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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이야 x86이라는 컴퓨터 아키텍처가 세계를 완전히 평정해 버려서 PC부터 슈퍼컴까지.. 그야말로 모바일만 빼면 다 쓰이는 것 같다. 그리고 인텔은 그 x86이란 걸 최초로 개발한 본가로 너무나 유명하다.

x86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하위 호환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아주 점진적으로 진화해 온 아키텍처이다.
1970년대에 8086과 8088이라는 16비트 CPU에서 시작됐는데, 심지어 더 옛날에 8비트 시절의 8080도 x86의 전신 조상이라고 볼 수 있다. 8008이나 4004까지 가면 너무 멀어지는 것 같지만...;;;

이 x86은 1980년대 중반 80386 버전에서 32비트로 확장됐고, 그로부터 20여 년 뒤엔 64비트로도 확장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만, x86-64는 인텔이 아니라 AMD에서 처음으로 내놓았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이런 주류 라인인 x86 말고 인텔에서 만든 CPU라니, 뭔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 중에서 Windows, Office, Visual Studio가 아닌 계열을 탐방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이런 것들이 있었다. 다들 32비트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1. iAPX 432 (1981)

인텔에서 개발한 최초의 32비트 CPU는 80386이 아니라 바로 이놈이었다.
16비트 x86이 최대한 저가 보급형에 현실 타협 컨셉으로 개발됐으니, 그 다음 32비트 CPU는 큰 포부를 갖고 실험적인 기능을 몽땅 때려박아 보자~~ 이런 목표를 갖고 개발됐던 것 같다.

x86만 해도 명령어가 아주 촘촘하고 내부 구조가 복잡한 CISC 방식이었는데, 얘는 그 이념이 더욱 극대화됐다. 운영체제나 특정 객체지향 언어 vm에서 소프트웨어적으로 담당할 일을 CPU가 회로 차원에서, 길다란 인스트럭션 하나 직통으로 최대한 지원하는 것을 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그 시절에 특수 분야에서 현역으로 쓰이고 있던 Ada 언어와 아주 찰떡궁합을 이루려 했다. 오오~ 그러면 이 CPU를 타겟으로 하는 Ada 컴파일러는 intrinsic 명령이나 구문이 많이 제공됐겠다.

글쎄, 객체지향 언어라면 RTTI 기능이나 가상 함수/메시지 테이블을 뒤지는 기능이 CPU빨로 직통 지원된다면 그건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그 시절 기술로 CPU 안에 지나치게 많은 기능을 집어넣는 건 부작용을 야기했다.
CPU 내부가 너무 복잡해졌고 제품의 생산 비용도 치솟았다. 그런 주제에 얘는 동시대의 "16비트" 프로세서인 80286보다도 속도가 훨씬 느려졌다.

그나마 이 CPU의 장점을 살릴 수 있게 코드를 잘 생성하는 컴파일러를 개발하는 것도 영 지지부진했다. 단점은 한 트럭인데 장점도 애매하고.. 총체적인 난국이었으며 결국 이 아키텍처는 실패로 끝났다.

이런 홍역을 치렀으니, 인텔에서 1985년 말에 80386은 기존 8086의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고 호환성도 살리면서, 정말 바꿔야 하는 부분만 16비트에서 32비트로 확장하는 컨셉으로 만들어졌다.
32에서 64비트로 넘어갈 때 Itanium은 망하고(너무 파격적) AMD64가 살아남았었다(좀 보수적). 그런데 이와 같은 유형의 삽질이.. 옛날에 32비트로 넘어갈 때도 인텔 내부에서 이미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2. i960 (1988)

iAPX 432의 실패 이후에 인텔에서 오랜만에 새로 만든 비x86 CPU는 바로 얘였다. 정확히는.. 처음엔 지멘스와 공동 개발을 시작했지만 지멘스 쪽이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중도 이탈하면서 최종 결과물이 인텔 것이 되었다.

i960은 CISC가 아닌 RISC 방식으로 설계됐으며, 애초에 범용 컴퓨터가 아니라 산업용 임베디드 MCU 용도로 만들어졌다. 에, 그러니까 절대적인 성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특정 분야 연산만 겁나 잘한다거나, 열악한 환경에서도 퍼지지 않고 끈질기게 잘 돌아가는 것 말이다.
얘는 처음에 군용으로 납품되었으며 초창기 F-22 전투기의 내부에도 들어갔다고 한다. 미군 전투기..?? 거기야말로 오랫동안 Ada 언어를 사용했던 곳이 아닌가? 반면교사 선배격인 iAPX 432가 관심을 가졌던 그 언어 말이다.

i960은 인텔이 만들었던 비x86 CPU 중에서는 가장 성공했다. 범용 컴퓨터가 아닌 덕분에 특정 분야에서 고정된 고인물 수요가 보장되어서 수십 년 동안 생산되고 쓰였다.
얘는 일본 SEGA에서 개발한 버추어 파이터 2의 플랫폼인 MODEL2 기판에 채택되어 쓰이기도 했다.

"게임 크리에이터 열전"이라는 20년 전의 일본 만화에서 '스즈키 유 - 버추어 파이터' 편을 보면, 그 시절 기계로 현란한 3D 그래픽 애니메이션을 구현하기 위해 전투기에 들어가는 CPU까지 구해서 기판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1편 때는 조종사 훈련용 전투기 시뮬레이터에 들어가는 CPU와 GPU를 도입했었다. (MODEL1, NEC V60) 그러다가 MODEL2는 전투기 실물에 들어가는 인텔 i960 CPU가 쓰인 것이다. 그런 차이가 있다~!

3. i860 (1989)

얘는 960과 동시기에 같은 회사의 다른 팀에서 나란히 개발되고 있던 또 다른 32비트 CPU였다. 960보다 숫자가 작지만 960보다 나중에 출시됐다.
얘는 산술· 과학 계산을 빡세게 하는 워크스테이션이나 슈퍼컴을 겨냥하여 FPU를 64비트 스케일로 내장했다. 그리고 명령의 병렬 수행을 여러 모로 의식해서 명령 체계를 RISC를 넘어 VLIW 형태로 설계했다. 사실상 32비트판 Itanium이고 Itanium의 정신적 선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i860은 컴파일러가 특정 분야의 프로그램 한정으로 이 CPU의 특성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코드를 잘 번역하고 잘 생성해 줘야만 제 성능을 낼 수 있었으며..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대부분의 상황에서 얘의 성능은 기존 CPU나 동급 경쟁사의 CPU보다 뛰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얘는 얼마 못 가고 실패했다.

인텔은 그래도 이 설계 이념을 버리지 못했다. x86이 당장 현실적으로 상업적으로는 잘나가고 있지만 얘는 레거시 때문에 구조적으로 너무 지저분하긴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중에 64비트로 갈아탈 때는 iAPX 432와 i860의 이념을 계승하면서 단점을 보완은 했다고 생각하면서 Itanium을 개발했다. 하지만 Itanium은 실패한 선배의 전철을 거의 그대로 밟으면서 역시 처절하게 실패했다.

그래도 인텔 i960과 i860의 개발진은 훗날 x86 동네에서 Pentium Pro CPU를 개발했다. 멀티미디어 지원에 필요한 병렬화 고속 연산 명령인 MMX를 만들어서 그 이념을 x86에다가 실현해 냈다.

사실은 마소의 Windows NT라는 것도 맨 처음, 최초로 타겟으로 설정한 아키텍처는 놀랍게도 이 i860이었다고 한다. 마소가 전통적으로 인텔 진영과 사이가 좋기도 했으니.. 하지만 본가이던 i860이 망조가 들고, NT는 처음부터 이식성도 있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곧 x86, MIPS 등의 아키텍처로 포팅된 것이다.

나중에 Windows 2000은 NT 버전 5.0 급이었는데, 얘도 64비트용은 Itanium이 정식 출시되기를 기다리면서 대부분의 기간을 DEC Alpha 환경 내지 Itanium 껍데기 시뮬레이터에서 개발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인텔 CPU가 통수를 치는 바람에 Win 2000은 사실상 x86 전용으로, WinNT의 역사상 지원 CPU가 가장 적은 버전으로 개발돼 버렸다.

글쎄, 인텔이 구닥다리 X86을 버리려고 1990년대부터 삽질했었다면, 마소는 NT 커널을 버리려고 2000년대 중후반부터 이것저것 실험하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시도 역시 전혀 성공하지 못했다.

  • 과거에 Windows 3.0은 real, standard, enhanced 이렇게 x86 하에서 실행 모드가 다양했다.
  • 그 반면, Windows NT 3~4는 x86, MIPS, PowerPC 등 지원하는 CPU가 다양했다.
  • Windows 2000은 x86 전용이 돼 버렸지만 그 32비트 한계 하에서 PAE나 /3GB 같은 옵션을 제공하면서 메모리를 최대한 많이 뽑아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들어갔다.
  • Windows의 역사상 Itanium을 제대로 지원했던 버전은 XP가 유일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6/07/10 08:35 2026/07/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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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중반 16비트 시절, 특히 Windows 3.x 시절엔 분야별로 이런 괴수들이 있었다.
30여 년 전의 아재 얘기이고 예전에 이 블로그에서도 다뤘던 얘기도 있지만 이렇게 한데 다시 정리해 본다.

1. 콜백 함수의 메모리 보정

80386 이전에는 CPU 차원에서 메모리 가상화 내지 보호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환경에서 멀티태스킹이라든가 64KB 이상 메모리 접근을 구현하려다 보니 프로그래밍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구리고 불편한 구석이 많았다.
운영체제에다 내가 만든 대화상자 콜백 함수를 하나 지정하려 해도 그 포인터를 바로 못 넘겨주고 이 콜백의 소유자가 누군지 레지스터에다 써 넣는 thunk를 감싸서 줘야 했다.

그래서 함수 전처리/후처리 thunk를 생성해 주는 MakeProcInstance와 FreeProcInstance라는 API가 제공됐는데..
마소의 직원도 아닌 Michael Geary라는 프로그래머가.. 빌드된 실행 파일을 살짝 후처리만 함으로써 저런 번거로운 절차 없이 콜백 호출이 되게 하는 기법을 발견해서 공개했다. (☞ 링크)

이건 이 바닥 업계를 크게 놀라게 했다. Windows를 개발한 마소에서도 자기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간편한 방법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고, 이 기법을 차기 버전인 Windows 3.1에다 시스템 차원에서 정식 적용했다.

즉, 제3자 프로그래머는 Windows 3.0과의 호환성을 생각한다면 일일이 thunk를 만들어 주든가, 아니면 저 FixDS라는 툴로 후처리를 하면 되고..
3.1만 생각하면 된다면 저런 것 없이 프로그램을 편하게 만들면 된다.

