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

지금으로부터 한 달쯤 전, 지난 제헌절 무렵에 본인은 아내와 함께 매일 진행하는 성경 통독이 '에스라'에 진입해 있었다. 즉, 바빌론 포로기 종료와 예루살렘 귀환 시기이다.

에스라기 3장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무려 70년 만에 고향으로 귀환했다. 그래서 제단부터 만들어서 의식율법을 다시 시행하고, 뒤이어 성전도 재건하기 시작했다.
성전 기초가 놓이자 사람들이 너무 감격해서 환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참회의 통곡도 했다. 아주 어린 시절에 솔로몬의 성전을 어렴풋이 본 적 있었던 노인들이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그런데..
그 무렵에 방영됐던 SBS 꼬꼬무 232화는 참 공교롭게도 재건과 정반대인 철거를 다뤘다. 바로 1995~96년에 진행됐던 조선총독부 청사의 철거 말이다. 이것도 지금으로부터 무려 30여 년 전의 일이 됐다.

조선총독부 청사는 10년 가까이 건축한 끝에 1926년에 완공됐다. 그게 광복 50주년, 그리고 완공 얼추 70년 만에 드디어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철거된 것이다.
"역사 바로 세우기" 명목으로, 1995년 광복절에 지붕 맨 꼭대기의 첨탑 하나만 먼저 크레인으로 들어서 뜯어냈다. 이게 철거의 첫단추를 끼운 퍼포먼스였다.

에스라서에서는 성전 재건의 기초가 놓일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저렇게 감격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식민 지배의 원흉 본부 건물의 철거가 시작됐을 때 사람들이 감격하고 환호하고 난리였었다.
두 사건이 서로 굉장한 대척점? 안티테제를 형성하는 것 같다.

꼬꼬무를 보니 그 당시에 첨탑을 끌어내리기 위해 대형 크레인을 현장 부근에 미리 설치한 것, 건물의 내부에서 보관 중이던 수많은 문화재들을 미리 대피시킨 것(그 당시엔 조선총독부 청사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어서..) 등 숨겨진 비화가 많이 있었다.

조선총독부 청사는 경복궁과 너무 가까이 있는 관계로, 섣불리 폭파 같은 과격한 방법으로 해체하기는 어려웠다. 중장비를 동원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한뼘 한뼘 조심해서 뜯어내다가.. 1년쯤 뒤, 마지막 남은 자그마한 벽면만 역시 상징적인 차원에서 폭파해서 무너뜨렸다고 한다.
제일 먼저 뜯어냈던 첨탑은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의 야외 전시장으로 옮겨져서 처참하게 낡아 가는 중이라고 꼬꼬무에서 언질을 줄 법도 한데.. 이에 대한 언급은 더 없었다.

난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조선총독부 청사 철거는 찬성이고 잘했다는 소신이다. 웬만하면 보존해서 다른 건물로 사용할 법도 하지만, 쟤는 용도뿐만이 아니라 위치도 광화문과 경복궁 사이에 너무 안 좋은 구도로 있었다. 옛 서울 역 건물 같은 건물이 아니다.
그나저나 조선총독부가 무슨 종로 경찰서 같은 시설도 아닌데, 지하에 웬 유치장이나 고문실 같은 방이 있었는지는 좀 의문이다. 총독부 청사의 지하엔 위급 상황에서 VIP의 피신용 패닉룸 벙커 같은 거나 있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나?

2. 친일파(?) 금수저 가문 출신 여배우

난 누군지도 몰랐는데 최근에 참교육 드라마 때문에 얼굴 알게 된 어느 예쁘장한 여배우가 말이다. 광복절을 앞두고 굉장한 논란을 일으켰다. 이 사람은 정말 엄청난 가문 출신이었구나.;;;
별 생각 없이, 정말로 모르고 내뱉은 말 때문에 당사자도 엄청 골치 썩었고, 소속사라든가 그녀와 계약 맺었던 기업들도 "아이고 두야" 하며 뒷목 잡았지 싶다.

