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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신구약 성경이 다 완성됐으며, 예수님이 부활· 승천하신 뒤 아직 재림은 하지 않은 신약 교회 시대이다. 이런 지금이야 흔히 말하듯이 예수 믿어서 구원받는 가장 평범한 시기이다. 예수님의 어떤 면모를 믿어야 하는지, 복음이 무엇인지, 인간의 영· 혼· 몸이 어떤 구원을 받아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또 다루지 않고 생략하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을 구원하는 주체는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리고 인간이 구원받기 위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마음 상태가 믿음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큰 틀 말고 세부적인 여건과 절차 디테일은 다음과 같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1. 과거: 예수님의 초림 이전, 또는 복음이 전파되기 전

이때는 로마 제국이고 십자가형이고 골고다 언덕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다. 유대인들이야 율법과 성경이 있으니 아주 간접적인 메시야 강림 예언 약속 정도는 믿고 붙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방인들은 그것조차 없고 양심과 자연 계시가 전부였다.

자연 계시로 알 수 있는 것은 그냥 막연히 이 대단한 자연과 우주 만물이 절대로 우연히 저절로 생기지는 않았겠다는 것, 도둑질과 음행과 살인은 나쁘다는 것 정도이다. 성경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를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알 수 있다고 말하며(롬 1:19-20),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 이교도도 살인죄와 천벌(?)과 인과응보라는 개념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을 언급한다(욘 1:14, 행 28:4).

허나, 이런 비언어적인 계시로는 유신론자까지는 될 수 있어도 특정 절대자 인격체까지 알고 믿게 될 수는 없다. 이건 과학으로 입증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말씀 계시가 없다면 예수라는 그 인물을 믿고 싶어도 그 존재 자체를 알 수 없고 믿을 수도 없었다.
그럼 성경이라는 말씀 계시가 완성되기 전의 사람들은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구원받을 수 있었을까? 이건 세종대왕이니 이 순신이니 조선 시대 사람은 어땠느니 하면서 복음을 거부하는 전형적인 어거지 논리로도 이어진다.

일단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이렇게 유대인과 이방인의 구분이 생긴 것 자체가 하나님이 임의로 일부러 취한 조치라는 것이다. 전인류를 단일 언어 단일 민족 형태로 놔둬 보니까 어차피 인간들은 한데 모여서 하나님을 잘 믿고 경배한 게 아니라 훨씬 더 빠르게 죄 짓고 동반 타락하곤 했다. 그 극치가 바벨 탑 사건이고 말이다.
복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서 세종대왕 이 순신 드립이 나오는 것보다, 인간들을 서로 떼어 놓고 상호 견제와 경쟁을 시키는 게 유익이 더 크기 때문에 하나님이 언어와 민족을 분리시키신 것이다.

말씀 계시에 대한 물리적인 접근이 불가능했던 시대와 장소를 산 사람들은.. 그 여건에서 믿을 수 있는 최대한 선한 것을 믿고 따랐는지, 그 상태에서 예수님 복음이 제시되기만 했다면 곧장 믿었을 것인지 같은 마음과 양심 상태를 감안하여 구원 여부가 결정되었을 것이다. 이것은 그냥 단순히 외형적으로만 '차카게'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므로 오해 없기 바란다.

하나님의 심판은 공의롭다. 어떤 경우에도 복음 접근성에 대한 차별은 없다. 지옥행은 전적으로 인간의 자발적인 선택에 따라 결정되지, 인간에게 불가항적인 여건만으로 답정너 예정되고 집행되는 일은 절대 없다. (지옥은 애초에 인간을 집으려고 만들어진 장소조차도 아니었음) 하지만 말씀 계시 없이 예수님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살았던 사람도 있으니 그들에게는 저런 식의 판단 잣대가 적용되었을 것이다.

물론 저런 계시에 따르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소수였으며, 상당수의 사람들이 남 하는 대로만 살다가 죄 가운데 죽고 구원받지 못해서 지옥에 갔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교사가 파송되고 그 알지 못하는 신이 누군지에 대해 전하고 복음을 전해야 했다.

그럼 구약 성경과 율법이 있는 유대인들은 구원 방식이 이방인들과 완전히 다르냐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특히 걔네들이 율법을 지키는 행위로 구원받았다고 생각하는 일은 절대 없길 바란다. 그런 식으로 구원받는 건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하지 않다.

율법을 안 지키면 성경에 기록된 바와 같이 민족 가운데서 짤리고 형벌을 받고 죽기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구약에서 나오는 '구원'은 거의 다 이 세상에서의 외형적인 목숨을 보전하는 맥락이지, 죽은 뒤에 하늘이냐 지옥이냐 하는 구원이 아니다. 그게 사후 세계 구원이라면 성실하게 살고 똑바르게 걷는 것만으로도 구원이 가능할 것이다. (잠 28:18)

말년에 매우 추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사울, 하나님의 벌을 받아 급사한 웃사 같은 사람도 죽어서 아예 지옥을 갔을 가능성은 한없이 낮다. 소수의 이방인들이 그냥 양심과 자연 계시를 따라 믿음을 행세해서 구원 받았다면, 유대인들은 그보다는 더 분명하게 구약에서 약속된 메시야를 추가로 믿는 정도.. 어떻게든 그 여건에서 더 분명한 구원의 길이 계시된다면 바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던 사람들이 구원받았을 것이다. 율법을 따르고 헌물을 바치는 것은 외형적인 소속감을 표출하는 형식에 가까웠다.

2. 미래: 예수님의 재림 이후

예수 믿는 사람들치고 예수님이 이 세상에 다시 오실 거라는 재림 신앙을 믿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단지 그 형태와 시기와 조건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요한계시록 19~20장의 기록에 따르면, 미래에는 예수님이 이 땅에 재림하셔서 사탄을 무저갱에 결박하고 1천 년 동안 이 땅을 직접 다스리게 된다.
그때는 예수님이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이나 미국 대통령이나 교황이나 UN 사무총장보다 더 유명하고 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실존 인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저 사실을 믿는다면.. 정말 상식적으로 직관적으로 생각해 보아라. 그때는 시퍼렇게 눈에 보이고 정치 권력을 꽉 쥐고 있는 예수님이 과연 지금 같은 신앙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 보지 않고도 믿은 자들은 복이 있도다." 요 20:29 참고) 예수님을 몰라서 못 믿는 과거와는 완전히 정반대 상황이 된다.

지금 도널드 트럼프라는 미국 노인이 지구에 존재하고 그가 미국 대통령이라는 건 세계 공통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 사실은 신문과 방송에서 알려주기만 하면 되지, 그걸 인지하기 위해서 무슨 양심이니 영적 안목이니 신앙심 종교심 그딴 게 필요한가? 무슨 거리 설교라도 해서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담대하게 일깨워 줘야 되나? 전~~혀 그렇지 않다.
예수님이 바로 그런 사람처럼 된다는 것이며, "{주}를 아는 지식이 땅에 충만해질 것"이라는 예언(사 11:9)은 그런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는 지금 우리가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예수를 믿는 게 의로 인정되고 그걸로 구원받는 시대가 될래야 될 수 없다.
그때는 지금 같은 땅의 저주가 몽땅 풀리고, 인간의 수명도 확 늘어나고, 사탄 마귀는 무저갱에 감금돼 있고.. 정치· 종교로 인한 일체의 다툼이 없으며 그야말로 에덴 동산 급으로 환경이 최상으로 좋은 때이다. 더구나 예수님까지 지상에서 세상을 직접 공의로 다스리고 계신다.

천년왕국 시대에 새로 태어난 사람들은 지금과는 차마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환경에서 지내는 대신에, 세계 통치자인 예수님을 지지하고 신뢰하고 따르고 존경하는 것을 가시적인 행위로 직접 입증해야 한다. 산상수훈을 다 문자적으로 지키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구원받을 수 있다.

이때는 예수님이 신앙의 대상으로서 존재하지 않으며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너희들이 환경이 안 좋아서, 사탄 마귀가 유혹해서 죄를 짓는다고? 좋다. 장애물을 다 없애 줄 테니 너도 내 말을 다 지키면서 스스로 구원을 이뤄 봐라" 일종의 테스트를 하는 기간이 된다. 그리고 그 좋은 환경에서도 예수의 통치를 반대하는 악한 민주화(?) 운동꾼은 또 튀어나올 거라는 게 성경의 예언이다.

감정적으로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자기보다 외모 스펙이 형편없는 사람도 믿음만으로 너무 쉽게(?) 구원받는 것을 납득하지 못해서 선행 없으면 구원 상실 같은 이상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기독교계에 많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행위 구원은 세상이 이 정도로 바뀐 뒤에나 실현될 것이며, 그 전에 구원받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천년왕국이 끝날 때까지 아직 생존한 사람은 계 20:11-15에 기록돼 있는 큰 백보좌 심판에서 영원을 보낼 행로가 결정될 것이다. 물론, 죽어서 이미 지옥이라는 구치소에 가 있던 사람에게 이 심판은 최후 변론 후에 최종 유죄 판결을 받고 불못이라는 감옥으로 옮겨지는 자리일 뿐이지만 말이다.

이상이다.
시대별로 구원 방법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건 시대별로 성경의 완성도와 예수님에 대한 인지도의 차이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차이일 뿐, 저변에 깔린 믿음의 근간이 서로 딴판으로 달라지는 게 결코 아니다. 동일한 하나님이 자기 기분대로 이랬다 저랬다 믿음 덕후였다가 행위 덕후가 되고, 과거엔 "엄격 진지 근엄" 공의 모드이다가 나중에 샤방샤방 "나는 관대하다" 사랑 모드로 바뀌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다고 무슨 아담 이래로 "전인류가 예수님에 대해 동일한 분량의 계시를 받고 이걸로 구원받았다.. 그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는 나도 몰라~~" 인 것도 아니다. 차라리 저렇게라도 하면 세종대왕 이 순신 드립 트집을 상대하기도 참 쉽고 좋겠는데.. 내가 보기엔 저건 그냥 유체이탈 화법처럼 보인다.

신약 교회 시대는 컴퓨터에다 비유하면 뭐랄까 하드웨어(물질 육신..)적인 것이 거의 없고 전적으로 소프트웨어(영적)에 의존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하지만 제일 큰 은혜를 받았고 하드웨어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없고 제일 쉽게 구원받는다는 메리트가 있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를 사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자.

율법을 어기고 신성모독을 저지른 자를 돌로 쳐 죽이던 신정국가 유대인하고, 반대로 자기가 국가로부터 박해받고 순교도 할 수 있는 정교 분리 신약 교회를 사는 크리스천이.. 믿음을 행사하는 세부 방식이 서로 도저히 같을래야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건 논리적으로 너무 당연한 이치이다.

이런 것만 생각해도 어떻게 신약 교회에서 십일조 같은 걸 헌금 명분으로 시행하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같이 든다. 구약 유대인에게 약속됐던 물질적인 보상은 신약 시대엔 전혀 해당되지 않는데 왜 권리는 없이 의무만 내세우는지? 군인처럼 절도 있게 사는 게 민간인에게도 유익하다고 해서, 민간인이 군법의 적용을 받는 건 아니다.

세대주의라는 게 이런 걸 이성적으로 구분하고 분별하는 성경 해석 노선인데 도대체 뭐가 이단이란 말인가?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기성 교단에도 성경보다 어거스틴의 책을 더 떠받들고 칼빈이니 웨슬리니 하는 인간의 교리를 더 떠받드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왜 이쪽 진영만 제임스 왕 추종자니, 럭크만 추종자니 하는 이상한 낙인이 붙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글쎄, 그쪽 성향의 사람들이 과거에 2000년이 어떻고 베리칩 666이 어떻고 이스라엘 성전 재건이 어떻고 하면서 종말과 관련해서 너무 설레발을 쳤던 경향이 있었으며, 그게 부정적인 심상을 각인시켰을 수는 있다. 그건 인정한다. 허나, 성경보다 신문과 과학 기술 디테일에 너무 집착했던 지엽적인 오류 이상으로 성경 예언과 그걸 분간하는 패러다임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각 시대별로 구원받은 사람들이 구성하는 일명 '하나님의 가족'을 정리한 표를 소개하며 글을 맺겠다. 알고 보면 결혼 제도에도 굉장히 많은 영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율법 이전 시대와 신약 교회 시대만이 유대인과 이방인의 구분이 없다.

  유대인 이방인
율법 이전 왕비들 -- 아담, 노아, 에녹
(아 6:9, 시 45:9)
구약 율법 신랑의 친구 -- 침례인 요한
(요 3:29, 눅 16:16)
후궁들 -- 라합, 룻
(아 6:8-9, 시 45:12)
신약 교회 신부. (신랑이 누군지는..??)
(아 6:9, 고후 11:2, 엡 5:31,32)
대환란기 처녀들
(아 6:8, 마 25:9-10, 계 14:1)
손님/하객
(마 22:10, 눅 14:13, 계 7:9

Posted by 사무엘

2019/07/21 08:34 2019/07/2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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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수 년 전에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는 멘탈이 붕괴되고 매우 비참하게 몰락하긴 했지만, 근본 성품이 무슨 카인, 이세벨, 발람 같은 급의 순악질은 아니었다.

그냥 하나님의 성품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적당히 오락가락 한 정치인이었으며, 인간적인 관점에서의 점수와 하나님 관점에서의 점수가 매우 크게 차이 나는 사람에 속한다. 요즘으로 치면 구원받고도 계속 죄 짓고 하나님과 제대로 교제하지 못하다가 간증 잃고 건강 잃고 끝내 목숨까지 잃은 불행한 신자와 비슷하다.

본인은 그래도 사울도 구원은 받았으며, 특히 삼상 28에 기록된 엔돌의 무당 씬에서 나타난 사무엘은 진짜가 틀림없다고 글을 썼다. 그는 신약의 바울과 비교되는 상징적인 인물인 데다, 명색이 이스라엘의 초대 왕인데 하나님이 구원도 못 받은 사람을 자신의 선민들의 왕으로 지명하셨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요 근래에는 사울의 구원 여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삼상 28의 사무엘이 가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여럿 만나서 논쟁을 벌였다. 가짜설을 믿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
이건 마치 재창조 간극 논쟁과도 비슷하다. 저 사울이 진짜였건 가짜였건 그게 크리스천의 구원이나 행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계산 결과가 아니라 계산 과정이다. 저 사람들의 성경관이 본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게 말하면 성경으로 성경을 풀이하는 것에 능숙하지 않은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성경이 정확하고 무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서는 신· 구약의 시대 차이와 구원관 같은 것도 엉망진창인데, 그것까지 거론했다가는 얘기가 끝이 안 나고 싸움만 날 것이다.. =_=;;;

이런 논쟁을 24시간 맨날천날 해서는 곤란하겠지만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다. 계산 결과가 아니라 계산 과정의 검증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본인의 근거와 논리를 복습 차원에서 다시 전개하고자 한다.

문제의 인물이 진짜 사무엘인 이유는 (1) 첫째, 성경이 그냥 평이하게 사무엘이라고 말하고 있고, 그걸 특별히 뒤집을 만한 문맥이 주변 어디에도 없으며 관련 참조 구절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유? 상징? 가짜? 도대체 무슨 근거로?

