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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전산학과의 한 태숙 교수. (본인은 수업 들은 적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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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이라는 글자 때문에 좀 여자 이름 같다. ㄲㄲㄲㄲㄲㄲ 실제로 동명이인인 연극 연출가 한 태숙 씨는 여자이다.
쉰을 넘어 환갑을 바라보는 분이지만, 그래도 인상이 좀 장난기 있고 앳돼(?) 보이지 않은지?

이분은 대학 교수란 바로 이런 사람을 위한 직업이라는 걸 입증-_-하는 산 증인이신 분이다.
학창 시절에 1등· 수석이라는 타이틀을 한 번도 놓쳐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1972년에 경기고 수석 졸업. 학력고사도 그 해의 전국 수석이었다. 당시 신문에도 났다.
당연히 서울대에 수석 입학했고 전자공학과를 1976년에 수석 졸업.
자기가 스스로 천재라고 말하는 사람이야 없다 치지만, 이분은 자타가 공인하는 타고난 공부 벌레, 공부 기계 덕후였음은 사실이다.

뭐, 대학원부터는 그런 서열화된 시험 점수라는 게 큰 의미는 없다만, 이분은 카이스트에서 석사를 마치고, ETRI에서 몇 년 연구원으로 지내다 1985년에 도미,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프로그래밍 언어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30대 후반의 나이로 카이스트 교수에 부임한다.
요즘은 보통 반대로 카이스트 나오고도 대학원을 서울대로 가려는 경향이 크지만, 그때 저분이 반대의 진로를 택한 것은 당시 카이스트의 큰 매력 중 하나이던 병역특례 때문이었다고 한다.

본인은 언젠가, 역대 학력고사 전국 수석자들의 이후 행보에 대해서 보도한 가십성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사람들 죄다 변호사, 검사, 판사가 돼 있었다. ㅠ.ㅠ
그때가 그랬는데 하물며 그때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훨씬 더 심해진 지금은 오죽하겠는가?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의 저자로 한때 히트 친 장 승수 씨도 서울대 졸업 후 나중엔 사법고시 패스하고 지금은 어엿한 변호사가 돼 있다.

이렇듯, 그 당시 학력고사 수석은 곧 서울대 법대 행 티켓을 의미했다.
그런데 1972년도 수석에 어? 본인이 아는 카이스트 교수님의 이름이 있었고 이분은 이례적으로 다른 수석자들과는 달리, 그 머리로 우리나라 이공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길을 가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공부를 어떻게 하고 학창 시절을 어떻게 보내야, 학교 교과서 내용을 다 머리에 집어넣고 수능 만점· 학력고사 수석을 차지할 수 있을까? ㅠ.ㅠ

나는 제도권 교육이 요구하는 인재상과는 너무 넘사벽으로 다른 길-_-;;을 걸어 왔다. 학교 공부가 싫은 건 아니었는데, 그것보다 컴덕질이 훨씬 더 끌려서 주체할 수 없었다.
학생을 공부라는 산소를 흡수하는 헤모글로빈에다 비유한다면, 컴덕질은 일산화탄소 같은 존재;; ㄲㄲㄲㄲㄲㄲ
그런데 그 컴덕질이라는 것도 남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듯 정올 문제를 쓱쓱 다 풀어 낸다거나 바이러스라도 만든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아 뭐라 말하기가 좀 그렇다.

난 학부 졸업할 때까지 오로지 내 동굴 안에서 인생을 너무 좁게 살았다. 그렇게 해서 완전 나만의 경지를 구축한 것도 있었고, 그 대신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 대학원에서는 교수님들과 교류도 많이 하고(어차피 대학원에서는 교류 안 할 수가 없음..-_-) 좀더 폭넓게 학교 생활을 하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0/11/04 16:56 2010/11/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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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서 남표 총장의 프로필을 읽던 중..
도대체 그의 부친이 어떤 분이기에 무려 1954년에 하버드대 교수였고, 아들이 아버지를 만나러 미국 유학을 갔는지가 당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친 중의 한 명이 미국인이라는 소문이 사실일지도 몰라 ㄲㄲㄲㄲㄲㄲ 이것도 자료를 찾아봤다.

서 남표의 아버지는 서 두수 박사. 그는 경성 제대와 연희 학교 시절부터 국문과 교수이다가 1949년에 국비 장학생 명목으로 도미하여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한국어학/한국학과를 개척한 주역이 되었다고 한다. 1994년에 세상을 떠났다.
정말 충격과 공포이고,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아버지는 골수 인문계이고 아들은 골수 이공계;;
특히 아버지는 국문과 교수도 이렇게 글로벌하게 놀 수 있다는 첫 사례를 남겼음이 틀림없다.

아울러, 미국에서 맨손으로 성공하여 대학 교수에다 동양인 최초의 워싱턴 주 상원 의원까지 역임한 그 유명한 신 호범 의원이... 서 두수 박사에게서 한국어를 배웠다고, 그분은 나의 은사라고 회고했다. 이때 서 박사는 하버드가 아니라 워싱턴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햐.. 인연이 또 그렇게 이어지는구나. 기가 막힌다.
게다가 워싱턴과 하버드는 이 승만 박사가 학사와 석사 코스를 거친 학교이기도 하다. (박사는 프린스턴에서;;)

본인은 2008년에 관광차 미국 갔을 때, 신 호범 의원의 간증 집회에 따라가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그때는 호칭도 장로였다.
그런데 그때는 죄송하지만 저분이 그렇게 유명한 분인지 잘 몰랐다.. ㄷㄷㄷ;;
짤방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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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지금 서 남표 총장에게는 딸만 넷이라고 한다. 그 중 둘째딸은 역시 교수가 되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21 08:32 2010/10/2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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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brice Bellard (프랑스) 1972년생
http://bellard.org/
홈페이지를 보면, 주인장은 수학과 전산학, 전자 공학의 완전 덕후임을 알 수 있다.
파이 계산, 컴파일러, 게다가 IOCCC(국제 난잡한 C 코드 경연대회) 입상 경력.
관심 분야가 이쪽과 상당히 비슷한, 본인의 모 지인이 떠오른다. (누굴까? ㅋㅋㅋ)
이 사람은 1990년대 도스용 실행 파일 압축 프로그램인 lzexe의 개발자이기도 하다.
겨우 고등학생 나이 때 8086 어셈블러로 직접 짰다고 한다. 흠좀무...;;;;;;
그 당시, V3로 바이러스 검사를 해 보면, 압축된 실행 파일은 검사가 되지 않고 압축부터 풀어야 한다는 경고문이 떴다. lzexe와 더불어 pklite도 실행 파일 압축 프로그램이었다.

※ David Fotland (미국) 1957년생
http://www.smart-games.com/
The Many Faces of Go라는 바둑 게임의 개발자이며, 회사까지 차려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둑 AI를 열심히 밀고 있는 게임 인공지능 전문가이다. (도스, 윈도우, 모바일 기기) 그 프로그램을 혼자서 다 만들었다니.. 대단하다.
생각보다 나이가 지긋한 분이다. 캘리포니아 주 산호세에 거주 중.

※ Jean-loup Gailly (프랑스)
http://gailly.net/
gzip의 개발자이며, 데이터 압축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유명하다. 아래아한글도 2.1 시절부터 이 사람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라이선스하여 hwp 파일 내부 압축을 구현하고 있다. 현재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살고 있으며, 구글에 입사했다.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분인데 정확한 생년은 모르겠다.
이 사람도 바둑 매니아이다. 개인 홈페이지를 보면 바로 위의 the Many Faces of Go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응당 논평을 해 놓았다. AI가 세계 최강급은 아니지만 초보자를 위한 인터페이스가 무척 잘 돼 있다나?

※ Ken Silverman (미국) 1975년생
http://advsys.net/ken/
듀크 뉴켐 3D의 기술 기반인 빌드(Build라는 단어 자체가 고유명사) 엔진을 개발한 게임 프로그래머.
뼛속까지 프로그래머 근성이 철철 흐르는 한편으로 과학, 스포츠, 음악 등등 온갖 분야에 해박한 엄친아라는 게 느껴진다. 빌드 엔진 역시 학창 시절의 작품이다.
지금까지도 딱히 정식으로 소속된 직장이 없이,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로만 일하는 모양이다.

※ Shawn Hargreaves (영· 미 이중 국적) 1975년생
http://www.talula.demon.co.uk/
Ken과 동갑이고 비슷한 업종에 종사 중인 게임 개발자이다.
도스 시절, 32비트 C/C++ 컴파일러로 왓콤과 맞장을 떴던 GNU 계열의 DJGPP를 기억하시는가? DJGPP용으로 소스까지 공개이던 걸출한 게임 그래픽 라이브러리 알레그로를 만든 사람이 이 사람이다.
음악에 특별히 조예가 아주 깊은 매니아이다. 지금은 쟝 아저씨의 구글 입사와 비슷한 시기에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해서 XNA 기반 게임 개발에 푹~ 잠겨 있는 듯.

