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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딩 잡설

1.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 작업은 단순히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거나 알려진 버그를 수정하는 것 말고도, 멀쩡히 동작하는 기능의 내부 구현 형태를 바꾸는 리팩터링도 무시 못 할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지금도 문제가 없긴 하지만, 열기-닫기 내지 할당-해제 같은 패턴은 어지간하면 클래스의 생성자와 소멸자가 알아서 하게 바꿔서 리소스 누수(leak)를 컴파일러 차원에서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비주얼 C++ 2010으로 갈아탄 덕분에 지저분한 임시 #define 함수들을 지역 변수 형태의 람다 함수로 교체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를 들어 이런 것 말이다.

BEFORE
#define PickNumber(e) ((e)[1] ? wcstol((e), &f, 16): *(e))

AFTER
auto PickNumber = [&f](PCWSTR e) -> int { return e[1] ? wcstol(e, &f, 16): *e; };

별도의 함수로 추가하기에는 너무 지엽적이고 한 함수 안에서만 잠깐 쓰고 마는 반복적인 루틴들은 람다로 싸 주는 게 딱이다. type-safety가 보장되고, scope도 엄격하게 정해지고, 이 루틴을 매번 인라인으로 expand할지 아니면 그냥 함수 호출로 처리해서 코드 크기를 줄일지를 컴파일러가 좀 더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좋다.

예전에는 C++에 대해서 C with classes라고 배웠겠지만, 이제는 C++은 C with classes라고만 정의하기에는 설명에 누락된 요소가 너무 많아졌다.
람다 함수를 전역 변수로 선언하는 건 문법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그럴 바에야 그냥 재래식 형태의 함수를 하나 선언하고 말지 아무런 특별한 의미가 없을 것이다.

2.

그런데, 이렇게 리소스 누수를 막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구조체에다 함께 넘어온 핸들이나 메모리 포인터는 그것만 따로 클래스의 소멸자가 자동으로 소멸하게 할 수 없으니 구조적으로 여전히 누수 위험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CreateProcess 함수는 실행 후 해당 프로세스에 대한 핸들을 PROCESS_INFORMATION 구조체에다가 되돌려 준다. 이 값을 이용해서 프로그램은 자신이 새로 실행한 프로그램이 실행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거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실행된 프로세스가 종료되더라도 그 프로세스를 가리키던 핸들은 해제되지 않는다. 호스트 프로그램이 핸들을 닫아 줘야만 완전히 해제된다.

CreateProcess 함수를 자주 쓴다면 핸들 해제까지 모든 작업을 자동화해 주는 클래스를 만들어서 쓰는 게 효과적이다. 사실, 이 함수는 받아들이는 인자가 많고 기능 한번 쓰는 게 번거로운 편이기 때문에 클래스를 쓸 법도 하지만, 어쩌다 한 번 쓰고 마는 특수한 함수를 전부 클래스로 감싸는 건 좀 낭비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날개셋> 편집기에는 있으나마나한 잉여이긴 하지만 명색이 텍스트 에디터이다 보니 인쇄 기능이 있다.
그런데 한때는 인쇄를 한 뒤에 자신이 사용한 프린터 DC를 해제하지 않아서 GDI 개체 누수가 생기는 버그가 있었다.
물론 이건, 리소스 제한이 있는 윈도우 9x에서 이 프로그램을 한 번 실행한 후, 프린터 드라이버를 이용한 인쇄(화면 인쇄 말고) 명령을 연달아 몇백, 몇천 번쯤 내려야(한 번에 몇백, 몇천 페이지를 인쇄하는 것과는 무관) 여파가 나타날 버그이니,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위험이 아닌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 문제의 원인은 PrintDlg 함수가 PRINTDLG 구조체에다가 넘겨준 hDC 멤버(프린터 DC)를 해제하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이런 실수가 들어갈 법도 했던 게, MSDN에서 해당 함수나 해당 구조체에 대한 설명 어디에도, 사용이 끝난 DC를 처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이거 혹시 해제해야 하는 게 아닌지 미심쩍어서 내가 우연히 잉여질 차원에서 다른 예제 코드를 뒤져 본 뒤에야 DeleteDC로 해제를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예전 코드에 리소스 누수 버그가 있음을 깨달았다.

하긴, 내 기억이 맞다면, COM 오브젝트도 프로그래머가 Release를 제대로 안 해서 개체 누수가 하도 많이 생기다 보니 MS에서도 골머리를 썩을 정도였다고 하더라. 현실은 이상대로 되질 않는가 보다.

3.

윈도우 운영체제의 device context에 대해서 보충 설명을 좀 할 필요를 느낀다.
DC라는 건 그림을 그리는 매체가 (1) 화면, (2) 메모리(대부분은 화면에다 내보낼 비트맵을 보관하는 용도), 아니면 (3) 프린터 이렇게 셋으로 나뉜다. 화면용 DC는 GetDC나 GetWindowDC를 통해 HWND 오브젝트로부터 얻어 오고 해제는 ReleaseDC로 한다.

그러나 나머지 두 DC는 화면 DC와는 달리, DeleteDC로 해제한다는 차이가 있다. 화면용 DC는 운영체제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성격이 강한 반면, 나머지는 전적으로 사용자 프로그램의 재량에 달린 비중이 커서 그런 것 같다.

메모리 DC는 화면 같은 다른 물리적인 매체 DC와 연계를 할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가상의 DC이므로, 보통 CreateCompatibleDC를 통해 이미 만들어진 DC를 레퍼런스로 삼아서 생성된다. 레퍼런스 DC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하다못해 pixel format 같은 거라도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반면 프린터 DC는 대개 가장 수준이 낮은 CreateDC를 통해 만들어지는데, 응용 프로그램이 특정 디바이스를 지목해서 DC를 하드코딩으로 생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보통은 사용자에게 인쇄 대화상자를 출력한 뒤에 운영체제의 GUI가 생성해 주는 DC를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사실, 프린터야 인쇄 전과 인쇄 후에 프린터에다 초기화 명령을 내리고 종이를 빼내는 등 여러 전처리· 후처리 작업이 필요하고 그런 저수준 명령은 프린터 하드웨어의 종류에 따라 다 다르다.
메모리는 프린터만치 하드웨어를 많이 가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래픽을 보관하기 위해 메모리를 할당하고 나중에 해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에 반해 단순히 화면에다가 그림을 찍는 건 각 context별로 좌표를 전환하고 클리핑 영역 설정을 바꾸는 것 외에는 별다른 오버헤드가 존재하지 않는다. 도스 시절의 그래픽 라이브러리는 그런 DC 같은 추상화 계층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 오버헤드의 위상이 ReleaseDC와 DeleteDC의 차이를 만든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2/09/19 19:32 2012/09/1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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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 언어가 제공하는 기본 라이브러리에는 단순히 자주 쓰이는 자료 구조나 알고리즘 외에도, 운영체제에다 요청을 해야 지원받을 수 있는 기능이 일부 있다. 메모리를 할당하거나 파일을 읽고 쓰는 작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C/C++ 라이브러리라 해도 그런 기능은 궁극적으로 Windows API 같은 저수준 API를 호출함으로써 제공하는 셈이다.

그러니 프로그래머로서는 굳이 이식성을 염두에 두고 작성하는 코드가 아니라면, 언어가 제공하는 API보다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API를 직통으로 쓰는 게 성능면에서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게 완전히 잘못된 생각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윈도우 API에 있는 ReadFile/WriteFile과, C 라이브러리에 있는 fread와 fwrite를 생각해 보자.
C 라이브러리의 소스를 보신 분은 있겠지만, 일례로 fwrite는 내부적으로 _write 함수를 호출하는 형태이고, 두 함수만 해도 소스 코드가 수백 줄에 달한다. 뭔가 추상화 계층을 거치는 게 있고 복잡하다. 그러면서 _write 함수의 한쪽 구석에 결국은 WriteFile 함수를 호출하는 부분이 있다. fwrie가 WriteFile 직통보다 빠를래야 빠를 수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윈도우 환경에서 프로그래밍을 오래 해 본 분은 경험적으로 아시겠지만, 몇 바이트짜리 소량의 I/O를 수백, 수천 번씩 반복해서 시켜 보면 fread/fwrite가 ReadFile/WriteFile보다 훨씬 더 빠르게 수행된다.
그렇다. C 함수는 내부적으로 버퍼링? 캐싱?을 해서 소량의 I/O는 뭉쳤다가 몰아서 한꺼번에 하는 반면, 운영체제 API는 곧이곧대로 매번 오버헤드를 감수하면서 I/O를 직통으로 하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운영체제가 자체적으로 디스크 캐싱을 다 하는 게 대세이지만, C 함수는 더 상위 계층에서도 캐싱을 하는 걸로 보인다. 이게 성능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난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서 1년 전쯤에 공개된 지난 6.2 버전의 README를 보면, 편집기의 파일 저장 및 변환기의 변환 속도가 훨씬 더 빨라졌다고 적혀 있다. 이것의 비결이 바로 저 특성을 이용해서 파일 I/O 속도를 향상시킨 것이었다.

메모리 할당도 마찬가지이다.
운영체제는 프로세스마다 heap이라는 가상 메모리를 둬서 프로그램이 다수의 작은 메모리 덩어리를 동적으로 요청할 때 빨리 빨리 반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연결 리스트나 트리 같은 자료구조는 메모리 할당이 잽싸게 안 되면 성능이 크게 떨어질 테니 말이다.
(이때 heap은 자료 구조 heap하고는 전혀 관계 없는 개념이므로 혼동하지 말 것.) 그래서 윈도우 운영체제에서 C 라이브러리의 malloc 계열 함수는 HeapAlloc이라는 API 함수를 호출하는 상위 계층이다.

내 경험상으로는 요즘의 NT 커널 윈도우는 HeapAlloc와 malloc, 그리고 HeapFree와 free가 성능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의 윈도우 9x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다.
“윈도우 9x에서는 이 함수는 진짜로 작은 메모리 블록에만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걸로 수 MB에 달하는 메모리를 한꺼번에 여러 번 할당하면 성능이 크게 떨어지고 프로그램이 느려짐. 그 경우엔 다른 메모리 할당 함수를 쓰기 바람.”이라는 경고문이 MSDN에 명시되어 있었다.

내부적으로 그 함수가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테스트 해 보니 진짜 그랬다. 9x에서는 프로그램이 뻗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도저히 견딜 수 없이 느려졌다.
이때에도 윈도우 API가 아닌 C 라이브러리의 malloc 함수는 랙 없이 잘 동작했다. 대용량 메모리 할당 요청이 왔을 때 가상 메모리 주소를 다시 잡는 등 대비가 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원론적으로야 추상화 계층이 있는 언어 API보다는 운영체제 API 직통이 더 빠를 수밖에 없는 게 맞다. 사실, Windows API로도 모자라서 NTDLL처럼 아예 문서화되어 있지도 않은 곳에 있는 native API를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이식성까지 희생하면서 굳이 직통 API를 쓰고자 한다면, 위에서 예를 들었듯이, 그 API의 특성을 잘 알고 쓰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C++ 라이브러리야 객체지향 구현을 위해서 bloat되는 게 불가피하다고 쳐도, 그보다는 더 단순한 C 라이브러리의 추상화 계층은 그저 불필요한 잉여밖에 없는 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8/20 08:25 2012/08/2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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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벌 검색 기능의 퇴화(?)

예전에도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비주얼 C++에는 Alt+F12를 누르면 심벌 검색을 할 수 있다. 주어진 프로젝트의 소스 코드에 등장하는 모든 명칭들(클래스, 함수, 전역 변수 등등)의 선언과 정의가 있는 곳을 곧바로 찾아갈 수 있으니 이건 매우 편리한 기능이 아닐 수 없다.

