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leak 사냥 후기

본인은 얼마 전엔 생계를 위해 덩치 좀 있고 스레드도 여럿 사용하는 C++ 프로젝트에서 골치 아픈 메모리 leak 버그만 잡으면서 꼬박 두 주를 보낸 적이 있었다.
요즘 세상에 raw 포인터를 직접 다루면서 동적 메모리를 몽땅 수동으로 직접 관리해야 한다니, C/C++은 자동차 운전으로 치면 수동 변속기와 잘 대응하는 언어 같다.

의외로... Visual C++이 2012 무렵부터 제공하기 시작한 정적 분석 도구는 memory leak을 잡아 주지는 않았다. 제일 최신인 2019 버전도 마찬가지이다.
얘가 잡아 주는 건 잠재적으로 NULL 포인터나 초기화되지 않은 변수값을 사용할 수 있는 것, 무한 루프에 빠질 수 있는 것 따위이다. 개중에는 너무 자질구레하거나 심지어 false alarm으로 여겨지는 것도 있다. 하지만..

char *p;
p = new char[256];
p = (char *)malloc(100);
p = NULL;
*p = 32;

이렇게 코드를 짜면 지적해 주는 건 맨 아래에 대놓고 NULL 포인터를 역참조해서 대입하는 부분뿐이다.
앞에서 new와 malloc 메모리 블록이 줄줄 새는 것은 의외로 out of 안중이더라. 개인적으로 놀랐다.

리눅스 진영에는 Valgrind라는 툴이 있긴 한데, 얘도 프로그램을 직접 실행해 주는 동적 분석이지 정적은 아니다.
다른 상업용 3rd party 정적 분석 툴 중에는 메모리 leak도 잡아내는 물건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 없이 Visual C++ 순정만 쓴다면 메모리 leak 디버깅은 전통적인 인간의 동적 분석에 의존해야 할 듯했다. 그래서 고고씽..

처음에는 무식하게 여기저기 들쑤시면서 삽질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지만, 나중엔 차츰 요령이 생겼다.
먼저, 안정성이 검증돼 있는 맨 아랫단의 각종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들을 의심하고 무식하게 들쑤실 필요는 없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결과는 거기서 할당한 메모리들이 줄줄 새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거기보다 더 위에 있다.

그렇다고 맨 위의 애플리케이션이 오브젝트 해제를 안 했다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그 정도로 초보적인 실수였다면 금세 감지되고 잡혔을 것이다. 더구나 App들은 아랫단과 달리 C++을 기반으로 스마트 포인터 같은 것도 그럭저럭 활용해서 작성되어 있었다. 그러니 거기도 딱히 문제는 없었다.

대부분의 문제는 오픈소스를 우리 쪽에서 살짝 수정한 부분, 오픈소스로부터 호출되는 우리 쪽 콜백 함수, 그리고 우리가 작성한 중간 계층의 공유 라이브러리에서 발견되었다.
이 코드를 처음으로 작성한 전임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C++ 코딩을 너무 Java 코딩하는 기분으로 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std::string s = _strdup("ABCD");

이런 식으로만 해 놓고 그냥 넘어간다거나.. (저기요, R-value는 어떡하고..??)
함수 뒷부분에서 나름 메모리를 해제한답시고 p = NULL을 쓴 것을 보니.. 전임자는 정말 Java의 정신으로 충만했다는 게 느껴졌다. (p는 물론 스마트가 아닌 일반 포인터)

메모리 leak 디버깅을 위해 C 컴파일러들은 디버깅용 메모리 관리 함수들을 제공하며, 다른 라이브러리들은 보통 자신들이 사용하는 메모리 할당 함수를 자신만의 명칭으로 바꿔서 쓴다. 그 명칭만으로 자신의 메모리 사용 내역을 추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매크로 치환 및 해당 함수의 구현 부분 수정)

Visual C++ 기준으로, 프로그램이 처음 실행됐을 때 _CrtSetDbgFlag( _CRTDBG_ALLOC_MEM_DF | _CRTDBG_LEAK_CHECK_DF )를 호출하고 나면, 종료 시에 아직 해제되지 않은 heap 메모리들 목록이 쭈욱 나열된다. 메모리 할당 번호와 할당 크기, 그리고 메모리의 첫 부분 내용도 일부 같이 덤프된다.

여기서 ‘할당 번호’라는 걸 주목하시길..
만약 프로그램을 여러 번 실행하고 종료하더라도 (1) 메모리 할당 번호가 동일한 leak을 일관되게 재연 가능하다면, 그건 운이 아주 좋은 상황이다.
_CrtSetBreakAlloc을 호출해서 나중에 그 번호에 해당하는 메모리 할당 요청이 왔을 때 프로그램 실행을 중단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게임 끝이다.

하지만 복잡한 멀티스레드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매번 동일한 번호로 발생하는 착한 leak은 그리 많지 않다. 이것만으로 이 메모리의 출처를 추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직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짓이나 마찬가지이다. 단서가 좀 더 필요하다.

그래서 메모리를 할당할 때 이 요청은 (2) 소스 코드의 어느 지점에서 한 것이라는 정보를 같이 주게 한다.
어떻게? Visual C++ 기준 _***_dbg라는 함수를 만들어서 뒤에 소스 코드와 줄 번호 인자를 따로 받게 한다. ***에는 malloc뿐만 아니라 변종인 realloc과 calloc, 내부적으로 이런 함수를 호출하는 strdup 같은 함수도 모두 포함된다. 심지어 C++용으로는 operator new 함수도 말이다.

C의 __FILE__과 __LINE__은 그야말로 디버깅용으로 만들어진 가변 매크로 상수인 셈이다. 이렇게 말이다.

#ifdef _DEBUG
#define malloc(n)   _malloc_dbg(n, __FILE__, __LINE__)

#define new    __debug_new
#define __debug_new   new(__FILE__, __LINE__)
void *operator new(size_t n, const char *src, int lin);
void *operator new[](size_t n, const char *src, int lin);
#endif

new operator가 오버로딩 되는 건 placement new를 구현할 때와 디버깅용 메모리 할당을 할 때 정도인 것 같다.
이렇게 메모리 할당 방식을 바꿔 주면.. 나중에 leak report가 뜰 때 그 메모리 블록에 대해서 할당되었던 지점이 같이 뜬다. 무슨무슨 c/cpp의 몇째 줄이라고..

물론 그 함수가 호출된 배경을 알 수 없으니 저것도 불완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이미 자체적으로 malloc을 다른 명칭으로 감싸고 있는 코드에 대해서는 이런 매크로 치환이 곧장 통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그래도 그 정보마저 없던 것보다는 상황이 월등히 더 나아진다.
참고로, 프로그램이 실행 중일 때에도 동적 할당된 임의의 메모리에 대해서 _CrtIsMemoryBlock을 호출하면 이 메모리의 할당 번호와 출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토대로 leak은 얘보다 전인지 후인지, 언제 할당되었는지를 유추 가능하다(할당 번호의 대소 비교).

이것만으로도 아직 막막할 때 본인이 사용한 최후의 방법은 (3) _CrtSetAllocHook을 사용해서 메모리 할당이 발생할 때마다 콜백 함수가 호출되게 하는 것이었다.
내가 작성하지도 않은 방대한 코드에서 malloc/calloc을 전부 내 함수로 치환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매우 큰데.. 그럴 필요 없이 Visual C++ CRT의 malloc이 디버깅을 위해 사용자의 콜백 함수를 직접 호출해 준다니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한 프로세스 내의 모든 static library 및 DLL 모듈들이 동일한 Visual C++ CRT 라이브러리를 DLL로 링크하게만 맞춰 놓으면 된다. 어느 것 하나라도 CRT의 static 링크가 있으면 일이 많이 골치 아파진다. DLL로 해야 모든 모듈들이 사용하는 메모리가 한 CRT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된다.

콜백 함수는 메모리 할당 번호뿐만 아니라 할당 크기, 그리고 이 메모리를 요청한 스레드가 어느 것인지도 확인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leak 중에서 크고(수백~수천 바이트 이상) 유니크한 바이트 수를 동일하게 요청하는 것을 콜백 함수를 통해서 잡아내고, 이걸 토대로 다른 leak들도 잡아냈다.
겨우 4바이트, 8바이트 같은 너무 평범하고(?) 자주 호출되는 할당 요청은 leak만 추려내기가 곤란할 것이다.

이 콜백 함수에서 또 메모리를 동적 할당하지는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러면 콜백 함수에서 호출된 메모리 할당 함수가 또 콜백을 호출하고.. stack overflow 에러가 발생할 수 있다.
로그를 찍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sprintf 부류의 함수조차도 내부적으로 메모리를 동적 할당한다.

이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우리 콜백 함수 내부에서 중복 호출 방지 guard를 둘 수도 있지만.. 간단하게 C 라이브러리 대신 Windows API가 제공하는 wsprintfA/W 함수를 사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Windows API 중에는 C 라이브러리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C 라이브러리의 기능을 일부 사용하라면서 저런 부류의 함수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이상이다.
memory leak은 여느 메모리나 스레드 버그처럼 프로그램을 당장 뻗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메모리 관리를 잘못해서 원래는 dangling pointer가 됐어야 할 포인터로도 메모리 접근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해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leak은 결국 컴퓨터의 메모리 자원을 소진시키고, 한 프로그램이 반영구적으로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더 넓게 보자면 굳이 heap 메모리 말고도, 각종 커널 핸들이나 GDI 객체처럼 나중에 반드시 닫아 줘야 하는 일체의 리소스들도 제때 해제해 주지 않을 경우 leak이 발생할 수 있는 물건들이다. 상업용 툴은 이런 것들까지 다 모니터링을 해 주지 싶다.

이 주제 관련 다른 여담들을 좀 늘어놓으며 글을 맺고자 한다.

(1) leak은 새어나가는 그 메모리의 할당이 벌어지는 상황을 추적하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새고 있는지의 여부는 한참 뒤에 프로그램이 종료될 때에나 알 수 있다는 것이 큰 모순이며, 관련 디버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또한 시작과 끝이 있는 게 아니라 언제나 돌아가는 서버/서비스 같은 프로그램도 있다. 이런 건 leak을 어떻게 찾아내야 좋을까? 그렇게 오랫동안 상시 가동되는 프로그램이야말로 memory leak이 절대로 없어야 하는데, 역설적이게도 그런 유형의 프로그램이 leak을 잡기가 더욱 어렵다. 뭔가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서 적용해야 한다.

(2) 컴퓨터에서 메모리 영역이란 건 용도에 따라 코드와 데이터로 나뉘는데, 코드를 저장하는 메모리가 새는 일은.. 무슨 가상 머신 급의 고도의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게 아닌 이상 없을 것이다.
다만, 데이터도 다 같은 데이터는 아니어서 진짜로 쌩 문자열 같은 POD인지, 아니면 내부에 포인터가 들어있는 실행 객체의 인스턴스인지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달라진다. 후자는 그 자체가 코드는 아니지만 코드에 준한다는 느낌이 든다.

(3) a( b(), c() ) 이런 구문의 실행을 디버거로 추적한다면, step into는 b()의 내부부터 먼저 들어간다. step over는 이들을 통째로 다 실행하고 다음 줄로 넘어간다.
그 둘의 중간으로.. b()와 c()처럼 인자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함수 호출은 몽땅 생략하고 a()로만 step into 하는 명령도 좀 있으면 좋겠다.
특히 smart pointer는 함수로 넘겨줄 때마다 trivial한 생성자나 연산자 오버로딩 함수로 먼저 진입하는 것이 굉장히 번거롭다. 이런 것을 생략할 수 있으면 디버깅 능률과 생산성이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1/07 08:35 2021/01/07 08:35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840

Windows에는 운영체제가 응용 프로그램으로 보내 주는 각종 통지 메시지, 또는 응용 프로그램으로 하여금 보내기로 정한 기본(시스템) 메시지들이 0부터 WM_USER 미만까지의 범위에 들어있다. 그런데 시스템 메시지 영역은 유니코드 BMP만큼이나 이제 빈 공간이 거의 없고 다 고갈됐을 것 같은데..
2048도 아니고 겨우 1024는 처음에 공간을 너무 좁게 잡은 것 같다. 앞으로 새로운 메시지가 추가 가능할지 궁금하다.

  • 그리고 요즘 어지간한 사용자들이 프로그램을 이것저것 띄워 놓고 나면 사용자 등록 메시지는 공간이 얼마나 사용되며 여유가 얼마나 남아 있을까?
  • 스레드를 생성하면 TLS 슬롯이 얼마나 사용되며 이 역시 여유 공간은 얼마나 될까?
  • Custom 클립보드 포맷을 등록하는 공간 역시 보통 얼마나 쓰이는 편일까?
  •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빌드되는 프로그램의 기본 스택 크기는 1MB인 걸까? 부족하지는 않은가?

이런 게 궁금해지곤 한다. Windows의 개발사인 마소에서는 이런 usage 데이터를 더욱 궁금해하고 수집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Windows가 16비트에서 32비트로 넘어가면서.. 특히 3.x에서 95로 넘어가면서 메시지 체계가 바뀐 게 좀 있다.

(1) EM_SETSEL (에디트), LB_ADDSTRING (리스트박스) 같은 기성 컨트롤을 조작하는 메시지들이 그때는 WM_USER 이후의 사용자 영역에 있었지만, 32비트 시절부터는 WM_USER 이내의 시스템 메시지 영역으로 이동했다.

이런 건 굳이 바꿀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왜 헷갈리게 단절적인 변화를 만든 걸까? 게다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WM_USER 이내의 영역 자체도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닌데 말이다.
이런 메시지들은 비트수(16/32/64..;; ) 내지 사용하는 문자열(2바이트 단위 유니코드 / 1바이트 ANSI) 형태가 다른 프로그램끼리 주고 받더라도 언제나 제대로 맞게 전달된다는 것을 운영체제 차원에서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즉, 문자열 포인터 같은 게 lParam 값으로 같이 전달됐다면 포인터가 가리키는 메모리의 값에 대한 복사와 보정까지 운영체제가 알아서 처리해 준다는 것이다. WM_SETTEXT처럼 말이다.
이들과 달리, 기성 컨트롤 말고 후대에 새로 추가된 공용 컨트롤들은 통신 메시지들이 WM_USER 이후에 있으며, 운영체제 차원에서의 메모리 보정 지원이 없다.

공용 컨트롤은 처음부터 Windows 95 내지 NT 3.5x라는 32비트 환경에서 개발됐기 때문에 16비트 호환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메시지들이 LV_ITEM, TV_ITEM 같은 복잡한 구조체와 비트 플래그를 주고받는 형태로 구현돼 있다. 그러니 한 프로세스가 다른 프로세스의 공용 컨트롤 내용을 들여다보거나 메시지를 보내서 조작하기란 매우 난감할 것이다.

