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위기: 판별법

성경의 레위기에는 구약 제물들의 종류, 신체의 부정(불결) 판정 기준, 나병(문둥병) 판정 기준 등 율법의 여러 규례가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다리의 굽이 갈라졌지만 되새김질을 하지 않는 동물은 부정하다", "비늘 지느러미가 달린 통상적인 물고기가 아닌 수중 동물은 부정하다~~" 펠리컨은 어떻고 대머리독수리가 어떻고 등등등... 얘는 먹을 수 있고 저런 건 먹어서는 안 된다는 판정도 많다.

이 부분을 읽으니 개인적으로는 쓰레기 배출 기준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귤 껍질은 음쓰이고 바나나 껍질도 음쓰인데, 파뿌리는 뭐 어찌어찌 하지 않으므로 일쓰이다.
플라스틱은 딱딱하고 형태가 있지만 뭐가 묻은 건 재활용 불가능한 일쓰이다. 그렇지 않은 건 재활용 쓰레기..ㄲㄲㄲㄲㄲㄲㄲ

이렇듯, 옛날 사람들은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갈랐지만, 현대인들은 버릴 때.. 재활용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걸 가른다고나 할까..?? 양상이 비슷해 보인다.

대한민국은 쓰레기 분리 배출을 세계적으로 정말 엄격하고 빡세게 하는 나라이다. 페트병을 내용물을 싹 씻고 라벨까지 일일이 떼서 배출하는 나라가 여기 말고 또 있을까.;; 쓰레기 봉투를 일일이 검사해서는 귤껍질을 일쓰에다 버렸다고 과태료를 때리는 나라가 또 있을까?

물론 이건 우리나라가 땅이 매우 좁고 쓰레기를 무작정 매립 소각만 할 수 없는 처지에 있음이 반영된 결과이다. 이런 절박함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쓰레기의 재활용 효율이 높으며, 관련 기술이 굉장히 발달했고 인프라도 잘 갖춰졌음이 사실이다. 얼마 전에 의성에 쌓여 있던 쓰레기산이 순식간에 싹 없어진 것도 생각해 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음쓰와 일쓰의 경계에 있는 애매한 쓰레기에 대해서는 좀 유도리가 있었으면 좋겠고, 좀 더 명확하고 일관된 구분 기준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플라스틱의 경우도.. 힘들게 분리배출 해 봤자 재활용이 제대로 되는 것도 아니라며? 업체들이 수거해 가서는 도로 뒤섞는다는데.. 그래 놓고는 쓰레기 뒤처리를 소비자한테 전가하는 짓거리는 좀 멈췄으면 좋겠다.

2. 민수기: 밥 투정

민수기 11:5를 보면 말이다. 이집트를 떠나서 광야 생활 중이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집단으로 크게 불평과 투정을 늘어놓는다.
맨날 천날 보급 전투식량인 M-레이숀(manna)만 먹으니 맛없어 죽겠다고 징징대고, 반대로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던 시절에 뭘 얼마나 잘 얻어먹었었는지 추억 보정을 막 해댔다.

(1) 먼저 생선: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얘가 아무래도 소· 돼지· 양 같은 육상 동물 고기보다는 더 저렴했을 것이다.
(2) 오이와 참외(멜론): '박'과 식물이다. 나무에서 열리는 과일이 아니라 열매 맺히는 덩굴채소라는 공통점이 있다.
막 비싸고 희귀하고 맛있는 식재료라기보다는 가성비 좋은 서민형 과채류가 아니었을지? 저 시절 저 때는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쭈글쭈글 큼직한 호박 같은 것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3) 부추와 (양)파와 마늘: 요게 핵심인 것 같다. 이것들은 자극적인 맛이 나는 향신료 조미료 용도이다. 얘들은 심지어 불교에서 말하는 오신채에도 모두 포함돼 있다!

종합하자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에서 그렇게 아주 거창하고 대단하게 잘 먹은 것도 아니었던 주제에 괜히 식재료 타령을 늘어놓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쟤들이 이집트에서 무슨 초호화 열대과일을 먹었겠는가? 생선이라고 하니 무슨 감성돔이나 가을 방어, 혼마구로라도 뜯었겠는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사람이 인생에서 먹는 즐거움도 절대 무시 못 할 경험이니 M-레이숀이 너무 질린다는 생각 자체는 누구든지 들 수 있다.
허나, 그렇다면 그들은 하나님 앞에 간구를 정당한 절차대로 했어야 했다. 성경에는 슬로브핫의 딸을 비롯해서 사람들이 모세에게 이것저것 건의나 이의 제기를 하는 게 나오며, 이에 대한 주 하나님의 피드백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성경의 하나님은 '무조건 닥치고 까라면 까'가 아니었다.

단지, "에구에구 나 죽네~~ 난 그냥 이집트로 돌아갈래~~ 이 빌어먹을 광야 생활 때려칠 거야!" 식으로 반역에 가까운 불평을 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이건 애가 부모한테 "왜 이런 망할 집구석에서 날 태어나게 만들었어?" 이렇게 대드는 급이나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민수기 11장을 읽어보면 이건 백성들이 자연스럽게 호소한 게 아니었다. 일부 불순분자들이 꼬드기고 선동하고 물 흐리면서 불평 불만이 터진 거라고 나온다.
그러니, 쟤들은 밥을 돼지갈비 소갈비로 먹었다 하더라도 그러면 또 다른 걸 갖고 얼마든지 불평 불만 X랄을 떨었을 가능성이 99.9%라는 것이다. M-레이숀 일괄 급식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었다.

3. 신명기: 특별 담화

신명기 내용은 가나안 땅 입성을 앞두고 모세 령도자가 퇴임 회고 연설을 하는 것 같다!! 맥아더 장군이 퇴역 연설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여정을 거쳐서 가나안 땅 입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이런이런 성읍들을 정복했고 바산 왕 옥도 처치했었습니다. 놈은 침대의 길이만 소형 승용차 길이와 맞먹는 4.5미터에 달했었습니다.
(...) 그러나 우리는 그 과정에서 이런이런 비극도 겪었고 이런 부끄러운 흑역사도 있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주 여러분의 하나님을 여러분의 온 역량을 다해 사랑하십시오. 그분의 말씀을 순종하고 따르십시오. 그 길만이 살 길입니다."

"노병은 결코 죽지 않습니다. 단지 사라질 뿐이지요." 대신에
"사람은 빵으로 사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는 것을 꼭 명심하십시오." (신 8:3)가 있는 셈이다.

신명기 원고가 라이브로 낭독 중계됐던 날은 "최고 령도자님의 특별 담화 방송" 명목으로 모든 사람들이 자기 텐트에서 텔레비전 켜 놓고 채널 고정했을 것이다.

아니면 무슨 대한뉴스 같은 프로파간다 뉴스 영화가 단체 상영됐을 것 같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 캠페인을 다 마치면 나오던 뉴스 영화 동영상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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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는 이런 식으로 뽀대나게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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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힛 족속 여부스 족속, 누구누구들 다 쳐부쉈다는 이야기는 이렇게 그래픽까지 동원해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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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불평하다가 벌받아 죽었을 대, 금송아지 만들어서 누구 몰살 당한 장면은 이런 식으로 녹화 영상 보여주고..

뭐 그렇다.
모세오경에서 마르고 닳도록 반복되어 나오는 말이 바로 "하나님이 강한 손과 펼치신 팔로 니들을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나왔다(해방시켰다)"이다.

우리 민족의 경우 일제가 무려 원자폭탄을 두 방이나 쳐맞은 덕분에 패망하고 그래서 해방됐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어지간한 태풍이나 지진,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만 돼도 그 위력은 TNT 몇만~수십만 톤급인 인간의 핵무기 몇 방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하물며 육중한 홍해 바닷물을 그 엄청난 시간 동안 양쪽으로 붙들기 위해 필요한 힘.. 내지 댐의 건설 비용은 얼마나 될까? 이게 바로 '강한 손과 펼치신 팔'의 의미이다.

그리고 성경은 이집트로부터 해방됐다고, 한 작은 악으로부터 벗어났다고, 혹은 구원받았다고 끝이 아니라고 말하는 책이다.
세상의 게임이나 영화, 문학에서는 주인공이 빌런을 해치우고 공주님을 구출하는 걸로 끝이다. 결혼하는 걸로 끝이고, 나치 독일이나 일본 제국이나 북괴 김 돼지를 없애는 걸로 끝이다.
그러나 그 뒤 주인공이 공주님과 평생 알콩달콩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가? 탈북자는 대한민국 땅에 와서 잘 정착하고 살고 있는가? 구원받은 영적 아기는 장성한 그리스도인으로 잘 자라고 있는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에서 끄집어낸 이유 역시 그 뒤의 big picture가 있기 때문이다. 성막을 만들고, 매주 꼬박꼬박 안식일 지키라고, 수많은 가축을 잡으면서 저 다양한 희생제물들을 바치면서 하나님께 경배 드리라고, 주변의 이방 민족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특이한 민족 행세를 하며 살라고 끄집어낸 것이다.

성경은 그런 책이다. 인생이라는 장기전 마라톤을 다루는 책이다.
구원받고 나서 그 뒤의 삶이 중요하고, 이집트에서 나온 뒤의 삶이 중요하고, 여자와 결혼에 성공하고 그 뒤의 삶이 중요한 그런 책이다. 이것이 바로 출애굽기 12~14장 유월절과 홍해 사건 이후의 모세오경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아닌가 싶다.

※ 보너스

뭐, 모세오경보다는 한참 뒤의 일이지만,
사무엘상 5장 당시에.. 블레셋(필리스티아)의 다곤 신전 안에 CCTV가 있었다면 밤새 뭐가 녹화돼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이건 아마 심야괴담회의 소재도 될 수 있지 않겠냐?
블레셋의 신전 관리인이 얼굴 흐리게 처리하고 출연해서는..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CCTV 녹화 영상에는 제가 꿈에도 상상할 수 없던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주변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다곤 신이 저절로 자빠지고 엎어지고 팔다리가 끊어졌던 것입니다." 이럴 텐데 말이다.

그리고 다음 6장의 '블레셋 식 언약궤 귀환 차량'은 비록 내연기관이 아니라 소이긴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새끼를 갓 출산해서 젖이 나오는 암소가 지 새끼들을 버려두고 뭐에 홀린 듯이 똑바로 방향을 잡고 어디론가 유도를 받아서 간다니 이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아~ 성경 읽는데 자동차, 드론, 용형, 심야괴담회 같은 마구니들이 마구마구 떠오르니 매우 재미있다~~ ㅋ

Posted by 사무엘

2026/02/25 08:35 2026/02/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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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한번씩 이전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던 것 같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금융 내지 통화 정책 쪽의 굵직한 역사를 살펴보면 이러하다.

1.
가장 먼저 화폐 자체부터..
우리나라는 6· 25 전쟁 때문에 화폐 단위를 여러 번 초기화 리셋을 했다. 돈 찍는 기계와 지폐 도안 원본을 적에게 송두리째 빼앗겼으니 그 돈은 당장 무효화시켜야 했다.

이때는 일본의 도움까지 받아서 도안을 새로 만들고 돈을 부랴부랴 다시 찍었던 일화가 유명하다. 일본은 한국이 예뻐서가 아니라 한국의 빽인 미국한테 잘 보이고 이쁨 받아야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한국을 돕게 됐다. 물론 일본은 한국의 전쟁 특수로 돈을 많이 벌었으니, 저게 오로지 일본만 일방적으로 삥 뜯기고 자선행위 하는 건 아니었다.