이 기능이 특히 강력한 이유는 내가 해당 프로젝트의 내부에서 선언한 명칭뿐만 아니라, 인클루드 파일에 있는 명칭들도 전부 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C/C++ 라이브러리에 있는 함수나 윈도우 플랫폼 SDK 내지 MFC 라이브러리에 있는 방대한 명칭들도 다 조회가 되어서 해당 명칭의 출처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어차피 소스 코드를 빌드하여 precompiled header나 인텔리센스 정보를 만들 때 이런 정보들을 다 한 번씩 파싱을 하기 때문에, 심벌 검색은 최적화된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대상으로 신속하게 행해진다. 무식하게 수백, 수천 개의 헤더와 소스 파일들을 텍스트 형태로 찾는 find in files 형태가 아니다.

그런데, 비주얼 C++ 2010을 보니 심벌 검색은 해당 프로젝트에서 직접 선언한 명칭만 가능하고, 그 프로젝트가 stdafx.h에다가 인클루드하여 사용하는 플랫폼 SDK, MFC 같은 것들의 명칭은 조회되지 않는다.
200x 시절과 동일하게 '참조에서 찾기' 옵션을 켜고, 검색 범위를 'All components'로 바뀌었는데도 여전하다. 이 기능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궁금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WM_CREATE 위치가 뜨는 2003 좌, 하지만 뜨지 않는 2010 우)

물론, 소스 코드에서 MFC나 플랫폼 SDK의 명칭을 참조하는 부분에서 F12를 눌러 보면 여전히 해당 명칭의 선언부로 가긴 간다. 하지만 명칭을 직접 입력해서 찾는 심벌 검색 기능은 왜 그게 불가능해진 걸까?

보아하니 그저 닷넷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의 명칭을 조회하는 기능에만 신경 쓰느라, C++ 네이티브 개발 쪽은 지원이 간과되기라도 한 건지? 2010은 그렇잖아도 인텔리센스에다 빌드 보조 파일들이(*.sdf, *.ipch) 예전에 비하면 기겁을 할 정도로 방대해졌는데 편의 기능은 도리어 없어지면 어떡하냐 말이다.

2. 메뉴 편집기의 우클릭

C++ 프로젝트를 새로 만들거나 열어서 리소스에서 메뉴 편집기를 연다. 아, 프로젝트를 만들 필요 없이 그냥 리소스 템플릿만 하나 만들어서 메뉴를 생성해도 되겠다.

열었으면 클라이언트 화면의 빈 공간을 아무 데나 우클릭하여 메뉴 편집기에 대한 컨텍스트 메뉴를 연다. 그 후 마우스로 다른 곳을 클릭하거나, 명령을 선택하거나, ESC를 눌러서 컨텍스트 메뉴를 없앤다.
그러면 컨텍스트 메뉴가 화면 좌측 상단에 한 번 또 나타나서 사용자를 성가시게 할 것이다.

이는 명백한 버그이다. 대화상자 같은 다른 리소스 편집기에서는 우클릭을 해도 이런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2010뿐만이 아니라 무려 2003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견된다. 거의 10년 묵은 버그라는 뜻인데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지 지금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설마 6.0에서까지 이랬을 것 같지는 않은데 잘 모르겠다. 아직도 6.0 쓰시는 분이 계시면 확인 요망.

여담이지만 마우스가 아니라 Shift+F10 같은 키보드로 컨텍스트 메뉴를 열면 이런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화면 빈 공간이 아니라 편집 중인 메뉴 항목의 경우 우클릭하더라도 역시 그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이건 아주 사소한 코딩 실수로 보이고, 몇 라인만 고치면 바로 제거할 수 있는 버그이다만,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발견하고 지적한 사람이 없었나 보다.

C#이나 VB, C++/CLI 같은 닷넷 환경의 경우, 폼(네이티브 개발 환경으로 치면 대화상자)에다가 메뉴 컴포넌트를 집어넣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메뉴를 편집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 네이티브 개발과는 환경이 꽤 다르다.
닷넷 프로그램도 기본 메뉴는 일반 윈도우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표준 네이티브 메뉴 형태로 나오지 않겠나 하고 생각해 왔는데,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 비주얼 스튜디오 200x와 비슷한 형태인 싸제 메뉴이다.

3. 툴바 편집기의 화면 잔상

이뿐만이 아니다.
리소스 중에서 툴바 편집기를 보면, 툴바 아이템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찍어 보기만 해도 예전 selection 흔적이 지저분한 잔상으로 잔뜩 남는다. 저건 절대로 multiple selection을 나타내는  게 아니며, WM_PAINT 메시지만 다시 받아도 잔상은 싹 없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열기, 저장, 모두 저장, 인쇄 아이콘의 테두리에 생긴 잔상들을 보라.
그리고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건 비주얼 C++ 2003 시절부터 변함없던 버그이다!
전세계에서 압도적인 인지도와 점유율을 자랑하는 개발툴에 이런 초보적인 버그가 있다는 게 믿어지는가? 6.0은 그렇지 않았던 걸로 난 기억한다.

아이콘의 배치 순서를 조정하거나 중간에 여백을 넣기 위해서 드래그 드롭만 해도 잔상이 잔뜩 쌓인다. 구체적으로 재연 조건과 증상을 일일이 기술하기에는 구차하나, 잔상 현상은 2010에서 조금 더 심해졌다.

4. 속성 대화상자

비주얼 C++ 6.0까지는 전통적으로 가로로 길쭉한 자신만의 context-sensitive한(문맥 민감. 사용자가 키보드 포커스를 두거나 선택한 개체나 문서에 따라서 대화상자 내부 내용이 수시로 동적으로 바뀌는) 속성 대화상자가 있어서 Alt+Enter를 누르면 언제든지 그게 떴었다. old timer라면 추억의 옛날 스타일 대화상자를 기억하실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게 닷넷부터는 비주얼 베이직 스타일의 프로퍼티 그리드로 다 바뀌었다.
특히 프로젝트 설정 대화상자(VC6 표준 단축키 기준 Alt+F7)도 이 형태로 리모델링된 것 여러분들 다 아실 것이다.

그러나 프로퍼티 그리드가 커버하지 못하는 UI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preview 기능이다.
비트맵, 대화상자, 메뉴 등 리소스들을 일일이 열 필요 없이 찍어 보기만 해도 이놈이 대략 어떻게 생겼는지 간략히 표시해서 보여주는 기능인데,
이건 2차원적인 공간에다 뭔가를 그려야 하기 때문에 기존 프로퍼티 그리드로 커버할 수가 없다.

그래서 별도의 버튼을 누르면 결국 과거 6.0 시절의 속성 대화상자와 비스무리하게 생긴 대화상자가 떠서 미리보기를 보여주는 기능이 들어갔다. 뭐, 여기까지는 뭐 나쁘지 않다. 메뉴나 대화상자가 좀 더 깔끔하게 그려졌으면 좋겠는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바뀐 게 없이 똑같이 엉성하다는 건 아쉽지만 말이다.

그런데 과거의 200x 시절에는 미리보기를 보는 중에도 키보드 포커스는 각종 리소스들을 고르는 화면에서 계속 유지가 되어서 위· 아래 화살표를 누르며 리소스들을 조회할 수 있었는데,
2010부터는 뭔가를 선택하고 나면, 키보드 포커스가 미리보기 대화상자로 바뀌어 버린다. 그래서 마우스로 해당 아이템들을 일일이 찍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비주얼 C++은 4.0 때 Developer Studio (MSDEV)라는 첫 UI가 갖춰진 이래로 닷넷으로 넘어갈 때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쳤고, 2010 때는 WPF 기반으로 또 IDE의 구현체가 크게 바뀌었다.

요즘 다시 C++11 지원처럼 C++ 지원이 강화되고는 있다지만, 기존 코드들이 리팩터링되는 과정에서 예전에는 없던 사소한 버그들이 끼어 들어가는 게, MS에서 닷넷에 비해 네이티브 환경 개발에 점점 소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다. 닷넷과 관련된 개발 환경이라면 저런 버그가 들어갔을 리가 없을 텐데 말이다.

다음은 버그까지는 아니고, 비주얼 C++과 관란하여 추가로 떠오르는 생각들이다.

1. 비주얼 C++은 32비트 시절 이래로(무려 4.x부터) 80비트 초정밀 부동소숫점인 long double을 무시하고, 이것도 일반 double과 완전히 동일한 64비트 부동소숫점으로만 제공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난 32비트 CPU에서는 10바이트 단위로 정보를 처리하는 게 불편해저서 long double이 도태한 게 아니겠나 정도로만 생각해 왔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인텔 CPU엔 80비트 부동소숫점을 연산하는 명령 자체는 존재한다고 한다. 단지, MS 컴파일러가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이것까지 지원해야 하면 %타입 문자부터 시작해서 언어 라이브러리에도 그야말로 대대적인 칼질이 가해져야 하는 건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있는 CPU의 기능을 컴파일러가 활용하지 않는 건 좀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인텔 컴파일러 같은 다른 벤더 제품 중에는 long double을 쓸 수 있는 놈이 있는지 궁금하다.

2. 오늘날 거의 모든 IDE와 에디터들은 탭을 customize할 수 있다.
화면에 표시되는 탭 길이를 조절하고(보통 거의 다 4를 쓰지만), 코딩용 자동 들여쓰기를 할 때 공백을 삽입할지 탭을 삽입할지를 지정할 수 있다. 그리고 언어별로 어떤 탭 설정을 사용할지도 지정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읽어들이는 소스 코드의 형태를 보고 탭 컨벤션을 자동 감지하게 할 수는 없나?
space로 맞춰져 있는 소스 코드에다가 눈치 없게 탭으로 들여쓰기를 삽입한다거나 혹은 그 반대로 하는 것. 불편하다.

자동 들여쓰기를 구현했을 정도라면 앞뒤의 중괄호가 어떻게 돼 있고 whitespace들이 space인지 tab인지 주변 context들은 다 파악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조금만 더 센스 있게 동작하게 만드는 것은 마치 코드의 줄바꿈 문자의 종류를 자동 감지하는 것만큼이나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여겨진다.

Posted by 사무엘

2012/07/29 08:33 2012/07/2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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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자바, C# 비교

전산학의 초창기이던 1950년대 후반엔 프로그래밍 언어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코볼, 포트란 같은 언어가 고안되었다. 그리고 이때 범용적인 계산 로직의 기술에 비중을 둔 알골(1958)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유럽에서 만들어졌는데, 이걸 토대로 훗날 파스칼, C, Ada 등 다양한 언어들이 파생되어 나왔다.

이때가 얼마나 옛날이냐 하면, 셸 정렬(1959), 퀵 정렬(1960) 알고리즘이 학술지를 통해 갓 소개되던 시절이다. 구현체는 당연히 어셈블리어.;; 그리고 알골이 도입한 재귀호출이라는 게 함수형 언어가 아닌 절차형 언어에서는 상당히 참신한 개념으로 간주되고 있었다. 전산학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컴퓨터를 돌리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가 따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프로그래밍 언어를 구현하기 위해 컴퓨터가 발명되었다는 걸 알 것이다.

알골 자체는 시대에 비해 언어 스펙이 너무 복잡하고 막연하기까지 하며, 구현체를 만들기가 어려워서 IT 업계에서 실용적으로 쓰이지 못했다. 그러나 후대의 프로그래밍 언어들은 알골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으니 알골은 가히 프로그래밍 언어계의 라틴어 같은 존재로 등극했다.

