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관련 올해 첫 소식

0. 예전에도 했던 넋두리 반복

<날개셋> 한글 입력기 7.7이 공개된 지 이제 40일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지금까지의 버전업들이 다 그러했던 것처럼 7.7도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갖가지 분야에서 쇄신과 개선을 이뤘고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잘 끌어올렸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코딩을 할 거리가 존재할지를 생각하면 좀 불안하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이제 더 만들 게 없다 싶으면 프로그램의 개발은 저절로 중단되고 그냥 보안 패치나 하는 유지 보수 모드가 될 것이고 나는 다른 아이템을 찾아 나서면 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제어판은 컴퓨터에서 한글을 생성하는 것과 관련된 모든 기술과 아이디어들이 총집약해 있는 복잡한 기계 조종석과 같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정말 똘끼 하나로 똘똘 뭉친 프로그램이며 그야말로 극한의 '자유'의 산물이다.
그 어떤 부귀영화나 안정된 고소득 직장 내지 신분, 지위도 <날개셋> 한글 입력기 개발과 어울리지 않거나 이 프로그램을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개발할 여건을 빼앗는다면 나는 전혀 거들떠보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외길이기 때문에 나는 남들보다 딱히 사회에 대한 불만 같은 건 없다. 그 대신, 이 자유를 위협하는 적들에 대해 나는 남들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것이 나의 정치 성향에도 반영되어 있다는 것은 예전에도 한번 언급한 바 있다. 뭐, 나의 사상과 가치관은 그러하다.

나는 이렇게 내 길을 가면서 아주 만족하고 행복해하고 있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
원래 꿈은 이것이었고 저것이었는데.. 돈이 안 되기 때문에, 가족들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에, 나보다 더 공부 잘하는 동생의 대학 학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그걸 다 포기하고 그저 생업 전선으로 내몰리고, 억만 리 타지까지 가서 자기 학벌에 어울리지 않는 궂은 일 힘든 일을 해야 했다.

내가 그런 시절을 살아야 했다면 정말 못 살았을 것 같다.
그러니 그런 옛날과 비교하면 나는 정말 감사할 게 많으며, 사회 구조에 대해 불평 불만 따위를 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수도 없으니 늘 조급한 마음에 프로그램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1. 사소한 버그 수정과 개선

지난 7.4 버전에서는 한자 변환을 할 때, 별도의 옵션이 지정되어 있을 때만 제1 한자 후보에서 BMP 영역의 모든 한자가 나타나고, 기본적으로는 4888자 상용 한자만 표시되게 프로그램의 동작이 바뀌었다.
그런데 '일', '반', '우' 등 몇몇 한글 독음을 한자로 바꿔 보면 맨 아래에 일부 호환용 한자 영역의 비상용 한자가 추가로 잘못 표시되던 버그가 있었다. readme에 정식으로 기록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사소한 사항이다만, 어쨌든 다음 버전에서는 수정될 예정이다..

편집기에는 아시다시피 콘솔 프로그램의 실행 결과(표준 출력) 내지 인터넷 URL 내용을 본문에 삽입하는 기능이 있다.
그 기능을 수행하는 중에 사용자가 ESC를 눌러 취소를 하면 작업이 송두리째 중단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이제는 지금까지 받은 텍스트라도 본문에 삽입할지를 사용자에게 묻게 했다.
이런 간단한 옵션을 왜 지금까지 생각을 못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 기능 자체는 무려 10년도 더 전 3.0부터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타자연습에는 '짧은글 UI'로 방식으로 연습을 하는 문장 연습 방식에, 지금 문제를 건너뛰고 곧바로 다음 줄로 넘어가는 편의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즉, 낱말 연습, 짧은글 연습, 그리고 짧은글 스타일로 하는 긴글 연습 이 세 모드가 적용 대상이다. <날개셋> 타자연습을 꾸준히 잘 사용하고 계시는 어느 사용자의 여러 건의 사항 중 하나가 반영된 것이다.

파워업은 꼬마 윈도우나 글쇠배열 윈도우를 우클릭했을 때 나오는 메뉴에 투명도를 조절하는 명령을 추가했다.
이것들은 핵심 기능의 버그 수정 같은 긴급한 성격은 아니기 때문에 한글 입력기가 버전업될 때 같이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2. 초· 종 공유 낱자 결합 규칙의 연쇄 적용

7.7의 다음 버전은 올해 봄쯤에 나올 7.9로 계획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한글 입력 엔진의 기능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 지금 당장 얘기를 할 수 없는 여러 기상천외한 기능들을 계획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세벌식 글자판에 최적화된 지능형 동시치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만, 그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개발 아이템도 있다.

2015년에 처음으로 한 과업은.. 사용자의 타이핑 경험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뭔가 원론적인 차원에서 필요를 느껴서 진행한 것이다.
초· 종 공유 낱자 결합은 종성은 A+B=C 형태이고, 각 A와 B를 초성 낱자 결합 규칙대로 만들어 내는 걸 허용하는 변칙 기능이다. 그런데 이런 묶음도 A+B라는 두 묶음에 매인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A+B+C, A+B+C+D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그러면서도 도깨비불 현상은 언제나 맨 마지막에 입력된 묶음이 통째로 다음 글자로 넘어갈 수 있게 알고리즘을 확장 구현했다.

