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소리들

1. 자동차의 후진 소리

자동차로 후진을 하는데 막 악셀을 밟으면서 사람이 달리는 속도라도 낼 일은 매우 드물 것이다. 공회전 크리핑 속도만으로도 충분하다. 굳이 악셀을 밟는다면 속력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르막을 후진으로 오르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후진으로 가속을 해 보면.. 차의 엔진음이 일반적인 전진 출발 때와는 약간 다른 걸 알 수 있다. 평범한 부우웅에다가 뭔가 '웨에엥~~' 같은 음향이 섞여 있다. 요놈의 정체는 뭘까..?
바퀴에다 동력을 전하는 방향을 반전시키기 위해 덧붙여지는 기어 장치에서 이런 소리가 나는 걸까..? 이 부분은 심지어 자동 변속기도 수동하고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자동차와 달리, 철도 차량은 이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얘는 오로지 선로의 앞뒤로만 움직일 수 있는 1차원 교통수단인 대신, 기관차형이건 동차형이건 전진과 후진 자체는 기술적으로 아무 구분이 없다. 아무 방향으로나 자유자재로 동일한 성능과 속력으로 주행 가능하다.

그 대신 철도 차량도 전· 후진을 막 아무 때나 부담없이 금방 쉽게 전환할 수 있지는 않아 보이는데.. 그리고 자동차도 완전히 정지하지 않았을 때 전· 후진을 함부로 전환하는 게 변속기에 좋지 않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2. 버스의 공기 압축기 소리

버스가 신호에 걸려서 몇 분간 엔진 공회전을 하는 걸 들어 보면.. 소리가 단일 균일하지가 않은 걸 알 수 있다.
처음에는 '까타까타까타까타..' 뭔가 간질이는 듯이 돌아가는 소리가 나다가 기사가 에어 브레이크를 조작해서 '취익~~!' 하고 나면 까타까타 소리가 없어지고 일반적인 웅웅웅웅~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버스건 트럭이건 대형 차량은 소형차와 달리 축축 췩췩 소리를 달고 지내는데, 이건 브레이크가 액이 아닌 압축 공기 기반이기 때문이다. 왜 저렇게 간질거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건 공기 압축기의 동작과 관계가 있긴 해 보인다.

버스나 열차 같은 대형 여객 교통수단들은 문도 자동문인데, 걔들도 압축 공기 기반이다. 그렇기 때문에 열거나 닫힐 때 우리에게 익숙한 취익~ 소리가 난다. 뭐,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옛날에 비해서는 그런 시끄러운 소리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말이다.
평소에 문이 열리지 않도록 문을 꽉 잡고 있는 게 압축 공기인데.. 그 동일한 매체와 동일한 원리가 차량 자체를 서게 하고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키는 용도로도 쓰인다는 게 핵심이다.

그나저나 저 까타까타 소리는 시내버스에서만 유난히 자주 들은 것 같다. 똑같이 멈춰 서 있어도 격이 더 높은 광역/고속버스 같은 데서는 별로 못 들어 봤다.

3.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

전쟁터에서 포탄이나 항공 폭탄이 떨어질 때 '피유우우우웅' 휘파람 소리는.. 그 탄두가 바람을 가르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소리는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그건 영화나 게임에서만 일부러 과장 연출을 위해 넣은 100% 허구의 존재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옛날에, 대략 2차 대전 정도의 시절에는 적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겁을 주기 위해서 쏘는 쪽에서 일부러 그런 음향 장치를 장착하는 게 관행이었다고 한다. "으악 또 공포의 피유유웅 소리!!! 어서 피해!!" 이런 식의 트라우마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은?? 미사일도 요격하는 시대인데 저렇게 친절하게 "나 날아간다" 티를 내는 장치를 포탄에다가 장착하는 일은 없다. 적군은 그냥 어디서 언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포탄을 맞고 비명횡사할 뿐이다.
무기 기술이 발달할수록 옛날처럼 자신을 적에게 가까이 드러내고 노출시키면서 싸우는 건 없어지는 법이다. 군인과 무인의 차이는 갈수록 커진다.

4. 비행기 소리

비행기의 터빈 내지 제트 엔진은 자동차의 왕복 엔진(붕붕붕 털털털)과는 소리가 많이 다르다.
1950년대에 제트기가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는 이것도 굉장히 신기하고 인상적인 요인이었기 때문에 제트기가 쌕쌕이라는 별칭으로 불렸을 정도였다.

육상 교통수단 중에도 탱크는 왕복 엔진이 아닌 가스 터빈의 일종인 터보샤프트 엔진 기반인 경우가 있는데.. 이 때문에 탱크의 엔진 소리도 여느 중장비나 건설 기계의 소리와는 달라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다음으로.. 초음속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하면서 내는 충격파 소리인 소닉붐은 말 그대로 폭음이다. 화약 같은 걸 터뜨리지 않고 물체가 유체 안에서 고속으로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쾅 소리가 난다는 게 신기하다.

육지의 적을 비살상 제압을 할 필요가 있을 때 전투기를 비교적 저공에서 초음속 비행시켜서 이 소리를 들려주는 전술이 쓰인다. 이것만으로도 어지간한 군인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도망치기 때문이다. 이건 대포 소리로도 오인하기에 손색이 없는 엄청난 폭음이다.

5. 나머지

그 밖에 내가 직접 들어 본 적이 없고 정체가 궁금한 소리로는 이런 게 있다.

  • 강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먼저 발생한다는 굉음: "우르르릉~ 쾅" 천둥 소리가 하늘이 아니라 지하에서 지층이 깨지면서 난댄다.
  • 고압 송전선 주변에서 발생한다는 이상한 소리: 따다다다닥, 혹은 웅웅~윙윙윙?? 교류 전기는 혼자 곱게 흘러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면서 주변에 온갖 영향을 끼치는가 보다. 다만, 과격 환경 운동꾼들이 현상을 왜곡· 과장하는 것도 있다.

영화나 게임에서 전기 지지미 무기를 사용할 때, 혹은 누구를 전기 고문할 때 흘러나오는 '지지지직' 소리는 아무래도 왜곡 과장이 좀 있을 것이다. 영화· 게임에서의 총포 소리는 실제 총포 소리보다 반대로 훨씬 더 부드럽게 축소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8/24 08:35 2021/08/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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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

세계사 중에서 중국의 역사는 1음절로 O나라 이런 말이 유난히 많이 나오는 재미있는 분야이다. 은나라 주나라 금나라 요나라.. 특히 요나라 위에는 이불나라가 있다는 개드립이 나돌기도 했다. -_-;;

내가 보기에 중국의 역사는 대략 4개의 큰 구획으로 나뉘는 것 같다.
시즌 1은 춘추 전국 시대에다가 만리장성과 진시황으로 유명한 옛 진나라, 그리고 漢나라 정도까지다.
그 이름도 유명한 삼국지는 시즌1의 끝물 정도가 배경이다. 춘추 전국 시대인 줄 알았는데 거기랑은 다르다.

시즌 2는 진(위진 남북조)-수-당.
바빌론이 니므롯 시절의 왕창 고대 바빌론이 있고 유대인이 포로로 끌려갔던 후대 바빌론도 있듯이..
중국 역사에는 같은 이름의 나라가 나중에 중복 등장하는 게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 정도나 그렇다. 단군조선, 이씨조선.. =_=;;

진나라가 존재감이 컸던지 중국을 뜻하는 Sino-계열 접두사 음운은 여기에서 유래됐을 거라 추정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려-Korea처럼 말이다.

안록산의 난, 사사명의 난은 당나라 후기에 등장한다.
안록산 - 안경서(아들) - 사사명(부하) - 사조의(부하의 아들) -_-;; 의 순으로 죽이고 죽이는 게 되풀이됐던 것은 성경에서 엘라 - 시므리 - 오므리의 순으로 부하가 하극상을 벌이던 북이스라엘 왕 역사와 비슷하기도 하고, 또 "케네디 - 오스왈드 - 잭 루비"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당나라 군대가 왜 어쩌다가 무슨 20세기 초중반의 이탈리아군처럼.. 군기 개 빠진 막장 군대의 대명사가 돼 버렸는지는 지금 다시 생각해도 의문이다. 당나라 당나라 하니까 당나귀가 떠오르는데.. ㄲㄲㄲ 당나귀조차도 '당나라에서 들여온 품질 좋은 나귀'에서 유래된 명칭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시즌 3은 중세-근대라고 할 수 있는 송-원-명-청이다.
대륙은 한족뿐만 아니라 만주족이니 거란족이니 심지어 몽골 민족이니.. 여러 민족이 번갈아가며 차지했던 적이 있다.
캐세이 패시픽 항공.. 이러는 cathay.. 이것도 '거란족'에서 유래된 또 다른 중국 명칭이다.

황건적(한나라 시절에 활약)이랑 홍건적(원나라를 멸망시킴)은 정말 이 정도로 서로 완전히 다른 시대에 출몰했었구나. 까먹고 있었다. ㄲㄲㄲㄲㄲㄲ

강시처럼 땋은 머리에 동그란 모자 쓰고 있는 변발.. 이건 마치 흰 두루마기에 갓 쓴 조선 선비만큼이나 판에 박힌 중국 의상인데.. 당연히 청나라에서 유래된 것이다.
우리 조선은 임진왜란 때까지는 명나라와 동맹도 맺었지만, 얼마 못 가 병자호란 때는 후신인 청나라한테 털렸었다.

마지막으로 시즌 4는 현대에 속하는 통일 중화민국, 그리고 1949년 이래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중공 vs 대만 구도가 되겠다.
소련은 무너지고 나서 러시아로 국호가 완전히 바뀌었지만, 중국은 지금도 국호와 정체성이 동일하다. 그저 경제를 개방했고 한중 수교를 한 덕분에.. 옛날 정도로 날을 세우는 적성국가까지는 아니게 됐기 때문에 중공 대신에 중국이라고 편의상 불러 줄 뿐이다. 중공의 본질은 현재까지도 바뀐 게 없다.

저 많고 많은 나라들을 거치면서 쟤들은 일본처럼 해가 뜨는 동쪽 근원도 아니고, 무려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국'이라는 자뻑 칭호를 스스로 쓸 생각을 언제부터 했나 모르겠다. 서양에서 지중해를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듯이 말이다.

쟤들은 공산당 시절에 전통 문화를 많이 단절시켰다. 현대의 글자(간체자)와 발음 표기(한어병음)는 시즌 1~3시절 것과 호환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용어도.. 옛날 중국어는 중문이라고 부르고, 현대 중국어는 '한어'라고 부른다. 's (~의)가 중문에서는 之이지만 한어에서는 的인 것.. 다들 아실 것이다.

역사가 유구하니 문화재가 많이 전해지기야 하겠지만 아편 전쟁 때 털린 것, 문화대혁명 때 자폭시킨 것=_=;; 장 제스가 망명 떠나면서 싹싹 긁어 간 것도 많다. 오히려 장 제스가 긁어 간 것들이 문혁 때 파괴되지 않고 잘 보존됐을 지경이니..

나도 동심이 있던 시절에는 중국은 대륙의 기상 같은 재미있는 게 많은 동네이고 우리와 같은 일제의 피해자(!!)라는 생각에 호의적인 쪽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독립운동을 도와준 건 대만의 장 제스이지 마오는 1도 기여한 거 없잖아? 오히려 북괴 편만 들었지.

요즘 같은 시국에서는 난 중공의 행패를 놔두고서 반일만 할 생각은 1도, 추호도 없다. 게다가 쟤들은 사실 1970년대 우리나라 유신 독재 시절보다도 더 국민의 자유를 제약하고 온갖 매체들을 검열하고 심한 독재를 하고 있다.
중공은 짝퉁이나 미세먼지, 바이러스 같은 거 말고 제발 선한 것 유익한 걸 갖고 세계에 기여 좀 했으면 좋겠다.

