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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1의 람다 함수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면, 어떤 컨테이너 자료구조의 내부에 있는 모든 원소들을 순회하면서 각 원소에 대해 뭔가 동일한 처리를 하고 싶은 때가 빈번히 발생한다.
그 절차를 추상화하기 위해 C++ 라이브러리에는 algorithm이라는 헤더에 for_each라는 템플릿 함수가 있다. 다음은 이 함수의 로직을 나타낸 C++ 코드이다. 딱히 로직이라 할 것도 없이 아주 직관적이고 간단하다.

template<typename T, typename F>
void For_Each_Counterfeit(T a, T b, F& c)
{
    for(T i=a; i!=b; ++i) c(*i);
}

C++은 템플릿과 연산자 오버로딩을 통해 자료구조에 대한 상당 수준의 추상화를 달성했다.
iterator에 해당하는 a와 b는 그렇다 치더라도, 여기서 핵심은 c이다.
F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c는 함수 호출 연산자 ()를 적용할 수가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
그럼 무엇이 가능할까? 여러 후보들이 있다.

일단 C언어라면 함수 포인터가 떠오를 것이다. 함수 포인터는 코드를 추상화하는 데 지금까지 고전적으로 쓰여 온 기법이다.

void foo(char p);

char t[]="Hello, world!";
For_Each_Counterfeit(t, t+strlen(t), foo);

C++에서는 클래스가 존재하는 덕분에 더 다양한 카드가 생겼다. 클래스가 자체적으로 함수 호출을 흉내 내는 연산자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class MyObject {
public:
    void operator()(char x);
};

For_Each_Counterfeit(t, t+strlen(t), MyObject());

그리고 더욱 기괴한 경우이지만, 클래스 자신이 함수의 포인터로 형변환이 가능해도 된다.

class MyObject {
public:
    typedef void (*FUNC)(char);
    operator FUNC();
};

For_Each_Counterfeit(t, t+strlen(t), MyObject());

C++ 라이브러리에는 functor 등 다양한 개념들이 존재하지만, 그 밑바닥은 결국은 C++ 언어의 이런 특성들을 사용해서 구현되어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다. 다른 자료형과는 달리 함수 포인터로 형변환하는 연산자 오버로드 함수는, 자신이 가리키는 함수의 prototype을 typedef로 미리 만들어 놓고 반드시 typedef된 명칭으로 선언되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이것은 C++ 표준에도 공식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제약이라 한다.

이런 어정쩡한 제약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마도 함수 선언문에다가 다른 함수를 선언하는 문법까지 덧붙이려다 보니, 토큰의 나열이 너무 지저분해지고 컴파일러를 만들기도 힘들어서인 것 같다. 이 부분에서는 아마 C++ 위원회에서도 꽤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안 그랬으면 형변환 연산자 함수의 prototype은 아래와 비슷한 괴상한 모양이 됐을 것이다. 실제로 이 함수의 full name을 undecorate한 결과는 이것처럼 나온다.

    operator void (*)(char)();

비주얼 C++에서는 함수를 저렇게 선언하면 그냥 * 부분에서 '문법 에러'라는 불친절한 말만 반복할 뿐이지만, xcode에 기본 내장되어 있는 최신형 llvm 컴파일러는 놀랍게도 나의 의도를 간파하더이다. “함수 포인터로 형변환하려면 반드시 typedef를 써야 합니다”라는 권고를 딱 하는 걸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이런 차이도 맥북을 안 쓰고 오로지 비주얼 C++ 안에서만 틀어박혀 지냈다면 경험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왕~

() 연산자 오버로딩은 this 포인터가 존재하는 C++ 클래스 멤버 함수이며 static 형태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함수 포인터로의 형변환 연산자 오버로딩은 this가 없으며 C 스타일의 static 함수와 같은 위상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두 오버로딩이 모두 존재하면 어떻게 될까? 혹시 모호성 오류라도 나는 걸까?

그런 개체에 함수 호출 ()가 적용되는 경우, () 연산자가 먼저 선택되며, 그게 없을 때에 한해서 함수 포인터 형변환이 차선책으로 선택된다. 모호성 오류가 나지는 않는다.
포인터 형변환 연산자와 [] 연산자가 같이 있을 때 개체에 배열 첨자 참조 []가 적용되는 경우, 역시 [] 가 먼저 선택되고 그게 없을 때 포인터 형변환이 차선으로 선택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클래스와 연산자 오버로딩 덕분에 저런 문법이 가능해졌는데, C++11에서는 그걸로도 모자라 또 새로운 문법이 추가되었다. 이른바 람다 함수.

For_Each_Counterfeit(t, t+strlen(t), [](char x) { /* TODO: add your code here */ } );

람다 함수는 코드가 들어가야 할 곳에 함수나 클래스의 작명 따위를 신경쓰지 않고 코드 자체만을 직관적으로 곧장 집어넣기 위해 고안되었다. 세상에 C++에서 OCaml 같은 데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개념이 들어가는 날이 오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덕분에 C++은 C언어 같은 저수준 하드웨어 지향성에다가 성능과 이념을 적당히 절충한 수준의 객체지향을 가미했고, 90년대 중반에는 템플릿 메타프로그래밍 개념을 집어넣더니, 이제는 함수형 언어의 개념까지 맛보기로 도입한 가히 멀티 패러다임 짬뽕 언어가 되었다.

함수를 값처럼 표현하기 위해서 lambda 같은 예약어가 별도로 추가된 게 아니다. C/C++은 태생상 예약어를 함부로 추가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언어이다. (그 대신 문법에 혼동이 생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기호 짬뽕을 좋아하며 그래서 사람이나 컴파일러나 코드를 파싱하는 난이도도 덩달아 상승-_-) 보아하니 타입을 선언하는 부분에서는 배열 첨자가 먼저 오는 일이 결코 없기 때문에 []를 람다 함수 선언부로 사용했다.

람다 함수는 다른 변수에 대입되어서 두고두고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C/C++에서는 전통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걸로 여겨지는 함수 내부에서의 함수 중첩 선언을 이걸로 대체할 수 있다.

어떤 함수 안에서 특정 코드가 반복적으로 쓰이긴 하지만 별도의 함수로 떼어내기는 싫을 때가 있다. 굳이 함수 호출 오버헤드 때문이 아니더라도, 해당 코드가 그 함수 내부의 지역변수를 많이 쓰기 때문에 그걸 일일이 함수의 매개변수로 떼어내기가 귀찮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이때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그냥 #define 매크로 함수밖에 없었는데 이때도 람다 함수가 더 깔끔하고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람다 함수는 선언할 때 캡처라 하여 주변의 다른 변수들을 참조하는 메커니즘도 언어 차원에서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람다 함수는 그럼 완전히 새로운 type인가?
기존 C/C++에 존재하는 함수 포인터와는 어떤 관계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람다 함수는 비록 어쩌다 보니 () 연산을 받아 주고 함수 포인터가 하는 일과 비슷한 일을 하게 됐지만, 활용 형태는 함수 포인터하고 아무 관련이 없으며 그보다 더 상위 계층의 개념이다.

템플릿과 연동해서 쓰인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람다 함수는 함수 포인터와는 달리 calling convension (_stdcall, _cdecl, _pascal 나부랭이 기억하시는가?)이고 리턴값이 나발이고간에 아무 상관이 없다. 그저 코드상에서 함수를 값처럼 다루는 걸 돕기 위해 존재하는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다. 뭔가 새로운 type이 아니기 때문에 람다 함수를 변수에다 지정할 때는 auto만을 쓸 수 있다. 즉, 다른 자료형이 아닌 람다에 대해서는 auto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뜻이다.

auto square=[](int x) { return x*x; };
int n = square(9); //81

square는 템플릿 같은 함수가 아니다. 이 함수의 리턴값은 x*x로부터 자동으로 int라고 유추되었을 뿐이다. [](int x) -> int 라고 명시적으로 리턴 타입을 지정해 줄 수도 있다. 구조체 포인터의 멤버 참조 연산자이던 -> 가 여기서 또 화려하게 변신을 한 셈임. 우와!

또한, sizeof(square)을 한다고 해서 포인터의 크기가 나오는 게 아니다. 사실, 람다 함수에다가 sizeof를 하는 건 void에다가 sizeof를 하는 것만큼이나 에러가 나와야 정상이 아닌가 싶다. 그런 개념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람다는 함수 포인터가 아니기 때문에, square에다가 자신과 프로토타입이 같은 다른 람다 함수를 대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함수 포인터의 역할과 개념을 대체할 뿐, 그 직접적인 디테일한 기능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콜백 함수를 받는 문맥에서

qsort(n, arrsize, sizeof(int), [](const void *a, const void *b) { return *((int*)a) - *((int*)b); } );

구닥다리 C 함수에다가 최신 C++11 문법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정말 변태 같은 극단적인 예이다만,
이런 식으로 람다 함수를 집어넣을 수도 없다.

요컨대 람다 함수는 코드의 추상화에 도움을 주고 종전의 함수 포인터 내지 #define, 콜백 함수 등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개념이다. C++ 철학대로 디자인된 여타 C++ 라이브러리와 함께 사용하면 굉장한 활용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함수 포인터에 대한 syntatic sugar는 절대 아니라는 걸 유의하면 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2/05/24 08:38 2012/05/2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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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C++11이라고 개명된 C++ 확장 규격인 C++0x에는 잘 알다시피 여러 참신한 프로그래밍 요소들이 추가되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상당한 타이핑 수고를 덜어 줄 걸로 예상되는 auto 리뉴얼, 숫자와 포인터 사이의 모호성을 해소한 nullptr, 그리고 숫자와 enum 사이의 모호성을 해소한 enum class가 있다.

그런데 이것 말고도 C++11에는 아주 심오하고도 재미있는 개념이 하나 또 추가되었다. 복사 생성자에 이은 이동 생성자, 그리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type modifier인 &&이다. R-value 참조자라고 불린다. 이 글에서는 이것이 왜 도입되었는지를 실질적인 코드를 예를 들면서 설명하겠다.
다음은 생성자에서 주어진 문자열의 복사본을 보관하는 일만 하는 아주 간단한 클래스이다.

//typedef const char*  PCSTR;
class MyObject {
    PCSTR dat;
public:
    MyObject(PCSTR s): dat(strdup(s)) {}
    ~MyObject() { free( const_cast<PSTR>(dat) ); }
    operator PCSTR() const { return dat; }
};

C++은 언어 차원에서 포인터를 자동으로 관리해 주는 게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만 달랑 짜 놓은 클래스는 함부로 값을 대입하거나 함수 호출 때 개체를 reference가 아닌 value로 넘겨 줬다간, 동일 메모리의 다중 해제 때문에 프로그램이 jot망하게 된다. C++ 프로그래머라면 누구라도 위의 코드의 문제를 즉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인터처럼 외부 자원을 따로 가리키는 클래스는 복사 생성자와 대입 연산자를 별도로 구현해 줘야 한다. 구현을 안 할 거면 하다못해 해당 함수들을 빈 껍데기만 private 형태로 정의해서 접근이 되지 않게 해 놓기라도 해야 안전하다.

MyObject(const MyObject& s): dat(strdup(s))
{
    puts("복사 생성자");
}
MyObject& operator=(const MyObject& s)
{
    free(dat); dat=strdup(s.dat); puts("복사 대입");
    return *this;
}

자, 그럼 이를 이용해 그 이름도 유명한 Swap 루틴을 구현해서 복사 생성자와 대입 연산자를 테스트해 보자.

template<typename T>
void Swap(T& a, T& b) { T c(a); a=b; b=c; }

int main()
{
    MyObject a("새마을호"), b("무궁화호");
    printf("%s(%X) %s(%X)\n", (PCSTR)a,(PCSTR)a, (PCSTR)b,(PCSTR)b);
    Swap(a,b);
    printf("%s(%X) %s(%X)\n", (PCSTR)a,(PCSTR)a, (PCSTR)b,(PCSTR)b);
    return 0;
}

프로그램의 실행 결과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나올 것이다.