그나마 과거의 Windows 9x는 프로세스 간 공유 메모리(memory-mapped file)의 주소가 모든 프로세스에서 동일하기라도 했지만, 현재의 NT 계열에서는 그런 보장마저 없다. system hook을 설치해서 공용 컨트롤을 그 프로세스의 문맥에서 조작하는 코드를 집어넣어야 할 듯하다.

(2) 기성 컨트롤의 글자색과 배경색을 변경하는 용도로 WM_CTLCOLOR 계열 메시지가 쓰이는데.. 얘는 16비트 시절에 그랬다. 32비트부터는 WM_CTLCOLORBTN, DLG, EDIT, STATIC 등으로 메시지의 형태가 세분화됐다. 왜 그리 됐을까?

메시지와 함께 전달되던 값이 HDC와 창 핸들(HWND), 그리고 창의 종류 정보 셋이었다. 16비트 시절에는 32비트짜리 lParam에 창 핸들과 종류 정보가 각각 16비트씩 합쳐져서 들어있었는데.. 32비트에 와서는 창 핸들만으로 32비트를 차지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대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가 없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창의 종류 정보는 메시지 자체에 담겨 있도록 불가피하게 메시징 방식이 변경됐다.

다만, Windows 9x는 16비트 프로그램과의 호환을 위해 창 핸들의 값이 여전히 16비트 범위 내에서만 할당되었기 때문에 옛날 방식대로 메시징을 해도 “이론적으로는” 상위 word의 값이 짤려서 문제될 게 없다.
그리고 MFC는 32비트 이후에도 메시지 핸들러 함수가 16비트 시절과 동일하게 CWnd::OnCtlColor에서 처리하게 돼 있다. 즉, 하위 호환성이 유지된다. MFC의 소스를 보면 WM_CTLCOLOR???? 메시지들을 모두 CWnd::OnNTCtlColor라는 내부 함수에다 한데 모은 뒤, 특수 처리를 해서 OnCtlColor로 재전달을 하게 돼 있다.

(3) 세월이 흘러서 컴퓨터 환경이 바뀌고 Windows의 버전이 올라가면 새 메시지만 추가되는 게 아니라.. 기존 메시지가 용도나 존재감을 잃고 잉여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WM_QUERYDRAGICON은 최소화된 창이 아이콘 모양으로 떠 있던 Windows 3.x의 GUI 엔진의 잔재이다. 요즘으로 치면 리스트뷰 컨트롤에서의 큰 아이콘 모드와 비스무리한 동작인데.. 95/NT4부터는 저 메시지가 전혀 쓰이지 않는다.

WM_COMPACTING이라고 현재 시스템에 메모리가 부족한 상황임을 알리는 메시지도 있다. 이 메시지는 정확하게 메모리의 양이 부족해졌거나, 가상 메모리 스왑 파일 thrashing 시간이 너무 길어졌을 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16비트 시절에는 가상 메모리라는 게 없었기 때문에, 메모리의 단편화(leak이 아니라 fragmentation) 정도를 모니터링 하고 연속된 빈 메모리 공간을 많이 확보해 두는 걸 운영체제가 알아서 해야 했다. 응용 프로그램은 당장 사용하지 않는 메모리는 이동과 재배치가 가능하게 해 줘야 했는데.. 이렇게 메모리 재배치에 걸리는 시간이 일정 수준 이상 너무 길어진다 싶으면 이 메시지가 날아갔다. 32비트부터는 당연히 존재감이 전혀 없어졌다.

그리고.. 256색 팔레트 관련 메시지들도 21세기쯤부터는 완전히 퇴출 상태이다. Windows XP 무렵부터는 이제 안전 모드에서도 그래픽이 하이컬러 이상이지, 구닥다리 16색/256색 따위는 완전히 퇴출됐기 때문이다.

요즘 컴퓨터 기기에서 뭔가 자원이 부족하다는 메시지는 배터리 부족 정도밖에 없지 싶다.
WM_USER 이내에 시스템 메시지를 추가할 공간이 도저히 남아 있지 않다면, 이제 쓰이지 않게 된 구닥다리 메시지의 값을 재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사무엘

2021/01/05 08:33 2021/01/05 08:33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839

인쇄 기능 -- 下

지난번 상편에서는 Windows에서 인쇄 기능을 코딩으로 구현하는 절차와 인쇄 관련 기본 개념과 동작들을 살펴보았다. 이번 하편에서는 상편에서 분량상 모두 다루지 못한 인쇄 관련 추가 정보들을 한데 늘어놓도록 하겠다.

1. 인쇄 관련 공용 대화상자들

우리가 Windows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공용 대화상자는 아마 파일 열기/저장 대화상자일 것이다. 이것 말고도 글꼴 선택 내지 색깔 선택 대화상자가 있으며, 인쇄 대화상자도 그 중 하나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쇄를 지원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Ctrl+P를 눌러서 쉽게 보는 인쇄 대화상자라는 건 위와 같이 생겼다. 기본적으로 ‘일반’이라는 탭 하나밖에 없지만, 추후 확장과 사용자의 customize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프로퍼티 시트 형태를 하고 있다. 20년 전, Windows 2000 시절부터 저런 형태가 도입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Windows 9x 내지 더 옛날 16비트 시절에는 인쇄 대화상자가 전통적으로 위와 같은 모양이었다. 외형상 가장 큰 차이는 프로퍼티 시트가 아닌 일반 대화상자 형태이고, 프린터 목록이 리스트 컨트롤이 아니라 콤보 상자라는 점이다. 지금도 좀 옛날 프로그램에서는 요런 모양의 대화상자를 여전히 볼 수 있다.

인쇄 대화상자로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1) 인쇄를 내릴 프린터를 선택하고, (2) 각 프린터별로 용지의 종류와 방향, 여러 부 인쇄 방식 등을 지정하고, (3) 인쇄할 페이지 영역을 지정하고, (4) 최종적으로 인쇄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옛날에는 인쇄 대화상자를 약간 간소화시켜서 (2)만 지정할 수 있는 “프린터 설정” 대화상자라는 게 따로 있기도 했다. 아래처럼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Windows 말고 아래아한글만 해도 먼 옛날 도스 시절에는 Alt+P는 인쇄 대화상자이지만 Ctrl+P는 프린터 설정이었다는 걸 생각해 보자.
하지만 Windows 2000 스타일의 최신 인쇄 대화상자에서는 인쇄와 프린터 설정이 한데 통합되었다. 어떻게..?? 기존의 '프린터 설정'은 자신의 상위 호환인(superset) 인쇄 대화상자를 '적용'만 누른 뒤 '취소'로 닫는 것으로 퉁친 것이다. 이 때문에 인쇄 대화상자는 딱히 modeless가 아닌 modal 형태--자신이 떠 있는 동안 부모 윈도우로 포커스를 옮길 수 없음--임에도 불구하고 '적용' 버튼이 따로 있는 것이다.

MFC에서는 기본 구현돼 있는 인쇄 기능만 사용하는 경우, 오늘날의 2019 최신 버전까지도 의외로 옛날 스타일의 인쇄 대화상자가 계속해서 나타난다. CPrintDialog는 PRINTDLG 구조체 기반이며, 최신 스타일 대화상자를 지원하려면 PRINTDLGEX 기반인 CPrintDialogEx를 사용해야 한다. 최신 스타일이 도입되면서 내부 동작이 많이 바뀌고 바이너리 호환성이 깨졌기 때문에 Ex 클래스는 오리지널 클래스의 파생형이 아니며, 서로 호환성이 없다.

MFC 없이 Windows API만 사용한다면 재래식 PRINTDLG 구조체만 사용하더라도 최신 스타일 대화상자가 나오게 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대화상자 템플릿을 customize하는 것 없이 기본 멤버만 사용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구형 구조체와 구형 API만 사용해서 나타난 최신 대화상자에는 ‘적용’ 버튼이 나오지 않는다. 구형 API에는 함수 리턴값 차원에서 그런 응답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쇄할 영역을 단순히 x~y쪽이 아니라 x1~y1, x2~y2 이런 식으로 여러 개 지정하는 것도 구형 API로는 불가능하다. 해당 구조체 멤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제약이 있다.

다음은 관련 여담이다.

(1) PrintDlg 내지 PrintDlgEx의 실행이 성공하면 프린터 DC뿐만 아니라 DEVMODE 내지 DEVNAMES 구조체 내용을 담고 있는 global 동적 메모리 핸들도 돌아온다. 현재 선택된 프린터에 대해서 지정한 용지 등의 설정들이 여기에 저장되기 때문에 응용 프로그램이 이 핸들을 잘 관리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다음에 인쇄 기능을 호출할 때 요걸 넘겨줘야 기존 인쇄 설정이 보존된다.

(2) 인쇄 대화상자 말고 용지 설정 대화상자라는 것도 있지만 이건 잘 쓰이지 않는다. 용지 종류와 방향, 상하좌우 여백 정도는 공통이겠지만 그 뒤로 인쇄 내용을 배치하는 방식들은 응용 프로그램들마다 같은 구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당장 워드패드, 메모장, 그림판만 해도 용지 설정 대화상자의 모양은 전부 제각각이다.

(3) 운영체제에 설치된 글꼴들을 조회하는 것처럼, 현재 설치돼 있는 프린터들을 조회하는 API도 있다. 인쇄 대화상자를 꺼내지 않고 내 대화상자의 한구석에다가 프린터 목록 같은 걸 마련하고 싶다면 이런 API를 쓰면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용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4) “인쇄 중” 대화상자라든가 “인쇄 미리보기(화면 인쇄)” 같은 건 공용 대화상자 버전이 존재하지 않으며, MFC의 경우 자체 구현돼 있다. 오늘날은 인쇄 진행 상황 같은 건 위대하고 전능하신 task dialog로 너무나 깔끔하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쇄 미리보기는 여느 대화상자와 달리 꽤 큰 공간이 필요한 관계로, 전통적인 modal 대화상자보다는 프로그램 주 화면에다가 곧장 미리보기를 표시하는 식으로 디자인이 바뀌는 추세이다. 요즘 MS Office 프로그램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2. 플로터

먼 옛날 한 1980~90년대쯤에 컴퓨터 개론 교양 서적에서는 컴퓨터의 출력 장치로 모니터, 프린터와 더불어 플로터라는 물건도 소개되어 있었다. 플로터는 로봇 팔 같은 게 달려서 종이에다가 도면을 말 그대로 '그려 주는' 장치이다.
덕분에 얘는 직선이나 곡선 하나는 무한한 해상도로 원본 그대로 정확하게 그릴 수 있다. 잉크를 적절히 배합해서 컬러 표현도 가능하다.

하지만 장점은 그걸로 끝.. 인쇄 속도가 도트 프린터 이상으로 끔찍하게 느리며(비록 도트 프린터처럼 시끄럽지는 않지만), 속이 채워진 도형이나 비트맵 같은 그림을 표현할 수 없다.
실제로 플로터를 가리키는 DC에다가 GetDeviceCaps(hDC, RASTERCAPS)를 호출해 보면 RC_BITBLT가 가능하지 않다는 응답이 올 것이다. 비트맵 전송을 할 수 없고 천상 원과 직선과 곡선 그리기나 하라는 소리이다.

일반 가정집이나 사무실에서 A4 용지에다가 인쇄하는 거라면 그냥 닥치고 일반 프린터만 쓰면 된다. 하지만 플로터는 프린터가 범접할 수 없는 A1 같은 엄청나게 큰 종이에다가 도면을 그릴 수 있으며, 펜 대신 커터 같은 걸 꽂아서 선 궤적대로(가령 글자의 윤곽선) 종이를 오려낸다거나 하는 용도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것에 존재 의의가 있다. 즉, 산업용으로 마르지 않는 수요가 있다.

하긴, Windows에도 트루타입도 비트맵도 아니고 Modern, Roman, Script처럼 내부가 채워지지 않은 선으로만 구성된 '벡터 폰트'가 있었다. 실용적인 쓸모가 전혀에 가깝게 없는 완전 잉여인지라, 요즘 어지간한 프로그램의 글꼴 목록에서는 조회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게 바로 플로터용 글꼴이다. 물론 프린터에서도 쓸 수 있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옛날에 도스용 터보 C의 BGI에도 비트맵 말고 벡터 글꼴 컬렉션이 있었다. 큰 크기에서는 내부가 채워지지 않고 선만 그어졌으며.. 힌팅이 없어서 작은 크기에서는 영 보기 좋지 않았으니 반쪽짜리인 건 동일했다. 비트맵 같은 계단 현상만 없을 뿐 다른 방면으로 단점투성이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OpenCV 같은 그래픽 라이브러리도 전문적인 폰트 엔진 없이 자체적으로 영문· 숫자를 뿌리는 기능은 제공되는 글꼴이 딱 저런 퀄리티이다.

3. 프린터 드라이버의 가상화

컴퓨터라는 기계는 개나 소나 다 “물리적으로는 없지만 그래도 일단 있다고 치자”라고 넘기는 가상화가 통용되는 동네이다. 메모리는 진작부터 가상화하고 지내고 컴퓨터 자체도 가상 머신, 그리고 iso 같은 광학 디스크는 뭐.. 이제 운영체제(드라이브 마운트)와 압축 유틸조차(생성) 정식으로 지원하는 세상이 됐다.

그러니 프린터도 당연히 가상화의 대상이다. 당장 내 자리에 프린터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인쇄를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그냥 pdf나 xps 같은 파일로 인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격 프린터에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인쇄하는 것이다. 한때는 컴퓨터조차 한데 공유하는 자원이고 각 사용자는 단말기로 접속만 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프린터 정도나 사무실 같은 데서 여러 컴퓨터들이 한데 공유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옛날에는 PC에 Windows 운영체제만 달랑 설치하고 나면 프린터가 잡힌 게 없었다. 프린터는 네트워크나 비디오/오디오 장치만치 필수는 아니니까..
기본 프린터가 없는 컴퓨터에서는 어지간한 프로그램에서 인쇄 미리보기 기능조차 동작하지 않았다. 프린터 공급 용지의 크기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Vista부터는 xps 문서 생성기라는 드라이버가 기본 연결되어 저런 광경을 볼 일은 없어졌다.

pdf/xps가 대중화되기 이전에도 "파일로 인쇄"라는 개념 자체는 마치 "램 드라이브"와 비슷한 위상으로 존재했으며, 지금도 인쇄 대화상자의 옵션으로 존재한다. 인쇄할 내용이 저장된 컴퓨터와 프린터가 연결된 컴퓨터가 서로 일치하지 않을 때 파일로 인쇄하는 기능이 꼭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지난번 글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이런 파일 인쇄 결과는 특정 프린터 기종에 종속적이기 때문에 범용성이 떨어진다. 본인도 저걸 활용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 대신 오늘날은 위지윅만 보장되고 물리적인 프린터의 구조와는 철저하게 독립적인 전자 문서 파일 포맷이 활발히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으로 은행 거래나 공문서 발급 같은 걸 받을 때 보안 ActiveX들을 잔뜩 설치해야 해서 원성이 자자하다. 그래서 이런 사이트 접속 전용으로 ActiveX 설치 총알받이 가상 머신을 만들려고 해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본머신(?)만 쓰라고 강요하면서 가상 머신에서는 설치되기를 거부하는 매우 악랄한 ActiveX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처럼.. 증명서 같은 것을 인쇄하는 전용 프로그램의 경우, 가상 프린터인 건 또 어떻게 감지하는지 pdf 같은 파일 생성은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상 CD를 감지하는 프로그램은 못 봤는데 프린터와 PC는 어째 감지하는지? 신기한 노릇이다. 하드카피 종이 인쇄는 뭐 변조 못 할 줄 아나..;; 어차피 원본대조필 워터마크가 필요한 건 똑같을 텐데.

