물러 있는 거다.

이와 비슷하게, 교류 전기라는 것도 다른 건 다 단점밖에 없다. 구조가 너무 복잡하고 까다롭고 지저분하고, 저장도 안 되고, 흐르는 동안 주변에 끼치는 부작용도 크고.. 하지만 변압이 유리하고 장거리 송전에 유리하다는 압도적인 장점 하나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이 쓰인다. 따지고 보면 교류 없이는 오늘날 같은 찬란한 전기 문명이 이룩될 수 없었다.;;

2. 엔진의 크기, 종류와 연료 민감성

(1) 외연기관인 증기기관은 물을 어떻게든 끓이고 뜨거운 증기를 잘 밀폐시켜서 피스톤을 밀게만 만들면 된다. 고철을 뚝딱 해서 오늘날의 기계들에 ‘비해서는’ 덜 정교하게라도 어떻게든 돌아가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물을 끓일 수만 있다면 난방유 폐유 식용유 송근유, 심지어 석탄까지.. 무엇이든 집어넣을 수 있다.
즉, 외연기관은 기술적인 난이도가 낮고 연료도 덜 가리는 편이다. 그 대신 태생적인 성능과 효율이 메롱일 뿐..

그에 비해 내연기관은 엔진 내부에서 연료의 폭발을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외연기관보다는 기계 구조가 훨씬 더 정밀해야 하며, 연료도 외연기관처럼 아무거나 집어넣어서는 절대 안 된다.
즉, 내연은 만들고 운용하기가 더 어렵다. 왕복운동 엔진이 아니라 터빈에서는 외연과 내연의 기술적 격차가 더 벌어진다. 하지만 내연이 외연보다 효율이 훨씬 더 좋고 소형화에 더 유리하고 화력 조절과 운전이 더 쉽다.

(2) 같은 내연기관이라 하더라도 오늘날의 최첨단 초정밀 엔진이 100년 전 자동차의 엔진보다 연료의 상태와 품질에 훨씬 더 민감하다. 오늘날의 엔진은 깔끔한 연료가 불순물 없이 싹 연소하는 것을 가정하고 출력을 극한까지 짜내도록 최적화됐을 뿐만 아니라,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것에도 딱 거기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물질이 들어가면 효율이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엔진이 망가지고 고장 난다. 배탈이 예전의 단순한 엔진보다 더 심하게 난다는 뜻이다.

완전히 같은 맥락은 아니겠지만 이런 엔진의 발달사는 총의 발달사와도 비슷해 보인다.
옛날 구닥다리 화승총 시절에는 화약과 탄환을 따로 넣었고, 탄환으로는 그야말로 현지 조달한 쇠구슬을 넣어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총열에 강선까지 정교하게 새겨진 오늘날의 총에서는 그렇게 해서는 어림도 없다. 정말 정교하게 양산된 전용 탄환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 규격에 안 맞는 총알은 총에 안 들어가면 다행이고, 격발 불량이나 오발, 총기 고장 같은 갖가지 불행한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3) 자동차 엔진은 이런 첨단을 달리고 있는 반면, 농기계인 경운기 엔진은 필요 이상의 고출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 환경 규제가 딱히 없다는 점, 크기와 무게와 가격을 줄여야 한다는 점으로 인해 과거의 원시적인 소형 디젤 엔진 형태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4행정이긴 하지만 단기통이고(그래서 털털털 진동이..), 시동도 배터리의 도움 없이 플라이휠을 손으로 돌려서 건다. 요즘 디젤 엔진에다 넣었다간 큰일 날 저질 경유를 넣어도 그럭저럭 잘 돌아간다.
경운기나 트랙터 같은 농기계 덕분에 소는 농사에서 퇴출되고 식용이나 젖 용도만 남았다. 활이 스포츠용으로만 남은 것과 비슷한 이치 같다.

(4) 경운기가 소형 디젤 엔진의 예시라면, 소형 휘발유 엔진의 예시는 전기톱, 예초기, 오토바이 따위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내연기관 발전기에는 휘발유보다는 4행정 디젤 엔진이 훨씬 더 많이 쓰이는 듯하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요즘은 작은 오토바이도 다 4행정 휘발유 엔진으로 만드는 반면, 디젤 기관차에는 2행정 디젤 엔진이 쓰인다고 한다. 휘발유에서의 2행정/4행정의 차이보다 디젤의 2행정/4행정의 차이가 더 크다고 한다.

(5) 사실 내연기관은 외연기관에 비해 소형화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반대로 대형화가 어려운 구석이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뜨거운 증기만 다루는 기계와 아예 폭발을 다루는 기계가 난이도가 같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나마 왕복 엔진에서는 디젤이 휘발유보다 대형화에 유리해서 한계가 좀 극복될 수 있었다.

지난 2022년쯤엔가 잠깐 동안은 국내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싸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더 전에는 요소수 품귀 현상도 잠깐 벌어졌었고.
디젤차는 그렇잖아도 더 첨단 장비가 들어가고 동급 배기량의 휘발유 차보다 더 비싼데,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게 되면 중고차 시장에서도 완전히 찬밥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6) 천연가스 엔진은 디젤처럼 압축착화 방식일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 버스도 휘발유 엔진 택시처럼 점화 플러그가 있는 건지??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3. 기름 내연기관의 대안

한편, 통상적인 기름 내연기관 말고 다른 동력원이나 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자동차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문제는..;;
동급의 출력과 항속거리를 내기 위해 필요한 엔진/연료통 공간이 내연기관보다 더 크다.. 즉, 공간과 무게 면에서 불리하다는 것이다.

전기차야 모터는 아주 아주 작고 효율적이지만, 배터리 때문에 그 장점이 몽땅 무효가 돼 버린다.
수소 연료전지나 천연가스는 연료가 액체가 아닌 기체라는 특성상, 연료의 공간 밀도와 효율이 기름 대비 메롱이 될 수밖에 없다.

로켓이 액체 연료 버전과 고체 연료 버전만 있지, 기체 버전이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천연가스만 해도 석유보다 훨씬 더 싸고 흔한 연료인데도, 활용하는 기술은 20세기 중후반이 돼서야 저온 고압 액화 기술이 개발되면서 간신히 실용화되지 않았는가?
하물며 더 가볍고 끓는점이 더 낮은 수소는 취급하는 난이도가 그보다 더 높다. 하지만 우주 로켓을 날리려면 천연가스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고, 차라리 등유 아니면 수소를 직통으로 연소시킬 수 있어야 하는가 보다.

아무튼.. 전국의 시내버스들은 상당수가 친환경 동력원으로 바뀌었고 그게 대도시의 공기에 매우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장거리 시외· 고속버스는 여전히 디젤을 벗어나기 곤란한 지경이다. 엔진 출력이나 항속거리 한계는 기술의 발달로 많이 극복된 듯하지만, 지방엔 충전소 인프라가 여전히 열악하다.
그리고 가스 탱크나 배터리가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객실 밑에다 짐칸을 넉넉하게 마련하지 못하는 것도 큰 단점이라고 한다.

수소 연료전지 기반인 현대 일렉시티 시내버스의 경우, 맨 뒤에 좌석이 통상적인 4~5개가 아니라 3개밖에 없는 게 이 때문이다. 과거 197, 80년대에 디젤 엔진도 기술이 부족하던 시절에 '맥스 픽업트럭'의 엔진룸 뚜껑이 위로 봉긋 솟아 있었던 것과 비슷한 모습 같다.

비슷한 이유로 2층 버스도 내가 알기로 전기나 천연가스나 수소가 파고들기 몹시 난감하고 디젤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기름 내연기관 외의 다른 동력원으로 2층이나 되는 공간을 뽑아서 2층 버스에 걸맞은 엔진 출력과 항속거리를 내는 건 도저히 타산이 안 맞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요 근래, 2021년에야 우리나라 현대차에서 배터리 기반의 '일렉시티 2층'버스를 내놓기는 했다. 이건 정말 엄청난 공밀레의 산물이지 싶다. 이 배터리로 광역버스 정도는 만들지만 장거리 서울-부산 시외· 고속버스는 무리이다.

4. 환경 규제

지난 20세기 중후반엔 자동차가 세계 곳곳에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 오염 문제가 세계적으로 공론화됐다. 그래서 197~80년대부터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관련된 강력한 환경 규제가 생겼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를 계속 팔거나 수출하려면 이 트렌드를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가장 먼저 탄화수소와 일산화탄소를 물과 이산화탄소로 변환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배기가스 정화 장치가 등장했다. 휘발유 엔진의 경우, 이게 질소산화물까지 질소로 환원시켜 주는 백금 기반 삼원 촉매로 발전했다. (물론 거기 붙어 있던 산소는 이산화탄소와 물로 뿅~)

이 촉매 변환 장치는 원활하게 동작하기 위해 두 가지 중요한 변화를 이끌었다. (1) 무식한 카뷰레터가 아니라 전자 제어 연료 분사, 그리고 (2) 납이 들어있지 않으면서 다른 대체제로 노킹 현상을 막아 주는 무연 휘발유.

1980년대와 그 이전 옛날 자동차는 카뷰레터에 들어가는 공기의 양을 수동으로 제어하는 초크 밸브라는 게 있었고, 또 내리막길에서는 기어를 중립으로 바꿔야 연료를 절약할 수 있었다. (엔진 브레이크가 가동될 때도 연료가 씀풍씀풍..) 이런 엔진은 연료 소비 효율이 나쁠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휘발유에 첨가되어 들어가던 납 성분은 배기가스에 섞여서 인체에 매우 해로울 뿐만 아니라, 저 삼원 촉매 변환 장치를 망가뜨려서 다른 배기가스의 정화도 제대로 못 하게 만들었다. 환경 관점에서는 그야말로 절대악 그 자체이기 때문에 신속히 퇴출되었다.