여담으로, china와 japan은 소문자 보통명사로서 각각 도자기, 옻 칠기라는 뜻을 갖고 있다~! korea는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스크래블 게임에서 만들 수 없는 단어이지만, china와 japan은 허용된다.

2. 프랑스의 역사

(1) 일반적으로는 1940년대에 세계의 악역으로 엄청난 깽판을 쳤던 일본과 나치 독일이 많이 부각되는 편이다. 하지만 1800년대 초에는 프랑스도 유럽을 몽땅 전쟁터로 몰아넣었었다. 나폴레옹이 히틀러나 도조 히데키 이상의 전쟁광이어서 말이다.;;;
그는 자신은 군인으로서 전략 전술의 천재였고 타 인종 학살 같은 전쟁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나 많은 자국 젊은이들을 강제로 징집하고 사지로 몰아넣어 죽게 만들었다. 러시아에 쳐들어갔다가 동장군에게 나가떨어진 것조차도 프랑스나 독일이나 똑같았다. 그리고는 나중에 너무 욕심을 부리다가 몰락했다.

(2) 독일이 전간기 때 "우리가 1차 대전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질 리가 없었다. 이게 다 배후에 깔렸던 유대인, 빨갱이, 간첩 같은 놈들 때문이다"라는 인지부조화 합리화에 빠졌던 것처럼.. 프랑스도 과거엔 은근히 그런 감정이 있었다. 20세기 초, 마녀사냥 희생양을 찾는 분위기에서 벌어졌던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드레퓌스 누명 사건이다.
또한, 쟤들도 민족 순수주의 국뽕이 나치 독일(아리안 인종 게르만 민족..) 만만찮게 쩔어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수업" 같은 소설도 지어졌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 보면.. 독일이 아~~무 배경이나 맥락 없이 전적으로 혼자만 망상에 빠져 맛이 간 건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3) 프랑스 혁명 시절의 로베스피에르 아저씨에 대해 읽다 보면 옛날 이탈리아의 수도승 사보라롤라가 강하게 같이 떠오른다.
개인은 아주 금욕적이고 도덕적이고 청렴했는데, 뭔가 지도자로서는 진짜 피도 눈물도 없이 자기 신념을 밀어붙이고 다 때려부시고 죽이다가(?) 결국은 폭발한 민중에 의해 축출되고 처형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사보라롤라는 하드코어 종교인 수도승이었던 반면, 로베스피에르는 그 프랑스 스타일의 계몽주의에 심취해서 오로지 인간의 이성만 따지던 무신론자 내지 이신론자였다는 차이가 있다. 극과 극은 통했던 걸까.

(4) 난 대외적으로 칭송받는 것만치 프랑스 대혁명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그 전 구제도가 정말 조선 말기 같은 X같은 상태이긴 했던 게 사실이지만, 혁명 진행 과정도 마치 6 25 도중의 광기어린 민간인 학살이라든가, 중국 문화 대혁명, 러시아 공산 혁명 같은 냄새가 느껴지는 게 많다. 마리 앙투아네트조차 "빵이 없다고? 그럼 고기를 먹으면 되지?" 이 정도로 막장 개썅년은 아니었다는 건 후대에 밝혀지지 않았던가..??

공포정치 시절에 단두대로 사람 목을 하도, 너무 많이 짤라서 뭐 어찌할 지경이었다~~ 이런 말이 있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네.. 스탈린 뺨치는 수준이었다. 과학자 라부아지에까지도 괜히 브루주아로 몰려서 목이 뎅겅 날아갔던 게 아니다.

(5) 쟤들은 뭘 그렇게 맨날 투쟁을 해대는지.. 프랑스 국가, 공산당 인터내셔널가(!!), 라 미제라블 영화에 나오던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노래.. 세 곡이 다 뭔가 비슷한 심상이 느껴진다.
종교적으로는 유럽에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정도를 골수 가톨릭 국가 3인방으로 칠 수 있겠다. (러시아는 정교회)
다만, 2차 대전 때 프랑스는 연합국이고 이탈리아는 추축국이 돼서 행로가 갈렸다. 스페인은 색깔이 좀 애매한 편..

3. 보너스: 고대 중국의 사상가들

먼 옛날 시즌 1에 속하는 시기인 기원전 5xx~4xx년대엔 중국 대륙에 공자를 비롯해 제자백가 사상가들이 뜬금없이 확 출현했었다. 왜 그랬을까?
더 나아가 인도에서 석가모니의 탄생과 불교의 창시조차도 얼추 이 시기이다.
이건 본인이 생각하기에, 비슷한 시기에 먼저 벌어졌던 남유다 왕국의 멸망과 유대인 바빌론 포로기하고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잠언과 전도서의 전파)

내가 무슨 세계사 고대사 전공자는 아니니 이런 식으로 성경을 세상 지식에다가 끼워맞추는 건 좀 조심해서 최대한 신중하게 언급하려 한다만.. 저 정도면 유의미하게 설득력이 있어 보이긴 한다.
"한자 속에 담긴 창세기" 이런 것도 좀 무리수 어거지가 없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양 양(羊) 자가 아름답다, 의롭다 등의 굉장히 좋은 뜻의 부수로 쓰이는 건 우연이 아니어 보인다. 물론 이런 건 다 심증일 뿐이다~~

4. 보너스: 프랑스와 중국에서 역적의 최후

1757년, 프랑스의 ‘로베르 프랑수아 다미엔’은 행차 중이던 국왕인 루이 15세에게 난입해서 칼을 휘둘려 시해하려다가 실패하고 붙잡혔다.
그는 사형 집행에 앞서, 다리 주리 틀기, 뜨겁게 달군 쇠집게로 꼬집히기, 그렇게 꼬집힌 상처 부위에다가 뜨거운 액체 유황이나 납 들이붓기 같은 끔찍한 고문을 무려 두 달 동안이나 당했다.

공범이나 배후가 없이 단독 범행임이 밝혀진 뒤엔 이 사람도 말의 뒤에다가 팔다리와 목을 연결하고 잡아 당겨서 뽑아 버리기, 즉 거열형으로 처형 당했다. 판결문부터가 깔끔하게 “피고인을 사형에 처한다”가 아니라 “피고인을 …이렇게 죽인다”로 커스텀 맞춤형-_- 처형 방식이 아주 디테일하게 적혀 나왔다.

왕인 루이 15세 당사자조차 “짐이 실제로 죽거나 다친 것도 아닌데 이건 너무 잔인하지 않냐”라고 이의를 제기했을 정도지만, 주변에서 일벌백계를 보여야 된다면서 만류해서 형이 저렇게 집행됐다.

한편, 1864년엔 중국 청나라에서 태평천국 운동이 완전히 진압됐다. 이때는 나라가 태평천국이라는 내란과 아편 전쟁이라는 외환 때문에 대단히 어렵던 시절이었는데..
창시자인 홍 수전이 자살 내지 타살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아들 ‘홍 천귀복’은 도망쳤다가 붙잡혀서 겨우 15세의 나이로 능지형을 당하는 것으로 생을 마감했다.

사실, 도망을 잘 쳤으면 시골에서 자기 정체를 깔끔히 세탁하고 잠적해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고 그런 기회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너무 곱게 자란 금수저였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시피한 코흘리개 응석받이였다. 시골에서 궂은일을 도저히 할 수 있지 않았다.

얘는 태평천국이니 정치니 아무 관심도 없이 평범하게 살고 싶어했고, 고문 도구들을 보고는 무서워서 울면서 자기가 아는 것을 몽땅 다 술술 불었다. 그래서 투옥 기간 동안 딱히 험악한 고문을 당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애비의 죄를 물려받는 바람에 꼬박 하루 동안 산 채로 1000군데가 넘는 칼빵을 당하면서 살점이 파였고, 아파서 울고불고 난리를 치면서 정말 비참하게 죽었다. 아편을 잔뜩 먹이거나 심지어 미리 죽여 버린 뒤에 살을 파내는 자비 같은 것도 없었다.

태평천국은 뭔가 태조의 입맛대로 마개조된 사이비 신정국가를 지향했다는 점, 기존 왕조의 정통성을 계승하지 않은 점, 10수 년 남짓밖에 못 가고 망했다는 점에서는 우리나라의 태봉 궁예와 좀 비슷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원본이 기독교냐 불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다만, 사건이 발생한 시기의 유사성(1800년대), 그리고 관군과 반군 사이에 악에 받쳐서 항복한 포로까지 몽땅 몰살했다는 점에서는 홍 경래의 난과 공통점이 있다고 하겠다.

한편, 중국에서 능지형이 공식적으로 마지막으로 집행된 건 1905년 2월, Fou Tchou-Li (또는 Fu Zhu-Li)라는 죄수라고 한다. 이 사람도 VIP를 살해한 정치범..
이건 서양 선교사가 찍은 사진이 남아 있다. 흑백이 아니라 컬러였다면.. 굉장히 끔찍할 것이다.
저런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인권 천국이 따로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21/08/21 08:35 2021/08/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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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치 독일, 일본 제국, 차우세스쿠의 몰락

1945년 4월 말, 히틀러는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처형 당하고 처참하게 시신 능욕을 당하는 걸 보고는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
자기는 절대로 저렇게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으며, 자살한 자기 시신을 철저히 화장해 없애서 적에게 신원 확인이 안 되게 하라고 부하들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못했으며, 치열 대조를 통해 히틀러의 시신이 확인됨)
무솔리니가 죽은 지 겨우 이틀 뒤에 히틀러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 뒤 1989년 12월 말, 루마니아의 공산 독재자 니콜라 차우세스쿠가 시민 혁명에 의해 축출되고 처형 당했다. 20세기의 독재자 중에서는 그야말로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멍청한 짓을 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이번엔, 이 사건을 접하고는 평소에 켕기던 게 많아서 “우리도 까딱 잘못했다간 이렇게 되는 거 아냐?”라고 와들와들 떨고 당황했던 인간들 중 하나는 북괴 김씨 일가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니 당연히 주민들이고 군인이고 서로 더욱 감시하고 밀고하게 만들고, 그런 비생산적인 짓거리에 세금과 공권력을 더욱 투입하고..
북한은 그야말로 역대급으로 폐쇄적이고 내부에서 항쟁, 혁명, 쿠데타 같은 게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형태로 사회 구조가 더욱 썩고 곪아 버렸다.

영화 “Downfall/몰락”(2004)은 히틀러가 전쟁에서의 패색이 짙어지자 부하들을 탓하며 광분하다가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행적이 잘 묘사되어 있다.
다음으로 “일본 패망 하루 전”(2016)은 역시 항복 열흘쯤 전부터 원자폭탄 두 방 맞은 것 하며, 히로히토 천황은 어린 신민들을 위하야 어엿비 너겨 항복을 결단하는데 밑에서 또라이 같은 장교들이 항명하여 쿠데타를 벌이는 과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일본에서 스스로 ‘일본 패망’ 이딴 식으로 영화 제목을 붙인 건 당연히 절대 아니다.. ㅋㅋ 저건 우리나라 개봉 때 붙은 로컬라이즈된 제목이다.
이 둘은 동양과 서양에서 제각기 2차 세계 대전의 추축국 전범국이었던 두 나라가 말기에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영화들이라 하겠다.
독일의 히틀러는 총통으로서 국가 원수와 군 사령관 역할을 겸한 반면, 일본 천황은 신민들에게 얼굴조차 안 비치는 신이고 밑에 육군과 해군이 제멋대로 놀면서 폭주했다는 차이가 있다.;;

독일이 패망하는 영화가 제목이 Downfall인데.. 일본이 원폭 두 방을 맞고도 끝까지 항복하지 않았을 때 일본을 상대로 시행되려 했던 특급 전면전 작전의 이름도 Downfall이었다.
북괴 정권이 일제나 나치 독일처럼 멸망하지 못하고 김씨 일가가 차우세스쿠 같은 최후를 맞이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2. 중요한 개념 정리

(1) 남한과 북한이 이산가족들의 눈물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서로 왕래를 금지하는 이유는..