그 뒤 우리나라는 전쟁이 끝나 가던 1953년엔 화폐 단위를 원에서 '환'으로 바꾸는 화폐개혁을 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1950년대는 지폐에 지금처럼 조선 시대 사람이 아니라 당대 생존 중인 대한민국 사람 얼굴이 있었던 유일한 시절이었다. 그 사람이 누군지는 뭐... ^^

그러다가 1962년, 박 정희 정권 때 또 화폐개혁이 행해졌으며, 단위 명칭도 환에서 원으로 도로 '환원'됐다. -_- 이게 2025년 현재까지 대한민국 최후의 화폐개혁이다. 현재까지 통용되는 화폐단위가 이때 완전히 정립됐다.
이렇게 단위가 리셋됐던 직후에는 짜장면 한 그릇이 30원이었으며, 두툼한 사전 같은 책 한 권이 300원 남짓 했었다. 지금 물가는 그 시절에 비해 0이 2개쯤 더 붙었다.

2.
그 다음으로 10년쯤 뒤, 1972년 8월에는 사채 동결이라는 전무후무한 조치가 취해졌다. 제도권 은행을 육성하고 저축을 장려하려고. 그래서 기업들 돈 빌려주고 살리려고 꽤 강압적인 조치가 취해졌었다.

오늘날이야 사채는 밑바닥 인생을 위한 제3금융권으로나 취급되지만, 저 때는 우리나라에 제도권 금융이 그닥 탄탄하지 못했다. 금성사나 삼성전자조차도 직원들 월급 줄 걱정을 하는 평범한 중소· 중견기업에 불과했으며, 부자 개인한테서 사채를 썼다가 기한 내에 못 갚고 망하는 기업도 있을 정도였다.

저 때는 경제 성장률이 높고 금리가 아주 높았기 때문에 개나 소나 사채를 했다.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안 믿기지만 사채가 일종의 주식· 비트코인 같은 재테크 수단이기도 했다. 그래서 민간인 개미 중에도 영끌해서 고리대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랬는데 갑작스러운 저 조치로 인해 돈을 빌렸던 기업들은 숨통이 트고, 반대로 돈을 빌려줬던 사채업자들이 낭패를 봤다. 종잣돈을 어떻게 확보했는지 출처를 추궁당하고,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이자가 팍 줄고, 빌려준 돈의 상환 기한도 확 완화됐으니..

그러니 사채 동결은 민생과 나라 경제를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송두리째 바꿔 놓은 급진적인 조치였다. 나쁘게 말하면 오로지 그 시절이니까 가능했던 반민주적인 폭거였다.
허나, 그로부터 몇 달 뒤엔 아예 10월 유신이 시작되면서 나라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쪽까지 더 경직되는 쪽으로 바뀌었다.

3.
그런 일이 있고 나서 20여 년 뒤, 1993년 김 영삼 시절에는 금융실명제가 시행됐다. 이건 2025년 현재까지 대한민국에서 마지막으로 내려진 대통령 긴급명령이다.

옛날 박 정희 시절엔 누구든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은행에 돈을 맡기게 만들어야 했으니 예금주가 누군지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러나 나중에 좀 먹고 살 만해진 뒤에는 검은 돈 범죄자금 지하경제를 척결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에 금융실명제가 시행됐다. 거의 출산 관련 정책이 1990년대 이후부터 정반대로 유턴 했던 것과 비슷해 보인다.

이런 굵직한 변화 말고 은행과 관련해서는..
1980년대에 ATM과 초보적인 수준의 신용카드 도입, 1990년대에 은행 창구에 대기 번호표 도입, 2000년대에 인터넷 뱅킹 도입, 2010년대부터 모바일 뱅킹 도입, 종이 없는 전자문서 시스템 도입..;;
이러면서 금융이 물류 교통에서 암호화 통신의 영역으로 많이 바뀐 것을 짚을 필요가 있다.

수십 년 전, 금융이 통신이 아니라 물류이던 시절에는.. 직딩들은 월급도 현금 봉투로 받았다.
국제선 여객기 조종사들은 조종실에다 현금 돈가방을 싣고 날아갔다.;; 도착지 공항에서 그 현찰을 써서 주기료와 유류비를 결제했었다.;;
게다가 신용카드도.. 가게 점주들은 카드 전표 종이쪼가리들을 카드사로 직접 보내고, 그로부터 현찰을 답장으로 받는 형태로 돌아갔다! 정말 엄청나지 않은가?

저런 현물 거래가 통신으로 대체될 수 있게 된 건..
공개 키 비대칭 암호화라는 정교한 알고리즘이란 게 개발되고, 그걸 민간인들 PC와 스마트폰에서도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컴퓨팅 성능이 발전한 덕분이다.

돈이 오가는데 무슨 게임 세이브 파일 조작하듯이 변조가 가해져서는 절대 안 되니 암호화를 하는데.. 그게 군대에서 암구호 전파하듯이 암호키를 배포하는 식으로는 근본적인 보안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각종 값비싼 소프트웨어들에 대해서 씨디키라든가 시리얼 번호 생성기, 불법복제 방지 장치를 무력화시키는 크랙이 등장했던 이유는? 역공학을 통해 보안 쪽 알고리즘이 유출됐기 때문이다.

그럼 돈이 오가는 건?? 공격자가 금전 거래 패킷을 낚아챘더라도, 암호화 알고리즘을 다 알고 있더라도, 심지어 한쪽의 암호화 키를 알고 있더라도.. 이걸 변조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러니 암호화의 패러다임, 차원이 완전히 다른 암호화가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뭐 그 구체적인 과정은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니 생략하고 넘어가겠다. 이건 통상적인 대칭 키 암호화보다 계산량이 차원이 다르게 훨씬 더 많고 복잡하다.

아무튼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인터넷 뱅킹을 넘어 모바일 뱅킹 덕분에 계좌이체가 야외에서 거의 현금처럼 통용되게 됐다. 계좌이체는 카드 긁은 내역보다는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결제 내역이 기록으로 남는 건 변함없다.
금융 실명에 이어서 금융 전산화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범죄를 예방하고, 특히 탈세의 여지를 차단했는지를 생각하면 그 혜택은 이루 형언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전산 금융은 언제 갑자기 훅 가고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한 번 정도는 은행들이 지금까지 오갔던 돈들의 차액을 현금으로 정산하기는 한다고 한다.

모바일· 인터넷 뱅킹도 밤에 1시간 정도는 중단되곤 한다. 이건 단순히 시스템 정비 차원을 넘어서 정산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시간이다. 이 시간대를 무작정 새벽 3~4시로 옮긴다거나, 예비 서버를 돌려서 무슨 뉴욕 지하철처럼 24시간 끊김 없는 뱅킹을 구현할 수는 없다고 한다. 정산은 날짜가 바뀌기 전에 꼭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화폐라는 걸 만들어 낸 뒤, 처음에는 그 기준 매개물질?물체로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고 싶어하고 귀중하다고 여기고, 거기에다 변질도 잘 되지 않는 금· 은 같은 귀금속을 사용했다. 중국이나 한국은 여러 사정상 그것보다 더 저렴한 구리를 사용했지만 말이다(엽전 동전..).

하지만 오늘날은 인간들이 생산하는 경제 가치 내지 경제 규모가 지구상의 모든 금을 채굴해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고 또 전산화도 됐다. 현금 거래의 비중이 아주 줄어들었다.
이거 덕분에 화폐 개혁도 어지간하면 할 필요가 없어졌다. 자동차 한 대 가격이 무슨 64비트 정수로도 감당 못 할 정도로 커졌다거나 하지 않은 한;;
우리나라는 남한과 북한이 합쳐지는 급의 격변이 생겼을 때 헌법 고치면서 그때쯤에나 화폐개혁도 같이 하면 될 것 같다.

비슷하게 현물 수송이 아니라 통신의 영역으로 바뀔 만도 한 것은 투표이다.
투표 용지 실물이 아니라 누구누구한테 N표 정보만 개인 전자 서명으로 암호화해서 중앙 서버로 보내면 끝.. 선거 비용도 지금보다 훨씬 더 줄어들고 얼마나 수월하겠나?

이론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허나, 이건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인 불신풍조와 오· 남용 악용, 조작 가능성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몽땅 전자투표로만 뽑겠다고 하면 선뜻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뭐 그렇다.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가 등장하는 것만큼이나 요원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런 것과 관련해서 생각나는 IT 기술을 몇 가지 더 열거하고 글을 맺도록 하겠다. ㄲㄲㄲ

1.
PC로 인터넷 뱅킹을 하려면 잘 알다시피 여러 보안 프로그램 설치, 공인 인증서 등록과 갱신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핸드폰 모바일 뱅킹은 간편 로그인 하나만으로 간단히 시작할 수 있다.
그 이유는? PC는 여러 사람이 한 기기를 익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위험한 기기인 반면, 핸드폰은 처음부터 주인 1인만 사용하게 돼 있고 기본적인 인증과 보안은 폰의 운영체제에서 자체적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글쎄, 생각해 보니 이런 식으로 비슷한 쌍이 하나 더 있다. 내비게이션.
요즘은 폰 내비 앱도 정말 기능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맨 처음에 지금 이 차량이 어디에 있고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건 차의 붙박이 순정 내비가 폰보다 월등히 더 뛰어나다. 터널 안에서 안정적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것도 폰은 순정 내비의 적수가 못 된다.

왜? 순정 내비는 GPS 신호뿐만 아니라 지금 차량의 핸들 방향과 바퀴 회전수를 통해서도 차의 위치와 속도를 어렴풋이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단서라도 있는 게 없는 것보다 낫다.
또한 차량 내비는 대부분의 경우, 이전의 차량 위치/방향과 지금 차량 위치/방향이 고정불변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차량을 그대로 탁송이라도 하지 않는 한). 그 반면 핸드폰은 그런 보장이 전혀 없으니 처음에 자기 위치와 방향을 파악할 때 한참 동안 삽질할 수밖에 없다.

뱅킹은 보안과 관련이 있으니 모바일이 PC보다 더 간편하고 유리한 반면, 내비의 동작은 자동차의 그 static한 특성이 모바일보다 더 유리한 구석이 있다. 이 점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2.
인간의 경제 생활에서 현금이 이렇게 많이 없어진 만큼, 종이 통장도 예전보다 훨씬 더 보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완전히 퇴출되고 사라진 건 아니니 위상이 애매한 듯..

이렇게 통장에다가 거래 내역을 찍어 주는 용도로는 이 2020년대까지도 구닥다리 도트 프린터가 현역이다. 도트가 이 분야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유일한 수단이다.
통장의 빈 여백에다가 incremental하게 줄 단위로 찌익찌익 뭔가를 추가로 찍어 주는 일을.. 무슨 잉크젯이나 레이저 프린터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는 영수증이나 명세표를 출력하는 걸 여전히 도트 프린터가 담당했었다. 하지만 가게 POS기에서 영수증이 '찌익찌익' 소리 내면서 출력되는 걸 마지막으로 본 게 다들 언제이신가? 깜빡거리며 켜지는 형광등과 비슷한 시기에 다들 퇴출됐지 싶다.

군대에서 울퉁불퉁 흔들리는 전차 안에서 뭔가를 인쇄해야 할 때 러기드 장비로서 충격식 도트 프린터가 쓰인다고는 하는데.. 그 정도로 특수한 거 말고 일반인이 도트 프린터와 그 특유의 180dpi 저해상도 한글 폰트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마지노 선은 정말 은행 통장뿐인 것 같다.

3.
오늘날 현대인들이 누리는 전자 금융을 가능하게 한 주역은.. 지금도 수많은 암호화 트랜잭션들을 거뜬히 소화하고 계시는 메인프레임 컴퓨터들이다.
메인프레임은 입출력 대역폭이 매우 크며, 수많은 작은 작업들을 동시에, 중단 없이 처리하는 것에 최적화돼 있다. 렌더링이나 시뮬레이션을 위해 오로지 대용량 병렬 연산에만 최적화돼 있는 슈퍼컴퓨터하고는 설계 이념이 미묘하게 다르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IBM이라는 공룡 기업이 있는데도 과거엔 CRAY처럼 슈퍼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이 또 존재했던 것이다. (IBM System/360  vs CDC 3600처럼)

메인프레임은 모바일은 말할 것도 없고 PC나 슈퍼컴과도 다른 수요가 있는 시장이다. 예나 지금이나 IBM이 전용 아키텍처 설계하고 칩 만들고 전용 컴퓨터에 전용 운영체제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즉, 일반 유저들이 실감을 못 할 뿐, 저 분야에서는 IBM이 일종의 애플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랬는데 IBM은 PC를 과소평가 했다가 마소와 인텔에게 자리를 빼앗겼고, 쟤들은 또 모바일을 과소평가 했다가 구글· 애플이나 ARM에게 자리를 빼앗겨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저런 메인프레임은 구닥다리 COBOL 프로그램들이 현역으로 돌아가는 주 무대이기도 하다. ㄲㄲㄲ 반세기 전에 Y2K 문제를 일으키면 어쩌나 제일 우려의 대상이었던 분야가 바로 이런 쪽이었다.

