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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생각들

1. Shrink는 압축이 아니다

파일 단위로 문서(document)를 취급하는 대부분의 응용 프로그램들은 파일 내용을 메모리로 전부 읽어들여서 처리를 하며, 저장도 내용 전체를 한꺼번에 한 파일로 쓴다.
뭐, 개발툴 같은 경우 여러 파일을 묶어서 프로젝트라는 개념을 도입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개개의 파일을 읽어들여 편집하는 건 전체 단위이다.

하지만, 부분적인 수정이 빈번히 발생하고 매번 파일 전체를 메모리로 읽고 쓰기에는 용량이 너무 커질 수 있는 자료구조는 위와 같은 단순한 방식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데이터베이스라든가, 이메일 클라이언트의 편지함, 그리고 가상 기계 프로그램이 만들어 내는 가상 디스크 같은 건, 프로그램 메뉴를 살펴보면 Compact 내지 Shrink라는 명령이 반드시 존재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런 데이터들은 오래 사용하다 보면 파일 내부에 fragmentation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그 양이 누적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shrink를 해 줘야 파일 크기가 실제 내부 데이터가 차지하는 크기와 비슷하게 최적화되며, 데이터를 다루는 performance도 좋아진다.

사실은 오늘날 컴퓨터에 존재하는 파일 시스템 자체부터가 이와 비슷한 발상으로 관리되며, 그래서 '조각 모음'이 필요한 형태이다. 윈도우 비스타 이상부터는 그걸 운영체제가 서비스(시스템이 내부적으로 돌리는 프로세스)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알아서 돌려 준다. 뭐, random access에 최적화되어 있는 SSD 메모리는 그런 패러다임조차 바꿔 놓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데이터베이스나 관련 프로그램들이 그 기능을 '압축'이라고 번역해 놔서 나를 몇 차례 굉장히 혼동시키곤 했다. shrink의 결과가 파일 용량 감소인 건 사실이지만, 재배치 내지 정리와 훨씬 더 가까운 개념이 어떻게 압축이라 불릴 수 있는가? 서랍 정리와 방 정리를 군대식으로 잘 해서 방이 예전보다 넓어 보이는 게 어떻게 물건을 압축한 결과라 볼 수 있겠는가?

전산학, 컴퓨터, IT 쪽에 최소한의 감각이 있는 사람이 압축이라 하면 바로 떠올리는 개념은, 무손실이든 손실이든 압축 알고리즘이며, 결과물의 크기는 줄어드는 대신 데이터를 읽고 쓰는 cost가 커지는 그런 tradeoff이다. 그러니 데이터베이스를 압축하겠다고 하면 개념에 굉장한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차라리 과거 도스 시절에 존재했던 Stacker, DoubleSpace, DriveSpace 같은 디스크 압축 프로그램은 진짜로 그런 의미의 압축이 맞았다.

그럼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shrink 내지 compact를 어떻게 번역하면 우리말로 더 잘 와 닿을지 고민된다. 한 단어로는 어려울 것 같고 끽해야 내부 메커니즘을 표현한 '파일 내부 구조 재정리'라는 뜻이 담긴 표현을 써야 하지 않겠나 싶다.

2. Everett

미국 북서부의 워싱턴 주, 시애틀 근교에는 Everett(에버렛)이라는 도시가 있다. 그런데,

- 윈도우 프로그래머로서: 비주얼 스튜디오 2003의 코드명이 이것이었다.
- 교통· 항공· 우주 매니아로서: 이곳에 보잉 사의 세계 최대 규모의 비행기 조립 공장이 있다. 항공 덕후라면 이 사실이 바로 떠오를 것이다. ㅋㅋ

VS 닷넷 초기인 2002/2003이 버그가 많다고 욕 많이 얻어먹긴 했다. 하지만, <날개셋> 한글 입력기 개발을 6년간 VS 2003으로 해 본 본인으로서는 그게 그 정도로 나쁘지는 않았다. 닷넷이 아닌 Win32 native의 관점에서 봐도 오히려 VS 6.0보다 향상된 기능이 많고 UI가 깔끔해져서 반갑게 잘 쓰며 지냈다.

운영체제의 코드명인 시카고(윈도우 95), 휘슬러(윈도우 XP), 롱혼(윈도우 비스타) 등과는 달리, 개발툴은 아무나 쓰는 제품이 아니다 보니 코드명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런 것들도 코드명이 있긴 하다.
비주얼 스튜디오 2005의 코드명은 Whidbey, 2008의 코드명은 Orcas이다. 단, 오피스 제품이 코드명이 있다는 얘기는 지금까지 못 들었다.

이 글 쓰는 과정에서 미국 지리 공부를 좀 했다. 미국의 행정 수도인 워싱턴 D.C.는 말 그대로 미국의 초기 역사가 담긴 동부 끝자락에 있는 반면, 워싱턴 주는 전혀 동쪽에 있지 않으며 그 반대이다. 워싱턴 주와 워싱턴 D.C.는 지리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으니, 뉴욕 주와 뉴욕 시의 관계처럼 생각해서는 절대 절대 안 된다. ^^;;;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는 곳은 시애틀. 고로 이곳 근처이며 역시 서쪽 끝 되겠다.

이름도 비슷하고 옛날에 윈도우 95의 임팩트가 크기도 했으니, 난 한동안 MS가 시카고에 있는 줄 알았으며, 고로 실리콘 밸리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치 칼텍과 MIT 사이만큼이나 엄청 멀리 떨어져 있는 줄 알았다. 게다가 빌 게이츠는 하버드 중퇴이기도 하니 웬지 그의 주 활동 영역도 동부였을 것 같지 않나? -_-;;; 하지만 그렇지 않다.

빌 게이츠가 2008년 6월 27일에 은퇴했으니, 나 병특 마치기 딱 사흘 전에 은퇴했다.
나는 이제야 군필자가 되어서 한국에서 제약 없는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직전이었던 반면, 그 양반은 그때 기업 경영자로서 완전 만렙 찍고 은퇴했다. ㄷㄷㄷ

3. 김 명호

우리나라에 김 명호라는 이름은 여러 동명이인이 존재하는데, 다들 IT나 최소한 이공계에서 쟁쟁한 실력자들이다.

-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기술 임원인 김 명호 상무. IT 매니아라면 이름 안 들어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 카이스트 전산학과의 김 명호 교수. 우리나라에서 얼마 안 되는 데이터베이스 전문가이다. 아, 그러고 보니 카이스트 황 규영 교수도 DB 쪽은 가히 만렙 찍은 분이 아니던가(빡센 강의 커리큘럼 때문에 학부생들로부터 별명이 '황디비'..). 카이스트는 DB에 강하다. ㄲㄲ

- 그리고, 성균관 대학교의 수학과 교수였고, “석궁-_- 테러”로 유명한 김 명호 박사. 좋게 말하면 정말 머리 좋고 유능한 학자이고, 좀 삐딱하게 말하자면 너무 강직하고 현실과 타협을 못 하고 일종의 똘끼도 보이는 천재 타입의 인상? 그 근성이 지나쳐서 교수 재임용에 탈락하고 나중엔 살인 미수 혐의로 징역까지 몇 년 살다 2011년 초에 출소했다.
세상 부적응형의 천재 타입이라면 정말 교수가 아니면 할 일이 없을 텐데, 그 연세에 범죄자로 전락하여 교도소 나와서 앞으로 뭐 하고 사시려나 좀 걱정되기도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1/12/10 19:27 2011/12/1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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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마 다리 붕괴 사고

중· 고등학교의 물리 시간에 '타코마의 다리 붕괴 사고'에 대해 들어 본 분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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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homa는 윈도우 운영체제의 유명한 글꼴 이름이고, 여기서 지명은 미국 서북부의 워싱턴 주에 있는 Tacoma 시이다.

1940년 7월 1일에 바닷가 해협에 개통된 이 다리는 불과 4개월 만인 11월 7일, 강풍에 다리 전체가 널뛰기 하듯 들썩들썩 흔들리더니 와르르 무너져내려서 사람들에게 큰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비록 다리가 기둥이 적고 무척 가벼운 구조로 건설되어 바람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당초 설계 기준보다는 훨씬 더 약한 풍속(초속 19m가량)에 다리가 아주 개발살이 났기 때문에 건축 공학계의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2차선, 편도는 겨우 1차선밖에 안 되는 좁은 다리였으니 오늘날 서울의 한강에 놓인 8차선급의 크고 아름다운 '대교'들을 생각해서는 곤란하겠다. 사실은 1980년 이전에는 한강 다리들도 넓어 봤자 4차선급밖에 안 됐다가 나중에 다시 확장된 게 태반이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된 구조물이 저렇게 물렁물렁 출렁거릴 수 있는지 신기하기 그지없다.
이 붕괴 사고는 3년 전의 힌덴부르크 호 폭발 사고(1937. 5. 6.)와 더불어, 그 과정이 현장에서 생방송으로 녹화되어 기록이 전해지는 얼마 안 되는 사고이다. 그것도, 오늘날처럼 스마트폰으로 아무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시절과는 넘사벽급으로 다른 20세기 초중반에 말이다.