  • : 간첩, 공작원들이 지령 받고 와서 불순한 짓을 할까 봐 두려워서
  • : 자기 주민들이 바깥 사정을 알게 되고 자기 체제의 치부도 알게 될까 봐 두려워서

그렇기 때문에 북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고 이념 앞에서 가족도 없고, 남한 체제에 동화되지 않을 정도로 멘탈이 강제 개조된 인간흉기만을 남한에 공작원으로 보낸다.
그리고 반대로 남한에서는 그 어떤 종북분자들도 아예 북으로 가서 눌러앉아 살라는 말은 절~~~대로 안 듣는다. OK???

이게 반박불가인 팩트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어디 반박할 테면 반박해 보셔~)
그러니 이 본질적인 방해 요인을 해소하지 않고서 남북 교류니 협력이니 개방이니 헛짓 하는 건 전부 그냥 돈지랄 정치 쑈 사기극일 뿐이다. 정권이 바뀌거나 국제 정세가 바뀌면 언제라도 파토 날 수 있다.
자유로운 서신 왕래나 전화 통화 하나 없이 무슨 개방이여 미친..

(2) 종북과 좌빨은 엄밀히 말하면 서로 다른 속성이다.

  • 좌빨: 북괴에 대한 호감도나 충성도와는 무관하게 그냥 우리나라 경제 구조를 증세, 공유 위주로 사회주의 공산주의처럼 바꾸고 싶어함. 부자들 증오하면서 자기는 부자가 되고 싶어함.
  • 종북: 우리나라 정치 경제 구도와는 무관하게 그냥 우리나라 정체성을 부정하고 북괴 수뇌에게 충성하고 저쪽에 못 퍼 줘서 안달. 미국/일본 잣대와 중국/북괴 잣대가 심각하게 일관성 없음.

그러니 서로 다르긴 하다. 종북은 아니고 좌빨만 강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둘이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하나만 해당하고 다른 하나가 완전 강경하게 정반대인 사람은 거의 없다. 미사일 아니면 발사체, 간첩 아니면 활동가(!!)라는 차이밖에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3) 오늘날의 북괴는 무슨 스탈린, 레닌이 어떻고 하는 공산주의 집단은 아님.
공산주의 이념보다는 '공산주의자의 수법'만 그대로 계승해서 자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집단이다. 이게 핵심..

3. 현실 직시

(1) 고래잡이를 근절시켜 준 것은 그린피스의 무식 과격한 시위가 아니라 고래기름 대체재의 개발이었다.

(2) 고문과 강압수사를 이만치라도 없앤 건 DNA감식, CCTV 등의 과학수사이지, 민주팔이 데모꾼들의 깽판 시위가 절대 아님.
민주화를 골백 번 한다 해도 고문과 강압수사를 동원해서라도 용의자를 잡아내야 할 강력 범죄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3) 산의 나무를 베지 않아도 되게 하고 벌거숭이 민둥산을 푸르게 지키는 데 절대적으로 기여한 것은.. 무슨 자연 보호 운동 따위가 아니라 화석연료이다(땔감의 역할 대체). 그리고 그 더티한 화석연료조차 쓰지 않아도 되게 해 준 것은 정말 역설적이게도 원자력이다!!

(4) 1940년대의 일제를 굴복시킨 것은 사랑의 원자탄 fat man과 little boy이지, 무슨 아가리 파이팅이나 맨주먹 항쟁 따위가 아니었다.
(아 물론, 일제를 굴복 항복시켰다고 해서 한반도가 100% 자동으로 해방되지는 않을 수 있었고, 일제만 물러난다고 해서 거기가 자동으로 한국인 소유로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었다. 거기부터는 한국인의 독립 운동이 기여한 것도 약간 있음)

(5) 우리나라가 민주주의가 잘 정착한 건 그나마 독재 흉내나 좀 냈다는 대통령들부터가 사실은 민주주의를 적극 추구했으며, 호구에 가깝게 너무 착하고 선량하고 순진해 빠졌던 덕분이다. 세상에 어느 정신나간 바보 등신 독재자가.. 자기더러 물러나라고 시위를 하던 학생들이 다치자 문병을 갔으며, 너희들이 장하다고 칭찬을 했느냐 말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선량하지 않았다면, 제아무리 데모질 좀 해 봤자 옛날의 북한, 중공, 헝가리, 캄보디아처럼, 요즘 미얀마처럼 총칼과 탱크에 진작에 싹 다 진압되고 갈려 나갔을 것이다.

아이고 이런 예가 얼마나 더 있을까? 현실을 좀 똑바로 직시하도록 하자.
현실을 직시할 줄 모르니까 대한민국의 현대사에 오로지 "일제와 독재에 항쟁"밖에 없는 줄 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은 민주 의식 저항 의식이 부족해서 김씨 왕조를 무너뜨리지 못했다느니, 열심히 일하지 않고 게을러서 남한보다 못살게 됐다느니(혹은 미국놈들이 경제 봉쇄를 해서-_-) 같은 개 헛소리가 찍찍 나오는 것이다. 이건 사상과 분별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뜻한다.

4. 사상 단속

본인의 지인 중에는 현역 군 장교도 있고 국· 공립대의 교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보아하니 이분들은 소속의 특성상 개인 SNS에서 정치· 종교 분야의 자기 사상과 견해를 표현하는 것에도 좀 제약을 받는 것 같다. 상부에서 자기들의 SNS 계정까지 모니터링이라도 하는지, 몸을 사리시는 게 느껴진다.

내가 알기로 공무원은 타 영리 활동 겸직(사교육 교사, 대리운전, 알바 등..)이나 노조 설립, 정당 활동 정도가 금지이다. 비영리로는 시인 등단까지도 가능한 걸로 아는데.. 왜 업무 외의 영역인 사생활에 저런 제약이 가해지는지 난 잘 모르겠다.

그리고, 저런 지엽적인 사상 단속은 그리도 꼼꼼히 하면서..
지금 공립 학교에서 어린애들한테 철저하게 정치 이념을, 그것도 매우 해롭고 악하고 불순하고 잘못된 쪽으로 주입해 넣고 있는 전교조 교사들 단속은 교육계에서 제대로 하고 있는가? 난 이에 대해 깊은 회의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교사를 뽑을 때 인성 면접에서 다같이 “김XX 개XX”를 소리내어 복창하고 동의시키든가, 그게 민망하고 남사스러우면 임용 시험에서 필적 확인 문구로라도 저걸 필사시켜야 하지 않나 싶다.
민망하고 남사스럽다고 최소한의 인증을 안 하다 보니 지금은 교육계가 정말 심각한 수준으로 적화됐기 때문이다.

사상이 저쪽으로 불량한 놈들은 사형, 추방, 삼청 교육대, 정신병원 중 하나가 마땅하겠지만, 사정상 그럴 수 없다면 최소한 법조인, 성직자, 정치인, 교육자 같은 직업은 절대로 가질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냥 사기업 월급쟁이나 자영업 장사로 자기 전공 기술만 이용해서 밥벌이를 할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 권위와 영향을 행사하는 직업은 절대로 넘볼 수 없게 해야 한다.

5. 죄책감??

또한 본인은 군인(특히 일개 병사가 아니라 사관생도나 장교)이나 사형 집행관이라는 사람이 자기 직무를 수행하는 와중에 쓸데없이 죄책감 운운하는 게 굉장히 싫고 마음에 안 든다.
그건 의대생이나 현업 의사가 무섭거나 비위 상한다고 해부 실습 내지 수술을 못 하는 것과 비슷한 꼴이다. 그럼 애초에 그 업계로 가질 말았어야지..

사형수한테 밧줄 씌우고 교수대 버튼 누르는 교정직 공무원은 자기 감정이 아니라 불쌍한 피해자 유족을 대변하는 심정으로 일을 해야 한다. 어디 뱃대지가 불러서 갑자기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고 자빠졌는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남북 통일이니 협력이니 하기 전에, 먼저 북한에 올바른 통치 체제를 이식하고 개방을 시키고 서신과 통신 왕래라도 시켜야 된다. 그게 억만 배는 더 중요한 일이다.
인과관계와 우선순위를 이렇게 따지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나?? 이런 게 정치 성향이나 종교관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사항인가..?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비정상인가..?? ㅡ,.ㅡ;;;

내 경험상 필요악을 없애자고 선동하는 놈들은 그놈들이야말로 진짜 절대악이 아닌 적이 없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1/08/18 08:35 2021/08/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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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은 한 달 내내 날씨가 지독하게 더웠다.
본인은 올해의 하계 휴가는 예전의 관행과 달리, 인천· 경기도를 벗어나지 않는 단거리 위주로 산발적으로 다녀왔다. 그리고 새로운 장소를 개척하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기존 장소를 찾아갔다. 코로나19 시국과 개인적인 신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이렇게 움직이게 됐다.

먼저 을왕리 해수욕장에 당일치기로 다녀온 뒤, 다음으로는 양평 계곡에 다녀오고 거기 부근에서 캠핑을 했다. 당초 계획했던 동해 바다를 포기하는 대신, 이걸 황해 바다와 계곡으로 나눠서 퉁친 셈이었다.

방역 때문에 밤에 시원한 바다 코앞에서 텐트 치고 놀지를 못하게 한다니.. 그럼 멀리 동해까지 원정 가는 것의 의미가 없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코로나니 뭐니 해도 이 더위에 어디든 바다는 보고 와야 하니 그냥 가까운 곳을 찾아가게 됐다.

1. 첫째 날: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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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왕리는 3년 전에 다녀 온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이 어디 가지는 않아서 주변 지리가 낯익어 보였다.
그때도 한낮에 찾아가니 물이 다 빠져 있었는데.. 나중에 용유도 일대의 만조· 간조 시간대를 찾아보니 진짜로 오후 2시 반쯤이 물이 제일 없는 시간대였다. 황해에서 물놀이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런 것도 고려를 해야겠다.

그래도 만조 ↔ 간조 사이의 간격이 얼추 6시간이니, 두어 시간 정도 지나자 물이 금방 들어왔다. 한참 멀리 떨어져서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부표들도 금세 물에 잠겼다.
워낙 폭염이 강하고 수심이 얕기도 한지라, 바닷물은 그냥 온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지근했다. 그리고 아래가 내려다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한 흙탕물이었다.