새마을호(181380) 무궁화호(181390)
복사 생성자
복사 대입
복사 대입
무궁화호(1813B8) 새마을호(1813D0)

복사 생성자와 대입 연산자 덕분에 메모리 관리는 옳게 되었기 때문에, 이제 프로그램이 뻗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방법은 비효율적인 면모가 있다. 개체의 값을 맞바꾸기 위한 세 번의 연산 작업 동안, 당연한 말이지만 메모리 할당과 해제, 그리고 문자열의 복사가 매번 발생했다. 그래서 비록 문자열 값은 동일하지만 그 문자열이 담긴 메모리 주소는 a와 b 모두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R-value 참조자를 쓰면, 이 클래스에 대해서 Swap 연산이 메모리를 일일이 재할당· 복사· 해제하는 게 아니라 a와 b가 가리키는 문자열 메모리 주소만 간편하게 맞바꾸도록 하는 언어적인 근간을 마련할 수 있다. 기존 참조자는 &로 표현하고, 이와 구분하기 위해 R-value 참조자는 &&로 표현된다. 참조자(&)는 포인터(*)와는 달리 다중 참조자(참조자의 참조자) 같은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을 이런 식으로 활용해도 문법에 모호성이 생기지 않는다.

& 대신 &&를 이용해서 자신과 동일한 타입의 개체를 받아들이는 생성자와 대입 연산자를 추가로 정의할 수 있다. 이 경우, 이들 함수는 복사가 아닌 이동 생성자와 이동 대입 함수가 된다. 아래의 예를 보라.

MyObject(MyObject&& s)
{
    dat=s.dat, s.dat=NULL; puts("이동 생성자");
}
MyObject& operator=(MyObject&& s)
{
    //주의: 실제 코드라면 자기 자신에다가 대입하는 건 아닌지 체크하는
    //로직이 추가되어야 한다. if(&s!=this)일 때만 수행하도록.
    free(dat); dat=s.dat, s.dat=NULL; puts("이동 대입");
    return *this;
}

복사 버전과는 달리, strdup 함수 대신 그냥 포인터 대입을 썼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그러면 s가 가리키던 메모리 영역이 내 것이 된다. 그 뒤 s가 가리키던 메모리는 NULL로 없애 줘야 한다. free 함수는 그 스펙상 자체적으로 NULL 체크를 하기 때문에, 소멸자 함수는 그대로 놔 둬도 된다.

즉, 이동 생성자와 이동 대입은 s의 값을 내 것으로 설정하긴 하나,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s의 내부 상태를 건드려서 바꿔 놓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복사 생성자/대입과는 달리 s가 const 타입이 아니다.

이것만 선언해 줬다고 해서 Swap 함수의 동작 방식이 이동 연산으로 곧장 바뀌는 건 물론 아니다. 그랬다간 s의 상태가 바뀌고 프로그램 로직이 달라져 버리기 때문에, 컴파일러가 섣불리 동작을 바꿀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Swap 함수의 코드도 move-aware하게 살짝 고쳐야 한다.

template<typename T>
void Swap(T& a, T& b)
{
    T c(static_cast<T&&>(a)); a=static_cast<T&&>(b); b=static_cast<T&&>(c);
}

즉, 개체를 생성하고 대입하는 곳에서, 가져오는 개체를 가능한 한 move로 취급하라고 명시적인 형변환을 해 줘야 한다. 이렇게 해 주고 나면 드디어 우리의 목표가 이뤄진다!

새마을호(181380) 무궁화호(181390)
이동 생성자
이동 대입
이동 대입
무궁화호(181390) 새마을호(181380)

물론, 저런 형변환 연산이 보기 싫은 사람은 <vector>에 정의되어 있는 std::move 함수로 이동 대입을 해도 되며, 보통 R-value 참조자를 설명해 놓은 인터넷 사이트들도 그 함수를 곧장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 함수의 언어적인 근거가 바로 이 문법이라는 건 알 필요가 있다.

생성이나 대입에서 R-value 참조자를 받지 않고 기존의 L-value 참조자만 받는 클래스에 대해서는, 이동 대입이나 생성도 자동으로 옛날처럼 복사 대입이나 생성 방식으로 행해진다.
다시 말해, Swap 함수의 로직을 저렇게 고치더라도 R-value 참조자가 구현되어 있지 않은 기존 타입들에 대한 동작은 전혀 바뀌지 않으며 컴파일 에러 같은 게 나지도 않는다. 그러니 호환성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미 눈치챈 분도 있겠지만, MFC의 CString처럼 자기가 가리키는 메모리에 대해서 자체적으로 reference counting을 하고 copy-on-modify 같은 테크닉을 구현해 놓았기 때문에, 어차피 복사 생성이나 call by value 때 무식한 오버헤드가 발생하지 않는 클래스라면, 구태여 이동 생성자나 이동 대입 연산자를 또 구현할 필요가 없다. 이동 생성/대입은 언제까지나 기존의 복사 생성/대입을 보조하기 위해서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std::vector 같은 배열 컨테이너 클래스에다가 덩치 큰 개체를 집어넣거나 뺄 때 복사 생성자가 쓸데없는 오버헤드를 발생시키는 걸 막는 게 이 문법의 주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딱히 smart한 복사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지 않은 클래스를 STL 컨테이너에다 집어넣고 쓰는 C++ 코드라면, 적절한 이동 생성자와 대입 연산자를 구현해 주고 R-value 참조자를 지원하는 최신 C++ 컴파일러로 다시 빌드를 하는 것만으로도 성능 향상을 경험할 수 있다.

예전에는 배열 컨테이너 클래스들이 원소들의 일괄 삽입이나 삭제를 위해 무식한 memmove 함수를 내부적으로 쓰는 게 불가피했는데 이 역할을 이동 대입이 어느 정도 대체도 할 수 있게 됐다.
&&을 DLL symbol로 표기하기 위한 새로운 C++ type decoration도 별도로 물론 있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의 이름이 왜 R-value 참조자인 것일까?
이 참조자는 참조자이긴 하지만, 오리지널 참조자처럼 L-value가 아니라 R-value를 취급하라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L-value, R-value란 무엇인가? 대입문에서 좌변과 우변을 뜻한다. L-value란 값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대입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변수를 가리키며, R-value는 값을 표현할 수만 있지 그 자신이 다른 값으로 바뀔 수는 없는 상수, 혹은 임시 개체를 가리킨다고 보면 얼추 맞다.

아래의 코드에서 볼 수 있듯 기존 L-value 참조자는 dereference된 포인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int& GetValue() { … }
GetValue() = 100;

int *GetValue() { … }
*GetValue() = 100;

그렇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특성도 존재한다.

void GetValue2(int& x) { x=… }

int a;
GetValue2(a); //a는 L-value이므로 OK
GetValue2(500); //에러. 당연한 귀결임

L-value 참조자가 상수값 내지 임시 생성 개체 같은 R-value를 함수의 인자로 받아들이려면, 해당 참조자는 const로 선언되어서 값의 변경이 함수 내부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되어야 한다. int&가 아니라 const int&로 말이다.

그런데 R-value 참조자는 const 속성 없이도 임시 개체나 상수값을 받아들이며, 그걸 뒤끝 없이 자유롭게 고칠 수 있다. 위의 GetValue2 함수가 int&&로 선언되었다면, 반대로 a를 전달한 게 에러가 나고 500을 전달한 건 괜찮다. a를 전달하려면 static_cast<int&&>(a)로 형변환을 해 줘야 한다. 그러면 마치 int&인 것처럼 실행되긴 한다.

R-value 참조자로 돌아온 함수의 리턴값은 말 그대로 R-value이기 때문에 대입 가능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아래의 코드는 에러를 일으킨다. (R-value 참조자의 리턴값은 당연히 그 역시 R-value로 왔을 때에만 의미가 있을 것이다.)

int&& GetValue3() { … }
GetValue3() = 100; //에러

이런 R-value 참조자라는 괴상망측한 개념은 왜 도입된 것일까? 그리고 이게 앞서 이 글에서 언급한 이동 생성자/대입 연산하고는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R-value 참조자의 형태로 함수 인자로 넘어온 개체는 그 함수의 실행이 끝난 뒤엔 어차피 소멸되고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내부가 바뀌어도 상관없다. 즉, 이 참조자는 태생적으로 const 속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const-ness가 보장되지 않아도 되는 제한적인 문맥에서, 쓸데없는 복사를 할 필요 없이 꼼수를 좀 더 합법적으로 구사할 수 있게 위해 이런 문법이 추가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마지막으로 R-value 참조자가 유용하게 쓰이는 용도를 딱 하나만 더 소개하고 글을 맺겠다.
윈도우 API+MFC 기준으로, RECT 구조체를 받아서 이 값을 적당히 변형한 뒤에 이를 토대로 후처리를 하는 함수를 생각해 보자.

void Foo(const RECT& rc)
{
    RECT rc2 = rc; //rc는 const이기 때문에 복사본을 만들어야 함

    ::OffsetRect(&rc2, x,y); //변형
    ::DrawText(hDC, strMsg, -1, &rc2, 0);
}

void Foo(RECT&& rc)
{
    ::OffsetRect(&rc, x,y); //복사본 만들 필요 없이 rc를 곧바로 고쳐서 사용하면 됨
    ::DrawText(hDC, strMsg, -1, &rc, 0);
}

CRect r(100, 200, 400, 350);
Foo(r); //const RECT& 버전이 호출됨
Foo( CRect(0,0, 400,300) ); //임시 개체임. RECT&& 버전이 호출됨

RECT를 value로 전달했다면 당연히 복사가 일어나고, const reference로 전달했다면 역시 복사가 행해져야 한다. 그러나 애초에 함수에 전달되는 인자가 임시 개체였다면, 임시 개체에 대한 복사본을 또 만들 필요 없이 그냥 그 임시 개체를 바로 고쳐 쓰면 된다. 위의 코드의 의미가 이해가 되시겠는가?

R-value 참조자라는 게 왜 필요한지, 그리고 이게 왜 이동 생성/대입과 관계가 있는지 본인은 이해하는 데 굉장히 긴 시간이 걸렸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다른 설명만 읽어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서 직접 코드를 돌리고 컴파일을 해 본 뒤에야 개념을 깨우쳤는데, 알고 나니 정말 이런 걸 생각해 낸 사람들은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 C++은 참으로 복잡미묘한 언어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5/16 08:41 2012/05/1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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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I+에 대하여

GDI+는 잘 알다시피 전통적인 윈도우 API가 제공하는 GDI에서 더 나아가, 더 향상된 그래픽과 더 깔끔해진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그래픽 API이다. 사실, 닷넷에서는 애초에 기본 그래픽 API가 GDI+이다. (System.Drawing 네임스페이스)

GDI+는 벌써 10년 전, 닷넷 프레임워크가 첫 등장하고 윈도우와 오피스에 XP라는 브랜드가 붙던 시절에 도입되었다. MS가 제공하는 API로는 흔치 않게 C언어 함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DirectX 같은 COM도 아닌, C++ 언어 형태로 되어 있다. 물론, 그래도 실제로 링크를 해 보면 symbol들은 다 C언어 함수 호출 형태로 된다. C++ 클래스는 단순히 C 함수를 호출하는 wrapper인 것이다.