한편, 휘발유가 아니라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 엔진 쪽은 질소산화물보다는.. 불완전 연소 때 발생하는 그을음· 매연을 완전히 태워 없애는 쪽으로 정화 장치가 더 고도화됐다. 디젤 산화 촉매(DOC)부터 시작해서 DPF, SCR 등 휘발유 엔진보다 더 정밀하고 까다로운 후처리 설비가 도입됐다.

1992년부터 2014년까지 6단계에 걸쳐 엄청나게 까다로워지고 강화된 유로규제를 보면 마치 Windows NT 4.0의 서비스 팩 6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이거 맞추느라 공돌이들이 많이 갈려들어가는 바람에 '클린 디젤'이니 '디젤게이트'니 하는 씁쓸한 사기극도 벌어졌지만 말이다.

이런 일련의 노력 덕분에 세계 대도시들은 평소에 다니는 그 수많은 자동차들에 "비해" 공기 질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
뭐, 호흡기가 많이 민감한 사람들은 시골에 살다가 서울 시내로 가면 여전히 코와 목이 따갑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난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수동 차량의 경우,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라 밀어서 야메로 시동을 걸면 배기가스 정화 장치가 제대로 동작하지 못한다고 그런다. 트럭의 경우 과적은 차체와 도로에 무리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좋지 않다. 디젤 차량이 처음 출발할 때 시꺼먼 매연이 나오는 걸 다들 한 번쯤 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자동차 동력원을 더 친환경적인 것으로 바꾸려고 시도되었던 1세대 기술이 하이브리드(승용차) 내지 천연가스(승용차, 시내버스)인 것 같다.
그러다 더 나아가서 2세대는 수소 연료 전지 또는 배터리 전기차.. 전기차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에서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철도는 자동차와 같은 육상 교통수단이지만 전철화라는 너무 독자적이고 압도적이고 치트키에 가까운 대안이 있다. 그러니 환경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비행기나 선박은? 얘들은 여전히 내연기관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지만, 사람이 직접 거주하고 활동하는 영역 근처를 다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환경 규제가 자동차 동네보다 훨씬 널널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연휘발유가 자동차에서는 이미 수십 년도 더 전에 퇴출된 반면, 비행기 연료로는 여전히 현역이랜다. (경비행기 위주로)
그리고 선박에는 자동차용 경우보다 더 품질 나쁘고 매연도 많이 나오는 중유(= 값싼)가 여전히 쓰인다고 한다.

5. 나머지 얘기들

(1) 전에도 얘기한 적 있지 싶은데,
확실히 2010~2030년대는 자동차 동력원의 춘추전국 과도기로 인류 역사에 기록될 것 같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시기이다.
과거에는 짐받이에다가 보일러를 실어서 나무 목가스를 이용해서 달리는 가난한 차량이 있었고, 트레일러 트랙터에 견인되어 끌려가는 기괴한 모양의 버스, 앞에는 자동차 바퀴, 뒤에는 무한궤도인 트럭도 있었다.
그것처럼 과도기/하이브리드 차량은 자동차 역사에서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진 아주 독특한 시도라고 평가받을 듯하다.

일본이 아주 일찍부터 휘발유-전기 하이브리드를 시도했던 것처럼 울나라 현대는 수소 연료 전지를 밀고 있고, 중국이 갑자기 뜬금없이 배터리 전기차를 많이 파는 것 같다.
다만, 경주용 자동차, 군용차, VIP 의전차 같은 분야에 기름 내연기관 말고 다른 동력원이 도입되는 날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2) 모든 학자들이 공감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만... "지구 전체의 관점에서 석유는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단지 석유의 채굴 채산성이 떨어질 뿐이다" 이런 말이 있다.
마치 "지구에 물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단지 가뭄과 홍수로 불균등하게 분배될 뿐이다"처럼 말이다.
198,90년대에 앞으로 석유는 3~40년쯤 뒤에 고갈될 거라면서 다들 많이 걱정했던 걸 생각하면 참 격세지감처럼 느껴진다.

근데, 이제는 지구에 있는 석유를 다 태워 없애기 전에 지구 대기 중의 산소가 먼저 고갈될 거라고 전망하는 사람까지 있으니 이건 반대편 극단인 걸까? 물론 인간의 과학 기술력이 지표면 전체와 바다 밑바닥까지 샅샅이 다 뒤져서 자원을 캐낼 여력에 이르지는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7/02 08:36 2024/07/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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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업계에서 인텔의 경쟁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1) 동급의 x64 CPU를 만들어서 경쟁하는 AMD,
(2) 아키텍처 차원에서 x64에 도전하는 ARM 내지 애플, 혹은 심지어 (3) 울나라 삼성 전자까지 떠올릴 수 있다. 인텔이 메모리 반도체에도 손을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텔은 저것들보다는 대외 인지도가 낮은 분야에서 AT&T와도 경합한 게 좀 있었다.

1. 바이너리: 오브젝트 파일 포맷

C/C++ 언어로 코딩을 한 뒤에 컴파일을 돌리면 생기는 자잘한 obj 파일들 말이다. 기계어 코드를 담는 이 컨테이너 껍데기의 포맷은 누가 언제 제정했을까?
x86 진영에서는 CPU 본가인 인텔에서 제정한 OMF 방식이 16비트 시절부터 널리 쓰였다. 볼랜드니 마소니 컴파일러가 다르더라도 obj 파일은 호환됐기 때문에 툴을 달리하여 링크가 가능했다.

그러나 마소에서는 32비트 Windows NT를 개발하면서 실행 파일 포맷을 바꾸고(NE에서 PE), 빌드 툴체인도 싹 갈아치웠다. 단순히 OMF의 32비트 확장을 쓰는 게 아니라 obj/lib의 포맷도 AT&T에서 제정한 COFF 방식으로 바꿨다. 그 반면, 볼랜드 컴파일러들은 32비트에서도 여전히 OMF 방식을 쓰면서 서로 파편화가 발생하게 됐다.

그 시절에 마소에서는 빌드를 더 편하게 하기 위해서, 로딩을 더 빠르게 하기 위해서(메모리 매핑), 거기에다 이식성까지 고려해서 같은 여러 명분으로 COFF를 도입했었다. 다만, 지금은 그런 명분이 기술적으로 많이 옅어지고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GNU 툴킷의 도스용 버전에 속하는 djgpp 컴파일러도 라이브러리· 오브젝트 파일 포맷은 COFF 방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바이너리 에디터로 들여다보면 arch! 앞에 이런 문자열이 있고.. "이건 마소 진영과 오픈소스 진영이 공통이네?" 이런 생각을 예전에 했었다.

2. 텍스트: 어셈블리어 문법

자기네 x86 기계어를 간단한 숫자와 영단어 나열만으로 풀어서 표기하는 어셈블리어 말이다. 이것도 인텔 식 문법과 AT&T 식 문법이 공존한다. 이건 단순히 '어셈블러' 제조사 간의 문법 차이가 아니라 '어셈블리어' 차원에서의 더 저수준 차이점이다.

인텔 문법 AT&T 문법
mov eax, 5
add esp, 24h
movsxd rax, ecx
paddd xmm2, xmm1
movl $5, %eax
addl $0x24, %esp
movslq %ecx, %rax
paddd %xmm1, %xmm2

간단하게는 숫자 앞에 $, 레지스터 이름 앞에 %가 막 붙어 있는 게 AT&T 문법인데, 본인 역시 Visual C++이 표시해 주는 인텔 문법에만 익숙하다. 하지만 역시 리눅스 진영 gdb 같은 데에서는 AT&T 문법이 주류이다.
현업에서 어셈블리어를 직접 짤 일은 없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을 디버깅 하다 보면 디버거가 디스어셈블리해 준 어셈블리어 코드를 보게는 된다.

마소는 이거 문법은 딱히 AT&T 식으로 갈아타지 않았고 인텔 문법을 고수하는 듯하다. Macro Assembler 같은 기존 제품과의 호환 문제가 있기 때문인 듯하다.
뭐, 어차피 같은 CPU 아키텍처이고, 짜는 게 아니라 읽기만 한다면야 자잘한 표기 차이는 그렇게 심각한 차이점은 아닐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건 적당히 고급 언어를 표방하면서 실용성을 갖춘 게 인기를 얻고 대중화되는 편이다.
그럼 실용성 대신에 한쪽으로 특화된 언어는 (1) 함수형처럼 수학 내지 순수주의 쪽으로 특화되거나, 아니면 (2) 어셈블리어처럼 기계 지향적인 쪽으로 특화되는 것 같다.

