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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을 코레일께! ㄳㄳ

“지축을 흔드는 우렁찬 소리. 철마야 번개 같이 밤낮을 달려 ...”
로 시작하는 <철도의 노래>를 아시는가?
철도 박물관에 가 보면 악보도 걸려 있다. 끝부분의 ‘뻗어 가는 철도 따라 커 가는 나라’ 대목은 가히 감동의 도가니가 아닐 수 없다.

최 남선이 지은 ‘경인/경부 철도가’도 그렇고 옛날에 철도를 노래한 문학 작품을 보면, 집채만 한 쇳덩어리가 귀청 떨어지는 기적 소리와 함께 칙칙폭폭 연기를 뿜으면서 움직이는 모습에 압도당한 감격이 표현되어 있다. 유모레스크의 작곡자인 안톤 드보르작이 그걸 보고는 철도 덕후가 되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증기 기관차가 그 당시 사람들--육상 교통수단이라고는 말이나 도보 따위가 고작. 사실 자전거조차도 보기보다 상당히 최근에 발명되었다--에게 끼친 충격은 대단했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요즘 철도 차량은 ‘지축을 흔드는 우렁찬 소리’를 내지 않는다. 굳이 그런 쪽으로 서정적으로 묘사하자면 전동차나 전기 기관차의 우아한 VVVF 구동음 선율을 모티브로 삼아야 한다. 지금 전철만 해도 승객은 옛날 증기 기관차보다 훨씬 더 많이 싣고도, 공해 전혀 없고 더 빠르고 훨씬 더 조용하게 달린다.

특히 전동차의 가속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증기는커녕 디젤 차량도 흉내내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그래 봤자 철도 차량의 가감속은 자동차에 비하면 안습이지만-_-) 매일 초만원 가축 수송 지하철을 태연하게 타고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내가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사실 얼마나 대단한 녀석인지를 실감을 못 할 것이다.

어쨌거나, 그런 시대적인 필요성이 있기도 했는지 지난 2월, 코레일에서는 새로운 철도 노래를 제정하여 공표했다. 가사 중에는 ‘고객’이라는 단어도 있으며 사실 코레일 ‘사가’ 성격을 띠기도 한다.
허 준영 사장의 지시로 만들어진 이 노래는 전사원을 상대로 가사를 공모하고 심의를 거쳤으며 작곡도 한 개인의 작품이 아니었다나? 그래서 작사· 작곡자가 ‘코레일’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만화 주제가처럼 명랑한 분위기이긴 한데 당김음이 좀 심하다. 그리고 제목이 뭐야.. Oh! Glory Korail!.... 심하게 압박스럽다.
서체도 만들고 노래도 만들고, 요즘 철도 회사들은 집중적으로 감성 마케팅 중이라는 건 틀림없다.
옛날에 4주 군사 훈련을 앞두고 예습차-_- 멸공의 횃불 뮤직비디오-_-를 보던 느낌이다. 하지만 저렇게 열차가 달리는 화면만 봐도 중독성 있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과거 코레일 사장이던 이 철은 월급을 1원만 받으며 일한 걸로 유명하며 재임 당시보다 퇴임 후에 더 존경 받고 있는 타입이다.
한편 SMRT(도철)의 음 성직 사장은 동호인들로부터 워낙 많이 까여 왔지만, 지금은 옛날의 병크가 상당수 해소되고 스크린도어 설치를 자체 기술 개발로 단시간에 상당히 효율적으로 해내는 등 업적도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고 들었다. 03~05년 당시에만 해도 완전 불모지이던 스크린도어가 작년 말쯤엔 100% 설치되지 않았던가.

그와 마찬가지로, 경찰청 출신의 지금 코레일 사장도 재임 당시엔 낙하산 인사네 하면서 말이 참 많았지만, 마지막에 존경 받는 사장으로 좋은 인상을 남겼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04 21:39 2010/04/0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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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2 테스트 결과

스타크래프트 2의 대기실(로비)의 각종 입력란에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 외부 모듈로 한글이 전혀 입력되지 않는 현상을 자세히 테스트한 결과,
이건 99% 스타크래프트 문제이며 <날개셋> 문제가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똑같이 멀쩡하게 한글을 조합해서 결과를 메시지로 날려주고 있는데, 이건 해당 프로그램이 오로지 MS IME의 입력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고의로" 무시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새나루라든가 심지어 같은 MS IME 중에서도 다른 것 --가령 오피스 2007 IME 말고 운영체제의 기본-- 을 시도해 봐도 안 되긴 마찬가지이더군요.

이런 프로그램은 처음 봤습니다. 표준 API만 써서는 이런 동작 방식은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드는데, 무슨 보안상의 이유로나 다른 사연이 있어서 IME를 가려가면서 입력을 받는 거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스타크래프트 2 문제는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날개셋> 한글 입력기 개발자의 공식 입장입니다. 이 달 안에 <날개셋> 새 버전 5.53 내지 5.6 정도를 공개할까 생각 중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규모 코딩은 어려워지고 있군요.

덧,

1. 지금까지 이 정도로 IME를 가려가며 괴이한 동작을 보이는 프로그램으로는 웹브라우저인 오페라 9.6x가 있었습니다. 이것도 그렇게 만드는 게 더 어려울 텐데-_-, 프로그램을 도대체 어떻게 짜야 그런 식의 오동작을 일으킬 수 있는지 IME 개발자인 제가 더 궁금할 따름입니다.
다행히 오페라 10부터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들 하고(저는 확인 못 했음), 어차피 그 버그는 윈도우 XP에서만 나타나고 비스타부터는 해당 사항이 없는 녀석이어서 이 이슈는 곧 묻혔습니다.

