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undelete (노턴 유틸리티의 unerase)

그렇다. 도스 시절에는 지금처럼 휴지통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FAT 파일 시스템에서 파일 삭제는 파일 이름의 첫 글자만 ?로 바꿔서 지워진 것처럼 속이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그런 파일을 찾아내어 첫 글자를 지정해 주면 지워진 파일을 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100% 완전히 복구된다는 보장이 없었다. 본디 파일이 있던 위치에 다른 파일이 덮어써지면 파일이 소실되거나 심지어 다른 파일 내용과 충돌이 일어날 수 있었다. 이건 또한 보안상으로도 굉장한 허점을 남기는 위험한 일이며, 옛날 도스 시절에 운영체제나 파일 시스템이 지금보다 훨씬 더 단순할 때나 통용되던 편법에 불과했다.

2. sort (노턴 유틸리티의 ds)

요즘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탐색기나 여타 파일 관리 유틸리티들은 파일 목록을 보기 좋게 잘 정렬해서 보여주지만 DIR을 쳐서 나타나는 파일 목록은 그렇지 않았다. 말 그대로 디스크에 저장된 순서대로 저장된 파일 목록을 보여줄 뿐이었다. 그래서 디스크에 보관되는 파일 목록 자체를 ABC 순으로 정렬해서 재기록해 주는 별도의 유틸리티가 있었다. 그것도 하위 디렉토리들까지 재귀적으로 알아서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 윈도우 NT 계열이 사용하는 NTFS 파일 시스템은 자체적으로 파일 목록을 알아서 ABC 순으로 무조건 정렬해 놓으므로 그런 유틸리티가 무의미하고 불필요해졌다. 내부적으로 단순 연결 리스트가 아니라 tree 같은 자료 구조를 쓰는 듯하다. 과거의 윈도우 9x와 윈도우 NT는 아무 디렉터리에서나 DIR만 쳐 봐도 결과가 차이가 났던 것이다.

지금도 FAT32를 쓰는 플래시메모리를 꽂아서 DIR를 해 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하드디스크는 파일 목록이 ABC 순으로 출력되는 반면, 플래시메모리는 그렇지 않다.

3. 디스크 검사 (노턴 유틸리티의 NDD)

요즘 애들은 디스크 드라이브가 A부터 시작을 안 하고 왜 C부터 시작하는지 이유를 모를 것이다. 옛날 A와 B를 차지하고 있던 플로피디스크는 용량 적고 느린 건 둘째치고라도 물리적인 에러가 정말 잘 났다. 이 디스크 에러 내지 데이터 에러는 도스가 간단히 에러 메시지만 뱉고 끝내는 게 아니라 꼭 A중단, R재시도, I무시 같은 더 끈질긴(?) 인터페이스로 대응했기 때문에 더욱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그 시절에 디스크 검사 유틸리티는 필수였다. 물리적인 에러가 난 부위는 bad sector로 처리하여, 거기를 건드리다가 운영체제가 에러 메시지를 뱉는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해 줘야 했다.

과거에 하드디스크 용량이 한 수백 MB대일 때까지는 하드디스크도 NDD를 돌려볼 만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디스크 검사라는 게 의미가 없어졌다. 에러가 거의 없어지기도 했고, 또 디스크 용량도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4. 디스크 조각 모음 (노턴 유틸리티의 SPEEDISK)

오늘날 존재하는 디스크의 모든 파일 시스템들은 어떤 형태로든 정기적인 조각 모음(defragmentation) 작업이 필요하다. 데이터베이스 파일도 그렇고, 가상 머신 이미지 파일도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조각 모음은 과거 도스 시절만의 잔재는 아니며, 윈도우 XP까지도 별도의 시스템유틸리티가 존재했다.

비스타부터는 idle time 때 조각 모음을 운영체제가 알아서 지능적으로 찔끔찔금 하는 형태로 바뀌어, 덕분에 사용자가 이런 걸 신경쓸 필요가 사실상 없어졌다. 지금은 옛날 같은 방식으로 조각 모음을 하기에는 하드디스크 용량이 커져도 너무 커졌고, 또 SSD 같은 디스크는 아예 내부 특성상 전통적인 의미의 조각 모음을 해서는 안 되는 물건이기도 하다. 세상이 그만치 많이 변했다.

