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전산학과의 한 태숙 교수. (본인은 수업 들은 적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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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이라는 글자 때문에 좀 여자 이름 같다. ㄲㄲㄲㄲㄲㄲ 실제로 동명이인인 연극 연출가 한 태숙 씨는 여자이다.
쉰을 넘어 환갑을 바라보는 분이지만, 그래도 인상이 좀 장난기 있고 앳돼(?) 보이지 않은지?

이분은 대학 교수란 바로 이런 사람을 위한 직업이라는 걸 입증-_-하는 산 증인이신 분이다.
학창 시절에 1등· 수석이라는 타이틀을 한 번도 놓쳐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1972년에 경기고 수석 졸업. 학력고사도 그 해의 전국 수석이었다. 당시 신문에도 났다.
당연히 서울대에 수석 입학했고 전자공학과를 1976년에 수석 졸업.
자기가 스스로 천재라고 말하는 사람이야 없다 치지만, 이분은 자타가 공인하는 타고난 공부 벌레, 공부 기계 덕후였음은 사실이다.

뭐, 대학원부터는 그런 서열화된 시험 점수라는 게 큰 의미는 없다만, 이분은 카이스트에서 석사를 마치고, ETRI에서 몇 년 연구원으로 지내다 1985년에 도미,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프로그래밍 언어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30대 후반의 나이로 카이스트 교수에 부임한다.
요즘은 보통 반대로 카이스트 나오고도 대학원을 서울대로 가려는 경향이 크지만, 그때 저분이 반대의 진로를 택한 것은 당시 카이스트의 큰 매력 중 하나이던 병역특례 때문이었다고 한다.

본인은 언젠가, 역대 학력고사 전국 수석자들의 이후 행보에 대해서 보도한 가십성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사람들 죄다 변호사, 검사, 판사가 돼 있었다. ㅠ.ㅠ
그때가 그랬는데 하물며 그때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훨씬 더 심해진 지금은 오죽하겠는가?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의 저자로 한때 히트 친 장 승수 씨도 서울대 졸업 후 나중엔 사법고시 패스하고 지금은 어엿한 변호사가 돼 있다.

이렇듯, 그 당시 학력고사 수석은 곧 서울대 법대 행 티켓을 의미했다.
그런데 1972년도 수석에 어? 본인이 아는 카이스트 교수님의 이름이 있었고 이분은 이례적으로 다른 수석자들과는 달리, 그 머리로 우리나라 이공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길을 가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공부를 어떻게 하고 학창 시절을 어떻게 보내야, 학교 교과서 내용을 다 머리에 집어넣고 수능 만점· 학력고사 수석을 차지할 수 있을까? ㅠ.ㅠ

나는 제도권 교육이 요구하는 인재상과는 너무 넘사벽으로 다른 길-_-;;을 걸어 왔다. 학교 공부가 싫은 건 아니었는데, 그것보다 컴덕질이 훨씬 더 끌려서 주체할 수 없었다.
학생을 공부라는 산소를 흡수하는 헤모글로빈에다 비유한다면, 컴덕질은 일산화탄소 같은 존재;; ㄲㄲㄲㄲㄲㄲ
그런데 그 컴덕질이라는 것도 남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듯 정올 문제를 쓱쓱 다 풀어 낸다거나 바이러스라도 만든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아 뭐라 말하기가 좀 그렇다.

난 학부 졸업할 때까지 오로지 내 동굴 안에서 인생을 너무 좁게 살았다. 그렇게 해서 완전 나만의 경지를 구축한 것도 있었고, 그 대신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 대학원에서는 교수님들과 교류도 많이 하고(어차피 대학원에서는 교류 안 할 수가 없음..-_-) 좀더 폭넓게 학교 생활을 하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0/11/04 16:56 2010/11/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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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가람 2010/11/04 18:29 # M/D Reply Permalink

    안카더라통신에 따르면, 한태숙 교수님이 Rogue에서 한국 최초로 부적(,)을 드신 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면 단순한 공부벌레는 아니셨던 것 같습니다.

    1. 사무엘 2010/11/05 01:30 # M/D Permalink

      여러 모로 흠좀무이신 분이군요. ㄲㄲ

  2. 김기윤 2010/11/05 09:23 # M/D Reply Permalink

    어디서 많이 본 얼굴같다 생각했는데, ACM-ICPC 에서 "Do not touch anything" 이라는 말을 연발하셨던 분이군요. (.........)

    1. 사무엘 2010/11/05 19:41 # M/D Permalink

      카이스트 ACM ICPC출전팀의 코치이기도 하고, 좌 경룡 교수와 더불어 거기서 프로그래밍 경진대회 쪽으로는 한 역할 하시는 분이니, 대회 참가자라면 저분을 현장에서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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