2. 스타 2.. 재미있어 보이더군요. 완전히 온라인 게임 위주로 바뀐 것, 게임 화면이 3D화한 게 무척 인상적입니다. 스타크 유닛의 대사가 구수한 한국어인 것도 적응 안 됨...;;
참고로 게임 중 채팅은 이상 없습니다. 스타크2 문제는 로그인 직후 대기실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3. 이번 실험 결과는 "출장"을 가서 알아낸 것입니다. <날개셋> 외부 모듈이 제일 불안정하던 3.X 시절에 카이스트 후배 컴에서 테스트를 한 적이 있었고, 제게 개인적으로 64비트 컴이 없던 상태에서 64비트 개발(포팅?)을 처음으로 할 때도 다른 사람 도움을 좀 받았었습니다. 이외에도 아주 기상천외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확인하러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소정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03 21:49 2010/04/0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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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역 관련 잡설

1. 왕십리와 청량리 역

지금은 수도권 전철 ‘중앙선’의 운행 계통에 편입되었지만 명목상 ‘경원선’에 속하는 국철 구간에는, ‘리’자로 끝나는 걸출한 역이 둘 존재한다. (리 리 리 자로 끝나는 말은?? ㅋㅋ)
하나는 전철 환승의 본좌급인 왕십리 역이요, 다른 하나는 경부선과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일반열차 노선의 본좌급인 청량리 역이다.

하지만 한때 이 두 역은 그 중요성에 비해 외형이 그렇게 근사하지 못했다. 특히 본인이 무척 궁금한 건, 왕십리 역은 신도림처럼 지하철 2호선과 함께 추가 개통한 역도 아니면서 왜 코레일 관할 역무실과 출입구가 없느냐였다. 듣자하니 1983년에 서울 지하철 2호선이 개통하면서 역무 시설을 일부러 지하로 완전히 옮겼다고 한다.
왕십리 역을 영등포처럼 민자역사로 리모델링하는 계획은 이미 1990년대부터 논의되었지만 IMF 때문에 한번 철퇴를 맞았고, 어마어마한 세월이 흐른 뒤인 무려 2008년 하반기가 돼서야 영업을 시작했다.

청량리 역도 거의 4, 5년은 족히 되는 시간 동안 ‘공사중’이었다. 2004년 초, 그러니까 청계천 고가의 철거 공사가 한창이고 서울 역이 KTX 개통을 염두에 두고 이제 막 민자역사로 탈바꿈한 그 시절에는 청량리 역은 열차에서 내린 후 전통적인 ‘지하도’를 거쳐 서쪽 출구로 나갔으며, 역으로 들어갈 때는 동쪽의 입구 계단을 이용했다. 그러다가 얼마 되지 않아 서쪽의 지하도가 폐쇄되었고 그 넓던 광장도 다 공사를 이유로 상당수가 없어졌다.

한 2008~9년부터는 승강장에 LED보다 해상도가 높고 청색까지 표현되는 올컬러 LCD 방식 전광판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2010년 3월, 아직 완전 정식 영업을 시작한 건 아니지만 드디어 넓디넓은 청량리 민자역사가 개방되었으며, 본인은 완전히 환골탈태한 청량리 역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에서는 이 역에서 거의 최후까지 남아 있던 구형 플랩 식 출발 안내기도 드디어 자취를 감췄다.

마치 경부선에서 일반열차 운행의 상징적인 의미는 서울 역이 더 강하지만 전동차가 더 다양하게 다니는 곳은 용산인 것처럼, 청량리와 왕십리 사이의 관계도 그런 구도가 될 것 같다.
다만 경춘선 복선 전철의 시발역은 선로 용량상 왕십리도, 청량리도 아닌 더 외곽의 상봉 같은 역이 될 것으로 보이니 이건 아쉽다. 그렇다면 서울 역이 경부선만 취급하는 것처럼 청량리는 오로지 중앙선과 영동· 태백선만의 역이 되려나? 그 대신 노량진 민자역사와 함께 지하철 9호선 환승 통로가 건설되는 것처럼 청량리도 민자역사 건설과 동시에 지하철 1호선 청량리 역과의 환승 통로가 건설될 예정이라 하니 이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2. 2010년 4월 시각표 개정

아울러 올해 4월부터는 중앙선 쪽의 열차 시각표도 살짝 고쳐졌다. 청량리-안동의 운행 시간이 좀 단축되었다. 그리고 본인이 이용한 이래로 거의 7년째 변함없던 청량리-부전 밤차도 출발 시각이 9:00에서 9:10으로 늦춰졌으며, 상행의 경주 출발 시각도 20분 가까이 늦어졌다. 운행 시간이 단축된 대신에 출발 시각도 살짝 늦춘 것이다.