동해는 시종일관 거센 파도가 휘몰아치고 거품 낀 맑은 물이 솟구치는 대신, 바닥도 급격히 깊어져서 물에 얼마 들어가지를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원도건 부산이건 별 구분 없이 말이다.
이런 사소한 것들도 매년 꾸준히 바다에 다녀오니 차이점이 눈에 들어오고 경험과 노하우가 생긴다.;;

여기서는 발 담그고 해변 산책, 식사와 카페 휴식 정도만 했다. 방역을 빌미로 해수욕장이 폐장 상태이고, 샤워장조차 운영하고 있지 않으니 뭘 더 할 수가 없었다.
그럼 발을 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야외 수도꼭지 같은 거라도 있어야지? 그것도 없으면 사람들이 나갈 때 온통 공중 화장실로 몰릴 것이고 세면대 하수구가 모래에 막혀서 배기지를 못할 텐데.. 이미 공중 화장실 세면대는 개판이 돼 있었다.;;;

2. 둘째 날: 계곡

이튿날, 본인이 찾아간 곳은 양평의 모 계곡이었다. 여기도 수 년 전에 교회 수련회 일정에 껴서 친구들과 다녀온 적이 있어서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작년에 굉장히 시원하고 인상이 좋았던 안양 병목안 산림욕장의 계곡, 또는 양주 송추 계곡도 후보에 껴 있었다. 하지만 거기는 연계 관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지라, 이번에도 역시 검증된 피서 휴양 코스인 양평을 선택하게 됐다. 서울을 떠나서 국도 6호선을 따라 한강 경치를 감상하는 건 나를 언제나 들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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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서는 인구 밀도 대비 수량이 부족해서 앉거나 눕는 기동밖에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이 길고 긴 폭염 와중에 이만치라도 맑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 곳, 선풍기와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있는 곳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물이 적은 대신 퀄리티가 바닷물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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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물이 졸졸 흐르는 전용석에 기다랗게 누워서 한 30분이 넘게 컴퓨터 작업을 했다.
그늘 밑에 돗자리 깔고 거기서도 낮잠을 자고 간식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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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저문 뒤에는 계곡을 나와서 근처를 방황하던 중,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어느 공터를 발견했다.
놀이터였던 곳이 방치된 것 같은데.. 차도에서 가깝지만 길에서는 공터 안이 수풀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 은폐 보안성을 자랑(?)했다. 게다가 옆에 정자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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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바로 옆에 흐르거나 화장실· 수도꼭지 같은 것만 근처에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캠핑을 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였다. 여기서 텐트 치고 밤을 보냈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3. 셋째 날: 한강 주변 카페, 두물머리 세미원

계곡에서는 6시간을 채 있지 않았던 반면, 이 캠핑 아지트에서는 자는 시간을 포함해서 무려 12시간 가까이 있었다.
둘째 날까지 물놀이와 캠핑을 했다면 셋째 날엔 두물머리 일대에서 시각 힐링과 관광을 즐겼다. 이런 연계 코스 때문에 계곡에 갈 때도 다른 지역 대신 양평을 선택한 것이었다.
다만, 이 관광지들은 상수원 보호 구역에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관광만 가능하다. 이제 물놀이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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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교회 수련회를 다녀오면서 개척한 적이 있던 카페인데.. 예나 지금이나 주변 경치가 가히 킹왕짱이었다. 날씨도 흐릴 거라는 예보와 달리 쾌청해서 더욱 좋았다. 여기서 제대로 씻고 전자기기들을 충전하고 간식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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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햇볕이 내리쬐고 날씨가 많이 더워져서 야외 활동은 자제할까 생각도 했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근처의 '세미원'이라는 곳을 가 봤다.
'평범한 연꽃 공원처럼 보이는데 무슨 입장료까지 받나, 옆에 있는 두물머리 공원과 차이가 뭐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들어갔지만 생각이 곧 바뀌었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시설이 정말 잘 꾸며져 있고 볼거리가 많았다.

특히 저 사진에서 보다시피, 입구에서부터 울창한 나무들 아래로 물이 졸졸 흐르는 징검다리길이 있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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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는 이렇게 커다란 연꽃들이 가득했다. 꽃이 피었다가 시든 자리는 무슨 샤워기 같은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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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도 이렇게 잘 꾸며진 공원과 연못이 아주 넓게 갖춰져 있었다. 그저 풀숲뿐인 두물머리 공원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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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하늘과 강이 참 예뻐서 한 컷 찍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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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원에서도 다리를 통해 이웃집인 두물머리 공원으로 갈 수 있었다. 단, 두물머리에서 세미원으로 재입장을 하기 위해서는 티켓을 잘 간수하고 있어야 한다.
뙤약볕 아래에서 긴 거리를 걸어 다니느라 다리가 아프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돌아다닐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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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돌아오면서 강북이 아니라 강남에서 강북 쪽을 바라보며 찍은 한강 경치이다.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이상이다. 본인은 이렇게 이번 휴가철엔 바다(3) - 계곡 개울(1) - 큰 강(2)의 순으로 답사를 하고 돌아왔다.
각 장소별로 물놀이는 바다(2 발만..) - 계곡 개울(3 제일 많이) - 큰 강(1 전혀 못 함)의 순으로 했다.
사진은 바다(1 별로) - 계곡 개울(2 조금) - 큰 강(3 제일 많이) 이런 순으로 많이 남겼다.

Posted by 사무엘

2021/08/15 08:34 2021/08/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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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코드를 읽으면서 신기하게 느꼈던 점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요즘 C++은 변해도 너무 많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뭔가 다른 언어에 있던 기능이 비슷한 형태로 그대로 도입되는 편이다.

1. final과 override

본인은 C++에 클래스에 뭔가 제약을 가하는 기능이 부족한 편이라고 볼멘소리를 늘어놓아 왔다. 어떤 클래스가 더 상속이 되지 않게 하기, 이 함수가 더 오버라이딩이 되지 않게 하기, 대입이나 복제가 되지 않게 하기 등...
하긴, 이런 불평은 나만 하는 게 아니며, 오히려 나보다 더 깐깐한 불편러 PL 순수주의 성향인 사람도 많다.

함수 차원에서 제약을 가하는 것은 요즘 C++에서는 = delete 문법이 생겨서 불편이 많이 해소됐다.
그런데 이것 말고도 C++에 final과 override라는 조건부 키워드도 드디어 추가되었다니 참 놀랍다.

class Parent final { }

요렇게 해 주면 Parent를 기반으로 삼는 파생 클래스를 만들 수 없다. class Child: public Parent {} 이런 걸 시도하면 에러가 난다.
한편,

class Parent {
public:
    virtual void foo() {}
};
class Child: public Parent {
public:
    void foo() override {}
};

여기서 override는 Child의 foo가 기반 클래스의 foo를 재정의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 표기는 당연히 전적으로 optional이기 때문에 하든 안 하든 컴파일러의 코드 생성과 프로그램의 실행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단지, 기반 클래스에 저런 함수가 없는데도 파생 클래스의 함수에 override가 선언돼 있다면 컴파일러는 에러를 찍어 준다. 그러므로 저걸 집어넣으면 내가 함수의 스펠링이나 매개변수를 실수로 잘못 넣었는지 여부를 곧장 알 수 있다.
그리고..

void foo() final;

final을 집어넣으면 짐작하다시피 이 함수는 파생 클래스에서 오버라이딩을 할 수 없게 된다. override와 final을 동시에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멤버 함수의 선언 뒤에다가 뭔가 속성을 지정한다는 점에서 const와 비슷해 보인다. 허나, 다시 말하지만 얘들은 전적으로 컴파일 때의 편의를 제공하는 hint일 뿐이다. 코드의 생성 방식이나 심지어 명칭의 decoration에도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const는 이거 지정 여부로 함수 오버로딩을 가능하게 하는 변별 요인이지만 override와 final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클래스 안에 함수의 선언부에다가만 지정하고 함수의 몸체 정의에다가는 생략도 가능하다. const는 그렇지 않다.

2. [[??]] 속성 지정자

함수의 선언에서 리턴 타입보다도 먼저 맨앞에 붙어 있는 [[nodiscard]] 이런 문구가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찾아 봤는데..
이 함수의 리턴값을 무시하지 않게 하는 자잘한 속성 지정자였다. 이 함수는 호출만 하고 리턴값을 무시하는 경우, 호출하는 쪽의 코드에다가 경고를 날리게 된다.

&를 두 개 써서 R-value 참조자라는 걸 추가했듯이, 여는 대괄호도 2개를 써서 저런 새로운 문법을 만든 것이다.
nodiscard 말고도 컴파일러의 최적화 전략에 단서를 제공하는 속성이 몇 가지 더 존재하며, C++ 언어의 버전이 올라가면서 아이템들이 추가되곤 했다.

함수의 선언에는 함수의 이름, 리턴 타입, 그리고 인자들 목록과 타입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사이에 calling convention 지정부터 시작해서 갖가지 추가적인 정보와 단서들을 지정하는 문법이 야금야금 도입돼 왔다.

extern "C"도 있고, 그리고 Visual C++이 전통적으로 사용한 방법은 __declspec(????)이다.
특히 deprecated는 [[]]와 __declspec()에 모두 존재해서 이제 기능이 완벽하게 겹치는 것 같다. 자기들이 필요하니까 마소에서 먼저 deprecated API를 지정하는 속성을 비표준 방식으로 추가했는데 그게 이제야 표준에도 도입된 셈이다.

그런데 C/C++은 태생적으로 함수를 선언할 때 function이나 그에 준하는 별도의 키워드를 두지 않았고, "리턴값 함수명(인자)"라는 문법 형태만으로 함수를 선언 및 정의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러다 보니 그 사이에다 추가적인 정보를 집어넣는 문법이 좀 지저분해진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관점에 따라서는 아까 저 final, override 같은 힌트 속성도 [[]] 형태로 일관되게 넣을 수도 있어 보이지 않는가?

이런 부가 정보들을.. 단순히 경고만으로 끝나는 것, 컴파일 가능 여부에 영향을 주는 것(final), 코드의 생성 방식에 영향을 주는 것(호출 규약), 최적화 방식에 영향을 주는 것, C++ name mangling에 포함되는 것(const) 등으로 한데 분류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3. Variadic macro

요즘 C/C++에서는 #define 매크로 함수도 마지막 인자에다가 ...를 줘서 가변 인자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이게 없던 옛날에는 가변 인자를 받는 함수를 매크로 함수로 간단하게 치환할 수 없어서 그냥 이름만 치환하는 매크로 상수를 써야 했다. 그리고 매크로 상수로는 가변 인자의 앞에다가 추가적인 인자를 삽입해서 다른 함수를 호출하는 식의 응용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가능해졌다.

물론 가변 인자라는 건 근본적으로 C++의 이념과 그닥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다. C++이 자체 제공하는 함수 오버로딩이나 default argument와 충돌하기 쉬우며, type-safety와 객체지향(특히 임시 객체에 대한 생성자/소멸자) 처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니 가변 인자로 주고받는 건 반드시 정수나 포인터 같은 단순 POD로 한정돼야 한다.

C++과 어울리는 물건이 아니다 보니 얘는 auto니 템플릿이니 하는 쪽에 관심이 온통 쏠려 있는 modern C++의 산물이 아니다. C99에서 맨 처음 도입됐던 것을 C++11이 나중에 같이 받아들인 것이다.
애초에 #define 전처리기도 C++보다는 꽤 C스러운 물건이다. 거기에 또 다른 C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이 잘 결합한 것 같다.

전처리기에는 ##이라는 연산자가 있어서 기존 명칭의 스펠링에다가 뭘 앞뒤로 붙여서 새로운 명칭을 만들게 해 준다.
그것처럼 가변 인자 매크로의 내부에는 가변 인자들 묶음을 한꺼번에 나타내는 __VA_ARGS__라는 특수한 매크로 상수가 정의되어서 사용 가능하다. 가변 인자 지원을 위해서 언어 문법이 확장이라면 확장된 셈이다.

사실, 이게 문법도 변형이 존재한다..

#define my_printf(a, ...)   printf(a, __VA_ARGS__) //A형
#define my_printf(a, args...)   printf(a, ##args ) //B형

지금은 A형이 표준인데 GNU C에서는 B형도 존재했는가 보다. Visual C++에서는 B형은 지원되지 않는다.

요즘 가변 인자가 활발하게 쓰이는 분야 중 하나는 printf 가변 인자 스타일로 문자열을 포매팅하는 디버그 로그 쪽일 것이다.
개발자가 잠깐 보고 마는 정보이니 문자열까지 쓸 것도 없이 간단히 char buff[256]으로 때워도 무관할 것이고 굳이 C++ string이나 stream을 쓸 필요가 없다. 더구나 이거야말로 디버그 빌드 여부냐에 따라 각종 조건부 컴파일과 전처리기 치환이 절실히 필요한 분야이니.. 가변 인자 매크로는 생각보다 개발 명분과 정당성이 풍부해 보인다.

추신:
글을 다 써 놓고 나중에 알고 보니 C++도 variadic macro와 비슷한 개념이 더 괴물 같은 형태로 템플릿에 이미 도입되었다.;; 이름하여 variadic template. template<typename... T> void foo(T.. args) {} 이러면 args가 __VA_ARGS__와 얼추 비슷한 argument pack 역할을 하게 된다.
이것 말고도 온갖 복잡한 용법이 많다. 이거 예시를 보이기 위해서 C++ 코드에다가 굳이 printf를 호출하려고 애쓰는 걸 보니 뭔가 느낌이 짠하다.