말이 나왔으니 또 덧붙이자면.
본인은 중· 고등학교 시절에 스크래블 게임을 컴퓨터용으로 개발했다.
국내에 그런 프로그램이 개발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응당 외국의 동급 프로그램들을 여럿 구해다가 벤치마킹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런 게임의 개발자 중에도 졸라 프로그래밍 고수가 많았다.

※ Jim Homan (1950년대생)
미국 출신. CrossWise라는 걸출한 게임을 혼자 만든 사람으로, 컴퓨터 AI가 굉장히 뛰어나고 프로그램 UI도 매우 프로페셔널하게 잘 만들어졌다. 윈도우 3.1용으로는 보기 드물게 비주얼 C++ 1.x + MFC로 개발되었다.
이 사람은 옛날에는 자기 회사를 차려 사업을 했기 때문에 회사 홈페이지 아래에 얹힌 개인 홈페이지에 개인 프로필도 나와 있었다. MIT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고 성적도 엄청 좋았고, 접해 본 플랫폼과 관심 분야 등등도 화려하기 그지없었는데, 지금은 이 사람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곳이 없다.

※ Graham Wheeler (1960년대생으로 추정)
http://www.linkedin.com/in/grahamwheeler
WordsWorth라는 게임을 만들었다. 개발자는 완전 수학 덕후로, 학부에서 수학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컴퓨터 과학으로 박사와 박사 후 연구원까지 마친 브레인이다. 국적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케이프타운 대학을 나왔다.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 프로필과 블로그를 보면 역시 뼛속까지 엔지니어를 넘어 골수 컴퓨터 과학자이다.

한 줄 요약: 세상은 넓고 덕후들, 고수들은 무진장 많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20 09:03 2010/08/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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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는 말: 스크롤의 압박이 심한 글임을 밝힌다.

본인은 일명 2D 플랫폼 게임이라고 불리는 아케이드 장르로 PC 게임에 첫 입문한 사람이다. 여기서 플랫폼이란, 어떤 소프트웨어가 돌아가는 운영체제 내지 하드웨어 기반을 말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게임 세계 내부가 주인공이 돌아다니고 점프하는 발판(platform)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요즘은 3D 트렌드 때문에 이런 2D 플랫폼 게임은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본인은 롤플레잉이나 전략 시뮬 같은 다른 장르의 게임들을 거의 하지 않았다. 삼국지나 대항해시대, 프린세스 메이커 같은 것들.
그런 여타 장르 게임 중에서는 스타만... 얘는 워낙 너무 히트 치고 유명했으니까 예외적으로 했을 뿐, 전략 시뮬/RPG 전문인 블리자드의 다른 명작 게임은 접하지 않았다. 뿌리가 거기에 있는 요즘 온라인 MMORPG도 본인은 흥미가 안 가서 안 하고 지낸다.

컴퓨터 학원에서 GWBASIC을 배우던 시절, 수업을 마치고 모노크롬 모니터로 게임을 즐겼다. 게임은 2D 플로피디스크에 담겨 있었고, 그때는 실행 파일이라는 개념도 몰라서 '암호'(?)라고 불렀다. 그 반면, 모노크롬 CGA/허큘리스로 하던 게임이 286 AT VGA 환경에서 실행되니까 완전히 딴 작품이 되었다.
그런데 그때 학원에서 불법 복제하던 게임은 용량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EGA/VGA 그래픽 파일은 빠진 녀석이 많아서, 집의 컬러 모니터 컴퓨터에서도 겨우 4색짜리 CGA 그래픽으로 만족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다음은 그때 즐겼던 게임들을 특성별로 조목조목 분석한 것이다. 그때는 뭔지도 모르고 그냥 게임을 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니까 그래도 영어로 흘러나오는 게임 스토리들이 해석이 되는 건 좋다. ^^;;

※ 릭의 위험한 모험 2 (Rick Dangerous 2)

제작사: 영국의 코어 디자인(Core Design). 훗날 툼 레이더를 만들어 낸 회사이다!
스크롤 단위: 가로로는 화면(페이지) 단위, 세로로는 픽셀(줄) 단위인 독특한 체계
게임 목표: 던전에 존재하는 모든 트랩 퍼즐들을 통과하여, 던전을 살아서 빠져나갈 것. 그리고 마지막 레벨에서는 최종 보스를 죽일 것.

주인공의 무기: range attack이 가능한 총(총알 최대 6발)과 폭약 6발을 쓸 수 있음. 한 총알이 날아가고 있는 동안엔 총을 또 쓸 수 없다.
주인공이 가능한 동작: 엎드려 가기, 그리고 주먹으로 버튼을 누르는 동작이 있음. 점프는 자기 키의 3배 정도로 가능함. 사다리를 타고 오를 수 있음.
주인공의 체력: 체력이라는 게 없고 오로지 즉사만 있음. 트랩 하나에라도 잘못 걸리면...;; -_-;;
죽으면: 마지막으로 가로로 이동한 화면에서 다시 시작하며, 모든 게 원상복귀됨. (죽였던 몬스터나 바꿔 놓은 게임 지형 등이 다 reset) 목숨 한계는 6.
점수: 적을 죽이거나 점수 아이템을 먹거나 특정 지점을 통과했을 때 점수가 올라간다. 하지만 높은 점수가 게임 진행에 뭔가 이익을 주는 것은 없다.

시체: 뻥~ 점프를 하면서 화면 밖으로 튕겨나간다.
비고:: 몬스터 역시 주인공을 죽게 하는 다른 트랩(미사일, 전깃줄 등등..)에 빠지면 죽는다. 사실, 몬스터를 이렇게 죽였을 때 점수가 더 높게 올라간다.

총평: 오로지 순발력으로 트랩 피하는 퍼즐만으로 가득한 게임. 정말 어렵다. 조금이라도 타이밍 늦어서 죽으면 깜짝깜짝 놀란다. 게임이 무슨 108계단 40컴보도 아니고 자비심이 없다. 5개의 레벨 중 본인은 어렸을 때 첫 1~3개의 레벨까지는 깼는데, 레벨 4 중후반부터는 gg 쳤고, 최종 보스가 있는 레벨 5는 구경도 못 했다. 주기적으로 주인공을 노리는 트랩들의 출현 패턴을 파악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거기에다 미묘한 컨트롤과 순발력도 따라 줘야 하고...;; 고수가 하는 플레이 동영상을 유튜브로 보니, 지금 생각해 봐도 내겐 무리이다.
장애물을 제거하려고 오른쪽으로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렸는데 그 장애물이 내가 있는 왼쪽으로 날아온다거나... 순 어거지 같은 트랩도 있다. 순전히 주인공 죽이는 게 목적인 데모노포비아-_- 같은 게임도 아니고 말이야..;; 이런 건 유저 인터페이스 면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 위험한 데이브 (Dangerous Dave)

제작자: 훗날 ID 소프트웨어로 간 존 로메로(John Romero)
스크롤 단위: 가로로는 화면(페이지) 단위, 세로 스크롤이 없음. 밑으로 떨어지면 다시 화면 위로 닿는 특이한 설정
게임 목표: 던전에 존재하는 트로피를 반드시 먹은 후, 각종 트랩을 피해서 던전을 빠져나갈 것. 최종 보스 같은 건 없음.

주인공의 무기: 총이 존재하는 레벨에서 총을 먹으면 총을 쏠 수 있으나, 한 총알이 날아가고 있는 동안에는 총을 또 쏠 수 없다.
주인공이 가능한 동작: 점프만 있으며, 자기 키의 3배 정도로 가능함. 제트팩을 쓰면, 공중에서 떨어지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자유자재로 이동 가능.
주인공의 체력: 역시 체력이라는 게 없고 즉사만 있음. 불이나 물 등에 빠지면 죽고 적의 총알에 맞아도 죽는다. 하지만 몬스터와 부딪치면, 여느 게임과는 달리 나만 죽는 게 아니라 그놈도 같이 죽는 '자폭'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죽으면: 해당 레벨의 시작 위치에서 다시 시작하지만, 예전의 게임 상태는 그대로 유지됨. 기본 목숨 한계는 3.
점수: 보석을 먹거나 몬스터를 죽이면 올라간다. 점수가 2만 점의 배수가 될 때마다 목숨이 하나씩 생긴다.

시체: 펑~ 폭발한다.