2. 32비트 extender

Windows 3.x는 enhanced 모드에서 386 CPU에서 제공되는 멀티태스킹 관련 일부 기능만 사용할 뿐, 일단은 DOS와 마찬가지로 16비트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심지어 1993년에 Windows NT 3.1과 함께 PE 실행 파일과 Win32 API라는 게 정식으로 공개조차 되기 전에..!!!!
마소가 아닌 제3자 싸제 개발사에서 Windows 3.1을 위한 32비트 extender 런타임을 만든 경우도 있었다.

에 그러니까.. 옛날 도스용 게임에서 사용하던 DOS/4GW 같은 런타임의 Windows판이며, Win32s 같은 물건을 마소 말고 딴 데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친;;
C/C++ 컴파일러로 유명했던 Watcom에서 Win386이라는 익스텐더를 만들었으며, 데이터베이스 앱인 Foxpro가 대표적으로 얘를 기반으로 동작했다. (☞ 관련 링크)

3. 32/16비트 flat thunk

Windows 95가 개발된 뒤, 마소에서는 32비트 코드와 16비트 코드 사이의 호환성 계층을 뚫어 주는 일에 진심이었다.
32비트 EXE에서 레거시 16비트 DLL의 함수를 호출하려면 뭐 thunk compiler를 돌려서 뭘 감싸 주고 메모리 주소를 무슨 세그먼트로 바꾸고 어쩌구저쩌구.. 했는데~

그 당시 Windows 95 Programming Secrets의 저자인 Matt Pietrek은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마소에서 공개하지 않은 내부 API를 끄집어냈다.
이걸로 훨씬 더 간단하게 16비트 코드로 들어가는 방법을 공개하니 마소에서 그 당시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 관련 링크)
그 당시에 32비트 프로그램에서 시스템 리소스가 몇 % 남았다고 정보를 표시하는 건 이런 경로를 거쳐서 16비트 API를 호출해서 알아 온 것이었다.

4. 통째로 한글화

하긴, 꼭 외산 소프트웨어 말고 개인적으로 ‘한메한글 for Windows’도 굉장히 대단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Windows 3.x라는 준 운영체제를 통째로 마개조해서 없는 문자를 인식하게 만든 거니까.. 유니코드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말이다.

영문 원판에다가 한메한글만 씌운 게.. 마소 한국 지사에서 만든 정식 한글판보다 더 가볍고 성능이 뛰어났다. 그래서 그 시절 컴잘알들은 Windows를 그렇게 사용하기도 했다.
물론 16비트 시절에는 시스템이 불안정한 대신, 단독으로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훨씬 더 쉬웠었다.

그러고 보니 Windows 3.x 시절에는 껍데기 셸도 통째로 싸제 프로그램으로 갈아치우는 게 가능했다.
구닥다리 MDI 프로그램인 '프로그램 관리자' 말고 Norton Desktop을 띄운다거나, 한컴에서도 아래아한글 3.0x 시절에 '한컴 셸'이라고 꽤 괜찮은 유틸리티를 같이 선보인 적이 있었다.
이런 셸을 띄우면 Windows도 macOS라든가 NextSTEP 같은 타 운영체제와 더 비슷한 외형으로 바뀌었었다.

싸제 셸 프로그램 트렌드는 Windows 95에서 내 컴퓨터와 탐색기를 담당하는 전능하신 explorer 셸이 등장하면서 종결됐다. 이것도 참 재미있는 옛날 추억이다.;;

5. 비공식 그래픽 모드

끝으로, Windows 얘기는 아니지만..
Michael Abrash라는 프로그래머는 VGA 그래픽 카드의 스펙을 잘 뜯어보다가 제조사에서 정식 공개한 적 없는 기능을 찾아내서 발표했다.
그 당시 게임에서 많이 사용하던 320*200 mode 0x13 말고, 320*240 같은 해상도를 지원하는 일명 mode X 말이다. (☞ 관련 링크)

이 사람이 개발한 기술은 Doom 다음으로 Quake라는 FPS 게임에 도입됐다.
우리나라에서 옛날에 개발됐던 아마추어 슈팅 게임인 ‘85되었수다 / 삭제되었수다’도 내 기억이 맞다면 일반적인 mode 13h 말고 저 mode X 파생 그래픽 모드를 사용했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5/05/14 08:35 2025/05/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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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릿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다음 주제는 가상 함수와 관련된 엉뚱한 생각이다.
C++이라는 언어는 앞서 잠깐 언급했던 바와 같이, '오버로딩과 오버라이딩' 사이에 뭔가 견제를 하는 게 있다.
그것과 비슷하달까, C++은 오버라이딩과 멤버 함수 포인터 사이에도 디자인 차원에서 선을 긋는 게 있어 보인다.

무슨 말이냐 하면.. 가상 함수가 존재하는 어떤 객체가 주어졌을 때, 이 객체가 참조하는 vtable 값을 직접 확인하는 것을 언어 차원에서 전혀 허용하거나 지원· 고려하지 않는다.
이 객체의 어떤 가상함수는 부모 클래스의 것과 같은지, 아니면 오버라이딩 됐는지.. 이런 것을 알 수 없다.

&obj->Foo == &TBase::Foo 이런 식으로 비교하는 거?? 가상과 비가상 불문하고 다 안 된다. 클래스의 non-static 멤버 함수의 주소를 얻는 건 컴파일 타임 바인딩이 가능한 &클래스::멤버 형태만 허용될 뿐, 런타임 바인딩인 &변수->멤버는 안 된다. 그냥 컴파일 에러로 처리된다.

멤버 함수 포인터를 이용해서 pFunc에다가 특정 클래스의 Foo를 집어넣었더라도.. (obj->*pFunc)()를 호출해 보면 obj->Foo()를 호출한 것과 동일하게 접수된다.
멤버 함수 포인터에는 자신의 vtable을 참조해서 그걸 호출해 주는 thunk 함수만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 아래의 vtable 상의 주소로 다이렉트 접근이나 제어는 안 된다! 신기하지 않은가?
(하긴, 다중 상속 체계에서는 this 오프셋 보정도 이런 thunk가 하는 일 중 하나이겠지만)

C++ 클래스에서 vtable이란 걸 바이너리 차원에서 꼭 이렇게 구현해야 한다고 C++ 표준에 규정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실제로 구현되는 방식은 컴파일러 불문하고 거의 뻔할 뻔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동작을 억지로 구현해 줄 수 있다.

class Base {
public:
  int x;
  virtual void VF1() {}
  virtual void VF2() {}

  void* GetFuncPtr(int n) { //0: VF1, 1: VF2
    void*** pppf = (void***)this;
    return (*pppf)[n];
  }
};

무려 삼중 포인터가 쓰인 GetFuncPtr이라는 저 함수를 주목하시라. void에 대한 포인터(1)의 배열(2)을 가리키는 포인터(3)이기 때문에 삼중이 된 것이다.
가상 함수가 들어있는 클래스는 맨 첫 멤버가 vtable 포인터이기 때문에 this에 대해 저런 형변환이 가능하다.

그 다음으로, Base에 대해 1번 함수를 오버라이드한 Derived1, 2번 함수를 오버라이드한 Derived2, 그리고 둘 다 오버라이드한 Derived3. 이 세 클래스를 다음과 같이 선언해 보자.

class Derived1 : public Base {
public:
  int y;
  virtual void VF1() {}
};

class Derived2 : public Base {
public:
  int z;
  virtual void VF2() {}
};

class Derived3 : public Base {
public:
  int w;
  virtual void VF1() {}
  virtual void VF2() {}
};

요렇게 한 뒤, Base, Derived1, Derived2, Derived3 아무 객체나 선언해서 GetFuncPtr(0)을 호출해 보면 Base와 Derived2는 같은 값을 되돌린다. Derived2는 VF1을 오버라이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GetFuncPtr(1)을 호출해 보면 Derived1이 Base의 것과 같은 값을 되돌린다. 이유는 동일.

그렇다고 이 주소값은 &Base::VF1, &Derived2::VF2 처럼 실존하는 멤버 함수의 주소를 C++ 연산자를 통해서 얻은 주소값과 일치하지 않는다. 이거는 멤버 함수 포인터에다가 대입해서 호출을 할 수 있지 않다.
애초에 멤버 함수 포인터는 일반 함수 포인터와 달리 임의의 정수형으로부터 대입하는 게 아예 불가능하지 싶다. reinterpret_cast나 C-style cast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저 값은 그냥 클래스 간에 값이 같은지 다른지 비교 용도로만 써먹을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사실은 언제나 저렇게 가상 함수 2개짜리 vtable이 생긴다는 보장도 없다.
클래스를 만들어서 멤버 함수를 virtual로 선언했지만 실제 코드에서 이 클래스의 인스턴스를 한 번도 포인터로 접근하지 않아서 런타임(다이나믹) 바인딩이 필요하지가 않다면..
컴파일러가 최적화 스킬을 발휘해서 vtable을 곧이곧대로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우리가 저렇게 만든 GetFuncPtr 함수도 제대로 맞게 동작하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인 함수라면.. 형태가 너무 단순해서 컴파일러가 평소에는 인라이닝이나 인트린식으로 실컷 최적화한다고 하더라도 그 함수의 주소가 필요할 때는 일반적인 함수 포인터 값이 반드시 제공돼야 한다. 최적화는 부가 기능일 뿐이지만, 함수 포인터는 언어 스펙에서 제공되는 필수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vtable에 명시된 함수 주소는 그렇게 공식적으로 제공되는 기능이 아니다. 프로그래머가 언제까지나 꼼수로.. at your own risk를 염두에 두고 써야 한다.

이상이다.
글을 맺으면서 문득 드는 생각인데.. C++의 RTTI (런타임 type info)가 내부적으로 구현되는 방식도 가상 함수가 구현되는 방식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서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어 보인다.

vtable이라는 게 결국은 한 클래스와 무조건 일대일 대응하는 고유한 정보이니, 참조하는 vtable이 동일한 객체는 동일한 클래스의 인스턴스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기 클래스의 이름이라든가, 부모 클래스 목록 같은 RTTI도 vtable과 함께 두거나 최소한 RTTI를 가리키는 포인터를 vtable에다가 둘 법도 해 보인다. dynamic_cast 연산자는 그런 정보를 참조하면서 동작하면 될 테고.

아 그런데.. 이런 깔끔한 관계는 단일 상속 체계에서나 보장되겠다;;
다중 상속이라면 2개째 이후의 기반(부모) 클래스에 대해서 매번 vtable 포인터가 또 추가될 테니 일이 정말 복잡해지겠다.
단일 상속에서는 복잡도가 뭔가 1씩 더해지는 것만 생각하면 됐는데, 다중 상속에서는 2씩 곱해지는 수준으로 복잡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러니 C++ 표준화 이전부터 RTTI를 자체 구현했던 C++ 프레임워크들은(가령, MFC 같은 골동품) 그런 건 깔끔하게 포기하고 단일 상속만 염두에 두고 저런 기능들을 구현했지 싶다.