물론, 그로부터 더 시간이 흐른 오늘날은 알골의 후예에 속하는 언어인 C만 해도 이미 라틴어 같은 전설적인 경지이다. 중괄호 블록이라든가 C 스타일의 연산자 표기 같은 관행은 굳이 C++, 자바, C# 급의 언어 말고도, 자바스크립트나 PHP처럼 타입이 엄격하지 않고 로컬이 아닌 웹 지향 언어에도 그런 관행이 존재하니 말이다.

C가 먼저 나온 뒤에 거기에 OOP 속성이 가미되어 C++이라는 명작/괴작 언어가 탄생했다. C가 구조화 프로그래밍을 지원하는 고급 언어에다가 어셈블리어 같은 저급 요소를 잘 절충했다면, C++은 순수 OOP 개념의 구현보다는 역시 OOP 이념을 C 특유의 성능 지향 특성에다가 적당히 절충을 잘 했다. 그래서 C++이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잘 알다시피 C/C++은 모듈이나 빌드 구조가 컴파일 지향적이며, 거기에다 링크라는 추가적인 작업을 거쳐서 네이티브(기계어) 실행 파일을 만드는 것에 아주 특화되어 있다.

번역 단위(translation unit)라고 불리는 개개의 소스들은 프로그래밍에 필요한 모든 명칭들을 텍스트 형태의 다른 헤더 파일로부터 매번 include하여 참조한 뒤, 컴파일되어 obj 파일로 바뀐다.
한 번역 단위에서 참조하는 외부 함수의 실제 몸체는 어느 번역 단위에 있을지 알 수 없다. 어차피 링크 때 링커가 모든 obj 파일들을 일일이 뒤지면서 말 그대로 연결을 하게 된다.

이 링크를 통해 드디어 실행 파일이나 라이브러리 파일이 최종적으로 만들어진다. 실행 파일은 대상 운영체제가 인식하는 실행 파일 포맷을 따라 만들어지지만 static 라이브러리는 그저 obj들의 모음집일 뿐이기 때문에 lib 파일과 obj 파일은 완전히 같지는 않아도 내부 구조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런 일련의 컴파일-링크 계층이 C/C++을 로컬 환경에서의 매우 강력한 고성능 언어로 만들어 주는 면모가 분명 있다. 또한 197, 80년대에는 컴퓨터 자원의 한계 때문에 원천적으로 언어를 그런 식으로 설계해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C/C++의 그런 디자인은 심각한 비효율을 초래하기도 한다. 내가 늘 지적하듯이 C보다도 특히 C++은 안습할 정도로 빌드가 너무 느리고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에 반해 자바는 문법만 살짝 비슷할 뿐 디자인 철학은 C++과는 완전히 다른 언어이다. 잘 알다시피 자바는 의도하는 동작 환경 자체가 native 기계어가 아니라 플랫폼 독립적인 자바 가상 기계이다. 컴퓨터 환경이 발달하고 웹 프로그래밍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덕분에 이런 발상이 나올 수가 있었던 셈이다.

모든 자바 프로그램은 무조건 1코드, 1클래스이며(단, 클래스 내부에 또 다른 클래스들이 여럿 있을 수는 물론 있음), 심지어 소스 파일 이름과 클래스 이름이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 클래스가 곧 C/C++의 ‘번역 단위’와 강제로 대응한다. 그리고 컴파일된 자바 소스는 곧장 컴파일된 바이트코드로 바뀌며, 이것이 자바 VM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돌아가는 실행 파일(EXE)도 되고 라이브러리(DLL, OBJ)도 된다. 물론, 여러 라이브러리들의 집합체인 JAR이라는 포맷도 따로 있기도 하고 말이다.

클래스 내부에 public static void main 메소드(멤버 함수)만 구현되어 있으면 곧장 실행 가능하다. C++은 C와의 호환을 위해 시작 함수가 클래스 없는 일반 main으로 동일하게 지정돼 있는 반면, 자바는 global scope이 존재하지 않고 모든 명칭이 클래스에 반드시 소속돼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javac 명령으로 소스 코드(*.java)를 컴파일한 뒤, java 명령으로 컴파일된 바이트코드(*.class)를 실행하면 된다.

다른 모듈을 끌어다 쓸 때도 import로 바이너리 파일을 곧장 지정하면 되니, 텍스트 파싱이 필요한 C++의 #include보다 효율적이다. 번거롭게 *.h와 *.lib (그리고 심지어 *.dll까지)를 일일이 따로 구비할 필요 없다.

요컨대 자바는 C++에 비해 굉장히 많은 자유도와 성능을 제약한 대신, C++보다 훨씬 더 손이 덜 가도 되고 빌드도 훨씬 빨리 되고 프로젝트 세팅도 월등히 더 간편하게 되게 만들어졌다. 함수 호출 규약, 인라이닝 방식, C++ symbol decoration, 링크 에러, CRT의 링크 방식, link-time 코드 생성 최적화 같은 온갖 골치 아프고 복잡한 개념들이 자바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C++이 벙커에 시즈 탱크에 터렛과 마인 등, 손이 많이 가는 테란이라면, 자바는 프로토스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자바는 하위 호환성을 고려하지 않은 새로운 언어를 만든 덕분에 디자인상 깔끔한 것도 있지만, 상상도 못 할 편리함을 실현하기 위해 성능도 C++ 사고방식으로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많이 희생한 것 역시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메모리 garbage collector가 존재하는 오버헤드 이상이다.

그래서 요즘은 자바 바이트코드를 언어 VM이 그때 그때 실시간으로 네이티브 코드로 재컴파일하여, 자바로도 조금이라도 더 빠른 속도를 내게 하는 JIT(just in time)기술이 개발되어 있다. 비록 이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구조적으로 유리한 점도 있다.

컴파일 때 모든 것이 결정되어 버리는 C++ 기반 EXE/DLL은 사용자의 다양한 실행 환경을 예측할 수 없으니 보수적인 기준으로 빌드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바 프로그램의 경우, VM만 그때 그때 최신으로 업데이트하여 최신 CPU의 명령이나 병렬화 테크닉을 쓰게 하면 그 혜택을 모든 자바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보게 된다. 물론 C++로 치면 cout이 C의 printf보다 코드 크기가 작아지는 경지에 다다를 정도로 컴파일러가 똑똑해져야겠지만 말이다.

자바 얘기가 길어졌는데, 다음으로 C#에 대해서 좀 살펴보기로 하자.
C# 역시 네이티브 코드 지향이 아니라 닷넷 프레임워크에서 돌아가는 바이트코드 기반인 점, 복잡한 링크 메커니즘을 생략하고 C++의 지나치게 복잡한 문법과 모듈 구조를 간소화시켰다는 점에서는 자바와 문제 접근 방식이 같다.

단적인 예로, 클래스를 선언하면서 멤버 함수까지 클래스 내부에다 정의를 반드시 집어넣게 한 것, 그리고 생성자 함수의 호출이 수반되는 개체의 생성은 반드시 new를 통해서만 가능하게 한 것은 컴파일러와 링커가 동작하기 상당히 편하게 만든 조치이다. 이는 자바와 C#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다만 C#은 자바처럼 엄격한 1소스 1클래스 체계는 아니며, 빌드 결과물로 엄연히 일반적인(=윈도우 운영체제가 사용하는 PE 포맷 기반인) EXE와 DLL이 생성된다. 물론 내부엔 기계어 코드가 아닌 바이트코드가 들어있지만 말이다.

C# 역시 클래스 내부에 존재하는 static void Main가 EXE의 진입점(entry point)이 된다. 그러나 C#은 자바 같은 1소스, 1클래스, 1모듈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클래스에 동일한 static void Main이 존재하면 컴파일러가 어느 것을 진입점으로 지정해야 할지 판단할 수 없어서 컴파일 에러를 일으킨다. 링크나 런타임 에러가 아님. 진입점을 별도의 컴파일러 옵션으로 따로 지정해 주거나, Main 함수를 하나만 남겨야 한다.

여담이지만, C#의 진입점 함수는 자바와는 달리 첫 글자 M이 대문자이다. 전통적으로 자바는 첫 글자를 소문자로 써서 setValue 같은 식으로 메소드 이름을 지어 온 반면, 윈도우 세계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SetValue).
그리고 C#의 Main은 굳이 public 속성이 아니어도 된다. 어차피 진입점인데 접근 권한이 무엇이면 어떻냐는 식의 발상인 것 같다.

닷넷 실행 파일이 사용하는 바이트코드는 자바와 마찬가지로 기계 독립적인 구조이다. 그러나 그것의 컨테이너라 할 수 있는 윈도우 운영체제의 실행 파일 포맷(PE)은 여전히 CPU의 종류를 명시하는 필드가 존재한다. 그리고 32비트와 64비트에서 필드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도 있다. 이것은 기계 독립성을 추구하는 닷넷의 이념과는 어울리지 않는 구조이다. 그렇다면 닷넷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내가 테스트를 해 본 바로는 플랫폼을 ‘Any CPU’라고 지정하면, 해당 C# 프로그램은 명목상 그냥 가장 무난하고 만만한 x86 껍데기로 빌드되는 듯하다.
작정하고 x64 플랫폼을 지정하고 빌드하면 헤더에 x64 CPU가 명시된다. 뒤에 이어지는 바이트코드는 어느 CPU에서나 동일하게 생성됨에도 불구하고, 그 프로그램은 x86에서는 실행이 거부되고 돌아가지 않게 된다.

그러니, 64비트 네이티브 DLL의 코드와 연동해서 개발되는 프로그램이기라도 하지 않은 이상, C# 프로그램을 굳이 x64용으로 제한해서 개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x86용 닷넷 바이너리는 관례적으로 닷넷 런타임인 mscoree.dll에 대한 의존도가 추가되는 반면 x64용 닷넷 바이너리는 그런 게 붙어 있지 않다. 내 짧은 생각으론, 64비트 바이너리는 32비트에서 호환성 차원에서 넣어 줘야 했던 잉여 사항을 생략한 게 아닌가 싶다.

DLL에 기계 종류와 무관한 리소스나 데이터가 들어가는 일은 옛날부터 있어 왔지만, 닷넷은 코드조차도 기계 종류와 무관한 독립된 녀석이 들어가는 걸 가능하게 했으니 이건 참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네이티브 쪽과는 달리 골치 아프게 32비트와 64비트를 일일이 신경 쓸 필요가 없고, 한 코드만으로 x86(-64) 계열과 ARM까지 다 커버가 가능하다면, 정말 어지간히 하드코어한 분야가 아니라면, 월등한 생산성까지 갖추고 있는 C#/자바 같은 개발 환경이 뜨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C++과 자바, C#을 차례로 비교해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2/06/16 19:37 2012/06/1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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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세서 정보 얻기

현재 컴퓨터의 CPU 아키텍처 종류를 얻는 대표적인 함수는 GetSystemInfo이다. SYSTEM_INFO 구조체의 wProcessorArchitecture 멤버의 값을 확인하면 된다.
그런데, 64비트 컴퓨터에서 64비트 운영체제를 실행하고 있더라도 32비트 프로그램은 언제나 이 값이 0, 즉 32비트 x86이 돌아온다. 이는 호환성 차원에서 취해진 조치이다. 기존의 32비트 x86용 프로그램은 새로운 API를 쓰지 않으면 자신이 64비트 x64에서 돌아가고 있다는 걸 까맣게 모르며, 전혀 알 수 없다.