한편, 가상 프린터 드라이버라는 게 파일 아니면 네트워크만 있는 건 아니다. 예전에는 FinePrint라고 인쇄되는 데이터를 인위로 보정해서 1페이지에 여러 페이지 내용을 축소해서 인쇄한다거나, 잉크의 농도를 인위로 줄이는.. 뭐랄까 메타 프린터 드라이버 유틸이 있었다. 최종 목적지는 물리적인 프린터이지만 그 사이에 중재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축소 인쇄라든가 잉크 절약 모드는 프린터 드라이버 차원에서 기본 제공되는 옵션이 돼서 그런 메타 드라이버의 필요성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또한, 레이저 프린터는 기술 배경이 복사기와 비슷하다 보니, 같은 페이지를 여러 부 인쇄하는 것을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프린터에게 맡기는 게 매우 능률적이다.
양면 인쇄를 위해 페이지별 인쇄 순서를 교묘하게 바꾸는 것도 해당 워드 프로세서/전자출판 프로그램, 심지어 메타 드라이버가 담당할 법도 하지만.. 요즘은 프린터 드라이버 차원의 옵션으로 자체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파일로 인쇄할 때는 이런 것들은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4. 창 내용을 인쇄(?)하는 API

끝으로, 이것만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글을 맺도록 하겠다.
Windows에서 화면에 표시돼 보이는 각각의 창(윈도우!)들은 WM_PAINT라는 특수한 메시지가 왔을 때 invalid region과 BeginPaint - EndPaint 사이클에 맞춰 자기 내용을 그리는 일에 특화돼 있다. 이는 창 내용을 다시 그리라는 요청이 여러 번 반복해서 오더라도 그리는 건 한 번만 행해지고, 꼭 다시 그려야 하는 부분만 효율적으로 그리기 위한 조치이다.

그런데 가끔은 윈도우도 저런 사이클에 구애받지 않고, 특정 DC가 하나 주어졌을 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거기에다가 자기 모습 전체를 있는 그대로 싹 다시 그리게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를 위해 운영체제는 WM_PRINT 및 WM_PRINTCLIENT라는 메시지를 정의하고 있다. 이건 어지간한 Windows 프로그래머라도 접하거나 구현해 본 적이 거의 없는  듣보잡일 것이다.

그런데 Windows XP에서는 저 메시지로도 모자라서 하는 일이 거의 차이가 없어 보이는 PrintWindow라는 함수까지 추가됐다. 이건 뭐 WM_GETTEXT와 GetWindowText의 관계와 비슷한 것일까?
MSDN을 찾아보면..

  • The PrintWindow function copies a visual window into the specified device context (DC), typically a printer DC.
  • The WM_PRINT message is sent to a window to request that it draw itself in the specified device context, most commonly in a printer device context.

이라고 이런 물건들이 주로 인쇄용으로 쓰일 거라고 대놓고 문서화돼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창 스크린샷 한 장 달랑 프린트 할 일이 얼마나 될까? 실제로는 이것들 역시 화면 출력용으로 쓰인다.

가령, alt+tab을 눌렀을 때 나타나는 각 프로그램 창들의 썸네일 말이다. 물론 Vista 이후부터는 DWM이 창들 화면을 하드웨어빨로 몽땅 저장하는 세상이 되긴 했지만, 그런 것 없이 invalid region과 무관하게 자기 모습 캡처 화면을 떠야 할 때는 저런 함수/메시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메뉴나 콤보 상자 목록이 스르륵 미끄러지며 표시되는 것 말이다. 이런 걸 구현하기 위해서도 WM_PAINT와 별개 계통인 그리기 전담 메시지가 쓰인다.
스르륵 미끄러지는 걸 구현한답시고 매 프레임마다 WM_PAINT가 날아온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WM_PRINTCLIENT를 날려서 전체 리스트 모양을 메모리 DC에다가 한번 그려 놓은 뒤, 그걸로 애니메이션은 운영체제가 알아서 구현해 준다.

이런 걸 생각하면 창 핸들과 DC 하나 던져주고 print를 요청하는 메시지와 함수가 왜 필요하고 어떨 때 쓰이는지 약간 수긍이 갈 것이다. 하지만 그게 왜 하필 print라는 단어가 붙었으며 함수 버전과 메시지 버전이 모두 필요한지는 나로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0/10/26 08:37 2020/10/26 08:37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812

인쇄 기능 -- 上

1. 모니터와 프린터의 차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프린터 인쇄 기능을 구현할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넓게는 pdf를 생성하는 것까지 포함하더라도 말이다. 인쇄 기능이 존재하는 프로그램이라면 게임은 절대 아닐 것이고 아무래도 골수 업무 분야일 것이다.

뭐, Windows API의 경우, GDI API에서 사용되는 DC라는 게 처음부터 극도의 장치 독립과 추상화를 추구하면서 매우 범용적으로 설계되었다. 얼마나 추상적인가 하면, 아직 VGA도 없던 1980년대의 Windows 1.0부터 얘네들의 그래픽 API에는 색깔을 팔레트 인덱스 기반으로 선택하는 게 아예 없었으며 언제나 RGB 기반이었다.
그러니 글자와 그림을 찍는 기본적인 동작은 화면에다 그릴 때나 종이에다 그릴 때나 거의 같은 코드로 구현할 수 있다.

물론 두 장치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보니, 코드가 100%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프린터는..

  • 3D 가속 렌더링이라든가 동영상 따위와는 전혀 접점이 없다.
  • 출력 속도가 화면보다 훨씬 더 느리다.
  • 색깔은 뭐.. 흑백 프린터도 여전히 현역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
  • 출력이 한없이 연속적인 게 아니며, 페이지의 구분이 존재한다.
  • 프린터가 꺼졌거나 아예 연결되지 않은 것, 용지가 없는 것, 종이가 걸린 것 등으로 인한 실패 확률이 높다.
  • 다만, 해상도는 프린터가 모니터를 아득히 초월할 정도로 높다. 오늘날 HDPI 화면의 해상도가 이제 30~40여 년 전 도트 프린터의 해상도(180dpi)를 따라잡은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화면용 3D/애니메이션 위주의 그래픽 API가 DirectX 기반으로 눈부시게 바뀐 동안, 프린터 쪽은 GDI+ 정도 말고는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바뀐 게 없다. 글쎄, 인쇄 대화상자의 디자인이 살짝 바뀌었으며 Windows Vista/7 즈음에는 xps라고 pdf 같은 위지윅 전자 문서 생성 API도 추가되긴 했지만, 이게 통상적인 인쇄 절차를 대체할 만한 물건은 아닌 것 같다.

2. Windows에서 통상적인 인쇄 절차

정말 핵심 중의 핵심 기본은 다음과 같다.

  • 화면에다가 그릴 때는 GetDC, BeginPaint 따위로 DC를 얻었다. 하지만 인쇄용 DC를 얻을 때는 PrintDlg 함수의 실행 결과로 얻어진 DC를 쓰는 편이다. CreateDC 직통으로 DC를 생성하는 건, 특정 프린터만을 저격하는 아주 특수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상황이 아닌 한 거의 없다.
  • 인쇄를 시작할 때는 저 DC에 대해서 특별히 StartDoc이라는 함수를 호출한다. 이렇게 프린터 DC에서만 사용 가능한 전용 함수들이 몇몇 좀 있다.
  • 그리고 매 페이지에다 인쇄할 때마다 시작과 끝을 StartPage와 EndPage로 해 준다. 인쇄하고자 하는 페이지 수만치 for문을 돌리면 된다. 그 동안 프린터 DC를 상대로 각종 GDI 함수를 호출해서 글자와 그림을 찍도록 한다.
  • 인쇄를 마치려면 EndDoc을 호출하고, 중간에 인쇄가 취소됐다면 AbortDoc을 호출한다. 이거 무슨 저그 스커지가 적기와 자폭하느냐, 아니면 피가 닳아서 죽느냐의 차이와 비슷하다.;;
  • 다 사용한 DC는 ReleaseDC가 아니라 DeleteDC로 해제한다. 화면 DC 말고 메모리 DC와 프린터 DC는 저 함수로 해제해야 한다.

아 참.. 똑같이 DC를 사용하더라도 화면에다 그릴 때와 프린터에다 그릴 때의 매우 큰 차이가 하나 있는데, 바로 좌표계이다.
화면에는 그냥 픽셀 단위를 가리키는 MM_TEXT가 간단하고 직관적이니 널리 쓰이지만 프린터에는 그런 게 없다. 프린터의 해상도와 무관한 밀리미터, 인치, 포인트 등의 실제 길이 단위 기반의 좌표계를 지정해 줘야 한다(SetMapMode 함수).

그리고 MM_TEXT를 제외한 나머지 추상 단위계들은 수학 좌표계처럼 y축의 값이 증가하는 방향이 위로 올라가는 방향이다. 이건 동일 코드로 화면 출력과 프린터 출력을 모두 구현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주범이다. BMP 이미지가 화면 기준으로 파일이 상하가 뒤집힌 구조인 이유도 이런 좌표계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인쇄 미리보기를 구현한다거나 더 나아가 편집 화면 차원에서 프린터 결과와 화면 결과가 동일한 위지윅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어차피 화면에서도 저런 범용적인 좌표계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3. 용지 정보 얻기 (크기와 방향)

그러고 보니 응용 프로그램이 인쇄를 하기 위해서는, 아니 그 전에 인쇄 분량 계산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쇄되는 종이의 크기를 알아야 한다. 이 정보는 인쇄를 하는 당사자인 프린터 드라이버가 갖고 있으며, 응용 프로그램은 운영체제 API인 GetDeviceCaps(hPrinterDC, HORZSIZE 또는 VERTSIZE)를 호출해서 얻을 수 있다.
이 함수의 리턴값은 언제나 밀리미터 단위이다. 그러므로 mm 계열이 아닌 좌표계를 사용하고 있다면 적절히 변환해서 글자를 찍으면 된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인쇄 용지의 크기라는 것은 프로그램이 인쇄를 위해 프린터 DC를 생성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MS Word나 아래아한글처럼 위지윅을 지원하는 워드 프로세서 부류의 프로그램은 자체적으로 가상의 용지를 설정하고 동작한다.
문서에 설정되어 있던 용지와 실제 인쇄 용지가 크기나 종횡비 같은 게 일치하지 않는다면.. 인쇄할 때 배율 같은 걸 적절히 보정해 줘야 가장자리 내용이 짤리지 않는다. 그건 해당 프로그램이 담당해야 하는 영역이다.

한편, 용지의 크기뿐만 아니라 인쇄 방향--세로 portrait 또는 가로 landscape--도 응용 프로그램의 페이지 옵션과 프린터 내부의 옵션이 서로 따로 노는 형태이다. 그럴 만도 한 게.. 기능이 매우 빈약한 메모장으로 인쇄를 하건, 아래아한글로 인쇄를 하건, 가로· 세로 인쇄는 응용 프로그램과 무관하게 언제나 가능한 게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쇄 대화상자에서 각 설치된 프린터별 설정 대화상자를 또 연 뒤, 용지의 방향을 바꿔 줄 수 있다.
인쇄 방향이 프린터 차원에서 landscape(가로)로 설정되었다면 GetDeviceCaps(hPrinterDC, HORZSIZE)의 값이 VERTSIZE의 값보다 더 커진다.

그리고 PrintDlg 함수는 프린터 DC를 생성하면서 PRINTDLG 구조체에다가 DC뿐만 아니라 DEVMODE라는 구조체 내용을 담고 있는 메모리 핸들도 따로 되돌려 주는데, 여기에서 dmOrientation이라는 멤버를 참조하면 용지의 방향을 알 수 있다. (DMORIENT_PORTRAIT 또는 DMORIENT_LANDSCAPE)

물론, 프린터의 용지 방향이 세로이더라도 내 프로그램에서의 용지 방향 설정이 가로로 돼 있으면 이를 감지하여 내가 직접 그림을 90도로 눕히고 돌려서 그리면 된다. 그러면 어차피 가로 방향 인쇄와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 수고는 워드 프로세서 급에서나 할 일이다. 일반적인 프로그램이라면 그냥 프린터 설정만 따라서 내용을 출력하면 된다.

이렇듯 가로 세로 방향 전환이라는 건 전통적으로 프린터에만 존재하는 개념으로 여겨졌으나, 요즘은 디스플레이 장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은 말할 것도 없고(방향 전환), 모니터도 방향을 전환하는 피벗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가로로 납작한 모드는 영화를 볼 때 유용할 것이며, 세로로 길쭉한 모드는 문서 편집 내지 코딩을 할 때 유용할 것이다.

4. 인쇄 전담 계층의 분리

요즘 프린터는 한 줄씩 데이터를 받는 족족 타자기처럼 출력물을 토해내는 게 아니라 복사기처럼 최소한 페이지 단위로 동작한다. 운영체제의 인쇄 관리자는 응용 프로그램이 StartDoc ~ EndDoc 사이에서 GDI 함수로 명령을 내린 것들을 마치 메타파일 생성하듯이 모았다가 프린터 드라이버로 보낸다. 그럼 프린터 드라이버는 그걸 프린터가 해석할 수 있는 인쇄 동작으로 바꿔서 기계에다 전송한다.

즉, 응용 프로그램의 입장에서는 인쇄할 데이터를 운영체제의 인쇄 관리자에다가 다 보내 놓기만 하면 명목상 인쇄를 다 마친 것이다. 그 뒤에 실제로 인쇄가 제대로 됐는지, 도중에 종이 부족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는지를 프린터와 통신하며 챙기는 건 인쇄 관리자의 영역이다.
이 인쇄 관리자를 '프린터 스풀러'라고 부르는 편인데, SPOOL은 다른 단어들의 이니셜이다.