총평: 10개의 레벨이 존재하는데 레벨이 올라갈수록 점진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진다. 게임 엔진 자체는 너무나 단순하기 그지없고 던전 모습도 허접하다. (스프라이트도 검은색 배경에다가 무려 xor 연산으로 그리는지, 두 스프라이트가 겹치면 겹치는 부분의 색깔이 변한다!) 하지만 그 작은 규모 치고는 적당하게 어렵고 퍼즐을 풀어 나가는 재미는 있다. 몬스터 외에 딱히 움직이는 트랩은 없다는 게 특징.
총을 먹어야 몬스터를 죽일 수 있는데, 날아다니는 몬스터를 피해서 먼저 총을 먹으러 가야 하는 게 어려웠다.

※ 보글보글 (Bubble Bobble) -- 제목이 좀 교묘하게 의역됨

제작사: 일본 Taito
스크롤 단위: 한 레벨은 오로지 한 화면에서만 이뤄지고 게임 도중 스크롤이란 게 없다! 다음 레벨로 넘어가는 게 세로로 방 단위 스크롤임.
게임 목표: 각 레벨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을 모두 죽일 것. 최종 보스 있음.

주인공의 무기: 거품을 쏜다. 거품으로 적을 가둬서 터뜨리면 된다. 다만, 일부 레벨에서는 번갯불이나 불십자가 같은 더 강력한 무기 아이템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주인공이 가능한 동작: 점프만 있으며, 자기 키의 3배 정도로 가능함.
주인공의 체력: 즉사만 있음. 몬스터와 몸이 닿거나 몬스터의 발사체에 맞으면 무조건 죽는다.
죽으면: 해당 레벨의 시작 위치에서 다시 시작하며, 게임 상태는 그대로 유지됨. 기본 목숨 한계는 4인데, Credits라는 개념이 있어서 Credit를 사용하면 해당 레벨의 초기 상태에서부터 게임이 다시 시작된다.
점수: 몬스터가 죽으면서 남긴 각종 과일들을 먹었을 때, 그리고 심지어 거품을 터뜨려도 올라간다. 점수가 5만 점의 배수가 될 때마다 목숨이 하나씩 생긴다.

시체: 몬스터가 죽으면 화면을 날아다니다가 각종 과일이나 아이템으로 변하고, 주인공이 죽으면 데굴데굴 구르다가 사라진다.
비고:: 2인용이 가능하다.

총평: 뭔가 랜덤한 요소가 엄청 많은 게임. 캐릭터가 아기자기하고 예쁜 캐주얼 컨셉이긴 한데, 역시 어렵다. ㅠ.ㅠ 레벨마다 시간 제한이 있어서 게이머를 압박하며, 특히 몇몇 레벨은 깨는 방법을 모르면 얄짤없이 다 죽을 수밖에 없다. 레벨이 총 100개 있는 게임에서 한 40 이후부터는 가 본 기억이 없다.

※ 페르시아의 왕자 (Prince of Persia) -- 아주 무난한 제목

제작자: 조던 메크너(Jordan Mechner)
스크롤 단위: 가로와 세로 모두 화면 단위로만
게임 목표: 던전에 존재하는 트랩 퍼즐들을 통과하여, 던전을 살아서 빠져나갈 것. 그러기 위해서는 출구 문을 열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힘들다. 마지막 레벨에서는 최종 보스를 죽일 것.

주인공의 무기: 검이 있다. melee 공격만 가능한 셈.
주인공이 가능한 동작: 점프는 진짜 실제 사람이 가능한 높이로만-_- 가능하다. 엎드리기, 매달리기 등 다양한 동작이 있다.
주인공의 체력: 2층 높이에서 떨어지거나 칼싸움 중에 몬스터의 공격을 받았을 때처럼 hit point가 1개 단위로 감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고층에서 추락, 가시에 찔림, 칼에 허리가 잘림 등 대부분의 트랩들에 걸리면 즉사한다. (추락사라는 개념이 있는 게임 자체도 흔치 않음)
죽으면: 해당 레벨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모든 게임 상태가 원상복귀된다. 목숨 제한은 없지만, 아주 독특하게도 시간 제한이 있다.
점수: 점수라는 개념이 전혀 없음.

시체: 죽은 시체는 사라지지 않고 바닥에 그냥 널부러져 있다. 시체가 이렇게 끝까지 남아있는 게임은 당시 드문 편이었다. 죽은 모습도 꽤 끔찍한 편.
비고:: 몬스터 역시 절벽에서 떨어지거나 가시에 찔리거나 허리가 잘리면 주인공과 똑같이 죽는다.

총평: 허리 자르는 칼(chopper)가 내게 상당한 트라우마를 선사했던 게임이다. 얘도 상당히 어려운 퍼즐 난이도 때문에 엔딩 보기를 포기한 사람이 많았으나, 본인은 이건 모든 레벨을 깨고 엔딩 보는 데 성공했다. 단, 내 혼자 연구해서 깬 건 아니고, 남이 하는 걸 보고서 막힌 부분을 뚫는 방법을 발견한 뒤부터이다.
조던 메크너는 드라마/영화 감독 출신답게, 게임도 뭔가 한 편의 드라마처럼 웅장한 스케일로 시작하게 만들었다.

※ 고인돌 (Prehistorik)

제작사: 프랑스의 Titus
스크롤 단위: 가로로는 화면 단위. 세로 스크롤은 아주 예외적으로 위층으로 올라가거나(레벨 5) 아래의 물로 빠질(레벨 1) 때 화면 단위로 일어나는 경우가 아니면 일반적으로 없음
게임 목표: 던전에 존재하는 각종 몬스터들을 잡아먹어서 Food를 채운 후, 출구로 빠져나갈 것. 던전 차원에서 그렇게 어려운 퍼즐은 없다. 그리고 던전이 끝나면 보스를 해치우는 레벨이 나옴.

주인공의 무기: 방망이나 돌도끼만 존재하며, 역시 melee 공격만 가능함.
주인공이 가능한 동작: 점프는 실제 사람이 가능한 높이로만 가능하지만 스프링 아이템을 먹으면 키의 2~3배 정도 높이로 점프가 가능해진다. 사다리가 있음. 다른 게임과는 달리, 사다리를 잡고 있는 도중에 뛰어내리거나 떨어지는 게 가능하지 않다.
주인공의 체력: 체력 시스템이 있고 3~5단계 수준은 아닌 다단계의 hit point가 있다. 물에 빠지거나 절벽으로 곤두박질치면 즉사이긴 하지만, 그렇게 ring out되는 것 말고 던전 내부에 주인공을 즉사시키는 트랩은.. 수면 위를 오르내리는 섬 말고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안전함을 느낌) 그런데, 게임 중에 hit point는 오로지 데미지를 입어서 감소만 할 뿐, 보충하는 방법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죽으면: 딱히 way point 같은 것도 없고 죽기 직전의 위치에서 다시 시작하는 굉장히 대인배스러운 체계. 당연히 게임은 지금 상태에서 그대로 계속됨. 목숨 제한이 있지만 목숨을 늘려 주는 아이템도 있고,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보너스로 목숨도 많이 주는 편이다.
점수: 음식을 먹으면 점수가 올라가고, 클리어를 빨리 해도 보너스가 많이 주어진다.

시체: 몬스터는 일단 죽지 않는다. 죽이는 게 아니라 기절시키고 나서 잡아먹는 개념이기 때문에, 끔찍한 시체 같은 게 없다. 주인공이 죽으면 해골이 되어 하늘나라로 빠이빠이~~

총평: 다른 게임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쉽게 엔딩을 볼 수 있었다. 목숨도 10여 마리가 넘게 남기고 말이다. 공룡이 살던 시대를 묘사한 배경 그래픽이 무척 아름다웠다. 특히 빙하(레벨 3)와 숲(레벨 5). 프로그램의 버그 때문에 계단 오르다가 물에 쑥 빠져 버리면 좀 짜증.
레벨 클리어 후 보너스 점수 정산을 하는 화면은 왜 그래픽이 아닌 텍스트 모드에서 뜨는지가 늘 궁금했다. ^^

※ 블루스 형제

제작사: 역시 Titus
스크롤 단위: 가로와 세로 모두 픽셀 단위로 자유자재
게임 목표: 각 레벨별로 얻어야 하는 특수한 악기 아이템을 먹은 후, 던전을 통과하여 출구로 빠져나가는 깃발을 먹을 것. 보스 같은 개념은 없음

주인공의 무기: 상자를 들어 집어던지는 게 가능하다. melee가 없고 range 공격만 있는 셈.
주인공이 가능한 동작: 엎드릴 수 있고, 점프 역시 키의 3배 정도 높이로 가능하다. 하지만 상자를 들고 있으면 점프 높이가 급감하며, 엎드릴 수도 없게 된다. 일단 들었던 상자는 다시 놓을 수 없고 몬스터를 향해 던져서 없애 버리는 것만 가능한 것도 아쉬운 점. 그리고 물에서 헤엄치는 게 있다. 산소 제한은 없으며, 물에서 무제한 체류 가능.
주인공의 체력: 3~5칸 정도 있다. 이 게임은 모든 트랩은 빠져나가는 게 가능하며, 즉사라는 게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죽으면: 레벨별로 way point가 존재하는데, 주인공이 죽기 전에 가장 최근에 거쳤던 way point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예전 게임 상태는 보존되어 있다. 목숨 제한이 존재하며, 목숨은 레코드 아이템을 100개 채우면 하나 늘어난다.
점수: 점수라는 게 없었지 싶다. 있더라도 수집한 레코드 개수가 훨씬 더 중요했던 걸로 기억.