과거 2006년엔가 이 중앙선 밤차의 운행 시간은 굉장히 파격적으로 단축되었으며, 청량리 도착 시각이 난생 처음으로 아침 6시 이전이 된 적이 있었다. 안 그래도 중앙선 수도권 전철 공사 구간도 있는데 시각표가 너무 비현실적이었는지 곧 다시 늘어나긴 했지만, 그때 이래로 시간이 제일 큰 규모로 단축된 것 같다. 지금은 출발을 늦춰서 거의 6시 정각에 가깝게 종착역에 도착하지만, 경주-청량리 소요 시간은 5시간 35분대로 줄어들어 있다. 과거에는 거의 6시간 반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큰 변화이다. ^^

2007~8년 무렵에부터, 청량리 시종착 열차를 중심으로 새마을호가 없어진 대신 무궁화호 특실이 다시 부활했으며 이 덕분에 중앙선 밤차에 잠시 특실이 운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용객이 없어서 그런지 밤차에는 특실이 도로 없어져서 아쉽다.

아울러 경주에는 이 청량리 밤차와 아주 비슷한 시각에 서울 발 부전 행 무궁화호가 지나가곤 했다. 전통적으로 경주에서는 서울까지 가는 직통 열차는 새마을호만 있으며 무궁화호는 하루에 단 한 번 이 열차밖에 안 지났는데, 이 열차가 없어졌다. 그렇잖아도 승객이 적은 야간 열차를 비슷한 시간대에 두 번이나 그쪽으로 내려보낼 필요를 느끼지 못해 없앤 것 같다. KTX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있을 것 같던 열차가 드디어 시각표가 바뀌거나 없어지다니 무척 놀랐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01 07:42 2010/04/0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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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별 복복선

철도에서 선로가 하나나 둘도 아니고 무려 네 개(두 쌍)나 있는 것을 ‘복복선’ 내지 ‘2복선’이라고 일컫는다. 정말로 열차 통행량이 많고(수 분에 한 대꼴-_-) 성격이 극단적으로 다른 열차가 상대방을 간섭하지 않고 다양하게 다녀야 한다면 복복선이 필수적인 선택이다.

우리나라에서 복복선 구간은 잘 알다시피 경부선 수도권 전철 구간과 경인선이다. 수원-서울 구간이 1980년대에 일찌감치 복복선으로 확장된 데 이어 90년대에는 경인선이 차츰차츰 복복선화했다. 그리고 경인선이 동인천 역까지 전구간 확장이 완료된 것과 비슷한 시기인 21세기 초에 와서야, 경부선도 수원-천안 구간이 추가로 복복선화했다.

경인선은 추가 선로를 이용해 급행 전동차를 운행하며, 급행을 운행하고 남는 선로 용량으로는 이따금씩 화물 열차나 비정기 관광 열차도 운행한다. 하지만 급행은 평균 겨우 2개역 간격으로나 무정차 통과하는 패턴이기 때문에 그렇게 빠르지는 않다. 속도 증가보다는 수송력 증대에 두는 의미가 더 크다.

한편 경부선은 똑같이 복복선이지만 수원 이북과 이남은 위상 면에서 살짝 차이가 있다. 전자는 이미 복선 상태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가 2복선으로 선로가 늘어난 관계로 전철역에 쌍섬식 승강장이 많은 편이다. (폼 || 폼 → 양옆으로 |폼| |폼| )
하지만 나중에 건설된 후자는 선로를 확장한 후에 그에 맞춰 전철역을 지었기 때문에 그냥 상대식 승강장 ‘폼 |||| 폼’의 형태가 대세이며, 심지어 병점 역처럼 양 옆에 대피선까지 둔 경우도 있다.

경부선은 비록 복복선이지만 한 쌍은 일반열차가 사용하기 때문에 전동차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선로는 여전히 복선 하나뿐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역내에 대피선이 없는 수원 이북 구간은 급행이 제대로 운행되기--증차 내지 정차역 증가-- 매우 어렵다. 천안 급행이 무려 1시간에 한 대꼴로 운행되는 게 수요가 없기 때문은 절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천안-수원 구간만 운행하기도 하행 방면의 회차 시설의 부재 때문에 곤란하다. 골치 아픈 문제임이 틀림없다.

복복선은 ‘상1 하1 상2 하2’처럼 복선 선로가 평행하게 배열되어 있는 것을 ‘선로별 복복선’이라고 부른다(회기, 도봉산 타입). 그 반면 ‘상1 상2 하2 하1’로 배열되어 있는 것을 ‘방향별 복복선’이라고 부르며(금정 타입), 위의 예에서 2선은 ‘내선’, 그리고 1선은 ‘외선’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구로 이남부터는 경인선과 경부선 모두 방향별 복복선이며 그 북쪽의 서울 시내 구간만이 선로별 복복선이다.

승객의 입장에서는 방향별 복복선이 당연히 환승에 유리하다. 하지만 운임 등급별로 열차 이용객을 분리해야 할 때는 선로별 복복선이 유리하며, 사실 이게 열차를 회차하기도 더 쉽기 때문에 시설을 더욱 간소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방향별 복복선에서 어떤 열차를 내선에 두고 어떤 열차를 외선에다 두는 게 좋을까?
우리나라 철도의 전통적인 관행은, 더 빠른 열차를 내선에다 둬 왔다. 그래서 경인선에서 급행은 내선에서 다니며, 경부선 역시 일반열차가 내선을 쓰고 전동차는 외선을 쓴다.

이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통념상 그리 나쁜 방법이 아닌 건 맞다. 하지만 시설 면에서는 “먼저 회차하는 열차”를 내선에다 두는 게 합리적이다. 상식적으로 당연하지 않은가? 외선 열차가 내선 열차보다 먼저 회차하여 반대편으로 가려면 내선을 모두 침범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체 교차 시설이 반드시 필요해지며, 그런 게 없으면 외선 열차는 회차 과정에서 과거 수원 역과 같은 흑역사를 겪게 된다.

