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6호선 역촌 역의 4번 출구로 나가면 ‘은평 평화 공원’이라는 자그마한 공원이 있다. 지하철역 출구에 곧바로 자그마한 도시공원이 꾸며져 있는 건 대전 서대전네거리역과 비슷한 느낌이다.
저기는 2010년부터 공원으로 개장했고 그 전엔 그냥 평범한 건물 부지였던 것 같다만.. 은평구에서 무슨 생각으로 공원을 만들었나 모르겠다.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데 말이다.

아무튼, 은평 평화 공원의 한쪽 구석에는 윌리엄 해밀턴 쇼(1922-1950).. 라는 6 25 참전용사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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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단한 집안에 너무 존경스럽고 대단한 분이었다.
일단 부모가 한국에 온 감리교 선교사였고, 저 사람을 평양에서 낳았다.
그는 한국에서 자라서 대학교까지 들어갔는데 2차 세계대전 땐 해군 장교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전했다. 그 뒤에 한국에서 또 6· 25 사변이 터지자 대학원 박사 학업까지 미루면서 해병대 장교로 참전했다.

1950년 9월 22일, 인천 상륙 작전이 성공하고 서울 수복 전투가 벌어졌을 때.. 이분은 녹번동.. 바로 이 일대에서 전투를 수행하다가 적으로부터 저격을 당해 전사했다고 한다. 김 재현 기관사(1923 ~ 1950. 7. 20. 대전)와 비슷한 연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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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그리고 저 사람(아들)까지 모두 현재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묻혀 있다. 호머 헐버트처럼 말이다.

“내 친구 나라 한국이 위기에 처했는데 같이 도와주지 않고 나중에 전쟁이 끝났을 때 슬그머니 선교사로 들어가는 것은 제 양심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성경도 ‘사람이 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라고 말하지 않습니까(요 15:13)? 공부는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온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같이 적힌 약력과 소개글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런 사람이 소개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은평 평화 공원은 찾아가 볼 가치가 충분하다. 우연인지 뭣 때문인지, 은평은 이름을 구성하는 한자부터가 grace & peace 굉장히 성경적인 심상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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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분은 천수를 누렸으면 하버드에서 한국학 전문 연구자의 커리어를 쌓았을 것이고, 아마 그 당시 하버드에서 한국학을 개척하고 있었던 서 두수 교수(서 남표 카이스트 전 총장의 부친!) 같은 분과도 인연이 분명 생겼지 싶다. 이를 생각하면 더욱 아쉽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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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 완용..????)

위의 저 말은 두고두고 기억되고 영원히 감사와 존경과 칭송을 받았으면 좋겠지만...

“적이 핵이나 미사일 얘기를 할수록 우리는 더욱 강하게 평화를 외쳐야 한다.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 한복판에서도 평화를 외치는 사람만이 더 정의롭고 정당할 수 있다”


잠깐 욕 좀 퍼부어야겠으니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양해를 구한다.
이런 하드코어 빨갱이 씨발새끼의 저주받을 암 유발 망언은 두고두고 박제되어서 영원무궁토록 규탄과 개쌍욕을 쳐먹었으면 좋겠다. 저런 새끼는 애국시민과 자유를 되찾은 동족 북한 주민들의 분노의 돌탕질에 맞아 대가리가 깨져 뒈지기를 개인적으로 간절히 바랄 뿐이다.

만약 이 땅에서 정의가 실현되지 못해서 저런 놈이 천수를 누리고 편하게 죽고 무덤까지 만들어진다면.. 묘비에다가는 저 말이라도 꼭 새겨 넣어 줬으면 좋겠다.

나는 다시 말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빨갱이가 아닌 다른 사유로는 결코 욕설을 노출하지 않는다. 뭐 독도는 일본땅? 저런 진짜 개씹창 망언부터 참교육 시켜 주고 난 다음에 대응해도 전혀 문제될 것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20/12/14 08:35 2020/12/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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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근황과 잡설

1. 올해 결산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라고 불리는 우한 폐렴의 창궐 때문에 교회 예배가 중단· 축소되고 올림픽이 연기됐으며, 미세먼지가 없는데도 전국민이 무조건 마스크를 쓰고 다니게 됐다. 오죽했으면 거리 설교를 하고 전도지를 뿌릴 때도 마스크를 같이 나눠줄 정도였다. 한편으로 백 선엽 장군과 이 건희 회장의 부고가 전해지기도 했다.

대면 예배가 없는 동안 본인은 올해는 여행을 좀 더 많이 다닐 수 있었다. 블로그에 대대적으로 사진을 올리며 소개한 바와 같이 총 세 번 다녀왔다.

  • 춘계: 동부 남양주 지역 답사. 운길산 등산
  • 하계: 무려 3박 4일 동안 중부와 영남 지방 종합 답사.
  • 추계: 수인선, 서해선, 항동 철길을 두루 살펴본 경기도 서부 철도 종합 답사

2. 텐트 야영

본인은 저렇게 작정하고 여행을 떠나지 않을 때도, 심지어 직장 출근을 하는 평일에도 밤에는 대부분 집 있고 차 있고 노트북 있는 노숙자로 지낸다. ㅎㅎ
좋은 날씨에 야영을 하지 않는 건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아무 야외 오지라도 이 작은 텐트만 펼치면 포근하고 따뜻하고 아늑한 개인 공간 밀실이 만들어진다는 게 내게는 소확행으로 느껴진다.
남들은 캠핑을 가서 또 노는 활동을 하지만, 본인은 캠핑을 간 것 자체가 유흥이다.

내가 밖에서 못 자는 조건은 딱 둘: (1) 열대야 무더위, 그리고 (2) 나쁨 이상 수준의 미세먼지이다. 폭설 폭우 혹한은 정반대 완전 땡큐 조건이다.
침낭을 두 겹으로 걸치니 바닥의 냉기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발도 안 시렵고 정말 따뜻했다.
핵심은 따로 난방을 전혀 가동하지 않고 밖에서 쾌적하게 지내는 것이다.

그 반면, 내게 집 건물이란..

  • 전기, 가스, 수돗물, 와이파이의 보급처
  • 용변, 샤워, 빨래 공간
  • 주민 등록을 위한 법적 주소 제공지

정도의 의미만을 지니는 듯하다. 딱히 몸 누이고 쉬는 공간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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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울에서 기슭까지 주차 걱정 없이 차로 접근 가능하고, 적당히 으슥하고 각종 법에 대놓고 저촉되지 않는 좋은 산은 매우 드물다.
언제 산에서 멧돼지라도 좀 만났으면 좋겠다. 그럼 반갑게 인사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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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왕숙천 강변이다. 여기도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이 당시엔 아침에 일어나 보니 텐트에 이슬뿐만 아니라 서리까지 내려 있었다. 그리고 근처에 나 같은 텐트족이 한 명 더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밤새도록 낚시를 하다가 잠드신 듯하다. ㅎㅎ

개인적인 로망은.. 강변이 아니라 강 하중도에서 숙박해 보는 것이다.
내가 어촌에서 살았으면 어선 한 척 장만해서 배에서 자거나, 아니면 남해안이면 매일 무인도에 가서 텐트 치고 자고 오지 싶다.
아니면 북한산이나 북악산 중턱에서 김 신조 코스프레를 해 봤으면 싶다. 텐트 다음으로는 비트를 파고 자는 것도 흥미진진할 것이다.

3. 북악산 개방

북악산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훑을 때 대략 "일반 구역 - 북악스카이웨이와 팔각정(자동차 지향) - 철조망 - 한양도성 구간과 정상(보행자) - 철조망 - 청와대"의 형태로 구간이 나뉜다.
그래서 남쪽의 청와대는 철조망에 사실상 이중으로 둘러져 있으며, 한양도성 구간은 남북 양쪽으로부터 격리돼 있다. 여기에 들어가려면 해가 떠 있는 동안 안내소 세 곳(창의문/말바위/숙정문) 중 하나를 반드시 거쳐서 이름과 연락처 까고 명찰 목걸이를 받아야 했다.

1968년 1· 21 김 신조 사태의 트라우마 때문에 청와대 주변 산들은 오랫동안 몽땅 락이 걸렸었다.
그러다가 1993년 김 영삼 대통령 취임과 함께 무궁화 동산과 인왕산이 개방됐다. 단, 월요일은 입산 금지이고, 주요 포토 라인엔 군경 감시요원이 배치되어 등산객이 청와대 방향으로 사진을 찍는 걸 막았다.

2000년대(07~09)에 와서는 인왕산에 이어 북악산도 북악스카이웨이뿐만 아니라 청와대에 가까이 있는 한양도성 구간이 해금되고 일반 구역에 있는 “김 신조 루트”와  우이령길까지 개방됐다. 비슷한 타이밍에 전국의 국립공원들이 무료화되기도 했다.
단, 북악산의 한양도성 구간은 아침과 낮 시간대에만 명찰 목걸이를 받아서 드나들 수 있다는 제약이 걸렸다. 인근의 북한산은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등산로를 벗어나서는 안 되고 아무데서나 야영을 하면 안 된다는 제약이 있지만, 북악산은 그런 것과 무관하게 그냥 보안 때문에 저런 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그러다가 지금 대령통의 집권기인 2018~19년쯤엔 인왕산에 있던 감시요원들이 없어졌다. 그리고 북악산의 목걸이는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개인 정보까지 수집하지는 않고 그냥 드나드는 인원 집계만 하는 출입 태그로 바뀌었다.

이런 단계를 거쳐 지난 2020년 11월부터는.. 산중턱의 북악스카이웨이에서 한양도성 청운대 - 곡장 사이를 오가는 등산로가 추가로 개방됐다. 그래서 지금까지 사실상 단절돼 있던 두 영역에 대한 이질감이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한양도성 쪽의 등산로도 성 안쪽과 바깥쪽(북쪽) 양쪽으로 뚫리게 되었다. 등산과 캠핑을 좋아하는 본인 같은 사람에게는 이건 분명 호재이다.