GDI+는 여러 편리한 기능을 많이 제공하지만, 무엇보다도 벡터 그래픽에 안티앨리어싱을 넣기 위해서라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간단한 기능은 그냥 기존 GDI 함수에다가도 옵션을 확장해서 좀 넣어 주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재래식 GDI로도 안티앨리어싱된 텍스트는 얼마든지 찍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LOGFONT 구조체에 글꼴의 품질을 지정하는 추상화 계층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추가된 안티앨리어싱 기능도 얼마든지 지정 가능)

재래식 GDI는 열악하던 컴퓨터 환경에서 최대한 장치 독립적인 추상적인 그래픽 계층을 구현하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래스터 그래픽보다는 벡터 그래픽에, 애니메이션보다는 정적인 그래픽에 초점이 가 있었다. 그 추상화 계층이 확장성 측면에서 편리한 점은 분명 있었지만, 색깔을 하나 바꾸려고 해도 펜이나 브러시를 다시 만들고, 도스 시절의 그래픽 프로그래밍 때는 할 필요가 없었던 GDI 객체 관리를 해야 하니 상당히 불편했다.

그래서 GDI는 게임 그래픽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구석이 있었다. 물론, 지금과 같은 틀을 유지하면서도 JPG/PNG 이미지를 지원하고, 알파 채널 비트맵 Blit이나 별도의 gradient fill 함수를 추가하고, 윈도우 2000처럼 펜이나 브러시의 색깔을 손쉽게 바꿀 수 있는 DC pen/DC brush 같은 기능을 stock object로 넣는 등, 기능 개선이 꾸준히 진행돼 왔다. 하지만 MS 측에서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 참에 API를 근본적으로 갈아엎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던 모양이다.

GDI+는 모든 API가 자신만의 별도의 namespace 안에 선언되어 있으며, POINT 같은 간단한 자료형도 자신만의 것을 재정의하여 쓸 정도로 기존 윈도우 API와는 거리를 두고 만들어졌다. 그리고 C++답게 같은 함수도 다양한 overload 버전이 존재하며, 좌표는 정수뿐만이 아니라 실수로도 받기 때문에 편리하다.

사소한 것이다만, 글자를 찍을 때 null-terminated string에 대해서 글자 길이 지정을 생략해도 되는 것 역시 마음에 든다.
전통적으로 윈도우의 GDI 함수들은 글자를 찍는 함수들은 문자열 길이를 반드시 지정해 주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한 null-terminated string을 부분적으로 여러 줄에 걸쳐 찍어야 할 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API 디자인이 수긍은 가지만, 어차피 한 줄밖에 찍을 일이 없는 문자열을 매번 _wcslen 해 주는 것도 귀찮지 않은가. 예전에는 gdi가 아니라 user 계층에 있는 DrawText 같은 고수준 함수나 문자열 길이 지정을 -1로 생략이 가능했던 반면, GDI+는 이 정책이 좀 더 확대되었다.

GDI+는 GDI에 비해서 state machine으로서의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 그래서 그리기에 필요한 모든 정보들을 함수 호출 때 매개변수로 일일이 전달해 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current position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MoveTo와 LineTo 따로가 아니며, SelectOjbect라는 개념도 없어져서 그리기 함수 때 매번 펜이나 브러시에 해당하는 개체를 따로 공급해 줘야 한다.

이런 디자인은 편리한 점도 있지만, 당장 화면에 뭔가를 찍는 드로잉 말고 벡터 path를 기록한다거나 메타파일 같은 걸 만들 때는, 내가 보기에 좀 불편하게 작용하는 점도 있는 것 같다. 가령, GDI에서는 똑같이 HDC이고 여기에다가 BeginPath를 해 주면 그때부터 path 그리기 모드로 GDI가 상태 관리를 하면서 동작한다. 그러던 것이 GDI+에서는 Graphics와 GraphicsPath라고 클래스가 아예 갈라졌다. 두 개체를 상태별로 분리한 건 분명 잘한 디자인이라는 거 인정한다.

하지만 Graphics 말고 GraphicsPath는 어차피 예전 위치에서 계속해서 이어서 그래픽을 기술하는 게 많은 만큼, 재래식 GDI처럼 current position이 있는 게 편리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API 체계에서는 직전 위치에 대한 정보를 응용 프로그램이 계속 공급해 줘야 한다.

또한, 복잡한 path를 화면에다 그릴 때, 예전 GDI는 지금 DC가 가지고 있는 펜과 브러시로 윤곽선을 그리고 내부를 채우는 것을 함수 호출 한 번으로 동시에 할 수 있었다. 그러나 GDI+는 선을 그리는 것과 내부를 채우는 것을 따로 해야 한다. path의 경계를 추출하여 래스터라이즈하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작업인데, 동일한 작업이 비효율적으로 중복 적용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즉, 본인은 GDI+에 대해서 참신한 기능은 분명 마음에 든다. 이 글에서 언급된 것 말고도 여러 고급 기능들이 있다. 윈도우 비스타 Aero와 연동하는 일부 드로잉 기능(가령, 클라이언트 영역에도 반투명 Aero 효과를 추가하고, 거기에다 글자를 찍는 것)은 오로지 GDI+로만 접근해야 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1) 그냥 재래식 GDI API에다가 옵션을 추가하는 형태로 구현했어도 충분해 보이는 것, (2) GDI+가 바꿔 놓은 API 디자인이 오히려 좀 불편하고 비효율적일 수도 있겠다 싶은 것에 대해 비판적인 안목을 갖고 있다. 속도가 재래식 GDI보다 꽤 느린 건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4/28 08:39 2012/04/2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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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라는 PC용 운영체제는 1985년에 처음 나온 이래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1.0 시절에 윈도우는 잘 알다시피 독자적인 실행 파일 포맷을 갖고 있긴 했지만, 완전한 운영체제가 아니라 16비트 도스 위에서 추가로 구동되는 액세서리 멀티태스킹 환경에 불과했다. 또 개발 언어가 의외로 C가 아닌 파스칼이었기 때문에, 실행 파일 내부의 각종 export/import 심볼을 보면 대소문자 구분이 없이 다 대문자였고, 문자열도 null-terminated 형태가 아니라 글자수가 앞에 찍힌 형태로 저장되어 있었다.

상업적으로 최초로 대성공을 거둔 윈도우 3.0때부터(혹은 2.x때?) C언어 형태 기반으로 API가 재정비되었으나, 이런 파스칼의 흔적은 실행 파일 포맷이라든가 함수 호출 규약 같은 데에 여전히 일부 남아 있었다. API에 하위 호환성도 잘 지켜진 편이기 때문에 1.x~2.x용 실행 파일도 내부의 리소스 데이터의 구조만 살짝 고쳐 주면 3.x에서 바로 실행 가능할 정도였다.

그랬는데 1993년에 윈도우 NT가 개발되면서 프로그램의 내부 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16비트에서 32비트 환경으로 갈아탔으며, 멀티스레딩+선점형 멀티태스킹이라는 게 도입되었다. 이때 실행 파일의 포맷도 NE에서 PE 방식으로 바뀌었고, 이 전통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동일 코드를 거의 고치지 않아고도 재컴파일만으로 16비트 바이너리와 32비트 바이너리를 동시에 만들 수 있게 많은 배려를 했다. 특히 운영체제의 API 함수는 int 크기가 4바이트가 된 것 같은 불가피한 변화를 빼면 프로토타입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프로토타입이 크게 바뀐 함수가 의외로 GDI 계층에 많이 있다. MoveToEx 함수가 그 예이다.

16비트 윈도우 시절에 이 함수는

long MoveTo(HDC, int x, int y);

처럼 정의되어 있었다. 주어진 DC가 내부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리기 기준 위치를 x, y로 옮기고, 예전의 기준 위치를 리턴값으로 돌려줬다. 그때는 좌표계의 범위가 16비트이기 때문에, 두 개의 16비트 수치를 32비트 long 정수로 합산해서 표현하는 게 괜찮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 디자인은 32비트 환경에서는 바뀌는 게 불가피해졌다. int 개개의 값이 32비트로 커졌고 32비트 윈도우는 32비트 좌표계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16비트 숫자야 범위가 너무 좁기 때문에 16비트 컴퓨터 시절에도 느리게나마 32비트 정수를 다루는 long 같은 타입이 있었지만, 32비트 둘을 합친 64비트 정수는, 언어 차원에서 표준으로 지정된 타입이 그 당시에 없었다.

그래서 32비트 환경에서는 예전의 기준 위치를 POINT라는 별도의 구조체의 포인터에다가 되돌리는 형태로 동작 방식이 바뀌어야 했고, MoveToEx라는 함수가 추가되었다.

BOOL MoveToEx(HDC, int x, int y, POINT *pPoint);

윈도우 API에 어떤 함수의 Ex 버전이 추가되더라도 MS는 어지간하면 옛날 버전 함수도 남겨 두는 편인데, MoveTo만큼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원래 있던 함수는 삭제되고 새로운 함수로 대체되었기 때문에, 16비트 코드를 포팅하는 사람은 이 함수의 호출 부분을 수동으로 리팩터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좌표계가 어차피 16비트 범위를 넘을 일이 절대 없다는 보장이 있고 기존 16비트 코드를 빠르게 포팅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이런 wrapper 함수를 자체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long MoveTo(HDC hDC, int x, int y)
{
    POINT pt;
    MoveToEx(hDC, x, y, &pt);
    return MAKELONG(pt.x, pt.y);
}

오리지널 버전을 왜 살려 두지 않았냐 하면, 저런 식으로 확장해야 하는 함수가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에, 오리지널 버전을 다 살려 뒀다간 윈도우 API가 심하게 너무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다.

GetViewportExtEx, GetWindowExtEx, GetViewportOrgEx, GetWindowOrgEx와 이들의 Set 버전들. 오늘날의 윈도우 API에 Ex 버전만 존재하고 오리지널은 남아 있지 않은 이유가 동일하다. 16비트 시절에는 간단하게 x, y좌표를 32비트 long으로 합쳐서 되돌리던 함수였는데 그것이 32비트 윈도우에서부터는 POINT나 SIZE 구조체를 통해서 결과값을 받도록 바뀌었다.

사실, GDI라는 게 화면 픽셀만을 취급한다면 좌표계가 16비트 범위만으로도 아주 충분할 것이다. 오늘날도 화면 해상도는 끽해야 1000~2000대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GDI는 화면뿐만 아니라 프린터도 다루고, 픽셀뿐만 아니라 장치 독립적인 더욱 정밀한 단위도 취급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좌표계의 크기를 32비트로 확장할 필요가 있었다.

다만, 과거의 윈도우 9x는 GDI와 USER 계층의 상당수가 16비트 코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기 때문에, API는 저렇게 32비트 형태여도 내부적으로 여전히 16비트 좌표계의 한계를 지니고 있긴 했다. 그러니 실수로 32767을 넘어가는 40000쯤 되는 좌표로 선을 그으라고 하면, 숫자가 음수로 바뀌어 인식되어 선이 오른쪽 끝이 아닌 왼쪽 끝으로 가게 되었다. 이런 보정은 응용 프로그램이 알아서 해 줘야 했다. 암울했던 시절이다.

이런 점에서 윈도우 API를 커버하는 계층인 MFC가 편한 구석이 있다. 16비트 시절이나 32비트 시절이나 CDC 클래스의 멤버 함수의 프로토타입은 CPoint MoveTo(int x, int y)로 동일하다. POINT 자료구조를 생으로 함수값으로 되돌리게 한 것은 오버헤드가 따르지만, 그냥 이식성과 개발 편의에다 더 비중을 두고 클래스를 설계한 셈이다.

