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가 더위에 슬슬 달궈져 가던 지난 6월 초에.. 본인은 뜻밖에도 일본을 관광이 아니라 직장 업무상 출장 명목으로 잠시 다녀올 일이 생겼다.
해외 고객을 만나서 거금이 오가는 영업이라도 하는 건 아니다. 먼 객지에 가서 기술 지원이나 코딩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 분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사용하는 국내외 업계 경영자, 엔지니어들의 친선 모임에 직장 대표로 가서 얼굴도장 찍고 밥 같이 먹고, 세미나에 참석해서 업계 동향 살피고 오는 게 미션이었다.
이런 모임이 정기적으로 있었다. 정작 일본에서 오는 사람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미국의 중간 지점을 고르다 보니 올해는 이 극동아시아 지역이 간택된 듯하다.
이런 데는 원래는 임원급의 높으신 분들이 대표로 다녀오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분들은 자기 하는 일만 하기에도 많이 바쁘고, 이런 자리가 꼭 매번 꼬박꼬박 다녀올 필요까지는 없는 듯? 그래서 인맥과 경험 좀 쌓고 오라는 차원에서 본인이 출장을 다녀오게 됐다.
덕분에 본인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본 본토, 혼슈 지역을 다녀오는 기회를 잡았다.
관광 여행 차원에서 일본의 중소도시를 몇 번 다녀온 적이 있지만 혼슈, 그것도 수도인 도쿄를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첫 이벤트가 됐다.
출장 일정은 첫 이틀이 전부이다. 거기에다 연차를 하루 써서 뒤에 붙였다. 여정을 하루 더 늘렸다.
다음으로 비용은.. 본인의 왕복 항공권과 출장 기간 동안의 숙박비· 체류 비용은 직장 지원이다. 거기에다 아내의 왕복 항공권과 하루 추가 체류 비용을 사비로 보탰다. 본인은 이렇게 준비를 마친 뒤, 아내와 함께 인천-나리타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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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서 내려다 본 김포 공항과 여의도의 모습이다. 채도를 좀 올리자 사진이 완전히 흑백처럼 바뀌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시나가와 역 근처의 호텔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입국 후엔 나리타 공항 제2터미널에서 나리타 익스프레스 열차를 타고 그리로 갔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바로 가는 리무진 버스도 있지만, 열차가 버스보다 더 저렴했다.
길다란 지하철 승강장에서 운행 노선과 계통이 완전히 다른 전동차들이 번갈아가며 드나드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도쿄에서는 예전의 소도시들과는 차원이 다른 일본 철도의 기상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었다.
공항에서 도쿄 시나가와까지는 65분 정도 걸렸다. 꽤 장거리를 달리지만 이 열차는 중간에 치바와 도쿄밖에 정차하지 않았다. 차량은 폭이 꽤 커 보이는데 레일이 협궤인 것도 놀라웠다.
처음에는 차창 바깥 풍경이 온통 초록색 들판과 시골 마을뿐이었다. 하지만 도쿄와 가까워지자 그 풍경은 빽빽한 건물숲으로 바뀌었다. 시나가와 역에는 오후 3시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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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가와 프린스 호텔의 최상층 전망대에서 시나가와 역을 내려다 본 모습이다.
고층 건물들이 끝없이 펼쳐졌고 저 멀리 도쿄 타워가 보였다. 이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역 밖으로 나오면서 일본 마이크로소프트 사옥 간판도 봤다. 내가 일본의 대도시를 방문했다는 게 이제 좀 제대로 느껴졌다.
시나가와 역은 승강장이 15개나 되며(대한민국 구로 역이 9개).. 야마노테, 케이큐, 신칸센 등 온갖 유명 열차들이 몇 분 간격으로 수시로 마구 드나들었다. 오오오오~~!!
철도뿐만이 아니다. 여기는 하네다 공항과도 그리 멀지 않아서 하늘에서 비행기들을 수시로 볼 수 있었다. 물론 김포-하네다는 인천-나리타보다 운임이 훨씬 더 비싸다.
본인은 첫째 날에는 비즈니스 미팅을 할 사람들과 안면을 트고, 저녁을 같이 먹었다. 그 뒤, 다음날엔 아침부터 낮까지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출장 임무를 수행했다.
그렇게 있는 동안 아내는 숙소에서 기다리거나, 혼자 도쿄 시내 구경도 잠깐 다녀왔다. 하지만 아내가 말하기를 자기는 중소도시가 좋지, 이런 대도시는 자기 스타일이 아니랜다.. 남편이 출장을 가니 따라갔을 뿐, 여기로 일부러 여행을 가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하긴, 여기 도쿄에서는 일본 특유의 그 아케이드 상가를 보지를 못했다.