다만, 한양도성과 이들 등산로는 출입증 명찰이 필요한 구역인 건 변함없기 때문에, 청운대와 곡장이라는 안내소가 추가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 작은 북악산에 존재하는 안내소는 무려 5개로 늘었다. 이게 국립공원 산으로 치면 출입구에 존재하는 탐방 지원 센터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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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대 안내소는 북악스카이웨이 쪽에 마련돼 있고, 주변에 주차 공간도 좀 있다. 바로 옆에는 군부대가 있으며 원래는 이 안내소가 있던 곳도 군부대 부지였다. 그래서 옛날 로드뷰에서는 이 지점이 온통 흐리게 표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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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곡장 안내소는 한양도성 쪽에 가까이 있으며, 북악스카이웨이 쪽에서는 아주 자그마한 철제 출입문하고만 연계된다. 곡장 안내소로 가는 출입문에서 북악 팔각정까지의 거리는 5~600m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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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대 안내소에서 한양도성까지는 굉장히 가까워서 거의 10분 남짓 계단을 오르면 도달한다. 그렇잖아도 여기는 한양도성과 북악 스카이웨이가 굉장히 가까이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중간에 과거의 군견 훈련장이었다는 부지도 지나게 되는데, 이는 마치 우이령길에서 과거의 유격장 부지를 지나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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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 시장의 자살 사건 이후로 몇 달 만에 북악산이 또 언론에 오르내리게 됐다.
이번 등산로 개방 덕분에 차로 북악산의 백운대 정상까지 가는 게 아주 수월해졌다. 창의문 안내소에서부터 근성으로 한양도성 계단을 오르던 시절과 비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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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대 안내소에서 출발해서 한양도성 - 곡장 - 곡장 안내소를 찍고 다시 청운대 안내소로 돌아오는 데 3~4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정말 무난한 산책이었다. 산 속 나뭇잎들은 단풍이 들어서 울긋불긋하고 경치가 좋았다.
이 정도면 별도의 여행/등산 카테고리의 글로 올릴 분량도 아닌 것 같아서 그냥 근황/잡설 글에다가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관심 있으신 분은 여기 등산 및 산책하러 가 보시기 바란다.

4. 병맛 개그

본인은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이라든가 쿵 퓨리(..;;)같은 B급 병맛 개그를 꽤 좋아한다.
그런데 요즘은 국내 유튜버들도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패러디와 오마주로 병맛 똘끼 개그물을 많이 만들고 있어서 볼거리들이 넘쳐난다. 정말 천재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그 중에 본인이 주목하는 유튜버는 ‘장삐쭈’와 ‘총몇명’이다.
장삐쭈는 원전에서 소리를 날려 버리고 더빙을 웃기게 하는 반면, 총몇명은 원전에서 영상을 자체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만들고 소리는 남겨 놓는다는 차이가 있다. 접근 방식이 서로 정반대라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가?

총몇명은.. “아버지 뭐 하시노? / 콘덴싱 만들어요! 국가 대표 보일러 경동.. /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 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 이게 정말 인간의 의식의 흐름이라는 게 어느 약 빤 지경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걸작이었다. ㅠㅠㅠ

장삐쭈는.. 여러 주옥 같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일본의 60년대 흑백 애니메이션인 에이트맨을 마개조한 봉팔맨 시리즈를 보고는 그 병맛스러움에 두 손 두 발 다 들어 버렸다..;;
“나를 이길 자 그 무엇인가, 자동차보다 빠르고 기차보다 더 빠른 우리의 친구 봉팔맨”은 머릿속에서 자꾸 자동 재생될 지경이다.

제작자 양반은 나이도 나보다 한참 어려 보이던데 도대체 어디서 이런 덕력을 갖췄길래 무슨 1963년작 애니까지 찾아 갖고 이딴 더빙을 만드냔 말이다.. ㅡ,.ㅡ;; (에이트맨)
이 정도의 천재성이라면 전업 유튜브질만으로도 먹고 살 자격이 있어 보인다.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12/11 08:32 2020/12/1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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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시발이었을까

이 블로그에서 몇 번 다룬 적도 있었던 우리나라 최초의 자국 생산 자동차 '시발'을 생각해 보자.
아무리 좋은 뜻을 담았다고 해도 그렇지, 자동차 이름을 왜 비속어가 연상되는 '시발'이라고 지었을까 지금 우리로서는 궁금증이 들 것이다. 마치 극악의 저출산 때문에 고민인 지금의 관점으로는 과거에 정반대로 "아들 딸 구분 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 구호가 나오던 배경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과도 비슷하다.

저 시절을 직접 겪은 옛날 분의 증언에 따르면.. 시발 자동차가 다니던 195, 60년대에도 한국어에 C-bal이라는 욕설 자체는 멀쩡히 존재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옛날의 언어 습관은 여러 정황상 말소리보다 한자 뜻을 훨씬 더 중요하게 따졌던 것 같다. 始發이라는.. 요즘으로 치면 '오리진, 제네시스'나 마찬가지인 좋은 뜻만 가졌으면 됐지, 굳이 "C-bal이 연상되는데?"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마치 성에 대한 금기만큼이나 금기시됐던 것 같다. 천한 욕설은 공식적으로는 한국어에 존재하는 걸로 간주되지도 않는 어휘였다.

물론 공개 석상 말고 사석에서는 그런 고매하신 선비질 따위 없었다. 그러니 비단 시발 자동차 말고도, 한자로 뜻은 괜찮지만 소리가 이상해서 어린 시절에 흑역사급 별명을 달고 다녔던 사람이 많았다. 인명 외의 분야를 봐도 야동 초등학교도 있었고, 죽음(대나무 그늘) 마을도 있었다.

야동 초등학교의 경우, 인터넷으로 유명세를 타는 바람에 개명을 해 버린....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고(단, 시골에 학생 수가 너무 적어져서 폐교 위기라고 함)... 후자의 경우 본인이 아주 어리던 시절에 TV를 통해서 봤는데, 노인들이 시골길에서 차에 치여 세상 하직하는 일이 잦아지자 불길하다면서 뒤늦게 개명했다.
(아 그러고 보니 야동 초등학교야.. 학교 이름을 짓던 시절에는 야동이라는 것 자체가 지금처럼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 C-bal과는 상황이 좀 다르긴 하다.. ^^)

생각을 해 보라. '죽음'(竹陰)은 멀쩡하게 지명으로 썼으면서, 순우리말과 아무 관계 없는 한자 (중국어)와 소리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다른 멀쩡한 숫자 4는 훨씬 더 적극적으로 기피했던 것이 한국의 언어 문화였다.
개인적으로 이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말과 소리가 먼저이고 그 다음이 문자이지, 말이 문자에 끌려가서 꼭 뭘 봐야만 뜻이 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언어 현상이 아니다.

한글로만 쓰니까 뜻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네 하는 면모가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자면 말이 그 따위로 돼 버린 게 문제가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서유럽· 미국 같은 나라는 표음문자 알파벳만 갖고도 넘사벽 급의 학문이고 사상이고 철학이고 과학 기술을 이룩했지 않은가?

본인 역시 그런 맥락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한글 전용 지지 소신이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옥편 뒤지면서 듣보잡 벽자를 찾아내서 이 소리는 이런 뜻이라고 갖다붙이는 짓 대신, 온통 영어 외래어를 갖다붙이는 게 유행이 돼 있다. 어느 게 절대적으로 더 바람직한 현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후자가 차라리 전자보다는 더 나은 것 같다. 듣는 것만으로 뜻이 변별은 되니까 말이다..

2. and는 접속부사인가

그럼 다음으로 잠시 한국어와 영어를 좀 비교해 보겠다.
한국어에는 체언을 잇는 '과/와' 접속조사, 용언(=구, 절 모두)을 잇는 '며/고' 연결어미, 그리고 문장을 잇는 접속부사(그리고)가 전부 따로 논다. 그러나 영어는 전부 간단하게 접속사 and 하나로 끝이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and는 접속부사로 취급되지 않았는가 보다. but, then, however, moreover, meanwhile 등은 명백히 영어의 접속부사이지만 and는 X and Y로만 쓰는 것을 정석으로 쳤던 듯하다. 프로그래밍 언어로 치면 말 그대로 이항 연산자. ㄲㄲㄲ and는 or과 같은 급이지, but과 호응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먼 옛날에 MS Word의 스펠링+문법 검사기도 문장을 And로 시작하면 틀렸다고 지적하던 게 내 10대 시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대신 "콤마+소문자 and"로 문장을 길게 이어야 했다. 왜 반드시 저래야만 하는지를 본인은 그 당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다. 성경만 해도 And로 시작하는 문장이 부지기수이고, 특히 옛날 고전 텍스트인 KJV는 훨씬 더 많이 쓰였다. And 금기가 왜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글쎄, 이런 게 아닐까? 원래 '보다'는 조사이기 때문에 "A보다 B가 더 낫다" 형태로만 쓰는 게 맞는데.. 요즘은 그게 부사처럼 쓰여서 건방지게 앞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하여"

옛날에 우리말 바로 쓰기 운동하던 분들이 저건 잘못됐다고 번역투와 더불어서 왕창 지적했었다.
나도 굳이 '더'가 멀쩡히 있는데 '보다'를 일부러 바꿔서 쓸 필요는 느끼지 않기 때문에 자제하고 지낸다.
대문자 And가 한국어로 치면 저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이 문득 든다.

한편, 뉴스 앵커 멘트에서 종종 쓰이듯이 "김 씨는 그러나 사실을 부인했습니다"처럼 접속부사가 문장 맨 앞이 아니라 주어와 도치(?)되는 것도 문법에 어긋난다고 얘기가 많다.
나 역시 어감상 어색해서 개인적으로는 저렇게 안 쓴다. 하지만 저걸 비문으로까지 간주하는 건.. 좀 문법 나치스러운 발상 같다. 영어로도 Mr Kim, however, denied the fact 처럼 콤마와 함께 접속부사를 중간에 잘만 집어넣는걸...

3. 동작상(動作相)

언어에는 제각기 동작상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있어서 한국어로는 ‘죽었다’ 하나뿐이지만 영어로는 you died와 you are dead가 더 세분화돼 있다. (그리고 보통 전자보다는 후자로 번역되는 일이 더 많음)

‘죽다/죽었다’뿐만 아니라 한국어의 용언 중에는 ‘맞다’처럼 동사인지 형용사인지 굉장히 헷갈리고 동사 과거 시제가 사실상 현재 시제의 형용사처럼 돼 버린 물건이 좀 있다.
‘미치다’, ‘틀리다’도 생각해 보자. You are crazy/wrong이 “너 미쳤다/틀렸다”이지 않은가? “미친다/틀린다”는 동작상이 꼬여서 용례가 겉돌고 있으며, 그 와중에 ‘틀리다’는 ‘다르다’의 영역을 야금야금 침범하는 중이다. 총체적인 무질서인 것 같다.