다른 유사 논쟁거리를 살펴보면..

  • 욥기에서 "네가 시작은 미약해도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 같은 것이야 그냥 욥의 친구의 개똥철학 뇌피셜 문맥일 뿐이다.
  • 재창조 간극이야 창세기 1장의 문맥을 넘어 베드로후서나 예레미야 같은 참조 구절들과 연계해서 약간 간접적으로 유도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6천 년 젊은 지구 덕후가 창조과학 진영에 많이 존재한다. 그리고 재창조 교리가 주장하는 바도 현 세상의 창조 6천 년 자체는 맞는 얘기이고 단지 큰 전체 그림이 6천 년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6천 년이라는 문자적인 단어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 가룟 유다는.. 그놈 자체가 마귀(요 6:70)라는 말도 있고, 사탄이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고(눅 22:3, 요 13:27), 사탄이 놈의 생각을 주입하고 조종했다는 말도 있다(요 13:2). 이런 건 진짜로 인간과 사탄의 관계에 대해서 입체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표현이 다양하게 나오니까 말이다.

허나, 삼상28의 본문은 다른 참조할 만한 구절이 성경에 없기 때문에 그냥 여기 문맥만 잘 살피면 된다.
15절에서 "사무엘이 사울에게 이르되", 16절 "이에 사무엘이 이르되", 20절 "사울이 사무엘의 말들로 인해..".. 그냥 성경이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사무엘이라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의 추측과 달리, 사울 혼자만 쟤가 사무엘이라고 착각한 게 아니다.

그 와중에 저 사무엘이 페이크라면 성경이 독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자기 직관과 안 맞는다는 이유로 성경을 문자적으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입다의 딸은 진짜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윗은 피지배민들에게 그냥 노동만 시켰지 진짜 톱으로 사지를 자르지는 않았을 것이다"(대상 20:3) 같은 온갖 못된 습관이 시작된다. 이게 발전하면 나중에는 "처녀가 아니라 그냥 젊은 아가씨일 것이다", "홍해가 아니라 갈대밭일 것이다"가 되는 것이다.

(2) 그리고 둘째.. 어찌 보면 이게 진짜 중요한 이유인데,
이전 글에도 썼듯이 저 사람의 말에 담긴 미래 예언(사울 부자의 최후)이 매우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적중했기 때문이다.

"사무엘이 자라매 {주}께서 그와 함께하셔서 그의 말들 중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게 하시니라." (삼상 3:19)


머리털이나 참새가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말'이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는.. 성경의 다른 부분을 보면 나온다.

"... 곧 {주}께서 아합의 집에 관하여 말씀하신 {주}의 말씀은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라. ..." (왕하 10:10)


쉽게 말해 예언 적중이다. 그럼 저 사무엘(?)의 말은 어찌 되었는가?

"... {주}께서 왕국을 네 손에서 찢으사 네 이웃에게 곧 다윗에게 주셨느니라.
네가 {주}의 음성에 순종하지 아니하고 그분의 맹렬한 진노를 아말렉에게 집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주}께서 이 날 이 일을 네게 행하셨고
또한 {주}께서 이스라엘을 너와 함께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넘겨주시리니 내일 너와 네 아들들이 나와 함께 있으리라. {주}께서 또 이스라엘 군대를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넘겨주시리라" (삼상 28:17-19)


정말 빼도 박도 못하고 완벽한 적중이지 않은가?
성경에서 어둠, 누룩, 썩음이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심상이라면, 예언 성취는 정말 우선순위 0순위의 최상급 긍정적인 심상이다. 애초에 성경이 하나님의 영감이 담긴 초자연적인 책인 주된 이유도 정확하고 구체적인 예언의 성취이다.

아합 왕을 미혹한 거짓 영이라든가, 욥이 하나님을 저주할 거라고 호언장담했던 사탄 마귀, 예레미야와 맞장 떴던 거짓 대언자 하나냐를 생각해 보라. 성경 어디에도 나쁜놈이 부정적인 팩트 폭격과 정확하게 적중한 바른 예언을 한 경우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경은 예언의 적중 여부만으로 진짜 대언자와 거짓 대언자를 구분할 수 있다고 당당히 써 놓기까지 했다(신 18:21-22).

반대자들은 무당만 사무엘을 봤지 사울은 사무엘을 보지도 못했다면서 사무엘 진짜설을 부정하는데.. 사무엘을 봤건 못 봤건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사무엘의 저 말이 가짜가 할 수 있는 말이 절대로 아니었다는 단일 증거만으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너무 매정하고 잔인한(?) 말 때문에 사울을 더 낙담시키고 절망시켰다면서 저건 진짜 사무엘의 말이 아니라 그러는데..;; 그건 거의 코미디 수준이다. "예수님이 우셨더라"(요 11:35)가 예수님이 나사로가 죽은 게 슬퍼서 우셨다는 말만큼이나 그냥 감성 충만한 견해로 보인다.

사무엘의 말과 관련하여 하나 더 생각할 게 있다.
"내일 너와 네 아들들이 나와 함께 있으리라."는 십자가에서 구원받은 강도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 같지 않은가? "...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 (눅 23:43) 그럼 사무엘이 예수님 같은 구석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

그것도 심증상의 증거가 있다. 사무엘과 예수님은 성장 과정에서 하나님과 사람에게 호의를 입었다고 기록된 유일한 트윈이다. 이것도 누가복음 구절이고, 십자가에서 구원받은 강도도 누가복음 구절이다.

  • "아이 사무엘은 점점 자라면서 {주}와 사람들에게 호의를 입었더라." (삼상 2:26)
  • "예수님께서는 지혜와 키가 자라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호의를 입으시더라." (눅 2:52)

그러니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무엘의 저 말은 거짓 대언자, 마귀 등의 나쁜놈이 내뱉었다고 성경에 기록될 만한 말은 절~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설령 그게 참말이건 거짓말이었건 그와도 무관하게 말이다.
저 말이 마귀 내지 지옥 자식의 입장에서 참말이라면 "내일 너와 네 아들들은 지옥불에서 같이 활활 타고 있을 것이다" 정도의 의미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런 모든 증거에도 불구하고 사무엘 가짜설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은 건 성경의 난제를 성경으로 풀어 본 경험이 없고, 그냥 자기 직관을 여전히 성경의 관점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저 단순히,

"사무엘 같은 위대한 신앙 거장이 한낱 무당의 푸닥거리에 소환되다니, 그럴 리가 없다.
진짜 사무엘은 사울과 연을 완전히 끊었으며, 아말렉 전투 이후로 평생 사울을 전혀 만나지 않았다. 사울이 사무엘 사칭 귀신을 진짜라고 착각했을 뿐이다. 그리고 마귀의 예언도 적중할 때가 있다"


이 정도가 전부이다. 먼저 예언 부분을 살펴보자.

물론 마귀 졸개들이 죽은 사람 흉내를 낼 수 있고, 과거 학습을 통해 인간의 과거는 물론이고 미래도 아주 조금은 맞힐 수 있다. 정확도가 0%라면 애초에 저런 데에 사람이 현혹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허나 그런 잡스러운(??) 예언은 사무엘의 예언과 같은 퀄리티에 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성경 내부의 텍스트를 해석할 때만큼은 마귀의 예언도 적중할 수 있다는 가정은 정말로 전혀 할 필요 없다.

그리고 무당 소환이라.. 다른 성경들은 무당을 그냥 무당 medium이라고 번역했지만, 사실 KJV는 부리는 영..(familiar spirit) 지닌 사람이라고 풀어서 표현했다. 마치 동성애자라고 안 하고 남색하는 자, 남자와 더불어 자신을 욕되게 하는 남성 이렇게 길게 풀어서 표현하듯이 말이다. (내 글 <음란한 성경은 가라> 참고)

부리는 영은 familiar. 말 그대로 친숙한 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무엘이 뿅 소환되었을 때 그 무당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전혀 familiar한 반응이 아니었다. 무당의 푸닥거리 타이밍에 맞춰서 사무엘이 그냥 뿅 나타나 준 거지 애초에 무당이 자기 능력으로 소환해 낸 것도 아니었다. 구약 성도들이 가 있는 지하 낙원에서 대충 이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괘씸해서 내(하나님)가 쟤(사울)에게 응답을 안 하고 가만히 있어 보니, 쟨 아예 무당까지 찾아가는 막장짓을 하는구나. 안 되겠다, 내키지는 않겠지만 네(사무엘)가 좀 가서 딱 한 번만 더 따끔한 돌직구 날려주고 오너라. 쟤한테 지은 죄를 깨닫고 죽을 준비를 하게 최소한의 아량은 베풀어 주도록 하자."


이런 상황에 가깝다.
성경대로라면,

  • 초자연적인 기적이 발생해서 사람이나 식물이 불이 붙어도 타 죽지 않을 수 있다. (출애굽기, 다니엘)
  • 동물이 말을 할 수도 있다. (발락과 발람)
  • 죽은 사람이 올라와(구약 시대 기준) 살아 있는 사람을 잠시 만난다거나, 아예 완전히 살아날 수는 있다.

하지만,

  • 거짓 대언자, 마귀 졸개가 주의 이름으로 예언을 한 게 버젓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거나,
  • 하나님이 버젓이 거짓말을 성경에 써 놓는다거나,
  • 신 18:21-22 말씀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가 생긴다거나 할 일은 없다!!

전자는 그냥 단순히 과학적으로만 이해가 안 되는 현상인 반면, 후자는 아예 하나님의 성품, 성경의 무오성과 정확성을 뒤흔드는 짓거리이지 않은가?

"진짜 사무엘이 무당의 푸닥거리에 맞춰서 나타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정도는 마치 "천사는 인간과 결혼할 수 없다", "짐승에게는 영이 없다"만큼이나 그냥 인간의 편견일 뿐이다. 그 사무엘이 가짜일 때 성경에 야기될 모순과 오류보다는 훨씬 더 개연성이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도 저 사무엘이 문자 그대로 그냥 사무엘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그렇게도 어렵고 납득이 안 된단 말이냐..??

결론을 내리겠다. 거듭 말하지만 성경이 사무엘이라고 말했다면 문자 그대로 사무엘이 맞다. 성경이 자체적으로 정의하는 문맥이나 참조 구절을 통해 다르게 해석하고 보정해야 할 사유가 없는 한, 6일은 문자적인 6일이요, 천 년은 문자적인 천 년, 나사로는 실존 인물, 유대인은 문자적인 유대인, 그리고 저 사무엘은 실제 사무엘이다.

이런 사무엘마저 가짜라면.. 지금 지구와 우주도 6천 년밖에 안 됐는데 하나님이 페이크로 엄청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한 거라는 어거지 논리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통할 수 있지 싶다. 이건 마치 이사야서의 뒷부분은 제2의 다른 이사야가 썼네 하는 소리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9/07/18 08:33 2019/07/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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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셋 한글 입력기 9.8, 그리고 타자연습 3.9가 4개월이 넘는 긴 공백기를 거친 뒤 드디어 완성되어 나왔다. 이번 버전은 버그를 엄청 많이 잡은 걸로는 역대 그 어떤 버전에도 뒤쳐지지 않지 싶다. 물론, 버그만 잡은 게 아니라 자잘하게 새로운 기능도 여럿 들어갔다.

한시름 놓긴 했지만 쉴 틈은 없다. 또 작업할 것들이 잔뜩 생기는 바람에 9.9는 무조건 나와야 하게 생겼다. 올가을쯤에 말이다. 박사 졸업하기 전까지 10.0은 없다는 게 내 당초 계획인데 계획이 간당간당해졌다. 당장 이번 9.8에도 새로운 작업 내역으로 인한 부작용과 결함이 발견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 외부 모듈

1. 악명 높던 크롬 버그

Chrome 브라우저의 버전 75 정도의 최신 버전에서부터 갑자기 한글 입력이 제대로 되지 않고 브라우저가 뻗기까지 하던 그 버그를 일단 해결했다.
처음엔 잘 동작하다가 나중 버전에서 문제가 발생했으면 그건 일차적으로 내 프로그램이 아니라 크롬의 문제이지, 왜 나만 갖고 그러는지-_-;; 본인으로서는 억울한 노릇이었다. 허나, 크롬은 워낙 널리 쓰이는 세계구급 프로그램이고, 마소 입력기나 심지어 아래아한글 2018과 함께 제공되는 한컴 입력기는 별 문제가 없는 듯하니 역시나 내 프로그램에 대해 유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했다.

이게 정말 난감한 문제이고 7월 중순이 다 돼서야 새 버전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크롬에게 맞게 내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나면, 이미 맞게 동작하고 있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교묘한 부작용과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내 경험상 Windows에서 단일 로직만으로 모든 프로그램에서 잘 동작하는 외부 모듈을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답이 없다.

2. 암호 입력란 지원

크롬과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에서 표시된 웹 페이지의 암호 입력란에서, 내 입력기가 영문 전용 모드로 바뀌지 않고 한글 입력이 된다는 것을 사용자 제보로 접수받아서 수정했다.
난 IE 말고 타 브라우저들은 크로스 플랫폼이고 에디트 컨트롤도 운영체제 보급이 아니라 자체 구현했을 정도이니.. 암호 입력란에서 IME가 동작하는 것 역시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인 줄로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에 버그 신고가 들어온 걸 확인해 보니 내 입력기만 그렇게 동작하는 듯했다.;;

원인을 찾아보니, 영문 전용 모드로 동작하는 방법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IE가 사용하고 날개셋도 인식하는 방법은 IME의 컨텍스트를 아예 지정하지 않는(null) 것이다. 그러나 크롬과 파이어폭스가 사용하는 방법은 컨텍스트를 주기는 하고, 거기서 disable이라는 속성을 추가로 주는 것이었다.

으음.. 이것도 표준 스펙이라고 명시는 돼 있지만, 이건 지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3.x 버전부터 외부 모듈이 개발된 이래로 단 한 번도, 전혀 지원한 적이 없던 프로토콜이었다. 지원 안 해도 어지간한 타 프로그램들에서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이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거의 처음으로 마주치게 됐다.

3. 조합 종료 처리

일부 TSF 기반 프로그램 내부에서 한글 조합 중에 여러 외부 요인에 의해 조합이 종료돼야 하는데 제대로 되지 않던 문제를 해결했다. 날개셋 편집기 내부에서 '빈 입력 스키마'를 골라서 날개셋 외부 모듈을 사용하는 상황을 가정한다.
한글을 조합하는 중에 (1) 마우스로 프로그램 바깥을 클릭하거나 Alt+tab을 눌러서 딴 프로그램으로 갔을 때, (2) 도구모음줄로 '새 파일', '찾기/바꾸기' 같은 걸 눌러서 포커스가 바뀌었을 때, (3) '찾기/바꾸기' 대화상자에서 '찾을 문자열'을 열심히 입력하고 있던 중에 Alt+N을 눌러서 그 입력란의 텍스트가 전부 블록 잡혔을 때에 대해서 개선 작업이 행해졌다.

(1)과 (2)의 경우.. 조합을 종료하는 것 자체는 기술적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저것만 되게 만들어 놓으면 엑셀 같은 프로그램에서 한글 첫 타가 씹히고 조합이 끊어지는 부작용도 같이 발생하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면서 MS IME와 동일하게 동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조합 종료도 포기하고 그냥 놔 뒀었는데, 요 최근에 두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깔끔한 방법을 다행히 발견해 냈다.