문서를 실제로 인쇄하는 것보다야 같은 소프트웨어인 스풀러에게 인쇄 데이터를 파일 형태로 생성하고 전달하는 게 훨씬 더 빨리 되며, 중간에 실패할 일도 거의 없다. 그러니 스풀러가 별도로 분리되어 있으면, 응용 프로그램의 입장에서는 인쇄를 굉장히 빨리 끝마치고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신속하게 복귀할 수 있다.

그 반면, 도스 시절에는 지금처럼 운영체제 차원에서 인쇄 관리자가 제공되는 게 없었다. 그래서 도스용 아래아한글 같은 프로그램은 스풀러 기능을 내부에서 직접 구현해야 했다.
그리고 스풀 옵션을 사용하지 않거나, MB급 단위인 스풀 데이터를 저장할 디스크 공간이 부족하거나, 아예 스풀 기능이 없던 아래아한글 1.x 시절에는...
수십 페이지의 인쇄 명령을 내려놓았다면 다 끝날 때까지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다. 스풀러가 아니라 그 느린 프린터로 데이터를 전부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삽질이다.

도스 시절에는 PC 통신 프로그램은 전화를 걸거나 업로드/다운로드를 하는 중에 멀티태스킹을 하는 게 핵심 기술이었다. 그것처럼 워드 프로세서는 인쇄 중의 멀티태스킹이 핵심 기술이었던 셈이다.
1994년에 출시되었던 도스용 아래아한글 2.5는 프린터에다가 인쇄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을 개선해서 인쇄 속도를 크게 향상시켰다고 광고했었는데.. 그 기술 디테일이 무엇이었는지는 개인적으로 지금도 알 길이 없다.

프린터 스풀링용 데이터는 파일의 형태로 인쇄를 한 것이니 '인쇄의 가상화'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특정 프린터 하드웨어에 지극히 종속적인 형태일 것이므로 pdf나 xps 같은 장치 독립까지 만족하는 전자문서라고 볼 수는 없다.

글쎄, 도스 말고 Windows에서도 3.x + 옛날의 굉장한 구식 도트 프린터의 경우(KS 24핀 180dpi 이러던..-_-), 응용 프로그램에서 인쇄 명령을 내리면 요즘처럼 인쇄 관리자와 해당 프린터 드라이버의 자체 UI가 뜨는 게 아니라 직통으로 바로 인쇄가 시작되기도 했던 것 같다. 거의 30년 가까이 전의 추억이다.

5. 인쇄를 중간에 취소하기

제아무리 인쇄 과정이 가상화돼서 프린터가 아니라 인쇄 관리자에게만 인쇄 데이터를 넘겨주면 된다 하더라도.. 수십· 수백 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인쇄하는 건 1초 안으로 호락호락 금방 끝나는 작업이 아니다.
더구나 속도와 별개로 사용자가 인쇄 작업을 중간에 취소할 수 있게도 해 줘야 한다. 현재 페이지만 인쇄하려 했는데 실수로 100페이지짜리 인쇄를 몽땅 시켜 버리는 건 흔히 저지르는 실수이다.

그렇다면 요즘이야 해결책이 아주 간단하다. "전체 x쪽 중 현재 y쪽 인쇄 중"이라는 진행률 게이지와 "취소" 버튼이 달린 대화상자를 modal로 표시한 뒤, 인쇄는 스레드로 진행하면 된다. 인쇄 스레드는 매 페이지의 인쇄가 끝났을 때마다 main UI로부터 취소 버튼의 클릭 여부를 검사하고, 만약 그게 눌렸다면 AbortDoc을 호출해서 인쇄를 취소하고 곧장 빠져나오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멀티스레드라는 게 존재하지 않던 옛날 16비트 골동품 시절이다. 이때는 실시간 인쇄 상황 표시와 취소 처리를 어떻게 했을까?
그때는 main 스레드가 근성의 idle time processing만으로 UI와 인쇄를 같이 병행해야 했다. 그리고 이를 도와주는 취지의 API가 제공되었다. 그 정체는 SetAbortProc라는 함수이다.

인쇄를 시작하기 전에 프린터 DC에 대해 abort 콜백 함수를 지정해 주면.. 나중에 그 DC를 대상으로 각종 그리기· 조작 명령이 수행된 뒤에 운영체제가 그 콜백을 매번 호출해 준다. 마치 잠수하다가 수시로 수면 위로 잠깐씩 나와서 숨을 쉬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 콜백 함수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였다. (1) 큐에 쌓여 있는 메시지를 처리해서 프로그램의 GUI를 돌아가게 하기, 그리고 (2) 혹시 사용자가 인쇄 취소 명령을 내렸는지 검사해서 그 여부를 리턴값으로 되돌리기.

이를 위해서 콜백 함수에는 무려 message loop이 들어가 있어야 했다. 단, 종료 조건을 통상적인 GetMessage로 하지 말고 PeekMessage(... PM_REMOVE)로 지정해야 한다. 전자는 처리해야 할 메시지가 없으면 메시지가 또 생길 때까지 내부적으로 대기를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콜백은 메시지 처리만 하고 나서 실행을 종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SetAbortProc을 호출 하기 전에 "인쇄 중..." 대화상자를 표시해 놔야 한다. 이 대화상자는 백그라운드 인쇄 기능과 연계해서 돌아가야 하는 관계로, 응용 프로그램의 자체 message loop을 타는 modeless 형태로 표시돼야 한다. DialogBox 말고 CreateWindow를 쓰라는 뜻이다.
그래도 이 대화상자의 용도는 명백하게 modal이니, 이게 표시된 동안은 parent 프레임 윈도우로 포커스가 옮겨질 수 없게 EnableWindow(hParent, FALSE) 처리도 사용자가 수동으로 해야 한다.

SetAbortProc 같은 메커니즘이 없었다면 인쇄 도중 UI 표시와 취소를 구현하기 위해서 우리가 수동으로 인쇄 루틴의 내부에다 PeekMessage 체크를 집어넣어야 했을 테니 인쇄용 코드와 인쇄 미리보기용 코드조차 동일하게 관리하기가 어렵고 프로그램이 많이 지저분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abort 콜백 함수를 구현하는 건 과거의 클립보드 chain 관리만큼이나 여전히 몹시 삽질스럽고 번거로운 구석이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MFC 라이브러리가 자체 구현한 "인쇄 중" 대화상자)

옛날 프로그램으로 인쇄를 해 보면.. 잠깐 표시되는 '인쇄 중' 대화상자는 왠지 추레해 보이고 (1) 그 흔한 진행률 게이지 하나 없고, (2) 다른 대화상자들과 달리 중앙 정렬돼서 표시되지 않고(좌측 상단에 치우쳐서) [X] 버튼도 없으며, (3) 반응성이 안 좋아서 종종 응답이 멎기도 하던 이유들이 모두 설명된다.
(1)은 16비트 시절엔 진행률 게이지 공용 컨트롤이 없었기 때문이요, (2)는 modal이 아닌 modeless로 처리됐기 때문, (3)이야 뭐.. idle time processing으로 돌아가니 반응성이 좋지 않은 것이다.

이런 지저분함은 앞서 언급했듯이 멀티스레드가 등장한 뒤에야 과거 유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과거에 나왔던 Windows 프로그래밍 책들은 여전히 옛날 전통적인 방식으로 SetAbortProc 기반의 인쇄 절차를 소개하고 있으며, 16비트 시절부터 유구한 전통과 짬을 자랑하는 MFC도 그 구조를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SetAbortProc가 함수 주소만 받고 함수에다 넘겨줄 데이터를 받지 않는 것도.. 데이터쯤은 그냥 전역변수로 넘겨주던 1980년대 C스러운 사고방식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MS Word의 경우, 신기하게도 스풀러에게 인쇄 데이터를 넘겨주는 작업조차도 철저하게 백그라운드로 수행된다. 즉, "인쇄 중" 대화상자 자체가 표시되지 않으며, "몇 페이지 인쇄 중"이라는 말은 아래의 상태 표시줄에 표시된다. 그 와중에도 문서 편집과 수정이 가능하고 프로그램을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10/23 08:35 2020/10/23 08:35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811

1990년대 후반, Windows 95에서 98에서 넘어갈 무렵에 PC에는 USB 포트가 등장하고 마우스에는 휠이 추가되는 등 여러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래픽 카드가 성능이 향상되면서 컴퓨터 한 대에 모니터를 두 대 이상 연결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렇게 화면 공간을 키우니 컴퓨터 작업 생산성과 능률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멀티모니터를 쓰는 건 다 좋은데 약간 불편할 때가 있다.
한창 제2 보조 모니터에서 작업을 하다가(탐색기 따위) 새 프로그램을 실행했는데 그 프로그램의 창은 언제나 다른 모니터(십중팔구 제1 주 모니터)에서만 나타나서 고개를 돌려야 하는 것 말이다. 그 프로그램은 무엇이 문제인 걸까?

마지막으로 종료되던 당시의 창 위치와 크기, 상태(특히 최대화 여부)를 기억해 뒀다가 다음에 재구성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뭐 더 할 말이 없다.
그리고 그런 것 없이 CreateWindowEx 함수에다가 CW_USEDEFAULT(알아서 해라~~)만 지정하고 때우는 프로그램이라면... 이 역시 논란의 여지가 없다. CW_USEDEFAULT를 해 주면, 같은 프로그램을 여러 번 실행했을 때 운영체제가 다음 창은 이전 창보다 약간 우측 하단에 배치해서 서로 겹치지 않게도 해 준다.

문제는 대화상자 기반의 프로그램이다.
그냥 운영체제의 제일 저수준 DialogBox 같은 함수만 쓰면 대화상자가 모니터나 parent(owner) 윈도우의 좌측 상단에 표시된다. 이는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응용 프로그램이 창을 인위로 중앙으로 옮기는 후처리를 한다. MFC에도 이런 보정을 하는 훅 프로시저가 있다.

그런데 owner 윈도우가 딱히 지정되지 않았다면 한 화면 전체를 중앙 좌표 계산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텐데, 이 화면이란 건 선택의 여지 없이 주 모니터의 화면으로 지정되곤 한다. 주 모니터 말고 보조 모니터를 기준으로 실행되게 할 수는 없을까?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는 여느 대화상자를 띄울 때와 달리 parent 윈도우를 지정하는 게 없다. 그러니 사용자가 어느 모니터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Windows에서는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기준으로 삼을 모니터 핸들을 주고받을 수 있다. 마치 WinMain 함수에 전달되는 명령 인자 문자열이나 창을 띄울 방식(SW_SHOW 따위)처럼 말이다.

일단, 타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프로그램에서 모니터 정보를 직접 공급해 줘야 한다. 글쎄, 키보드 포커스를 받고 있는 윈도우가 속해 있는 모니터로 자동화의 여지가 없지는 않아 보이지만.. 일단 이건 굉장히 UI 종속적이고 인위적인 정보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영체제가 자동화를 해 주지 않는다.

모니터 정보를 지정하면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함수로 일단 ShellExecuteEx가 있다.
SHELLEXECUTEINFO 구조체에서 fMask에다가 SEE_MASK_HMONITOR 플래그를 지정한다. 그 뒤 hMonitor에다가 HMONITOR 값을 주면 된다. 이 값은 MonitorFromWindow 같은 함수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저 구조체에서 hMonitor 멤버가 있는 자리에는 원래 hIcon이라는 멤버가 있었다. 얘는 도대체 왜 추가됐고 무슨 용도로 쓰이는지 알 길이 없다.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무슨 아이콘을 지정할 일이 있는지(입력)?? 실행된 프로그램의 아이콘을 얻어 오는(출력) 것도 아니다. 그래서 현재는 이 자리가 hMonitor로 완전히 대체된 듯하다.

다음으로 모니터 정보를 받는 쪽에서는.. GetStartupInfo 함수를 실행해서 결과를 확인하면 된다. 그런데 그 방법이 좀 므흣하다.
STARTUPINFO 구조체에서 dwFlags에 STARTF_USESTDHANDLES 플래그가 지정되지 않았는데도 hStdOutput에 NULL이 아닌 값이 있으면 그게 실은 파일 핸들이 아니라 모니터 핸들이다. 요 값을 토대로 화면 좌표를 얻으면 된다. 따로 모니터 핸들이 온 게 없으면 예전처럼 주 모니터를 사용하면 되고..

Windows 탐색기는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그 탐색기 창이 표시돼 있는 모니터의 핸들을 저렇게 꼬박꼬박 넘겨준다. 그러니 Visual C++ IDE를 통해 실행하지 말고..;; 탐색기로 실행하면 모니터가 제대로 식별되는지를 테스트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일단 MSDN에 문서화돼 있는 내용이다.
참고로, 앞서 언급했던 overlapped 윈도우의 CW_USEDEFAULT는 본인이 확인해 보니 확실하게 multiple-monitor-aware이다. 윈도우 클래스 이름과 모니터별로 마지막으로 창을 생성했던 위치를 기억하고 있어서 서로 겹치지 않게, 그리고 이 프로세스에 전달된 기본 모니터에 맞게 창을 적절한 위치에 생성해 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프로그래머가 무슨 정보를 얻어 오고 지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MFC는 대화상자를 표시할 때 화면 중앙 보정만 해 주지, owner가 없는 대화상자에 대해 모니터까지 감안한 처리를 하지는 않는다. (최신 2019의 MFC의 소스 기준) 언제나 주 모니터를 기준으로만 처리하니 일면 아쉽다.

끝으로.. 본인은 의문이 들었다.
ShellExecuteEx도 궁극적으로는 제일 저수준의 프로그램 실행 함수인 CreateProcess를 호출할 텐데, CreateProcess로 직통으로 모니터를 지정할 수 없을까?

조금 검색을 해 보니 의문은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저 함수에다가 STARTUPINFO 구조체를 지정해 줄 때 모니터 정보를 같이 전달을 할 수 있었다.
dwFlags 멤버에다가.. 문서화되지 않은 0x400이라는 값을 주고, hStdOutput에다가 HMONITOR 값을 주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용법은 지금까지 MSDN에 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다. kernel32 팀과 user32 팀이 서로 연계가 되지 않기라도 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STARTF_MONITOR 같은 플래그가 정식으로 추가되고, STARTUPINFO 구조체도 SHELLEXECUTEINFO 구조체와 마찬가지로 hMonitor라는 멤버가 hStdOutput 자리에 공용체의 형태로 추가돼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0/08/06 08:35 2020/08/06 08:35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781

1. 파이썬

요즘 프로그래밍 언어는 네이티브 코드+수동 메모리 관리(= 가상 머신이나 GC가 없는) 분야에서야 C++이 무섭게 발전하면서 약진하는 중이다. D나 Rust나 델파이 같은 나머지 네이티브 코드 언어 진영은 요즘 어찌 지내나 모르겠다.