여담이지만 영어 have는 동명사 내지 현재진행형인 having이 존재한다. 하지만 단순히 ‘가지다, 소유하다, 내게 있다’라는 1차 의미일 때는 현재진행형 시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독특한 규칙을 초등학교 영어 수준에서 배우게 된다. have가 현재진행형인 것은 좋은 시간을 보낸다거나 경험하는 등, 2차 파생 의미일 때에만 가능하다.

이런 것도 동작상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용례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원래 원칙은 저렇지만 관계대명사 앞에서는 "~를 가진"이라는 뜻으로도 is having에서 is가 생략된 꼴이 잘만 쓰인다.;;;.

4. 맞춤법과 띄어쓰기의 난해함

  • -ㄹ수록: 의존명사 '수'(할 수 있다)를 떠올려서 그런지 '그럴 수록'처럼 띄어 쓰는 경우가 주변에서 많이 보인다. '-수록'은 뭐 다른 형태로 활용되는 게 전무하며 그 자체로 연결어미로 분류된다. 그러므로 붙이는 게 맞다. '그럴수록'
  • -ㄹ지: 역시 어미인데.. 문제는 얘는 좀 명사화 접사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할지 말지가 문제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역시 '지'를 의존명사처럼 인지하고 띄어 쓰려는 경향이 있다. 진짜 의존명사인 '줄'도 같이 떠올리는 것 같다. (너 그럴 줄은 몰랐다)
  • -ㄹ까 봐: 얘는 '할까 보다'라고 분할이 가능하기 때문에 '봐' 앞을 띄운다. "네가 사고라도 당할까 봐 두려웠다" 그래도 다른 띄어쓰기에 비해서는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띄어쓰기에 가깝다.
  • - 왜냐하면: 단독으로 부사이다. '왜냐 하면'이라고 띄울 필요가 없다.
  • - 못하다: "저는 그 일을 못 합니다" / "그렇게 되지는 못합니다"
    '못'은 부사이고 '못하다'는 동사, 형용사, 보조용언이 다 되는 정신나간(?) 단어이다.

영어 정서법에 비해 우리말의 한글 맞춤법이 더럽게 복잡하고 띄어쓰기가 어려운 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현실이다. 왜 그럴까? 이를 원론적으로 따져보면 이렇다.

일단 (1-1) 한국어가 언어 구조적으로 어미 접사가 어간 뒤에 덕지덕지 복잡하게 붙는 걸 좋아하는 교착어이고 애매한 품사통용어가 많기 때문이다.
이 한 글자짜리 형태소를 접사나 어근이라고 보면 붙이고, 고유한 부사나 명사라고 보면 띄운다. 그런데 그 기준과 경계가 엿장수 마음대로가 되기 십상이다..;;.

가령, 본인은 내 개인 블로그 한정으로 성과 이름도 띄어 쓰고 어지간한 사람들보다 띄어쓰기를 더 하면 더 하지 결코 덜 하지는 않지만.. '전세계'에서 '전'과 '세계'를 띄어야 하는 건 개인적으로 좀 납득이 안 된다. 全 정도면 그냥 접두사로 보거나, 쟤만이라도 거의 한 단어로 굳은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1-2) 게다가 띄어쓰기 말고 사이시옷도 말이다. 왜 '물고기'는 '꼬기'이고 '불고기'는 '고기'인가,
'볶음밥'은 '밥'이고 '비빔밥'은 '빱'인가,
그럼 '김밥'은 밥인가 빱인가 이런 거는.. 정말 랜덤이고 개연성이 없다. 규칙을 찾을 수 없다. 한국어가 원래 그런 언어다.

그리고 (2-1) 문자 차원에서는 역설적으로 모아쓰기 때문이다.
글자가 단독으로도 적당히 음절 경계 변별이 뛰어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띄어쓰기를 안 해도 알아보는 데 지장이 없다. 그런데 그렇다고 띄어쓰기를 전혀 안 할 수는 없다.
그러니 한 단어로 붙여 쓰는 예외를 정하는 게 난감하고 띄어쓰기 규칙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2-2) 사이시옷은 말부터가 제멋대로인데 그건 음절 단위로 딱딱 떨어지지 않는 초분별 요소에 속하며 한글이라는 체계 하에서 표현하기가 몹시 난감하다. 사이시옷 규정이 캐 더럽고 구린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한자어의 경우 "숫자 횟수 곳간" 등의 몇 개만 예외로 인정하고 나머지는 그냥 표기하지 않기로 정해 버렸다.

알파벳 같은 풀어쓰기형 문자를 썼으면 띄어쓰기는 약간이나마 더 쉬워졌을 수 있다. 체언과 조사도 띄우고 좀 헷갈린다 싶은 건 몽땅 띄우고, 좀 아쉬운 건 하이픈으로 연결하고.. 사이시옷이나 축약은 ' 점 하나 찍어서 해결해 버리면 된다.

다시 말해 모아쓴 한글의 덩어리 단위가 '초분절적 변별요소'까지 포함한 한국어의 형태소· 음운 단위보다 크기 때문에 이 모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글의 큰 장점인 동시에 그로 인해 얻는 부작용인 셈인데, 쉽지 않은 문제이다.

여담이지만, 영어권에서는 심지어 숫자와 단위 사이도 꼬박꼬박 띄운다. 100MB, 50kg라고 안 하고, 우리로서는 어색하게 느껴지겠지만 100 MB, 50 kg라고 쓴다는 것이다.
숫자와 알파벳 이렇게 문자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에 붙여도 전혀 모호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는 단어와 띄어쓰기에 대한 인식이 서양 언어 문화권과 동양의 그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12/08 08:35 2020/12/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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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벌써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 시국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10.0 이후로 또 다음 버전 10.1이 거의 반 년 만에 나왔다. 이제 얘도 개발 20주년을 돌파했고, 전체 소스 코드는 드디어 9만 줄을 넘었다. (직전 10.0은 9만 줄에서 700줄 정도 부족)
이번 버전은 문자 입력 쪽으로 완전히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것은 없지만 다음과 같은 몇몇 분야에서 변화가 생겼다.

  • 전반적인 UI: 지난 9월 말에 근황을 전했던 바와 같이 자체 에디트 컨트롤 내부에 여백을 1픽셀 추가했다. 이것 말고도 여러 자잘한 개선점이 있었다.
  • 편집기: 인쇄 및 미리보기 기능이 크게 개선됐으며, 파일 열기 관련 동작도 추가로 개선됐다. 지난번 글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그 다음으로 변화가 생긴 곳은 주로 보조 입력 도구 쪽이다.

1.
'화면 키보드'가 다음과 같이 강화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shift, ctrl, space, bksp 같은 잡다한 글쇠들을 모두 숨기고 문자 배열만 표시하는 옵션을 추가했다.
  • 투명도를 지정하는 옵션을 추가했다. 흐리게 표시했더라도 마우스 포인터를 글쇠배열로 가져가면 그 동안은 잠시 짙어진다.
  • 글쇠 버튼들이 평소에는 배경이 회색이지만 마우스 포인터가 가리키고 있을 때는 배경이 희게 바뀌게 했다.

이로써 화면 키보드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제공하는 입력 도구들 중에 투명도 지정이 가능한 유일한 도구가 되었다.

2.
'수식 계산 기록' 도구에서 왼쪽의 수식 리스트와 오른쪽의 세부 정보 표시란 사이에 좌우 분할 splitter를 추가했다. 얘는 폭 비율을 지금처럼 무조건 반반으로만 할 게 아니라 사용자가 customize할 수 있어야 했는데 그게 이제야 가능해졌다. 이 도구가 처음으로 추가된 9.3 이후로 무려 2년 반 만의 일이다.

이 splitter라는 건 이 입력 도구 하나에만 필요한 기능은 아니므로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기본 제공하는 UI 컨트롤 중 하나로 추가되었다.

3.
그 외에도 보조 입력 도구를 제공하는 GUI 엔진 자체에 다음과 같이 기능이 추가되거나 동작이 개선되었다.

  • 이제 리스트박스에서 마우스 휠을 누르면 자동 스크롤까지 가능하다. (문자표, 부수 한자 입력 등)
  • 리스트박스의 테두리 색깔이 약간 더 진해졌다. 운영체제의 실제 컨트롤의 테두리 색깔과 일치시켰다. Windows XP~7 시절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10은 지금까지 미세한 차이가 존재했다. (아래 움짤에서 미묘한 차이를 참고할 것)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존 입력 도구에 적용된 건 없지만, 버튼도 누르고 있는 순간만 이벤트를 보내는 것, 누른 채로 다른 버튼으로 포커스가 이동하는 것(현재 스마트폰 글자판들의 UI) 같은 옵션과 동작을 추가했다. 그리고 split 버튼도 추가했다.

4.
타자연습은 기능이 추가되거나 바뀐 것이 전혀 없고 10.0 시절에 비해 ABI 호환이 깨진 것도 전혀 없지만.. 불가피하게 새 버전이 나오게 됐다. 날개셋 에디트 컨트롤 내부에 1픽셀씩 여백이 추가된 것, 그리고 125% 배율에서도 24픽셀 비트맵 글꼴이 사용되는 것에 맞춰.. 타자연습 역시 내부 컨트롤의 배치가 어긋나게 된 것을 보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래 짤방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로 직전 버전만 해도 바뀐 것이 멀티 모니터 관련 아주 자잘한 패치밖에 없는데 이번에도 아주 자잘한 사항 때문에 업데이트를 하게 됐다. 버전을 올리지는 않고 잠수함 패치만 한 채 프로그램을 다시 올렸다.

5.
편집기에서 삽입/겹침 모드, 그리고 겹침의 경우 낱자/글자 단위 설정은 날개셋 제어판에서 조절하여 저장도 되는 설정에서 제외되었다.
이제 날개셋 편집기는 언제나 삽입 모드에서 실행되며, 낱자/글자 단위는 언제나 글자 단위로 맞춰진다. 그리고 삽입/겹침뿐만 아니라 낱자/글자도 모든 입력 항목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건 날개셋 1.0 첫 버전부터 변함없는 형태이던 것이 더 현실에 맞게 바뀌었다.

6.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내장하고 있는 변환기 유틸리티를 통해 운영체제의 키보드 드라이버(kbd*.dll) 파일도 글쇠배열 내지 입력 설정으로 가져올 수 있다. 다만, 64비트 에디션에서는 64비트 dll만 읽을 수 있고,  32비트 에디션에서는 32비트용 dll만 읽을 수 있다.