COBOL은 코드가 영어 문장과 비슷하게 돼 있고, 인라인 어셈블리나 포인터 따위 없는 아주 쌈박한 고급 언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얘는 인터프리터나 가상머신 바이트코드 언어는 아니고, 네이티브 코드로 컴파일되는 언어이다.

오늘날 COBOL 같은 언어가 새로 개발됐다면 당연히 저런 식으로 구현됐겠지만 COBOL은 가상머신 바이트코드 같은 개념이 아직은 너무 사치스럽고 급진적이던 시절에 만들어진 옛날 언어이다. 그래서 저렇게 됐다. 비슷한 시대의 레거시 언어인 FORTRAN도 비슷한 처지와 위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6/02/10 08:35 2026/02/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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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 외

1.
좀 옛날 소식이다마는..
호주에서는 심야에 철도역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비행청소년들을 퇴치하기 위해서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틀기 시작했댄다. 이게 꽤 효과가 좋았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이 배회하는 청소년들을 흩어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증명된 바 있다.
2003년 영국 런던에서는 엘름파크 역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준 뒤 1년6개월 만에 강도와 폭행, 예술·문화 파괴 운동이 25∼37%씩 감소한 효과를 보기도 했다." (☞ 링크)

이거 뭐.. 수동변속기 차량을 굴리니 외국에서 자동차 도난이 획기적으로 감소했다는 얘기와 비슷하게 들린다. -_-;;; 힘들게 문 따고 차에 들어가서 시동도 걸었는데, 클러치 페달이란 걸 평생 구경도 못 해 봤던 MZ세대 애새끼들은 자꾸 시동 꺼뜨리기만 하고 차를 굴리지를 못해서..

2.
한편으로, 대한민국 카페에서는 민폐 카공족을 퇴치하는 용도로 적당히 시끌시끌하거나 중독성 있는 마성 BGM을 틀어 놓는 게 아주 특효약이었다고 그런다. 진지하게 집중해서 공부를 못 하게 하려고.. 그래 이거 나름 센스 있는 조치인 것 같다. (☞ 관련 링크)

아아 한 잔 시켜 놓고는 카페에다가 온갖 전자기기들을 끌고 와서 죽치고 앉아 있는 놈, 자리 찜하고는 밖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놈, 무슨 독서실마냥 주변에 조용히 하라고 다그치는 놈 등..;;
우리나라가 2000년대 들어서 어지간한 공중도덕들은 정착했지만 카페 문화는 아직 2% 부족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3.
병원 수술실에서는 잔잔하게 클래식 음악을 트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건 환자가 아니라 의사들의 멘탈 안정 용도이다. 어떤 경우건 흥분을 가라앉히고 떨지 말고 차분하게 수술 잘 하라고 말이다. 클래식이 비행청소년들 멘탈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의사들 멘탈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가 보다.

수술실은 마치 크로마 키를 연상케 하는 초록/파랑 의상에다 특수하게 배치된 무영등이 영상 연출 측면에서 인상적인 장소인 것 같다.
뭐 색깔이야 시뻘건 피의 '보색'을 일부러 선택한 거라고 하네.. 수십 년 전 옛날에는 그냥 더러워진 거 티가 빨리 잘 나라고 허연 수술복도 쓰였다고 한다. 오늘날은 간호사 내지 의사의 가운만이 흰색이지만 말이다.

4.
길거리에서 붉은 머리띠 두르고 "생존권 투쟁 투쟁~ xxx는 자폭하라" 시위하는 패거리들이 현악기 클래식을 틀지는 않는다.
타이타닉 호에서 배가 가라앉게 생겨서 승객들이 패닉하고 있는데 무슨 헤비메탈 락 음악을 틀지는 않는다.

그러니 음악이란 건 뭔가 옷차림 드레스코드와 비슷하게 상황과 분위기에 맞는 장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성경에서는 다윗이 사울을 하프 연주로 음악 치료 심리 치료를 했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이다. 물론 성경의 특성상 단순 정신 질환이랑 진짜로 영적 배후가 있는 마귀들림을 구분 없이 써 놓은 것도 있지만, 두 분야가 서로 전혀 무관한 별개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인데,
난 노래라는 건 반드시 악보나 음원과 동일한 key로 불러야만 맛이 난다.
그리고 대한민국 철도청이 20여 년 전에 선보였던 전무후무한 마성의 BGM은 뭐다? 절대지존 새마을호 Looking for you였다. 그 음악이 내 뇌에 꽂히자 나는 철도 안에서 거듭나 버렸다.

※ 요 근래에 개인적으로 서로 동질감을 느꼈던 노래들 예시

1.
참 좋으신 주님(CCM) ". 참 좋으신 주님 귀하신 나의 주"
아빠의 얼굴(동요) ". 무지개 동산에서 놀고 있을 때"

난 김 기영 "참 좋으신 주님"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시작 부분에서 거의 곧장.. 아빠의 얼굴이 떠오르더라.
같은 key에 x♩♩♩ 이런 리듬으로 시작하고 멜로디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2.
산책 "보고 싶어라 그리운 그 얼굴"
어린 아이처럼(CCM) "잡아 주시네 / 다시 살리라 할렐루야~"

"산책"은 드라마 모범택시의 OST로도 들어가서 개인적으로 처음 접하게 됐다.
"어린 아이처럼 그저 오라 하시네"는 Nancy Honeytree라는 분이 1979년에 발표한 곡이다. 원곡에서 저 다섯 음표에 들어가는 가사는 "Father, lift me up"이더라.
x x ♪♪♪♪ 두 박 쉬고 나서 8분음표 4개가 들어오는 부분이 아래의 저 어린이 찬양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Honeytree이면 꿀나무..??? 조상이 독일계인지 원래 성이 Henigbaum인데, 예명은 더 친숙하라고 Honeytree로 바꿨다. 한국어로 치면 치면 일석을 한돌이라고 바꾼 것과 비슷하다.;;;

3.
가을길(동요)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 ..."
고속도로의 노래(건전가요) "아침 햇빛 신선한 푸른 하늘 산좋고 물맑은 고을 고을 ..."
내게 오라(찬송가) "자비하신 주가 부르는 음성" (Come unto me / Hear the blessed Savior calling the oppressed)

셋 다 코드 진행이 비슷하고(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후렴은 재잘재잘 합창이 나오는 전개가 비슷하다.
'내게 오라'라고 하니 송 명희 시인의 ""너의 쓴 잔을 내가 마시었고"도 "너는 나에게 내게로, 내게 오라"라고 끝나기는 한다. 하지만 얘는 마태복음 11장 구절을 직접 인용한 형태는 아니라는 차이가 있다.

4.
나의 하루(동요) "아침 햇빛 밝아오는 이른 아침에 두 손 모아 하루 일을 생각합니다"
Happy Things(J rabbit) "둥근 해가 뜨면 제일 먼저 기분 좋은 상상을 하지"

곡의 느낌, 그리고 가사의 전반적인 심상이 비슷해 보인다. 다만, 전자는 너무 교과서적인 모범생 얘기여서 좀 오글거리는 느낌도 있다. 세상에 '예습'(2절 끝부분..)이라는 단어까지 들어가는 동요가 얼마나 되겠나.

5.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로 유명한 그 비디오 인트로 영상 말이다. 그게 지금은 전설적인 인터넷 밈이 돼 있는데..
이거 BGM을 생각해 보시라.
후반부의 "우수한 영상 매체인 비디오를.." 말고, 위기감이 고조되는 전반부의 그 '뚜뚜뚜뚜~~' 하는 역동적인 BGM은 영화 '끝없는 이야기'의 OST인 '상아탑'(Ivory Tower)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BGM의 분위기, 코드 전개, 악기 음색은.. 모범택시의 메인 OST와 생각보다 굉장히 비슷하게 느껴진다~!!!
이건 본인의 와이프가 꺼낸 의견인데, 생각해 보니 진짜 그런 것 같다!!

6.
그 밖에도.. 그 시절 추억의 국산 만화영화 중 하나인 "날아라 슈퍼보드"의 OST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초~~~"는
알고 보니 비슷한 시기에 "아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의 가수와 목소리와 창법이 아주 비슷하구나..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동일 가수의 작품이란 걸 뒤늦게 알게 됐다. ^^

"정신 차려 이 친구야"를 패러디해서 "르네상스 미니미니"라고 전축 광고가 나오는 걸 봤던 기억이 있다. 지금으로서는 실감이 안 가지만 삼성전자 제품이다. 그 시절에 휴대용 미니 카세트의 제품명은 '아하'였고, 대형 오디오 컴포넌트의 제품명은 저거였다.

하긴, 본인은 옛날에 세탁기 광고 "자 남편들도 빨래를 하자"를... "자 이제부터 접시를 깨자" 원래 가사보다 먼저 접했었다.
요즘은 이렇게 가요를 패러디한 광고들이 나오는 게 있는지 궁금하다.ㄲ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26/01/29 08:35 2026/01/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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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디지털, FM-AM

전파에다가 정보· 신호를 담아서 주고 받는 기술은 그 형태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발전했다. 그리고 아날로그 안에서는 AM(진폭 변조) 방식이던 게 FM(주파수 변조) 방식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지원 대상 매체를 살펴보면, 음성을 담는 기술부터 발명된 뒤에 영상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영상은 처음엔 흑백만 지원하다가 나중에 컬러로 확장됐다.

AM 라디오는 초보적인 자동차나 비행기처럼 20세기 초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FM 라디오는 제트기, 레이더, 형광등, 초창기 컴퓨터처럼 2차 세계대전 이후에나 대중화되고 보급됐다. FM은 잡음에 강하고 음질이 매우 좋지만(스테레오까지!) 디코딩을 위해 AM보다 더 훨씬 복잡한 회로를 만들어야 하고 만들기가 기술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트랜지스터가 발명된 덕분에 FM 수신까지 가능한 휴대용 건전지 라디오가 만들어지게 됐다. 이건 지금으로 치면 스마트폰 같은 혁신 그 자체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치 독일의 국민라디오 VE301. 280 x 385 x 177 밀리미터.. 전축 스피커 하나 정도 크기였다. ㄲㄲㄲㄲ)

그 전.. 나치 독일이 프로파간다 선전용으로 보급했던 국민라디오는 당연히 진공관 기반에 AM 전용, 답정너 특정 주파수 전용이었다. 하지만 1930년대 기술로 진공관 라디오를 그 정도로 소형화했으니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전자공학 기술의 산물이었다.

FM 라디오뿐만 아니라 텔레비전도 방송 자체는 193~40년대부터 조금씩 등장했지만 대중화된 건 사실상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였다. 하물며 1960년대까지만 해도 TV는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집집마다 보급되는 게 도저히 무리인 비싼 사치품이었으니 말이다. 그 전에 일반 서민들이 뭔가 영상을 접한 건 TV가 아니라 뉴스 영화 같은 것들이었다.

아날로그 텔레비전은 영상은 AM 방식, 음성은 FM 방식을 썼다. 그래서 옛날에 일부 고급 라디오는 FM에서 주파수를 더 올려서 텔레비전의 일부 낮은 번호 채널의 음성을 수신 재생하는 기능도 있었다.

