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들어 낸 인공물(artifact) 중 현재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2호이다. 태양계를 떠나 지구로부터 한없이 멀어지고 있는 탐사선은 파이어니어 10/11호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이것 말고도 더 있다는 걸 알게 됐다.
http://blog.naver.com/bk210850/140001208301
이들은 이미 태양-해왕성 사이 거리의 두 배에 달하는 지점마저 넘어섰다.
파이어니어 10호의 경우 2003년 초에 정말 가냘픈 신호가 감지된 것을 끝으로 교신이 영영 끊겼고, 이제는 수명이 다 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보이저 탐사선은 지구로부터 100수십 억 km나 떨어져 태양계의 거의 끝자락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예상 수명을 훨씬 초과하여 살아 있고 활동 중이라 하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렇게도 멀리서 오는 탐사선의 미약한 전파를 잡아내려면 정말 넓고 크고 성능 좋은 안테나들을 세계 각지에 설치해 놔야 한다.
(파이어니어 10호는 2000년 말에도 교신이 한동안 끊겨서 이거 실종이 아닌가 싶었으나 2001년 5월에 다시 신호가 와서 관계자들이 안도한 적이 있었다.)
무려 30여 년 전, 박통 시절에, 인텔에서 이제 막 4비트/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들어 내던 시절에 발사된 우주 탐사선이 지구로 각종 행성들의 사진을 보내 왔다는 게 정말 믿기 힘들다. 하다못해 JPG 압축 알고리즘도 없던 시절인데 말이다.
본인의 경우, 처음 봤을 때의 전율과 감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사진이 뭐냐 하면 달 뒷면의 모습, 그리고 달과 지구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한 사진에 찍혀 있는 모습이다. 달은 지구에 비해서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기괴하게 큰 위성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인류가 이런 정보와 지식을 얻기까지 몇 년이 걸렸던가!
1960, 70년대엔 냉전 구도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미국과 러시아가 우주 개발이 한창 전성기였다. 어떤 놈은 금성과 수성의 표면을 관측한 뒤 임무를 마치고 태양을 돌다가 과열되어 최후를 마치기도 했고, 어떤 놈은 금성 대기권에서, 어떤 놈은 금성 표면에서 1시간을 버티다 고열 고압을 견디지 못하고 파괴되기도 했다. 탐사선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목성 착륙을 시도하다가 그대로 파괴되어 버리고 연락이 끊긴 놈도 있었다. 목성은 크기만 작을 뿐 내부 성분은 태양 같은 항성과 완전히 똑같다고 하니, 착륙했다간 그 길로 짙은 고압 유독가스에 모든 게 분해되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Quake 3 Area에 나오는 Fog of Death가 생각난다.
그런 시도가 있은 후 어떤 놈은 그렇게 특정 행성에서 말뚝 박고 최후를 마치는 게 아니라 아예 태양계 밖으로 영원한 질주를 시작한 것이다. 기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나름 초속 수십 km로 주행한다 하지만 그래 봤자 한 행성에서 다른 행성까지 가는 데 꼬박 2~3년씩 걸린다. 지구와 전파를 교신하는 데도 수십 분에서 한두 시간은 족히 걸린다. (태양-지구 사이의 거리인 1 천문단위가 전파로는 8분 20초 가량 소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체 연료도 없는 우주 탐사선이 아무 때에나 그렇게 기존 행성의 중력을 잘 이용하여 태양계 바깥으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확한 사항은 기억이 안 나지만, 1970년대 중반이 외행성들이 거의 일렬로 배열되어 백수십 년마다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하는 절호의 기회였다고 한다. 이것도 어쩌면 영적으로 볼 때 우연은 아닌 것 같다. -_-;;
탐사선의 궤도를 계산하고 탐사선이 그 암흑천지 우주 공간 속에서 일말의 에너지를 받아서 전력을 생산하고 더구나 사진까지 찍고 지구와 교신하는 건 정말 수학과 과학 첨단 기술의 승리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광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곳에서 항성도 아니고 행성 사진을 어떻게 저렇게 찍었을까? (극악의 노출 시간 동안 있는 빛 없는 빛 다 긁어모아서 찍지 않았겠나? -_-) 육안으로는 지구에서 관측할 수 없는 천왕성만 해도 아직까지 우주 탐사선이 보내 준 사진의 질이 별로 좋지 못하며, 그저 희뿌연 구 형상만 파악할 수 있는 실정이다.
컴퓨터의 발전 속도도 놀랍지만
어떻게 인간이 자체 동력으로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하고서 겨우 반세기 남짓만에 민간인 여객기가 전세계를 연결하기 시작하고 인공 위성을 띄웠으며 이내 우주 왕복선과 탐사선이 발사되었을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로부터 거의 40년이 또 지난 지금은 왜 우주 개발 쪽으로 아무런 진척이 없을까? 신기하기 그지없다.
또한 우주를 아무리 뒤져 봐도 아직까지 태양과 지구 같은 이런 행성-항성 조합은 발견되지 않았고 생명 또한 발견되지 않은 것도 경이롭다. 달은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정확하게 일치하여 지구에서는 뒷면이 절대로 보이지 않으며, 지구에서 달의 겉보기 크기가 태양의 겉보기 크기와 일치하는 것도 우연이라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상한 점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