64비트 Windows는 키보드 드라이버도 64비트용과 32비트용이 따로 있는데.. 여기서 쓰이는 32비트용 dll, 일명 WOW64용 dll은 순수 32비트 Windows에서 쓰이는 dll과는 구조가 달라서 날개셋 변환기의 32비트 에디션에서도 읽을 수 없었다. 즉, WOW64는 32비트와 64비트 두 에디션에서도 모두 버림받은 것이다.

그러다가 이번 버전에서는 10년 넘게 이어졌던 이 관행에 변화를 줬다. 32비트 에디션에서는 WOW64용 dll도 읽을 수 있게 했다. 물론 요즘 PC에서는 64비트 dll만 쓰면 되니 이게 그렇게 큰 의미를 지닌 변화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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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5 19:35 2020/12/0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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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덕질 근황

1. 용어

  • 철덕: 뭔가 찰떡 같은 근성이 느껴진다.
  • 철렐루야: 첼로 악기 같은 중후함과 VVVF 전동차 가속 구동음이 울려퍼지는 것 같다.
  • 철로역정: 천로역정을 패러디 한 the Celestial Railroad라는 소설이 1843년에 실제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 소설의 한국어 번역판 제목은 저렇게 지으면 완전 딱일 것 같은데 말이다. -_-

2. 행복/쾌락지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기준대로라면, 새마을호 열차에서 Looking for you 들었던 순간은 내 경험상 80~100은 되지 싶다. ^_____^
철도님 사랑합니다.

3. 방언

내가 철도교 믿어서 방언 받은 것의 대표적인 예는...

"고네렛샤와 마모나꾸 동대구 에키니 토차쿠이따시마스. 오오리노사이와 오와스레모노노 고자이마세이요 고요이노우에, 오아시모토니 오오리오츠케테 오오리쿠다사이마세."
"화닝니 청쭈어 워먼 더 리에처. 번쯔리에처 드 칼왕 목포 더 무궁화 하오리에처."


정도다. 단어 단위 분석이 가능한 건 "렛샤 / 리에처".. ㅋㅋㅋㅋ
늘 하는 말이지만.. 은사주의를 체험하고 싶으면 오순절 시즌 때 진작에 끝난 이상한 성령 역사를 쫓아다니지 말고, 그냥 철도교에 입문하면 된다.
아 그런데 새마을호가 몽땅 퇴역하고 없으니, 철도교도 보고 듣는 표적이 언제까지나 있는 건 아니었군..;;

4. 사랑이 없으면 / 철도가 없으면

온몸을 불살라 헌신하고 진리를 전하고 하나님 말씀 전한다 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것처럼 제아무리 화려한 교보재와 기막힌 강의 테크닉을 동원한다 해도.. 지리 역사 교육에 철도가 없으면 아무 소용 없다.

철도가 없던 시절의 역사 교육은 암기 고문이다. 철도의 연계가 없는 지리 역사는 시험만 치고 나면 다 까먹는 죽은 지식 말짱 꽝 울리는 징과 같다.
그래서 내 진정 소원이, 다만 내 비는 말은 철도님을 더욱 사랑합니다. ♥ Looking for you여 영원하라!!

철도 왕국이 임하옵시며,
수도권 순환 전철이 남쪽 수인선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북쪽 교외선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철렐루야~

5. 외국 철덕, 철길 떡볶이

얼마 전엔 유튜브를 돌아다니다가 정말 대단하고 놀라운 외국인 처자를 보게 됐다.

"안녕하세요? 저는 브라질에서 온 서울을 많이 사랑하는 철덕 '비아'라고 해요." (☞ 동영상)


사용자 삽입 이미지

켁, 뭐지 이 사람은..???

  • "저는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뭔가의 유래와 역사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으면 다 읽어 봐요."
  • "Oh my favorite!" 이러면서 카메라 내밀어서 기관차 사진 찍기
  • All trains are beautiful.
  • I love train.

헐.. 정말 진심으로 저러는 거 맞냐..??
저분 얼굴도 예쁘지만 심성은 더 아름답구나~!!!
진심이 아니라 그냥 연기라 해도 완전 사랑스럽다 ㅠㅠㅠㅠ

마익흘 지하철쏭이 나온 지도 벌써 어언 10년이 돼 가는데.. 한국에 인물이 없으니 외국에서 이런 사람도 다 나타난다.
국대 떡볶이에 이어 철길 떡볶이라는 곳도 있었구나~ 꼭 가야겠다.

저분에게 달려가서 Looking for you 복음도 전해주고 싶다. 당신이 좋아한다는 이 코리아라는 나라에서는 한때 이런 음악을 들려주는 열차도 다녔다고 말이다.
저 처자는 한국을 처음 접한 계기는 BTS였을 텐데.. 어쩌다가 철도에까지 관심을 갖게 됐을까? Looking for you를 듣고 나면 BTS는 BTS "따위"쯤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싶다. =_=

요즘 가요계는 내가 알기로 전부 걸그룹 일색이고 걸그룹 멤버들이 대만이나 일본 애들이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그런데 방탄소년은 여자가 아닌 남자 멤버로 어째 저렇게 외국 팬들까지 만들어 오는지도 일면 대단하다.
특히 이 동영상을 보고는 본인도 철길 떡볶이를 직접 찾아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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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역 이북의 경의선 철길 바로 옆에 터를 잡아서 197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거의 45년이 넘게 영업해 왔으며, 지금 지배인 부부가 자녀에게 가게를 물려주면 3대째가 된다고 한다.
자기 건물인 덕분에 임대료가 나가는 게 없어서 그런지, 건물이 있는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음식들 가격은 포장마차급으로 매우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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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떡볶이’는 창업주가 올바르고 건전한 사상의 소유자여서 좋은 곳이라면, 여기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울타리· 펜스 하나 없이 입출고 회송 열차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떡볶이집이어서 아주 좋다.
민통선 안에서 부부가 영업하는 철원 전선 휴게소(메기 매운탕 전문)와도 뭔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충정로 역 근처에는 그렇잖아도 충정 아파트라고 전국에서 제일 오래된 아파트가 있다. 무려 일제 시대, 1932년에 지어졌으니 회현 시민 아파트보다도 짬이 아득히 앞선다. 그것처럼 충정로역 근처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런 떡볶이집도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12/03 08:33 2020/12/0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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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현장 몰카 사진

카메라라는 물건이 발명된 이래로 세상에 많고 많은 몰카가 촬영됐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진귀하고 중요한 몰카 축에 드는 사진은 바로 1944년 8월, 아우슈비츠 수용소 가스실 근처에서 정말 목숨 걸고 몰래 촬영된 이 사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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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나치 독일에 의해 고용되어 학살된 동족들 시체를 치우는 등의 뒷정리를 하던 소극적 부역자.. 일명 존더코만도(Sonderkommando)에 속하는 유대인들의 협조로 도촬됐다.
존더코만도는 식사와 보급은 일반 수용자보다 약간 더 좋게 받았지만, 동족을 적극적으로 괴롭히거나 밀고· 통제하지 않았으며, 용도가 다하면 역시 가스실로 가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카포 같은 급의 악질 끄나풀은 아니었다.

글쎄, 나치 수용소 내부에서 수감자들의 처참한 몰골이라든가 시체더미를 치우는 실제 사진(연출이 아닌)이나 동영상이야 물론 있다. 하지만 그건 연합국이 전쟁에서 이겨서 해당 지역의 수용소가 해방된 뒤에 연합군의 주도로 촬영된 것들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나치 독일에 의해 현업으로 돌아가고 있는 동안에.. 선전용으로 만들어진 관제 어용 기록 말고, 현장 내부의 라이브 사진이 몰래 찍힌 것은 놀랍게도 저게 유일하다고 한다.

삼청교육대에서 웃통 벗고 목봉 체조 열심히 하면서 "저희는 여기서 참교육 받으면서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대본만 읊는 입소자 인터뷰 영상이랑, 거기 내부 음지에서 온갖 끔찍한 가혹행위가 저질러지는 게 몰래 카메라에 찍힌 것은.. 퀄리티가 하늘과 땅만큼이나 서로 다르지 않겠는가?

이 사진들은 주변 배경을 자르고 사람이 나온 부분만 확대하고 보정을 많이 한 것이다. 더구나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촬영자와 카메라의 근처에도 나치 간부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멀리서 줌 당겨서 정말 몰래 급하게 허겁지겁 찍느라 각도와 구도는 엉망이고 초점도 흐리고.. 퀄리티는 열악함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사진이 찍히는 곳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현장감과 섬뜩함이 더 느껴진다. 한 트럭 가득한 시체들을 불태우는 장면, 여성 수용자가 야외에서 나체로 가스실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

마지막 장은 도저히 피치 못할 상황에서 각도를 너무 높게 든 걸 확인도 못 하고 셔터를 누른 바람에, 사람과 건물을 찍지 못하고 하늘과 나무만 찍었다.
찍고 나서 필름은 치약 튜브 안에다 넣어진 채로 폴란드의 레지스탕스에게 무사히 전달됐다고 한다.

2. 승리의 날에 기습 키스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일본이 원자폭탄을 두 방 맞고 무조건 항복했을 때..
저 괴물 같던 일제가 "드디어, 드디어" 항복했고 지긋지긋하던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고 미국 시민들은 기뻐서 난리가 났다.