시체: 몬스터는 죽으면 마치 <릭의 위험한 모험>에서처럼 점프를 하면서 튕겨나간다. 주인공은 죽으면 블루스를 춘다... 음??
비고:: 2인용이 가능하다.

총평: 고인돌보다는 확실히 어렵다. 하지만 본인의 연구와 플레이만으로 스스로 5개+1개 최종 레벨을 모두 격파하고 엔딩을 봤다. 아주 넓은 던전이 인상적이었다.

※ 폭스

제작사: 역시 Titus
스크롤 단위: 가로와 세로 모두 픽셀 단위로 자유자재. 사실, 블루스 형제에서 기술적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 목표: 던전에 존재하는 트랩 퍼즐들을 통과하여, 던전을 살아서 빠져나갈 것. 단, 보스를 죽여야 하는 레벨도 있다.

주인공의 무기: 블루스 형제와 마찬가지로 자체 무장은 존재하지 않고, 던전 내부에 있는 각종 도구를 던져서 적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도구 자체는 블루스 형제보다 훨씬 더 다양한 게 존재한다.
주인공이 가능한 동작: 역시 엎드릴 수 있고 점프는 키의 3배 정도 높이로 가능하다. 도구를 들고 있어도 점프 높이는 변함없으며, 들었던 도구를 다시 놓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런데, 이색적으로 점프할 때 점프 강도를 조절 가능하다.
주인공의 체력: 고인돌처럼 다단계로 존재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shield 모드가 없다! 블루스 형제나 고인돌은 주인공이 상처를 입으면, 어서 그 나쁜 환경으로부터 빠져나가라고 주인공에게 추가 데미지를 유보하는 shield 모드를 만들어 준다. 그러나 폭스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여러 몬스터가 있는 곳에서 부닥치다가 순식간에 hit point를 다 잃고 죽을 수도 있다. 이에 덧붙여, 주인공을 즉사시키는 트랩도 많이 존재한다.
죽으면: way point를 갱신해 주는 아이템이 있다. 주인공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그런 아이템을 먹어야 하며, 주인공이 죽으면 마지막으로 그 아이템을 먹은 곳에서 게임이 다시 시작된다. 직전 상태는 보존됨. Titus의 게임들은 다 직전 상태를 보존해 준다.
점수: 존재하지 않음

시체: 주인공이나 몬스터나 다 죽으면 수직 점프를 한 후 화면 아래로 떨어져 사라진다.
비고:: hit point를 회복해 주는 아이템이 있는데, 체력이 full로 꽉 차서 더 회복할 게 없는 상태에서 그걸 먹으면 보너스 점수가 올라간다. 그리고 이 보너스 점수가 일정 한도에 다다르면 목숨을 하나 더 추가해 준다. 폭스 이외의 게임에서는 본 적이 없는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총평: 10개가 넘는 레벨이 있는 걸로 아는데, 퍼즐이 블루스 형제보다도 굉장히 어렵다. 본인은 레벨 5 정도에서 이미 GG. 위에서 언급했듯이 shield 모드가 없어서 더욱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16 09:06 2010/08/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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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 종교) 이야기

1. 대학 특색

올해 상반기에 대학원을 한번 준비해 보고서야,
대학들도 다 똑같은 대학이 아니며, 간판이라는 게 학부뿐만이 아니라 대학원 세계에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걸 느꼈다.
또한 단순히 인지도 서열뿐만이 아니라, 캠퍼스 면적부터 시작해서 지원되는 학과 내지 강세인 학과도 학교마다 다 다르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한양대나 인하대 하면 공대, 홍익대 하면 미대 같은 식으로. 옛날처럼 수능 점수에 맞춰 자동으로 학교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이제야 진짜로 내 면학 계획에 부합하는 학교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반대로 서울대와 연세대엔 일어일문학과가 없으며 연세대엔 미대도 없다는 사실에 깜놀.

내가 가는 학교는 간판 자체는 국내에서 상당한 인지도와 역사, 전통을 자랑하지만 각 과에 대해서는 학교 간판에 '비해' 의외로 인지도가 별로 없는 것 같다. 특히 공대는 잘 알다시피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에 밀려서 상당히 약한 듯. 학부는 여길 나왔더라도 대학원까지 거길 가는 사람은 못 봤다. 하지만 난 공돌이 공부를 계속하는 게 아니니 상관없음. (그럴 거면 애초에 학부 모교 대학원을 지원했어야지!)

이곳은 그 대신 국어학 쪽이 서울대와 더불어 양대 산맥이며 최 현배 박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어?) 곳이다. 다른 학교는 비교 문학, 한국학, 문화 컨텐츠 같은 협동 과정은 있어도, 딱 여기처럼 자체 국어사전 연구소를 위시로 하여 국어학+전산학 협동 과정을 개설한 곳은 없었다. 사실, 이런 학제간 연구를 국내에서 제일 먼저 시도한 곳임. 과가 이보다 더 맞는 곳이 없으니 결국 서울대 같은 다른 학교는 더 미련을 둘 필요도 없이 여기에만 지원했다.

그래서 결론은, 본인은 지금 학교에 잘 지원해서 잘 합격했다는 말이 되겠다. 이제서야 지방 소재 단과 대학이 아닌, 인서울 종합 대학에서 제 2의 학생 인생을 시작하겠다. ㅎㅎ

2. 고학력 실업자가 되지 않으려면;;

이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대학원으로 체제 전환을 하기로 했다. 히드라 럴커를 운용하다가 뒤늦게 스파이어를 올리는 기분이다. 이제야 교수가 얼마나 위대하신-_- 자리인지를 느끼게 됐으며, 누가 박사라고 하면 출신 학교와 학위 취득 나이 같은 프로필을 더욱 유심하게 보는 버릇이 생겼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박사라고 해서 다 같은 박사가 아니다. 국내 지방대 인문계 박사부터 시작해서 골수 유학파 20대 박사도 있고... 40대가 넘어서까지 거의 10년째 시간 강사 보따리장수 신세인 박사가 있는가 하면, 공대에는 무려 30대 초반에 본격 교수가 되어 자기 랩 동기들을 떡실신시킨 유학파 박사도 있다. 아놔...;

나는 이제 대학원에 가면 저 두 극단의 중간에 가까운 길을 갈 듯하다. (전자에 더 가까울지도ㅜㅜ) 일찌감치 대학원을 간 주변 동기들은 이제 박사까지 따고 나올 때가 됐는데 본인은 이제 들어간다. 학사 취득과 석사 취득 사이에 7~8년 정도 긴 간극이 있는 사람이라면 중간에 군 복무와 직장 생활을 좀 한 경우이며, 본인도 딱 거기에 속한다.

이 승만도 36세인가 그 무렵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지금 시작해도 저 사람보다는 늦지 않을 거다. 할 일 없어서 가방끈이나 늘리러 진학한 건 절대 아니고, 논문 쓸 건 다 생각해 놨다. 이제 특정 플랫폼에 종속적인 노가다 코딩은 밑의 후임에게 맡기고, 나는 더 고차원적인 걸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3. 종교 특색

연세대: 대표적인 장로교 계통
동국대: 불교
서강대: 천주교
원광대: 원불교
우리나라 국군이 인정하는 4대 종교별 대표 학교이다. ㄲㄲ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류를 꼽자면,
해당 종교에 속하는 사립 대학교에 자기가 제 발로 가 놓고는, 거기서 부과하는 채플이나 종교 의식이 ‘종교의 자유 침해’라면서 딴지 거는 애들.
종교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종교별로 다양한 건학 이념도 존재하며, 그 학교에 간 학생이라면 일단 그걸 존중은 해 줘야 하지 않는가? 자기가 거기에 신념상 동의는 안 하더라도 말이다!