그러나, 철도의 보편적인 건설과 선로 확장 과정을 살펴보면 내선이 빠른 열차가 다니기에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
도시의 발전과 열차 수요 증가라는 것은 아주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도가 처음부터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무려 복복선으로 건설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처음엔 복선이었다가 나중에 확장된다는 얘기인데...

처음 건설된 선로(훗날 내선이 되는)는 승강장 위치에 딱 맞춰 곧게 놓이지만, 나중에 양 옆에 놓이는 외선은 승강장을 감싸느라 역마다 선형상 굴곡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외선은 이 역에 반드시 정차하는 느린 열차에게 유리하고, 내선은 이 역을 통과하는 빠른 열차에게 유리하다. 이것은, 먼저 회차하는 단거리 완행 열차에게는 외선이 유리하다는 먼젓번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론인 셈이다.

경부선이야 수원이나 천안에 도착한 외선 전동차가 일반열차보다 먼저 회차하지만, 경인선은 내선인 급행 전동차가 동인천에서도 먼저 회차하고 용산에서도 먼저 회차한다. 속도가 더 빠른 열차가 멀리까지 한번에 가 주는 게 이치에 맞거늘, 우리나라는 급행을 주류가 아니라 뭔가 아주 특별 서비스로 간주하는 경향이 커서 아쉽다. 그래서 차라리 경인선의 내선과 외선 용도를 교환하여 완행을 일찍 회차시키는 게 더 좋겠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선로를 네 가닥으로 깐 뒤에도 이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대해서는 이런 우여곡절이 존재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9 09:53 2010/03/2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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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샵 프로

Paint Shop Pro!
윈도우 환경에서는 포토샵과 더불어 2D 그래픽 툴의 양대 산맥이었으며, 본인은 윈도우 3.1+PC 통신 시절부터 10년이 넘게 애용해 왔기 때문에 굉장한 애착을 지니고 있는 그래픽 툴이다. 포토샵은 맥 플랫폼이 주류이고 윈도우용으로는 나중에 포팅된 반면, PSP는 순수 윈도우용이다.

윈도우 운영체제의 보급 그림판은 워낙 기능이 너무 빈약하기 때문에, ‘싸제’ 그래픽 프로그램은 사실상 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PSP는 전문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닌 단순 파워 유저 내지 프로그래머의 입장에서 필요한 그래픽 기능이 정말 쓰기 쉽게 잘 갖춰져 있었다. 가령,

1. 일단 단색부터 24비트 색까지 모든 유형의 이미지를 다룰 수 있으며 다양한 디더링 알고리즘 지원
2. 기계적인 이미지 조작: 화면 캡처, 다양한 파일 포맷 변환, 특정 픽셀의 RGB 값 확인
3. 편집: 확대/축소, 자르기(crop), 임의의 모양의 selection 만들고 selection 자체를 저장하거나 합치기
4. blur, 색상 보정 등 디지털 카메라 사진 보정과 관련된 필터들

5. 거기에다 옵션으로 알파 채널을 지원하는 레이어와 간단한 벡터 드로잉 기능
6. 자매품인 Animation Shop Pro를 이용하면 애니메이션 GIF 다루는 것도 OK
7. 옛날에 운영체제가 자체 제공하는 이미지 관리 기능이 매우 빈약하던 시절엔, PSP 특유의 Browse 기능도 전매 특허였음.

본인이 2D 그래픽 툴로 하는 작업은 뻔하기 때문에, 딱 저것만 있으면 다른 프로그램이 도무지 필요하지가 않았다. PSP 수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RGB 픽셀만 있으면 되지 포토샵처럼 인쇄와 관련된 개념은 필요하지 않으며, 고급 드로잉 기능도 그리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구동 시간이 꽤 길고 너무 무거운 느낌이 드는 포토샵과는 달리 PSP는 가볍다는 점도 무척 좋았다.

요즘은 PSP의 대안으로 공개 소프트웨어인 Paint .NET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걸로 안다. 갈아타려고 써 보긴 했는데 역시 PSP 단축키에 손에 완전히 익어 버려서 적응이 안 된다. 엄청 옛날에 개발이 중단된 WinM 대신 NexusFile도 써 보려 했지만, 여전히 교체를 못 하고 있다. 이거 없이는 도저히 살 수 없는 몇몇 주요 단축키의 대체 기능을 못 찾았기 때문으로 기억한다. 세벌식이 아무리 좋아도 이미 익숙한 두벌식 때문에 못 바꾸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할까?

과거 도스 시절엔 256컬러 그래픽 개발용 툴로는 딜럭스 페인트가 지존의 강자였다. ^^;; 그랬는데 요즘은 2D 그래픽은 무조건 포토샵, 3D는 3DS MAX인 것 같다. 심지어 아이콘조차 이제는 포토샵으로 만들어야 하지 프로그래머가 16컬러로 급조해서 만들 수 있던 시대는 옛날에 지났다. 본인도 그래픽을 조금은 다룰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그저 희망 사항일 뿐. 남이 만들어 놓은 걸 어설프게 리터칭만 가능하다. =_=

