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병기 이야기

인간이 무력을 행사하여 적의 인명을 살상하고 재산을 파괴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를 흔히 무기 또는 병기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중 화약을 이용하지 않고 사람의 힘만을 실어서 다루는 도구를 '냉병기'라고 하며, 나중에 발명된 총, 수류탄, 대포 따위는 그 반대인 '열병기'라고 한다.

열병기가 발명되고 널리 보급됨으로써 전쟁의 양상이 크게 바뀌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대표적으로, 갑옷이 무의미해지고 퇴출됨). 열병기는 재래식 열병기와 핵무기로 또 나뉘기도 한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핵무기가 위력이 워낙 사기급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글에서는 열병기가 발명되기 전에 수천 년간의 인간 전쟁사에서 현역으로 뛰었던 냉병기에 대해서 그 종류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1. 둔기

인류가 역사상 최초로 사용한 병기는 역시 둔기(날이 안 서 있는 몽둥이, 빠따-_-, 도끼, 철퇴 같은 무기)이다. 가장 만들기 쉬운 도구이니까. 나무로 된 방망이 하나만 들고 휘둘러도 그냥 주먹이나 발로 타격을 가하는 것에 비해 질량, 모멘트(길이 증가와 더불어 회전력도..), 충격량(더 단단한 접촉면)이 모두 다 더 커지면서 살상력이 증가한다.

둔기에 대해서는 성경적으로도 이렇게 생각해 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카인이 아벨을 죽이는 장면(성경이 말하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살인 사건)을 묘사한 그림에서, 카인의 손에 보통 무엇이 들려 있던가? ㅋㅋㅋ 성화들이 다 고증이 잘 맞는 건 아니지만, 저 고증은 내가 보기에 정확하다. “사람을 쳐서 죽게 한 자는 반드시 죽일지니라.” (출 21:12)
둔기는 자르거나 찌르는 데는 약하기 때문에, 다른 냉병기들에 비해서 오로지 무거워야 충분한 살상력을 낼 수 있다.

2. 창

길다란 막대기 위에 뾰족한 쇠붙이가 달려서 찌르기가 가능한 도구이다. 냉병기 중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지라, 역사적으로 전쟁에서 가장 널리 쓰인 냉병기는 활과 더불어 창이라고 한다. 검이 아니라 창인 게 뜻밖이다. 창이 더 길고 더 만들기 쉽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일까? 모순(矛盾)이라는 유명한 한자어도 '창과 방패'라는 뜻이다.

성경에서는 예수님이 옆구리에 이것을 찔리셨다. 그리고 사울이 다윗을 죽이려고 할 때도 그는 이것을 던졌다. 창은 손에 쥔 채로 찌르는 용도뿐만 아니라 던지는 용도로도 쓰인다는 특징이 있는데, 그래서 성경에도 javelin과 spear라는 두 종류의 창이 나온다. javelin은 던지는 용도에 맞춰져 spear보다 더 가볍고 작은 창이다.

3. 검

도검류는 몸체의 대부분이 금속날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크기 대비 살상력이 뛰어나며, '찌르기'뿐만 아니라 '자르기, 썰기, 베기'가 가능하다. 칼은 단검부터 대검까지 다양한 크기가 존재하며, 여타 냉병기와는 달리 '칼집'이라는 보조 부품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 베는 성능이 우수하면서 크기도 큰 칼은 만들거나 다루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부엌칼도 잘 드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주부의 일손을 돕는 정도의 편차가 아주 크다) 또한 칼은 의외로 날이 손상도 잘 되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물건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쟁에서는 칼의 가성비가 창의 그것에 밀린 것 같다.

그래도 병기로서의 존재감은 역시 칼 만한 게 없다. 성경은 영적 군사의 모습을 로마 병정에다 비유한 엡 6:13-17에서 방어가 아닌 유일한 공격용 무기로서 검을 언급했다. 하나님의 말씀 도끼나 창이나 철퇴가 아니라 검에다 비유한 것이다. 또한 이런 표현도 있다. “그(공권력 집행자)가 헛되이 칼을 차지 아니하나니.” (롬 13:4)

이런 점을 감안하여, 오늘날 세계 각국의 경찰은 범죄자들을 제압할 때 몽둥이 아니면 차라리 권총을 사용하지 도검류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강도가 피해자(특히 인질)를 위협할 때 칼을 쓰지, 경찰이 칼을 쓰는 것은 영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 않는가?
국민을 상대로 필요 이상의 위압감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 같다. 또한 이와는 반대로 일제 강점기 때 일제는 기선 제압 효과를 얻을 목적으로, 헌병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 선생들까지도 길다란 일본도를 차고 강단에 서게 했던 것이다.

4. 던지거나 쏘는 물건

화약을 쓰지 않는 냉병기라고 해서 근접(melee) 공격 무기만 있는 건 아니다. 부메랑이나 표창이나 활도 엄연히 냉병기이기 때문이다.

무릿매는 성경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데 쓴 아주 유명한 무기이다. 이게 생각보다 유용하며 살상력이 크다고 한다.
활은 다윗과 요나단이 신호를 보낼 때 사용한 도구이다. 사울 왕과 훗날 아합 왕은 화살에 맞아 죽었다.

냉병기를 다루던 스킬 중 궁술과 검술은 스포츠로 남아 있으나, 창은 그나마 창 던지기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활은 총이 최초로 발명되어서 화약 심지에다 불을 붙여서 발사를 할 정도로 기술적으로 왕창 허접하던 시절에는 그나마 총과 대결할 만한 승산이 있었다. 그러나 탄피가 발명되고 총이 기관총 수준으로 빠른 격발이 가능해지자, 활은 총의 적수가 되지 못하고, 마치 증기 기관차가 은퇴하듯 전쟁용으로는 은퇴하고 말았다. 단, 활의 '정숙성'만은 화약 폭발이 필요한 총이 흉내 내지 못하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3/01/14 19:25 2013/01/1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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