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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6/07/18 호박 농사 근황 by 사무엘

호박 농사 근황

본인은 지난 식목일 때 호박씨를 심었고, 이와 별개로 4월 중순쯤에 호박 모종도 몇 포기 사 와서 집 베란다의 화분에 같이 옮겨 심었다. 이 호박들은 무럭무럭 잘 자랐다.
나이는 모종이 더 많았기 때문에 꽃은 얘들이 먼저 폈다. 하지만 나중에는 싹 출신도 워낙 덩치가 커졌고 꽃이 폈기 때문에 두 출신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6월에는 암꽃이 피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이었던 건 암꽃이 필 때마다 다른 호박 개체에서 수꽃을 조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6월 한 달 동안 열매를 4개 얻었다. 싹 호박만 키우지 않고 모종도 갖다 놓은 게 이번 성공의 비결이었다.

가장 먼저, 1호는 단호박 모종에서 탄생했다.
6월 9일, 이때는 본인이 직장 출장 때문에 아침에 아주 일찍 집을 나와야 했던 날인데.. 하필 이 날 암꽃이 필 예정이었다.
새벽 5시쯤, 수꽃은 꽃봉오리가 덜 펼쳐져 있었고 암꽃은 아직 봉오리를 펼치기 전이었다. 하지만 본인은 더 지체할 수 없어서 이 상태 그대로 인공수분을 해 버렸다. 암꽃은 꽃잎을 약간 뜯기까지 하면서 봉오리를 강제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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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무리해서 꽃가루를 묻혀 줬지만 그게 통했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이 아이는 수분이 성공해서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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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는 더 부풀면서 커지고 무거워졌다. 생후 2주 정도 지나자 색깔도 더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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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2호는 6월 15일에 이렇게 활짝 폈다. 암꽃에 꽃가루를 흠뻑 묻혀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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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방을 들고 있던 팔이 아래로 내려가고 열매도 부풀면서 수분 성공을 인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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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주와 3주에 근접하자 표면에 허연 이펙트가 추가되고, 속이 누렇게 익으려는 기미까지 보인다.
그리고 모양도 그냥 동그란 게 아니라 납작해지고 쭈글쭈글해져서 진짜 호박처럼 생기려 한다.
현재로서는 2호가 가장 크고 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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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3호는 처음부터 세로로 홀쭉하게 생긴 아이였다. 6월 16일, 2호의 바로 다음날에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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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수분이 성공하자 계란과 비슷한 모양이 되더니, 계란보다는 약간 더 큰 모양으로 수렴했다. 위의 사진은 생후 +4일째 때 2호와 3호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2호는 +5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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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이후로 한동안 암꽃 소식이 없다가, 4호 암꽃은 무려 2주나 지난 6월 30일에 폈다. 씨방은 동그랗고 자그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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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분이 성공하자 D+2, D+3일째에는 줄기가 아래로 쳐졌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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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일째에는 저렇게 동그랗게 영롱한 자태를 뽐내며 잘 자라기 시작했다.
D+9일째에는 색깔이 짙어지고 외형도 좀 투박해지면서 호박으로서의 포스가 더 강해졌다.
본인은 7월 현재, 1호와 3호는 땄고 2호와 4호만 더 놔 뒀다. 1호는 확실하게 모종 호박 출신이지만, 나머지는 출신이 어딘지 정확하게 잘 모르겠다.
이상, 열매 얘기는 여기까지이다.

뭐랄까 호박은 덩굴이 사정없이 길게 뻗어 나가기 때문에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그리고 호박은 생존 반응 피드백이 굉장히 금방 온다. 마구 자라다가도 물이 부족하면 금세 기공을 닫고 축 쳐져 버리며.. 시들고 죽는 반응도 상당히 빠른 편이다.
잘려나가서 물의 공급이 끊긴 호박 줄기는 단 몇 시간 내에 쪼그라들고 시든다.

꽃이 펴 있는 시간대도 아주 짧다. 새벽에 폈다가 당일 오전이 가기 전에 바로 꽃이 지고 시드니 말이다.
gpt에게 물어 보니 호박은 튼튼한 나무가 아니라 그냥 물풍선에 가까운 재질이라고 생각하면 된댄다. 괜히 한해살이풀인 게 아니다. 제철에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꽃 피우고 열매 맺고는 확 쪼그라들고 죽어 버리는 단거리 선수와 같댄다.