(3)은 외부 모듈이 아니라 날개셋 자체 에디트 컨트롤 쪽이 동작이 개선됐다. 그 상황에서는 날개셋이 생성한 조합뿐만 아니라 운영체제의 외부 모듈이 생성한 조합도 종료시키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2글자 이상 단어 단위 한자 변환이 가능한 TSF 기반 환경에서 한자 키를 누른 상태에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갔다가 돌아왔을 때..
블록이 잡혀 있던 그 한글 단어가 지워져 버리던 버그도 발견하여 고쳤다.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는데 Windows 후대 버전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것 같다.

※ 나머지 기능 강화/개선

4. 입력 도구의 내부에서도 마우스 휠 지원

과거에 Windows에 마우스 휠이 처음 도입됐을 때는 휠이 굴렀다는 메시지가 키보드 포커스를 받고 있는 윈도우로만 전해졌다. 그런데 입력 도구들은 태생적으로 키보드 포커스를 받지 않는 윈도우이니, 마우스 휠과는 인연이 전혀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Windows 8인가 10부터는 마우스 휠 메시지가 키보드 포커스 윈도우가 아니라 여느 마우스 메시지처럼 마우스 포인터가 놓여 있는 윈도우에 전해지도록 동작이 수정되었다. 그래서 입력 도구도 휠 메시지를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처리를 추가했다.

이제는 문자표, 부수로 한자 입력, 한자 변환 UI 등에서 휠을 굴려서 목록을 스크롤 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기능들을 사용하기가 더 편리할 것이다. 단, 휠을 누르는 건 지원하지 않고 굴리는 것만 지원한다.

5. 편집기: 토씨 자동 교정 기능의 강화

한국어에서 '야'는 여러 품사를 넘나들면서 모양도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형태소이다.

  • "이건 분명한 팩트야" (종결어미)
  • "논리야 놀자" (호격조사)
  • "바다야 평소에도 워낙 파도가 많이 치는 곳이니 논외로 하고.." (보조사)

그런데 얘는 '토씨(조사) 자동 교정' 옵션을 구현할 때 복병으로 작용한다. 호격조사일 때는 받침 있는 단어 뒤에서 '야'가 '아'로 바뀐다. 그러나 나머지 품사일 때는 '이야'가 되기 때문이다.
'을/를', '이/가', '와/과' 같은 것은 형태가 명백하고 규칙도 단순하지만, '야'는 '아'로 바꿀지 '이야'로 바꿀지를 자연어 처리 없이 텍스트 형태만 봐서는 판단할 수 없다.

날개셋 편집기의 바꾸기 기능은 전통적으로 '야'를 호격조사로만 취급해 왔는데, 이번 버전에서 다음과 같은 조치를 추가했다.

  • 호격 조사의 치환은 조사 다음에 한글이 이어지지 않고 그걸로 어절이 정확하게 끝날 때만 하도록 했다. 즉, '해야 솟아라'는 '태양아 솟아라'로 바뀌지만, '해야솟아라'는 '태양야솟아라'로 남아 있는다.
  • 그리고 '야' 다음에 윗첨자 1을 첨가한 '야¹'는 '이야¹'로 바뀌게 했다. '한글을 소리 나는 대로' 텍스트 필터에서는 발음 변환 방식에 변화를 주기 위해 힌트 부호를 사용하고 있는데, 비슷한 개념을 바꾸기 기능에도 도입한 것이다. 이건 굳이 어절의 끝이 아니어도 동작한다.

'야'뿐만 아니라 '요'도 비슷하게 중의적이다. '이요'와 '이오'는 윗첨자 ¹²를 덧붙여서 상호 교환되게 했다.

  • "1킬로그램요" (보조사) 형태 변함없음
  • "나는 길이요 진리요.." (연결어미) 이요/요
  • "주동자는 나요" (종결어미) 이오/요

'이요' 말고도 많은 조사와 어미들이 받침 여부에 따라서 중간에 '이'가 삽입되거나 생략되는데.. (-이여, -이야, -이나마, -이랑, -이란...) '예요/이에요'도 지금까지 처리되지 않다가 이번에 조건을 추가했다.

6. 편집기: 대화상자 외형

문서의 인코딩을 선택하는 대화상자의 외형과 동작을 살짝 고쳤다. UTF-8의 경우 BOM을 집어넣을지 여부를 지정하는 옵션이 오랫동안 아래에 별도의 체크 상자로 존재했지만.. 이번 버전부터는 그냥 목록에 별도로 뜨게 바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랜만에 이 바닥을 손대는 김에 UTF16-"BE"(빅 엔디언)라든가, UTF32 지원도 추가할까 생각했다가 그냥 관뒀다.
먼 옛날에 김 경석 교수 연구실에서 개발한 도스용 '나랏말씀' 에디터가 문자를 빅 엔디언 방식으로 저장했다. 그래서 그걸 읽을 때는 UTF16-BE를 지원하는 MS Word를 불가피하게 이용하긴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빅 엔디언 자체가 컴퓨터 메모리에서(파일 말고) 보기가 극도로 힘들어져 있다.

UTF32도.. 메모리가 아닌 파일로는 볼 일이 없다시피할 것이다. UTF7이 완전히 듣보잡이 된 것처럼 말이다.
하긴, 인코딩 말고 줄 바꿈 문자도 구형 매킨토시에서 쓰이던 \r only는 완전 듣보잡 방식이 되긴 했다. \r\n 아니면 \n만 살아남았다.

그리고 '기타 가져오기' 대화상자에서 있는 파일 내지 URL 입력란에.. auto complete 기능을 추가했다.
이제는 매번 별도의 버튼을 눌러서 파일 열기 대화상자를 꺼내지 않고도 파일의 전체 경로를 오타 없이 빠르고 편하게 입력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7. 데이터: 이모지 본뜨기용 글꼴 변경

이건 프로그램의 기능 변화는 아니고 단순히 기본 제공 설정의 변화이다만..
지난 9.6 버전부터 글꼴 본뜨기 스크립트에서 이모지 영역을 본뜨는 지시가 추가되었다.
본뜨는 대상 글꼴이 처음엔 Segoe UI Symbol이었는데, 이번 버전부터 이모지 전용 글꼴인 Segoe UI Emoji로 변경했다.

이 글꼴이 16픽셀과 24픽셀 모두 훨씬 더 큼직하고 시원스럽고 보기 좋다.
제어판의 시스템 계층에서 글꼴 본뜨기를 강제로 다시 한 뒤, 문자표에서 U+1F300대 글자들 모양을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 자잘한 버그

8. 날개셋문자를 받아들이는 수식에서 32비트 범위를 넘는 큰 임의의 수가 저장되지 않던 문제 해결

글쇠배열 수식에서 ? : 연산자를 사용해서 어떤 조건에서는 H3|_R을, 다른 조건에서는 H3|R_을 되돌리게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조건 ? H3|_R: H3|R_" 같은 수식을 곧장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얘는 좌변과 우변에 공통으로 H3이 있으니 사람에 따라서는 "H3|(조건 ? _R:R_)" 이런 형태도 떠올릴 수 있다.

물론 수식을 그렇게 쓰는 건 별로 효율적이지 않다. 전자는 H3|_R이 합쳐져서 내부적으로 하나의 상수로 처리되지만 후자는 | 연산이 굳이 따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_R과 R_ 부분에서 접두사 H3이 분리되면 프로그램이 이것들을 상수 명칭으로 가려서 보여주지 않고 내부 값을 노출해 버린다. 즉, 사람이 알아보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사용자가 그런 수식을 지정했으면, 지정한 대로 저장하고 불러오는 건 똑바로 돼야 할 텐데 지금까지 그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종성은 32비트 범위를 넘어서 32~48비트대에 저장되는데, 접두사가 없으면서 내부적으로 32비트 영역을 넘어가는 큰 수는 프로그램이 저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날아갔다.

날개셋문자 수식에서 접두사가 없는 숫자는 그냥 일반 유니코드 문자 하나로 처리되는데, 잘 알다시피 현재 유니코드의 코드값 한계는 32비트는 고사하고 21비트 남짓밖에 안 되니.. 그건 그냥 짤라먹어도 상관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숫자가 밖에서 다른 접두사와 결합해서 한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고려하지 않았다. 이 문제를 발견하여 해결했다.

9. 타자연습

계정을 새로 생성하면서 사용할 글자판을 세벌식으로 지정했는데.. 그게 전혀 반영되지 않고 그냥 날개셋 편집기를 설치 직후 처음 실행했을 때와 같은 한영 글자판 두 쌍과 빈 입력 스키마가 지정되던 문제를 발견하여 해결했다. 꽤 오랫동안 존재했던 문제이나, 새 계정 등록이라는 게 일상적으로 자주 벌어지는 일이 아니니 버그가 생긴 줄 모르고 있었다.

이로써 타자연습은 게임 관련 개선, 이 버그 수정, 그리고 연습글 몇 편 추가로 새 버전의 명분이 충분히 갖춰지게 됐다. 장정 10여 년 만에 3.x 버전을 졸업할 때가 됐다.

※ 여담

(1) TSF 구현체

이번 버전에서는 개인적으로 임의로 만들어 사용해 온 'TSF A급'이라는 용어를 프로그램 도움말에서 모두 삭제했다. 그 대신, 그냥 'TSF 기반, TSF 지원'이라고 표현을 더 자연스럽게 바꿨다. 즉, 한글 입력만 가능한 게 아니라 단어 단위 한자 변환이 지원되고 이미 완성된 글자까지 자유자재로 고칠 수 있는 환경을 그냥 'TSF 기반'이라고 일컫기로 한 것이다.

과거에, 대략 Windows XP처럼 운영체제의 프로토콜이 IME에서 TSF로 바뀌던 과도기에는 TSF A급뿐만 아니라 B급이라는 개념도 있었다. 이건 TSF 방식으로 개발된 외부 모듈을 지원하긴 하지만 기술 수준이 여전히 IME 수준밖에 안 되는 환경으로, MS Office 중 워드 말고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프로그램이 여기에 속했다.

그러나 Windows Vista부터는 IME 프로토콜이 사실상 폐지되고 모든 프로그램이, 심지어 재래식 WM_IME_* 메시지밖에 모르는 레거시 프로그램이라도 운영체제 차원에서 호환성 layer을 통해 반쪽짜리로나마 trivial하게 TSF 모듈을 구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TSF B급이라는 프로그램을 따로 구분할 필요가 전혀 없어졌다. 이제는 TSF를 native하게, non-trivial하게 온전히 지원하는 프로그램만을 간편하게 'TSF 기반'이라고 부르면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굳이 'A급'이라는 말을 붙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런 TSF 기반 입력 환경은 MS Word, 워드패드, 날개셋 편집기 같은 극소수 프로그램만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2010년대 중후반부터는 마소가 아닌 타 진영에서 만들었고 크로스 플랫폼 형태이기까지 한 프로그램에서도 TSF 기반의 텍스트 입력란을 종종 보게 되었다. 흥미롭고 고무적인 현상이다.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는 놀랍게도 어느 샌가 온전한 TSF 기반으로 바뀌었다. 크롬도 cursor 이동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온전한 TSF 기반이 아닌 것으로 인식되지만, 언제부턴가 인접 글자가 무엇인지 얻어 오는 것은 되어서 한자 변환이 단어 단위로 된다. 이런 분야를 작업하는 사람들은 미국보다는 역시나 대부분 중국· 일본의 프로그래머라고 한다.

하지만 마소가 공식적으로 문서화하고 있는 TSF 스펙은 온갖 복잡한 상황에서 IME의 세밀한 동작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또 온갖 파편화된 TSF 구현체들로 인해 자잘한 오동작과 버그, 무질서함은 IME 스펙만 있던 시절에 비해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제2, 제3의 크롬 버그가 또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어 보인다. -_-;;

(2) 페이스북 메신저의 회신 지연

본인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 관련 연락 통로를 이메일(비공개), 그리고 프로그램 다운로드 사이트에 같이 딸려 있는 페이스북 플러그인(공개) 이렇게 둘을 운영하고 있다.
페이스북 플러그인이 뜨는 곳에다가 "문의는 이곳(공개적으로) 또는 제 개인 메일(사적으로)로 해 주십시오. 페이스북 쪽지는 거의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대응이 늦어집니다"라고 써 놓았다.

하지만 최근에 우연히 쪽지를 확인하다가 거의 4개월, 6개월 전에 발송됐던 프로그램 문의 쪽지를 보고는 망연자실해서 해당 발신자 분에게 사과와 함께 답장을 보냈다.

페이스북은 모르는 사람에게서 온 쪽지는 왔다고 안내를 띄워 주지를 않더라. 그래서 쪽지가 온 줄도 모르는 채로 시간이 그렇게 가 버리는 것이다.
이 자리를 통해 다시 당부드리지만 프로그램 관련 문의는 메일이나 페이스북 플러그인, 아니면 하다 못해 이런 글의 댓글을 이용해 주시기 바란다. 방명록은 그런 용도로 있는 공간이 아니고, 페이스북 쪽지는 내가 언제 확인한다는 장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9/07/15 08:32 2019/07/1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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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마 숫자

전세계가 말과 글은 서로 달라도 숫자만은 아라비아 숫자로 사실상 완전히 통일되어 있다. 문자도 아닌 숫자야 무슨 민족 정체성이니 뭐니를 논할 여지 없이, 편리한 것만 냉큼 받아들여서 쓰면 그만이다. 자릿수마다 번거롭게 일일이 새로운 기호를 도입하지 않고 숫자 자체만 쭉 늘어놓는다는 점, 그리고 0을 사용한다는 점이 정말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아라비아 숫자 없이 수학이란 학문이 지금처럼 발전하기란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전에 동양에서 쓰이던 한자 숫자, 그리고 서양에서 쓰이던 로마 숫자는 실용적인 용도로는 완전히 도태했다. 하지만 예스럽고 간지 나고 권위 있어 보인다는 점 덕분에 책에서 제일 큰 단원(챕터)의 번호, 그리고 아날로그 시계의 숫자 같은 용도 정도로는 아직도 쓰이고 있다. 또한 저작권 문구 같은 데서 MCM 어쩌구 하는 것도 19xx하는 연도 숫자이더라. 로마 숫자 자체가 사실상 천 자리까지만 표현 가능하기도 하니까..

로마 숫자와 아라비아 숫자 사이를 상호 변환하는 알고리즘은 꽤 재미있는 코딩 주제이다. 뭔가 100원, 500원, 1000원 등 다양한 화폐로 특정 액수를 표현하는 문제 같기도 하다. 그리고 로마 숫자와 한자 숫자를 비교해 보면 이런 표기법조차 동양과 서양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발전했다는 게 느껴진다.

가령, 동양은 세로쓰기, 서양은 가로쓰기이다. 이 때문인지 1~3도 한자는 가로줄이지만 로마 숫자는 I가 반복되는 세로줄이다. 그리고 동양은 10000 단위로 끊지만 서양은 언어 차원에서 1000 단위가 보편적이다.

