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교(cargo cult) 신앙

1940년대 태평양 전쟁 당시에 남태평양의 뉴기니, 멜라네시아 일대의 섬에서는..
비행기 타고 착륙하거나 배 타고 상륙해서 신기한 선물--스팸 통조림, 의약품 따위--을 잔뜩 뿌려 주는 미군을 무슨 UFO 타고 날아오는 외계인쯤으로 여기고 숭배하기 시작한 섬 원주민 종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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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나고 더는 수송기와 군함이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그 사람들은 그 비행기와 배를 기다리는 제사를 지내고, 비행기 착륙 유도원의 손짓을 종교 의식으로 승화시켜서 흉내 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종전 후에 이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는 굉장히 놀랐다. 인류학자, 종교학자, 고고학자들은 이 토속신앙에다가 cargo cult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류 역사 초창기에 종교라는 게 이런 식으로 생겨났겠구나~!"

게다가 이것도 세부 교리(?)가 지역별로 파편화까지 됐다. 어떤 곳에서는 비행기를 숭배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배를 숭배하고.. 특히 바누아투라는 섬나라에는 대놓고 미군 해군 장교의 이름을 딴 '존 프럼(John Frum)'교라는 화물교 교파가 남아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전후에 맥아더를 맥 쇼군이라고 신성시한 것과 비슷하달까..;;;

미국인 선교사들이 거기에 다시 들어가서 원주민에게 기독교 복음도 전하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해 줬다.

"비행기는 그냥 평범한 인간 기술자가 개발한 기계임. 자연의 특성을 이용해서 공중에 뜨는 것일 뿐, 주술이 아님.
그리고 결정적으로 바깥 세상은 전쟁이 끝났음. 그러니 님이 보셨던 그 비행기나 배가 여기를 다시 찾아올 일은 없습니다. (이제 아무리 종교 의식을 치르고 빌어도 소용없어요)"


그랬는데 그 원주민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네는 예수라는 신의 아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2천여 년째 기다리고 있다면서요?
2천 년도 기다리는데 우리는 겨우 20년밖에 안 지났습니다. 얼마든지 더 기다릴 수 있지요"


....;;;;;;
와 나라도 할 말이 없다.. 완벽하게 설득당함..ㅠㅠㅠㅠㅠ
정확하게는.. 저건 데이비드 애튼버러라는 영국의 유명한 인류학자가 존 프럼교 신앙을 가진 원주민을 인터뷰 하면서 받은 답변이라고 한다.

저건.. 더 옛날에 슈바이처한테 어떤 토인이 "아니, 백인들은 서로 잡아먹지도 않는다면서 전쟁에서 사람을 그렇게 많이 죽여요?"
이렇게 말한 거 이래로 정말 최고의 명답변인 것 같다.

내가 듣기로는 화물교 신앙이 퍼져 있던 여러 지역들도 이제는 어지간히 문명의 이기를 접했다고 한다. 미군 군용기와 군함이 무슨 종교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냥 경로의존성, 전통, 추억 보정 차원에서 CARGO CULT를 시행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건 전쟁이 끝났다는 걸 수십 년째 받아들이지 않은 일본군 패잔병하고 좀 통하는 구석이 있는 극단인 것 같다.

참고로 미군은 이런 화물교 신앙이 있건 말건, 1952년 이래로 지금까지도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 때 미크로네시아, 마리아나 군도, 팔라우 등의 섬에 수송기를 날려서 생필품, 장난감, 식품 등의 선물을 뿌려 주고 있다. 단, 현대에 와서는 호주 공군 및 일본 자위대하고도 같이 수행한다고.. (☞ 보도 자료 중 하나)

세상에 이렇게 화물교도 있는데..

(1) 철도교는 새마을호 Looking for you를 근간으로 도로 정체로부터의 구원을 믿는 모 신흥 종교이다.

(2) 라면교는.. 끓는 물에 죽으셨다가 3분 만에 부활하신 기적을 믿는 신흥 종교이다. 비빔면이나 뿌셔뿌셔 같은 부류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ㄲㄲㄲㄲㄲ

(3) 1986년에 창시되어서 현재까지 청주 모 지역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불교는.. 한국학 연구원과 각종 인터넷 신문에서도 취재를 나갔을 정도였다. (☞ 보도 자료 , 보도 자료 2) 가정집에 모여서 이불 뒤집어쓰고 성경 읽고 찬송가 부른다는데 이 정도면.. 신흥 종교라기보다는 그냥 특이 교파 정도로 봐야 하지 않을지.. =_=;;

(4) 인도양 북부에 인도와 버마· 태국 사이의 망망대해에는 North Sentinel Island라고 60㎢ 남짓한 면적의 작은 섬이 있는데.. 여기에는 '센티널 족'이라고 불리는 원시 생활 원주민이 50~200명 남짓 살고 있다. 이들은 외지인의 접근에 극도로 적대적이며, 이 때문에 여기는 2022년 현재까지도 서양 문명이 전혀 닿은 적 없이 고립된 동네이다.
당연히 선교사가 들어가지도 못해 있다. 2018년경에는 어느 미국인 선교사가 어설프게 잠입을 시도하다가 화살에 맞아 죽고는 다윈 상이나 받았다. -_-

Posted by 사무엘

2022/04/26 19:35 2022/04/2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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