그럼, 세월이 흘러 32비트에서 64비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생긴 큰 변화는 무엇일까?
뭐니뭐니해도 GetWindowLong 함수를 예로 들 수 있다. Set 버전도 포함.
얘는 원래 주어진 윈도우에 대해서 스타일, ID, 윈도우 프로시저 주소 등 다양한 수치 정보를 얻어 오는 일종의 다형적인(polymorphic) 함수이다. 리턴값이 일반 숫자일 수도 있고 포인터나 핸들일 수도 있다.

32비트 시절에는 컴퓨터가 표현하는 숫자의 크기는 32비트로 사실상 획일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었다. int나 long을 바로 포인터로 typecast하거나 그 반대로 해도 정보가 손실될 일이 없었다.
그러나 64비트에서는 이것이 큰 문제로 작용하게 되었다. 윈도우 운영체제는 int와 long은 호환성 차원에서 32비트로 그대로 유지하고,포인터와 핸들만 64비트로 키우는 정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발자의 편의를 위해 비주얼 닷넷쯤의 플랫폼 SDK에서는 잘 알다시피 INT_PTR처럼 _PTR이라는 자료형 typedef가 추가되었다. 포인터의 크기와 같은 정수형이라는 보장이 있는 정수형을 따로 구분해서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윈도우 API도 원래는 GetWindowLong 하나만 있었는데 GetWindowLongPtr이라는 명칭이 추가되었다. 이것이 32비트 환경에서는 그냥 GetWindowLong로 도로 치환되는 매크로에 불과하지만, 64비트에서는 Ptr 버전만이 운영체제의 user32.dll에 실제로 존재하는 함수이다.

다시 말해, 32비트에서는 기존 Long과 새로운 LongPtr 버전을 둘 다 쓸 수 있고 LongPtr이 내부적으로는 Long으로 도로 바뀌어 처리되는 반면, 64비트에서는 LongPtr만 써야 하고 Long을 쓰면 에러가 난다.

이 함수가 받는 매개변수도 32비트 범위로 충분한 GWL_STYLE, GWL_ID 같은 상수는 바뀐 게 없는데, 포인터와 크기가 같은 윈도우 프로시저나 인스턴스 핸들 같은 걸 지정할 때는 GWL_*말고 GWLP_*라는 명칭이 새로 추가되었다. 둘은 의미하는 값도 차이가 없는데 왜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일까?

이는 단순히 프로그래머의 편의를 위해서이다.

int n = (int)GetWindowLong(hWnd, GWL_WNDPROC);

64비트에 환경에서는 윈도우 프로시저의 크기 (8바이트)가 int의 크기(4바이트)보다 더 크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32비트 관행을 전제를 하고 작성된 코드는 64비트 환경에서 아예 컴파일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INT_PTR n = (INT_PTR)GetWindowLongPtr(hWnd, GWLP_WNDPROC);

이렇게 짜 주면 32비트와 64비트에서 모두 안전하게 잘 동작하는 코드가 된다.

memory mapped file을 만드는 CreateFileMapping이나 MapViewOfFile 함수는 메모리의 크기를 64비트 범위로 잡을 수 있어서 그 값을 32비트 기계에서 처리하기 편하게끔 두 개의 32비트 숫자로 쪼개서 받아들인다. 64비트 윈도우에서는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지만 함수의 프로토타입이 바뀌지 않았다. 어차피 64비트 윈도우라고 해서 당장 4GB를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메모리를 한 번에 잡는 일은 실제로 거의 없기 때문이다.

GlobalAlloc, VirtualAlloc, HeapAlloc 같은 메모리 할당 함수들은 메모리의 양을 잡는 숫자의 자료형이 SIZE_T이다. 즉, 32비트 환경에서는 32비트, 64비트 환경에서는 64비트로 결정된다는 뜻. SIZE_T는 UINT_PTR과 의미상 사실상 동급인 셈이다.
하지만 파일을 읽고 쓰는 ReadFile와 WriteFile은 정보를 전송하는 단위가 SIZE_T도 아니고 그냥 DWORD(32비트)로 고정되어 있다.

다만, 32비트 환경에서라도 32비트 크기의 범위를 능가하는 방대한 파일을 취급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파일의 크기를 얻거나(GetFileSize), 파일의 특정 지점을 탐색하는(SetFilePointer) 함수는 역시 32비트 필드를 두 개 받아서 64비트 숫자를 전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윈도우 2000부터는 숫자를 32비트 단위로 쪼갤 필요 없이 64비트 숫자를 한 번에 전달받는 Ex 함수가 운영체제 차원에서 추가되었다.

MFC는 운영체제에 그런 Ex 함수가 추가되기 전부터 CFile::Seek나 CFile::GetLength는 언제나 64비트 정수를 다뤄 왔으니 속 편한 경우라 하겠다.

GlobalMemoryStatus 함수는 현재 컴퓨터의 전체 메모리 양과 남은 메모리 양을 되돌리는 함수인데, 램 용량이 4GB를 넘어서는 날이 올 거라고 과거에 상상이 가능했을까. 구조체의 각 멤버가 32비트 크기로 고정되어 있다가 이것이 64비트로 확장된 Ex 함수가 역시 윈도우 2000 때부터 추가되었다. 64비트 운영체제에서는 오리지널 함수를 없애 버려도 될 법도 해 보이는데 이건 오리지널과 Ex가 여전히 남아 있다.

16비트 시절에는 윈도우 메시지와 함께 전달된 두 개의 부가 정보 중 WPARAM은 16비트이고 LPARAM은 32비트 크기였다. 그러던 것이 32비트 환경에서는 둘 다 32비트가 되었다. 16비트와 같은 사고방식이라면 64비트 환경에서는 WPARAM은 32비트이고 LPARAM만 64비트로 승격해도 될 것 같으나 그렇지 않다. 둘 다 64비트이다.

machine word보다 더 작은 크기로 정보를 제한해서 담을 필요가 전혀 없을 뿐더러, 이미 32비트 시절에 WPARAM과 LPARAM을 구분하지 않고 포인터와 핸들을 담는 관행이 10년 넘게 지속되었을 텐데 다시 그 구분을 넣는다는 건 불가능한 지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 플랫폼에서만 10년 넘게 프로그래밍을 하니까 이제는 그 API를 처음에 설계한 사람의 마음을 읽고 시대에 따른 변천사를 이해하는 경지에 도달하는 걸 느낀다. ^^

Posted by 사무엘

2012/04/21 19:29 2012/04/2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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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전산학이나 컴퓨터과학· 공학의 전공자가 아니어도, 그리고 현업 프로그래머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기계 다루는 것에 조예가 있는 컴덕후라면 요즘 컴퓨터의 발전 추세가 어떤지는 다들 알 것이다. 사실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자인 본인보다도 더 잘 알 것이다.

튜링 완전하며 메모리로부터 프로그램을 읽어 와서 구동하는(프로그램 내장 방식) 범용 컴퓨터가 발명된 지가 아직 100년은커녕 반세기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컴퓨터의 속도와 메모리 용량은 가히 넘사벽급으로 발달했다. 컴퓨터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발명한 물건의 내부에서, 시간에 따른 지수함수 스케일의 발전을 볼 수 있던 얼마 안 되는 엄청난 분야였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는 있어서 컴퓨터 성능의 대표적인 지표이던 클럭 속도가 2003년 즈음에 놀랍게도 지수함수적인 성장이 멈췄다. 10년까지는 아닌 거 같다만 8, 9년 전의 PC나 지금의 PC나 다 3GHz대이다. 오늘날과 같은 반도체 회로라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전력 소모와 발열 때문에 컴퓨터의 기본 동작 자체만의 속도가 더 빨라질 수는 없다.

우리가 다루는 컴퓨터는 생각보다 굉장히 정밀하고 빡세게 만들어져 있다. 예전부터 파이프라인, pre-fetching 등 온갖 있는 테크닉, 없는 꼼수를 다 동원해서, 어떻게든 낭비되는 자원이 없이 모든 자원이 계산에 동원되고, 1ms라도 속도를 더 올리려고 공돌이들의 온갖 공밀레 연구가 동원되었다. 이런 수직적인 성장이 한계에 달하니 요즘 컴퓨터는 코어 수를 늘려서 분업이라는 수평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100이라는 일이 있어서 이게 2GHz짜리 컴으로 다 처리하는 데 10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면, 1GHz짜리 컴으로는 20만큼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1GHz 짜리 컴이 2개 있어서 그 일을 정확히 50씩 분담할 수 있다면, 각각의 컴퓨터의 최대 속도는 비록 1GHz밖에 안 되더라도 10에 가까운 시간 만에 일을 끝마칠 수 있어서 2GHz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이 기본적인 아이디어이다.

물론, 딱 10으로 줄이지는 못한다. 일을 분할하고 두 대의 컴퓨터를 세팅하고 굴린 후, 두 컴퓨터(코어)가 내놓은 결과를 취합하는 오버헤드가 역시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에 상호 의존성이 없이 역할을 저렇게 딱 분담할 수 있는 작업이란 흔치 않다.

방대한 계산이 필요한 작업을 다수의 컴퓨터 기계들을 여러 대 동원해서 수행하는 건, 분산 컴퓨팅이라 하여 예전부터 그리 생소한 개념이 아니었다. 3D 그래픽으로 영화를 만드는 업계에서는 rendering farm이라 하여 수많은 컴퓨터들을 농장에다 비유할 정도로 열나게 굴려서 영상을 만들어 낸다. 빌드 속도가 느린 걸로 악명 높은 C++ 언어를 위해서 Incredibuild라는 이스라엘산 분산 빌드 시스템도 있다.

그런 것처럼 개개의 컴퓨터도 이제 코어가 여러 개 돌아가고 멀티스레딩 능력이 충분히 뛰어나니, 이제는 프로그램 차원에서 멀티코어-aware한 개발이 필요해졌다. 왜냐하면 분산 처리 시스템을 설계하는 건 정말 머리가 뽀개질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에 컴퓨터나 컴파일러가 자동화를 해 줄 수 없다. 예전 계산 결과에 의존적인 다음 계산을 병렬로 동시 수행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멀티코어-aware하지 않은 옛날 프로그램은 컴퓨터가 언제나 최악의 case로 가정하고 보수적으로 돌려서 코어를 하나만 할당하여 돌아가게 된다. 한 프로그램이 while(1); 만 하고 가만히 있다 해도 CPU 사용률이 100%로 치솟지 않는다.

특히 C/C++의 포인터는 그야말로 아무 메모리 주소나 가리킬 수 있고, *a, *b가 있으면 둘이 가리키는 주소가 같을지 아닐지 등 최적화나 병렬화를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너무 generic하기 때문에 오히려 처리가 어렵다고 한다. 파스칼이나 포트란처럼 언어 표현력이 C/C++보다 부족한 대신에 컴파일러가 소스 코드만 보고서 그 복잡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언어가 병렬화에는 오히려 더 유리하다고.

그래서 소스 코드의 특정 구간에 대해서 컴파일러나 CPU가 안심하고 병렬화를 할 수 있게 중간 중간에 부가정보를 인위적으로 넣어 줄 필요가 생겼는데, 이런 부가정보를 기술하는 표준 규격 중 하나가 그 이름도 유명한 OpenMP이다. #pragma omp 같은 컴파일러 지시자도 있고, OpenMP 라이브러리보부터 호출해서 쓰는 함수도 있다.