한 소프트웨어의 모든 코드를 저런 특화 언어만으로 작성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이다.
그래서 기존의 실용적인(?) 다중 패러다임 언어들은 저 (1), (2)의 특성을 제한적으로 부분적으로 제공하곤 한다. 그게 (1) 람다 아니면 (2) 인라인 어셈블리인 셈이다.;;

요즘 세상에 대학교 컴공과에서 어셈블리어 코딩 실습을 하는 건 군대에서 총검술, 사관학교에서 승마 실습을 잠깐 하는 것과 아주 비슷한 모양새인 것 같다.
비록 현대의 전장이나 현대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버렸지만, 코딩이라는 전투에서 백병전이 어셈블리어 실습이 아니겠나..;; =_=;; 실무에서는 쓸 일이 없지만 컴공 엔지니어를 양성한다는 학교에서는 컴퓨터의 밑바닥 모습을 이런 식으로라도 경험시켜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6/30 08:35 2024/06/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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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비물

-- 인체에서 소변과 대변은 만들어지는 원리가 서로 완전히 다르다. 대변은 배출물이지 배설물이 아니라는 건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우는 사항이다.
-- 소변은 그 상태 그대로 식물한테 거름이 되지 못한다. 더 희석시키고 삭혀야만 영양분이 되지, 그 상태 그대로는 오히려 식물을 말라죽게 한다.

-- 땀냄새, 또는 쇳덩어리를 만졌던 손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는.. 다 원래부터 땀이나 금속류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다. 땀에 들어있던 유기물이 세균에 의해 분해되고 부패하면서, 혹은 손에 원래 묻어 있던 분비물이 금속과 반응해서 변질되면서 그런 냄새가 나는 것이다.
-- 코 주변(개기름),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암내..), 발바닥(발냄새)은 대놓고 대소변 급 배설물은 아니지만 신체의 타 부위와는 다른 독특한 분비물이 나오는 듯하다. 걔네들이 분해되고 부패하면서 악취가 나게 된다.

-- 태아는 생후 얼추 6주째부터 이미 어머니와는 피가 섞이지 않는다. 어머니와 혈액형이 다른 피가 흐른다.
-- 하지만!!! 모유는 어머니 피가 그대로 변형되어 만들어진다. 모유는 분비되는 과정은 땀과 비슷하지만 성분은 피이다. 오~ 땀과 피..
그렇기 때문에 아기한테 모유를 먹이려는 산모는 그 동안 술이나 다른 약물 등을 절대로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모유에도 그대로 스며들어서 아기까지 먹게 되기 때문이다.

2. 인지

-- 사람은 산소 부족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과다를 감지해서 호흡 충동을 느낀다.
-- 사람의 눈에 펼쳐지는 풍경에는 눈뿐만 아니라 두뇌에 의한 편견 보정이 엄청 많이 작용한다. (두 눈 영상의 합성, 각종 착시 현상 따위)
-- 사람이 소리 자체뿐만 아니라 소리가 나는 방향까지 인지하는 능력은 참 경이롭기 그지없다.
-- 혀로 느끼는 맛은 그렇다 치고, 숨을 내쉬면서 같이 느끼는 그 '맛 아닌 맛'은 뭘까..?? 혓바닥 부위별로 단맛 신맛 짠맛 쓴맛을 따로 느낀다는 낭설은 현재는 과학적으로 부정된 듯하다.

3. 건강 관리

-- 헬스장이라도 고층에 있으면 출입구에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필요하다. 아무 데서나 무작정 힘만 쓴다고 운동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긴 하지만, 독극물 주입 사형 집행을 하는데 너무 위생 따지면서 잘 소독된 일회용 주삿바늘을 사용하는 건.. 좀 삽질스럽게 보인다 ㄲㄲㄲㄲ
옛날엔 서양에서는 단두대 사형 집행인이 목을 칠 때는 치더라도 깔끔한 연미복 차림에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사형수를 대했다고 하는데 마치 그런 것 같네. =_=;; 조선의 망나니 칼잡이 같은 과가 아니었다.)

-- 지난 수십 년 동안 병원 한 번도 안 갔지만 잔병치레 전혀 없었고 쌩쌩했다는 말은 자랑이 절대 아니다. 그건 그냥 건강 관리를 안 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람 몸은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훅 갈 가능성이 일반인들 편견보다 무척 높다.
-- 치아 건강을 위해 어설픈 소금물이나 알코올 가글보다는.. 물리적인 양치 내지 주기적인 스케일링이 훨씬 더 도움 되고 가성비도 좋다.

-- 사람이 평소에 위생이나 미용을 위해 사용하는 세제, 치약, 샴푸 같은 건 CF에 나오는 것보다 적게 짜 넣어도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자외선 차단 크림은 예외. 땡볕 아래에서 몇 시간째 위력을 발휘하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진하게 많이, 피부색까지 좀 허옇게 변할 정도로 발라야 한댄다.
하긴 요즘은 비타민 D 운운하면서 피부를 그을리고 태우는 게 건강에 좋은 게 아니라고 그런다. 살균의 범주를 넘는 자외선은 그저 백해무익한 전자기파일 뿐이다.;;
-- 피부를 햇볕에 그을려서 태우는 것, 때를 너무 밀거나 귀지를 너무 많이 집요하게 제거하는 것은 오늘날은 건강 관점에서 그다지 권장되지 않는다. 포경수술에 대한 인식도 현재는 달라졌다.

-- 세상엔 평생 목욕 안 한 사람, 평생 양치 안 한 사람, 평생 헤비스모커 골초로 지내고도 8, 90살 넘게 산 사람도 있다. 평생 라면만 먹으면서 8, 90 넘게 산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게 보편적인 케이스라고 여겨지지는 않는 것 같다.
-- 옛날에는 나쁜 피(?)를 마구 빼내는 치료법, 모공을 차단하는 치료법(!!!)도 있었다.
마취 없이 외과 수술이 진행되어서 환자가 꼼짝달싹 못 하게 꽉 잘 붙잡는 힘센 조수가 필수였었다!!
심지어 팔다리 자르는 외과 수술을 받느니 죽고 말겠다고.. ㅈㅅ하는 환자도 있었다. =_=;;;

4. 식중독

-- 물, 소금, 산소, 비타민A... 다 인체에게 꼭 필요한 물질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급격히 과다 섭취하면 독이 된다. 중독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람을 죽게 할 수도 있다.
오랫동안 굶었던 사람한테 밥을 갑자기 너무 많이 먹여도 탈 난다. 심하면 그 사람이 급체를 일으키고 죽을 수 있다.

-- 상하고 썩어 가는 음식은 공통적으로 시큼한 맛이 난다. 인간은 그런 건 냄새만 맡아도 거의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끼고 구역질을 일으킨다. 다만, 식초는 시큼하기만 하고 독성은 없는 예외적인 식품이라 하겠다.
-- 식물한테는 상한 우유 정도는 뿌려 줘도 괜찮다. 그 대신, 식물한테는 염분이야말로 자신을 말라죽게 하는 진짜 독극물이다.
초식동물들은 풀을 뜯어서는 염분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소금을 따로 섭취하려고 난리를 친다. 오오~ 이게 동물과 식물의 차이점인가?

-- 생물독은 신경독 또는 출혈독으로 나뉜다. 복어의 독은 대표적인 신경독이며, 대부분의 독사들의 독도 신경독이다. 다만, 독사 중에 붐슬랭 같은 몇몇 소수종의 독은 '출혈독'이다.
-- 살모넬라 균과 노로 바이러스는 음식을 상하게 하지 않고 맛과 냄새에 아무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식중독을 일으킨다고 한다. 바이러스의 경우 심지어 겨울에도 발병 가능하다.

5. 상태 이상

-- 사람 신체가 물에만 수십 일 이상 맨몸으로 담겨 있으면.. 어디 탈이 나서 죽는다고 한다. 익사 말고. 호흡에 지장이 없더라도 그냥 피부가 퉁퉁 붓고 탈이 나서라고 어디서 봤는데..
-- 물구나무서기를 며칠 이상 계속 하고 있으면 역시 죽는댄다. 눈과 머리에 피가 너무 쏠려서.
-- 사람이 누워 있다가 갑자기 황급히 벌떡 일어나서 머리의 위치가 상승하면 머리에 순간 피가 안 통해서 움찔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갑자기 차가운 음식을 잔뜩 먹어도 머리 띵해질 수 있다.;;
-- 무중력 상태에서 오래 있으면 피부가 붓고 몸 망가진다. 이러니 인간은 이 지구의 중력가속도를 벗어나도 살기가 힘들다.

-- 심지어 영원히 꼼짝달싹 못 한 채 누워 있기만 해도 짓눌려서 피가 오랫동안 잘 안 통한 부위에 욕창이 생기고.. 영원히 서 있기만 해도 몸에 탈 나고 심하면 죽는댄다.
자면서 몸을 뒤척이는 건 생각보다 아주 중요한 생체반응이다. 전신마비 환자는 이 당연한 걸 스스로 못 하기 때문에 간병인이 체위를 일정 간격으로 바꿔 줘야 한다.

-- 인공호흡보다 심폐소생이 훨씬 더 중요하다. 피를 돌게 하는 게 산소를 공급하는 것의 상위 호환이다.
같은 맥락으로, 제대로 된 교수형은 켁켁 목을 어설프게 졸라서 질식사 시키는 처형법이 아니다. 목을 물리적으로 뎅겅 짜르지만 않을 뿐, 안의 경동맥을 부러뜨려서 사람을 즉사시킨다.

Posted by 사무엘

2024/06/27 19:35 2024/06/2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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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에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바둑, 오목, 체스, 스크래블 같은 보드 게임의 AI 위주로 ‘컴퓨터 올림피아드’라는 대회가 잠깐 개최된 적이 있었다. 기억을 정말 오랜만에 다시 떠올린다. ㅠㅠㅠㅠ
IOI라고 불리는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와 헷갈리지 마시길. 요즘은 저걸 검색하면 구글도 자꾸 IOI 쪽으로 안내하는 것 같은데 그거랑은 다르다. 컴올은 공식 명칭에 '국제 I'라는 말이 없다. ㄲㄲㄲㄲ

IOI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중등 수준의 10대 청소년들이 문제 푸는 프로그램을 '즉석에서 작성'해서 그 코드의 성능과 정확도를 평가 받는 대회이다. 그 반면, 저건 현업에 종사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개발사들이 오랫동안 미리 연구 개발해 놓은 자기 자기 제품의 AI 성능을 현장에서 겨루는 대회이다. 즉, 로봇 쥐 미로 찾기와 비슷하며, 저런 보드 게임을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끼리 대국한다는 차이가 있다.