4. 현재의 함수 이름을 나타내는 매크로 상수

ANSI C에는 디버깅을 위해 __FILE__, __LINE__처럼 현재 컴파일 되는 파일 이름과 줄 번호로 유동적으로 치환되는 표준 매크로가 정의되어 있다. 이런 게 디버그 로그 내지 assert failure 매크로에서 즐겨 쓰인다.

그런데 현업에서는 이 뿐만 아니라 현재의 코드가 소속되어 있는 함수 이름 문자열을 나타내는 매크로도 쓰인다.
ANSI C 급의 원조 표준은 아니지만 #pragma once나 __super처럼 업계에서 오랫동안 사실상의 표준이나 마찬가지였던 물건이 있는데.. 바로 __func__이다.

얘는 C++11에서는 결국 정식 표준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C++ 문법과 관계 있는 물건은 아니니 가변 인자 매크로처럼 C99에서 먼저 도입됐던 것이 추후 수용된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__FUNCTION__이라는 바리에이션도 __func__과 동일한 역할을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1/08/12 08:33 2021/08/1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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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군대 관련

지난 2011년에 해병대가 총기 난사와 여객기 오인 사격 사건 때문에 욕 먹고 구설수에 올랐다면, 2014년은 육군 전방 부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와 가혹행위 살인 사건 때문에 난리가 났었다(22사단 임 병장, 28사단 윤 일병). 둘 다 지금으로서는 제법 먼 과거의 일이 됐지만 말이다.

그런데 저 2014년에는 친구들과 함께 승용차로 군 입대 이동 중이던 일행에 의한 고속도로 교통사고가 두 건이나 발생하기도 했다. 차는 아마 렌트한 거지 싶은데, 둘 다..

  • 승용차에는 사람이 빈틈 없이 꽉 타고 있었고,
  • 갓길에 정차 중이던 대형 트럭을 들이받았으며,
  • 탑승자 중에 사망자가 발생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5월엔 의정부 306 보충대로 가던 차량이 저렇게 사고가 나는 바람에 탑승자 6명 중 2명이 사망했다. 군 입대 당사자는 중상을 입어서 보충대 대신 병원으로 가게 됐다. (참고로 306 보충대는 2014년 말에 폐지되어 없어짐)

그 뒤 10월 28일에는 아마도 논산 입소대대로 가는 중이던 차량이 호남 고속도로 거의 같은 사고를 냈다. 차가 완전히 박살 나면서 운전자, 입대 당사자를 포함한 5명의 청년들이 전원 사망하고 말았다.

어휴~ 이러니 자동차 보험이 26세 이하는 보험료가 왕창 비싼 것이지 싶다.;;
군대와 관련하여 제일 어이없고 안습하고 안타까운 교통사고는 2018년 12월 말, 화천에서 군 복무 중이던 아들을 면회 후 귀가하던 차량이 산길에서 전신주와 나무를 들이받고 수로로 굴러 버린 사고이지 싶다.

더 큰 차량과 부딪친 것도 아닌 단독 사고이고 무슨 수십 m 아래의 절벽으로 떨어진 것도 아니고, 운전자는 음주나 졸음 정황도 없었는데.. 탑승자들은 운전자인 부친을 제외하면 모두 여성이었고(모친, 누이 둘, 여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던 것 같다.
차가 구르는 동안 운전자를 제외한 4명 전원이 차 밖으로 튕겨 나가고 ‘사망’했다..;;

그 아들은 그 당시 즉시 위로 휴가, 청원 휴가를 잔뜩 받긴 했다고 전해지는데.. 일가족이 몰살당한 군인한텐 휴가 정도가 아니라 아니라 아예 의병/의가사 제대라도 시켜 줘야 하지 않을까?
운전자도 2016년 부산 싼타페 급발진 당사자와 동일한 트라우마에 평생 시달릴 것 같다. 저 사고도 일가족 4인 몰살에 운전자만 살아남은 비극이었으니..

갑툭튀 한 짐승 같은 걸 피하려고 핸들을 꺾다가 이런 참극이 벌어진 건지? 나로서는 이 정도 추측밖에 못 하겠다.
저기가 무슨 시속 100 이상으로 밟을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주변 현장을 봐도 길을 좀 이탈해서 사고가 나 봤자 단독으로는 사람이 죽을 정도는 절대 아니었을 것 같은데.. 탑승자들이 운이 지독하게 나빴던 것 같다. 그래, 과거에 이런 일도 있었다.

2. 안전벨트

탤런트 석 광렬과 조 문정. (전자는 모르겠고 후자는 대우 전자 “탱크주의 제품이거든요. 저희가 노력할수록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잖아요?” 그 멘트를 날렸던 여성 연구원을 연기한 배우...;; )
각각 1968년, 1970년생인 비슷한 연배인데, 모두 1994년에 자가용 교통사고로 겨우 20대 중반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그 사고라는 게 음주도 아니고, 고속도로에서 한 150 넘게 밟다가 박은 것도 아니고, 중앙선 침범 정면충돌이나 화재나 추락이나 대형차 사이에 끼인 것도 아니고..
둘 다 그냥 미끄러져서 혼자 주변 구조물을 들이받은 ‘단독사고’에 지나지 않았다.

요즘 차량이라면 일단 ABS가 무조건 필수가 됐으니 저런 사고 자체가 안 나거나 사고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고, 거기에다 에어백과 안전벨트의 도움을 받았다면 겨우 저 정도 사고로 운전자가 죽기까지 할 가능성은 0으로 쫙 수렴했을 것이다.

허나, 25년 전에 그랜저급이 아닌 승용차였으니(각각 스쿠프, 액센트) ABS와 에어백은 없다 치고.. 거기에다 두 분 다 벨트를 안 했지 싶다. 그래서 충돌과 함께 어디 심하게 부딪치고 튕겨나가고 그 결과가 각각 뇌사와 즉사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니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3. 대인 역과 사고

교통사고 중에는 차와 차끼리 부딪히는 것 말고 차와 보행자가 부딪히는 것도 있다. 이런 사고는 대물 보상을 할 것은 별로 없을지 모르지만, 저속에서도 사람이 죽거나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차 vs 차 사고보다 훨씬 더 높다.
특히, 사람이 죽을 정도로 차가 과속을 한 게 절대 아니었는데 피해자가 현장 즉사 급으로 죽었다면.. 그건 피해자가 내던져지고 튕겨나갔기 때문이 아니다. 그 자리에서 넘어져서 차 바퀴에 깔리고 짓이겨졌기 때문이다.

(1) 2016년 11월, 서울 도봉 운전 면허 시험장에서는 한 응시생이 앞의 출발 신호만 보고 출발했다가 앞에 불쑥 걸어 들어오던 다른 응시생을 보지 못하고 살짝 쳤다. 가해 응시생은 너무 놀라서 허둥대다가 또 악셀을 밟아 버렸고, 피해자는 바퀴에 깔려서 즉사했다. 이건 군대 사격장에서 사람이 아무 통제 없이 총구 앞을 서성거리다가 오발 사고가 난 거나 마찬가지인 비극이었다.

(2) 2021년 1월, 그 유명한 파주 시내버스 롱패딩 문 끼임 사고도 피해자가 결국은 질질 끌려가다가 신체가 버스 뒷바퀴에 깔리는 바람에 즉사했다. 보아하니 피해자는 내릴 때 카드 태그를 깜빡해서 팔만 황급히 차내로 도로 집어넣다가 변을 당한 것 같다.

(3) 그리고 2021년 5월, 승용차가 좌회전 하다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어느 모녀를 친 사고도.. 애엄마는 바퀴에 깔리는 바람에 현장에서 즉사했다. 저런 곳에서는 그렇잖아도 A필러에 가려지고 못 봐서 사람을 치는 사고를 내기 쉬운데.. 운전자가 말 그대로 눈깔이 썩어-_- 있는 상태에서 운전을 강행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여론은 어지간한 음주운전 대인 사고 급으로 크게 분노했다.

4. 나머지

(1) 뒤집힌 채로 머리부터 아래로 떨어짐

  •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 사고 때 교각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가 아래로 추락한 시내버스는 탑승객 31명 중 운전사 포함한 29명이 모두 사망했다.
  • 2010년 7월 일명 인천대교 김여사 사고.. 공항 리무진이 사고 차량을 피하려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뒤집힌 채로 아래로 추락해서 승객 24명 중 12명 사망했다.

(2) 큰 차의 아래로 쏙 들어감. 엔진룸이 아니라 A필러 쪽만 그대로 충격을 받고 승객 탑승 공간이 짜부러진다. 탑승자 몰살을 면하기 어려움.

  • 아까 언급했던 2014년 10월자 군 입대 친구 배웅 사고. 커브를 잘못 돌아서 갓길에 세워졌던 작업용 트럭을 그대로 들이받음.. 입대자 당사자를 포함한 5인 전원 사망.
  • 역시 아까 언급했던 2016년 8월, 부산 싼타페 급발진 사고. 계속 피하다가 결국 대형 트레일러의 뒤꽁무니를 들이받는 바람에 운전자 제외한 나머지 탑승자 4인 사망.

(3) 반대로 큰 차가 승용차를 들이받거나 심지어 올라타 버려도..

  • 2009년 4월, 서울 우이동 교차로에서 공차회송 중이던 관광버스가 긴 내리막에서 브레이크가 고장나서 앞에 서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추돌하고 밟고 올라감. 마침 차 한 대에 정원 초과 탑승하여 계모임 장소 이동 중이던 성인 여성 7인 전원 사망.
  • 2016년 7월, 영동 고속도로 봉평터널 인근 연쇄 추돌 사고.. 졸음운전을 하던 관광버스가 앞의 렌터카 승용차를 시속 100km 남짓한 속도로 그대로 추돌. 운전자 제외한 탑승자 4인 사망.
  • 2017년 7월, 경부 고속도로 양재IC 인근에서 M 광역버스가 역시 졸음운전으로 앞의 승용차 추돌하여 탑승자 2인 전원 사망.

(4) 작은 차가 큰 차의 앞뒤로 끼임

  • 2013년 12월, 경부 고속도로 하행선 경주-울산 부근의 정체 구간에서 벽돌을 가득 실은 25톤 트럭이 앞의 아반떼 승용차를 추돌함. 승용차는 앞의 25톤 탱크로리와 뒤의 트럭 사이에 끼여서 완전히 구겨지고 아작남. 승용차엔 마침 두 집의 어머니와 각각의 아이들 둘.. 총 6명이 타고 있었는데 이 사고로 전원 사망..
  • 2016년 5월, 남해 고속도로 터널 9중 추돌 사고. 모닝 승용차 하나가 대열 운행 중이던 버스 두 대 사이에 앞뒤로 끼여서 탑승자 4명이 전원 사망했다.

(5) 승용차는 뒤에 연료탱크가 있다. 뒤를 세게 추돌 당하면 낮지 않은 확률로 불이 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하필 전부 다 음주운전 사고들이네..

  • 2012년 6월 새벽, 음주운전 승용차가 앞에 멀쩡히 잘 가고 있던 승용차를 시속 180km 속도로 추돌.. 앞차는 화재가 발생해서 공항 직원 일가족 4명이 전원 사망했다.
  • 2015년 2월 새벽, 구미에서도 음주운전 차량이 앞의 경승용차를 엄청난 과속 상태로 추돌.. 앞차는 불이 나서 탑승자 4명이 전원 사망했다.
  • 그리고.. 다음과 같이 안타깝고 암을 유발하는 사례가 또 있었다.

