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보안

1. 고전적인 폭탄 테러

비행기는 타 교통수단보다 훨씬 더 빠르고 위험하고, 엔진이 꺼졌다가는 바로 추락해 버린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여객기의 경우 진작부터 테러의 표적이 되었으며, 보안의 필요성이 타 교통수단보다 더욱 부각되었다.
1970~80년대에 수하물 폭탄 테러가 몇 건 발생하자, 여객기 업계에서는 인원과 수하물이 무조건 일치해야만 비행기를 출발시키는 절차를 추가했다.

환승 등 어떤 형태로든 주인 없이 슬쩍 싣는 짐이 기내에 절대 존재하지 않게 한 것이다. 그 짐 속에 폭탄이 들어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짐과 짐 주인을 맞추는 게 마치 울나라 군대에서 탄피 개수를 맞추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누군가가 비행기 안에 들어갔다가 탑승을 포기하고 도로 내리는 경우, 이때도 객실과 수하물을 전부 싹 뒤지고 검사를 다시 하게 됐다. 이건 어디 건물에 폭탄 설치 협박 전화가 들어온 것과 완전히 동일 상황이라고 가정하는 거다.

비행기가 떴다가 응급환자 때문에 도로 회항하면.. 이번엔 승객들 짐은 건드리지 않지만 비행기가 비상 착륙을 위해 연료를 다 버려야 하는 민폐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데 뜨기 전에 승객이 일부 빠져나가면, 이번엔 연료는 안 버리지만 저렇게 보안과 관련된 시간과 인력 낭비 민폐 상황이 벌어진다.;;

우리나라는 대한항공 858 (김 현희..) 이후로 수하물 폭탄 '테러'는 더 겪지 않고 있다.
그 대신, 화물기에 실렸던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하는 바람에 추락 사고가 난 적이 있었을 뿐.. (아시아나 항공 991편, 2011년. 조종사들 사망)

2. 자살 테러

짐칸에다가 폭탄을 못 실으면 사람이 직접 조종실로 쳐들어가서 조종사들을 제압한다~!!
우리나라는 1958년의 창랑호, 1969년 YS-11기 같은 북괴의 납북 테러 공작 때문에 진작부터 이런 거 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반면, 미국은 2001년 9· 11 테러를 당한 뒤에야 보안이 뒤늦게 아주 아주 강화됐다.

20세기까지 항공 보안 이념에는 "테러리스트들이 아무리 비행기를 납치하더라도 설마 자기들까지 다 죽을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전제 조건, 선입관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9· 11 테러는 그 선입관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부정해 버렸다. 그러니 충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수하물뿐만 아니라 기내 반입 소지품도 더욱 까다롭게 검사하기 시작했다. 기내식 스테이크를 써는 플라스틱 나이프조차 안 주고 미리 다 썰어서 주기 시작했다. 식사 때 포크와 나이프를 통제하는 곳은 교도소밖에 없지 싶은데, 이거 뭐 여객기도 그 범주에 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조종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밖에서는 절대로 못 열고, 심지어 수류탄을 터뜨려도 안 열릴 정도로 문이 필요 이상으로 엄청 튼튼하게 개조됐다.

3. 조종사의 일탈

그랬는데.. 21세기에 와서는 비록 극소수이지만 정말 의외의 뜬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외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내부의 조종사가 나쁜 마음 품고 일탈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더라는 거다.
기장과 부기장 중 한 명이 화장실 갔을 때 남은 한 명이 조종실 문을 잠가 버리고 비행기를 고의 추락시키면.. 이건 아무도 저지할 수 없게 됐다.

아니, 여객기 조종사까지 될 정도로 인생 성공한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도대체 저런 짓을 왜 하나 싶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며, 기준이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그 파일럿들 엘리트 조직 안에서도 서로 꼴보기 싫은 사람이 있다. 나이 50이 넘도록 기장 진급 못 하고 눈칫밥 먹는 열등감 쩌는 찐따도 있고,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이나 조현병 따위에 시달리는 조종사도 없으란 법이 없다.

이 사람들 역시 받는 액수가 좀 상위권일 뿐, 사기업 다니는 월급쟁이 근로자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월급만으로 성이 안 차서 다른 데서 돈놀이 하다가 실패해서 빚더미에 앉은 케이스도 있다. 당장 울나라에서도 옛날에 무려 대학 교수가 돈 문제 때문에 지 애비 죽인 사례가 있었다.

1999년 이집트 항공 990편 추락, 2015년 저먼윙스 9525편 추락은 블박을 보아하니, 정말 충격적이게도 부기장에 의한 고의 추락이 거의 확실시됐다. 2014년에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 370편은 물증이 부족하긴 하지만 기체 결함이 절대 아니고 얘도 누군가에 의한 고의 추락으로 가닥이 기울어 있다.
작년 봄에 중국에서 거의 수직으로 내리꽂혔던 중국 동방 항공 5735편 사고도 정황상 조종사에 의한 고의 추락이다.

오늘날 정치· 군사 분야가 아니면서 한 사람이 수백 명의 목숨을 왔다갔다 할 수 있고 막대한 책임감과 스트레스가 부과되는 업종은 의료나 원자력이 아니면 비행기· 선박 같은 교통수단이지 싶다.

옛날에 항공기관사가 있어서 조종실 승무원이 3명이나 있던 시절에는 이런 고의 추락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할 수가 없었다. -_-;;
옛날에 시내버스에 운전사뿐만 아니라 차장도 있던 시절에는 파주 시내버스 팔 끼임 사망 사고 따위 날 수 없었던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수동 변속기 시절에 요즘 같은 급발진 따위도 절대 없었을 테고.

이런 게 무인화 자동화가 가져오는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다.
뭐, 조종실 문을 봉인한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닐 테니 요즘은 부기장· 기장 중 누가 화장실에 가면 객실승무원이라도 호출해서 조종실에 언제나 2명이 있게 운항 매뉴얼이 개정됐다.

사람이 935명이나 타는 KTX 열차는 1명이서 운전한다. 열차야 앞뒤로밖에 오가지 못하고, 안전성 면에서 타 교통수단의 추종을 아득히 압도하기 때문에 그게 가능하다.
오죽했으면 쟤들은 시속 300으로 달리는데도 좌석에 안전벨트가 없고 입석 승객까지 버젓이 받는다. 그리고 기관사가 생존 반응 확인 신호에 응답하지 않기만 해도 비상 정지한다.
이런 시스템은 오직 철도에서만 구현 가능하다. 그 반면, 여객기는 부기장마저 없어지는 1인 단독 조종이 될 일은 가까운 미래에 없을 것 같다. 이건 LPG 충전소가 무인화 셀프화되는 것과 동급이 아닐까 싶다.

(아 그러고 보니 1982년엔.. 기관사까지 버젓이 있는 와중에 기장이 기체를 고의로 추락시켰던 일본 항공 350편 같은 사례도 있긴 했다. 그건 얘기가 복잡해지는데, 일단 논외로 하자. -_-)

Posted by 사무엘

2023/10/03 08:34 2023/10/0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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