말이 길어져 버렸는데.. 암튼 이 글의 결론은
"이 ptr은 Base의 파생 클래스이긴 한데요, 특정 무슨 함수가 오버라이드 돼서 Base의 원래 것과는 달라졌는지 아닌지만 좀 알 수 있을까요?"
요건 언어 차원에서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건 query하는 함수를 사용자가 수동으로 구현해 줘야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5/04/17 08:35 2025/04/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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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체지향 언어라면 파생 클래스 코드에서 기반 클래스의 멤버에 접근하는 것이야 너무 당연히 가능하다. 상속을 protected나 public으로 받기만 했다면 말이다.
기반 클래스의 scope에서 선언된 내부 클래스라 하더라도 마음껏 인스턴스를 만들고 참조할 수 있다.

class Base {
protected:
  int x;
  class InnerClass {
  public:
    int z;
  };
};

class Derived: public Base {
public:
  void Foo() {
    x = 100; //base 꺼
    InnerClass o; o.z = 100; //base 꺼
  }
};

그런데 이게 평범한 클래스가 아니라 ‘템플릿 클래스’라면 상황이 어찌 될까?

template<typename T>
class TBase {
protected:
  int x;
  class InnerClass {
  public:
    int z;
  };
};

template<typename T>
class TDerived : public TBase<T> {
public:
  void Foo() {
    x = 100;
    InnerClass o; o.z = 100;
  }
};

한동안은 이 코드는 잘 통용됐다. 문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어 보이지 않는가? 내가 아는 한 Visual C++ 2010 컴파일러 정도까지는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2010년대에 C++ 표준이 바뀌었는지.. 저건 후대의 버전부터는 컴파일되지 않고 오류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2019/2022에서 말이다. 그 사이에(2012, 13, 15, 17??) 정확히 언제부터 변화가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다.

TDerived에서 기반 클래스 멤버인 x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언어 차원에서 봉쇄되고 금지된 건 아니다. 단지, 템플릿 클래스에서 코드의 의미 명료화를 위해 좀 깐깐한 조치가 취해진 것 같다.

TDerived에서 x에다 접근하려면
this->x 라고 일일이 쓰든가, 아니면 TBase<T>::x라고 타입을 명시해 줘야 한다. 그 x를 지칭하기 위해서 어쨌든 x 단독으로 방치만 하지 않으면 된다.

CInternalClass도 주변에다 좀 decoration을 해 줘야 한다. 얘는 멤버 변수나 함수가 아니라 타입이다 보니.. typename 내지 using 처방을 해 주면 된다.
참조할 때 매번 typename TBase<T>::InnerClass 이러던가..
아니면 TDerived의 선언부에다가 using InnerClass = TBase<T>::InnerClass 이렇게 박아 주고 나서 다음부터 InnerClass만 쓰면 된다.

흐음~~
내가 기억하기로 C++에서 템플릿이라는 건 처음 도입됐던 시절엔 거의 C++판 매크로나 마찬가지였다.
템플릿 인자가 무엇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코드의 의미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특히 값이냐 타입이냐)처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T가 int냐, double이냐, 1000바이트 짜리 뚱뚱한 클래스냐~ 이거는 컴파일러 입장에서 단순히 코드 생성이나 최적화 전략만을 좌우할 것이다.
그러나 T::member 이런 거는..? T에 어떤 클래스가 오느냐에 따라서 member는 멤버 변수? 멤버 함수? 심지어 내부의 다른 클래스/enum 이름이 될 수도 있다. 멤버라 하더라도 static 멤버가 될 수 있고, non-static이 될 수도 있다!

이러니 템플릿 코드는 그거 단독으로 문법 체크를 하는 게 매우 난감했다.
템플릿에다가는 그 어떤 아무말을 씨부려 놔도 그 자체는 컴파일러가 전혀 개의치 않고 넘어갔다. #define MACRO(x) 그 다음에 그 어떤 아무말을 씨부리건 이것만으로는 컴파일 에러가 발생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에러는 이 매크로를 사용하는 곳에서 발생할 뿐..

템플릿도 TBase<int>건 TBase<POINT> 처럼 그 템플릿에다가 인자를 줘서 실제로 사용할 때에야 파싱과 코드 생성이 시작됐다. 그때에야 에러가 발생했다.

그랬는데.. 요즘 C++ 언어의 디자인 추세는 템플릿이 너무 무질서하고 자유도가 너무 높은 것을 통제하려는 것 같다.
특히 템플릿만을 단독으로도 최대한 분석한다. 템플릿 인자로 그 무엇을 넣더라도 그와 무관하게 무조건 구문 실패와 에러가 발생할 만한 것은 굳이 템플릿을 실제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지적해 준다.

일례로, 위의 코드에서 TDerived::Foo() 안에다가 x=100이 아니라 y=100을 넣으면 바로 에러가 난다.
이렇게 하려다 보니 T::member라는 토큰은 템플릿 인자 T에 무엇이 들어오건 최소한 멤버인지 타입명인지 정도는 고정적으로 의미 보장이 돼야겠다. 그래서 typename T::member 같은 조치가 취해졌다.

그리고 T에 무엇이 들어오건 주변 문맥을 고정시켜야겠으니 implicit하게 부모 클래스 멤버에 접근 가능하던 혜택(?)도 없어진 것이다.
그 혜택을 다시 입고 싶으면 using을 활용해서 직접 요청을 해야 된다. using은 typedef의 상위 호환 대체제이기도 하니..

왜, 같은 이름의 함수로 오버로딩과 오버라이딩을 동시에 시도했을 때도(예: virtual void foo()와  void foo(int)를 동시 시도) 파생 클래스에서는 오버라이딩 되지 않은 부모 클래스 멤버로 자동 접근하는 건 "막힌다". 그런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막힌 멤버로 접근하려면 역시 부모 클래스 이름을 일일이 써 주거나, using Base::foo 라고 자동 접근 요청을 해야 된다. 이 조치도.. 나중에 일부러 취해진 것이다.

C++ 템플릿은 임의의 타입들을 다 boxing해서 단일 바이너리(컴파일된 코드)만으로 모든 템플릿 인자를 담당하는 '제네릭' 같은 물건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귀걸이 코걸이가 다 되는 C++판 매크로도 아니니.. 그 중간의 다른 무언가를 지향하는 것 같다.

자, 본인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이 홈페이지의 옛날 자료실에 있는 "정렬 알고리즘 모음집" C++ 코드가 최신 컴파일러에서는 컴파일되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템플릿 클래스 사이에 상속을 구현했는데.. 이제는 코드를 한참 뜯어고쳐야 컴파일 될 것 같다. ㄲㄲㄲㄲㄲ
이 참에 옛날 자료실을 다 github로 옮기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5/04/14 13:00 2025/04/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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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와 C++ 언어의 역사

※ C 언어는..

- 1972년에 '데니스 리치'라는 사람이 유닉스 운영체제를 개발하던 과정에서 고안했다. 지난 2011년에 스티브 잡스와 거의 1주일 간격으로 나란히 부고 소식이 전해졌던 그 사람 말이다.
- B라는 프로토타입을 거친 뒤, B 다음으로 C라는 이름이 붙었다. 참고로 B의 이전에는 알골(Algol)이라는 조상뻘 언어가 있었다.
- let it be 노래를 패러디한 write in C라는 개드립이 유행했었다.

- 초창기에는 const 지정자라는 게 없었다나 어쨌다나.. func(a) int a; 이런 기괴한 문법도 통용됐다.
- 그러다가 1989년에 처음으로 문법과 라이브러리에 표준화가 논의됐다. K&R C와 ANSI C의 구분이란 게 이때 처음으로 생겼다.
- 그 뒤 한참 나중에 C99가 나왔다. // 주석이라든가 inline 키워드는 그 전부터 C++에서 야금야금 가져온 아이템들이지만, 가변 길이 배열, 가변인자 매크로, restrict 같은 것은 C++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발생한 변화이다.

- C는 타 언어들과 달리 모든 정수형에 unsigned 구분이 철저히 존재하고, 초기화되지 않은 변수라는 게 존재하고, 런타임 에러 체킹이 별로 없고 생포인터를 직접 취급할 수 있고.. 독특했다.
이런 건 프로그래밍 언어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오버헤드를 최소화하고, 언어의 구현과 빌드된 바이너리를 최대한 가볍게 만들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 C는 디자인 차원에서 type-safety가 낮은 축에 드는 언어인데, 첫 초창기에는 그게 더 낮았다. 변수나 매개변수, 함수의 리턴값 같은 데에 타입 지정을 생략하는 것에 엄청 관대했다. 포인터고 enum이고 논리값이고 문자고.. 개나 소나 int 정수 취급을 너무 좋아하는 언어였다.

- C의 장점으로 제기되는 "이식성이 뛰어나다"라는 말은.. 쌍팔년도 시절 어셈블리어에 비해서 C가 정말 참신하고 편했다는 걸 의미한다. 에 그러니까 "IBM PC 호환 기종"이라는 용어가 유의미한 변별력이 있던 시절, 게임기 전용 아키텍처라든가 슈퍼컴 전용 아키텍처도 있던 시절 말이다. ㄲㄲㄲ
오늘날 같은 언어 중립 바이트코드 가상머신(JVM, .NET..)까지 염두에 두고 나온 말은 아니다.

하긴, 컴퓨터는 16비트 정도 성능은 돼야 고급 언어 컴파일러를 돌릴 수 있지 않겠나 싶다. 8비트 컴에서 돌아가는 임베디드 급 프로그램을 C로 짜려면 아무래도 크로스 컴파일을 해야지, 8비트에서 바로 구동 가능한 건 어셈블러가 전부이지 않겠나.
Java/C# 같은 가상머신 바이트코드 언어는 당연히 32비트 이상의 CPU와 주소 공간이 필요할 테고 말이다.

뭐, 이식성이라는 게 중요하긴 하다. C를 주력 언어로 써서 개발된 Windows NT, Doom 게임 등등은 오만 가지 플랫폼으로 포팅되어 현재까지 살아남아 있는 반면,
어셈블리어만 썼던 OS/2, dBASE, Lotus 123 같은 고전 프로그램들은 오래 못 가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당대의 열악한 하드웨어에서는 온갖 성능 짜내면서 잘 돌아갔지만, 도무지 포팅이나 유지보수가 안 됐으니.. 하드웨어가 바뀌자 오늘만 살고 내일이 없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

- Quake 3 arena는 1999년 말에 출시된 FPS 게임이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존 카맥 옹은 C++이 아닌 C만 써서 얘를 코딩하고 개발했던 걸로 잘 알려져 있다. 물론 그 뒤부터는 C++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 C11에서는 해도 너무한 보안 빵점 함수이던 gets를 deprecated도 아니고 하위 호환성 따위 무시한 채, 그냥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던 함수인양 존재를 없애 버렸다. 그리고 qsort의 콜백에다가 void* context 인자를 추가한 qsort_s도 정식으로 도입했다.