윈도우 그림판도 MDI 지원 같은 건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1, 2, 4번 정도는 불편 없이 갖춰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도스 시절에 아래아한글은 GIF 파일을 렌더링하는 속도도 여타 포맷보다 굉장히 느렸으며, JPG는 다른 그래픽 포맷보다 처리하기가 월등히 힘들었던 관계로 386 이상급의 컴퓨터에서 전용 뷰어로나 볼 수 있었다. 사실, 컴퓨터에서 사진 이미지를 얻는 방법 자체도 옛날에는 스캐너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디지털 카메라 덕분에 누구나 이미지 파일과 동영상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끝으로...
컴퓨터에서 그래픽 작업도 텍스트 에디팅 만만찮게 반복과 노가다가 엄청 많을 텐데, 고급 툴에는 매크로 내지 스크립트 기능이 없을 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키매크로뿐만 아니라, 편집 중인 이미지를 거대한 2*2 배열로 접근하여 임의의 알고리즘에 의한 이미지 변형이 가능하고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각종 필터 기능을 API를 통해 호출 가능한 수준 말이다. 그래, PSP에도 딱 하나 저것만 있으면 정말 더 바랄 게 없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7 21:23 2010/03/2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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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천안에 갈 일이 생겨서 옳다구나 새마을호 열차편을 검색했다.
오전에 볼일이 있었기 때문에 아침 10시를 전후해서 천안에 도착하는 하행 새마을호를 검색했는데..

두 가지 사실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KTX 개통 이후 새마을호가 매우 희귀해지긴 했지만 경부선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을 모두 통틀어도 원하는 시간대의 열차가 도통 검색되지 않는 것에 일단 놀랐다.

그 후 나를 정말 경악시킨 것은 그 다음이었다.
사실은 비슷한 시간대에 새마을호가 두 대나 지나는데, 하필이면 이들은 모두 천안을 무정차 통과하는 열차였던 것이다. ㅎㄷㄷㄷ

목포/여수 행 복합 1101/1121
  용산 8:55, 평택 9:45, 천안 통과

마산 행 1031
  서울 8:25, 무려 수원 8:58 후 천안 통과

경부선을 출발하여 경부선이 아닌 다른 마이너 노선을 지나는 열차는, 수도권 경부선 구간에서는 일반 경부선 열차보다 정차를 덜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열차 중에는 KTX 개통 후에도 천안 역을 무정차 통과한다거나 심지어 서대전-수원 직통인 열차도 간혹 있었다.

KTX가 개통하기 전에 새마을호의 명목상의 필수 정차역은 대전, 동대구뿐이었다. 사실 그 외에도 정차역이 많았지만 필수는 아니었던 것이다. 서울-부산 중간에 서는 역은 6~8개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KTX가 개통한 후 새마을호는 정차역이 크게 늘어났다. 일단 KTX 개통 전부터 상당수의 열차가 정차했던 영등포, 수원, 구미, 대구, 구포는 필수 정차역으로 추가됐다. 그 외에도 천안, 경산, 김천, 밀양 같은 역에도 대부분의 열차가 서기 시작하여 새마을호는 가히 옛날 무궁화호급으로 정차역이 늘었다.

KTX 개통 직후에는 서울-부산 시간이 5시간 20분에 육박했다가 그나마 지금은 5시간은 가까스로 안 넘기게 개선되었다. 그때 KTX는 대전 무정차 통과, 심지어 동대구 무정차 통과 열차조차 잠시 다니던 시절. 새마을호 2*1 특실만큼이나 한국 철도 역사상 전무후무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어쨌거나.
결론은 천안은 비록 많은 열차가 서고 장항선이 분기하는 중요 환승역이기까지 하지만, 구미나 수원과는 달리 새마을호의 필수 정차역은 여전히 아니다.
내 생각에 천안은 육상 교통도 굉장히 잘 돼 있고 굳이 새마을/무궁화가 아니어도 KTX(비싸고 좀 외곽이긴 하지만)에, 누리로에, 전동차까지 별별 열차까지 이미 잘 다니고 있기 때문에 필수 정차역에서는 뺀 것 같다.

지금 찾아보니까 천안 통과 새마을호가 예상보다는 자주, 그래도 가뭄에 콩 나듯이 있다. KTX 개통 직후에는 거의 하루에 딱 한 번 심야 새마을호나 천안을 통과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아침에 천안 통과 열차가 생겨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1.
소비자들은 빠른 KTX와, 싸고 편안한 새마을호가 서로 대등하게 경쟁하길 원한다. 이렇게만 되면 사실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예전에도 본인이 글로 쓴 적이 있듯, 철도 경영자의 생각은 다르다. 사운을 걸고라도 KTX만으로 돈 벌어야 되고 나머지 모든 열차들은 KTX 연계용 내지, KTX가 안 다니는 간선에나 다니는 열차로 구도를 바꿔야 한다.

KTX와 새마을호가 동일하게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열차를 운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인천 공항이 개항한 후에도 김포 공항에 유럽, 미주 노선을 제공할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물론..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들여 새 선로를 깔고 새 열차를 들여왔으니 뽕을 뽑아야 한다는 심리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새마을호는 기름으로 달리고 KTX는 전기로 달리는지라 수송 원가가 서로 게임이 안 되는 것도 크게 작용한다.
본인 생각에, 새마을호가 전기로만 달렸어도 지금 같은 이 정도로 심각한 계륵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부선 자체가 무려 2006년이 돼서야 전철화가 완료됐으니 현실은 시궁창.

2.
천안 역 하니까 생각난다. 천안 역은 경부선 남쪽으로 내려가는 경부· 호남· 전라선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동부, 그리고 장항선하고 전동차를 취급하는 서부로 양분되어 있다. 그런데 서부 승강장의 경우 장항선 일반열차와 전동차 승강장이 그렇게 엄격하게 분리가 되어 있지 않아서 마음만 나쁘게 먹으면 전동차 무임 승차가 가능하다.