근데 컴터 올림피아드도 첫 대회가 1989년부터 시작됐다니.. 그건 IOI와 동일하다. 그리고 가끔은 IOI에서도 간단한 게임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작성해서 주최측 AI와 대국하고 채점되는 형태의 문제가 나오기는 한다. 그러니 둘이 완전히 다른 별개 분야의 대회까지는 아니긴 하다.

본인이 저 대회에 대해 들어 본 건.. 한때 왕년에 영단어 보드 게임인 스크래블의 AI를 연구하느라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봤었기 때문이다.
무려 1988년에는 World's fastest Scrabble program (by 앤드루 아펠, 가이 제이콥슨)이라는 논문이 CACM에 게재돼서 후대의 스크래블 AI 개발자에게 아주 큰 영향을 줬다. 모든 가능한 수를 찾는 기본 작업은 이 논문에서 소개된 알고리즘으로 해치우고, 그 뒤에 단순히 당장 점수가 가장 높은 수를 넘어 장기적인 이익을 따지는 건 전략과 휴리스틱의 영역으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래된 생각이긴 하다만, 스크래블 게임의 컴퓨터 구현은 대학교 수준의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코딩 주제로 아주 적합하다. 만약 내가 학원이나 학교에서 저런 전공 과목을 가르칠 기회가 있다면 실습이나 과제로 저걸 꼭 넣었지 싶다. =_=;;
하긴, 석사 논문으로 두벌식 한글 연속입력 오토마타를 연구했던 모 교수님은 자기가 강의하는 형식언어와 오토마타 수업 시간에 한글 입력 오토마타를 구현하는 과제를 고정 편성으로 넣었더구만.. 그런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저 논문을 투고했던 연구진은 딱 이듬해인 1989년, 제1회 컴퓨터 올림피아드의 스크래블 부문에 참가해서 우승했다고 한다. 타이밍 절묘하군..

그 뒤 2회와 3회에서는 Jim Homan이라고 MIT 출신의 다른 엄친아 공돌이가 개발한 스크래블 AI가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정황상, 아마 저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AI를 더 발전시킨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람은 저 AI 엔진을 토대로 CrossWise라는 굉장히 깔끔한 크로스워드 게임(설정을 맞춰서 스크래블 게임도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판매했다.

그것 말고 브라이언 셰퍼드라는 사람이 개발한 Maven이라는 스크래블 AI도 유명했다. 얘도 개발 역사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됐고, 스크래블 보드 게임의 총판사에서는 Maven을 공식적으로 밀었다고 하는데.. 얘에 대해서는 나도 더 아는 바가 없다. 이쪽은 딱히 컴올에 참가한 이력도 없는 것 같다.

뭐, 이것도 다 지난 얘기이다. 지금은 스크래블 게임쯤이야 폰이나 웹에서도 돌릴 수 있을 텐데.. 유행이 지난 것 같다.
하다못해 바둑조차도 세계를 석권해 버린 알파고 개발진이 "이젠 바둑은 더 연구할 게 없다~~" 명목으로 발을 뺐을 정도이니 말이다. -_-;;

저 컴퓨터 올림피아드는 스폰서 내지 운영진을 섭외할 수 없어서 1991년 이후부터 1990년대 내내 맥이 끊겼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후부터 다시 개최는 되고 있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인지도가 별로 없고 마이너하다는 냄새가 풍긴다. 고전적인 최적화나 휴리스틱 위주의 AI는 유행이 끝나고 닥치고 인공신경망이 대세가 돼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 보드 게임 AI 외길을 가고 있는 제품은 '장기도사'가 유일하지 싶다. 의미 있는 연구이긴 하다만, 보드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도 마이너해지고, AI 패러다임도 마이너해져서 수요가 무척 적을 것 같다. 뭐, 그런 식으로 염세적으로만 따지자면 본인의 주특기인 세벌식 자판도 마이너 중의 초 마이너이긴 하다만 말이다. -_-;;

고전적인 AI 대신 2010년대를 풍미했던 건 인공신경망들이었다. 2012년, 사물 인식을 기가 막히게 잘한다는 AlexNet부터 시작해서 VGG, ResNet, YOLO가 뒤를 잇고 chatGPT, transformer 등등이 쏟아져 나왔으니까.
컴퓨팅 패러다임이 싹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파이썬은 머신러닝 학계와 업계의 공용 언어가 되었고, 교육과 실무를 다 장악해 버렸다. ㄷㄷㄷㄷ 파이썬과 루아(Lua)가 처지가 극과 극으로 달라지게 될 줄은 20년 전엔 정말 예상할 수 없었다. 이것도 생각할 점이라 하겠다.

글을 맺기 전에 잠깐.. 그러고 보니 World Cyber games도 생각난다. 얘는 컴퓨터 AI가 아니라 사람이 겨루는 대회이지만, 그래도 E-스포츠 전문이니 뭔가 컴퓨터스럽고 사이버틱한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얘도 2001년에 처음으로 시작됐다가 2010년대엔 스폰서를 못 구해서 한동안 중단됐던 적이 있다. 그 뒤 지금은 재개되기는 했지만 권위나 인지도가 예전만 하지는 않다는 게 컴퓨터 올림피아드와 비슷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4/06/25 08:35 2024/06/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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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체에서 접하는 옛날 풍경 모습이란 게 한때는 그냥 사람이 붓에다 물감 찍어서 그린 그림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그게 흑백 사진을 거쳐서 컬러 사진으로 바뀌었는데, 이제는 애초에 흑백 사진밖에 전해지는 게 없던 장면조차 컬러로 재구성된 게 늘고 있다.
컬러이더라도 화질이 안 좋았던 것을 리마스터링까지 한다. 이런 건 소실된 색/화소 정보를 AI의 힘으로 창작해서 복원한 것이다.

AI는 완전히 생판 무에서 유를 창조할 정도로 혁명적인 일은 절대 못 한다.
뭔가 패턴이 있고 생노가다 같긴 하지만, 진짜 노가다보다는 미묘하게 복잡하고 전문성과 창의성(?)이 필요해서 자동화가 안 되고 인력 수작업이 필요했던 일들.. 그러면서 법적 책임과 부담감이 크지는 않은 일.
AI는 딱 그런 업종을 0순위로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1) 음악: 없는 곡을 AI가 작곡도 하는 세상인데, 기존 악보 멜로디를 읽고서 E G Fm 등 코드를 매긴다거나 반주를 넣는 건(편곡) 당연히 자동화될 것이다. 이것도 답이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곡에 대한 해석과 창작이라는 범주에 든다!
코드를 만에 하나 좀 이상하게 넣었다고 해서 당장 인명· 재산 손실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AI화하기에 딱 좋아 보인다.

(2) 폰트: 한 폰트 패밀리로부터 다양한 굵기 내지 이탤릭 바리에이션을 자동 생성하기. 윤곽선을 단순히 기계적으로 산술적으로 부풀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한 세밀한 공간 배치를 인간이 보기 좋게 알아서 하는 것 말이다. 힌팅을 더 똑똑하고 정교하게 생성하는 것도 포함이다.
그리고 한글· 한자의 경우, 샘플 몇 글자만 넣어 주면 그로부터 규칙성을 파악해서 나머지 수천 자의 글자 모양까지 알아서 유추해서 자형 생성하기.

AI는 한글· 한자에 대해서도 알파벳처럼 폰트들이 엄청 많이 넘치도록 개발되게 도와줄 것이다. 한글· 한자가 글자수가 수천 자나 된다고 해서 진짜로 문자로서 자형의 절대적인 정보량? 엔트로피가 알파벳의 수백 배 이상인 건 아니다. '가각간갇'이 무슨 알파벳의 ABCD 급으로 서로 완전히 다른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옛날엔.. 알파벳은 글자 수가 적어서 폰트도 크기가 작고 쉽게 만들 수 있는 반면.. 한글 한자는 너무 무겁고 뚱뚱하고 컴퓨터 자원도 많이 차지한다고.. 이러니 동양이 서양보다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열등하고 도태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정서가 있었다. 100여 년 전, 공 병우니 최 현배니 하던 시절엔 기계식 타자기만 갖고도 문자의 우열이 비교될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그 정도로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컴퓨터 자원이야 풍부해서 넘쳐나고, AI가 사람으로 하여금 진짜로 본질적으로 창의성이 필요한 작업만 하면 되게 나머지를 보조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인간이 이런 AI를 만들기 위한 연구 개발은(코딩, 수학식, 논문 등)... 알파벳처럼 원초적으로 가볍고 취급하기 쉬운 tier 1급 문자로 행해졌음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3) 코드 정적분석: 재래식 알고리즘만으로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정적분석만으로 실행 결과를 100% 정확하게 예측하고 논리 결함을 찾아내는 게 불가능하다. 그 이상부터는 그냥 휴리스틱/AI의 영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코드뿐만 아니라 주석에 적힌 자연어 문구도 의미를 파악해서 "이거는 시스템 정보나 패스워드가 하드코딩된 거 아냐?" 같은 것도 정적분석이 찾아낼 수 있다. AI는 재래식 정적분석 툴의 쓸데없는 오탐들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4) 그 밖에 이런 AI 기술로 내 생각엔 인쇄된 글자 모양을 보고 그냥 OCR을 하는 게 아니라 이게 무슨 폰트인지를 알아맞힌다거나, (산돌, 윤~~ ㅋㅋㅋ) 거대한 인파 사진을 보고 여기 사람 머리가 몇 개인지 카운트 하는 것.. 아 이건 딥러닝 AI까지는 아니라 그냥 컴퓨터 비전이려나.. 이런 기술이 개발되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

(5) 그리고 식당· 카페의 무인 키오스크가 아예 커맨드라인 콘솔이 도입될 게 아니라면 진짜 사람 말을 빨랑빨랑 알아들었으면 좋겠다. 지금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는 너무 느리고 답답한 반면, 단순 주문 접수는 지금 정도의 NLP로도 그렇게 어렵지 않을 테니 말이다. 확실히 AI 덕분에 단순 안내 데스크나 전화 상담 직원은 많이 없어질 것 같다.