※ C++ 언어는..

- 비야네 스트로스트럽인지 어쩌구.. 이름이 난해한 분이 1979년에 C with classes라는 이름으로 맨 처음 발표했다.
- 그러다가 1983년에 이름이 C++로 바뀌어 확장됐다. C에다가 변수 증가 연산자 ++를 집어넣은 셈.
(참고로 C++ 이후에 나온 언어는 D도 있고 +의 개수를 더 늘려서 형상화한 C#도 있다. ㄲㄲㄲ)

- 다중· 가상 상속, placement new, const 함수, protected (public/private뿐만 아니라), 모든 연산자들의 오버로딩 같은 건 처음부터 있지는 않았고 1980년대 말에 추가로 도입됐다. 처음엔 대입 연산의 오버로딩 정도만 생각했대나 어쨌대나..
이때는 C++ 언어 자체에 대해 1.0, 2.0 하는 버전 넘버링이 있었다고 한다.

- 이 언어는 초창기에는 C++ 코드를 C 코드로 변환해 주는 컴파일러의 형태로 구현됐었다. 이름하여 CFront. 이건 기계어가 아니라 똑같은 고급 언어로의 번역이지만 전처리기 수준이 아니라 엄연히 컴파일러였다.
CFront는 1990년대 초까지 유지보수 되다가 중단됐다. 나중에 추가된 exception 기능을 넣는 게 C의 사고방식만으로는 도저히 무리였던 듯..

- PC 환경에서 최초의 기계어 직통 C++ 컴파일러는 1987~88년쯤.. VGA 그래픽 카드와 비슷한 타임라인 때 등장했다. C가 Lattice C가 거의 원조라면, C++은 Zortech C++가 원조다. (훗날 Symantec C++)
유명 제조사인 마소와 볼랜드는 1990년쯤 돼서야 C++ 컴파일러를 내놨다. 얘들이 1989년 전후해서 C 컴파일러의 버전업이 없었던 이유가 아마 C++을 첫 구현하느라 바빠서였지 싶다.;;

- 그러다가 1990년대 초에 기초적인 템플릿이 도입됐고 예외 기능도 추가됐고.. 언어와 라이브러리의 표준화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내가 도스 16비트 환경에서는 템플릿이나 예외는 못 써 봤다.;;
- 첫 표준 규격은 C++98이다. 이때 *_cast 형변환 연산자, namespace, explicit, typeid, true/false 등등이 들어갔다. C++이 C언어 물을 벗고 type safety를 뒤늦게나마 더 강화하기 시작했다.

- 이때쯤 기존 C++ 라이브러리들이 다 std namespace 안으로 들어가고, 헤더 파일 명칭에서 확장자 .h가 없어졌다.
- 그 뒤 2000년대 중반까지 C++은 10년 가까이 별 변화가 없었다. 중간에 템플릿 export 기능을 넣으려고 하다가 컴파일러 제조사들로부터 반발에 부딪혀 영구봉인해 버리는 흑역사가 있었다만.;;

- 그러다가 2010년대.. C++0x를 거쳐서 C++11에서 C++이 auto, nullptr, 람다(!!), R-value 참조자 등등을 도입하면서 modern C++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환골탈태를 시작했다.
- C++11인지 14인지부터는 스마트 포인터도 auto_ptr 대신 unique_ptr, shared_ptr 등으로 세분화됐다.
- 지금 C++은 템플릿과 auto 람다에다가도 가변인자가 들어가고 <=> 우주선 연산자도 들어갔고 진짜 10년~20년 전과도 다른 난해하고 복잡한 언어가 됐다.

C++은.. 처음부터 치밀하게 설계된 언어가 아니라 오랫동안 점진적으로 자라고 진화하고 표준화도 꽤 늦게 된 언어이다. 이게 문제다.
이렇게 타이밍을 놓친 것 때문에 1990년대 초부터 개발됐던 C++ 라이브러리 프레임워크들은 자체적으로 제각기 중구난방 중복 구현해 놓은 범용 오브젝트, 문자열, 리스트/배열 컨테이너들이 넘쳐난다.;;; C#/Java의 세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혼란일 것이다.;;

난 도스 시절에 글자를 찍을 때 C의 puts를 쓰면 exe 파일이 1만 바이트대밖에 안 나왔던 반면, C++ cout을 쓰면 파일이 4만 바이트를 넘는 거 보고는 cout을 안 쓰기 시작했던 기억이 있다.. ^^

Posted by 사무엘

2025/02/03 08:35 2025/02/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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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업계에서 인텔의 경쟁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1) 동급의 x64 CPU를 만들어서 경쟁하는 AMD,
(2) 아키텍처 차원에서 x64에 도전하는 ARM 내지 애플, 혹은 심지어 (3) 울나라 삼성 전자까지 떠올릴 수 있다. 인텔이 메모리 반도체에도 손을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텔은 저것들보다는 대외 인지도가 낮은 분야에서 AT&T와도 경합한 게 좀 있었다.

1. 바이너리: 오브젝트 파일 포맷

C/C++ 언어로 코딩을 한 뒤에 컴파일을 돌리면 생기는 자잘한 obj 파일들 말이다. 기계어 코드를 담는 이 컨테이너 껍데기의 포맷은 누가 언제 제정했을까?
x86 진영에서는 CPU 본가인 인텔에서 제정한 OMF 방식이 16비트 시절부터 널리 쓰였다. 볼랜드니 마소니 컴파일러가 다르더라도 obj 파일은 호환됐기 때문에 툴을 달리하여 링크가 가능했다.

그러나 마소에서는 32비트 Windows NT를 개발하면서 실행 파일 포맷을 바꾸고(NE에서 PE), 빌드 툴체인도 싹 갈아치웠다. 단순히 OMF의 32비트 확장을 쓰는 게 아니라 obj/lib의 포맷도 AT&T에서 제정한 COFF 방식으로 바꿨다. 그 반면, 볼랜드 컴파일러들은 32비트에서도 여전히 OMF 방식을 쓰면서 서로 파편화가 발생하게 됐다.

그 시절에 마소에서는 빌드를 더 편하게 하기 위해서, 로딩을 더 빠르게 하기 위해서(메모리 매핑), 거기에다 이식성까지 고려해서 같은 여러 명분으로 COFF를 도입했었다. 다만, 지금은 그런 명분이 기술적으로 많이 옅어지고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GNU 툴킷의 도스용 버전에 속하는 djgpp 컴파일러도 라이브러리· 오브젝트 파일 포맷은 COFF 방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바이너리 에디터로 들여다보면 arch! 앞에 이런 문자열이 있고.. "이건 마소 진영과 오픈소스 진영이 공통이네?" 이런 생각을 예전에 했었다.

2. 텍스트: 어셈블리어 문법

자기네 x86 기계어를 간단한 숫자와 영단어 나열만으로 풀어서 표기하는 어셈블리어 말이다. 이것도 인텔 식 문법과 AT&T 식 문법이 공존한다. 이건 단순히 '어셈블러' 제조사 간의 문법 차이가 아니라 '어셈블리어' 차원에서의 더 저수준 차이점이다.

인텔 문법 AT&T 문법
mov eax, 5
add esp, 24h
movsxd rax, ecx
paddd xmm2, xmm1
movl $5, %eax
addl $0x24, %esp
movslq %ecx, %rax
paddd %xmm1, %xmm2

간단하게는 숫자 앞에 $, 레지스터 이름 앞에 %가 막 붙어 있는 게 AT&T 문법인데, 본인 역시 Visual C++이 표시해 주는 인텔 문법에만 익숙하다. 하지만 역시 리눅스 진영 gdb 같은 데에서는 AT&T 문법이 주류이다.
현업에서 어셈블리어를 직접 짤 일은 없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을 디버깅 하다 보면 디버거가 디스어셈블리해 준 어셈블리어 코드를 보게는 된다.

마소는 이거 문법은 딱히 AT&T 식으로 갈아타지 않았고 인텔 문법을 고수하는 듯하다. Macro Assembler 같은 기존 제품과의 호환 문제가 있기 때문인 듯하다.
뭐, 어차피 같은 CPU 아키텍처이고, 짜는 게 아니라 읽기만 한다면야 자잘한 표기 차이는 그렇게 심각한 차이점은 아닐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건 적당히 고급 언어를 표방하면서 실용성을 갖춘 게 인기를 얻고 대중화되는 편이다.
그럼 실용성 대신에 한쪽으로 특화된 언어는 (1) 함수형처럼 수학 내지 순수주의 쪽으로 특화되거나, 아니면 (2) 어셈블리어처럼 기계 지향적인 쪽으로 특화되는 것 같다.

한 소프트웨어의 모든 코드를 저런 특화 언어만으로 작성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이다.
그래서 기존의 실용적인(?) 다중 패러다임 언어들은 저 (1), (2)의 특성을 제한적으로 부분적으로 제공하곤 한다. 그게 (1) 람다 아니면 (2) 인라인 어셈블리인 셈이다.;;

요즘 세상에 대학교 컴공과에서 어셈블리어 코딩 실습을 하는 건 군대에서 총검술, 사관학교에서 승마 실습을 잠깐 하는 것과 아주 비슷한 모양새인 것 같다.
비록 현대의 전장이나 현대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버렸지만, 코딩이라는 전투에서 백병전이 어셈블리어 실습이 아니겠나..;; =_=;; 실무에서는 쓸 일이 없지만 컴공 엔지니어를 양성한다는 학교에서는 컴퓨터의 밑바닥 모습을 이런 식으로라도 경험시켜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6/30 08:35 2024/06/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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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에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바둑, 오목, 체스, 스크래블 같은 보드 게임의 AI 위주로 ‘컴퓨터 올림피아드’라는 대회가 잠깐 개최된 적이 있었다. 기억을 정말 오랜만에 다시 떠올린다. ㅠㅠㅠㅠ
IOI라고 불리는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와 헷갈리지 마시길. 요즘은 저걸 검색하면 구글도 자꾸 IOI 쪽으로 안내하는 것 같은데 그거랑은 다르다. 컴올은 공식 명칭에 '국제 I'라는 말이 없다. ㄲㄲㄲㄲ

IOI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중등 수준의 10대 청소년들이 문제 푸는 프로그램을 '즉석에서 작성'해서 그 코드의 성능과 정확도를 평가 받는 대회이다. 그 반면, 저건 현업에 종사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개발사들이 오랫동안 미리 연구 개발해 놓은 자기 자기 제품의 AI 성능을 현장에서 겨루는 대회이다. 즉, 로봇 쥐 미로 찾기와 비슷하며, 저런 보드 게임을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끼리 대국한다는 차이가 있다.