동의할 수도, 존중할 수도 없다면, 그럼 그 학교엔 애초에 가지 말아야 한다. 본인은 동국대나 서강대 같은 학교는 안 갔을 것이다. KJV 믿는 지역 교회가 주변에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런 오지에 있는 학교조차 꺼려지는 마당에, 하물며 건학 이념이 대놓고 타 종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학교엘 가겠는가?

오히려 기독교 학교라고 불리는 학교들조차도 내가 보기에는 지금은 완전히 세속화할 대로 세속화해서 진짜 성경대로 믿는 교리는 거의 찾을 수 없으며 껍데기만 남았다. 그러면서 불신자들에게 기독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만 심어 주고 있다.

포항에 있는 한동대는 대표적인 기독교 사학이란 걸 독자 여러분도 잘 아실 것이다. 연세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종교 성향이 더 노골적이다.
그런데 몇 년 전(한 2007년?)엔 여기에 어느 무슬림 학생이 갑툭튀 유학 왔다. 물론, 입학 전에 한동대의 종교적 이념에 동의한다는 각서도 다 쓰고 말이다. 공부 잘하고 아주 똑똑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이 친구... 한동대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이슬람을 포교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개독들처럼 빨간 조끼와 붉은 십자가의 이슬람 버전으로? 아니, 천만의 말씀이다. 아주 정중하고 다소곳하고 예의 바르게(이슬람의 극단적인 두 얼굴을 명심하라), 교칙 전혀 안 어기면서... 주변 친구들에게 무려 성경을 펴서 논리정연하게 이슬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교내 기도실에서는 혼자 메카를 향해 알라 신에게 기도를 드렸다.

포교는 “봐라, 성경에 이런 구절도 있는데 어떻게 예수가 하나님일 수 있느냐? 예수는 하나님의 대언자일 뿐이지 삼위일체는 잘못됐다.” 아마 이런 식이었을 것이다. 기독교 안티질을 한 것도 아니다. 아니 그랬는데, 룸메이트를 포함한 상당수의 주변 학생들이 그 포교에 넘어가서 신앙 정체성을 잃고 교회를 떠났다고 한다. 교수들조차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 그 기독교 학교에 들어간 그 많은 학생들이 이슬람 학생 겨우 한 명을 신앙 논리로 못 이긴 것이다. (마 17:17 같은 주님의 탄식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래 놓고 백 날 음주가무만 금지하고 종교 생활만 율법적으로 강요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금연 금주 금녀는 종교색이 전혀 없는 사관학교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규칙이다.

주님께서 불의한 청지기를 칭찬하신 것처럼(눅 16:8), 저 이슬람 학생도 지옥 자식으로서는 임무를 정말 잘 수행했다. 작정하고 타 종교인을 계몽(?)할 목적으로 나와 종교가 다른 학교에 일부러 들어갔다면, 차라리 저 이슬람 학생처럼 행동해라! 합법적으로 노력해서 당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괜히 종교의 자유 운운하면서 인권위 진정 내지 1인 시위, 소송 따위나 하지 말고 말이다. 또한 반대로, 허접한 한국 기독교회와 교인들도 반성해야 할 게 무진장 많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대학+종교 얘기하다 말이 엄청 길어졌다.
끝으로 한 마디. 전라남도에 있는 대불대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와는 달리 불교 계열이 전혀 아니며, 오히려 기독교 계열이라고 한다. 정말 충공그깽.

Posted by 사무엘

2010/07/15 08:24 2010/07/1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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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외가가 의성군 춘산면에 있다. 지금은 외조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기 때문에 본인에게 그렇게 큰 의미는 없지만, 어머니는 고향인 거기를 굉장히 그리워하시며, 본인 역시 최근까지도 어머니와 함께 이제 외갓집은 아니지만 외조부모님의 산소를 찾아 그쪽 근방으로 드라이브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요 몇 년 전부터는 외가로 가는 길목에 무슨 추모비 같은 게 새로 생겨 있었다. 국도 35호선을 타고 청송까지 가다가 의성 춘산면 방면으로 서쪽으로 꺾은, 청송과 의성의 경계 지점이다. 외가에서 걸어서 찾아가기에는 좀 멀지만 자전거 정도만 있어도 갈 만한 곳인지라, 본인에게 그렇게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건 다름아닌 지난 2003년의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때 희생된 어느 학생을 기려서 만들어진 거라고 한다.

추모비는 꽤 오래 전인 2004년에 세워졌고 본인 역시 그 사실을 몇 년 전부터 어머니에게서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그걸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겨 왔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우연히 호기심이 생겨 인터넷 검색을 해 봤다. 고인의 동상도 세워졌다고 하는데, 위치가 너무 외진 곳이고 고인이 그렇게 유명 인사는 아니어서 그런지 인터넷 상으로 사진 같은 건 찾을 수 없다.

고인이 누구냐 하면 이 현진 양이다(1984-2003). 본인하고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난다. 대구 외고 출신의 서울대 예비 03학번이었다.
고인은 사망도 아니고 실종으로 공식 처리됐다. 시신 수습도 못 할 정도로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는 뜻이다.
http://daegusubway.or.kr/lost_detail.html?no=734&page=10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12577&yy=2004

보통 불행은 꼭 가난하고 못 사는 집안에 터지는 경우가 많은데(일단 그런 사람이 숫자도 더 많으므로), 일단 이 양의 가정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아버지가 당당한 대구 시청에서 직급도 높은 공무원이고, 고인의 남동생도 나란히 대구 외고에 진학한 상태였다. 그런 데다가 고인이 서울대 입학까지 앞두고 있었으니 이 양만이 비슷한 다른 또래의 희생자보다 언론에 더욱 안타까운 죽음으로 부각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저 가정은 대구 토박이인 것 같은데, 의성 내지 청송 쪽으로는 무슨 연고가 있어서 저기에 추모비가 세워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머니 왈, 고인이 어머니의 대학 동창의 질녀였다고 함.)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덤은 허묘인 건가?
근처엔 고인의 모교인 대구 외고 교장의 추모사, 서울대 정 운찬 전총장의 애도사(우리 서울대는 이 현진 양을 서울대 입학생으로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고인의 생전 일기, 그리고 고인의 친구들이 돈을 모아 만들었다는 동상이 기념물로 놓여 있다.

대구 지하철 화재는 한 정신병자의 미친 짓부터 시작해서 지하철 당국의 병맛 나는 사건 수습 등 여러 악재들이 겹친 덕분에, 단일 화재 한 건 당 사망자(실종 포함) 수로는 전세계의 대형 사고들 중에서도 톱클래스에 드는 끔찍한 참사로 기록되었다. 192명 사망에 148명 부상은 심지어 1971년의 대연각 호텔 화재의 사상자마저도 능가하는 규모이다. 최초로 화재가 발생한 전동차보다도, 아무것도 모르고 반대편에서 진입한 전동차가 불이 옮겨 붙고 기관사가 그 상태로 문을 잠근 채 튀는 바람에 승객들만 몰살을 당했다. 이런...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 따로 없다.

내 기억이 맞다면, 사상자 명단 중에 본인의 고등학교 동기하고 성명과 생년이 완전히 일치하는 사람이 있었다! 게다가 걔도 당시 경북 대학교 재학 중이었으니 대구 거주. 그러니 그 친구는 그 날 안부를 묻는 연락 때문에 전화기 트래픽이 폭주크리를 먹었다고 한다.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전국민에게 휴대전화가 보급된 21세기에 터졌다. 그래서 불타는 전동차 안에 갇힌 채 연기에 질식해 죽어가면서 희생자가 남긴 애절한 통화와 문자 기록들이 네티즌들의 심금을 더욱 울렸다. 비행기나 선박에서 난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게 가능했다. 이것도 의미심장하지 않은지? 사실, 일본에서조차도 지하철 내부에서는 휴대전화가 안 터진다.

(과거 1985년 8월에 일본의 JAL123기 추락 사고 때는 승객이 흔들리는 기내에서 여권 여백에다가 유서를 간신히 쓴 게 남아 있음을 기억하라. 그때는 대구 지하철 참사와는 대조적으로, 비행기가 추락만 하고 다행히 화재는 발생하지 않아서 그런 유서가 전해질 수 있었다.)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의 여파는 오늘날의 서울 지하철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딱딱한 불연재로 완전히 개조된 좌석이다. 당시 노 무현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거의 2~3년만에 인테리어가 싹 물갈이가 되었다. 그리고 2007년 즈음부터는 스크린도어까지 급속도로 보급됨으로써 서울 지하철의 외관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딱히 부실 공사 같은 부류는 아니다. 단지 직원들이 군기가 빠질 대로 빠져서 비상사태에 대처를 못 하고 병크를 잔뜩 터뜨려서 긁어 부스럼을 낸 것이다. 지하철 탑승객에게 비행기 수준의 보안 검색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휘발유를 소지하고 타는지-_-), 앞으로 사회에 불만이 있는 저런 싸이코가 또 나오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그러더라도 저 때보다야 시민들이나 승무원이 대처를 잘 해서 다시는 이 정도의 참사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다음에 외조부모 산소를 찾을 일이 있으면 이 현진 양의 추모비가 세워져 있는 곳에 예전보다 더 세심하게 눈길이 갈 것 같다.