2. 숫자: 수량 또는 번호

숫자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기계에서 똑같이 숫자를 입력하는데 계산기와 컴퓨터 키패드는 글쇠배열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789 456 123 순인 반면, 전화기나 도어록의 버튼은 123 456 789의 순이다.

이런 차이는 역사적인 사연 때문에 생기긴 했지만 나름 일리가 있다. 숫자라는 게 사칙연산의 대상인 수량을 표기할 때 쓰이지만, 그런 의미가 전혀 없이 그냥 문자의 연장선으로서 식별 번호를 표기할 때도 쓰이기 때문이다.
789 456 123은 전자용이고 123 456 789는 후자용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전자는 0과 1이 가까이 있는 반면, 후자는 9와 0이 가까이 있다.

컴퓨터는 계산기의 연장선으로서 발명된 기계이다 보니, 키패드의 숫자 배열은 응당 계산기 방식을 따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정반대 방식의 숫자 배열이 혼재해 있으니 좌측· 우측통행만큼이나 사용자에게 혼동을 주는 것 같다.
더구나 컴퓨터도 키보드의 1줄짜리 숫자 배열은 수학 친화적이고 문자 코드의 배당 순서와도 일치하는 012..789가 아니라, 번호 지향적인 123..890이다! 엄밀히 말하면 키보드와 키패드의 배열 원칙이 서로 다른 셈이다.

회계· 경리처럼 다량의 숫자를 취급하는 업종에 종사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전자 숫자보다는 후자 숫자를 취급할 일이 더 많을 것이다.
내 타자연습 연습글 중에도 원주율 소수점을 입력하는 숫자 전용 연습글이 있는데.. 이걸 숫자 전용 패드로 입력한다면 123 방식이 더 익숙할지, 789 방식이 더 자연스러울지 궁금해진다.

요즘은 안 그러는 것 같다만.. 옛날에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외래어를 순명조 같은 별도의 튀는 글꼴로 표기하고, 성경에서도 인명· 지명 고유명사는 고딕 같은 별도의 글꼴로 표기하곤 했다.
그 정도의 관행이라면 숫자도.. 산술 연산 수량용 숫자와 번호용 숫자를 글꼴을 달리하여 구분 표기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번호용 숫자는 숫자계의 고유명사나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계시록 13장에 나오는 짐승의 수 666은 어디에 속하는 걸까? 영어 nuumber는 두 의미가 모두 포함돼 있다.

하긴, 숫자 단독 나열에 대해서는 고유명사라는 관념이 희박하다 보니 과거에 80486 같은 CPU 이름은 상표권을 인정받지 못했으며, 인텔에서는 펜티엄, 코어 같은 별도의 작명을 하게 되기도 했다. 영화 제목인 300이나 1987은 또 어떨까?
고유명사 기능을 하는 숫자는 여느 숫자와 달리, 억· 만 같은 자리수를 일일이 따지지 않고, 한 자리나 두 자리씩(특히 영어) 각 숫자를 끊어서 읽는 경향이 있다.

그 외에..

  • 라틴 알파벳이야 W와 I 같은 글자의 특성 차이로 인해 가변폭 글꼴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런 글꼴도 숫자까지 0과 1의 폭을 달리하는 가변폭으로 만드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적어도 본문용 글꼴이라면 말이다. 숫자도 가변폭인 글꼴은 아주 특이한 장식용 한정인 것 같다.
  • 3579 같은 홀수는 아래로 삐치고, 2468 짝수는 위로 삐치게 만든 글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위 아래로 들쭉날쭉 삐침이 있는 라틴 알파벳 소문자와 그럭저럭 어울리는 참신한(?) 시도인 것 같다. Constantia라는 글꼴은 모든 56789만 저런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3. 수사(數詞): 명사 또는 관형사

숫자 말고 언어의 수사 얘기를 하자면.. 영어는 한 숫자를 읽는 방법이 정말 오로지 원 투 쓰리 등 한 가지밖에 없어서 매우 단순하고 편리하고 직관적이다. 파생형으로는 몇 째를 나타내는 1st, 2nd, 3rd, -nth 바리에이션이 있는 것이 전부이다.
그 반면, 한국어는 숫자를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모두 읽을 수 있으며 그 원칙에 일관성이 없다(두 시 삼십오 분). 게다가 순우리말은 모든 숫자에 대한 대응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1~4는 명사일 때(하나, 둘, 셋)와 관형사일 때(한, 두, 세) 형태가 달라지기까지 한다.

어디 그 뿐이랴? 뒤에 붙는 의존명사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서/석/세' 같은 쓸데없는 바리에이션도 있다.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지저분한 난장판이 따로 없다.
저건 '다르다/틀리다' 같은 유의미한 구분도 아니고.. 종이가 세 장이건, 석 장이건 세상이 달라질 게 무엇인가? 구분이 문란해져도 아무 상관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4. 사병

군대에서 장교나 부사관 같은 간부가 아니고, 수가 제일 많고 계급이 제일 낮고, 명령을 내리는 게 아니라 받기만 해서(what) 훈련받은 대로(how) 수행하는 군인을 병(兵)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 글자로만 써 놓으면 질병(病)과 구분이 잘 안 되니, 앞뒤에 다른 글자를 붙여서 사병, 병사, 졸병 등으로 부르는 편이다.

이들에 비해 '병'이 들어가지 않은 '군사'는 좀 옛스러운 말 같다. "군사 정권", "그리스도의 군사" 이런 말밖에 안 떠오른다.
soldier를 가리키는 한자어에서 '사'는 모두 士이다. 장기에서는 兵과 卒이 한 칸씩밖에 못 움직이고 후퇴는 못 하는데, 士는 한 칸씩밖에 못 움직이고 궁궐 안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병이건 사건 졸이건 이동 능력은 비슷하게 최하이고 말이다..;;

그런데 '사병' 같은 단어에서 私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건 오늘날의 PMC 내지 일부 막장 국가에서 존재하는 군벌, 혹은 과거의 지방 호족, 영주들이 거느리는 싸제 군대에 소속된 병사를 가리킬 때에나 쓰일 법하다. 국가 소속의 정규 상비군과는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연의 일치이기라도 한지, 영어로도 이병/일병은 private이다. 그래서 私가 더욱 잘 연상되는 것 같다.
같은 일을 하는 조직이어도(기업, 학교 등..) '사'보다는 '공'이 붙은 게 더 안정적이고 뽀대 나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그래서 영어의 private은 public과 반대로 '사사로운, 사적인'뿐만 아니라 '평민 양민인, 급이 제일 바닥인'이라는 의미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편으로 common은 '공통의, 공공의'라는 아주 public스러운 뜻이 있는데 거기서 부정적인 뉘앙스가 가미되어 '속된, 품위 없는, 졸렬한'이라는 뜻도 있다. private하고는 방향은 다르게 시작했는데 파생 의미가 비슷한 방식으로 꼬여서 형성된 것 같다.

5. 영어 이니셜

세상엔 영어 이니셜들이 굉장히 많이 쓰이고 있는데...
(1) 먼저, 영어 단어들로 구성되었지만 영어 어순대로 배열되지는 않은 이니셜도 있다. 어째 표준과 관련된 이니셜들이 그런 편인데.. ISO와 UTC가 대표적인 예이다. 영어 어순대로라면 각각 IOS와 CUT가 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ISO는 그나마 국제 표준화 기구라는 한국어 어순과 맞는 편이지만, UTC는.. 조금 므흣하다.

(2) 명칭의 이니셜을 구성하는 단어들이 훗날 바뀌었지만, 이니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오히려 새 단어를 이니셜에 맞춰 어거지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영상 매체의 이름인 VHS, DVD처럼 말이다.

(3) 또한, 이니셜이 자음-모음 순으로 어째 읽기 쉽게 배열되어서 그 자체가 연달아 읽는 단어처럼 되어 버리기도 한다. UNICEF, UNESCO 같은 국제 기구 명칭, 그리고 레이저, 레이더 같은 과학 기술 용어가 그 예이다.

6. 기관과 기관장의 명칭

동사무소는 한때 주민센터이다가 행정복지센터라고 더 복잡하게 이름이 바뀌었는데, 여기를 대표하는 최고 수장은 동장 또는 읍장, 면장이다.
시청/군청부터는 건물 뒤에 '청'이 붙기 시작한다. 시를 대표하는 최고 수장은 비교적 직관적인 '시장'이지만, 군의 최고 수장은 군장이 아니라 '군수'이다. 어감상 말을 따로 저렇게 만들었는가 보다.

그리고 도청의 최고 수장은 '장'도 '수'도 붙지 않고 '도지사'이다. 다들 어디서 유래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관성 없고 참 제멋대로라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전국구라면 시 의원과 시장은 지역구 개념인 거겠지? (지방자치)
그럼 국무총리는 뭐고 의전 서열이 어떻게 되는 건지.. 중학교 사회 공부를 다시 해 보게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9/07/12 08:32 2019/07/1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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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한 사건들

지난 4월 27일 자정 시간대에는 웬 20대 아가씨가 예쁘장한 흰 원피스 차림으로 부산의 어느 상가 건물에 들어가서는.. 옷을 홀랑 벗고 알몸으로 거기 소화전 안에 들어있던 분말 소화기를 계단 복도와 상점에 뿌리면서 난동을 부렸다. 벗은 옷과 신발은 그 건물의 옥상에다 고이 남겨 두고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뒤 그녀는 잽싸게 도망쳐서 현장을 빠져나갔는데.. 그로부터 겨우 5~6시간 남짓 지난 아침에 부산이 아닌 창원에서 죽은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한다.

이 정도면 2010년 오창 맨홀 변사 사건, 그리고 2011년의 문경 십자가 시신 사건에 필적하는 엽기적이고 괴이한 사건으로 보인다. 외국으로 치면 2013년의 엘리사 람 의문사 사건 같기도 하고..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잡히지 않고 탈출이 가능했는지, 그리고 택시까지 벌거벗은 채로 탔을 리는 없을 테니 또 다른 옷과 차비는 어디서 어떻게 났는지?? 공범· 협조자가 없이 젊은 여자가 겁도 없이 한밤중에 혼자서 저러고 사라질 수는 없어 보인다.

그 뒤엔 왜 하필 창원까지 갔고 거기서는 어디서 무슨 방법으로 어떻게 목숨을 끊은 걸까?
게다가 나흘 동안 행방이 오리무중이다가 시신이 5월 1일에 뒤늦게 발견된 게 아니다!
알몸 소화기 난동 사건과 별개로 27일 아침에 창원에서 신원 미상의 여성 시신이 발견됐고 신고가 접수됐다. 이거 자체는 매스컴에 보도될 가치도 없는 평범한 사건일 뿐인데, 5월 1일에야 갑자기 뜬금없이 "나흘 전에 창원에서 발견됐던 그 시신은 부산 알몸 소화기 난동 당사자로 추정된다"라는 보도가 나간 것이다.

그거야말로 도대체 무슨 근거로 하는 주장인가? 보도가 나가던 당시엔 아직 국과수의 DNA 감정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었는데? 행적에 온통 아귀가 안 맞는 미심쩍은 의문점들밖에 없다.
더 자세한 사연은 고인의 유족이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하니 더 보도되는 게 없이 사건이 묻힐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참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사람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최소한 술이나 약에 취한 상태이지, 맨정신으로 알몸 소화기 난동이 가능했을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 정도면 곳곳에 CCTV가 가득하고 도시의 치안이 세계 평균을 상회할 정도로 좋은 축에 든다. 어지간해서는 여자가 혼자 밤에 길거리를 다녀도 봉변 당할 걱정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여성이 한밤중에 갑자기 혼자 어디론가 뛰쳐 나갔다가 나중에 시신으로 발견된 안타까운 사례가 몇 건 존재한다. 특히 술 마신 뒤, and/or 누구와 말다툼 하고서 삐쳤을 때 말이다.

1. 영등포 노들길 살인 사건 (2006. 7. 4.)

피해자는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취준생이었는데, 어느 고향 친구 겸 고등학교 동창을(동성임) 오랜만에 만나서 같이 홍대거리 일대에서 술을 새벽 1시가 넘게까지 많이 마셨다. 문헌에 따라서는 이 날이 피해자의 생일이었던가 보다.
그 뒤 이들은 양화 한강 공원에서 바람이라도 쐬고 싶었는지 한강을 건너 당산 역 쪽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피해자가 집이 한강 이남의 신림동 쪽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랬는데 그녀는 술기운에 갑자기 기분이 변했는지.. "나 좀 혼자 있고 싶어. OO야, 오늘 즐거웠다. 그럼 ㅂㅇㅂㅇ!" 하면서 목적지 부근에서 택시에서 먼저 내렸다. 그리고는 한강 공원 방향의 캄캄한 골목길로 정처 없이 뛰어가 버렸다. 저 때가 7월 3일 새벽이었다.
이것으로 그녀는 지인과의 연락이 영원히 끊겼다. 더구나 피해자는 공부에 집중하겠다는 명목으로 휴대전화를 해지한 상태였기 때문에 폰 연락도 아예 되지 않았다.

다음 4일 아침에 그녀는 더 서쪽의 성산대교 인근의 노들로 도로 옆의 수로에 알몸 시신으로 버려진 채 발견됐다. 그것도 꽤 민망한 포즈 상태였다고 한다. 강간· 살해범이 시신을 일부러 그런 자세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녀의 옷과 소지품들은 그냥 초기의 실종 장소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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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생전의 습관 증언과 정황상--(1) 옷에 타인 지문이 전혀 없음 (2) 예전에 집에서도 대뜸 옷을 홀랑 다 벗는 주사를 딱 한 번 부린 적 있음--.. 그녀는 강제로 탈의됐다기보다는 술기운에 정신줄을 놓고 먼저 자발적으로 탈의한 것으로 보인다. 한밤중에 이 얼마나 위험한 미친 짓인가? 여기가 무슨 자기 집 안방인 걸로 착각했나 보다.

심야에 헐벗은 채로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있던 그녀는 음욕을 품은 어느 싸이코패스의 표적이 됐으며, 납치 당해서 최대 하루 남짓 처참한 능욕을 당한 뒤에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 (결박, 손등에 담배빵, 음부에 이물질..) 시신은 발바닥까지 아주 깨끗한 상태였고 사후 경직도 없었다. 체내에 음식물은 소화되고 없었고 알코올 성분 역시 다 분해되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그녀는 실종 이후에 10수 시간 이상 의외로 오랫동안 생존했으며, 죽은 지 불과 수 시간 안에 시신이 신속하게 발견된 셈이다. 범인이 시신의 유기도 개인 차량까지 동원해서 매우 능숙하고 신속하게 했을 테고 말이다. 공범이 1인 정도 추가로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과 관련된 몇몇 목격자의 증언이 들어오긴 했지만 그들이 목격한 것이 피해자 당사자가 정말 맞는지는 판명되지 않았다. 그나마 시신이 발견되기 불과 두어 시간 전에, 어느 견인차 기사가 시신 유기 지점 근처에 승용차가 세워져 있고 주변에서 웬 남자 두 명이 "어, 저거 경찰차야?" "아니, 그냥 견인차인데?"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까지 목격했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이게 제일 유력한 용의자의 행적으로 보이지만, 그 차량을 색출하지는 못했다.