자신이 돌아가고 있는 환경이 진짜 x64인지 확인하려면 GetNativeSystemInfo라는 새로운 함수를 써야 한다. 이건 Windows가 최초로 x64 플랫폼을 지원하기 시작한 윈도우 XP에서 추가되었다. 이 함수가 존재하지 않는 운영체제라면 당연히 64비트 환경이 아니다.

64비트 프로그램이라면 그냥 기존의 GetSystemInfo만 써도 x64를 의미하는 9가 돌아온다. GetNativeSystemInfo는 동일한 코드가 32비트와 64비트로 컴파일되더라도 모두 정확한 동작을 보장한다는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또한, 같은 64비트라도 아이테니엄(IA64) 환경에서는 기존 GetSystemInfo도 32비트 x86 프로그램에서 아키텍처를 x86이라고 속이지 않고 정확하게 IA64라고 알려 준다. 왜냐하면 IA64는 x86과는 명백하게 다른 환경이기 때문에 다르다는 걸 알려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뭐, 지금은 IA64는 완전히 망했기 때문에 일반인이 접할 일이 없겠지만 말이다.

※ 시스템 메모리 정보 얻기

메모리 양을 얻는 전통적인 함수는 GlobalMemoryStatus이다.
그러나 32비트 프로그램이라도 현재 컴이 64비트 운영체제를 사용하여 램이 4GB보다 많이 있는 걸 제대로 감지해서 표시하려면, 윈도우 2000에서 새로 추가된 GlobalMemoryStatusEx 함수를 써야 한다.

그리고 빌드되는 실행 파일의 헤더에 large address aware 플래그가 켜져 있어야 한다. 비주얼 C++ 기준 Linker → System → Enable Large Addresses를 yes로 지정해 주면 된다. 64비트 플랫폼에서는 이 값이 기본적으로 yes이지만, 32비트 플랫폼에서는 기본값이 no이다.
large address aware이 켜져 있지 않으면 32비트에서는 사용 가능한 가상 메모리가 아예 4GB가 아닌 2GB로 반토막이 난 채 표시된다. 포인터의 최상위 1비트를 비워 준다.

그리고 64비트 바이너리에 대해서는 사용 가능한 가상 메모리의 양이야 언제나 있는 그대로 운영체제가 알려 주지만, 해당 바이너리에 이 플래그가 없으면, 운영체제는 아예 상위 32비트를 비워 줘서 DLL 같은 걸 LoadLibrary해도 언제나 32비트 영역 안에서만 주소를 잡는다. 포인터까지 4바이트짜리 int와 구분 없이 작성된 구식 코드들의 64비트 포팅을 수월하게 해 주기 위한 조치이다.

참고로 64비트 전용 프로그램이라면 Ex 대신 기존의 GlobalMemoryStatus만 써도 괜찮다. 받아들이는 구조체의 크기가 int가 아니라 SIZE_T이기 때문에, 32비트 플랫폼에서는 32비트이지만 64비트 플랫폼에서는 자동으로 64비트가 설정되기 때문이다. Ex 함수는 플랫폼의 비트 수에 관계없이 숫자의 크기가 언제나 64비트 크기를 보장해 줄 뿐이다.

※ 32비트 프로그램이 지금 내가 64비트 운영체제에서 동작하고 있는지 감지하기

딱 그 목적을 위해 IsWow64Process라는 함수가 있다. 이것 역시 윈도우 XP 이상에서 추가되었다.

※ 윈도우 시스템 디렉터리에 접근하기

64비트 운영체제는 잘 알다시피 시스템 디렉터리가 64비트용과 32비트용으로 두 개 존재한다.
32비트와 64비트 프로그램에 관계없이 GetSystemDirectory는 언제나 C:\Windows\system32를 되돌린다.
그리고 윈도우 XP에서 추가된 GetSystemWow64Directory라는 함수가 있어서 역시 32비트와 64비트에 관계없이 C:\Windows\SysWow64를 되돌린다. 다만, 운영체제 자체가 64비트가 아닌 32비트 에디션이라면, 후자의 함수는 에러를 리턴한다.

그러니 의외로 이 함수는 플랫폼에 관계없이 절대적으로 같은 결과를 되돌리는 듯한데, 문제는 64비트 운영체제는 32비트 프로그램에 대해 시스템 디렉터리를 기본적으로 redirection한다는 것이다. 즉, 64비트 운영체제는 32비트 프로그램이 C:\Windows\System32를 요청한다고 해도 SysWow64의 내용을 보여주지 진짜 64비트용 시스템 디렉터리의 내용을 보여주지 않는다.

만약 32비트 기반으로 응용 프로그램 설치 관리자나 파일 유틸리티 같은 걸 만들 생각이어서 진짜로 64비트 시스템 디렉터리에 접근을 하고 싶다면, 운영체제에다 별도의 함수를 호출해서 요청을 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Wow64EnableWow64FsRedirection라는 함수가 추가되었다. 이걸로 잠시 예외 요청을 한 뒤, 내가 할 일이 끝난 뒤엔 다시 설정을 원상복귀해야 했다. 왜냐하면 64비트 시스템 디렉터리에 접근 가능하게 해 놓은 예외 동작을 그대로 방치하면, 나중에 다른 32비트 모듈들이 32비트 시스템 디렉터리에 접근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MS에서는 함수 디자인을 저렇게 한 것을 후회하고, 위의 함수의 기능을 Wow64DisableWow64FsRedirection과 Wow64RevertWow64FsRedirection 쌍으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MSDN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64비트 접근 여부 설정치를 마치 stack처럼 다단계로 저장했다가 다시 원상복귀를 더 쉽게 할 수 있게 만들려는 의도이다.

※ Program Files 디렉터리에 접근하기

64비트 운영체제는 응용 프로그램 디렉터리도 64비트용과 32비트용이 두 개 존재한다.
운영체제가 사용하는 특수 디렉터리의 위치를 얻어 오는 함수의 원조는 SHGetSpecialFolderPath이며, 이것은 윈도우 운영체제의 셸의 구조가 크게 바뀌었던 인터넷 익스플로러 4 시절에 처음 도입되었다. 그때는 특수 디렉터리들을 CSIDL이라는 그냥 정수 ID로 식별했다.

그랬는데 윈도우 비스타부터는 이 함수의 역할을 대체하는 SHGetKnownFolderPath라는 함수가 추가되었고, 이제는 식별자가 아예 128비트짜리 GUID로 바뀌었다. 문자열 버퍼도 구닥다리 260자짜리 고정 배열 포인터를 받는 게 아니라, 깔끔하게 별도의 동적 할당 형태가 되었다.

64비트 운영체제에서 64비트 프로그램은 64비트와 32비트용 Program Files 위치를 아주 쉽게 얻어 올 수 있다. 32비트를 가리키는 식별자가 따로 할당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2비트 프로그램이 64비트 운영체제의 64비트 위치를 얻는 것은 위의 두 함수로 가능하지 않다. SpecialFolder 함수는 64비트만을 가리키는 식별자 자체가 없으며, KnownFolder함수도 32비트 프로그램에서 FOLDERID_ProgramFilesX64 같은 64비트 식별자를 사용할 경우 에러만 돌아오기 때문이다.

32비트 프로그램이 64비트 Program Files 위치를 얻는 거의 유일한 공식적인 통로는 의외의 곳에 있다. 바로 환경변수이다.

::ExpandEnvironmentStrings(_T("%ProgramW6432%\\"), wt, 256);

위의 환경변수를 사용한 코드는 32비트와 64비트에서 동일하게 64비트용 Program Files 위치를 되돌려 준다.


결론

이렇듯 32비트에서 64비트로 넘어가면서 윈도우 API의 복잡도와 무질서도는 한층 더 높아졌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가능한 한 급격한 변화와 단절을 야기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기능을 조심스럽게 추가하려다 보니 지저분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귀결이다.

프로그램 배포 패키지를 32비트 exe 하나만 만들어서 64비트와 32비트 플랫폼에서 모두 쓸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다. 32비트 플랫폼에서는 32비트 바이너리만 설치되고, 64비트 플랫폼에서는 비록 32비트 EXE라도 64비트 프로그램 디렉터리들을 모두 건드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이 글에서 언급된 테크닉들을 모두 알아야 할 것이다. 설치 프로그램이니 UAC 관리자 권한이 필요하다는 manifest flag도 내부적으로 넣어 주고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윈도우 9x 시절에는 시스템 디렉터리가 16비트와 32비트로 나뉘어 있지도 않았다. NT 계열로 와서야 system과 구분하기 위해서 system32가 별도로 생기긴 했지만, 16비트용 시스템 디렉터리의 위치를 얻는 별도의 API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사실 필요하지도 않았다. 16비트 프로세스는 이제 NTVDM 밑에서 돌아가는 완전 고립된 별세계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6/14 08:22 2012/06/1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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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1의 람다 함수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면, 어떤 컨테이너 자료구조의 내부에 있는 모든 원소들을 순회하면서 각 원소에 대해 뭔가 동일한 처리를 하고 싶은 때가 빈번히 발생한다.
그 절차를 추상화하기 위해 C++ 라이브러리에는 algorithm이라는 헤더에 for_each라는 템플릿 함수가 있다. 다음은 이 함수의 로직을 나타낸 C++ 코드이다. 딱히 로직이라 할 것도 없이 아주 직관적이고 간단하다.

template<typename T, typename F>
void For_Each_Counterfeit(T a, T b, F& c)
{
    for(T i=a; i!=b; ++i) c(*i);
}

C++은 템플릿과 연산자 오버로딩을 통해 자료구조에 대한 상당 수준의 추상화를 달성했다.
iterator에 해당하는 a와 b는 그렇다 치더라도, 여기서 핵심은 c이다.
F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c는 함수 호출 연산자 ()를 적용할 수가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
그럼 무엇이 가능할까? 여러 후보들이 있다.

일단 C언어라면 함수 포인터가 떠오를 것이다. 함수 포인터는 코드를 추상화하는 데 지금까지 고전적으로 쓰여 온 기법이다.

void foo(char p);

char t[]="Hello, world!";
For_Each_Counterfeit(t, t+strlen(t), foo);

C++에서는 클래스가 존재하는 덕분에 더 다양한 카드가 생겼다. 클래스가 자체적으로 함수 호출을 흉내 내는 연산자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class MyObject {
public:
    void operator()(char x);
};

For_Each_Counterfeit(t, t+strlen(t), MyObject());

그리고 더욱 기괴한 경우이지만, 클래스 자신이 함수의 포인터로 형변환이 가능해도 된다.

class MyObject {
public:
    typedef void (*FUNC)(char);
    operator FUNC();
};

For_Each_Counterfeit(t, t+strlen(t), MyObject());

C++ 라이브러리에는 functor 등 다양한 개념들이 존재하지만, 그 밑바닥은 결국은 C++ 언어의 이런 특성들을 사용해서 구현되어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다. 다른 자료형과는 달리 함수 포인터로 형변환하는 연산자 오버로드 함수는, 자신이 가리키는 함수의 prototype을 typedef로 미리 만들어 놓고 반드시 typedef된 명칭으로 선언되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이것은 C++ 표준에도 공식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제약이라 한다.