현재 또 비슷한 예로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공항 철도가 공용하는 승강장이 있다. 승강장을 어떤 구조로 만들까 고심한 끝에 결국은 별도의 승차 게이트를 만들지 않기로.. 쉽지만은 않을 결정을 내렸다. 지하철 9호선, 공철 일반열차, 공철 직통열차는 원칙상으로 운임 체계가 셋이 다 다른 열차인데도 말이다. ㄷㄷㄷ

아울러 최근에 또 새롭게 등장한 개념은 소프트 환승이다. 전철 역시 게이트를 나갔다가 다시 들어갈 때도 환승 적용이 일부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시작했다.
신용산-용산 역을 게이트를 통과한 뒤에도 환승되게 해 달라고 사람들이 줄기차게 요구할 때는 아무 말도 없더니, 소프트 환승 자체는 기술적으로 아무 어려울 게 없음이 현재의 노량진(1, 9호선) 역과 서울(기존 지하철 vs 경의선) 역을 통해 입증되어 있다.

3.
추억의 서울 지하철 영화 <튜브> 영화 파일이나 DVD를 웃돈 주고라도 구하고 싶다.
스토리도 멋있고, 무엇보다도 스크린도어 설치 내지 내장재 교체 이전 시기의 서울 지하철의 역사 기록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6 19:02 2010/03/2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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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분야 잡설

1.
“항공기의 발달로 호화 여객선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라는 문장을 보는 순간 바로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항공기 대신 고속철,
호화 여객선 대신 새마을호
라고 집어넣으면 역시 딱 말이 되는 것 같다. 정말 말 된다.

새마을호 역시 그렇게 몰락하고 있다.
열악한 선형에서 빠른 속도보다는 전무후무한 내장재로 고급 열차 노릇을 하다가 그 자리를 이제 KTX에게 내어 줬다. 그 대신 KTX는 새마을호보다 좁고 좌석이 열악하다. KTX2는 좀더 나아졌겠지만 말이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타이타닉 생존자였던 고령의 할머니는 회상을 시작하면서 ‘타이타닉은 정말 환상적인 배였어..’라고 말하는 게 나온다. 그처럼 본인도 ‘새마을호는 정말 환상적인 지상 낙원 열차였어’라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회상할 것이다. 새마을호는 과연 인류의 철도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안락하고 화려한 열차였다.
2.
이거 뭐, 비행기 안에서 개인 영상 시스템으로 항공 사고 관련 영상물이 방영되다니... ㅋㅋㅋㅋ 소재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다. 듣자하니 일반 TV 방송을 여과 없이 그대로 상영하다 보니 이런 게 화면으로 나갔나 보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식사 하면서 똥 얘기, 토한 얘기를 나누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에 지인과 같이 비행기 탈 일 있으면 여행 중에 역대 비행기 추락 사고의 역사 얘기나 나눠 볼까? -_-

3.
김 민규 님의 글. 교통수단 UI에 관심이 많은 본인으로서 무척 공감이 가는 분석이다.
철도는 그야말로 녹음된 안내방송의 최고조를 달리고 있다. 한국에서 고객이라는 말을 쓰는 분야는 철도밖에 없다.
 
철도는 고속버스나 비행기처럼 point-to-point가 아니라 일단 중간 정차역이 많다 보니, 근본적으로 방송이 잦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다른 회사 구간은 모르겠지만 도철(SMRT)은 정말 친절 그 자체.
 
"잠시 후 우리 열차는 곡선 구간을 통과하여 약간의 소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급제동이 발생했습니다. 여행 중 불편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전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성우가 녹음한 방송이 자동으로 나간다. ^^;;
정말로 급제동을 걸 확률이 높은 고속버스에서 저런 방송을 할 리가 없으며,
비행기도 "주변 기류가 불안정합니다. 승객 여러분은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십시오" 이런 멘트는 승무원이나 기장이 육성으로 영어까지 일일이 말하지, 녹음된 방송이 흘러나오지는 않는다. 사실 비행기는 출발 직후의 안전 수칙 안내를 제외하면, 나머지 안내 방송은 다 육성이다.
 
또한, Thank you for your co-operation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란 문구 역시, 공항이나 비행기 내부가 아닌 육상 교통수단에서는 거의 들을 일이 없다. 비행기는 사고 위험이 높은 교통수단이다 보니 통제할 것, 승객에게 당부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안전벨트 자체가 없고, 이미 있던 승차권 개집표기마저 없애고 있는(일반열차) 철도와는 넘사벽.
 
결론은... 비행기 타고 싶다.. ^^;;;;;;;;
그나저나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는 엄밀히 말하면 어법에 맞지 않다. 불편이란, 그냥 끼치는 것이지 끼쳐 "줄" 필요가 전혀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이 되지만, "해 주셔서 죄송합니다"는 틀렸다. 그냥 "해서 죄송합니다"인 것이다. 본인은 국문과 전공도 아니고 딱히 토박이말 순수주의자도 아니지만, 내 모국어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엿가락 같은 언어가 되는 건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게 눈에 잘 띄는 편이다.
 
철도 기관사 정도만 해도, 되기 어려운 정도라든가 급여, 사회적 지위가 최소한 공립 학교 중등 교사뻘은 된다. 하지만 비행기 조종사는 가히 대학 교수나 군 장성 같은 레벨이 될 것이다.