끝으로 비슷한 사건이 또 떠올라서 사족 하나.
2003년 그 무렵이면 이 지선 씨가 인터넷 상의 유명인사로 한창 등극하던 시절이었다. 2000년경에 음주 운전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여자의 생명인 얼굴에 중화상을 입고 안면 장애 인증을 받은 그분 말이다. 그런 와중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고 더구나 컨택트 렌즈가 녹아내리지 않은 건 천만 다행이었다고 함. <지선아 사랑해>라는 신앙 간증 도서는 베스트셀러로 등극했고 본문의 일부는 본인이 개발한 타자연습 프로그램에도 실려 있다. 지금도 이분의 개인 홈페이지는 잘 운영되고 있는 모양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01 09:29 2010/07/0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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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흑역사 -- 무장 탈영

1993년 4월 19일. 구포 역 무궁화호 전복 사고가 터진 지 한 달이 채 안 되어 서울 한복판에서는 한 무장 탈영병 때문에 무려 총격전이 벌어지고 시민들은 잠시나마 극도의 공포에 떨어야 한 일이 있었다. 그 탈영병의 똘끼는 그야말로 북한 무장 공비를 능가하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탈영 역사에 관한 한, 아마 창군 이래로 전무후무한 흑역사로 남지 않을까 싶다.

사건의 주인공은 철원의 전방 부대에서 근무하던 임 채성 일병. 그는 이 대형 사고를 치기 전에도 이미 탈영으로 구속된 적이 있는 군 생활 부적격자 관심 사병 단계였다고 한다. 애인이 고무신 거꾸로 신기라도 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그냥 괜히 부적격자였던 것 같다. 불만이 쌓인 끝에 그는 결국 K1 기관단총에다가 무려 130여 발에 달하는 실탄과 수류탄 22발을 갖고 탈영했는데... 이 정도면 가히 터미네이터 내지 듀크 뉴켐 수준이다.

http://imnews.imbc.com/20dbnews/history/1993/1754426_6127.html

탈영은 굉장한 중범죄이다. 특히 무장 탈영병은 현장에서 사살 당하는 수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 헌병대는 탈영병 잡는 건 전문가이며, 탈영병의 인맥과 연줄까지 다 동원해서 정말 잘 잡는다. 군인은 아무리 옷 갈아입고 가발까지 써도 딱 보면 군인이라나? 얼마 전에 이 재진이 잡힌 걸 생각해 보라. 거기에다 탈영은 매해 내려지고 ‘갱신’되는 3군 참모 총장들의 “탈영병 복귀 명령” 덕분에, 사실상 공소 시효가 없다는 것도 상식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만화나 게임 같은 매체에서는 탈영을 무슨 철없고 혈기 만연한 20대 청년이 한 번쯤 해볼 만한 탈선 정도로 아주 가볍게 다루는 듯. 군대가 없어서 총 쏴 보려고 우리나라 부산까지 원정 오는 애들이, 병역 의무 여부가 대통령까지 바꿔 놓은 이웃 나라의 정서를 이해할 리가 없다. (이상, 탈영에 대한 엔젤하이로 위키 설명을 재구성)

군부대를 빠져나간 임 일병은 민폐를 정말 많이 끼쳤다. 근처의 민간인을 위협하여 옷을 뺏고 차를 얻어 탔으며, 덕분에... 무려 7군데에 달하는 검문소를 유유히 통과하여 서울로 진입했다!

탈영 후, 밀항해서 곧장 해외로 뜨거나 첩첩산중에서 은둔해도 시원찮을 판에 서울 시내를 누비고 있었으니, 그의 행적은 곧 헌병대에 발각됐다. 그런데 그를 처음으로 발견한 헌병이 상부에다 보고를 하면서 개삽질을 하는 바람에 그를 놓치고 만다. 그때 임 일병을 신속하게 체포 내지 사살하는 데 성공했으면 차후의 유혈 사태를 예방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여기 헌병들은 나중에 가루가 되도록 깨지고 까였다고 한다. “선조치 후보고라는 게 바로 이런 상황을 위해 존재하지 않느냐 이 ㅂㅅ아!” 같은 식이었을 것이다. -_-;;

왜 그거 있지 않은가? “시꺼 임마, 난 간부다” 한 마디에 기가 눌려서, 나중엔 그거 훼이크를 구사하는 북한군까지 밤에 통과시켜 줘 버린 초병처럼 말이다.

본격적으로 뮌헨 올림픽 참극이 벌어진 건, 임 일병이 자기가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됐음을 스스로 직감하고부터였다. 어느 30대 여성을 포함해 주위 사람을 닥치는 대로 인질로 잡고, 주변에 움직이는 차나 사람을 향해 총질을 했다. 소이탄과 살상용 수류탄까지 막 던졌다. 겨우 리볼버 권총으로나 무장한 경찰은 무려 기관총을 소지한 임 일병의 전투력을 제압할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시민 1명이 총상을 당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결국 임 일병은 화이바가 아니라 베레모를 쓴 저격수의 총을 복부에 두 방이나 맞고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다. 외국에서는 총기 난사 사고를 내는 또라이들은 보통 자기도 자살하는 걸로 끝을 내는데 그는 그러지는 않았던 듯. 이로써 희대의 무장 탈영병 총격전은 끝이 났다. 그는 중상을 입었지만 즉사하지는 않았으며, 아직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송된 병원에서는 가히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으로 통했다고 한다. 뭐, 치료가 끝나 봤자 남은 건 군사 재판에 회부되어 사형 선고 인증 받고 다시 총살형-_-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일개 병사가 무장 탈영하여 서울 한복판에서 멀쩡한 시민들을 인질로 붙잡거나 살상하고, 총과 수류탄까지 난사했으니... 이 친구가 군대에 끼친 후폭풍은 가히 엄청났다. 소속 군부대에서는 줄초상이 났다. 사단장이 경질되었고, 대대장부터 일직하사까지 간부들은 죄다 군복 벗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구속크리를 먹었다고 한다. 그가 통과한 검문소를 관할하던 헌병대장도 응당 짤렸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민간인의 사형 집행은 교수형--뭐, 이제 집행 안 한 지 10년도 더 됐으나--이지만, 군인의 사형 집행은 여전히 총살형을 쓰고 있다. 군인이 총으로 적군을 안 죽이고 도리어 아군을 죽이거나 심지어 이적 행위를 한다면, 그 총으로 자기가 죽는다는 상징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그 총살형 집행도 헌병이 한다고 하니 흠좀무스럽다.

지난 2005년 6월엔 역시 전방에서 군 복무 부적격 티가 농후하던 김 모 일병이, 자살이나 탈영은 아니고 고참들에게 앙갚음을 하려고 총기 난사+수류탄으로 대량 팀킬을 저질렀었다. 이 참극으로 무려 8명이나 목숨을 잃고 김 일병 역시 응당 군사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는데, 그건 집행이 됐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당시 피해자 유족들은 그저 “저 나쁜 쌍노무 새키 어서 사형에 처해라”는 아니었으며, 오히려 군이 온갖 의혹들을 해소해 주지는 않고 김 일병만 희생양으로 뒤집어씌워 자기네 실수와 비리를 슬쩍 덮으려 한다면서 관계자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물론 군대에서 이따금씩 일어나는 이런 불상사들은 아주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경우일 뿐이다. 그러나 사회에서 유능하던 인재가 군대에서 그 능력을 썩히고 도리어 캐 고문관 취급이나 당한다면... 그리고 실제로 북한과 싸우지도 않고서 앞날이 창창한 청년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 나가고 군대에서 그 원인에 대한 해명과 재발 방지조차 약속하지 않는다면... 나라의 안보와 기강은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군대에서 병사가 저렇게 나쁜 사고를 큼직하게 치면 위의 간부들은 이제 진급에 애로사항이 꽃피게 되며, 심하면 줄줄이 짤린다. 하지만 병사가 전투 중에 북한군(무장 공비)을 사살한다면? 상황은 완전 그 반대가 된다. 1 kill만 달성해도 당사자는 최소한 천만원 대 단위의 포상금부터 시작해서 훈장에, 계급 특진에, 정말 헬기 타고 금의환향 포상 휴가까지 주어진다. kills수가 많으면 바로 전역도 가능할 것이다. 그 병사의 관할 간부들은 승진길이 확 트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있는 줄도 몰랐던 그 병사한테 엄청 잘 해 주게 된다.