이 사건은 안타깝게도 용의자를 한 명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고 장기 미제 사건으로 전락했다. 사건 사고·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이 사건이 불과 1년 전에 벌어졌던 다른 미제 사건인 신정동 연쇄 살인과 수법이 아주 비슷하다는 것도 이미 알 것이다.

2. 마포 여대생 실종 사건 (2016. 12. 21.)

노들길 살인 사건 이후로 거의 10년 뒤, 이번 사건의 희생자는 더 어린 여대생이었다. 그녀는 12월 14일, 종강을 앞두고 같은 과 친구 몇 명을 만나서 역시 홍대 인근에서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그래도 아직 버스와 지하철이 끊기지는 않은 11시 무렵이었으며, 그녀 역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만취도 아니었다. 2차를 하러 이동하던 중 그녀는 갑자기 "잠시 저쪽에 좀 다녀오겠다"란 말을 남긴 뒤 뜬금없이 자리를 이탈하여 자취를 감췄다.

피곤해서 먼저 귀가하고 싶으면 말을 그렇게 하면 됐을 텐데 그리하지 않았다. 애초에 자기 집에 가는 버스를 탄 것도 아니었으며(마포09), 혼자 기분 전환을 하고 싶었는지 망원 한강 공원으로 갔다. 이마저도 버스의 종점까지 간 뒤에 내렸으면 더 가까이 도달했을 텐데, 그리하지 않고 먼저 내려서는 거기까지 터덜터털 걸어 갔다.

그녀는 자정에 가까운 으슥한 시각에 한강 공원 방면의 지하도로 들어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으며, 그 뒤로 연락이 완전히 끊어졌다.

그녀는 실종된 지 거의 1주일이 지난 21일 오전에야 한강에서 익사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인상착의가 실종 당시의 모습과 동일하고 신발도 고스란히 신고 있고, 다른 외상 없고, 금전이나 치정으로 인한 원한 관계 없고.. 부검 결과도 사후에 물에 던져진 게 아니라 순수한 익사이며 딱히 자살이라도 할 동기도 없었으니..

다소 허무하게 들리겠지만 결론은 하나.. 이건 단순 사고사· 실족사로 처리되었다.
술에 너무 취해서 땅과 물이 분간이 안 됐는지, 왜 한강 공원으로도 모자라서 굳이 물에 들어갈 생각을 했는지는 불명이다.
비록 피해자가 노들길 살인 사건 같은 급의 강력 범죄에 희생된 정황은 없지만.. 그래도 그 10년 전 사건과 분위기가 묘하게 비슷한 것도 있어 보인다. 괴이하다.

3. 목동교 무단횡단 사망 사고 (2017. 4. 27.)

이건 자살도, 실족사도, 강력 범죄도 아닌 다소 엽기적인 교통사고이다. 그래서 언론에서 통용되는 사건 명칭 같은 것도 없다.
한 여대생이 지인과 한창 술을 마신 뒤, 혼자 택시를 타고 귀가도 정상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차가 양천구 목동교의 진출입로에서 서행하고 있을 때 그녀는 술기운 때문인지 갑자기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고 나가 버렸다. (돈도 안 내고?? ㄲㄲ) 이건 노들길 살인 사건의 발단과 매우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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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택시 기사가 만류할 틈도 없이, 그녀는 무려 8차선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시도했다.
다행히 한쪽은 횡단을 마쳐서 중앙선 부근에 도달했으나, 이때 버스 1에 치여서 중앙선 건너편의 반대편 차로로 튕겨 나갔다. 그 다음으로 곧장 버스 2에 치여서 뼈가 으스러지고 머리까지 다치는 치명상을 입었고, 뒤따르던 택시와도 부딪쳐서 총 3대의 차량에 치였다. 마지막 택시에 치일 때는 이미 서 있을 수조차 없었을 것 같은데 차 바퀴에 깔리지는 않았나 모르겠다.;;

여기는 어둡고 으슥한 골목길이 아니니 범죄의 표적이 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차들이 쌩쌩 달리는 8차선 도로 한복판에 만취자가 혼자 내던져진 결과는 보다시피.. 그녀는 근처의 이대 목동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차에 세 번이나 치이면서 이미 사경을 헤매는 만신창이가 됐으며 28일 새벽에 끝내 숨졌다.

세 운전사들 모두 커리어가 꼬이고 운전에 트라우마가 생길 운 나쁜 사고에 휘말리긴 했다. 그나마 버스 1과 택시의 운전사는 차를 세우고 경찰 신고와 후속 조치를 취했지만, 정작 그녀를 제일 크게 다치게 한 버스 2의 운전사는 퍽 소리에 "그냥 물건에 부딪혔나 보다" 생각하고 별 생각 없이 가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제일 무거운 벌을 받게 됐다.

4. 부산 서면 여대생 실종 사건 (2015. 10. 15.)

이건 벌건 대낮에 벌어졌고 당사자도 다행히 목숨은 부지한 채로 발견되었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사건 전개 과정에 미심쩍은 게 많다는 점에서 알몸 소화기 난동 사건과 일면 비슷하다.
11일 오후 2시쯤에 이 여대생은 어느 음식점에서 알바 동료들과 함께 낮술(!!)을 하고 있었다. 그랬는데 남친과 전화 통화를 한 뒤, 혹은 전화 통화를 하러 밖에 나간 뒤에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실종 신고는 가족들에 의해 이튿날인 12일에 접수됐다. 경찰은 수색 끝에 사흘 만에야 그 식당에서 직선 거리로 200m 남짓 떨어진 인근 빌딩의 간이 옥상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온몸에 골절· 타박상을 입은 상태로 며칠간 꼼짝달싹 못 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었으니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곧장 병원에 가야 하는 심각한 상태였다. 그래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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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통화가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술기운에 의식의 흐름을 따라 아무 건물에나 들어갔다. 혼자 건물에 들어가는 모습 자체는 CCTV에 찍혔다고 한다. 알몸 소화기 난동처럼 말이다.
그리고 제일 꼭대기에서 더 낮은 간이 옥상으로 자살 시도건 실족이건 어쨌든 떨어졌는데, 이 정도는 즉사할 만한 높이는 아니었다. 그녀는 숨이 붙은 채로 며칠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 것 같다. 발견이 며칠 더 늦어졌다면 그 상태로 진짜로 죽었을 수도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당사자의 가족이 당사자의 명예 보호 차원에서 필사적으로 언론 보도 내용을 부정하면서 기레기들이 고인의 행실에 대해 완전 추측성 소설을 쓴다고 무작정 욕하고 까는 글도 나온다.
그런데 그런다고 팩트가 부정되나..;; 술 취해서 뛰어내린 게 아니고 그 타박상은 추락이 아니라 다른 범죄자에게 맞아서 생긴 거라면, 그에 합당한 증거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말들은 걸러가며 들을 필요가 있다.

이런 사건들을 정리해 보니.. 술이 도대체 사람을 정신줄을 놓고 겁대가리를 상실시켜서 어떤 지경으로 만드는지 경악하게 된다. 싸이코패스 범죄 가해자를 만드는가 하면, 완전 기상천외한 실종자를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글쎄, 부산에서 밤에 실종됐다가 장산 대천 공원 호수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 여대생(2012. 4. 12.)은 "마포 여대생 실종 사건"과 꽤 비슷하며 미심쩍은 부분이 있지만, 저건 그래도 술은 개입하지 않은 단순 사고사로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9/07/09 08:36 2019/07/0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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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완전히 새로운 알고리즘 분야

컴퓨터는 정말 대단한 기계이다.
정보의 최소 단위인 0과 1을 분간하고, 임의의 주소가 가리키는 메모리의 값을 읽거나 쓸 수 있고 프로그램의 실행 지점도 메모리의 값을 따라서 변경 가능하게 했더니(튜링 완전)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양의 정보를 가히 무궁무진한 방식으로 처리가 가능해졌다.

이런 이론적인 근간이 마련된 뒤에 반도체의 집적도가 더 올라가고 메모리와 속도가 더 올라가고 가격이 더 내려가는 건 그냥 시간 문제일 뿐이었다.
그런데.. 단순히 복잡한 계산이나 방대한 검색을 빠르게 해내는 것만으로 컴퓨터가 인간의 고유 영역을 완전히 침범하고 대체했다고 보기는 곤란하다. 그건 그냥 자동차가 인간보다 더 빠르고 중장비가 인간보다 더 힘센 것만큼이나, 기계가 인간의 역할을 일부 보조하고 확장하는 것일 뿐이다.

물론 단순히 동력과 관련된 분야는 말이나 소 같은 동물도 인간보다 약간이나마 더 우위에 있긴 했다. 그에 비해 정보 처리 분야는 자연계에 지금까지 인간의 라이벌 자체가 아예 존재한 적이 없었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인간도 속도가 느리고 개인의 능력이 부족할 뿐이지.. 많은 인원을 동원하고 많은 시간만 주어지면 기계적인 정보 처리 정도는 '유한한 시간' 안에 언젠가 다 할 수 있다. 일을 좀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만 갖고 '창의적이다', '인간을 닮았다'라고 평가해 주지는 않는다.

정렬과 검색에, 다이나믹이니 분할 정복이니 하는 최적해 구하기처럼 고전적인 분야에서 고전적인(?) 방법론을 동원하는 알고리즘은 이미 수십 년 전에 다 연구되어서 깔끔한 결과물이 나왔다. 그런 건 이미 대학교 학부 수준의 전산학에서 다 다뤄지는 지경이 됐으며, 정보 올림피아드라도 준비하는 친구라면 아예 중등교육 수준에서 접하게 됐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 더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깔끔하게만 접근했다가는 시간 복잡도가 NP-hard급이 되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적당히 타협하여 풀어야 한다.
중· 고등학교의 고전역학 문제에서는 "공기의 저항은 무시한다" 단서가 붙지만, 대학교에 가서는 그런 것까지 다 고려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대수적으로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근사치를 효율적으로 구하기 위해 수치해석이라는 기법이 등장했듯, 전산학에도 각종 휴리스틱과 근사 알고리즘이라는 게 존재한다. 압축 알고리즘으로 치면 무손실이 아닌 손실 분야인 셈이다. 구체적인 건 학부 수준을 넘어 대학원에 소속된 별도의 연구실에서 다룰 정도로 난해하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여전히 사람이 범접하지 못하는 분량의 계산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효율적으로 푸는 방법에 대한 연구이다. 그런 것 말고 사람은 간단히 하는데 컴퓨터에게는 굉장히 난해해 보이는 일이 있다.
컴퓨터로 하여금 텍스트나 음성 형태의 인간의 자연어를 알아듣고 타 언어로 번역한다거나, 그림으로부터 글자 같은 정보를 알아보게 할 수 없을까?
컴퓨터를 바둑· 장기· 오목 같은 게임의 고수로 키울 수 없을까?

이건 단순히 TSP(순회하는 세일즈맨 문제)를 더 그럴싸한 가성비로 다항식 시간 만에 푸는 것과는 분야가 다르다.
저런 걸 기계가 인간과 비슷한 속도와 정확도로만 해내더라도 굉장한 이득이다. 기계를 부리는 비용은 인간을 고용하는 인건비보다 넘사벽급으로 저렴한 데다, 기계는 인간 같은 감정 개입이 없고 지치지 않고 실수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속도와 정확도가 인간 전문가의 능력을 능가하게 된다면 게임 끝이다. 기계적인 단순 노동력이나 판단력만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사라지며, 인간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더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일자리로 갈아타야 할 것이다.

2. 흑역사

소위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는 진공관이니 트랜지스터니 하던 무려 1950년대 컴퓨터의 초창기 때부터 천조국의 날고 기는 수학자, 컴퓨터 공학자들에 의해 진행돼 왔다. 특히 세부 분야 중 하나로서 기계번역도 연구됐으며, 1954년에는 조지타운 대학교와 IBM이 공동 연구 개발한 기계번역 솔루션이 실제로 출시되기도 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기계번역이란 게 연구된 언어는 러시아어 → 영어이며, 이는 전적으로 냉전 덕분이다. 하긴, 2차 세계 대전 때는 번역이 아니라 암호를 해독하는 기계가 개발되긴 했었다. 적성국가들의 언어 중 일본어는 영어와의 기계번역을 연구하기에는 구조가 너무 이질적이고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인간 번역가가 아닌 컴퓨터가 러시아어 텍스트로부터 영어 텍스트를 허접하게나마 뱉어 내자 학계와 업계는 흥분했다. 이런 식으로 조금만 더 연구하면 컴퓨터가 금방이라도 세계의 언어 장벽을 다 허물어 줄 것 같았다.

그때는 학자들이 자연어에 대해서 뭔가 순진 naive하게 원리 원칙대로 규칙 기반으로, 낭만적으로 접근하던 시절이었다. 인간의 언어도 무슨 프로그래밍 언어처럼 유한한 문법과 생성 규칙만으로 몽땅 다 100% 기술 가능하고 parse tree를 만들고 구문 분석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규칙이 간단하지는 않겠지만, 촘스키 같은 천재 언어학자 몇 명을 외계인과 함께 골방에다 갈아 넣고 며칠 열나게 고문하면 다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언어의 기계 분석은 게임 끝이지 않겠냐 말이다.

궁극적으로는 전세계 모든 언어들의 교집합과 합집합 요소를 망라하는 중간(intermediate) 언어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계 각국의 언어들을 그 중간 언어와 번역하는 시스템만 만들면 전세계 사통발달 언어 번역 시스템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정도 생각은 나조차도 한 적이 있다.

그랬으나.. 뚜껑을 열어 보니 영광은 거기서 끝이었다.
기계번역은 빵점 백지 상태에서 4, 50점짜리 답안을 내놓는 것까지는 금방 할 수 있었지만, 거기서 성적을 7, 80점짜리로라도 올려서 실용화 가능한 상품은 오랫동안 연구비를 아무리 투입해 줘도 선뜻 나오지 않았다.
인간의 언어라는 게 절대로 그렇게 호락호락 만만하지 않고 매우 불규칙하고 복잡한 구조라는 게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용한 연구 방법론 자체가 약발이 다하고 한계에 다다랐다.

이 때문에 1970년대에는 돈줄을 쥔 높으신 분들이 "인공지능"이란 건 밥값 못 하는 먹튀 사기 허상(hoax)일 뿐이라고 매우 비관적이고 보수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컴퓨터는 그냥 계산기일 뿐, 그 돈으로 그냥 인간 번역가나 더 양성하고 말지..
이 단어 자체가 학계의 흑역사 급으로 금기시되어 버렸다. 인공지능이란 게 키워드로 들어간 논문은 저널에서 믿고 걸러냈으며, 관련 연구들의 연구비 지원도 모조리 끊길 정도였다.

이 현상을 학계에서는 제1차 AI 겨울(혹한기, 암흑기, 쇼크, 흑역사 등등...)이라고 부른다. 과거의 무슨 오일 쇼크 내지 게임 업계 아타리 쇼크처럼 말이다.
그렇게 고비를 겪었다가 더 발달된 연구 방법론으로 활로가 발견되고, 그러다가 또 2차 겨울을 극복한 뒤에야 요 근래는 인공지능의 중흥기가 찾아왔다고 여겨진다.