옛날에 C언어가 처음 발명되던 시절엔 최적화를 위해서 변수를 가능한 한 레지스터에 올려라고 지시하던 register라는 카워드가 있었는데, 앞으로 C/C++ 같은 네이티브 코드 언어는 멀티코어를 언어 차원에서 수용하는 규격이 덩달아 생겨야 할 것이다.

물론, CreateThread 같은 함수를 써서 코드의 로직 차원에서 대놓고 여러 작업 스레드를 만들었다면, 단일 프로세스가 여러 개의 코어를 자연스럽게 점유하는 게 응당 가능하다. 그러나 디자인의 성격상, 멀티스레딩은 보통 일하는 스레드, 사용자 UI 스레드, 입출력 신호를 기다리는 스레드처럼 용도별로 달리 배당하는 게 바람직하지, 동일한 일을 하는 코드 내부에서 굳이 다중 코어 활용을 위해 스레드를 분할하기에는 동기화를 비롯해 일이 너무 복잡해진다. 서버 같은 게 아니라면, 제각기 CPU를 full로 사용하는 여러 작업 스레드를 만들 일 자체가 매우 드물다.

이때 멀티코어 프로그래밍을 잘 하면 이런 단일 코드가 명시적인 스레드 생성을 하지 않고도 CPU의 자원을 골고루 전부 활용해서 고성능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이렇게 작업을 분할하는 오버헤드부터가 큰 편이기 때문에, 소규모 작업보다는 동영상 인코딩이나 대용량 파일 압축이나 컴파일 같은 진짜 방대한 작업에서 멀티코어의 진가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일례로, 비주얼 C++은 2005부터 빌드할 때 병렬 컴파일이 수행된 경우, 빌드 로그에 해당 빌드를 수행한 코어의 번호가 뜬다.

O(n^3)짜리 행렬 곱셈은 워낙 단순 무식하고 복잡한 의존도 따위도 없는 순수 노가다이다 보니, “나 병렬화 해 주세요”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퀵 정렬이나 병합 정렬처럼 구간이 딱딱 나뉘는 알고리즘이 병렬화에도 적합한 구조일 것 같긴 하다만, 요즘 컴퓨터의 성능이라면 겨우 internal sort 규모의 정렬 작업은 굳이 멀티코어를 쓸 필요도 없을 정도로 금방 끝날 듯.

요컨대 이제는 고성능 컴퓨터를 쓰는 것만으로 프로그램의 수행 속도가 저절로 올라가는 시대는 끝났다. 그 다음으로 레지스터 배당이라든가 캐시나 파이프라인 적중률 같은 건 CPU 설계에 맞춰 컴파일러가 더 똑똑해야 하는 영역인데, 이 역시 튜닝의 수준은 예술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필요해진 것이 코드에 등재되어 있는 병렬화 가능성 정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멀티코어는 프로그래머가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이 되었음이 틀림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2/04/13 08:24 2012/04/1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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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C++ MFC의 역사 -- 下

현재 윈도우 운영체제의 GUI는 잘 알다시피 윈 2000/ME까지 유지되던 고전 테마, 그리고 XP 테마와 비스타/7 테마가 서로 따로 논다.
MS 오피스도 XP/2003/2007이 따로 놀고,
거기에다가 비주얼 개발툴의 디자인도 2005/2008/2010이 다 달라진다.

어디 그뿐인가. 현재 운영체제의 configuration에 따라 테마가 나타나는 모양도 달라져야 한다. 가령, 오피스 2003은 전반적으로 파란 색상이지만 운영체제가 회색 고전 테마일 때는 은색이 깔림. 그 반면 오피스 2007은 독자적인 배색 컨셉이기 때문에 운영체제의 상태에 관계 없이 여전히 은은한 하늘색 색상이 되는 게 맞다.

이런 세세한 알고리즘은 reverse engineering이라도 해서 알아내야 할 텐데, GUI 툴킷 만드는 일은 정말 장난 아니게 어려울 것 같다. 아래아한글의 스킨을 개발하는 팀도 고생 무지하게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운영체제 GUI를 완전히 생까던 9x  시절이나, 반대로 잠시 100% 운영체제 표준 GUI만 따르던 워디안 시절이 나았겠다.

자, 이렇게 GUI 비주얼들이 난립하고 기존 MFC는 이런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 채 시간만 자꾸 흐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MS는 결단을 내렸다. 바로 비주얼 C++ 2008 플러스 팩. MFC42 시절 이래로 MFC에 대대적으로 기능을 추가하여 역대 오피스와 비주얼 툴들의 UI, 그리고 심지어 리본 UI까지 MFC에다 넣어 줬다.

MFC의 새단장 소식이 전해지던 당시, 많은 개발자들은 MS가 자기네 오피스 팀이 개발한 오리지널 GUI 소스를 리팩터링해서 전해 줄지 무척 기대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건 아니고, 이미 BCG라는 러시아 회사에서 개발하여 판매 중이던 제3자 라이브러리를 MS라는 브랜드만 넣어서 제공하는 형태가 되었다. MS의 GUI는 MFC를 써서 개발된 것도 아니고, 모듈 구조를 보아하니 외부에 선뜻 떼어 줄 만한 상태가 아닌 모양이다.

이 작업의 결과로 MFC DLL은 덩치가 정말 크고 아름다워져서, 1MB 초반이던 게 4MB를 훌쩍 넘어갔다. CWinApp, CFrameWnd는 새로운 GUI 기능과의 연동을 위해, Ex라는 접미사가 붙은 CWinAppEx, 그리고 CFrameWndEx라는 파생 클래스가 추가되었다.

그런데, MS가 제3자 중에서도 왜 하필 BCG 라이브러리를 선택했는지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 김 민장 님이 굉장히 옛날에 쓰신 개념글을 하나 읽어보자.

일단, 한눈에 BCG 제품의 메뉴 폰트가 한 픽셀 작음을 알 수 있다. 메뉴뿐만 아니라 툴바 아이콘도 가로 폭이 1픽셀 작은 것 같고, "Solution Explorer"의 글씨도 작다. (중략) 데모 프로그램 다운 받고 단 3분 동안 들여다 봤는데도 벌써 이상한 점 서너 개가 나왔다. 그러니 BCG 제품을 믿지 못하겠고 사용하기가 꺼려지는 것이다.


특히 메뉴의 글씨의 크기가 작은 것은 비주얼 C++ 2008/2010에서까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는 걸 본인 역시 확인했다. 이건 꽤 심각한 문제인데? (왼쪽이 good, 오른쪽이 bad)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도대체 왜 이렇게 동작하는 걸까? 궁금해서 MFC의 소스를 들여다봤다. 내가 발견한 문제점은 두 가지이다.

afxglobals.cpp를 보면 MFC의 GUI 구성요소들이 한데 공유하는 GDI 오브젝트들이 한데 모여 있으며, 그 중에는 글꼴 오브젝트도 응당 있다. 그런데 여기 생성자를 보면,

m_bUseSystemFont = FALSE;

로만 되어 있고, SystemFont라고 MFC 소스 전체를 검색해 봐도 이 값을 바꾸는 멤버 함수 같은 건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메뉴의 글씨체는 운영체제의 시스템 글꼴로 나오는 게 일반인데(한글 윈도우의 고전 테마에서는 그냥 ‘굴림’처럼), 저게 TRUE가 아닌 FALSE인 한은 운영체제 한글 윈도우 고전 테마 + 오피스 구버전 테마 모드에서도 메뉴의 글꼴은 Segoe 내지 Tahoma로 자기의 독자적인 글꼴로 출력된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UpdateFonts 함수에 있다. Adjust font size라는 주석 하에

if (nFontHeight <= 12)
    nFontHeight = 11;

라는 글꼴 보정 코드가 있다. 그런데 이 잘못된 보정 때문에 BCG 툴킷이 정상보다 글씨가 작게 찍힌다. 도대체 이 코드가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12픽셀이던 걸 11픽셀로 줄이면, 한글· 한자가 가장 잘 찍히는 9포인트보다 글자 크기가 한 단계 더 작아져 버린다. 아마 영문 오피스 2007의 글꼴이 여타 비주얼에도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듯하다.

한눈에 봐도 MS 원본 프로그램과는 UI가 다르게 찍히는 GUI 툴킷을 최소한의 보정도 없이 MS가 자기 이름으로 어떻게 MFC에다 내장시켜서 내놓은 걸까? 물론 이런 시도조차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역시 네이티브 C++ 개발자로서 꽤 안타까운 일이다. 차라리 제3자 라이브러리 시절에는 소스를 고쳐서 라이브러리를 새로 빌드할 수라도 있지만, 그 거대한 MFC의 내부에 내장이 되어 버린 코드는 고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김 민장 님의 블로그에 나와 있듯, BCG보다는 Codejock이라는 미국 회사에서 개발한 Extreme Toolkit이라는 GUI 라이브러리가 원본과의 고증(?)이 더 잘 돼 있고 품질이 좋다고 그런다.

이렇듯, MS는 자기네가 처음으로 구현한 기능을(뭐, 오피스 팀이니, VS 팀과는 다른 부서이지만) 외부 회사로부터 구현체를 사 오는 기묘한 방법으로 집어넣어서 MFC를 확장했다. 일단 MS 내부에서 MFC를 자기네 프로그램의 개발에 거의 안 쓴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다. -_-;; 진짜로 워드패드와 그림판을 빼고는 거의 없다.

본인 역시 일단 중요 제품인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MFC 없이 순수 API + 간단한 싸제 라이브러리만으로 개발하기 시작했으니, MFC와는 직접적으로 결별했다. 하지만 C++과 윈도우 플랫폼이 살아 있는 한, MFC의 중요성과 의의는 그리 금방 격하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덩치가 커져도 너무 커져 버린 건 진짜로 아쉬운 점이다. 그렇게 살이 뒤룩뒤룩 찐 네이티브 환경을 쓰느니, 차라리 훨씬 더 생산성 좋은 닷넷이 그 역할을 조금씩 대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윈도우, 오피스, VS는 앞으로도 또 비주얼이 완전히 확 바뀌는 일이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_-되기도 한다. ^^

Posted by 사무엘

2012/03/29 09:10 2012/03/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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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C++ MFC의 역사 -- 上

옛날에 비주얼 C++의 역사에 대해서는 거창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MFC 자체에 대해서는 의외로 블로그 개설 이래로 글을 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이 주제로 한번 칼럼을 써 보겠다.

MFC는 잘 알다시피 C 언어 기반인 윈도우 API를 C++로 얇게 포장하는 한편으로, C++의 특성을 살려 더욱 생산성 있고 편리한 윈도우 응용 프로그램 개발을 목표로 만들어진 C++ 라이브러리이다. C 언어로 API만 쓸 때에 비해 네이티브 코드 프로그램 개발이 넘사벽급으로 훨씬 더 편리해진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특히 message map 덕분에! ㅋㅋ).

이것의 역사는 윈도우 3.x 시절이던 1992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는 MS의 주력 운영체제가 도스에서 윈도우로 바뀌고, 주 개발 언어가 C에서 C++로 이제 막 바뀌던 매우 중요한 과도기였다. 당시 볼랜드의 터보 C의 인지도에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긴 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도 MS C라는 컴파일러를 개발해서 팔고 있었고, 이게 7.0 버전부터는 C++ 언어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MFC는 바로 MS C/C++ 7.0부터 도입되었으며, 그 다음부터는 제품명이 그 이름도 유명한 비주얼 C++ 1.0으로 바뀌게 되었다. 당시에는 라이브러리에 Microsoft Foundation Classes라는 거창한 정식 명칭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Application Frameworks라고 불렸다. 이것이 바로 AFX의 어원이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MFC의 핵심 인클루드 파일 이름은 mfc.h가 아니라 afx.h / afxwin.h이다. 또한 AfxGetApp(), AfxMessageBox() 같은 함수명과, AfxWnd##, AfxFrameOrView##처럼 MFC가 자체적으로 생성하는 윈도우 클래스 이름에도 AFX라는 약어를 찾을 수 있다.