- 돈 졸라 많이 벌긴 하는데 쓸 일 별로 없다 (사람 접대를 안 하니, 품위 유지비 같은 것도 별로..)
- 생명 수당.. 위험 부담이 크고 스트레스 받는다
-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하고는 떨어져 돌아다닌다
- 여자 앞에서 졸라 뽀대 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비행기 조종사(특히 국제선 기준)는 아무리 생각해도 바람 피우기엔 최적의 직업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 뭐, 조종사들의 실제 사정에 대해 아는 것도 아니고 현업 조종사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므로 오해 없기 바란다.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뜻.

Posted by 사무엘

2010/03/24 16:40 2010/03/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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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엑셀에는 셀 안에다 긴 텍스트를 집어넣은 후, ‘자동 줄 바꿈(wrap text)’을 적용하여 내용이 여러 줄에 걸쳐서 출력되게 하는 기능이 있다.

그런데 이 기능은 굉장히 괴상하게 구현되어 있다. 엑셀이 제공하는 ‘자동 줄 바꿈’ 기능은 위지윅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문서의 확대 배율만 바꿔도(셀이나 문서의 폭, 심지어 프로그램 창 크기도 아니고) wrap 결과가 뒤죽박죽으로 바뀌고, 화면으로 보는 결과와 인쇄 결과도 당연히 일치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인해 화면상으로는 3줄로 wrapping이 됐는데 인쇄해 보니 문장이 2줄에 다 들어가서 마지막 한 줄은 텅 비기도 하고, 화면상으로는 딱 맞는 크기였는데 인쇄하니까 칸이 부족하여 숫자가 ####로 바뀌어 출력되기도 한다. 엑셀을 직업적으로 다루는 분이라면 이런 특성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건 워드 프로세서라면 상상도 못 할 현상일 텐데, 왜 이런 것일까?

엑셀은 잘 알다시피 표 형태의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워드 프로세서처럼 소숫점 단위로 위지윅을 보장하면서 정확한 페이지 정돈과 문단 정렬에 최적화되지는 않은 듯하다. 성능상의 이유로 인해 그냥 정수 픽셀 단위로 줄을 wrap하니, 화면 배율만 바꿔도 문단 정렬 결과가 확 달라지는 것이다. 글자 크기뿐만 아니라 셀의 크기까지 동일한 비율로 바뀌는데도 말이다.


2.
플래시 메모리 스틱으로 전파/감염되는 악성 코드는 정말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
(카드는 아니고.. 플래시 메모리는 말이 좀 길고, 그렇다고 USB라고 부르는 건 너무 심했고-_-.. 적당한 말이 없어서 고민인데, 이 글에서는 편의상 그냥 스틱이라고 부르겠다.)

내 스틱을 남 컴퓨터에다 꽂았다가 다시 갖고 오니 루트 디렉터리에 지저분한 dll, bat-_- 파일이 묻어 있다거나, 남의 스틱을 내 컴에다 꽂아서 파일을 보니 역시 괴파일이 숨김 속성으로 들어있다.
당연히, 내 스틱을 내 컴퓨터들끼리만 쓰면 그런 현상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저런 경우를 한두 번 본 게 아니어서.. 도대체 악성 코드에 감염된 컴퓨터가 얼마나 되는지 감을 못 잡겠다.

저게 어떻게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궁금할 따름이다. 어떻게 나의 동의도 없이, 악성 코드에 감염된 컴에다 내 스틱을 꽂았다는 이유만으로 루트 디렉터리에 저런 파일들이 복사될 수 있을까?
옛날에도 글로 썼지만 본인은 컴퓨터 보안에 관한 한, 굉장한 안전 불감증의 소유자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고가 안 났지만, 사고가 났을 때의 대처 능력 역시 검증된 적이 없는 일본 신칸센과 같은 상태이다. 이러다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나..;;

구글이라든가 크롬 웹브라우저가 특히 국내 포털 사이트 내부에 대해서 "이 사이트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경고 내는 것도 굉장히 귀찮아하고 싫어한다. 잘만 드나들고 지냈으며, 그러고 나서도 아무 일도 없었는데 양치기 소년 같은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 첨부 파일, ActiveX 설치 절대 안 하는 사람에게 도대체 뭐가 안전하지 않다는 건지 모르겠다.

요즘도 하는지 모르겠는데, 생활 안전을 소재로 무슨 '에듀테인먼트' TV 프로가 있다.
헬멧을 썼을 때와 안 썼을 때 사람이 다치는 정도의 차이를 비롯해, 음식을 태운 냄비를 물로 식혀서는 안 되는 이유 등을 생생한 실험으로 보여주는데,
그것처럼 보안/업데이트를 전혀 하지 않은 컴퓨터가 어떻게 뚫리고 어떻게 악성 코드에 감염되는지 그런 실험 결과를 보여주는 TV 프로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도무지 실감이 안 간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3 10:15 2010/03/2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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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포어