다만, AI는 저렇게 창의성이 필요한 분야, 참고· 보조용 도구로서 강세이다. 법적 책임까지 수반되는 분야에 진입하는 건 많이 더디지 싶다. 그래서 의료 법조 쪽은 그냥 자문· 상담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이며, 자동차의 완전 자율주행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 철도는 통제가 너무 잘 된 환경이니 AI 없이 재래식(?) 로직만으로 이미 무인 자동운전이 가능할 지경이다. 차량 번호판 숫자나 QR코드를 인식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정도로 잘 통제된 이미지의 인식은 AI가 아니라 그냥 통상적인 컴퓨터 비전 분야..)
그러니 자동차와 철도의 중간 난이도인 비행기나 선박의 운항에 AI 기반의 자동 운항이 먼저 파고들지 않을까 싶다. 허나, 승객 수백 명이 타는 여객기에 무인까지는 아니어도 부기장이 없어지고 1인 조종이 가능해질지는 과연..?? 저비용 항공사에서 작은 기종부터 1인 조종을 시킬 수는 있겠다.

* 미용· 이발은 굳이 AI화 자동화하자면 못 할 건 없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겨진다. 사람이 직접 가위 들고 사람 머리 깎는 건 가까운 미래에도 변함없을 것 같다. ㄲㄲㄲㄲㄲㄲ

* 빌 게이츠는 무려 25~30년 전부터 제품에다가 자연어를 알아듣는 AI 비서? 에이전트를 넣으려고 애썼던 사람이다.
마소 Bob이라든가 Office 길잡이..;;는 좀 무리한 흑역사였긴 하지만.. 반대로 저 아저씨가 시대를 앞서간 시도를 한 거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 귀요미를 겨우 램 16MB, 150MHz짜리 펜티엄 컴터에다 집어넣으려 했으니 욕 먹었던 거지..;; 현실의 기술이 아이디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 미국 말고 의외로.. 중국이 2010년대 이후부터 머신러닝, 언어모델 쪽 연구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외국의 최신 논문을 찾아 보면 중국 사람 이름이 엄청 많이 보인다.
그런데 중국은 그런 첨단 AI 기술을 이용해서 인터넷의 불온 컨텐츠를 검열하고 인민들 행동패턴을 감시하는 데도 적극 활용한다는 게 함정....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 기계번역 프로그램이 잠깐 나오다가 유행이 식은 적이 있었다. 일한이라면 모를까 영한은 이거 뭐 도저히 실용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물며 한영은.. 난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절대 개발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인공신경망 기반 AI로 언어 장벽이 이 정도까지 무너지고 낮아진 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물론 무슨 기업간 회의나 대통령 연설, UN 컨퍼런스를 기계번역으로 때워도 되는 건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뭔 말인지 내용 파악하는 용도로는 기계번역이 정말 쓸 만해졌다.
게다가 이게 텍스트를 읽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waveform 형태의 말소리를 받아 적은 transcript를 생성하고 그걸 번역까지 하다니.. 유튜브에서 자기 동영상의 음성에서 자막을 아주 정확하게 실시간 생성해 주는 것만 해도 신기하기 그지없다.

암호 해독을 위해 언어학자가 아니라 수학자가 필요한 시대는 이미 20세기 중후반에 찾아왔다. 이제는 기계번역이나 자연어 처리 영역도 언어학자가 아니라 수학자와 데이터 과학자의 차지가 됐다.
2020년대가 되니 인간이 달이나 화성이나 해저에 기지를 만드는 건 전혀 가망이 없고, 그 대신 쌍팔년도 SF에서 거의 상상하지 못했던 스마트폰과 유튜브가 대세가 됐다. 그래서 카폰이라는 게 완전히 사라졌고, 무전기는 군· 경· 소방 같은 특수 직종에서나 쓰이는 물건이 된 거다. 뭐, 언어 자동 통번역기는.. 그 시절에도 상상은 했었고 얼추 실현돼 간다.

머신러닝에서 모델이라는 건 코드와 데이터의 성격을 모두 지니고 경계가 참 애매한 것 같다. =_=;; 물론 순수하게 데이터에 속하는 건 훈련용으로 먹이는 텍스트나 그림들이겠지만 저런 신경망 자체도 머신러닝 라이브러리 코드의 관점에서는 데이터일 것이다.
그리고 훈련시키는 건 뭔가 압축하는 것과 비슷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의 문제를 풀이하는 건(추론) 압축을 푸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이런 AI는 참 엄청나고 대단하긴 하지만.. 공짜로 평범한 계산량으로 돌아가는 물건이 아니다. AI를 돌리기 위해 동원되는 컴퓨팅 자원을 보면 정말 억소리 난다.
chatGPT가 저렇게 답을 '즉시' 뱉어내기 위해서 지구 반대편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성능 슈퍼컴이 전기를 있는 대로 잡아먹고 열을 펑펑 내뿜으며 돌아가야 한다. 살인적인 분량의 신경망 연산이 행해지기 때문이다. 저기 서버가 하루 유지 비용이 원화로 몇 억? 몇십 억이니 그런다. 이때 컴퓨터 내부의 신경망 상태는 상상을 초월하게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훈련이나 추론 과정의 추적이 도저히 불가능할 지경이다.

인간은 오랫동안 절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유인 달 착륙과 귀환을 몇 차례 성공하긴 했다. 그러나 그건 정말 위험하고 어렵고 힘들고 비싸게 가까스로 해낸 것이었다. 민간인의 대중적인 달 여행이라든가 달· 화성 기지로 이어지는 건 지금 관점에서도 가까운 미래엔 요원하다.

그리고 AI의 발달 추세에도 이런 우주 개발과 비슷한 면모가 있는 것 같다. 과거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자연어 처리가 가능해지기는 했지만.. 그걸 가능케 하는 컴퓨팅 환경이 저 우주 로켓 같은 물건이라는 거다. 물론 컴퓨터 업계도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만 빠는 건 아니니.. 그 연산에 특화된 CPU를 만들어 간다.

30여 년 전, 486이니 펜티엄이니 하던 시절엔 멀티미디어 지원이 컴터 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던 것 기억하시는가?
크게 (1) 동영상 아니면 (2) 게임용 3D 그래픽 실시간 렌더링이라는 두 분야이다.
하긴 그 시절엔 MPEG 동영상을 감상하기 위해서 전용 카드를 꽂네 마네 했던 것 같다. 요즘은 재생이 아니라 컴터 화면을 실시간으로 녹화하고 인코딩할 때에나 전용 카드가 필요한 듯하다.

나중에는 엄청난 물량을 자랑하는 멀티미디어 연산에 특화된 명령이 CPU에 추가되고, GPU라는 건 그래픽 가속기라는 이름으로 도입되곤 했었다.
그랬는데 이제는 단순 그래픽 처리를 넘어 머신러닝 신경망 연산에 특화된 CPU가 대세이다. 당연히 서버에 접속해서 API를 호출해서 구현된 거라고 생각한 통· 번역이 핸드폰에서 비행기 모드까지 켰는데도 동작한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

저런 컴퓨터에 비해 인간의 두뇌는? 환경에 끼치는 부작용이 없고 당분 몇 스푼만 공급해 주면 한 나절을 거뜬히 돌아간다.
물론 두뇌와 컴퓨터가 서로 비교 가능한 존재는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는 생체라는 게 참 경이롭다. 두뇌와 컴퓨터는 다리와 바퀴가 다른 것만큼이나 다른 건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의 이스트소프트는 맨 처음 1990년대엔 21세기 워드라는 평범한(?) 업무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가 알툴즈로 명성 내지 악명을 떨쳤고.. 그러다가 게임이 더 돈 된다고 생각했던지 '카발'이라는 온라인 게임을 만들었고 지금 와서는 AI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게임과 AI 모두 GPU가 쓰인다는 공통점이..)
각각의 제품들이 어떤 평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어쨌든 시류를 따라 참 다양한 분야를 개척하면서 생존하려고 애쓴다는 것 하나는 확실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4/06/22 08:35 2024/06/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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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상

1990년대 말까지 국산 승용차 중에서 가장 비싼 고급차의 대명사는 논쟁의 여지 없이 그랜저였다.
다시 말하지만, 벤츠니 마이바흐니 롤스로이스니 하는 외제차는 논외로 하고, 국산차 중에서 말이다. ㄲㄲㄲㄲㄲㄲ
특히 쌍팔년도 시절에 카폰이 장착된 그랜저는 정말 최고급 금수저의 상징이었다.