※ 여기서 잠깐, 힌덴부르크 호 폭발 (또 교통수단 얘기 작렬)

- 그렇잖아도 힌덴부르크 호를 촬영하러 언론사가 일부러 취재를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그랬는데 다 와 가지고 비행선이 화염에 휩싸이면서 폭발· 추락하자 리포터 양반이 “오 끔찍합니다.. 세계 최악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라고 절규를 남겼다.
- 대서양을 건너는 교통수단의 사고로는 비록 승객수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타이타닉 호와 비교될 만하다. 대형 국제 여객선과 비행선 모두, 오늘날은 실용적인 항공기에게 자리를 내 주고 자취를 감춘 상태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출발한 이 비행선은 미국 뉴저지 주의 레이크허스트 해군 비행장까지 가는 데 꼬박 사흘이 걸렸다. 한편, 영국의 사우샘프턴을 출발한 타이타닉은 출발 후(4. 10.) 닷새(4. 15.) 만에 침몰했고, 이는 목적지인 뉴욕까지 직선 거리로 75~80% 정도 도달한 지점이었다.

비록 비행선이 선박보다 더 빠른 것은 자명하나, 비행선은 여전히 승객의 수면을 챙겨야 할 정도로 속도가 대단히 느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느린 배보다 2~3배밖에 빠르지 않았다는 뜻이니 말이다. 진짜 자동차 속도이다. (이 비행 시간을 훗날 콩코드 초음속 여객기는 무려 4시간대 이내로 단축시키기도 했고.)

※ 타코마 다리 붕괴

- 후세에 길이 남을 이 특종 명장면은 다리 정면과 아래 등, 여러 각도와 장면에서 찍은 게 전해진다. 출렁거리는 모습은 모 대학의 연구팀에서, 무너지는 모습은 어느 민간인이 제각기 촬영했다고 한다.
- 중간에 다리를 못 건너고 버려진 승용차는 정말 지못미. 그래도 운전자가 차를 버리고 탈출한 건 당연히 잘한 행동임.
- 어째 컬러 동영상이 전해진다. 1940년에 정지 사진도 아니고 컬러 동영상 기술이 있었나? 아니면 흑백 동영상을 나중에 컬러로 복원했는지?

타코마 다리의 붕괴는 그래도 무슨 부비트랩처럼 갑자기 무너진 게 아니어서 사람들이 일찌감치 대피했고, 그래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리고 붕괴 원인이 성수 대교와는 달리 부실 공사 같은 것 때문은 아니었다. 그 당시 건축학계가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던 변수 때문이었는데...

잘 알다시피 바람이 다리를 직접적으로 때리는 세기가 문제였던 게 아니라, 바람으로 인해 주변에 발생한 공기 진동이 문제였다. 어떤 물체에는 고유 진동수라는 게 있는데, 이와 같거나 최소한 겹쳐지는 배수급의 진동을 지닌 외력이 거기에다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같은 힘으로도 더욱 큰 진동이 내부적으로 발생한다. 그리고 그 불안정한 상태가 갈수록 심해지면 그 물체는 파괴됨.

일상적으로도 자연에는 수많은 파동이 존재한다. 우리가 자연에서 듣는 음파만 해도 무수히 많은 파동이 겹쳐진 복잡한 파동이지만, 서로 간섭을 일으켜서 많이 상쇄도 된다. 그 무수히 많은 파동들이 우연히 다 겹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에너지로 돌변할 가능성은, 데이터 운이 억발로 없어서 퀵 정렬이 하필 매 루프마다 최악의 pivot만 골라서 시간 복잡도 O(n^2), 공간 복잡도 O(n)이 될 가능성만큼이나 낮다. (내가 생각해도 참 적절한 비유인 것 같다. ㄲㄲ)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매체에서 자주 과장되어 묘사되는 장면이긴 하다만, 여성이 굉장히 높은 옥타브로 괴성을 질렀더니 유리창이나 유리컵이 박살 나는 걸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겠다.
엇, 그러고 보니, 함성에 무너져 내린 여리고 성도 생각나는구나(수 6:20)? 허나 그건 과학 현상이라기보단 초자연적인 기적에 더 가깝겠다.

자동차의 소음기는 반대로 그런 음파 에너지를 counter-음파로 상쇄하여 엔진 소음을 줄여 주는 물건이다. 이게 없으면 자동차도 무슨 오토바이처럼 터덜 털털털 부우웅~ 하는 짙은 소리가 그대로 들리게 된다.

1831년, 영국 맨체스터 근교의 브로스턴 다리는 많은 군인들이 오와열을 맞춰서 행군하자 그 직후 무너졌다. 군인들의 발을 맞춘 박자가 다리의 고유 진동수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 서울 강변의 테크노마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진동 소동이 벌어졌을 때도 혹시 이것과 비슷한 현상이 아니냐며 타코마 다리 사고가 언론의 주목을 잠시 받기도 했다.

그리고 끝으로...
1990년대 도스 시절 게임을 즐긴 친구라면, 타코마 다리와 관련하여 역시나 이 장면이 생각나지 않는지? ㄲㄲㄲㄲ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페르시아의 왕자 2는 최종 보스인 Jafar만이 있을 뿐, 딱히 레벨별 보스가 존재하지는 않는 게임이다. 그냥 퍼즐을 풀어서 레벨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끝인데..
날으는 양탄자를 타고 동굴 world를 빠져나가기 직전의 막바지 단계에 이런 이벤트가 있다. 방법을 모르면 통과하기 굉장히 어렵고 짜증 난다.

여기서 핵심은, 저 죽지 않는 해골 악당과 적당히 칼싸움을 하고 있다가 다리가 와르르 무너질 때, 해골만 해치우고 자기는 다시 올라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왕자는 설정상 자기 칼을 떨어뜨린다. -_-;; Jordan Mechner의 게임답게 이 게임은 영화 같은 기믹이 풍부하다.

일종의 bug exploit을 이용해서 해골을 해치우지 않고 다리를 무너뜨리지 않고, 따라서 칼을 잃지도 않고 건너편의 돌문을 통과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러기는 굉장히 어렵다.
해골과 싸우지 않고 왼쪽의 돌문으로 달려가면, 해골도 오른쪽으로 가서 발판을 눌러 돌문을 닫아 버리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은 로직상으로는, 해골과 싸우지 않고 왕자가 관문 근처로 가면, 그 해골이 발판에 도착하기도 전에 문이 강제로 쿵 닫히게 돼 있다. 그런데 이런 로직조차도 헛점이 있긴 했다. ^^
나중에 궁궐 world에서 나오는 허리 자르는 칼을 포복하지 않고 점프로 통과하는 게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 역시 bug exploit)

Posted by 사무엘

2011/12/01 08:27 2011/12/0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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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슈퍼스타K> 라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인기였다. 작년의 시즌 2에 이어 올해의 시즌 3이 지난 주에 끝났다. 결과는 울랄라 세션의 압승.

본인은 평소에 연예· 오락 쪽은 완전히 담을 쌓고 신경을 끄고 지내는데 이런 걸 어떻게 아냐 하면, 누나가 그걸 매주 즐겨 봐서이다. ‘울랄라 세션’의 팬이다. ㅋ 저 사람들은 나이가 좀 많은 것만 빼면, 장르를 불문하고 폭발하는 가창력에 댄스까지 정말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엔터테이너이긴 하다. 애초에 심사위원들도 이 팀은 아마추어급이 아니고 수준이 다른 팀과 너무 차이가 난다고 인정했을 정도이니까.

그런데 TOP 3에까지 오른 팀 중엔 남녀 듀오인 ‘투개월’이라는 팀이 있다. 미국 교포인지라 뉴욕 지역 예선을 통과했다. 팀원이 모두 겨우 10대 고등학생 나이인데, 잘생기고 예쁘고 노래도 잘 부른다(男 도 대윤, 女 김 예림).

특히 김 예림은 뭐랄까 낮으면서 몽환적인 목소리가 포인트인데, 심사위원 중 한 분인 윤 종신은 김 예림에 대해 ‘뉴욕 예선 참가자들 중 가장 독특한 목소리의 소유자’라고 평한 바 있다. 나도 그게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서 울랄라세션보다는 투개월에 더 호감이 가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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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 예림의 목소리가 곁들어진 남녀 듀엣을 여러 번 듣고 있다 보니, 나의 잠재의식 속에서 오랫동안 파묻혀 있던 먼 과거의 어떤 기억이 깨어나는 것 같았다. 이거 뭔가 익숙한 분위기의 노랫소리라는 느낌이 든 것이다.

한참동안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내가 동질감을 느낀 원본의 검색 결과는 바로 주찬양 선교단이었다.

9집 <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자여>의 5번 트랙 <와서 우릴 도우라>.
이 앨범은 전반적인 주제가 선교· 헌신이며, 저 트랙은 행 16:9의 표현을 근거로 당대로서는 좀 파격적인 리듬과 멜로디의 곡이었다(1993년 4월에 발매된 앨범임).

‘와서 우릴 도우라’ 코러스가 몇 차례 반복된 후 남녀 듀엣이 나오는데, 그때 곁들어지는 여자 가수의 목소리도 저것처럼 낮고 중후한 편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가수의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어지간 한 거 다 외우고 있는데..;;

자, 더 말이 필요 없으니 직접 듣고 비교해 보시라.

(1) 투개월의 <Brown city> 中


(2) <와서 우릴 도우라> 中

물론 두 곡 자체는 분위기가 서로 사뭇 다르긴 하지만, 두 가수의 목소리에서 좀 동질감을 느낄 만한 공통분모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지?
참고로, 주찬양 선교단의 싱어와 슈스케의 김 예림의 현재 실제 나이 차이는 아마 거의 모녀지간-_- 수준일지도 모른다.

내가 학교에 가서 슈스케 얘기를 꺼내자 주변 친구들은 “오, 너도 그걸 봤구나” 하면서 신기해하는 반응이었다. 평소에 내가 TV를 전혀 안 보고 지낸다는 걸 아니까.;;

본인은 고등학교 시절엔 주찬양 선교단만 듣다시피하면서 앨범 내용을 머리에 다 집어넣고 지냈다. 오히려 주변의 어른들이 “어, 이건 우리 세대 때 즐겨 듣던 음반인데 네가 더 잘 알고 있네” 이러실 정도였다.