저 정도면 집안 조상님이 그냥 먹고 살려고 어쩔 수 없이 일제에 소극적으로 순응하고 부역한 수준을 넘어서기는 하는 것 같다.

  • 고종 황제도 치료했었다고? 그 신분과 능력으로 아예 고종의 암살에나 관여하지 않았으면 다행이고, 그리고 칼빵 맞고 실려왔던 이 완용 대감님한테도 당대 최고의 의술을 베풀면서 치료했었네?
  • 소록도에서 근무했었다고? 그때 거기서 일했던 의사들은 여수 애양원에서 나병 환자 섬겼던 손 양원 목사와는 영 딴판인 일을 했던 거 같은데?
  • 내선일체 모범 가정이라고 신문에 소개된 게 무슨 1940년대였으면 나도 이해한다. 근데 이거 뭐 민족말살이니 문화통치니 아무것도 없고 3· 1 운동도 일어나기 전 1916년에 벌써 대문짝만 하게 소개된 거면..

나도 반일정신병 극혐하는 소신이고, 이딴 일 갖고 미개한 연좌제는 절대 반대한다. 하지만 조상의 저 행적 자체를 "그 시절에 친일 안 한 사람 어딨냐" 그러면서 다 물타기 하기는 어렵다고 보여진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소설 "꺼삐딴 리" 이 인국 박사의 판박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의사는 환자가 누구건 의술을 베풀어야지, 매국노라고 치료도 하지 말아야 하냐" 이렇게 반문하는 혹자가 있는데.. 이건 좀 논점일탈이다. 이때 이 완용은 평범하게 다치거나 아픈 것도 아니었고, 의거에 의한 저격을 당한 상태였다.
의료인으로서 매국노도 치료한 것 자체를 반인륜 반민족 행위로 간주해서 후세가 단죄하는 것까지는 에바라고 쳐도, 그건 자랑스럽게 떠벌릴 이력도 절대 못 되지 않겠는가?

문 재인이 변호사 시절에 페스카마 호 흉악범들 옹호했던 것도 직업적으로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었다. 하지만 정치 성향에 따라서는 그의 그런 과거 행적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그들은 그런 견해를 가질 권리가 있다.
하물며 이 완용을 치료했다는 의사에 대해 일단 부정적인 편견을 갖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얼마든지 그럴 수 있지, 이걸 반일정신병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무슨 빨간 대게 그림을 갖고 욱일기라고 트집 잡는 짓거리야 진짜 반일정신병이겠지만.. 이건 그와 다른 상황인 것이다.

아 물론 당연히.. 후손인 저 여배우 당사자가 뭘 직접적으로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다.
성형 의혹도 아니고 사생활 스캔들도 아니고, 마약 도박 음주운전 아니고, 과거 학폭 가해자 내력이 폭로된 것도 아니고 그런 부류는 전혀 아니긴 한데..

다만, 이미지로 먹고 사는 직업, 인기로 먹고 사는 직업을 선택했는데 괜히 할 필요 없는 말을 스스로 늘어놓는 바람에 커리어에 약간 태클 걸리고 흑역사 논란거리 스크래치가 추가된 건 누구라도 실드 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정서법의 여파를 한동안 좀 감내를 해야 할 것 같다. -_-;;;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가지고 자랑했으면, 마찬가지로 자신이 하지 않은 일로 비난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 하겠다.

당장 대놓고 몰락했다기보다는, 더 몸값 올라가고 더 출세할 기회가 꺾인 거지.
그래도 아까도 말했듯이 이게 무슨 활동 중단에 자숙까지 할 심각한 허물은 절대 아니니,
이 참에 어디 좋은 일 하는 단체에 기부 많이 하거나, 역사 관련 영화· 드라마에 선역으로든 악역으로든 쿨하게 출연료 안 받고 출연하거나.. 이런 걸로 얼마든지 퉁치고 넘어갈 수도 있다고 본다. 저 사람이 부디 이 상황을 지혜롭게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

