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공항 스타라인

인천 공항 내부에 있는 스타라인이라는 무인 경전철은, 인천 공항에 확장 탑승동이 지어진 관계로 main 여객 터미널과 확장 탑승동을 연결하기 위해서 활주로 지하에 건설되었다. 둘 사이의 거리는 거의 900미터 정도 된다고 한다.
완공도 작년 6월이니 얼마 되지 않았으며, 한창 내가 병특 마칠 무렵에 생긴 것이었다. 작년에 미국 갔다 올 때도 이미 있었다는 얘기인데 나는 물론 그땐 그런 게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물론 타는 곳은 승차권을 소지하고 보안 검색과 출국 신고까지 마친 승객 당사자만 들어갈 수 있는 ‘면세 구역’에 있기 때문에 일반 공항 방문객이 이걸 이용할 수는 없다. 확장 탑승동은 전구간이 면세 구역이다. 지난 3월 말에 중국 갔다 올 땐, 겨우 1시간 남짓 제주도 거리밖에 안 되는 노선을 이용하는데 탑승구까지 가느라 시껍을 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직후 공항의 면세 구역을 완전히 벗어나 환영객이 기다리고 있는 출구까지 나가는 데 거의 30분은 걸린 것 같았다. 수하물 찾을 것도 없었는데도! 아예 비행기 탑승권 뒷면에도 “탑승구가 졸라 멀리 떨어져 있으니 공항에 꼭 충분히 일찍 오셔야 합니다” 주의 사항이 찍혀 있었다.

스타라인 자체에 대해서 얘기를 좀 더 하자면, 일단 서울 지하철이나 심지어 공항 철도와도 굉장히 다르다. 차량은 3량 1편성이며, 운전석이 없는 무인 열차여서 앞뒤 터널 경치를 볼 수 있다. (물론 차량 자체도 일본에서 도입한 거라고 한다) 그리고 고무 바퀴이다. 한 편성 안의 모든 차량이 같은 외형으로 생겼으며 객실과 객실 사이를 이동할 수 없다. 다수의 항공 여객을 아주 짤막한 시간 동안만 수송하는 차량의 특성상, 좌석은 소수의 노약자석 말고는 없다.

또 하나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다.
재미 삼아 한 열차 안에서 짱박고 있다가 왔던 길로 되돌아가면 되는 일반 광역전철과는 달리, 이 열차는 장난으로 탈 수가 없다. 이 열차를 타기 위해 별도의 승차권이라도 사야 하는 것도 아니고 완전 무료인데도 왜 그럴까? 교통수단별로 시스템의 차이를 살펴보자.

고속버스 터미널은 심지어 승차권 없이도 아무라도 승강장까지 갔다가 잠시 차내에 들어가서 배웅을 하고 올 수도 있다. 한 차의 승객이 적기 때문에, 승차권 검사는 어차피 출발 직전에 차내에서 이루어진다.
그 반면 철도는 역내에 개집표기가 있어서 마치 고속도로의 톨게이트처럼 paid 영역과 non-paid 영역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다. 일반 열차역의 경우 비승객이 paid 영역에 잠시 들어갔다 나오려면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비승객이 열차 객실 내부까지 들어가는 것을 금지는 하고 있으나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이제 국제선 공항은 어떨까? 입장권 같은 건 꿈에도 상상할 수 없다. (면세점 쇼핑 좀 하려고 입장권 구입? ㅋㅋㅋ) paid 영역 안에서도 출발 승객과 도착 승객이 드나들 수 있는 구간은 매우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 출발(출국) 승객과 도착(입국) 승객을 엄격하게 분리시켜야 하기 때문에, 스타라인 같은 열차 안에서도 두 부류의 승객이 섞여서는 절대 안 된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한번 여객 터미널에서 확장 탑승동으로 이동한 출국 승객은 다시 터미널로 돌아올 수 없으며 매번 열차는 한쪽 출입문을 열어서 모든 ‘출국’ 승객이 내린 것을 확인한 후에 거길 닫고 반대쪽 출입문을 열어서 ‘입국’ 승객을 받아들인다.

공항에 따라서는 여객 터미널과 탑승동이 일체로 연결되어 있지 못해서 paid 영역으로 들어간 후, 공항 건물에서 비행기까지나 또는 그 반대로는 저상 버스를 또 타고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인천 공항은 그런 게 없고 모든 탑승구가 건물로 연결되어 있다. 철도역으로 치면 역사와 승강장이 따로 있는 옛날 역과, 100% 선상역으로 지어지고 있는 요즘 역의 차이 정도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나저나 항공업계는 어찌 보면 가장 세계화 텃세가 강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대한 항공이 ‘코에어’로 사명을 바꾼다던가, 요즘 전철까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승객’ -> ‘고객’ 이런 트렌드는 없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09:34 2010/01/1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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