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2020년대 중반인데.. 우리나라 철도계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서울 지하철

(1) 코레일이나 서울 1기 지하철이 아니라 서울 2기 지하철, 즉 5~8호선에도 드디어 차량의 세대 교체가 시작됐다.
웨에에엥~ 우렁찬 구동음을 자랑하던 서울 지하철 7호선의 1차 도입분(GEC 알스톰 VVVF-GTO) 차량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더니 완전히 자취를 감춰 버렸다. 우와~!!

이건 완전 최근도 아니고 2023~2024년 사이에 이미 그렇게 됐다.
이 낡은 전동차는 2026년 현재 8호선에서만 볼 수 있으며, 얘들도 새 차량이 도입되는 대로 조만간 퇴역이 예정된 상태이다.

7호선은 서울 2기 지하철 중에서 노선이 가장 많이 연장되고 길어졌다 보니, 신형 차량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도입되곤 했다.
그 첫 시작은 15년쯤 전, 온수-부평구청 연장 구간의 개통에 맞춰 등장한 3차 도입분이었다. 음 성직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도입돼서 큰 주목을 받았던 그 전동차 말이다.

현재는 7호선이 석남까지 서쪽으로 더 길어졌고, 초기 도입분이 퇴역도 했기 때문에 3차 이후로도 신차가 더 도입됐다.
출퇴근 시간대엔 7호선이 너무 혼잡해서 수요가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심지어 6호선 소속 차량이 한두 편성이던가 7호선으로 보직이동 투입되기도 했다.
그래서 아주 가끔씩은 7호선에서도 6호선 전동차 구동음을 내는 열차를 목격할 수 있다. 이게 마치 옛날에 6호선에 있었던 609 편성 같은 레어템이 됐다.

그 와중에 7호선은 몇 년 뒤엔 무려 청라까지 또 연장될 예정이다. 그때에 맞춰서 또 5차고 6차고 신형 차량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 다음으로.. 2기 지하철의 원조격인 5호선에서도 2020년대부터는 신형 차량이 출몰하기 시작했으며 그 빈도가 증가하는 중이다.
가끔은 외형은 기존 차량 그대로인데 인버터가 바뀌어서 5호선 특유의 '우우웅~' 소리가 안 나는 녀석도 눈에 띈다.
한편으로 왕십리-상일동 원년멤버 초창기 차량 중에 상태가 안 좋은 녀석은 이미 퇴역하고 폐차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5~8호선 중에서는 아무래도 6호선이 변화가 제일 없었다.
6호선은 21세기 이래로 연장 내역부터가 오로지 ‘봉화산-신내’ 뿐이었으며, 차량도 2001년 개통 이래로 새로 들어오거나 퇴역한 게 전무하다! 25년째 신차 도입 없이 1차 도입분만 굴러다닌다는 뜻이다.
신내 역은 인근 주민들로부터 설치 요구조차도 없었으며, 전적으로 경춘선 때문에 떨이로 장암 역처럼 만들어진 환승역일 뿐이다.

(4) 뭐.. 서울 지하철의 선배격인 1기 지하철이야,
2호선에서 재래식 MELCO 초퍼 제어 전동차는 2020~2021년에 몽땅 사라져서 자취를 감췄다. 2010년 부근에 플랩식 구형 안내판이 완전히 사라졌다면, 그로부터 10년 뒤엔 초창기 전동차가 모두 퇴역했다.
그리고 3호선의 얼굴마담이던 GEC 초퍼 제어 전동차도 2022년에 모두 퇴역했다고 한다.

2. 공항철도

공항철도는 한때 엄청난 공기수송으로 악명을 떨쳤으나.. 서울 시내 구간이 개통하고 환승 할인도 적용되면서 지금은 정말 흥행하는 노선으로 바뀌었다. 이용객이 계속 증가한 덕분에 차량이 알음알음 추가 도입되었고 배차간격이 줄어들었다.

행선지도 말이다. 예전엔 검암 행과 공항 행이 거의 반반씩 번갈아가며 다녔지만 요즘은 공항까지 가는 차량이 훨씬 더 많아지고 검암에서 끊기는 차량은 드물어졌다. 예전엔 7호선도 온수 행과 석남/부평구청 행이 거의 반반이다가 요즘은 석남 행이 훨씬 더 많아진 것처럼 말이다.