거기서 양상이 살짝 바뀌어서 VM 기반의 언어로는 Java와 C#이 대표적이다. C#은 매우 뛰어난 언어이고 기반이 탄탄한 건 사실이지만 PC와 Windows의 밖에서는 과연 쓸 일이 얼마나 있나 모르겠다. 안드로이드와 iOS 모두 앱 개발용으로 권장하는 주력 언어가 코틀린, Swift 등 생소한 것으로 바뀌었는데, 지난 수 년 동안 기존 언어(Java, Objective C)의 점유율은 어찌 바뀌었는지 역시 궁금하다.

이보다 표현이 더 자유로운 동적 타입 언어 세계에서는 닥치고 JavaScript 아니면 파이썬이 지존 압권 깡패로 등극했다. 펄, 루비, 루아.. 등등 필요 없고 이걸로 다 물갈이돼 버렸다. 특히 파이썬은 교육용과 실무용이라는 두 영역에서 완벽하게 주류로 자리잡았다는 것이 대단하고 신기하다.

대학교들 CS101 프로그래밍 기초 코스에서 가르치는 언어도 C, Java를 거쳐 지금은 몽땅 파이썬이다. 교육용이 아니면 일부 특수한 분야 한정의 마이너 언어에 그쳤던 과거의 베이식이나 파스칼과는 매우 대조적인 점이다. 한편, JavaScript는 웹의 세계 공용어라는 독보적인 지위를 획득했고 말이다.

네이티브 코드인 C++, 가상 머신 기반인 Java, 동적 타입인 파이썬.. 이렇게 등급과 종류를 불문하고 언어들에 한때는 객체지향 패러다임이 들어가는 게 유행이었는데, 21세기에 들어서는 함수형 패러다임도 필수가 돼서 익명 함수(람다) 정도는 지원해 줘야 아쉽지 않은 지경이 돼 있다.

C/C++, Java 같은 언어에만 파묻혀 살다가 컴파일 에러와 런타임 에러의 구분이 없는 언어..
catch되지 않은 예외 같은 에러를 잡고 나니 다음으로 소스 코드의 스펠링 에러를 접할 수 있는 언어를 쓰는 느낌은 참 묘하다.
그래도 컴파일 없이 바로 실행한다는 게 심리적으로 참 부담없고 가벼운 느낌을 준다. 먼 옛날에 Basic 쓰던 시절 이래로 얼마 만에 다시 경험하는 느낌인지?

  • 나눗셈은 정수/정수라도 언제나 실수가 되는구나. 이건 C/C++ 계열이 아니라 베이식/파스칼에 더 가까운 이념이다. 그래도 '같지 않음'이 <>가 아니라 !=인 것은 C/C++ 영향이다.
  • 비트 연산자는 & |로 두고, 논리 연산자를 and or이라는 단어로 분리한 것은 나름 양 계열의 특성을 골고루 적절하게 수용한 디자인인 것 같다.
  • 삼항 연산자 A ? B:C를 B if A else C로 표현한 것은.. 우와;;;;
  • 함수에 인자를 전달할 때 값만 그냥 전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 config=100 이렇게도 주는 건.. C/C+++ 스타일과 objective C 스타일을 모두 접하는 것 같다.
  • 문자열이나 리스트 같은 복합 자료형에다가 상수배 곱셈 연산을 해서 복제 뻥튀기를 시키는 것도 상당히 유용하다. 단, 이 경우 내부에 있는 복합 자료형들은 shallow copy만 된다. 제대로 deep copy를 하려면 list comprehension 같은 다른 기법으로 원소들을 하나하나 새로 생성해야 한다.
  • 여러 변수에다 한꺼번에 대입하기, 그리고 리스트 원소들을 연달아 함수 인자로 풀어넣기...;;;
  • 코딩을 하다 보면 특정 자료구조 내부의 원소들을 range-based for 문으로 순회함과 동시에, 각 원소별로 1씩 증가하는 인덱스 번호도 같이 돌리고 싶은 때가 많다. 이럴 때 파이썬은 for i, elem in enumerator(set)라고.. enumerator를 사용하면 저 기능을 곧장 구현할 수 있다.. 오, 이거 사이다 같은데?
  • []는 배열, {}는 dictionary.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JSON 자료구조와 딱 정확하게 대응한다.
  • 문자열에 "" ''을 모두 사용 가능한 건 SQL 같다. 다만, 문자로 표현된 숫자 리터럴과의 구분이 없다 보니, 'a'와 97을 상호 변환하는 건 베이식이나 파스칼처럼 별도의 함수를 써야 한다.

2. 각 프로그래밍 언어별로 없어서 처음에 좀 놀랐던 것들

  • JSON: JavaScript라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법을 채용했다면서 정작 자신은 코멘트를 넣는 부분이 없고 정수 리터럴에 16진수 표기용 접두사가 없다. 얘는 오로지 machine-generation만 생각했는가 보다.
  • Java: int 같은 primitive type을 함수에다 reference로 전달해서 swap 같은 걸 시킬 수 없다. 그리고 가상 머신 환경에서 큰 의미가 없긴 하지만 sizeof 연산자도 없다.
  • 파이썬 1: goto가 없는 건 Java도 마찬가지이지만.. switch-case도 없다. 파이썬은 들여쓰기 구문이 콜론으로 끝나는 언어인데, 정작 C/C++계열에서 라벨과 콜론을 사용하는 문법이 저 동네에서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넣어 달라는 제안이 과거에 있긴 했지만 문법적으로 난감해서 봉인됐다고 한다. 뭐, 그 대신 얘는 elif가 있다.
  • 파이썬 2: 그리고 파이썬은 명시적인 const 속성도 없는 것 같다. 튜플이 값의 불변을 보장하는 자료형이기 때문에 const 테이블 역할을 같이 담당한다.
  • 파스칼: 오리지널 문법에서는 임의의 크기의 동적 배열을 만들 수 없다. 참고로 베이식은 배열의 크기 조절은 자유이지만 포인터가 아예 존재하지 않다 보니 리스트 같은 재귀 구조의 복잡한 자료구조를 구현하는 것 자체가 원천 불가능이다.
  • 익명 함수: C++의 람다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자신을 간단히 가리키는 키워드가 없고 재귀호출을 구현할 수 없다. 그나마 구현했다는 것들은 다 주변의 다른 functor 등 갖가지 편법을 동원해서 매우 힘들게 억지로 구현한 것들이다.

사실, C/C++의 for문은 while문과 거의 동치일 정도로 조건 검사 지향적이고 range-based for는 21세기가 돼서야 도입됐다. 그러나 파이썬의 for문은 훨씬 더 range 내지 iterator 지향적이다.

그리고 베이식 같은 언어는 switch/case가 거의 if문의 연장선일 정도로 범위 지정도 되고 쓰임이 유연하지만.. C/C++의 switch/case는 그보다 제약이 심하다. 그 대신 그 제약을 이용해서 컴파일러가 최적화를 할 여지가 더 있다. (가령, 조건 검사 대신 테이블 오프셋 참조로..)

3. 언어 문법 차원에서의 지원

20여 년 전 먼 옛날에 스타크래프트 경기 중계방송이란 게 처음으로 행해지던 극초창기엔 경기 운영 노하우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경기를 하는 선수 말고 화면 중계를 위한 옵저버도 게임에 join을 해야 하는데, 자기 기지는 없이 남들 시야 눈팅만 하는 상태로 참여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그러니 그때 옵저버는 테란을 골라서 들어갔다. 자기 커맨드센터는 띄워서 맵 구석 모서리에 안 보이게 처박아 놓고, SCV 4기는 서로 공격시켜서 없앴다. 이런 궁색한 삽질을 해서 자기 존재를 최대한 없애 버린 뒤 선수들의 화면을 중계했던 것이다.

물론, 옵저버의 이런 자폭 플레이는 경기 시작 직후, 카메라가 잠시 각 선수들의 개인 화면을 비추고 있는 동안 최대한 잽싸게 행해졌다. 한편으로 선수들 역시 옵저버에게 자기 시야를 공개하는 설정을 매번 수동으로 해 줘야 했다.
선수가 옵저버의 커맨드센터를 고의나 실수로 부숴서 옵저버를 엘리시켜 버리는 건.. 그건 경기 진행 방해이며 규정상 거의 반칙 몰수패 사유가 됐을 것이다.;;

그러다가 잘 알다시피 경기용 맵은 특수하게 트리거를 조작해서 옵저버를 위한 전용 자리가 있는 "유즈맵, 커스텀 맵" 형태로 만들어지고 쓰이게 되었다. 이제 옵저버의 일꾼을 제거하고 커맨드센터를 치우는 삽질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경기 자체는 다른 특이 사항이 전혀 없고 건물 짓고 유닛 뽑아서 적 진영을 부수는 것밖에 없는데 매번 유즈맵을 쓰는 건 번거로웠다. 스타 프로그램 차원에서 일반 맵에다가 옵저버 참관 기능을 지원하는 게 제일 이상적이고 바람직했다.

결국 옵저버 참관 기능은 먼 훗날 스타의 1.18 패치에서 정식으로 도입됐다. 지난 1.08 패치에서 리플레이 기능이 추가된 것만큼이나 참신한 기능이다.
특히 이 참관 기능은 각 선수들의 개인 화면과 동급으로 진영별 자원 수, 생산· 연구 건물들의 내부 진행 상태까지 모두 볼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과거의 유즈맵 옵저버로는 그런 게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 개인 화면의 모습을 직접 봐야 했다.

이렇게 과거에 꼼수로 구현하던 기능들이 훗날 정식으로 가능해진 것의 예로는 C++ 프로그래밍이 떠오른다.
일례로, 복사나 대입이 가능하지 않은 클래스를 만들기 위해서 복사 생성자나 대입 연산자를 private에다가 미구현 상태로 박아 넣는 꼼수가 동원됐지만.. C++14부터는 = delete라는 더 완전하고 깔끔한 문법이 언어 차원에서 추가됐다.

Posted by 사무엘

2020/08/03 19:31 2020/08/03 19:31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780

1. 가상 함수 테이블을 강제로 없애기

C++에서는 가상 함수가 하나 이상 존재하는 클래스는 그렇지 않은 클래스와 좀 다른 취급을 받게 된다. 자기가 새로 선언한 것뿐만 아니라 기반 클래스로부터 상속받은 가상 함수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가상 함수가 존재하는 모든 클래스들은 각각 가상 함수 포인터 테이블(v-table)이라는 일종의 global 배열을 할당받으며, 이를 가리키는 포인터를 멤버로 갖게 되고 생성자에서 그 포인터의 값이 초기화된다.

클래스에 온갖 파생 클래스와 가상 함수들이 추가되고 상속 단계가 복잡해질수록, 이 테이블들의 개수와 크기도 무시 못 할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A라는 클래스에 가상 함수가 5개 있으면 A의 v-table은 크기가 5이다. 그런데 A로부터 상속받은 클래스 B가 또 가상 함수를 3개 추가한다면 B의 v-table의 크기는 5+3 = 8이 된다. 그런 식이다. 다중· 가상 상속 같은 것까지 자연스럽게 지원하려면 B의 v-table에도 A의 것이 고스란히 몽땅 중복 등재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순수 가상 함수가 들어가 있어서 단독으로 인스턴스가 생성될 일이 전혀 없는 클래스에 대해서도 일단은 동작의 일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v-table이 잉여스럽게 따로 생성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B라는 클래스의 생성자는 그 정의상 기반 클래스 A의 생성자를 반드시 호출하게 돼 있고, A의 생성자가 하는 일 중 하나는 A에 대한 고유한 v-table을 참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값이 거의 전부 다 NULL이고 실제로 쓰일 일도 없는 v-table이 쓸데없이 생성되는 일을 막기 위해, Visual C++에는 __declspec(novtable)이라는 비표준 확장 속성이 도입되었다. 특히 COM이라는 규격을 C++ 언어와 바이너리 차원에서 연계하려다 보니 이 기능이 없어서는 도저히 안 되는 지경이 되었다.

굳이 순수 가상 함수가 없더라도, 어쨌든 반드시 파생 클래스 형태로만 쓰이지 그 자체가 인스턴스 형태로 선언될 일이 없는 클래스라면 __declspec(novtable)를 지정해 주는 게 메모리 절약 측면에서 좋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경우 이걸 적용해 주니 ngs3.dll의 크기가 수 KB 남짓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특히 데이터 멤버 없고 순수 가상 함수밖에 없는 인터페이스라면 이거 지정이 무조건 필수이다. 이래서 후대의 객체지향 언어들은 구조체(생성자 소멸자 가상 함수 없는 POD) vs 클래스뿐만 아니라, 일반 클래스 vs interface(추상 클래스)도 언어 차원에서 구분한다는 게 느껴졌다. 이게 단순히 외형이나 기분상의 구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파생 클래스 쪽의 초기화가 덜 된 오브젝트에 대해서 순수 가상 함수를 호출해 버리면 보통은 pure virtual function call이라는 C++ 예외가 발생한다. 그런데 __declspec(novtable)가 지정된 오브젝트에 대해서 가상 함수를 호출해 버리면 저런 high-level 예외가 아니라 그냥 NULL 포인터 접근에 준하는 평범한 access violation 에러가 나면서 프로그램이 죽게 된다.

2. 가상 함수 테이블의 메모리 오버헤드

가상 함수 테이블 얘기를 계속하겠다.
B가 가상 함수가 100개 있는 A라는 클래스를 상속받아서 자신만의 가상 함수를 새로 만드는 것 없이, A의 함수 중 딱 한두 개만 override를 했더라도.. 컴파일러는 내용이 한두 개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거의 동일한 원소 100개짜리 함수 포인터 배열을 또 하나 만들게 된다. B의 모든 인스턴스들이 한데 공유하는 가상 함수 포인터 테이블 말이다. 일종의 copy-on-modify와 비슷한 메커니즘이다.