근데 컴터 올림피아드도 첫 대회가 1989년부터 시작됐다니.. 그건 IOI와 동일하다. 그리고 가끔은 IOI에서도 간단한 게임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작성해서 주최측 AI와 대국하고 채점되는 형태의 문제가 나오기는 한다. 그러니 둘이 완전히 다른 별개 분야의 대회까지는 아니긴 하다.

본인이 저 대회에 대해 들어 본 건.. 한때 왕년에 영단어 보드 게임인 스크래블의 AI를 연구하느라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봤었기 때문이다.
무려 1988년에는 World's fastest Scrabble program (by 앤드루 아펠, 가이 제이콥슨)이라는 논문이 CACM에 게재돼서 후대의 스크래블 AI 개발자에게 아주 큰 영향을 줬다. 모든 가능한 수를 찾는 기본 작업은 이 논문에서 소개된 알고리즘으로 해치우고, 그 뒤에 단순히 당장 점수가 가장 높은 수를 넘어 장기적인 이익을 따지는 건 전략과 휴리스틱의 영역으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래된 생각이긴 하다만, 스크래블 게임의 컴퓨터 구현은 대학교 수준의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코딩 주제로 아주 적합하다. 만약 내가 학원이나 학교에서 저런 전공 과목을 가르칠 기회가 있다면 실습이나 과제로 저걸 꼭 넣었지 싶다. =_=;;
하긴, 석사 논문으로 두벌식 한글 연속입력 오토마타를 연구했던 모 교수님은 자기가 강의하는 형식언어와 오토마타 수업 시간에 한글 입력 오토마타를 구현하는 과제를 고정 편성으로 넣었더구만.. 그런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저 논문을 투고했던 연구진은 딱 이듬해인 1989년, 제1회 컴퓨터 올림피아드의 스크래블 부문에 참가해서 우승했다고 한다. 타이밍 절묘하군..

그 뒤 2회와 3회에서는 Jim Homan이라고 MIT 출신의 다른 엄친아 공돌이가 개발한 스크래블 AI가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정황상, 아마 저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AI를 더 발전시킨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람은 저 AI 엔진을 토대로 CrossWise라는 굉장히 깔끔한 크로스워드 게임(설정을 맞춰서 스크래블 게임도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판매했다.

그것 말고 브라이언 셰퍼드라는 사람이 개발한 Maven이라는 스크래블 AI도 유명했다. 얘도 개발 역사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됐고, 스크래블 보드 게임의 총판사에서는 Maven을 공식적으로 밀었다고 하는데.. 얘에 대해서는 나도 더 아는 바가 없다. 이쪽은 딱히 컴올에 참가한 이력도 없는 것 같다.

뭐, 이것도 다 지난 얘기이다. 지금은 스크래블 게임쯤이야 폰이나 웹에서도 돌릴 수 있을 텐데.. 유행이 지난 것 같다.
하다못해 바둑조차도 세계를 석권해 버린 알파고 개발진이 "이젠 바둑은 더 연구할 게 없다~~" 명목으로 발을 뺐을 정도이니 말이다. -_-;;

저 컴퓨터 올림피아드는 스폰서 내지 운영진을 섭외할 수 없어서 1991년 이후부터 1990년대 내내 맥이 끊겼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후부터 다시 개최는 되고 있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인지도가 별로 없고 마이너하다는 냄새가 풍긴다. 고전적인 최적화나 휴리스틱 위주의 AI는 유행이 끝나고 닥치고 인공신경망이 대세가 돼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 보드 게임 AI 외길을 가고 있는 제품은 '장기도사'가 유일하지 싶다. 의미 있는 연구이긴 하다만, 보드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도 마이너해지고, AI 패러다임도 마이너해져서 수요가 무척 적을 것 같다. 뭐, 그런 식으로 염세적으로만 따지자면 본인의 주특기인 세벌식 자판도 마이너 중의 초 마이너이긴 하다만 말이다. -_-;;

고전적인 AI 대신 2010년대를 풍미했던 건 인공신경망들이었다. 2012년, 사물 인식을 기가 막히게 잘한다는 AlexNet부터 시작해서 VGG, ResNet, YOLO가 뒤를 잇고 chatGPT, transformer 등등이 쏟아져 나왔으니까.
컴퓨팅 패러다임이 싹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파이썬은 머신러닝 학계와 업계의 공용 언어가 되었고, 교육과 실무를 다 장악해 버렸다. ㄷㄷㄷㄷ 파이썬과 루아(Lua)가 처지가 극과 극으로 달라지게 될 줄은 20년 전엔 정말 예상할 수 없었다. 이것도 생각할 점이라 하겠다.

글을 맺기 전에 잠깐.. 그러고 보니 World Cyber games도 생각난다. 얘는 컴퓨터 AI가 아니라 사람이 겨루는 대회이지만, 그래도 E-스포츠 전문이니 뭔가 컴퓨터스럽고 사이버틱한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얘도 2001년에 처음으로 시작됐다가 2010년대엔 스폰서를 못 구해서 한동안 중단됐던 적이 있다. 그 뒤 지금은 재개되기는 했지만 권위나 인지도가 예전만 하지는 않다는 게 컴퓨터 올림피아드와 비슷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4/06/25 08:35 2024/06/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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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어 고안자의 부고

일본에서 지진이 났던 올해 1월 1일 말이다.
파스칼 언어를 고안한 스위스의 컴퓨터 과학자 '니클라우스 비르트' (취리히 연방 공대 교수, 튜링 상 수상자)가 세상을 떠났다. ㄷㄷㄷㄷ
이거 뭐 뒷북 부고 소식을 연달아 전하는구나..;; 이번에는 분야가 신앙 쪽이 아니라 컴공이라는 점만 다르고 말이다.

지난 2011년 가을엔 C 언어를 고안한 '데니스 리치'가 세상을 떠났었다.
C야 워낙 대중적인 언어이고, 또 저 시기는 무려 스티브 잡스의 부고와도 시기가 비슷했다. (딱 1주일 차이) 그래서 데니스 리치의 부고는 이때 작게 잠깐이나마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기가 별 개연성 없고, 파스칼 언어도 C에 비해 아주 마이너하다 보니, 저 사람의 부고는 아무 존재감 없이 묻혀 지나간 것 같다. =_=;;;

파스칼과 C는 1970년을 전후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패러다임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언어이다. 물론 C가 근소하게 더 나중이긴 하다만.
파스칼은 진짜 순수 학자가 만든 반면, C는 AT&T니 벨이니 유닉스니 하면서 학계보다는 더 실무 엔지니어 지향적인 사람이 만들었다. 물론 이것도 상대적인 차이일 뿐, 데니스 리치도 튜링 상 수상자이고 일반인 입장에서 넘사벽 천재인 건 마찬가지이다.

2. 파스칼 언어 구조에 대한 생각

(1) 파스칼은 블록을 begin end로 표현하는 반면, C는 간단히 중괄호 { }로 때운다. 그리고 C는 세미콜론이 문장을 종결하는 부호인 반면, 파스칼에서는 문장을 '구분'하는 부호이다.

그렇기 때문에 C에서 { 1,2,5 } 이렇게 5 다음엔 ,를 붙이지 않듯,
파스칼에서는 begin a(); b(); c() end. end 직전의 마지막 문장에는 세미콜론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아주 흥미로운 차이점이다. 세미콜론 ; 은 .와 ,로 이루어진 부호인데 C는 거기서 .의 특성을 더 중시한 반면, 파스칼은 ,의 특성을 더 중시했다고 볼 수 있다.

글쎄, 파스칼은 개념적으로 알골이라는 초창기 언어에서 영향을 받았고, Ada라는 엄청난 언어와도 유사점이 많다고 하는데.. 특히 이 begin end 말이다. 허나, 이 2000년대 관점에서는 저것들도 다 한물 간 언어가 돼 버리긴 했다.

(2) 파스칼은 program, unit, label, const, type, var 등 파트가 언어 문법 차원에서 나뉘어 있는 게 좀 구시대적이고 고지식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 아주 깔끔하고 명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const도 말이다. C/C++에서는 그냥 type modifier의 일종일 뿐인 반면, 파스칼에서는 읽기 전용 상수값들만 선언하는 구간을 나타낸다. 의미는 같지만 용법은 요즘 언어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게 흥미롭다.

C++은 블록 아무 데서나 중구난방으로 타입 선언, 변수 선언, 실행문이 막 섞일 수 있다. 같은 문장이 명칭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따라서 변수(객체) 선언일 수도 있고 함수 선언일 수도 있다. 당장 타이핑 하기에는 간결하지만, 지저분하고 정신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에 비해 파스칼은 실행문이 있는 곳과 비실행 선언문이 있는 곳이 더 엄격하게 구분돼 있다. 여느 타입이나 변수뿐만 아니라 goto문 라벨조차도 선언을 미리 쭉 한 뒤에야 실제 문장에서 써먹을 수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파스칼은 컴파일러를 만들기가 더 편하다. 언어 문법 차원에서 소스 코드를 두 번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만 쭉 읽으면서도 최적화 계획을 미리 세우면서 컴파일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특성이 있고, 또 파스칼은 C/C++ 같은 텍스트 인클루드가 난무하는 언어도 아니다 보니, 비슷한 분량의 코드를 컴파일하는 속도가 C/C++보다 훨씬 더 빠르다. 이런 점에서는 파스칼이 같은 네이티브 코드 생성 언어이면서 생산성이 더 뛰어나다.

(3) 파스칼은 C/C++ 계열 언어처럼 main 함수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며, 그냥 코드의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begin end. 가 제일 먼저 실행된다. 요 begin end가 HTML로 치면 <body> </body> 태그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앞의 여러 uses, const, type 등의 선언들은 <head></head> 에 대응하고 말이다.

그리고 파스칼은 이 코드가 단독 실행형 프로그램인지, 아니면 라이브러리(= 파스칼 언어 용어로는 유닛)인지를 소스 코드 차원에서 명시하고 있다.
main 함수가 없는 대신, 맨 첫줄에 program 어쩌구; 아니면 unit 어쩌구; 이런다.
이건 Windows 프로그래밍의 관점에서 보면 모듈 def 파일의 내용을 일부 포함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그 뒤, 마지막 end 다음에 이어지는 마침표는 프로그램 코드의 완전한 끝을 의미한다. end.
이거 다음에 등장하는 텍스트들은 컴파일러가 몽땅 무시하고 짤라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주석이라고 감싸지 않아도, 파스칼 문법에 맞지 않은 텍스트가 등장해도 에러 처리되지 않는다!! 컴파일러에 따라서는 end. 이후에 또 whitespace가 아닌 문자가 있다고 경고 정도나 찍어 줄 뿐이다.

