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풍경

오늘은 지난 추석 때의 고향 풍경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비가 한바탕 내린 뒤부터 전국이 날씨 하나는 참 기막히게 좋았던 것 같다. 낮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더운 수준이며, 하늘은 아주 맑고 파랬다. 밤에는 기온이 20도 초반까지 내려가면서 환절기 기분이 났다.

1. 황성 공원

경주 시내에는 형산강이라는 강이 세로로 지난다. 강 서쪽에는 동국 대학교 경주 캠퍼스와 김 유신 장군 묘 등이 있고, 시가지는 동쪽에 발달해 있다.
그런데 그 동쪽에는 북천, 혹은 알천이라고 지금은 물이 거의 말라 버린 가느다란 개천도 흐르다가 형산강으로 합류한다. 교차하는 각도는 +라기보다는 X에 더 가깝다만..

이 북천 이남과 이북이 경주에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얼추 가른다고 볼 수 있는데, 북천 이북으로 형산강 합류 지점 근처의 넓은 공간에는 황성 공원이라는 인공 소나무숲을 비롯해 운동장 경기장, 체육관, 궁도장 등 별별 시설이 다 있다. 인근 주민들의 아침 산책과 운동 코스로 사랑받는 건 두 말할 나위도 없고, 각종 행사나 콘서트, 축제 같은 게 열리기도 딱 좋다.
그야말로 거대한 복합 여가 문화 테마 공간처럼 됐다. 심지어 시립 도서관 내지 주민센터도 이 영역 끝자락에 자리잡아 있다.

황성 공원 자체가 생긴 건 1975년이라고 한다. 여기도 무슨 군부대가 있다가 이전하기라도 한 건지, 신라 시대 유물과 관계가 없는 공원이 어떤 계기로 들어서게 되었나 모르겠다. 자그마한 광명시가 광명 동굴 하나로 유명해졌듯, 황성 공원은 경주시의 명물임이 틀림없다.
이 글에서는 숲길 풍경 사진만 좀 소개하도록 하겠다. 흐리고 어둡고 비가 오기 직전이던 때에 찍어서 분위기가 좀 우중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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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에는 유명 문학인의 시비도 있고, 현충 시설도 여기저기 들어서 있다.

요렇게 생긴 충혼탑이 대표적인 예이고.. 무공 수훈자 전공비라는 것도 있다. 본인은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시립 도서관 근처에는 참전자 명예선양비라는 것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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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명예선양비는 6· 25 버전만 자그맣게 있었는데, 지난 2017년에는 월남전 버전까지 추가하고 참전용사의 동상까지 만들어서 컨텐츠를 대폭 보강(?)했다. 들고 있는 총이 각각 카빈과 M16으로.. 이런 고증까지 신경 썼다.
이거 뭐 누가 보면 경주가 양구· 인제· 철원 같은 전방 도시인 줄 알겠다.;; 여기는 공산군에게 점령 당한 적도 없는 후방 지역인걸, 시장이 강한 애국 보수 성향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2. 금장대와 암각화, 주변

형산강과 중앙선 철길을 끼고 있는 동국 대학교 캠퍼스 내지 병원의 모습이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날씨가 좋고 경치가 워낙 좋아서 사진을 찍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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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문호

유원지와 호텔들이 밀집해 있는 보문 관광 단지도 잘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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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가뭄이 심해서 보문호가 바닥이 드러나 보일 정도까지 갔지만.. 지금은 다시 물이 출렁거리고 있으니 보기 좋았다.
다 말라 가는 와중에 "수심이 깊어 위험하오니 들어가지 마시오" 표지판이 덩그러니 놓인 모습도 어디선가 봤는데.. 마치 잔뜩 막히고 있는 고속도로에서 멀쩡히 돌아가고 있는 과속 단속 카메라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말로만 들은 드라켄 익스프레스가 돌아가는 모습을 이렇게 멀리서나마 봤다.

4. 감포 해수욕장

그리고.. 오랜만에 감포 나정 해수욕장에 들러서 바다 바로 코앞에 텐트를 치고 파도와 바닷바람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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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행정구역만으로 따지자면 엄연히 바다와 접하고 항구와 해수욕장이 있는 도시이다. 하지만 해안이 산으로 가로막혀 있고 대외 이미지가 완전히 내륙 관광 도시이다 보니, 바다의 존재감이 덜 느껴지는 것이다. 경주는 불국사, 석굴암, 보문 관광 단지가 유명하지, 감포 해수욕장이 무슨 해운대나 대천이나 송지호처럼 유명하지는 않다.

한때는 경주 시내에서 감포로 가려면 꼬불꼬불 산길을 타야 했지만 이것도 이젠 옛말이다. 산을 정면 관통하는 토함산 터널을 따라 국도 4호선이 아주 넓고 길고 곧게 잘 뚫렸기 때문이다. (2014년 말)
더 남쪽에는 더 긴 양북1터널도 역시 토함산을 정면 돌파한다. 얘는 더 나중에 생겼으며(2016년) 훨씬 더 길다. 얘는 65번 동해 고속도로 구간이다.

경주의 해수욕장은 경주의 신라 유적지만치 유명하지는 않다. 나정 해수욕장도 위키 같은 데에 항목이 별도로 개설돼 있지도 않을 정도로 인지도가 듣보잡인 것 같다.
그래도 본인이 찾아갔던 당시에는 물은 아주 맑고 깨끗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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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감포 해수욕장은 바다와 육지가 접하는 바닥이 모래가 아니라 온통 자갈인 게 특징이다. 본인은 동해· 서해의 타 해수욕장들 중에서 이런 자갈 바닥인 곳을 딱히 접해 보지 못했다.
덕분에 맨발로 다니기는 좀 애로사항이 있지만, 그래도 흙이 덕지덕지 묻지 않아서 깔끔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여기는 동해의 해수욕장치고는 바닥의 경사가 완만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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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도 있긴 하지만 퀄리티가 아무래도 해운대나 대천 같은 전국구 해수욕장에 비할 바는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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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피서철이 끝나고 해수욕장이 공식적으로는 폐장했지만 바닷가에서 텐트 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보였다. 이런 데서 고기가 잡히기는 하는지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고, 드물게 물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감포 해수욕장 근처에는 소나무숲과 함께 전문적인 캠핑장도 있는데, 거기도 텐트 친 사람들이 드글드글했다. 바닷가라는 곳을 굳이 한여름에만 가는 곳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본인은.. 폐장한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금지시키고 위반 시 과태료까지 물게 하는 건 과도한 규제라고 생각하고 반대한다.
아예 처음부터 수질이나 지형 문제로 인해서 1년 내내 물놀이 금지인 곳이라면 그렇게 해도 된다. 하지만 원래 물놀이가 가능한 곳인데 단순히 기간상으로 해수욕장이 폐장해서 안전요원이 상주하지 않는 거라면, "사고가 나도 100% 들어간 사람 책임. 알아서 하셈"이라는 조건으로 방문객이 전신을 물에 담그는 것 정도는 법을 어기는 일 없이 언제든지 얼마든지 가능해야 한다.

계곡에서도 가능한 물놀이를 바다에서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더구나 바닷물은 계곡물보다 수온이 훨씬 더 높고 따뜻하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은 9월, 심지어 10월 초까지도 한낮에 물놀이가 가능할 정도이다. 그걸 그냥 못 하게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 만능 행정 편의주의로 여겨진다.

Posted by 사무엘

2019/10/15 08:36 2019/10/1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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