그렇게 해야만 A건 B건 오브젝트 종류를 불문하고 가상 함수의 주소를 배열 오프셋만으로 O(1) 시간 만에 곧장 얻어 와서 호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 함수 호출은 그렇잖아도 오버헤드가 일반 함수 호출보다 훨씬 더 큰데, 메모리를 아낀답시고 주소를 얻는 것조차 클래스 계층이나 함수 테이블을 뒤지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이런 내부 디테일과 오버헤드를 생각하면 클래스를 아무 부담 없이 막 상속받기가 좀 부담스러워진다. 뭐, 요즘처럼 컴퓨터에 메모리가 풍족한 시대에 무슨 198, 90년대 같은 메모리 구두쇠 쫌생이처럼 코딩을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같은 값이면 컴퓨터의 자원을 아껴 쓰는 게 프로그래머의 미덕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언어의 스펙을 바꿔 버릴 수는 없으니, Windows용 C++ 라이브러리인 MFC는 저런 가상 함수 테이블 오버헤드를 줄이기 위해, CWnd 클래스의 Windows 메시지 handler 함수는 가상 함수 대신 pointer-to-member 기반의 message map으로 구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얘는 사용자가 실제로 overriding을 한 함수의 개수만큼만 테이블의 크기가 커지니 공간 사용은 효율적이다. 그러나 메시지에 대응하는 함수를 찾는 일은 매번 테이블을 선형 검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복잡도가 O(n)으로 커진다.
이 부분은 정말 밥 먹듯이 자주 호출되는 부분이고 목숨 걸고 성능을 최적화해야 하는지라, MFC 소스에서도 극히 이례적으로 인라인 어셈블리가 사용되어 있다~! (wincore.cpp의 AfxFindMessageEntry 함수)

객체지향을 구현하기 위해서 이런 시간-공간 tradeoff를 따져 봐야 하니, C++보다 더 유연한 디자인을 추구한 Objective C 같은 언어는 메시지를 아예 문자열로 식별하게 했다(selector). 이름으로부터 실제 주소 매핑은 물론 hash 기반이고..

C++은 배열 오프셋 기반이어서 당장 성능 자체는 제일 좋으나, 클래스에서 뭐가 바뀌었다 싶으면 몽땅 재컴파일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경직된 체계에서 다중/가상 상속과 멤버 함수 포인터까지 구현하려다 보니 디자인에 무리수가 많이 들어갔고, 그 뒷감당은 결국 컴파일러 제조사들이 비표준 확장을 도입해서 땜빵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에 비해 Objective C는 신호등 교차로 대신 회전 교차로, 수동 변속기 대신 아예 자동 변속기 같은 접근을 한 셈인데.. C++ 같은 C의 이념 적당히 절충이 아니라 객체지향 언어라는 이론만 생각해 보면 저런 접근 방식도 충분히 가능은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3. 캐사기 auto

람다 함수가 최초로 도입된 C++0x 시절에 곧장 가능했던 것 같지는 않다만..
요즘 람다는 인자와 리턴값의 타입으로 auto를 지정할 수 있다.. >_<
auto에서 또 auto가 가능하다니? 그것도 C++ 같은 언어에서.. 이건 좀 꽤 사악한 기능인 것 같다.

auto Func = [](auto x) -> auto { return x * 2; };
printf("%f\n", Func(1.4));
printf("%d\n", Func(25));

람다가 일반 C++ 함수 같은 오버로딩이나 템플릿을 지원하지는 않으나, 저기서는 auto가 템플릿 인자 역할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생긴 건 함수와 비슷하지만 캡처가 지원되고 호출 규약 제약 없고 저런 것까지 가능하니.. 기존의 함수와는 형태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그나저나 람다 함수는 함수 자기 자신을 지칭해서 재귀 호출을 하는 방법은 여전히 없는지? this처럼 자기 함수 자신을 가리키는 예약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__self??
그리고 사실은 C++도 기반 클래스를 지칭하는 __super 같은 키워드도 있어야 할 듯하다.

4. export의 재탄생

C++에서 완전 존재감 없는 잉여로 전락했던 auto가 10여 년 전 2010년대부터는 잘 알다시피 언어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는 거물로 환골탈태했다.
그것처럼.. 지난 2000년대에 비현실적인 흑역사 키워드로 전락하고 봉인됐던 키워드 export가.. 2020년대부터는 모듈 선언이라는 완전히 다른 용도로 다시 쓰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긴 import, export는 그 대상이 무엇이 됐건 프로그래밍에서는 굉장히 즐겨 쓰일 만한 의미의 동사이긴 하다.

지난 수십 년을 C처럼 원시적인 텍스트 include와 라이브러리 링킹에 의존했던 C++에 파스칼이나 D처럼 신속하게 빌드 가능한 모듈, 유닛이 도입되려는가 궁금하다.
그럼 이제 C/C++에서 제일 존재감 없는 잉여 키워드로는 signed만 남는 건지?

C++이 이 정도까지 변하고 있는데 #pragma once는 좀 언어 차원에서 정식으로 표준으로 수용할 생각이 없는지 궁금하다.
이제 플랫폼을 불문하고 지원하지 않는 컴파일러가 거의 없는 사실상의 표준이며, 실용적으로도 꼭 필요한 기능인데 말이다.

5. 템플릿의 prtial specialization

C++ 템플릿에는 template<typename X> class A처럼 말 그대로 템플릿을 선언하는 게 있는가 하면, template<> class A<XXX> 처럼 특정 타입에 대해 specialization을 하는 문법이 있다. 둘의 형태를 주목하기 바란다.
그런데 C++03즈음에서는 partial specialization이라고 해서 단일 타입이 아니라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템플릿 인자에 대해서는 몽땅 이 specialization을 사용하도록 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가령 X가 포인터 타입이라든가, 템플릿 인자 A,B를 받는데 B가 A 내부의 pointer-to-member 타입이라거나 할 때 말이다.

이런 specialization에서는 template<typename X> class A<X*> 내지 A<X, X::*> 같은 식으로 template과 A에 템플릿 인자가 모두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이런 기능을 사용해 본 적은 없다. 특정 상황에서 편리한 기능이 될 수는 있겠지만.. 컴파일러를 만드는 건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 저 시절에 이런 기능과 함께 export까지 제안됐었다니 참 가관이다.

6. C++ 코딩 중에 주의해야 할 점

예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들이지만 다시 한데 정리해 보았다.
참고로, 클래스의 상속 관계에서 부모/자식(parent/child), 기반/파생(base/derived)은 서로 기능적으로 아무 차이 없이 기분 따라 섞여서 쓰인다.
인자와 매개변수도(argument/parameter) 그냥 섞여 쓰이는 것 같다.

(1) C++에서는 오버로딩과 오버라이딩이 동시에 같이 자동 지원되지는 않는다.
가령, 한 클래스에서 foo라는 같은 이름으로 void foo()와 void foo(int x)를 모두 정의하는 건 당연히 가능하다(오버로딩).
하지만 둘 중 하나를(가령, 후자) 가상 함수로 지정해서 파생 클래스에서 그놈을 오버라이딩 했다면.. 파생 클래스에서는 오버라이딩 되지 않은 다른 '오버로드' 버전은 자동 지정이 되지 않는다. 이건 혼동을 피하기 위해 C++ 언어의 스펙 차원에서 일부러 그렇게 설계된 것이다.

파생 클래스에서 전자를 사용하려면 기반 클래스의 이름을 거명해서 기반::foo() 이런 식으로 언급하거나..
아니면 파생 클래스의 선언부에서 using 기반::foo; 라고 명시적으로 선언을 해 주면 된다. 그러면 foo만으로 기반 클래스의 두 함수를 곧장 접근할 수 있게 된다. using에 이런 활용 가능성도 있었다니~!

(2) 클래스 객체의 생성 단계에서 멤버들이 초기화되는 순서는 헤더에서 선언된 순서이지, 생성자 함수의 이니셜라이저 목록에 등장하는 순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class Bar {
    int x,y;
public:
    Bar(int n): y(n), x(y+1) {}
};

위의 코드에서 x는 제대로 초기화되지 않는다. x(y+1)이 y(n)보다 먼저 실행되기 때문이다.
이건 방대하고 복잡한 클래스를 구현할 때 정말 쉽게 간과하고 실수할 수 있는 특성인데 컴파일러가 경고라도 해 줘야 되지 않나 싶다. 함수 안의 지역변수에서 "초기화되지 않은 변수 거시기를 사용했습니다" 경고를 띄우는 것과 비슷한 로직으로 별로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을 텐데..??

(3) 생성자와 소멸자 함수에서는 자기 객체에 대한 가상 함수를 호출하지 말아야 한다. 비록 기반 클래스의 생성자 및 소멸자가 파생 클래스의 생성자 및 소멸자의 실행 과정에서 같이 호출되겠지만.. 기반 클래스는 자기 객체가 진짜로 기반인지 아니면 상속된 파생 클래스로부터 호출된 것인지를 전혀 알 수 없으며, 알려고 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냥 기반 클래스 자신의 일만 하면 된다.

이는 프로그래머에게 불편을 끼치는 규제가 아니라 언어의 컨셉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생성자와 소멸자는 Windows 메시지로 치면 그냥 WM_CREATE/DESTROY가 아니라 NC 버전이다. (WM_NCDESTROY는 자식 창들이 몽땅 다 사라지고 없는 상태에서 호출) 그리고 복잡한 처리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DllMain 함수와도 같다.

기반 생성자는 이 객체가 파생 클래스로서의 초기화가 되기 전에 먼저 호출되고, 기반 소멸자는 파생 클래스 부분이 소멸된 뒤에 맨 나중에 호출된다. 그러니 파생 클래스가 어떠한지를 따지는 것은 전혀 무의미한 것이다.
이건 위의 2번과 마찬가지로 초기화의 순서와 관련해서 저지르기 쉬운 실수이다. 2번은 멤버들의 초기화 순서이고(수평??) 3번은 상속 계층에서의 초기화 순서이다(수직??).

소멸자 자체는 반드시 가상 함수 형태로 선언해야 하지만 소멸자 내부에서 또 다형성을 기대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이다.

(4) 멤버 함수 포인터로 가상 함수의 오버라이딩을 제어할 수는 없다.
한 함수 포인터로 기반 클래스의 함수 내지 파생 클래스의 오버라이딩 함수 중 원하는 것의 주소를 저장하고, ptr의 값(정확히는 ptr이 가리키는 vtbl의 값)과 무관하게 ptr에 대해 원하는 함수를 강제 호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런 시도를 했을 때 함수 포인터에 저장되는 것은, 그저 ptr->vtbl에 매핑된 버전의 함수를 따로 호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thunk뿐이다.
그러니 멤버 함수 포인터를 동원한다 하더라도 vtbl을 거친 가상 함수 본연의 동작을 변형할 수는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20/07/17 08:35 2020/07/17 08:35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774

1. 독특한 윈도우 클래스

Windows의 GUI에는 버튼, 리스트박스, 에디트 컨트롤 등의 잘 알려진 제1군 컨트롤 윈도우들이 있고, 공용 컨트롤이라는 제2군 윈도우도 있다. 이런 것들은 누구나 널리 사용하라고 클래스 이름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Spy++로 들여다보면,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런 클래스들이 공용으로 쓰이는 것 같다.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 NetUIHWND: MS Office 프로그램들, 그리고 심지어 워드패드와 그림판에서도 리본이 이 클래스 이름으로 만들어져 있다. 마소에서만 내부적으로 사용한다. (Visual C++의 MFC 확장판에서 제공되는 리본은 마소 오리지널이 아님)
  • DirectUIHWND: task dialog 내부, IE 브라우저의 탭, 탐색기 제어판에서 뭔가 웹페이지처럼 꾸며진 대화상자들에서 종종 쓰인다. 클래스 스타일에 CS_GLOBALCLASS도 버젓이 지정돼 있다. 마소 내부에서 사용하는 GUI 엔진 윈도우 같은데..
  • HwndWrapper[모듈이름;;GUID]: 닷넷이나 WPF처럼 통상적인 Windows API나 기성 컨트롤이 아닌 다른 프레임워크를 이용해서 GUI를 꾸미는 프로그램 같다. 내가 아는 프로그램 중에는 Visual Studio 2010과 그 이후 버전, 그리고 아래아한글(+ 타 오피스 제품 포함) 요 두 프로그램만이 이런 스타일이다.

2. 파일 및 디렉터리의 삭제, 디스크 제거

Windows는 프로그램을 memory-mapped file 형태로 불러온다는 특성으로 인해.. 실행 중인 프로그램을 삭제할 수 없다. 그래서 실행 중인 프로그램을 제거하거나 업데이트 하는 것도 좀 어려운 편이다.
실행 중인 프로그램 파일을 '개명'하는 건 가능하다. 여기서 개명이란 같은 드라이브 안에서의 디렉터리 이동도 포함한다.

이런 Windows와 달리 macOS나 리눅스는 실행 중인 프로그램 파일을 삭제할 수 있다.
허나, 실행 중인 프로그램의 current directory를 당장 삭제할 수 있는 운영체제는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없다. 삭제 예약만 해 놓은 뒤, 프로그램이 종료되거나 디렉터리가 딴 데로 바뀌었을 때 삭제되는 게 그나마 제일 관대한 처분이다.

프로세스의 current directory는 USB 메모리를 안전하게 제거할 수 없다고 운영체제가 꼬장 부리면서 사용자를 귀찮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Windows의 경우, 파일 열기/저장 공용 대화상자를 열어서 USB  메모리를 조회하면 해당 프로그램의 current directory도 거기로 바뀌기 때문에 대화상자를 닫은 뒤에도 저런 꼬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뭐, 사용자가 USB 메모리를 물리적으로 강제로 제거해 버리는 것에는 장사 없다. 과거의 디스켓이나 광학 드라이브도 매체를 강제로 꺼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발생하면 운영체제의 관점에서는 current directory가 갑자기 없어지는 것이나 다름없고, 거기에 파일이 열려 있던 것들도 다 꼬여 버린다. 프로세스가 아닌 스레드를 강제 종료하는 것만큼이나 좋지 않은 현상이다.
디스크 내용을 날리고 싶지 않으면 사용자도 가능한 한 그런 짓은 하지 않는 게 좋다.

3. Windows의 런타임 환경

Windows에서 전통적인 API 기반의 네이티브 코드 데스크톱 프로그램 말고 선보였던 프로그램 실행 환경으로는..
먼저 2000년대(XP..)엔 .NET이란 게 있었다. 얘는 네이티브가 아니라 가상 머신에서 돌아갔고, 언어도 C#가 주류였다. C++에는 C++/CLI라는 변종 언어가 도입됐다.
그 뒤 2010년대(8..)엔 메트로 UI와 함께 C++/CX라는 변종 언어가 도입됐다. 얘는 데스크톱 환경은 아니지만 의외로 네이티브 코드 기반이었다.