윈도우 95를 설치해 놓고 도스용으로 만들어진 디스크 조각 모음을 실행하면 긴 파일 이름이 싹 다 날아가고 대략 패닉이 벌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 상태에서 undelete라든가 디렉터리 정렬 같은 저수준 작업을 시도하면 emm386 같은  메모리 드라이버가 에러를 내면서 컴퓨터가 그냥 다운되어 버리기도 했다. 오늘날은 과거 노턴 유틸리티의 DISKEDIT 같은 무식한 저수준 유틸리티가 돌아가는 건 절대 권력 운영체제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도스와 윈도우 9x 시절의 잔재라 할 수 있는 FAT 파일 시스템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FAT12: MS 도스 초창기에 도입. 플로피디스크용이며, 인식 가능한 하드디스크 용량은 최대 32MB.
FAT16: MS 도스 4.0(무려 1988년)에서 도입. 디스크 용량의 이론적 한계치가 2GB로 증가

FAT32: 윈도우 95 OSR2에서 도입(1996년). 최대 용량이 테라바이트급으로 늘긴 했으나, 파일 하나의 최대 크기는 여전히 4GB 제약을 받으며 디스크 용량이 수십, 수백 GB에 육박하면 슬슬 불안정해진다. NTFS로 갈아타는 게 낫다.
exFAT: 윈도우 비스타 SP1에서 도입(2008년). 플래시메모리 구조에 최적화되었고 파일 1개의 4GB 제약도 없어졌다고 함.

Posted by 사무엘

2010/07/14 11:09 2010/07/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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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 기윤 2010/07/14 13:21 # M/D Reply Permalink

    여러가지 추억의 유틸리티들-

    1과 2는 모르던 것(..)이고 3과 4는 95때부터 꾸준히 있었던 물건이죠. (그런데 XP 까지는 디스크 검사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7에는 없군요;;)

    디스크 쓰다가 디스크를 빼면 항상 볼 수 있었던 메시지
    Abort, Retry, Ignore ?
    .................................. 그런데 문제는 다시 넣어도 복구도 제대로 안되니 그냥 얄짤없이 재부팅;;

    그리고 FAT16 나왔을때 당시에는 하드디스크의 용량 한계가 사라졌다!! (.....)라고 광고하던 때가 생각나는군요;; 지금은 한계치가 2GB 라고 하면 뭐;; 역시 정보화 시대이니만큼 성장 속도가 어마어마합니다.

    p.s. 요즘애들은 하드가 왜 C 부터 시작하는지 모른다... 에 대해서 공감중. 옛날에 디스켓 꽂고 C:\> A: [엔터] 하면 디딕, 딕딕딕딕.. 하고 FDD 읽는소리 나고 느릿느릿 로딩 완료 ㅋ;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윈도7 이라도 FDD 꽂으면 A 로 인식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용량이 줄었어도 전통은 이어가리-

    1. 사무엘 2010/07/14 20:19 # M/D Permalink

      undelete와 sort는 접한 적이 없는 세대이시군요. 옛날에 노턴 유틸리티, PC툴즈 같은 게 날렸는데 말이죠. ㅎㅎ
      2001년에 첫 출시된 XP는 몰라도 이제 비스타/7이 기본 탑재되어 나올 정도의 컴이라면 이제 FDD는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도스 4.0 시절에는 "하드디스크 한계가 2GB로 늘었습니다"라고 선전 안 하고 당연히 "하드디스크 한계가 '없어졌습니다' " 라고 소개했었죠. 그 당시 하드웨어 환경상 2GB는 정말 까마득하고 상상조차 하기 힘든 광활한 공간이었으니까요. 그래 봤자 FAT16일 뿐인데.. ㅎㅎ

  2. 이준기 2010/07/17 16:09 # M/D Reply Permalink

    하드디스크는 파일 목록이 ABC 순으로 출력되는 반면, 플래시메모리는 그렇지 않다.
    -> 엄청 공감하고 있습니다요 ㅎㅎ

    1. 사무엘 2010/07/17 19:05 # M/D Permalink

      ㅋㅋㅋㅋ 윈도우 9x 쓰다가 NT 계열로 갈아타고서 저 역시 무척 놀랐던 점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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