5. 고속도로 1차로에서 2차 사고 + 차량 전소 + 여성 운전자 사망

(1) 지난 2021년 1월 4일 밤 11시 무렵, 경부 고속도로 상행선 판교IC 부근에서,

  • 어떤 30대 여성 운전자가 칼치기 차량 때문에 놀라 피하다가 핸들을 잘못 꺾고.. 1차로의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단독사고 냄.
  • 그래서 멈춰 서 버렸는데.. 얼마 후 뒤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맹렬한 속도로 역시 1차로를 달리다가 저 차를 들이받음. (심야이기 때문에 버스 전용차로가 시행 중이지는 않음. 승용차도 1차로 주행 가능)
  • 차에 불 나고 여성 운전자 사망.

(2) 2020년 7월 22일 밤 10시 45분쯤, 제3경인 고속화도로 고잔TG 부근에서,

  • 1차로를 달리던 차량 A가 앞차 B를 살짝 추돌해서 사고 처리 때문에 둘 다 멈춰 섬.
  • 그런데 이때 20대 여대생 두 명이 탔던 차량C는 1차로를 달리다가 얘들을 발견하고 간신히 멈춰 섬.
  • C는 슬슬 차로를 바꿔서 다시 출발하려 했는데.. 1차로에서 차량D가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다가 저 차를 추돌. 차량C는 불이 나서 전소하고.. 탑승해 있던 여대생 두 명은 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

(2)의 경우, A와 B 일행은 트렁크 개방이나 삼각대 같은 안전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았다.
게다가 가해자 B는 음주 사실이 들통나지 않으려고.. 여느 사설 바가지 견인차가 아니라 도로 관리 시설에서 안전을 위해 사고 차량을 무료로 밖으로 견인해 주겠다는데도 거절하고, 30분이 넘게 1차로에서 시간 끌며 차 안에서 버티고 있었다. 명목상 자기 보험사의 견인차를 기다린 거라고는 하는데..

요컨대 (1)은 들이받은 차가 음주였고, (2)는 차를 멈춰서게 만든 민폐 당사자가 음주였다. 들이받은 가해자 당사자의 죄질은 그냥 평범한 전방주시 태만과 과속이었다. 그런데 피해는 정말로 된통 당했어야 할 B가 아니라 애매한 C가 고스란히 뒤집어쓴 것이다.;;
괘씸하긴 하지만 그래도 음주운전자가 C 차량 탑승자를 직접 죽인 건 아니어서 인과관계를 따지기가 참 난감하다.

상황이 이러니.. 일반 도로에서는 지방 경찰청이 (1) 신호와 (2) 과속만 죽어라고 단속하고, 고속도로에서는 신호 걱정은 딱히 안 해도 되니 (1) 졸음운전과 (2) 2차 사고를 예방하려고 애쓰는 듯하다.
마치 강의 수위를 올리는 것은 폭우와 댐 방류이지만 바다의 수위를 올리는 것은 지진이나 달 인력인 것처럼.. 두 도로는 운용되는 성격에 차이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1/08/09 08:35 2021/08/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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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현실의 차이

(1) 사람이 주먹질이나 몸통박치기를 해서 와장창 깨지는 유리창, 머리 박치기를 해서 깨지는 맥주병은 진짜 유리가 전혀 아니다. 훨씬 더 잘 깨지고 인체에 위험하지도 않은 슈가글래스 같은 다른 소재이다.
현실에서 유리를 그렇게 깼다간 큰일난다. 이런 점에서는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의 설정도 매우 비현실적이고 위험하다. (1편은 레벨 4에서 거울 깨기, 2편은 시작부터 창문 부수고 탈출)

(2) 거대한 선박은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실제 크기의 90% 남짓한 세트로 대체하고, 그것도 좌우 중 한쪽 현만 만드는 편이다. 맞은편 현 씬은 기존 현에서 촬영 후에 좌우 대칭을 시켜서 연출한다. (배우도 좌우 바뀐 복장과 연기를 하고)
이건 타이타닉과 연평해전에서 공통으로 동원된 테크닉이다. 심지어 연평해전의 경우, 적함과 아군함을 같은 배에서 세팅만 달리해서 찍었다고 전해진다.;;;

90% 크기의 약간 작은 가구 소품은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도 쓰이기도 한다. 소비자에게 집이 겉보기보다 더 넓어 보이는 느낌을 준다. 길이를 10%만 후려쳐도 전체 부피는 3제곱의 특성상 27%나 줄어든다. (1 - 0.9^3)

(3) 현금박치기나 돈다발을 불태우는 씬은 영화/드라마 소품용으로 특별히 한국 은행으로부터 허가까지 받고 제작된 가짜 돈, 한 마디로 합법적인 위조지폐로 한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합법적인 마약과 비슷한 존재랄까?
얘는 크기나 재질이나 인쇄 내용 등 어디에 어떤 형태로든 이건 진짜 돈이 아니라는 티를 내는 표식이 반드시 들어간다.

(4) 우리나라나 미국의 경우, 영화나 드라마 화면에 안전하게 노출시키는 용도로 쓰라고 허구의 전화번호 리스트도 통신사 차원에서 생성해서 지원해 준다. 자동차 번호판에도 비슷한 게 있으려나?

(5) 금호 상사처럼 영화 촬영을 위한 올드카 대여 업체가 있다. 포니, 브리사, 봉고, 그라나다 같은 차들 말이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경우, 감독이 실제 1970년대 중문 버스를 구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1980년대 대우 자동차의 등장 이후에 만들어진 BF105를 적당히 개조해서 찍었을 것이라고 예전에 본인이 추측한 바 있다.

(6) 비행기 정도라면 모를까, 현실의 자동차는 꼬라박거나 총 좀 맞는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잘도 펑펑 터지고 불바다가 되지 않는다.
또한, 현실의 수류탄 역시 폭발하더라도 영화나 게임 같은 화끈한 화염이 나오지 않는다. 그냥 총 쏠 때와 비슷한 정도의 불꽃이 잠깐 반짝이고 마는 정도다. 그 대신 폭음과 진동이 영화의 묘사보다 훨씬 더 클 뿐이다.

(7) 비슷한 맥락에서 인체도.. 사람은 저격수나 자객에 의해 총칼로 급소를 강타했을 때 차라리 즉사를 하면 했지, 뒤통수 한 대 퍽 맞았다고 그렇게 호락호락 잘 기절하지는 않는다. 이건 영화적 과장이 많이 가미된 연출이다.

(8) 영화는 전반적인 색깔 톤도 인위적으로 왜곡 보정된 경우가 많다.
가령, 친구(2001) 같은 경우, 빛바랜 느낌을 내려고 영상의 톤이 전반적으로 누렇게 바래져 있다.

아저씨나 타이타닉에서 결말 장면(지하주차장 방탄유리 드립 내지, 배 침몰 후)은 배경에 전부 어두컴컴한 시퍼런 톤이 들어가 있는데... 어느 건물이건 실제 지하주차장의 조명이 그렇게 어두컴컴 시퍼런 게 아니다.
타이타닉도 뭐.. 실제 상황이었으면 그냥 닥치고 깜깜하고 아무것도 안 보였겠지만.. 하지만 이런 것들이 다 영화적 허용이다.

뭐 이런 게 한둘이 아니어서 말이지..?
영화와 현실이 차이가 이렇게 크니 대륙 무술 영화에 나오는 쿵푸도 현실에서는 아무 실속이 없는 무용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8/07 08:35 2021/08/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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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버전 개발 근황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다음 버전은 올해 연말 정도 공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늘 그렇듯이 여러 기능들이 추가되고 자잘한 버그들이 잡혔다.

1. 복합 낱자 입력 로직 생성기에 허용 한글 데이터를 '내장형'으로 연계하기

지난 9.0 버전(4년 전~!)에 사실상 완성되어서 더 변화가 없었던 '복합 낱자 입력 로직 생성기'가 오랜만에 외형이 살짝 바뀌고 자잘한 옵션이 추가되었다. 얘가 뭘 하는 물건인지부터 먼저 복습을 좀 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 빠른설정은 2016년경 8.x 버전 시절부터 슬슬 개발과 구현의 필요성을 느껴서 2017년 초, 8.8 버전에서 드디어 첫 버전이 도입됐었다.
다음 버전인 8.9에서는 허용 한글 범위 제약 기능과 연계해서 로직을 생성하는 기능이 추가되었으며, 그 다음 9.0 버전에서 지금과 같은 세부 기능들이 모두 완성되었다.

다른 빠른설정들은 두벌식, 세벌식, 한글 로마자처럼 특정 문자 입력 방식을 새로 세팅해 주는 물건인 반면..
얘는 기본 자모만 입력 가능한 한글 입력 설정을 받아서 겹받침이나 이중모음 같은 복합 낱자들을 입력 가능한 설정을 세팅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호성이나 논리 오류를 찾아내고 바로잡아 준다.
대화상자를 네 단계나 거칠 정도로 설정할 것이 많으며 빠른설정들 중에서 덩치가 압도적으로 제일 크다.

얘는 이미 있는 입력 설정의 동작을 더욱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른 빠른설정과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건 개인적으로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 내력에서 차지하는 의의가 매우 큰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한글 입력 엔진 하나만 갖고 이 정도로 미친 수준의 추상화나 잉여질을 생각하는 기업이나 연구소는 딱히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는 이런 기능이 있다.

이 빠른설정은 필요한 경우, 로직 생성 결과를 '지정된 데이터에 들어있는 한글'이라는 허용 한글 범위 제약 기능에서 인식하는 데이터의 형태로 생성해 준다.
가령, KS X 1001 2350자를 기준으로 동작한다면 '썅'은 있는데 중간 입력 과정인 '쌰'가 누락됐다는 것을 찾아내며, '쌰'가 포함된 허용 한글 데이터를 별도로 생성한다는 것이다.

'지정된 데이터에 들어있는 한글'은 별도의 파일에 저장된 데이터를 읽어들여서 동작하곤 했는데.. 지난 10.0 버전부터는 작은 데이터는 그냥 입력 설정에 포함된 내장형으로 동작할 수도 있게 됐다.
하지만 '복합 낱자 입력 로직 생성기'는 이런 변화가 반영되지 못하고 저 허용 한글 범위 제약 기능을 언제나 예전처럼 외장형으로만 운용해 왔다.

그러던 것이 이번 버전에서 드디어 개선될 예정이다. 이 빠른설정도 사용자가 옵션을 지정한다면 내장형을 적극 활용하게 된다.
기존 외장형은 큰 데이터를 부담 없이 취급할 수 있으며 한 파일을 여러 입력 항목이 공유할 때 메모리 공간이 절약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 반면, 내장형은 덕지덕지 데이터 파일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 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장 먼저 대화상자의 외형이 미묘하게 개선되었다는 것부터 언급하도록 하겠다.
세로 길이가 예전보다 아주 약간 작아졌으며, '중간 과정 글자의 표현 방식'과 '낱자 결합 최적화' 콤보 상자의 배치가 삐딱삐딱 제멋대로이던 것을 저렇게 가지런하게 맞췄다.

그리고.. (1) '생성된 데이터가 n KB 이내로 작으면 내장시킴'이라는 옵션이 추가된 걸 볼 수 있다. UTF-16 기준이므로 한글 약 500여 자가 1KB라고 생각하면 된다. KS X 1001 2350자 테이블은 5K 이상은 돼야 내장형으로 들어갈 수 있다.
내장형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려면 숫자를 그냥 0으로 지정하면 된다.

(2) 아울러, 빠른설정을 적용하는 원본 입력 설정에 이미 '지정된 데이터에 들어있는 한글' 제약이 적용되어 있는 경우, 여기 '기본 허용 범위'에도 '현재 지정된 범위 그대로'라는 옵션이 생긴다.