비록 16비트 시절부터 존재하긴 했지만 MFC가 본격적으로 볼랜드 사의 컴파일러와 걔네들 라이브러리를 누르고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 건 32비트로 넘어오면서이다. MFC가 첫 도입되었을 때는 C++ 개념을 구현하는 데 드는 특유의 오버헤드가 성능 면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었다. 가령, code bloat으로 인한 용량 증가를 비롯해, 가상 함수 호출이라든가, 윈도우 핸들을 C++ 개체로 연결하기 위한 비용 같은 것 말이다.

워낙 옛날에, C++이 지금과 같은 규격으로 확장되기 전에 개발되던 것이다 보니 MFC는 RTTI를 자체적인 메커니즘으로 구현했으며, 컨테이너 클래스를 템플릿 없이 자체적으로 여러 구현체로 만든 게 있다. CPtrList, CObList 같은 것 말이다. MFC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는 C++에 아직 템플릿이란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흔한 namespace조차 쓰지 않았다. 당연히 그때는 namespace가 없었기 때문.

MFC가 드디어 어느 정도 안정화를 이뤄 낸 것은 비주얼  C++ 4.2에서 도입된 MFC 4.2이다(MFC42.DLL). 비록 후속 버전인 비주얼 C++ 5와 6에서 개선과 기능 추가가 있었지만, 이것은 하위 호환성이 완벽하게 유지되는 변화이기 때문에 파일 이름이 동일했고, 이것이 MFC42.DLL이 윈도우 98 이래로 모든 윈도우 운영체제가 기본 내장하고 있는 표준 MFC DLL이 되었다.

오늘날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MFC42.DLL은 이제 비주얼 C++ 6.0이 제공하던 클래식 MFC42.DLL과 하위 호환성만 유지되는 superset으로, 비주얼 C++과는 별개로 운영체제가 관리하는 DLL이다. 가령, 윈도우 7의 워드패드와 그림판은 명목상 MFC42.DLL을 사용하지만, 원래 VC6에는 없던 리본 인터페이스를 자기네 MFC42.DLL로부터 가져와서 사용하고 있다.

16비트에서 32비트로 넘어가면서 MFC는 일부 내부 자료구조가 바뀌었다. 특히 handle map은 스레드마다 서로 따로 돌아가기 때문에, 서로 다른 스레드끼리 핸들을 주고받을 때는 MFC 개체가 아닌 핸들을 직통으로 주고받아야 안전하다.

뭐, 이뿐만이 아니라 자체 구현으로 표시하던 toolbar와 status bar가 윈도우 95/NT 3.5부터는 common control이라고 운영체제에 정식으로 편입되었기 때문에, 그걸 그냥 끌어다 쓰는 걸로 내부 구현이 바뀌었다는 것도 첨언하겠다.

비주얼 C++ 6에서 닷넷으로 넘어가면서는 CString 같은 기초 자료형이 MFC가 아닌 ATL이라는 다른 라이브러리로 내부 관할이 바뀌고, 완전히 템플릿 기반으로 바뀌어서 한 코드로 ansi string과 wide string을 모두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DLL의 배포 방식이 변화를 겪기도 했다.

그 뒤 MFC는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이렇다 할 큰 변화가 없었고,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C# 언어와 닷넷에 비해 MS가 네이티브 개발을 너무 홀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특히 MS는 오피스 제품을 주축으로 독자적인 화려한 GUI(메뉴, 툴바 등)를 선보였고 오피스 2007부터는 리본 UI라는 완전히 새로운 물건까지 선보여 왔는데, 이를 모방하여 구현해 주는 MFC 기반 싸제 GUI 라이브러리가 제3자에 의해 미들웨어로 전문적으로 개발되어 판매될 정도가 되었다. 이름하여 GUI 툴킷.

과거 오피스 97/2000까지만 해도 프로그램 비주얼이 운영체제의 그것과 그렇게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오피스 XP부터 운영체제 기본 프로그램의 비주얼과 그런 오피스(?)급 프로그램의 비주얼은 이질감이 확 생겨 버렸다. 사실은 오피스 XP의 그 하얗고 깔끔한 2D같은 GUI가 윈도우 XP의 전반적인 GUI 디자인이 될 예정이었는데, 그 계획이 수틀리는 바람이 그 오피스 계열하고 운영체제의 알록달록 둥글둥글(?)한 디자인 계열은 따로 놀게 된 거라고 한다.

다음 하편에서는 이 GUI 툴킷과 관련된 MFC의 변천사 이야기를 계속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2/03/27 08:35 2012/03/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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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파이 (개발툴)

한 달쯤 전에 비주얼 베이직 리뷰를 쓴데 이어 오늘은 델파이와 해당 계열 RAD 툴의 리뷰를 좀 써 보겠다.
비주얼 베이직뿐만이 아니라 델파이와 C++ 빌더(C++ Builder)는 본인이 지금 같은 골수 비주얼 C++ 유저가 되기 전에, 도스에서 윈도우 프로그래밍으로 넘어가던 과도기 시절에 잠깐 써 본 개발툴이다.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다.

일단 파스칼이라는 언어 자체가 본인이 베이직에서 C/C++로 넘어가기 전에 과도기적으로 잠깐 공부했던 언어이다. 당시 정보 올림피아드 공부용으로 파스칼이 아주 깔끔하고 좋다는 말이 있기도 했고 말이다. 이 언어는 정말로 베이직과 C 사이의 과도기 역할을 하면서 본인의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의 전환에 굉장한 도움을 주었다.

도스용 볼랜드 파스칼 역시 상당히 잘 만든 개발툴이었다. 그래서 본인은 이걸로 뭔가 이렇다할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지 못한 게 좀 아쉽다. 개발툴의 본좌(?)이던 마이크로소프트와 볼랜드는 둘 모두 도스에서는 16비트의 한계를 벗어나질 못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역시 <날개셋> 한글 입력기처럼 극도의 최적화를 추구해야 하는 프로그램은, 비주얼 C++만치 더 적격인 툴이 없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1990년대 초중반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비주얼' 브랜드로 새로운 개발툴을 내놓은 것처럼 볼랜드는 오브젝트 파스칼 기반의 완전히 새로운 RAD 툴을 내놓았다. 그것이 바로 델파이. 게다가 1995년에 첫 출시된 1.0은 전무후무하게 16비트 윈도우용이었다.

델파이는 원래 AppBuilder라는 제품명이 붙을 예정이었고 Delphi는 코드명일 뿐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에 대해서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잘 알다시피 IT계엔 그 이름도 유명한 Oracle이라는 데이터베이스 엔진(DBMS)가 있다. 이거 참 센스 있는 작명인게, DB에다가 SQL을 때려서 쿼리가 수행되는 것을 마치 신탁을 내리는 것에다 비유한 것이다. “수천만 개의 레코드 중에서 요것과 연계하여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놈을 눈앞에 0.1초 안에 대령하라.” 검색 엔진에다 심마니라는 이름을 붙인 것과 비슷한 맥락의 작명이라 하겠다.

그런데 신탁이 내려지는 곳이 어디던가? 신전이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에는 델파이라는 도시에 아폴로 신전이 있었다.
델파이는 DB와 연동하는 업무용 프로그램을 파스칼 언어를 기반으로 빠르고 편리하게 개발해 내라고 만들어진 개발툴이다. 그래서 DB 쿼리라는 신탁이 내려지는 장소에다 빗대어 델파이라는 코드명이 정해졌고, 이게 곧 제품명이 되었다. (뭐, 굳이 DB를 안 쓰더라도 각종 유틸리티나 에디터, 툴을 만드는 용도로도 좋지만 말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델파이는 지금까지도 신전이나 집 비슷한 모양을 한 아이콘을 갖고 있다. 델파이의 C++ 버전이고 델파이보다는 훨씬 덜 유명한 C++ Builder는 집+크레인처럼 생긴 건축 기계 모양 아이콘이다. C++ 빌더는 다른 건 델파이와 비슷한데 역시 C++의 특성상 빌드 속도는 훨씬 더 느리며, RAD 툴의 용도에 맞게 C++ 문법을 자기 식대로 확장한 게 좀 있다. 또한 C++답게 경쟁사의 MFC 라이브러리도 내장하고는 있다.

그런 곳에서는 C++의 위상이 좀 므흣한 게, 닷넷으로 치면 마치 C++ managed extension 같은 존재이다. 닷넷에서는 아예 확실하게 C#을 쓰고 필요한 곳에나 unsafe 코드를 가끔씩 집어넣고 말지, 네이티브 기계어 개발이 아니라면야 C++이 얼마나 메리트가 있겠나 싶다. C/C++을 쓸 정도이면 아예 Win32 API만을 이용한 하드코어 저수준 개발을 하지, 애초에 RAD용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 언어에다가 그 정도로 추상화 계층을 거친 RAD 껍데기를 거추장스럽게 씌울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다.

볼랜드에서는 자기네 RAD 툴에다가도 닷넷 기술을 연동하여 C# Builder 같은 툴을 만들기도 했지만 이건 얼마 못 가 접었다. 다들 비주얼 C#을 쓰지 굳이 볼랜드 툴을 쓰지 않았기 때문. 볼랜드는 그런 자신의 RAD 영역을 더욱 발전시켜서 마치 qt 같은 크로스 플랫폼 개발 프레임워크를 표방하며 리눅스용으로 카일릭스(Kylix)도 내놓고, 지금은 맥 OS X 범용 개발 환경도 내놓았는데, 아이디어는 분명 좋다만 결과는 과연 어떨까 궁금하다. 카일릭스는 수 년 전에 망했고 개발이 중단됐다.

하긴,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얘들은 개발사의 명칭이나 주체가 여러 번 바뀌었다(개명· 인수 합병). 볼랜드이다가 한때는 Inprise, Codegear를 거쳐 지금은 Embarcadero임.

이런 저런 사정이 많았으나 델파이는 결국 오늘날까지도 그냥 윈도우 플랫폼 한정으로 강세인 것으로 보인다. 나름 네이티브 코드(오옷!)를 가히 C++로는 엄두를 못 낼 전광석화의 속도로 생성하는 RAD 툴이니, 생산성은 확실히 우위이다. 프레임웍에 속하는 코드가 단일 exe에 모조리 static 링크되어 들어가기 때문에, Hello world 급의 프로그램도 Release 빌드의 exe는 1MB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

비주얼 C++ 2008 이상부터는 MFC를 static link해도 그 정도는 먹고 시작한다. 과거의 6.0 시절에는 MFC의 static link 오버헤드 크기가 200~300KB대였는데, 재미있게도 그 당시의 델파이 2~3도 exe의 기본 크기가 그 정도였으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오버헤드가 서로 비슷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델파이로 개발된 프로그램은 실행 파일을 실행 파일 압축기로 압축한 채 배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압축된 실행 파일은 코드 실행 영역이 동적으로 생성되고 고쳐지기 때문에, 동일 EXE가 중복 실행되었을 때 코드 영역이 동일한 물리 메모리를 공유하여 메모리를 절약하는 효과를 못 보지 싶다. 실행 파일 압축기가 집어넣어 준 압축 해제 stub이 그런 걸 똑똑하게 감지하여 처리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뭐, 요즘은 어차피 메모리도 차고 넘치는 시대이긴 하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C++ Builder는 델파이와는 달리 수 MB짜리 vcl.dll (Visual Component Library) 런타임이 필요한 작은 exe를 생성했었지 싶다. 즉, 정적 링크가 아니라 동적 링크 방식.