아무리 남북 화해 분위기가 만연하다 해도, 또 국방백서에 주적 표기가 있든 없든,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휴전선에서 북한군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으며, 우리나라 국군은 북한군의 목숨을 노리고 거기에 목말라하는 집단임을 부정할 수가 없는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6/26 08:39 2010/06/2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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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잡설

스타에서 프로토스 하이템플러는 바이오닉 유닛들을 번갯불(사이오닉 스톰)로 지지는 무서운 공격 유닛으로 보통 쓰이나, 잘 알다시피 할루시네이션이라는 마법도 있다.

내 유닛의 가짜 분신을 만들어서 적에게 나의 병력이 실제보다 훨씬 더 많은 것처럼 보이게 훼이크를 구사할 수 있으며, 위험한 곳에 공격이나 드랍을 시도할 때 가짜 분신들을 총알받이 역할로 삼을 수도 있어 매우 유용하다.

분신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경로를 막는 것)과 이동과 기본 공격만 가능하다. 그 외에 일꾼이나 마법 유닛, 수송선 등이 하는 동작은 그런 유닛을 복제했다고 하더라도 못 한다.
공격 역시 폼일 뿐 실제로 적에게 데미지를 주지는 않는다. 상대방에게 under attack이라고 빨간 경보음까지 주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부르들링처럼 지정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펑 사라진다. 이렇듯 분신은 실체가 없는 만큼, 상대방을 실제로 해치지는 못하는 일종의 read only 유닛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는 할루시네이션 분신은 마치 페르시아 왕자 2에서 영혼과 비슷한 면모가 있는 것 같다.
게임을 해 본 분이라면 알겠지만, level 10 이상부터 시작되는 빨간 궁전 안에서는 왕자를 좌우 화살표 키를 번갈아 누르면서 고개를 앞뒤로 뱅글뱅글 돌리기를 반복하면, 자기 분신 내지 영혼을 꺼낼 수 있다. 왕자의 분신은 새까만 그림자 형태이며, 분신이 튀어나오면 왕자의 몸은 죽어서 쓰러진다.

이 분신은 닫힌 문도 통과하고 발판을 부러뜨리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이동 가능하고 심지어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악당을 공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악당에게 실제로 데미지를 주지는 않는다. 이런 특성이 스타의 할루시네이션과 살짝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분신이 나오는 과정에서 왕자는 체력을 무려 8칸이나 영구적으로 잃으니 안습. 분신은 나중에 마지막 레벨에서 Jafar와 싸우기 직전에만 꺼내야 한다.

페르시아 왕자의 분신은 처음에는 시꺼멓기만 하지만, 나중에 Jafar와 싸울 수 있는 능력의 화염을 먹은 뒤에는 시퍼런 불꽃이 이글거리는 색으로 변한다. 그런데 이 파란색도 웬지 하이템플러가 만들어 낸 파란 분신과 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아래의 그림을 참고할 것.

사용자 삽입 이미지

페르시아 왕자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겠다.
하이템플러 분신은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실제 유닛보다 데미지를 두 배로 받으며, 각종 나쁜 마법을 맞으면 곧바로 정체를 드러내고 펑 사라진다. 분신이 사라지는 건 아쉽지만, 적군의 마법 유닛을 낚시질하여 MP를 허비시키면서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

그런데 이런 할루시네이션 분신은, 스타 개발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구현 로직이 굉장히 복잡하고 버그가 틈탈 여지가 많았던 모양이다.
분신은 분명 훼이크만 구사하는 read-only 유닛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마치 진짜 유닛처럼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극소수 존재한 것이다.

가령, 브루드워가 처음으로 출시되었던 1.04에서는 할루시네이션 디바우러가 적 유닛을 공격하면 데미지는 안 주지만, side effect인 acid spore를 마치 진짜 디바우러처럼 남기는 버그가 있었다. 디바우러는 브루드워에서 새로 추가되었으며 유일하게 그런 특이한 방식으로 공격하는 유닛이다 보니, 이는 충분히 수긍이 가는 버그이다. 1.05 패치에서 곧바로 수정되었다.

그리고, 무려 1.16까지 나온 오늘날까지도..
할루시네이션 가짜 퀸은 다른 건 못 해도 테란의 커맨드센터를 감염시킬 수 있다! 이건 가짜 디바우러가 acid spore를 남기는 것보다 더 큰 side effect이지 않은지?
가짜 퀸은 클릭해 봤자 어차피 Move, Patrol 이런 명령밖에 안 뜨는데도 불구하고, HP를 절반 이상 잃은 적군의 커맨드센터를 목적지로 우클릭해 주면 거기 가서 알아서 감염시킨다.

사실 ‘감염’이라는 동작은 딱히 이동도 아니고 kill 수가 느는 공격도 아니고 무슨 마나를 사용하는 마법도 아니고... 참 퀸에게만 존재하는 이상한 개념이긴 하다.
이것도 원칙대로라면 분명 교묘한 버그일 텐데 워낙 인페스티드 커맨드센터 자체가 캐관광 용도가 아니면 볼 일이 없고, 아군이 하이템플러와 퀸을 동시에 보유하는 건 무한 맵 치트가 아니면 거의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니 블리자드도 그냥 묵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리플레이 기능이 추가된 이후부터는 게임의 동작 알고리즘을 이랬다 저랬다 고치기도 예전보다 훨씬 더 힘들어져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프로브는 다른 일꾼들보다 시야가 1 더 넓다는 것,
질럿은 야마토 포를 한 대 맞아도 안 죽는다는 것,
사이언스 베슬은 보통 때는 Detector라는 단어 때문에 다른 테란 유닛들과는 달리 군 계급을 볼 수 없지만, 락다운을 당해서 디텍터 역할을 못 하고 있을 때는 Major(소령)이라는 계급이 뜬다는 것.

등 스타는 나온 지 무려 10년도 더 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그 깊이와 완성도는 정말 불멸의 명작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윈도우 95급 컴의 256색 환경에서 쌩쌩 돌아가고 더구나 그 열악한 환경에서 클록킹 같은 이펙트까지 구현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팔레트 사용을 기가 막힌 방법으로 튜닝했다는 뜻이다.

스타는 최초에는 비주얼 C++ 5.0으로 개발하다가 요즘 최신 패치는 7.1 (2003)로 개발되어 오고 있다. 캠페인 에디터는 MDI 프로그램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여러 맵을 동시에 열 수 있는 건 아니다. 문서는 여전히 한 번에 하나밖에 못 열고, 단지 한 맵의 서로 다른 제각기 표시하는 창들을 여러 개 만들 수 있다. 좀 특이한 형태의 MDI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5/14 08:01 2010/05/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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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날, 과학 노래

1. 과학 하는 마음으로 능률 있게 일하고
사람마다 손에 손에 한 가지씩 기술 익혀
부지런한 하루하루 소복소복 부는 살림
세상에 으뜸 가는 복된 나라 이루세

2. 과학으로 이치 찾아 새로운 것 발명하고
겨레의 슬기 모아 산업 크게 일으켜서
천 불 소득 백 억 수출 무럭무럭 크는 국력
세상에 으뜸 가는 힘 센 나라 이루세

3. 과학 하는 국민으로 기술 가진 국민으로
살림살이 늘려 가고 산업 크게 일으키면
나라의 힘 용솟음쳐 다가오는 평화 통일
세상에 으뜸 가는 민족 중흥 이루세


이 노래 아시는 분?
1970년대에 제정된 과학의 (날) 노래이다.
정말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만만찮게 그 시절 냄새가 아주 노골적으로 난다.

(박 정희는 교사 출신이고 음악· 미술 같은 예능에도 조예가 깊은 사람이었다. 본인은 개인적으로 <새마을 노래>-_-는 누구 대필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진짜로 스스로 작사· 작곡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3절의 '민족 중흥' 하면 생각나는 거 없는지?
국민 교육 헌장에서 말고는 요즘 도무지 찾을 수가 없는 단어인데, 그때 '그분'이 저 표현을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
'국민 소득 1천 달러, 수출 100억 달러' 이런 가사는 정말, 철도의 노래로 치면 '지축을 흔드는 우렁찬 소리' 급의 옛날 추억이 돼 있다.