영상은 음성보다 정보량이 근본적으로 훨씬 더 많고 취급하기 영 빡세다. 그러니 노이즈 때문에 좀 망가지더라도 처리 난이도가 더 낮고 차지하는 대역폭도 더 적은 AM 방식을 사용했다. 단, 지상파 텔레비전이 그렇다는 거고, CCTV나 현관 인터폰 같은 제한된 환경에서는 영상도 더 깔끔한 FM 방식이 쓰였다.

그 시절에 전파 상태가 안 좋으면 TV의 영상은 금방 노이즈 끼고 엉망이 됐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소리는 어지간해서는 깨지거나 잡음 끼지 않고 양호한 편이었던 걸 요즘 3~40대 이상 연령들은 기억하실 것이다. 그게 바로 이런 차이점 때문이다. 시스템이 일부러, 화질보다 음질을 더 신경 쓰는 쪽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영상을 통째로 디지털로 구현하는 건 1980년대 후반까지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1978년에 등장한 레이저디스크는 오늘날의 CD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광학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영상은 화질만 더 좋아진(TV나 VHS 비디오 테이프 대비) 아날로그 FM 신호로 기록됐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DVD와 레이저디스크. 지름 12센티미터와 12인치의 차이가 저랬다.)

1982년에 등장한 CD는 소리를 디지털로 기록한 매체이긴 하지만 잘 알다시피 쌩 무압축이다. 영상은 그런 식으로 디지털화하는 게 절대 불가능하니 엄청난 컴퓨팅 능력을 가진 코덱이 필수였다.

1987년에는 IBM PC 차원에서의 마지막 그래픽 카드 규격인 VGA가 등장했는데, 그 당시의 단자 기술로는 고해상도 컬러 그래픽 영상을 화면에다 쏴 주는 대역폭이 감당이 안 됐다. 그래서 VGA D-SUB 단자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들어졌었다!
비디오 메모리가 겨우 256KB네 512KB네 하면서 640*480 해상도를 논하던 시절,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인데 말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DVI나 HDMI 같은 디지털 단자로 세대 교체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1990년대가 돼서야 디지털 동영상을 표방하는 MPEG1 기반의 Video CD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건 매체의 용량으로나, 가정용 컴터들의 성능으로나.. 기존 아날로그 텔레비전이나 비디오(VHS)에 비해 그닥 뛰어나지 못해서 묻혔다.
1990년대 말, MPEG2 기반에다 DVD 정도가 등장한 뒤에야 서서히 판도가 바뀌었다. 영화도 컴퓨터로 보는 시대가 됐으며, 그리고 기존 텔레비전도 디지털로 바뀌고 화질이 바뀌고 무엇보다도.. 화면 종횡비도 더 납작하게 바뀌었다.

여기에 덧붙여 컴퓨터의 성능이 더욱 향상되고 무선 인터넷의 속도가 무섭게 빨라졌다. 그 덕분에 2010년대부터는 영화를 디스크 집어넣어서 보는 게 아니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보게 됐다. 이 때문에 DVD 다음의 광학 매체인 블루레이는 오히려 인기가 영 시들해졌다.
MPEG 1과 2+의 존재감의 차이는 조금 분야가 다르지만 유니코드 1과 2+의 존재감의 차이와도 비슷한 넘사벽이 된 듯하다.

오늘날 디지털 TV가 전파를 주고 받는 방식은 둘 중 하나만 따지자면 FM보다는 AM의 변형 확장에 가깝다. 잡음 오류 검출은 디지털 신호에 담긴 정보의 체크썸으로 알아서 하니, FM의 고유한 장점이 별 의미 없기 때문인 듯하다.
깜빡거리는 형광등이 없어지고 PC에서 하드디스크 돌아가는 소리가 없어지고(SSD..), TV에서 백색잡음이라는 게 없어지다니.. 아니 백색잡음 영상을 인코딩한 디지털 동영상을 유튜브로 일부러 찾아 재생하다니 참 기가 찰 지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디지털이라는 건 그 음성이나 영상 신호의 원자적인 기본 단위까지 기계가 다~ 0 아니면 1로 100% 정확하게 파악하고 변별한다는 걸 의미한다. 아날로그는 그런 보장이 없다.
아날로그 기기는 이 신호가 진짜 신호인지 노이즈인지 분별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영상이나 음성으로 변환해 내보내기만 할 뿐이다. 그러니 디지털이 아날로그 FM보다도 훨씬 더 고급 기술인 것이다.

※ 여담: 레이저디스크

레이저디스크는 비록 영상을 아날로그 뭉텅이로 다뤘지만 그래도 VHS보다야 월등히 더 뛰어난 매체였다. 단순히 화질만 더 좋은 차원이 아니었다.
오디오 CD와 마찬가지로 테이프를 번거롭게 감을 필요 없고,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디지털 영상과 마찬가지로 화질 저하 없이 고속 재생이나 일시정지가 가능했다고 한다. 오~ 이걸 생각하니 현타가 온다.

VHS는 잘 알다시피 그 작은 테이프에다가 영상 정보를 최대한 많이 집어넣기 위해 영상 정보를 기울인 사선 모양으로 기록한 걸로 유명한데..
그 대신 조금이라도 일반적이지 않는 방법으로 테이프를 다루면 재생하면 헤드-트랙 사이의 동기화가 깨져서 화면 유지가 안 됐다. 일시정지를 시키는 것조차도 뭔가 건물 엘리베이터를 닫힘 버튼 누르면서 존버하는 것 같은 불안한 상태가 되었다. 프레임 단위 이동이나 고속 재생 같은 것에도 매우 취약했다.

하지만 레이저디스크는 그런 제약이 없었다니.. 그 시절엔 정말 꿈만 같았겠다. 그리고 얘는 후기형 한정이지만 음성은 오디오 CD처럼 디지털화도 됐다고 한다.
하지만 얘는 그 시절에 비싸도 너무 비쌌기 때문에 VHS처럼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그러니 그냥 소수의 영화광들 전유물로 머물렀다. 너무 크고 무겁고 보관하기 어려웠다는 단점은 덤이고..

Posted by 사무엘

2026/01/02 08:35 2026/01/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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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건강· 의학 관련 인식의 변화

(1) 옛날에는 "난 평생 병원이라고는 한 번도 간 적 없을 정도로 팔팔하고 건강했다구!" 라는 말이 긍정적인 심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게 "평생 병원이라고는 한 번도 안 갔을 정도로 건강 관리를 안 했구나!"라는 부정적인 심상이 됐다.

(2) 옛날에는 좀 아파도 근성으로 깡으로 버티고, 학교건 직장이건 콜록거리면서도 출근· 출석하고 개근하는 게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일단 무조건 출석도장부터 찍고 나서 그 다음에 진짜 도저히 못 버티겠으면 조퇴를 하든가 했다.
그러나 요즘은 콜록거리면서 출석해 있는 건 소음 유발이며, 남한테까지 병을 옮기는 민폐짓이다. 아프면 알아서 푹 쉬는 것이 매너와 센스로 취급된다.

(3) 옛날에는 장애인이나 정신병에 대한 인식이 밑바닥 시궁창 그 자체였다. 꾀병 겁쟁이 의지박약 같은 것에 대한 인식이 정말 최악이었다. 그런 건 게으름과 거의 동급으로 취급됐었다.
그러나 요즘은 정신과 치료 내지 상담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거의 없어졌다.

(4) 옛날에는 의학 기술로 불치 아니면 완치지, 완치라는 게 없이 약 먹으면서 평생 관리해야 되는 지병이라는 개념이 좀 생소하고 낯설었다. 에이즈나 고혈압 같은 거 말이다.
하긴, 옛날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도 새 버전이 나와서 업그레이드를 하면 했지, 한번 구매하고 설치한 제품을 또 계속 업데이트 받는다는 개념도 없다시피했다. 인터넷 같은 사기적인 소프트웨어 유통망이 없었던 탓이 컸지만..
그래서 사람이고 소프트웨어고 다 뭔가 완제품보다는 '반제품'에 더 가까운 취급을 받는다.;;

(5) 피부의 때라든가, 포경수술, 자외선에 대한 인식도 쌍팔년도 대비 많이 바뀌었다.
때는 박박 밀어서 무리하게 벗길 필요가 없는 존재이며.. 포경수술도 이제는 꼭 할 필요가 없는 과거의 유물이 됐다.
자외선도 비타민 D 합성보다는 피부를 노화시키고 망가뜨리는 해악이 더 부각되고 있다. 담배에 대한 인식만 바뀐 게 아니다.

2. 고혈압에 대한 인식

-- “음, 머리가 깨질 듯이 너무 아프군.. (I have a terrific headache)” 꽈당 - 1945년 4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
-- “아이고 내 머리야 머리야!!” (왕하 4:19. 성경에서 수넴 성 과부의 외아들이 죽기 직전)

기록에 따르면, 루스벨트는 1931년, 50대 초반의 나이로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에는 혈압이 140/100이어서 고혈압 초창기였다고 한다.
그 혈압은 갈수록 올라가서 10년 뒤, 미국이 태평양 전쟁에 참전할 즈음에는 188/105까지 올라갔고..

1944년에는 환갑을 넘긴 대통령 각하가 몸 상태가 이미 엉망이었다고 한다.
눈에 띄게 수척해져 가고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시퍼렇고,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확 차고..
혈액을 통한 산소 공급이 잘 안 되는 게 명백했다. 이 와중에 혈압은 226/118을 찍었다.

그러다가 루스벨트가 돌연사한 당일 아침에 측정한 혈압은 무려 300/190이었다고 한다. 사인은 대뇌출혈. 이제는 몸이 도저히 못 버텨서 뻗어 버린 거다. 컴퓨터로 치면 down, crash..
저 사람은 대공황부터 세계대전까지 겪느라 살인적인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모양이다. ㅠㅠㅠ
저땐 아직 혈압계만 있고 오늘날 같은 효과 좋은 혈압약이라는 게 없었던 듯. 그러니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라는 초VIP조차 건강이 저런 식으로밖에 관리되지 못했다.

음, 그러고 보니 고혈압은 뭐고 협심증은 뭐지..??
협심증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갑자기 쥐어 짜듯이 그렇게도 아파 견딜 수 없다가 의식을 잃고 심정지 상태로 빠지는 거라고 한다.

니트로글리세린이라는 물질이 원래 폭발물을 만드는 데 쓰이는데, 정말 뜬금없게도 심장의 과부하를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저게 협심증에 대처할 ‘시간’을 벌어 주는 응급처치약으로 쓰인다.

‘내과 박원장’ 웹툰엔 ‘소대광’이라는 의사가 과로에 시달리다가 심장에 무리가 갔는데.. 비상 상황에서 이걸 못 먹어서 목숨을 잃는 장면이 나온다. 굵은 손가락으로 정말 쌀알만 한 약 한 톨을 집다가 놓쳐서 날려먹었다..;;;

옛날에는 이 지병이 있던 아버지가 문맹이어서 “뚜껑을 누르고 돌리면 약병이 열립니다” 이 문구를 못 읽고 니트로글리세린 약병을 개봉하질 못해서 안타깝게 운명했다고 회고하는 내용인 수필도 발표된 적이 있었다. =_=;; (오 천석, <아버지의 손>)
심지어 그 약의 제조사에서는 “어린이· 아기가 함부로 갖고 장난치지 못하게 최신 최첨단 안전장치가 적용됐다”면서 약병의 구조를 자랑하고 있었다나 어쨌다나..

아무튼 사람은 피가 제대로 못 돌면 큰일난다. 그러니 익수자를 건져도 인공호흡조차 필요 없고 이젠 오로지 심폐소생술만 할 정도이다.
그리고 몸을 꼿꼿하게 펴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당연한 말이지만 피를 잘 통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긴, 피뿐만 아니라 전기가 흐르는 전선도 배배 꼬고 묶어 놓지 않는 게 권장된다.