.NET이 표방했던 것이 언어의 통합이라면, Windows 8이 표방했던 것은 기기(PC와 모바일?)의 통합이었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시작 버튼을 없애는 초강수까지 뒀었다.
그러나 Windows 8은 망했으며, 결정적으로 Windows Phone/Mobile도 안드로이드와 iOS에 완전히 밀렸다. 이젠 마소에서도 그쪽 사업을 접었다. 그 대신 Windows 10은 ARM용이 정식으로 출시되어서 그 CPU에서 네이티브 데스크톱 앱을 그대로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럼 이 와중에 메트로 앱을 돌리는 Windows Runtime이라는 건 무슨 존재의 의미를 갖게 되는지 난 궁금하다. 답을 잘 모르겠다.
그냥 데스크톱 앱보다 글자 큼직하고 시각적으로 flat하고, 안드로이드 용어로 치자면 material design스러운 외형을 제공하는 GUI 엔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 보이는데..??
쉽게 말해 기존 공용 컨트롤이 '제어판'을 가동한다면 이 UI 엔진은 '설정'을 가동한다는 것이다.

마소에서 새로운 걸 시도한 것이 언제나 다 성공적이고 오래 유지된 건 아니었던 듯하다.
그래서 GDI+는 닷넷 시절에 잠깐 뜨다가 Direct2D 부류로 대체됐고, 오히려 운영체제의 근간으로서 넘사벽급의 짬밥을 자랑하는 재래식 GDI보다도 존재감이 없어졌다.
Edge 브라우저는 잘 알다시피 재개발되어서 사실상 크롬과 다를 바 없는 브라우저가 됐다. 마소의 지난 20여 년의 개발 트렌드를 회고해 보니 이런 분석과 결론이 나온다.

4. 이모지, 날개셋 입력 패드

Windows 10의 1803버전쯤부터는 win+.을 눌러서 이모지 문자표를 꺼내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서는 지난 9.81 버전부터 자체적으로 이모지 문자표가 추가되었다. 그럼 이건 언뜻 보기에는 기능 중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 않다.

운영체제의 이모지 문자표는 마우스로 딴 델 클릭하기만 해도 사라져 버리는 반면, 날개셋의 입력 도구는 그렇지 않다. 더구나 결정적으로 이 문자표는 날개셋 편집기에서 자체 입력기를 지정해 놓았을 때는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내 프로그램에서는 선택된 이모지를 복사하기, 그리고 cursor가 가리키는 이모지를 문자표에서 찾아서 역으로 표시하기 같은 기능도 갖추고 있다.

예전에도 언급했듯, 2018~19년에 걸쳐 추가된 ‘필기 인식’과 ‘이모지’는 날개셋의 고유 기능이 아니라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기능을 자체적인 UI 껍데기를 씌워서 제공하는 대표적인 입력 도구이다. Full feature를 갖춘 한글 IME로서 저런 기능도 한 프로그램 내부에서 제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뭐 그건 그런데.. 운영체제에서 기본 제공하는 이모지 문자표는 응용 프로그램에다가 어떤 방식으로 이모지 문자를 보내는 걸까? 그게 갑자기 궁금해졌다. 쟤는 기술적으로는 ‘날개셋 입력 패드’과 비슷하게 훅킹을 사용해서 IME 메시지를 보낼 것 같은데..

프로그램이 TSF를 감지하는지 여부를 따져서 지원하면 TSF 방식으로 문자를 보내고,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IME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IME 메시지만을 사용하는 날개셋 입력 패드보다 더 고차원적이다. 사실, TSF를 지원해야만 메트로 앱에서도 이모지를 입력할 수 있을 것이다.

날개셋 입력 패드를 처음 개발하던 시절에 본인도 개인적으로는 TSF 방식을 뚫어 볼까 생각을 했었다. 이게 성공하면 외부 모듈뿐만 아니라 입력 패드도 편집기와 비슷하게 주변 문자를 자유자재로 변형하면서 신기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외부 모듈 하나만 개발해 봐도 내 경험상 TSF는 기술 난이도가 헬이고 응용 프로그램별로 제멋대로 동작하는 구현의 파편화가 너무 심하다. 더구나 그 TSF의 혜택을 보는 프로그램은 매우 소수이며, 편집기와 외부 모듈 다음으로 입력 패드 자체도 사용 빈도가 매우 낮은 제3군의 실험적인 유틸일 뿐이다.

그렇게 TSF를 뚫어 봤자 훅킹은 어차피 메트로 앱에서는 통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 단계에서 막히니..
시간과 노력 대비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어서 그 이상의 연구는 포기했다. 입력 패드는 write-only인 IME 프로토콜만 사용하는 데스크톱 앱 전용 프로그램으로 굳어져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5. 유니코드 5.2 자모

아시다시피 지난 10여 년 전에 KS X 1026-1 및 유니코드 5.2에서 옛한글 자모가 여럿 추가되었다.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연속된 공간을 쭉 확보하지 못하고 덕지덕지 지저분하게 추가되었지만, 그래도 잘 살펴보면 프로그래머의 관점에서 복잡함과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추가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답부터 말하면, 어떤 글자가 한글 초성인지 중성인지 종성인지 판별하기 위해 과거(유니코드 1.1)에는 A<=X<=B라는 영역 검사 하나만이 필요했다. 이제는 그래도 그 영역 검사가 각 성분별로 하나씩만 더 추가되면 된다.

  • 초성은 U+1100부터 1159까지 하던 영역에서 끝부분을 115E로 늘린 뒤(5개 추가), A960부터 A97C라는 새로운 영역 한 곳만 더 살펴보면 된다.
  • 중성은 U+1160부터 11A2까지 하던 영역에서 끝부분을 11A7로 늘린 뒤(5개 추가), D7B0부터 D7C6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더 살펴보면 된다.
  • 종성도 그런 식으로 기존 영역을 조금 확장하고 나서 새로운 영역을 더 살펴보면 된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KS X 1026-1은 종성에 ㅇ으로 시작하는 겹받침(ㅇㄱ, ㅇㄲ, ㅇㅇ, ㅇㅋ)을 그냥 이응이 아닌 옛이응으로 수정한 규격(잠수함 패치..)이기도 하다.

그리고 KS X 1026-2는 정규화 규칙을 추가로 규정해서 현대 한글을 옛한글 자모의 조합으로 표현하는 것을 금지하고, 현대 한글 글자마디와 옛한글 자모가 합성되는 것도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한 한글은 오직 한 가지 방식으로만 표현되게 했다.
Windows는 2012년에 나온 8부터 저게 반영됐고, 날개셋 편집기에서는 지난 2015년에 나온 8.0 버전에서야 반영됐다. 저 표준을 제정한 분과 개인적으로 얘기까지 나누며 설명을 들은 뒤에야 말이다. 엇, 그러고 보니 둘 다 8부터네?!?

유니코드 2.0에서 한글 글자마디 11172자를 따 온 건 예전에 서울 올림픽 유치 성공만큼이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쾌거였다. 현대 한글이 그렇게 정립된 뒤에 옛한글도 저렇게 됨으로써 한글 코드 논란은 완전히 종식됐다.

그 뒤로 유니코드 자체도 2003년쯤이던가 4.0에서 U+10FFFF라는 상한을 명확하게 정하고, 이 이상 글자를 더 등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 이상은 UTF-16으로는 더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UTF-8도 4바이트 방식까지만 사용하고 5~6바이트 방식은 봉인했다.

따라서 현재 유니코드에 정의된 모든 평면이 고갈되고 글자들로 꽉 차는 날이 온다면.. 유니코드 위원회는 해산될 것이다. 지금의 문자 코드 체계는 지구와 현 인류 문명이 송두리째 멸망하지 않는 한 쭉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0/07/14 19:32 2020/07/14 19:32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773

1. 멀티스레드

지난 날개셋 한글 입력기 9.9에서는 어쩌다 보니 스레드와 관련된 작업이 좀 있었다. 각종 대화상자에서 스레드 작업이 행해지던 것을 중단시켰을 때 프로그램이 멎던 문제를 해결했으며, 반대로 사용자의 타이핑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동작하는 일부 입력 도구에다가는 랙 없이 깔끔하게 동작하기 위해 스레드를 사용하게 하는 옵션을 추가했다. 뭐, 요즘 컴퓨터에서 랙을 걱정할 지경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멀티스레드를 다루다 보니 지금까지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동기화라는 것도 구현해야 했다. worker 스레드는 입력 데이터를 지지고 볶고 열심히 건드리고 있는데, 그걸 표시하는 UI 스레드도 아무 통제 없이 같이 돌아가게 놔 두면 프로그램은 당연히 메모리 에러가 나고 뻗는다.

Critical section을 생성하고 소멸하는 부분은 클래스의 생성자와 소멸자에다 담당시켰는데, 이걸 이용해서 실제로 락을 걸고 푸는 것까지 또 다른 클래스의 생성자와 소멸자로.. 그렇다고 기존 오브젝트의 포인터를 명시적으로 지정하지 않고 자동 구현하는 것은 C++에서 안 되는가 보다. Inner class에서 바깥 class의 non-static 멤버에 접근 가능하지 않으니까..

임계 구간을 잘 설정해야 crash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개나 소나 마구 락을 걸어 버리면 성능만 떨어지는 게 아니라 반대로 deadlock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해서 프로그램의 응답이 멎어 버릴 수 있다. Crash는 사람이 다쳐서 의식을 잃는 것이고, deadlock은 사람이 수술 후 마취에서 못 깨어나는 것과 비슷하다..;;

주로 어떤 상황이냐 하면, UI 스레드가 worker 스레드의 실행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게 됐는데 worker 스레드는 데이터를 고친 뒤 UI 스레드의 응답이 필요한 요청을 해 버릴 때 이렇게 된다. 특히 윈도우에다가 메시지를 보내고 응답을 기다리는 API 함수를 호출하는 것 말이다.

이런 주의 사항을 염두에 두면서 프로그램의 주요 구간에 스레드 동기화를 시켜 놓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 critical section 오브젝트는 단일 구간이 아니라 코드의 여러 구간에다가도 배치해서 이들 모든 구간을 통틀어서 한 순간엔 한 스레드만이 접근 가능하게 제약을 걸 수 있다. 이게 강력한 면모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Windows 프로그래밍 헤더에 들어있는 구조체들 중에는 내부 구조가 딱히 공개돼 있지 않은 것이 좀 있다.
가령, PAINTSTRUCT 내부에 있는 rgbReserved 같은 멤버, STARTUPINFO 내부에 있는 cbReserved2, 그리고 CRITICAL_SECTION도 어쩌면 CPU 아키텍처별로 크기와 내부 멤버가 제각각 다를 가능성이 높은 비공개 구조체이다.
이런 예가 무엇이 더 있을 텐데 궁금하다. 당장은 떠오르지 않는다.

2. C 라이브러리와 스레드 생성 함수

Windows에서 스레드를 생성하는 제일 저수준 API는 잘 알다시피 CreateThread 함수이다.
요즘이야 C++도 C++11부터 언어 라이브러리 차원에서 플랫폼· 운영체제를 불문하고 멀티스레드 기능을 std::thread, std::mutex 같은 클래스로 제공하고 있지만, 이들도 내부적으로는 물론 Windows API 같은 운영체제 API를 호출하는 형태로 구현된다. 심지어 native handle값을 되돌리는 멤버 함수도 제공한다.

(그러고 보니 C++ 라이브러리는 C 라이브러리와 달리 라이브러리의 소스가 공개돼 있지 않은 듯하다.. 소스가 어쩔 수 없이 공개되는 템플릿 쪽은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난독화 급으로 작성돼 있고, 내부적으로 호출하는 함수 같은 것은 구현체 소스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

C++11 이전에는 Visual C++의 경우, 언어 확장 명목으로 CreateThread (와 ExitThread)를 얇게 감싼 _beginthread[ex] (+ _endthread[ex]) 함수를 독자적으로 제공해 왔다.
얘는 Windows SDK의 헤더와 라이브러리를 끌어들이지 않고도 스레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동시에.. C 라이브러리가 자체적으로 스레드별로 사용하는 메모리를 제때 할당하고 제때 해제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C/C++ 함수도 사용하면서 Windows용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일반적으로는 운영체제 직통 함수 대신 이런 상위 함수를 사용해서 스레드를 생성해야 한다.

C 라이브러리가 스레드별로 무슨 메모리를 사용하는가 하면.. 전역변수로 단순하게 구현되었지만 지금 관점에서 보면 스레드별로 값이 제각기 보존되어야 하는 정보들 말이다. errno라든가, strtok 함수의 내부 state 및 context.. 비록 이런 것에 의존하는 함수가 그리 많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예가 있다.

C 라이브러리에서 제공하는 begin/end 함수는 ex가 붙은 놈과 그렇지 않은 단순한 놈으로 나뉜다. ex는 받아들이는 인자가 Windows API의 그것과 완전히 동일하다. 그에 비해 단순한 놈은 평소에 잘 쓰이지 않는 인자들을 과감히 생략했기 때문에 사용하기가 더 쉽다.

예를 들어 begin 버전은 SECURITY_ATTRIBUTES 정보를 입력받는 부분이 생략됐고, 거의까지는 아니어도 잘 쓰이지 않는 thread ID를 받아들이는 부분도 생략됐다. 또한, 프로세스도 아니고 스레드의 실행 후 리턴값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여 end 버전은 리턴값을 지정하는 부분도 생략되고 그냥 0으로 고정됐다.

참고로 Windows NT의 경우 ReadFile/WriteFile에서 실제로 읽거나 쓰는 데 성공한 양을 받는 DWORD 포인터, 그리고 CreateThread에서 생성된 스레드의 ID를 받는 DWORD 포인터를 생략하고 NULL을 줄 수 있다. 굳이 그 정보들이 필요하지 않다면 말이다. 하지만 과거의 Windows 9x는 저들 함수의 인자에서 NULL을 줄 수 없으며, 그냥 잉여 변수라도 하나 반드시 선언해서 넘겨줘야 한다는 차이가 있었다(NULL 주면 실행 실패).

뭐 그렇긴 한데.. C 라이브러리의 간편 버전은 사용법을 간소화하기 위해 여러 인자들을 생략했을 뿐만 아니라, 스레드 핸들을 CloseHandle로 닫는 것까지 임의로 자동으로 해 버린다. 스레드가 아주 잠깐 동안만 실행됐다가 종료돼 버리는 경우, _beginthread 함수의 리턴값이 나중의 시점에서 유효하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이건 사족에 가까운 간소화 조치로 여겨지며, 이 때문에 _beginthread는 사용이 그리 권장되지 않고 있다. 아니면 정말 뒷감당 할 필요 없고 한번 생성된 뒤에 “나는 책임 안 지니 니가 알아서 모든 뒷정리 하고 곱게 사라져라” 급인 스레드를 간편하게 생성하는 용도로나 적합하다. 그게 아니면 번거롭지만 결국은 _ex 함수를 쓰고 핸들은 내가 수동으로 닫아 줘야 한다.