우리 누나는 예전엔 H.O.T.를 좋아했고 다음으로 Back Street Boys를 좋아했고, 특정 농구 선수나 외국의 영화배우를 좋아했다가 그게 사그라지는 등, 연예인 아이돌을 좋아하는 평범하고 전형적인 타입이었다.

그 반면, 나는 그런 데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내 할 일밖에 안 했다.
그러나 뭔가 하나를 일단 좋아하기 시작하면 아무도 못 말리며, 그게 평생 지속되고 그 분야의 완전히 끝장을 보고 작살을 내 버리곤 했다.

어렸을 때 ‘빠돌이, 빠순이’ 기질을 적당히 발산하던 사람은 나이가 들고 철이 들면서 그게 없어지고 다시 평범한(?) 사회인으로 돌아가는 반면, 나는 그렇지 않다.

새마을호에서 흘러나왔던 Looking for you 음악을 듣는 감흥은 2004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함이 없고 나를 철도에 미치게 만들고 있다. 나는 철도에 관한 한은 첫사랑이 전혀 식지 않았으며(계 2:4) 시종일관 동일하다. 이 기질이 평생, 아니 하늘나라에서까지 지속될 걸로 예상된다.

어쩌면 나 같은 부류가 정말 무서운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철도 음악보다 먼저 접한 건 그래도 주찬양 선교단이었으니, 이건 불행(?) 중 다행인 걸까? ㅋ

Posted by 사무엘

2011/11/17 08:41 2011/11/1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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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노래 해설

1.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 / 긴 역사 오랜 전통 지녀 온 겨레
거룩한 세종대왕 한글 펴시니 / 새 세상 밝혀 주는 해가 돋았네
한글은 우리의 자랑 문화의 터전 /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2. 볼수록 아름다운 스물 넉 자는 그 속에 모든 이치 갖추어 있고
누구나 쉬 배우며 쓰기 편하니 세계의 글자 중에 으뜸이도다
한글은 우리의 자랑 민주의 근본 /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3. 한 겨레 한 맘으로 한데 뭉치어 힘차게 일어나는 건설의 일꾼
바른 길 환한 길로 달려 나가자 / 희망이 앞에 있다 한글 나라에
한글은 우리 자랑 생활의 무기 /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이 노래는 제목이 그냥 <한글 노래>이다.
즉, 한글날과 관계가 있다기보다는 한글 자체에 대한 찬가라는 점에서, 제헌절 노래나 삼일절 노래, 6· 25 노래 등과는 위상이 좀 다르다.

한글 노래는 언제 봐도, 눈물이 나올 정도로 참 감동적이다.
지난 2004년엔 본인, 가사를 손으로 필사한 적도 있다.

잘 알다시피, 이 노랫말을 지은 분은 외솔 최 현배 박사이다. 많고 많은 국어학자 중에 그분 정도로 한글을 진정 사랑한 분만이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수준의 역동적인 가사를 쓸 수 있었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1절은 한글 창제의 감격을 묘사했다.
외솔의 동지이자 조선어 학회 사건 당시의 fellowprisoner (롬 16:7, 골 4:10, 몬 23)이었던 석인 정 태진 선생이 1949년 <한글날을 맞이하여>라고 발표한 논설을 보면 비슷한 표현을 볼 수 있다.

“과연 그 날이야말로 우리 배달민족이 길고 긴 어두움에서 새로운 빛을 보던 날이었고, 그 날이야말로 과연 우리 민족이 오래오래 죽음의 길을 걷던 발길을 돌려서 영원의 삶의 길로 나아오던 바로 그 날이었던 것입니다.”

영생의 길.. 가히 종교적인 수준의 찬사인걸? (단, 너무 기쁨에 겨웠는지, 글 중엔 한글과 우리말을 그렇게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은 표현도 좀 나오며, 6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기엔 다소 구태의연한 권면도 없지는 않음)
내 신앙관과 짬뽕을 하자면, 그야말로 성경에 나오는 의의 태양(말 4:2) 같은 심상이다.
주찬양 선교단 7집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의 2번 트랙 <빛>을 BGM으로 깔면 적절할 것 같다.

2절은 한글의 우수성이 묘사되어 있다.
외솔의 저서 <한글갈>에 있는 문장을 보면, 노래 가사는 저서의 요약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한글은 그 짜임이 가장 과학스럽고 그 자형이 정연하고 아름다우며, 그 글자 수가 약소하고도 그 소리가 풍부하며, 그 학습이 쉽고도 그 응용이 광대하여 글자로서의 모든 이상적인 조건을 거의 다 갖추었다 할 만하니, 이 글자를 지어낸 세종대왕 한 사람 당대의 밝은 슬기가 능히 천고만인의 슬기를 초월하였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글자를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찬탄을 금치 못하게 하니 이는 고금이 다름없고 안팎이 한가지이다.”

한글을 ‘민주의 근본’이라고 칭한 것도 단어를 아무렇게나 선택한 게 아니다. 외솔의 평소 지론이 담겼다.
배우기 쉽고 편리한 글자로 문맹을 퇴치하고 국민들을 똑똑하게 만들어야만 민주주의도 실현된다는 그분의 철학은, 유고작인 <한글만 쓰기의 주장>을 읽어 보면 더욱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3절로 가자.
전통적인 기독교 찬송가를 보면, 앞부분은 예수님이나 크리스천의 삶에 대해서 노래하다가도 마지막 절은 재림, 천국, 내세 같은 거시적인 주제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코레일의 사가 Oh Glory Korail도 보아라. 마지막 절은 한국 철도가 대륙을 넘어 세계로 뻗어간다고 스케일이 확 커지지 않던가. ㄲㄲㄲ

그런 맥락에서 한글 노래의 마지막 3절은, 한글을 통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김 동길 전 연세대 교수가 1980년대에 한글 문화권에 대해서 글을 썼듯이 말이다.

물론 21세기가 된 지금, 현실은 시궁창이다. 굉장히 시궁창이다.
외국어는 범람하고 국어 문법은 갈수록 잡-_-탕이 돼 간다.
그리고 미래가 안 보이는 경제 불황과 영적 배도와 타락, 그리고 막장으로 치닫는 사회 시스템 앞에서는... 한글이고 나발이고 답이 없다. -_-
나도 솔직히 육신적인 심정으로는 한글 문화권 나부랭이 따위를 바라느니(교리적으로 다분히 후천년주의적이기도 하다ㅋㅋㅋ), 차라리 하늘나라를 바라고 말겠다.

허나, 그래도 한국보다 더 못 사는 나라들로부터 이민자는 꾸준히 유입되고 있고,
생업을 위해서든 한류 열풍 때문이든, 오늘날은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도 비록 진짜 메이저급 언어의 학습자에 비할 바는 못 되더라도 은근히 ‘많다’.
신토불이니,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다” 식의 구태의연한 드립을 동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에 끼인 우리나라가 우리만의 개성을 내세워서 세계에 얼굴을 내밀려면 미우나 고우나 한글을 들고 나가야 한다.

그리고 한글이 ‘생활의 무기’란다. 최 현배 박사는 공 병우 한글 세벌식 타자기의 가치를 알았고, 문자를 다루는 기술을 기계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던 사람이다. 그랬기 때문에 ‘무기’라는 단어를 썼다. 자, 이 정도로 풀이하니 한글 노래의 가사가 정말 외솔스럽다는 게 와 닿으시는지?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 주 시경 선생은 그 옛날에 불모지이던 국어학의 기초를 닦고 한글 맞춤법의 근간을 마련해 놓았다.
최 현배 박사를 비롯한 조선어 학회의 학자들은 언어학의 결정체인 국어사전을 만들었다.
공 병우 박사는 기계와 사람의 편의성을 기가 막히게 조화시킨(=C언어스러운?ㅋㅋ) 전대미문의 한글 타자기를 발명했다.
그리고 아래아한글을 만들어 낸 프로그래머들은 음..;;
아놔 다들 너무 천재들이다..;;

그 다음으로 본인은 지금까지 해 놓은 일이 그 ‘한글탑’ 위에다가 벽돌 한 장 정도 올려놓은 수준은 되려나..? ㅋㅋ
(연세 대학교 캠퍼스 안엔 연세 한글탑이 있다.)

9월 18일 철도의 날과 10월 9일 한글날은 딱 3주 간격이며, 둘은 같은 요일이다.
고로 올해는 철도의 날과 한글날이 모두 일요일이다.
이 사실을 발견하고는 본인, 무릎을 쳤다.
철도와 성경이 만나듯, 철도와 한글 쪽도 이렇게 만날 필요가 있다. ㅋㅋㅋㅋ

예전의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김 진우 교수님은 이번 학기에 연세대 국문과 학부에서 <언어학의 이해>를 강의하고 계시는데, 한글날 근처의 주엔 이례적으로 여타 단원을 건너뛰고 ‘문자의 발달사’ 단원을 강의하신다. 당연히 한글을 기리기 위해서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10/09 08:33 2011/10/0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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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대학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4년제 종합 대학 위주로 생각나는 대로 써 보면 이렇다.
먼저, 인서울부터. () 안에 있는 학교는 그 권역의 여타 학교에 비해서는 좀 떨어져 있는 것이다.

서대문-마포구 (일명 신촌):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추계예술대)

동대문구: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서울시립대)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 육사, 서울여대, (삼육대) ... 서울 과학 기술대가 부지가 이렇게 넓은 줄은 몰랐다. 그렇잖아도 육사도 넓은데.