4월 19일은 우리나라에서 4 19 혁명일일 뿐만 아니라 찰스 다윈이 세상을 떠난 날이다.
(다른 훌륭한 과학자도 많은데 왜 하필 다윈이야.. -_-)
우리나라에서 과학의 날은 일제 강점기이던 1934년에 다윈의 기일을 기려 처음 시작됐다.
소파 방 정환 선생이 제정한 어린이날보다 약 10년 정도 늦게 시작된 것이다.
그러다가 과학 기술처가 발족된 4월 21일을 기려, 1968년부터 과학의 날이 재제정되었다. 참고로 국민 교육 헌장은 1968년 12월에 공표되었다.

본인은 저런 노래를 어떻게 아냐고?
엄청 어렸을 때 옛날 국민(초등)학교 음악 테이프에서 들었던 노래들은, 죽을 때까지 안 잊어버리고 기억하고 있어서이다. 머릿속 시스템 디렉터리에 known DLL로 등록됐다. ㅋㅋㅋㅋ
딱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이미 '읍니다'는 '습니다'로 바뀌어 있었고 국민 교육 헌장도 다 삭제되었지만, 그렇게 바뀌기 전의 교과서들을 본 기억은 있다. 정말 엄청난 옛날이 됐다.

본인은 딱히 수꼴 성향이거나 박통교-_- 신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 시절은, 이공계 과학 기술자가 "지금보다야" 정말 대접 받았으며, 긍지를 갖고서 마음껏 국가를 위해 일하던 시절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반면 지금은? 현직 과학자들부터가 "내 자식 새끼는 절대로 이공계에 진학 안 시킬 거다" 그러는 시절이지 않은가!

  "그 어려운 살림에서도 박대통령은 과학 기술자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다. 틈만 나면 과학기술자들 곁을 찾았다. 과로로 숨진 과학자들도 여러 명이나 됐다. 대전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에는 그가 며칠씩 머물던 방이 하나 있었다. 그 방은 과학기술에 대한 그의 일선 지휘소였다. 그러나 그가 가고 난 지금까지 그 방을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머지 대통령들에겐 입으로만 과학이 중요했다."

아무리 지 만원 박사의 정치 성향이 싫다 하더라도 위의 내용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국방 과학 연구소는 정말 사기에 가까운 업적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고 지키고 있는 곳 중 하나이다. 작년에도 과로로 순직한 분이 있었다!
나라가 잘 돌아가고 있을 때는 의료· 법조· 금융 같은 제로썸 산업 종사자가 아니라, 기술자가 늘 대접을 받았다.

  또 예루살렘에서 솜씨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계(engine)들을 만들게 하여 망대와 보루 위에 두고 그것들로 화살과 큰 돌을 쏘게 하였더라. 그의 이름이 멀리 퍼졌으니 그가 놀랍게 도움을 받아 마침내 강하게 되었더라. (대하 26:15)

성경에서 역대기하 26장의 웃시야 왕의 업적을 읽어보면 정말 우리나라가 농업 개량을 하고 경제 개발하고 국방을 강화하던 1960~70년대 시절이 오버랩된다. 웃시야 왕은 교만으로 인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도 박통과 일치하는 것 같다.

본인은 요즘 우리나라가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부 격차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성토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럼 이 땅에 중산층이 생기긴 언제 생겼냐고 말이다.
과학과 관련된 노래로 옛날에 드라마 카이스트 주제가가 생각나고, 대전 엑스포 주제가도 생각난다. 코리아나는 영 건전 가요 컨셉인 것 같다. 88 올림픽 주제가에 비해서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후자의 가사를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푸른 산들은 우리에게 말하네 고운 햇살 뿌려 달라고
이제 모두가 슬기로운 손길로 밝은 내일 꾸며 가 보자
아름다운 마음 마음 모여서 사랑으로 보살펴 주면
꿈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네 그 날은

우리 모두가 힘을 한데 모아서 끊임없이 달려 가 보자
하루하루가 다시 열릴 때마다 놀랄 일이 너무도 많아
우주 안에 감추어진 비밀을 차근차근 벗겨 가 보면
꿈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네 그 날은

그 날은 찾아오리라 그 날은 찾아오리라
미래의 물결 속에서 그 날은 찾아오리라 그 날은, 그 날은

Posted by 사무엘

2010/04/23 22:47 2010/04/2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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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안 지홍 씨

앞의 글을 쓰면서 인터넷 서핑으로 자료를 찾다가..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여 추가로 글을 남긴다.

무려 라틴어 가사 코러스가 나오는 MBC 드라마 <제 5공화국>의 주제가는 안 지홍 씨가 작곡했다. 그럼 작사는? 유명한 다른 문학 작품 구절에서 따오거나 설마 라틴어로 직접 작사를?? ㅎㄷㄷㄷ
게다가 이 사람은 1995년에 방영했던 <제 4공화국>의 주제가도 작곡하고 1993년의 <제 3공화국> 주제가도 작곡했다! 현대사 정치 드라마 OST 작곡엔 아주 이골이 난 사람이구나! 모두 MBC 드라마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은 <제 5공화국> OST 도입부 멜로디를 대충 채보한 것이다. 한국어 몬데그린 가사와 함께. ^^;; Looking for You와 비슷한 상당히 빠른 템포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이 <제 4공화국> OST의 도입부 멜로디이다. 템포는 5공화국보다 훨씬 느리지만, 도입부가 끝난 뒤에 바로 높은 라(A)음의 높은 괴성이 나오고 나중엔 클라이막스를 거친 후 ‘전땡!’ 같은 함성으로 끝난다는 점. 그리고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언어 가사의 장엄한 코러스라는 점은 두 곡이 매우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두 드라마는 10년에 달하는 긴 시간 간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OST는 동일 작곡자의 작품일 거라고 개인적으로 추측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 추측은 사실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은 <제 3공화국> OST의 도입부 멜로디이다. 가사는 없다. OST가 흘러나올 때 시꺼먼 배경으로 각종 정치인들의 진흙/금속 인형 형상이 쫙 나왔다가 사라졌는데, 이 모습이 어렸을 때 보기엔 꽤 섬뜩하고 무서웠다.
모든 악보는 본인이 그냥 기억에 의지해서 야메로 집어넣은 것임을 밝힌다.

안 지홍 씨가 누군지는 처음 듣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기념비적인 과업은 바로..

1994년 여름, 당시 최고의 납량특집 드라마로 오늘날까지도 불멸의 명작으로 남아있는 의학 스릴러 M의 주제가 역시 이 사람이 작사· 작곡을 했다는 사실!
제목은.. <나는 널 몰라>이다.

내 영혼이 아파오네
세월은 고독을 고독은 침묵을 침묵은 미움을 기다리고 있는 걸
(이건 무슨 롬 5:3-4 같은 점층법도 아니고 뭐야..)
모르고서 시간은 흘러가네
침묵 속에 쌓여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네 들리지 않아
어둠 속에 숨어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네 보이지 않아
나는 널 몰라 (네가 누군지, 네가 무언지, 네가 왜 나를 찾아왔는지...!) 몰라~~!!

M은 낙태를 소재로 하여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드라마이지 않던가? 아래의 성경 구절을 염두에 두고 저 노래 가사를 곱씹어 보라. 섬뜩하다. 직접 들어 본 사람만이 그 전율스러움을 안다.

영의 길이 무엇인지 또 아이 밴 여자의 태 속에서 뼈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네가 알지 못하는 것 같이 모든 것을 만드시는 하나님의 일들도 네가 알지 못하느니라. (전 11:5)

TV에서 방영될 때는 시간 관계상 1절만 나왔지만 정식 노래는 1절+간주+2절이 있었다. 간주 때는 M 특유의 변조된 악마 목소리와 으헤헤헤헤헤’ 흉악한 웃음소리까지 곁들어져, 공포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서 태지 음반에 사탄의 메시지가 백워드 마스킹으로 녹음돼 있다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던 시절이었을 텐데?

자, <제 n공화국>과 M 모두 짐작하셨겠지만 어김없이 단조이다.
안 지홍 씨는 뭔가 장엄한 한편으로 쓸쓸하고 암울한 느낌이 나는 OST 제작에는 정말 탁월한 재능이 있는 분 같다.
M 얘기까지 나왔으니 그런 의미에서 짤방 하나 첨가하는 걸로 글을 맺겠다.

‘착시’라고 치면 어김없이 나오는 그림이다. 언뜻 보기로는 그냥 아리따운 아가씨의 초상화인데,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OME (Oh my eye!) 공포물로 바뀐다고 함. 본인은 뭔지 잘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사무엘

2010/04/13 17:14 2010/04/1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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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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