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도 벌써 하순에 진입했고 추석 연휴가 임박했다. 낮 최고 기온이 30도 아래로 내려가고 덜 더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반팔에 에어컨은 여전히 변함없다.
이 와중에 중국과 일본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태풍과 폭우 피해를 많이 입었다. 우리나라는 태풍은 맥이 끊겼지만 그래도 경남 통영· 거제에서 폭우 때문에 궤멸적인 피해를 당했다. 어떻게 폭우 홍수만으로 아스팔트 도로가 무슨 지진 난 듯이 갈라지고 박살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지진과 화산도 있었다. 결정적으로 네팔에서는 비 한 방울 없는 파란 하늘 아래에서 빙하 녹은 물 쓰나미가 들이닥쳐서 히말라야 산골 마을이 문자 그대로 삭제돼 버렸다.
자연재해라는 게 어제 오늘 있는 일이 아니긴 했지만 참 유별나다.
이 와중에도 개인적인 호박 농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제헌절 연휴 이후로 지금까지 호박 농사 소식이 없었으니, 오늘은 오랜만에 호박 근황을 전하도록 하겠다. 오늘 다음으로는 호박 농사가 다 끝난 10월 말쯤에나 최종 결산 보고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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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태어났던 열매 4개 중, 가장 크게 잘 자란 아이는 6월 15일생인 제2호였다.
2호는 생후 4주에 근접하자 표면이 허연 가루가 앉은 듯이 뿌얘졌다. (7월 11일) 그리고, 만 1개월째인 7월 15일엔 위에서 보다시피 눈에 띄게 폭삭 늙어 버렸다. 야호~!!

7월 27일, 열매 4개를 모두 땄다. 1호는 유일한 단호박이고, 2호는 제일 큰 늙은 호박이다.
3호는 제일 작지만 애매하게 황록색으로 바뀌어 가는 녀석이다.
4호는 생후 1개월이 채 안 되어 제일 파릇파릇하고 흰 가루가 앉아 있다.
1호와 3호는 더 자라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인위로 땄다. 2호와 4호는 열매를 키우고 있던 호박이 통째로 죽어 버리고 가지가 시들었기 때문에 강제로 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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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이들을 따고 나서 또 4주 가까이 뒤에 찍은 모습이다. 2호는 더 누래지고 탐스럽게 늙었다. 하지만 1호는 단호박이어서 그런지 늙는 기미가 없다.
4호는 요리해서 먹었기 때문에 위의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다. 제일 어린 4호가 속이 물러지려 해서 바로 먹게 됐다.
이렇게 열매 1~4호를 수확하는 걸로 올해의 호박 농사는 '거의' 끝났다.
호박이들이 7월 초에는 폭우와 과습 때문에, 그리고 그 뒤부터 8월 중순까지는 지옥 같은 폭염 때문에 죽다 살아나고 정말 고생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6월 30일 4호 이후로는 1달이 넘게, 암꽃이 피지 않았다.
암꽃뿐만 아니라 매일 3~5송이씩 피던 수꽃조차 맥이 끊겼으며, 호박들이 그냥 쥐죽은 듯 똑같이 가만히 있기만 했다.
아니, 현상유지라도 되면 다행이고, 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누래지고 갈변하고 시들면서 덩치가 확 작아졌다. 진짜 너무 더워서 파업이라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8월 하순부터 날씨가 약간이나마 덜 더워지자 호박들이 다시 생존 신고를 시작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고 농사 시즌 2가 시작되기라도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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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8월 26일..! 4호 이후로 거의 2달 만에 암꽃이 기적적으로, 거짓말처럼 짠 폈다. 만세!! 꽃은 잎이 큼직하고 씨방도 아주 튼실했다. (5호)
게다가 5호로 모자라서 6호까지 저렇게 노란 펜촉을 만들고 바로 다음날 폈다. 예전에 2호와 3호가 하루 간격으로 나란히 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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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 암꽃 6호는 새벽 5시에는 완전히 펼쳐지지 않은 상태였다가, 2시간쯤 뒤에는 완전히 활짝 폈다. 내 경험상 호박꽃은 보통 새벽 5~6시 사이에 펴더라.
수꽃 꽃가루를 묻혀 주는 건 응당 인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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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8월 28일. 5호는 겨우 이틀 만에 저렇게 커져서 수분 성공이 확실시되었으며, 6호도 벌써 저만치 부푼 걸 보면 수분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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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경사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설마 암꽃으로 발전하겠나 싶던 새로운 씨방이 갈수록 커지더니 9월 1일에 폈다!! 전국에 비가 철철 내리고 있던 새벽에 7호 후보 암꽃이 거짓말처럼 활짝 폈다. 위의 사진은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하루 간격으로 촬영한 것이다.