길거리에 뛰쳐나와서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얼싸안고 춤추고 날뛰었다.
우리나라의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결승 진출..?? 그 분위기쯤은 저리 가라였다.
그 당시 영상 기록을 보면 무슨 미국이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V-J day in Times Square이라는 제목으로 남겨진 이 사진은..
1945년 8월 14일, 길거리에 나와 있던 한 간호사가 근처의 어느 생면부지의 해군 수병에게서 기습 키스(!!)를 당하는 순간이 절묘하게 기자의 카메라에 담긴 것이다. (누군지는 검색해 보면 다 나옴ㅋㅋ)
저 VJ는 비디오자키 따위의 뜻이 당연히 아니고 victory over Japan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지만 저 두 사람은 커플이 아니다.
그러니 평소 같으면.. 특히 요즘 같으면 저런 짓은 영락없이 성추행 성희롱이고, 여자 쪽으로부터 귀싸대기가 날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저 당사자 아가씨는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인데, 그리고 여느 괴한도 아니고 지금까지 조국을 위해 정말 고생했던 군인 아저씨인데" 하는 생각으로 눈 딱 감고 키스를 받아 줬다고 한다. 눈을 감은 채, 저 남자가 누군지 쳐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간호사는 저 사건을 마음속에만 묻어 놓은 채로 훗날 결혼하고 가정을 꾸렸다. 저 간호사가 자신이었다고는 한 1970년대가 돼서야 언론에다 털어놓았다.
하지만 기습 키스를 날린 수병이 누군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그 수병은 어차피 저 아가씨에게만 키스를 날린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_=;;;

Posted by 사무엘

2020/11/30 19:35 2020/11/3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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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로 굴러가는 자동차나 철도 차량이 밟은 대로 나아가지 않고 핸들을 꺾은 대로 정확하게 방향 전환이 되지 않는 상황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1. 바퀴가 헛돎

전근대 시절에 인간이 만들어 낸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가 바퀴라고 한다. 육상 교통수단들은 바퀴가 지면을 구를 때 두 물체 사이에 발생하는 마찰력을 이용해서 움직인다. 굴러가는 바퀴에 밟힌 작은 돌멩이 같은 게 확 튀어오르는 걸 생각하면, 평소에 바퀴가 구르면서 지면에다 전하는 힘이 결코 만만찮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지면과 바퀴의 마찰이 너무 작으면 바퀴만 혼자 헛돌면서 차체는 가속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반대로 제동을 걸어도 바퀴는 멈춰섰지만 차체는 계속 미끄러져 움직일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는 바퀴가 모래나 진창에 파묻혔을 때, 또는 빙판길에서 미끄러질 때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철도는 구름 마찰력이 작아서 동력 효율이 우수한데 그 장점이 이런 데서는 악재가 된다. 기관차가 출력만 높고 충분히 무겁지 않으면 바퀴가 미끄러지거나 헛돌기 쉽다. 철차륜이 고무 타이어처럼 끼이익~ 거리면서 레일에다 스키드마크를 남기지는 않겠지만 저런 현상이 발생하는 건 철도 시설에 절대로 좋지 않다.

8200호대 전기 기관차라든가 과거의 새마을호 전후동력형 디젤 동차는 엔진 출력은 좋은데 험준한 지형에서 저런 공전 현상이 발생하는 게 심각한 문제였다. 그래서 화물용 전기 기관차는 더 무거운 물건으로 따로 만들어졌고, 새마을호 PP는 산악 철도인 중앙· 영동· 태백선에는 투입되지 못하고 퇴역했다.

바퀴로 움직이는 차량은 비행기나 선박과 달리, 닥치고 가볍고 엔진 출력만 높을수록 장땡이 아닌 셈이다.
공항 계류장에서 대형 여객기를 견인하는 토우카 역시 이런 이유로 인해 자체적으로 왕창 무겁게 만들어진다.

2. 조향 중에 미끄러짐

고속 주행 중에 핸들을 급하게 틀면 차가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전복되기 쉽다. 그런데 길이 아주 미끄러운 상태이거나 코너를 도는 동안에도 확 밟아서 가속을 한다면... 차는 전복되기보다는 그렇게 곧이곧대로 돌지를 않고 확 미끄러질 수 있다.

  • 차가 의도한 회전 반경보다 더 크게 돌면서 커브의 바깥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언더스티어라고 한다. (= 핸들을 덜 꺾은 것과 같음)
  • 반대로, 차가 앞부분이 홱 과격하게 돌면서 의도한 회전 반경보다 더 작게 급격하게 도는 것을 오버스티어라고 한다. (= 핸들을 더 꺾은 것과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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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륜구동은 언더스티어 성향이 더 강하며, 후륜구동은 오버스티어 성향이 더 강하다. 마치 추우면 옷을 더 입으면 되지만 더운 건 답이 없듯이.. 오버스티어는 사람이 테크닉으로 제어가 가능한 반면, 언더스티어는 감속 자체 말고는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자동차 매니아 중에서는 후륜구동을 선호하는 사람이 좀 있다. 물론 일반인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굳이 전륜/후륜구동의 스티어링 성향의 차이를 인지할 정도로 과격하게 운전할 일은 없는 게 정상이겠지만 말이다.

전륜구동(FF)은 무거운 전방 엔진이 실린 바퀴가 구동하기 때문에 초반 가속이 미끄러짐 없이 안정적이다. 눈이 쌓인 빙판길에서 전륜이 후륜보다 미끄러짐이 덜하며 훨씬 더 잘 나아간다.
그러나 급가속 때는 관성 때문에 차의 뒷쪽에 무게가 쏠리기 때문에 후륜구동이 더 유리해져서 상황이 좀 바뀐다.

이륜차가 아니라 양쪽 바퀴로 굴러가는 차들은 아무래도 액체(선박)· 기체(비행기) 같은 유체가 아니라 딱딱한 고체 표면 위를 굴러가니 기본적인 안정성은 보장된다. 곧은 길에서 직진 주행만 한다면 딱히 좌우 무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거나 전복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급커브에서 과속을 하면 사고가 나고, 열차의 경우 탈선할 수 있다.

3. 좌우 요동이 갈수록 심해짐

일명 fish tail(피시테일) 내지 sway(스웨이)라고 불리는 위험한 현상을 말한다. 고속 주행 중에 차체의 뒤쪽(= 후륜)이 옆으로 힘이 가해지는 바람에 차가 접지력을 잃고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한다. 그럼 운전자는 당황해서 핸들을 쏠리는 쪽의 반대로 틀고 브레이크도 밟는데, 차는 이번엔 반대쪽으로 더 크게 쏠리기 시작한다. 런닝머신 위에서 장난감 차량을 굴린 예시를 보면 무슨 현상인지 정확하게 이해를 할 수 있다. (☞ 동영상 링크)

요동은 갈수록 커지고 결국 차는 스스로 전복되거나 도로 한쪽(중앙분리대 내지 가드레일)을 들이받게 된다. 주변의 멀쩡히 가던 차와 높은 확률로 충돌도 한다. (☞ 2013년경의 유명한 피시테일 단독 사고 영상) 비행기로 치면 실속에 빠진 것과 비슷해 보인다.

이건 무슨 급발진도 아니면서 발생 원인이 의외로 딱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고 한다. 어떤 자료에서는 오버스티어 성향이 있는 FR 차량에서 주로 나타난다고 하고, 어떤 자료에서는 반대로 FF 차량에서 더 잘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구동륜의 구분 없이 다 나타날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급브레이크를 밟지는 말고 핸들을 침착하게 쏠리는 방향의 반대로 틀면서 오히려 가속을 해 줘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가속이란 관성 때문에 차체가 뒤로 쏠리는 걸 의미하며, 그렇게 해 줘야 뒤에 무게가 실리고 접지력이 그나마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후륜구동 차에서는 더욱 절실히 저렇게 해 줘야겠다.

차가 혼자가 아니라 뒤에 캠핑카 같은 걸 끌고 있으면 고속 주행 중에 이런 요동 현상에 더욱 취약해진다. 후진만 어려운 게 아니라 전진에도 애로사항이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속 및 급핸들 조작을 더욱 삼가고 운전을 조심해야 한다. 일정 무게 이상의 트레일러 차량을 운전하기 위해 특수 면허가 괜히 필요한 게 아니다. (☞ 외국에서 캠핑카를 끌던 차량이 요동치다가 사고 나는 장면)

철도는 조향이란 게 없으니 자동차 같은 수준의 피시테일 현상은 없겠지만.. 그래도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 레일과 바퀴가 꽉 조여진 게 아니기 때문에, 고속 주행 중에는 어쩌다 생긴 좌우 진동이 커지면서 차량이 요동칠 수 있다. 이것을 그 업계 용어로는 사행동(snake motion)이라고 한다. 승차감을 저해하고 레일과 바퀴를 손상시키고 최악의 경우 탈선 사고까지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현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행동이 발생한 채로 굴러가는 철도 차량 대차을 각각 앞에서 본 모습,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Posted by 사무엘

2020/11/28 08:32 2020/11/2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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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로이드 -- 下

이제 우리는 오일러 방정식 말고 다른 방식으로도 사이클로이드의 최단 강하 성질을 유도해 보고자 한다.
이것은 뉴턴 말고 동시대의 다른 천재 과학자이던 요한 베르누이가 최초로 발견했다.

물리 과목이 고전역학과 유체역학, 열역학, 전자기학을 넘어 파동과 입자 파트로 넘어갈 즈음에, 우리는 스넬의 법칙이란 걸 접하게 된다.
빛이 한 매질 속에서 v1이라는 속도로 나아가다가 속도가 다른(v2) 매질로 진입했을 때 잘 알다시피 굴절이 발생하는데.. 그 굴절 각도 사이에

사용자 삽입 이미지

sin θ1 : v1 = sin θ2 : v2

비율이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법칙이다.
물리학이라는 게 딱딱한 물체의 가시적인 움직임만 기술하는 줄 알았는데.. 물 속에 비치는 물체가 실제보다 얕게 보이는 이유와 정확하게 얼마나 얕게 보이는지까지 수식으로 알려준다는 것이 경이롭다. 이건 게임에다 비유하자면 말 그대로 오브젝트들의 운동 역학뿐만 아니라 그래픽 렌더링에까지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뭐, 0도~90도 사이에서 sin x는 x 자체와 별 차이 없을 정도로 단조증가만 하니, 위의 법칙이 아주 특이한 결과를 만들지는 않는다. 빛의 속도가 빠른 곳에서는 각도가 작아지고, 느린 곳에서는 각도가 대체로 커진다. 단지 고각이 될수록 그 정도에는 선형적이지 않은 차이가 발생할 뿐이다.
(낮은 각도에서 x와 sin(x)는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은 단진자 주기의 근사값을 구할 때도 쓰인다. 이에 대해서는 곧 다시 다루어질 것이므로 참고하시라.)

그런데 빛은 애초에 질량이 없는 물건이고 구슬처럼 데구르르 구르지도 않을 텐데 저 법칙이 사이클로이드 내지 최단 강하 곡선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고지대는 매질이 진해서(...;) 빛의 속도가 제일 느리고, 아래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선형적으로 매질의 농도가 옅어져서 빛이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게 빛에게 중력 역할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해, 공기 아니면 물 같은 이산적인 흑백이 아니라, 그러데이션을 생각하면 된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위에서 아래로 빛을 조금이라도 비스듬하게 쏘면.. 빛 역시 단순무식하게 직선 형태로 나아가지 않게 된다.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쭈루룩 휘어지고, 그 궤적이 놀랍게도 사이클로이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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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궤적의 어느 점에서나, 어느 높이에서나 sinθ / v의 값은 일정해야 한다.
출처에 따라서 sinθ / sqrt(h) = C(상수) 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앞서 값을 구한 바와 같이, 속도 v는 sqrt(2*g*y)로, 높이의 제곱근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y축이나 높이 h나 동일한 개념인 것은 다들 아실 테고..