그런데 얘들의 프레임웍 라이브러리는 덩치만 큰 게 아니라 윈도우 API를 나름 체계적으로 잘 커버하고 있다. MFC는 윈도우 API에다 아주 최소한의 껍데기만 씌운 것에 가까운 반면, 볼랜드의 라이브러리는 운영체제 API에는 존재하지 않는 여러 추상적인 계층을 더 만들고, 심지어 같은 에디트 컨트롤도 single line (TEdit)과 multi line (TMemo) 버전을 따로 만들었다. MFC는 그냥 CEdit 하나로 끝인데 말이다. 내부 구현이 옵션만 다르게 지정된 동일한 에디트 컨트롤이니까 말이다.

라디오 버튼이나 체크 버튼도 under the hood는 그냥 버튼 컨트롤일 뿐이기 때문에 MFC는 CButton 하나로 끝이다. 그러나 볼랜드의 라이브러리는 응당 TRadioButton과 TCheckBox로 클래스가 따로 나뉘어 있다.
볼랜드의 프레임워크는 DC고 GDI 객체고 나발이고 생각할 것 없이 자기네가 마련한 TCanvas라는 개체를 통해 마음대로 색깔을 바꾸고 픽셀 단위 그래픽 접근이 가능한 반면, MFC에서는 그런 자비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추상화 계층을 마련하는 오버헤드가 exe의 실행 파일 크기 내지 런타임 DLL로 나타난다고 생각하면 됨.

이런 전통이 사실 볼랜드의 옛 C++ 라이브러리인 OWL (Object Windows Library)부터 어느 정도 전해져 오고 있었다. 델파이가 나오기 전, 볼랜드 C++/파스칼이 윈도우용으로 있던 시절 얘기이다. OWL이 좀 더 객체 지향 철학을 살려서 더 잘 만들어진 라이브러리이긴 했으나, 언제부턴가 IE가 넷스케이프를 누르듯이 MFC가 OWL을 떡실신시켜 버렸다.

세월이 세월이다 보니 델파이도 도움말 레퍼런스는 MS 비주얼 스튜디오의 Document Explorer를 쓰고 있어서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옛날 버전은 아예 WinHelp를 쓰고 있었는데, 자기네만의 도움말 시스템을 새로 만드는 건 너무 뻘짓이고 그냥 chm을 쓰기엔 레퍼런스의 분량이 너무 방대한데, 저렇게 하는 게 나은 선택이다.

델파이의 근간 언어인 파스칼은 내부적으로 문자열을 포함하는 방식이 원래 C/C++과는 다르다. 그러나 운영체제의 각종 API들이 오로지 C/C++ 스타일의 null-terminated 문자열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델파이 프로그래머도 C/C++ 스타일 문자열이라는 개념을 몰라서는 안 된다. 사실 파스칼과 C/C++은 함수 호출 규약조차도 달라서 과거에는 C/C++에서도 함수 선언할 때 STDCALL뿐만이 아니라 PASCAL이라는 속성이 있을 정도였다.

파스칼에도 포인터가 있긴 하다. 하지만 C/C++만치 배열과 포인터를 아무 구분 없이 남발할 수 있는 건 아니며 쓰임이 제한적이다. a[2]뿐만이 아니라 2[a]까지 가능한 건 가히 C/C++의 변태적인 특성이다만, 파스칼은 등장 초기에는 동적 배열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었다고 한다.
타입 선언에서 포인터를 의미하고 실제 수식에서는 포인터가 가리키는 값을 얻어오는 연산자가 C/C++은 *인데 파스칼은 ^이다.
그리고 이미 있는 변수의 주소를 얻어 오는 address-of 연산자는 C/C++은 &이고, 파스칼은 @이다.

델파이로 개발된 프로그램은 윈도우 비스타/7의 Aero 환경에서 창을 최소화해 보면 창이 작업 표시줄 쪽으로 미끄러지듯 fade out이 되지 않고 그냥 혼자 싹 없어지곤 했다. 나타나는 비주얼이 살짝 다르다. 델파이로 빌드된 다른 프로그램들을(특히 구버전) 살펴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그랬는데 최신 2011년도 델파이 XE2로 프로그램을 하나 빌드해 보니까 드디어 여타 프로그램처럼 제대로 최소화된다. 개선이 된 듯하다.
델파이가 유니코드와 64비트를 제대로 지원하기 시작한 것도 생각보다 최근이라고 들었다만.. 앞으로 이 툴이 어디까지 발전하고 MS의 비주얼 툴과는 다른 독자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지켜보는 건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 2014년 7월 1일 추가함.
델파이 1.0은 특정 업종 종사자들만 사용하는 딱딱한 개발툴인 주제에 무슨 게임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설치 화면을 자랑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설치 프로그램이 full screen 모양으로 실행되는 게 유행이던 시절의 즐거운 추억이다. 본인도 중학생이던 시절 저 화면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정말 개발툴 역사상 전무후무한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속도계는 어떤 축적된 분량이 아니라 단위 시간당 변화량 개념이기 때문에,
굳이 이런 프로그램에 넣더라도 차라리 지금 파일의 전송 속도를 나타내는 용도가 더 적절할 것 같다만..;;
어쨌든 저 계기판에서 속도계가 전체 설치 진행 상황을 나타낸다.

굉장한 창의력과 잉여력이 아닐 수 없다. 그때는 MS Office 9x 프로그램에도 간단한 핀볼이나 3D 레이싱 게임이 이스터 에그로 들어가 있었을 정도이니 뭐...
단, 델파이의 경우 설치 중에 저 배경에서 차가 실제로 주행하여 배경이 입체적으로 스크롤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 그건 일말의 아쉬운 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2/27 19:10 2012/02/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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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방학도 이렇게 끝이 보인다.
본인이 이번 방학 때 이뤄낸 가장 뜻 깊은 성과를 둘 꼽자면 하나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 6.5이고, 다른 하나는 HFT(아래아한글 전용 글꼴) 해킹 성공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글꼴들을 MS 오피스 제품에서도 쓰고 PDF도 자유롭게 만들고, 무엇보다도 화면에 anti-alias가 된 부드러운 모습으로 보니 너무 좋다.. 근성의 reverse engineering 오덕질을 통해서 이뤄 낸 성과. ㅋㅋ 새로운 글꼴로 아무 글이나 마구마구 써 보고 싶다.

또한, 날개셋 6.5 버전은 아직까지도 프로그램을 크게 고친 부분이 없을 정도로 역대 최고로 손꼽히는 안정성과 완성도로 잘 만들어졌다. 대단히 만족스럽다. 그래서 당분간 안심하고 완전히 새로운 기능 연구와 논문 준비 등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

2.
윈도우 7은 콘솔(명령창)에서 세벌식을 쓰면 '다다.' 이렇게 한글이 덧나는 버그가 있다. 왜 SP1에서도 안 고쳐진 걸까?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런 건 두고두고 디스를 좀 해 줘야 된다.
윈도우 운영체제는 NT 계열도 꼭 이런 이상한 버그가 역사적으로 하나씩 있었다.

과거 2000은 256색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오면 군청색 제목 표시줄의 색깔이 옅어지는 버그를 유일하게 갖고 있어서 SP4에서까지 안 고쳐졌고,
XP는 테마를 저장했다가 불러오면 Luna 모드에서도 메뉴가 클래식 모드처럼 표시되어 색깔이 이상해지는 버그가 있는데 역시 SP3에서까지 안 고쳐지고 저렇게 끝났다.

이런 이유로 인해 본인은 한글 IME 개발과 관련하여 까탈스럽고 안 좋은 추억 때문에 남들이 7 좋아하는 것만치 7을 좋아하지는 않으며, 남들이 비스타 싫어하는 것만치 비스타를 싫어하지도 않는다. -_-;; 뭐, 비스타도 희한한 버그 의심 증상이 하나 있긴 했으나, SP1에서 곧바로 고쳐짐.

3.
<날개셋> 편집기는 txt 확장자를 자기 프로그램으로 연결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만 놔 둬서는 윈도우 7의 jump list를 활용하지 못한다. (윈7 사용자 중에 jump list가 뭔지 모르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어쨌든 모른다면 검색 요망)

탐색기에서 txt 파일을 우클릭하여 '연결 프로그램 선택 → 찾아보기' 등을 골라서 <날개셋> 편집기를 한 번이라도 지정한 뒤(꼭, 기본 연결을 시켜 놓을 필요는 없고 이렇게만이라도), 나중에 <날개셋> 편집기의 열기 대화상자로 txt 파일을 열고 나면 그건 앞으로 jump list 에 등재되게 된다.

jump list를 좀 더 창의적으로 활용하면, 편집기는 당장 저런 기본 용도만으로도 충분할 것이고(최근 파일 열기),
변환기는 클립보드 변환 같은 자주 사용할 만한 task를 등록해 놓을 수 있겠으며,
입력 패드는 자주 쓰는 보조 입력 도구를 실행과 동시에 바로 꺼내 놓게 할 수 있겠는데 더 자세한 활용법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해 봐야겠다.

4.
얼마 전엔 드디어 <날개셋> 한글 입력기 프로젝트를 비주얼 C++ 2010용으로 정식으로 포팅해서 빌드해 봤다. 특이사항으로는,

- 사소한 컴파일 에러가 있었으나, 더 깔끔하고 분명한 코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에러였으며 쉽게 잡았다.
- VS 2010의 빌드 시스템은 $(TargetPath) 변수의 값을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부여하는 듯하다. 그래서 이걸 조정하는 노가다를 매 프로젝트들마다 좀 해야 했다.

이것 외엔 딱히 트러블이 없었으니 무리 없이 잘 갈아탔다.

동일한 옵션으로 빌드했지만 x86 바이너리(32비트)들은 VS 2008과 비교했을 때 크기가 살짝 더 커졌고, x64 바이너리(64비트)들은 살짝 더 줄어들었다.
같은 코드를 빌드했을 때 바이너리 크기가 조금씩 더 커지는 건, VC6 이래로 개발툴이 업데이트되면서 비교적 일관되게 관찰되는 추세였다. 최적화가 인라이닝 등 코드 크기를 더 키우는 쪽으로 행해져서 그런 것 같다.

비주얼 C++ 2010은 C/C++ 언어도 빌드 중에 'Linking...'이라는 말이 안 뜨고 generating code...에 링킹이 포함되는 듯하다.
똑똑한 인텔리센스는 부러운 점이긴 하다만, 너무 커진 덩치, 이질감이 생긴 GUI와 도움말 시스템 때문에 2010은 개인적으로 언제쯤 도입하게 될지 모르겠다. 다만, 리소스 에디터가 드디어 윈도우 비스타의 PNG 내장 아이콘(256*256)까지 제대로 표시해 주는 점은 마음에 든다.