이런 어정쩡한 제약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마도 함수 선언문에다가 다른 함수를 선언하는 문법까지 덧붙이려다 보니, 토큰의 나열이 너무 지저분해지고 컴파일러를 만들기도 힘들어서인 것 같다. 이 부분에서는 아마 C++ 위원회에서도 꽤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안 그랬으면 형변환 연산자 함수의 prototype은 아래와 비슷한 괴상한 모양이 됐을 것이다. 실제로 이 함수의 full name을 undecorate한 결과는 이것처럼 나온다.

    operator void (*)(char)();

비주얼 C++에서는 함수를 저렇게 선언하면 그냥 * 부분에서 '문법 에러'라는 불친절한 말만 반복할 뿐이지만, xcode에 기본 내장되어 있는 최신형 llvm 컴파일러는 놀랍게도 나의 의도를 간파하더이다. “함수 포인터로 형변환하려면 반드시 typedef를 써야 합니다”라는 권고를 딱 하는 걸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이런 차이도 맥북을 안 쓰고 오로지 비주얼 C++ 안에서만 틀어박혀 지냈다면 경험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왕~

() 연산자 오버로딩은 this 포인터가 존재하는 C++ 클래스 멤버 함수이며 static 형태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함수 포인터로의 형변환 연산자 오버로딩은 this가 없으며 C 스타일의 static 함수와 같은 위상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두 오버로딩이 모두 존재하면 어떻게 될까? 혹시 모호성 오류라도 나는 걸까?

그런 개체에 함수 호출 ()가 적용되는 경우, () 연산자가 먼저 선택되며, 그게 없을 때에 한해서 함수 포인터 형변환이 차선책으로 선택된다. 모호성 오류가 나지는 않는다.
포인터 형변환 연산자와 [] 연산자가 같이 있을 때 개체에 배열 첨자 참조 []가 적용되는 경우, 역시 [] 가 먼저 선택되고 그게 없을 때 포인터 형변환이 차선으로 선택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클래스와 연산자 오버로딩 덕분에 저런 문법이 가능해졌는데, C++11에서는 그걸로도 모자라 또 새로운 문법이 추가되었다. 이른바 람다 함수.

For_Each_Counterfeit(t, t+strlen(t), [](char x) { /* TODO: add your code here */ } );

람다 함수는 코드가 들어가야 할 곳에 함수나 클래스의 작명 따위를 신경쓰지 않고 코드 자체만을 직관적으로 곧장 집어넣기 위해 고안되었다. 세상에 C++에서 OCaml 같은 데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개념이 들어가는 날이 오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덕분에 C++은 C언어 같은 저수준 하드웨어 지향성에다가 성능과 이념을 적당히 절충한 수준의 객체지향을 가미했고, 90년대 중반에는 템플릿 메타프로그래밍 개념을 집어넣더니, 이제는 함수형 언어의 개념까지 맛보기로 도입한 가히 멀티 패러다임 짬뽕 언어가 되었다.

함수를 값처럼 표현하기 위해서 lambda 같은 예약어가 별도로 추가된 게 아니다. C/C++은 태생상 예약어를 함부로 추가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언어이다. (그 대신 문법에 혼동이 생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기호 짬뽕을 좋아하며 그래서 사람이나 컴파일러나 코드를 파싱하는 난이도도 덩달아 상승-_-) 보아하니 타입을 선언하는 부분에서는 배열 첨자가 먼저 오는 일이 결코 없기 때문에 []를 람다 함수 선언부로 사용했다.

람다 함수는 다른 변수에 대입되어서 두고두고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C/C++에서는 전통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걸로 여겨지는 함수 내부에서의 함수 중첩 선언을 이걸로 대체할 수 있다.

어떤 함수 안에서 특정 코드가 반복적으로 쓰이긴 하지만 별도의 함수로 떼어내기는 싫을 때가 있다. 굳이 함수 호출 오버헤드 때문이 아니더라도, 해당 코드가 그 함수 내부의 지역변수를 많이 쓰기 때문에 그걸 일일이 함수의 매개변수로 떼어내기가 귀찮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이때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그냥 #define 매크로 함수밖에 없었는데 이때도 람다 함수가 더 깔끔하고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람다 함수는 선언할 때 캡처라 하여 주변의 다른 변수들을 참조하는 메커니즘도 언어 차원에서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람다 함수는 그럼 완전히 새로운 type인가?
기존 C/C++에 존재하는 함수 포인터와는 어떤 관계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람다 함수는 비록 어쩌다 보니 () 연산을 받아 주고 함수 포인터가 하는 일과 비슷한 일을 하게 됐지만, 활용 형태는 함수 포인터하고 아무 관련이 없으며 그보다 더 상위 계층의 개념이다.

템플릿과 연동해서 쓰인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람다 함수는 함수 포인터와는 달리 calling convension (_stdcall, _cdecl, _pascal 나부랭이 기억하시는가?)이고 리턴값이 나발이고간에 아무 상관이 없다. 그저 코드상에서 함수를 값처럼 다루는 걸 돕기 위해 존재하는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다. 뭔가 새로운 type이 아니기 때문에 람다 함수를 변수에다 지정할 때는 auto만을 쓸 수 있다. 즉, 다른 자료형이 아닌 람다에 대해서는 auto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뜻이다.

auto square=[](int x) { return x*x; };
int n = square(9); //81

square는 템플릿 같은 함수가 아니다. 이 함수의 리턴값은 x*x로부터 자동으로 int라고 유추되었을 뿐이다. [](int x) -> int 라고 명시적으로 리턴 타입을 지정해 줄 수도 있다. 구조체 포인터의 멤버 참조 연산자이던 -> 가 여기서 또 화려하게 변신을 한 셈임. 우와!

또한, sizeof(square)을 한다고 해서 포인터의 크기가 나오는 게 아니다. 사실, 람다 함수에다가 sizeof를 하는 건 void에다가 sizeof를 하는 것만큼이나 에러가 나와야 정상이 아닌가 싶다. 그런 개념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람다는 함수 포인터가 아니기 때문에, square에다가 자신과 프로토타입이 같은 다른 람다 함수를 대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함수 포인터의 역할과 개념을 대체할 뿐, 그 직접적인 디테일한 기능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콜백 함수를 받는 문맥에서

qsort(n, arrsize, sizeof(int), [](const void *a, const void *b) { return *((int*)a) - *((int*)b); } );

구닥다리 C 함수에다가 최신 C++11 문법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정말 변태 같은 극단적인 예이다만,
이런 식으로 람다 함수를 집어넣을 수도 없다.

요컨대 람다 함수는 코드의 추상화에 도움을 주고 종전의 함수 포인터 내지 #define, 콜백 함수 등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개념이다. C++ 철학대로 디자인된 여타 C++ 라이브러리와 함께 사용하면 굉장한 활용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함수 포인터에 대한 syntatic sugar는 절대 아니라는 걸 유의하면 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2/05/24 08:38 2012/05/2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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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C++11이라고 개명된 C++ 확장 규격인 C++0x에는 잘 알다시피 여러 참신한 프로그래밍 요소들이 추가되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상당한 타이핑 수고를 덜어 줄 걸로 예상되는 auto 리뉴얼, 숫자와 포인터 사이의 모호성을 해소한 nullptr, 그리고 숫자와 enum 사이의 모호성을 해소한 enum class가 있다.

그런데 이것 말고도 C++11에는 아주 심오하고도 재미있는 개념이 하나 또 추가되었다. 복사 생성자에 이은 이동 생성자, 그리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type modifier인 &&이다. R-value 참조자라고 불린다. 이 글에서는 이것이 왜 도입되었는지를 실질적인 코드를 예를 들면서 설명하겠다.
다음은 생성자에서 주어진 문자열의 복사본을 보관하는 일만 하는 아주 간단한 클래스이다.

//typedef const char*  PCSTR;
class MyObject {
    PCSTR dat;
public:
    MyObject(PCSTR s): dat(strdup(s)) {}
    ~MyObject() { free( const_cast<PSTR>(dat) ); }
    operator PCSTR() const { return dat; }
};

C++은 언어 차원에서 포인터를 자동으로 관리해 주는 게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만 달랑 짜 놓은 클래스는 함부로 값을 대입하거나 함수 호출 때 개체를 reference가 아닌 value로 넘겨 줬다간, 동일 메모리의 다중 해제 때문에 프로그램이 jot망하게 된다. C++ 프로그래머라면 누구라도 위의 코드의 문제를 즉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인터처럼 외부 자원을 따로 가리키는 클래스는 복사 생성자와 대입 연산자를 별도로 구현해 줘야 한다. 구현을 안 할 거면 하다못해 해당 함수들을 빈 껍데기만 private 형태로 정의해서 접근이 되지 않게 해 놓기라도 해야 안전하다.

MyObject(const MyObject& s): dat(strdup(s))
{
    puts("복사 생성자");
}
MyObject& operator=(const MyObject& s)
{
    free(dat); dat=strdup(s.dat); puts("복사 대입");
    return *this;
}

자, 그럼 이를 이용해 그 이름도 유명한 Swap 루틴을 구현해서 복사 생성자와 대입 연산자를 테스트해 보자.

template<typename T>
void Swap(T& a, T& b) { T c(a); a=b; b=c; }

int main()
{
    MyObject a("새마을호"), b("무궁화호");
    printf("%s(%X) %s(%X)\n", (PCSTR)a,(PCSTR)a, (PCSTR)b,(PCSTR)b);
    Swap(a,b);
    printf("%s(%X) %s(%X)\n", (PCSTR)a,(PCSTR)a, (PCSTR)b,(PCSTR)b);
    return 0;
}

프로그램의 실행 결과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나올 것이다.

새마을호(181380) 무궁화호(181390)
복사 생성자
복사 대입
복사 대입
무궁화호(1813B8) 새마을호(1813D0)

복사 생성자와 대입 연산자 덕분에 메모리 관리는 옳게 되었기 때문에, 이제 프로그램이 뻗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방법은 비효율적인 면모가 있다. 개체의 값을 맞바꾸기 위한 세 번의 연산 작업 동안, 당연한 말이지만 메모리 할당과 해제, 그리고 문자열의 복사가 매번 발생했다. 그래서 비록 문자열 값은 동일하지만 그 문자열이 담긴 메모리 주소는 a와 b 모두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R-value 참조자를 쓰면, 이 클래스에 대해서 Swap 연산이 메모리를 일일이 재할당· 복사· 해제하는 게 아니라 a와 b가 가리키는 문자열 메모리 주소만 간편하게 맞바꾸도록 하는 언어적인 근간을 마련할 수 있다. 기존 참조자는 &로 표현하고, 이와 구분하기 위해 R-value 참조자는 &&로 표현된다. 참조자(&)는 포인터(*)와는 달리 다중 참조자(참조자의 참조자) 같은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을 이런 식으로 활용해도 문법에 모호성이 생기지 않는다.

& 대신 &&를 이용해서 자신과 동일한 타입의 개체를 받아들이는 생성자와 대입 연산자를 추가로 정의할 수 있다. 이 경우, 이들 함수는 복사가 아닌 이동 생성자와 이동 대입 함수가 된다. 아래의 예를 보라.

MyObject(MyObject&& s)
{
    dat=s.dat, s.dat=NULL; puts("이동 생성자");
}
MyObject& operator=(MyObject&& s)
{
    //주의: 실제 코드라면 자기 자신에다가 대입하는 건 아닌지 체크하는
    //로직이 추가되어야 한다. if(&s!=this)일 때만 수행하도록.
    free(dat); dat=s.dat, s.dat=NULL; puts("이동 대입");
    return *this;
}

복사 버전과는 달리, strdup 함수 대신 그냥 포인터 대입을 썼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그러면 s가 가리키던 메모리 영역이 내 것이 된다. 그 뒤 s가 가리키던 메모리는 NULL로 없애 줘야 한다. free 함수는 그 스펙상 자체적으로 NULL 체크를 하기 때문에, 소멸자 함수는 그대로 놔 둬도 된다.

