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니, 봉고, 엑셀

국산차 중 현대 포니는 동급 배기량 중에서는 전무후무 유일하게 후륜구동이었던 승용차이다.
기아 봉고는 뒷바퀴가 트럭처럼 복륜 형태였던 유일한 소형 승합차이다.

봉고는 한때는 승합차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트럭 이름으로만 남아 있다.
엑셀은 한때는 승용차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의 이름으로만 남아 있다. ㄲㄲㄲㄲㄲ
워드퍼펙, 로터스 1-2-3, dBASE 같은 업무용 프로그램들은 Windows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고 사라졌다.;;

2. 위험한 데이브

우한 괴질 덕분에 30여 년 전 초딩 시절에 했던 ‘위험한 데이브’ 게임에 새겨져 있던 이 알파벳 이니셜을 다시 주목하게 되는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터넷 좀 뒤져 보니, 저건 PC Arcade를 의도한 거였다고 한다.;;)

저 시절에(1990년경) PC용 게임들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그래픽 모드를 CGA (4색), EGA (16색), VGA (256색) 중 하나 선택하는 게 관행이었다. 한번 선택한 뒤에는 변경할 수 없었고, 딱히 변경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저 데이브는 굉장히 이례적이게도, 게임 진행 중에 그래픽 모드를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었다. 하던 게임을 중단하지 않고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게임 중에 F2를 누르면 언제든지 나타나는 환경설정 화면. 어라? 이미 PC-arcade라는 단어가 있었구나~!!)

그게 가능한 게임은 내가 아는 도스용 수백여 종의 게임 중에 진짜 쟤가 유일한 것 같다~! 신기하지 않은가?
비슷한 시기의 Windows 3.x만 해도 그래픽 모드, 색상, 해상도 따위를 변경한 뒤에는 운영체제를 재시작해야 했는데 말이다. 지정도 제어판이 아니라 설치 관리자를 통해서 해야 했다.

3. 메신저

과거의 icq, msn (훗날 WLM), 스카이프, 그리고 요즘 카카오톡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만들면서 무료로 뿌리는 메신저 프로그램은 세월이 흐를수록 엄청나게, 불필요하게 덩치 커지고 무거워지는 게 필연적인 수순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평범한 채팅 기능만 제공해서는 수익이 나질 않으니 어떤 형태로든 부가적인 서비스를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기존 대화 데이터들이 쌓이고 프로그램 자체도 버전업을 거듭하다 보니 예전에 비해 뜨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정말 눈에 띄게 길어졌다. 뭐, 본인은 수 년 이상 묵은 굉장한 구닥다리 전화기를 사용한다는 것도 감안할 점이긴 하지만.. 거의 20~30초씩 걸린다.
PC용 프로그램이었다면 일개 메신저가 스플래시 화면이라도 좀 있어야 할 것 같다.;;

더구나 과거엔 공공장소 입장용 QR 코드를 생성하거나 백신 접종 정보를 불러오는 데도 비슷하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이것도 불만 사항이었다. 지금이야 백신패스는 아련한 옛날 이야기가 됐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이 최적화와 관련해서 좀 아쉬운 면모가 있다.

4. 블리자드

블리자드가 2018년 이래로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빠른 속도로 망조 들고 몰락하고 있는 것이 놀랍다.
무려 2000년경, "환상의 테란"이라는 PC통신(!!) 소설에서는 "서기 2020년, 블리자드는 스타라는 걸작 게임만을 남긴 채 망해 버렸고 게임의 소스 코드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사장은 어느 열받은 테란 플레이어에게 살해 당했다"라는 정말 비현실적인 설정을 제시했었다.

디아블로, 스타, 워크래프트라는 불멸의 명작 대작을 내놓으며 승승장구하던 게임 개발사가 망할 거라고는 그 시절에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 뒤로도 WoW에, 오버워치 이러면서 2010년대까지도 잘 나가지 않았던가?
그랬는데 지금이야 뭐.. 회사 창립자인 사장이 살해...;;까지는 아니지만 물러났고, 스타를 만들었던 핵심 개발진들이 죄다 퇴사하고 회사를 따로 차리는 지경이 됐다. 기존 스타크래프트는 1(리마스터)이고 2고 간에 유지 보수가 도저히 안 되는 막장 상황이 된 건 확실해 보인다.

우와, 그 명작인 스타크가 개발사로부터 버림받는 지경이 됐다니.. 하긴, 유명한 것 대비 회사 입장에서의 수익성이 너무 없어지긴 한 것 같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고 국내의 온라인 게임 개발사들은 처음에 돈독 올랐다고 욕 먹는 한이 있어도 정액제니 부분 유료화니 하면서 사용자에게서 지속적으로 돈을 걷는 체계를 만든 것 같다. 한 번만 돈 내고 끝인 패키지가 아니라 말이다.

그랬는데 블리자드가 2022년 초에 마소에 인수됐다. 마소는 게임 제작사들의 재량을 존중해 주는 관대한 기업이니 블리자드의 옛 명성을 되찾아 줄 것을 기대해 본다.
하긴, 왕년에 Doom과 Quake를 개발했던 id조차도 마소에 인수돼서 그쪽 계열사가 된 지 오래다. id를 인수하고 싶어했던 빌 게이츠의 오랜 소원은 빌이 은퇴한 뒤에야 결과적으로 성취됐다.

그 마소에서도 알다시피.. 2010년대에 경영진이 싹 바뀌고 컴퓨팅 시장의 판도가 많이 바뀌었던 시절에 Windows 8과 관련해서 삽질이 유난히 잦았다. Windows 10은 초창기에 예전의 마소답지 않은 온갖 버그들이 난무했었다.
MFC처럼 수십 년 묵은 고인물 썩은물은 마소 내부에서도 안 쓸 뿐만 아니라, 코드 구조를 다 꿰뚫고 유지 보수 가능한 사람이 거의 안 남았다나 어쨌다나.. MFC가 그러한데 하물며 딱히 작업할 것도 없고 10년 넘게 변화가 없는 한글 IME 코드의 관리 인력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이지 싶다.

소프트웨어 개발사는 핵심 프로그래머가 교체되더라도 제품 코드에 대한 노하우가 단절 없이 전수되고 코드의 유지 보수가 가능하도록 정말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일례로 각종 주석과 문서 작성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남이 도무지 읽을 수 없는 스파게티 코드, 난독화 코드를 잔뜩 짜 놓고는 "이 코드는 나 말고는 아무도 의미를 알 수 없어~" 이렇게 버티는 건.. 반칙이며 알박기나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_=;;

Posted by 사무엘

2022/06/30 08:36 2022/06/3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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