얘를 지정하면 그 입력 항목에 현재 적용되어 있는 한글 데이터가 분석 대상으로 곧장 연계된다. 내장형이건 외장형이건 가리지 않고 자동으로 처리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분석을 통해 새로 생성된 허용 한글 데이터가 내장형과 외장형 중 어떤 형태로 처리되었는지는 이렇게 결과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화면 키보드 '실제 입력 문자 표시' 옵션의 동작 개선

'화면 키보드'에는 사용자가 누르거나 뗀 글쇠를 별도의 색깔로 알려 주는 '눌린 글쇠 표시' 옵션이 있고, 이 글쇠를 눌렀을 때 실제로 입력되는 문자를 매번 동적으로 다시 계산해서 알려 주는 '실제 입력 문자 표시' 옵션이 있다.
후자는 복벌식/신세벌식처럼 글쇠의 의미가 오토마타 상태에 따라서 달라지는 입력 방식을 사용할 때 매우 유용하다.

그런데 실제 입력 문자는 글쇠에 따라서는 capslock이나 numlock 같은 램프의 점등 여부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 대소문자가 바뀌는 영문 글쇠배열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이건 입력기 오토마타에 직접 들어가는 글쇠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입력 문자 표시' 옵션만 켰을 때는 바로 바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눌린 글쇠 표시' 옵션까지 같이 켜야 업데이트가 됐다.

이건 이 두 옵션이 구현된 이래로 굉장히 오랫동안 존재해 왔던 한계이다. 그러다가 이제는 '실제 입력 문자 표시' 하나만 켰더라도 키보드 램프 상태가 바뀌어서 달라지는 입력 문자도 맞게 반영되게 했다.

3. 낱자 단위 검색 기능의 버그 수정

날개셋 편집기의 찾기 기능에는 한글을 낱자 단위로 검색하는 옵션이 있다. 그런데 특정 낱자 또는 아무 낱자 말고, 낱자가 없는 것(없는 낱자) 자체를 조건으로 명시하기 위해서 내 프로그램은 초중종성별로 U+F800~F802라는 특수 낱자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U+F802 하나만 입력했다면 현대 한글과 옛한글을 막론하고 종성이 없는 한글을 아무거나 찾아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 기능이 옛한글 및 미완성 한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동작하지 못했다. 'ㅎㆍㄴ' 같은 글자도 받침이 없는 글자로 잘못 판정했다. 그 이유는.. 글자를 탐색하는 단위가 잘못 지정됐기 때문이었다.

'ㅎㆍㄴ' 자체는 받침이 없는 글자가 아니기 때문에 조건을 만족하지 않아 걸러진다.
그런데 그 다음 지점으로 이동할 때 코드포인트 3개를 이동하는 게 아니라 여느 문자를 검색할 때와 마찬가지로 2개씩만 이동했다.

그러니 다음 글자는 ㅎ만 건너뛰어서 'ㆍㄴ'이 되는데.. 이게 초성 filler가 없고 정규화 규칙을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얘는 실제로는 ㆍ와 ㄴ으로 찢어져서 인식된다.
ㆍ는 종성이 없는 단독 낱자이므로 얘 때문에 'ㅎㆍㄴ'이 통째로 걸려드는.. 뭔가 아햏햏한 결과가 연출되었다.

이게 역방향으로 검색할 때는 더 골치 아픈 문제가 되는데, 어쨌든 문제를 해결은 했다. 다음 버전에서 고쳐질 예정이다. 이 버그는 정 재민 님께서 찾아내서 알려 주셨다.
그렇잖아도 한글에 종성은 별도의 filler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받침이 없는 옛한글' 이런 것만 찾기가 약간 난감한데, 날개셋 편집기로는 이걸 그럭저럭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4. 블록 잡은 상태에서의 한자 변환 지원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단어 단위로 한글을 한자로 변환하는 동작이 MS IME와 거의 동일하게 맞춰져 있다.
한자어는 무조건 한글로만 바꿔 버리지, 한글을 거치지 않고 다른 한자어로 바꾸는 기능 정도만이 미구현이다. 이건 뭐 그렇게 크게 이질적이거나 불편한 사항이 아닐 것이다.

내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지원하지 않았던 건 블록을 잡은 상태에서의 한자 변환이었다. 이 상태에서는 무조건 단어의 맨 앞까지 한글을 탐색하는 게 아니라 블록으로 잡힌 영역만 탐색해서 한자나 한글로 변환하면 된다.
하지만 내 프로그램은 텍스트에 블록이 잡혀 있을 때는 한자/한글 변환 기능이 어떤 형태로든 전혀 동작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 대한 고려가 되어 있지 않았으며 고려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한글 입력기가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텍스트 입출력 프로토콜 자체가 애초에 블록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이런 기본적인 동작에 대해 이토록 오랫동안 out of 안중이었다는 게 스스로 생각해 봐도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뭔가 발상의 전환 같은 걸 경험해서 블록 안 텍스트에 대한 한자/한글 변환 동작을 추가 구현했다.

* 그 밖에

(1) 한글 낱자 하나를 입력받는 자체 콤보박스에.. 내 프로그램에서만 PUA 영역을 사용해서 표현하는 비표준 낱자를 나타나지 않게 하는 옵션을 추가했다.
검색할 때 '없음'을 나타내는 용도로 사용하는 특수 낱자라든가, 원래 초성과 종성 중 한쪽에만 존재하는 낱자의 맞은편 성분 버전 같은 것이 이 범주에 속한다. (초성 ㄱㄴ, 종성 ㄱㄷ 따위)

(2) 편집기의 영문 UI에서 용지 여백이 Margine이라고 잘못 적혀 있던 것-_-, 기본 글자판 빠른설정에서 두벌식 옛한글의 글쇠배열 미리보기에 shift+J(채움 문자)와 shift+M(음절 분리) 자리가 잘못 표시되어 있던 사소한 오류도 뒤늦게 발견해서 고쳤다.

(3)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제어판에는 글쇠배열 편집기가 있고 한글 낱자 선택 전용 콤보박스가 있다. 글자를 한 칸에 달랑 한 글자밖에 입력받지 않는 자그마한 물건이어서 존재감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이들 컨트롤에서도 자체 에디트 컨트롤과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날개셋 자체 입력 엔진 또는 외부 모듈(운영체제 IME, 빈 입력 스키마)을 통해 문자를 입력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컨트롤에서 운영체제 IME를 통한 문자 입력이 오랫동안 제대로 되지 않고 있던 것을 뒤늦게 확인하여 고쳤다.

(4) 편집기에서 단어 단위 한자 변환 대화상자를 꺼냈을 때, 변환 영역이 블록으로 지정되었다면 그 영역이 블록 색깔로 표시되어 시각적으로 변별이 되게 했다.

(5) 편집기의 찾기 대화상자에 '한글 방점 무시' 옵션을 추가했다.
방점 없이 한글만 입력해도 방점이 덕지덕지 섞인 텍스트를 검색할 수 있으니 아주 편리하다. 이런 기능을 지금까지 왜 생각하지 못했나 모르겠다.
'공백 무시', '한글 낱자 단위로', '음이 같은 한자도 검색' 같은 옵션과 함께 사용하면 검색 기능이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8/04 08:34 2021/08/0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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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되니 마소 진영으로부터 신선한 소프트웨어 소식이 전해지는 게 좀 있다.
1위는 단연 Windows 11이다.
Windows 10 이후로 주 버전명을 불변으로 고정할 거라더니, 그 정책을 6년 만에 번복하게 됐다. (Windows 10이 처음 나온 게 2015년) 업데이트로 찔끔찔끔 제품을 바꿔 나가는 것에 한계를 느낀 모양이다.

새 버전은 이제 32비트 전용 CPU의 지원을 끊고 64비트로만 나올 예정이다. 이건 뭐.. 서버 제품군에서는 이미 10년도 더 전, Vista인가 7인가 그때부터 32비트의 지원을 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전혀 새삼스러울 게 없는 결정이다. 또한 가정용 개인용 PC도 램 크기가 4GB를 넘어간 지는 이미 10년 이상 전의 일이기는 마찬가지다.

이야 그러면 버전의 명명 방식도 번호(1~3) → 연도(9x, 20xx) → 브랜드명(XP, Vista)이다가 이제 다시 번호로 회귀하는 건가 싶다(7~11). 역시 역사는 돌고 돈다. 7~8 시절에는 커널 버전과 저 번호가 일치하지 않았었는데, 10부터는 커널 버전도 대외적인 버전 번호와 일치하게 됐다.

그리고 운영체제뿐만 아니라 개발툴인 Visual Studio도 말이다. 2019 이후로 3년째 16.9.x까지 마이너 업데이트만 계속하고 있어서 이제 쟤도 메이저 업데이트를 중단했나 싶었는데.. 그렇지는 않다. 2022가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게다가 2022는 devenv.exe IDE가 드디어 100% 64비트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이것만으로도 메이저 업데이트의 명분은 충분하다고 하겠다.

아니 그럼 지금까지는 64비트가 아니었나? 응, 의외이지만 아니었다. xcode라든가 Android Studio 같은 타 개발툴과는 상황이 다르다.
마소의 제품 중에서도 운영체제인 Windows는 XP/Vista 때 이미 x64 에디션이 나왔고 Office도 10년도 더 전의 2010부터 x64 에디션이 나왔던 반면.. 정작 개발툴 IDE는 기술적인 난관 때문인지 64비트 포팅이 굉장히 늦었다.

물론 컴파일러야 x64 타겟은 네이티브와 32-64 크로스 모두 당연히 진작부터 제공됐다. 하지만 Visual Studio IDE 자체는 여전히 32비트 바이너리였다. 그렇기 때문에 수만 개의 소스 파일들로 구성된 방대한 프로젝트를 열고 소스 코드의 인텔리센스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신기한 건 이 32비트 IDE로도 64비트 바이너리의 디버깅까지 32비트의 것과 아무 차이 없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원래 32비트 프로세스는 64비트 프로세스 주소 공간을 들여다보거나 훅킹 코드를 주입할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굉장히 신기한 일이다. Visual Studio IDE가 디버깅을 위한 64비트 호스트 프로그램을 별도로 구동하고, 얘가 32비트 IDE와 IPC(프로세스 간 통신)을 굉장히 정교하게 잘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Visual Studio가 32비트 IDE로나마 64비트 개발과 디버깅을 정식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건 무려 2005 버전부터였다.
그로부터 17년이나 뒤에야 IDE가 정식으로 64비트 기반으로 만들어지니.. 이때부터는 64비트 바이너리를 저런 별도의 디버깅 호스트 없이 IDE에서 직통으로 디버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젠 반대로 32비트 프로세스를 디버깅 할 때 디버깅 호스트를 따로 마련해야 할 듯) 취급 가능한 프로젝트의 규모가 64비트에 걸맞게 엄청 커지는 건 덤이고 말이다.

Visual C++에서 생성되는 Windows 프로젝트의 기본 configuration이 ANSI (1바이트 문자 집합) 대신 유니코드로 바뀐 첫 버전도 내 기억으로 2005이지 싶다. TCHAR이 char에서 wchar_t로 바뀌었듯, 프로그램들도 하나 둘 64비트로 포팅되면서 순수 32비트 프로그램은 갈수록 보기 어려워지는 게 느껴진다.

하긴, 과거 레거시의 압박이 훨씬 덜한 안드로이드나 iOS 같은 모바일 진영은 과거에 연연할 게 없으니 진작에 64비트로 다 갈아탔다.
요즘은 경전철이라고 해서 협궤를 쓰는 게 아니듯, 쬐끄만 스마트폰용 CPU조차도 다 64비트이다. 안드로이드와 iOS 모두, 32비트 앱의 지원은 PC보다도 더 일찍 진작에 다 끊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1/08/02 08:33 2021/08/0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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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통일 찬송가에 수록된 제일 최신곡

한때 우리나라 교회에서 널리 쓰인 찬송가는 잘 알다시피 558곡짜리 통일 찬송가였다.
(난 21세기 새찬송가라는 건 진지하게 사용하고 분석해 본 적이 없어서 얘에 대해서는 뭐라 단정적으로 말을 못 하겠음. 그래서 라떼 옛날 것 기준으로..)