동작구: 중앙대, 숭실대 twin

광진구: 건국대, 세종대 twin. 건국대도 서울 시내 소재이고 지하철역과 꽤 가까운 것치고는 부지가 상당히 넓다.

성북구: 고려대, 성신여대
종로-성북구: 성균관대(문과), 가톨릭대(멀티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학교이긴 한데..-_-), 한성대

그리고, 아래의 두 대학은 딱히 이웃이 없고, 해당 지역에서 유일하여 독보적이다.

관악구: 서울대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음)
성동구: 한양대 (음, 왕십리 대학교라는 애칭까지-_-)

아래의 대학들은 서울의 해당 권역에 있지만 서로 그리 가까운 이웃은 아니다.

중부: 동국대 / 숙명여대
북부: 상명대 / 국민대

한편, 구로구에는 성공회대를 비롯해 당장 전철 차창 밖으로 한영 신학대, 유한 대학, 동양 미래 대학 등 전문대 포함하여 여러 작은 학교들이 있지만, 딱히 이웃집 사이는 아니다.

소감:

1. 서울 중심부와의 접근성 대비 캠퍼스가 엄청 넓은 학교로 치자면 역시 연세대가 짱인 것 같다. 그 정도 인지도와 규모이면서 서울 역/서울 시청/광화문에서도 그 정도로 충분히 가까운 학교는 과연? ㄲㄲ
2. 서울 강남은 개발 역사가 짧다 보니, 강북에 비해서는 대학 수가 정말 적다는 걸 느꼈다.
3. 서울대와 카이스트 말고 교수 아파트가 있는 대학이 있나?

4. 서울대는 학교에서(특히 정문도 아니고 공대 강의동에서!) 전철역까지 도보로 가는 건 대략 바보짓..;;
연세대는 그렇게 호락호락 가까운 거리가 아니어서 셔틀버스가 다닐 정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문과대나 상경대에서도 한 20분 남짓 걸으면 그래도 가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고려대는 학교 근처를, 그것도 캠퍼스 중앙을 관통하는 지하철역이 두 개나 있으니 해피하고..;;
한양대나 숭실대 정도면 지하철과 가장 가까운 학교이다. 한양대는 지하철 역명을 두 개나 먹고 있기도 함(한양대, 한대앞)ㄲㄲ

5. 덧붙이자면, 서울대는 공대가 정문과 먼 제일 구석에 있지만, 연세대는 공대가 정문과 가장 가까이 있다는 차이도 존재함.

서울 밖으로 나가면,

대전: 단연 카이스트와 충남대. 둘 다 부지가 꽤 크고 아름대운 학교인데, 나름 이웃집 사이이다. ㄲㄲ

부산: 부경대와 경성대. 아예 인근의 지하철 역 이름이 저렇게 정해졌을 정도이다. 부산에도 나름 대학교 많다.

인천의 인천대와 인하대는 그리 가까운 위치는 아니지만, 전국에서 인천 공항과 가장 가까이 있는 대학인 건 확실하다. 인천대교와의 접근성이 서로 거의 호각임. 직선 거리는 송도에 있는 인천대가 약간 더 가깝지만, 다리와 연결되는 고속도로 진출입로하고는 인하대가 더 가까이 있다.

끝으로, 인서울 대학 중에 내가 지금까지 방문한 적이 있는 곳을 좀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대: 정보 올림피아드 참가(1999), 창조론 오픈 포럼 참석(2008) 이렇게 딱 두 번. 대학 학부 시절에는 한 번도 간 적 없다. 그리고 정말 공교롭게도 서울대를 방문한 해는 다 내가 미국에 갔다 온 적이 있는 해이기도 했다.
고려대: 한글/한국어 정보 처리 학술대회(2003), 그리고 친구 만나러 몇 번.
연세대: 정작 이 학교는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까지 방문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건국대: 한글 학회 창립 100주년 기념식 참석(2008). 새천년관이라는 강당이었다.
경희대: 지인 만나러 몇 차례. 본캠과 국제(수원) 캠퍼스에 모두 가 봤다. 수원캠의 경우, 2002년에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가 개최된 곳이기도 하다.
한양대: 지인 만나러 몇 차례. 본캠과 에리카(안산) 캠퍼스에 모두 가 봤다.

중앙대, 숭실대: 정보 올림피아드 공모 부문 면접 심사 때문에 엄청 옛날에 가 봤고(1997, 1998) 21세기에는 방문 경험 없음.
성균관대: 역시 엄청 옛날, ISEF 참가자 교육(1999) 때문에 자연계 캠퍼스는 간 적 있음.

인서울이 아닌 대학 중에서 본인이 그럭저럭 자주 가 본 편인 학교는, 역시 지리적으로나 고등학교 동문들의 특성상, 포항 공대 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8/09 08:49 2011/08/0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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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크리스천

※ 이 승만

크리스천답게 술· 담배 안 하고 사생활 깨끗했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관료들 회식 때, 기생 대신에 각자 자기 부인을 데려 오게 한 사람이다. 여대생· 여배우 끼고 술판을 벌이던 박 정희와는 완전히 다른 타입.

그에게는 프란체스카 이전에 엄청 옛날에 조혼했다가 헤어진 조선인 전처가 있었고 나중엔 임 영신 같은 사람과 스캔들 루머가 나돌기도 했으나, 루머는 루머일 뿐이다. 이 승만은 자기는 이미 유부남이라고 오히려 임 영신을 찼으며, 불륜을 원천적으로 저지르지 않았다. 전처와의 흑역사는, 마치 성경 시대에 일부다처가 용인되었던 것만큼이나 당시 정황상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이는 같은 크리스천이고 똑같이 천재 엄친아이던 여 운형과는 좋은 대조를 이뤘다. 여 운형은 왕년에 여자들 끼고 바람 잔뜩 피웠던 호색한.. ㄲㄲㄲㄲ
김 구도, 여 운형도, 이 승만도 다 명색이 기독교 신자인 민족 지도자였지만, 이들이 정치적으로 간 노선은 잘 알다시피 스타크래프트 세 종족 내지 윈도우/맥/리눅스만큼이나 서로 달랐다.

※ 차 지철

알고 보니 상당히 특이한 사람이다. 박 정희 전대통령의 경호실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면서 박통의 다른 부하들로부터조차도 미움을 살 정도였고, 결국 10. 26. 사태 때 박통과 함께 김 재규의 총에 맞아 죽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만... 이 양반도 의외로 상당히 독실한 '신자'였다고 한다.

'각하'에게는 예쁜 연예인들 데려 와서 시중 들게 했어도 자기 자신은 부인 말고는 다른 여자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늙은 어머니에게 극진한 효자였으며, 의외로 비리와도 담을 싼 타입. 은행 대출 청탁을 받자, 의뢰인과 함께 기도실에 들어가 기도만 한 후 청탁은 들은 체도 안 했다는 흠좀무스러운 일화가 전해진다. 꿍쳐놓은 재산이 없이 청렴했다는 건 사후에 그의 유족들에 의해 잘 입증되어 있고... 지나쳤던 권력욕만 빼면 사후 평판이 싹 달라졌을 사람이다.

※ 조지 W. 부시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사생활에 관한 한 클린턴과 180도 다른 타입인 건 두말 할 나위도 없고, 모 목사님의 증언에 따르면, 재임 중에 백악관으로 인턴 온 어느 학생에게 “학생은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개인적으로 영접했나요? 만약 그렇다면 백악관 직원들이 참석하는 기도 모임에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요?” 같은 말까지 했다고. 개인적으로 만날 때야 부시만치 다정하고 공손하고 정중한 사람이 별로 없었댄다. -_-;;

내가 몇 차례 글로 썼듯이 저 사람은 약간 띨띨하고 어렸을 때 좀 놀기도 했다가, 교회 다니면서 신앙의 힘으로 '교화'되고 나서 그나마 저렇게 바뀌고 나중에 미국 대통령까지 한, 유능보다는 '그냥 착한 사람' 타입이다.

※ 스티브 유

담배 끊은 걸로 금연 홍보 대사도 하고, 여타 연예인들과는 달리 사생활 깨끗하고, 교회 다니는 거 공언도 하고 다니고... 거기에다 노래와 춤은 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가히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연예인이었는데...

그 후 이미지 완전히 말아먹고 한국에 못 들어오는 미국인이 되어 버린 건, 누가 봐도 자업자득이고 욕 얻어먹어도 싸다. 동정표를 줄 수가 없다. 워낙 이미지가 좋아서 병무청에서도 그를 믿고 병역 미필자로서 미국에 선뜻 보내 줬는데 거기서 정면으로 배신을 때린 거니까. 어차피 4급이어서 현역 가지도 않았을 사람이 왜 그런 식으로 병역을 회피했는지 모르겠다. 한국의 남자들이 군대에 대해서 얼마나 민감하고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지를 잘못 짚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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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예수 믿는다는 사람 중에도 일반 불신자와 똑같이 행동하고, 특히 불륜 저지르고 가정 말아먹은 사람이 많다. 이것 때문에 파면-_-당한 목사 내지 CCM 작곡가 겸 가수도 부지기수이고..
하지만 위에서 열거한 네 사람은, 대외적으로 자기 종사 분야에서는 욕 얻어먹을 짓을 좀 했고 잘못을 저지른 것도 있지만, 의외로 개인과 가정의 측면에서는 예수쟁이로서의 간증을 꽤 잘 지켜서 두 분야가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사례이다. 뭐, 사생활만 깨끗하다고 해서 대외적으로 무능하거나 욕 먹을 짓을 한 게 용서되지는 않겠지만. -_- 그래도 세상에는 한 잣대만으로는 제대로 평가하기 곤란한 사람이 많다.