3. 마지막으로 남은 문제

옛날에는 영양 보건 인프라가 열악해서 영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 출산 과정에서 산모가 죽는 일도 지금보다 훨씬 더 흔했다.
오늘날이야 저런 일은 매우 감소했지만 그 대신, 그 대신..

결혼 늦어지고 출산 늦어지고.. 산모가 30대 중후반이나 심지어 40대에 육박하는 노산이 늘면서 또 다른 부작용이 속출하는 중이랜다.
다른 질병 감염은 없지만 그냥 착상이 잘 안 되고, 기형아가 태어나거나 아예 유산돼 버리는 빈도가 급격히 치솟았다.

이게 업계에서는 이미 공공연하게 통용되는 상식 팩트랜다. (학교나 군대에도 띨띨한 애들이..)
매우 불편한 진실이지만 정치적으로 뭔가 선동할 껀덕지는 없으니 언론이나 파파라치 유튜버들은 이런 얘기를 일절 함구한다.

현대의 보건 의학이 외부로부터 세균 감염이나 바이러스 침투는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생체 기능 자체가 늙고 저하되고 죽어 버리는 걸 막거나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마치 탈모가 불치병인 것과 같은 맥락에서 말이다.

인간의 의술로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늙고 죽어 가는 속도를 약간이나마 늦추는 게 전부이다. 과학은 성경의 기적 같은 부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 문제를 해결했지만 또 다른 부작용 때문에 골치를 썩는 게 많은 것 같다!

하긴, 옛날에는 영양실조 면역력 저하 때문에 가벼운 병에 걸려 죽은 사람, 마데카솔· 후시딘이 없어서 상처가 패혈증으로 도져서 죽은 사람, 겨우 결핵에 걸려 죽은 사람, 콜레라· 장티푸스에 걸려 죽은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이러니 유 일한 같은 사람이 조선 땅의 열악한 현실을 보고는 제약 회사와 공장을 자국 땅에 차린 것이었다.

항생제로 세균을 극복하고, 백신으로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고 비누와 염소 계열 세제로 위생을 개선하니 인간 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후진국형 질병을 다 극복하고 나니까 인간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관문이 암이나 성인병 부류인 것 같다.

- 에이즈가 기회질환으로 사람을 죽인다면, 당뇨는 합병증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차이가 있다. 고혈압도 합병증이 문제인 듯하다.
- 언론에도 자주 나오는 식중독의 양대 산맥은 살모넬라 균 vs 노로 바이러스인 것 같다.

- 중환자와 응급환자는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병이나 상처의 규모가 커서 많은/빡센 치료를 해야 하는 거랑.. 간단한 치료이더라도 당장 1분 3분 안에 하지 않으면 죽는 위급한 상황은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엄청 무거운 죄를 지어서 교도소에서 평생 썩어야 하는 죄수랑, 잡법이지만 교도소에서 자잘한 사고 많이 치고 수형 성적이 개판인 죄수가.. 관점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

- 우리나라의 보건 의료 정책과 법률이 현실을 반영해서 좀 유도리 있게 바뀌기는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이런 쪽의 인식도 좀 선진화될 수 없을까..??
돈이 저절로 펑펑 솟아나는 것도 아닌데 아무 무의미한 연명 치료는 진짜 중단해야 할 것이고, 의료진들한테 자율과 재량은 없이 규제와 책임, 처벌만 지우는 관행도 없어져야 할 것이다. 안 그러면 지금 같은 의료 인프라가 절대로 유지되지 못할 테니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5/12/27 08:35 2025/12/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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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님'을 붙일 것인가

대한민국의 기독교 신자들은 관례적으로 ‘예수’라고 안 하고 꼭 ‘예수님’이라고 부른다. (예: 기도를 끝낼 때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마 불자들은 비슷한 논리로 ‘부처’ 대신에 ‘부처님’이라고 하지 싶다.

그런데 성경에는 “예수께서 가라사대” 이렇게 접사 ‘님’이 붙지 않은 경우가 있다. 특히 개역, 한킹 같은 옛날 20세기 성경 말이다.
찬송가 가사에도 “예수 따라가며”, “예수여 예수여 나의 죄 인하여” 등 가끔은 이 접미사가 생략된 게 있다.

난 옛날에, 지금보다 권위주의 유교 사상이 더 강했을 옛날에 성경 및 찬송가 번역자가 예의를 모르고 싸가지가 없어서 ‘님’을 생략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께서’를 붙인 것만으로도 높임의 의미가 들어갔다고 본 거겠지.
“예수께서 가라사대”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되”보다 훨씬 더 간결하고 운율 잘 맞고 매끄럽게 읽힌다.

이제 와서 익숙한 찬송가 가사의 강박/약박 내용어/기능어 배치와 운율까지 깨뜨리면서 억지로 ‘님’을 첨가해서 수정하는 것에도 개인적으론 반대 소신이다. ‘님’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암튼 그건 그런데..

그래서 요즘 나오는 성경 역본들은 본문에도 ‘님’이 추가되는 추세이다. 다만, 번역 방침이 그렇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님’을 넣지 않아야 마땅할 것이다.

(1) ‘그분’이 아니라 ‘이름’ 자체만을 가리키는 경우: 수태고지 “아이의 이름을 예수라 하라” / 십자가 명패 “이 자는 유대인의 왕 나사렛 예수” / 예수라는 이름 앞에 모두 무릎을..

(2) 적대진영의 대사: “내가 예수도 알고 바울도 들어 봤는데.. 네놈은 도대체 뭐임?” (사도행전 19장 그 유명한..)
저거는 부정한 악령의 말이다. ‘예수님’ 이렇게 해 놓으니 꽤 어색하다.

(3) ‘여호수아’의 헬라 표기인 예수. 행 7:45, 히 4:8
이거는 킹 제임스 기반 역본들에만 존재하는 특징인데.. 님 붙일 필요가 전~~혀 없다. 특히 후자 히브리서는 진짜 예수님과 달리 안식을 못 줬다는 문맥이다!
근데 모 민간 군소번역 중에는 이것도 예수님이라고 옮긴 사례가 있더라.

그러니 ‘님’을 안 붙여도 상관없고, 붙일 거면 제대로 봐 가면서 붙여야 된다는 것이다.
마치 아예 한글로만 써 놓으면 상관없는데, 한자를 병기했는데 틀려 버리면 병기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효과가 날 수 있다.. 이런 것이다.

아, 하나 더. 가나의 혼인 잔치 요 2:5의 경우, 예수님을 높이는 스타일로 번역하면 “그분께서 무어라 말씀하시는지”라고 마리아도 예수님을 높여서 번역하는 편이고..
좀 인본주의적으로 어머니가 아들을 거론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저 사람이 시키는 대로”라고 번역하는 편이다. 한국어는 이런 것도 갈린다.

2. 맞춰/맞혀

신 19:5는 산에서 벌목 중에 도끼를 잘못 놀리는 바람에 옆의 사람을 사고로 죽였을 때... 즉 과실치사와 도피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부분을 내가 아는 거의 모든 우리말 성경들은 "도끼가 자루에서 쓰윽 빠져나가 이웃을 맞춰서 죽게 하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더라. 오리지날 개역성경 이래로 개역개정, 그리고 킹 제임스 계열인 한킹과 흠정역, 표준역까지 모두 동일하다.

그러나 이건 도끼가 다른 사람 머리를 명중한.. 다시 말해 투사체가 목표물에 닿은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맞춰서'가 아니라 '맞혀서'가 돼야 한다. 발음은 동일할지라도 말이다.

'맞추다'와 '맞히다'는 “내가 문제를 얼마나 맞혔는지 확인하려고 답안지를 정답지와 맞춰 봤다(대조)”, “총은 영점을 잘 맞춰(세팅) 놔야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힐 수 있다” 이런 관계이다.
다시 말해 맞추는 건 맞히기 위한 준비나 풀이 과정에 가깝다. 아니면 맞혔는지 여부를 확인해 보는 절차랄까? 비슷한 상황에서 쓰이니 헷갈리기 쉽지만, 동일한 표현은 분명 아닌 셈이다.

개역성경이야 워낙 오래됐으니 그렇다 치지만 그게 개역개정이 나올 때도.. 한킹이나 흠정역이 여러 번 교열되고 심지어 표준역이 나올 때도 이 구절은 바뀐 적이 없었다는 게 참 신기하다. 그만큼 사람들이 '맞춰'와 '맞혀'의 차이에 대해 둔감한 건지도 모르겠다. 마치 '부딪치다'와 '부딪히다'처럼 말이다.

3. 듣기만 해도 알아들을 수 있게 번역해야

본인의 오래된 지론인데 말이다.
성경은 가능한 한 동음이의어가 없게, 낭독만 들어도 알아듣는 데 99% 이상 지장이 없게,
텍스트는 한자나 아라비아 숫자 같은 타 문자의 보조 없이 한글(+ 공백, 문장부호)을 쭉 늘어쓴 것만으로도 독해하는 데 지장이 없게 번역해야 하지 않나 싶다.

가령, 사자는 그냥 lion을 나타낼 때만 쓰고, 메신저를 뜻하는 사자는 '전령' 같은 다른 말로 바꿔야 할 듯하다.
'악의'는 아기와 발음이 겹치기 때문에 '악의적' 또는 다른 유의어로 바꾸는 게 더 좋게 들린다.

그리고 '네'는 같은 문맥에서 '너의'도 되고 숫자 4도 될 수 있어서 매우 심각한 모호성이 존재하는 관형어이다. 한국어의 구조 차원의 에러, 버그, 결함이 아닐지? 안 그래도 '내'와 '네'조차 발음 구분이 안 되는 지경인데.
'내/네'는 my라는 뜻으로 굳히고, thy는 '너의'라고 풀어 써 주는 게 현실적으로 덜 어색하고 제일 자연스럽겠다.

아울러 첫날/천 날은 일천 날, 첫째 날 정도로 구분해 주고,
낫게/낮게 → 나은 걸로, 낮은 걸로.. 풀어 줘야 하지 않을까? 이런 건 한자로 해결 가능한 동음이의어도 아니다!

flying → 활용형이 그냥 '나는'이 돼 버려서 이것도 체언과 분간이 안 되고 말이 굉장히 보기 안 좋다.
'비행하는'으로 완전히 대체 가능한 것도 아니고 '날으는'을 허용하든지 뭐 어찌 대책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심지어 '날으는'조차도 '나르는'과도 구분이 안 되어 완벽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우리말은 한글 특유의 모아쓰기 특성 덕분에 띄어쓰기를 안 해도 어지간해서는 알아보는 데 큰 지장이 없다. 그리고 적당히 붙여 쓴 게 전체 의미를 한 덩어리 단위로 묶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가끔은 정말로 헷갈릴 때가 있다. '삶은 달걀'(boiled / life is) 같은 예도 있고, 또 '바라바라 하는', '바보'(행 13:6), '노'(렘 46:25)처럼 짧아서 헷갈리는 고유명사도 있다.

헷갈리는 한자어에 대해 괄호+한자 병기를 하기에 앞서, 헷갈리는 고유명사에 대해 별도의 표시가 훨씬 더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옛날에는 고유명사들을 별도의 폰트로 표기하기도 했지만 컴퓨터 시대에 서식이 없는 텍스트에서는 그런 걸 어떻게 표현할 텐가? 이런 게 숙제라는 것이다.

저런 문제에 비해서 뭐 "강하고 담대하라"가 비표준어이니까 "마음을 강하게 먹고 담대해져라" 이렇게 늘이는 거는 훨씬 후순위의 문제이다. 그것만 물고 늘어지고는 '거룩하다'는 '거룩하라'라고 잘도 쓰더구만? 형용사· 명사 품사통용은 어차피 절대적인 답이 없는 문제이다.

