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우리나라와 일본과 미국이 건축· 교통 분야의 기술 격차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고속도로: 고속철: 우주선이라는 비례식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겠다.
이 글에서는 그 시절에 대한 영상 기록을 좀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신칸센

다음 링크는 1964년에 개통했던 일본 도카이도 신칸센의 건설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 보기) 이런 귀한 기록을 굉장한 고화질로 유튜브에서 볼 수 있구나~! 1970년도 아니고 1960년대의 컬러 영상이다. 감동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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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에 "1963년 3월 30일, 256km/h 달성" 인증 패찰이 붙어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13분 50초 부근)
그러니 신칸센이 아직 정식으로 개통하기도 전이었던 1963년작 만화영화 봉팔...아니 에이트맨에 벌써부터 신칸센 모양의 열차가 등장했던 것이다. "나를 이길 자 그 무엇인가 자동차보다 빠르고 기차보다 더 빠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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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분 25초. 어설픈 손글씨 숫자가 적힌 아날로그 계기판을 보면 엄청난 옛날인 걸 알 수 있긴 한데, 문제는 속도가 300까지 찍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로부터 20년 뒤인 1984년에 경부선 천안-평택 사이에서 시속 140km 시운전 성공 이러는 수준이었는데.. =_=;;

쟤들은 1960년대에 시속 200 이상 고속철을 세계 최초로 100% 순수 자체 기술로 만들었다는 거다.. 늘 감탄이 나온다.
1960년대에 우리나라는 기를 쓰고 시속 100짜리 경인과 경부 고속도로를 닦았고, 일본은 시속 200짜리 고속철을 만들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천조국은 음.. 우주선을 만들어서 인간이 달에 다녀왔다..;; 뭐 그건 그렇고..

끝으로 하나 더.
우리나라는 서울 시내를 지나는 고가 철도가 도시철도인 지하철 2호선 정도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은 대도시 도심 구간에 온통 고가 철길이 놓여서 신칸센이 마치 지하철처럼 다닌다.

왜냐..? 우리나라는 서울 시내에서는 KTX도 그냥 기존선으로 다니지만, 신칸센은 도심 구간에서 기존선 직결 운행이 전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궤간이 아예 다르니까.
이런 역사적인 배경으로 인해 일본의 고속철은 기존선 직결 운행이라는 개념이 그냥 없다. 이름조차 열차가 아닌 선로 지향적으로 '신간선'이라고 지은 게 다 이유가 있다.

2. 아폴로 13

영화 “아폴로 13”.. 무려 25년도 더 전, 라이온 킹이니 포카혼타스니 이러던 시절의 옛날 영화인데.. 본인은 요 얼마 전에야 드디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 진지하게 봤다. 이런 명작을 이제야 접하다니..

난 이런 영화가 있다는 걸 처음 접한 건.. Windows XP 다음으로 나온 Windows Vista에 기본 내장돼 있던 예제 동영상이었다. 보신 적 있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
그때 내셔널 지오그래픽 해저 생물 영상 클립이랑, 저 영화에서 폭발 사고가 난 아폴로13 우주선을 어떻게 지구로 귀환시킬지 지상 관제 요원들이 토론하는 장면 클립. 이렇게 두 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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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 유턴: 우주선이 얼마나 손상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엔진 시동 걸었다가 더 큰일 나면 어쩌려고?
  • 자연 선회: 물과 전기가 부족하고 보급 물자도 달에 실제로 내려가는 2명분밖에 없는데.. 며칠 동안 3명이 달 착륙선(LM)에서 어떻게 버티려고?

그 외에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다음과 같다.

(1) 그 시절에도 컴퓨터라는 기계 자체는 존재했지만.. 너무 크고 희귀하고 비싼 몸이었기 때문에 인간 계산수와 계산자라는 물건 역시 아직 현역이었다. 주판으로 지수와 로그를 다룰 수는 없기 때문에..
참 격세지감이다. 인간이 50년 전에 겨우 이런 기술만 갖고도 달에 갔다 왔었다는 거다.

(2) "안녕하세요 지구에 계신 여러분. 우주선 안의 무중력 상태가 어떻냐면요~"
유튜브 브이로그라는 게 유행이 되기 40년도 더 전에 이 아저씨들은 저런 거 생중계를.. 아날로그 비디오 카메라로 했었다~!