Posted by 사무엘

2011/07/19 08:45 2011/07/1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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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도시는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라고 한다. 해발 고도가 무려 3600m에 달해 우리나라의 백두산보다도 더 높다!
이 외에도 에콰도르, 콜롬비아 같은 나라들도 높은 고도를 자랑하는 곳이고,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역시 고도가 2240m로, 한라산의 높이를 능가한다. 1968년에는 이곳에서 올림픽이 개최되었는데, 평지보다 산소가 부족해서 참가 선수들이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기가 그만큼 옅은 덕에 멀리/높이뛰기의 기록 수립에는 도움이 됐다는 말도 있다.

과학 상식에 따르면, 대류권에서는 높이 올라갈수록 기온이 조금씩 떨어지고, 물이 끓는 온도도 차츰 내려가서 고지대에서 지은 밥은 설익는 경향이 있다. 또한, 에베레스트 산 정상 정도 되는 곳에서 산소통 없이 돌아다니면, 발을 떼어 좀 걷기만 해도 100미터를 전력질주라도 한 것처럼 숨이 가빠 온다고 한다. 학창 시절 과학동아 잡지에서 읽은 내용이다.
히말라야 산맥의 그 높은 산중턱에서 조개껍데기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니 더욱 흥미로운 사실이다.

덧붙이자면, 현재 지구를 초월해 태양계의 행성들 내부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진 산은, 화성에 있는 올림푸스 산. 백두산처럼 칼데라가 있는 화산 지형인지라, 과거에 화산이었던 걸로 추정된다.
화성에는 지구처럼 물이 없으니 해발 고도 같은 개념은 없고 행성의 평균 반지름이던가 하는 기준의 차이로 산의 높이를 재는데, 저 산의 높이는 25km에 달해서 에베레스트 산의 3배에 필적한다. 게다가 산 전체가 차지하는 면적은 한반도의 그것에 맞먹는다고. (단, 면적이 면적인 만큼, 경사는 굉장히 완만해서 별도의 등산 테크닉이 필요 없을 정도라 함.)

지구 같았으면 활발한 지질 활동으로 인해 아예 산맥이 생겼을 텐데, 그러지는 못하고 화성이기 때문에 그냥 크고 아름다운 단일 산이 생기는 것으로 그친 거라고들 한다. (게다가 화성 자체의 반지름이 지구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걸 감안한다면 얼마나 큰가?)

지구에서 높은 곳을 살펴보았으니 다음으로는 낮은 곳 차례이다.
먼저 네덜란드가 있다. 국토의 상당수가 간척지이며, 해수면보다 수~십수 m가량 낮은 곳이 많다. 이런 곳에 쓰나미라도 몰아쳤다간 정말... jot망일 듯.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과거에 한메 타자 교사 게임의 배경으로 등장해서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졌다. 툼레이더 2에서 레벨 2의 배경이기도 하고.. 거기 묘사되어 있듯이 그곳은 도시 전체가 수로로 연결되어 있어 배로만 이동 가능하고 자동차가 못 다닌다. 말 그대로 물의 도시. 하지만 주기적으로 폭우의 피해를 심심찮게 당하며, 도시가 매년 진짜로 차츰 가라앉고 있어서 걱정이라 한다.

일본의 칸사이 국제 공항도 비슷한 사정. 토지 보상 문제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오지게 고생해서 바다 위에 인공섬을 만들고 그 위에 공항을 만들었는데... 지반이 약해서 섬이 예상보다 꽤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다고 한다. 일본 침몰이 아니라 칸사이 공항의 침몰. 이미 10미터가 넘게 가라앉았고 게다가 부위별로 가라앉는 속도가 다르기까지 하다. 덜덜;;; 이 때문에 이 공항은 건설 비용뿐만이 아니라 유지 보수 비용이 장난 아니게 들고 있으며, 세계에서 공항 이용료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공항의 순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런 인간이 만든 간척지 말고, 진짜 순수하게 자연적으로 지구 중심부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땅은 잘 알다시피 사해(dead sea) 일대이다. 그 해발 고도는 -421m이며, 인근의 여타 사막 지역과의 고도 차이는 7~800m나 된다. 해발보다 세계 무역 센터급 마천루의 높이만치 더 낮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우려나?
요르단 강에서 이곳으로 유입된 물은 증발만 할 뿐 밖으로 빠져나가질 못한다. 그렇잖아도 이곳은 엄청나게 더운 곳이다.

말이 나왔으니 사해 얘기를 좀 더 하자. 사해는 저런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무진장 짜다. 일반 바닷물의 소금 농도는 3.5% 남짓이어서 보통은 퍼센트(1/100)도 아닌 퍼밀(1/1000)로 측정하는 반면, 사해의 농도는 20%가 넘는다. 그것도 모자라서 녹지 못한 소금이 기둥을 이루고 있으며, 요즘 거기는 물의 유입량보다 증발량이 더 많아서 차츰 메마르고 있다고. 몇십 년 뒤엔 사해는 물이 다 증발하고 진짜 소금 뻘밭이 될지도 모른다.;;; ㅎㄷㄷㄷ;;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얼음이 아니라 소금 덩어리이다. -_-;;;

이곳에서 생명체 따윈 살지 못한다. 목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다간 염분으로 인한 탈수 때문에 더 목 말라지고 죽듯이, 민물고기 따위가 여기 들어갔다간 그냥 즉사한다...;;

소금으로 인해 워낙 밀도가 높기 때문에, 여러분도 이미 잘 알다시피, 사해에서는 수영을 전혀 안 해도 사람 정도는 물에 그냥 둥둥 뜬다. 뭐, 그렇다고 해서 아예 물 위에서 서서 첨벙첨벙 걸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겠지만. (예수님의 기적은 신기하기 그지없다!)
사해 수면에 둥실둥실 떠서 한가롭게 책이나 신문을 읽는 아저씨 사진은 누구나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물에다 계란을 넣어서 가라앉혔는데, 소금을 집어넣자 그게 떠오르는 실험을 한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초딩~중딩 시절엔 소금물의 농도와 관련된 수학 방정식 문제들이 본인을 무척 괴롭혔었다..;;
사해의 물은 민물보다 그만큼 더 단단(?)하고 끈끈하기 때문에, 민물에다 하듯이 다이빙을 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한다.

다만, 사해는 소금뿐만이 아니라 온갖 지하자원의 보고이기도 해서 관광지 이상으로 그 가치가 높다. 인간의 활용 가능성에 관한 한 사해는 결코 죽은 바다가 아니라는 뜻.
통념과는 달리, 전세계에 유통되는 소금의 상당수는 암염으로부터 채취된 것이라고 한다. 염전 생산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염전을 아무 바닷가 지형에서나 조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비열이 그렇게도 높은 물을 대량으로 끓이거나 증발시키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사해는 성경에도 응당 등장하며, salt sea라고 창세기부터 여호수아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언급되어 있다. 유황불 맞고 폭삭 망한 소돔과 고모라가 있던 곳이 여기라고들 한다(소금기둥으로 변한 롯의 아내-_-). 그리고 민수기를 보면 모세에게 반역하다가 산 채로 땅속 지옥으로 떨어져 버린 고라의 얘기가 나오는데, 그들이 있던 곳이 고증상 마침 해발 고도가 가장 낮고, 고로 지옥과도 가장 가까이 있는 이곳 부근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인 백두산 일대와, 세계의 지붕인 에베레스트 산 일대, 노아의 방주 떡밥이 나도는 아라랏 산 일대, 세계에서 가장 넓은 호수인 카스피 해 일대가 그런 것처럼 사해도 둘 이상의 나라의 국경을 접하고 있다. 백두산 관광을 북한이 아닌 중국을 통해 가듯, 관광객들은 사해 관광을 요르단을 경유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익사할 위험이 없다고 자기도 모르게 건너편까지 멀리 수영을 즐기는 관광객이 있는가 본데, 이는 무단 월경으로 오인당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우리나라 같은 반도 + 분단국 정서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사해 얘기가 길어지긴 했다만, 고산 지대만큼이나 이런 저지대에 생태학적으로 다른 side effect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더 더워지긴 하겠지만, 어차피 해수면보다 1km가 넘게 심하게 낮은 육지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니 뭐..
태양계에서 압력과 온도의 극단적인 예는 물론 금성 표면이겠지만, 지표면에는 그런 곳이 없다. 그런 금성은 오히려 성층권 이상의 높은 곳의 대기 온도와 압력이 지구의 대류권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하니 흥미롭다.

Summary:

1. 아주 어렸을 때 본인, 지금의 철덕의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그래도 약간 지구과학덕 색깔을 좀 띤 적은 있었다. -_-;;
2. 홍해는 영어로 Red Sea이지만, 홍차는 red tea가 아니다. 어??
3. 민물고기를 직류 전동차, 바닷물고기를 교류 전동차에다 비유한 건 아무리 다시 생각해 봐도 참 적절한 비유 같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은 바로 절연 구간(dead section)!

Posted by 사무엘

2011/07/04 08:00 2011/07/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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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국적인 대한민국의 건국 정체성에 대해서는 잘 알다시피 두 개의 극단적인 평이 있다.
엄친아 이 승만의 영도력으로 그 어렵고 열악하고 위태롭던 여건하에서(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무슨 권리가 있는 전승국도 아니었다!) 중국도, 소련도 아닌 미국을 끌어들여 공산주의가 아닌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한반도에다 기적적으로 세웠으며, 더구나 초대 대통령이 크리스천이었던 덕분에 제헌 국회 때 감사 기도까지 올렸더라...;; 이건 밝은 면만 본 것이다.