그리고 여기서 각도 θ라는 건 보다시피 y축(세로선) 기준의 값이다. 이를 x축 기준으로 환산하면 90도-θ나 마찬가지이다. 즉, y축 기준 입사각 90도는 x축 기준 0도와 같다는 뜻.. 그러므로 y축 기준으로 sin θ는 우리 입장에서는 cos θ와 같은데..;;

여기서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다.
cosθ는 1/sqrt(tan(θ)^2 + 1) 로 형태를 바꿔치기 할 수 있다! (sinθ^2 + cosθ^2 = 1이니까)
여기서 탄젠트라는 건? 고맙게도 x축 대비 y의 변화량.. dy/dx, 다시 말해 y' 그 자체이다.

그러므로 sinθ/v에서 분자는 1/sqrt(1+y'^2)로 깔끔하게 나왔고, 분모 v에다가는 sqrt(2gy)를 집어넣으면..
이게 곧 미분 방정식

1/( sqrt(2gy)*sqrt(1+ y'^2)) = C

이 나오는데, 이건 앞서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에서 d/dy 안에다 대입해서 집어넣었던 ∂F/∂x'와 같은 형태이다. 그때는 x를 먼저 구했지만 지금은 y를 먼저 구할 뿐... 그리고 그때도 지금처럼 y를 먼저 구하는 식으로 풀 수 있다.

잡다한 상수와 근호를 치우고 식을 정리하면 y(1+y'^2) = C 를 얻는다.
제곱이 좀 압박스럽게 보이긴 하지만, 얘는 dx = dy sqrt( y/(C-y) ) 로 변형 가능하며 이건.. 역시 이전 방식에서 얻었던 x'의 형태와 같다.
그러니 y를 삼각함수의 제곱으로 치환해서 계속 풀어 나가면 된다. 이상..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다른 참고 사이트에서 열람하시기 바란다. (☞ 참고 1, 참고 2)

사이클로이드는 공대 1학년의 기초 필수 코스인 벡터 미적분학 교육과정에서 정말 최고로 적합한 교보재인 것 같다.
스넬의 법칙 덕분에 풀이의 일부가 좀 간소화된 듯한 느낌인데.. 사실 스넬의 법칙도 직접 유도해 보면 물리에 앞서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과 동급의 수학 원리가 이미 깔끔하게 담긴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빛이 속도를 최대화하기 위해 사이클로이드 궤적 형태로 굴절된다니, 이건 우주 로켓 발사와도 동일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공기가 가장 짙고 공기 저항도 극심한 지상에서는 이 구간을 빨리 빠져나가는 게 중요하므로 로켓이 닥치고 수직 상승한다. 하지만 공기가 충분히 옅어지면 이제 수평으로도 속도를 내서 지구 궤도에 진입할 채비를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각 고도별로 수직과 수평 동력을 잘 배분하여 연료를 가장 적게 쓰고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경로를 짜는 건 굉장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여기에도 사이클로이드 궤적이 쓰이는지 궁금하다.

2. 등시 곡선

아이고 힘들다.. 최단 강하 곡선 얘기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네.. 그런데 이게 사이클로이드의 역학적 특성의 끝이 아니다.
얘는 최단 강하 곡선인 동시에 놀랍게도 ‘등시 곡선’이기도 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공을 곡선의 맨 꼭대기에서 굴리든, 밑바닥 근처에서 살살 굴리든, 목적지인 밑바닥에는 동일한 시간 후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공기 저항과 마찰을 무시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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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들으면 같이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단진자의 운동.
학창 시절에 배운 기억으로는 단진자도 각도라든가 추의 무게와 무관하게 왕복 주기가 동일하다. 오로지 실의 길이 l과 중력가속도 g의 영향만 받아서 2π*sqrt(l/g)라는 공식이 나왔었다. (줄 길이의 제곱근에 비례)

그런데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단진자가 그리는 궤적은 사이클로이드가 아니라 그냥 원호이다. 둘이 어떻게 동일할 수가 있지?
관련 자료를 다시 찾아보니, 단진자의 주기는 각도와 완전히 무관한 게 아니었다. 중등 수준에 맞게 난이도 보정을 하느라 θ가 충분히 작아서 sinθ가 θ와 얼추 같다고 “치고” 식을 유도한 것이었다. 원래 미분방정식은 θ'' + sinθ *g/l = 0 이렇게 나오는데, sinθ를 놔두면 미분방정식이 너무 어렵고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언젠가 물리 시간에 뭔가 “sinθ가 θ와 얼추 같다고 치고” 식을 유도하는 걸 접한 기억은 있지만 그게 단진자 주기 공식이었다는 건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sinθ를 살려서 문제를 해석학적으로 정확하게 풀려면 타원 적분이란 걸 동원해야 하며, 최종적인 답이 무한급수의 형태로 튀어나오게 된다. 이런 복잡한 항들이 2π*sqrt(l/g)의 뒤에 덕지덕지 추가적으로 곱해진다. 자세한 것은 타 사이트의 설명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단진자가 이 정도로 까다로운 물건이었다니..;;

그럼 60도짜리 진동과 15도짜리 진동이 일치할 정도가 되려면.. 진자도 원호 궤적이 아니라 사이클로이드 궤적을 따라 움직여야 한다. 사이클로이드는 원 궤적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앞서 설명한 바 있다. 진자의 궤적이 사이클로이드가 되게 바꾸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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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렇게.. 반지름 a/2짜리 원을 굴려서 얻어지는 사이클로이드 모양의 벽을 반반 쪼개서 양 옆에 배치하면 된다. 그러면 아무 지점에서 진동시켜도 사이클로이드 궤적을 그리면서 완벽한 등시 등주기가 실현된다. 얘는 각도와 무관하게 진동 주기에 π*sqrt(l/g) 다음으로 원운동 진자 같은 복잡한 항이 덕지덕지 붙지 않는다. 이것을 첫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호이겐스 진자라고 부른다.

사이클로이드 궤적은 어째서 등시 강하가 보장되며, 저렇게 진자를 진동을 보정하면 어떤 원리로 사이클로이드가 되는 걸까?

우린 임의의 궤적 함수가 주어졌을 때 구슬이 끝까지 다 굴러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구하는 함수 T를 이미 구한 바 있다. 분자는 sqrt(1+f'(x)^2) dx이고, 분모는 sqrt(2*g*f(x))이던 그 식 말이다.
그걸 써먹으면 된다. 얘를 임의의 시작점을 집어넣어서 끝까지 적분을 하더라도 항상 동일한 값이 나온다는 것을 입증하면 등시 강하 특성을 입증할 수 있다.

그런데 사이클로이드는 매개변수 형태로 표현돼 있으므로..
x = r*(θ-sinθ), y = r*(1-cosθ) 로부터
dx/dθ = r*(1-cosθ), dy/dθ = r*sinθ 를 얻는다.
그러므로 dy/dx는 양변을 r로 나눈 sinθ / (1-cosθ)가 된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 식의 분자 부분을 다음과 같이 깔끔하게 dx 대신 dθ로 치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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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분모는? f(x), 아니 y에 해당하는 r*(1-cosθ)만 대입해 주면 되는데...
우리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약간의 변화를 줘야 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최고점인 y=0일 때 속도가 0이었지만, 우리는 y>0이고 더 낮은 임의의 지점에서 가속을 시작하여 구슬을 굴리더라도 끝까지 다 구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동일하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그 임의의 지점을 단순 높이로 나타내건 각도로 나타내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원을 0도에서 180도(pi!) 반원 각도만치 굴려서 사이클로이드 궤적을 굴리는 상황을 설정할 것이므로 각도 표기를 계속 사용할 것이다.
θ0이라는 각도에서 처음으로 공을 굴렸다면 속도가 어떻게 될까?
v = sqrt(2g*(y-y0)) 로부터 sqrt( 2g*r*( cos(θ0) - cos(θ) )) 이 나온다. 각도를 빼는 게 아니라 y축 관점에서 cos 결과값을 빼 주면 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사이클로이드의 y축 매개변수 r*(1-cosθ)에서 1이 cos(θ0)로 바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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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냥 제일 높은 곳에서 처음부터 구른 것이면 θ0는 0도이기 때문에 분자와 분모에서 2a*(1-cosθ)가 통째로 약분되어 없어진다. 적분식은 θ와 무관한 상수가 되며(= 극값), 사이클로이드가 고정된 최단 강하 곡선임이 증명된다.
다음으로 분모의 1을 cos(θ0)이라는 상수로 바꾸고, 얘를 θ0부터 pi까지 정적분한 값도 θ0와 무관하게 고정된 값이 나온다는 것을 입증하면.. 이건 구르는 소요 시간이 θ0의 값과 무관한 등시 곡선임을 추가로 증명할 수 있다.

얘도 다루기가 많이 까다로워 보이지만.. 그래도 끝자락이 삼각함수에서 비교적 취급하기 쉬운 상수인 pi이며, 삼각함수들을 반각/배각 공식을 이용해 제곱으로 치환하면 제곱근 근호를 걷어내고 적분을 그럭저럭 격파할 수 있다.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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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경이롭다. =_=;; 특히 마지막에 arcsin으로 치환되는 적분 부분이 정말 압권이다.
이를 통해 θ0은 싹 사라져 버리고, θ0가 있더라도 그냥 θ0=0일 때와 동일하게 상수 시간이 도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이다. 사이클로이드를 제대로 마스터 하려면 호이겐스 진자의 진동 궤적이 왜 사이클로이드가 되는지도 해석학적으로 유도해야겠지만.. 그건 이 자리에서는 생략하겠다.
아무쪼록 (1) 사이클로이드가 원이나 타원의 호가 아닌 이유, (2) 저게 최단 강하 곡선인 이유, (3) 어느 위치에서건 등시 강하 곡선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면 당신은 대학 나온 훌륭한 이과생 공돌이라고 불릴 자격이 될 것이다.