예전에도 몇 번 했던 말이지만 난 인터넷, 네티즌 이런 말을 어설프게 순화하는 것보다, 장(페이지/챕터) 같은 말을 더 잘 분간되는 말로 바꾸는 게 현실적으로 훨~~씬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5/12/14 08:35 2025/12/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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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지금으로부터 한 달쯤 전, 11월 8일부터 10일엔 결혼 1주년 기념 여행을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와~ 유부남 된 지 벌써 1년이 경과했구나.
뱅기로 딱 2시간, 시차는 딱 1시간 차이 나는 진짜 중국, 찐 중국 섬나라를 갔다.
여기는 낮에는 20도 후반, 밤에는 20도 초반.. 우리나라로 치면 9월 초-중순 정도 같은 더운 날씨였다.

여기는 자유 민주주의가 통하는 곳이어서 그런지, 경찰이나 공항 공무원을 봐도 괜히 위압감 같은 게 느껴지지 않고 마음이 편했다. 대륙ㅈㄱ이나 베트남에 갈 때와는 느낌이 확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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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국이 아닌 외국에서 國, 數學 같은 오리지널 한자를 보는 건 난생 처음.. 매우 신기하게 느껴졌다.
당장 대한민국에서 지리적으로 제일 가까운 대륙ㅈㄱ과 일본은 오리지널 한자를 공식적으로 쓰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 보시라. 그러니 저게 더욱 신기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한자를 일상적으로 쓰질 않으니 한자 폰트에 대한 수요와 공급도 매우 매우 희귀해져 간다. 그러니 그냥 명조, 고딕(바탕, 돋움)이 아닌 폰트는 매우 새롭게 느껴지고.. 딱 보기만 해도 외국 같은 느낌이 든다.
가령, 한자가 둥근고딕/굴림 계열이면 이건 폰트만 봐도 일본어라고 온몸으로 소리치는 것 같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제 Windows에서도 굴림과 궁서에다가 그 글꼴 고유의 한자 글립을 좀 집어넣고 바탕/돋움 더부살이를 좀 벗어났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이런 건 현실적으로 아무도 관심을 안 갖는 모양이다. 뭐 그건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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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찐중국에서 만든 제품으로는..?
옛날에 A4tech라는 스캐너와 그래픽 프로그램(image72) 제조사가 있었고 삼국지 무장쟁패=_= 대전액션 게임,
그리고 탕엥(당영)이라는 기업에서 먼 옛날에 무궁화호 객차를 만들어서 울나라로 납품했던 게 떠오른다. 지금 관점에서는 화장실조차 비산식인 구닥다리이지만 말이다. 의외의 분야에서 접점이 있었다.
(사운드 블래스터 카드는 대만이 아니라 싱가포르 제품이었구낭..)

3.
이 나라에서는 지난 2007년에야 고속철도를 도입했다. 이게 일본 신칸센이 역사상 최초로 해외로 수출된 사례라고 한다.
일본은 이때도 "기술이전 같은 건 없다. 열차 중정비는 일본에 와서 받아라"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대한민국은 10여 년 전에 그 말을 먼저 듣고는 질색해서 일본을 제일 먼저 탈락시키고 프랑스 TGV와 계약한 반면, 찐중국은 애초부터 자체 기술 개발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운용 노하우만 전수받고 신칸센을 도입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금은 일본에서도 중정비 기술까지 넘겨줬다고 그러네..

4.
저 나라에서는 국가원수를 부르는 칭호가 '총통'이다. 엥? 찐중국은 민주주의 국가 아냐?
한국과 일본에서는 '히틀러 총통'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영도자, 수령님 정도나 총통이라고 번역하는 반면, 이 나라에서는 트럼프 같은 대통령 president를 그냥 총통이라고 부른다.

아 그러고 보니 대만은 1949년부터 1987년까지.. 무려 38년 동안이나 계엄 상태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70년이 넘게 거의 영구휴전 상태인데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찐중국도 마냥 자유 민주스럽지는 않았고 진짜 '총통'이 다스리는 것 같은 시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디 외국으로 여행을 가면 보통은 거기 관광지나 맛집을 찾아보는데 본인은 저런 게 더 관심이 가서 말이다... =_=;;
아무튼 우리 부부는 도심 구경을 한 뒤, 우라이 온천 마을과 거기 휴양지를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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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명물은 우육탕이라고 하네.. 와이프가 시내에서 어디 맛집을 찾아내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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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큼직한 강이 흐르고 있는지.. 우라이 온천 마을은 경춘선 강촌 역 주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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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시장은 이런데.. 의외로 야시장 같은 건 없다. 여기는 해가 지고 나면 온통 쥐죽은 듯이 고요해지더라.
밤 유흥을 즐길 거리는 딱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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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고기 소시지가 무척 맛있었다.
타이완 섬 원주민들은 전통적으로 멧돼지를 좋아하고 친숙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 점이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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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다음으로는 호박..
전통시장에서 늙은호박을 파는 걸 딱 한 군데에서 봤다.
시골 마을이면 어디 호박을 심어 놓은 곳이 없나 궁금했지만 딱히 못 봤다. 호박 대신 토란이 여기저기서 많이 자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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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운선낙원이라고 불리는 높은 산 중턱의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잠깐 이용한 셔틀 교통수단이다.
궤간과 크기는 남이섬 꼬마열차와 비슷했고, 차량은 오동도 동백열차와 비슷했다. 운행 거리가 1.5km 남짓밖에 되지 않지만 승강장이 시골 간이역처럼 보이고 본격적인 대중교통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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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이 폭포를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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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도 타고 더 높은 곳으로 쭉쭉 올라가니 운선낙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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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울창한 숲과 폭포와 강을 보시라.. 경치가 정말 대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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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과 둘째 날은 날씨가 아주 맑고 화창했던 반면, 귀국하는 마지막 날에는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이 날은 어차피 야외 관광이 다 끝났으니 날씨가 어떻든 아무 상관 없다. 참 절묘했다.
우리가 묵었던 명월온천(full moon spa)은 온천과 호텔을 겸하면서 객실은 여관보다는 펜션 같고 무척 멋있었다. 대중탕도 있다던데, 차라리 수영장 컨셉이라면 모를까 온천 목욕탕은 객실에 있는 개별탕만으로 충분했다.

시간과 체력이 좀 더 있었으면 타이베이에서 대만의 명물인 국립 고궁 박물원을 가 보고, 대만에서 지하철이나 열차도 좀 타 보고, 그러면서 허우통 고양이 마을 정도도 다녀왔을 텐데 그러지는 못했다. 그냥 우라이 온천 마을에서 휴양만 한 모양새가 됐는데.. 휴양을 한 것만으로도 어디냐. "센과 치히로.."에 나오는 온천 여관에 실제로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상이다.
본인은 몇 년 동안 비행기를 탈 일이 없다가.. 결혼을 계기로 아내와 여행을 다니느라 예전보다는 비행기 탑승 경험이 더 생겼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요즘 비행기는 10~20년 전 비행기보다 뭔가.. 박력이 덜한 것 같다. 한두 번이면 기분 탓인가 싶지만, 몇 년째 시종일관 계속 이런 건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륙할 때 엔진의 쿠르르르르릉~~ 소리와 공기 내뿜는 소리가 영 예전 같지 않고 너무 조용해졌다. 녹음을 해 보면 예전엔 파형이 다 뭉개질 정도였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다.
착륙하면서 랜딩기어가 땅에 닿을 때 쾅 소리와 진동도.. 예전에 비해서는 너무 부드러워지고 약해진 것 같다.

이건 물론 좋은 현상이다. 조종사가 조종을 잘 하고, 비행기 제작 기술이 발달하고 기체의 방음 실력도 향상됐기 때문에 조용해진 것이기는 한데.. 심지어 더 조용한데 엔진의 출력과 효율은 더 올라가 있다.
난 그래도 청각적으로 날 자극하는 게 있던 시절이 더 좋다. 이런 게 있어야 탈 맛이 나지..

지하철 전동차만 해도 1990년대 중반에 VVVF 소자가 처음 도입됐을 때는 전동차가 그냥 달리는 현악기 관악기 수준이었는데 말이다. 심지어 제조사별로 개성도 넘쳤다.
그랬는데 지금은 소리가 다들 획일화돼 버리고 결정적으로 음량이 너무 작아졌다. 재미가 없다. 이러면 어린 철덕 꿈나무가 생기기가 어렵다. =_=;;

글쎄, 난 기억이 별로 없지만 자동차에 대해서도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옛날 카뷰레터 밥통 달렸던 시절의 우두둘툴툴툴~ 자동차 엔진음을 그리워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악셀 페달이 정말 100% 기계적으로 반응하고.. 엔진 브레이크 퓨얼컷조차 없었던 시절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5/12/10 19:26 2025/12/1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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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콩라인이지만 특이한 인물

성경의 창세기는 바벨 탑 사건 이후 12장부터는 아브라함-이삭-야곱 3대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야기의 관점이 세상 전체에서 특정 민족으로 범위가 확 좁아진다.
아브라함은 아무 보이는 증거 없이도 하나님 말씀만 따라 뜬금없이 고향을 떠났고, 하나님의 약속을 '믿은 것'만으로도 의롭다는 인정을 받았다. 야곱은 이스라엘 민족 열두 지파를 만들었다.

그들 사이에 낀 이삭은 애비나 자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삭도 생각보다 굉장히 대단하고 놀라운 구석이 있다.

(1) 이삭은 일단 기적적으로 탄생했다.
아예 처녀에게서 태어난 예수님 정도로 드라마틱한 건 아니지만, 폐경 불임 여성에게서 갑자기 아기가 짠 태어난 것만으로도 21세기 현대 의학으로 불가능한 일이 이뤄진 것이었다. 생명이 없는 목재 지팡이에서 새순이 돋은 것과 동급이다.

(2) 이삭은 아브라함이나 야곱과 달리, 개명 조치를 받은 게 없다.
아브라함은 개명 후의 이름이 유명하고, 야곱은 개명 전 이름이 더 유명하다. 야곱의 개명 후 이름은 부족· 민족· 국가의 이름으로 확장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3) 그리고 이삭은 외아들로 태어나서 나름 죽다 살아났고, 부모가 정해 준 여자하고만 평생 살았다.
애비 아브라함은 본처와는 그렇게도 자식이 안 생겨서 한때는 몸종 하갈까지 동원할 정도였다.
그러나 본처가 죽고 나서 재혼한 여자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녀가 잔뜩 생겨서 기존의 이스마엘/이삭 구도가 무색할 지경이 됐다. (창세기 25장 앞부분 참고)

아브라함은 재력이 풍부한 족장이었으니 아마 많이 어린 여자와 재혼한 게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추측만 한다.;;
손자인 야곱은? 뭐 처음부터 본처가 친자매 두 명이었고, 거기에다 첩도 있어서 서로 출산 경쟁을 했다.
이런 이야기가 이삭에게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삭은 리브가 말고 다른 아내, 그리고 에서와 야곱 말고 다른 자녀 얘기가 적어도 성경에는 전혀 없다. 전근대 시절의 대가족이 아니라 현대의 핵가족을 보는 것 같다.

(4) 또한, 이삭은 장가를 40세에 갔고 저 쌍둥이 아들들을 60세에 얻었다고 한다.
얘들도 애비인 아브라함 못지않게 무자녀 기간이 길었는데.. 이삭은 아브라함 부부처럼 첩을 동원한다거나 하지 않고 이 문제로 인해 중보기도를 하고 하나님에게 호소를 했다. (창 25:21) 애비보다 믿음이 훨씬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비록 외국 타지에서 아내를 여동생이라고 속이는 잔머리는 이삭도 아버지를 똑같이 따라했지만 말이다.

2. 외아들을 번제 헌물로 바치는 시험

뭐, 이삭의 삶에서 제일 드라마틱한 순간은 22장 번제물 사건이었을 것이다.
이 장면을 드라마나 영화로 각색한다면 창 22:8의 대사는 이렇게 만들면 딱이지 않겠는가?

“어, 아버지, 오늘은 장작과 불만 챙겨 가고 제물이 없는 거 같은데요?”
“아들아~ 번제물로 쓸 어린양은 하나님께서 직접 예비해 주실.. 아 아니, 하나님이 자신을 어린양으로 예비하실 거야.