이 국가의 사회 시스템에 대해 굉장한 피해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를 굳이 여기서 또 설명하지는 않겠다. 단적인 예로 인터넷 상에 이 승만을 칭송하는 글의 양하고, 악담과 저주를 퍼붓는 글의 양의 비율이 어떻게 되던가? -_-

그런 것처럼, 미국의 태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이 건국 이념이 담긴 메이플라워 서약에서부터 “하나님의 이름으로 아멘”이 들어가고 지폐에 “In God We Trust”가 들어간 기독교 국가라고 자랑스러워하는 기독빠가 있는가 하면,
사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포함한 미국의 건국 공신들의 상당수는 그저 이신론(deism)을 믿었을 뿐이며 성경의 하나님을 믿은 게 아니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심지어 그들이 프리메이슨이었다는 주장까지 있다..;;
또한, 과거의 흑인 노예라든가 인디언들 학대 문제 같은 흑역사를 들추면서 미국을 까는 사람도 있다.

뭐, 미국이 아무리 기독교 냄새가 짙다 해도 미국의 국교가 기독교로 헌법에 명시되어 있기라도 한 건 아니며, 독일처럼 목사가 아예 공무원이기라도 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미국은 시간이 갈수록 기독교 냄새가 옅어지고 있고, 이를 미국 내부의 크리스천들은 배도와 타락-_-이라고 표현한다.

본인은 개인 신념상의 친미와 반미 중 하나만 고르라면 명백하게 친미이다.-_-;;;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오지랖을 떨면서 잘한 것도 있고 병크를 저지른 것도 다 있겠지만, 미국이 지금까지 세계 평화와 인류 복지에 기여하고 유익을 끼친 것이, 잘못한 것을 월등히 압도한다고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한다. 소련· 중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가 세계 패권 국가였다고 생각해 봐라. 미국보다 훨씬 더 나쁜 짓 많이 했겠지..
특히 다른 나라도 아니고 대한민국 같은 나라가 반미 할 자격이라고는 정말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그나마 국민 의식이 선진적인 덕분에, 저렇게 많은 자유가 있으면서도 나라가 그 정도나마 질서가 유지되고 잘 돌아간다. 부자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보다 낫고, 기부나 상속에 대한 문화도 더 낫다. 국민 대다수가 그냥 시골에서 자영업이나 농업에만 종사해도 집과 차 장만하고 심지어 호신용 총까지 장만해서 잘 산다. 그러나 소수 똘똘이 엘리트들은 그야말로 세계를 호령한다.

미국은 9· 11 테러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역사상 자국 영토가 적의 침략을 직접 받은 적이 없다. (그러나 한반도는 역사상 침략을 몇 번 받았다더라? -_-) 미국의 현충일인 재향 군인의 날은, 자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 나가서 남을 위해 싸운 자국 군인을 기리는 날이다.
이 뿐이던가? 미국은 건국 당시부터, 선거로 뽑힌 국가 원수가 지정된 임기 동안만 나라를 다스리는 공화정 대통령제를 시행했다. 200여 년의 역사 동안 비록 대통령의 암살은 있었을지언정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적이 없고 정권이 비교적 평화롭게 잘 교체되어 온 것도 한국의 현대사와 비교하면 정말 대단한 면모가 아닐 수 없다.

그 미국의 주요 전직 대통령들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봤다. 미국 시민권 득템 시험을 통과하려면 이런 거 달달 외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과거에 스티브 유 씨도 공부 열심히 했을 것이고. -_-
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본인은 “기독교인은 무조건 기독교인 대통령을 지지해야 한다” 주의가 절대 아니다. 오해 없기 바란다. 글 중에 나오는 “미국의 크리스천들은 대체로 이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라는 문장을 “김 용묵도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이 미국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로 확대 해석해서 받아들이지도 말기 바란다.

조지 워싱턴: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다. 그 당시 국가 원수로서의 주변의 비교 대상이 왕밖에 없다 보니, 아직은 공식 석상에서 자신을 3인칭 '짐'-_-이라고 부르고 왕처럼 행세한 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으로서의 훌륭한 본도 충분히 보였다.
그는 미국의 당시 국력에 비해서 개인적으로 이미 굉장한 부자였기 때문에, 연봉을 안 받고(요즘도 뭐 연봉 1$ CEO들이 있으니까^^) 대통령 직무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자기 이후에는 가난한 사람 중에도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선례를 남기려고 연봉을 받았다. 또한 결정적으로 그는, 후세에 독재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며 2선까지만 한 후 깨끗이 물러났다.(물론, 이 양반은 어차피 권좌에 안 있어도 워낙 잘 살았고 아쉬울 게 없던 처지이기도 했지만. ㄲㄲ)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도 애초에 부카니스탄 같은 막장 정부를 수립한 게 아니었던 이상, 딱 3선까지만 하고 스스로 물러났으면 참 좋았을 텐데. 주위의 아부꾼들이 자꾸 부추기니까, 진짜 국민이 원하는 줄 알고, 고스톱으로 치면 스톱을 안 하고 쓰리고 포고 하다 피박 나서 딥다 바가지 썼다. -_-;;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이 단일 국가라기보다는 아직 array/set of States에 가깝고(united가 아니라!) 껀수만 생기면 얼마든지 서로 찢어질 수도 있던 시절... 남북 전쟁이라는 비극까지 벌어지던 시절에 미국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연합한 국가로서의 미국의 근간을 세운 위대한 지도자이다.
링컨 하면 노예 해방으로 유명하지만, 그가 그렇다고 해서 흑인을 백인과 완전히 동등하게 대우하고 동등한 권리를 줘야 한다고까지 주장한 박애주의자는 물론 아니었다. 그때 아직 시대가 어느 시대였는데..
또한,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링컨> 같은 기독교 서적까지 있긴 하지만, 이 사람은 평생 교회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신앙면에서 무척 회의적으로 지냈다는 설도 전해진다. 그래서 골수 남부 백인 출신인 피터 럭크만 같은 성경학자는, 링컨 대통령이 사실 구원 받았다는 증거조차도 없다고까지 그를 깐다. 성경을 믿는 크리스천들끼리라 해도 정치 성향이 일치할 수는 없는 모양.

시어도어 루스벨트: 20세기 초에 상당히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을 발휘한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가쯔라-태프트 밀약을 승인한 정권의 수뇌였으니 감정이 좋을 수는 없을 듯. “미국이 보기에도 조선이라는 듣보잡 나라는 식민지로 좀 먹혀도 이상할 게 없는 미개한 나라인 반면, 러일 전쟁에서 당당히 이긴 너희 일본은 본격 선진국 강대국 인증. 일본이 조선을 갖도록 하고, 나 미국은 필리핀을 사이좋게 나눠 갖겠다.”
그 당시는 이런 합의가 힘의 균형이요 세계 평화와 국제 사회의 질서로 간주되었으며, 이런 거 중재를 잘 한 게 아예 노벨 평화상감이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샤바샤바가 몰래 되고 나니까, 이 승만 같은 사람이 나중에 뒤늦게 미국을 상대로 아무리 조선 독립을 호소하며 외교 로비를 해도, 얘기는 이미 다 끝났으니 당연히 씨알도 안 먹혔다.

우드로 윌슨: 민족 자결주의를 주장하고 국제 연맹을 창설한 저명한 대학 교수 겸 정치인. 우리나라의 초대 대통령인 이 승만에게 박사 학위를 준 지도 교수이다. 하지만 그의 지론은 정세상 조선의 독립에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이에 낙담한 이 승만이 “대학원에서 국제법을 아무리 배워 봤자 결국 세상은 법과 원칙이 아니라 강대국 꼴리는 대로만 돌아가니 아무짝에도 쓸모 없군요. 내가 낸 등록금 다시 돌려 주세요”라는 뼈 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윌슨은 미국에서, 이 승만은 한국에서 각각 현재까지, 박사 학위를 소유한 유일한 대통령이다. (명예 박사 말고) 쉽게 말해 최고 고학력자라는 뜻.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뉴딜 정책을 밀어붙인 걸로 유명한 사람이고,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12년이나 대통령을 한 합법적 독재자이다. 그때까지 미국 헌법에 중임 제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긴 했지만, 통상 대통령은 많아야 2선까지만 하고 제 발로 물러났었는데, 이 사람은 덥석 4선까지 해 버린 것. 그래서 대공황과 훗날 2차 세계 대전의 진주만 폭격 사이엔 기간이 꽤 긴 것 같은데, 이례적으로 미국의 대통령은 동일 인물인 것이다.
그는 소아마비를 앓아서 휠체어를 탄 것으로 유명하다. 종전을 앞둔 1945년에 돌연사했다. (뇌출혈로 인해 왕하 4:19의 장면처럼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의 서거 후에 대통령의 중임 제한이 헌법으로 추가로 명시되었다.

해리 S. 트루먼: 부통령을 하다가 루스벨트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인해 대통령직을 물려받은 양반. 대통령이 되자마자 194~50년대에 세계의 역사를 바꾸고 한국의 운명도 바꾸는 중요한 결정을 여러 차례 내렸다. 먼저 일본에다 원자폭탄의 투하를 승인함으로써 본격 2차 세계대전 종결자로 등극하였으며, 6· 25 때는 반대로 맥아더 장군의 과격한 행동거지를 견제하고 오히려 그를 해임하기도 했다.
이것 때문에 맥아더를 오로지 민족의 은인으로만 아는 반공 진영에서는 트루먼을 싫어하는 편이나, 맥아더도 당시에 하극상을 벌이면서 너무 무모한 작전을 강행하기도 했었다.