세미나 당일, 호텔에서 나온 점심 도시락이었다. 생선살과 간장은 일식에 절대 빠지지 않는 듯..
이렇게 출장 공식 일정을 마치고 나니 오후에 시간이 조금 남았다. 숙소에서 출장 경과 등, 회사에 보고할 거리를 정리하니 금세 저녁 시간이 됐다.
사실은 약간 번아웃 상태가 돼서 낮잠도 많이 잤다. 이틀 동안 영어만 강제로 쓰면서 장시간 긴장해 있으니 멘탈이 쫙쫙 털리는 것 같았다. 아이고~~ 영어로 농담따먹기까지 유창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참 부럽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관광을 막 오래 많이는 못 하고.. 마지막 날에 귀국 직전에 나리타 공항의 근처에 있는 항공 과학 박물관에나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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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이 끝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나가와 역 승강장을 둘러봤다. 나름 곡선 승강장이군.
여기서는 통근형 전동차뿐만 아니라 좌석형 전동차, 그리고 ITX 청춘 같은 2층 객차도 수시로 볼 수 있었다.
신칸센을 제외하면 열차들이 다 협궤라는 거지..?? 협궤로 2층 객차까지 굴린다고? ㄷㄷㄷㄷㄷ

항공 과학 박물관은 나리타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타면 대략 15분 만에 갈 수 있었다.
전시 공간은 건물 두 층 남짓에다 야외의 퇴역 비행기 10여 대였다. 이것만으로도 일본이 철도뿐만 아니라 항공도 선진국이고 과학 기술 강국인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도 현재 김포 공항 근처에 국립 항공 박물관이라는 게 생겨 운영 중이다. 그리고 경남 사천에도 규모가 더 큰 항공 우주 박물관이 있기는 한데... 거기는 너무 먼 게 흠.. 인천 공항 근처에는 뭐 좀 없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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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YS-11이라는 비행기가 1969년 말의 납북 사건으로만 너무 유명하지만.. 사실 이건 일본이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생산했던 여객기였다. 그러니 이 비행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겠다. 그 비행기가 딱 저런 모양과 크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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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안에는 보잉 747의 객실 내부 세트는 물론, 동체 단면과 엔진 단면이 모두 실제 크기로 만들어져 있어서 놀라웠다. 그리고 일본답게 자기들이 과거에 직접 만들었던 제로센 전투기나 YS-11도 상세히 소개했다. 이뿐만 아니라 비행기의 역사와 나리타 공항의 내부 구조도 잘 전시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100년 전 비행기들은 복엽기가 주류였지.. 1차 세계 대전 시절까지만 해도 그랬었다.;;
그리고 제트기라는 게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나 서서히 주류가 됐다는 걸 생각하면 참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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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 층과 옥상에는 전망대가 있어서 나리타 공항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들을 볼 수 있었다. 마침 flight radar 화면도 같이 띄워져 있어서 주변에 지금 당장 무슨 비행기가 있는지 정확하게 조회도 할 수 있었다. 하늘이 맑고 바람 많이 불고 날씨도 좋아서 바깥 구경을 하기에 아주 좋았다.

박물관 관람을 마친 뒤, 공항 안의 회전초밥 식당에서 마지막 일본 현지 식사를 했다.
이번 도쿄 여행은 정작 도쿄 번화가를 많이 돌아다닌 게 아니었고 100% 개인 여행도 아니었으니 여느 외국 여행과는 성격이 좀 달랐다.
그래도 어떤 계기로든 비행기 타고 어디로 떠난다는 건 늘 설레는 경험이다. 더구나 이번엔 중소도시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곳을 다니면서 일본의 또 다른 면모, 어쩌면 진면모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었다.
Posted by 사무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