1600년대 중후반은 갈릴레오와 케플러에 이어 뉴턴, 라이프니츠, 베르누이 같은 사람이 등장하면서 미적분학이 태동하고 고전역학이 전성기를 맞이한 시기였다. 그 옛날 사람들이 사이클로이드라든가 단진자 운동의 특성을 갖고 저런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저 때는 괘종시계가 현역이던 옛날이었기 때문에 단진자 운동을 정확하게 기술하고 등주기를 실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그게 시계의 정확도와 직결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1700년대에 가서는 오일러와 라그랑주가 나오면서 이 바닥은 더 세련된 계산법이 개발되고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0/11/25 08:35 2020/11/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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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로이드 -- 上

이전 글들에서는 현수선 얘기를 하면서 한창 쌍곡선함수 얘기를 늘어놨는데, 이 글에서는 분위기를 바꿔 정통(?) 삼각함수 얘기를 좀 하겠다.
수학에서 다루는 많고 많은 곡선 중에는 “원을 직선 위에서 굴릴 때 그 원에 놓인 정점이 그리는 궤적”이란 게 있다. 이걸 ‘사이클로이드’라고 한다.

반지름 r인 원이 (0, r) 위치에 놓여 있다. 그리고 궤적을 추적하고자 하는 점은 처음에 바닥의 원점 (0, 0)에 있다고 치자.
수학 좌표계는 x의 양의 방향이 오른쪽이고 y의 양의 방향은 위쪽이다. 이 상태로 원이 x의 양의 방향으로 굴러가려면 시계 방향으로 굴러가야 하며, 각도는 처음에 270도에서 시작했다가 줄어들어야 한다. 각도가 늘어나는 방향은 반시계 방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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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cos(3π/2 - θ), sin(3π/2 - θ)+1) 정도 될 텐데..
cos(3π/2 - θ)는 sin(-θ) → -sin(θ)로 간소화시킬 수 있다.
sin(3π/2 - θ)도 -cos(θ)로 간소화시킬 수 있다.

이건 원이 제자리에서만 빙글빙글 도는 상황이다.
실제로 굴러간다는 조건을 추가하면 원은 아주 단순하게 x축의 양의 방향으로 r*θ만치만 이동하게 된다. 원의 전체 둘레는 2πr이고 θ는 각도 겸 원호의 둘레와 정확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이클로이드의 궤적은 ( r*(θ-sinθ), r*(1-cosθ))라고 깔끔하게 나온다. 원이 헛돌지 않고 제대로 굴러가는 이상, 점이 아예 뒤로 후퇴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이클로이드는 원이나 타원의 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실제로는 이와 무관한 별개의 궤적이다. 아래의 그림 비교와 관련 설명을 참고하시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얘는 x와 y의 위치를 매개변수를 통해 제각기 나타낼 때는 식이 저렇게 아주 깔끔하게 구해지는 반면, y=f(x) 꼴의 단순한 양함수로 나타내는 건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롭다. x축이 그냥 sin(t)가 아니라 t-sin(t)인데.. 이게 역함수를 구하기가 몹시 난감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x=g(y)라는 일종의 음함수에 가까운 형태로 나타내는 게 y=f(x)보다는 더 할 만하다. 원이 굴러간 거리에 대한 함수가 아니라 원의 범위 영역에 대한 함수 말이다.
사이클로이드는 이렇게 까다로운 면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이클 궤적의 길이라든가 그 궤적 아래의 면적은 적분을 통해 깔끔하게 떨어지는 형태로 구할 수 있다. 이쪽으로 더 관심 있으신 분은 위키백과 등의 타 사이트를 참고하시라.

이 글에서 현수선 다음으로 사이클로이드를 소개한 이유는 얘도 현수선과 동급으로 역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특성이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1. 최단 강하

먼저, 얘는 일명 ‘최단(최고속) 강하 곡선’이다. 높은 지점에서 낮은 지점으로 공을 굴리는데 무작정 최단 거리인 직선 경사로가 아니라, 사이클로이드를 상하 반전시킨 형태의 경사로를 만드는 게 좋다. 그러면 공이 중력 버프를 받아서 목적지에 더 빨리 도달하게 된다! (지면 마찰과 공기 저항 따위는 모두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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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비행기의 비상 탈출용 미끄럼틀도 직선이 아니라 이런 형태로 만드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무리이겠지만, 그래도 어린이용 미끄럼틀 중에는 이런 과학 고증(?)을 반영하여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흉내 낸 모양인 것도 있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이것도 까놓고 말해 그냥 포물선이라든가, 사분원이나 2차 베지어 곡선, 혹은 아예 역학적인 안정성이 검증돼 있는 현수선이 최단 강하일 수도 있을 텐데 왜 하필 사이클로이드가 당첨인 걸까? 직선보다 아래로 볼록한 모양이어야 하겠다는 건 수긍이 가지만 왜 하필 저 모양이 최적인지는 직관적으로 납득이 잘 안 된다.

먼저 우리는 구슬이 처음 놓여 있는 좌측 최상단 꼭대기가 원점 (0, 0)이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계산의 편의를 위해, y축은 중력이 향하는 방향(=아래)이 +로 증가하는 방향이라고 간주하도록 하겠다. 즉, 통상적인 수학 좌표가 아니라 컴퓨터 화면의 좌표계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구슬은 아래로 굴러가면서 x축과 y축 모두 값이 일관되게 증가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저 사이클로이드 공식도 y축의 부호를 뒤집을 필요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푸는데 매우 중요하게 활용되는 단서는 (1) "역학적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다. 구슬이 직선 경사로를 쫙 구르건 그 어떤 꼬불꼬불한 곡선을 타고 오르내렸건, y축 중력 가속도가 g인 상태에서 y라는 높이만치 내려가 있다면 그 당시에 물체의 속도는 mgy = mv^2 /2를 근거로 v=sqrt(2*g*y)가 된다. 위치 에너지가 그만치 운동 에너지로 바뀌었음을 뜻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x축과는 전혀 무관하다.

이 속도는 xyz 같은 축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단위 시간당 이동량이다. 그 속도를 얻은 상태에서 수평 이동을 한다면 구슬은 공기 저항과 마찰이 없는 한, 영원히 등속 운동을 할 것이다. 상승하면 속도가 점차 느려질 것이고, 하강하면 속도가 붙어서 빨라질 것이다.

여기까지 준비가 완료됐으면 사이클로이드 문제는 크게 두 방법으로 풀 수 있다.
하나는 뉴턴이 터를 닦으시고 오일러-라그랑주가 끝장을 낸 (2) 변분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하드코어한 고전역학의 범주에서 끝을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파동 분야에서 정립된 (3) 스넬의 법칙을 접목하는 것이다. 겉보기로 수식의 압박이 변분법보다는 '약간' 덜할지 모르지만, 그럼 스넬의 법칙은 왜 어째서 성립하는지를 일일이 따지고 든다면 난이도는 비슷하게 안드로메다로 치솟는다.

그럼 변분법 버전부터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다.
통상적인 미분이 함수의 극점을 구해서(= 도함수가 0) 특정 구간에서 함수의 최소/최대값을 구하는 데 쓰인다면, 변분법이란 범함수의 최소/최대값을 구하는 방법론을 말한다.
그럼 범함수란 무엇이냐? 프로그래밍에는 평범한 숫자나 객체가 아니라 함수 자체나 람다를 다른 함수의 인자로 넘겨주는 게 있다. 그것처럼 수학에도 함수를 받아들여서 스칼라 형태의 값을 되돌리는 함수가 있는데, 그걸 범함수(functional)라고 한다. 특정 함수가 특정 구간에서 미분 불가능한 지점의 개수.. 그런 것도 범함수의 일종이 될 수 있다.

변분법을 이용하면 두 점을 잇는 가장 짧은 경로가 직선인 이유처럼 공리 수준의 너무 당연해 보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둘레가 동일한 도형 중에 면적이 최대인 놈이 원의 형태가 되는 이유, 물방울· 비누 방울이나 잠수정이 전부 구형으로 만들어지는 이유(단위 면적당 압력 최소화) 같은 것도 다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유도할 수 있다.

최단 강하 곡선 문제에서 우리가 구해야 하는 것은 길이나 면적 따위가 아니라 "도달 시간"의 최소값이다.
구슬이 위에서 아래로 굴러가는 궤적을 y = f(x)라는 함수로 나타낸다면, a라는 임의의 x축 지점에서 구슬의 진행 속도는 f(a)의 값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속도는 앞서 공식을 구한 바와 같이 전적으로 y축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y축의 값은 x축 대한 함수 f로부터 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2-1) 이 함수를 어째 잘 적분해서 f(x)라는 함수에 대해 구슬이 다 내려갈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속도 함수를 적분해서 구하는 건 보통은 거리이기 때문이다. 시간에 대해 적분하면 끝이다. (예: 시속 100km로 2시간을 달린 거리는 200km)
그런데 반대로 소요 시간을 구하기 위해서는 반대로 함수 궤적의 거리가 주어져 있어야 한다. (예: 시속 100km로 300km를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그래도 이것도 적분이긴 하다.

앞서 sqrt(2*g*y)이라고 값을 구한 속도 v는 거리/시간, 즉 ds/dt라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 ds라는 건 역시 x 변화량 대비 y의 변화량을 거리화한 것이며, y 변화량은 곧 f(x)의 변화량과 같다. 그러므로 이것은 sqrt(1 + f'(x)^2 )로 나타낼 수 있다.
v = ds/dt 에서 sqrt(2*g*f(x)) = sqrt(1 + f'(x)^2 ) / dt 가 되고..
이 관계로부터 dt = sqrt(1 + f'(x)^2 ) / sqrt(2*g*f(x))이 된다.

오.. 그러므로 구슬이 구르는 궤적 함수가 f이고 중력 가속도는 g, 구슬이 다 구른 오른쪽 끝의 x축 지점이 a라 할 때, 구슬이 다 구르는 데 걸리는 시간 T는 다음과 같이 깔끔하게 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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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도달했으면 문제가 반 정도는 해결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a와 g가 고정돼 있을 때 T를 최소화하는 f(x)를 구하면 된다.