오죽했으면 현대에서 한때 CF를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친구가 물었습니다. 나는 그랜저로 답했습니다.” 이딴 식으로 만들었을 정도였다.
옛날에 극악무도한 범죄 단체였던 지존파에서는 그랜저 몰고 다니는 놈들을 콕 찝어서 죽이려 했을 정도였다.

30여 년 전 어린 시절에 친구 부모님을 통해 그랜저를 얻어 탈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분명히 승차감의 차이를 느꼈다. 엑셀로 시속 60 정도를 밟을 때의 소음과 진동이랑, 그랜저로 시속 100 이상을 밟을 때의 소음 진동이 비슷하게 느껴졌다고. ㄲㄲㄲㄲㄲㄲ

그랜저 말고 기함급 최고급 승용차를 표방하는 차량이 없는 게 아니었다. 대우 로얄/임페리얼/브로엄이라든가 쌍용 오피러스 등.. 그러나 그것들은 그랜저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심지어 같은 제조사에서 다이너스티나 아슬란 같은 차를 만든 것조차도 그랜저를 대체하지 못했다.
오늘날은 일부러 에쿠스니 제네시스니 하는 상위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서 그랜저의 격을 상대적으로 낮췄을 뿐이다.

그랜저는 30년 전 1990년대나 2020년대 지금이나 평범한 사양 기준으로 차값이 꾸준히 3~4천만 원이라고 한다.
이것만으로도 그랜저는 세월이 흐르면서 더 대중화되고, 최고급 차량에서 그냥 적당히 고급스러운 차량 정도로 급이 낮아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지금이야 내가 모는 국산 양산차가 30년 전 각그랜저 최고급 모델보다 엔진 출력과 연비가 더 뛰어나며, 편의 장비 안전 장치가 더 잘 갖춰져 있다.
차 안에 전화기와 내비는 그 시절에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첨단 기술이었거늘.. 그게 지금 이 정도로 개나 소나 흔하게 보급됐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누리는 것을 30년 전에 누렸던 사람은 훨씬 소수였을 것이다.

2. 개발 배경

어지간한 차덕들은 다 아시겠지만, 각그랜저는 현대차와 일본 미쓰비시가 공동 개발해서 1986년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맛깔나는 신형 고급 국산차를 개발해서 공식 의전 차량으로 선보일 필요가 있었다. 현대차는 포드 그라나다의 후속 모델을 개발해야 하고, 미쓰비시에서는 데보네어라는 자기 차량을 이제 좀 업데이트? 페이스리프트할 때가 된 상태였다. 그래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았다.

일본의 데보네어 1세대는 1964년에 선보이고 나서는 무려 20년이 넘게 외형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고급차이긴 하지만 구닥다리 디자인이 너무 오래 유지됐기 때문에 그야말로 자동차계의 고인물 썩은물 살아 있는 화석 소리를 들을 지경이었다.
글쎄, 1964년이면 데보네어 원조 1세대는 자기네 도쿄 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건 아닌가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그랜저와 데보네어 모두 올림픽 입김이 개입한 건데 말이다.

아무튼, 이를 계기로 새로 공동 개발된 동일한 차량이 한국에서는 그랜저, 일본에서는 데보네어 2세대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 일본은 철도 차량인 신칸센도 1964년에 도쿄 올림픽에 맞춰 개통했다. 그런데 신칸센도 첫 도입 차량인 0계가 무려 20년 가까이 똑같이 생산됐고, 후대 차량인 100계는 1985년에야 등장했다.
  • 일본에서는 택시도 ‘도요타 크라운 컴포트’라는 낡은 모델이 1995년부터 무려 2018년까지 똑같이 생산됐었다. 뭔가 이 분야의 기록을 작정하고 노리기라도 하는 것 같다. ㅠㅠㅠ
  • 일본 말고 우리나라 얘기를 하자면, 그 당시 서울 올림픽을 위해서 그랜저뿐만 아니라 서울 지하철 3호선과 4호선, 한강 종합 개발과 올림픽 대로를 건설했다. 그리고 신칸센 같은 신문물까지는 못 만들어도 철도에다 7000호대 신형(!) 봉고 기관차와 유선형 새마을호 신형 객차를 도입했었다.

3. 기술 디테일

(1) 각그랜저는 그 특유의 각진 외형이 정말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처음 등장했던 쌍팔년도 당시엔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 각그랜저는 누가 디자인한 걸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이것도 쥬지아로의 작품이라고 한다. 흐음~ 포니, 엑셀, 쏘나타 2세대, 각그랜저까지 다 동일 인물이구나.
각그랜저는 크라이슬러 뉴요커 같은 1980년대 초의 '미국 고급차'의 디자인 스타일을 참고한 형태였다.

(2) 각그랜저는 맨 처음에 2000cc부터 시작했다. 그러다가 후기형이라고 불리는 2400cc가 나오고, 1989년 말에 대망의 V6 3000cc형이 추가되는 것으로 업데이트(..)를 마쳤다. 즉, 요즘 차들의 버전 관리 관행과는 다르게, 페이스리프트에다가 엔진 덩치의 확장을 같이 진행한 것이다.
2.4부터는 뒤쪽 외형이 바뀌었다. 그리고 2.0과 2.4, 3.0 모두 앞쪽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양이 다 다르다. 3.0은 타이어 휠 모양도 달라졌다. 자세한 건 아래의 사진들을 참고하시길..

(3) 물론 6기통 모델은 1989년 초에 대우 임페리얼이 국산 승용차 중 최초로 6기통 3000cc를 개척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것이었다.
임페리얼은 후륜구동에다 직렬 6기통이었던 반면, 그랜저는 전륜구동에 V형 6기통이었다. 그래서 같은 실린더, 같은 배기량이어도 차가 굴러가는 특성이 차이가 좀 있었다. 참고로 현대차는 과거에 포드 그라나다를 면허 생산하면서 겨우 2000cc 배기량 엔진에다가도 V6 엔진을 얹었던 경험이 있긴 했다.

(4) 지금으로서는 정말 믿어지지 않지만.. 1986년에 그랜저 2000cc 초기형이 첫 출시됐을 때는 명색이 최고급 기함급 차량이라면서 자동 변속기 모델이 없었다~!
그 대신 그때 그랜저가 최신 기술이랍시고 자랑했던 것은 무려 5단 수동 변속기였다. 이전 차량들은 겨우 4단 수동이었기 때문에.. 자동 변속기 모델은 나중에 도입됐다.
그리고 그랜저는 속도계 바늘이 나름 180이 아니라 200km/h까지 그려져 있었다. 1990년대가 아니라 1986년에 말이다.

(5) 그랜저 V6와 임페리얼은 6기통 3000cc 배기량뿐만 아니라 ABS가 장착된 국산차의 원조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ABS가 경차에도 의무적으로 무조건 장착되는 안전장치가 됐다는 걸 생각하면.. 이것도 참 격세지감이다.
그 뒤 최초로 에어백이 장착된 차량은 1992년에 출시된 뉴 그랜저이다. 그것도 지금으로서는 구형 기술인 SRS 방식이다. (화약으로 펑 터뜨리는..)

4. 여담

(1) 여러 옛날 자료들을 볼 때, 그랜저는 2000cc 초기형이 첫 출시됐을 때는 흑백 같은 무채색이 아니라 특유의 이 누런 색으로 먼저 만들어졌던 것 같다. 요게 개인적으로 애착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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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2.4 후기형은 라디에이터 그릴이 세로가 아닌 가로로 바뀌었고, 뒤쪽 브레이크등의 배치도 더 대중적인 그 모양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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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최고급 3.0 모델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가로+세로 복합이고, 타이어 휠 모양도 바뀌었다. 이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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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처음에 그랜저는 그야말로 VIP 의전 급의 고급차를 의도하고 만들어졌다. 그러니 택시 같은 싸구려(?) 영업용 모델은 절대 만들지 않았다.
택시로 쓰이는 차들은 최대한 저렴하게 도입하느라 내부 옵션들은 몽땅 깡통 수준으로 생략하고 타이어 휠조차 저렴한 동글동글 철제를 쓰는 편인 걸 생각해 보자. 더구나 그 시절에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택시는 거의 다 포니 일색이고 가끔 스텔라 정도나 눈에 띄었다는 걸 생각해 보자. 지금처럼 고급차 위주의 모범 택시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물론 지금이야 그랜저 택시는 흔하지는 않아도 당연히 굴러다닌다.

(3) 한국과 일본에서 그랜저 - 데보네어 2세대가 나란히 출시됐고, 훗날 뉴 그랜저 - 데보네어 3세대가 나란히 출시됐다. 그러나 거의 같은 차가 한국에서는 대박을 친 반면, 일본에서는 쪽박을 쳤다. 이 구도는 훗날 에쿠스 초기형 - 프라우디아까지 이어지면서 현대와 미쓰비시는 처지가 역전됐다.
에쿠스 초기형은 현대차에서 내놓은 마지막 '전륜구동' 기함급 승용차이기도 했다. 마치 포니가 처음이자 마지막 '후륜구동' 소형 승용차였던 것처럼 말이다.