성경 번역할 때야 provide himself a lamb 문장이 영어 4형식이니 5형식이니 한 형태만 골라잡아야 하니 논쟁하고 싸운다 치지만.. 관련 2차 창작물에서는 이런 식으로 두 의미를 모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2차 창작물이 성경의 뉘앙스를 반대로 왜곡한다거나, 단순히 성경에 없는 내용을 뇌피셜 창작만 하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기존 의미를 보충 보강까지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물론 한참 나중에 현장에 도착해서 제단이 다 세팅된 뒤엔 아브라함이
“아들아.. ㅠㅠㅠㅠ (으허허허어어엉) 오늘은 하나님께서 너를 번제물로 바치라는구나!!
이렇게 절규했을 것이다. 이건 거의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이 "너희 중에 한 명이 오늘 밤 나를 배반할 것이다" 이렇게 비통하게 선언하시는 것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 다음은,

"예에에에에...??? (곧 평정심을 되찾고) 네 아버지, 알겠습니다. 그게 하나님의 뜻이라면 기꺼이 따를게요."
(아들의 너무 초연한 모습에 더 ㅎㄷㄷ하면서) "하나님께서 약속을 하신 게 있으니 네가 죽어서 번제물이 되더라도 하나님이 너를 반드시 다시 살려주실 거다. 이 애비는 그렇게 믿는다.. ㅠㅠㅠ 그럼.." (칼을 번쩍 들고 아들을 찌르려고 할 때)

"어이 잠깐 스톱! 아브라함, 아브라함아!" 이러면서 분위기 급반전. 그 이후 이야기는 여기서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을 겪은 아브라함과 이삭이 예배를 마치고 다시 자가용이 있는 곳으로 돌아올 때의 심정은 정말 어땠을까 싶다. 서로 무슨 이야기를 나눴겠는가? 특히 이삭은 그야말로 죽다 살아나서 제2의 인생을 사는 거나 다름없었을 텐데.
이러니 이삭의 인생은 누구누구 예표로 가득하다. 이 사람이 장가 간 것도 평범한 결혼 사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창세기 24장이 그렇게도 길게 쓰여 있는 것이지 싶다.

3. 상남자 에서,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overdrive

(1) 앞서 거론된 바와 같이, 이삭에게는 쌍둥이 아들인 에서와 야곱이 있었다. 얘들은 외모와 성격이 극과 극인 걸 보면 생물학적으로 일란성은 아니고 이란성이었지 싶다.

이삭은 번제물이 되라는 요구에 순응하고 결혼도 100% 전적으로 부모가 정해 준 여자와 했을 정도로 순종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저런 성품과 별개로 상남자 기질도 있었다. 그래서 두 아들 중에서 산적 같은 마초 상남자 기질이 있는 에서를 야곱보다 더 좋아했다.

에서는 창세기 27장에서 아버지 이삭의 부탁을 받고는 짐승 사냥을 하러 평소 애용하는 엽총 샷건을 척~ 메고 오프로드용 SUV를 몰고 떠났을 것 같다. 아니면 할리데이비슨 바이크.. 터미네이터나 듀크 뉴켐을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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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노아는 홍수가 그치고 나서 물이 좀 빠졌는지 주변 상황을 알아보려고 방주 뚜껑을 열고는 드론을 날려보냈을 것 같고, 리브가는 엘리에셀 일행의 차량에다가 세차와 주유를 일일이 직접 해 주는 것 같은가? 에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듀크..??
아 그러고 보니 성경에서는 Duke (족장, 추장, 공작 등등)라는 칭호를 하필 에돔.. 즉, 에서의 후손들에게만 유일하게 쓰고 있다. 창세기 36장이 대표적인데.. 이것도 매우 의미심장한 연결고리인 것 같다!!!

(2) 그 다음으로, 세월이 흘러 창세기 30장 이후로 넘어가서 야곱이 형 에서를 만나는 장면을 읽어보면.. 그는 형에게 환심을 사려고 알라딘 Prince Ali 같은 퍼레이드를 벌이고 별 생쑈를 한다. 그래도 형은 과거의 팥죽 장자권 사취 사건은 쿨하게 잊었는지 동생을 반갑게 대해 줬다.
그 다음에, 이들이 나중에 같이 어디로 가려 할 때 야곱이 한 말 중에는 창 33:13이 있다.

아이고 형님도 아시다시피, 제 일행에는 연약한 어린애들이 많고 가축들도 엄청 많아서요.. '억지로 무리하게 끌고 가다가는' 다들 하루도 못 버티고 퍼지고 죽을 수도 있거든요~~

억지로 무리해서 빨리 몰고 가는 게 영어 성경에서는 overdrive라고 표현되었다. 성경 전체에서 딱 한 번 나오는 단어인데, 이게 자동차 기술 용어로는 다른 의미로 아주 친숙하다.

바로 엔진 크랭크축이 도는 것보다 바퀴 구동축이 더 많이 돌도록 기어비를 설정하는 것..
심지어 크랭크축과 구동축의 직결도 아니고 구동축이 더 많이 도는 걸 overdrive라고 한다. 보통은 변속기에서 최고단 기어가 overdrive 상태이다.

자동변속기는 일반적으로는 엔진의 토크가 허용하는 한 가장 높은 단을 설정한다. 그래야 최저 엔진 회전수(=연료 소모)에서 최고 속도 최고 성능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 이렇게만 하면 차도 힘이 딸리고 가속이 잘 안 돼서 운전자가 답답할 수 있다.

저 창세기에서 오버드라이브의 부작용은 애나 가축이 퍼지고 죽는 것이었는데, 차에서 극단적인 오버드라이브란 정지 상태에서 2단에서 출발 같은 식으로 엔진에 무리를 주고 부르르르 떨리게 하고 심하면 시동을 꺼뜨리는 것이다. 이러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될 것이다. 컴퓨터로 치면 오버클럭에다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옛날 자동변속기 차량에는 '오버드라이브를 끄는' 옵션 버튼이 있었다. 이건 최고단을 봉인해서 최대 n-1단까지만, 기껏해야 1:1 직결까지만 변속되게 하는 기능이었다.
개념을 알고 보면 간단한데, 말을 거창하게 '오버드라이브'라고 하니까 뭘 오바한다는 건지 잘 와닿지 않는다.;;

파워 버튼, 오버드라이브 버튼, 2나 L단 이런 게 자동변속기에다가 "무조건 최고단으로만 동작하지 않게 하는" 예외를 제공하려고 존재했던 기능이다. 엔진 브레이크를 써야 할 때, 오르막 오를 때, 앞차 추월할 때처럼 고단보다는 고RPM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부터는 자동변속기도 기술이 발달하고 저것들을 몽땅 통합하는 준수동 스포츠 모드라는 게 등장하면서 자질구레한 버튼들이 없어졌다.
내 차도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보통은 현재 진행 중인 단수가 그대로 표시되는데, 최고단 N단은 N-1단으로 반드시 바뀐다. 이게 개념적으로 '오버드라이브 끄기'를 구현한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 상태에서 다시 +를 눌러서 N단으로 되돌릴 수는 있지만..)

이상. 성경과 자동차가 이렇게도 연결된다. 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25/12/07 08:35 2025/12/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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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집 앞 주유소에 찍힌 휘발유 가격을 보면서 세계사 연표를 떠올리곤 한다.

한동안 기름값이 대항해시대 르네상스 종교개혁을 가리킬 땐 좋았는데.. 요 근래에는 갈릴레오, 돈키호테, 동의보감, 킹 제임스 성경을 넘어서 병자호란과 경신대기근까지 찍었다. =_=;;
나중에 나폴레옹, 실학자, 프랑스 대혁명, 오일러, 가우스까지 갈까 봐 겁난다.
형사가 경찰서 구내식당에서 "요즘 반찬들이 전부 잡범뿐이네~ 어디 살인 사건 없나?" 이런 드립 치는 거랑 비슷하게 느껴진다. ㅠㅠㅠㅠ

코로나 직후에 비행기들이 싹 멈춰 버렸던 2021년 초였나.. 그땐 기름값이 잠깐이지만 고려 말까지 거슬러 올라갔던 적이 있었다.

반대로 지난 2010년 초 MB 때 금융위기에다 고환율 정책 이러던 시절엔 딱~~ 한 번 기름값이 근현대를 넘어 미래까지 간 적이 있었다. 기억 나시는가? 지하철 요금이 아직 1000원 초반대이던 시절에 휘발유 1리터가 2030~2050이었던 거 말이다.
이 정도면 유닉스 epoch이 부호 있는 32비트 정수 기준으로 오버플로가 나는 시기까지 도달한 거다. 그러다가 몇 년 뒤에 셰일 가스가 발견되면서 기름값이 다시 확 내려갔다.

2.
율곡 이 이는.. 조선 역사 500여 년을 통틀어 공부 머리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친 괴수 천재였다고 한다.
10대 중후반부터 20대 초반 나이에 과거 시험에 급제를 9번 하고 공부로는 어디서든 수석을 놓친 적이 없었댄다.

이건 요즘으로 치면 대학교 1~2학년 나이에 휴학하고 군대를 다녀오는 게 아니라, 사시 행시 외시를 모조리 덜컥 합격해 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아니면 의대 졸업장 겨우 하나만 있는 건 시시하니까 의사 다음으로 변시 합격+변호사 면허라든가.. 의대 재학 중에 취미로 비행기 조종 사업용 면장까지 같이 득템.. 이런 것과도 비슷하다. (의대 공부를 다 소화하고도 비행기 조종을 익히고 비행 시간을 채울 여유가 있음 -_-)

율곡 선생은 수천~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중국 고전들이 머리에 사진 찍듯이 스캔 이미지 파일로 박혀 있고, 자기 주장을 글로 쓸 때 적재적소에서 문장이 톡톡 튀어나왔는가 보다.
글은 당연히 붓으로 한문으로 쓰고 말이다. 그땐 컴퓨터 키보드나 중국어 IME 같은 건 없었으니까.

이러니 저 사람은 우리나라 5천 원 지폐에 얼굴이 들어가 있고, 저 사람의 모친은 5만 원 지폐에 얼굴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말이다..

율곡 선생은 그럼 그 좋은 머리로 세상에 뭘 창조해 내고 무슨 기여를 했는가..??? 물건이 아니면 무슨 참신한 사상· 이론이라도 정립했는가?
뭐 관료로 일하면서 몇몇 선진적인 정책을 내놨다고는 하지만 채택되지 못했고.
겨우 공자 왈 맹자 왈 먹물질에만 재능 낭비를 했던 건 아닐까..?

참고로 율곡보다 1세기 가까이 전을 살았던 서양의 초천재 중 하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였다. 이 사람이 남긴 게 뭔지는.. 두 말하면 잔소리일 테고.

율곡은 딱 16세기를 풍미했던 사람으로,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거의 동시대 인물이었다. 서양에서는 딱 비슷한 시기에 각종 종교개혁자와 신학자가 등장하고, 그 뒤부터는 슬슬 과학혁명을 주도한 수학자 과학자들도 나온다. (티코 브라헤, 케플러, 갈릴레오 ...)

이런 게 동양과 서양의 발전 양상의 차이를 만든 것 같다.
중국과 한반도에서 공평하게 시험 점수만으로 관료를 선발하는 과거 시험을 시행한 게 서양보다 몇백 년을 앞섰다고는 하지만.. 이것도 그리 큰 메리트가 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3.
내가 늘 하는 말인데 조선은 기록에 정말 진심인 나라였다.
조선왕조 실록이라든가, 수원 화성의궤 같은 기록은 정말 대단한 유물인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기록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다고 생각하는 건 (1) 뭐, 한글을 창제해 놓고는 쓰지도 않고 여전히 한문일색인 것, 그리고 (2) 온갖 미주알고주알을 다 기록해 놨다면서 정작 공돌이 장 영실과 지도 제작자 김 정호 같은 국가유공자의 출생과 최후 기록이 없는 것이다.