즉, 이동 생성자와 이동 대입은 s의 값을 내 것으로 설정하긴 하나,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s의 내부 상태를 건드려서 바꿔 놓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복사 생성자/대입과는 달리 s가 const 타입이 아니다.

이것만 선언해 줬다고 해서 Swap 함수의 동작 방식이 이동 연산으로 곧장 바뀌는 건 물론 아니다. 그랬다간 s의 상태가 바뀌고 프로그램 로직이 달라져 버리기 때문에, 컴파일러가 섣불리 동작을 바꿀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Swap 함수의 코드도 move-aware하게 살짝 고쳐야 한다.

template<typename T>
void Swap(T& a, T& b)
{
    T c(static_cast<T&&>(a)); a=static_cast<T&&>(b); b=static_cast<T&&>(c);
}

즉, 개체를 생성하고 대입하는 곳에서, 가져오는 개체를 가능한 한 move로 취급하라고 명시적인 형변환을 해 줘야 한다. 이렇게 해 주고 나면 드디어 우리의 목표가 이뤄진다!

새마을호(181380) 무궁화호(181390)
이동 생성자
이동 대입
이동 대입
무궁화호(181390) 새마을호(181380)

물론, 저런 형변환 연산이 보기 싫은 사람은 <vector>에 정의되어 있는 std::move 함수로 이동 대입을 해도 되며, 보통 R-value 참조자를 설명해 놓은 인터넷 사이트들도 그 함수를 곧장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 함수의 언어적인 근거가 바로 이 문법이라는 건 알 필요가 있다.

생성이나 대입에서 R-value 참조자를 받지 않고 기존의 L-value 참조자만 받는 클래스에 대해서는, 이동 대입이나 생성도 자동으로 옛날처럼 복사 대입이나 생성 방식으로 행해진다.
다시 말해, Swap 함수의 로직을 저렇게 고치더라도 R-value 참조자가 구현되어 있지 않은 기존 타입들에 대한 동작은 전혀 바뀌지 않으며 컴파일 에러 같은 게 나지도 않는다. 그러니 호환성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미 눈치챈 분도 있겠지만, MFC의 CString처럼 자기가 가리키는 메모리에 대해서 자체적으로 reference counting을 하고 copy-on-modify 같은 테크닉을 구현해 놓았기 때문에, 어차피 복사 생성이나 call by value 때 무식한 오버헤드가 발생하지 않는 클래스라면, 구태여 이동 생성자나 이동 대입 연산자를 또 구현할 필요가 없다. 이동 생성/대입은 언제까지나 기존의 복사 생성/대입을 보조하기 위해서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std::vector 같은 배열 컨테이너 클래스에다가 덩치 큰 개체를 집어넣거나 뺄 때 복사 생성자가 쓸데없는 오버헤드를 발생시키는 걸 막는 게 이 문법의 주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딱히 smart한 복사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지 않은 클래스를 STL 컨테이너에다 집어넣고 쓰는 C++ 코드라면, 적절한 이동 생성자와 대입 연산자를 구현해 주고 R-value 참조자를 지원하는 최신 C++ 컴파일러로 다시 빌드를 하는 것만으로도 성능 향상을 경험할 수 있다.

예전에는 배열 컨테이너 클래스들이 원소들의 일괄 삽입이나 삭제를 위해 무식한 memmove 함수를 내부적으로 쓰는 게 불가피했는데 이 역할을 이동 대입이 어느 정도 대체도 할 수 있게 됐다.
&&을 DLL symbol로 표기하기 위한 새로운 C++ type decoration도 별도로 물론 있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의 이름이 왜 R-value 참조자인 것일까?
이 참조자는 참조자이긴 하지만, 오리지널 참조자처럼 L-value가 아니라 R-value를 취급하라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L-value, R-value란 무엇인가? 대입문에서 좌변과 우변을 뜻한다. L-value란 값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대입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변수를 가리키며, R-value는 값을 표현할 수만 있지 그 자신이 다른 값으로 바뀔 수는 없는 상수, 혹은 임시 개체를 가리킨다고 보면 얼추 맞다.

아래의 코드에서 볼 수 있듯 기존 L-value 참조자는 dereference된 포인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int& GetValue() { … }
GetValue() = 100;

int *GetValue() { … }
*GetValue() = 100;

그렇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특성도 존재한다.

void GetValue2(int& x) { x=… }

int a;
GetValue2(a); //a는 L-value이므로 OK
GetValue2(500); //에러. 당연한 귀결임

L-value 참조자가 상수값 내지 임시 생성 개체 같은 R-value를 함수의 인자로 받아들이려면, 해당 참조자는 const로 선언되어서 값의 변경이 함수 내부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되어야 한다. int&가 아니라 const int&로 말이다.

그런데 R-value 참조자는 const 속성 없이도 임시 개체나 상수값을 받아들이며, 그걸 뒤끝 없이 자유롭게 고칠 수 있다. 위의 GetValue2 함수가 int&&로 선언되었다면, 반대로 a를 전달한 게 에러가 나고 500을 전달한 건 괜찮다. a를 전달하려면 static_cast<int&&>(a)로 형변환을 해 줘야 한다. 그러면 마치 int&인 것처럼 실행되긴 한다.

R-value 참조자로 돌아온 함수의 리턴값은 말 그대로 R-value이기 때문에 대입 가능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아래의 코드는 에러를 일으킨다. (R-value 참조자의 리턴값은 당연히 그 역시 R-value로 왔을 때에만 의미가 있을 것이다.)

int&& GetValue3() { … }
GetValue3() = 100; //에러

이런 R-value 참조자라는 괴상망측한 개념은 왜 도입된 것일까? 그리고 이게 앞서 이 글에서 언급한 이동 생성자/대입 연산하고는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R-value 참조자의 형태로 함수 인자로 넘어온 개체는 그 함수의 실행이 끝난 뒤엔 어차피 소멸되고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내부가 바뀌어도 상관없다. 즉, 이 참조자는 태생적으로 const 속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const-ness가 보장되지 않아도 되는 제한적인 문맥에서, 쓸데없는 복사를 할 필요 없이 꼼수를 좀 더 합법적으로 구사할 수 있게 위해 이런 문법이 추가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마지막으로 R-value 참조자가 유용하게 쓰이는 용도를 딱 하나만 더 소개하고 글을 맺겠다.
윈도우 API+MFC 기준으로, RECT 구조체를 받아서 이 값을 적당히 변형한 뒤에 이를 토대로 후처리를 하는 함수를 생각해 보자.

void Foo(const RECT& rc)
{
    RECT rc2 = rc; //rc는 const이기 때문에 복사본을 만들어야 함

    ::OffsetRect(&rc2, x,y); //변형
    ::DrawText(hDC, strMsg, -1, &rc2, 0);
}

void Foo(RECT&& rc)
{
    ::OffsetRect(&rc, x,y); //복사본 만들 필요 없이 rc를 곧바로 고쳐서 사용하면 됨
    ::DrawText(hDC, strMsg, -1, &rc, 0);
}

CRect r(100, 200, 400, 350);
Foo(r); //const RECT& 버전이 호출됨
Foo( CRect(0,0, 400,300) ); //임시 개체임. RECT&& 버전이 호출됨

RECT를 value로 전달했다면 당연히 복사가 일어나고, const reference로 전달했다면 역시 복사가 행해져야 한다. 그러나 애초에 함수에 전달되는 인자가 임시 개체였다면, 임시 개체에 대한 복사본을 또 만들 필요 없이 그냥 그 임시 개체를 바로 고쳐 쓰면 된다. 위의 코드의 의미가 이해가 되시겠는가?

R-value 참조자라는 게 왜 필요한지, 그리고 이게 왜 이동 생성/대입과 관계가 있는지 본인은 이해하는 데 굉장히 긴 시간이 걸렸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다른 설명만 읽어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서 직접 코드를 돌리고 컴파일을 해 본 뒤에야 개념을 깨우쳤는데, 알고 나니 정말 이런 걸 생각해 낸 사람들은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 C++은 참으로 복잡미묘한 언어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5/16 08:41 2012/05/1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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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I+에 대하여

GDI+는 잘 알다시피 전통적인 윈도우 API가 제공하는 GDI에서 더 나아가, 더 향상된 그래픽과 더 깔끔해진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그래픽 API이다. 사실, 닷넷에서는 애초에 기본 그래픽 API가 GDI+이다. (System.Drawing 네임스페이스)

GDI+는 벌써 10년 전, 닷넷 프레임워크가 첫 등장하고 윈도우와 오피스에 XP라는 브랜드가 붙던 시절에 도입되었다. MS가 제공하는 API로는 흔치 않게 C언어 함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DirectX 같은 COM도 아닌, C++ 언어 형태로 되어 있다. 물론, 그래도 실제로 링크를 해 보면 symbol들은 다 C언어 함수 호출 형태로 된다. C++ 클래스는 단순히 C 함수를 호출하는 wrapper인 것이다.

GDI+는 여러 편리한 기능을 많이 제공하지만, 무엇보다도 벡터 그래픽에 안티앨리어싱을 넣기 위해서라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간단한 기능은 그냥 기존 GDI 함수에다가도 옵션을 확장해서 좀 넣어 주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재래식 GDI로도 안티앨리어싱된 텍스트는 얼마든지 찍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LOGFONT 구조체에 글꼴의 품질을 지정하는 추상화 계층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추가된 안티앨리어싱 기능도 얼마든지 지정 가능)

재래식 GDI는 열악하던 컴퓨터 환경에서 최대한 장치 독립적인 추상적인 그래픽 계층을 구현하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래스터 그래픽보다는 벡터 그래픽에, 애니메이션보다는 정적인 그래픽에 초점이 가 있었다. 그 추상화 계층이 확장성 측면에서 편리한 점은 분명 있었지만, 색깔을 하나 바꾸려고 해도 펜이나 브러시를 다시 만들고, 도스 시절의 그래픽 프로그래밍 때는 할 필요가 없었던 GDI 객체 관리를 해야 하니 상당히 불편했다.

그래서 GDI는 게임 그래픽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구석이 있었다. 물론, 지금과 같은 틀을 유지하면서도 JPG/PNG 이미지를 지원하고, 알파 채널 비트맵 Blit이나 별도의 gradient fill 함수를 추가하고, 윈도우 2000처럼 펜이나 브러시의 색깔을 손쉽게 바꿀 수 있는 DC pen/DC brush 같은 기능을 stock object로 넣는 등, 기능 개선이 꾸준히 진행돼 왔다. 하지만 MS 측에서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 참에 API를 근본적으로 갈아엎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던 모양이다.

GDI+는 모든 API가 자신만의 별도의 namespace 안에 선언되어 있으며, POINT 같은 간단한 자료형도 자신만의 것을 재정의하여 쓸 정도로 기존 윈도우 API와는 거리를 두고 만들어졌다. 그리고 C++답게 같은 함수도 다양한 overload 버전이 존재하며, 좌표는 정수뿐만이 아니라 실수로도 받기 때문에 편리하다.

사소한 것이다만, 글자를 찍을 때 null-terminated string에 대해서 글자 길이 지정을 생략해도 되는 것 역시 마음에 든다.
전통적으로 윈도우의 GDI 함수들은 글자를 찍는 함수들은 문자열 길이를 반드시 지정해 주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한 null-terminated string을 부분적으로 여러 줄에 걸쳐 찍어야 할 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API 디자인이 수긍은 가지만, 어차피 한 줄밖에 찍을 일이 없는 문자열을 매번 _wcslen 해 주는 것도 귀찮지 않은가. 예전에는 gdi가 아니라 user 계층에 있는 DrawText 같은 고수준 함수나 문자열 길이 지정을 -1로 생략이 가능했던 반면, GDI+는 이 정책이 좀 더 확대되었다.