(4) 파스칼의 소스 코드는 C/C++처럼 헤더와 몸체의 구분이 없다. 그래도 단독 실행 프로그램이 아닌 유닛의 소스 코드는 내부적으로 선언부와 구현부의 구분이 존재한다. 그렇잖아도 파스칼은 모든 명칭에 대해서 사전 선언을 요구하는 언어이니.. 이런 구분이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구획을 나누는 키워드가 interface와 implementation이라는 길고 어려운 단어이다. 본인은 저 단어를 중학교 시절에 파스칼 언어의 예약어 명목으로 처음으로 접했었다.;;

(5) 표준 입출력 말고.. 텍스트의 입출력과 관련해서 플랫폼 종속적인 비표준 기능을 제공하는 라이브러리가 Turbo C에서는 conio.h였다. 그리고 Turbo Pascal에서는 uses crt.. 즉 CRT라는 이름의 모듈이었다.
그런데 C/C++에서는 CRT라는 게 C runtime library의 약자이며 conio는 console I/O를 뜻한다. 그럼 파스칼에서 저 CRT는 무엇의 이니셜일까?

그건 화면이라는 뜻에서 그냥 브라운관 CRT를 의미하는 듯하다.
그나저나 C건 파스칼이건 함수를 호출하는 건 동일할 텐데.. 역사적으로 함수 호출 컨벤션에 왜 PASCAL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잘 모르겠다.;;

아무쪼록.. 파스칼은 이대로 묻히기에는 좀 아까운 독특한 언어이지만, 어쩌다 보니 오늘날 주류에서 밀려난 비운의 언어가 된 듯한 느낌이다.;;

3. 여담: 관련 타 언어들

(1)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새로 채택한 언어인 Kotlin, 그리고 애플 진영에서 새로 채택한 언어인 Swift에서 모두 함수의 인자 나열을 C/Java 스타일인 (Type1 val1, Type2 val2)가 아니라..
파스칼 같은 (val1: Type1, val2: Type2)
요 문법을 채택해 있다. 따끈따끈 신흥 언어에서 나름 복고풍 파스칼이 느껴지는 것 같다. ㄷㄷㄷ

그리고 Kotlin은 변수를 선언할 때는 파스칼처럼 var 키워드를 쓰는데, 상수 명칭을 선언할 때는 그냥 '값'이라는 뜻에서 val 키워드를 쓴다.
정작 변수(var)는 L-value라고 여겨지는 반면, 값(var)은 R-value인데도 말이다~! L과 R의 교묘한 언어유희가 아닐 수 없다.

(2) 프로그래밍 언어 분야에는 의외로 미국 말고 유럽.. 그것도 서유럽 영프독이 아닌 다른 마이너(?) 국가 출신들이 기여한 게 많다.

  • 파스칼은 저렇게 뜬금없이 스위스.
  • 파이썬은 네덜란드 (귀도 반 로섬!!)
  • C++은 덴마크 사람인 비야네 스트롭스트룹!!
  • 그리고 볼랜드와 마소에서 펄펄 날았던 PL 전문가 겸 엔지니어인 Anders Hejlsberg도 덴마크!!

애초에 터보 컴파일러 씨리즈로 왕년에 이름을 날렸던 '볼랜드' 사 자체가 덴마크계 사람이 창립한 기업이었다.
한편, Lua는 브라질인지 포루투갈인지 아무튼 그쪽 바닥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5/17 08:35 2024/05/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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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컴퓨터가 취급하는 데이터라는 건 (1) machine word 하나에 다 들어가고 함수 인자에 값이 그대로 전해지는 primitive type이 아니면.. (2) 별도의 메모리를 할당해서 저장하고, 평소엔 그 메모리 주소를 가리키는 포인터만 대신 취급하는 complex type 이렇게 둘로 나뉜다.
그럼 primitive type은? (1) 정수, (2) 포인터, (3) 아니면 부동소수점으로 종류가 크게 나뉘는 것 같다.

문자열은 complex type이고, 문자 하나는 정수라는 primitive type에 속한다.
포인터는 물리적인 형태는 정수와 다를 바 없지만 그 숫자값의 성격, 의미와 용도가 여느 정수와는 전혀 다르다. 그리고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 이념이나 프로그래머의 편의를 구현하기 위해, 무슨 오프셋이나 카운터 같은 부가 정보를 곁들인 약간 뚱뚱한 포인터도 있다. (스마트 포인터, 자기 함수나 클래스의 바깥 문맥도 지원하는 포인터, 다중 상속을 지원하는 멤버 함수 포인터 등등~)

다음으로 부동소수점이 있다. 얘 역시 완전 별개의 영역이다. 얘는 잘 알다시피 과학 시간에 배우는 x.xxxx * 10^yy 이러는 숫자 표기법을 2진법 기반으로 컴퓨터에다 구현한 것이다. x를 mantissa, y를 exponent라고 한다.
얘는 딱딱 떨어지는 이산적인 정보를 좋아하는 컴퓨터에다가 현실의 연속적인(실무 또는 수학 계산) 계산값을 표현하려 애쓴 근성의 산물이다.

부동소수점은 자리수와 관계 없이 유효숫자가 일정하게 보장된다. 그렇기 때문에 -1 ~ 1 사이의 0.xxx 구간이 압도적으로 제일 정밀하다. 32비트건 64비트건, 부동소수점으로 표현 가능한 수의 무려 절반이 -1과 1 사이에 치우쳐 있다. 절대값 1 이상인 양수 지수부와, 그렇지 않은 음수 지수부가 반반씩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0과 0.5 사이에 표현 가능한 수와 0.5와 1 사이에 표현 가능한 수는..?? 지수부의 크기에 비례해서 수백 배 이상 폭발적으로 차이가 난다. 이게 부동소수점의 심오한 세계이다. =_=;;
숫자가 커질수록 표현 가능 구간이 급격히 듬성듬성해지니.. 가장 흔히 쓰이는 축에 드는 32비트 single 부동소수점 기준으로 숫자가 1700만 정도로 커지고 나면 정밀도가 1이 되어 정수와 다를 바 없어진다.

또한, 1/2^n 형태가 아닌 모든 소수점은 원래 형태 그대로 정확하게 표현되지 못하고 유효숫자 이후의 뒷부분이 버려진다. 이 점 역시 감안해야 한다.
부동소수점 숫자를 하나 받아서 이 수의 바로 다음 크기인 수를 구하는 알고리즘을 구현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이 외에도.. x86에서는 정수끼리 나눗셈을 시키면 몫과 나머지가 같이 구해져서 레지스터에 저장된다. 그리고 0으로 나누는 건 CPU 차원에서의 오류/예외로 처리된다.
그러나 부동소수점에서의 나눗셈은 나머지라는 개념이 없다. 그리고 0으로 나눈 결과는 그냥 NaN이라는 값으로 처리된다. 이런 식으로 서로 관점과 동작이 차이가 있다.

초기화되지 않은 부동소수점 변수는 프로그래밍 언어 차원에서 NaN으로 초기화하는 게 한 가지 방법일 것 같다. NaN이 '쓰레기값' 역할을 수행하는 셈인데.. 내 기억으로 D 언어가 이걸 실제로 수행한다고 한다.
그리고 IEEE754 부동소수점 규격을 보면 NaN도 아직 에러까지는 아닌 quiet NaN, 그리고 에러인 signalling NaN으로 나뉘어 있다.

현실의 프로그래밍 언어에서는 IEEE32 (single, float) 내지 64 (double) 이 둘만을 제일 많이 볼 것이다. 당장 마소 Excel이 취급하는 숫자의 자료형만 해도 64비트 double이다.
그러나 사실은 표준 규격으로나 역사적으로는 이보다 더 다양한 부동소수점 규격이 존재한다.

  mantissa exponent
IEEE16 11 5
IEEE32 24 8
IEEE64 53 11
IEEE128 113 15
IEEE256 237 19
MBF32 24 8
MBF64 56 8
Turbo Pascal Real 40 8
long double (IEEE80) 65 15


같은 공간 안에서 유효숫자 개수와 표현 가능한 자리수 구획을 정하는 건 꽤 미묘한 고민거리인 것 같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전체 공간이 커지더라도 exponent는 그에 비례해서 쭉쭉 커질 필요가 없으며, 로그함수 급으로 아주 느리게 증가해도 된다는 것이다. (비율이 갈수록 작아짐) 말 그대로 2의 exponent 승만큼의 자리수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ponent가 8만 돼도 0이 38개나 붙은 자리수를 표현할 수 있고, 바이트 경계가 딱 나뉘어서 처리하기 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한 부동소수점 규격들이 얘를 8비트로 잡은 걸 볼 수 있다.

MBF는 오늘날 같은 IEEE754 표준 규격이란 게 등장하기 전, 1980년대 마소의 BASIC 언어에서만 독자적으로 쓰였던 규격이다.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젊은 시절에 나름 이런 것까지 독자적으로 만들어서 구현했다니..
MBF32는 IEEE32와 공간 크기와 분배 배율이 동일하지만, 비트 배치 순서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바이너리 차원에서 곧바로 호환되지는 않는다.

mantissa와 exponent 모두 내부적으로 부호 비트가 존재한다. 전자의 부호는 표현하는 숫자 자체의 양-음 여부를 결정하며, 후자의 부호는 숫자가 1보다 큰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저 표에서 mantissa-1을 3.3으로 나누면 (3.3의 의미는 ln(10)/ln(2)의 근사값) 10진법 기준의 유효숫자 개수가 나온다.
그리고 표현 가능한 범위도 exponent-1을 3.3으로 나누면 10진법 기준의 표현 가능 최대 자리수가 나온다.

맨 위의 16비트 부동소수점은 half-precison floating point라고 불리는데, 유효숫자가 3개밖에 안 되고 5비트짜리 exponent로는 최대 자리수도 겨우 10000대밖에 안 된다. 그러니 실용적인 가치는 매우 낮지만 이런 숫자도 머신러닝 계산용으로는 쓰이는가 보다. 그렇기 때문에 FP16이라는 옵션도 있는 거겠지?
그리고 볼랜드의 16비트 파스칼 컴파일러에만 전무후무 존재했던 6바이트 Real은 존재가 참 독보적이다. 4도 8도 아닌 그 중간.;;

부동소수점은 그 구조상 숫자 2개를 조합해서 한 숫자를 표현하니, 각종 산술 연산이나 비교 따위가 정수를 취급하는 것보다 무겁고 부담스럽다. 특히 자칫 잘못하면 동일한 숫자를 표현하는 방식이 여러 개 존재할 수 있게 되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자리수를 일정하게 맞추는 '정규화'라는 규칙이 필요하다.
그리고 부동소수점 연산은 초딩 시절에 배웠던 어림셈과 비슷한 면모가 있다. 아주 큰 수에다가 아주 작은 수를 많이 더하면 오차가 쌓이고 결과가 안 좋아진다.