암술과 수술이 비에 젖지 않게 최대한 조심해서 인공수분을 하자 수분이 됐다. D+2일째(9월 3일)엔 저렇게 커져서 열매 7호의 탄생이 확인됐다. 만세~!
5호와 6호는 표면색이 아주 연한데 7호는 보다시피 진해졌다.

그리고 그 7호는 D+8일째인 9월 9일 현재 이렇게 뚱뚱해졌다.
내 경험상 호박 열매의 외형은 동글 → 납작 → 쭈글 단계를 거치며 커진다.
처음에는 동글동글 둥글다가 종횡비가 변하고, 더 나아가 주름까지 생기면서 우리가 아는 그 호박 모양이 된다.
7호도 동글 단계는 금방 졸업하고 사람 주먹만 한 크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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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와 6호는 쌍둥이나 마찬가지여서 비슷한 색과 크기, 비슷한 모양이 됐다.
7호 이후로 8호가 될 만한 씨방도 며칠에 하나꼴로 맺히긴 했지만.. 얘들은 더 성공하지 못했다. 암꽃이 딱 하나만 더 펴서 8호까지만 만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

다음으로.. 지난 7월에 과습 피해 이후에 새로 돋은 새순은 2개월쯤 뒤, 이 정도까지 자랐다.
옛날 사진과 비교해 보니 많이 잘 자라긴 했다.

그리고 그 당시 수박이 실패했던 자리에 새로 심은 늦둥이 호박도 이 정도로 자랐다. 얘들은 과연 꽃과 열매 단계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뭐, 10월쯤 되면 결론이 나겠지..

지난 5월에 고향집에 전해 줬던 호박은.. 좀체 암꽃 소식이 없다가 9월에야 드디어 탐스러운 암꽃을 피웠다. 어머니께서 인공수분을 해 주셔서 여기서도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다.

본인의 아내의 언니의 아들 -- 즉, 본인의 처조카가 차창 밖으로 이 놀라운 광경을 우연히 보고는 본인에게 전해 줬다. 이모부가 호박 매니아인 걸 알아서... ^^
9, 10월은 동네 채소 가게 소매점에서도 늙은 호박을 볼 수 있는 시기이다. 다들 커다란 늙은 호박 한두 개를 집안 방구석에 갖다 놓으면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호박에게 인공수분을 할 때마다 내가 인간꿀벌이라도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파주· 일산 일대에 인간꿀벌 코스프레를 하며 지내는 사람이 있어서 매스컴을 탔다고 한다. 신기하다~!

요게 정말 호박 덩굴의 매력이다. 꼬불꼬불 덩굴손, 수꽃 펜촉, 암꽃 씨방, 털난 줄기..
작은 사진 안에 호박의 귀여운 요소들이 모두 고스란히 담긴 것 같다. 아래의 덩굴손은 마치 유선전화의 꼬불꼬불 케이블처럼 보이기도 한다.
울릉도에서 유명한 엿이 원래는 '후박엿'인데 호박엿으로 와전돼서 전해지고..
꿀벌 말고 통통하고 털이 북슬북슬 난 귀여운 벌도 '뒤영벌'(뒝벌) 대신 호박벌로 와전돼서 전해지고 있다.
호박은 덩치가 너무 커지는 게 부담되긴 하지만 그만큼 열매도 거대해서 좋다.
그러고 보니 잊을 뻔했군..! 호박 애호가였던 쿠사마 야요이 할머니가 지난 8월에 향년 97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안 그래도 엄청난 고령이었구나. 좋은 일 한 사람이었다.;;
Posted by 사무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