GDI+는 GDI에 비해서 state machine으로서의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 그래서 그리기에 필요한 모든 정보들을 함수 호출 때 매개변수로 일일이 전달해 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current position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MoveTo와 LineTo 따로가 아니며, SelectOjbect라는 개념도 없어져서 그리기 함수 때 매번 펜이나 브러시에 해당하는 개체를 따로 공급해 줘야 한다.

이런 디자인은 편리한 점도 있지만, 당장 화면에 뭔가를 찍는 드로잉 말고 벡터 path를 기록한다거나 메타파일 같은 걸 만들 때는, 내가 보기에 좀 불편하게 작용하는 점도 있는 것 같다. 가령, GDI에서는 똑같이 HDC이고 여기에다가 BeginPath를 해 주면 그때부터 path 그리기 모드로 GDI가 상태 관리를 하면서 동작한다. 그러던 것이 GDI+에서는 Graphics와 GraphicsPath라고 클래스가 아예 갈라졌다. 두 개체를 상태별로 분리한 건 분명 잘한 디자인이라는 거 인정한다.

하지만 Graphics 말고 GraphicsPath는 어차피 예전 위치에서 계속해서 이어서 그래픽을 기술하는 게 많은 만큼, 재래식 GDI처럼 current position이 있는 게 편리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API 체계에서는 직전 위치에 대한 정보를 응용 프로그램이 계속 공급해 줘야 한다.

또한, 복잡한 path를 화면에다 그릴 때, 예전 GDI는 지금 DC가 가지고 있는 펜과 브러시로 윤곽선을 그리고 내부를 채우는 것을 함수 호출 한 번으로 동시에 할 수 있었다. 그러나 GDI+는 선을 그리는 것과 내부를 채우는 것을 따로 해야 한다. path의 경계를 추출하여 래스터라이즈하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작업인데, 동일한 작업이 비효율적으로 중복 적용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즉, 본인은 GDI+에 대해서 참신한 기능은 분명 마음에 든다. 이 글에서 언급된 것 말고도 여러 고급 기능들이 있다. 윈도우 비스타 Aero와 연동하는 일부 드로잉 기능(가령, 클라이언트 영역에도 반투명 Aero 효과를 추가하고, 거기에다 글자를 찍는 것)은 오로지 GDI+로만 접근해야 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1) 그냥 재래식 GDI API에다가 옵션을 추가하는 형태로 구현했어도 충분해 보이는 것, (2) GDI+가 바꿔 놓은 API 디자인이 오히려 좀 불편하고 비효율적일 수도 있겠다 싶은 것에 대해 비판적인 안목을 갖고 있다. 속도가 재래식 GDI보다 꽤 느린 건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4/28 08:39 2012/04/2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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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라는 PC용 운영체제는 1985년에 처음 나온 이래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1.0 시절에 윈도우는 잘 알다시피 독자적인 실행 파일 포맷을 갖고 있긴 했지만, 완전한 운영체제가 아니라 16비트 도스 위에서 추가로 구동되는 액세서리 멀티태스킹 환경에 불과했다. 또 개발 언어가 의외로 C가 아닌 파스칼이었기 때문에, 실행 파일 내부의 각종 export/import 심볼을 보면 대소문자 구분이 없이 다 대문자였고, 문자열도 null-terminated 형태가 아니라 글자수가 앞에 찍힌 형태로 저장되어 있었다.

상업적으로 최초로 대성공을 거둔 윈도우 3.0때부터(혹은 2.x때?) C언어 형태 기반으로 API가 재정비되었으나, 이런 파스칼의 흔적은 실행 파일 포맷이라든가 함수 호출 규약 같은 데에 여전히 일부 남아 있었다. API에 하위 호환성도 잘 지켜진 편이기 때문에 1.x~2.x용 실행 파일도 내부의 리소스 데이터의 구조만 살짝 고쳐 주면 3.x에서 바로 실행 가능할 정도였다.

그랬는데 1993년에 윈도우 NT가 개발되면서 프로그램의 내부 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16비트에서 32비트 환경으로 갈아탔으며, 멀티스레딩+선점형 멀티태스킹이라는 게 도입되었다. 이때 실행 파일의 포맷도 NE에서 PE 방식으로 바뀌었고, 이 전통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동일 코드를 거의 고치지 않아고도 재컴파일만으로 16비트 바이너리와 32비트 바이너리를 동시에 만들 수 있게 많은 배려를 했다. 특히 운영체제의 API 함수는 int 크기가 4바이트가 된 것 같은 불가피한 변화를 빼면 프로토타입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프로토타입이 크게 바뀐 함수가 의외로 GDI 계층에 많이 있다. MoveToEx 함수가 그 예이다.

16비트 윈도우 시절에 이 함수는

long MoveTo(HDC, int x, int y);

처럼 정의되어 있었다. 주어진 DC가 내부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리기 기준 위치를 x, y로 옮기고, 예전의 기준 위치를 리턴값으로 돌려줬다. 그때는 좌표계의 범위가 16비트이기 때문에, 두 개의 16비트 수치를 32비트 long 정수로 합산해서 표현하는 게 괜찮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 디자인은 32비트 환경에서는 바뀌는 게 불가피해졌다. int 개개의 값이 32비트로 커졌고 32비트 윈도우는 32비트 좌표계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16비트 숫자야 범위가 너무 좁기 때문에 16비트 컴퓨터 시절에도 느리게나마 32비트 정수를 다루는 long 같은 타입이 있었지만, 32비트 둘을 합친 64비트 정수는, 언어 차원에서 표준으로 지정된 타입이 그 당시에 없었다.

그래서 32비트 환경에서는 예전의 기준 위치를 POINT라는 별도의 구조체의 포인터에다가 되돌리는 형태로 동작 방식이 바뀌어야 했고, MoveToEx라는 함수가 추가되었다.

BOOL MoveToEx(HDC, int x, int y, POINT *pPoint);

윈도우 API에 어떤 함수의 Ex 버전이 추가되더라도 MS는 어지간하면 옛날 버전 함수도 남겨 두는 편인데, MoveTo만큼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원래 있던 함수는 삭제되고 새로운 함수로 대체되었기 때문에, 16비트 코드를 포팅하는 사람은 이 함수의 호출 부분을 수동으로 리팩터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좌표계가 어차피 16비트 범위를 넘을 일이 절대 없다는 보장이 있고 기존 16비트 코드를 빠르게 포팅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이런 wrapper 함수를 자체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long MoveTo(HDC hDC, int x, int y)
{
    POINT pt;
    MoveToEx(hDC, x, y, &pt);
    return MAKELONG(pt.x, pt.y);
}

오리지널 버전을 왜 살려 두지 않았냐 하면, 저런 식으로 확장해야 하는 함수가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에, 오리지널 버전을 다 살려 뒀다간 윈도우 API가 심하게 너무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다.

GetViewportExtEx, GetWindowExtEx, GetViewportOrgEx, GetWindowOrgEx와 이들의 Set 버전들. 오늘날의 윈도우 API에 Ex 버전만 존재하고 오리지널은 남아 있지 않은 이유가 동일하다. 16비트 시절에는 간단하게 x, y좌표를 32비트 long으로 합쳐서 되돌리던 함수였는데 그것이 32비트 윈도우에서부터는 POINT나 SIZE 구조체를 통해서 결과값을 받도록 바뀌었다.

사실, GDI라는 게 화면 픽셀만을 취급한다면 좌표계가 16비트 범위만으로도 아주 충분할 것이다. 오늘날도 화면 해상도는 끽해야 1000~2000대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GDI는 화면뿐만 아니라 프린터도 다루고, 픽셀뿐만 아니라 장치 독립적인 더욱 정밀한 단위도 취급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좌표계의 크기를 32비트로 확장할 필요가 있었다.

다만, 과거의 윈도우 9x는 GDI와 USER 계층의 상당수가 16비트 코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기 때문에, API는 저렇게 32비트 형태여도 내부적으로 여전히 16비트 좌표계의 한계를 지니고 있긴 했다. 그러니 실수로 32767을 넘어가는 40000쯤 되는 좌표로 선을 그으라고 하면, 숫자가 음수로 바뀌어 인식되어 선이 오른쪽 끝이 아닌 왼쪽 끝으로 가게 되었다. 이런 보정은 응용 프로그램이 알아서 해 줘야 했다. 암울했던 시절이다.

이런 점에서 윈도우 API를 커버하는 계층인 MFC가 편한 구석이 있다. 16비트 시절이나 32비트 시절이나 CDC 클래스의 멤버 함수의 프로토타입은 CPoint MoveTo(int x, int y)로 동일하다. POINT 자료구조를 생으로 함수값으로 되돌리게 한 것은 오버헤드가 따르지만, 그냥 이식성과 개발 편의에다 더 비중을 두고 클래스를 설계한 셈이다.

그럼, 세월이 흘러 32비트에서 64비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생긴 큰 변화는 무엇일까?
뭐니뭐니해도 GetWindowLong 함수를 예로 들 수 있다. Set 버전도 포함.
얘는 원래 주어진 윈도우에 대해서 스타일, ID, 윈도우 프로시저 주소 등 다양한 수치 정보를 얻어 오는 일종의 다형적인(polymorphic) 함수이다. 리턴값이 일반 숫자일 수도 있고 포인터나 핸들일 수도 있다.

32비트 시절에는 컴퓨터가 표현하는 숫자의 크기는 32비트로 사실상 획일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었다. int나 long을 바로 포인터로 typecast하거나 그 반대로 해도 정보가 손실될 일이 없었다.
그러나 64비트에서는 이것이 큰 문제로 작용하게 되었다. 윈도우 운영체제는 int와 long은 호환성 차원에서 32비트로 그대로 유지하고,포인터와 핸들만 64비트로 키우는 정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발자의 편의를 위해 비주얼 닷넷쯤의 플랫폼 SDK에서는 잘 알다시피 INT_PTR처럼 _PTR이라는 자료형 typedef가 추가되었다. 포인터의 크기와 같은 정수형이라는 보장이 있는 정수형을 따로 구분해서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윈도우 API도 원래는 GetWindowLong 하나만 있었는데 GetWindowLongPtr이라는 명칭이 추가되었다. 이것이 32비트 환경에서는 그냥 GetWindowLong로 도로 치환되는 매크로에 불과하지만, 64비트에서는 Ptr 버전만이 운영체제의 user32.dll에 실제로 존재하는 함수이다.

다시 말해, 32비트에서는 기존 Long과 새로운 LongPtr 버전을 둘 다 쓸 수 있고 LongPtr이 내부적으로는 Long으로 도로 바뀌어 처리되는 반면, 64비트에서는 LongPtr만 써야 하고 Long을 쓰면 에러가 난다.

이 함수가 받는 매개변수도 32비트 범위로 충분한 GWL_STYLE, GWL_ID 같은 상수는 바뀐 게 없는데, 포인터와 크기가 같은 윈도우 프로시저나 인스턴스 핸들 같은 걸 지정할 때는 GWL_*말고 GWLP_*라는 명칭이 새로 추가되었다. 둘은 의미하는 값도 차이가 없는데 왜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일까?

