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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건물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마천루 시대를 연 건물은 다름 아닌 ‘삼일 빌딩’이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있는 이 건물은 1960년대 말, 경부 고속도로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완공되었으며,
15년 남짓 뒤에 63 빌딩이 생기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건물 높이는 약 110m에 달한다.
작명 원리는 63 빌딩과 동일하다. 이 건물은 31층이다. 하지만 삼일 빌딩은 31 빌딩이라고 쓰지 않으며, 63 빌딩은 육삼 빌딩이라고 표기하지 않는 게 흥미롭다. 물론 63 빌딩은 지상은 60층일 뿐이긴 하지만 말이다.

31일이라는 층수는 ‘삼일절’에서 모티브를 딴 것이며, 항일 의지를 담아서 의도적으로 이 층수대로 건물을 만들라고 당시 박 정희 대통령이 지시를 했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 기술진이 나름 성공적으로 설계와 건설을 해 냈으며, 건물이 완공되자 시민들은 감탄하여 목이 빠지게 위를 쳐다보면서 층수를 세느라 정신없었다고 한다. 훗날 서울 지하철이 첫 개통했을 때 신기해하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삼일 빌딩은 있는 곳도 지극히 서울스러운 도심 한복판이다. 그러니 서울의 상징으로 등극할 수밖에 없다. 청계천이 내려다보이며, 종각· 종로3가· 을지로입구· 을지로3가라는 네 전철역의 정확한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 역, 서울 시청 등과 아주 가깝다. 꼭대기 층인 31층에는 뷔페식당이 있는데 창밖을 내려다보면 청와대도 보이고 동대문 두산 타워까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본인은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회사에서 병역 특례 근무를 한 적이 있는지라 이 건물에 더욱 애착이 간다. 위치 하나는 정말 끝내 준다. 청계천 길을 따라 자전거로도 출퇴근도 해 보고, 거기서 한글 회관까지도 자전거로 가 봤다.
이제 무려 40년을 묵은 건물이 됐지만 그리 낡은 티는 안 난다. 단 하나, 엘리베이터가 굉장히 후지고 더구나 주행 모습이 위태로웠는데 2008년을 전후하여 다행히 새 걸로 교체되었다.
서울 금싸라기 한복판이라는 특성상 임대료가 너무 비싸서(그럴 만도 하다-_-), 당시 회사가 구로나 DMC 쪽으로 이사를 가려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냥 루머로 끝났는가 보다.

한국 최고층 건물이라는 기록은 훗날 63 빌딩에게로 넘어갔다. 위치는 잘 알다시피 여의도이다.
철도로 상경하다 보면 이 63 빌딩 건물은 창밖으로 꼭 보게 된다. 서울 톨게이트보다 이런 게 진짜 내가 서울에 도착했다는 인상을 더욱 강렬히 준다.
63빌딩의 높이는 약 240~250m이며, 층수가 두 배이니 높이도 삼일 빌딩의 두 배보다 약간 더 높다. 건설은 외국 회사가 한 것이다.

63빌딩과 직선 거리상으로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노량진 역이다. 하지만 지정학적인 이유로 인해 거기서 바로 63빌딩으로 가지는 못하고 여의도 상에 있는 5호선 여의나루나 9호선 샛강 역에서 내린 후 도보로 6, 700미터 이상 꽤 걸어야 갈 수 있다. 여의나루 역에서 여의도 순복음 교회와 63빌딩은 방향이 정반대일 뿐 서로 비슷한 거리이다. -_-

건물 주변 경관은 무척 좋다. 여의도 하면 증권가가 먼저 생각나지만, 63빌딩이 있는 곳은 강변 고수부지가 코앞에 있고, 지어진 지 오래된 것 같은 아파트들이 들어선 주거 구역에 더 가깝다. 도심이라기보다는 꼭 지하철 종점 같은 교외 느낌이 들 정도이다. 삼일 빌딩 주변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런 곳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도 재미는 있을 것 같다.

지금은 63빌딩보다도 더 높은 건물이 강남 타워팰리스를 포함해 서울 목동에도 생겼지만, 평일 낮에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업무 건물” 중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63빌딩이 국내 최고층 빌딩이다. ^^;;
옛날에 분당선 구룡 역과 도곡 역 일대를 답사하면서 타워팰리스를 직접 본 기억이 있다. 양재천이 바로 앞으로 지나기도 하고 나름 괜찮은 주거 구역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비록 구룡 역은 정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굴욕’ 역임이 틀림없음도 확인했지만 말이다.