(3) 우주 공간에서 달 착륙선(LM)이 유턴 후 사령선(CM)과 주둥이를 맞추는(도킹) 절차가 실제로 저렇게 진행됐구나. 조종사들이 조이스틱 당겨서 테트리스의 작대기 블록 집어넣듯이 구멍 맞춰 주고..;;
새턴 로켓이야 지표면에서 발사되는 거니까 일반인들도 발사 장면을 볼 수 있지만, 달 착륙선도 소형 로켓이다. 이게 돌아가는 장면은 영화가 아니면 일반인이 제대로 볼 일이 없다.

(4) 21세기를 사는 후대의 사람 중 일부는 "그때 인간이 진짜 달에 가긴 했었냐? 별로~" 이런 음모론을 제기하는 반면, 그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폴로 11호와 12호를 거치고 나니 이제 달에 가는 건 전혀 특별하지 않은 당연한 일상이 돼 버렸다. "아 그래? 또 갔나 보네" 마치 군 입대를 한 친구의 휴가가 반복되자 "아 그래? 또 나왔어?" 이러는 것처럼 말이다.
마치 성경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홍해를 건너는 기적을 보고 나서도 딱 사흘 만에 감격이 싹 식고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던 것처럼 달 착륙에 대한 감격과 국민적 관심도 놀라울 정도로 금방 가라앉았다.

오죽했으면 우주비행사의 부인이 기레기들의 행태에 분노해서 "달에 착륙하는 것 따위는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고 매스컴 탈 일이 아니라더니, 달에 착륙을 못 하는 건 어째 드라마틱한 일이 되나요?"라고 쏘아붙이는 장면도 나온다.
평소엔 관심이 없다가 임무가 실패하고 승무원들이 죽게 생기자 뒤늦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에 빡친 것이다.

(5) "내가 책임자로 있는 한 우주에서 희생되는 미국인 같은 건 없다. Failure is not an option. (이건 뭐 군인이 전투에서 2등이란 없다.. 뭐 그런 어감의 대사..)" ㅠㅠㅠㅠㅠㅠ

(6) 지상 관제센터로부터 지시를 받으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객차를 떼어내고 이것저것 하는 건 영화 튜브와 비슷한 느낌이다. 물론 아폴로13이 튜브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되는 명작이지만.. 지하철 객차 정도나 분리시키는 허구 픽션이랑, 우주선 SM(기계선)을 떼어내고 최종적으로 LM도 떼어내는 '실화' 영화가 어째 비교가 되겠나. (CM만이 지구로 돌아옴)
승무원들은 지구 재진입을 앞두고 자기 목숨을 부지해 줬던 LM까지 떼어낼 때 "she was a good ship" RIP를 읊었다..;;

(7) 재진입하는 절차, 이산화탄소 제거기를 야메로 돌리는 절차.. 장삐쭈의 '유격' 시리즈에서 말 끝마다 "...하는 절차를 밟아 보도록 하자" 이러는 그 쏘가리 생각이 나더이다..;;; ㅋㅋㅋ.

(8) 재진입을 앞두고 한 승무원이 동료들에게 “Gentlemen, it's been a privilege flying with you” 라고 말하는데..
이건 영화 타이타닉에서 바이올린 악사들이 최대한 버틸 수 있는 순간까지 찬송가를 연주하다가 결국 “Gentlemen, it has been a privilege playing with you tonight” 이렇게 말한 뒤 작별하는 것과 굉장히 비슷해 보인다. 이렇게 같이 뭔가를 수행하게 되어 정말 영광이었다는 끝인사이다.

(9) 아폴로 13호가 통상적인 우주선과 달리 왜 3분이 넘도록 한참동안 응답이 없고 재진입 딜레이가 길었는지는.. 내가 아는 한 정확한 이유가 밝혀져 있지 않다고 한다. 달 뒷면으로 들어갈 때, 그리고 재진입 하느라 엄청나게 열받고 있을 때.. 우주선은 관제소와 통신이 완전히 끊긴다.

(10) "나는 지금도 밤하늘의 밤을 볼 때마다 우리를 생환시키기 위해 애썼던 수많은 관계자들의 노고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류는 앞으로 누가 언제 달에 다시 가게 될지 늘 기대해 봅니다." (결말부 주인공의 마지막 나레이션) ㅠㅠㅠㅠ ♥♥♥

Posted by 사무엘

2021/08/29 08:35 2021/08/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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