공항철도는 이제 노선이 앞뒤로 더 연장될 여지는 없다. 하지만 차량 운행 방식이 두 가지로 기대되는 게 있다. (1) 시속 150 정도로 증속, 그리고 (2) 지하철 9호선과의 직결.
2025년에는 직통도 아닌 일반열차에.. 평범한 직사각형 깡통 모양이 아니라 앞뒤로 더 날렵하게 생긴 차량이 등장했다. 이것도 고속 주행을 염두에 둔 외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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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철도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하던 시절엔 지상의 경부-경의선과 잠시 직결운행을 한 적이 있었다. (인천 공항 착발 KTX)
하지만 공항철도가 설계 당시부터 진짜로 직결운행을 염두에 뒀던 노선은 그런 일반열차 계열이 아니라 서울 지하철 9호선이었다. 여의도 역은 5호선과의 환승을 염두에 두고 십자형으로 최적화되어 만들어졌는데, 김포공항 역은 평면환승을 넘어 직결운행까지 가능하게 해 놓은 것이다.

물론 인천공항부터 김포공항-신논현-올림픽공원을 한큐에 찍는 열차는 수인분당선 왕십리-수원-인천 전체 구간을 완주하는 근성열차처럼 1시간에 1, 2대꼴로 무척 드물게 운행되지 싶다. 서울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이후로 직류-교류 겸용 차량도 얼마 만에 다시 구경할지..?? 여러 모로 기대된다.

공항철도의 신규 도입 차량은 현대로템에서 제작하고 납품했다고 한다.
1990년대에는 철도 차량 제조사가 현대 중공업, 대우 중공업 그랬는데 그게 현대로템으로 합병됐고, 요즘은 우진산전이나 다원시스 같은 업체도 심심찮게 보인다.

다만, 다원시스는 차량 납품 계약을 맺어 놓고는 납기일을 안 지키고 약속을 죄다 펑크 내고 사고를 많이 쳤다. 이 때문에 코레일이나 서울 교통 공사에다 위약금도 물고 업계에서의 평판이 많이 깎였다. 왜 그렇게 부적절하게 처신했는지 모르겠다.

3. 디젤 동차의 퇴역, 전기 기관차의 쇠락

끝으로, 일반열차의 영역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소식은.. 디젤 동차의 전멸이다.
대통령 전용 열차로 알려진 경복호가 작년 말에 완전히 퇴역했다고 한다. 거의 25년 동안 운용됐던 것 같은데 쟤도 은퇴하는 날이 오는구나.
2013년 초에 새마을호 디젤 동차 DEC, 2015년 초에 무궁화호 NDC, 2023년 말에 CDC와 RDC, 그리고 2025년 말에 경복호.
이제 우리나라에서 디젤 동차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그래서 정말로 디젤 동차가 제일 필요할 법한 교외선에서도 기관차-객차 열차가 다니는 것이다.

뭐, 디젤 동차의 대척점에 있는 전기 기관차 쪽도 상황이 막 좋지는 않다.
8000호대 재래식 전기 기관차가 2020년대부터는 하나 둘 퇴역하더니 바로 2026년 6월부로 모든 차량이 차적이 말소됐다.
그리고 8100호대 전기 기관차도 진작부터 대기발령 상태였는데 이 시기에 같이 퇴역했다.
지난 2012년에 독특한 외형을 자랑하던 7000호대 기관차가 퇴역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전기 기관차는 8200호대와 8500호대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철도는 2010년대 이후부터 여객 수송의 중심축이 전동차로 급격히 바뀌었다. 2000년대 초의 신형 무궁화호 객차 이래로 기관차 피견인형 객차를 새로 뽑은 적이 없다. 거의 20년 동안 말이다. 그러니 기관차가 객차 여러 량을 견인하는 형태인 일반 여객열차는 갈수록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8500호대는 처음부터 화물 위주로 도입됐지만, 그 이전의 8200호대 전기 기관차들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서 남아돌 것 같다. 얘들은 내구연한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폐차나 중고품 수출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업계만 해도 처음에는 버스와 트럭의 구분이 아주 불분명했다. 같은 차량에다가 짐받이 대신에 객실을 얹으면 그대로 버스가 되는 식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대형 버스는 바닥의 높이가 낮아지고 엔진이 차량의 뒤쪽으로 가면서 트럭과는 굉장히 다른 형태로 바뀌었다.
그것처럼 철도 차량도 범용적인 기관차에다가 객차만 연결하면 여객, 화차를 연결하면 화물인 단순한 형태를 탈피하는 것 같다. 화물은 몰라도 여객은 여객에 더 특화된 전동차로 바뀌어 가니 말이다.

가령, 여객열차는 속도가 더 빨라야 하니 옛날 증기 기관차 시절에는 구동륜 바퀴를 더 큼직하게 만들곤 했다.. 여객용 전동차는 공기 저항을 의식해서 앞부분을 아주 날렵하게 만들곤 한다. 이런 설계는 화물용 기관차에는 고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6/07/06 08:35 2026/07/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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