3. 실행 주체들의 종료 리턴값

프로세스와 스레드는 종료될 때 정수를 하나 되돌릴 수 있는데, 아무 일 없이 잘 끝났으면 간단히 0을 되돌리는 게 관행이다. 옛날에 도스에서는 프로세스의 종료 코드를 ERROR_LEVEL이라는 독특한 명칭으로 불렀었다.

프로세스의 종료값은 그럭저럭 고유한 용도가 있으며, 여러 프로그램들을 순차적으로 실행하는 배치 파일이나 스크립트 같은 데서 많이 쓰인다. 종료되고 없는 먼젓번 프로그램의 실행이 성공했는지 여부를 밖에서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스레드의 종료값은 내 경험상 거의 쓰이지 않는다. 스레드의 종료값을 읽고 판단할 수 있는 코드 자체가 동일 프로세스 안의 다른 스레드밖에 없고.. 한 프로세스 안에서는 굳이 종료값 말고도 스레드의 실행 결과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애초에 같은 메모리 주소 안이니..

또한 스레드는 애초에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라고 만들어지지, 배치 파일처럼 여러 스레드를 순차적으로 실행하면서 실행 결과를 확인하는 식으로 운용되지도 않는다. 그럴 거면 그냥 한 스레드에서 순차 실행을 구현하고 말지.. 프로세스와는 여러 모로 사용 여건이 다르다.

그 와중에 Windows에서는 259라는 값이 STILL_ACTIVE라는 의미로 예약돼 있는지라.. 프로세스나 스레드의 종료 리턴값으로 쟤를 돌려주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자기는 종료되어서 없는데 GetExitCodeProcess/Thread 함수가 저 값을 되돌리고 있으면 다른 프로세스나 스레드는.. 없는 프/스의 실행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서 데드락 같은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4. 타 프로세스에다 내 스레드 생성하기: CreateRemoteThread

Windows API 중에는 기본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함수가 있고, 거기에 덧붙여 어느 프로세스 문맥에서 그 기능을 수행할 것인지를 지정하는 인자가 추가로 붙은 Ex버전이 또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ExitProcess(현재 프로세스만)의 상위 호환인 TerminateProcess, 그리고 VirtualAlloc에다가 HANDLE hProcess가 추가된 VirtualAllocEx처럼 말이다.

그것처럼 스레드를 생성하는 CreateThread에 대해서도 target 프로세스를 지정할 수 있는 CreateRemoteThread 함수라는 게 있다.
이런 함수들은 내부적으로 구현도 하위 함수를 호출하면 상위 함수에다가 GetCurrentProcess()의 리턴값을 붙여서 호출하는 형태로 돼 있다.

그런데 남의 프로세스 주소 공간에다가 스레드를 생성한다니??
이건 물론 디버거나 보안 솔루션 같은 특수한 프로그램에서나 필요하지 자기 일만 하는 일반적인 프로그램에서 쓰일 일은 없는 기능이다.
그리고 이 함수는 각종 명령 인자들을 준비하는 게 몹시 까다롭기 때문에 타 프로세스에서는 매우 제한된 형태로밖에 활용을 할 수 없다.

제일 근본적으로는.. 실행되어야 할 스레드 함수 코드와 실행에 필요한 데이터들이 몽땅 그 target 프로세스의 메모리에 마련돼 있어야 하며 주소값 또한 걔네들의 문맥으로 줘야 하기 때문이다. 잘못되면? 요청을 한 우리가 아니라 멀쩡히 돌아가던 저 프로세스가 뻑나게 된다.
global hook 프로시저를 지정할 때처럼 DLL에다가만 분리해서 구현해 놓으면 그 DLL이 알아서 거기로 주입.. 그런 것도 없다.

다만, CreateRemoteThread를 이용해서 타 프로세스에다 내 코드를 주입하려면 어차피 DLL을 만들기는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CreateRemoteThread로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스레드 callback 함수로 LoadLibrary를 지정하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1) LoadLibrary(+ FreeLibrary도)가 machine word 하나를 받아서 word 하나를 되돌린다는.. 스레드 callback 함수와 prototype이 일치하기 때문이며, 그리고 (2) LoadLibrary가 소속된 kernel32.dll은 어느 프로세스에서도 메모리에 load된 주소가 동일 고정이기 때문이다. 즉, LoadLibraryA/W 함수의 주소도 고정이며 예측 가능하다. 요게 핵심이다. 요즘 보안을 위한 대세인 ASLR에서 열외된 영역인 듯..

물론 LoadLibrary에다가 주는 인자는 평범한 숫자가 아니라 포인터이므로 넘겨줄 때 조심해야 한다.
VirtualAllocEx를 이용해서 그 프로세스 문맥에서의 메모리와 포인터 주소를 얻은 뒤, 문자열을 그쪽으로 써 넣을 때도 WriteProcessMemory를 호출해서 하면 된다. 얘는 그야말로 memcpy를 fwrite처럼 구현한 상위 호환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LoadLibrary에다가 넘겨주는 문자열 인자로 바로 상대방의 프로세스에서 수행할 작업(뭔가 엿보기, 훅킹하기 등등)이 구현된 내 DLL의 주소를 넣으면 된다. DllMain 함수에서 돌아가는 것이니 몸 사리면서 조심해서 실행돼야 한다.
혹시 내 DLL을 실행하면서 다른 DLL을 읽어 놓아야 한다면 내 DLL을 주입한 것과 동일한 테크닉으로 그런 dependency DLL들을 미리 읽어 놓는 게 좋을 것이다. LoadLibrary를 수행하던 스레드가 실행이 끝났다고 해서 그 DLL들이 해제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주입되었던 내 DLL을 빼내는 것도.. 간단하다.
스레드 함수에다가 FreeLibrary를 주고, 인자로는 저 target 프로세스에서 되돌려진 내 DLL의 핸들값을 주면 된다.
target 프로세스에서 되돌려진 핸들값이야 내 DLL의 DllMain 함수의 인자로 들어왔을 테니 모를 수가 없을 테고, 그걸 호스트에다가 전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저 함수에다가 LoadLibrary 대신 ExitProcess를 주면 그 프로세스가 알아서 자기 자신을 강제 종료하게 되니, 사실상 TerminateProcess와 같은 효과도 낼 수 있다.

16비트 시절에는 단일 address 공간에서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용이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점프/복귀 주소 변조, x86 어셈블리어 삽입 같은 꼼수 테크닉이 유행했었다. 그러나 32비트 이후부터는 방법론이 이렇게 더 고차원적으로 확 바뀌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28 08:36 2020/06/28 08:36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767

Windows 운영체제에서 GUI 요소로서 화면에 표시되는 윈도우들은 독자적으로 고유한 위치와 크기를 갖는 popup 및 overlapped 윈도우, 아니면 다른 창의 내부에 부속으로 딸려 있는 child 윈도우라는 두 형태로 나뉜다. 전자는 독립 윈도우이고 후자는 종속 윈도우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전자는 운영체제가 자동으로 표시해 주는 제목 표시줄, 시스템 메뉴, 최소화/최대화 버튼 같은 걸 가질 수 있고 메뉴도 가질 수 있다. 물론 갖지 않는 것도 자유이며 해당 창의 재량이다.
그럼 반대로 후자는 사정이 어떨까? 차일드 윈도우가 자기가 속한 부모 윈도우 내부에서 또 제목 표시줄과 시스템 메뉴, 최소화/최대화 버튼 따위를 가질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결론부터, 답부터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외형만 그렇게 나오도록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운영체제는 child 윈도우를 대상으로는 여느 popup/overlapped 윈도우에서 수행하는 기본 처리를 자동으로 해 주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창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뒤에 우리가 원하는 자연스러운 동작을 구현할 수는 없다. 이건 운영체제에서 의도한 보편적인(?) 방식대로 창을 만들고 활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은 마소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동작이 존재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을 지난 20여 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딱 하나 발견했다.
바로 HTML 도움말 파일을 생성해 주는 HTML Help Workshop이라는 툴에 내장된 그래픽 에디터이다.

도움말을 띄우면 HTML 도움말 창이 별도의 독립된 창으로 뜨는 게 아니라 자신의 도킹 패널 내부에.. child 형태로 뜬다! 시스템 메뉴와 캡션, 최소/최대화 버튼까지 있는 당당한 독립 윈도우가 무슨 MDI child 윈도우처럼 다른 윈도우 내부에 이상하게 끼여 있는 게 심히 기괴하다. 이런 것도 Windows API를 사용해서 이론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본인도 간단히 실험을 해 봤다.
다음은 껍데기 overlapped 윈도우와 "동일한" 클래스 이름으로 자기 안에 child 윈도우를 또 만들어 돌린 모습이다. 윈도우를 생성할 때 WS_CHILD에다가 WS_CAPTION| WS_SYSMENU| WS_MINIMIZEBOX| WS_MAXIMIZEBOX| WS_THICKFRAME만 주면 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는 언뜻 보기에 그냥 평범한 클래식 MDI 앱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자신이 껍데기일 때는 클라이언트 영역을 회색 GetSysColor(COLOR_APPWORKSPACE)로 칠하고, 차일드일 때는 흰색 COLOR_WINDOW로 칠하면 된다. 껍데기와 차일드 둘 다 동일 윈도우 프로시저가 수행한 결과물이다. 자기 창이 껍데기인지 차일드인지의 여부는 WS_CHILD 스타일의 존재 여부만으로 간단히 판별할 수 있다.

그럼 제목 표시줄이 달린 차일드 윈도우들을 저렇게 만들어 놓으면 부모 윈도우라는 틀 안에 종속된 overlapped/popup 윈도우처럼 매끄럽게 동작하는가?
안타깝지만 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이다. 저 상태에서 창들을 마우스로 단 몇 분 동안만 조작해 봐도 이상한 점이 잔뜩 발견될 것이다.

마우스로 child 윈도우를 클릭하면 지금 화면의 제일 겉에 드러난 창이 아니라 엉뚱한 창이 인식된다. 윈도우를 드래그 해 보면 화면에 잔상이 생긴다.
WM_LBUTTONDOWN 메시지를 받은 child 윈도우에다가 SetFocus를 해도 제목 표시줄이 활성화/비활성화 처리가 되지도 않는다.
child 윈도우를 최대화한 모습은 꽤 어정쩡하며, 그 상태로 프로그램 창의 크기를 키워도 child 윈도우는 크기가 갱신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Windows라는 운영체제는 근본적으로 child 윈도우에 대해서는 이들이 서로 겹쳐져 있고 포개져 있을 때의 Z-order 처리를 overlapped/popup 윈도우처럼 정교하게 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child 윈도우라는 건 저렇게 제목 표시줄과 시스템 메뉴가 있는 윈도우가 아니라.. 그냥 리스트 컨트롤, 에디트 컨트롤, 버튼 같은 물건들이다. 에디트 컨트롤이나 버튼 같은 게 서로 겹쳐질 일이 있고 포커스를 받았을 때 Z-order가 바뀌어야 할 일이 도무지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더구나 child 윈도우의 제목 표시줄은 Windows 8/10에서도 옛날 Windows Vista/7의 기본 테마 모양 그대로이며 업데이트도 안 돼 있다. 푸르스름하고 모서리가 둥근 그 시절 디자인 말이다. 그만큼 이쪽 외형은 마소에서도 관심이 없으며 더 지원을 안 하고 손을 놨다는 뜻이다.

저 상황에서 화면 잔상이 발생하는 걸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이 윈도우의 클래스에다가는 화면 refresh를 적극적으로 하라고 CS_HREDRAW|CS_VREDRAW 스타일을 줘야 하더라.
그리고 마우스 메시지를 받았을 때 SetWindowPos를 호출해서 이 창의 Z-order를.. HWND_BOTTOM으로 지정해야 하더라. 왜 top이 아니라 bottom인지는 모르겠다.

저것만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어 보면.. MDI 프로그램에서 일개 child 윈도우인 문서창들이 나름 MDI client 영역 내부에서 껍데기 독립 윈도우인 것처럼 유연하게 처리되는 게, 절대로 그냥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운영체제 API 차원에서 추가적인/예외적인 보정을 굉장히 많이 해 주는 덕분이지 싶다.

실제로 MDI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윈도우 프로시저는 DefFrameProc와 DefMDIChildProc로 감싸져 있으며, 키보드 전처리도 TranslateMDISysAccel로 따로 있다. 대화상자에 고유한 윈도우 프로시저와 키보드 전처리(IsDialogMessage)가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MDI 문서창들은 WS_EX_MDICHILD라는 extended 스타일이 지정돼 있다. 물론 우리야 CreateMDIWindow 함수나 WM_MDICREATE 메시지로 생성 요청만 하기 때문에 저 스타일을 직접 지정할 일은 없다.
내부적으로 뭔가 큰 의미를 갖는 스타일이지 싶은데.. 진짜 MDI 문서창이 아닌 임의의 child 윈도우를 생성할 때 저 스타일을 일부러 줘 보면 CreateWindowEx 함수의 실행이 실패한다. 그러니 쟤는 비록 헤더 파일에 선언은 돼 있지만 사용법과 의미가 제대로 문서화되지 않은 내부 API나 마찬가지이다.

그 밖에 WS_CLIPCHILDREN이라든가 WS_CLIPSIBLINGS, WS_EX_TRANSPARENT는 child 윈도우가 영역이 여럿 겹쳐 있을 때 창들을 refresh 하는 방식이나 성능을 좌우하는 옵션일 텐데 본인은 구체적인 의미나 차이를 잘 모르겠다. 평소에는 몰라도 전혀 상관 없지만 child 윈도우들을 MDI 문서창처럼 정교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기능이지 싶다.
이런 창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WM_CHILDACTIVATE라는 메시지도 온다는데 본인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써 봤다. 저런 메시지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오늘 이야기의 결론은 MDI 형태의 프로그램을 밑바닥부터 직접 구현하는 건 대단히 어렵고 삽질스럽다는 것이다.. =_=;; child 윈도우를 popup/overlapped 윈도우처럼 다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데다가 한 프로그램 창 안에서 여러 문서창을 다루는 것은 오늘날 같은 멀티 모니터 환경하고도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 마소 프로그램들의 경우, Word는 거의 20년 전부터 문서창을 프로그램 창처럼 따로 따로 생성하는 형태로 바뀌었으며 Visual Studio IDE도 문서창을 새 탭 아니면 새 창으로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게 바뀌었다.
그래도 그 정도보다는 규모가 작은 아담한 프로그램에게는 여전히 MDI만 한 대안이 없으니 클래식 레거시 MDI 기능도 오늘날까지 완전히 멸종하지는 않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20 08:35 2020/06/20 08:35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764

« Previous : 1 : 2 : 3 : 4 : 5 : 6 : 7 : 8 : ... 23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2677914
Today:
2482
Yesterday:
2124