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유사한 체격의 타 포유류와 비교했을 때, (1) 완전한 이족 직립보행을 해서 손을 온전히 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타조는 이족보행이지만 직립은 아님) 그리고 다른 동물보다 (2) 머리가 무척 크다.
4족 동물들보다 달리기 성능이 약간 부족하지만.. 그래도 (3) 땀을 많이 흘리는 걸로 체온 조절이 되고 지구력이 매우 뛰어나다.

그런데 생리학적, 혹은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저런 특징을 얻기 위해 다른 댓가를 치른 게 있다고 여겨진다.
이족보행 활동을 위해서는 골반(엉덩뼈)이 좁은 게 유리한 반면.. 머리가 큰(= 단면적이 넓은) 아이를 원만히 출산하기 위해서는 골반이 큰 게 좋다.

이런 상충되는 조건으로 인해, 인간은 타 포유류보다 출산이 꽤 복잡하고 힘들어졌다고 한다. 인간 아기는 동물 새끼처럼 쉽게 나오지를 못하고 낑낑대며, 산모는 산모대로 타 동물보다 더 큰 산통에 시달린다.
성경에서는 창 3:16에서 산통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은 걸로 유명하다만.. 그와 별개로 일단 보이는 현상만 관찰하자면 저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태어난 직후의 상태가 다른 어느 동물보다도 더 미숙하고 연약하다. 그 어느 동물보다도 엄마 품에 더 오래 있어야 한다.
망아지나 송아지는 생후 겨우 몇 시간 만에 스스로 벌떡 일어서고 걷기까지 하지만.. 그건 인간 신생아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4족보다 더 어려운 2족임을 감안하더라도 거의 무려 1년 가까이 더 자라야 걷지 않는가? 그렇다고 말이나 소가 사람보다 반 년 이상 압도적으로 오래 임신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난 이걸 보고 인간은 '부팅이 오래 걸리는 범용 컴퓨터'(스마트폰)와 비슷하고, 동물은 '켜자마자 바로 동작하고 MCU 정도나 탑재돼 있는 고정형 전자기기'(디카, 옛날 계산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전자는 켜진 뒤에도 소프트웨어적으로 뭘 초기화하고 로딩하는 게 오래 걸린다. 그러나 프로그래밍을 통해 온갖 앱들을 돌릴 수 있으며 확장성과 범용성이 넘사벽이다. 그런 것처럼 인간도 후천적으로 더 자라고 배우고 학습해야 할 게 왕창 많지만, 그 과정이 끝난 뒤에는 그야말로 짐승과 차원이 다른 존재가 되니까 말이다.

사실, 인간이 저렇게 연약하고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는 것도.. 대가리가 워낙 커서 이 상태로는 더는 엄마 자궁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쯤은 불가피하게 밖으로 내보내는 거라고.. 이 다음부터는 그냥 밖에서 더 자라라고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니, 인간의 임신 기간과 출산 시기는 머리 크기와 골반 크기와 생존 가능성 사이에서의 최적 타협점인 것 같다.

이쯤 되니 출산· 육아와 관련해서 다음 이야기들이 문득 떠오른다.

1.
외국의 무슨 사건 사고 범죄 일화 유튜브에서 언뜻 봤던 내용이다.
어떤 여자가 결혼하고 임신을 했는데..
그녀는 정신에 문제가 있었는지, 다른 환경적인 이유가 있었는지 어쨌든 배 속의 자기 애를 싫어하기 시작했다.
애를 낳고 싶어하지 않고, "이 상태로 애 낳았다가는 내 인생 꼬인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만 잔뜩 하고 지냈다. (다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낙태를 하지도 않은 듯)

그랬더니 배 속의 애까지도 엄마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겁을 잔뜩 먹고 활동이 위축됐다고 한다.
자궁 안에서도 구석에 완전 쪼그리고 꼼짝달싹 안 하고 있어서
엄마가 임신 몇 개월, 중후반 됐는데도 배가 부르질 않았다. 밖에서 보면 이 사람이 임신한 줄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그 뒤로 저 아기가 정상적으로 나왔는지, 산모와 애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다른 배경은 다 까먹었는데, 어쨌든 애엄마가 임신을 했는데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는 것만 기억에 남아 있어서 말이다.

사람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밥 잘 안 넘어가고 잠 제대로 못 자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여성의 경우 생리가 중단될 수 있고 임신 상태까지 저렇게 응당 영향을 받는가 보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니 모든 부위들이 저렇게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 같다.

2.
이건 정말 출처가 있는지, 검증 가능한 얘기인지 모르겠다만..
먼 옛날 고대에 어디 어느 나라 군주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막장 실험을 기획했다고 한다.
전국에서 버려진 갓난아기들을 한데 모았다. 그래서 애가 울면 사람을 동원해서 젖과 물 주고 씻어 주고 분변을 치우는 등 물리적으로 생물학적으로 필요한 조치는 다 최고 수준으로 하되, 엄마로서의 정서 교감이나 애정 표현, 우쮸쮸 등은 안 해 봤다. 특히, 아기에게 말을 절대 걸지 않았다.

이러면 유모 역할을 수행했을 여인들 중엔 애가 불쌍하다고, 실험이 너무 잔인하다고 반발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실험이 의도대로 진행됐다. 그랬더니..

실험 대상 아기들은 몇 달 못 가 원인 모를 병을 시름시름 앓다가 모두 다 죽어 버렸다고 한다.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이다만 실험을 실제로 해 보면 진짜 저렇게 될 것 같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식물이 말귀 알아듣는다 이런 얘기보다는 더 설득력이...)

인간은 3~4살쯤 말을 하게 되면 그 이전의 기억은 다 잊어버린다고 한다. 이 정도면 언어 구사 능력과 이전 기억을 등가교환이라도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하긴, 언어라는 건 생각과 기억을 하는 방식에 적극 개입하는 일종의 파일시스템 같은 존재인데, 뇌의 기억장소 셀이라는 디스크를 자기 방식으로 포맷을 해 버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까맣게 어린 영유아 시절에 애를 아무렇게나 키워도 되는 게 절대 아니라는 게 참 절묘하다.
그때 학대 당하고 욕구불만이나 치명적인 위험을 겪고 자지러지게 우는 게 지속됐다면, 그게 나중에 다른 어떤 형태로든 트라우마나 장애(발육, 정서 등..)로 아이에게 반영구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상이다. 육아는 패턴이 뻔한 단순노동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나 로봇이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 힘든 식물 농사는 자동화해도, 엄마의 애정은 기계로 전할 수 없을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6/07/14 08:35 2026/07/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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