3. 문제는 데이터

지금은 기계번역이건, 게임 AI이건, 패턴인식이건 무엇이건.. 인공지능의 주재료는 규칙이 아니라 데이터이다.
기계번역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언어학 문법 지식이 동원되지 않으며, 보드 게임 AI를 만드는데 통상적인 게임 규칙 기반의 알고리즘이 동원되지 않는다. 이상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러는 게 아니라 요즘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아이디어는 매우 간단하다. 기출문제와 정답을 무수히 많이, 인간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주입시켜 준 뒤, 이로부터 컴퓨터가 규칙성을 찾아내고 새로운 문제가 주어졌을 때 정답을 추론하게 하는 방법을 쓴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기술하고 정답의 조건을 명시하고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걸 인간이 일일이 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를 컴퓨터가 알아서 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기계학습', 그 이름도 유명한 machine learning이다. 이것이 이전에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방법론이던 '전문가 시스템'을 대체했다. 이런 무지막지한 방법론이 적용 가능할 정도로 요즘 컴퓨터의 속도와 메모리가 매우 크게 향상된 덕분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기계학습을 시키는 방식은 지도(supervised learning) 또는 비지도 학습으로 나뉜다.
그리고 기계의 입장에서 학습(?)을 실제로 수행하는 방법으로는 인공 신경망, 앙상블, 확률(은닉 마르코프 모델), 경사/기울기 하강법 같은 여러 테크닉이 있는데, 기울기 하강법은 복잡한 선형 방정식을 푸는 심플렉스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든다.

인공 신경망은 생물의 신경망이 동작하는 원리에서 착안하여 만들어진 기계학습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당연히 실제 인간 뇌의 작동 방식에 비할 바는 못 된다.
MLP니 CNN이니 RNN이니 하는 신경망 용어들이 존재하며, 그리고 이 인공 신경망을 어떻게 하면 잘 갖고 놀 수 있을까 고민하는 연구 분야를 '딥 러닝'(심층학습)이라고 한다. 마치 네트워크 계층의 다양한 기술 용어만큼이나 AI에도 계층별로 다양한 기술 용어가 존재한다.

게임 AI라면 단순히 뭔가를 인식하고 분류만 하면 장땡인 게 아니라 뭔가 극한의 최적해를 찾아가야 할 텐데.. 이런 걸 학습시키는 건 딥 러닝의 영역이다. 알파고처럼 말이다. 그런데 알파고 하나가 지구상의 최고의 인간 바둑 기사를 이긴 것은 물론이고, 다른 재래식 알고리즘으로 십수 년간 개발되어 온 기존 바둑 AI들까지도 다 쳐발랐다니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뭐, 개인용 PC 한 대만으로 그렇게 동작하는 건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오늘날 연구되고 있는 인공지능은 무작정 인간과 동급으로 생각하고 창조하는 기계는 당연히 아니고, 컴퓨터의 막강한 메모리와 계산 능력으로 지금까지 주어진 데이터를 토대로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는 답안을 꽤 그럴싸하게 제시하는 '약한 인공지능'일 뿐이다.

쉽게 말해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 읊는다"처럼 말이다.
추리소설를 한 1000편쯤 읽고 나니 다른 새로운 추리 퀴즈에도 설정이 뻔히 보이고 답이 보인다.
드라마를 1000편쯤 보고 나니 비슷비슷한 드라마들은 스토리 전개가 어찌 될지 '안 봐도 비디오'처럼 된다. 그런 것 말이다.

그런데 저게 말처럼 쉬운 일인 건 아니다.
학습 대상인 무수한 텍스트· 이미지· 음성 데이터 내지 각종 게임 복기 데이터를 어떤 형태로 수치화해서 벡터 형태로 표현할 것인가?
그리고 '학습'이라는 걸 하는 동안 해당 AI 엔진의 내부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슨 계산 작업이 행해지는가?
컴파일러만 해도 결과물로 OBJ 파일이라는 게 생기는데, 그 내부적인 학습 상태는 어떤 형태로 표현되며, 이것만 따로 저장하고 불러오는 방법이 존재하는가? 본인은 AI알못이다 보니 전혀 모르겠다. ㅡ,.ㅡ;;

수천, 수만, 아니 그 이상 셀 수 없이 많은 숫자들로 이뤄진 벡터 I가 또 수없이 많이 있다고 치자. 이 숫자들은 현실 세계를 표현하는 미세한 자질을 표현한다.
그런데 어떤 블랙박스 함수 f가 있어서 f(I_1..n)에 대한 결과가 O_1..m라는 벡터 집합으로 나왔다고 한다.

컴퓨터는 이 I와 O 사이에서 규칙성을 찾아서 I에 대해 O와 최대한 비슷한 결과를 산출하는 함수 f를 구한다. 그러면 이제 임의의 다른 아무 input에 대해서도 수긍할 만한 출력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패턴 인식? 기계번역? 유사 작곡이나 창작? 현실에서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이건 machine learning이 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저걸로 요약된다. 내가 AI 쪽으로 아는 건 이게 전부이다.

지금은 TensorFlow 같은 범용적인 기계학습 엔진/라이브러리까지도 구글 같은 괴물 기업에 의해 오픈소스로 몽땅 풀려 있으며, 이걸 파이썬 같은 간편한 스크립트 언어로 곧장 돌려볼 수도 있는 세상이 됐다.
그런 라이브러리를 직접 개발하고 유지보수 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방대한 현실 데이터를 수집해서 저기에다 적절하게 집어넣고, 이로부터 고객이 원하는 유의미한 추세나 분석 결과를 얻는 것만 해도 뭔가 프로그래밍 코딩과는 별개로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 영역의 일이 돼 있다.

오늘날 AI 엔진의 연구를 위해서는 근간 이론이라 할 수 있는 선형대수학, 편미분, 확률 통계는 무조건 먹고 들어가야 된다. 엔진 코드를 직접 다루지 않고 쓰기만 하는 사람이라도 엔진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정도는 알아야 가장 적절한 방법론/알고리즘을 선택할 수 있을 테니 저런 것들을 맛보기 수준으로라도 알아야 할 것이다.

과거에 정보 사냥 대회가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주어진 데이터로부터 새로운 문제를 잘 푸는 기계학습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 경진대회의 아이템 내지 학교와 직장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늘어난다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보다 더 수준 높고 추상적인 쪽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연어의 문법과 어휘 자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데이터 학습만으로 댓글이 선플인지 악플인지를 기계가 분간할 수 있는 걸까? 그래도 클레멘타인 영화에 늘어선 댓글이 선플인지 악플인지 판단하려면 그에 대한 특별한 학습-_-;;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변화무쌍 복잡한 필기체의 인식이 아니라, 그냥 자동차 번호판의 정향화된 숫자 내지 겨우 QR 코드의 인식 정도는.. '영상 처리 기술'의 영역이지, 저 정도의 거창하게 기계학습이니 뭐니 하는 인공지능의 영역은 아니다. 그건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오래 전부터도 각종 전산학 알고리즘 용어를 검색할 때 종종 걸려 나오긴 했는데.. 국내 개인 사이트 중에 AIStudy라는 곳이 있다. 나모 웹에디터가 있던 시절부터 존재했던 정말 옛날 사이트이다. 그런데 운영자가 내 생각보다 굉장히 어린 친구이다. 정말 대단할 따름이다.
당연히 과학고-카이스트 라인이려나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고 일반고-서울대 테크를 타 있다. 앞날에 건승을 빌어 본다.

Posted by 사무엘

2019/07/06 08:33 2019/07/0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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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메랑은 어떤 원리로 원 궤도를 그리며 날다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
물수제비는 어떤 원리로 가능한 걸까? (우주 탐사선의 대기권 재진입과도 관계 있음)
선풍기나 프로펠러에 날개는 몇 개가 들어가는 게 성능 면에서 적합할까?
이런 것은 마치 영구 자석이 존재 가능한 이유만큼이나 과학적으로 규명하기가 의외로 까다롭다. 어떤 건 비행기나 연처럼 항공역학적인 이론을 동원해야 하기도 한다.

2.
공기 중에 널린 게 질소이지만 식물은 뿌리혹박테리아와 공생하는 콩류를 제외하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질소 비료를 따로 줘야 된다.
주변에 온통 널린 게 풀이지만 사람은 진짜 초식동물들처럼 셀룰로오스 섬유질을 소화하지 못한다. 초식동물의 장 안에서 섬유질의 소화를 도와주는 세균이 식물로 치면 뿌리혹박테리아인가 보다.

그 외에 바다엔 온통 널린 게 물이지만 잘 알다시피..;; 사람은 그걸 그대로 마실 수 없다.
우주에 널린 그 많은 수소의 폭발력을 십분 활용하여, 성능 좋고 배기가스도 더티한 탄소 화합물이 아닌 물밖에 안 나오는 꿈의 엔진도.. 아직까지는 다른 여러 실용적인 문제로 인해 여전히 꿈일 뿐이다.
자연엔 이런 식의 장벽이 여럿 존재하는가 보다.

3.
발화점과 인화점의 관계는.. 최대 정지 마찰력과 운동 마찰력의 관계와 아주 비슷해 보인다.
물질이 열받아서 뜨거워지고 고체· 액체· 기체 상태만 바뀌는 것과.. 아예 불꽃을 내며 활활 타고 재가 되는 것은 양상이 많이 다르다. 난 어렸을 땐 이게 무기물과 유기물의 차이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발화점과 인화점 사이에 연소점이라는 온도도 있긴 한데, 이건 뭐 학교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는 것 같다.

4.
사실, 시사· 역사 상식뿐만 아니라 과학 상식도 정정되고 바뀐다.
물론 만유인력의 법칙이라든가 "지구는 둥글다", "H2O는 물이다" 같은 게 바뀔 일은 없겠지만, 세상엔 인류의 과학 기술이 완전히 규명하고 밝혀내지 못한 수수께끼도 많기 때문이다. 건강· 의학 분야야 그런 예가 워낙 많긴 하지만 굳이 그 분야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 한때는 피뢰침은 반드시 뾰족해야 된다고 알려졌는데 21세기에는 꼭 그럴 필요가 없다는 실험 결과도 나온 모양이다.
  • 뜨거운 물이 더 빨리 언다는 현상은 반론도 나와 있다. 물은 전자레인지로 데웠다가는 갑자기 끓어올라서 위험하다고 그러고 열역학적으로 특이한 점이 많은 물질 같다.
  • 30년 이상 전의 옛날 아동용 과학 서적에서는 버섯과 곰팡이(균류)가 식물의 좀 특이한 부류라고 분류돼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샌가 균류는 동물이나 식물이 아닌 고유한 카테고리라고 분류가 바뀌었다.

5.
아, 깜빡 잊은 채로 당일을 지나쳐 버렸구나..
질량 단위인 킬로그램의 정의가 130여 년 만에 개정되었다. 절대성이 결여되는 "그냥 이 원기의 질량이 곧 1kg"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실험실에서 동일하게 재현 가능한 객관적인 정의가 도입됐다.

오랫동안 전세계에서 통용되어 온 유명 단위의 정의를 개정해서 과학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은 대단히 신중하게 논의되고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2010년대 이후로 국제 도량형 총회에서는 여러 번 연기· 보류를 거듭하다가 지난 2018년 11월 16일이에야 새로운 정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리고 반 년가량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에 2019년 5월 20일부터 이를 전면 시행하기 시작했다. 국제 미터 협약을 체결한 날(1875년 5월 20일)을 기념하는 세계 측정의 날에 맞춰 시행한 거라고 한다. 그랬는데 정작 5월 20일 당일은 본인도 딱히 관련 언론 보도를 접하지 못하고 조용히 지나가 버린 것 같다.

1미터나 1초 같은 단위들의 정의를 보면 빛이 진공에서 1/!!!@!#!@#초 동안 진행한 거리, 세슘 원자에서 방출하는 빛이 !@#!!#@!회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처럼..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는 괴상한 형태이다. 일반인이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물질이나 조건을 제시하는 건 무조건 절대불변이 보장되는 조건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며, 숫자까지 저렇게 복잡하고 야리꾸리한 이유는 옛날의 정의와 호환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옛날에 지구 자오선 길이의 1/!@#!@가 1m, 지구 1년의 1/!@##!#가 1초, 섭씨 4도의 물 1리터의 질량.. 이러던 시절보다 엄밀해진 대신 더 복잡해진 셈이다(초기). 그러다가 원기를 갖고 정의하다가(2기.. 심지어 미터도!) 나중에는 이런 식으로 더 고차원적인 정의가 등장해서 쓰이게 됐다.

그런데 킬로그램의 새로운 정의는 저런 것보다 훨씬 더 빡세고 이해하기 어렵다. 플랑크 상수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정도의 양자역학 지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난해한 측정값의 영역이던 플랑크 상수를 측정 기술의 발달 덕분에 아예 6.62607015×10^-34 kg·m^2/s라는 정의로 바꿔 버리고, 이 값이 나오게 하는 단위 질량을 1kg으로 정의한 것이다. 1미터와 1초는 이미 질량에 의존하지 않는 형태로 정의돼 있으니까 킬로그램을 이런 식으로 정의 가능한 것이다.

무슨 원자 @##$@#$@#의 물리량 이런 식의 정의를 예상했던 본인으로서는 난감함과 시시함이 좀 느껴진다. ㅡ,.ㅡ;;

6.
세상은 넓고 과학 기술 강국 선진국은 여럿 있는데..

  • 과학 분야 노벨 상 수상자를 배출한 적 있는 나라
  • 우주 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나라
  • 유인 우주선 개발 기술을 보유한 나라 (!!)
  • 잠수함, 공중급유기, 항공모함을 보유한 나라
  •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해당되는 게 별로 없다.;; (글쎄, 쌀로 핵을 만든 것은 과학적 방법론으로 검증 가능하지 않아서..)
물론, 노벨 상 빼고 나머지는 군사· 안보와도 관계가 있어서 타 강대국들의 견제 때문에 보유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가령, 핵무기와 우주 발사체는 바늘과 실 같은 관계의 기술이며, 일본이 기술이 없어서 핵을 못 만드는 건 절대 아니니 말이다.

특히 핵무기는 몇몇 예외 국가를 제외하면 일단 UN 상임이사국(미영프 중러 5개국)들만이 꽉 잡고서 보유국이 더 늘어나지 못하도록 매의 눈으로 감시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이 없고 오히려 과거의 공산권 진영이던 중국와 러시아가 있는 걸 보면 상임이사국은 철저하게 2차 세계 대전 승전국 위주로 편성돼 있는 게 느껴진다.

물론 일본은 지금까지 '비'상임이사국은 정말 압도적으로 자주 역임했었으며, 상임이사국이 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일본이 과거에 친 사고가 워낙 방대하고, 기존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반일 감정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9/07/03 19:34 2019/07/0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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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주제들

1. 개고기

인간이 동물에게 행하는 수많은 비인간적인(?) 짓을 생각해 보자. 고기· 알· 가죽을 최대한 저렴하게 얻기 위한 착취, 도축, 임상실험 등등.. 그걸 놔 두고 오로지 개를 잡아먹는 것만 잔인하네 야만적이네 뭐네 호들갑을 떨 필요는 전혀 없다.