(4) 에쿠스의 경우, 3800cc 모델이나 5000cc 최고급 모델이나 외형상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엠블럼만 주작해서 더 큰 차라고 구라를 칠 수가 있었다. 차를 제로백 테스트를 시키거나 시속 150~200km으로 밟기라도 해서 차가 힘들어하는 정도를 비교하지 않으면 배기량 차이를 알 길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 반면.. 각그랜저는 이런 외형 차이가 여럿 있기 때문에 엠블럼만 갖고 배기량 주작질을 할 수 없었다.

(5) 각그랜저가 출시됐던 당시에 현대차에서 내세웠던 광고카피는 "고급 승용차의 최고봉"이었다.
최고봉...;; 그 뒤 이 단어는 개인적으로 신앙 서적 오스왈드 챔버스 '주님은 나의 최고봉'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ㄲ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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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찬송가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의 2절 가사에 보통명사로서 grandeur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when I look down from lofty mountain grandeur
기독교계에서 부르는 수천~수만 편에 달하는 찬송가들 중에서 '그랜저'가 나오는 유일한 곡이 아닐까 싶다!! 정말 웅장한 자연 풍경, 장관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Posted by 사무엘

2024/06/19 08:35 2024/06/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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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와 타의의 경계 문제

고의가 아니라 몰라서 잘못한 것, 속아서 잘못한 것은 전적으로 무죄일까? 이에 대한 성경적인 관점은 무엇일까?

1.
롬 4:15에 따르면 성경은 죄형법정주의를 지지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법을 어겼어도 정~~~~말 악의가 전혀 없이 순도 100%의 순진무구 무지 때문이었다면? 그 법이나 규칙에 대해 숙지할 기회가 단 1도 없었거나 법을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하나님이라도 그건 그 사람의 여건을 감안하신다. 무죄 또는 책임 면제로 인정해 주신다.

창세기 20장에서 이 여자가 유부녀인 줄 진짜 몰랐다고 항변했던 아비멜렉이 좋은 예이다. 이건 간음이 죄인 것 자체는 알되, 적용 대상을 몰랐던 경우이긴 하다만..
그리고 아예 선악 분별력 자체가 없는 아기도 이 범주에 들기 때문에 죄에 대한 책임이 부과되지 않는다.

허나.. 현실에서 이단에 빠지는 사람들이 정말 전적으로 무과실인 경우는..?? 안타깝지만 별로 없을 가능성이 높다.
자기도 진리에 관심이 없고 하나님의 진짜 성품에 관심이 없고..
반대로 이단들을 보니 뽀대 나고 내 육신적인 욕망을 채워 줄 수 있어 보이고.. 이런저런 이상하고 불순한 동기가 '결합'해서 자발적으로 더 이상한 데에 빠지는 것도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무지가 100% 전적으로 무죄이고 오로지 선량한 피해자밖에 없는 거라면..
성경에 하나님이 강한 미혹을 보내신다, 파라오의 마음을 더욱 강퍅하게 만드신다~~ 거짓을 믿게 만든다.. 이런 말이 쓰여 있어서는 안 된다. 아니, 에덴 동산 시절에서부터 하나님이 뱀 따위 이브에게 얼씬도 못 하게 봉쇄를 했어야 했다.

모든 마약 중독자가 100% 오로지 강제로 납치 당해서 주사기를 강제로 꽂혀서 생겨난 거라면 그 사람들은 그냥 치료만 받으면 되는 피해자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마약 사범은 환자이면서 한편으로 범죄자이지, 마냥 심신미약 우대를 받는 게 절대 아니다.
이런 불편하고 안타까운 진실은 "언뜻 보기에 착하고 불쌍해 보이기까지는 하는 사람이 왜 지옥에 가느냐~~?" "성경에 왜 미혹을 보낸다는 구절이 있느냐?"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현실에서 이단에 빠져서 돈· 시간을 잔뜩 날린 사람들을 우리가 마치 욥의 친구마냥 판단하고 정죄하고 2차 가해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죄가 아니라는 말은 우리 인간이 아니라 종합적인 판단자인 하나님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니 말이다.

2.
성경의 열왕기상 13장에는 "속은 건 변명이 되지 않는다"라는 교훈이 담긴 유명한 이야기가 하나 실려 있다.

솔로몬 이후 이스라엘 북왕국은 왕이 대놓고 금송아지를 만들어 세우면서 우상 숭배와 타락으로 폭주하고 있었다. 이때 남쪽 유다 왕국에서 무명의 젊은 '하나님의 사람' 선지자가 일어나서 북왕국 왕을 용감하게 책망하고, 이적과 표적을 행했다.
그는 임무 수행 과정에서 누구로부터 그 어떤 향응이나 접대를 받지 말고, 먹지도 마시지도 말며, 임무 완수 후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딴 길로 신속히 귀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런데 이 소문을 들은 북왕국의 어느 늙은 선지자는 이 사람이 너무 반갑고 부럽기도 해서 꼭 만나보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임무를 마치고 귀환 중이던 저 선지자를 찾아가서는 선의의 거짓말까지 해서 접대와 교제를 베풀었다. "아~ 나도 선지자입니다. 같은 업계 종사자~ 내가 꿈 속에서 하나님 말씀을 받았다니까요? 당신 만나서 접대하라고?"

처음에는 오로지 하나님의 말씀대로 단호하게 FM대로만 행동하던 그 사람은 "나도 하나님 말씀을 받았다니까요?" 이 한 마디에 최소한의 확인 기도도 없이 낚여 버렸다. (어 하나님, 왜 완전히 상반된 지시를 다른 사람에게 또 내리셨습니까? 저 사람 말은 사실입니까?)
사실, 일체의 사람과 마주치지 말고 현장에서 최대한 빨리 이탈하고 무슨 저격수마냥 바람처럼 사라졌어야 했는데.. 완전히 귀환하고 나서 실컷 먹고 마셔도 됐는데 현장 근처에서 퍼질러 앉아 쉰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그는 얼마 못 가 하나님이 보낸 사자(lion! messenger 아님)의 공격을 받아서 죽었다. 사자는 그 사람을 목을 물어서 딱 죽이기만 했지, 그 이상 시체에는 전혀 손대지 않았으며 잡아먹지도 않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 심지어 고인이 타고 가던 자동차.. 아니-_- 나귀도 건드리지 않았다. 이건 평범한 배고픈 야생 사자의 사냥이 아니었다.

하나님 말씀을 사칭하여 속인 늙은 선지자가 죽은 게 아니라, 속은 사람이 죽었다.
그렇다고 해서 늙은 선지자도 잘못이 없는 건 절대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예레미야서 28장에서는 버젓이 주, 여호와의 이름을 팔아서 거짓 예언을 주작해서 선포하던 '하나냐'라는 사람이 두 달 만에 벌 받아서 밥숟가락 놓았으니 말이다.

뭐, 열왕기상에는.. "나 좀 때려 봐" 이 부탁을 안 들었다고, 그 벌로 사자에게 물려 죽은 사람도 나온다(왕상 20:36). 다만, 이건 평범한 사적인 부탁이 아니라 "주의 이름으로" 행해진 명령을 거절한 것이고, 하나님 말씀을 거역한 것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엘리사를 조롱하던 초글링들 수십 명이 곰의 공격을 받아서 학살당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3.
성경 다음으로 세상 얘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7년에 화성시의 어느 해안 초소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파릇파릇한 소위 소초장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이상한 사람한테 감쪽같이 속았다. 그 사람이 자기 부대의 상관인 줄 알고 K2 소총을 실탄 수십 발과 함께 넘겨줘 버렸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보이스피싱 범죄를 능가하는 막장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사람은 국군 군복 차림에다, 그 당시 디자인이 바뀐 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새 계급장을 달고 있었고(소령!!), 이 부대의 행보관이 누군지도 알았다.
그 사람은 그렇게 총을 들고 나가서는 지금까지 영원히 증발 상태이다. 현재로서는 그놈은 아마 북괴 간첩이었을 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상급 부대에서 누구를 불쑥 보내서 부대를 시찰시킬 거면 언제쯤이라고 언질을 미리 준다. 불시에 들이닥쳐서 부대 기강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밤에는.. 보안뿐만 아니라 아군 팀킬을 막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정보는 줘야 한다.
더구나 저런 신분의 지휘관이 운전병이나 부관 하나 없이 단독으로 총 들고, 군용차도 아닌 민간 승용차를 타고 돌아다닌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상급 부대에서 이 사람을 보낸 게 진짜 맞는지 좀 의심해서 확인 전화 한 통이라도 넣어 봤으면.. 병이나 부사관 중에 누구라도 소초장한테 그렇게 건의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결국 뒤늦게야 부대가 다 뒤집혔고 난리가 났지만 저 사람과 총은 못 찾았다. 겨우 탄피 하나 잃어버린 정도가 아니라, 총과 실탄 탄창이 통째로 사라졌으니..

소초장은 너무 큰 사고를 친 관계로 구속되고 군사재판에 회부됐다. 그래도 대법원까지 간 형사 재판에서는 최종 무죄가 나왔다. 피고가 고의나 과실이 아니라 정말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적으로 속을 수밖에 없는 것에 속아서 총을 넘겨 준 거라는 정황이 참작됐기 때문이다. (과연?)
하지만 그 사람은 장기 복무는 물 건너갔지 싶다. 임관을 어느 코스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이다.
아무쪼록 성경에 기록된 사건과 세상에서 있었던 사건이 나란히 오버랩된다.
세상 법은 갈수록 피의자에게 유리해지고 옛날처럼 엄하게 집행하지 않고, 결과가 아니라 의도와 과정을 많이 참작하고 잔혹한 형벌도 안 내리는 추세이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받을 판정과 책임이 없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 여담

(1) 예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난 위조· 가짜 신분증에 속아서 미성년자한테 술을 판매한 가게를 처벌하려거든 그 미성년자부터 더 강하게 처벌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나면 그 운전자의 동승자 내지 마지막으로 술을 판매한 식당· 가게도 반드시 책임을 물었으면 좋겠다. 귀가할 때 누가 운전하는지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은 죄 말이다.