통일 찬송가는 편찬 위원들의 창작곡을 일부러 집어넣은 것을 제외하면, 수록곡들 중에 제일 최근에 만들어진 것은 1938년작인 “온 세상 위하여” 정도였다. (명목상 이것보다 미묘하게 더 최근인 곡도 있긴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추후 다루도록 하겠음)

요컨대 이 클래식 찬송가들은 대체로, 사실상 전부 다 2차 세계 대전 이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컴퓨터와 핵무기, UN 따위의 등장 이전 말이다.
난 개인적으로 저것들이 등장하기 전과 등장한 후의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관과 생활 방식은 서로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또한 음악 자체만 해도.. 내가 잘은 모르지만 국민악파니 신고전주의니를 거친 뒤, 20세기 중반쯤부터는 이전보다 훨씬 더 실용/세속 영역에 속한 '현대 음악'이 주류로 등장했다. 통상적인 클래식 장르는 뭔가 매니악한 별개의 영역으로 바뀌었다.

성탄절을 소재로 하는 노래들도 1940년대쯤부터 예수 성탄 찬송보다는 세속적인 캐롤로 확 바뀌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the Christmas song 등..
한때는 롤스로이스가 엘비스 프리슬리한테도 “당신 같은 딴따라한테는 우리 차의 품격이 어울리지 않습니다”라고 퇴짜 놓고 차를 안 팔았을 정도였던 것 아시는가? (그래도 나중엔 결국 팔았다고 함)

그리고 분야를 완전히 바꿔서 과학 쪽으로 가면.. 지금 지구의 대기는 이산화탄소 농도만 증가한 게 아니라 방사능도 전지구적으로 극미량이나마 증가해 있다고 한다. 원자폭탄 투하와 각종 핵실험 때문에..
물론 그게 인체에 당장 해를 끼칠 정도는 아니지만, 그 정도 변화에도 민감한 초정밀 기계를 만들 때는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오죽했으면 1945년 이전에 만들어진 강철이 필요하다고 태평양 전쟁 때 가라앉은 일본 전함의 잔해 고철을 끄집어내서 재활용할 정도라고 한다. 바닷물 속에 쳐박혀 있으면 다른 방식으로 부식될지언정, 방사선으로부터는 완벽하게 차폐를 받기 때문이다.
인간의 과학 기술은 공기 중에 정말 새 발의 피만치도 들어있지 않은 방사능을 감지하고, 방사성 원소를 이용한 연대 측정도 하고, 납 성분도 덤으로 감지해서 무연 휘발유까지 만드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

지질학에서 6500만 년 전, 46억 년 전 할 때의 before present 기준 연도는 바로 이런 관측이 시작된 시기 근처인 1950년 1월 1일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것처럼.. 195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찬송가들은 1945년 이전에 만들어진 철과 비슷한 대표· 상징적인 의미가 영적 분야에 있는 것 같다.
다만, 아까도 언급했듯이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산마다 불에 탄다 고운 단풍에” 같은 창작곡은 1967년작이다~~ ㅎㅎ

2. 앨버트 심슨, Once it was the blessing

앨버트 심슨은 찬송가 "주와 같이 길 가는 것", "내 주 하나님 넓고 큰 은혜는"를 작사한 캐나다의 목사, 신학자이다.
이 사람이 작사한 찬송가 중에는 저것 말고도 "Once it was the blessing"이라는 게 있다.

"한때는 난 오로지 복만 잔뜩 받고 싶어했는데 지금은 주님 한 분만으로 만족합니다.
한때는 난 '필'에 꽂히는 걸 좋아했는데 지금은 말씀을 더 좋아합니다.
한때는 열심히 간구 기도하면서 내가 하나님을 이용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반대로 하나님이 날 사용해 주시길 원합니다.
...
한때는 내 혼자 뭘 열심히 해 보려 애쓰고 낑낑댔지만 지금은 난 그분 안에서 평안합니다.
모든 것이 그분께 속해 있고 그분이 모든 것이십니다."


송 명희 시 같은 대구로 가득하면서 신앙 생활과 영적 성숙의 본질이 잘 담긴 굉장히 훌륭한 시임이 틀림없다.
본인은 몇 년 전에 울 교회의 주보를 통해서 이 시를 처음으로 접했다. 담임목사님께서 엄청난 학구파 독서광에 거의 걸어다니는 신앙 서적 검색엔진 급이신 분이어서..; 온갖 출처로부터 신앙 생활과 관련된 유익한 글이 있으면 일부 excerpt를 소개하곤 하셨기 때문이다.

난 신앙 서적 검색엔진은 아니지만 회중 찬양 선곡과 인도 짬이 10수 년.. 내 찬송가 책이 다 낡고 성경책 이상으로 너덜너덜할 정도로 책을 많이 뒤진 상태였다. 걸어다니는 찬송가 검색엔진은 얼추 된다.
우리 교회에서 사용하는 '복음 찬송가' 책에 저 시와 비슷한 내용의 가사가 담긴 신곡을 본 적이 어렴풋이 있었다. 직접 불러 보거나 들은 적 없이, 악보를 눈으로 대충 읽고 지나갔던 기억만으로 말이다.

그걸 찾아냄으로써 "768장 복을 바라던 나 주를 바라고"가 울 교회에서 회중 찬송 때 최초로 소개되었다. 요런 것도 찬양 인도자가 경험하는 작은 보람이다.

기존 통일 찬송가에도 "은혜 구한 내게 은혜의 주님"이라고 곡이 실려는 있지만..
얘는 가사가 굉장히 딴판으로 번역되는 바람에 사람이 성숙하여 정반대로 바뀌었다는 원문의 저런 반전 역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은혜를 구했더니 은혜, 신유를 구했더니 신유..;;;; 바뀐 게 없잖아~~ ㅋㅋㅋㅋㅋ

3. 웬일인가, 웬 말인가

우리말 찬송가 중엔 ‘웬일~’ 이렇게 놀라움, 경악을 뜻하는 ‘웬’이라는 글자로 가사가 시작하는 곡이 두 개 있는데.. 작사자는 서로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멜로디가 동일하다. 가사가 5절까지 있는 것까지도 같다~!
하나는 “웬 말인가, 날 위하여 주 돌아가셨나”라고 예수님이 감히 나 같은 죄인을 살리기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어 주셨다니~! 그렇게 감격하고 놀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웬일인가, 내 형제여”라고 관점이 완전히 다르다. “너 그렇게 안 믿다가 죽어서 지옥 가겠구나, 마귀를 좇고 재물만 좇다가 나중에 쫄딱 망하겠구나, 불에 활활 타겠구나, 인실X을 체험하겠구나..;;” 이렇게 경고하는 굉장히 부정적인 내용이다. 찬송가에 속해 있지만 내용은 찬양이라기보다는 복음성가에 더 가깝다.

게다가.. 찬송가 가사라는 게 보통은 한국어 번역이 영어 원문보다 더 부드럽게 희석되고 미화되는 편이다. 영어에서 hell이 있다 해도 그대로 번역 안 하는 편인데..
“웬일인가 내 형제여”는 한국어 가사가 영어보다도 ‘지옥’이 더 많이 나온다~! 이건 굉장히 이례적인 번역 스타일인 것 같다.

이 정도로 청자에게 부정적인 경고, 책망조의 가사는 개인적으로 딴 데서는 주찬양 1집 “참 소경” 정도밖에 못 봤다.
“(말 못 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도를 못 하는 사람이 벙어리, 앞 못 보는 사람이 아니라 주님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이 소경 등등등~) 당신은 소경이 아닌가 / 당신은 병신이 아닌가” 이런 가사이다.;; 이건 가사가 노래 없이 시의 형태로 먼저 존재했다는 걸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나저나 영어 찬송가는 tell과 롸임을 맞춰서 hell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 “웬일인가..”뿐만 아니라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도 딱 저 롸임이 존재한다~!

4.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이 유명한 찬송가는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서 지금의 형태로 완성됐기 때문에 내력이 좀 복잡한 곡이다. 깔끔하게 단일 작사자나 작곡자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원곡은 스웨덴 민요 멜로디에다가 언어조차도 영어가 아니었다고 한다. 독일어와 러시어 가사부터 먼저 있다가 나중에 영어 번역이 몇 가지 나왔으며, 가사는 3절까지 있던 것이 추후에 4절이 추가됐다.
이 때문에 이 곡은 처음 1, 2절은 자연의 모습을 보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시편 8편 같은 분위기이지만 3절은 "살아 계신 주" 같은 예수님의 구원 사역 얘기, 그리고 4절은 무려 재림 얘기까지 기독교 교리가 두루 등장하게 된다.

우리나라엔 1949년작 영어 가사가 채택되어 있다. 이거 가사를 번역한 사람이 4절을 추가하고 멜로디를 개작도 한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곡은 연식에 비해 최종 작사· 작곡 연도가 2차 세계 대전까지 지난 굉장한 현대라고 기재되어 있다.
게다가 영어 가사만 바리에이션이 있는 게 아니다. 한국어 번역도. 가톨릭 쪽 번역과 개신교 쪽 번역이 서로 나뉜 상태이다.

이 곡의 영어 가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2절에서 "그랜저"라는 단어가 나온다는 것이다.
grandeur는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의 이름으로나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웅장함, 장관' 이런 뜻을 지닌 보통명사이기 때문이다. When I look down from lofty mountain grandeur.. 그랜저가 저렇게 쓰인 걸 본인도 난생 처음 봤다.

그랜저는.. 한때 지존파의 살생부에 이 차의 차주가 올라가 있을 정도였고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랜저로 답했습니다" 이런 정신나간 CF도 만들어졌을 정도로 고급차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그랜저가 30년 전만치 고급차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도 여전히 아무나 탈 수 있는 서민형 차는 아니다.

5. 샤론의 꽃 예수

멜로디가 굉장히 예쁜 곡답게, 현대에 속하는 1920년대에 발표된 곡이다.
얘는 4개의 절로 된 가사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성결교의 4대 강령과 순서대로 대응하는 것 같다. 중생, 성결, 신유, 재림. 그래서 신유에 해당하는 3절을 보면 얘는 찬송가 중에서는 흔치 않게 “질병을 고쳐 주소서”라는 간구가 들어있다~!

아울러, 영어 가사는 똑같이 my life이지만 1절은 중생(거듭남)이라는 갓 구원 문맥이기 때문에 “내 생명”이고, 2절은 그 뒤의 성화되어 가는 모습(성결) 문맥이기 때문에 “나의 삶”인 것도 주목해 보자.
아 2:1 rose of Sharon은 ‘무궁화’라고 통용되는 단어인데.. 정작 무궁화를 국화로 쓰고 있는 나라에서는 장미나 무궁화도 아니고 수선화라고 더 널리 알려져 있다. ㅎㅎ

이렇듯, 어떤 찬송가는 아주 원론적이고 무난한 메시지만 있는 게 아니라 특정 노선이나 교파의 교리를 좀 더 부각시킨 경우도 있다. 이러니 종말이나 천국을 소재로 한 찬송가는 가사를 쓰기가 난감해진다.
그리고 몇백 년 전의 엄청 옛날 찬송가들은 하나님 예수님뿐만 아니라 천사, 스랍 같은 다른 영적 존재들도 종종 언급하고 있지만, 요즘 CCM에서는 그런 추세를 찾기 어렵다. “천사 찬송하도다” 같은 가사 말이다.

그런데.. “주 하나님께서 정하신 뜻대로 이 거역하는 인생을 은혜로 택했네 … 자랑하지 않게 함이요, 하나님 은혜로… 하나님의 선물!” 요 곡은..
개신교/기독교라면 차이가 존재할 리가 없는 구원과 은혜라는 공통 교리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예정론 냄새가 같이 느껴지는 듯하다. 하지만 이 정도는 꼭 장로교가 아니어도 크게 신경 안 쓰고 부르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1/07/30 08:33 2021/07/3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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