1/sqrt(2*g)는 그냥 상수이므로 적분 기호 밖으로 옮겨도 아무 상관 없다. 그리고 범함수에서는 그 정의상 x라는 변수뿐만 아니라 그 x에 대한 함수 f(x)까지 범함수의 parameter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f(x) 대신 그냥 y로 표기하며, 도함수도 f'(x) 대신 dy/dx라고 표기하는 걸 더 일상적으로 보게 된다. 애초에 사이클로이드도 f(x) 대신 x, y축 따로 매개변수 형태로 표기하는 게 더 유리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쓰이는 도구는 바로 (2-2)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이다.
x, y라는 변수가 있고 F가 y, y', x에 대한 범함수라고 하자. 우리가 푸는 문제에서는 x, y는 구슬의 궤적을 나타내며, F는 그 궤적으로 끝까지 구르는 데 걸리는 소요 시간을 구하는 구간 적분이 된다.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에 대해 제일 간단하고 엉성하게 요점만 말하자면, F가 극값(최소 또는 최대)이 나올 때 이들은 다음 등식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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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지 궁금하면 이변수함수의 연쇄법칙을 동원해서 저 식을 직접 유도하면 된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시간과 지면의 부족으로 증명을 생략하겠다. ㄲㄲ)

저 식에서 F에다가는.. 우리가 구한 처음 식 T에서 상수배 항과 dy 적분을 걷어낸 sqrt((1+x'^2)/y), 즉 순간 변화량을 대입한 뒤, 식을 x'에 대해 풀면 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경우, ∂F/∂x가 0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물체의 속도는 x축 위치와는 전혀 무관하고 y축 높이에 의해서만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저 식에서 d/dy (∂F/∂x')도 같이 0이어야만 한다. F를 x'에 대해 편미분한 뒤, 양변에 sqrt(y)를 곱한 결과는 아래와 같이 된다. (x가 어떤 함수인지 정확한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x와 x'는 서로 독립변수로 간주됨) 이 식을 x'에 대해서 정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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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 이제 x'이 구해졌다. 그러면 함수 x는 y에 대해 적분을 해서 구할 수 있긴 하지만.. sqrt(x/(1-x))라는 함수는 부정적분을 호락호락 쉽게 구할 수 있는 놈이 아니다.
쟤를 수월하게 적분하는 방법은 x, y를 다른 변수 형태로 치환하는 것이다. 애초에 사이클로이드는 x, y 궤적을 매개변수 형태로 치환해야 표현하거나 취급하기 용이한 물건이다.

y를 sin(t)^2 / C^2 으로 치환하면 거추장스러운 C가 없어진다. 그리고 근호 안의 식이 sin(t)^2 / cos(t)^2로 바뀌고 근호도 없어져서 식 전체가 tan(t)로 바뀌는 마법이 펼쳐진다.
단, dy도 sin(t)^2의 도함수인 sin(t)*cos(t) dt로 바뀌기 때문에 저 tan(t)에다가 sin(t)와 cos(t)를 곱해 줘야 한다.
tan은 sin/cos이므로 cos는 서로 약분되어 없어지고.. 최종적으로 적분해야 하는 식은 sin(t)^2 dt가 된다.

그리고 sin(x)^2은 삼각함수 덧셈 정리로부터 유도된 반각 공식에 의거하여 (1-cos(2x))/2로 처분 가능하다. 이게 적분하기 훨씬 더 편하다.
사이클로이드를 기술하는데 각도가 t건 2t건 그건 중요하지 않으므로 x축의 궤적은 각도 θ에 대해 C*(θ-sin(θ))가 도출되며, y축은 이미 sin(t)^2의 간소화형인 C*(1-cos(θ))로 답이 나와 있다. 이것으로 유도 끝..

우리는 사이클로이드의 x, y축별 매개변수식에서 아주 중요한 특성을 하나 주목하게 된다. 바로 매개변수 t에 대해서 x축의 궤적 함수는 y축 궤적 함수의 부정적분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y축의 궤적 함수는 x축 궤적 함수의 도함수이다. 애초에 이런 관계였구나..

이것은 사이클로이드를 매개변수가 아닌 양/음함수로만 기술할 때는 간파할 수 없는 특성이다. 그리고 이런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이클로이드의 x, y 궤적은 앞서 제시되었던 미분 방정식을 만족하고 해당 범함수에 대해 오일러 방정식을 충족하고, 최단 강하 곡선 역할까지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이다. 현수선하고 뭔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현수선을 분석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더 어려운 것 같다..;; 현수선이 역학적으로 자연스럽고 안정된 궤적이라면, 사이클로이드는 좀 더 인위적이고 최적화된 듯한 느낌이 드는 궤적이다. 다만, 둘 다 중력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얘는 중력이 작용하는 지표면에서 공을 몇 도로 던졌을 때 제일 멀리 날아가냐 하는 문제와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삼각함수의 반각 공식이 쓰였다는 공통점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이클로이드는 그것보다도 당연히 훨씬 더 복잡하고 난해하다.
글이 이것만으로도 너무 길어졌으니, 최단 강하 증명의 다른 풀이법 등 나머지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하도록 하겠다. =_=;;

Posted by 사무엘

2020/11/22 08:34 2020/11/2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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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기둥에다가 케이블을 연결하고, “그 케이블 아래로 뭔가를 또 늘어뜨려서 하부를 지탱”한다는 개념은 현수교뿐만 아니라 전기 철도에서 전차선을 설치할 때도 쓰인다.
현수선을 영어로는 카테너리(catenary)라고 한다. 이것은 철덕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전기 철도에서 가공전차선(= 제3궤조가 아닌 공중 부설) 방식으로 전깃줄을 매다는 방식들에 온통 저 이름이 붙기 때문이다.

전기 철도는 사용하는 전기 종류에 따라 직류와 교류로 나뉘고, 전차선이 부설된 위치에 따라 제3궤조(아래) 또는 가공전차선(공중)으로 나뉜다. 가공전차선의 경우, 차량 쪽의 집전 장치는 트롤리 폴, 뷔겔, 팬터그래프의 순으로 바뀌어 왔다. 옛날 원시적인 노면전차에서는 전자가 쓰여 왔지만 오늘날 전기 철도 차량의 대세는 팬터그래프이다.

그런 것처럼 공중에다가 전차선을 매다는 방식도 생각보다 매우 다양하다. 어느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건설 비용과 유지 보수 비용, 그리고 심지어 열차의 주행 속도 한계까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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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차선 하나만 대롱대롱 매달아 놓는 건(직접현가식) 형태가 간편하고 건설 비용이 저렴하다. 하지만 전선이란 게 아무래도 축 늘어지는 관계로, 전신주 기둥에 가까운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높이와 장력이 동일하게 유지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런 생짜 방식은 고속 주행을 하지 않는 옛날의 소형 노면전차 수준에서나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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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노면 전차. 차량의 집전 장치인 뷔겔이나 트롤리 폴도 원시적이지만, 전깃줄도 현대의 전기 철도에 비하면 꽤 단순하고 허술하게 매달려 있다.)

(2) 현대의 전기 철도에서는 선의 계층을 하나 더 추가했다. 보조 가선을 양 기둥과 연결해서 늘어뜨린 뒤, 보조 가선의 아래에다 전차선을 매달아 놓는 것이다.
교량으로 치면 현수교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봇대는 주탑이요, 보조 가선은 주케이블, 전차선은 보조 케이블과 이어진 다리 상판에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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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전기 철도 설비는 이 정도가 보통이다. 과거의 노면 전차 시절에 비해 얼마나 복잡한가~!)

이렇게 하면 전차선의 높이와 장력이 훨씬 더 균일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열차가 안정되게 고속 주행을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심플 카테너리, 헤비 카테너리, 트윈-심플 카테너리, 컴파운드 카테너리 등 여러 변종이 존재하는데, 어떤 형태든 핵심은 전차선의 위에 선이 이중으로 깔렸고 이들이 상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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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너리는 전차선 위의 보조선이 축 쳐지는 역할을 대신함으로써 아래의 진짜 전차선을 평평하게 유지하는 방식이다.)

카테너리 방식은 여러 장점 덕분에 고속철까지 커버하는 주류 전차선 형태가 됐다. 단점은 아무래도 터널을 더 높게 만들어야 하고 시설이 더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3) 요즘은 스크린도어 때문에 제대로 보기가 어렵겠지만, 지하철 선로를 눈여겨본 분이라면 지하철의 전차선은 여느 지상 전철만치 선이 치렁치렁 복잡하지 않고 단촐(?)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 지하철은 터널의 단면적을 줄여서 건설비를 절약하기 위해 전차선 한 줄만을 단단 딱딱한 쇠막대기 형태로 만들어서 천장에 매달아 놓는다(강체 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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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의 전차선은 지상 철도의 전차선보다 왠지 군더더기 없고 더 깔끔 단촐하게 생겼다.)

강체 가선 방식은 복잡한 줄들을 여러 겹 주렁주렁 매달아 놓는 게 없어서 공간을 덜 차지하고 깔끔하며, 유지보수 비용도 덜 드는 등 장점이 많다. 자갈 노반 대비 콘크리트 노반의 장점과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유연성이 없는 강체의 특성상 팬터그래프의 높이와 잘 맞게 처음에 건설을 아주 정확하게 잘 해야 하며, 그러고도 고속 주행과는 어울리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얘는 천상 지하철용이다.

일반인에게는 대수롭지 않아 보이겠지만, 강체 전차선을 매다는 방식은 일명 T-bar 아니면 R-bar이라는 두 계열로 나뉘어 있다. T는 1960년대에 일본에서 독자 개발한 방식으로, 구조물이 꼭대기 천장에 달려 있다. 그 반면 R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점진적으로 발전시킨 방식으로, 구조물이 전차선의 옆으로 비스듬하게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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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R-bar, 오른쪽은 T-bar. 복정 역은 코레일 광역전철과 서울 지하철이 지하에서 매우 가깝게 교차하는 환승역이다 보니, 서로 다른 강체 전차선을 쉽게 대조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1974년의 서울 지하철 1호선 때부터 모든 지하철들이 전통적으로 T를 사용해 왔다. R은 1990년대에 최초의 지하철 형태의 광역전철인 과천선과 분당선이 만들어질 때 철도청에서 처음 도입했다. 이때 지하 교류 구간에, VVVF 전동차에, R-bar까지 나름 신기술이 많이 등장한 셈이다.

오늘날 기술적으로는 R이 T보다 더 우수하고 경제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더 높은 솔루션으로 여겨진다. T는 직류 전용인 반면 R은 둘에 모두 대응 가능하다는 차이까지 있다.
하지만 T는 R보다 훨씬 일찍부터 국산화에 성공했고 덕분에 단가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지하철에서는 T가 주류 노릇을 해 왔다. 2010년대에 와서는 R도 국산화에 성공했으니, 앞으로 만들어지는 가공전차선 방식의 지하 철도에는 R-bar를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11/19 19:34 2020/11/1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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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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