리처드 닉슨: 풍채 좋고 업적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닌 양반이다만, 워터게이트 사건 하나로 이미지 다 말아먹었다. 결국 탄핵 당하기 직전에 사임했으며,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임기를 다 못 채우고 굴욕적으로 자방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았다. (본진 털리고 엘리 당하기 직전에 겨우 gg 치고 먼저 나갔다 -_-)

존 F. 케네디: 아주 유명한 대통령. 40대 초반의 상당히 젊은 대통령이고 미국 역사상 최초의 가톨릭 신자였다. 케네디의 집안은 어렸을 때부터 '대통령 배출'을 위해서 자녀들끼리 극성스러운 경쟁과 엄친아 스펙 쌓기 스파르타식 교육이 행해졌다고 한다.
가톨릭 신자는 교회 헌법상 국적이 둘이다(다른 하나는 바티칸-_-). 이 때문에 케네디는 대선 후보 시절에 “당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만약 미국의 국익과 바티칸 시국의 국익이 상충할 때는 어떻게 하겠는가?” 같은 낚시성 질문까지 주변으로부터 받았다고.
종교가 천주교라는 점, 취임 선서 때 무엄하게도(?) 성경에 손을 얹지 않은 점, 게다가 공립 학교에 비치돼 있던 십계명을 철거하고 성경 공부· 기도 시간을 없앤 점들 때문에 미국 내부의 크리스천들로부터는 나라의 기강을 싹 말아먹었다고 정말 축시의 참배급으로 가루가 되도록 폭풍처럼 까이고 있다.

잘 알다시피 케네디는 상당히 괴이하게 암살당했다. 그런데 그 암살범도 이내 암살을 당해 버려서 케네디의 죽음은 각종 음모론의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 무명 병사의 군대 의문사도 아니고 한 대통령의 죽음에 왜 이렇게 의혹이 많나? ㄲㄲ

로널드 레이건: Reagan이라고 적혀 있어서 '리건'이라고 낚이기 쉬운데, great처럼 이때 ea는 '레이건'이라고 발음된다. ㄲㄲ 1980년대, 우리나라의 5공 시절을 풍미했던 대통령으로, 70대의 상당한 고령으로 대통령에 취임했고 퇴임 후에도 90세가 넘게 장수했다. 킹 제임스 성경에 대해서 “우리가 처한 온갖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은 저 작은 책 안에 다 들어있다”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조지 부시: 이 사람과 관련해서는 걸프 전쟁밖에 생각 안 난다. 이 사람 자신은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 출신.
듣자 하니 대선 시절엔 경쟁 후보를 상대로 사형 제도 드립을 시전하여 지지율을 뺏어오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세상에, 자기 가족을 죽인 살인범에게도 사형 집행을 반대하겠다니, 이런 반인륜적인 불온사상의 소유자가 어찌 대통령이 될 수 있겠습니까 ㄲㄲㄲㄲㄲ” 나도 크리스천으로서 사형 제도를 적극 지지한다만 저건 말장난스럽고 좀 유치하다.. -_-;;

빌 클린턴: 스캔들 하나 때문에 탄핵 위기까지 갔던 양반. 닉슨과 마찬가지로 스캔들 자체보다도 그걸 무마하려고 거짓말을 한 게 그의 입지를 더욱 위협했었다. 문란한 사생활에다가 예수회 소속의 대학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미국의 보수-_- 기독교 진영에서는 그를 무척 싫어했지만, 대통령으로서 행적에 대한 세속 평가는 좋은 편이다.

조지 W. 부시: 젊었을 때 방황도 하고 좀 '놀기도' 했다가 나중에 기독교 신앙으로 교화되고 정신을 차린 케이스이며, 예일대도 사실 가문빨로 들어간 거나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정말 친절하고 온화하며, 클린턴과는 달리 사생활도 깨끗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정치인으로서는 좀 띨띨.. -_-;; 이 양반에 대해서 뭐 전쟁광이네 어쩌네 하는 모함에는 난 별 관심이 없다만, 진짜 어눌했던 건 사실이다.
그나마 신앙빨 하나 내세워서 재선까지도 아슬아슬하게 성공함. 부자가 나란히 대통령이 된 사례로 미국 역사상 둘째라고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 사람들 말고도 미국 역사를 공부해 보면 재미있는 사람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성경의 열왕기처럼 누가 왕이 돼서 죽을 때까지 실컷 나라를 통치하다가 또 자기 아들에게 왕위 물려주는 패턴이 아니라,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해서 지정된 임기 동안만 통치를 하게 하는 나라의 내역은 색다르지 않을 수가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1/06/24 08:45 2011/06/2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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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우 교수 (언어학자)

김 진우 교수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유명한 언어학자로, 특히 음운론 분야에서 세계구급 권위자이다. 한국에서는 <언어>의 저자라고 말하면 그쪽 분야 전공자들은 알아듣지 싶다.
이분은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60년대 초에 미국에 건너가서 한국인 최초로 UCLA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으셨는데... 1964년 석사, 1966년 박사......;;; 뭐야 이거 무서워..;1)

그리고 1967년엔 곧장 일리노이 주립 대학교에 교수로 부임하여 미국에서 언어학을 가르쳤으며, 아예 언어학과 학과장까지 역임했다고 한다. 1982년엔 발행처는 모르겠지만 무슨 미국 인명 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고. 도대체 무슨 연구를 하고 뭘 잘해야지 저렇게 될 수 있는지는 내게 묻지 말라..ㄷㄷㄷ;;

교수가 된 지 40년도 더 지난 지금 이분은 학계에서 가히 만렙 중의 만렙을 찍었다. 일리노이 대학 명예 교수에, 학부 모교인 연세대로부터도 “국내에서도 후학 좀 양성해 주삼” 거듭된 요청을 뿌리칠 수 없어 2007년부터 석좌 교수로 부임. 몸이 둘일 수가 없는 게 아쉬울 뿐이지 한국과 미국 어디에서도 와 달라는 곳이 쇄도하는 저명한 석학이 되었다.

서 남표 카이스트 총장과는 한 살 차이. 나이도 비슷하고 미국 유학 가서 대학 학과장을 역임한 교수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_=;;

본인은 이번 학기에 국어 음운론 연구를 들었는데 교수님이 왕년에 저 정도로 괴물이셨지는 미처 몰랐다..;;
내가 언어학 쪽으로 뭘 좀 알면 저런 유명한 교수님에게서 많은 걸 얻고 배워 갈 수 있을 텐데, 나의 그릇 크기가 못 따라간다. -_-;;
지금까지 내가 낸 과제물들을 보고 얼마나 민망해하셨을까? ㅠㅠㅠㅠㅠㅠㅠ

회식 자리에서 잠시 얘기를 나눠 본 바로는 김 진우 교수님은,
제임스 맥콜리 교수(시카고 대학 언어학)와 비슷한 연배이기도 하고, 그 사람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였다고 한다. “맥콜리 교수는 머리가 워낙 비상해서 언어학을 재미로 즐길 줄 아는 양반이었음”이라고 회고하심. 흠좀..;;;
그리고 본인에게 덧붙이기를 “오, 그나저나 자네가 맥콜리 교수를 어떻게 아나?” 이러더이다.

워싱턴 대학의 故 서 두수 교수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잘은 모르지만 미국에서 국어학· 한국학 가르치는 사람이다 보니 이름만 어렴풋이 들어 봤다고 말씀하셨다. 교수 세계는 엄청나게 좁고 좁은 바닥이다 보니 원래 서로 다 안다. ㅡ,.ㅡ;; 그분의 아드님이 그 이름도 유명한 카이스트 서 총장이라고 내가 얘기하자 그건 처음 들었다며 놀라셨다.

첫 수업 시간에 언어 현상에 대한 관찰, 가설 같은 걸 강조하실 때부터 알아봤지만, 이분은 사실 이공계 마인드도 투철해 보였다. 수학· 과학 같은 과목도, 좋고 싫고를 떠나서 학교 공부는 시험만 쳤다 하면 다 100점씩 맞았다네.. ㅠㅠ

의대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외과 치료가 적성에 안 맞아서 진로를 바꾸셨다고 한다. 이공계 대학원을 갔으면 자기도 서 남표 같은 거창한 사람이 됐을 거라고 웃으셨지만... 선생님, 선생님은 이미 언어학에서도 충분히 넘사벽급 만렙을 찍어 계십니다.
하긴, 언어학 자체가 추상적인 계층으로 들어가면 다 수학, 논리학인 것도 사실이고.

역시 교수 될 사람은 떡잎부터 알아보는 건가 보다. ㅠㅠㅠ
허나, 이분의 고학 시절 회고록은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나는 경제, 사회,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억압적인 환경속에서 소년 시절을 보냈다.
일제 강점기, 2차 세계대전, 한국 전쟁 등 교육 환경도 열악했다.
그러나 나는 가난이 무지의 핑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다.

오늘의 풍요로운 환경을 활용하지 않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나는 서글프고 안타깝다.
왜냐하면 나는 최상의 조건 속에서 단지 평범함만을 좇는다면 그건 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분, 학비 벌려고 백인들에게서 멸시 받으면서 접시 닦던 시절에는 '내가 미국까지 가서 이 짓을 왜 하고 있지? 그냥 돌아가서 한국에서 고등학교 영어 교사만 해도 충분한데' 이런 생각까지 하기도 했다고.2)
그때 학업을 때려치웠으면 오늘의 김 진우 교수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서 남표 총장도 미국의 고등학교와 MIT 학부 시절에 자기 말마따나 호스로 물 쏟아붓듯이 밀려드는 학교 수업 물량 공세에 미칠 지경이었다고 한다. 물론 그 사람도 고학을 했으며, 그 당시엔 요즘 같은 자살 따윈 생각할 겨를조차 없을 정도로 바빴댄다.