기능 자체는 구현하는 게 별로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거 영향을 받는 건 제어판 UI에서 '실제로 입력 가능한 낱자'를 판별하여 색깔을 달리 표시하는 기능,
그리고 '타자 순서 및 연속 입력 가능 여부'를 판별하는 알고리즘이다.

안 그래도 작년 여름에 7.5 만들 때 머리가 터지도록 고생하면서 만들었고 앞으로 평생 고칠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봉인을 해 버린 코드인데 그걸 또 꺼내서 뜯어고치는 심정은 개인적으로 참담했다.
초성 기준으로 입력 순서를 찾는 것 자체가 재귀호출이고 그걸 사용자 스택으로 구현했는데,
그 묶음 자체도 이중이 아니라 임의의 깊이대로 재귀호출이 행해지는 형태로.. 이것도 사용자 스택으로 구현하자니 while/for문이 그야말로 눈이 돌아갈 정도로 깊어졌다. 이런 복잡한 코드를 묵묵히 수행하는 컴퓨터가 대단하다.

뭐, 결국은 해냈다.
깔끔하게 기능이 완성되긴 했지만, 정작 다 완성하고 나니 마음이 허무하고 "결국 이렇게 끝날 일을.. 이게 이렇게까지 힘들게 만들 정도로 가치 있는 기능이긴 했나? 다음엔 무슨 기능을 구현하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3. 인디자인 문제

최근에 Adobe InDesign을 사용하는 분에게서 버그 신고가 들어왔다. 사연이 좀 복잡했다.
인디자인이 최신 버전인 CC에서는 한글 입력이 제대로 안 된다고 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글을 조합하는 중에 space를 누르면 "한글+공백"이 입력되는 게 아니라 뒤의 공백이 씹히고 한글 조합만 끝난다고 한다.

이게 원래는 MS 한글 IME를 사용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몹시 불편했는데, 내 프로그램의 구버전은 그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7.5인가 7.7부터는 내 프로그램까지 뒤의 공백이 씹히기 시작해서 그것이 불만이라는 것.

이것은 일차적으로는 인디자인이 고쳐져야 하는 문제이다. 내 프로그램은 한글 조합 중에 비한글 문자 글쇠가 입력됐을 때 이것을 IME가 가로채지 않고 응용 프로그램으로 넘겨 주도록, 좀 더 MS IME와 비슷하게 동작하게 7.x 중반 때 한번 잠수함 패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다면, 예전 버전처럼 조합 중일 때 비한글 문자 글쇠를 IME가 가로채게 동작을 바꾸면 된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날개셋> 제어판을 열고 "편집기 계층-단축글쇠"로 간다. 그리고 "추가"를 누른다.
  2. "가상 키코드"에서 0x20을 입력하거나 Space를 고른다. "직접 눌러보기"에서 눌러도 된다.
  3. "할당할 기능"의 "용도"는 "2 글쇠 전달"을 고르고, 계산식엔 0x20을 입력한다.
  4. "조합 중일 때만 동작" 옵션을 켠 뒤, 대화상자들을 "확인"을 눌러 종료한다.

이렇게 해 주면 해당 프로그램에서도 한글+공백을 씹히는 현상 없이 바로 입력할 수 있게 된다. 비슷한 문제를 경험 중인 분들은 참조하시기 바란다. 이 사항은 프로그램의 도움말에다가도 "알려진 문제"에다가 수록했다.

이상. 또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한 좋은 소식이 있으면 소식을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5/01/11 08:42 2015/01/1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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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한철 2015/01/14 03:48 # M/D Reply Permalink

    김 용묵 님의 정치 성향에 동감하지 않습니다만, 이 외곬스런, 그야말로 '똘끼'가 없었다면, <날개셋> 입력기도 없었을 것이니 아이러니합니다. 그 정치 성향과 '똘끼', 그리고 용묵 님의 종교관엔 왠지 상관관계가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건승하십시오.

    1. 사무엘 2015/01/14 11:09 # M/D Permalink

      감사합니다. 저도 올해는 부디 날개셋 개발 15주년과 8.0 완성의 축배를 성대하게 들고 싶습니다. ^^
      프로그램 기능이나 구조와 관련된 유익한 의견이 있으면 공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2. 카카로 2015/02/25 13:33 # M/D Reply Permalink

    김용묵님. 평소에 감사합니다. 덕분에 윈도에서 세벌식으로 버텨왔고 아이들도 세벌식을 배우고 쓰고 있습니다.
    (아이가 중학교 때 세벌식 쓴다고 선생님에게 혼난 적도 있다고 합니다--;)
    묵묵히 어떤 보상도 없이 이런 훌륭한 작업을 이어가시는데 존경을 표합니다!
    건강하시고 날개셋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요즘 맥에서 작업하고 있어 더욱 날개셋의 고마움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맥에도 날개셋을!!!)

    1. 사무엘 2015/02/25 21:27 # M/D Permalink

      안녕하세요~!
      좀 달관(?)하신 분들은 자기는 세벌식 써도 차마 자녀에게는 못 가르치겠다고 푸념하는 경우가 많은데, 후세에게까지 세벌식을 전수해 주신 선생님 같은 분이 더 대단하십니다.
      사명감이라기보다는 그냥 관성과 습관 때문에 거의 중독 수준으로 개발을 계속하게 됐더군요. ^^;; 어쨌든 "전쟁은 계속된다"가 아니라 "코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격려의 말씀에 대단히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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