(2) 30여 년 전, 지존파에게 붙잡혔던 어떤 여성 피해자는 걔네들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 사장 부부의 살해에 가담 당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걸로 살인 공범 기소는 당연히 되지 않았다.
허나, 포로 학대나 민간인 학살 같은 끔찍한 전쟁 범죄를 저질렀던 군인들이 기소돼서는 "난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이렇게 변명하는 건 무조건 타의 100%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어쩔 수 없이 까라면 깠던 것인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6/16 19:35 2024/06/1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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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이타닉 호 침몰 사고(1912년 4월)로부터 딱 25년 뒤인 1937년 5월엔.. 그 이름도 유명한 힌덴부르크 비행선의 화재· 추락 사고가 났다. 둘 다 출발 후 3일인가 4일 정도 지나서 사고가 났다. 특히 후자는 목적지인 뉴욕까지 완전히 다 와서 착륙 직전이었다.

증기선과 비행선이라니.. 오늘날--적어도 20세기 후반부터--에는 한물 간 느린 물건이 저 시절엔 장거리 대륙 횡단 여행용으로 현역이었다는 게 흥미롭다.
둘 다 엄청 거대하기도 했다. 타이타닉이 길이가 거의 270m인데, 힌덴부르크도 무려 245m에 달했다고 한다.

비행선이 아니라 비행기인 에어버스 A380이나 보잉 747 등은 그냥 70m 남짓이다. 힌덴부르크의 길이의 1/3이 채 되지 않으며, 명함도 내밀 수 없다.
물론 배수량이 50000톤이 넘는 타이타닉과 달리, 힌덴부르크 기체의 최대 이륙 가능 중량은 232톤에 불과했다. 덩치는 저렇게 육중하지만 실제 무게는 오늘날의 대형 비행기보다 가벼웠던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선박은 물에만 뜨면 되지만 비행선은 아예 공기 중에서도 떠야 했으니 말이다.

공통점 말고 차이점을 더 살펴보면.. 타이타닉 호는 영국 소속이었던 반면, 힌덴부르크 호는 히 총통 휘하의 나치 독일 소속이었다.
그리고 타이타닉 때는 탑승자가 2200여 명 중 1/3 정도밖에 살아남지 못한 반면, 후자 때는 반대로 탑승자 97명 중1/3 정도만 희생되고 나머지는 살아남았다. 탑승자가 100명이 채 안 됐었고 그냥 옛날 콩코드와 비슷했다;;

2.
일반적인 비행기들은 끊임없이 빠르게 움직여야만 양력을 얻을 수 있는 반면, 비행선이나 헬리콥터나 인공위성(정지궤도)은 공중에 뜬 채로 가만히 있을 수 있다. 떠 있는 방식이 서로 극과 극으로 다르지만 말이다. ㄲㄲㄲㄲㄲ
비행선은 오늘날의 양력 기반 비행기와는 비행 원리가 완전히 다른 관계로, 사고가 나도 비행기보다는 훨씬 덜 위험했다.
일단 화재의 규모부터. 저 거대한 몸뚱아리에다가 헬륨이 아닌 수소를 집어넣었으니 엄청난 불바다 생지옥이 펼쳐졌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비행선 안의 수소는 부력 생성용의 가벼운 몸빵일 뿐, 내연기관 구동용 연료가 아니다! 수소를 초저온에 액화시키거나 압축해서 꽉꽉 구겨넣은 게 아니었다는 걸 생각해 보자. 저 때는 그런 기술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화재라기보다는 가스 폭발에 가깝게 한번 쾅 화염이 치솟은 뒤엔.. 불은 생각보다 금방 꺼지고 없어졌다.

오히려 오늘날 최신 배터리 기술이 접목되어 만들어진 전기차들이 한번 불이 나면 불이 지독하게 안 꺼져서 골칫거리이다. 그 작은 몸체에서 열과 불길이 끝도 없이 솟아오르기 때문에 엄청난 비열을 자랑하는 물조차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불을 끄는 게 아니라 자기가 몽땅 증발해 버린댄다.
그래서 불 끄는 데 물이 수만 리터가 필요하다는 거다. 비행선의 수소 탱크도 위험물이긴 하지만 저 정도로 에너지가 밀집된 위험물은 아니었다.

끝으로.. 힌덴부르크의 경우, 공중도 아니고 다 도착해서 하강과 주기(!!!) 거의 직전까지 가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했다. 수소가 빠져나가고 부력을 상실할 때도 생각보다 천천히 사뿐히 내려앉았다.
출입문 쪽이 바닥을 향하게 내려앉는 바람에 거기 있던 사람들이 탈출을 못 하고 죽긴 했다. 하지만 이것도 다 화재로 인한 사망이지, 추락 충격으로 인한 사망은 전혀 아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힌덴부르크가 미국에 다 와서 사뿐히 내려앉는 최후의 모습이 일단 영화 필름 기록으로 남아 있다. 여러 방송사에서 촬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꽃이 튀고 화재가 발생하는 결정적인 순간엔 하필 아무도 촬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그 모습은 참 안타깝지만 기록이 없다!! 폭발 사고가 나는 모습이 생생히 촬영된 챌린저 우주왕복선과는 상황이 달랐다. (☞ 당시 기록 영상. 2:53~54 사이)

오늘날 전해지는 최후 모습을 보면.. 둥실둥실 기지로 내려가다가 (중간 생략) 갑자기 불길에 휩싸인 채 기우뚱 상태..로 화면이 바뀐다. 눈부신 화염으로 인한 광량차 때문에 하늘 배경은 갑자기 저녁처럼 어두워져 있고 말이다.

1975년에는 나치에 반대하는 유대인 공작원이 힌덴부르크 안에다가 몰래 폭탄을 심었다는 음모론을 넣어서 '힌덴부르크'라는 영화가 만들어지긴 했다.
그러나 음모론은 음모론일 뿐.. 도대체 어디서 불이 갑자기 왜 났는지.. 힌덴부르크의 사고 원인은 결국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공식적으로 '불명'으로 처리됐다.

저 당시에 사람이 타는 비행선에 위험한 수소가 잔뜩 들어있었던 이유를 아는 분들은 이미 아실 것이다. 안전한 헬륨은 수소보다 더 비싸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그 당시 미국이 적성국인 나치 독일에다가는 헬륨을 수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찌나 물자가 풍부했는지 독일을 상대로는 헬륨을 안 팔고, 일본을 상대로는 석유를 안 팔아서 추축국들을 똥줄 타게 만들었다. 참 흥미로운 점이다.

여담이지만.. 옛날에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 역에서 안 중근 의사에게 저격 당했을 때 말이다. 이건 중요한 행사이니 러시아에서 전 과정을 영화 필름으로 녹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영상을 일본에서 입수해서는 이토가 총 맞는 장면은 완전히 폐기하고 없애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이토의 최후 영상도 이미 쓰러져서 실려가는 장면만 녹화됐지, 안 중근이 나오고 저격 당하는 장면은 현재 전해지지 않는다. 이건 마치 힌덴부르크 비행선의 최후와 비슷한 구석이 느껴진다.

4.
저렇게 갑자기 불길에 휩싸여 추락하는 힌덴부르크의 모습을 보고 어느 기자가 너무 멘붕해서 "Oh the humanity!!" 무슨 세상 종말 인류 멸망급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Doom Comics에도 나오는 대사인데 그게 이 힌덴부르크 사고에서 유래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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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몸소 이 지옥의 괴물들을 무찔러 주면 뭘하나~ 지구가 이미 방사능에 오염돼 버렸는걸.. 그럼 우리 아이와 아이의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오~ 인류여!!! (oh the humanity!!)"
이런 미친 병맛 중2병 쩌는 개드립 대사가 있다~~~ ㅠㅠㅠㅠㅠㅠㅠ

5.
비행선의 비행 원리와 관련하여 혹시 이런 생각이 들지 않으려나 모르겠다.
탱크 안에다가 수소나 헬륨 따위를 넣을 게 아니라, 공기를 싹 빼내서 아무 물질도 없는 진공으로 만들어 버리면 어떨까? 진공 비행선은 만들 수만 있다면 수소 비행선보다도 더 가볍고, 폭발 위험도 없지 않겠느냐 말이다.

옛날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진작부터 했었다. 그러나 이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지구의 대기압이라는 게 진공을 호락호락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힌덴부르크 같은 거대한 비행선이 내부가 진공이면.. 대기압에 짓눌려 금세 짜부러져 버린다.
그리고 그 압력을 버틸 정도로 튼튼한 진공 탱크는 두꺼운 금속 재질이 필수이며.. 그러면 너무 무거워져서 어차피 비행선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뭔가 영구기관 같은 딜레마에 빠진다~!

비록 비행선이 오늘날 같은 정교한 엔진이 탑재된 물건은 아니지만, 저걸 만드는 것도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옛날에 마찰이라는 물리 현상을 모르던 시절엔 사람들이 자연이 물체가 움직이는 걸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처럼 대기압이라는 걸 모르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자연이 진공을 싫어한다, 진공을 만드는 건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거라고 생각했을 법도 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4/06/14 08:35 2024/06/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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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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