그런데..
그렇게 빠르고 폭발적이고 불안정하고 다이나믹한 호박이 만들어 낸 최종 결과물 '늙은 호박'은 그 어떤 열매보다도 안정적인 '자연산 통조림'이다. 몇 개월 단위로 보관 가능하고 조건이 좋으면 거의 반 년도 넘게 남아 있으니 말이다. 이게 참 신기한 면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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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버이날에는 우리가 식목일에 심었던 호박 싹 중의 일부를 부모님 계신 고향으로 보냈다. 싹이 너무 많이 나서 이것들을 우리가 모두 키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 경험상 식물은 옮겨 심기면 스트레스 받고 뿌리가 다치기도 해서 그런지 며칠 이상 생장이 정지하고 늦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이 아이들은 아직도 노란 꽃을 피운 적이 전혀 없다. 펜촉 받침대 정도나 만들어지는 중이니 앞으로 1~2주 뒤에는 꽃이 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 2~3미터에 달하는 길고 굵은 덩굴이며, 커다란 잎들을 보시라. 그 자그맣던 아이가 이렇게 크게 자랐더니 경이롭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아직 얘들은 덩치를 키우는 영양 성장 중이지, 생식 성장으로 모드가 바뀐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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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집 주변의 전원주택 텃밭에서 남이 키우는 호박들이다. 너무너무 탐스럽고 부러워서 사진을 올려 본다.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중간에 줄기뿌리도 마음껏 뻗을 수 있는 평지에서 호박을 키우고 싶다. 이 말을 이미 예전에도 몇 번 했지 싶다.

* 주의: 과습 피해

호박에서 난 잎은 1달 정도 있으면 수명이 다해서 슬슬 누래지거나 갈변하며 시든다. 아니면 흰가루병에 뒤덮히거나 시꺼먼 깨알 같은 진딧물들에게 점령 당해서 최후를 맞이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시드는 게 아니라 병충해 조짐이 보인다면 물, 비료뿐만 아니라 약도 쳐 줘야 한다.

그런데 지난 7월 초, 지각 장맛비가 쏟아졌을 때 우리 아이들이 과습 피해를 입었다.
장맛비 덕분에 1주일 가까이 우리가 물을 안 줘도 되고 좋았더라만... 화분의 물빠짐에 문제가 있었던가 보다. 비를 철철 맞은 뒤부터 호박들의 행동이 달라졌다.
호박잎들이 평범하게 수명 다해서 시드는 수준 이상으로 비정상적으로 많이, 심하게 노래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노래지지 않은 잎은 가장자리가 마치 불에 타기라도 한 듯이 새까맣게 갈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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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6월 중순쯤에는 수박을 사 먹고 남은 씨앗을 뿌려 봤는데, 얘들도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본인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박을 먹었지만 수박씨를 버리지 않고 어디엔가 심어 본 건 이게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떡잎이 돋고 이제 본잎이 나오는가 싶었는데.. 이 연약한 아이들이 비를 너무 많이 맞고 흙에 물기가 너무 많아지자 견디지 못했다. 모조리 죽어 버려서 수박 농사는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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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후 3개월 가까이 된 호박들은 뿌리의 일부가 대미지 입고 스트레스를 받았을지언정, 다행히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다.
하체의 오래된 잎들은 죄다 시들어서 빠졌지만 상체의 말단 쪽은 여전히 싱싱하고 건강했다. 매일 꽃도 활발하게 피고.. 잎이 시든 곳에서도 잎만 누래졌을 뿐, 잎자루는 여전히 탱탱했다.

결정적으로 잎이 빠졌던 뿌리 근처 하체 부위에서도 새순이 다시 싱싱하게 돋기 시작했다.
이건 호박이 뿌리가 질식할 뻔한 위기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밥값 못 하는 오래된 잎들만 도태시키고, 나머지 부위를 우선적으로 살리는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름 머리를 써서 내린 의사결정인 것이다.
아무쪼록 호박이 장맛비 다음의 무더위에도 무사히 살아남고 제2의 인생 동안 또 5호, 6호 암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6/07/18 08:35 2026/07/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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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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