컴퓨터 하드웨어의 발달 덕분에 플로피 디스크는 오늘날 PC 환경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용량 캐부족하고, 느리고 에러율 높고.. 미래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 왜 A가 아닌 C부터 시작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세대도 분명 등장하지 싶습니다.
아이오메가 ZIP 드라이브처럼 플로피를 대체하는 보조 기억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편적으로 쓰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초부터 등장한 USB 메모리가 급속도로 널리 퍼졌지요. 윈도우 2000/ME급부터는 별도의 드라이버를 전혀 설치하지 않아도 이제 운영체제가 알아서 인식도 해 줍니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지만, 그래도 플로피 디스크는 컴퓨터로부터 정보를 읽고 쓰는 그릇 역할을 하는 물건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킨 최초의 매개체입니다. 그래서 각종 응용 프로그램에서 '저장' 아이콘은 아직도 3.5인치 디스켓 그림이 단골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저장이란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메타포어가 된 것입니다. 마치, 화장실 같은 데서 남녀를 구분하는 단골 아이콘이 치마 모양이 된 것과도 같습니다.
USB 플래시 메모리가 처음부터 개발되어 쓰였다면 아이콘 모양이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철도 차량은 어떤가요?
여러 객차를 한데 연결해서 쇠로 된 레일 위를 달리는 이 교통수단에 대한 메타포어는 단연코, 연기를 뿜고 달리는 증기 기관차입니다. 기차라는 한자어 자체가 증기 기관차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칙칙폭폭'이라는 의성어, 그리고 철길 건널목 주의 표지판의 그림... 모두 증기 기관차의 특성이 그대로 철도 차량 자체의 상징으로 발전해 버린 예입니다. 요즘 디젤 기관차는 그 정도로 연기를 뿜지도 않으며, 심지어 전기 기관차는 칙칙폭폭은커녕 지멘스 옥타브 멜로디를 연주하면서 달리기도 하지 않습니까?

어떤 새로운 개념이 첫 등장하면, 무엇이든 그 새로운 개념이 최초로 사람들에게 구체화, 현실화한 그 형태가 사람들에게 각인되는가 봅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2 15:05 2010/03/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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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번역

윈도우 2000부터는 스크롤바에도 우클릭 메뉴가 생겼다. 마우스가 가리키는 특정 지점이라든가 맨 위/아래 지점으로 바로 스크롤이 가능해서 매우 편리하다.
그런데 문제는 병맛 같은 우리말 번역.

위쪽 / 아래쪽 이 무엇인지 짐작하시겠는가?
이게 영어는 Top / Bottom이다. 즉, 스크롤되는 대상의 맨 꼭대기/맨 밑바닥 위치를 가리킨다.
본인은 한국어를 봐서는 도저히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페이지 위로 / 페이지 아래로는 Page up / Page down의 직역이다.
차라리 위쪽 / 아래쪽은 Page up / Page down의 번역으로 더 적절하지 않은가? 아니면 차라리 '한 화면 위/아래' 말이다.
Top / Bottom의 의미를 우리말로 번역하려면 최소한 '가장'이나 '맨', '최' 같은 최상급 부사가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보다 더욱 병맛 같은 번역, 사람 진짜 낚은 번역은 따로 있다.

윈도우 XP와 비스타는 새로운 스타일의 시작 메뉴가 도입되어서 자주 실행하는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메인에 뜬다. 그리고 사용 빈도와 관계없이 언제나 나타나 있길 원하는 프로그램은 거기에 '고정'(pin)이 가능하다.

고정을 할 때는 프로그램 아이콘을 우클릭한 후, '시작 메뉴에 고정'을 누르면 된다.
그런데 이미 고정된 프로그램을 우클릭하면 '시작 메뉴에서 제거'와 '이 목록에서 제거'가 뜬다.
둘 중 하나는 단순히 '고정 상태 해제'이고, 다른 하나는 말 그대로 시작 메뉴에서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한국어만 봐서 뭐가 뭔지 파악하겠는가? (7은 아예 작업 표시줄에 고정이 되므로 해당 사항 없음)

정답을 말하자면 '시작 메뉴에서 제거'가 고정 해제이고, '이 목록에서 제거'가 완전히 제거이다!
도대체 시작 메뉴하고 이 목록의 개념상 차이가 무엇인지 아시는 분? -_-;;
영어 원문은 엄연히 전자는 Unpin, 후자는 Remove이다. '고정 해제'라고 하면 아무 혼동 없이 알아들을 텐데 왜 번역을 이 따위로 했는지? 2002년에 윈도우 XP를 써 온 이래로 아직까지도 본인은 직접 아이콘을 실수로 없애 버리지 않고서는 분간을 못 한다. MS 제품에 들어있는 제일 엉터리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하긴, 윈도우 XP sp2가 나오기 전, IE 6의 About 화면을 보면 '승인'이라는 버튼이 있었다. 이게 뭘까요?
영어 원문은 Acknowledgments이다. 이걸 클릭하면 IE 6의 개발자 명단이 애니메이션으로 쭈르륵 나온다. 그렇다. 이건 논문이나 저서(특히 외국물)에서도 볼 수 있듯, '감사의 글' / '만든 사람들' 뻘 되는 의미로 번역해야 맞다.

이때 Acknowledgment를 승인이라고 너무나 사전적인 의미로 번역하는 것은, '만든 사람들' 리스트가 나오는 Credits를 달랑 신용이라고 번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번역가가 이 단어가 쓰이는 문맥과 상황을 알지 못하고, 그냥 수많은 영어 문장/단어 리스트를 보면서 기계적으로 번역해서 그런 것 같다.

저런 오역은 그냥 사람을 낚는 정도이지만, 오역이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 오늘날처럼 영어로 무수한 정보와 지식이 쏟아지는 시대엔 영한 사전을 만드는 사람이나 번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2 08:26 2010/03/2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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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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