하긴, 유대인이라면 개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 잔인하고 야만적이어서는 전혀 절대 아니고.. 그냥 율법에서 부정한 동물이라고 금지했기 때문이다. 쟤들은 같은 논리로 개뿐만 아니라 그 맛있는 돼지고기도 먹을 수 없었다.
또한 식용이면 차라리 양반이지, 쟤들은 속죄 헌물이라는 명목으로도 수많은 동물들을 잡아야 했다. 유대교 제사장은 평소에 율법의 권위자로서 먹물 꼰대질(?)뿐만 아니라 푸줏간 백정 같은 궂은일도 잔뜩 해야 했다.

물론 성경에도 동물에 대한 배려와 보호를 명령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인간이 동물을 불가피하게 잡는 것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죄의식 가질 필요는 없다. 그 동물을 보고 불쌍한 생각이 든다면 인간의 죄가 얼마나 끔찍 잔혹한 것인지를 먼저 알고 반성해야 한다. 이는 마치 예수님이 지옥에 가지 않으셨다면 내가 거기를 가야 한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본인은 필요악의 필요성을 성경적으로 인정하는 사람이다. 고기 먹는 걸 좋아하면서 도축업자는 천시하고, 흉악 범죄를 미워하면서 사형 집행관을 천시하는 식의 위선을 매우 싫어한다.

2. 자살

인간이 저지르는 수많은 끔찍 흉악한 죄들을 제쳐놓고 오로지 자살만 아주 특별하고 예외적인 것처럼 취급할 필요는 네버, 전혀 절대 없다.
생각을 해 봐라. 세상 비관해서 이판사판 지하철에다 불지르고 길거리에서 아무에게나 칼부림을 벌인 미친놈 싸이코들도 즐비한데, 그에 반해 혼자만 곱게 목 매달거나 옥상에서 뛰어내린 건 얼마나 양반(?)인가?

선행으로 구원받는 게 아니듯이 악행으로 구원을 잃지도 않는 게 기독교이다.
무슨 강 재구 소령처럼 산화하고 전 태일 열사처럼 죽는다 해도 그걸로는 구원 못 받는다.
그럼 그 반대편으로.. 세상 비관해서든, 내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든, 고문 당할까봐 겁나서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해도 그 개인의 구원 여부에는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게 인간의 직관과 좀 다른 성경의 원칙이다.

"에이 그래도 자기 생명을 스스로 끊은 건데.." 아직도 그런 생각이 든다면.. 거듭난 크리스천도 그것 말고도 얼마나 많은 죄를 짓고 간증 상실할 짓을 많이 하는지 생각을 좀 해 보아라. 구원받았다는 게.. 영적 신분은 큰 변화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겉으로 자기 성품은 하나도 바뀌는 것 없고 별 거 아니다.
자살로 구원 상실이 가능하다면, 예수쟁이들이 평소에 성경 읽는 걸 게을리하고 기도 안 하는 것으로도 구원 상실이 같은 논리로 가능해야 할 것이다.

"자살하면 지옥 가네"는 교리적으로 잘못됐고, "애초에 구원받은 게 아니었네.." 이런 소리는 그냥 궤변 말장난일 뿐이다.
그 어떤 방식으로 죽더라도 "죽음이 우리를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떼어 놓지 못한다"가 정답이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요 3:16이었다가 나중에는 요일 4:19 (그분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심), 지금은 롬 8:38에서 가슴이 탁 트여 있다.

3. 피임

기독교가 결혼한 부부 외의 모든 성관계를 교리적으로 음행이라고 규정하고 정죄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그건 반대로 말하면, 결혼한 부부끼리는 그 어떤 가족 계획 자녀 계획을 갖든, 밤에 무슨 짓을 하든 서로 좋아서 한 거라면 아~~무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건 전적으로 부부 재량이고 개인 사생활이며 신이라도 전혀 터치하지 않고 존중해 준다.
다시 말해 피임을 하는 것 자체가 죄는 절대 아니다. 어떤 처지의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하느냐가 죄의 성립 여부를 결정할 뿐이다. 그걸 무조건 금기시하는 건 좀 종교적인 오지랖으로 보인다.

4. 낙태

사형 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꼭 문제의 본질과 관계 없는 극단적인 예외 상황만 끄집어내면서(오판, 오· 남용) 논점을 흐리는 경향이 있다. 그것처럼 낙태에 대해서도 강간으로 인한 임신, 괴물 급의 유전병, 산모도 목숨이 위험한 경우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일단 논외로 하자.

어차피 대부분의, 내가 알기로 90%가 넘는 낙태의 사유는 그냥 (1) 철딱서니 없는 애들의 불장난이거나, 아니면 기혼 부부의 경우 (2) 단순 피임 실패 내지 (3) 딸이어서이다. 산모와 아이의 건강엔 아무 문제 없다.
이것들에 대해서 낙태는 살인과 동급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낙태를 예방하기 위해서 원칙대로라면 애들에게 피임법을 가르칠 게 아니라 혼전 성관계 자체가 음행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이건 종교 교육과 병행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_-;;

5. 안락사

마치 체벌이 사랑의 매와 아동 학대 사이에 간당간당 하고 살인이 흉악 범죄와 숭고한 호국 애국 사이에서 간당간당 할 수 있듯.. 안락사는 "어디까지가 살인이고 어디부터가 하나님이 사람을 데려 가게 그냥 놔 주는 것이냐"라는 알쏭달쏭한 문제로 귀착된다.

내가 알기로 성경엔 사람을 완전히 죽이면 죽였지, 식물인간이나 뇌사 같은 게 나오지는 않는다. 내 생각은 연명 행위만 중단하는 소극적인 안락사는 윤리· 종교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애초에 전근대 시절에는 기술 부족으로 인해 그런 연명 행위 자체가 가능하지 않았었다.

살인만 해도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이 있다. 그러니 살인에 맞먹는, 그와 준하는 죄가 될 수 있는 낙태나 안락사 같은 다른 행위에 대해서도 참작 사유는 물론 존재한다.

내가 늘 하는 말이지만.. 기독교 교리에는 이런 식으로 논리와 체계가 있다.
무조건 인간의 욕구를 억압하고, 인간에게 불가능한 인내나 위선을 짜내고 강요하는 게 아니다.
이걸 해서는 안 되는 대신 저건 허용되는 게 있으며, 이 교리가 성립하기 위해서 논리적으로 저게 성립해야 되는 것이 있다.

본인도 성경에 모르는 게 많고, 또 지능이나 행실이 다른 신앙의 거장들에 비해 보잘것없는 쪼렙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최소한 성경이 온전히 보전돼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교리에서 일말의 합리적인 체계와 맥을 발견했기 때문에 거리 설교도 할 수 있게 되고, 내 신앙 체계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글을 쓰고 변증도 할 수 있게 됐다.
킹 제임스 성경 유일주의, 간극, 칼빈주의와 알미니안주의 사이의 균형, 어린아이의 구원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민감하고 센세이셔널한 주제에 대해서 누가 단정적으로 얘기를 하고 나면.. 당사자가 말하지도 않은 확대해석과 오해와 낭설까지 쫙 날조되어 퍼져나가는 게 인간의 습성이다. 요21:23처럼 말이다.

구약 십일조가 신약 크리스천에게 적용되는 게 아니라고 얘기하면 꼭 헌금 자체를 안 해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생기고.. 자살에 대해서 성경적인 교리를 얘기하고 나면 "어, 쟤는 자살해도 괜찮다고 얘기하네?" 라고 알아듣는 사람이 생기는 것 말이다. 그건 그 사람의 독해력과 마음 상태 문제인 거고.. 성경의 사고방식은 저렇다.

Posted by 사무엘

2019/07/01 08:37 2019/07/0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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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indows 재설치

(1) 본인 주변의 어떤 컴퓨터는 절전이나 최대 절전 말고 '시스템 종료'로 확실하게 껐는데도 불구하고 나중에 다시 와 보면 무슨 좀비처럼 저절로 다시 켜져 있곤 했다. 사람이 건드린 건 당연히 전혀 아니고..
절전 상태에서 깨어나는 게 아니라 완전히 꺼졌던 컴퓨터가 왜 어떻게 저절로 다시 켜지는지는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컴퓨터를 끄는 걸로도 모자라서 플러그까지 완전히 뽑아야 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건 검색을 해 보니 2015~16년경 Windows 10 초창기에 존재했던 버그였다.

(2) Windows가 맛이 가서 제대로 부팅이 되지 않을 때 안전 모드로 부팅한다거나, 컴을 팩토리 리셋 시키기 전에 최소한 백업이라도 하기 위해서 긴급 명령창이라도 열려면 파란 배경의 Windows RE (Recovery Environment)에 들어가야 한다.
부팅 때 F8 같은 특정 단축키를 눌러서 여기로 바로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구만.. 꼭 부팅 중에 컴퓨터를 강제로 끄는 무식한 삽질을 5~10번쯤 해야 그제서야 "잠시 기다려 주세요"와 함께 저리로 들어가는 게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안 든다.

(3) Windows를 새로 설치한 직후에 다중 모니터를 연결해 봤는데.. 무작정 꽂기만 한다고 장땡이 아니구나. 2개 중 HDMI 케이블로 연결한 4K급 모니터는 아무리 제대로 꽂아도 화면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픽 드라이버를 업데이트 한 뒤에야 잡히더라.

그래도 요즘 컴퓨터는 수십 년 전 옛날에 비해 새 하드웨어를 꽂아서 사용하는 게 얼마나 간편 편리해졌나 모른다. 상당수가 plug & play와 USB 덕분인데, 생각해 보니 두 기술이 동시에 같이 등장한 건 아니라는 게 의외이다.

2. 자동 시작 프로그램 목록

그나저나 Windows 10은 아마 3.x 이래로 20년 가까이 변함 없던 '시작 프로그램' 등록 지점을 변경했구나. 난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 어쩐지 '시작프로그램'이라는 폴더가 왜 안 보이나 했다. Windows 8 시절에도 변함없었던 것 같은데..
디렉터리 기반인 건 변함없지만 그게 시작 메뉴의 목록 디렉터리 아래가 아닌 다른 곳으로 바뀐 것 같다.

운영체제가 부팅될 때 자동으로 실행시킬 프로그램의 목록은 저 디렉터리뿐만 아니라 레지스트리에도 여러 군데가 있다. 이것만 한데 정리해도 블로그 글 한 편이 써지지 싶다. 도스가 사라지면서 config.sys와 autoexec.bat가 없어졌지만, 걔네들이 하던 기능까지 없어진 건 아닌 셈이다.
리눅스나 macOS는 자동 시작 프로그램 목록을 어디에서 지정하는 걸까? 궁금해진다.

아울러, 요즘 Windows는 SMB(쌈바)가 기본으로 깔리지 않는가 보다. 랜선 꽂고 인터넷이 멀쩡히 되는데 탐색기에서 \\로 시작하는 공유 폴더 서버에 왜 이리 접속이 안 되나 했더니.. "프로그램 추가/제거"에서 해당 기능을 설치해야 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로컬 보안 정책'을 고치라니 뭐니 하는 말이 있었지만, 그걸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3. embedded 컴포넌트로 활용 가능한 브라우저

2010년대 이후로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IE의 독주가 꺾이고 크롬, FireFox, Edge 같은 대체 브라우저들이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런데 IE는 여느 브라우저들과 달리 컴포넌트화가 잘 돼 있다. 그래서 임의의 프로그램 내부에 IE 기반의 브라우저 창을 집어넣어서 단순 HTML 내지 웹 컨텐츠를 표시할 수 있다. 기술 기반은 잘 알다시피 COM/ActiveX이고 말이다.

IE 말고 다른 브라우저 창을 내 프로그램에다가 내장시키는 건 가능한지 모르겠다.
그게 가능하지 않다면 IE는 이쪽 고정 수요 때문에 계속 없어지지 않고 명맥을 유지할 것 같다.

4. 잠금 화면의 배경 그림

Windows 8(.1)까지만 해도 안 그랬던 것 같은데.. 10부터는 부팅 직후, 또는 Win+L을 눌렀을 때 나타나는 잠금 화면에 기본적으로 근사한 각종 자연 경관 배경 그림이 나타난다. 각종 업데이트를 받기에도 네트워크 트래픽이 빠듯할 텐데, 어떤 서비스는 거기에 또 짬을 내서 그림 파일도 찔끔찔끔 받아 놓는가 보다.

이 그림도 분명 디스크 어딘가에 파일 형태로 저장될 텐데, 슬쩍 빼돌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미 팁이 나돌고 있기 때문에 검색해 보면 다 나온다. 그런데 본인이 문득 궁금한 건 이 그림들을 마소의 어느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누가 어디서 이런 사진들을 구해서 올리느냐 하는 것이다.
Windows와 mac 진영 모두 근사한 자연 경치 사진을 공급받는 비밀 거래처가 있는 것 같다. 그건 개인일 수도 있고 기업일 수도 있다. Windows XP의 초원 배경은 이미 아주 유명한 사례이다.

5. Windows - 설정 창의 불편한 점

요즘 Windows는 버전업을 거듭할수록 제어판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운영체제의 모든 설정을 메트로 앱인 '설정'으로 하게 UI를 옮기려는 게 보인다.

(1) 그런데 이놈의 설정 앱은 좀 여러 개를 띄울 수 없나? 프로그램 추가/제거 같은 창을 꺼내 놓은 상태로 디스플레이/개인 설정 같은 걸 띄우려니 기존 창이 바뀌어 버리는 게 굉장히 불편하다. 10수년 전에 탭이 없던 IE6 시절에, 응용 프로그램에서 인터넷 링크를 클릭하면 기존 브라우저 창에서 그 링크가 열려서 짜증 나던 게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

(2) '설정'에서는 키보드의 연타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이 1803 내지 1809 빌드 기준으로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그런 키보드 설정은 기존의 제어판에 들어가서 하라고 링크라도 띄워 놔야 되는데 그것도 없는 건 문제인 것 같다.
마우스의 경우, '설정'에서는 좌우 버튼 교환이나 휠 스크롤 분량 같은 대중적인(?) 옵션만 있다. 포인터 모양을 바꾸는 매니악한 옵션은 제어판에 가서 하라고 '추가 마우스 옵션' 링크가 표시되어 있다. 키보드는 그런 게 없고 '고급 키보드 옵션'은 그냥 IME/문자 입력 쪽 설정밖에 안 나온다.

(3) 요즘 Windows 10에서 중국어· 일본어 IME를 쓰고 싶으면 해당 언어와 키보드만 등록하는 게 아니라, 언어 팩을 다 받아서 설치해야 하는 것 같다. 전자까지만 하면 IME가 뜨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중국어· 일본어 입력이 되지 않는다.
20년쯤 전 먼 옛날에는 마소에 내장돼 있는 외국어 IME를 처음 등록할 때 운영체제 CD를 집어넣어야 했다. Vista~7에서는 그냥 전세계 언어가 다 깔렸었는데 이제는 인터넷으로 받는 형태로 절차가 바뀐 것 같다.