난 예전에도 글로 몇 차례 썼지만, 한국이 해방된 건 100% 전적으로 미국 덕분이지 국내의 독립운동가들은 하나도 기여한 게 없다는 식의 극단적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일본을 패퇴시키고 몰아낸 건 미국의 군사력, 특히 그놈의 원자폭탄이다. 그러나 우리 쪽에서도 그렇게 죽을 힘 다해서 독립 의지를 표출하고 호소하지 않았다면.. 일본이 패전한 뒤에도 그게 한국의 해방· 독립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수 있었다. 아니 최악의 경우는.. 아예 같은 추축국 진영으로 취급 받고 더 큰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었다.

반일정신병 싫어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할배를 좋아하는 우파일 텐데.. 저런 식의 '독립운동 뻘짓론'을 원조가카 리 승만 할배가 들었다면.. 아마 땅을 치고 통곡하거나, 격분해서 무덤에서 벌떡 일어났지 싶다.
할배는 미국을 상대로 그놈의 알량한 광복군 병력을 거짓말로 뻥튀기까지 하면서 "우리도 일본을 상대로 싸울 수 있다~ 우리도 연합국의 승전에 밥숟가락 얹었다" 필사적으로 호소했던 사람이었다!

3. 성경이 말하는 독립과 자유

이번 광복절의 다음날엔 본인이 다니는 교회에서 설교 제목부터가 “그리스도인의 독립과 자유”였다.
성경 본문은 그 유명한 갈 5:1 “다시는 속박(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

이 구절이 제일 좁은 의미에서 말하는 건.. 구원에 관한 한 다시는 할례니 안식일이니 하는 율법주의로 돌아가지 말라는 경고이다.
하지만 이건 비유대인에게는 막 심각하게 와 닿지는 않는 주제이다. 적용 범위를 신약의 범위에서 조금 넓히면.. 기껏 구원받았더니 도로 육신의 죄악된 생활로 돌아가지 말라~~ 까지도 포함된다.

더 나아가, 옛날에 할배 대통령은 “우리는 일제로부터 너무나 어렵게 힘들게 해방됐고, 공산당으로부터도 자유를 끝내 지켜냈다. 우리는 이제 문화, 경제, 군사 등 어느 분야에서든 절대로 종의 멍에를 메지 말아야 한다. 내가 우리 민족에게 남기는 유언은 갈 5:1”이다.”라는 요지로 말하기도 했었다. 물론 이건 기독교 교리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제일 넓은 영적 적용일 것이다.

아무튼.. 이런 배경이 있으니 본인도 오후에 준비 찬송을 인도할 때는 자유가 들어간 곡들을 쭉 검토하고 골라 봤다.
0순위로 곧바로 무조건 바로 떠오르는 건 “죄에서 자유를 얻게 함은 보혈의 능력” 되시겠다.
“속죄하신 구세주를 내가 찬송하리라”도 좋은 예시이다. “내게 자유 주시려고 주가 고난 당했네”가 있다.

“놀라운 주의 은혜” Wonderful grace of Jesus에는 setting my spirit free와 giving me liberty가 나란히 나온다. 우리말에는 “참 자유 주신 주” 정도로 들어갔다.
그리고 “놀라운 주의 은혜”와 “주 보혈로 날 구해 준” And can it be that I should gain의 가사에는 둘 다 쇠사슬이 끊어졌다는 묘사가 있다.

  • Chains have been torn asunder, giving me liberty
  • My chains fell off, my heart was free (사도행전 12장, 감옥에 갇혔던 베드로가 풀려나는 장면을 대놓고 오마주..)

하지만 우리말 번역 가사에는 이런 것들이 빠졌다.
우리말 찬송 중에 뭔가 쇠사슬이 끊기고 풀렸다는 묘사가 있는 곡은.. 찬송가라기보다는 캐주얼 복음성가 후크송(?)에 더 가까운 “나 자유 얻었네 너 자유 얻었네 우리 자유 얻었네”가 전부인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6/08/17 19:35 2026/08/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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