앞으로도 63빌딩보다 더 높은 건물은 계속 지어질 예정이다.
1990년대에 전철 분당선만 해도 신도시 건설과 동시에 건설되는 노선이었고, 지하로 건설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안산선 같은 지상+고가 형태도 아니요, 하다못해 일산선처럼 지상+지하 짬뽕도 아니라, 건설비 증가를 감수하면서까지 전구간 지하로 건설된 이유 중 하나는 인근의 성남 서울 공항 보안 문제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보안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오히려 고층 건물 짓느라 서울 공항 활주로를 틀겠다고 하니 세상 참 심하게 많이 바뀌었다. 그렇잖아도 지금 잠실 역은 역명을 롯데 역으로 바꿔도 좋을 정도로 온통 롯데월드 천지가 되었는데 초고층 건물까지 생기면... 흠좀. 잠실 역의 혼잡도 가중되고 교통 역시 강남 역 주변 수준으로 열악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층 건물은 엘리베이터도 굉장한 고성능으로 장착하게 된다.
목적지 층보다 두세 층 이전부터 속도를 줄이는 기미가 느껴지는 정도라면, 어지간한 건물에서는 찾기 어려운 고속 엘리베이터이다. ^^;;
엘리베이터의 수 자체도 여러 대가 필요해지는데, 과거에는 단순히 저층/고층과 홀수층/짝수층으로 수요를 분산하는 정도였지만 요즘은 그런 거 구분 없이 버튼만 누르면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알아서 세워 주며, 아무 걸 타도 아무 층으로나 갈 수 있다. 그래서 야기될 수 있는 비효율은 오로지 엘리베이터의 뛰어난 가감속력만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아무튼, 고층 건물만으로도 글 쓸 게 참 많다. ^^;;

Posted by 사무엘

2010/03/15 08:39 2010/03/1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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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표 통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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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에게 펭귄표 통조림에 대한 추억은 꽤 길다.

웬지 좀 후지게 생긴 디자인에, 상표는 나름 귀여운 컨셉인 펭귄. -_-;;
주로 고등어나 꽁치 통조림이고 무슨 과일도 주스가 아닌 통조림으로 팔았던 것 같다.

스팸이나 참치 통조림과는 영 다른 인상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도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다른 어지간한 가공 식품과는 달리 이 브랜드는 CF로는 전혀 접한 적이 없었으므로.
저런 거 사는 사람이 있을까? 회사가 아직 존재하나 궁금했는데 꽤 최근까지도 존속해 있었고, 본인도 대학 시절 이후 혼자 살면서 이 고등어/꽁치/과일 통조림을 몇 번 맛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12월, 미국 발 금융 위기 크리가 터진 때와 비슷한 시기에 회사는 드디어 부도 나고 완전히 망한 것을 이제야 확인했다.
사실, 사운이 기울기 시작한 건 21세기부터이다. 국민들의 소득과 생활 수준이 올라가면서 웰빙, 웰빙 하지 지극히 군용품스러운-_- 통조림에 대한 수요가 예전에 비해 줄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망한 지 1년이 넘었으나, 통조림은 그 특성상 유통 기한이 꽤 길기 때문에 아직도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는 경우가 있다. 유통 기한이 2011년인 것도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 펭귄 상표가 찍힌 통조림은 더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사실 펭귄표 통조림을 만든 이 회사는 무려 1966년에 국영 기업으로 시작하여 전성기엔 가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통조림 회사였다. 펭귄이라는 브랜드로 워낙 유명해져서 1988년에 회사 이름까지 펭귄 종합 식품으로 바꿨었다. 한때는 " '진로' 하면 소주 회사 아냐? 저기가 이 통조림하고도 관계가 있나?" 의문이 든 적이 있었는데 기억이 맞다. 1990년대에는 진로 그룹에 인수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내용물이 너무 부실하다거나 심지어 이물질까지 나왔다는 식으로 제품에 대한 불만글도 없지는 않지만, 어쨌든 펭귄표 통조림에 대해서 본인과 비슷한 추억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도 제법 있는 모양이다. 펭귄 브랜드와 공장 시설은 관련 업종이라 할 수 있는 참치 통조림으로 유명한 사조나 동원 같은 회사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통조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제품을 아직 볼 수 있을 때 눈여겨보도록 하자.

Posted by 사무엘

2010/03/10 21:28 2010/03/1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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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만화 일화 4기

정확하게는 4기가 아니고 플러스라고는 하는데,
1화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과거 씰이라든가 종말, 서유기, 번뇌, 축시의 참배 같은 참신한 히트작은 아니지만,
개그 만화의 필수 요소를 골고루 갖춘 지극히 개그 만화스러운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필수 요소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역사 패러디, 라이벌, ‘쿵~ 따 쿵쿵따~’ 배경 음악, 상대방에 대한 개멸시, 엽기적인 필살기-_-, 개그 만화 특유의 언어 유희, 엽기적인 반전과 어설픈 해피엔딩, 거기에 약간의 변태-_- 코드....

개그 만화가 이런 부류의 만화라는 걸 알리기에는 손색이 없는 구조입니다. ^^;;;

르누와르 로켓에 폭소 작렬.. ㅜ.ㅜ

아무리 라이벌 화가가 얄밉기로서니, 토끼 두 마리에게 구타-_- 당하는 모습으로 자기 그림에다 그려 넣다니.. ㅠ.ㅠ 모 지인의 옛날 닉네임이 생각나네요. ㅋㅋㅋㅋ

이번 기의 OST도 정말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아스트랄한 가사로 등장했는데, 1~3기의 관행을 깨고 이번엔 음악이 단조에서 장조로 바뀌었습니다.
2화는.. 이모코와 쇼토쿠 태자 3기 3화 재탕이던데,
4기 3화는 어떤 내용일지 기다려 봅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9 23:17 2010/01/19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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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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