5.
내 경험상 윈7은 USB 메모리(스틱 or 외장 하드) 매체의 제거를 예전 OS에 비해 더 관대하게, 더 빨리 허용해 주는 것 같다. 해당 드라이브를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을 다 껐는데도 '사용 중이기 때문에 제거 못 함' 꼬장 때문에 할 수 없이 아예 OS를 로그오프하거나 아니면 그냥 강제로 매체를 제거해 버린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얘기이다만, 윈도우 7은 Taskbar에 있는 각종 프로그램들 아이콘과 시스템 트레이의 아이콘을 드래그하여 마음대로 순서를 바꿀 수 있는 게 무척 인상적이다.
7에서 새로 바뀐 작업 표시줄은, 실행 중인 프로그램과(동일 프로그램이 중복 실행된 것 포함)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의 구분이 잘 되아 보이는 걸 개인적으론 안 좋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동안 써 보니까 이게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창을 몇 개씩 띄워 놔도 많이 띄웠다는 느낌이 심리적으로 안 드는 게 인상적임.
옛날에 윈9x의 전통적인 시작 메뉴 시절엔, 컴을 몇 년 쓰면서 수십 종류의 프로그램들을 설치하고 나니까 '프로그램' 메뉴 옆으로 프로그램 리스트가 두 칼럼 이상씩 차지하는 크고 아름다운 면적으로 주렁주렁 달렸던 거 기억하는가?

또한 인터넷 서핑하다가 브라우저 창이 열몇 개씩 넘어가니까 작업 표시줄 모습이 가히 가관으로 바뀌던 것도 기억하시는지? 윈도우 7은 복잡도를 제어하는 디자인에 무척 신경을 썼다..

6. 윈도우 비스타와 7 모두, 로그인 화면에서 암호를 입력하고 나면, 암호가 맞든 틀리든 일단 Welcome부터 출력하면서 설레발을 치다가 그 뒤에 암호가 틀렸으면 사용자 진입을 거부한다. “안 돼! / 돼!”도 아니고 츤데레도 아니고 이건 도대체 무슨 디자인일까?? -_-;;
암호가 맞을 때만 Welcome을 출력하게 개선되면 좋겠다.

7.
윈도우 9x는 프로그램을 조심해서 짜는 데에 도움을 준다.
NT 계열에서는 해제했던 메모리를 중복 해제하거나, 자원을 반납· 해제하는 걸 깜빡하는 식으로 대충 대충 짜도 당장 티가 안 나며 그냥 넘어간다. 그러나 9x에서 그랬다간 얼마 못 가 시스템 자원이 바닥난다거나 바로 뻗어 버리기 때문에, 이런 차이 덕분에 프로그램을 윈도우 9x에서 테스트하다가 버그를 발견하여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한 경우가 지금까지 종종 있다.

아마 <날개셋> 한글 입력기도 한 2~3년 동안 윈9x에서 테스트를 안 한 채 개발을 계속하다가 버전이 1.0쯤 올라간 뒤에 다시 윈9x용으로 테스트하면, 여기저기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버그가 자꾸 튀어나와서 단순히 유니코드 API layer를 쓰는 것만으로는 윈9x를 결코 다시 지원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다.
지금 <날개셋> 한글 입력기 소스가, 비록 같은 C++언어이지만 비주얼 C++ 6.0으로는 도저히 개발을 계속할 수 없는 이질적인 단계에 도달한 것처럼 말이다(각종 문법 차이 때문).

Posted by 사무엘

2012/02/23 08:33 2012/02/2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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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운영체제에는 잘 알다시피 DLL이라는 게 있어서 한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코드들을 여러 모듈로 분할할 수 있고, 반대로 동일한 코드를 여러 프로세스가 동시에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유닉스 계열의 운영체제에는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shared library (*.so)라는 게 있다.

윈도우 DLL은 주소 공간이 해당 DLL을 로딩한 프로세스(EXE)에 완전히 종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DLL이 사용하는 코드는 공유될지언정, 그 DLL이 선언하는 전역변수 같은 건 EXE마다 제각각이며, 심지어 동일 EXE를 여러 번 실행하더라도 제각각이다. 이것은 유닉스의 shared library와 다른 점이다. 윈도우에서 진짜 여러 프로세스들이 공유할 수 있는 메모리를 만들려면 내부적으로 공유되는 메모리 섹션을 별도로 생성해 놔야 한다.

이런 차이로 인해 특별히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한 EXE 안에서 3개의 DLL이 돌아가고 있고, 이들은 모두 동일한 버전의 비주얼 C++로 개발되어 동일한 CRT 라이브러리를 사용한다고 치자. 만약 이들이 모두 CRT를 DLL로 링크하여 동일한 CRT 라이브러리의 코드와 데이터를 공유한다면, 어느 모듈에서 malloc/new한 메모리를 다른 모듈에서 곧바로 free/delete해도 된다.

그러나 이들이 제각각 CRT를 static link했다면 그럴 수 없다. 한 모듈에서 할당한 메모리는 반드시 동일한 모듈에서만 해제해야 한다. 비록 메모리를 할당하고 해제하는 코드는 실질적으로 동일하지만 해당 코드가 동작하는 context는 모듈들이 모두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모듈간에 메모리 할당과 해제를 자유롭게 하려면 각 모듈들은 자신만의 메모리 할당/해제 함수를 외부에다 별도로 제공해 줘야 한다.

DLL을 만드는 일은 64비트 운영체제가 등장하면서 다소 까다로워졌다. 32비트와 64비트 사이에는 DLL의 교차 로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32비트 모듈(EXE/DLL)은 64비트 DLL을 읽을 수 없으며, 반대로 64비트 모듈은 32비트 DLL을 읽을 수 없다. 다시 말해, x64 운영체제에서도 x86 EXE를 아무 차이 없이 실행은 할 수 있지만, 그래도 64비트 EXE가 32비트 DLL을 내부적으로 읽을 수는 없으므로 착오 없기 바란다.

한 주소 공간은 전부 32비트 아니면 전부 64비트뿐이지, 두 종류의 코드가 섞여 있을 수가 없어졌다. 옛날과는 달리 지저분한 썽킹 계층 같은 게 없다. 동일 코드를 32비트와 64비트용으로 제각기 빌드해서 다같이 내놓아야 한다.
그러니 태생적으로 반드시 네이티브 코드 DLL을 만들어야 하는 컴포넌트/미들웨어/드라이버 분야라든가, 훅킹 내지 운영체제의 shell extension을 만드는 쪽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진작부터 64비트 프로그래밍이 필요했다. 사실은 IME 쪽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DLL은 코드를 담는 용도로만 쓰여 온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잘 알다시피 윈도우 운영체제는 실행 파일의 포맷 차원에서 리소스라 하여 나름 계층을 갖춘 custom 데이터를 간편하게 불러오는 기능이 있다. 일일이 메모리 할당을 할 필요가 없이, 운영체제가 알아서 메모리 주소를 잡아서 로딩해 주고, API 함수 호출 한 번에 데이터를 곧장 찾아 주기까지 하니, 상당히 편리하다. 그래서 데이터 리소스만 갖춘 DLL도 엄청 많이 쓰였다.

특히 다국어 지원을 위한 외국어 리소스를 집어넣는 데 DLL보다 더 좋은 수단은 지금까지 별로 없었다. 운영체제의 대화상자 내지 string table 같은 주요 리소스 파일의 포맷은 32비트나 64비트나 바뀐 게 없다. 호환성 차원에서 일부러 동일하게 유지시킨 듯하다. 비주얼 스튜디오 200x의 MSDN(Document Explorer)이 사용하는 *.hxs 파일도 리소스 전용 DLL이다.

그런데 DLL은 태생적으로 컴퓨터 기계 종류에 지극히 종속적인 코드를 담는 게 주 목적인 파일 포맷이다. 그렇다면 기계 종류에 관계없이 동일한 데이터를 담는 DLL도 기계별로 일일이 다 따로 만들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데이터밖에 들어있지 않은 리소스 전용 DLL을 위해서 운영체제는 다음과 같은 배려를 하고 있다.

먼저, DLL을 읽을 때 흔히 사용하는 LoadLibrary 대신, LoadLibraryEx 함수는 LOAD_LIBRARY_AS_IMAGE_RESOURCE 같은 플래그를 제공하여 DLL의 코드 부분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데이터 부분만 읽게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해당 DLL은 DllMain 함수 자체가 실행되지 않으며, 자신과 호환되지 않는 기계를 타겟으로 만들어진 DLL도 읽을 수 있다. 물론, FindResource 같은 함수로 리소스 추출만 가능할 뿐, GetProcAddress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는 없다.

다음으로, DLL 자신이 리소스 전용 DLL일 뿐이라고 명시해 줄 수 있다. 비주얼 C++의 DLL 프로젝트에서 링커 옵션을 보면 /NOENTRY가 있다. 이 옵션이 지정되면 그 DLL에는 아무 코드도 삽입되지 않으며, 진입점인 DllMain 함수 자체가 없는 리소스 전용 DLL임이 인증된다. 이런 DLL은 외부에서 그냥 대놓고 LoadLibrary로만 호출해도 기계 종류에 관계 없이 읽을 수 있다.

윈도우는 공유 라이브러리를 다루는 개념이 유닉스 계열과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실행 파일을 로딩하는 방식에도 개념적인 차이가 있다. 윈도우는 position-dependent, 즉, 주소 종속적인 방식이다. 윈도우의 EXE와 DLL에는 preferred address라는 게 있어서, 이 메모리 주소에 딱 로딩이 되면 아주 성능이 좋지만, 그 주소에 로딩이 못 되면 재배치 페널티가 따르는 방식을 사용한다. 재배치 작업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한 재배치 정보가 reloc이라는 섹션에 있다.

EXE야 Win32s 같은 과거의 열악한 환경이 아닌 이상, 자신만의 고유한 주소 공간이 있기 때문에 언제나 preferred address에 로딩된다는 보장이 있다. 그에 반해 남의 주소 공간에 달라붙는 형태인 DLL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반드시 reloc 섹션이 필요하다.
다만, 이런 재배치 작업도 코드가 없는 리소스 전용 DLL에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 리소스 내부에 DLL의 메모리 주소에 종속적인 숫자 데이터 같은 게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론적으로 리소스 전용 DLL은 reloc 정보를 생략해 버려도 괜찮지만, 그냥 대놓고 생까-_- 버리는 것도 곤란하다. 윈도우 2000 미만의 옛날 운영체제의 경우 DLL을 preferred base에다 로딩을 못 하는데 재배치 정보마저 없다면, 원래 재배치를 할 게 없는 리소스 전용 DLL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일방적으로 로딩을 거부해 버리게 된다.

재배치를 안 해도 괜찮은 DLL이라는 별도의 플래그는 윈도우 2000 이상에서부터 도입되었다. 물론, 애당초 기계어 코드가 들어있지 않은 DLL의 reloc 섹션에 의미 있는 재배치 정보 자체가 있을 리가 없다. 그냥 껍데기뿐인 잉여인 것이다.

이렇듯, DLL은 원래 코드를 공유하려고 만들어졌지만 기계와는 무관한 리소스나 데이터를 공유하는 container 역할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심지어 트루타입(TTF) 글꼴이 도입되기 전에 윈도우에서 쓰이던 비트맵/벡터 글꼴인 FON 파일은 16비트 형태의 리소스 전용 DLL로, 오늘날의 64비트 윈도우에서도 그 잔재가 남아 있다!

그래서 운영체제가 리소스 전용 DLL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기계를 가리지 않고 읽을 수 있고, 또 그런 DLL에는 불필요한 정보를 합법적으로 생략도 할 수 있게 별도의 배려를 해 왔음을 우리는 윈도우 API의 변천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니, 32/64비트 응용 프로그램이 각각 32/64비트에 해당하는 윈도우 시스템 디렉터리나 각종 프로그램 디렉터리를 얻어 오고 접근하는 법도 꽤 복잡해져 있는데, 이건 다음 기회에 다루도록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2/02/19 08:29 2012/02/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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