이는 단순히 프로그래머의 편의를 위해서이다.

int n = (int)GetWindowLong(hWnd, GWL_WNDPROC);

64비트에 환경에서는 윈도우 프로시저의 크기 (8바이트)가 int의 크기(4바이트)보다 더 크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32비트 관행을 전제를 하고 작성된 코드는 64비트 환경에서 아예 컴파일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INT_PTR n = (INT_PTR)GetWindowLongPtr(hWnd, GWLP_WNDPROC);

이렇게 짜 주면 32비트와 64비트에서 모두 안전하게 잘 동작하는 코드가 된다.

memory mapped file을 만드는 CreateFileMapping이나 MapViewOfFile 함수는 메모리의 크기를 64비트 범위로 잡을 수 있어서 그 값을 32비트 기계에서 처리하기 편하게끔 두 개의 32비트 숫자로 쪼개서 받아들인다. 64비트 윈도우에서는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지만 함수의 프로토타입이 바뀌지 않았다. 어차피 64비트 윈도우라고 해서 당장 4GB를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메모리를 한 번에 잡는 일은 실제로 거의 없기 때문이다.

GlobalAlloc, VirtualAlloc, HeapAlloc 같은 메모리 할당 함수들은 메모리의 양을 잡는 숫자의 자료형이 SIZE_T이다. 즉, 32비트 환경에서는 32비트, 64비트 환경에서는 64비트로 결정된다는 뜻. SIZE_T는 UINT_PTR과 의미상 사실상 동급인 셈이다.
하지만 파일을 읽고 쓰는 ReadFile와 WriteFile은 정보를 전송하는 단위가 SIZE_T도 아니고 그냥 DWORD(32비트)로 고정되어 있다.

다만, 32비트 환경에서라도 32비트 크기의 범위를 능가하는 방대한 파일을 취급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파일의 크기를 얻거나(GetFileSize), 파일의 특정 지점을 탐색하는(SetFilePointer) 함수는 역시 32비트 필드를 두 개 받아서 64비트 숫자를 전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윈도우 2000부터는 숫자를 32비트 단위로 쪼갤 필요 없이 64비트 숫자를 한 번에 전달받는 Ex 함수가 운영체제 차원에서 추가되었다.

MFC는 운영체제에 그런 Ex 함수가 추가되기 전부터 CFile::Seek나 CFile::GetLength는 언제나 64비트 정수를 다뤄 왔으니 속 편한 경우라 하겠다.

GlobalMemoryStatus 함수는 현재 컴퓨터의 전체 메모리 양과 남은 메모리 양을 되돌리는 함수인데, 램 용량이 4GB를 넘어서는 날이 올 거라고 과거에 상상이 가능했을까. 구조체의 각 멤버가 32비트 크기로 고정되어 있다가 이것이 64비트로 확장된 Ex 함수가 역시 윈도우 2000 때부터 추가되었다. 64비트 운영체제에서는 오리지널 함수를 없애 버려도 될 법도 해 보이는데 이건 오리지널과 Ex가 여전히 남아 있다.

16비트 시절에는 윈도우 메시지와 함께 전달된 두 개의 부가 정보 중 WPARAM은 16비트이고 LPARAM은 32비트 크기였다. 그러던 것이 32비트 환경에서는 둘 다 32비트가 되었다. 16비트와 같은 사고방식이라면 64비트 환경에서는 WPARAM은 32비트이고 LPARAM만 64비트로 승격해도 될 것 같으나 그렇지 않다. 둘 다 64비트이다.

machine word보다 더 작은 크기로 정보를 제한해서 담을 필요가 전혀 없을 뿐더러, 이미 32비트 시절에 WPARAM과 LPARAM을 구분하지 않고 포인터와 핸들을 담는 관행이 10년 넘게 지속되었을 텐데 다시 그 구분을 넣는다는 건 불가능한 지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 플랫폼에서만 10년 넘게 프로그래밍을 하니까 이제는 그 API를 처음에 설계한 사람의 마음을 읽고 시대에 따른 변천사를 이해하는 경지에 도달하는 걸 느낀다. ^^

Posted by 사무엘

2012/04/21 19:29 2012/04/2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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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전산학이나 컴퓨터과학· 공학의 전공자가 아니어도, 그리고 현업 프로그래머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기계 다루는 것에 조예가 있는 컴덕후라면 요즘 컴퓨터의 발전 추세가 어떤지는 다들 알 것이다. 사실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자인 본인보다도 더 잘 알 것이다.

튜링 완전하며 메모리로부터 프로그램을 읽어 와서 구동하는(프로그램 내장 방식) 범용 컴퓨터가 발명된 지가 아직 100년은커녕 반세기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컴퓨터의 속도와 메모리 용량은 가히 넘사벽급으로 발달했다. 컴퓨터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발명한 물건의 내부에서, 시간에 따른 지수함수 스케일의 발전을 볼 수 있던 얼마 안 되는 엄청난 분야였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는 있어서 컴퓨터 성능의 대표적인 지표이던 클럭 속도가 2003년 즈음에 놀랍게도 지수함수적인 성장이 멈췄다. 10년까지는 아닌 거 같다만 8, 9년 전의 PC나 지금의 PC나 다 3GHz대이다. 오늘날과 같은 반도체 회로라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전력 소모와 발열 때문에 컴퓨터의 기본 동작 자체만의 속도가 더 빨라질 수는 없다.

우리가 다루는 컴퓨터는 생각보다 굉장히 정밀하고 빡세게 만들어져 있다. 예전부터 파이프라인, pre-fetching 등 온갖 있는 테크닉, 없는 꼼수를 다 동원해서, 어떻게든 낭비되는 자원이 없이 모든 자원이 계산에 동원되고, 1ms라도 속도를 더 올리려고 공돌이들의 온갖 공밀레 연구가 동원되었다. 이런 수직적인 성장이 한계에 달하니 요즘 컴퓨터는 코어 수를 늘려서 분업이라는 수평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100이라는 일이 있어서 이게 2GHz짜리 컴으로 다 처리하는 데 10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면, 1GHz짜리 컴으로는 20만큼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1GHz 짜리 컴이 2개 있어서 그 일을 정확히 50씩 분담할 수 있다면, 각각의 컴퓨터의 최대 속도는 비록 1GHz밖에 안 되더라도 10에 가까운 시간 만에 일을 끝마칠 수 있어서 2GHz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이 기본적인 아이디어이다.

물론, 딱 10으로 줄이지는 못한다. 일을 분할하고 두 대의 컴퓨터를 세팅하고 굴린 후, 두 컴퓨터(코어)가 내놓은 결과를 취합하는 오버헤드가 역시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에 상호 의존성이 없이 역할을 저렇게 딱 분담할 수 있는 작업이란 흔치 않다.

방대한 계산이 필요한 작업을 다수의 컴퓨터 기계들을 여러 대 동원해서 수행하는 건, 분산 컴퓨팅이라 하여 예전부터 그리 생소한 개념이 아니었다. 3D 그래픽으로 영화를 만드는 업계에서는 rendering farm이라 하여 수많은 컴퓨터들을 농장에다 비유할 정도로 열나게 굴려서 영상을 만들어 낸다. 빌드 속도가 느린 걸로 악명 높은 C++ 언어를 위해서 Incredibuild라는 이스라엘산 분산 빌드 시스템도 있다.

그런 것처럼 개개의 컴퓨터도 이제 코어가 여러 개 돌아가고 멀티스레딩 능력이 충분히 뛰어나니, 이제는 프로그램 차원에서 멀티코어-aware한 개발이 필요해졌다. 왜냐하면 분산 처리 시스템을 설계하는 건 정말 머리가 뽀개질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에 컴퓨터나 컴파일러가 자동화를 해 줄 수 없다. 예전 계산 결과에 의존적인 다음 계산을 병렬로 동시 수행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멀티코어-aware하지 않은 옛날 프로그램은 컴퓨터가 언제나 최악의 case로 가정하고 보수적으로 돌려서 코어를 하나만 할당하여 돌아가게 된다. 한 프로그램이 while(1); 만 하고 가만히 있다 해도 CPU 사용률이 100%로 치솟지 않는다.

특히 C/C++의 포인터는 그야말로 아무 메모리 주소나 가리킬 수 있고, *a, *b가 있으면 둘이 가리키는 주소가 같을지 아닐지 등 최적화나 병렬화를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너무 generic하기 때문에 오히려 처리가 어렵다고 한다. 파스칼이나 포트란처럼 언어 표현력이 C/C++보다 부족한 대신에 컴파일러가 소스 코드만 보고서 그 복잡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언어가 병렬화에는 오히려 더 유리하다고.

그래서 소스 코드의 특정 구간에 대해서 컴파일러나 CPU가 안심하고 병렬화를 할 수 있게 중간 중간에 부가정보를 인위적으로 넣어 줄 필요가 생겼는데, 이런 부가정보를 기술하는 표준 규격 중 하나가 그 이름도 유명한 OpenMP이다. #pragma omp 같은 컴파일러 지시자도 있고, OpenMP 라이브러리보부터 호출해서 쓰는 함수도 있다.

옛날에 C언어가 처음 발명되던 시절엔 최적화를 위해서 변수를 가능한 한 레지스터에 올려라고 지시하던 register라는 카워드가 있었는데, 앞으로 C/C++ 같은 네이티브 코드 언어는 멀티코어를 언어 차원에서 수용하는 규격이 덩달아 생겨야 할 것이다.

물론, CreateThread 같은 함수를 써서 코드의 로직 차원에서 대놓고 여러 작업 스레드를 만들었다면, 단일 프로세스가 여러 개의 코어를 자연스럽게 점유하는 게 응당 가능하다. 그러나 디자인의 성격상, 멀티스레딩은 보통 일하는 스레드, 사용자 UI 스레드, 입출력 신호를 기다리는 스레드처럼 용도별로 달리 배당하는 게 바람직하지, 동일한 일을 하는 코드 내부에서 굳이 다중 코어 활용을 위해 스레드를 분할하기에는 동기화를 비롯해 일이 너무 복잡해진다. 서버 같은 게 아니라면, 제각기 CPU를 full로 사용하는 여러 작업 스레드를 만들 일 자체가 매우 드물다.

이때 멀티코어 프로그래밍을 잘 하면 이런 단일 코드가 명시적인 스레드 생성을 하지 않고도 CPU의 자원을 골고루 전부 활용해서 고성능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이렇게 작업을 분할하는 오버헤드부터가 큰 편이기 때문에, 소규모 작업보다는 동영상 인코딩이나 대용량 파일 압축이나 컴파일 같은 진짜 방대한 작업에서 멀티코어의 진가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일례로, 비주얼 C++은 2005부터 빌드할 때 병렬 컴파일이 수행된 경우, 빌드 로그에 해당 빌드를 수행한 코어의 번호가 뜬다.

O(n^3)짜리 행렬 곱셈은 워낙 단순 무식하고 복잡한 의존도 따위도 없는 순수 노가다이다 보니, “나 병렬화 해 주세요”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퀵 정렬이나 병합 정렬처럼 구간이 딱딱 나뉘는 알고리즘이 병렬화에도 적합한 구조일 것 같긴 하다만, 요즘 컴퓨터의 성능이라면 겨우 internal sort 규모의 정렬 작업은 굳이 멀티코어를 쓸 필요도 없을 정도로 금방 끝날 듯.

요컨대 이제는 고성능 컴퓨터를 쓰는 것만으로 프로그램의 수행 속도가 저절로 올라가는 시대는 끝났다. 그 다음으로 레지스터 배당이라든가 캐시나 파이프라인 적중률 같은 건 CPU 설계에 맞춰 컴파일러가 더 똑똑해야 하는 영역인데, 이 역시 튜닝의 수준은 예술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필요해진 것이 코드에 등재되어 있는 병렬화 가능성 정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멀티코어는 프로그래머가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이 되었음이 틀림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2/04/13 08:24 2012/04/1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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