(4) 그리고 외국어 UI 팩이나 입력기, 필기· 음성 인식 데이터를 받고 설치하는 버튼을 실수로 잘못 눌렀는데, 작업을 취소하는 버튼을 왜 마련해 놓지를 않았는지? 이것 때문에 꽤 당혹스럽고 불편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_=;;

6. 입력 도구모음줄의 불편한 점

오늘날 Windows 10에서는 IME에 대해서 브랜드 아이콘(한)과 상태 아이콘(가/A) 딱 둘만 작업 표시줄에 붙어 있는 극도로 단순화된 아이콘 표시 모델을 지원한다. 요건 사실 2012년의 Windows 8때부터 도입된 것이니 생각보다는 오래됐다.

지금도 과거의 XP~7 시절을 풍미했던 길쭉한 입력 도구모음줄을 쓰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특히 키보드에 한자 키가 없거나, 그 키를 자기 멋대로 가로채는 프로그램(MS 오피스 프로그램..)에서 한글 IME의 고유 방식대로 한자 변환을 하려면 이 도구모음줄이 필수이다. 한자(漢) 버튼이 노출되어 있어서 마우스 클릭이 곧장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도구모음줄을 꺼내는 옵션이 꽤 찾기 어려운 구석진 곳에 있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이 도구모음줄이 불편한 점 중 하나는 floating 상태일 때 화면에서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는 배경색이 순 화이트이기 때문이지 싶다.

이 도구모음줄은 도입된 이래로 배경색은 줄곧 작업 표시줄의 색깔과 일치해 왔다.
Windows 98/2000/ME에서는 회색, XP에서는 파랑 같은 테마 색 또는 회색(고전), 그리고 Vista/7에서는 역시 검정..
그러니 10에서도 저 패턴이라면 배경색이 작업 표시줄의 색깔과 같은 검정이어야 할 텐데, 어째 제목 표시줄의 색깔과 같은 흰색이 됐다.

제목 표시줄도 흰색이지, 프로그램의 일반 클라이언트 영역도 흰색이지,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도구모음줄 주변엔 아무 테두리도 없고 그림자도 없으니..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역대 Windows들 중에 TSF 도구모음줄의 배경색이 흰색인 버전 자체가 Windows 10이 유일하다시피하다. 8과 8.1에서는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난다만 걔네들도 흰색은 아니었지 싶다.

하지만 이 도구모음줄은 MDI 창이라든가 HTML 도움말처럼 마소에서 더 개발이나 지원을 하지 않는 레거시일 뿐이니, 얘에 대한 개선은 앞으로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7. caret의 깜빡임이 멈추는 현상

이제 단순히 불편한 점을 넘어 버그 얘기를 좀 해 보자. 내 컴퓨터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요즘 Windows에서 날개셋 편집기, 메모장, 워드패드처럼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caret(키보드 커서)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띄워서 가만히 놔둬 보면..
caret이 딱 5번 깜빡이고 나서 6번째로 나타난 뒤부터는 깜빡이지 않고 그대로 멈춰 버린다.

Windows 10의 1803과 1809 버전에서 모두 확인했는데 이런 버그가 왜 생겼나 모르겠다. 2015~16년대의 구버전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다. 아니, 수십 년 전의 Windows 95 이래로 이런 현상은 처음 본다.
Spy++로 들여다보면.. caret을 깜빡여 주라는 메시지 자체가 더 오지 않고 멈춘다. 그에 반해 아래아한글이나 MS Word 같은 전문 워드 프로세서는 이런 메시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caret을 운용해서 그런지 깜빡임이 멈추지 않는 것 같다.

8. Dependency Walker의 오동작

이전에는 이런 현상이 없었던 것 같은데.. Windows 10 1809를 설치한 뒤에는.. 각종 실행 파일을 Dependency Walker 유틸로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게 다소 불편해졌다.
Windows 7쯤부터 운영체제의 자체 제공 EXE/DLL들은 kernel32.dll의 함수들을 kernel32로부터 직통으로 import하는 게 아니라 프로세스, 스레드, 파일, DLL로딩 등 각종 세부 분야로 나뉜 가상의 DLL로부터 import하기 시작했다. comctl32의 로딩 방식은 side-by-side assembly 방식으로 바뀌더니 kernel32는 저렇게 바뀌었다는 게 흥미롭다.

그런데 Windows 10 1809 버전에서는.. KERNEL32.DLL은 API-MS-WIN-CORE-PROCESSTHREADS-L1-1-1.DLL에 의존하고, 후자는 또 전자에 의존하는 구조가 돼서 여기서 일종의 무한루프에 빠진다.
비록 Dependency Walker 자체가 뻗는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이 때문에 분석 시간이 굉장히 길어지고 모듈 분석 트리도 쓸데없이 거대하고 지저분한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문제가 개선됐으면 좋겠지만 Dependency Walker는 무려 Windows Vista 초창기인 2006~7년 이후로 개발이 중단되고 버전업이 없으니 아쉽다.

Posted by 사무엘

2019/06/28 08:38 2019/06/2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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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 밖에서 알게 모르게 바뀐 것들 관찰

  • 카페에서.. 밖으로 가져가지 않고 실내에서 마시는 음료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아 주는 게 금지되었다.
  • 백 종원 편의점 도시락에는 원래 동그란 혼합소시지 두 개와 함께 노란 계란말이가 상징처럼 곁들어지곤 했다. 그러다가 지난 16년인가 17년 계란 파동 때부터는 생산원가가 너무 올라서 그런지 다른 가공육으로 슬쩍 대체되었다. 그렇게 1~2년쯤 계속되더니 얼마 전부터는 다시 계란말이로 돌아온 듯하다. 반갑다.
  • 그리고 한때는 카드를 결제하는 수많은 무인 기계들은(셀프 주유/제품 주문, 승차권 발권 등) 말 그대로 카드를 쓰윽 '긁는' 형태가 많았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싹 없어진 것 같다. 무조건 카드를 '꽂았다가 빼는' 형태로 바뀌었다. 무슨 보안 강화 때문에 취해진 조치라고 하는데 구체적인 사유는 잘 모르겠다.

하긴, 카드로 단돈 몇천, 몇만 원을 긁을 때마다 매번 서명을 하던 번거로운 관행도 사라진 지 벌써 수 년째 됐다. 오랜만에 20만 원 가까운 금액을 결제할 때 서명을 하면서 옛날 생각이 났다.

2. 음식 관련

(1) 육개장은 여느 국밥이나 탕류와 달리, 질그릇 뚝배기에 담지 않고 냉면과 동일한 큼직한 금속 그릇에다 담는 게 유행인 걸까? 이것도 문득 궁금해진다.
글쎄, 검색을 해 보니 뚝배기에 담긴 육개장도 없지는 않지만, 본인이 집이나 직장 주변의 여러 식당에서 먹어 본 바로는 다들 금속 그릇이었다.

(2) 국과 찌개와 전골의 경계는 무엇인지(단순히 국물과 건더기 비중??),
똑같이 생선을 넣어서 만든 시뻘건 국물 요리인데 꼭 횟감으로 쓰고 남은 재료를 넣은 것만 '매운탕'이고 나머지는 그냥 찌개/탕인지(고등어/꽁치/대구).. 구분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3) 된장과 김치는 한식에서 국 또는 찌개를 담당하는 양대 재료 계열이 아닌가 싶다.
내 경험상으로도 된장에다가는 시래기나 우거지를 곁들이지, 김치나 묵은지를 된장과 함께 요리하지는 않는 것 같다. 또한 된장은 인스턴트 라면 스프로 재현하기가 어려운지, 육개장이나 김치찌개 라면은 있어도 된장찌개 라면은 못 봤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렇게 된장과 김치는 각각 애완동물의 양대 계열인 개와 고양이에 대응하는 심상이 느껴진다.;;
옛날에 어떤 아저씨의 발언 때문에 '개와 돼지'의 연상 비중이 올라갔으며 사실, 성경에서도 둘을 부정한 동물이라고 부정적인 동일선상에 놓고 있다(마 7:6; 벧후 2:22). 허나, 가축이 아닌 애완/반려동물로서는 개와 어울리는 것은 고양이인 듯하다. 주위를 살펴보면, 개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고양이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서 취향이 아주 분명하게 갈리는 것 같다.

3. 아날로그 카운터

지금처럼 기계란 기계에 LCD/LED 디스플레이가 몽땅 깔리기 전, 옛날에는 각종 가변적인 정보를 공개적으로 표시할 때 롤지나 플랩 같은 아날로그 매체가 많이 쓰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특히 점수나 시각, 수량 같은 숫자는 정확하게 무슨 명칭으로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위로 뱅글뱅글 돌아가면서 각 자릿수를 표시하는 카운터가 있었다. 수량을 나타내는 카운터가 쓰인 곳으로는..

  • 자동차 계기판의 구간· 적산거리계
  • 테이프 재생기
  • 주유기 (주유량과 금액이 쭉쭉 올라가는..)

정도가 기억에 남아 있다.
테이프 재생기의 경우, 카운터 옆에 버튼이 두 개 있었다. 한 버튼은 카운터를 0으로 초기화하는 놈이요, 다른 하나는 카운터가 돌아가다가 0이 됐을 때 재생이나 감기 등을 자동으로 중단시킬지 옵션을 지정하는 놈이었다(오오!!).

자동차야 주행으로 인해 한없이 증가만 하는 적산거리계와는 별개로, 구간거리계에는 역시 0 초기화 버튼이 있었다. 이런 reset 버튼이 별도의 동력 없이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지는 마치 진공 청소기의 코드 감기 버튼만큼이나 궁금해진다. (탄성 같은 걸 사용하겠지..)
아 그나저나, 이런 아날로그 카운터가 오늘날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고.. 가스나 수도 계량기에서는 여전히 쓰이고 있긴 한다.

4. 칸막이

2010년대 들어 육상 대중 교통수단에서 칸막이가 생김으로써 풍경이 바뀐 분야가 두 곳 있다. 하나는 지하철 승강장의 스크린도어, 그리고 다른 하나는 버스 운전석을 에워싸는 투명 칸막이이다. 20세기, 그리고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보기 어려웠던 물건들이다.

전자는 잘 알다시피 승강장 투신 자살이 급증하고 사회 문제로 공론화되면서 수백 개에 달하는 많은 역들에 결국 모두 설치됐다.
후자는 버스 운전기사에 대한 폭행 사건이 몇 건 발생하면서 등장했다. 이전에는 주행 중에 기사를 폭행한 것만 특가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았지만 2010년대 중반쯤엔가 그때부터는 정차 중에 폭행한 것도 동일한 수위로 처벌되게 법이 강화되었다.

5. 구기 종목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공놀이들이 존재한다. 그 중 야구, 축구, 농구는 세계구급 경기가 치러지며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프로 선수도 있고, 돈줄이 장난 아니게 많이 얽힌 인기 종목이다.

그에 반해 피구, 족구, 발야구 같은 건..;;
뭔가 학교 체육 시간이나 회사원들 워크숍에서도 많이 하지만, 정작 공인된 협회· 단체가 없고 프로 선수나 국제 경기 따위도 없는 비주류이다. 공도 그냥 축구공이나 배구공을 그대로 쓴다.

가위바위보와 팔씨름조차도 협회가 있는데 저것들은 그냥 민간 차원으로만 전승되는 공놀이이인가 싶은 의문이 든다.
뭐, 배구는 분명 프로 경기까지는 있지만 위의 야축농에 비하면 비인기 마이너인 것 같다. 얘만 왜 모래사장 버전인 '비치발리볼'이라는 바리에이션이 존재할까 생각해 봤는데.. 하긴, 모래밭에서는 농구공 드리블이 도저히 되지 않을 것이고, 굉장히 넓은 공간이 필요한 축구와 야구도 마찬가지.. 그러니 배구 정도가 적합하다.

6. 각종 관계 비유

(1) 이와 잇몸의 관계는 자동차에서 타이어와 휠의 관계와 아주 비슷해 보인다.;;

(2) 마네킹, 더미, 러브돌(;;): 똑같이 사람 모양의 인형이지만 용도가 서로 완전히 다르며, 세부적으로 만드는 방식도 차이가 있다.

(3) 스마트폰은 화면을 켜는 순간부터 배터리 소모량이 치솟는다.
이는 자동차로 치면 시동만 걸려 있다가 액셀러레이터 페달까지 밟아서 연료 소모가 폭증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4) 해동했던 고기를 또 냉동하는 것은 고기의 품질에 굉장한 악영향을 끼친다. 이는 마치 사진을 jpg로 저장했다가 또 고치고 저장하는 걸 반복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5) 옛날에 미혼 여자는 댕기머리를 하고 기혼 여자는 머리카락에다 비녀를 꽂았다. 남자는 미혼일 때는 역시 댕기머리가 있었던 것 같고, 결혼한 뒤에는 상투를 틀었다.
오늘날은 남자는 별 특이 사항이 없고, 여자는 파마머리가 사실상 기혼의 상징인 것 같다. 찰랑찰랑한 생머리가 나이 들어서까지 유지되지는 않는가 보다.

(6) 여객기 이코노미석의 좌석은 관례적으로 파란색 계열이다. 영화관의 좌석은 관례적으로 죄다 빨간색 계열이다.
그에 반해 열차 좌석은 KTX나 무궁화호 일부 객실의 경우처럼 초록색도 있는 편이고 케바케이다.
버스나 일반적인 강당의 좌석은 빨강이나 갈색 위주인 것 같다.

(7) 지금은 없어졌지만 미국 팬암 항공사는 1920년대에 창립되고 20세기 중반에 나름 세계를 호령하는 리즈 시절을 구가했다는 점에서 구소련과 비슷하다. 둘 다 1991년 12월이라는 꽤 비슷한 시기에 망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것도 동일하다.

팬암 이후로 미국에는 팬암 같은 독보적인 영향력을 가진 단일 메이저 항공사가 존재하지 않고 유나이티드, 델타, 아메리칸 이렇게 3개가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중국도 국토가 거대해서 그런지 국영 항공사가 3개로(국제, 동방, 남방) 나뉘어 있다.
팬암은 마소의 Windows/Office XP보다 훨씬 전부터 경험 ,경험(experience)를 강조하는 광고를 내보낸 것으로 유명하다.

7. 나머지

(1) 중이 제 머리는 못 깎으며, 컴공과만 나왔다고 해서 컴퓨터 조립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제아무리 최정예 특전사네 UDT네 뭐네 해도 맨몸에 총 맞으면 죽는 건 똑같다. (스타에서 마린과 고스트의 체력 차이는..??)
제아무리 골수 철덕이어도 명절 귀향 열차 승차권을 뚝딱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주변에서 본인에게 이런 걸 문의하는 분이 가끔 계신데..;; 번지수 잘못 찾은 거다. ㅠㅠ

(2) 세상에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 군대라는 비민주적인 조직이 있어야 하고, 위장 조작까지도 불사하는 첩보 기관이 음지에 있어야 한다.
아무리 "목표는 수단을 정당화한다"라는 무자비한 이념을 지지하지 않는다 해도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이 없을 수는 없다. 이는 세상에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는 걸 보여주는 예인 듯하며, 이런 생각과 관찰이 법리에도 응당 영향을 끼친다.

Posted by 사무엘

2019/06/25 08:37 2019/06/2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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