이런 걸 생각하면 옛날과 지금의 환경을 어떻게 하면 좀 더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교통과 통신 기술의 발달, 정보 접근성의 평등, 물질적인 풍요 면에서는 과거보다 확실히, 월등히 더 좋아졌다. 이는 본인의 세대가 우리 부모 세대에 고마워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그런 사회 시스템이 갖춰진 대신에 신세대들이 치르고 있는 보이지 않는 대가도 있다.
과연 요즘 대학은 옛날 정도의 고학으로 학비 조달이 가능할까?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가능성이 옛날과 지금을 비교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
“미국은 자녀 나이가 18세만 되면 부모가 경제 지원을 딱 끊어 버리는데, 한국은 무슨 부모가 결혼한 자녀의 집까지 마련해 줘야 하나? 나약한 것들..”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과연 요즘 월급 모아서 집 사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어느 쪽 말도 일리가 있는 면도 있고, 어느 쪽 말도 좀 어폐가 섞인 비약도 있어 보인다. 그 중 어느 게 더 설득력이 있는지는 내 능력으로는 더 결론을 못 내리겠다.
본인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야 고생을 모르고 편하게 자라고 나약한 면모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기성세대가 까는 것만치 그렇게까지 개념 없고 구제불능도 분명 아니다. 그들도 다 자기 살 길 찾아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으며, 정말 어지간히 어려울 때 자살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찾아봐도 사회 구조적으로 답이 안 보이니까.. -_-;;

세대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 구조에 대한 괜한 피해· 비관 의식을 불식시키려면 이런 사회 구조에 대한 본질적인 고찰도 한번쯤 필요한 것 같다.

김 진우 교수 얘기하다가 갑자기 얘기가 옆길로 많이 샜네..;;
아무튼 저분은 천재에다 노력형... 뭐 더 말이 필요없는 타입 되시겠다. 그저 존경스러울 뿐.
나도 좀 불안한 진로를 가고 있고 학교와 회사 같이 하느라 힘들긴 하지만, 내가 정말로 도저히 못 견딜 정도로 힘든 상태인지는 다시 생각을 해 봐야겠다.


Notes:
1) 재미있게도, 분야만 다를 뿐 출신 학교가 거의 같은 동명이인이 존재한다.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UCLA에서 경영학 석사, 그리고 나중에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가 된 김 진우 교수도 있다. 정말 헷갈리기 쉽겠다. -_-; 물론 경영학과 교수는 언어학 김 진우 교수보다는 훨씬 젊은 분이다.

2) 여담으로, 유학을 갔다 온 건 아니지만 카이스트에도 좀 비슷한 위상으로 신분을 바꾼 분이 계신다. 기초 필수 영어 과목과 교양 영문학을 가르치는 인문 사회 과학부의 이 수현 교수인데, 무려 15년 가까이나 중등학교 영어 교사로 재직하다가 홀연히 부산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영문과 박사 학위를 받고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 지금은 역시 만렙 찍은 후 이미 명예교수가 되셨다. 그 나이에 교사에서 교수로 업글한다고 해서 돈· 시간 면에서는 그리 메리트가 없을 텐데 정말 공부 그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6/17 19:18 2011/06/1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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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행적

대부분의 네티즌들과는 달리, 미국의 보수 우익 크리스천들은 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를 굉장히 싫어한다.
그 이유인즉슨, '겉으로는 크리스천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신은 골수 이슬람이다', '복지와 분배라는 허울 좋은 명분 하에 국고를 펑펑 축내고 있다', '미국을 점점 친아랍 반기독교 반이스라엘 노선으로 교묘하게 몰아 가다 대차게 나라 말아먹을 것이다' 등등.

오바마를 싫어하는 사상적 배경이 뭔지 대충 이해가 될 것이다. 걔네들은 부자 내지 사유 재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실, 미국처럼 청부 사상을 표방하는 게 원래는 이상적이지..;;) 정말로 사회 구조가 삐딱하게 돼 있어서 국가가 부자에게서 세금 팍 걷어서 뭘 좀 하겠다고 하면, 그런 발상조차도 곧바로 공산주의, 빨갱이로 와전될 지경.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통념과는 달리, 걔네들은 총기 금지 정책도 극렬 반대한다. 총 들고 자기 집 지키는 건 헌법에도 명시된 아주 신성한 권리인데, 그렇게 총을 빼앗기고 나서 다음엔 성경을 빼앗길 거라고까지 우려한다. 아무리 군 복무 중에 사고로 죽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군대를 없앨 수는 없듯(그리고 한국은 아마도 징병제도), 그들은 총에 대해서도 그런 정도로 생각한다. 뭐, 미국은 성경적인 기반 위에서 정치가 안정되다 보니, 개인 총기가 허용되고도 소말리아 같은 꼴이 안 난 건 대단하긴 하다.

어쨌거나, 그들이 오바마에 대해서 보이는 혐오감의 수위라든가 사상적 배경 등은 우리나라로 치면 일부 계층이 주장하는(던) '노 무현은 빨갱이다'와 굉장히 비슷한 구석이 있다. -_-;;

솔직히 본인은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치 오바마를 좋아하지도 않고, 보통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만치 부시를 싫어하지도 않았다.
뭐, 몇 년간 오바마를 지켜보니까 그도 일부 계층에서 그렇게 오버하는 것만치 나라를 막장으로 다스리는 건 아닌 거 같다만, 그래도 잘은 모르겠다.

다만, “오바마가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으면 미국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겠다”라고 협박을 하는 친구들도 있는 걸 보면 오바마가 골수 이슬람이 아닌 건 확실한 것 같다. -_-;; 그렇다고 그가 구원받은 독실한 크리스천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겠지만. 이 정도가 그나마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아닌가 싶다.
미국에서는 일단 정치 생명이 유지되려면 크리스천들로부터 표를 받아야 하고, 자기 소신과는 상관없이 킹 제임스 성경에다가 손을 얹고 선서를 해야 하니까...;;

이런 사실들이 의미하는 게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 통솔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지도자는 늘 자기 소신대로만 행동할 수는 없다.

독재자의 딸-_-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박 근혜 씨. 서울 현충원에서 아버지의 묘지를 참배해서 특정 계층으로부터 욕 얻어먹었지만, 나름 호남 지방에 가서는 아버지의 잘못에 대해 사죄-_-도 해서 이번엔 반대 진영으로부터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전에 내가 예를 들기도 했지만, 노 무현 전대통령이라고 해서 한미 FTA나 이라크 파병 같은 이슈에 대해 진보 진영 입맛에 맺는 결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이 명박 대통령은 재임 중에 종교 편향 행위(?) 때문에 욕 많이 얻어먹었지만, 선거 유세하던 시절에만 해도 법당에 가서 불상 앞에서 절까지 한 적이 있으며, 그때는 당연히 크리스천들로부터 까였다. -_-;;

미국의 9· 11 테러와 심지어 카트리나 같은 대재앙이 미국이 아랍 국가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이스라엘 땅을 떼어 주고 유대인들을 몰아낼 때마다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의 주장이 맞다면, 이 두 사건이 언제 일어났나? 그 이름도 유명한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치는 좀 못했어도 오로지 기독교 신앙에 충실하다는 메리트 하나 덕분에 재선까지 성공한 양반의 재임 시절에 일어난 일이다. 동성애와 낙태의 합법화에 반대하고 사형 제도에 찬성했다 하더라도, 저런 국제적인 이슈까지 독단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일련의 현상과 비슷한 맥락으로, 본인은 오래 전부터 성경의 이 구절이 굉장히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해 왔다.

요담이 자기 아버지 웃시야가 행한 모든 것에 따라 주의 눈앞에서 올바른 것을 행하였으나 주의 성전에는 들어가지 아니하였고 백성은 여전히 악하게 행하였더라. (대하 27:2)

왕은 선한 통치를 하려 하는데 정작 백성들이 악했다니. 이 얼마나 생뚱맞은 진술인가!
세상의 거의 모든 역사 기록이나 문학 작품에는 악한 통치자 밑에서 신음하는 백성들만 나오지 그 반대의 경우는 찾을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런 정서가 더 심하다. 나라가 어려울 때는 맨날 민초들이 힘을 합쳐서 외적을 물리쳤다고만 하고...

그러나... 정말 객관적으로 보면 역사상 악한 통치자만큼이나 악한 백성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악한 통치자도 그런 악한 백성 가운데서 나오게 마련이다.
악덕 기업주만 있는 게 아니라 무능하고 게으르고 악한 직원들 때문에 망한 사장도 엄청 많을 것이다. 진실은 신만이, 하나님만이 알고 있겠지만.
내가 성경이 좌우 이념에 치우치지 않으며, 인간의 입맛과 사고방식에 맞춰 기록된 책이 아니라고 인정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사상, 종교, 색깔, 이념 때문에 사회가 분열되고 온갖 다툼과 비극이 발생해 왔다고들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걸 싹 없애고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생각, 그리고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게 옳다는 생각이 '실용'의 탈을 쓰고 팽배하는 건.. 더욱 위험한 현상이 아닐지.

그래서 오늘날의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수준에 맞춰 더욱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박쥐, 기회주의자처럼 돼 가는 것 같다. 그러면서 정부와 시민 사이의 불신풍조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_-
차라리 분명한 소신과 색깔이 대접받던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뭐 옛날에 그런 이념도 어차피 다 폐단과 부작용을 경험하고 나서 트렌드가 오늘날처럼 바뀐 거겠지만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6/12 08:53 2011/06/1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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