쌍팔년도 시절엔 부동소수점 연산을 하드웨어 가속으로 보조해 주는 CPU 애드온이 별도로 존재했다. 일명 FPU, 코프로세서.. 그 시절엔 이거 하나만으로도 존재감과 가격이 지금으로 치면 고급 게임용 GPU나 마찬가지였다.

286~486 시절엔 모든 컴퓨터에 코프로세서가 있는 게 아니었다(486은 제일 저가 깡통 모델인 SX만). 그렇기 때문에 그 시절의 컴파일러들은 부동소수점의 처리 방식을 지정하는 옵션이 있었다. 무슨 x87을 지원할지, 그런 FPU 코프로세서가 없는 경우를 대비한 소프트웨어 연산 처리 코드를 넣을지를 말이다. =_=;;

자고로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면 정수나 포인터를 어떤 형태로든 취급하지 않고 동작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부동소수점을 전혀 취급하지 않는 프로그램은 분야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부동소수점을 더 빠르게 다루는 건 소프트웨어로나 하드웨어로나 오랫동안 추가 옵션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하드웨어 현질 없이 소수점 연산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 고정소수점이라는 편법도 쓰였다. 기존 정수에다가 자리수만 기계적으로 옮기고 곱셈과 나눗셈 결과를 보정하는 것 말이다. 32비트 정수를 16:16 내지 26:6 이런 식으로 분할했다. 단점과 한계가 명백하지만 이게 성능 하나는 워낙 탁월하니.. 옛날 게임이나 폰트 엔진 같은 일부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쓰였다. ㄲㄲㄲㄲㄲ

그러다가 펜티엄이 돼서야 부동소수점 명령이 CPU에 기본 내장되고 지원되게 됐다. 그랬는데 그 펜티엄에서 바로 FDIV 나눗셈 결함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가정용 컴에서까지 걱정해야 할 무슨 심각한 보안 문제 급은 아니었다. 아주 극단적으로 크거나 작은 수를 다룰 때 아주 미세하게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80비트 long double의 경우, x87 프로세서에서도 지원 자체는 한다. 심지어 더 작은 32/64비트 부동소수점을 다룰 때도 중간 계산 결과는 다 80비트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x87 이후에 도입된 SIMD 명령은 80비트 부동소수점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80비트가 사실상 봉인돼 버렸다.

이거 무슨 분당선 전철이 훗날 8량 편성으로 고정되면서 처음에 미리 만들어졌던 수서-오리의 10량 기준 승강장의 일부 영역이 봉인된 것과 비슷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ㅋㅋㅋㅋㅋ
하물며 128이나 256비트짜리 초대형 부동소수점은 어디 쓰이는 곳이 있기는 한지 잘 모르겠다.

본인이 과거에 만들었던 프로그램 중에 부동소수점 연산을 많이 하는 축에 드는 놈으로는 "3차원 그래픽 시연 프로그램"이 있다. 빌드된 실행 파일을 들여다보면 x87 명령이 많이 쓰인 게 눈에 띄었다.
그런데 얘를 컴파일러를 업글해서 다시 빌드하니 코드의 레이아웃이 싹 바뀌었다. x87의 구닥다리 fmul fld fadd fstp 대신, addsd movaps mulsd 처럼 SIMD 명령이 쓰인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는 부동소수점 한둘의 연산을 넘어, 벡터· 행렬 같은 여러 데이터의 연산을 한 명령으로 한꺼번에 처리해 주는 확장 명령이다. 1999년, 펜티엄 III에서 도입됐다.
이미 Visual C++ 200x 시절부터 이 명령을 사용해서 컴파일하는 옵션이 /arch에 딸려 있긴 했다. 그러다가 2012부터는 별다른 옵션이 없으면 이 명령 세트를 사용하는 게 디폴트가 됐다~!!

이게 예전 198~90년대에 x87 명령 사용 여부와 비슷한 컴파일 옵션인 셈이다. 2012에서는 Windows XP 지원도 공식적으로는 최초로 끊겼는데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상이다. 부동소수점과 관련하여 할 말한 얘기가 생각보다 많았다. ^^
x87에는 사칙연산뿐만 아니라 제곱근, 삼각함수, 2를 밑으로 하는 지수와 로그 같은 간단한 초월함수까지 CPU 명령 하나로 해치워 준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수학 함수를 지원하는 건 아니어서 e를 밑으로 하는 지수와 로그는 지원하지 않는다. 2는 지원하고 e는 지원하지 않는다니.. 진짜로 수학 대신 컴퓨터 지향적인듯. ㅎㅎ

그러니 CPU빨이 없는 수학 함수는 C 라이브러리에서 어떻게 구현돼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부동소수점을 10진법 문자열로 변환하거나 vice versa하는 것 말이다. 이거 은근히 어렵고 번거로울 텐데? exponent와 mantissa를 다 진법 변환하면서 두벌일을 해야 하니까..
에니악 같은 초창기 컴퓨터가 그 비효율 삽질에도 불구하고 숫자를 처음부터 10진법 단위로 묶어서 표현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지 싶다.

여담: 숫자 자체를 컴퓨터가 primitive로 지원하는 숫자 unit들 여러 개를 묶어서 complex type처럼 취급하는 분야는 다음과 같다.

  • 수십~수백 자리 어마어마하게 큰 정수: 공개(비대칭) 키 암호화 라이브러리에서 필요하다. 금융 거래 같은 데서..;; 얘만 기막히게 빠르게 처리해 주는 정수 연산 라이브러리도 있다.
  • 유리수: 부동소수점 단독으로는 유리수 하나도 정확하게 표현이 안 되니 정수 2개 분자/분모를 따로 취급한다. Windows 계산기가 내부적으로 이렇게 동작한다고 알려져 있다.
  • 복소수: 부동소수점 2개를 묶어서 실수/허수를 표현한다. 수학· 과학 일부 분야에서 쓰인다. C++에 complex라는 클래스가 있는데, 템플릿 형태여서 정수만으로 구성된 복소수도 만들 수는 있다.
  • 소수점만 임의의 자리수로: 전용 수학 패키지에서 쓰인다.
  • 행렬· 벡터, 사원수: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게임을 포함해 컴퓨터그래픽 분야에서 쓰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4/04/25 08:35 2024/04/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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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indows의 컴퓨터 비트 수 변화

과거에 주류 PC 환경이 (1) 16비트에서 32비트로 바뀌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int와 WPARAM, handle, 포인터가 모두 4바이트 크기로 바뀌었고, 이로 인해 메시지도 몇몇은 스펙이 불가피하게 바뀌었다.
좌표계의 기본 단위도 다들 32비트로 확장됐고, 이로 인해 GDI 함수들이 상당수가 Ex 버전으로 바뀌었다. 왜냐하면 예전처럼 x, y 좌표 둘을 long 하나에다 묶어서 전달할 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점형 멀티스레드가 지원되고 그 전에 모든 프로세스들이 자기만의 독립된 주소 공간을 갖는다는 건.. 과거엔 정말 상상도 못 할 혜택이다.
8비트야 거의 임베디드 급의 열악한 환경이니 멀티태스킹 따위는 별나라 얘기였다. 16비트 시절엔.. 어정쩡하게 아주 불편하고 힘들게 가능했던 반면.. 32비트가 되니 주소 공간도 넉넉하고 이제 좀 그럭저럭 할 만해진 것이다.

그리고 32비트에 와서는 예전에 깐깐하게 구분해야 했던 게 이제는 구분이 필요 없어지고(예: HINSTANCE vs HMODULE, far vs near), 예전에는 꼭 할당하고 해제해 줘야 했던 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는 등(resource 관련 API, MAKEPROC 따위).. 프로그래밍 하기가 전반적으로 더 간편해지고 편리해지기도 했다.

그에 비해 (2) 32비트에서 64비트로의 변화는 뭐.. int와 포인터의 크기가 달라진 것으로 인한 자잘한 충돌과 이식성 문제가 고작이다. 4GB 한계가 없어지기만 했을 뿐, 체감되는 변화는 아주 미미하다.
Windows의 경우, int는 물론 long조차도 여전히 32비트 크기로 유지된다. 그러나 WPARAM은 64비트로 확장됐다.

전에도 한번 얘기했듯이 게임기는 1990년대 후반, PC는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은 2010년대 후반이 돼서야 슬슬 64비트 시대에 들어섰다.
이런 곳은 비트 수가 점진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기존 코드와의 호환성이 중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포인터만 빼고 int나 long은 4바이트로 할지 8바이트로 할지 고민이 많은 편이었다.

그 반면.. 슈퍼컴퓨터 전용 아키텍처가 있던 시절 말이다. 197, 80년대에 처음부터 64비트로 시작했던 컴터 환경에서는 레거시 고민 따위 없었다. Cray 같은 플랫폼에서는 쿨하게 처음부터 int고 포인터고 몽땅 다 무식하게 64비트 모델을 채용한 곳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오늘날이야 int까지 8바이트인 컴퓨팅 환경은 없다고 봐도 되지만..
그리고 저런 옛날 컴퓨터들은 데이터를 취급하고 연산하는 단위만 64비트였다. 아무리 슈퍼컴이라 해도 자기네 메모리 용량이 4GB에 미치지는 못했기 때문에 64비트 컴퓨팅이 곧 64비트 addressing을 의미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addressing까지 다 되는 64비트 CPU는 1990년대가 돼서야 등장했다. (MIPS, DEC Alpha 따위) 아하~

얘기가 좀 옆길로 샜는데.. 아무튼 Windows는 16비트에서 32비트로 넘어갈 때 변화가 좀 있었고, 32에서 64비트로의 변화는 미미한 편이었다. 그럼 Windows의 역사상 16비트에서 32비트로의 전환만이 대격변이었던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옛날, (3) Windows 1 (+2)과 3 사이는 플랫폼 SDK의 변화, C 컴파일러의 변화 등의 단절이 더 심했다.