처음엔 기록돼 있었는데 나중에 소실된 거면 더 할 말은 없지만, 유학자 먹물이 아니어서 기록에 소홀했던 거라면 매우 유감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4.
조선 왕들 중에서는 이 방원이 유일하게 고려 시절 과거에 급제했던 이력이 있는 왕이다. 즉, 이 사람도 왕창 똑똑한 사람이긴 했다.
비록 정 몽주를 제멋대로 죽여서 애비와도 척지게 된 흑역사도 있긴 하지만, 이 사람이 그래도 나름 제일 잘한 건.. 맏아들 대신에 세종을 후계자로 삼고 아들이 나라를 안정되게 다스릴 기반을 닦아 놓은 것이었지 싶다. (경쟁자들은 몽땅 다 제거.. 피는 이 애비만이 묻힘)

종묘 떠받드는 거, 경복궁 가리던 중앙청 청사 헐어버린 것도 좋다 치는데..
오늘날까지 지폐에 대한민국 시절의 인물이 없는 건.. 이건 너무 심하게 에바인 것 같다.

정치인이나 군인을 제외한다면 공 병우, 우 장춘, 전 길남, 앞으로 50년~100년쯤 뒤엔 이 종욱 이런 사람도 제발 좀 넣었으면 좋겠다. 도대체 언제까지 조선 아니면 일제시대에만 머물러 있을 참이냐.
아니면 조선 시대 중에서는 하다못해 정 약용 같은 사람이라도 말이다. (정 약용은 뭔가 조선판 벤저민 프랭클린 같은 인상이 느껴진다.)

Posted by 사무엘

2025/11/29 19:35 2025/11/2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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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

인간이 가축으로 키우는 동물들 중에 ‘소’는 이제 종 차원에서 야생성을 완전히 잃었다고 여겨진다. 돌보는 인간 없이 야생에 내던져지면 생존을 거의 못 할 지경이라고 한다. 말에는 가축 말과 똑같은 야생마가 존재하는 반면, 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유사품인 들소는 가축 소와 동일한 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축 소와 유전적으로 호환되는 야생 소(오록스?)는 이미 멸종한 지 오래이고..

물론 가축 소에게 전투 능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소는 엄청난 덩치와 무게를 자랑하며, 극단적으로 열받거나 흥분했을 때 뿔에 받히면 매우 위험하다.
오죽했으면 성경에도 출애굽기 21장에 “그 소가 전에도 뿔로 잘 들이받는 버릇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인명사고를 내면 그 소의 주인도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서 처벌” 이런 내용이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내 기억으로 몇 년 전엔.. 어떤 황소가 자기가 도살장으로 간다는 걸 눈치채는 바람에 필사적으로 난동을 부려서 근처의 도축업자가 한 명인가 두 명인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뉴스의 댓글란은 이건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안타까운 비극이라고 동정하는 내용으로 가득했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은 자주 발생하는 게 아니다. 찐 가축이 된 소는 목장이나 축사가 아닌 험악한 야생에서 먹이를 찾아 나서고 위험을 회피하는 등의 생존 적응과 기동 능력이 매우 딸린다. 마치 농작물이 야생에서 잡초들과 싸우며 스스로 살아남지는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 모세 출애굽 시절은 워낙 옛날이니 그때의 소는 지금 소보다 야생성 공격성이 더 남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뜬금없는 얘기이다만, 소기름 들어간 삼양라면을 어서 먹어 보고 싶어진다.!! ^^

2. 돼지

그런데 돼지는 소하고는 상황이 좀 다르다.
시꺼먼 털이 북실북실 나고 주둥이가 뾰족하고 엄니까지 있는 멧돼지랑.. 털 없는 분홍색 피부에다 왠지 뚱하고 동글동글해 보이는 집돼지는 돼지코 말고는 같은 구석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둘은 아종 수준의 차이밖에 없기 때문에 서로 얼마든지 교배도 가능하다.

이 돼지는 저렇게 외형이 달라진 와중에도 야생성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여겨진다.
물론 축사에서 꼼짝달싹 못 하면서 살만 극단적으로 뒤룩뒤룩 찐 식용 돼지가 하루아침에 밖에 내던져지면 생존을 못 하겠지만.. 그래도 이 품종 자체가 야생에서 수십 년 동안 몇 대를 잇다 보면 도로 멧돼지로 돌아간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 유전학적으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그런 만큼 돼지는 집돼지라도 우리 생각 이상으로 사납고 흉포할 수 있으니 취급에 유의해야 한댄다. 가령, 돼지 입 앞에 손 잘못 내밀었다가 손을 깨물리는 건 예사..
큼직한 성돈들이 우글거리는 데서 사람이 실수로 넘어지고 자빠지면 최악의 경우는 그대로 잡아먹힐 수도 있다!

3. 닭

닭은 현대인의 단백질을 책임지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조류이다만, 지금 정도의 품종개량과 가축화 이력은 생각보다 짧다고 한다. 그래서 닭고기 같은 건 성경에도 안 나오며, 종교 금기도 별로 안 탄다.
글쎄, 뜬금없다만 비행기를 개발해서 조류 충돌에 어느 정도 버티는지(기체와 부딪히거나 엔진에 빨려들어갔을 때) 테스트를 할 때 닭의 사체가 쓰인다고 한다.

이게 잔인하다느니 뭣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전세계에서 식용으로 도축되는 닭들의 무지막지한 숫자에 비하면 겨우 비행기 테스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말 그대로 새 발의 피밖에 되지 않는다.
진짜로 불쌍하고 잔인한 건 수컷 병아리는 필요 없다고 몽땅 살처분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말이다.

4. 곰

아 그리고 곰.. 곰은 정말 위험한 동물이다.
현실의 무섭고 끔찍한 야생성이랑, 곰 인형으로 대표되는 귀엽 깜찍 블링블링 이미지가 정말 가장 극단적으로 차이 나는 동물이지 싶다.

사자나 호랑이는 누구나 무서운 맹수라고 인지하고 있다. 하다못해 꼬냉이조차도 덩치 스케일만 확 작아졌을 뿐, 작은 동물이나 벌레들 입장에서는 무서운 맹수이다. 허나, 곰은 맹수 같지 않게 느껴지면서 실제로 흉포한 맹수라는 격차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이다.

곰의 위험성은 성경에도 “암곰 2마리가 42명의 초글링 잼민이들을 찢어버렸다”, “이러이렇게 하느니 차라리 새끼 빼앗긴 암곰을 만나라” 이렇게 묘사돼 있다.
그런데 100여 년 전, 탐험가 아문센은 극지방 탐험을 할 때 “북극곰을 훈련시켜서 썰매를 끌게 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심지어 훈련을 실제로 시켰다고는 하지만.. 휘하의 조련사가 계획을 극구 반대하고 북극 동행을 거부해서 실제로 저렇게 하진 않았다고..
계획이 좌절된 게 다행이었지 싶다. 썰매는 개가 끄는 게 훨씬 더 나았다. ㄲㄲㄲㄲ)

일본에서는 요즘 북부 지방에 불곰인지 반달가슴곰인지, 어쨌든 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벌써부터 “지리산에다 반달곰 풀어놓자고 제안한 놈 도대체 누구야?” 이런 볼멘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 지경이다.

일본의 곰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멧돼지 정도면 아주 온순하고 무해한 동물이 아닐까 싶다. 뭐, 농작물을 망가뜨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 나머지 여담

(1) 우리나라 DMZ에 호랑이가 살고 있다면 군생활이 아주 스펙타클해졌을 것이다. 북괴군이 아니라 호랑이로부터도 인간들을 지켜야 하니 근무 중에 실탄이 훨씬 더 필요해졌을 것이고 비전투손실도 더 늘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사회에서 민간인 캣맘이 길고양이 돌보는 거랑, GOP 근무 군인들이 짬멧돼지 돌보는 게 비슷하게 느껴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도대체 얼마나 옛날 사진이었으면 전투복 모양이...ㄷㄷㄷ)

(2) 동물들 눈으로 본 세상의 모습.. 이런 영상이 있다. 인간 말고 짐승들 중에 인간처럼 가시광선의 모든 삼원색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애는 몇몇 유인원밖에 없다고 한다.
다만, 그런 동물은 낮에 색맹인 대신, 깜깜한 어둠 속에서 흑백으로나마 주변을 식별하는 능력이 인간보다 더 뛰어나다고 한다. 단적으로 말해 고양이도.. 그래서 얘들은 깜깜할 때 사진을 찍으면 눈이 빛을 반사해서 반짝이는 편이다.

(3) 사자나 호랑이는 색깔이 황색 계열로 뻔한 반면, 개나 고양이는 품종에 따라 털 색깔과 텍스처(...) 모양이 다양한 편이다. 이건 왜 그런지 궁금하다.
다만, 그렇다고 색깔이 삼원색을 모두 커버할 정도로 다양한 건 아니어서 동물의 털 색깔에 초록이나 파랑은 극히 드물다. 완전히 컬러풀한 애는 카멜레온이나 앵무새 같은 애가 전부인 듯.. 그래서 얘들은 전통적으로 컬러 모니터나 컬러 프린터, 물감 같은 물건의 광고 모델로 즐겨 쓰였다.

(4) 공중의 새나 수중 동물들은 육상 동물들보다 훨씬 더 육식 지향적이다. 초식은 육상 동물에만 존재하는 특성인 것 같다.
초식동물은 소금을 좋아하고(식물에 염분이 없으니),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의 똥에 들어있는 섬유질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5) 사람은 소고기를 먹어야 힘을 내는데 겨우 초식동물인 소는 어떻게 풀만 먹고 그런 덩치와 괴력을 만드는지..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은 소화 기관의 구조가 많이 다르며, 오히려 초식의 그것이 육식의 것보다 더 정교하고 더 복잡하다고 여겨진다.
성경에서 "미래에 천년왕국 지상락원 시절엔 사자가 양처럼 풀을 뜯으먹을 것이다" 이렇게 예언되어 있고, 심지어 다니엘서에서 느부갓네살 왕이 잠시 미쳐서 소처럼 풀을 뜯어먹으며 노숙했다고 기록된 건... 초자연적인 사건인 것 같다.

단순히 미치고 실성한 brutalize만 말하는 게 아니다. 아무리 정신줄 놓은 광인이라고 해도 인간이 갑자기 셀룰로스를 소화할 능력이 생겨서 소처럼 풀 뜯으먹으며 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6) 분야별로 이런 기록들이 궁금해져서 찾아봤다.

  • 날 수 있는 새 중에서 가장 무겁거나 큰 놈은? 타조는 여기에 속하지는 않으니까. (알바트로스라고 의외로 독수리 쪽보다는 기러기에 더 가까운 새인 듯)
  • 무척추동물 중에 가장 무겁거나 큰 놈은? (코코넛크랩, 대왕오징어 같은 놈이라네)
  • 민물고기 중에 가장 큰 놈은? (동남아시아에서 잡힌 특정 민물가오리 내지 메기)
  • 항온동물 중에서 가장 작은 놈은? (땃쥐 내지 벌새. 덕분에 얘들은 매일 섭취해야 하는 물과 먹이가 덩치 대비 장난이 아님)

(7) 일부 예외가 약간 있긴 하지만 대체로 척추동물이 빨간피, 무척추가 투명피인 듯하다. (헤모글로빈 헤모시아닌)
곤충은 애초에 생겨먹은 것부터가 징그러운 대신 뻘건 핏자국이 없으며, 죽은 모습이 특별히 더 끔찍 징그럽지는 않은 것 같다.
덩치도 왕창 작은 데다 변온동물이기까지 하니 곤충은 추운 겨울에는 바로 전멸일 수밖에 없다.
곤충이 아닌 척추동물이 다리가 4개보다 더 많은 경우는 없다. 그런 게 있다면 많이 징그러웠을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5/11/26 08:35 2025/11/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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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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