Windows 1과 2는 아직도 리얼 모드 내지 끽해야 286 표준 모드에서 멀티태스킹을 구현하던 정말 암울한 시절이다.
Windows의 오랜 역사를 좀 아는 guru라면, 20세기에 Windows에서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바로 95나 NT도 아니고 3.0에서 "386 확장(enhanced) 모드"가 정식 도입되었던 사건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 링크)

그랬기 때문에 Windows 1과 3은 같은 16비트 기계어에 같은 NE 포맷임에도 불구하고 1용 프로그램이 후대의 3 내지 9x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게다가 저 1980년대의 구닥다리 C 컴파일러는 함수를 정의하는 문법조차 ANSI가 아닌 기괴한 K&R 방식이었다니.. 소스 레벨의 호환성도 기대하기 어렵겠다. 더 자세한 건 여기 글을 참고하시라. (☞ 링크)

2. 마소의 16비트 P-code 기술

마소와 관련된 옛날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이 블로그에서 본인이 지금까지 이 얘기를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니 놀랍다.;;
네이티브 기계어가 아니라 다른 중립적인 바이트코드 기반으로 돌아가는 '가상 기계 프로그램'이라 하면 흔히 Java (JVM)나 C# (.NET, CLR) 같은 것만 떠올리기 쉽다. 이런 건 최소 32비트 이상의 컴퓨팅 환경에서 등장한 런타임 환경이다. 고유한 클래스 라이브러리도 갖고 있고 쓰레기 수집기도 제공한다.

하지만 마소는 창립하자마자 그 허접한 197, 80년대 8비트 컴퓨터로 제일 먼저 만들었던 게 BASIC 인터프리터였다. 현대적인 가상 머신 정도로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고유한 바이트코드 가상머신 기술을 보유해서 16비트 컴퓨팅 시대까지 잘 써먹었다.

마소에서는 그 바이트코드를 스스로 P-code라고 불렀다. P는 pseudo-, portable, packed(조밀) 등을 뜻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걸 Basic뿐만 아니라 C/C++ 언어 컴파일러에다가도 접목했었다. 아니, 베이식은 그렇다 치지만 기계어 직통 컴파일이 당연시되는 언어이던 C/C++에다가는 성능(= 실행 속도) 희생까지 감수하면서 도대체 왜..?

이 바이트코드는 크기가 작았기 때문이다. 이게 packed의 의미이다.
같은 프로그램 소스를 비슷한 최적화 수준으로 컴파일 했을 때, 네이티브 x86 기계어 코드보다 훨씬 더 작은 크기로 표현할 수 있었다. 심지어 P-code를 해독하는 가상머신 코드의 오버헤드(9K 남짓?)를 포함시키더라도 수지맞는 장사였을 정도라니.. 이건 뭐 실행 파일 압축 기능까지 약간이나마 겸한 셈이었다.

컴퓨터 역사의 관점에서 볼 때 x86 자체도 골수 CISC 구조로서, 현대적인 아키텍처 대비 기계어 코드가 조밀하고 크기가 아주 작은 축에 드는 아키텍처라고 여겨진다. (그 대신 읽어들이고 디코딩하는 난이도가 쥐약이고, 저전력 모바일과 상극)
그런데 마소의 P-code는 그 악명 높던 x86 기계어보다도 더 조밀하고 작다니.. 그 시절에 얼마나 메모리가 비싸고 귀했고 메모리를 어떻게든 아껴야 했는지가 실감이 간다. PC에서도 386 486 같은 32비트 CPU는 진작에 등장하고 값도 내려갔지만.. 메모리가 아직 병목이었다. 이게 더 싸지고 풍부해진 뒤에야 본격적으로 Windows 95/NT가 쓰일 수 있었다.

Visual Basic이야 exe를 생성한다 해도 런타임 dll이 따로 필요하고 내부 코드는 P-code 기반이었다. 1997년에 출시된 5.0.. 최초로 32비트 전용으로 출시된 이 버전에 이르러서야 네이티브 코드 컴파일 기능이 도입됐다.
C/C++의 경우, MS C/C++ 7.0과 Visual C++ 1.x 시절.. 16비트 한정으로 이런 기능이 있다가 32비트부터는 폐기됐다. 그 대신, 16비트이기만 하면 플랫폼은 DOS와 Windows를 모두 지원했다.

따지고 보면 Windows NT의 32비트 PE (portable executable)는 저런 P-code와는 접점이 없었던 셈이다. 32비트 Visual Basic 5나 6을 쓰지 않는 한 말이다
자세한 것은 이 링크의 설명을 참고하시라. 마소의 전설적인 P-code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소개한 글은 "Microsoft P-Code Technology" by Andy Padawer이 유일한 것 같다.

QuickBasic이나 GWBASIC은 소스 코드를 고유한 바이너리 포맷으로 저장하는 기능이 있었다. 이건 세상 그 어느 프로그램 개발 환경에서도 없는 기능이었지 싶다.
그 반면, 저 P-code는 소스 코드가 아니라 나름 기계어를 표방하고 컴파일된 코드였다는 차이가 있다.

3. 마소와 볼랜드 프로그래밍 툴의 Windows 지원 내력

(1) 아마 예전에 이 얘기를 한 적이 있었을 텐데..
1980년대 말부터 마소와 볼랜드에서는 주요 프로그래밍/개발툴을 내놓으면서 뭔가 교육용 저가 보급형 제품군에다가는 각각 Quick과 Turbo라는 스피디한 브랜드명을 붙였고, 기업용 기함급 모델에다가는 그냥 자기 회사 이름을 붙였었다.

(2) 1990년대 초엔 C 컴파일러에는 C++의 지원이 추가되었다. 그래서 지원 언어 표기가 C/C++이라고 바뀌었다.
마소의 경우, QuickC는 Microsoft C를 먼저 만들다가 곁다리로 병행하며 잠깐 만들었던 제품이다. 이건 C++ 지원 없이 겨우 2.0에서 맥이 끊겼다. 그 대신 이전부터 만들어 오던 MS C 6의 다음 버전이 MS C/C++ 7이 되었다(1992). 그리고 이거 다음 버전부터는 그 이름도 찬란한 Visual 브랜드가 시작됐고, C는 떼어낸 채 Visual C++ 1로 넘어갔다.

저 때는 1993년 무렵이었다. Visual C++은 Windows NT와도 역사를 함께한다. 이게 마소에서 최초로 내놓은 32비트 C/C++ 컴파일러이며, Windows NT 내부의 각종 프로그램들을 빌드하는 용도로, 즉 자체적으로도 쓰였기 때문이다.
물론 Visual C++도 1.5까지는 16비트 버전이 같이 나오긴 했었다. 그리고 대외적인 버전 번호는 1로 리셋됐지만 얘 역시 MS C를 계승한 제품이라는 흔적은 MSC_VER이던가 그 매크로 상수의 번호에 남아 있다.

(3) 한편, 볼랜드 진영에서는 Turbo C 2.0의 다음 작품이 Turbo C++ 1.0이 되었다. 제품명과 버전이 다 리셋됐다니 좀 이례적이다.
그리고 그 다음 버전인 Turbo C++ 2때부터 같은 버전의 Borland C++도 나란히 나오기 시작했다고는 하는데.. 실질적으로 Turbo와 Borland의 구분이 생겼다고 일반인들이 존재감을 인지하는 첫 버전은 3이다.
Turbo C++은 3인가 3.1에서 맥이 끊겼다. 그 뒤 적어도 4~5 버전부터는 Borland C++만 나오다가 RAD 툴인 C++ Builder 1로 넘어갔다.

(4) 그 시절 C/C++ 컴파일러 업계에서는 C++ 지원뿐만 아니라 Windows 플랫폼의 지원도 중요한 이슈였다.
마소는 DOS에 이어 Windows를 만들던 본가였고, C는 어셈블리어와 더불어 자기들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되는 주력 언어이기도 했다. 그러니 MS C는 처음부터 Windows를 지원하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1980년대 중반, 정말 구닥다리 MS C 4~5 시절부터.. 그야말로 전설적인 Windows 1.x, 2.x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 단, QuickC는 DOS용 버전 2.x대와 별개로 QuickC for Windows 1.0이 딱 한 번만 나오고 말았던 듯하다. 요컨대 마소는 QuickC의 Windows 버전만이 버전 리셋을 했고, 볼랜드는 C++ 컴파일러를 구현할 때 버전 리셋을 했다.

그에 비해 볼랜드 제품에서 Windows 지원이 추가된 건 버전 3.x부터로, C++까지 지원되고 난 이후의 일이다. 심지어 Win32의 지원은 Windows 95가 출시되고 4.x 정도는 된 뒤부터다. 후발주자 3rd-party 업체이니 이런 것 수용은 한 발 늦을 수 있다지만.. Windows용 32비트 extender까지 미리 만들었던 Watcom 같은 업체하고는 개발 방향이 많이 달랐던 것 같다. 그 대신 볼랜드에서는 OWL이라고 꽤 잘 만든 객체지향 프레임워크를 연구 개발했다.
이렇듯, Windows 지원과 관련해서는 볼랜드와 마소 개발툴 간에 이런 내력의 차이가 있었던 셈이다.

(5) 자, 그럼 C/C++ 다음으로 파스칼의 세계로 가면..
볼랜드에서 Turbo Pascal을 내놓으면서 1980년대를 호령하고 재미를 봤다. 도스 아니면 기껏해야 OS/2에서 말이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 Turbo Pascal 6 타이밍 때 TP for Windows를 1.0과 1.5 두 차례 내놓았다. 아마 5.x던가 6이던가..
이때 ObjectPascal이라는 객체지향 문법이 언어에 도입되기도 했지만 이건 TP의 버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 대신 Windows용을 1.0부터 다시 내놓았다는 점이 Turbo C++과는 다르다.

그러다가 Turbo Pascal 버전 7이 Borland Pascal 7과 나란히 출시됐으며.. 이 BP7은 TP for Windows 2를 통합· 포함한 형태가 됐다. 제품 라인업 한번 복잡하네..;;
TPW는 about 대화상자에 수학자 파스칼 얼굴이 그려져 있는 반면, BPW는 그렇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1992년에 출시된 Borland C++ 3.1, 그리고 Borland Pascal 7이 도스와 Win16을 풍미했던 장수만세 안정판으로 여겨진다.
Borland C++은 C++ Builder로 넘어가기 전 1993~1995년 사이에 자체적으로 버전이 4~5까지 올라가기도 한 반면, BP는 델파이로 넘어가기 전에 딱히 버전업이 없었다.
심지어 Delphi도 1995년의 첫 버전 1은 Win16, 16비트용이었고 버전 2부터 Win32로 넘어갔으니, 32비트화도 C++보다 늦은 셈이다.

한편, 마소는?? 처음에 Microsoft Pascal을 1980년대에 4.x 버전까지 개발했었다. 하지만 이건 Turbo Pascal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접었다. 그렇게 접기 직전에 경쟁사 제품처럼 뽀대나는 IDE를 얹은 QuickPascal 1.0을 최후의 발악 차원에서 한번 내놓았을 뿐이다. Windows 지원 같은 것도 당연히 없었고 제품의 맥이 끊겼다.
볼랜드에서는 Turbo Basic을 만들었다가 반대로 마소의 QuickBasic 대비 승산이 없다고 생각해서 포기해 버렸으니.. 행보가 서로 정반대인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4/03/30 08:35 2024/03/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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